'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시기로 1년 중 어느 때보다 먹거리가 풍부해 맛집 여행을 떠나기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하지만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이번 가을도 모두의 발길을 꽁꽁 묶어놓아 ‘방콕’ 여행을 하게 만들고 있다. 풍요로운 가을을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면, 넷플릭스로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입맛을 돋우고 군침이 돌게 만드는 요리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을 준비하던 '혜원'(김태리)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작정 고향으로 돌아온다. 매일 편의점 재고로 끼니를 때우던 혜원은 오랜만에 친구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함께 밥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행복을 느끼고, 다쳤던 마음을 치유해나간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사계절을 보낸 혜원은 어느 날 자신이 고향을 찾은 이유를 깨닫고, 다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딘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각박하고 치열한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아카시아꽃 튀김, 배추전, 크림 브륄레, 말린 곶감, 팥 케이크 등 계절별로 등장하는 제철 음식과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모습이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2. 아메리칸 셰프 (Chef, 2014)
어느 날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기고 유명 음식 평론가에게 혹평을 들은 일류 레스토랑 셰프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홧김에 SNS로 욕설을 보내버린다. 이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칼은 결국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푸드 트럭 장사에 나선다. 쿠바 샌드위치로 도전장을 내민 칼은 길 위에서 셰프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일류 셰프 칼 캐스퍼가 푸드 트럭에 도전해 아들과 함께 미국 전역을 일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 '칼 캐스퍼'의 실제 모델은 한국계 미국인 셰프 로이 최로, 그의 실제 성공담과 마케팅 노하우, 개발한 음식 등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멕시코 음식과 한국 음식을 접목한 퓨전 타코 등 남미의 향이 물씬 풍기는 요리와 신나는 라틴 음악이 식욕과 흥을 동시에 돋운다.
3. 줄리 앤 줄리아 (Julie & Julia, 2009)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한 주부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는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로 떠나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현지 요리에 도전한다. 이후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로 거듭난 줄리아는 자신의 비법이 적힌 요리책을 남긴다. 그로부터 50년 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공무원 '줄리 파웰'(에이미 아담스)은 줄리아의 요리책을 보며 1년간 524개의 요리법에 도전하고,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다.
영화 '줄리 앤 줄리아'는 시대를 달리하는 두 여인이 요리를 통해 자아를 탐색해나가는 이야기로, 1950년대 프랑스 파리와 2000년대 미국 뉴욕을 번갈아 등장시키며 두 주인공의 서사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 요리인 뵈프 부르기뇽(부르고뉴산 와인을 넣은 쇠고기 찜)을 비롯해 솔 뫼니에르(버터에 구운 가자미) 등 정통 프랑스 요리들이 미각을 자극한다.
※ ‘운수 좋은 날’은 운세 전문 사이트 '운세사랑'으로부터 띠별운세 자료를 제공받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쥐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새로운 일거리가 다가오니 기회를 놓치지 마라. 하루가 바삐 돌아가니 차근히 일의 마무리를 잘 지음이 길할 것이다. 의외의 기쁨이 있으니 일신이 영귀해진다.
•84년생 : 상을 받을만한 기분 좋은 일이 있다.
•72년생 : 한 상 차려 받으니 기운이 난다.
•60년생 : 동쪽으로 가면 친구가 기다린다.
•48년생 : 억울한 일을 당하는 날이니 조심하라.
◈ 소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귀인을 만나도 아닌 것 같으니 잘 잡아라.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도움을 받게 될 것이나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괜스레 어수선해질 우려가 있으니 잘 선택함이 길 할 것이다.
•85년생 : 도움은 있으나 고생하는 하루다.
•73년생 : 꾀임이 없으면 몸이 상한다.
•61년생 : 재운이오니 친구를 찾아라.
•49년생 : 지나간 일이 명예 되어 찾아온다.
◈ 호랑이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문서를 소중히 하면 이득이 있으리라. 각종 이권이나, 윗사람으로부터 의뢰받은 일들이 이득이 될 수 있는 괘이니 성심을 다해 마무리를 잘 지으라.
•86년생 : 윗사람이나 선생님께 칭찬 듣는 일이 있다.
•74년생 : 시비 구설을 몸을 다치거나 억울한 일 당함이다.
•62년생 : 바람 쐬는 일이 몸과 마음을 상쾌히 만든다.
•50년생 : 옛일을 돌아보면 마음에 이득이 있으리라.
◈ 토끼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신경 쓸 일은 많으나 도움은 받는다. 여러 가지 일로 다사다난해질 수 있으나 귀인의 도움으로 의외의 길함이 있다. 일이 안 된다고 자책 말라.
•87년생 : 정직했던 것을 알아주는 날이다.
•75년생 : 애정 문제로 다툼이 있으나 얻는다.
•63년생 : 마음이 갈대라 잘 잡아야 이루리라.
•51년생 : 정당한 일이라면 이길 수도 얻을 수도 있다.
◈ 용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금전이 오가나 잘못하면 터진다. 재운이 길하니 들어오는 것이 많다. 그러나,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망동하게 되면 실물수가 따르니 조심하라.
•76년생 : 도움은 있으나 돈 나가는 일이 된다.
•64년생 : 다툼을 말라. 관제가 두렵다.
•52년생 :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한다.
•40년생 : 사소한 일에 감정을 나타내면 건강에 해롭다.
◈ 뱀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모든 일 잘 풀리나 성실히 책임지는 마음을 갖자.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처음과 끝을 잘 처리하라. 운기가 길하니 이룸이 클 것이며 이익 또한 많을 것이다.
•77년생 : 속 빈 강정이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65년생 : 중심만 잘 잡으면 소득이 올라간다.
•53년생 : 정신 집중하라 손재수가 보인다.
•41년생 : 도움을 받을 생각 말고 도움을 주라.
◈ 말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운이 열리니 정당한 마음으로 받을 준비를 하자. 어려웠던 일들이 있다면 서서히 풀려나가니 자중하는 자세로 행하라. 타의 질투와 방해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
•78년생 : 구설수만 피하면 오후에 좋은 일이 있다.
•66년생 : 경쟁이 치열하니 생각을 바꾸어라.
•54년생 : 모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42년생 : 부부간에 갈등을 해소해야 먹을 것이 생긴다.
◈ 양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길을 잃은 기러기가 날개가 꺾인다. 운기가 불길하니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어려움을 모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길함은 곧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
•79년생 : 애정 문제는 갈등만 생기고 주머니는 빈다.
•67년생 : 정신을 놓으면 생돈이 흐른다. 귀인의 도움은 있다.
•55년생 : 엉뚱한 구설수만 피하면 명예가 오른다.
•43년생 : 말머리를 부인에게 자식이 좋은 소식 보낸다.
◈ 원숭이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어려움을 당한 만큼 얻는 것도 크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니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만이 또 다른 시련에도 잘 헤쳐나가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라.
•80년생 : 애정도 두텁고 금전 운도 길하다.
•68년생 : 관재 구설을 조심하면 경쟁에 이긴다.
•56년생 : 잡히지 않는 것은 버리는 것이 좋다.
•44년생 : 밖에서 찾을 이득을 안으로 돌리자.
◈ 닭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면 꼬인 일이 풀린다. 인간 구설이 발동하니 처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운기의 영향이 좌우할 것이다. 진실한 마음으로 타인을 대할 것이니 복이 그 안에 유한다.
•81년생 : 아지랑이 피어나듯 사랑이 핀다.
•69년생 : 힘차게 밀고 나가면 안 열릴 것이 없도다.
•57년생 : 새로운 마차가 나타나니 여행을 하면 길하다.
•45년생 : 건강을 무리할 일이 생기니 조심하자.
◈ 개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깃발이 펄럭이나 내 것이 아니로구나. 아직은 길함이 멀리 있으니 망동은 삼가고 은인자중함이 길할 것이다.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니 때를 기다리라.
•82년생 : 일이 생기니 먹을 것도 생긴다.
•70년생 : 설득을 잘하면 남의 일도 열어준다.
•58년생 : 몸이 곤하니 욕심을 내지 말자.
•46년생 : 문서 일은 잘되나 도장은 조심해야 한다.
◈ 돼지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과감한 행동을 보일 때이다. 길함이 문전에 이르니 모든 일의 성사가 빨리 나타난다. 자신을 가지고 행할 것이니 때를 놓치지 말라.
•83년생 : 말조심만 하면 기분 좋은 하루다.
•71년생 : 꿈자리가 좋으니 횡재수가 보인다.
•59년생 : 만 리를 가더라도 한 걸음부터 움직인다.
•47년생 : 움직이면 좋은 일들이 생긴다.
임철순 언론인ㆍ전 이투데이 주필
정말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네. 서 일병 땜에 시끄럽더니 이번엔 이일병이 문제로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거짓말까지 해가며 끝내 아들 서 일병을 구했는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남편 이일병을 어떻게 할 수가 없나보다.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요트 구매와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강 장관은 곤혹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국민들에겐 여행 자제와 연기를 종용하는 판에 장관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보란 듯이 출국했으니 조용할 리가 있나. 그런데 그는 ‘확신범’인가보다. 출국길에 기자가 “강 장관이 뭐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서로 어른이니까 놀러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다지? 또 “부인이 장관인데 부담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라면서도 “내가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걸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지?
그런 사람이니 아무리 장관이고 아내라 해도 뭐라 하기 어려웠겠지. 그래서 강 장관이 송구하다면서도 “워낙 오래 계획하고 간 거라 귀국하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거 아니겠어? 이일병 교수가 큰 병을 앓고 난 뒤 이렇게 살다 죽기 억울하다는 생각에 요트에 빠져들었고, 그거 사러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나간 거라잖아. 말하자면 버킷리스트 중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
이 교수의 출국에 대한 댓글과 논평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이런 것들이다.
-힘들다고 요트 사러 가는 외교부 장관 댁 분들, 진짜 힘들게 사는 사람들 가재, 붕어, 개구리 생각을 할 이유가 없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그러는 척이라도 해주면 안 되겠소?
-뻔뻔함이 미덕이고, 염치는 폐기할 유산인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권력 순위 다섯 번째 안에 드는 초고위직 장관, 게다가 최장수 장관의 가족이 누가 뭐라든 내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며 해외여행 마음대로 다니면 말단 공무원보다도, 아무 벼슬도 없는 일반 국민들보다도 못한 것 아닌가.
-이일병은 달나라 인간인가? 국민들은 성묘도 가지 말고 명절에 부모님도 만나지 말라면서 장관 남편은 요트 사러 미국 간다? 이게 정의이고 공정인가?
-민주당과 문죄인(문재인)이 추구하는 공정한 행동을 한 건데 왜들 난리세요? 민주당이고 하니 뭘 해도 괜찮은 거 다들 아시잖아요? 이일병 씨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요? 돈이 많아 요트 좀 사겠다는데 뭐가 문제죠? 훔쳐서 산 거라도 민주당이니까 죄가 없는 거 맞잖아요.
남편의 출국이 강 장관의 인책 사유가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남편분께서 장관님께 좀 쉬시라고 그러신 것 같네요.
-그냥 지 생각에 능력도 한참 모자라는데 계속 장관 앉혀놓으니 남편이랑 짜고 쳐서 내려올 궁리했네.
-당신을 장관에 임명할 때 가족을 같이 부른 게 무슨 뜻이었는지 모르는가? 이일병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르고 참석했던 것 같구만. 참으로 한심한 작자다.
하지만 비난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두둔하고 변호하는 의견도 꽤 있다.
-남편은 남편이고 강경화는 강경화다. 대판 싸워도 남편이 가겠다고 하면 묶어둘 거냐 패죽일 거냐 어쩔 거냐? 요즘 부부간에 서로 명령하고 그 명령을 따르는 부부가 어디 있나? 가부장적인 영감들만 빼고.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배우자가 외교부 장관인데 자중했어야죠. 그런데 많이 아팠고 삶의 모토가 바뀌었다면 미친 척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일반인인 저도 떠나고 싶네요.
-서 일병 후임은 이일병. 나라가 단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그러나 이 교수의 미국 여행은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
-자기 인생을 찾아 떠난 이일병은 구원해줍시다. 그가 이런 논란을 몰랐을까요? 공인의 남편이지만, 그분의 선택을 응원해줘야 됩니다.
-이게 논란이 될 일인가요? 나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 축적을 하지 않은 이상 자기가 번 돈으로 취미생활 하는 걸 뭐라 해서는 안 되지요.
-난 오히려 이일병이 당당하게 말하는 게 보기 좋을 정도인데?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할 때 남이 하면 승질을 내지.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그게 가장 심한 나라… 아닐까용?
-그래서 강 장관 남편이 출국을 해서 법을 위반했나요? 코로나를 퍼트렸나요? 못 가는 나라 밀입국을 했나요? 도의적으로는 괘씸한데 법적으로 하자가 없네요.
그러는 너는 어떤 편이냐고? 나는 그런 처지라면 간이 작아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일병 교수의 경우는 일단 재미가 있다. 공중에서 날아가는 새끼리 부딪히는 걸 무슨 현상이라고 하느냐면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아주 보기 드문 일이라 하회가 궁금하다. 청와대나 정부가 하지 말라고 일괄적으로 금하는 조치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 토론하고, 합리적으로 반대하고, 명분이 있게 어기는 사람들이 하도 드물어서 그렇다. 내심으로는 승복하지도 않으면서 말을 안 들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만 넘치는 세상이니 이 일탈이 재미있을 수밖에.
정부의 베트남 석탄발전 사업 결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양이원영 의원이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가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선 ‘반그린’ 사업인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모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기후악당’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있는 일탈이다.
어쨌든 이일병 교수가 이런 말은 잘 새겨들어야 할 거 같다. “잘못한 거 맞네. 미국 가서 요트 사고 여행하려면 조용히 가든지 하지 동네방네 떠들어대면서 여행 간다고 SNS질한 게 문제야.” 사람 이름 가지고 놀리지 말라는 의견도 주목해야 한다. 추 장관 아들은 徐一兵이지만, 강경화(康京和) 장관의 남편 이일병은 李一兵이 아니라 李日炳이다. 해처럼 밝고 빛난다는 이름이다. 그러니 서 일병이나 라이언 일병처럼 남들이 구해주고 말고 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떠도는 여행만큼 즐거운 게 다시 있을까. 생활의 굴레에서 해방된 자유로움. 모처럼 내숭이 없는 마음으로 풍경과 풍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의 관대함. 도취할 수밖에 없는 우연한 이벤트들과의 만남. 다채로운 비일상적 낭만의 향유와 감성 충전이 가능한 게 여행이다. 그러기에 흔히들 지친 ‘나’를 위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여행을 즐긴다. ‘스리랑카주의자’ 고선정(48)은 좀 다르다. 그는 여행으로 삶을 통째 뒤집었다. 종전의 관습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으니 반전이자 반역(?)이다.
신간들을 살펴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 특이한 제목을 단 여행서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스리랑카주의자입니다”라는 책. 스리랑카라는 나라를 좋아하기를 참을 수 없는 사람이 쓴 책임을 암시하는 제목이다. 스리랑카에 관한 한 고수임을 알리고, 풀만 먹기로 작정한 채식주의자처럼 스리랑카를 메뉴로 섭취해 삶과 정신을 살찌우겠다는 의도를 덩달아 밝힌 셈이다. 평소 제목에서 갖는 호감만으로 책을 충동 구매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이 점에서도 이 책의 네이밍은 꽤 근사하다. 부실한 내용을 담은 채 오직 호객을 위한 기술적 작명에 그쳤을 경우엔 노련한 독자들의 한숨을 자아내겠지만 ‘조금 특별한 여행기’임을 자처하는 이 책의 내용은 비교적 충실하다.
저자 고선정은 3년여 간 스리랑카를 집중적으로 드나들며 체험한 명소와 유적, 그리고 사람들에 관한 추억을 기반으로 책을 써나갔다. 자료와 정보의 수집에도 공을 들인 기색이 완연하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책엔 스리랑카의 역사와 종교, 문화와 환경 등등에 관한 인문적 정보들이 빼곡하다. 재미있는 건 여행 중에 만난 스리랑카 사람들이 보여준 정겹고 미더운 모습을 담은 에피소드들. 이는 건조한 문체와 평면적 묘사로 일관해 다소 밋밋한 맛을 풍기는 이 책에 고소하게 뿌려진 양념에 속한다. 스리랑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겐 요긴한 가이드북이 될 테다. 매체의 서평 담당자들이 딱히 이 책을 지목했다는 흔적은 별로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건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저자의 인생이 확 변했기 때문이다.
“책을 내고서 드디어 인생의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 뒤 나는 25년간 수능학원 강사로 살아왔다.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휴일이나 명절에도 쉬지 못한 채 정말 바쁘게 살았다. 벗어나야지, 달아나야지 하면서도 얽매인 세월이었다. 항상 경제적인 측면을 중시하며 기관차처럼 달려온 날들이었거든. 책 출간을 계기로 이 지루한 단순반복에서 탈출, 인생 2막을 새로 시작하게 됐다.”
학원 강사에서 여행 작가로 변신한 셈이구나.
“요즘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한 나에게 글쓰기는 오랜 꿈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꾸깃꾸깃해진 꿈이었다. 그 낡아가는 꿈을 스리랑카 여행을 계기로 복원할 수 있었지. 이제부터라도 좋은 글, 좋은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커지고 있다. 돈이 안 되는 일일지라도 열정을 불태워보겠다는 생각이다.”
심각한 글쓰기는 방울방울 피를 뿜는 고행에 가깝다. 학원 강사보다 지겨울 수 있는 게 문학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
“실로 힘든 일이라는 걸 왜 모르겠나? 스리랑카 이야기를 쓰며 많이 울었다. 어떻게 글을 끌어내야 할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를 몰라 그지없이 막막하더군. 그러나 도전하고 싶었다. 내가 원래 좀 강한 캐릭터다. 몹시 힘든 상황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근성은 좀 있거든. ‘뭐 해보는 거지, 뭐든 하다하다 안 되더라도 죽기보다 더 하겠어?’ 이게 나의 방식이다. 어려운 일에 질겁하기보다 일단 세차게 부닥치고 보는 성향이라는 거.(웃음)”
시련을 기어이 이겨내는 타입?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기에? 당신은 25년간 강사 생활을 계속했다. 안심으로 안주한 날들이지 않았을까?
“사실 유난히 힘든 일을 겪지는 않았다. 게다가 완벽주의자라서 매사 엄청 노력했으며 덕분에 잘나가는 강사로 살았다. 경제적 기반도 다졌다. 그런데 중년에 접어들며 나를 돌아보자 허탈하더군. 긴긴 세월, 집과 학원만을 오가며 나를 너무도 조이고 누르며 살았다는 걸 깨닫고서였다.”
세상에 유쾌하기만 한 직업이 있겠나? 애환이 없는 인생이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다.
“나는 일종의 패배감마저 느껴야 했다. 단조로운 생활을 계속한 결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인간, 미성숙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심했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경직된 삶이었지. 인간관계도 좁았고, 친구를 만나더라도 대화조차 풀려나가질 않더라고. 유치한 인생이었다.”
결국 빡빡하게 조여둔 나사를 여행으로 풀었나?
“마흔이 다 돼 처음 나선 해외여행으로 해방감이라는 걸 맛봤다. 여행이 나를 풀어놓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는 걸 알았다. 이후 남미나 유럽 등 20여 개 국가를 여행했고, 이 와중에서 강사 생활을 청산했다.”
이상과 본성을 되찾게 해준 나라
첫 번째 해외 여행길에서 고선정은 ‘눈물을 콸콸 흘렸다’고 한다. 낯선 거리를 아무런 목적 없이 쏘다니며 즐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에 북받쳐서. 그가 감옥과도 같은 직장생활을 하거나 얼토당토 없는 쇼를 하며 살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지나온 날들이 족쇄에 갇힌 허울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에 당황하고, 아울러 여행의 기쁨에 전율했던 모양이다. 진정으로 잘 산다는 게 어떤 것인가를 자문하며 여행이라는 신세계에다 자신을 방목하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설명하기 어려운 추상화와도 같은 삶과 시간에 마침내 구체적 맥락이 잡혀나가는 계기였을지도. 이후 그는 자유로운 인간 유형의 한 가지 존재 방식인 여행자의 자격을 자신에게 부여하고 세상의 많은 곳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만난 게 스리랑카였다.
“여행길의 비행기에서 우연히 본 잡지 속 스리랑카 풍경 사진 한 장. 그게 나를 스리랑카로 달려가게 했다. 다분히 충동적인 끌림이었지만 치명적인 매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이 느껴질 정도였다.”
스리랑카의 그 어떤 매력에?
“첫 여행에서 여덟 개 도시를 돌아다녔는데 묘하게도 도시마다 색깔이 다르더라. 바다 경관도 실로 절경이었다. 10회 이상의 여행으로 아예 살다시피 하며 체험한 스리랑카는 ‘아름다운 물의 나라’였다. 이마저 불충분한 설명에 불과하다. 뭐라 딱 집어 예찬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모든 게 좋았다.”
풍경은 물론 분위기까지 당신의 성향과 잘 맞았다?
“그렇다. 내면으로 스리랑카가 흘러들어 나의 모든 것을 흔들어놓았다. 여행을 통해 물처럼 흐르고 싶다는 것, 공기처럼 가볍게 떠돌고 싶다는 것, 이게 내가 원하는 목적이었는데 스리랑카는 적격이었다. 나의 이상과 본성을 되찾게 하는 여행지였으니까.”
스리랑카는 인도 남동부에 있는 작은 섬나라. 개발도상국이지만 사망률과 문맹률은 낮으며 명차 실론티의 산지이기도. 자연 풍광이 빼어나 ‘인도양의 진주’라 부른다. 세계적인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은 ‘2019년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스리랑카를 선정, 논란을 야기했다. ‘론리 플래닉’은 고대로부터 상속된 불교와 힌두교 유적들, 훼손되지 않은 자연환경 등을 근거로 스리랑카 여행을 권장했지만 종교분쟁이 지속되고 있어서였다. 2019년 4월엔 수도 콜롬보에서 테러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위험 상황에 아랑곳없이 고선정은 스리랑카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막상 가보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위험지구는 영리하게 미리 피해야 하고 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신중한 인간이다. 어릴 적 별명이 ‘애늙은이’였다.(웃음)”
‘론리 플래닛’의 스리랑카 예찬에 영국 외무부는 우려를 표했더군. 관광지에서 성희롱이 난무하는 나라라며.
“나도 툭툭(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스리랑카식 택시) 기사에게 불편한 농담을 들은 적이 있다. 달리는 툭툭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그러나 극히 부분적인 것에 불과했으며, 불편한 상황을 용납하거나 당할 나도 아니다.”
인간의 바람기와 장난기는 모든 곳에 공기처럼 감돌지도. 이게 여행자의 피로감을 가중하기도 한다.
“여행이 오직 즐거울 수만은 없다. 단독 여행자에게 외롭고 두려운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불시에 찾아들지 않던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명하게 움직여야 하겠지. ‘여행하다 비명횡사는 하지 말자!’ 이건 나의 수칙이다. 항상 서툰 방심이나 일탈을 극구 삼가며 여정을 추진했다.”
약간의 일탈과 모험은 여행의 풍미를 돋우지 않나? 서머싯 몸은 ‘경찰이 보지 않을 때 슬쩍 딴짓을 하는 데에 인생의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규율에 속박돼 살지 말자는 얘기였다.
“성격상 일탈은 나와 멀다. 나를 속박한 건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기가 너무도 힘들었거든. 그러나 스리랑카에서 달라졌다. 비로소 꽤나 자유로워진 나를 발견했던 거다. 그러니 스리랑카를 좋아할 수밖에.”
어떤 에너지를 받았기에?
“선량한 사람들, 가난하지만 밝고 따뜻한 사람들! 내가 만난 스리랑카인들이 그렇게 대부분 순박하고 친절했다. 그런 그들의 선의가 나를 풀어놓게 한 에너지로 작용했던 것 같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지?
“돈을 중심에 두고 아웅다웅하는 자본주의에 덜 물든 덕분인 것 같다. 모두가 골고루 가난해 상대적 불행감이나 박탈감을 갖지 않고 사는 사람들의 나라다. 그들은 여행자를 가족처럼 진심으로 대했다. 가령, 하루 여정을 마치고 숙소로 귀환하는 저녁이면 미리 집 앞까지 나와 기다려주는 주인집 식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들 그런 식이었다. 내가 스리랑카에 심취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리랑카로 이주해 살기로 했다
스리랑카 여행 중에 사람들은 고선정에게 곧잘 묻곤 했단다. “아니, 당신은 왜 항상 웃는가?”라고. 고선정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늘 웃는 인간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무심하고 차가운 세상의 이면을 스리랑카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학원 강사로 열심히 뛰었던 한국에선 맛보지 못한 깊은 만족감을 이국에서 비로소 만끽했다는 게 아닌가. 그러자 쪼그라들었던 자아가 돌연한 탄력을 받아 확장되었나? 그는 자신과의 불화 구조를 깨고 정체성을 찾았고 열린 감관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 같다.
여기까지는 어쩌면 평범한 여행 서사에 불과할 수 있겠다. 그런데 고선정의 행보는 한층 역동적이다. 한 권의 여행기로 스리랑카에 꽃을 바친 그는 자신을 위해서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아예 스리랑카로 이주해 살기로 결심했다는 게 아닌가. 이미 스리랑카에 터를 사들여 살아갈 집을 짓기 시작했다.
“눈뜬 아침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스리랑카다. 나를 꿈꾸게 하고, 열정을 심어준 나라. 거기에서 군더더기는 다 내려놓고 즐겁게 살고 싶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건축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올 연말엔 스리랑카로 날아가 공사를 진척시킬 참이다.”
지구 저편으로 이주. 이는 그가 요번 생에 행한 가장 참신한 결단에 속하려나. 한 번뿐인 아까운 생을 나 살고 싶은 곳에서 살겠다는 의도에 무슨 결함이 있으랴. 그런데 스리랑카에서 산다 한들 삶의 고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행복으로 도배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할까. 어디서건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 하지 않던가. 여기에 대한 고선정의 생각은 이렇다.
“밝고 투명하게!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이 그렇다. 물론 스리랑카에 산다고 1급수처럼 해맑게 살 순 없겠지. 그저 2급수 정도만 돼도 좋겠다. 이마저 열정이 아니고선 얻기 어려운 차원일 거 같다. 하지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으로 도전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 중에 고선정이 자주 동원한 단어가 ‘꿈’, ‘열정’, 그리고 ‘도전’이었다. 실천을 결여하면 허영에 불과할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에겐 필생의 지표일지도.
“시간 괜찮으시면 편지 한 줄 써주시겠어요?” 2019년 가을, 그렇게 ‘길 위에서 쓰는 편지’가 시작됐다. 삭막한 도시, 바쁜 일상을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택시 안에서 말이다. 기사가 건넨 노트 안에는 그동안 택시를 드나든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사각사각 쓰여나갔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따스한 한 줄에 위로를 주고받는 승객들, 그리고 그들의 메신저를 자처한 택시 기사 명업식(62) 씨. 오늘은 또 누가, 어떤 사연으로 노트를 채워나갈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는 오늘도 운전대를 잡는다.
Q. 뒤늦게 택시 운전 일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해오셨고, 지금의 일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택시 운전을 한 지는 1년 8개월 정도 됐어요. 과거에 축협중앙회의 경제 파트에서 수입 소고기 관련 업무를 했었죠. 그 경험으로 수입 소고기 유통업을 해오다가 일이 좀 잘못돼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마냥 쉬기보다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택시 운전을 시작했죠. 처음 1년은 퇴사를 생각할 만큼 일이 힘들었습니다. 손님들과의 마찰도 스트레스였고, 아무래도 좀 위험부담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더 해보자, 마음을 붙잡으면서 ‘다른 택시와는 다른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가 뭐 없을까?’ 고민하게 된 거죠.
Q. 손님들에게 노트를 건네 편지를 쓰게 하실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앞서 말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낸 아이디어였죠. 노트를 준비해서 손님들에게 글을 쓰게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은 예전부터 해오긴 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손님 중에 문학을 전공하신 것 같은 분이 타셨어요. 그래서 제 계획을 살짝 말씀드렸더니, 좋다고 하시더군요. 마침 노트의 제목을 정하지 못하던 차라, 그분께 좀 지어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렸죠. 그렇게 강서구에서 종로구까지 가시는 동안 한참 생각하시더니, ‘길 위에서 쓰는 편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 알고 보니 그분이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지으신 박준 시인이시더군요. 덕분에 계기가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됐네요.
Q. 요즘 사람들은 낯선 이와의 만남을 다소 부담스러워하기도 하죠. 손님들에게 노트를 건네실 때 반응들은 어떤가요?
무조건 노트를 건네기보다는 상황을 살펴보고 응해주실 것 같은 손님에게 몇 분 정도 후에 권유 드려요. 그러면 처음엔 ‘뭐지?’ 하며 망설이다가 앞서 다른 분들이 써놓은 글을 읽으시곤 자신도 쓰겠다고 하시죠. 한 70~80% 정도는 써주십니다. 어떤 분은 짧은 거리를 가시는데 시간이 부족해 글을 못 쓰셨다고 제 번호를 물어 가져가셨어요. 일주일 뒤에 연락이 와서 개포동에서 마곡동을 택시 타고 가시며 글을 써주셨죠. 요금이 계속 올라가는데도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펜을 놓지 않는 분들도 있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다면요?
한 손님이 생각나네요. 오빠가 둘이 있었는데,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신 거예요. 택시를 탄 그날이 제삿날이라 산소를 가신다고 했는데, 편지를 쓰시면서 펑펑 우시더라고요. 사실 그분뿐만 아니라 글을 쓰다가 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항상 뒷좌석에는 휴지를 비치해둬요.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권고사직 당하신 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죠. 특히나 요즘은 경기가 많이 어렵잖아요. 저도 그렇고, 다른 손님들도 서로의 사연을 나누며 공감하고, 안쓰러워하고 그런 것 같아요.
Q. 손님들의 편지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변화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택시 운전을 시작하고 처음 1년에 비해 마음도 여유로워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됐다는 거예요. 편지를 쓰는 분마다 감사 인사를 마다치 않고, 이렇게 생각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들 하시는데, 그게 또 저는 감사하고, 보람을 느껴요. 그분들을 통해 용기와 위로도 정말 많이 얻었고요. 무엇보다 세상이 각박하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정을 나누는 속에서 아직은 좋은 분들이 훨씬 많다는 걸 발견하고 살죠.
Q. 입장을 바꿔 만약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편지를 부탁한다면 어떤 내용을 적으시겠어요?
저도 어느덧 환갑이 지났으니, 내가 살아온 경험담이나 생각을 쓸 것 같아요. 살아보니 욕심을 버리는 게 참 중요하더군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좋겠고요. 어제 열심히 살았으니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쓰고 싶네요.
Q. 앞으로도 편지를 계속해나가시겠죠? 또 다른 계획이 있나요?
벌써 노트가 7권째입니다. 지금 5권을 엮어 ‘길 위에서 쓰는 편지’가 나왔는데, 아마 그 뒤로 쌓이는 편지들로 또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게 택시를 하다가 그만두게 되면 그동안 미뤄뒀던 서예도 좀 배우고,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싶네요. 그동안 일하느라 친구가 화선지를 한 박스를 선물해줬는데, 여태 한 장도 못 썼어요. 그동안 한 장 한 장 채워나간 ‘길 위에서 쓰는 편지’처럼, 은퇴 후에는 그 화선지를 나 장 한 장 채워나가야죠.
Q. 끝으로 그동안 편지를 보내주셨던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물론 편지를 써주시면 그때그때 표현은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 큰 도움을 주신 분들이에요. 덕분에 제 이름 석 자가 실린 책도 나왔으니 얼마나 영광인가요. 제게 이런 행운을 주신 손님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으니 살펴봐 주시고, 또 언제고 다시 모시게 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사십대 후반, 또래의 여성 직장 동료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든 손문숙(51) 씨. 어느덧 4년째 모임을 통해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부터 퇴직 후 인생 계획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퇴직 후에는 작은 도서관을 꾸려 회원들과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는 그녀.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의 저자 손문숙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4년 째 직장의 여성 동료들과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임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 학습 공동체에서 1년 동안 독서 토론을 공부했습니다. 독서 토론의 즐거움을 먼저 깨닫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런 기쁨을 나눠주고 싶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여리 독서 모임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사무관 이상으로 구성된 여성 관리자 네트워크에서 만든 동아리로 회원들은 여자이고 나이는 40대 후반 이상입니다. 1년 단위로 회원들을 모집하는데 매년 17명 정도 활동하고 있고 인천 북구도서관에 직장인 독서 동아리로 등록돼 있어 매월 1회 평일 퇴근 후 도서관에서 모임을 합니다.
Q. 모임에서 주로 도서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토론 방식은요?
토론할 책을 같이 의논해서 정하기 때문에 문학, 철학,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고정 관념을 깨우치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요.
우리가 하는 토론은 찬반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닌, 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비경쟁 방식입니다. 직장 동료들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정, 직장, 사회 문제 등 사적인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풀어냅니다.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 자녀에 대한 고민, 남편과 시댁과의 문제, 직장 이야기, 퇴직 후 인생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Q. 중년 이후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얻은 일상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또 동료들에게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나요?
저는 40대 후반에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나를 찾고 타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가정, 사회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인생 2막에 작가로 살고 싶다는 멋진 꿈을 가지고 제 인생에 첫 번째 단독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회원들이 더 많았습니다. 독서 모임에 나오면서 1년 동안 같이 읽을 책 목록이 공지되면 시간 여유 있을 때 책을 미리 읽어둡니다. 매월 모임에 나올 때 한 번 더 읽고 토론 후에 블로그나 독서장에 기록을 남기면서 한 번 더 복기를 합니다. 그러면 한 책을 세 번 정도 읽는 셈이지요.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다보면 이해가 안 되던 것들도 알게 되고 본인의 생각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죠. 독서 모임을 통해 강제로라도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읽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혼자 읽을 때는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독서 토론을 하게 되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도 하고요.
Q. 이번에 펴내신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에 담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요?
저와 독서 모임 회원들이 독서 토론을 통해 깨달은 자아와 인생에 대한 성찰과 긍정의 힘을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카페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이 소수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 생활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공기 마시듯 행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죠.
Q. 독자로 책을 접할 때와 이번처럼 저자가 되어 책을 접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독자로 책을 읽을 때보다 독서 에세이 작가로서 원저작을 읽을 때는 좀 더 꼼꼼하게 읽고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생각과 통찰을 글로 담아내야 해서 일반 산문을 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습니다.
Q. 우리네 인생에서 ‘독서’(또는 책)가 주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故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여성 중장년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입니다. 작중 니나를 통해 저자는 “모든 게 미정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라는 말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들 중의 하나에 우리를 고정시키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거침없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죠. 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모험적으로 살아간 그녀의 삶의 방식은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도 동경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Q. ‘내 인생의 책’이라는 타이틀로 한 권을 꼽는다면 어떤 책이 될까요? 그 이유는요?
인상 깊은 좋은 책들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꼽고 싶습니다.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실천하는 지식인이셨고 “삶에 대한 공부를 통해 우리가 변화와 창조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공부이다”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Q.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SNS 활동도 하고 계신데요. 주로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계신가요?
동료들과 토론한 책 이야기를 주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남깁니다. 처음에는 독서 토론을 한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서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서 나중에 책으로 만들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습니다.
Q. 현재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장차 퇴직 후에 작가가 되어 책을 쓰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저는 퇴직 후에 집필실을 겸해 여자들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의 독서 모임 회원들과 퇴직 후에도 우리들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어서입니다.
퇴직이 8년 반 정도 남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미래를 상상하며 차근차근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도서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으고 꾸준히 책을 쓰고 있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는 사십 초반에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 ‘운수 좋은 날’은 운세 전문 사이트 '운세사랑'으로부터 띠별운세 자료를 제공받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 쥐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어려움에 봉착하였다고 진리에 어긋난 일을 실행한다면 화가 나에게 미칠 것이니 분수에 맞게 행동할 것이며 경거망동은 피해야 할 일진이다. 힘든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 아는 길도 물어보고 감이 좋으리라.
•84년생 : 방해가 심한 일진이라 상사에게 상의하여 방해를 막아내라.
•72년생 : 관 재만 조심하면 약간의 금전 운이 열리니 들어올 것은 들어온다.
•60년생 : 주식투자는 불길하나 재수는 있으니 내실을 공고히 하라.
•48년생 : 안팎으로 다져나가는데 많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손해를 보리라.
◈ 소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상)
모든 일이 사람 마음먹은 데 달려 있느니 모든 일에 가벼운 마음가짐은 재수를 열어 가는 길이 되리라. 잠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비를 피하듯 처마를 찾을 것이며 비가 그치고 태양이 비추면 도모하던 일에 매진함이 길한 일진이다.
•85년생 : 한 가지 일에 묶여 다른 일까지 어렵게 되니 밀어두고 다음을 기약하라.
•73년생 : 섣불리 건드리면 힘들게 되니 자중함이 어려운 기운을 벗어나리라.
•61년생 : 문서 소송 건이 해결 기미를 보이니 기회를 놓치지 마라.
•49년생 : 막힌 문이 열리듯 침체기를 벗어나는 기운이라 금전 운이 대길하다.
◈ 호랑이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어려움에 봉착하기 쉽다. 산 넘으면 산이라 강 건너니 또 산이라 또 다른 어려움이 나타날 것이니 미리 대비하라. 알고 가는 길은 어렵더라도 피해 가는 지혜가 있을 것이니 오늘의 일진은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것이 좋을 것이다.
•86년생 : 화마가 문을 두드리니 전기이용을 조심하고 다른 불도 조심하라.
•74년생 : 속태우든 애정 갈등 문제가 다소 풀리나 완전하지는 않으니 노력하라.
•62년생 : 나아가는 기세는 강하나 자금 융통에 많은 신경을 써야 일이 열린다.
•50년생 : 상승한 금전 운에 많이는 생기나 나가는 기운도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 토끼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다사다난한 일진이다. 신경 쓸 일이 많아도 지금은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때이니라.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수습하려다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으니 가장 급한 일부터 먼저 해결함이 좋을 괘이다.
•87년생 : 정신이 산만해져 하든 일에 지장이 생기나 곧 좋아지리니 쉬어가라.
•75년생 : 복잡한 일이 많이 생기고 유혹도 많으나 한 우물을 팜이 좋으리라.
•63년생 : 뜬소문이 사람 잡는 것이라 귀가 여리면 큰 손해를 보는 수가 생긴다.
•51년생 : 운세 상승하여 좋은 일은 많으나 한 가지를 취해야 성취하리라.
◈ 용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산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라. 일에 허망함이 많으리라. 오늘의 일진은 마음만 급할 뿐 이루어짐이 적은 운수이다. 분주히 움직여도 실속 없는 하루가 될 것이니 운기가 불길할 때는 자중함이 길하리라.
•76년생 : 어정쩡한 처세가 일을 망치는 것이라 확실한 판단만이 일을 연다.
•64년생 : 용두사미 같은 날이라 시작은 있고 끝이 안 보이는 수라 조심하라.
•52년생 : 실속 없는 분주함으로 고생만 하는 기운이니 안정함이 길하리라.
•40년생 : 무엇이든지 구하는 것은 힘드니 무리하게 바라지 않음이 좋다.
◈ 뱀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전망은 밝아오는데 기대하는 만큼 안 되고 일이 늦어지는 기운이다. 바라고 소망하던 일이 늦게서야 연락이 오게 되니 미리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리지 말라. 운기가 길하면 이루고자 하는 일이 성사하기 쉬울 것이니 미리 걱정하지 말라.
•77년생 : 기운이 상승하니 기분은 올라가고 일도 서서히 이루어지리라.
•65년생 : 자금 사정이 풍족해지는 상이라 손만 벌리면 들어오는 수가 있으리라.
•53년생 : 관급 일이 새 기획으로 힘들게 되니 새로운 관계로 개선함이 좋다.
•41년생 :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니 작은 것이라도 정중한 마음으로 받아라.
◈ 말띠 총운 (금전운 : 하,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관재 구설 시비가 발동하니 자중하지 않으면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은인자중하는 가운데 불길한 기운도 사라지니, 공사 간에 투쟁이 많으나 시비를 삼감이 어려운 운세를 이겨나가리라.
•78년생 : 바라는 것은 힘이 많이 들고 싸울 일만 생길 것이니 관여치 마라.
•66년생 : 어둠 속에서 헤쳐 나오는 기운이라 잘 움직이면 희망이 보인다.
•54년생 : 큰 실물수가 도래하니 문단속을 잘하여 도둑을 막을 준비를 해라.
•42년생 : 시비 구설만 조심하면 자손들의 경사로 즐거움이 있으리라.
◈ 양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중, 건강운 : 중)
민심이 천심이라 하늘이 동하여 복을 내릴 것이니 심성을 바로 하고 일에 임하면 무슨 일이든 안 되는 것이 없으리라. 오늘의 운수는 과욕을 버리고 자비로운 마음이 복을 받을 것이니 큰 것에 집착하지 말고 작은 것에 소홀하지 말라.
•79년생 : 과한 욕심만 삼가면 숨은 근심이 해결되고 이성과도 화해된다.
•67년생 : 큰 것에 집착하여 작은 것에 소홀하면 좋은 기운을 망치리라.
•55년생 : 새로운 좋은 자리가 생기거나 아니면 큰 횡재 수를 만나리라.
•43년생 : 꽉 막힌 가운데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니 기력을 찾아 움직여라.
◈ 원숭이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상)
과히 앉아서 천 리를 보는 괘이다. 도모하는 일이 있다면 막힘이 없이 진행될 것이며 결과도 좋을 것이다. 한가로이 누워서도 구만리를 내다보는 격이나 방심하면 물거품이라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80년생 : 좋은 기운이 벋치니 막힘이 없고 희망 가득한 하루가 되리라.
•68년생 : 안일한 생각만 버린다면 안 되는 일이 없고 재수도 길하리라.
•56년생 : 길 성이 안으로 비치니 계획한 대로 얻음이 크나 과신은 금물이다.
•44년생 : 기운은 커 보이나 문서 관계는 때가 아니니 계약은 보류함이 좋다.
◈ 닭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상)
가을볕을 만난 곡식 같은 기운이라 잘만하면 모든 것을 이루리라. 자만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겸손한 마음으로 운 맞이를 하는 것이 더욱 길하게 할 것이다. 일진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본 것과도 같도다.
•81년생 : 먼 여행은 삼가라 구설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니 조심하라.
•69년생 : 어려운 일을 귀인이 도와주나 금전 문제는 힘이 드는 일진이다.
•57년생 : 막히던 일이 통기 되고 금전 운도 좋으나 실물 수를 조심해야 한다.
•45년생 : 새로운 발상이 고된 일을 해결해주는 길이 될 것이다.
◈ 개띠 총운 (금전운 : 상, 애정운 : 상, 건강운 : 중)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격이니 모든 일이 잘 풀려나가니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니 만족함이 좋으리라. 과욕을 부리면 길함이 물러 갈 것이니 자중하는 가운데 더욱 길함이 있을 괘이다.
•82년생 : 과한 것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한 것 많은 것을 바라면 모두 잃는다.
•70년생 : 등에 업은 아기 찾는다고 멀리서 헤매지 말고 가까운 곳을 둘러 보라.
•58년생 : 조금 모자라는 기운이니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46년생 : 조금씩 열어간다는 마음을 가지면 서서히 열리는 상이라.
◈ 돼지띠 총운 (금전운 : 중, 애정운 : 하, 건강운 : 중)
구설 시비가 발동하니 언쟁과 논쟁은 피함이 길할 것이다. 나에게 이익됨은 없고 구설로 인해 일신에 딱함만이 찾아 들게 한다. 무슨 일이든지 상대와 충돌할 수라. 충돌수를 피함이 상책이로다.
•83년생 : 경쟁 방해가 많아도 정면충돌은 피해야 이득이 있으리라.
•71년생 : 운세는 길하여 들어오는 것은 많으나 싸움을 피해야 하느니라.
•59년생 : 퇴근길에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집으로 직행함이 손해를 안 보는 길이다.
•47년생 : 시비를 청해오는 자가 있어도 상관치 말아야 좋은 하루가 되리라.
여름내 휴가를 못 즐긴 이들이라면 추석 연휴 동안 바캉스를 떠나는 이른바 ‘추캉스’도 고려해볼 만하다. 손주들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워질 객실 패키지와 더불어 추석을 겨냥해 출시된 다양한 프로모션을 소개한다.
파크 하얏트 서울
시그니처 추석 선물 세트 추석을 맞아 그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시그니처 아이템을 모아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코너스톤 시그니처 육류세트(35만 원)를 비롯해, 월악산 벌집 꿀(14만 원), 다문 디저트 플레이트(23만 원), 소믈리에 주류 셀렉션(30만 원, 45만 원), 컴포트 오일 디퓨저 세트(17만 원) 등으로 구성됐다. 추석 당일인 10월 1일까지 호텔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너스톤’을 통해 예약 및 문의가 가능하다(유선 또는 온라인).
제주신화월드
3대가 즐기는 패밀리 투게더 패키지 독립된 침실 구성으로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물론 아이, 어른 모두 편히 쉴 수 있는 ‘패밀리 투게더’ 패키지를 마련했다. 3대가 함께하는 추석 여행을 계획한다면 제격이다. ‘스카이 온 파이브 다이닝’ 디너 뷔페, ‘탐모라 찜질방’ 이용권을 비롯해 손주를 위한 키즈 액티비티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12월 30일까지, 55만6000원부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추캉스&추석 객실 패키지 명절 연휴 동안 여름휴가의 아쉬움을 가족과 달랠 수 있는 ‘오아시스 레이트 서머 패키지’를 선보인다. 더불어 추석을 겨냥해 호텔을 벗어나지 않고 프라이빗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추석 객실 패키지도 운영한다.
워커힐 호텔 앤 리조트
추석선물&가을 패키지 한가위를 맞아 합리적인 가격의 추석패키지 2종과 ‘명월관’의 보양식 HMR 제품을 선물 세트로 내놓았다. 그밖에 ‘가을이 폴폴’, ‘폴 겟어웨이’, ‘어텀 이스케이프’ 등 취향 존중 가을 패키지 5종도 선보인다.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추석 음식 패키지 호텔 셰프가 직접 준비한 추석 음식을 먹으며 여유롭게 연휴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판매한다. 객실에서 무구며 갈비찜, 궁중잡채, 모둠전, 연잎밥 등 추석음식으로 구성된 고메박스를 함께 제공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덥고 습한 공기 대신 서늘하고 건조한 바람이 잠을 깨우는 계절. 얇고 까슬까슬한 리넨 소재 셔츠가 아닌 포근하고 부드러운 카디건에 손이 가는 계절. 가을이 왔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옷도 한층 두툼하게 챙겨 입었지만, 특유의 스산한 기운에 이유 모를 쓸쓸함과 공허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인지 가을만 되면 적적한 마음을 달래줄 진한 멜로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가을 타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감성 가득한 한국 멜로영화 세 편을 준비했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내 머리 속의 지우개 (A Moment To Remember, 2004)
유달리 건망증이 심한 '수진'(손예진)은 어느 날도 어김없이 지갑과 편의점에서 산 콜라를 카운터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간다. 그때 편의점 앞에서 콜라를 들고 있는 '철수'(정우성)를 발견한다. 철수가 자신의 콜라를 훔쳤으리라 생각한 수진은 그의 손에 들린 콜라를 뺏어 들이킨다.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수진의 회사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려 마침내 결혼까지 골인한다. 하지만 행복한 신혼 생활도 잠시 수진의 깜빡하는 증상은 더욱 심해져 가고, 철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조기 치매를 앓고 있는 수진과 가난한 목수 철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손예진과 정우성의 애틋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정우성이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따르며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오랜 시간 지난 지금까지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2. 시월애 (A Love Story, 2000)
1999년, '은주'(전지현)는 자신이 살던 집 '일마레'를 떠나며 새로 들어올 집주인에게 바뀐 주소로 우편물을 보내 달라는 편지를 남긴다. 한편 1997년, 일마레에 이사 온 '성현'(이정재)은 짐 정리를 하다 우편함에서 이상한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1999년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자신이 살 집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 반신반의하던 성현은 편지에 답장을 보내고, 편지는 2년을 뛰어넘어 은주에게 도착한다. 마침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우체통을 매개체로 소통하고,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서서히 가까워져 간다.
영화 ‘시월애’는 엇갈린 시간을 소재로 한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다. 작품의 중심 배경이 되는 일마레는 일몰 명소로 유명한 강화 석모도에서 촬영한 것으로, 주인공 두 남녀의 애절한 연기와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3.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소리 채집자 '상우'(유지태)는 어느 겨울 지방 방송국 라디오PD '은수'(이영애)를 만난다. 마침 자연의 소리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나고, 자연스레 눈이 맞은 두 사람은 여름이 올 때까지 뜨겁게 사랑한다. 하지만 두 계절이 지나고,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껴 서서히 상우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결국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랑이 변하면서 상우는 예상치 못한 실연을 맞이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두 남녀의 만남과 사랑, 이별을 계절에 빗대 그린 작품이다. 흔들리는 보리밭과 대나무숲, 고요한 사찰 등 청아한 풍경이 작품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영화에서 이영애는 "라면 먹고 갈래요?", 유지태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안녕, 시골아, 드디어 내가 너에게 왔노라! 그에겐 그렇게 흐뭇한 인사말을 읊을 겨를이 없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사업을 하다 귀농한 김열홍(60) 씨. 그의 귀는 얇은 귀였나? 그는 “농지며 집이며 거저 쓸 수 있으니 몸만 오라”는 지인의 달짝지근한 권유를 받고 설레어 달려 내려간 참이었다. 그러나 막상 가서 보니 상황이 영 달랐단다.
믿었던 사람에게 된통 당한 셈이다. 그러나 열홍 씨는 부아를 가라앉히고 얌전히 눌러앉기로 작정했다. 속인 건 지인이지만 홀린 건 나 자신이지 않은가, 내가 나에게 속은 꼴이지 않은가, 남 탓할 것 없다! 그냥 그렇게 여기고 후루룩 상황을 넘어서기로 했던 모양이다.
약간 요상한 귀농 시발이었다. 진즉부터 시골살이에 뜻을 두었기에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이왕 내친김에 한바탕 열심히 뛰어보기로 다짐하자 새삼 흥미가 동했던가보다. 한 방 얻어맞고서야 귀농에 본격적인 발동이 걸렸던 거다. 이렇게 뒤늦게 엄청 진지해진 열홍 씨, 일단 도시에 있는 부동산을 싹 처분해 7억 원쯤의 귀농자금을 만들었다. 그건 그가 믿을 만한 가장 유력한 ‘실탄’이었다.
돈을 일컬어 ‘요물’이라고도 하고 ‘웬수’라고도 하지만, 그는 비장하게도 ‘실탄’이라 부른다. 내가 쥔 자금이 떨어지면 성벽을 넘어 거침없이 돌진해오는 세파의 기총소사에 대응할 길이 없다는 인식에서다. 그래 실없이 실탄을 낭비하지 않고 가급적 효율적이고도 참신한 전투에 임하기로 결심한 병정처럼, 열홍 씨는 최대치의 슬기를 발휘해 자금을 잘 운용하기로 하고 귀농열차를 집어탔던 것이다.
그 결과는? 귀농 10여 년이 흘렀으나 아직은 알 수 없다. 그건 그의 목숨이 다하는 날에 따져볼 사안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귀농생활에 인생의 모든 것을 쏟기로 결정했으며, 실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다고 자부하기 전에 도출되는 대차대조표는 잠정적인 결과물에 해당하거나 무의미한 문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이란 뜨거운 프라이팬에서 3도 화상을 입으며, 또는 자주 뒤집어지며 익어가는 빈대떡과 이웃사촌. 용을 쓰더라도 엎치락뒤치락, 삶이란 굴곡과 파란으로 점철되는 꽤나 허무맹랑한 레이스라는 걸 그도 잘 알지 않겠는가. 일희일비하지 않고 갈 때까지 가보리라! 이게 열홍 씨의 생각인 것 같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의 추세라는 게 있을 텐데, 한마디로 오랫동안 주로 죽을 쑤었다.
“귀농에 만족하느냐고 내게 묻지 마라. 그 답을 나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웃음) 때론 만족스럽다가도 때론 힘겨워 불만스럽다. 이곳에 자리 잡은 게 11년 전인데 5~6년 동안은 수익이 아예 나질 않더라고. 해마다 적자였지. 그럼에도 투자를 계속해왔다. 규모를 키우는 게 난관을 돌파할 길이라 판단하고서였다. 그러면서 ‘실탄’을 꽤나 허비했다. 다행스럽게도 4~5년 전부터는 ‘똔똔’이거나 약간의 흑자가 나고 있다.”
그는 처음 한동안 고추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완전한 실패를 보고 2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조성해 공을 쏟기 시작했다. 10여 마리에 불과했던 한우도 70여 마리로 늘려 사육하고 있다. 실로 모처럼 쏠쏠한 흑자를 본 작년의 경우, 사과로 올린 매출액이 5000만 원 정도. 이 가운데 60%쯤이 순수익이란다. 한우 사육에서도 비로소 자금회전이 시작되고 있다.
“뭐 하나 생각대로 되질 않았다”
자칫 적자를 보는 일에 도통하기 십상인 게 농업이다. 그렇다고 꼭 그러라는 법이 있겠나. 매사가 썩 이상하게 돌아갔으나, 그는 굴하지 않고 성난 얼굴로 현실을 돌아보길 거듭했으며, 활로를 찾기 위해 몸과 머리를 아낌없이 써왔던 것 같다. 염소 털처럼 허옇게 쇤 그의 턱수염은 분투의 소산일 게다. 그 결과 서광이 들이쳤나?
“이제 웬만히 자리가 잡혔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애환이 많았다. 뭐 하나 생각대로 되는 게 없었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나날들이었지. 공연히 거액의 자금만 날리기도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건 끔찍한 경험이었다. 문제의 핵심은 귀농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내려왔다는 데에 있다.”
준비한 건 오직 자금뿐이었나?
“그렇다. 호밋자루 한 번 손에 쥔 경험이 없는 문외한이 겁 없이 농사에 덤벼든 꼴이었다. 뭐든 잘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 이게 오산이었다. 기술 없이 농사에 뛰어들었으니 노력을 해본들 쉽게 풀릴 일이 아니더라. 뒤늦게 농업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배웠다. 1년 과정의 한우대학도 수료했다.”
귀농은 왜 했지? 목적이 뚜렷했다면 사전 준비도 부실하지 않았을 거 같아 묻는 얘기다.
“조용한 시골에 나만의 작은 낙원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낭만적인 꿈이었다. 경치 좋은 곳에 원하는 집을 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농사 노동으로 떳떳한 시간을 보내고, 가끔 하루 이틀쯤 자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뭐 그런 소박한 기대가 있었으나 아직 낙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사실 인간사에 낙원이 어디 있겠나. 감상적으로 살 일이 아니더라.”
농사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돈벌이가 목적이라면 도시를 떠나지 않았겠지. 사업이 괜찮게 돼 가만 있어도 통장에 돈이 늘어나는 상황이었거든. 그런데 인생에는 돈벌이보다 중한 게 있지 않던가? 내 마음이 흘러가는 곳에 살며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이게 좋은 인생이지 않을까. 난 귀농을 통해 한결 나은 삶이 가능할 거라 믿었다.”
귀농보다 귀촌이 이상적이지 않았을까? 텃밭 농사 정도나 하며 태평한 세월을 즐기는 귀촌 말이다. 당신은 독신이다. 7억 자금이면 놀면서 슬슬 까먹어도 평생을 살 수 있을 게 아닌가.
“아하. 특정한 직업 없이 지내는 무위도식은 내 적성에 맞지 않다. 일과 맞부딪쳐 뭔가 보람을 끌어낼 게 없는 생활에 무슨 활기가 있겠나, 무슨 재미가 있겠나.”
비록 고행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지만 농업이 지닌 매력과 흥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더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에겐 피땀 흘려 생산한 사과가 팔리지 않아 숭숭 썰어 소 사료로 주는 식의 환장할 만한 혼선이 잦았다. 그러나 농사는 어디까지나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자유 직종이라는 것, 이상과 자질을 마음껏 실험하고 교정할 수 있는 인생교실이라는 것, 게다가 정년이 없어 무기력한 노년을 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등등, 열홍 씨는 농사가 지닌 긍정적 속성에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
“가령 농산물이 안 팔리더라도 남 탓을 할 게 없다. 모든 게 나의 능력, 기술, 전문성의 여부에 따른 결과물이기 때문이지. 그러고 보면 농사란 가장 자립적인 형태의 직업이다.”
그는 ‘모든 게 나의 문제’라는 걸 자주 자신에게 세뇌하며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자기학습의 효과는 커 그를 좀체 실의에 잠기게 하지 않는다. 농사로 맞닥뜨리는 난관이 이를테면 어떤 외부의 흉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한숨과 낙담에서 신속하게 벗어날 수 있는 힘과 깡을 끌어내는 것 같다. 저 잘난 농업정책의 협찬이나 선한 이웃의 과도한 헌신을 기대하는 따위도 그의 본성에 맞지 않아 남세스럽게 여길 따름이다.
진격에 취한 캐터필러
그런데 열홍 씨가 직면한 넘어야 할 산은 농사만은 아니라는 점을 얘기해야겠다. 그의 콩팥은 좀 서러운 콩팥이다. 기능을 상실한 탓에 그는 1주일에 사흘은 신장 투석을 한다. 월, 수, 금, 3일간은 거의 종일 병원에 누워 혈액을 걸러낸다.
“나이 들면 누구나 한두 가지 질병은 다 가지고 산다. 그저 내 복대로, 내 팔자대로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병원에선 의사에게 맘 편히 투석을 맡기고, 집에선 몸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일에 묻혀 산다.”
동네 이웃들은 당신을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라 칭찬한다.
“무슨 그런 과한 얘기를.(웃음) 남들은 수백 마리의 소도 기르고, 수만 평 규모의 사과밭을 경영하기도 한다. 난 그 반의반도 못 따라가고 있잖은가. 농사일에도 아직 서툴러 사실 그냥 시간만 때우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콩팥에 문제가 생긴 건 언제부터?
“40대 초반에 이상이 왔다. 플라스틱을 다루는 공장을 운영한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래 한동안 일을 놓고 쉬었으나 결국은 신장이식을 받게 되었지.”
공기 좋은 시골에 살며 중한 병을 고친 이들도 있다.
“귀농하자마자 어쩔 수 없이 과도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겹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식받은 콩팥을 달고 산 지 12년 만에 완전히 망가지더군. 투석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내게 형제 하나가 콩팥을 주겠다고 했으나 사양했다. 나 좋다고 형제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시골에 들어와 병을 고친 사례는 나도 좀 알고 있다. 그러나 내 병은 좋아질 병이 아니거든. 계속 끝까지 투석해야 하고 식이요법도 충실해야 한다.”
그런 건강 상태로 열심히 농사를 한다는 게 어디 쉬운가. ‘강철 인간’이라 불러도 무방하겠군.
“난 어릴 때 지금보다 훨씬 지독한 고난을 겪었다. 먹을 게 없어 사나흘씩 굶기를 자주 했고, 심지어 20일간 물만 마시며 견디기도 했지. 아마 그런 경험들이 나를 꽤나 강하게 만들고 독립적인 근성을 길러준 게 아닐까. 난 지금도 알몸으로 어디에 던져져도 밥을 벌어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웃음)”
자신을 완벽하게 통치하는 인간 유형? 열홍 씨는 차돌처럼 야무지다. 불편한 몸 상태에 희한하게도 거의 무심하거나 태연하다. 간혹 표정이 딱딱해지기도 하지만, 그건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사람의 버릇일망정 병세에 상심하는 징후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로, 두통, 요통 등 신장투석에 따르는 불편이 자심할 터이지만, “난 그런 거 몰라!” 하는 투로 유유한 게 아닌가.
그는 신장 투석을 시작하며 유능한 일손 하나를 고용했다. 축사며 과수원을 혼자 건사하기엔 역부족이라 동원한 인력이다. 도시에서 내려온 이 일손은 귀농 지망생으로 향후의 귀농을 위한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셈이다. 열홍 씨로선 신통치 않은 재무구조에 월급이 나가 부담이야 되겠지만 한숨 돌릴 수 있었을 게다. 이렇게 그는 동갑내기 직원과 둘이 5년째 동거하며 일을 한다. 오직 끔벅거리는 눈으로 언어를 발하는 소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사과나무들이 간혹 청원하는 민원을 접수해 해결해준다. 그 와중에 그가 남몰래 해온 일이 또 하나 있다. 과수 농가들에게 쓸모가 많을 그 뭔가 새로운 도구들의 개발에 열을 내왔던 것인데 2017년, 마침내 ‘가지 유인(誘引) 철 클립’을 발명해 특허를 받았다.
“과수 농사에서 가지 유인 작업은 가장 중요한 과정의 하나다. 가지들을 적절히 늘어뜨리거나 구부려줘야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지. 그동안 흔히들 콘크리트로 만든 추(錐)나 플라스틱 물병을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아 유인을 해줬다. 내가 만든 ‘철 클립’은 획기적으로 간소하고 효율적이다. 현재 농가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창의(創意)의 산물이구나.
“도시에서의 오랜 전공이 기계설비였다. 농사를 짓더라도 전공을 살려 만든 장비나 기구를 도입하자는 생각이었지. 내겐 다종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으며 나름 연구를 해왔다. ‘가지 유인 철 클립’은 개발이 실현된 한 가지일 뿐이다.”
‘철 클립’ 매출액은 어느 정도?
“출시 이후 약 3000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제 막 알려지고 있는 과정이라 차후의 매출 상승을 예감한다. 소비자들과 만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특허를 내고 홍보를 하는 등 그간 1억 정도를 투자했지만 충분히 회수가 가능할 거라 본다.”
당신의 귀농 역시 결국은 안정적인 행복을 누리기 위한 방편이겠지?
“소들의 순한 눈망울, 새벽이슬을 매단 사과나무, 눈부신 아침 햇살, 이런 것들이 주는 짜릿한 전율이 행복의 감정일까. 한 사람의 월급을 주고, 나 먹고살 형편은 되고, 이 역시 행복이겠지. 그러나 행복은 순간에 왔다가 순간에 사라진다는 걸 안다. 과욕 없이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싶다. 몸 아픈 사람들에겐 시간이 한결 귀하다. 시간을 선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난 그쯤의 인간이길 바란다.”
비록 시련이 많지만, 지금 살아가는 방식,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열홍 씨는 별 유감이 없다. 아까운 시간을 선용해 현재보다 더 나아가고자 하는 갈증. 이건 뜨거운 목마름이다. 그렇기에 건강상의 한계나 노동의 과중함마저 그는 곧잘 무시하는 것 같다. 진격에 취한 캐터필러처럼.
김열홍 씨가 주는 Tip
•귀농하기 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자. 기술 습득 없이 농업에 나섰다간 십중팔구 실패하기 때문이다. 시골 농가에 일꾼으로 1~2년쯤 취직해 살며 농사를 익힌 뒤 귀농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똑똑한 인재다.
•집부터 먼저 잘 지을 거 없다. 자금을 아껴 써야 살아남는다. 근사한 집을 지었더라도 나중에 팔 일이 생겼을 경우엔 낭패를 볼 수 있다. 좀체 팔리지 않는 게 전원주택이니까.
•깊은 산골의 집성촌으로 귀농하면 텃세에 시달릴 수 있다.
•귀농을 하면 일단 베풀며 어수룩하게 처신하라. 술자리, 회의자리 등에 적극 동참해 사교를 하라. 잘만 사귀면 원주민들이 결국엔 귀농인의 조력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