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집에 있어?"
"응, 오늘 하루 종일 집에 있을 거야."
"지금 엄마 보러 가려고 하는데…."
“왜 무슨 일이 있니?”
난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 주영이한테 휴가 받았어."
식전 댓바람에 받은 아들 전화에 화가 났다. 며느리가 얼마나 잡도리를 했으면 휴가라는 말을 할까. ‘우리 아들 마음대로 나다니지도 못하게 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래 와라” 하고 대답은 했지만 머리가 뒤숭숭했다. 아들은 전화도 잘 안하고 자주 오지도 않는 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두 시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차축이 흔들려 정비소에 들려 집으로 온다는 것이었다. 조금 후 아들은 집으로 오자마자 대뜸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필자가 아빠 가게로 가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하니 맨날 아빠 가게만 가냐면서 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우린 고란사 근처로 가 필자가 좋아하는 월남볶음국수를 먹었다. 아들이 볶음밥을 먹고 난 뒤 요즘 근황을 이야기하니 톡 쏘면서 엄마 이야기 말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란다. “그래 그럼 네 이야기 해봐” 했더니 “엄마 나 요즘 사춘기가 오나봐. 매우 우울하고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월급 타서 적자 메우고 다음 달 또 그렇게 살고…” 한다. 자식 재롱 보며 살고 별 아쉬울 것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한다. “그래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라는 말은 하면 안 될 것 같아 필자는 침묵을 지켰다.
“진우야 엄마도 그랬어. 맨날 슬프고 사람들이 하는 짓이 시시해 보이고 그랬어. 그런데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욕심 때문에 그럴까. 3층짜리 근린주택을 사고 연금을 붓고… 그런 꿈들. 우리도 맨날 그랬지. 그런데 아직도 못 이루고 있잖니. 너무 서두를 것 없어, 살다 보면 이루게 돼. 물론 안 될 수도 있고 인생은 그런 거야. 나는 그 꿈을 낮추고 나서야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원하는 꿈을 이루면 그때 행복할 것 같니? 지금 행복해야 나중에도 행복해. 그건 엄마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
아들은 고약한 상관 때문에 골치가 아픈 듯했다.
“네가 생각하는 가치를 남한테 강요할 이유는 없어. 그냥 웃어. 느긋하게. 그 사람 하는 짓이 이해가 안 돼도 그냥 둬. 그 사람 나름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잘 안 고쳐지는 거란다. 더군다나 너의 인사고과를 담당하는 사람이니까 힘들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어야 하는 군인이니까. 그냥 편하게 마음먹어. 그리고 연금 나올 때까지 군 생활해. 물론 목표를 수정하고 싶으면 수정해도 돼. 그래도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해. 세계를 누비며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살아. 꼭 반듯한 것만 능사라고 생각하지 마. 세상을 사는 왕도는 없어. 너는 엄마의 닮지 않아야 될 부분을 닮았구나.”
오랜만에 만난 모자는 가슴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한 지 이제 5년. 세 식구만 생각하며 살다 보니 답답함이 왔단다.
" 나 이제 엄마 없어도 살거든."
정말 그랬다. 우리는 여벌이었다. 이제 철들었나.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꼭 방문을 하겠단다. 필자는 5년 동안 벼랑에서 새끼를 떨어뜨리는 심정으로 ‘그래 한번 살아봐라’ 하는 마음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혼자라도 오겠단다.
“엄마도 네가 네 가족을 중심으로 살고 있어도, 우리한테 전화 안 하고 잘 오지 않아도 별로 채근하지 않았잖아. 네가 깨닫고 이렇게 오니 반갑다, 아들아.”
아들은 헤어질 때 허그를 하자고 하며 필자를 꼭 안았다.
"건강해야 돼 엄마."
“그래 너도 잘 지내.”
아들하고의 대화 후 마음이 솜털처럼 가벼워졌다. 우리 아들 철들은 거 맞나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선진국, 스웨덴! 그들의 삶에 뭔가 특별한 것은 없을까? 바로 ‘독립’이다. 어린아이, 청년, 노인 할 것 없이 모두 독립적 삶을 추구한다. 스웨덴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50%가 채 안 된다. 많은 청소년이 드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배낭여행을 떠난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는 노인들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는다. 고독이 삶을 힘들게 해도 죽을 때까지 스스로 살아간다. 자식을 위해 평생 고생하거나 연로한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없는 살림을 쪼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나 몰라라 하는 비정한 사회일까? 그런 사회의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할까? 영국 신경제재단(NEF)에서는 매년 세계 140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조사해 발표한다. 2016년 스웨덴의 행복지수는 7.6으로 4위,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6.0으로 40위다. 그 비결은 뭘까? 역시 스웨덴인의 독립적 삶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독립은 서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간섭을 하지 않으니 갈등의 요소가 사라진다. 그러니 행복할 수밖에.
대한민국 액티브 시니어들이 간절히 원하는 삶도 바로 스웨덴식 독립 인생 아닐까! 자녀 부양하느라 나이 들어서까지 허리 휘지 않아도 되고, 자녀 도움 없이도 살아가는 데 걱정이 없는 노후! 스웨덴 사람들이 이런 노후를 살아갈 수 있는 데에는 연금을 필두로 한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 있기 때문이다.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기반이 탄탄해야 함을 뜻한다.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독립적이고 활기찬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자조노력 연금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연금생활플랜(Pension Life Plan, PLP)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액티브 시니어란?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는 연장자를 의미하니 결국 관건은 액티브에 달렸다. 단어의 구체적 의미가 애매모호하거나 헷갈릴 때는 어원을 살펴보면 된다. 온라인 어원사전(Online Etymology Dictionary)에 따르면 액티브의 어원은 라틴어 액티부스(activus)다. 액티부스는 액투스(actus)의 형용사형이니 액투스의 의미를 살펴보면 액티브의 용례를 알 수 있다. 액투스는 행위(a doing), 운전(a driving), 자극(impulse), 활기참(a setting in motion), 역할(a part in a play)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고대에 요즘 같은 자동차는 없었을 테니 운전이 의미하는 바는 말을 타거나 마차를 모는 행위를 뜻할 것이다. 자극은 감각이나 마음에 반응이 일어나도록 어떤 작용을 가하는 것을, 역할은 연극에서 어떤 배역을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원으로부터 알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의 뜻은 우선 행위, 즉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파에 기대거나 누워 TV를 친구삼아 시간을 축내는 정적인 삶이 아니라 적극적인 야외활동은 물론 타인과의 교류를 즐기는 동적 삶이어야 한다. 나이 들어 말을 타거나 마차를 몰려면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육체적 건강은 액티브 시니어의 필수조건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동적 삶을 추구할 수 있고, 나아가 병원비 등 의료비를 대폭 아낄 수 있다. 자극은 정신적 건강함이 필요함을 뜻한다. 육체적으로 건강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쇠약하면 마력이 뛰어난 고급 승용차를 주차장에 파킹해놓고 자랑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할 때 활기찬 삶이 따라올 뿐 아니라, 자연스레 사회적 역할도 주어지기 마련이다. 무대 위의 주연배우는 아닐지라도 극의 재미를 더하는 감초역할 정도는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액티브 시니어란 육체적·정신적 건강함을 기반으로 일정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연장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동안 고생한 인생에 보답하는 데 초점을 맞춘 나 혼자 즐기는 삶은 그것이 아무리 동적이고 활기찬 삶이라 할지라도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삶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필자는 이를 소극적 액티브 시니어라 부르고자 한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자산을 사장시키지 않고 살려가며 어떤 형태로든 사회와 교감을 나누며 의미를 찾는 삶이야말로 전형적인 액티브 시니어의 삶이다. 필자는 이를 적극적 액티브 시니어라 부르고 싶다. 그냥 즐기는 삶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액티브 시니어다.
세 명의 벽돌공이 일을 하고 있다. 길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잠시 쉬면서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가까이 있던 벽돌공이 말한다. “네,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벽돌공은 이렇게 말한다. “네, 저는 벽돌로 집을 짓고 있습니다.” 멀찍이서 일을 하던 벽돌공이 땀을 훔치며 말한다. “저는 지금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의 답이 이렇게 다르다. 나그네가 세 사람의 말을 음미하며 속으로 읊조린다. ‘음, 벽돌을 쌓고 있는 벽돌공은 지금 생업에 종사하고 있음이며, 집을 짓고 있는 벽돌공은 직업에 종사하고 있음이며, 하느님의 성전을 짓고 있는 벽돌공은 천직에 종사하고 있음이로구나!’ 그렇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가치를 낳는다. 같은 시니어라도 여전히 생업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천직을 찾아 의미 있는 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미 생업에서 물러나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니어라면 천직에 한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경제적 기반부터 챙기자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 중국 춘추시대에 환공을 도와 제나라를 패권국으로 만든 관중의 말이다. 한마디로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어야 예절을 차리고 영광스러움과 욕됨을 안다는 뜻이다. “내 코가 석자”라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의미다.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액티브 시니어의 삶은 요원하지 않을까. 테레사 수녀 같은 삶을 일반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일반 서민에게 ‘등 따시고 배부른 삶’은 액티브 시니어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다.
액티브 시니어가 은퇴 후 천직을 찾아 의미 있는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호구지책에 연연하지 않는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시니어들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사회보장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스웨덴처럼 든든하지 못하다. 게다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어느 정도 돈을 모았다 하더라도 과거처럼 이자로 생활하는 금리생활자(rentier)가 될 수 없다. 사회보장과 사적 보장을 상황에 맞게 조합한 연금생활자(pensioner)로 호구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리생활자의 해는 저물고, 연금생활자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수입 상실, 예상치 못한 지출, 질병 리스크 등이다([그림1] 참조). 은퇴 후에도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수입은 필수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지출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생활은 일그러지고 액티브 시니어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질병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질병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질병에 따른 지출도 경계해야 한다. 질병은 우리 몸만 갉아먹는 게 아니라 생활비도 갉아먹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런 위협 요인까지 이겨낼 수 있도록 경제적 기반을 단단하게 마련해야 한다. 필자는 은퇴 후 맞닥뜨리게 되는 경제적 문제를 연금 중심으로 대처하고 액티브 시니어의 삶을 꾸준히 이어가게 해주는 체계적 계획을 연금생활플랜, 이 계획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잘 짜는 것을 ‘PLP(Pension Life Plan) 디자인’이라 부르고자 한다.
‘연금생활플랜’ 어떻게 디자인할까?
‘연금생활플랜’ 디자인의 핵심은 [표1]과 같은 현금흐름표를 만드는 것이다. 먼저 본인과 배우자, 자녀의 나이를 입력하고, 각 연도의 지출항목을 입력한다. 지출은 기본생활비·주거비·교육비·보험료·기타 지출·일시적 지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생활비는 각자가 생각하는 적정 생활비를, 교육비는 자녀 및 본인과 배우자의 교육비를, 보험료는 건강보험료 및 민영보험료 등을, 일시적 지출은 자녀 결혼비용 등을, 기타 지출은 경조사 비용 등을 입력하면 된다. 자녀가 독립했는데 무슨 교육비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액티브 시니어 정의에서 강조한 바 있는 정신적 성장과 삶의 자극을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평생교육을 받다 사귀는 새로운 친구는 삶의 소중한 보너스다.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자산을 리뉴얼해야 한다. 은퇴 후 평생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비용이라기보다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출항목을 입력했으면 이제 수입을 계산해 입력할 차례다. 이 부분은 좀 복잡하다. 우선 각자가 가입해 있는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부터 얼마의 수입이 발생할지 계산해야 한다. 이는 금융감독원의 ‘연금포털’을 이용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된다. 여기에다 기초연금을 더하면 기본적인 연금소득은 파악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 지출을 감당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많은 사람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공사 연금소득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추가적인 근로소득을 만들어내는 것과 주택을 활용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액티브 시니어들은 이 정도만 하면 생활비는 충분히 조달할 수 있지 않을까. 기타 수입에는 만기된 적금액이나 곗돈, 경조사 수입 등을 기록하면 된다.
연금 외의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라면 이 금융자산을 활용해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시납즉시연금이나 월지급식펀드, 월지급식예금 등 연금성 상품을 활용하면 일시금에서 매월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므로 전문가에게 자문해서 도움을 받는게 좋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세제상 불이익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원하지 않는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세목별 내용은 [표2]의 수입상황표에 기록하면 된다.
현금흐름을 만들 때는 두 가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사망할 때까지 일정한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각자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고 추구하는 삶의 행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은퇴생활 초기에 보다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균일한 삶을 원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은퇴 후 삶의 비전을 생각하면서 생애 현금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본인 사망 후 배우자의 여생까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스갯소리로 배우자에 대한 마지막 복수로 본인의 사망과 동시에 현금흐름을 단절시키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역으로 말하면 이는 배우자의 여생에도 현금흐름이 쭉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손성동(孫盛東)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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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한국연금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3년 전에 대기업에서 퇴직하고 서울에 거주 중인 손병수(58세)씨가 재무상담을 의뢰해왔다. 손병수씨가 재무상담을 통해 도움 받고자 하는 내용은 매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현금흐름 확보 방안이다.
1. 현재 상황
손병수씨의 가족으로는 전업주부인 배우자(56세)와 출가한 딸(33세)과 작년에 취업을 하고 회사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아들(29세)이 있다. 퇴직 후 2년 동안 손병수씨는 재직 당시 거래처였던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며 매월 2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다. 하지만 1년 전 두 번째 퇴직을 한 이후 지금까지는 별다른 수입이 없다. 첫 번째 퇴직으로 인해 발생했던 퇴직금은 일시금으로 수령해 딸 결혼자금과 아들 대학등록금으로 대부분 썼기 때문에 퇴직연금은 없는 상태다. 매월 200만원 전후로 소요되는 생활비는 1년 전부터는 실업급여와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충당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아들 결혼자금으로 1억원 정도의 지원을 예상하고 있다.
2. 재무진단
3. 제안
손병수씨가 의뢰한 매월 200만원 전후의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5층 연금체계를 활용해야 한다. 5층 연금체계는 다음과 같다.
국민연금 1958년생인 손병수씨의 완전노령연금 수급가능연령은 4년 뒤인 62세부터다. 연금액은 현재 가치로 매월 110만원 정도 예상된다. 손병수씨는 조기노령연금수급이 가능한 상태이지만 여유자금이 있기 때문에 완전노령연금에 비해 12%까지 연금수령액이 삭감되는 조기노령연금을 미리 받은 받을 필요는 없다.
퇴직연금 손병수씨는 퇴직연금이 없다.
개인연금 현재 가입 중인 개인연금도 없다. 정기예금 중 1억원을 배우자 명의로 하여 일시납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손병수씨의 부인은 본인 명의의 국민연금이 없다. 남편인 손병수씨가 사망한 후에는 유족연금 명목으로 손병수씨 명의로 받던 노령연금액의 60%를 수령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의료비가 생활비가 될 정도로 의료비 지출이 많아진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약 12년 정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손범수씨가 부인을 피보험자로 한 연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일시납연금보험을 가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입 즉시 연금을 실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금지급 시기를 충분히 여유 있게 설정해두고 그 이전에 자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다시 찾아갈 수 있다. 현재 56세 여성이 1억원의 연금보험에 가입해 10년 뒤인 66세부터 연금을 개시한다면 매월 60만원 정도의 연금수령을 기대할 수 있다. 단 연금이 개시된 후 피보험자가 사망하게 되면 최초 가입금액에서 사망할 때까지 지급한 연금총액을 차감한 금액만 상속인에게 지급하는 조건이다.
주택연금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나 그 배우자가 만 60세 이상일 때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손병수씨는 만 58세이기 때문에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2017년 기준으로 7억원의 주택을 종신연금 수령조건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60세 기준으로 매월 146만원 정도의 금액이 지급된다.
손병수씨 부부는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2년 후까지 현재 거주 주택을 보증금 1억원에 매월 120만원의 월세를 받는 조건으로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전세 보증금 1억원과 현금 1억원을 합해 집의 규모를 줄여 서울 외곽 지역에 2년간 전세를 임차해서 살기로 했다.
직업 중장년층이 퇴직 후에 입맛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다. 눈높이를 낮춰야 할 수 있는 일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명함이 나를 설명하던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손병수씨는 우선 자신의 경력을 살려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는 사회공헌 일자리 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서 매월 30만원 정도의 소득을 기대한다. 동시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요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남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4. 실행
퇴직한 지 3년이 지난 손병수씨는 최근에 와서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손병수씨는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는 정부지원사업 중심의 일자리와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매월 100만원의 근로소득을 목표로 일하기로 했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나오는 시기에서 부인 명의의 개인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까지는 근로시간을 줄여 매월 50만원 정도의 수입을 목표로 일을 하기로 계획을 짰다.
5070 액티브 시니어들은 앞으로 그동안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삶의 중심은 일에서 여가로, 직장에서 가정으로, 성장에서 관리로 변한다. 이에 따라 재산을 관리하는 재무설계 방식도 바꿔야 한다. 은퇴의 시작은 여행 가방을 준비하듯 꼼꼼히 챙겨야 즐겁고 안전하다. 은퇴재무 전문가 3인의 ‘믿고 맡기는 평안한 노후의 길’을 함께 떠나보자.
소득흐름이란?
“돈이 없는 사람은 이빨 빠진 늑대다.” 프랑스 속담이다. 이빨 빠진 늑대 앞에 놓인 현실은 굶주림과 죽음뿐이다. 일부일처제와 무리생활을 하는 늑대는 이동할 때 늙거나 병든 늑대를 앞세우고, 제일 뒤에는 가장 강한 늑대가 선다. 낙오와 적의 후면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늑대도 이빨이 빠지면 어쩔 도리가 없다. 사람은 이빨이 빠지면 틀니나 임플란트를 심는다. 대체 이빨이 없더라도 미음과 영양제 등을 통해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할 수는 있다. 늑대와 사람의 차이다.
이빨은 멀쩡한데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떨까? 이빨 빠진 늑대처럼 며칠 만에 굶어죽지는 않더라도 굶주림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경제활동이 힘든 노후에 돈이 없으면 “늙음은 그 자체로도, 또 다른 사람에게도 짐”이라는 에라스무스의 불길한 예언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액티브 시니어라면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맘에 들진 않더라도 오복의 하나라는 이빨보다 돈이 더 낫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경제활동이 힘든 노후에 어떻게 돈을 마련하느냐다. 짐이 되지 않으려면 그동안 쌓아놓은 돈, 즉 자산에서 돈을 만들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소득(income)이라 부른다. 쉽게 말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현금(cash)이다. 소득흐름과 현금흐름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흐름(stream)’이란 로또 당첨금 같은 거액의 일시적 소득이나 현금이 아니라 꾸준한 소득이나 현금을 뜻한다. 즉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현금흐름이 쭉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종류의 소득
그동안 쌓아온 돈, 즉 자산에서 안정적인 소득흐름을 만들어내려면 먼저 소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노후생활을 뒷받침하는 소득에는 근로소득·연금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임대소득·저작권료·목돈에서 일정액을 찾아 소득화하는 방법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근로소득·연금소득·이자소득·임대소득·목돈의 소득화 방법 등은 매달 일정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반면에 배당소득과 저작권료는 분기 또는 연단위로 소득이 발생한다. 노후에도 매달 생활이 이어짐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 좋지만 분기 또는 연단위로 발생하는 소득도 아주 소중하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료는 적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액티브 시니어에게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액티브 시니어의 다양한 경험들을 책으로 묶어내면 소중한 경험자산이 사회적으로 사장되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 좋게 대박을 치면 금전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액티브 시니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또 하나 되짚어봐야 할 것은 소득흐름의 기간이다. 인간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싫든 좋든 삶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소득 역시 지속적으로 쭉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본인이 사망할 때까지 생활비가 나오는 종신연금과 사후 50년까지 보호되는 저작권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특출한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저자 저작권료 시효가 극히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금소득의 가치는 특별함을 더한다. 나머지 근로소득·이자소득·배당소득·임대소득·목돈의 소득화 방법 등은 해당 소득을 발생시키는 원천이 사라지면 당사자가 사망하기 전이라도 소멸되고 만다. 그렇다고 이들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노후의 삶에도 다양한 이벤트가 있고, 그중에는 돈의 지출을 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교적 풍부하고 비중이 절대적인 근로소득을 가지고 있는 현역 시절과 달리 그런 소득이 없는 노후에 다양한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득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연금소득이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노후에 연금소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모든 자산을 연금화해버리면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른바 유동성 문제에 직면해 자칫하다간 흑자도산하는 기업처럼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각 소득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표1] 참조).
안정적 소득흐름 창출하는 방법
노후에 안정적 소득흐름을 창출하고자 할 때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자산 규모와 연금소득의 수준이다. 이상적인 소득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싶어도 그럴 만한 자산이 없는 사람은 일정액 이상의 연금소득 확보에 초점을 둬야 한다. 최저생계비 정도는 연금소득으로 확보해야 한다. 생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인 최저생계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 구도자가 아닌 한 생계비 걱정에 액티브 시니어로서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는 중위소득의 60%로 산출되는데 2017년의 경우 1인 가구는 99만1759원, 2인 가구는 168만8669원이다.
올해 62세인 A씨는 5년 전 은퇴해 2세 연하의 부인과 함께 나름 행복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출가한 두 자녀가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정도로 기반을 잡고 있어 자식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도 걱정이 있으니, 바로 연금이다. 그의 연금소득은 올해부터 받는 90만원 정도의 국민연금이 전부다. 그동안의 생활비는 57세 은퇴할 때 받은 3억원 정도의 퇴직급여를 은행에 넣어두고 빼내 쓰는 ‘목돈의 소득화’ 방법으로 조달했다. 매달 200만원을 사용한 결과 3억원이던 퇴직급여는 5년 만에 1억8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부터는 국민연금 90만원을 제외한 110만원을 퇴직급여에서 빼 쓰고 있다. 이런 추세로 계속 갈 경우 A씨의 퇴직급여는 정확히 13.6년 만에 고갈되고 만다. A씨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A씨에게 탈출구는 없을까? A씨의 국민연금은 2인 가구 최저생계비보다 약 80만원이 부족하고, 본인들의 생활비보다는 110만원이 모자란다. 서울에서 시가 7억원 정도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상담 끝에 주택연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부인의 나이(60세) 기준으로 7억원 아파트로 주택연금(종신지급, 정액형)에 가입하면 매월 약 147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최저생계비는 물론 본인들의 생활비보다 많은 연금소득이 만들어진다. A씨는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합친 연금 총액 중 본인의 생활비를 초과하는 금액(37만원)을 저축하기로 했다. 10만원은 3년 뒤 해외여행을 목표로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새마을금고 적금에 들고, 나머지 27만원은 비상자금 용도로 증권사 CMA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자금 담당)을 활용하기 위해 책 쓰기 강좌를 신청했다.
한편 강사와 학원사업 등으로 50억대 자산가 반열에 오른 B씨(65세)는 5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하지 않은 성인 자녀(30세) 한 명과 20억 정도의 빌라에서 생활비 걱정 없는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의 수입원은 국민연금 55만원, 이자수입 120만원, 20억대 상가 임대료 약 1000만원이다. 10억은 예금에 넣어두고 있다.
이런 그에게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지만 B씨는 요즘 큰 고민에 빠져 있다. 경기 탓인지 임대료 수금이 잘 안 되고, 얼마 전부터 여자 친구가 생긴 아들이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B씨는 아들 결혼자금으로 5억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B씨의 월 생활비는 약 1000만원이다. 임대료가 제때 걷히지 않는 달에는 적자를 보기도 한다. 앞으로 월 생활비를 20% 정도 줄일 생각인 B씨는 최소한 생활비 정도는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임대료 수금이 원활하지 못한 상가는 이번 기회에 처분할 계획이고, 거주하는 빌라는 나중에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B씨는 향후 월 생활비 800만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싶어 한다. 국민연금과 이자수입은 120만원 정도로 줄어들 것이므로 약 680만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B씨는 둘째 아들 결혼자금 5억원을 제한 나머지 5억원은 비상자금으로 유지하되 수익성과 유동성을 고려해 예금과 펀드 등에 분산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상가가 처분되면 그 돈의 반을 투자해 소형 아파트 몇 채를 구매해 임대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머지 반인 10억원은 즉시연금과 월지급식펀드를 활용해 소득흐름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기로 계획을 짰다. 이렇게 하면 B씨의 소득원은 아파트 월세, 국민연금, 즉시연금, 월지급식펀드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안정성·수익성·유동성을 함께 노릴 수 있게 된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허락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이 ‘여행’이라고 답한다. 여행은 일상과 다른 새로운 시간으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좋은 기회다. 평소와 다른 일을 준비하다 보면 사소하든 중요하든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데, 이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체크리스트다. 은퇴도 일종의 여행이다. 그것도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그 끝을 알기 힘든 긴 여행이다. 그만큼 은퇴 여행에서는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돈과 관련해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알아보자.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
◇ 은퇴대비자산의 충분성
가장 기본적인 은퇴대비자산은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이다. 이들 연금으로 은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면 다른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으로 은퇴생활비를 보충해야 한다. 소유 주택이 있다면 주택연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 외의 부동산이 있다면 임대소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해야 한다면 매각시기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매각을 서두르다 보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매도시기를 결정하려면 시기별로 필요한 은퇴생활비와 준비된 자금의 차액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하는 금융소비자정보포털(fine.fss.or.kr)인 ‘파인’에 접속하면 본인이 가입 중인 금융상품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파인’의 서비스 중 연금저축어드바이저(advisor.fss.or.kr)를 활용하면 희망하는 연금액과 현재 준비된 연금액의 차액을 직접 계산해볼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연금액을 준비하는 데 활용할 만한 연금상품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연금저축어드바이저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 미리 회원으로 가입해두면 좋다. 통합연금포털은 ‘파인’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 향후 소득창출 능력
과거에는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보장만 제대로 준비해도 큰 어려움 없이 노후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고령화 사회의 본격화로 3층 보장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준비한 자금이 필요 은퇴자금보다 적다면 추가로 소득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에도 소득창출과 관련한 본인의 능력을 점검하고 실행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 소비습관
수입이 중단된 상태에서 소비는 가계경제의 우량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이성은 소비통제를 외치지만 습관에 젖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갑작스런 소비통제는 특히 배우자와의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적·외적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비통제와 관련한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 ‘예산(budget)’을 활용하면 좋다. 예산을 세우고 주기적으로 체크하면 소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부채관리 능력
과도한 부채를 안고 은퇴를 하면 가계경제는 큰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용대출은 은퇴 직후 대출이 중단되거나 대출금리가 높아진다. 부채청산은 은퇴 이전에 꼭 달성해야 할 것 중 하나다. 부동산 같은 투자자산의 구입으로 생긴 부채라도 가격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예상수익과 대출이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과감하게 매각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현재 가입 중인 보험 점검
은퇴 후 생활비는 의료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후에는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크다. 이에 대비해 별도의 자금을 준비해도 좋지만 보험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과거에 가입한 보험이 있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가입한 보험의 보험기간이 만료되었거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입 중인 보험들의 보장금액과 보장기간을 검토해보고 필요하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보강해야 한다. 금융소비자정보포털(fine.fss.or.kr)인 ‘파인’에 접속해 ‘내보험다보여’를 클릭하면 보험가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단 2006년 이전에 가입한 보험상품 정보는 가입한 보험사의 콜센터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
◇ 기타 체크해야 할 사항들
① 현금흐름의 갑작스런 중단에 대비한 비상예비자금(손해를 보지 않고 바로 찾아 쓸 수 있는 현금 및 현금등가물)
② 기부나 자선 등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필요한 자금
③ 자산의 양도 및 임대, 기타 사업 등으로 인해 발생할 소득세나 자산의 증여 및 상속에 대비한 증여세와 상속세
④ 아직 은퇴 전이라면 은퇴대비저축이나 투자금액 등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ssdks@naver.com
A(65세)씨는 요즘 원치 않는 혼족 생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구들 모임에 열심히 나갔으나 지금은 발길을 뚝 끊은 상태다. 한때 동기회 회장까지 맡았던 그는 몇 년 동안 일체 연락도 하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즐겁지만 식사비와 가벼운 음주 비용마저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TV뿐이다. 그는 지금 강남의 10억 정도 하는 아파트에서 소파를 침대 삼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TV를 보고 있다. 밖에 나간 아내가 빨리 들어오지 않아 분을 삭이면서.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하다 55세에 퇴직한 A씨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아내와 함께 고품격 해외여행은 물론 뮤지컬 관람 등 문화생활을 즐겼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로서 그동안 고생한 보람을 맘껏 누렸던 것이다. 그러나 고가의 아파트도 있으니 어찌 되겠지 하는 맘으로 5년을 즐기는 동안 어느새 저축해놓은 돈이 동나버리고 말았다. 그 허전함과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정했던 아내와의 사이는 벌어지기 시작했고 A씨는 집 안에 틀어박혀서, 아내는 밖으로 나도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A씨가 다시 액티브 시니어로서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택연금 가입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나?
A씨가 가택연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주택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10년 동안 일을 쉰 65세의 은퇴자에게 재취업의 길은 멀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9억원 이하의 아파트로 이사하면 1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A씨가 9억원짜리 아파트로 이사한 뒤 바로 주택연금 신청을 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주택연금 월 수령액은 신청 당시의 연령과 주택가격, 지급방식, 보증료 크기 등에 따라 다르다. 만일 A씨가 매월 일정한 금액을 종신지급받는 조건으로 가입할 경우 월 227만4000원 정도를 받게 된다([표 1] 참조). 현재 A씨는 국민연금으로부터 매월 약 70만원을 받고 있으므로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합치면 30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생활비를 250만원 정도로 낮추면 7억짜리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고, 200만원까지 낮추면 5억짜리 아파트로 이사할 수도 있다. 월 생활비를 250만원으로 낮추면 3억 정도의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200만원으로 줄이면 5억원의 여유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액티브 시니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주택연금 신청자 얼마나 되나?
주택연금은 2007년 7월에 도입된 이후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누적 가입자 수는 2012년 말 1만1393명에서 2016년 말에는 3만4444명으로 증가했다. 매년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신규 가입자 수는 2012~2015년 5000~6000명 선에서 2016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그림 1] 참조). 2016년 신규 가입자 수(1만309명)는 2015년보다 58.9%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지난해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내집연금’ 3종 세트 출시와 가입요건 완화 덕분이다. 주택연금이 고령층의 주요 노후준비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편 2007년 7월 주택연금 출시 이후 2016년까지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1.9세, 평균 주택가격은 2억8300만원, 월 평균 수령액은 9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84.0%로 가장 많았고, 주택 규모는 85㎡(약 25.8평) 이하가 78.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집연금’ 3종 세트란?
‘내집연금’ 3종 세트는 2016년 4월 25일 출시된 상품으로 다음 3개의 주택연금을 묶었다. ① 일시인출 한도를 70%로 늘여 만 60세 이상 고령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게 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② 40~50대가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다가 향후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때 최대 연 0.3%p의 전환장려금을 지급하는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 ③ 1억5000만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월 지급금을 최대 15% 더 많이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
첫째,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명이 만 60세 이상이고 부부 기준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 또는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는 보유주택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이면 가입할 수 있다. 합산 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는 3년 이내에 비거주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 가능하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는 주택가격의 1.0%를 가입비 형태로 초기보증료를 납부해야 하며, 매년 연금지급 총액의 1.0%를 연보증료를 납부해야 한다. 보증료는 월 지급금 보장 및 미래손실 충당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된다. 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에서 자동 공제되므로 직접 납부할 필요는 없다.
연금지급 한도의 70%까지 일시에 인출해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활용할 수 있다. 일시 인출한도 금액은 주택가격과 연령에 따라 다르므로 주택금융공사에 문의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만일 인출한도 전액을 사용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 전부를 상환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서울보증보험의 내집연금연계신용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부부 모두 사망하거나 주택소유권을 상실했을 경우, 그리고 1년 이상 거주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택연금이 종료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종료 시점에 주택가격이 연금수령 총액보다 많을 경우에는 남는 부분이 자녀에게 상속되므로 주택연금 가입 후 주택가격이 오르면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연금수령 총액이 주택가격보다 많으면 부족분에 대한 청구는 하지 않으므로 혹시라도 자녀에게 빚으로 떠넘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필요도 없다.
둘째, 주택연금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은 40~50대 중·장년층이 주택연금 가입을 미리 약속할 경우 이자 혜택을 주는 연금상품을 말한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장기 주택담보대출로 보금자리론을 빌려 집을 살 때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약속하면 연금전환 시점까지는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다가 전환 시점이 되면 빚을 일시에 상환한 뒤 남는 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만 40세 이상이고 무주택자 또는 부부 기준 9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일 경우 이용할 수 있으며, 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60세가 된 후 희망하는 시기에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택연금 전환가능 여부는 전환신청 당시의 주택연금 가입요건에 따라 결정된다. 만일 전환신청을 했는데 가입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주택연금 가입이 거절될 수 있다.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 연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의 0.75%다. 주택연금 종료 사유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과 동일하다.
이 주택연금은 금리를 0.15%p 우대해준다. 또 은행에서 만기 일시상환식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받은 사람이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면서 주택연금 가입을 약정하면 추가로 0.15%p를 우대받아 총 0.3%p의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대이자는 60세 연금 전환 시점에 전환 장려금으로 일시에 받을 수 있다. 가령 만기 일시상환식 변동금리부 은행 대출을 가진 45세 B씨(3억원 주택 소유)가 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고 주택연금 가입을 예약하면 주택연금으로 전환되는 60세에 296만원을 받는다. 사전예약 보금자리론에 가입한 뒤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조기상환 수수료는 면제된다. 단 주택연금 전환 이후 해지할 경우에는 면제된 조기상환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셋째, 우대형 주택연금은 부부 기준 1.5억원 이하의 1주택 보유 고령자의 노후생활비 지원을 위한 연금상품으로 일반 주택연금보다 월 지급금이 8~15% 정도 많다. 대출한도의 45% 이내에서 필요에 따라 수시인출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상품의 장점 중 하나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대출한도 45%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자기자금으로 초과하는 금액을 상환한 뒤 우대형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자기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상품의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5%, 연보증료는 연금지급 총액의 0.75%다. 주택연금 종료 사유는 앞의 두 상품과 동일하다.
주택연금 가입 방법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상담→가입신청→주택연금 약정 및 실행’이라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상담은 콜센터(1688-8114)를 이용할 수 있고, 가까운 주택금융공사 지사나 은행 지점을 방문해 받을 수도 있다. 방문상담을 할 경우에는 예약상담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예약을 하지 않고 그냥 방문하면 오래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예약상담은 홈페이지(www.hf.go.kr)나 콜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가입신청 단계에서는 필요서류 제출 및 주택연금 보증신청이 진행된다. 필요 서류는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2부, 주민등록초본 1부, 전입세대열람표 1부, 가족관계증명서 1부, 인감증명서 2부 등이다. 가입신청을 하기 전에 거래할 은행을 정하고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있는 은행에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조기상환 수수료가 면제된다. 주택연금 약정 및 실행 단계는 주택금융공사에서 은행으로 보증서를 발급한 뒤 고객이 거래은행을 방문해 주택연금 약정을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연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주택연금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주택연금은 노후준비가 부족한 고령자들이 노후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연금을 수령하다 중도에 해지하면 초기보증 수수료를 날리게 되므로 배우자와 자녀 등 주택의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눈 뒤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7년 7월 주택연금 도입 이후부터 2016년 말까지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중도에 해지한 사람은 총가입자(3만9429명)의 12.6%인 4985명이나 된다.
주택 소유자가 사망한 뒤 배우자가 계속 연금을 받으려면 배우자가 채무를 인수해야 한다. 배우자가 채무인수 및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할 때까지 주택연금이 일시적으로 정지되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때 사전에 채무를 넘겨받는다는 약정, 즉 사전채무인수약정을 맺으면 주택 소유자 사망시 추가 약정을 맺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소유자 사망 후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주택연금 이용 중 이사를 할 경우에는 담보주택을 변경해야 주택연금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단, 이사하려는 주택가격(평가액)에 따라 월 지급금이 달라지거나 정산을 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주택금융공사에 문의해보는 게 좋다.
>>손성동(孫盛東)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한국연금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ssdks@naver.com
“성동아, 니 연금 전문가니까 잘 알겠네. 내가 지금까지 국민연금하고 퇴직연금, 개인연금 들어놨는데. 이 정도면 노후준비 충분할까?” 필자가 친구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다. 그럼 필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언제 가입했는데?” “몰라.” “월 납입금은 얼만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아노.” 이렇게 나오면 답이 없다.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고 월 얼마를 납입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노후준비가 충분한지 아닌지 어찌 알 수 있나. 아마도 이 친구는 내가 아주 용한 점쟁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많은 친구들이 이렇다. 가입은 한 것 같은데 가장 기본적인 내용조차 모른다. 머릿속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도 없으니 필자로서는 조언을 해줄 도리가 없다. 아마 이런 친구들은 자신이 연금에 가입돼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가입했더라도 무슨 연금인지 모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연금이 노후준비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됐다. ‘연금이 효자’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지원은커녕 돈 빼갈 궁리만 하는 자식에 비하면,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주니 이보다 더한 효자도 없을 것이다. 연금으로부터 제대로 된 효도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연금을 잘 가꿔야 하고, 연금이 내게 줄 수 있는 효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연금으로부터 내가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받아낼지 아는 것이 쉽지 않다. 제도는 복잡하고, 계산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통합연금포털이 있기 때문이다.
통합연금포털이 뭐예요?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은 100세 시대를 대비해 국민들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자신이 가입한 공적·사적 연금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금융감독원에서 운영한다. 2013년 12월에 첫 삽을 뜬 통합연금포털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사학연금 등을 한곳에서 조회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했다. 2016년 12월 27일부터는 주택연금까지 조회할 수 있으며, 2017년 중에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조회할 수준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자신의 노후 예상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체계적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앞서 소개한 필자 친구처럼 자신이 어떤 연금에 어느 정도 가입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대략 난감이다. 통합연금포털은 자신이 가입한 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문의해야만 정보를 알 수 있었던 기존의 답답한 현실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스마트하게 환골탈태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내 연금을 확인하기 위해 발품은 그만 팔고 스마트하게 알아보자.
통합연금포털은 어떻게 이용하나요?
통합연금포털에 접속하면 [그림1]과 같은 화면이 나온다. 이 포털을 이용하려면 먼저 메인 화면 오른쪽 상단의 ‘회원가입’을 클릭해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회원가입을 번거로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통합연금포털 회원가입은 매우 간단하다. ‘서비스 신청 및 이용 동의’와 ‘개인정보 입력’만 하면 끝이다. 먼저 회원가입을 클릭하면 ‘금융감독원에 본인의 연금정보 통합조회 서비스를 신청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신청’을 클릭하면 ‘이용 동의’로 넘어간다. ‘모든 사항에 대하여 동의(요구)합니다’에 체크하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뒤 인증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보통 다른 웹사이트들은 많은 경우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데 통합연금포털에서는 공인인증서와 함께 휴대폰 인증을 허용하고 있어 편리하다. 필자는 휴대폰 인증을 통해 가입했다.
휴대폰 인증이 끝나면 개인정보 입력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여기저기 다양한 홈페이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지고 있다 보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고, 특히 요즘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할 때 알파벳과 숫자, 특수문자의 조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외우기가 더욱 어렵다. 이런 점을 감안했는지 통합연금포털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저장기능을 가지고 있다. 저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찾기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한 뒤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몇 가지 개인정보만 입력하면 회원가입은 끝이다. 이렇게 처음 서비스를 신청하면 나의 연금정보를 조회하는 데 3일(영업일 기준) 걸린다. 이후부터는 매월 말 기준으로 연금정보가 업데이트되므로 즉시 조회할 수 있다.
나의 연금정보조회 신청을 하고 3영업일이 지난 후 통합연금포털에 접속해 로그인을 하고 [그림2]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상단 중앙에 있는 ‘내 연금조회’를 클릭하면 내가 가입돼 있는 연금의 종류와 예상연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연금조회’ 화면에서 ‘예시연금액’을 클릭하면 [그림3]처럼 표와 그래프로, 몇 세부터 수령할 수 있고 연금액은 얼마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냥 클릭만 하면 된다. 너무 편리하다. 이렇게 쉽게 내 연금을 조회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꼭 해보시라.
내가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노후 재무설계’를 클릭하면 [그림4]와 같은 화면이 뜬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설문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개인 및 부부 기준 최저·적정 노후생활비가 나온다. 이 금액과 내 연금 예상수령액을 비교해보면 나의 노후준비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부족하다고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다. 노후생활비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원하는 노후생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는 어디까지나 설문조사에 바탕을 둔 평균일 뿐이다. 자신의 노후생활 비전을 구체화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토대로 노후생활비를 재산정해볼 것을 권한다. 이때는 반드시 부부가 함께 논의하는 것이 좋다.
만약 부족하다 싶으면 아직 가입하지 않은 연금이 있는지 확인해보거나, 그 부족분을 보충하는 데 필요한 추가 납입액을 산출해볼 수도 있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대표적인 연금은 주택연금일 것이다. 자가 소유의 주택이 있는 분이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여기에다 국민연금을 합치면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어느 정도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 추가 납입액을 활용할 수 있는 연금에는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 등이 있다. 내 연금정보뿐만 아니라 가족의 연금 정보와 본인 소유의 자산 정보까지 추가하면 보다 정확한 납입액을 산출할 수 있고, 각종 연금 관련 정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니 자신의 노후준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이용하시기를 강력 추천한다.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는?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사적연금과 국민연금의 차이가 조금 있다. 사적연금의 경우는 가입회사, 상품유형, 상품명, 가입일, 납입보험료, 총납입액, 적립금, 납입종료(예정)일, 납입상태, 예시연금액, 연금개시(예정)일, 연금지급종료(예정)일 등 총 12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적연금 가입자 중 많은 사람들이 가입 회사는 알아도 자신이 가입한 상품 유형이나 이름, 납입보험료, 지금까지 납입한 총금액, 납입종료(예정)일, 연금지급종료(예정)일 등은 거의 잘 모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통합연금포털은 ‘나의 연금이력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국민연금에서는 현재 가입상태, 납부한 연금보험료, 예상 총납부보험료, 가입월수, 예상 총가입월수, 연금 기수급 여부, 예상연금월액(현재가치·최저·평균·최고), 연금개시(예정)연월 등 총 8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상 총납부보험료와 예상 총가입월수는 지금부터 60세가 되는 시점까지 납입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보험료 총액과 가입월수를 말한다.
통합연금포털의 장점은?
첫째,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87개 금융회사 연금 정보를 ‘통합연금포털’에 집적해놓았기 때문이다. 이외 여러 계약사항을 통일된 기준으로 조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품 간 비교를 해볼 수도 있다.
둘째, 체계적인 노후준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에 비해 내가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연금액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각 연금의 연령별 예시연금액,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추정 납입액을 기초로 노후준비를 보완하면 된다.
셋째, 수령하지 않은 연금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 연금저축에 가입했는데 이사를 하거나 전화번호가 바뀐 경우에는 금융회사로부터 연금 개시일 도래 사실을 통지받지 못한다. 이때 통합연금포털을 활용하면 연금종류별로 정확한 연금수령 날짜를 알 수 있다. 만약 지급받지 못한 연금이 있다면 신청한 뒤 받으면 된다.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할 때 유의할 점은?
첫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정보는 가입과 동시에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내 연금 정보를 조회하는 데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어 최소 3영업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적연금 정보가 한 번 집적된 뒤부터는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연금 정보는 로그인과 동시에 조회가 가능하다.
둘째, 국민연금의 예상연금액은 만 59세까지 가입한 경우를 가정하고 여기에다 소득 및 물가변동률 등을 감안해 산정한 추정금액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는 뜻이다. 앞으로의 가입 이력이나 소득, 물가 등에 따라 실제로 받게 되는 금액은 예상연금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사적연금의 예시연금액 역시 금융회사 등이 자체적으로 계산한 금액으로, 이 금액은 향후 본인의 연금납입 여부, 실제 수익률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금펀드의 경우 직전 3년간 납입한 연평균 납입액을 계속 납입한다는 가정하에 금융회사에서 예상연금액을 산출하는데, 납입액이 예상과 달라지면 당연히 받는 연금액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셋째, 본인이 입력한 연금 정보를 기초로 산출되는 것이므로 향후 연금납입 여부 및 규모, 개인의 경제환경 변화 및 세금 등은 고려되지 않은 금액임을 알아야 한다. 만일 본인의 연금 정보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통합연금포털 홈페이지 내의 ‘연금정보 오류신고’ 또는 각 기관의 콜센터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실제로 포털서비스 초기에는 신상품이나 최근 가입상품 정보가 누락되는 오류가 있었다고 하니 참고하면 된다.
>>손성동(孫盛東)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한국연금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어느 60대 여성들의 대화
어느 화창한 주말 오후! 어린이 놀이터를 빙 둘러싸고 있는 벤치에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이 앉아 있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할머니의 존재를 잊은 듯 신나게 노느라 여념이 없었고, 할머니 두 분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잠시 손주들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 우연히 그 옆에서 할머니들과 아이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정쩡하게 서 있던 필자는 어느 순간 벤치 쪽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시선을 고정했다. 남 이야기를 엿들은 것 같아 조금 민망하지만 직업병 탓으로 돌리며 그 내용을 여기에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할머니 한 분이 많은 돈은 아니지만 곗돈을 탄 모양이었다. 그 곗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서로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요즘은 은행에 넣어둬도 이자가 얼마 붙지 않아 재미도 없는데, 곗돈을 어디에 쓸 거유?”
“연금에 가입해 매달 연금으로 받으려고 해요.”
“연금으로 받으면 몇 푼 되지도 않을 텐데, 차라리 여행을 다녀오거나 며느리에게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도 매달 받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데…. 그리고 이제 우리 노후는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 시대잖우.”
이 말을 들은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과 감정의 줄타기 게임
위의 대화는 오늘날 60대의 고민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돈이 좀 생기면 고민도 생긴다. 자식을 위해 써야 할지, 아니면 이기적으로 보이더라도 자신을 위해 써야 할지, 자신을 위해 쓴다면 어떻게 쓰는 게 과연 좋을지 판단이 잘 안 선다. 노후를 위해 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을까? 이성은 연금에 가입하라고 권하는데, 감정은 자식을 위해 쓰라고 부추긴다. 이성과 감정의 줄타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감정의 힘에 굴복하고 만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 나오는 여성처럼 꿋꿋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그 결과는 어떨까? 감정적으로 내린 판단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지혜로운 판단이었음을 곧 알게 된다.
2001년, 미국의 저명한 두 교수가 2001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 중 2150년까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두고 내기를 걸었다. 미국 앨라배마 버밍햄대학교 오스태드 교수는 메트포르민과 라파마이신 등이 인간의 수명을 상당히 늘려줄 것이라며 생존 쪽에 내기를 걸었고, 시카고대학교의 올생스키 교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걸림돌로 작용해 아무리 오래 살아도 115세밖에 못 살 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1년에 각각 150달러씩 내어 300달러를 펀드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2016년까지 연평균 9.5%의 높은 수익률을 보여 300달러가 1275달러로 늘어났다. 2016년 이들은 각각 300달러씩 또 내어 600달러를 이 펀드에 추가로 넣었다. 이 펀드가 2150년까지 연평균 9.5%의 수익률을 실현하면 2150년에는 약 2억 달러가 된다. 이 돈은 내기에서 이긴 사람의 유족이 다 가져가기로 했다. 지금의 60대가 150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없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명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연금을 선택한 이성의 판단은 옳은 것이다.
60대 연금술의 핵심과 전략
60대 연금술의 핵심은 어떤 연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에 있다. 가진 돈을 모두 연금으로 전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여기에 60대 연금술의 전략이 있다. 모든 자산을 연금화한 뒤 매달 받는 연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하면 대응할 수 없다. 연금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나오겠지만, 당장의 큰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빚을 얻게 된다면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는 쪼들린 생활을 해야 함을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후지타 다카노리의 저서 는 연금으로 일상적인 생활은 그럭저럭 유지하더라도 여윳돈이 없는 상황에서 질병 등 추가로 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곧바로 하류노인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현금이 흘러넘치는데도 경제 주체들이 돈을 움켜쥐고 풀지 않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마치 경제가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유동성 함정’이라 한다. 은퇴자의 경우도 연금이 쉼 없이 나오는데도 일시적 지출에 대응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를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이라고 하자. 은퇴자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결국 60대 연금술의 핵심은 연금화와 유동성의 적절한 조화라 할 수 있다.
정상연금이냐? 연기연금이냐?
60대가 연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국민연금의 수령시기를 법에서 정한 시점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뒤로 미룰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다. 2017년에 만 60세가 되는 1957년생은 만 62세가 되어야 국민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민연금은 정상 수령 연령부터 받는 것이 기본이지만 최대 5년간 앞당겨 받을 수도, 늦춰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앞당겨 받는 것을 조기연금, 늦춰 받는 것을 연기연금이라고 한다. 조기연금을 신청하면 정상연금보다 일찍 수령하므로 1년당 6%씩 수령액이 낮아지며,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1년당 7.2%씩 수령액이 늘어난다.
1957년생이 62세에 연금을 신청할 경우 연간 1200만원(월 100만원)을 받는다고 해보자. 이 사람이 연금 수령을 5년 늦게 신청할 경우와 5년 빨리 신청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5년 늦게 신청할 경우에는 1년당 7.2%씩 급여액이 올라가므로 첫해 연금액은 36% 증가한다. 반면에 5년 빨리 신청할 경우에는 1년당 6%씩 급여액이 삭감되므로 첫해 연금액이 정상연금액보다 30% 줄어들게 된다. 첫해 받게 되는 월 연금액은 조기연금 70만원, 정상연금 100만원, 연기연금 136만원이다. 이렇게 보면 언뜻 연기연금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연기연금에 비해 조기연금은 10년 먼저, 정상연금은 5년 먼저 받기 때문이다.
어떤 수령 방법이 가장 유리한지는 누적연금액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누적연금액 곡선의 기울기가 가장 가파른 것은 연기연금이고, 그다음이 정상연금이다. 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을 초과하지만,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에게는 추월당함을 의미한다. 정상연금 월 100만원과 이 연금액이 매년 물가상승률(2% 가정)만큼 증가한다고 했을 때 76세가 되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보다 많아지고, 80세가 되면 10년 늦게 시작한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을 추월하며, 84세가 되면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정상연금의 누적연금마저 넘어서게 된다( 참조). 이는 84세 말까지 생존해 있을 경우 연기연금의 누적연금액이 가장 많음을 뜻한다.
2015년 완전생명표에 따르면, 62세 여성의 기대여명이 25.1세이므로 여성은 평균적으로 연기연금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많은 연금을 받는 방법이며, 남성의 기대여명은 20.6세이므로 연기연금을 우선으로 생각하되 상황에 따라 정상연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많은 연금을 받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황이란 가족력이나 본인의 건강상태 등을 말한다. 이 상황을 감안해 기대여명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낮으면 정상적으로 62세에 연금을 신청해야 가장 많은 연금액을 받는다.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 피하기
이제 60대 연금술의 전략이라 할 수 있는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 피하기에 대해 살펴보자.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나오는 종신연금의 적정비율은 은퇴 자산의 규모, 국민연금 수령액, 주택연금 가입금액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은퇴파산 확률이 가장 낮은 종신연금의 비중은 24~42%라고 한다. 종신연금의 비율이 24% 이하로 떨어지면 장수리스크와 변동성리스크 때문에, 42%를 넘게 되면 구매력리스크와 이벤트리스크 때문에 은퇴파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조). 모든 자산을 종신연금으로 전환해버리면 은퇴파산 확률이 90%로 올라가는데, 이는 일반 국민들이 이용하는 사적연금의 경우 연금액이 일정 금액으로 고정되어 있어 인플레이션에 취약하고, 이 상황에서 질병이나 사고 등 큰 금액의 지출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면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종신연금의 비중을 3분의 1 정도로 유지하고, 나머지 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서는 투자형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저축 투자형 소비’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은퇴 자산을 운용하는 새로운 패턴을 말한다. 과거의 은퇴자들이 저축한 돈에서 매달 생활비를 빼 쓰는 방식을 취했다면, 단카이 세대는 저축한 돈의 일부를 투자로 운용하는 것이다. 단카이 세대는 투자를 위험한 행위로만 생각하지 않고, 돈에게 일을 시켜 새로운 돈을 벌어들이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요즘 일본의 50~60대 남성들의 일상 대화 속에 건강 이야기 못지않게 ‘돈이 되는 금융상품’이 회자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어른 문화 연구소’의 소장인 사카모토 세쓰오는 저서 에서 아베노믹스가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일부 기관 투자가나 해외 펀드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많은 개인 투자가들이 참가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개인 투자가의 중심적 존재가 바로 단카이 세대였다”고 말한다.
투자를 통해 돈이 제대로 일을 수행하면 괜찮은데, 반드시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는 게 투자의 세계다. 이런 경우에 대비하고 아울러 유동성을 확보하기에 좋은 것이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주택 소유자 또는 배우자)의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 자금을 지급받는 국가 보증의 금융상품(역모기지론)을 말한다. 주택연금을 받으려면 우선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고, 이를 제휴 금융기관에 내면 그 금융기관에서 주택연금을 지급해준다.
주택연금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연금지급방식이다. 주택연금의 지급방식은 월 지급금을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방식과 고객이 선택한 일정 기간 동안만 월 지급금을 지급받는 확정기간방식으로 나뉜다. 종신방식은 다시 인출한도 설정 없이 월 지급금을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지급방식과 수시인출한도(대출한도의 50% 이내) 설정 후 나머지 부분을 월 지급금으로 종신토록 지급받는 종신혼합방식으로 구분된다. 수시인출한도를 잘 활용하면 ‘은퇴자의 유동성 함정’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주택연금을 신청할 때 무조건 종신지급방식을 고집할 게 아니라 국민연금 수령액,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수령액을 먼저 계산한 뒤 부족한 월 생활비만큼을 종신연금으로 수령하고 나머지는 수시인출한도를 설정해 유동성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종신토록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조달받으면서 갑자기 도래할 수 있는 예상외 지출 건에도 대응할 수 있어 은퇴파산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손성동(孫盛東)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글 손성동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ssdks@naver.com
어느 택시기사에게서 엿본 50대의 자화상
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들끓던 어느 날 택시를 탔다. 갑자기 불편해진 다리와 피곤한 몸에 잠깐이나마 휴식을 주기 위해서였다. 푹신한 의자에 등과 목을 기대고 편히 쉬고 있는데 기사분이 말을 걸어왔다. 눈을 감고 건성으로 대답해도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말을 걸어왔다. 피곤한데다 슬슬 짜증지수가 올라왔지만 어느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사연은 이렇다.
“제가 퇴직을 하고 마땅히 할 일이 없어 택시를 몰고 있는데, 하루 12시간 일해도 한 달에 100만원 벌기가 어려워요.”
“그래요?”
“3년 무사고면 개인택시를 신청할 수 있는데, 그걸 기다리며 참고 있습니다. 근데 그게 만만찮아요.”
동병상련인가. 기사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초보 택시기사라 해도 하루 12시간 일하고 한 달에 100만원 벌기가 힘들다니…. 일주일에 12시간 강의하고 한 달에 200만원 정도 버는 나는 그에 비하면 호사스런 퇴직자가 아닌가! 이번에는 내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하루에 몇 킬로미터 운전하세요?”
“대략 230킬로미터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교통지옥 같은 서울 시내에서 하루 230킬로미터씩 운전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힘든 노동이다. 3년 무사고가 만만찮다는 것을 처음엔 수긍하지 못했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힘든데 누구는 한 방에 10억, 20억, 100억을 해먹었다니 박탈감이 너무 커요.”
최순실 일당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마음의 상처가 큰 것 같았다. 3년 뒤 개인택시 신청할 날을 기다리며 힘든 나날을 참고 견뎌나가는 초보 택시기사에게 최순실 일당은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 저 마음의 상처는 누가 보듬어줘야 하나.
택시에서 내려 걷는 동안에도 초보 택시기사가 한 말이 내내 귓가를 맴돌았다. 무거운 발걸음 위로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고군분투하는 50대들의 자화상이 슬그머니 내려앉았다. 지금 50대는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창 공부할 자녀도 있는데,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자신들의 노후 준비도 불확실하고, 고령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급한 마음에 자영업에 뛰어들어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은 경우가 허다하다. 100세 시대에 50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연령대다. 50대 10년을 잘 견뎌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노후는 크게 달라진다. 50대 10년을 잘 견뎌낸 사람은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고 부족분을 사적연금이나 다른 자산으로 보완하면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동안 쌓아온 노후 자산에 손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의 길에 내몰린 50대!
연금해지의 경제학
요즘 연금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순실 일당에겐 연금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겠지만, 일반 서민들에게 연금은 금과옥조 그 자체다. 기나긴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느냐, 불안에 떨며 보내느냐는 연금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과옥조 같은 연금을 깨트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50대들이 많다. 필자의 이야기부터 해본다.
어느덧 1년 전의 이야기다. 갑작스레 닥친 퇴직은 나름 평온했던 필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렸다. 엄청난 대지진이었다. 이로 인해 지상의 평화로운 날들은 순식간에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고 필자의 일상도 완전히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정신은 혼미해졌고, 가슴은 불구덩이로 활활 타올랐고, 두 발은 갈 길을 잃고 방황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줄기 빛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금이었다. 연금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유지해야 하나, 해지해야 하나. 한 달 보름 정도의 고민 끝에 아내를 대동하고 해지의 길에 올랐다.
해지의 길에서 자괴감이 몰려왔다. “당신은 연금 전문가라면서 이렇게 해지를 해도 돼요?” 아내의 말에 뜨끔했다. “나만 믿어.” 그 당시 뭘 믿고 아내에게 그렇게 큰소리를 쳤을까? 당시 내게 남은 유일한 길은 ‘배수의 진’이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으므로,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우선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배수의 진’을 친 장수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거운 갑옷으로 몸을 감싼다면 행동이 굼떠 적의 포로가 되거나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지쳐 쓰러지고 말 것이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입은 갑옷 때문에 오히려 위험에 빠지는 역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당시 내 형편은 엄청난 무게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무거웠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안게 된 수억의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빚을 안고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내 몸을 꽉 쪼이며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이 족쇄를 떼어내지 못하면 사즉생(死則生)의 ‘배수의 진’도 별무소용일 터! 그래서 선택한 길이 ‘연금을 죽임으로써 연금을 얻는 방법’이었다. 연금을 해지해 우선 몸을 가볍게 만든 후 난관을 돌파하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수확물로 즉시연금을 구입한 셈이다. 나는 해지가 불가능한 국민연금을 제외한 모든 연금을 해지해버렸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문제다. 올 상반기에만 보험 해약 환급금이 사상 최대인 14.7조원을 넘어섰고, 작년 한 해의 연금저축 해지 금액은 2.5조원에 달한다. 대부분 손해를 감수하며 해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지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필자처럼 어쩔 수 없이 모든 사적연금을 해지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부만 해지하면 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쳐 사적연금이라고 부른다. 개인연금에는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연금저축이 있고, 이런 혜택은 없지만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연금보험이 있다. 연금저축의 경우 5년 이상 유지하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의 연금소득세만 부담하면 되지만, 중도에 해지하면 16.5%의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연금저축을 중도에 해지하면 납입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연금보험은 다소 복잡하다. 연금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면 세제상 불이익을 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해지 환급금이 납입 원금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납입 원금 대비 해지 환급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해지 환급률은 어느 보험사 상품이냐, 적용 이율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의 해지 환급률이 납입 원금의 100%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공시이율형 연금보험이 대략 7년, 최저이율보증형 연금보험이 10년 정도다.
퇴직연금은 근무기간과 최종 3개월간의 평균 임금에 의해 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급여형, 적립금의 운용 수익률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기여형, 이직할 때 적립금을 계속 쌓아가는 계정인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연금으로 인출할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3~5%의 연금소득세를 적용받지만, 일시금으로 인출할 경우에는 퇴직금에 해당하는 금액은 퇴직소득세를, 근로자 자신의 불입금이나 운용 수익에 해당하는 금액은 기타소득세(16.5%)를 적용받는다. 연분연승법이 적용되는 퇴직소득세는 계산이 복잡하지만 가입해 있는 퇴직연금사업자에게 문의하면 알 수 있다.
이처럼 각각의 연금은 세제가 다르고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욱 다르다. 따라서 개인 사정으로 연금 해지를 고려할 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첫째,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민하자. 일분일초가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해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연금은 한 번 해지하면 해지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둘째, 해지가 아닌 다른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자. 납입액이 부담스러워 해지를 결심한 경우라면 해지보다는 납입 중단을, 자금이 필요해 해지를 결심한 경우라면 중도인출 후 추가납입이나 담보대출 등의 방법을 먼저 생각해보자. 중도인출 후 추가납입은 연금보험 가입자가 자금 필요시 해약 환급금 범위 내에서 중도인출하고 나중에 추가납입으로 인출액을 보충할 수 있는 제도를, 담보대출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셋째, 해지를 해야 할 경우에는 손해율을 따져보고 손해율이 적은 것부터 해지하자. 개인이 손해율을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각자 가입해 있는 금융회사에 문의하면 된다.
가교연금 만들기
지금까지 빚 때문에 고민이 많은 50대의 연금술에 대해 살펴봤다. 이른바 연금해지의 경제학이다. 인생 100세 시대의 50대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50대 10년의 강’을 무사히 잘 건너는 사람은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50대에 연금을 무턱대고 해지해버리면 노후에 가택연금당하기 십상이다. 50대 연금술의 핵심은 죽을 때까지 연금에서 소득이 창출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빚 규모가 미미하거나 없는 50대 중에 퇴직으로 인해 생활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자녀교육과 내 집 마련, 부모님 봉양 등으로 수중에 남은 돈이 별로 없는 50대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나올 때까지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득이 적더라도 제2의 일자리를 찾고 가교연금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는 가교연금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
먼저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를 확인하고, 지금부터 그 나이까지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가입해 있는 개인연금이 있다면 수령 방법으로 수급기간이 정해져 있는 확정연금형을 선택하면 된다. 이 방법으로도 생활비를 마련하기 힘들다면 퇴직할 때 받은 퇴직 급여를 활용해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할 수 있도록 확정연금형 즉시연금이나 인출형 예금상품, 월지급식 펀드 등에 가입한다.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즉시연금과 인출형 예금상품과 달리 월지급식 펀드는 수입이 일정하지 못하거나 예상보다 일찍 수입이 중단되는 일이 생길수도 있지만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으므로 각자의 위험 성향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가교연금을 구축하고도 남은 퇴직 급여가 있다면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종신지급형 즉시연금에 가입해 부족한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개인형 퇴직연금에 넣어두고 계속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낮은 수준의 이율에 만족하지 말고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 급여를 가교연금 만들기에 다 써버린 50대라고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 집이 있다면 60세 이후에 주택연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신연금 만들기
50대 중에는 생활비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사람들도 있다. 50대 후반의 A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내다 지금은 가교직업(bridge job) 형태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A씨의 고민은 자녀의 결혼이다. 최근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A씨의 재산 상태에 관심을 가지며 눈치를 살피기에, 결국 A씨는 두 자녀에게 결혼자금으로 거액을 떼어주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나니 A씨 부부의 노후생활 자금이 빠듯해질 것 같더란다. 더 이상의 재산을 자식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고 결심한 A씨는 비상자금을 제외한 금융자산은 모두 즉시연금으로, 집은 주택연금으로 활용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 손성동(孫盛東)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 역임. 현재는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1인기업가를 꿈꾸고 있다. 공식블로그 ‘꿈꾸는 은퇴와 연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와 동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혼자 살기 때문에 생활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에게 기대기도 쉽지 않다. ‘최고의 은퇴 준비는 은퇴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처럼, 노후소득 준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능한 한 계속 근로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시니어가 소득활동을 완전히 그만두는 시기는 평균 71세로, 40~50대에 일단 은퇴하더라도 자의든 타의든 일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입은 예전처럼 높지 않고, 건강 문제 등으로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은퇴 후에도 생활 수준 유지를 위해 원활한 소득 발생과 갑작스러운 목돈 지출을 막는 자산관리가 중요하다. 은퇴 전후에 있는 싱글들을 위한 실질적인 자산관리 방법을 알아봤다.
정하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금은 노후소득이 꾸준히 발생하도록 돕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평균연령이 82세로 늘어난 지금, 50대에 은퇴해도 30여 년의 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현재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5070 시니어에게는 충분한 연금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부족했다. 1970년의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61.9세, 1988년에는 70.3세에 불과했다. 2000년대 이후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가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자녀교육비 등이 우선순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현재 고령자의 연금은 생활비를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다. 통계청의 5월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55~79세 고령층의 연금수령액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을 모두 합해 월 평균 51만원에 불과하다. 싱글은 연금 부족 문제가 더 크다. 부부에 비해 받는 연금이 절반밖에 안 되는데 월세, 광열비 등 고정지출 때문에 생활비는 절반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표준생활을 위한 1인가구의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142만원으로, 부부 기준 225만원의 63% 수준이다.
연금을 늘리기 위한 두 가지 단기 처방
좋은 소식은 지금이라도 연금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20~30대와 달리 적립시간이 짧기 때문에, 소액 장기적립이 아닌 목돈을 활용해야 한다. 소중히 모아온 자산을 활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러한 자산이 단기에 바닥나지 않도록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첫 번째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활용해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5070 시니어들은 급격한 경제성장기 부동산시장의 높은 성장을 경험한 세대로, 자산이 부동산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혼자 사는 데 주택이 무슨 소용이냐며 집을 팔고 전·월세로 변경하는 싱글 시니어도 많지만, 살아왔던 거주지 근처에서 이사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는 것은 노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9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매월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 상품이다. 주택연금의 수령액은 주택 가격과 집주인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만 60세인 1956년생이 5억원 가치의 주택으로 종신형 주택연금을 신청한다면, 살던 집에 계속 살면서도 매월 113만6000원을 평생 받을 수 있다. 또 목돈 지출에 대비한다면 연금을 조금 줄이고 대출한도의 최대 70%까지 인출한도를 설정해 가입하면 범위 내에서 수시로 인출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즉시연금보험은 목돈을 일시에 납입한 후 즉시 또는 정해진 기간 이후 일정한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보통 만 4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는 이 상품은 가입 후 다음 달부터 바로 연금을 수령할 수도 있어 연금 소득을 즉시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50대에 퇴직하고 만 60세 이후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소득 공백기간을 채울 때 특히 유효하다. 가입조건에 따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2013년 이후 가입한 즉시연금은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는 종신형일 경우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금액에 관계없이, 그 외의 방식은 계약 후 연금수령까지 10년 이상 유지하면 1인당 최대 2억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가 적용된다.
노후 파산 막는 의료비 대책
싱글 시니어는 자기 건강관리에 쏟는 열정이 대단하다. 그러나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갑자기 큰 병에 걸려 예상외의 지출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주목되는 현상이 일본의 ‘노후파산’이다. 제도가 잘 발달되어 연금액이 높은 일본도 예상보다 평균수명이 길어져 노후 의료비를 크게 지출하고 파산에 이르는 고령자가 200만명 이상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고령자 연간 진료비가 국민 전체 평균의 3배 수준인 1인당 343만원으로 매우 높다. 이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합병증에 걸리거나 회복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소득활동을 해왔다면 갑자기 그만두게 될 수도 있어 혼자 사는 시니어는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의료비 부담을 대비해 보험을 충분히 유지하는 한편, 비상시 예비자금으로 쓸 수 있는 금액도 일정 부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살수록 자산관리 필요
혼자 사는 시니어라고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독거 고령자는 평균 3.8명의 자녀가 있지만 같이 살고 있지 않을 뿐이다. 싱글이어도 자녀가 있으면 관련 지출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결혼비용이 가장 크고 최근에는 자녀 가족의 사정에 따라 부모가 계속 생활비를 보태주는 경우도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 셋 중 하나는 결혼비용의 60% 이상을 부모가 부담하며, 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부모와 자녀 모두 높은 지원을 기대한다. 물론 부모로서는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해주고 싶겠지만 노후자금을 생각해 적절한 선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자녀 입장에서도 홀로 사는 부모가 마음 쓰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자녀에게 많이 퍼주어도 자녀가 나이든 부모를 봉양하기 어려운 시대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자녀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부자는 돈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사람이다.”
한 TV 인터뷰에서 부자가 내린 ‘부자’의 정의다. 혼자라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은퇴 후 긴 시간 동안 필요한 돈을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싱글들의 현명한 자산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싱글들의 노후 의료비 보험 추천
실손의료보험 병이나 사고로 통원이나 입원을 했을 때, 실제 환자가 지출한 의료비에서 자기부담금을 뺀 만큼을 보상해주는 의료보험이다. 대부분의 질병부터 CT, MRI 등 고가의 검사비용까지 보장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지만, 여러 보험사에 가입해도 보장한도만 늘어날 뿐 총보상액은 지출비용만큼만 나오므로 중복 가입으로 보험료를 낭비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보험사에 따라 최대 75~80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노후실손의료보험은 50대 이상 시니어가 일반의 70~80% 수준의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어 저렴하게 노후 의료비를 대비할 수 있다.
정액 보장보험 거액의 치료비가 발생할 수 있는 중증 질병 등에 대비하려면 정액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시니어는 사망할 때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종신보험보다는 질병이나 사고가 났을 때 보장 금액이 큰 보험이 효과적이다. 가입시 보험료도 중요하지만 보장 범위가 너무 좁지 않아야 하며, 보장기간은 가급적 긴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