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해외근무를 앞둔 김 부장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남들은 한 번 가기도 힘든 해외근무를 두 번이나 가게 된 행운을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다. 10년 전, 첫 번째 해외근무를 갈 때는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환희에 들떠 있었던 김 부장이다. 회사 돈으로 생활을 하고, 아이들 영어교육도 받을 수 있고, 5년간의 해외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땐 제법 큰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단계별로 노인 초기에는 사회 활동을 해야 하니 실버타운에 입주한다고 해도 도심권이 편하다. 그러나 더 늙으면 바깥에 나갈 일도 없어지고 힘이 들어 못 나간다. 그러다가 병으로 병상에서 죽을 수도 있고 이렇다 할 병은 없어 그런대로 늙어갈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나중에는 혼자 밥 해먹을 힘도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거동
이전에 코엑스에서 노인 관련 박람회가 열려 다녀왔었다. 당시 눈여겨본 요양병원이 있어 충남 공주 탄천면에 있는 요양병원까지 방문 투어를 요청해 직접 다녀왔다. 공주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곳이었다. 공주가 시(市)이기는 해도 요양병원 근처는 논밭이었다. 병원 내에서나 활동해야지 나와봐야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보였다. 환자들이니 나들이 목적
주책이란 말은 사전적 용어로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 주책이 없다는 말은 이러한 냉철한 판단력이 없다는 뜻이다. “노인네가 주책없이! 남 보는 앞에서 뽀뽀한다”는 말은 남의 이목도 있는데 젊은 애들 앞에서 주책을 떠는 것이며 줏대 없이 되는 대로 하는 짓이라는 뜻도 된다. 물론 아낙네들의 애교 섞인 핀잔은 내심 싫지
허비되기 쉬운 건 청춘만은 아니다. 황혼의 나날도 허비되기 쉽다. 손에 쥔 게 많고 사교를 다채롭게 누리더라도, 남몰래 허망하고 외로운 게 도시생활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머리에 들어온 지식, 가슴에 채워진 지혜의 수효가 많아지지만,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은하계를 덧없이 떠도는 한 점 먼지이지 않던가.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한다.
서울시 어르신 카드를 발급 받은 지 한 달이 되었다. 이제는 전철을 타도 떳떳이 무료 혜택을 받고 경로석에도 앉는다. 노인들이 많지 않을 때는 혼자 경로석에 앉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젊은데 필자만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는 실감을 한다. 습관처럼 일반석에 앉았다가 젊은 사람들이 오면 깜짝 놀라 경로석으로 이동한다. 젊은 사람들은 필자 때문에 일반석에도 자리
필자는 잠을 아주 잘 자는 사람이었다. 아침에 늦잠도 잘 자서 친구들이 오전 중에 전화를 해 오면 거의 잠에 취한 채 받는 필자 목소리를 듣고 ‘미인은 잠꾸러기라던데 너도 미인 흉내 내는 거냐?’ 하며 놀리기도 했었다.
자는 동안 꿈도 잘 꾸었는데 나쁜 꿈이 아니고 정말 재미있고 현실감이 들 정도로 실감 나게 꾸었다. 어떨 때는 꿈속에서 영화 한 편을 보
“아이고 다 늙어 무슨 주책이야. 당신 아니라도 헌혈할 사람 많으니 그만 걱정 붙들어 매두시오.”
필자가 헌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이제 그만하라고 말린다. 나이 들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헌혈하러 다닌다며 바가지를 긁는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필자는 전혈비중이 낮아서 헌혈을 못하고 돌아선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헌혈을 말려도 말을 듣지
친정엄마가 89세가 되셨다. 예전 앨범 속에는 싱그럽고 꽃다운 모습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느새 아흔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다. 그래도 올 초까지는 지팡이를 짚고 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 바퀴 도는 버스투어를 즐기셨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이 고향인 엄마는 집 앞에서 버스에 올라 평창동 세검정과 부암동 윤동주기념관을 지나 엄마의 고향인 통인시장까지 가는 코스의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