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니어의 구직, "취업이냐 창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글 김대중 본부장(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새해가 시작되었다. 늘 그래왔듯 연초가 되면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기관들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말에 퇴직한 사람들이 실업급여를 받거나 취업을 위해 구직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공근로가 끝났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었거나, 기업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한 사람들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재취업을 해야 할지, 창업 또는 귀농·귀촌·귀어를 해야 할지, 봉사활동을 하며 살 것인지, 취미생활이나 하며 쉴 것인지 삶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재취업을 할 것이냐, 창업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9년은 창업보다는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있다. 창업은 ‘운7 기3’이라고 말하곤 한다. 즉 창업의 성공은 기술이나 능력, 아이템보다 운이 더 크게 좌우한다는 의미다. 창업을 시작하며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을 1년도 채 안 되어 접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준비도 오래했고 도와주겠다는 지인도 많았다. 그런데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내외의 경기 불황 때문이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외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출을 줄인다. 소비나 구매에 대한 사고도 ‘있으면 좋겠네, 하면 좋겠네’에서 ‘없어도 되겠네, 안 해도 되겠네’로 180도 바뀐다. 개인들이 하는 사업 중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니어가 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직 건강한 정신력과 체력, 그리고 그동안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나이가 들면 육체적 문제나 고령자 일자리 한계 등의 이유로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필요하다면 창업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많은 중장년 퇴직자가 재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면서 무모한 창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대의 재취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준비하고 도전해야 성공한다. 최근 통계상으로 봐도 구직단념자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개인 상황이 안 좋다고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 시니어 계층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경제적으로 온갖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이를 극복해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국가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고, IMF 외환위기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었다. 그야말로 만고풍상을 다 겪은 세대다. 이러한 경험과 연륜이 있기에 적극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재취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모순의 해결을 위해 청년들에게 무조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유도한다고 해서 욜로(YOLO)족을 꿈꾸는 세대에게 통할 리 없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는 부모 세대인 중장년들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재취업은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가장 빠른 방법은 정부의 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퇴직자가 지역아동센터나 사회적 기업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있고, 민간 취업이나 창업이 어려운 고령자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공익형 일자리도 있다. 이외 민간 지원 내실화를 통한 시니어 인턴십 사업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신중년 경력 활용 지역 서비스 일자리 사업이 신설되는 등 다양한 취업 지원 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거나 참여 방법이 궁금하면 정부가 운영하는 각 지역 고용복지플러스센터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중장년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들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한다는 통계가 있다. 정년퇴직 후 무려 20여 년을 더 노동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기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나이에 대한 기존의 인식 틀을 깨야 한다. 정년퇴직 연령과 기대수명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50대는 30대, 60대는 40대, 70대는 50대로 봐야 한다. 신체나이와 사회적 나이를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정년퇴직이나 일반퇴직을 앞둔 분들에게 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졸업과 함께 첫 번째 취업 준비를 하고 노력했듯이, 이제는 퇴직 후의 두 번째, 세 번째 재취업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의미의 말이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공공형 일자리, 시장형 일자리, 시간제, 인턴제 가릴 것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통해 현재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재취업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시니어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대중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 고려대 및 동대학원 졸업(경영학석사), 중앙대 HRD정책학 박사(수료). 노사공동 전직지원센터 본부장,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본부장, 노사발전재단 국제노동센터장, NCS 및 일자리위원회 전문가 활동 중. 저서로는 춘추전직시대(春秋轉職時代), 전직으로 당신의 인생을 환승하라가 있다.
- 2019-01-28 10:21
-
- 지금 일본은 고령자 위한 이색 서비스 인기
-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 정의한다. 늙어가는 사회 변화에 대한 대안을 우리는 늘 이웃나라 일본에서 찾는다. 일본은 1994년에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선배다. 지난 몇 년간 일본에서는 시니어의 생활 개선이 화두였는데, 최근 스마트폰과 결합된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혼밥이 싫다면 파밀 서비스를 지난해 11월 일본의 심디(Simdy) 사는 6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서비스인 파밀(FAMEAL)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회사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캠프파이어(Campfire)를 통해 사업 개시를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지만 함께 먹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시니어가 서비스를 요청하면 파견된 직원이 방문한다. 이 직원과 장을 보거나 요리를 함께할 수 있다. 물론 식사와 설거지도 같이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요금은 3시간에 8000엔(우리 돈 약 8만 원) 수준. 시간이 연장되면 추가금이 부과되며 교통비도 별도다. 회사 측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중장년층과 대화를 원하는 젊은이와 대화와 식사를 원하는 시니어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서비스 요금은 수수료를 제외하고 젊은이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가 계획대로 개시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지 1개월이 지났음에도 목표 금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호 걱정 스마트폰으로 해결 젊은이와 시니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은 다른 형태로도 시도 중이다. 바로 방문간호 도우미에 관한 것. 일본 정부는 2025년이 되면 부족한 간호 인력이 약 38만 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방문간호가 필요한 고령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 부모의 간호를 위해 ‘개호(간호) 이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때문에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일본의 센스케어 사는 일본 최초의 간호 도우미 매칭 플랫폼인 ‘I Care You’를 운영 중이다. 방문 가능 지역이나 시간에 맞춰 도우미를 찾을 수 있고,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통해 간호 도우미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간호 도우미의 입장에선 기관에 속하지 않고 파트타임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호 서비스 제공 기업 사이토알켄공업 사는 최근 소비자와 만나기 위해 슈퍼마켓으로 나섰다. 지난달에는 슈퍼마켓 체인인 다푸스(DAPPS) 매장을 통해 재택 간호 지원 상담 창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슈퍼마켓이 지역 고령자가 자주 드나드는 장소라는 데에서 착안해 간단한 건강검진부터 간호, 노후생활, 법률 등에 대한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홀로 있는 부모 염려된다면 혼자 사는 부모가 염려되는 자녀를 위해 IOT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도 등장했다. 히타치 그룹 계열사인 히타치컨슈머마케팅 사는 올해 4월부터 혼자 사는 고령자의 활동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도시테루’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홀로 생활하는 부모를 둔 자녀의 입장에선 늘 걱정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이웃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등 비상 상황을 대비한 노력은 일본이나 한국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자녀의 걱정을 덜기 위해 개발된 이 서비스는 활동 센서 등을 방에 설치해 고령자의 재실 상황, 활동량 등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생활리듬이나 수면시간 등의 정보를 분석한 건강 정보도 제공한다. 24시간 이상 활동이 없을 땐 가족에게 상황을 알리는 기능도 있다.
- 2018-12-28 08:52
-
- 제주도민 삶의 터전 지키는, 오름매니저
- 노후를 내가 태어날 곳 혹은 평생 살았던 고향에서 봉사하며 보내는 것은 아마 많은 이가 꿈꾸는 여생의 모습일 것이다. 그 장소가 경탄할 만한 아름다운 곳이라면 금상첨화이리라. 여기 전국의 시니어가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갖고 고향을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다. 다소 낯선 명칭인 ‘오름매니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오름은 형성 방식에 따라 세분화해 구분하기도 하지만 간단히 정의하면 제주도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록에서 해안까지 널리 분포되어 있는 작은 화산체를 의미한다. 모양에 따라 넒은 평지 같기도 하고, 작은 언덕이나 산 같기도 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이것들을 오름이라 부른다. 화산체라고 이야기하면 무언가 특별하고 진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주에는 크고 작은 오름이 368개나 존재한다. 제주도민들이 오름을 생활 터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제주에 오름만 368개 문제는 이런 오름이 제주 도처에 존재하고 관광자원으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다. JDC 측은 지난해 말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와 함께 신중년의 사회 경험과 재능을 일자리로 잇는 ‘이음 일자리 사업’을 위한 새로운 직종을 찾고 있었다. 도내의 중장년이 제주도 발전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나섰던 것. JDC 관계자는 “그러다 오름을 보호하기 위해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음 일자리 사업을 통해 탄생한 직종은 오름매니저를 비롯해 관광지를 중심으로 콘서트를 펼치는 버스킹 공연단, 주요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사서, 푸드메신저, 일자리 지원단 등의 직종도 선발됐다. 이 과정을 통해 2월에 발대식이 이루어졌고 오름매니저 160명을 포함해 총 250명의 중장년이 새 일터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JDC 임석환 주임은 “제주 전역에 퍼져 있는 오름 중 관광객의 방문이 잦은 곳을 중심으로 관리 방안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직종이 바로 오름매니저”라고 설명하면서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가 갖고 있는 천혜의 자원인 오름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숲해설사나 문화관광해설사처럼 오름의 역사적 배경이나 오름의 자연적 특징을 설명해줄 인력이 요원했다. 오름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증가하는데, 여행의 재미를 더해줄 스토리 텔링도 부족했다. 이로 인해 오름매니저에게 주어진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됐다. 오름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역사적, 자연적 배경을 설명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환경보호와 해설이 주임무 오름매니저가 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만 50세에서 70세의 나이에, 제주도에 거주 중인 주민이면 된다. 지원자들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 가장 많으며 선발된 인원 중 최고령자는 만 70세를 꽉 채운 주민이란다. 이렇게 올 초 선발된 1기 오름매니저들은 2주간의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오름 내 쓰레기 수거 등 환경관리를 위한 실무적인 것부터, 진드기 감염이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오름의 역사적 배경 소개까지 다양하게 이뤄졌다. 한 오름매니저는 “아무래도 고령의 참가자가 많다 보니 오름 관리 과정에서 사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교육이 많았다”고 말하면서 “평생 제주에 살면서도 몰랐던 오름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오름매니저는 3월부터 8월까지 총 6개월간 18개 오름을 관리했다. 새별오름이나 거문오름, 송악산 등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 오름을 중심으로 오름매니저들이 현장을 누볐다. 단순히 현장관리만 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 대상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올여름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오름매니저들도 비상이 걸렸다. 더위가 이어져도 관광객들은 찾아오지만 중장년의 건강에 폭염은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 오름매니저가 2인 1조로 근무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고려도 있다. 오름매니저의 근무 방식은 2인 1조로 배정된 오름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하는 형태다. 오름매니저를 위한 유니폼과 명함도 지급되고, 겨울을 대비한 추가 유니폼도 준비 중이다. 근무시간은 매주 12시간에서 14시간 정도다.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 약 9500원을 받는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매달 약 45만 원이다. 업무강도 등을 고려하면 적은 돈은 아니라고 오름매니저들은 말한다. 1차사업 진행에 대한 정확한 결과 보고서는 아직 작성 중이지만, 오름매니저에 대한 기관과 참여자의 평가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오름매니저들이 파견된 오름의 경우 자연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 참여자 96%가 활동에 만족 JDC는 1차사업 종료 후 6개월간 참여했던 오름매니저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다. 전체 인원 중 96%는 “활동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99.6%가 “2차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희망의 뜻을 밝혔다. JDC는 9월부터 시작되는 2차사업을 위해 추가 오름매니저 선발을 진행했다. 9월 12일 마감된 추가 오름매니저 선발에는 29명을 뽑는데 127명이 지원했다. 무려 4.4대 1의 경쟁률. 1차 때는 오름매니저라는 직종이 생소해 경쟁이 심하지 않았지만, 사업 진행을 통해 중장년에게 좋은 일자리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원이 몰렸다. “매일 산에 오르니 건강에도 좋다”는 소문까지 났다. 추가 인원이 합류한 2차사업에는 총 189명의 오름매니저가 활동하게 되며, 관리 오름도 2개소가 늘어 총 20개 오름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인원 확대와 함께 제공 서비스 확충도 고려 중이다. 현재는 관광객이 오름매니저 해설을 듣고 싶어도 사전예약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 부분의 개선도 준비 중이라고 JDC 관계자는 귀띔한다. 오름매니저 활동에 참가자들이 만족하는 데에는 일자리, 보람과 함께 제주도민의 정서 속에서 오름이 차지하는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 제주 토박이라 자처했던 한 오름매니저는 “제주도 사람에게 오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 속에서 늘 함께했던 터전”이라고 소개하면서 “인생에서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포함한 일상을 오름 위에서 해왔기 때문에 오름을 지키고 보살핀다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오름매니저의 활동이 100% 이상적인 것은 아니다. 일부 참여자들은 관광지에서 오름매니저들의 대기 공간이 없어 어려움이 있고, 오름매니저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문제점을 논의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오름매니저의 활동은 제도적으로도 상징성을 갖는다. 중장년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있어 지자체의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관광자원을 활성화하는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단순한 청소나 관리 역할이었다면 보람이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적절한 교육을 통해 지역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는 역할까지 부여함으로써 참가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오름매니저에게 보람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한 셈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14%에 육박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취업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가 골머리를 썩고 있는 지금, 오름매니저가 제시하는 긍정적인 효과는 참고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 2018-10-18 17:17
-
- 상속은 개인의 것만이 아니다
-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내 재산을 후대에 잘 이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이번에는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어놓은 세계 부호들이 준비하는 인생 마무리에 대해 풀어볼까 한다. 세상 돈 많기로 소문난 부자들 미담 대부분 역시 돈. 똑똑하게 굴려놓은 재산을 내 자손뿐만 아니라 사회 모두가 쓸 수 있도록 물려주는 부자 이야기를 한 번 들여다보자. 죽기 얼마 전 유언장 다시 쓴 리처드 커즌스 회장 작년 12월 31일. 호주 시드니 근교에서 관광용 수상 비행기가 추락해 조종사 포함 6명이 전원 사망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이들은 세계 최대 식음료 출장 서비스 업체 영국 컴퍼스 그룹의 리처드 커즌스(58) 회장 일가족이었다. 두 아들은 물론 커즌스의 약혼녀, 약혼녀의 딸까지 한날한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기업 회생 전문가였던 커즌스. 그는 생전 기울어가는 회사들을 살리고 고용 안정을 이끌어내던 탁월한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아왔다. 사고 후 잊히는가 싶었던 커즌스 회장의 이야기가 8월 말 해외토픽을 타고 날아들었다. 그가 남긴 유산 4100만 파운드(약 600억 원)가 영국에 근거지를 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기부됐다는 소식이었다. 당초 커즌스는 두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죽기 1년 전 혹시 두 아들과 자신이 모두 죽게 될 경우 재산 대부분을 옥스팜에 기부하겠다는 ‘공동비극조항’을 유언장에 삽입했던 것. 사고만 없었더라면 훗날 두 아들이 받을 유산이었다. 그렇다면 왜 커즌스는 옥스팜을 굳이 지목했을까? 한국에도 지부가 있는 옥스팜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국제구호기구다. 그러나 2011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구호 현장에서 벌어진 옥스팜 활동가의 성 매수 파문으로 도덕적 치명타는 물론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이로써 7000여 명의 정기후원자가 집단 탈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고인의 유언 덕에 기적적으로 구호 중단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유언에 따른 커즌스 회장의 기부 소식과 함께 옥스팜 이름이 거론되면서 스캔들 때문에 잠시 잊었던 구호의 중요성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은 아니었을까. 내 재산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작년 7월 미국 CNBC의 에미 마틴 기자가 CNBC 인터넷 판에 쓴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기로 한 7명의 억만장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흥미로운 통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녀의 68%가 상속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부모는 40%만이 자식에게 유산 상속 용의가 있다고 했던 것.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투자 왕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기로 선언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들은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우려섞인 말을 했다. 게이츠는 “부모가 남긴 돈을 자식들이 온전하게 지킬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의 인생을 제대로 걸을 수 없게 한다”고 했다. 버핏 또한 1986년 경제전문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자식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충분한 돈을 남기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의 유산을 남기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게이츠 부부는 2011년 영국 ‘데일리메일’을 통해 “재산 810억 달러 중 자녀 3명에게 각각 소량의 돈을 상속할 것”이라고 했다. 버핏 또한 3명의 자녀에게 각각 20억 달러만 남겨줄 계획이라고. ‘포브스’에 따르면 버핏의 개인 재산은 올해 기준 840억 달러다. 게이츠 부부는 2000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질병과 가난, 굶주림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이후 버핏도 막대한 재산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과 죽은 부인의 이름을 딴 ‘수잔톰슨버핏재단’ 등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 기부액만도 34억 달러다. 유산을 자식에게 남기지 않겠다는 또 다른 이가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크다. 2015년 첫딸 맥스가 태어났을 때, 그와 아내 프리실라 저커버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딸이 살아갈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기를 원하기에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말이다. 딸만을 위한 세상이 아닌 모든 미래세대를 위한 준비를 하고 싶다는 것이 이 젊은 부호 부부의 생각이었다. 영국의 인기 셰프 고든 램지 또한 순순히 남매들에게 재산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4남매는 각자 일을 해서 교통비와 전화사용료를 낸다고. 단, 남매들이 각자 자립할 때 아파트 보증금의 25%는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자녀들이 밥 먹는 일도 흔하지 않은 일이고 여행할 때 일등석에 태우는 일도 결코 없다고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린 바 있다. 이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캐츠’의 유명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 또한 2008년 영국 일간지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그가 벌어들인 돈을 극장에 투자하고 음악가를 돕는 데 쓰고 싶다고 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영국 가수 스팅 또한 상속 대신 기부를 선택한 인물로 꼽힌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 회장의 은퇴 계획 중국 IT업계 거물이자 세계적인 유통 사이트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馬雲·54) 회장이 내년 9월 10일 은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윈의 쉰다섯 살 생일이자 친구 17명과 함께 중국 항저우의 작은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창업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연매출 41조 원, 지난해만 3300명이 훨씬 넘는 일자리를 창출해낸 마윈은 종종 은퇴에 관한 얘기를 해왔다. 구체적인 날짜와 시기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퇴와 맞물려 그가 꺼낸 카드는 교육을 기반으로 한 자선사업이다. 최근 알리바바가 공식 웨이보에 공개한 마윈의 새 명함에는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그 자리에 ‘교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나이’라는 문구와 함께 ‘알리바바 탈빈곤펀드 주석’, ‘마윈 공익펀드 창업자’, ‘농촌교사대변인’ 등 자선사업 관련 약력이 눈에 띈다. 마윈은 이미 2014년도부터 마윈재단을 설립해 농촌의 교육 환경 개선과 자선사업에 불을 지피고 있다. 평소 롤모델을 빌 게이츠라고 말해왔던 마윈이기에 자선사업과 관련한 은퇴 계획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2017년 기준 ‘포브스’가 집계한 마윈의 재산은 43조 원에 달한다. 한국 부자들은 어떻습니까? 상속이 기부로 이어지는 사례 혹은 은퇴 후 재단을 설립해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사례는 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과 승계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사회 환원에 대한 고민이 전년에 비해 높아졌다고 한다. 상속과 관련해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견은 지난해 1.5%에서 8.7%로 7.2%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자산 50억 원 이상 보유자는 사회 환원 의향이 17.4%에 달했다. 자식이 아닌 사회를 위한 기부에 자산가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부금액은 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23위다. 자산가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에서도 기부왕이 나왔으면 한다.
- 2018-10-18 13:31
-
- “노후, 일자리 찾기보다 생애설계가 먼저”
- 연일 일자리 정책에 대한 뉴스가 쏟아진다.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700만 베이비붐 세대’까지 은퇴 후 유입되면서 취업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은 당사자들에겐 더욱 일자리가 필요해졌다는 뜻. 정년 후 20~30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시니어 입장에선 단 한 번의 실패도 극복하기 어렵기에, 제2직업에 대한 선택과 도전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고 선택하는 게 좋을까? 중장년 일자리와 관련해 대표적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대중(金大重·51)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본부 본부장을 만나 물었다. 김대중 본부장은 퇴직자나 재직자의 전직(轉職)지원 분야에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많은 정부부처에서 운영 중인 공공부문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대부분 그가 개발한 모델을 원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그가 중장년일자리사업 총괄 본부장으로 돌아왔다. 순환보직으로 4년 만의 귀환이다. 수요 늘었지만 기관 규모는 제자리 과거와 변화가 느껴지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시장이 확대된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중장년 일자리 지원 사업에 나선 기관이나 지자체도 많이 늘었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장년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의 성격이 개인별 맞춤 서비스보다는 단체를 대상으로 한 획일적인 교육이나 취업 알선에 국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일자리 정책 하면 우리는 흔히 두 가지를 떠올린다. 바로 교육훈련과 취업 정보다. 구직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술을 알려주고, 교육훈련을 마치면 갈 만한 일자리를 알려주는 방식. 하지만 김 본부장은 이런 단편적인 접근은 전직자들이 재취업 일자리에서 1년 버티기도 힘들게 한다고 단언한다. “지금 40대 이상의 중장년들은 적성과 무관하게 전공을 선택하고, 전공과 무관하게 직장을 고른 사람이 많아요. 다시 말하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젊을 땐 학습능력도 있고, 시행착오를 이겨낼 힘도 있으니까 버틸 수 있지만, 중장년이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방황할 수 있는 1~2년의 여유도 없어요. 개개인에게 맞지도 않는 교육과 알선은 오히려 인생 후반부 역시 그분들을 그릇된 길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일 뭔지 알아야 그래서 그가 최근 심혈을 기울인 일이 9월 11일 진행된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다. 단순히 구직정보만 나열해 즉흥적인 취업을 유도하기보다는 중장년들이 재취업과 재취업 후의 인생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장년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의 조건들이 정해져 있어요. 본인 진로에 대한 계획 없이 근무 지역이나 급여 등의 조건만 챙기면 전직에 실패하게 돼요. 또 엉뚱한 교육을 받느라 시간만 낭비하기도 하죠. 이런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가 중장년 일자리와 관련해 주목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구인의 주체인 기업이다. 중장년 구직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고 싶다는 것. “나이가 많으면 열정이 없다, 급여 수준이 높다, 고집이 세다는 선입견이 커요. 기업들이 중장년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이유죠. 사실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이러한 선입견을 깨기 위해 임원 대상 간담회나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등을 늘려나가고 싶습니다.” 중장년이 청년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인식도 개선해야 할 부분. 그는 “중장년은 자식(청년) 보살피고 고령의 부모를 모셔야 하는 가정의 기둥이기 때문에 조건 없는 희생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되레 전통적으로 중장년이 해왔던 일자리에 청년들이 진출하는 것이 가정까지도 해체시킬 수 있는 더 큰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생의 2모작, 3모작을 원하는 중장년들은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면 열의가 생겨 스스로 공부하고 자기계발에 나서기도 합니다. 또 조건보다는 일에 초점을 맞춰 접근하면 구직자가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더라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구직자가 그러니까요. 전국에 있는 저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는 이런 분들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분들과 상담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제2직업을 찾을 수 있습니다.”
- 2018-09-21 11:43
-
- 시니어 호텔리어 급부상…경험 바탕으로 인생 담은 서비스 덕분
- 호텔리어는 호텔에서 근무하며 투숙객에게 서비스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용어다. 보통은 프런트 데스크 앞에 양복을 빼입고 선 멋진 매니저를 상상하지만, 호텔리어 업무는 다양하다. 최근 업계에서 시니어를 호텔리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자체도 앞다퉈 나서고 있고, 관련 기업에서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까지 개발할 정도다. 무슨 이유일까? 최근 시니어 호텔리어가 은퇴 후 삶을 위한 직종으로 관심을 얻고 있다. 호텔리어 혹은 호텔 종사원이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종이라는 의견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서울시복지재단의 ‘고령자 고용 확산을 위한 서울시 어르신 적합 직종 연구’에도 호텔리어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제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수요에 있다. 연구가 발표됐던 2013년 서울시 호텔 업체 수는 191곳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399곳으로 109%나 늘었다.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호텔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을 고려하면 증가한 인력 수요는 무시하지 못할 규모다. 경험 많은 시니어, 호텔 근무에 딱 전문가들이 시니어의 호텔 근무가 적합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연륜’으로 축약할 수 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연구 결과에서 “많은 사람과 접해야 하므로 무엇보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원만한 대인관계, 단정한 외모, 설득력 등을 갖춰야 한다”면서 “대부분 전혀 모르는 대상과의 대화이므로 조리 있는 언변,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이 필요하고 외국인과의 접촉도 많으므로 일정 수준의 외국어 회화 능력도 요구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도 의견은 비슷하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 관계자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호텔 특성상 시니어의 사회 경험은 고객에 대한 응대나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면서 “시니어는 쉽게 직장에서 이탈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 호텔 운영 면에서 볼 때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텔 근무가 시니어에게 만만하지는 않다. 호텔리어 업무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접객에서, 조리, 행정, 마케팅, 주차관리까지 다양한데 그중 시니어가 일할 수 있는 영역은 룸메이드나 하우스키핑으로 불리는 청소 관련 직종으로 제한적이다. 관련 교육에 여성 시니어가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룸메이드는 투숙객이 떠나고 난 후인 체크아웃 시간부터 그날의 다른 고객이 들어오는 체크인 시간 사이에 방을 치우고 단장하는 일이 주 업무다. 이때 일회용품이나 침구도 교체하는데,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호텔 위치나 규모에 따른 투숙객 연령과 성향에 따라 청소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라고 근무자들은 전한다. 취객이 머물렀던 방이나 젊은 남녀가 숙박했던 방은 난이도가 높은 방으로 꼽힌다. 치우기 어려운 흔적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무자들은 이런 방을 ‘더티방’이라 부른다. 기본적으로 룸메이드 업무에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기본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방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이를 시간 내에 해내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시니어 호텔리어를 고용 중인 호텔들은 룸메이드를 2인 1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는 이유 중에는 급여도 있다. 룸메이드는 보통 시급이나 청소를 마친 룸당 단가로 급여를 계산하는데, 추가 근무를 통해 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면 할당받은 방의 청소를 빨리 끝내야 하는 속사정이 있다. 숙박객 현황에 따라 추가적인 청소가 필요한 방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 경쟁이 붙는다. 고되지만 급여 만족도는 높은 편 그렇다고 서두르다가 침구 정돈이 불완전하거나 머리카락 하나라도 발견되면 고객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늘 긴장해야 한다고 시니어 근무자들은 말한다. 호텔에서 고객불만 사항은 이유를 불문하고 엄격하게 관리된다. 매트리스 구석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교육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규모가 큰 호텔은 여러모로 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호텔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 환경은 열악하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이 규모가 작으면 룸메이드부터 발레파킹까지 일인다역을 강요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2교대로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고 심할 경우 일주일에 퇴근을 두 번만 하고 내내 호텔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을 통해 손에 쥘 수 있는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 그러나 요령이 붙어 추가 근무를 많이 할 수 있다면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근무자들은 말한다. 일은 고되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시니어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알아봐야 할까? 가장 먼저 가까운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곳은 바로 부산시. 부산시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에서는 2011년부터 시니어 호텔리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시니어의 고용을 꺼리는 호텔에 3개월간 60세 이상 시니어 인턴을 고용해보도록 유도하고, 그 기간의 급여 일부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방식이다. 초창기에는 토요코인호텔, 해운대그랜드호텔 등 일부 호텔만 참여했는데 꾸준한 사업 진행을 통해 시니어 호텔리어에 대한 호텔 측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참여 호텔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출되는 시니어 호텔리어는 연평균 50명 정도다. 관광수요 많은 지자체, 배출에 앞장 관광과 숙박 수요가 많은 제주특별자치도도 최근 시니어 호텔리어 배출을 위해 나섰다. 느영나영복지공동체와 함께 6월부터 시니어 호텔리어 양성을 위한 직무 교육과 현장실습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숙박 O2O(online to offline) 기업인 야놀자도 대표적인 시니어 호텔리어 양성기관 중 하나. 야놀자는 자체 평생교육원을 통해 지난해부터 시니어 호텔리어 교육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만 6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보름간의 교육 후 자사 서비스와 연계된 호텔을 중심으로 취업까지 알선한다. 지난해 3차례 진행된 교육 수료생의 70% 이상이 취업에 성공했고, 올해 진행된 1, 2차 교육에서 배출된 인원 역시 대부분 호텔에 취업했다. 야놀자가 교육에 나서게 된 계기는 제휴 호텔들로부터 “쓸 만한 사람이 없다”란 하소연을 들으면서부터다. 제대로 교육해 좋은 인력을 공급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이제는 업계 대표 교육기관이 됐다. 교육은 취업이 연계되어 있는 만큼 철저하게 실무 위주로 진행된다. 현업에 있는 강사진들이 호텔 프런트 업무에서부터 객실 체크인·아웃, 예약접수, 베드메이킹, 하우스키핑 등 호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강사들은 대부분 업계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들로 이뤄졌다. 시니어 호텔리어 교육 프로그램은 멀티태스킹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특징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시니어는 일정 시간만 일하는 파트타임 형태의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고용구조의 유연함을 원하는 호텔 상황과 맞아떨어져 적합하다”고 설명하면서 “현장에서 수료생들의 맹활약으로 야놀자 출신은 믿어도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 2018-08-10 08:47
-
- 일본 고령자 노동시장 평생 현역 사회로 바뀐다
- 76세에 새로 취업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최근 일본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시니어 대상의 취업 지원 기업 중 한 곳인 주식회사 시니어잡은 지난 2월 76세의 고령자를 취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6세의 젊은 사장이 설립한 이 회사는 50세 이상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취업 지원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60% 이상 상승할 정도로 시장에서의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일본 시니어 구직시장의 발전은 단순히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평생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의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일본 구직시장에서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한 회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기존의 인력파견 기업이 시니어 구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파소나그룹은 지난 4월 중년 이상의 구직자를 위한 파소나 시니어의 창립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핵심 키워드는 ‘평생 현역 사회’. 시니어 인재들이 그간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활용해 나이를 불문하고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일손이 부족한 기업에 적합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중년을 파견하거나 고용을 추천하고, 주요 기업의 정년 퇴직자를 확보해 일종의 인력은행처럼 운영을 하고, 시니어 구직자들이 경력을 살릴 수 있도록 연수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령에도 근로 원하는 비중 높아 실제 일본 고령자의 근로에 대한 의식은 어떨까. 일본의 기술인력 전문지인 ‘fabcross for 엔지니어’가 지난해 65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44.4%가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남성의 경우에는 일자리를 원하는 비중이 52.6%로 더 높았다. 노동을 원하는 이유는 수입을 원한다는 복수응답이 71.2%로 가장 높았고, 일이 즐겁기 때문에(40.8%),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싶어서(40.6%), 사회와의 접점을 원해서(40.0%) 등의 순서로 응답이 집계됐다. 일본의 평생 현역 사회에 대한 이런 분위기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5%가 넘었다. 4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60세인 중앙·지방 공무원의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일반 기업들에게도 정년 연장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2025년 이후에나 의무사항이 된다. 일각에선 ‘정년 폐지’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NTT 데이터 경영 연구소는 한 매체를 통해 “일본 내 남녀 수명 모두 70세를 넘고 있어 70대까지 일하는 사회를 대비해야 하며, 정년 폐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이면에는 일본의 고령자 대상의 공적연금 기금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의 수급개시 연령을 현 65세에서 68세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손 없어 “시니어 모시자” 풍토 바뀌어 고령자 노동시장에 순풍이 불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닥까지 내려간 일본 내 실업률이다. 올 1월 일본의 실업률이다. 24년 9개월 만에 기록한 최저치다. 이러한 배경에는 8분기 연속 성장한 일본 경제의 호황이 있다. 실제로 일본 내 구직시장에선 버블시대 이후 종적을 감추었던 ‘취준생 모셔가기’ 경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내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은퇴로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매년 은퇴하는 단카이 세대는 80만 명 수준이지만, 연간 대졸자 수는 50만 명에 불과하다. 근로자 수요는 늘고 있는데 ‘노동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75세 정년시대’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사회적 정서나 경제 상황 모두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고령자 빈곤율 50%, 65세 이상 임금 근로자 중 35% 이상이 일용직과 임시직에서 일하는 한국 상황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 2018-05-08 09:30
-
- 노후 직업으로 요양보호사 어떨까?
- 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률은 100명당 19.6명으로,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32위 수준이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50년엔 100명당 71.5명, 2075년엔 80.1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돈을 버는 사람이면 무조건 어르신 한 명을 봉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요양보호사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 직업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이다. 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그런 것일까. 지난 4월 18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4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통해 4만909명의 요양보호사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전체 4만5510명이 응시해 응시자 중 89.9%가 합격했다. 응시자는 23회 시험에 비해 6891명이 늘어났다. 많은 숫자가 배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2016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직 요양보호사는 31만3013명에 그쳤다. 그간 배출인원이 151만 명 이상임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이에 반해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인정받은 대상자는 2012년 34만1788명에서 2016년 51만9850명으로 증가했다. 한 명의 요양보호사가 약 2명의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자격 취득자 많지만 일손은 부족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시설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인 등의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지원 등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고용해야 하는 인력을 말한다. 요양보호사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자격시험이 관리되는 국가자격제도로,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초기에는 일정 교육 과정만 이수하면 취득이 가능했지만, 2010년부터는 자격시험제도가 시행됐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은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실습 교육을 각 80시간씩 총 240시간을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 이후 시험에선 각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합격이 된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교육기관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정된 요양보호사교육원은 2017년 기준 전국 1725개소에 달한다. 교육비는 기관마다 제각각이지만 대략 60만 원 전후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관도 일부 있다. 요양보호사 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자체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산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충청북도 음성군도 비슷한 시기에 무료 교육생을 모집했다. 부산시 수영구는 일부 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 희망자를 접수했다. 가족 돌봄에도 유리해 관심 늘어 요양보호사는 시니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직업 중 하나다. 은퇴 시기가 되면 배우자나 부모가 치매 등 질병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요양보호사 교육 과정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가족을 돌보는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족요양비의 존재도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이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가족 등으로부터 방문요양에 상당하는 장기요양급여를 받을 때 등급과 관계없이 월 15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 초 가족요양비와 가족인요양보호사제도도 개선해 가정에서 부모를 돌볼 수 있도록 해 시설 수요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력 제한이나 자격 획득이 어렵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수요가 많아 눈높이를 낮추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다. 때문에 조선족이나 고령자의 지원도 적지 않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다는 직업적 자긍심이나 보람도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데 힘이 된다. 근로환경 열악, 수입 좇으면 못해 그렇다면 실제 근무 환경은 어떨까. 현장에선 요양보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집으로 찾아가 돌봄서비스를 실시하는 재가요양보호사가 전체의 약 70%에 이른다. 시설요양보호사는 나머지 30%에 해당한다. 상당수의 재가요양보호사는 단시간 비정규직, 시설요양보호사는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무 방식도 쉽지 않다. 비교적 수입이 좋은 입주요양보호사는 부가적인 요구사항이 많아 힘들다고 한다. 한 요양보호사는 “기본적으로 어르신에 대한 가사 지원이 업무 영역에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5~6인 가족 전체 살림을 도맡아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부적절한 성적 요구가 성희롱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한다. 수입이 좋은 입주 자리는 많지 않기 때문에 요양보호사 입장에선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근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매주 토요일에 퇴근했다가 일요일에 출근하는 입주요양보호사는 월 급여를 200만~250만 원 수준으로 받는다. 그러나 주 3회 몇 시간씩 들리는 재가요양보호사의 수입은 몇십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들이라고 해서 근무 환경이 속편한 건 아니다. ‘퐁당퐁당’과 ‘주주야야휴휴’가 대표적이다. 퐁당퐁당은 24시간 근무와 휴일이 반복되는 방식이고, 주주야야휴휴는 주간근무 2일, 야간근무 2일, 휴일 2일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이다. 요양원에서 주간근무만 고집하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실질소득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야간근무 시간 중 4~6시간을 수면을 위한 휴게시간으로 지정해 임금을 줄이는 방식은 요양보호사들이 악습으로 지적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요양보호시설의 한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부터 수가를 지원받기 때문에 설립 요건부터 운영에까지 제약은 많고 수익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때문에 일부 시설에서는 인건비나 식비 등 절약이 가능한 부분에서 이윤을 남기려는 경향이 있다. 운영에 가족 참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열악한 조건을 반영하듯 서울시에서는 어른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이들을 위한 노동상담 등 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금이나 퇴직금 문제뿐만 아니라 성희롱 등도 주된 상담 분야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들은 돈이 목적이 아닌, 사회에 공헌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나쁜 태도로 근무하게 되면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면 종종 그런 일도 생긴다. 병원에 비해 보는 눈이나 관리자도 적은 사각지대에서의 근무가 잦은 만큼 스스로의 자긍심이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 현장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 2018-05-04 09:00
-
- 은퇴 전·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21
- 노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수리스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준비 없이 맞이하는 긴 노년은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생애자산관리’가 뒤따라야 하며, 은퇴 직전인 50대뿐만 아니라 30~40대부터 노후필요자산에 대한 적정성 점검과 자산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는 노후 기간을 세분화하여 자산의 적정한 인출과 소득의 보완에 신경 써야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꼽은 시니어가 알아야 할 재무 설계 키워드를 은퇴 전·후로 나눠 정리해봤다. 도움말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PART1. 은퇴 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5565'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 직전 5년부터 퇴직한 뒤 5년에 해당하는 55세부터 65세 사이의 시기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매우 분주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인간관계 중심이 회사에서 가정으로 바뀌므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자금 관리도 돈을 모으는 ‘적립’에서 ‘인출’ 중심으로 변화한다. #2 임금피크 ≠ 인생피크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55세 전후로 임금피크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근무연한이 늘어나면 임금도 상승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특정 연령부터 임금이 줄어든다. 임금이 줄어들면 덩달아 퇴직급여도 줄기 때문에 대응을 잘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전은퇴 교육을 시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임금피크 전후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이 달라진다. 자칫 이 시기를 무의미하게 보내면 임금피크가 인생피크가 될 수도 있다. #3 이중부양 은퇴를 앞둔 50대는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두 가지 짐을 짊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현재 50대는 경제가 고도성장할 때 직장에 다니며 부를 축적하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부모 세대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이했다. 게다가 고도성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그들의 자녀 세대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부모봉양과 자녀부양이라는 이중의 짐이 50대 어깨 위에 얹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노후준비까지 하려면 연금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기초생활비를 만들고, 여기에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을 더해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자.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퇴직금을 지켜라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6.7년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가 짧으면 이직 때마다 노후자금의 주요 축인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찾아 다른 용도로 활용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후자금 축적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이직 시 IRP(개인형 퇴직연금,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계좌에 이관된 퇴직금은 절대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고, 55세 이후 5년 이상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이 경우, 퇴직금을 노후자금의 목적대로 보존할 수 있으며 퇴직소득세 감면 효과(30%)까지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 #5 자녀 리스크 회피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우리나라 부모 세대는 오랜 기간 자녀 리스크에 노출된다. 사교육비부터 결혼자금 지원까지, 생애 지출의 상당 부분이 자녀를 위해 쓰인다. 즉 소중한 자녀가 노후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것.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5년 내 자녀를 출가시킨 부모의 3분의 1은 결혼자금 지원을 위해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산(부채, 퇴직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했다. 자녀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보다는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는 것이 결국 자녀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명심하자. #6 연금라이프 점검 평균수명 증가로 은퇴기가 길어지면서 필요한 노후생활 자금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이 사라지는 은퇴기에도 삶의 질 하락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필수생활비는 살아있는 한 꾸준한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인 국민연금 이외에 종신연금처럼 죽을 때까지 소득흐름을 보장하는 연금상품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확인해, 필수생활비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연금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집, 소유 말고 사용하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부동산 비중이 약 50%이지만, 우리나라는 70%가 넘는다. 집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집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기면 무리하게 투자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0억짜리 집을 사기 위해 3억을 대출받는 것보다, 5억짜리 집에 살면서 2억을 연금보장형 상품 등으로 넣어두는 편이 낫다. 10억짜리 집을 사면 이자를 내야 하지만, 5억짜리 집에 살면 이자를 받는 셈인데, 이는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자를 노후자산에 톡톡히 활용할 수 있다. #8 자산관리 분배 원칙 '5533' 5: 총자산의 50%를 금융자산으로! 가계의 총자산 내에서 26% 수준에 불과한 금융자산의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자. 노후에 필요한 것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이고, 이를 만들어내는 금융자산을 최소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좋다. 5: 금융자산의 50%를 투자형 자산으로! 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연동형의 안전형 상품으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40%를 훌쩍 넘는 예금자산을 줄이고, 20% 수준에 불과한 투자형 자산의 비중을 늘려보자. 3: 투자형 자산의 30% 이상은 해외자산으로! 투자형 자산에 투자할 때는 해외자산의 비중을 늘려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증시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2%도 안 된다. 국내 종목에만 집중투자하기보다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개념에서 해외 종목을 3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3: 연금자산은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100세 시대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자산은 결국 연금자산이다. 아무리 많이 잡아야 8% 수준에 불과한 연금자산을 최소 총자산의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장기보장자산 마련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한 재무 설계는, 늘어난 노년기에 경제적으로 독립된 노후생활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장기보장자산 마련을 위해서는 일정 소득을 제공하는 노후자금기본형성 계획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면서 ‘인플레이션+α’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 확대 계획이 필요하다. 노후자금기본형성을 위해 개인형 IRP, 연금보험 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하며, 노후자금자산 확대를 위해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는 자산관리 전략의 혼용이 필요하다. *경제활동기 이후 노후생활기 증가: 1985년 13.4년, 2016년 26.8세. 단순히 ‘노후자산관리’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엔 은퇴 이후, 즉 #10 '1세대가구형' 생존전략 가구에 대한 개념 변화와 기대수명의 연장,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에이징인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개념 등으로 은퇴 후 1인가구나 부부가구 증가가 예상된다. 전통적 방식의 2세대 이상 가구 유형(부모-자녀 세대)은 감소할 것이다. 특히 재무 설계의 목적을 설정할 때 1인 또는 부부가구 중심의 노후자금준비 목적이 이뤄지도록 반영해야 한다. 이는 1세대가구 생존을 위한 노후자금준비 목표에 대한 재점검과 자산관리 재조정으로 이어진다. * 부양의식의 변화: 부모부양 부담에 대해 가족의 책임 2002년 70.7%, 2016년 30.6%. * Aging in Place: 연령, 소득,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자신이 살던 집과 공동체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 PART2. 은퇴 후 시니어 재무 설계 키워드 ◇ By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동엽 상무·은퇴교육센터장 #1 일병식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수명이 늘어났다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자 중 30% 이상이 와병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나이가 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늘어난 수명을 병상에서 보내지 않으려면 건강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보통은 아무런 질병이 없을 때 건강을 돌본다는 의미로 ‘무병식재(無病息災)’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 이때는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해 별다른 준비를 안 하고 무리하게 된다.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은퇴하고 나서 체력이 떨어지고 가벼운 질병을 하나 정도 갖게 됐을 때다. 이때부터라도 건강관리에 힘쓰면 장수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병식재(一病息災)’라 한다. #2 평생월급 은퇴 후 삶의 시기를 크게 3단계로 나눠 정년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는 ‘평생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1단계는 정년퇴직 이후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수령할 때까지다. 월급이 끊긴 뒤 공적연금을 받을 때까지의 소득공백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퇴직금과 모아둔 금융자산으로 매달 얼마의 소득을 낼 수 있는지 점검해본다. 2단계는 공적연금수령 기간이다. 부부가 받는 공적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을 받는 방법도 고려한다. 3단계는 독거생활 기간이다. 본인이 먼저 사망했을 때와 그 반대의 경우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 이런 점검을 통해 퇴직 후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소득이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평생소득을 만들어가야 한다. #3 딴 지붕 한 가족 자녀들도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지만, 부모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반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방금 끓인 수프가 식지 않을’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프라이버시는 지키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부모·자식 관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얼굴을 맞대고 사는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다른 지붕 아래 살면서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딴 지붕 한 가족’이 보편화되고 있다. ◇ By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명기 수석연구원 #4 '100세' 보장 민간 건강보험으로 탄탄한 의료비 보장을 해놓은 이가 많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연장돼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며 과거에 해둔 보장이 불충분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비 보장이 80세까지만 되어 있는 경우다. 특히 고령화 후기로 접어들면 간병비도 늘어난다. 이에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의료비와 간병비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5 '4% 인출' 법칙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그동안 저축한 은퇴자산에서 자금을 찾아 써야 하는 은퇴자가 많아지고 있다. 은퇴자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한정된 은퇴자산에서 매년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알려주는 법칙이 있다. 일명 ‘4% 법칙’이라고 하는데, 은퇴 직전 자산의 4%를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을 더해 인출하면 평생토록 소득이 고갈될 우려가 없다는 법칙이다. 인출하고 남은 은퇴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소 달라지겠지만 은퇴자의 생활비 인출 범위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버킷 전략 시니어도 젊은 시절에는 자산운용에 할애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엔 투자 실패 시 만회할 시간이 부족해 적극적 자산관리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산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보유한 자산이 생전에 고갈되는 장수 리스크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은퇴자산을 인출 시기별로 나누어 각각 달리 관리하는 이른바 ‘버킷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당장 써야 할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꺼내 쓸 자금은 각각의 인출 시기까지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유한다. 나머지 자산은 향후 10년 이상 운용 가능하게 되어 더 적극적인 투자관리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버킷 전략이라 하는데 최근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 By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박 진 소장 #7 장수리스크, ‘일’로 대비하자 오래 살게 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드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관계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전 세계 1위이고, 이 중 47%, 즉 둘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겪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능기부 등의 일이라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8 발품을 팔아야 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에서는 매월 시장의 동향과 좋은 투자 상품 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퇴직 후 시간이 여유로운 시니어는 이런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다니며 들어보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담당 직원에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고 정보를 얻어 활용해야 한다. 이때 투자 결정을 할 때는 한 사람에게 들은 정보만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정보를 같은 기관의 다른 직원이나 타 기관 직원에게 반드시 크로스체크하자.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투자 종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담당 직원에게 “왜 올랐나요?”, “왜 떨어졌죠?” 등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음에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 By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골든라이프연구센터 황원경 센터장 #9 합리적 인출전략 기대수명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생활기, 에이징인플레이스의 확산 등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필요노후자금 등이 발생하면서 합리적 노후자금 인출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 새로운 자산 증가나 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여생을 살아가기 위한 인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인출전략 수립에 앞서 보유자산 진단, 예상되는 자산 유출 진단, 노후 라이프스타일 결정 등의 과제가 선행되어야 인출전략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10 은퇴 후 기간 세분화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노후생활기도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 재무 설계에 대한 접근이 바뀌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기간을 하나의 통으로 보고 재무 설계를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자산 현황, 활동성 정도, 인생계획 등이 반영된 기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재무 설계는 이러한 분석 아래 시도해야 하며, 아울러 노후자금 인출전략을 세울 때도 주요 자료로 참고해야 한다. #11 현금 가능한 고정수입 유동화 은퇴는 고정수입 창출에 큰 변화를 발생시킨다. 근로자의 경우 근로소득이, 사업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하다가, 은퇴 후에는 초기 연금이나 금융자산의 이자소득 등으로 수입이 창출된다. 이후에는 금융자산, 부동산자산 순으로 유동화하여 수입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가구주 연령 60세 이상 가구에서 부동산자산 비중은 80%에 이른다(2016년 3월 통계청 기준). 이를 노후자금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은 대부분의 가구가 거치게 될 것이다. 자산 감소와 유동화 시기 점검으로 재무 설계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 2018-03-12 15:54
-
- 전 세계 학생을 제자로, 한국어 강사 돼볼까?
- 요즘 TV 속은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의 전성시대다. 한국어를 잘하면 나라를 대표해 발언권을 얻거나 친구까지 초청해 한국을 소개하기도 한다.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이 늘면서 달라진 풍속도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면서 한국어 강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족의 증가도 이러한 수요 폭발을 유발했다. 한국어 강사는 언어와 함께 문화를 전한다는 면에서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전 세계 학생들과의 교류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어 강사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외국인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 추세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시험을 주관하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은 지난 1월, TOPIK의 응시자가 1회부터 지난해 11월 제55회까지 212만168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년 만에 무려 108배나 늘어난 것이다. 한국어 강사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자격제도인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원 자격취득 현황을 보면 2007년 790명이었던 심사 신청자는 2016년 6304명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698% 증가한 셈이다. 강사의 시작은 한국어교원 자격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려면 한국어교원 자격은 필수로 꼽힌다. 문화체육부장관이 부여하는 한국어 교육에 관한 자격제도로 심사와 발급 등의 실무적인 부분은 국립국어원이 맡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한국어교원에 대해 “국어를 모어(母語)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교원은 1, 2, 3급으로 나뉜다. 2급은 학위과정으로 한국어학을 전공하거나 관련 과목을 이수한 사람에게 부여되며, 3급은 양성과정으로 학위가 없어도 100시간의 이론과 20시간의 실습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때문에 학위와 자격증이 동시에 필요하거나 학사학위 소지자의 경우는 비교적 쉽게 2급 지원이 가능하다. 대학이나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을 통해 16과목(48학점)을 이수해 학위를 받으면 별도의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을 보지 않고 한국어교원 2급 신청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자격 취득까지 1년 6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학위가 없는 경우에도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을 통해 학위 취득과 함께 한국어교원에 도전할 수 있지만 3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단점이다. 사이버대학 한국어학과의 경우 시간과 비용 면에서 불리한 대신 졸업장, 학위와 함께 독서논술지도사나 다문화사회전문가 등 관련 자격에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급은 조금 더 간단하다. 학위가 없는 사람도 12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자들은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교육비에도 차이가 있다. 시중 교육기관에서 3급 과정을 위한 교육비는 총 50만~90만 원 선. 이에 반해 2급 획득을 위한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의 비용은 일반적으로 과목당 15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모든 과목을 수료하려면 250만~450만 원가량 든다. 3급은 자격 취득 5년 후 경력 1200시간이 지나면 2급으로 승급 가능하며, 2급은 다시 5년 후 경력 2000시간이 지나면 1급으로 승급할 수 있다. 교육기관을 고르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은 자격 과정을 관장하는 국립국어원의 한국어교원 홈페이지(kteacher.korean.go.kr)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대학부설기관이나 학점은행제, 양성과정 등 기관 성격에 따라, 지역에 따라 공인된 교육기관을 찾을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수요 많아 한국어교원 자격을 획득하면 활동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생각보다 많다. 국내외에 설치된 대학 한국어학당 같은 부설기관이 대표적.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을 위한 정부기관 한국유학종합시스템(www.studyinkorea.go.kr)에 등록된 대학부설 한국어 교육원 수는 192개에 달한다. 또 사설 한국어학원도 한국어 강사로 일할 수 있는 주요 기관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화상교육이 발달하면서 이를 전문으로 한 교육기관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외에도 최근 급증한 다문화가족을 위해 설치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다. 각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대부분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이주민이나 자녀를 위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이민자통합센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기관 등에서도 각각의 설립 목적에 따라 국내에서 거주 중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강사에 대한 수요가 있다.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주요 기관들은 강사를 선발할 때 경력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경험삼아 한국어 강사를 하고 싶거나 경력을 쌓고 싶다면 무료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에 자원봉사를 신청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 있는 대표적 무료 한국어 교육기관은 서울글로벌센터,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가 꼽힌다. 해외에서 일하고 싶을 때도 방법은 있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가 대표적이다. 코이카에서는 해외봉사단을 통해 한국어 강사를 세계 여러 곳에 파견하고 있다. 50세 이상의 시니어 단원의 파견도 진행 중이다. 코이카의 해외봉사단 중 한국어 강사 부문은 인기가 매우 높아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한국어 강사 선발이 가장 많은 기관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재단이 꼽힌다.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을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 세계 54개국에서 171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어 수요가 늘면서 세종학당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세종학당재단의 한국어교원 파견 인원은 2013년 24명에서 2017년 110명으로 매년 증가해왔다. 이밖에도 일부 대학이 해외에 설립한 한국어 학당이나 해외에 설립된 사설 교육기관, 선교기관 등도 한국어 강사의 수요가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일부 국가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문화교류를 위해 한국어 강사를 선발하기도 한다. 일본의 JET프로그램(The Japan Exchange and Teaching Programme: 어학 지도 등을 행하는 외국 청년 유치 사업)이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매년 각 국가에서 국제 교류를 위한 인원을 선발하고 있는데, 선발된 한국어 강사는 각 학교의 외국어 수업 보조나 특별활동, 지역 교류활동 등을 돕게 된다.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 갖춰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은 ‘외국어 능력’이다. 아무래도 교육 대상이 한국어가 서툰 학생이라 다른 언어로 소통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 그래서 일부 기관에서는 자격증 유무, 경력시간과 함께 영어, 중국어, 일본어 회화 능력을 선발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국내외 한국어 강사 구인 정보를 알고 싶다면 국립국어원 한국어교원 홈페이지의 구인정보 게시판을 활용하면 된다. 청년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그렇다면 실제 시니어 한국어 강사의 취업 시장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만만치 않다.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청년층의 유입도 점점 많아지면서 취업 시장이 좁은 문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어교원 자격을 취득 후 활동 중인 중년의 한 한국어 강사는 “한국어 강사를 찾는 교육기관 중 나이제한을 두는 곳도 적지 않고, 학위 소지자나 경력자를 중심으로 뽑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는 시니어에게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수입 대신 보람을 우선시하고 눈높이를 낮추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진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에 있는 한국어 교육기관의 경우는 청년층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세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체력이나 질환 등에 대한 염려가 있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해야 하는 교육기관은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젊은 강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한국어 강사에 대한 인적 수요는 해외에서의 한국어 인기, 온라인 교육 시스템의 대중화로 인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세이글로벌 조연정 대표는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세이글로벌은 2014년 용산노인복지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와의 봉사활동 교류가 계기가 돼 설립된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한국어 학습을 원하는 전 세계 외국인들과 한국어 강사를 온라인으로 매칭시키는 사업을 지난해 4월 부터 시작했다. 서울시 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 함께 한국어튜터되기 과정 수업을 운영 중이며, 수료생 중 일부를 선발해 한국어 강사로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조 대표는 “10대에서 60대까지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층도 넓어지고, 한국 문화에 대한 단순한 애정에서 취업을 위한 것까지 배우고자 하는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어 한국어 교육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삶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많고 은퇴 후 시간 활용이 쉬운 시니어에게 한국어 강사는 적합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 2018-02-28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