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 때마다 그는 늘 산, 아니면 제주 오름에 있었다. 매일같이 산에 오르고,
등산했던 기록을 정리하면서 일과를 마무리하는 문정남(文政男·75)씨.
이제 그만 올라도 될 텐데, 70대 산사나이는 아침이 되면 또 새로운 산봉우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선생님, 시내 가까운 산으로 가면 안 될까요?”
한 TV 프로그램에서 전투적으로 등산하는 문정남씨의 모습을 보고 난 후였다. 겨울 산을 오르는데 카메라 감독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혹시 나의 미래 같은 불길함. 인터뷰만 좀 하면 되지 않을까? 힘든 산은 제발 피하고 싶어 조심스럽게 여쭸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NO!
“나는 갔던 산은 가지 않아요.”
조율을 거듭해 만난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의 천마산역(경춘선). 나름 등산복장은 완벽하게 준비해 갔다고 생각했다. 812m 천마산 정상에 올랐을 때. 내 손에는 문정남씨의 스틱이 들려져 있었다.
문정남씨는 매일 산을 오르는 산사나이다. 지원해주는 스폰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산이 좋아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1000봉, 4000봉, 1만봉, 1만3000봉을 올랐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4월 4일에도 마치고개 봉우리 3곳을 올랐다. 최근에는 제주도에 1주일 있으면서 50여 개 오름을 다녀왔다. 제주에 360여 개의 오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까지 오른 오름만 360개. 제주 오름은 다 올라갔다고 해도 된다. 육지에서도 이제 오를 봉우리가 몇 안 된다고 했다. 모두 쉽지 않은 코스만 남았다.
문정남씨는 광신정보상업고등학교에서 화학교사로 30년 가까이 재직하다 2000년 2월에 명예퇴직했다. 사실 퇴직 전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활지도 선생을 했었어요. 얼마나 신경 쓸 일이 많은지. 학교 가면 어떤 학생과 싸워야 하나 했어요. 요즘이었으면 제가 아마 학생들한테 많이 맞았을 겁니다. 그때만 해도 학생들이 좀 순수했다는데 선생님들을 얼마나 골치 아프게 했는지 몰라요.”
학교를 그만두고 나오니까 완전히 해방된 느낌이었다고 한다. 퇴직 후 문정남씨는 산에만 다녔다. 그런데 1년 뒤 암 증세가 나타났다.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이런 얘기를 학생들이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생활지도 선생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게 암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문정남씨는 학생지도 교사를 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무섭게 보이고 독하게 행동해야 했다고.
“처음에는 아프지도 않고 통증도 없었어요.”
한창 산에 열심히 다닐 때였다. 하루에 7~8시간씩 산행을 했는데 체중이 3개월 만에 6kg이 줄었다. 그게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직장암 2기에서 3기로 넘어가는 단계였다. 죽음의 문 앞에 선 문정남씨. 그런데 등산을 중단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죽어도 산에서 죽지 뭐 집안에서 죽냐 생각했어요.”
문정남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받는 6개월 동안에도 계속 산에 올랐다. 병원에는 그저 산책한다는 말만 하고 산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항암치료 후 또 한 번의 수술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직장암이 낫고 3년 후에 병원에서 암이 간으로 전이됐다 하더군요. 정말 그때는 죽는 줄 알았죠. 그런데 간암 수술 날짜를 정해놓고 마지막으로 CT 촬영을 했는데, 암 흔적이 사라지고 없었어요.”
문정남씨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랐지만 의사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물어볼 이유가 없었다. 그 뒤 정말 열심히 산에 오르고 또 올랐다.
“나는 좋은 아빠가 아니었습니다”
퇴직 후 매일 산을 오르는 아버지. 자식들과는 가깝게 지내왔는지도 궁금했다. 산을 다니면서 별다른 취미도 없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없다는데 자식들과 관계는 어떨까?
“2남1녀를 뒀는데 다 시집, 장가갔습니다. 나는 그렇게 인기 있는 아버지가 아니었어요. 엄부자모(嚴父慈母) 즉, 아버지는 엄해야 하고 어머니는 자애로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때는 꼭 부모가 그래야 하는지 알았어요. 물론 지금은 편합니다.”
자식들에게 못 다 준 사랑을 손자와 손녀에게 쏟아 붓는다는 문정남씨. 아이들과 잘 노는 모습을 보면 아들이 “아버지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느냐”고 물어본다고. 키울 때 사랑을 많이 주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단다. 가족 얘기가 나오니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함께해준 부인에 대한 고마움도 나눌 수 있었다.
“병원에서 내 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고 했잖아요. 의사도 이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 뒤 집안의 모든 일을 아내에게 맡겼고 저 또한 참견하지 않습니다.”
문정남씨는 본인이 하는 일은 무조건 반대하지 말아달라고 아내에게 당부했다.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남편이 등산갈 때 도시락 싸주는 일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도와준 아내가 1만3000봉 오른 산사나이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기록의 왕
산행을 하다 문정남씨가 갑자기 마른 숲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갔다. 1973년도에 만든 국가기준점(삼각점)이었다. 그는 삼각점에 쓰여 있는 내용들을 메모지에 꼼꼼하게 써내려갔다.
“산에 다니면서 이런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그냥 왔다만 간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산행을 할 때마다 가는 과정을 전부 기록합니다. 출발 시간부터 어디를 지나왔고 또 몇 시에 도착했는지 삼각점 좌표 등도 적고 말입니다.”
이렇게 메모한 것들은 집으로 가서 컴퓨터에 기록해 놓는다. 문정남씨가 산에 있는 동안 모든 시간이 기록이고 역사였다.
1만4000봉까지는 이젠 슬슬 쉬면서
문정남씨는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60세부터 지금까지 자연경관을 느끼기보다 봉우리 하나하나 정복하는 심정으로 올랐다. 어떤 날은 하루에 봉우리 10개를 오른 때도 있었다. 산 밑에서 아침 7시쯤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줄곤 봉우리만 찾아다녔다. 어떤 때는 아침 7시에 시작해 저녁 7시까지 걷기만 했다. 문정남씨가 똑같은 산을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바로 기록 때문이었다. 똑같은 산을 10번을 가나 20번을 가나 기록에는 한 봉우리로 표시하기 때문에 굳이 갈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다.
“지금 공식적으로 어디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1만3000여 봉을 오른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
올해는 산을 얼마나 탈 것인지 계획을 물었다.
이제는 조금 여유 있게 밀도를 낮출 생각이라고 한다.
“이제 오를 산이 거의 없어요. 지금까지는 기록을 위해 산행을 했다면 이제는 좀 즐겼으면 합니다. 갔던 산도 좀 가고 말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것이냐고 물었다. 연세가 많기에 관절도 걱정됐다.
“다행히 타고난 관절 때문에 먹어본 약은 없어요. 아마 산을 오르는 것을 그만두는 날은 무릎에 고장이 왔을 때가 아닐까요? 내 다리가 허락하는 한 다니고 싶어요. 다리가 성하지 않으면 안 하는게 아니라 못 가는거지.”
등산은 곧 인생이다
인터뷰가 끝났을 때 길은 오직 하나였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꺾어질 듯한 절벽을 기어올라가야 했다. 문정남씨와 멀어져 뒷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무조건 걸어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됐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또 산을 오르다 보니 812m 정상에 다다랐다.
문정남씨에게 숨을 헐떡이며 “도망칠 곳도 없고, 무조건 올라가야 하니 산을 오르는 게 꼭 인생 같다”는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문정남씨가 TV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강연한 주제라고 했다.
“등산은 인생살이랑 똑같아요. 등산할 때 처음은 순탄하게 시작하잖아요. 높은 데 오르다 절벽을 만날 때도 있고, 평탄한 길이 있고 또 좋은 길을 만날 수 있잖아요.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서히 내리막이 있을 수도 있어요. 아닐 수도 있어요. 언제 교통사고가 날지, 실연을 할지, 나처럼 암에 걸릴지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절벽을 만났다고 생각하다 보면 절벽 뒤편에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잖아요.”
잠깐이었지만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동안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넘어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문정남씨와는 하산하는 길목에서 헤어졌다. 안 가본 봉우리가 근처에 있어서 가보고 싶다 했다. 분명 인터뷰 때는 느릿하게 등산하고 싶다더니 아직은 아닌가보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기원하고 1만4000봉 달성은 제발 좀 천천히 이루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법으로 정년을 보장한 60세까지 근무한 뒤 박수받고 정년퇴직해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앞으로 10여 년은 너끈히 더 현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그냥 해보는 큰소리가 아니고 건강관리를 원만히 한 사람은 실제도 그렇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다 알고 있는 진실이다. 그래서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서 인생이모작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액티브 시니어가 되라고 권장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집안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활동하라는 말을 안 해도 ‘100세 시대’에 60세에 퇴직하고 남은 사십 년을 ‘구둘 장군’으로 지내기는 누구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도둑질 말고는 무슨 일이든 찾아보려고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갖다 부치지 않아도 집안 식구들 등쌀에 집안에만 있기는 어렵다.
퇴직자가 왜 계속 일을 하려고 하는가? 우선은 먹고 사는 경제력이다. 퇴직금 1억 원을 은행에 넣어봤자 월 20만 원을 손에 쥐기가 힘든 데 세금은 15.4%나 뗀다. 허드렛일로 월 100만 원을 번다면 은행에 6억~7억 원을 예금한 것과 맞먹는다. 퇴직했다고 해서 안 먹고 안 입고 살 수가 없다. 퇴직해서 근로수입은 없어져도 소비지출은 그만둘 수가 없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거나 극소수의 재테크에 성공한 재력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연히 퇴직하는 순간부터 돈 걱정하는 것이 일반 서민의 자화상이다. 부모님도 살아계시고 자녀들 결혼마저 늦어져 함께 살고 있다면 퇴직했다 해서 보따리 싸 시골로 내려가기도 어렵다. 자연히 이런저런 돈 벌 궁리를 하느라 불면의 밤은 깊어간다.
집안에서도 가장이 놀고 있으면 분위기가 저기압이다. 공원 벤치에서 만난 김철수(가명ㆍ67) 씨는 “갈 곳이 없어도 이렇게 집을 나와야 아내도 숨을 좀 쉰다”고 한다. 매일 출근하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 거실에 턱 버티고 있으면 아내가 얼마나 답답해할 것이냐는 말이다. ‘아빠 내일부터 출근한다.’ 라는 말이 어떤 꽃 노래보다 하고 싶은 말이고 가족들은 듣고 싶은 속삭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반 토막의 급여를 주는 일자리도 마다치 않고 노인들이 줄을 선다,
문제는 적은 돈을 버는 일자리에 퇴직자들이 인생이모작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박수 보내고 축하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퇴직했으면 그만 집에서 쉬시지 새로운 일자리 찾기에 혈안이 돼 반 토막의 급여도 고맙다고 감지덕지 일하는 노인의 모습을 사시의 눈으로 째려보는 젊은이들도 있다. 자식의 일자리를 뺏는 비윤리적 아버지로 매도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고령자 취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자리를 시니어들이 뺏어간다는 시각이다.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누가 차지하는가에 대한 갈등구조다. 두 번째로 동남아, 중국 등 출신 외국근로자 때문에 몇 년간 인건비가 제자리걸음 하는 상황에서 시니어까지 저임금 경쟁에 가세해 인건비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도 젊은이들의 눈칫밥 먹는 신세로 전락해 길게 다니지 못한다. 뭔가 100세 시대에 걸맞은 정부 정책이 있어야 한다. 우선 노동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고 방치하지 말고 노년의 경험이 필요한 특화한 일자리를 특화해야 한다. 요일별 근무제나 바쁜 시간대의 파트타임 등 가변성 있는 노인 일자리가 필요하다. 어린이 놀이터의 안전점검, 불량식품 단속요원도 좋다. 공원이나 우범지대의 순찰이나 청소도 노인의 특화된 일자리로 손질해서 만들어야 한다. 9시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고정된 근무 개념을 깨뜨려야 노인의 일자리가 많아진다.
금융감독원 출신이라는 프로필만 봤을 때는 차가운 이미지를 연상했다. 그러나 안용섭(安龍燮·58) 전 금감원 부국장의 인상은 소탈하고 구수했다. 감독기관 특유의 딱딱한 몸가짐이 배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선입견도 바로 사라졌다. 안 전 부국장은 퇴직 후 금융교육 전문강사로 제2의 꿈을 이뤄가는 중이다. 그의 털털한 모습과 말투가 무척 자유로워 보였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으 찬자리에.”
시내 한복판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강의 노하우에 대해 설명하던 그가 난데없이 춘향가의 ‘쑥대머리’를 한 곡조 뽑았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할 때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이렇게 약간의 흥을 돋우고 나면 금융교육을 낯설게 생각하던 어르신들도 강의 내용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노랫소리를 들은 주변 사람들이 눈길을 돌렸지만 안 전 부국장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금융강사로 인생 2막, ‘꿈’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
1982년 한국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은행감독원을 거쳐 지난해 6월까지 금감원에서 일했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잘나가는’ 직장이다. 하지만 퇴직은 어느 직장이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더욱이 금감원은 공직자윤리법상 재취업이 제한된다. 안 전 부국장은 나이가 50대에 접어들자 두려워졌다고 했다. 은퇴 후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은 그때부터였다.
진지하게 개인의 진로를 고민하고 택해본 적이 없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법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생각지 못한 사고로 시험을 포기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할 때도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은퇴를 앞둔 50대가 돼서야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생각해 본 셈이다.
업무 노하우를 살리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니 강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목표가 정해지자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단순히 내가 어디 출신이니 하는 것만 가지고 비슷한 바닥을 두드리는 차원은 아니었다. 한국은행과 금감원에서 근무했던 ‘프리미엄’이야 있겠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최대한 노력하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먼저 실제 소비자 입장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파악하고 싶어 민원업무에 지원했다. 충청도와 강원도에서의 민원업무를 통해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이 섰다. 퇴직 전 18개월가량은 본부의 금융교육국에서 3개 팀을 두루 돌며 행정업무를 익혔다. 금융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을 익히기 위한 것이었다. 교육 관련 서적을 독파했다. 그가 은퇴준비에 들인 기간만 총 4년가량이다.
강의는 쉽게… ‘금융은 어렵다’는 선입견 깨기
서민, 초·중·고등학생, 다문화가정, 교도소 재소자 등 금융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금융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금융 자체를 어렵게 생각했다. 안 전 부국장은 금융교육에도 여러 수요자에 맞춘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나름의 강의 노하우를 만들었다. 그의 유연한 사고방식은 장점이 됐다. 그는 “예술을 좋아하는 집안 내력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금융 강의는 금융과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로 시작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면 연예인 동영상과 함께 “여러분, 연예인 중에 최고의 부자 1, 2, 3위가 누구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면 연예인들의 금융관리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렇게 하면 다짜고짜 어려운 용어나 숫자를 들이미는 것보다 훨씬 전달력이 높아진다. 소재는 매번 달라진다. 음악도 이용한다. 상황에 맞는 예화를 풍부하게 제시하기 위해 그가 들고 다니는 여러 개의 USB 메모리는 강의에 사용할 동영상,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무엇보다 딱딱한 금융용어는 최대한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소비, 지출, 대출, 상환 등의 한자어는 벌기, 쓰기, 빌리기, 갚기와 같은 우리말로 순화했다. 중요한 개념들에는 음을 붙여 노래로 만들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안 전 부국장은 “책으로 배우고 시험문제를 풀 수 있는 금융교육이 아닌 ‘생활에 녹아드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곳곳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중이다. 한 민간금융사에서 처음 시작했던 강의가 입소문을 탔다. 한국YWCA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등에서 강의 요청이 잇달았다. 최근에는 금감원으로부터 국내 첫 금융교육 강사 인증을 받았고, 국회에서 마련된 금융 관련 포럼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활동범위도 넓혀가는 중이다.
“금융교육 저변 넓히는 전도사 되고 싶어”
그는 금융이 지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금융 관련 지식은 통계적으로 높게 나오지만 실제 집에 돌아가서 가계의 대차대조, 손익계산이나 비목별로 관리하는 식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낮다고 생각된다”며 “금융교육이라는 것은 행동화, 태도화, 습관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를 시작한 뒤로 꿈의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사회적으로 금융교육이 확산될 수 있도록 말단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금융 강국은 금융교육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며 “우리나라도 금융이 필수과목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금융교육의 저변을 확대하는 전도사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금융교육이란 흔히 말하는 ‘재테크’와는 다른 ‘공교육’의 개념이다. 국민 전반적으로 금융원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순기능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고층건물을 지으려면 기반이 튼튼해야 하듯이 경제에 금융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기초가 튼튼해야 가능합니다. 전반적으로 기초적인 이해가 높아졌을 때 응용할 수 있는 조합도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나올 수 있는 거죠.” 꿈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Q & A
꿈을 이루지 못했던 이유?
어린 시절 꿈은 사법고시를 패스하는 것이었다. 절에 들어가서 고시공부하다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큰 고비를 겪었고, 그래서 예기치 않게 공부를 그만두게 됐다. 더 먼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음악을 해 보고 싶기도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집안 내력이 있다.
꿈에 다시 도전하게 된 계기?
다시 사법고시를 보려는 것은 아니니 서로 다르다. 지금의 생활을 계획하게 된 것은 은퇴를 준비하면서였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강사생활을 하면서 꿈을 좀 더 구체화하거나 넓히게 됐다.
어릴 적 꿈 vs 중년의 꿈?
어린 시절 법률가가 되려던 꿈은 법률가로서 각별한 포부가 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갖게 된 것이었다. 출세의 기회가 한정된 그 시절에는 다 그러지 않았나. 나이를 먹은 뒤에는 자신의 커리어를 고려해 좀 더 실현 가능한 꿈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꿈을 이루기까지 어려웠던 점?
충분히 고민해서 방향을 선택했고, 충분히 준비를 거쳤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체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절감한다. 어려움이라면 앞으로의 건강 아닐까.
당신의 꿈은 무슨 색?
꿈에 색깔을 붙인다면 푸른색을 붙이고 싶다. 푸른색을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색이다. 꿈이란 동기를 부여하고 활기를 갖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꿈을 이루고 난 뒤 좋은 점?
놀지 않고 머리를 계속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은퇴 후에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담배를 피우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세상고민을 이야기하는 게 멋있는 모습으로 비치곤 했다.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흡연에 대해 관대했다. 버스나 택시, 극장, 사무실 어디에든 재떨이가 있었다. 끽연가들의 삶에 제약은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흡연은 사회적 문제가 됐다. 담배의 성분처럼 흡연자들은 백해무익한 존재로 전락했다. 담뱃값도 껑충 뛰었고, 자칫 잘못하면 벌금도 물어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비흡연자들이 존중받는 시대로 변했다. 흡연자들은 사회적 인식과 대접에서 거의 천덕꾸러기가 됐다. 폐암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으니 백 번 끊어야 한다고 말해도, 본인이 느끼지 않으면 금연은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기자 역시 하루에 한 갑반을 피우는 흡연자로, 주변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래서 더 궁금한 부분이 많았다.
글 박근빈 기자 ray@etoday.co.kr 도움말 임민경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
흡연은 국제기준(국제질병분류, 미 정신의학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상 약물중독으로 기록된다. 흡연을 하면 신경전달물질 니코틴은 인위적으로 뇌 보상회로를 활성화시킨다. 흔히 말하는 도파민으로 인한 쾌감을 일으키는 것. 영화나 뉴스에서만 보고 들었던 코카인, 필로폰 중독과 같은 형태를 띤다.
금연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중요하고 즉각적으로 건강에 이득이 된다. 흡연 관련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적용된다. 경제적 이득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불쾌감을 조성하는 담배연기, 쩐내도 사라진다. 보다 ‘젠틀한 인간’으로 변한다.
만약 지금부터 금연을 한다면
금연 후 20분이 지나면 혈압과 맥박이 정상으로 떨어지고, 손발의 체온이 정상으로 증가한다. 8시간 후 혈액 속 일산화탄소량이 정상으로 떨어지고, 혈액 속 산소량이 정상치로 올라간다.
2주~3개월이 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폐기능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1~9개월에는 기침, 호흡곤란이 감소하고, 폐의 섬모(점액을 외부로 밀어내는 털과 유사한 작은 구조체)가 정상기능을 회복해 점액배출이 증가하고 폐가 깨끗해지며 감염 위험이 감소한다.
1년이 지나면 관상동맥질환(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감소한다. 5년 후 구강암, 후두암, 식도암, 방광암 위험이 절반으로 감소하며,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와 같은 수준으로 낮아진다. 10년이 지나면 폐암사망률이 흡연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15년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와 동일한 수준이 된다.
그러나 금연하기 어려운 이유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끊기 어렵다는 점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본질적으로 이 부분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담뱃갑의 경고 문구는 흡연자들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특히 50대가 되면 암,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등을 포함한 흡연관련 만성질환이 급증한다. 흡연, 그 자체가 수십 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노년의 건강한 삶을 꿈꾸는 많은 퇴직자들의 삶을 질병으로 좌초시키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담뱃값이 올라도, 피울 사람은 피운다.
그래서 국가 금연사업을 설계하고 있는 임민경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에게 ‘흡연자를 비흡연자로 만들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흡연율이 높은 상태였다. 특히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계층인 남성흡연율이 높았던 점은 흡연이 ‘정상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국가금연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정상적’인 흡연을 ‘비정상적’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때문에 개인의 기호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시작으로 수많은 항의를 받고 있는 것이 금연사업이다. 그래도 최근 7~8년 사이에 국민의식이 많이 바뀌게 됐다.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사실 금연의 동기는 굉장히 직접적인 형태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부터 ‘폐암에 걸렸다’까지 몸에 이상이 생겨야 끊으려는 의지가 강하게 생긴다. 몸소 체험하기 전에 하루 빨리 끊어 버리는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본인 의지와 함께 도움이 필요하다.
금연 지원사업을 잘 이용하자
우리나라의 금연 지원사업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국 단위의 금연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도적 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담배규제기본협약의 조항별 이행률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금연클리닉은 2005년부터 전국 보건소에서 연간 약 44만 명 정도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금연상담과 니코틴 대체요법을 포함한 금연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연 상담전화의 경우도 2006년부터 전문상담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35명의 전문 금연 상담사가 연간 약 15만 건의 전화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 서비스의 금연 성공률도 높아 보건소 금연클리닉 이용자의 6개월 금연 성공률은 약 49.2%, 금연 상담전화 이용자의 1년 금연 성공률은 약 26% 수준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률이 높다.
>>> 금연상담 전화서비스(1544-9030)
금연을 생각했다면, 우선 금연상담 전화서비스(1544-9030)를 이용해 보자. 일반인 누구에게나 금연과 흡연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은 물론 전문 금연상담사가 흡연자에 대해 금연의지 확인, 금연 결심, 금연 실천, 금연 유지 등의 단계별 금연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30일 금연프로그램(첫 상담~금연 30일까지)
금연을 원하는 사람이 성공적으로 금연할 수 있도록 30일 동안 정해진 수순에 따라 상담을 해 주는 프로그램. 예약 상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상담 외에 금연지침서와 SMS 문자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지프로그램(30일 금연 이후~금연 1년)
30일 금연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비흡연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금연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금연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5주째 재흡연 방지하기에 이어, 6주째는 금연이유를 재확인시킨다. 18주째는 금연이득을 생각하게 하고 20주부터는 체중관리 상담도 진행한다. 1년 동안 약 14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 보건소 금연클리닉
실질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 인근 보건소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전국 보건소에서는 각 지역 내 흡연자에게 무료로 금연상담 및 금연 치료서비스를 제공(주민등록상 지역주민이 아니더라도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를 고려)한다. 등록 후 금연상담 결심일로부터 6개월간 9회차 이상의 금연상담과 함께 일산화탄소 측정을 포함한 다양한 금연 행동요법을 안내하고 니코틴 보조제, 행동강화 물품을 제공한다.
금연성공 클리닉(등록~6주) 금연 시작과 동시에 보건소에 개인정보가 등록되며, 본격적으로 금연을 위한 상담이 이뤄진다. 금단증상 파악과 대처방법 등을 상담하고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4주, 6주째 금연 성공을 확인하고 보건소 정보시스템에 6주차 성공이 기록된다. 대면상담은 3회 이상, 전화상담은 2회 이상 진행된다.
재흡연 예방(7주~12주) 12주 금연 성공이 확인되면 기념품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절주, 운동 등 건강행위에 대한 상담을 이어간다. 대면상담과 전화상담은 각 1회 이상 진행된다.
금연 유지기간(13주~24주) 24주(6개월)간 금연 성공이 확인되면 금연성공 수료식을 해준다. 금연 유지를 위한 상담은 계속된다. 추후관리(24주 이후) 24주부터 12개월까지는 금연유지 관리단계다. 대면, 전화, SNS, 이메일을 통해 확인을 받게 되며 금연사업 정보시스템에 기록된다.
>>> 지역금연지원센터
보건복지부는 지역 금연지원센터 18곳(국립암센터, 서울성모병원, 인하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을 선정, 4월부터 3년간(2015~2017년) 기관별로 연 평균 10억원의 국비를 지원키로 했다.
지역 금연지원센터는 의지만으로는 금연 성공이 어려운 중증·고도 흡연자를 대상으로 체계적·전문적 금연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금단현상이 발생하는 시기에 금연상담, 의학적 치료, 영양 및 건강상담 등이 포함된 전문치료 서비스를 해준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역시 의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금연 성공은 본인의 의지 문제로 귀결된다. 실제로 흡연에 대한 갈망으로 금연 초기 3개월 이내에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실패한다. 금연을 한 번에 성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면 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진다.
무료함, 외로움, 배고픔, 분노, 피곤함을 최대한 피하고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흡연 욕구를 다스리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해본다.
>>> 흡연욕구 다스리기(4D)
Delay(지연하기) 흡연욕구가 생길 때 반응을 지연시킨다. 흡연욕구는 담배를 피우나 안 피우나 몇 분만 지나면 사라질 것. 막연히 참지 말고 당근, 오이, 미역이나 다시마 줄기, 호박씨, 무가당 껌, 은단 등 ‘금연간식’을 활용한다.
Drink water(물 마시기) 물을 마시는 것은 금연을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시원한 물은 입속의 감각을 다르게 하여 흡연욕구를 많이 없애준다. 또 물은 니코틴과 각종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한다.
Do something different(다른 생각하기) 흡연욕구가 강렬할 때는 다른 것에 몰두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예를 들면 걷기, 근육이완 체조, 샤워나 목욕, 취미에 몰두하는 것이 좋다.
Deep breathing(심호흡하기) 심호흡은 담배연기를 깊게 빨아들이는 흡연습관을 대체할 수 있으므로 흡연욕구와 금단증상을 다루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인생 오전’을 거쳐 여유로운 오후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 존 쿠퍼 포우어스는 노년에 어느 정도의 품위와 행복을 누리면서 살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철학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인생 오후’에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냐를 찾는 것이 아니고 바람직한 모습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반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삶이었다면 후반의 삶은 거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삶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 후반전을 사는 어른들은 후배에게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조언을 한다. 그들은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에 후반전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그분들의 삶은 그분들 자신뿐 아니라 젊은이들과 우리 사회에 영향과 축복이 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하는 보배로운(?) 행동이 힘이 되고 후배들은 근사하고 당당하게 여생(餘生)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마중물을 찾게 된다. 은퇴한 고등학교 교장이 정년퇴직한 다음 날부터 학교 청소원으로 나타난 경우가 있었다. 하루에 2시간씩 복도 청소, 쓰레기 줍기 등 청소를 해주는 봉사로 아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며 행복을 전해주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기 일을 할 때, 열심히 할 때 그 일을 사회의 나눔과 봉사에 접목을 하면 더 행복이 되고 기쁨이 되는 것을 알기에 남은 삶을 학생들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 교장선생은 오래 사는 것보다 멋있게 늙어가는 것이 간절했기에 그리고 나눔을 통해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이기에 청소원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여전히 배울 것이 남아 있다
후반전, 이제는 그냥 오래 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오래 살면서 무언가 배우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여전히 배울 것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나누고 베풀면 배우게 됨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인생은 무위자연, 스스럼없이 살아가며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는 것이 인생 후반부의 길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우리는 나눔과 비움의 지혜를 배우며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는 ‘인생의 오후’를 맞이하고 싶어 한다.
“나눔에는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마음, 웃음, 지식, 말, 손길 등 다양합니다. 나를 위해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내가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즉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을 가진다면 나누는 길이 열릴 것이고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감사와 나눔이 습관이 되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손욱 회장은 노후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자신이 알고 쌓아 온 것들을 나누고 기부하면 기쁨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많습니다. 우선 나이가 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걸 확인하고 무리한 욕심을 안 부리고 만족할 줄을 알게 되죠.”
만족할 줄 알게 된다는 것, 백만기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은 나이 듦에 대해 그렇게 명쾌한 정의를 내렸다.
‘놀 줄 아는’ 멋진 어른이다? ,
“나이 든 분들이 기껏 한다는 게 모여서 골프 가거나 등산하거나, 고스톱 친다든가 하는 정도면…. 사실 우리나라의 현재 은퇴자 문화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하는 놀이가 별로 없어요. 경제적인 발전에 비추어 문화적인 면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백 교장은 은퇴 후 분당FM방송에서 동호인 클럽과 문화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을 4년 동안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런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백 교장은 음악애호가로 시작하여 드럼, 피아노,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 등 직접 악기를 배우고 밴드를 만드는 것까지 시도한 적이 있었다. 적어도 놀지 못한다는 말은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성싶다. 악기는 ‘놀 줄 아는 멋있는 어른’,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어른’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예다. 은퇴자들이 제대로 노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백 교장은 설명했다. 그리고 제대로 노는 법은 ‘어른다움’을 배우는 일환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의미 있는 일을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은퇴를 하고 나면 어른의 길을 가느냐 노인의 길을 가느냐의 두 가지 선택 앞에 놓이게 됩니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하잖아요?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이 돌아가신 이후 사회적 어른이 부재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줄 아는 어른의 부재라고 표현할 수 있겠죠.”
의미 있는 일로 ‘인생의 오후’를 만끽하고 싶다
백 교장은 19세기 폴란드 시인 노르비트가 밝힌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세 가지 필요한 것들’의 균형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먹고 살기 위한 수입, 두 번째는 재미있는 일, 세 번째는 의미 있는 일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가 부족하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되는 것이고 두 가지가 부족하면 비극이 된다는 것이다. 어른이 없다는 것은 먹고 사는 일과 재미있는 일은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걸 가르쳐주고 있다고 백 교장은 지적했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가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손 회장은 “노인은 자기만 아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죠. 반면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어른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주위에 모으게 되죠”라고 최고의 노년을 보내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이 좋아하는 건 뭔지를 물어 보세요. CNN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가 여가 시간에 TV만 본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를 모르기에 TV를 보게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라고 해서 다르지 않죠.”
악기를 배우는 것도, 저작물을 하나 남기는 것도 모두 일정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노인이 되지 않고 어른이 되는 길, 거기에는 그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부단한 의지가 필요한 것이라고 백 교장은 덧붙였다.
노인은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만 지나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히 가꾸고 노력해야 한다. 오래 사는 것과 제대로 사는 것,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눈부신 삶의 변곡점에 서ek
태어나 관계 맺고 살다 죽는 인간의 삶의 경로는 변치 않고 우리는 대체로 엇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살다 간다. 그래서 인지 생의 새로운 국면, 삶의 이정표 앞에서도 우리는 흔한 일상으로 당연시하며 무심히 넘기기 일쑤다.
성공적인 제2인생은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기를 추구한다.
그러다가 눈부신 삶의 변곡점에 가다보면 보람, 나눔, 행복, 소통, 활동, 일, 공부, 참여, 관계, 건강, 취미, 문화, 배려, 승계, 후배교육, 인생 마무리 준비 등 지극히 평범했던 생의 순간들이 어느 새 ‘의미’있는 삶으로 변환되며 인생이 새로운 가치로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제2인생을 맞이하려거든 보람, 열정, 관리, 여유, 준비라는 5대 키워드로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신중년의 행복은 건강과 취미에 달려 있다 해도 무방하다. 거기다 성찰과 관리를 잘하는 친구와 어울려야 활동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즉, 철저한 자기관리와 열정적인 마인드가 있으면 세상만사를 지긋이 바라보는 여유가 비움의 미학을 문화로 채우는 가치 있는 삶으로 발효되기 때문이다.
제2인생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소신이나 긍지를 갖는 것이다. 학생 때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좋은 학생이고,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의 결정이 옳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베스트 사원이었다. 그러나 정년 후에는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소신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오후’는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생후반전이 낙원이라면 가치 있는 삶을 좇을 필요도, 성찰을 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미래는 너무나도 불확실하고 혼란스럽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일수록 자기를 낮추고 공감하고 배려를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공적인 제2인생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와 믿음을 원점으로 돌려놓고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행복하고 멋진 제2인생이 찾아올 것이다.
인생2막, 시니어들의 모델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다. 광고에서 런웨이까지 시니어 모델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고 그 수요도 늘어나는 시점이다.
꽃중년들이 일어날 시기가 찾아왔다. 물론 늦지 않았다. 주목해야 할 교육과정과 선발대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시니어모델의 시작 ‘뉴시니어 라이프’
2007년에 시니어 모델사업을 시작해 교육과정이나 인프라가 상당한 곳이다. 서울시설공단과 함께하는 청계천 패션쇼를 비롯해 독일, 연변 등 해외무대에서도 나름 지명도가 높다. 강남캠프, 일산캠프, 성북캠프 총 3개의 교육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3~4년차 수강생들이 많이 포진된 것이 특징이다.
‘행복한 패션기업’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구하주 디자이너가 설립한 이곳은 교육, 공연, 모델, 제품 사업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시니어 관련사업의 연령대를 낮추고자 노력한다는 점이다. 60대 기준에서 50대로, 베이비부머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잡은 것.
뉴시니어라이프 구다원 국장은 “통상 시니어나 실버의 구분이 없이 관련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신중년세대들이 완벽히 적응할 만한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편하고 하기 쉬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교
육을 만들어 가는 데 주력할 시기”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관련 교육기관 중에 가장 역사가 오래된 만큼 모델 인프라나 활동 영역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시니어 모델 전문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뉴시니어라이프에는 경력 3년차 3인방 모델이 유명하다. 이들은 50대, 60대, 70대로 구성됐으며 나이차와 관계없이 친구처럼 편한 모습을 보였다.
맏언니 이오영(70)씨는 지난 세월 외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외교관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퇴직으로 한국에 다시 정착하게 되면서 느낀 외로움을 모델 워킹을 통해 극복했다고 한다.
“손주들이 좋아해서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모델 워킹을 교육받으며 새로운 삶을 얻는 것 같다”는 그녀의 미소에서 넉넉함이 느껴졌다.
특히 “그동안 관절염으로 고생했는데 자세 교정을 통해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평범한 전업주부로 살아온 권혜영(62)씨는 모델수업을 통해 성격이 달라졌다. “그동안 자녀들 뒷바라지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선천적으로 내성적인 성향을 가졌었다”는 그녀는 “모델 워킹을 통해 활기찬 모습으로 바뀌어 놀랍다”고 언급했다.
또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무대의 긴장감이 있다”며 “이런 긴장감을 통해 에너지와 용기를 잃지 않아 신난다”라고 말했다.
김경순(54)씨는 3년 전 수강생으로 들어왔지만 이제는 보조강사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체형관리와 건강 관리, 순식간에 찾아오는 갱년기 우울증에 이만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보조강사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그 행복은 배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큰언니와는 나이차가 많이 나지만 같은 관심사로 친구가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녀는 지난 30여 년간 골프용품 사업에 매진하며 꾸준한 마라톤으로 몸매 관리를 해왔다고 한다.
뉴시니어라이프 패션쇼 교육은 기초, 전문, 워킹클래스 총 3개 파트로 나눠진다.
기초과정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4개월(주1회 3시간)간 진행되는데 기본교육, 패션쇼 준비, 패션쇼 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수료 후에는 시니어패션쇼 공연활동에 참가 할 수 있다. 전문과정은 기초과정을 이수한 수료자를 대상으로 6주(주1회 5시간)동안 전문모델교육을 받게 된다. 전문과정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시니어모델 활동(광고/사진/패션/미디어/이벤트) 및 시니어모델 워킹강사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진다.
워킹클래스 역시 기초과정을 이수한 자를 대상으로 매주(주1회 3시간) 수업이 진행되며 준비훈련을 통해 시니어패션쇼에 올라서게 된다.
재충전의 다크호스 ‘강남시니어플라자(시니어모델워킹)’
“강남시니어플라자의 모델 워킹반이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이 한마디를 듣고 찾아가봤다.
교육은 올해 시작돼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열정 가득한 수업이 매력적인 곳이다. 강남권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시니어들도 주목하고 있어 분기별로 진행되는 수강신청을 빠르게 해야 한다.
수강생들에게 무대의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강사 채용에 신경을 쓴 흔적도 보인다.
지난 10년간 패션모델로 일했던 모델 워킹반 이나영 강사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모델 워킹수업은 현 시대가 요구하는 여러 측면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현재 대학 강단에 서고 차밍스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니어 모델 교육에도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그녀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건강, 자신감 그리고 열정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소통을 통해 새로움 아름다움을 찾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강생들의 만족도는 어떠할까.
우선 모델 워킹반 수강생 대표를 맡고 있는 홍의정(66)씨는 “나이가 들면 걸음걸이로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여기서 배운 올바른 자세 교정으로 뒷모습은 아직도 아가씨 같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모델워킹을 하면서 10년은 젊어 진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는 젊은 시절부터 워킹이나 모델 활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잠시 꿈을 포기하고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으로부터 모델 워킹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수강신청을 한 후 본격적으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김쏙니(64)씨는 “40년간 강남에 거주하며 강남시니어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모델워킹반의
시작과 함께해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모델 워킹반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돼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자세로 나이도 몸도 늙지 않는 건강관리에 매진하겠다”며 건강과 미모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강윤순(64)씨는 “처음에는 습관이 되지 않아 어색했지만, 수업을 통해 건강한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외부 시니어패션쇼에도 용기내서 참여하니 보람차
고 톱 모델 못지않게 나도 멋진 여성이 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시니어 모델 워킹 클래스는 기초와 프로 2단계로 나눠지는데 각각 6개월씩 주1회 수업이 진행된다.
기초과정의 경우 초반 3개월은 자세교정과 기본 워킹을 중심으로 모델로서 가져야할 태도에 대해 교육받고 후반3개월은T자형무대,원형무대등모델워킹실습을받게된다. 프로과정은기초과정 수강한 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본격적으로 패션쇼에 참가하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으로 구성된 상태다.
미즈실버코리아 2014
올해 시니어모델을 위한 유일한 선발대회는 미즈실버코리아뿐이다. 시장이 좁기 때문에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참가대상은 50세 이상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능하지만 태생적인 아름다움이나 시간을 거스르는 안티에이징이 관건은 아니다.
주최측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 속에서 묻어나오는 경험과 연륜이 몸에서 절로 발현되는 아름다움을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심사 역시 수상자의 삶의 역사, 건강,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 사회봉사에 가장 큰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2002년 전주의 한 복지가가 소외된 노년층의 꿈과 미소를 되찾아주기 위해 만든 순수한 목적의 이벤트성 대회로 시작했지만 사단법인 세종문화원과 서울공연 예술센터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문화예술계의 후원을 받는 큰 규모의 행사로 변모하게 됐다. 대회수상자들에게는 다양한 대외활동 기회가 주어진다.
우선적으로 수상자들은 한류 ‘뷰티 퀸’으로 데뷔하며 방송 MC와 쇼호스트, 연기 등의 분야로 나갈 수 있다. 시니어 뷰티 리더로서 사회봉사활동과 주부 모델, 미즈 모델, 실버 모델로 활동하며 각 단체 및 업체들과 연관된 평생 교육프로그램에도 지도자로서 발돋움할 수도 있다.
“시니어 모델이 된다는 생각으로 무대에서 연습을 해보니 가슴이 벅찰 정도로 희열이 느껴진다. 이제는 프로 모델로 거듭나고 싶다.”
미즈실버코리아 참가자 김지영 (61)씨는 이 같은 포부를 갖고 있었다.
지난 세월동안 육아용품과 화장품 사업에 인생을 바쳤던 그녀는 이번 선발대회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자 마음먹은 것.
그간 사업적인 영역에서 힘써왔다면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모델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말이다.
“탄탄한 몸매를 가꾸기 위해 틈틈이 피트니스센터를 다녔고 화장품 관련업계에 종사했던 만큼 미를 가꾸는데 남다른 소질이 있죠.”
당당한 그녀의 말투에는 내달 진행될 선발대회의 승패와 관계없이 뚜렷한 목표가 보였다.
김지영 씨는 “우선적으로 시니어 모델로서 TV광고나 지면광고, 또 패션쇼 등에 참여하고 싶다”며 “저를 써주신다면 그에 합당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녀는 “모델 활동과 함께 제 인생의 장기적인 목표는 우리 시니어들을 위해 운동이나 화장법, 패션 등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여 년전 연구회에서 잘 알고 지내던 교수 한분이 직접 쓴 ‘경제수명 2050시대’ 이라는 책을 보내왔다. 50대에 창업을 하여 과거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제2인생의 길을 선택한 필자의 이야기가 그 책에 소개되어있으니 한번 읽어보라는 뜻으로 보내온 것이었다.
5권 세트로 나온 이 책은 어떻게 하면 '경제 수명' 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이 분야 전문가들의 체험적 연구서였는데 '2050'은 20대부터 50년을 일해야 한다는 의미도 되고, 50대도추가로 20년을 더 일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즉 경제수명을 50년은 유지해야만 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경제수명 2060’시대가 절실하게 되었다. 20살에서 70세까지만 일한다가 아니라, 80세까지 60년 동안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다. 나이 들어서도 직업이 있거나 안정적인 수입원을 가질 수 있다면 고령화 사회를 겁낼 필요가 없다. 겁을 먹게 되는 것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편으로, 평균적 퇴직 연령의 급격한 감소가 이뤄지고 있지만 은퇴 후 30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90세, 100세를 사는데 50대 퇴직도 보장하기 어렵다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2060을 몸소 실천하는 분 중에 이상헌 선생님이 계시다. 80세 가까이 되어서도 열정적으로 일하시며 100살까지 일하시겠다고 늘 말한다. 지금까지 무려 140여권의 책을 썼는데 지금도 일 년에 책을 서너권을 쓰고 있고, 일주일에 4~5회 강연과 신문 잡지사에 컬럼쓰기는 물론 1주일에 한번씩 행복에 대한 멧세지를 지인들에게 직접 보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이다.
며칠 전 선생님을 찾아뵈었더니 ‘100살이다 왜!’라는 책을 선물로 주셨다. 보통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후쿠이 후쿠타로(福井福太郞)씨가 쓴 자서전이다. 실제로 저자는 1912년생 102세다. 증권사 임원으로 은퇴했지만 더 일하고 싶어서 70세에 직원 3명이 일하는 도쿄 복권상회에 입사한 현역 회사원이다. 아침마다 전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일터로 출근해 복권 분류와 배달, 회계 업무를 맡아 지금까지 30년째 일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9시부터 2시. 96세 되던 해에 회사에 폐가 될까 우려해 회사에 사표를 냈지만 계속 남아서 일해 달라는 회사 경영진의 간곡한 만류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고 한다.
100세가 넘어서도 계속 일을 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한 인간은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요. "그 일이 대단한 일이건 그렇지 않건 돈을 많이 벌건 적게 벌건 자기가 먹을 양식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멋진 직업“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이미 23%를 넘었고, 지금 100세 이상의 고령자가 6만명을 넘는 세계 최고령국가다. 그래서 그런지 100세 이상 일하는 현역 분들이 의외로 많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100살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을 내어 100만부 이상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의 저자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는 금년 103세(1911생)로 현역 병원장이다. 100살이 되던 3년 전 83세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길녀 총창의 초청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러 한국을 다녀갔다. 그는 ‘어떤 일도 생각하기 나름, 늙는 다는 것은 쇠약해 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늙음과 젊음은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도 자신이 활동하거나 일하는 유통기한 즉, 경제수명을 50년에서 60년으로 늘려야한다. 여기에는 생애교육(生涯敎育)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에는 더블 30, 즉 부모 밑에서 30년 + 자신의 30년 인생을 살았다. 이제는 트리플 30으로 바뀌었다. 퇴직 후 기나긴 30년이 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 준비 없이 퇴직하여 ‘무노동 무임금’으로 마지막 30년을 보낸다는 것은 이제 본인에게는 악몽의 30년이 될 수밖에 없고, 자식들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되고 만다.
여기서 말하는 생애교육은 평생교육과 같은 의미로 쓸 수도 있지만 매우 다르다. 생애교육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젊은 나이에서부터 공부하고 무언가를 미리 준비하자는 것으로 막연하게 죽을 때까지 공부하자는 평생교육과 다르다. 평생교육은 어찌보면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큰 효과가 있으나 2060을 실현하는 데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일찌감치 퇴직지원은 물론 젊어서부터 생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퇴직이후를 준비하는 Life Plan을 세우고 은퇴 이후의 노후 커리어 관리와 생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5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세컨드라이프 코스에 참여하는 기회를 주면서 퇴직 준비를 돕는다.
서구에서도 인사조직 컨설팅사 에이온휴잇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90% 이상이 정기적으로 은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에선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려면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 퇴직 프로그램은 전직 전문회사(Outplacement)주도로 퇴직 이후 전반적인 삶을 설계하기보다 전직이나 당장 경제활동을 지속하도록 하는 재테크 컨설팅에 그쳤다. 단기간 성과는 제공할 수 있어도 길어진 은퇴 기간을 준비하는 데는 너무 미흡하다. 재무 설계뿐 아니라 지속적인 일(job), 건강, 여가, 가족관계 등 비재무적인 프로그램까지 포함시켜‘퇴직지원’에서‘은퇴준비’로 젊어서부터 노(老)테크를 준비하도록 생애교육 프로그램 영역을 넓혀야 한다. 기업 측에서는 물론 노조도 생애교육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직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생애교육”에 적극 나서고 참여해야 할 때다.
젊어서 생애교육을 통해 준비한 후 퇴직이후에 무슨 일을 하던 한 달에 가령 2백만 원을 번다고 치자. 말이 그렇지 초저금리로 인해 200만원을 이자로 받으려면 적어도 10억 이상의 현금을 은행에 넣어두어야 가능한 금액이다. 만약 퇴직 이전에 노후 대비 자금을 마련해 두지 않았다면 60세 이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잡는 것과 젊어서부터 미리 준비하여 취미와 소일거리로 직장을 찾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즉 은퇴 계획은 특정 세대와 상관없이 빠를수록 좋으며 노테크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했는데 우리의 의식 수준은 ‘퇴직은 곧 일에서 은퇴’라는 80세 수명시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청년이란 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 의해 결정된다. 붉은 뺨이나 입술이 아니라 굳센 의지, 상상, 감정, 생명력에 달렸다. 청년은 용기로 비겁을 이기며, 모험으로 앞일을 안다.”고 맥아더 장군은 말하였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 젊음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으로 활기찬, 늙었지만 진정한 젊은이가 많아야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 열정 인생엔 나이가 없다!
글: 피플스그룹 대표이사 가재산
한국형 인사조직 연구회 회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2011년 DBM과 Lee Hecht Harrison이 글로벌 합병한 결과, 세계 최대의 전직지원서비스 기업인 LHH/DBM이 탄생했다. 그 한국 지사인 LHH/DBM 코리아는 점차 미래 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분야에 있어 다양한 글로벌 사례와 독보적 노하우를 갖고 국내에 아웃플레이스먼트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HH/DBM 코리아의 수장을 맡고 있는 유홍열 사장을 만나 국내 아웃플레이스먼트 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짚어봤다.
유홍열 LHH/DBM 코리아 사장은 국내 아웃플레이스먼트 시장의 규모를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합쳐서 약 300억 원 정도의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과 퇴직자 모두가 필요로 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유독 국내에서 확장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문화적 차원의 거부감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직지원서비스 시장이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 성장이 더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외면 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계속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은 서비스의 효과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꾸준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기업의 경우에는 여전히 퇴직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퇴직자에 대한 배려나 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추가비용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많이 있는 편입니다.”
전직지원서비스의 성과에 대한 조급함 경계해야
유 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유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직지원서비스를 통해서 퇴직자들이 서비스 기간 내 성공하기를 기대하나 서비스 종료 시점에서 보면 기업이 기대할 만한 결과를 내기가 어려운 점도 한 몫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물론 전직지원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소요기간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한국고용정보원의 객관적 통계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국내의 통상적인 서비스 의뢰 기간은 3개월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미국이나 일본은 6~12개월이 대부분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전직에 성공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재취업은 6개월, 창업의 경우는 12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에선 지금의 서비스 의뢰 기간 내에 만족할 만한 성공률을 얻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또한, 아웃플레이스먼트 시장 규모에 비해 후발 기업들의 과다 진출이 시장에서의 서비스 가격을 지나치게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저가 수주에 따른 간소화된 서비스 제공이 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간 부문은 공공 부문에 노하우 뺏겼다는 피해의식 있어
고용노동부 및 정부 기관 등에서 수행하는 재취업 프로그램이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LHH/DBM 코리아는 공공 부문에 대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 회사다. 오로지 기업만을 위한 아웃플레이스먼트를 담당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재취업 지원 기관들의 문제점은 ‘인력’이었다.
“정부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전직지원서비스가 고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준비된 인력으로 하여금 적정한 인원을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과다한 인원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서비스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효과가 안 나타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받아본 사람들의 경우에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다 보니 그 불신도 커지게 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전직지원서비스의 본질이 취업 알선 서비스 정도로 잘못 인식되게 하는데 공공부문이 일조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 사장이 제시하는 공공 부문 기관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민관 협력 방식이었다.
“공공 부문이 주도적으로 전직지원서비스를 담당하기 보다는 최소한의 공공부문의 인력과 전직지원 업체의 전문인력 간의 공조 체제로 센터를 운영하거나 일선에서의 서비스를 민간 부문이 담당하도록 공공부문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판단됩니다. 또한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부문 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당장 그러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2005년 노사공동전직지원센터가 시작할 때 공공 부문은 초기 3년 정도를 민간 부문에게 위탁 운영을 맡겼다가 현재는 직접 운영하면서 공격적으로 26개 무료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간 부문은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했다가 시장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모토로라 아웃플레이스먼트 성공 사례의 교훈
LHH DBM코리아는 자사에서 수행한 국내 기업의 아웃플레이스먼트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하는 기업으로 한국 모토로라를 꼽았다.
“모토로라는 작년에 한국에서 사업 완전 철수를 하면서 저희 회사가 사후관리 포함 총 9개월 동안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수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유수의 대기업에 90%에 육박하는 전직성공률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유 사장은 모토로라 아웃플레이스먼트의 성공에는 고객사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하에 전직지원센터 제공과 친밀한 파트너십이 형성될 수 있었고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에 앞서 사전 단계 컨설팅 제공(Pre-Outplacement)으로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IT 산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많은 역량 있는 컨설턴트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여 초기 성공 사례 다수 발생했고, 그 덕분에 소극적 고객에도 동기부여가 가능했습니다. 국내외 IT 및 연관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네트워크 활동을 통한 폭 넓은 히든잡을 발굴한 것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통해 미성공자에 대한 추가적인 밀착 지원을 추진한 것도 성공의 이유입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하고 있는 기업들 전반의 질적 향상 노력 필요
유 사장은 향후 아웃플레이스먼트가 활성화되기 위한 개선책으로 업체들 전체의 지속적인 질적 향상 노력을 주문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단순한 취업 알선 서비스로 인식해서 성공률 중심으로 요구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식해서 서비스의 본질을 왜곡하는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면 안 됩니다. 전직하는 고객에 대한 심리상담, 심경변화 인식, 경력 목표 설정, 필요 시 경력 개발, 시설 제공, 정보 제공 등 종합적인 전직지원서비스로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변화관리 서비스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하게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장년층과 베이비부머세대, 퇴직자들, 즉 시니어들이 공통적으로 최대의 관심 정보는 뭘까? 바로 일자리다. 재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고 연금은 부족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55∼64세 고령자 고용률은 2012년 63.1%로 1995년 63.6%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고용지표상으로만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인 50대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가고 있고, 여성과 중장년층의 고용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춰보면 시간제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등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숫자만 채우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50대 이후 시니어들 재취업은 정부와 기업의 전직지원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는 재취업에 절망
비자발적, 자발적이든 정든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던 퇴직자들은 인생2막을 열기 위해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재취업이 필수다.
그러나 시니어 계층의 재취업과 창업에 대한 절박한 사회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중장년층 구직자들을 위한 전직 서비스가 아직 자리잡지 않았고, 기업들이 퇴직자를 바라보는 편견도 넘어야 할 벽이다.
명예퇴직 신청을 한 1년 전부터 50대 초반 A씨는 6개월 동안 ‘전직지원전문가’에게 심리상담, 진단과 피드백,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 전직교육, 취업알선 등 전문 컨설팅을 받았고, 퇴직 후 곧바로 자신의 경력과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직장에 재취업했다.
퇴직이 배우자의 사망에 이은 가장 큰 심리적인 충격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퇴직은 개인에게 또한 매우 큰 시련이다. 게다가 고령화사회 정년퇴직 연령이 낮아지는 노동시장의 형태 속에서 퇴직은 고급 인력들의 사회 참여 폭이 작아지는 사회 해체의 문제와도 연관돼기 때문에 퇴직자들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고민은 매우 커져갔다.
따라서 그 동안 회사를 위해 기여한 근로자들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며, 그 대안으로서 아웃플레이스먼트(전직지원프로그램)가 도입되고 확대되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퇴직 후 일정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제공하고 또 재취업을 위한 각종 교육훈련제도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정년연장과는 별개로 기업들은 고령화의 적극적인 대응책으로서 전직지원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의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며, 일자리가 행복의 조건인 상황에서 이직하는 근로자가 가급적 실업 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지원하는 전직지원서비스의 중요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퇴직자에게 일시적 희망 퇴직금이나 복리후생보다는 근로능력이 있는 중·장년 근로자를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년의 재취업과 창업이 잘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재취업에 대한 비틀린 시선이다. 시니어들에게 정부가 주도하는 재취업 지원이 시니어들의 전문성이나 그간 해왔던 일들과는 상관없는 일감들을 맡기기 일쑤라는 불평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실행이 잘 안되는 이유
소위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일지라도 퇴직을 앞둔 1주일 전에 단발성으로 워크샵을 가거나 온라인 상담정도에 그친다. 이력서 쓰는 방법 알려주거나 면접 보는 스킬정도. 직전 퇴사 처리된 회사에 대해 악의를 품지 않도록 잘 달래주는 일이 겨우 아웃플레이스먼트라고 시늉하는 행태에 머물러 있다. 기업들의 평판에만 신경쓰는 저비용 고효과를 기대하는 변형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흉내내고 있다는 의미다.
전직지원프로그램이 있다고 소문난 기업에도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개념도 모르고 있는 곳이 많다. 퇴직자들이 아웃플레이스먼트제도를 요구하지 않아서 도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HR부서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정보를 아예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 우리나라 기업에 소개되기 시작하였다가 IMF 경제위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전직지원장려금제도가 도입되면서 국내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도입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한 기업들과 퇴직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해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할만큼 서비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퇴직자들은 아웃플레이스먼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퇴직 시에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보다는 현금 보상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다.
위로금을 선호하는 퇴직자들, 전직지원 서비스 요구해야
이런 이유들로 인해 도입 초기에 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계 기업 및 국내 기업은 많이 늘었지만,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만 커진 시장 규모는 역설적으로 그리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중인 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이같은 퇴직(전직)자에 대한 재취업, 창업 알선 등 지원서비스가 의무화 되면 전직지원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은 늘어 날것으로 전망된다. 퇴직자 가운데 장년을 대상으로는 전직지원 장려금을 지급하고, 사업주에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것이다.
KT는 지난 4월 무려 8300여명의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1조3000억원 가량을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1억4457만원에 이르렀다. 또 한국시티은행은 최근 실시한 명예퇴직에서 5년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인당 평균 4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혜택도 보장했다.
현대차그룹 계열회사도 최대 2억원을 넘게 퇴직위로금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감원인데, 막대한 인건비를 지출하게 된다.
경력관리체계가 자리 잡힌 일본, 공공과 민간 양쪽에서 재취업 지원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치룬 해외 선진국에서는 재취업-창업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들이 우리나라보다 고도화되어 있다. 일본은 정부의 ‘헬로워크’와 민간의 ‘시니어살롱’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헬로워크는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고용안정 기회 확보를 위해 만든 공공직업안정소의 애칭으로 전국에 약 500개가 만들어져 있다. 취직 상담, 직업 교육, 직업 소개, 고용보험 관련 업무 등 취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실 일본에서도 헬로워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직무 능력을 가진 중·고령자들을 위해 단순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시니어살롱’은 전문 경력을 가진 시니어를 대상으로 구인구직 및 직업 교육, 상담을 진행하는 민간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일본의 국가 공인 경력관리체계가 안착됨에 따라, 경력관리모델에 의해 노년에도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는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베이비붐이란 단어의 탄생지인 미국은 비영리단체(NPO)가 잘 정비돼 있어 경험과 지식이 많은 계층의 재취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NPO는 200만 개 정도 있는데 그중 절반은 의료,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30% 정도는 각종 교육 활동, 나머지 20%는 기타 다양한 활동을 한다. 미국에서는 NPO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취업 인구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미국 전체 취업 인구의 10% 가까이가 NPO에서 일하고 있는 걸로 나온다. 즉 취업 알선 분야의 규모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그 분야 자체가 일자리까지 제공할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각 지역사회 내에서의 재취업 지원 활성화 시작
우리나라도 문제들에 대한 대책과 대안들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매 시기마다 열리는 다양한 일자리 박람회와 함께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해놓고 있다.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이 경제단체와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40대 후반 항공회사 출신 조기 퇴직자는 “간혹 일자리를 연결해 줘도 그곳에서 추천해주는 일자리들이 너무 열악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앞으로 10년 뒤에도 폐지가 노인 일자리를 감당하는 비극적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00인 이상 기업은 퇴직을 앞둔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전직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고용정보원 한 연구원은 전직지원 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퇴직자에 대한 전직지원은 결국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인식이 선진 외국처럼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나 통계치 목표에 기준을 두지 말고 ‘양질의 일자리’를 모색한다면 퇴직자들이 전직 및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퇴직 후 재취업은 이제 근로자 개인의 것으로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중장년 퇴직자의 전직과 노후설계 지원은 기업이 정부, 전문가와 손잡고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전직지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기업에 따라 기본교육만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전체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기본교육은 퇴직을 앞둔 대상자의 변화, 심리, 가족, 건강, 여가, 경력, 법률, 재무, 인생설계 등 퇴직후 누구에게나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교육을 말한다.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 기업에 따라 집합교육 및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직 도입단계인지라 전직지원에 대한 집체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전직지원 상담의 경우에는 개인적 상황에 따라 시간을 유동적으로 하고 있다.
상담 및 컨설팅의 경우는 개인의 재무상태나, 경력 활용방안, 법률적 문제나 여가활용 방안 등 개인의 문제를 1:1로 전문가에 의해 심층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며 창업이나, 재취업의 경우 컨설팅을 통해 재취업 실행까지 지원 하도록 해야 한다.
P&G, 수출입은행, 한전, KT에서는 이러한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이미 시행 중에 있으며, 퇴직 예정자 뿐만 아니라 이미 퇴직한 사람들도 유용하게 접할 수 있어 향후 기업들이 전직지원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삼성 그룹, 계열사별로 18개 경력컨설팅센터 운영 중
한편 대기업들도 자사의 직원들을 위한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를 차차 갖춰나가고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처음 탄생한 개념으로 우리 말로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 또는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들 중 80% 이상이 이를 실행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개념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IMF 이후 기업에서는 효율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정부에서는 실업률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활용돼 공공과 민간부문에서 지속 적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웃플레이스먼트를 실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 그룹을 들 수 있다. 삼성은 회사를 떠난 임직원이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끔 퇴직 관리를 해주는 경력컨설팅센터를 2001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각 계열사별로 18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40~50대 중장년 퇴직(예정)자들의 재취업을 돕는 전직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력컨설팅센터는 퇴직임원, 정년퇴직자(또는 예정자), 퇴직자(또는 예정자)를 대상으로 자문역 전직, 정년준비, 전직 상담을 해주며 재취업 알선뿐만 아니라 재교육, 창업지원을 하면서 퇴직 후 삶을 계획할 수 있게끔 종합적으로 관리해주고 있다. 현재까지 총 3천 600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것이 센터측의 얘기다.
센터 관계자는 “전직지원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회사는 내부 고객으로서의 근로자와의 계속적 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퇴직과 관련한 근로자 개인의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심리안정 후 여기서는 6단계의 교육을 실시합니다. 일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고 자산을 체크, 가족, 건강, 여가, 관계 등을 탐색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한다”고 말했다.
재취업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실패를 줄이기 위해 사후관리까지 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가 국내 전직지원서비스의 롤모델로 부각되면서 LG, SK 등도 벤치마킹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직지원장려금제도 부활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부장, 재취업보다는 더 늦기 전에 생애설계부터 하지”
전문가들은 재취업 준비를 자신의 장점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물론 척박한 재취업 환경을 갖고 있는 현재에 그를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당연히 시니어 본인은 재교육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고 실행해야 한다. 그 모든 과정은 어찌 보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재점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니어 취업자들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는 아직 현실적으로 시니어들의 취업 지망과 기업이 인재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의 격차가 큼을 우회해서 알려준다. 물론 시니어들의 눈높이 낮추기만을 강요하지 말고 기업에서 시니어들을 고용하는 일에 거부감을 갖는 풍토 또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선 시니어 재취업에 있어 정부에서 기업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세금 감면, 인센티브 등이 보다 현실화될 필요가 있다.
중장년 대다수가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정년은 57세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고 기업의 장년 채용 기피 관행이 있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중장년 재취업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보완책을 내놓아 중장년 고용률의 획기적인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25년을 근무했는데 내가 과연 무엇을 잘하는지…”
증권사 퇴직을 앞둔 이창수 부장(가명)은 전직지원(outplacement)서비스를 받을지, 현금으로 보상을 받을지 고민이다. 퇴직하면 최대 12개월 치의 급여에 해당하는 돈을 받을 수 있다. 부장급이 1억 원 정도다. 앞서 구조조정을 추진한 A증권과 B증권의 부장급이 각각 받은 2억3000만 원, 2억 5000만 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중한 직장을 떠나는 이 부장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부장은 회사에 대한 서운함, 조직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 평생을 몸받쳐 일한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다 못해 배신감마저 들 것이다.
당장 현금으로 몇푼 주면서 생색내고 하는 그런 위로 따위는 사양하고 싶다. 새로운 직장에서 보란 듯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당장 생애설계와 경력목표를 지원해주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기업의 대표적 아웃플레이스먼트 두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포스코 ‘그린라이프 서비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회사를 떠나는 퇴직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물질적이고 비물질적인 혜택을 자발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실직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새 직장을 찾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기업 측으로서는 퇴직자가 회사와 고용관계를 청산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결국 퇴직관리를 효율적으로 시행함으로써 해고가 보다 원활하게 되는 이점이 있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기업과 퇴직자의 자발성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전직지원제도이다.
전직지원제도는 향후 국내 기업들의 노사간 이슈로 부각되면서 신고용 창출의 모델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그린라이프, P&G 상시 아웃플레이스먼트,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등이 퇴직자를 위해 제대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하는 기업으로 꼽는다.
포스코는 정년을 1년 앞둔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퇴직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 해소 및 사회 적응력을 배양할 ‘그린 라이프 서비스(Green Life Service)’ 과정을 개발해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01년 10월 시작된 ‘그린라이프 서비스’는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들을 인재개발원에 파견해 새로운 진로 개척을 위한 컨설팅 및 학습 기회를 부여해 인기다.
그린 라이프 서비스 과정은 제 2의 인생설계에 필요한 실용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퇴직이라는 급격한 인생 변화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사회에 조기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 중 정년퇴직 예정 직원을 대상으로 재취업 교육을 실시하기는 포스코가 처음이다.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4월과 10월에 1년 과정으로 두 차례 운영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공인된 진단 기법을 이용해 개인별 가치관, 성격, 행동양식, 핵심역량 등을 진단하고 분석된 내용을 기초로 미래의 새로운 진로 개척을 위한 개인별 카운셀링을 병행한다. 또 퇴직후 당면하게 되는 변화에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인드를 심어주고, 노후의 여유 있는 재테크 테크닉, 건강·스트레스 관리 등을 배우는 과정도 함께 진행한다.
통상 재취업 알선은 구조조정 기업에서 어쩔 수 없이 퇴직하는 직원을 위주로 하는데 비해, 포스코의 ‘그린 라이프 서비스’ 프로그램은 50세이상 재직중인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또한 포스코의 퇴직 예정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개인별 여건에 맞춰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맞춤식 컨설팅’ 형태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그린 라이프 센터’를 설치해서 지원해주고 있다.
Life Plan Workshop(총 8일)을 통해서 퇴직 이후의 자신의 삶의 변화와 현재 자신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더불어 관련 목표를 수립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그린라이프 서비스의 장점은 고용환경 변화와 퇴직 이후를 대비한 생애관리, 재취업, 창업, 재무관리 4개의 목표를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재취업 희망자에게는 자신에게 적합한 취업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70~80%는 포스코로 재취업이 이뤄지고 나머지는 외주 협력업체로 고용이 된다”고 말했다.
그린라이프 서비스를 받으면 자신의 변화는 물론 퇴직 후 재정계획 수립과 인생설계 작성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자기 모습을 적나라하게 돌아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개인별 가치관, 성격과 행동양식, 핵심역량을 진단한 뒤, 그 결과를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개인별로 카운슬링한다.
그리고 주1회 카운슬링 날을 지정해서 사외 전문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고 진로 개척을 위한 전략수립 및 목표설정을 세운다.
아울러 부부동반 워크샵 프로그램을 가동해 부부가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진행한다.
퇴직이 임박한 단계에서는 지금까지 수강한 프로그램을 종합해 개인별 재정계획, 능력배양 계획, 건강관리 계획, 진로 결정 등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는 워크숍을 갖고 마무리한다. 또 퇴직후에도 3개월간 지속적인 카운슬링을 온라인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전문 컨설팅사와의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 9월 퇴직자 및 퇴직예정자의 전직 지원을 위해 경력개발센터(Career Development Center : CDC)를 설립하고 재취업을 지원해왔다.
그 후 2011년 8월 경력컨설팅센터(Career Consulting Center: CCC)라는 명칭변경과 함께 인력보강 및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새롭게 개소하게 됐다.
평생경력시대에 있어 퇴직이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예측 가능해짐에 따라 퇴직예정자와 퇴직자의 고용가능성을 제고, 퇴직 이후에도 퇴직자를 회사에 우호적인 잠재고객으로 유지하며 채용부터 퇴직까지 균형 있는 인사관리 체계를 구현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는 10여명의 전담자가 전직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등 임직원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교육장과 Open Desk, 상담 공간, 집단 상담실, 휴게 공간 등을 갖추고 있으며, 또한 체계적인 연계를 위해 5,000여개 중소기업과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양적으로는 2001년 경력개발센터 개소부터 2013년까지 3,600여명의 퇴직(예정)근로자가 재취업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 전직지원서비스는 ‘자발적, 비자발적인 이유로 퇴직하거나 퇴직예정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퇴직으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도록 지원하고, 급격하게 진행되는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게 한다. 퇴직자가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구직활동을 통해 신속하게 경력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직무나 경력 또는 라이프스타일 등에 대한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는 장기적 관점의 경력관리가 필수이다. 정년(60세) 후에도 약 10~20년의 활동기간에 하나의 직장·직업으로는 생애에 걸쳐 의미 있는 삶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임직원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전 생애에 걸쳐 경력을 준비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평생경력의 의식과 태도 함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퇴직자가 퇴직 후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는 경로를 선택하다보니 조직문화, 시스템, 환경 등에서 큰 차이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점의 전환에 중점을 두었다.
재취업이 지연되면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업스킬 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전직지원 프로그램의 전 과정은 기본교육, 일대일 컨설팅, 잡매칭, 정보제공의 서비스가 병행하여 진행된다.
지세근 삼성전자 경력컨설팅센터장은 참여대상과 목적에 따라 프로그램을 차별화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자문역 전직 프로그램은 임원으로 재직한 후 퇴직을 앞두고 있는 자문역과 퇴직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생애 전반에 대한 점검과 중소기업의 이해와 경영전략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대일 상담과 재취업을 위한 잡매칭(job matching)이 함께 진행된다.
둘째, 정년 준비프로그램은 정년 퇴직자와 정년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재취업시장과 중소기업의 이해, 제2의 인생을 위한 경력대안 탐색, 취업전략, 라이프 플래닝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대일 상담과 재취업을 위한 잡매칭으로 진행된다.
셋째, 전직실행 프로그램은 퇴직자 및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전직 가능성이 저하된 구직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개발됐다.
퇴직 후 심리적 안정과 실행력 제고를 목표로, 고용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개인 특성과 외부 취업시장을 고려한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 과정으로는 퇴직 후 변화관리, 나에 대한 탐색, 경력목표 설정, 구직전략 수립, 파워 이력서 작성, 면접 전략, 잡서치 실습, 셀프마케팅 실습, 네트워킹 실행, 경력관리와 라이프 플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퇴직 예정 근로자들의 고용가능성 증대와 함께 퇴직으로 동반되는 심리적 불안과 상실감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