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부담을 낮춘 가성비 생활용품점 다이소, 젊은 취향과 감각으로 건강을 제안하는 웰니스 특화 매장 올리브베러, 약과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대형마트처럼 비교 구매하는 창고형 약국, 간편한 검사와 상담을 결합한 체험형 약국까지.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는 공간이 약국 안팎으로 넓어지고 있다. 가격은 매력적이고 선택지는 많아졌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는 더 어려워졌다. 새로운 건강 소비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살펴봤다.

창고형 약국은 변화가 가장 선명한 곳이다. 기자가 방문한 메가팩토리약국 서울점과 메디킹덤약국은 각각 대형마트와 전자랜드에 입점해 있었다. 장을 보다가 약이나 건기식을 함께 살 수 있는 동선, 편리한 주차장 등을 갖췄다. 매장 규모는 압도적이었다. 수백 평에 수천 종의 건강 관련 제품을 취급하며 휠체어, 허리베개, 관절 보호대, 좌욕기, 온열 찜질기, 화장품, 미용기기 등 시니어가 관심 가질 만한 제품도 다양했고, 반려동물 제품 코너도 마련돼 있다.
여성 건강, 남성 건강, 피부 등 카테고리 구분도 직관적이었다. 할인 가격도 크게 강조했다. ‘이지엔6 이브 30캡슐’은 강남의 한 약국에서 9000원이지만, 창고형 약국에서는 5000원(메디킹덤약국)과 5800원(메가팩토리약국)에 판매하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10병에 1만 원 안팎인 박카스도 5700원 수준이었다. 소비자가 ‘싸다’고 느끼기에 충분한 가격이다.
다만 모든 제품이 일반 약국보다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약사공론’은 31개 일반의약품 비교에서 창고형 약국이 A 대형약국보다 저렴한 제품은 15개뿐이라고 짚었다. 창고형 약국 이용자 45.3%가 계획하지 않은 품목을 구매했다는 보도도 있다. ‘언젠가 쓰겠지’라는 상비 심리와 ‘싸게 느껴져서’라는 가격 자극이 과소비의 이유다. 이처럼 창고형 약국에는 ‘더 담게 하는 마케팅’이 녹아 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쉽게 예산을 초과하는 것처럼, 개별 품목은 싸도 전체 지출은 늘 수 있다.
다이소나 올리브베러와 달리 근무하는 약사가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계산대에도 약사가 있어 주의가 필요한 약품은 복용법이나 사용법을 짚어주었다. 다만 기자가 방문한 주말, 손님 수에 비해 약사 수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약사에게 질문할 수 있는 구조는 있지만, 많은 제품을 둘러보며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장면도 많았다.
창고형 약국은 선택권을 넓혔다. 그러나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말은 동시에 소비자에게 판단 책임이 더 많이 넘어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존에 먹는 약이 있다면 반드시 약사와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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