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어제 먹었던 점심 메뉴가 가물가물하고, 방금 맛있는 곳이라며 지인에게 추천 받았던 음식점 이름을 두 번, 세 번 다시 묻는다. ‘자주 깜빡깜빡하는데, 혹시 나도 치매인가?’ 하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한다.
치매는 시니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치매 발병률은 65세 이상 10%, 85세 이상에서는 40%에 달한다. 또 한국인은 치매 발병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최소 1.3배 이상 높고,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는 연령이 평균 2년 이상 빠르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과 언어 능력, 시공간 감각,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손상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 대화 중 반복해 묻거나 약속을 잊는 등 기억력 감퇴로 시작해 자신의 이름, 주소 등의 신상 정보를 잊는 수준까지 병이 진행된다.
심한 경우 밤낮을 혼동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곳이지만 길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 최근 치매 환자가 실종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는 가운데, 실종된 치매 노인을 문자 메시지로 이른 시간 안에 찾는 ‘실종경보 문자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실종경보 문자 제도가 시행된 뒤로 총 24여 건의 실종경보 문자가 전국에서 발송됐다. 실종경보 문자 발송 대상자 대부분을 발견해 경보는 모두 해제된 상태다.
제도 도입 3일 만인 이달 11일 경기 수원시에선 실종된 치매 환자 A(79)씨가 실종된 지 이틀 만에 발견돼 가족 품에 안겼다. 경찰은 수원과 화성 지역 등에 실종경보 문자를 발송했고, 30분 만에 들어온 제보자 신고로 위치추적을 벌여 A씨를 찾아냈다.
지난 24일 전남 여수에서는 "치매 걸린 아버지가 나간 뒤 들어오지 않는다"는 실종 신고를 받고 오후 2시 16분에 실종된 치매 환자 C(75)씨의 인적사항을 담은 경보 문자를 발송했다. 발송 15분 만에 한 주민의 "치매 어르신에게 12시께 담배를 판 사실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 실종자를 찾아냈다.
문병훈 여수경찰서장은 "실종경보 문자메시지가 실종 아동 등을 찾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면서 "앞으로 실종 사건을 신속히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종경보 문자 제도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가 실종됐을 경우 실종자 정보를 주민들에게 문자로 발송하는 제도다. 재난 문자처럼 이동통신사의 무선기지국을 토대로 해당 지역 안의 주민에게 발송되며 문자에는 실종 대상자의 성명, 나이, 성별, 키 등 기본정보가 담긴다.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누르면 실종자 사진 열람과 상세한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치매 발병률이 갈수록 늘어가는 만큼, 치매 환자는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 있다. 실종 대상자를 봤을 때는 국번 없이 182로 신고하면 된다.
“40대 후반 실손보험 얼마씩 내고 있나요? 보험료가 비싸서 힘드네요. …”
지난해 올라온 인터넷 카페 게시물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은 3900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3명꼴이다. 의료서비스는 일상 생활에 필수다. 하지만 실손보험료가 계속 올라 부담을 느끼는 가입자가 많았다. 또 일부 가입자들의 ‘의료 쇼핑’이 과도해 지속되기 힘들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가입자 간 형평성을 고려해 보장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내일부터 가입할 수 있다. 일부 가입자가 의료서비스를 과잉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서비스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구조다. '받은 만큼 낸다'가 원칙이다. 의료서비스를 적게 이용하는 시니어라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가끔씩이라도 병원을 이용하는 시니어라면 보험료 부담이 늘게 되므로 기존 상품을 유지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이번에 개편된 4세대 실손보험은 주계약과 특약이 각각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로 분리되고,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급여 진료 항목은 늘어난다. 그동안 보장 필요성이 제기된 습관성 유산, 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에 대한 보장이 확대된다. 선천성 뇌질환에 대한 보장도 확대된다. 반면 도수치료와 영양주사처럼 보험금 누수가 컸던 일부 비급여 항목은 과잉 의료이용 방지를 위해 보장을 제한한다.
구체적으로 직전 1년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해 비급여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한다. 비급여 보험금으로 받은 돈이 100만 원 미만이면 다음해 보험료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지급액이 100만~150만 원이면 보험료가 2배 오른다. 150~300만 원이면 3배, 300만 원 이상이면 4배 오른다. 받은 보험금이 없으면 5% 할인받는다.
40세 남성 기준 월보험료 1만1982원을 적용하면 1년간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약 600원이 할인되는 셈이다. 다만 할인·할증은 새 상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2024년부터 적용된다. 충분한 통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의료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암질환, 중증질환 같은 질병 치료 목적으로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면 보험료 차등 적용에서 제외된다. 또 직전 2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받지 않으면 다음 1년 보험료 10%를 할인하는 ‘무사고 할인’도 유지된다. 이때 비급여 보험료 차등제에 따른 5% 할인도 중복으로 적용된다.
4세대 실손보험에선 자기부담금 비율을 높이는 내용을 포함했다. 급여 진료에서 4세대 실손보험 자기부담금 비율은 20%, 비급여 진료 자기부담금 비율은 30%다. 같은 진료를 받더라도 고객이 부담하는 돈이 3세대보다 많아질 수 있다.
재가입 주기는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건강보험정책이나 의료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입자들의 과도한 의료 쇼핑을 유발하는 요인이 줄어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가입자가 계약전환을 원하면 보험회사 고객센터로 문의하거나 가입한 보험대리점 담당 설계사에 직접 연락해 신청할 수 있다.
신규가입자라면 보험회사를 방문하거나 콜센터에 전화하여 가입하면 된다. ‘보험다모아’와 보험설계사를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상품마다 세부적인 보장 내용과 보험료 인상률이 다르다. 따라서 ‘손해보험협회공시실’에서 회사별 보험료 인상률을 확인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 ‘보험다모아’에서 회사별 보험료를 비교할 수도 있다.
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가 등장했다. 학교 운동장이나 어린이 놀이터를 눈치보며 이용하는 시니어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가 생긴 셈이다.
충청남도 공주시가 28일 어르신 놀이터를 개장했다. 이 사업은 충청남도가 전국 최초로 시범 실시하는 것으로, 어르신 놀이터를 노인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안전에 초점을 맞춰 ‘무장애 시설’로 조성했다.
공주 춘수정 공원 안에 2100㎡ 규모로 지어진 어르신 놀이터에는 도비 5억 원이 투입됐다. 충남도는 지난해 4월 어르신 놀이터 설치를 위한 기본 계획을 세우고 7월 공모를 거쳐, 공주시를 어르신 놀이터 운영 지자체로 선정했다.
어르신 놀이터에는 노인에게 안성맞춤인 운동 기구를 설치했다. 공주시는 근력 운동에 집중된 일반 체육시설과 다르게 어르신을 위해 유연성과 균형 감각을 기를 수 있는 운동 기구 14종 등을 마련했다. 아울러 어르신 놀이터에 전문 강사를 배치해 어르신들에게 올바른 운동기구 사용법을 알리고, 다양한 어르신 건강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운동 기구 맞은편에는 공연 무대와 모여 쉴 수 있는 족욕장과 정자, 윷놀이하는 전통 놀이터도 있다. 또 공주시는 기존 경로당 건물을 재건축해 놀이터가 있는 춘수정 공원 안에 경로 식당을 만들었다. 9월부터 주중에 방문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식사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홍영신 충남도청 노인정책팀 주무관은 “단순히 운동기구를 갖다 놓은 공원이 아닌, 돌봄·휴식·놀이·운동·문화를 아우르는 어르신 힐링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정섭 공주시장은 “어르신 놀이터는 어르신들의 일상 생활문화 개선과 건강한 노후생활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에서 처음 조성한 만큼 전국 모범사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충남도는 내년까지 어르신 놀이터 두 곳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100세 시대다.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퇴직 후 인생2막의 설계가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에 50세 이상 시니어부터 40대 프리시니어까지 모두가 인생2막을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노후를 대비하고 사회 참여를 지속하려면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 ‘열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5~69세 중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전체의 72.5%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향후 평균 71세까지 계속 일자리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희망 임금으로 월 150~200만 원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시니어들의 재취업 욕구는 단순히 생계 수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은퇴 후 겪게 되는 자존감 하락, 공허함 등을 해소하기 위함도 있다. 이에 시니어들은 요즘 젊은 취준생만큼 취업·이직·창업을 목표로 국가기술자격 취득에 힘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간한 ‘2021년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50세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는 2016년 5만243명에서 2020년 9만3488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취득자 비중도 2016년 전체에서 7.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3.1%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시니어 자격증 시대'다.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 탑4
시니어들은 면허 발급이 가능하고 취업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자격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 열풍 속,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은 무엇일까? 남성은 지게차운전기능사·굴삭기운전기능사, 여성은 한식조리기능사·건축도장기능사였다.
이 자격증들이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취득 후 바로 취업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고, 진입 장벽이 낮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도 시니어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 지원 사이트의 구인 공고에서도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을 우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격증을 요구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상대적으로 제시하는 임금도 높다. 자격증이 개인의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국가기술자격증 중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취득하고, 관심을 두고 있는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삭기운전기능사, 한식조리기능사, 건축도장기능사 4개 자격증을 상세하게 분석해 소개한다.
① 지게차운전기능사
창고형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공사 현장을 지나칠 때 ‘삐삐’ 소리를 내며 큰 짐을 나르는 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게차운전기능사는 그 기계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격증이다. 지게차는 건설과 유통구조 대형화·기계화에 따라 각종 건설 공사, 항만 또는 생산 작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게차운전기능사는 공장과 물류 창고, 건설 현장 등에서 화물 자재를 운반하고, 올리고 내리는 지게차 운전과 작업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이를 취득할 경우 각종 건설업체, 건설기계 대여업체, 토목공사업체, 건설기계 제조업체, 금속제품 제조업체, 항만하역업체, 운송과 창고업체, 건설기계 대여업체, 시·도 건설사업소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응시 연령과 자격에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시니어들에게 인기 있는 자격증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 취득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2만9740명에서 2016년 3만3128명, 2017년 3만3339명, 2018년 3만1758명, 2019년 5만1156명이 자격을 취득할 정도다. 응시목적(2019년 기준)을 보면 ‘취업·창업·이직’이 45%로 가장 많았고, ‘업무능력·자기계발’이 42%로 뒤를 이었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구분된다. 필기는 지게차 주행, 화물적재, 운반, 하역, 안전관리 분야의 60문항이 객관식으로 출제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운전면허시험보다는 어렵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 없이 응시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공부하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실기는 4분간 지게차 운전 작업과 도로 주행으로 평가한다. 역시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이다. 단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2년간 필기시험이 면제된다.
합격률은 2018년 필기 54.4% 실기 48.3%, 2019년 필기 55.4% 실기 48.5%, 2020년 필기 68% 실기 50.3%다.
② 굴삭기운전기능사
굴삭기(포크레인)는 땅을 파거나 깎을 때 사용하는 건설 기계다. 주로 도로, 주택, 농지 정리, 준설 등 각종 건설 공사나 광산 작업에 쓰인다. 건설 기계 중 가장 많이 활용되며, 응시자 연령대는 40대가 22.5%, 50대가 20.5%로 시니어에게 인기가 많다.
굴삭기운전기능사는 건설 토목 공사 현장에서 장비를 조종해 터파기·깎기·상차·쌓기·메우기 같은 작업을 수행한다. 굴삭기 일상 점검, 예방 정비 업무도 포함이다.
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뉜다. 필기는 건설기계기관, 전기 및 작업 장치, 유압 일반, 건설기계관리법규 및 도로통합방법, 안전관리 분야의 60문항이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실기는 작업형으로 굴삭기 운전 작업, 도로 주행을 통해 평가한다. 필기와 실기 모두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으면 합격이다.
굴삭기를 소유하면 대여 업체 창업도 가능하고, 직접 일을 대행할 수 있다. 현장에선 이를 ‘지입’이라 부른다.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고 본인 소유의 굴삭기를 이용해 일하는 셈이다. 주로 건설업체, 건설기계 대여업체 등으로 진출하며, 광산과 항만, 시·도 건설 사업소 등으로도 취업할 수 있다.
특히 굴삭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우대사항이 있다. 6급 이하 및 기술직 공무원 채용 시험 시 공업 직렬의 운전 직렬에서 3%의 가산점(공무원임용시행령 31조)이 부여되고, 공공기관 및 일반기업 채용 시 보수, 승진, 전보, 신분보장 등에 있어 우대(국가공무원법 36조)를 받을 수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앞으로 10년 간 건설기계운전원 취업자 수가 현 상태를 유지(-1% 초과 또는 +1%미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③ 한식조리기능사
한식조리기능사는 한식 메뉴 계획에 따라 식재료를 선정하고, 맛과 영양을 고려해 안전하게 위생적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조리 능력 외에도 조리 시설과 기구의 위생관리, 재료 구매, 영양학, 관련 법규 등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필기는 한식 재료관리, 음식 조리 및 위생관리 분야에서 객관식 4지 택일형으로 60문항이 출제된다. 이론과 기출문제 위주로 꾸준한 반복 학습이 중요하며, 시간이 부족하다면 이론 내용은 문제 풀이를 먼저 하면서 유형을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제 은행식이기 때문에 난도가 높지 않아 문제집 한 권으로 독학할 수 있다. 기초 조리 용어를 숙지해두면 실기 준비 때 조금 수월해질 수 있다.
실기는 오이 5cm 간격 썰기, 돌려 깎기, 골패썰기 등 감독관들이 지시하는 대로 조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꽤 까다로운 편이다. 재수와 삼수가 기본이라고 할 정도다. 31가지 중 두 가지 메뉴가 무작위로 출제되는데, 이를 45~70분 이내에 만들어 제출하면 된다. 현장에서 채점 기준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맛과 외관, 조리 과정, 위생 상태 등 메뉴의 기본 지침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백색 위생복, 앞치마, 위생모자 또는 머릿수건, 개별 조리기구 등 시험 준비물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필기와 실기 모두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며,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여러 우대사항이 있다. 우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 한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리사 면허를 발급해 준다. 현재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학교와 병원 등의 집단 급식소(50명 이상)에서는 조리사 자격 소지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므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유리할 수 있다. 6급 이하 공무원 시험에서도 가점을 받는다.
향후 식품접객업과 집단 급식소 등에서 조리사로 근무하거나 운영할 수 있다. 업체 간, 지역 간 이동이 많은 편이고 고용과 임금에서 안정적이지는 못한 편이다. 하지만 정부가 매년 조사하는 국가기술 자격통계 연보에서 50대와 60대 여성 자격증 취득 순위에서 거의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④ 건축도장기능사
건축도장기능사는 페인트공 또는 도장공을 말한다. 건축물 내·외부 표면에 페인트와 라커 같은 도료를 칠하거나 발라서 건물과 기타 구조물을 보호 또는 장식하는 일을 한다. 건설업은 국가기술자격을 요구하는 구인 건수 비중이 많은 업종인데, 특히 건축도장기능사는 상대적으로 성별이나 연령의 진입장벽이 낮다.
건축도장기능사 시험은 실기로만 진행한다. 실기시험은 도면(가로 60cm*세로 90cm)에 맞는 구조물에 지급되는 재료를 가지고 주어진 과제대로 페인트를 칠해 완성품을 만들면 된다. 시험 과제는 총 5가지이며 큐넷 자료실에 공개돼 있다. 단 실제 출제되는 시험 문제는 공개한 문제에서 일부 변형될 수 있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1년에 네 차례 실시하는 실기 시험은 6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집중력이 상당히 요구된다. 유성페인트를 칠해야 하는데 수성페인트를 칠하는 등 사소한 실수가 합격에서 성패를 좌우한다. 3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어서 색을 내야 하는 조색 과정, 4가지 유형(시험 당일 감독관이 지정해주는 도면)으로 돼 있는 도형 부분은 시험 전에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좋다.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도장공으로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낡은 건물의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인테리어업체로 취업할 경우 초봉은 월 230만 원 정도다. 그러나 작업 특성에 따라 고용 형태는 일용직이 많다. 전문 건설업체나 하도급자의 의뢰에 따라 일을 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 도장공 일당은 보통 15만∼25만 원 수준이다. 3~5년간 경력을 쌓으면 숙련공이 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숙련자가 없어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
또 현장 관리인으로 취업할 수도 있다. 2018년 건축법 개정에 따라 건설업자에게 도급하지 않고 시공하는 모든 건축공사는 건설기술자 1명을 현장 관리인으로 지정해야 한다. 또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을 취득하고 건설업 종사경력 918일 이상이면 건설경력기술자 등급(초급 이상)을 받고 해당 기술자 수첩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규모가 30억 원에 달하는 공사 현장에는 초급 이상의 기술자등급 소유자가 현장 대리인(현장소장)으로 배치돼 현장을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외에도 도장공사업이나 페인트 상회 또는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내고 건설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노후 준비를 위해 자격증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되고 있다. 다만 자격증을 따는 것과 구인 공고를 통해 취업까지 성공하는 것은 별개다.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각 자격증의 시험정보, 우대현황, 일자리 정보 등 자세한 사항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자격증을 검색하면 한국산업인력공단 사이트로 연결된다.
오전 10시, 탑골공원 앞이 소란하다.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박 모(71)씨는 동년배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원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공원은 지난해 2월부터 무기한 폐쇄된 상태다. 하지만 박씨와 같은 시니어들은 여전히 탑골공원 담장 바깥에 모여 앉아 있다. 집에서 가만히 있기엔 무료하고, 아파트 단지 공원은 젊은 친구들이 많아 앉아 있기가 민망해서다.
코로나19는 그나마 시니어들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경로당, 노인복지관 같은 시설의 문을 걸어 잠갔다.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시니어들의 삶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탑골공원에 나가지 못하는 날에는 스마트폰으로 무료함을 달래보려 시도한다. 하지만 박씨는 고개를 내젓는다. 인터넷과 디지털 세상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빠르게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박씨와 같은 시니어들은 다르다. 주로 경로당과 공원, 노인복지관을 방문하며 오프라인 활동을 많이 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가 더디며 역량도 낮다.
2019년 기준 세계 인구의 51%에 달하는 41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할 정도로 정보통신기술은 현재 우리 삶의 모든 부문에 관여하며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모든 분야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는 젊은 층에게는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이지만 시니어들에게는 디지털 소외 현상을 초래하는 사회 문제도 이슈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시니어 가운데 여건은 되지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자발적 비이용’이 72.5%, 나머지 ‘비자발적 비이용’에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박씨 또한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지만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얼마 전 친구가 끔찍이 여기는 늦둥이 아들 결혼식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100만 원을 부치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은행을 직접 방문했다. 이 은행 계좌를 40년 가까이 보유했지만 인터넷 뱅킹은 할 줄 모른다. 젊은 세대가 카카오톡이나 은행 앱에서 수수료를 면제받아 1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송금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씨는 “은행 앱은 설치할 줄도 모르는 데다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정작 사용할 줄 모르니 그냥 교통비를 지불해서 은행에 오고, 수수료도 낸다”며 “매번 모른다고 자식한테 부탁하는 것이 무척 미안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상과의 만남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초면인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난 5월 어린이 날을 맞아 손주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 완구점을 찾은 박씨는 정가 10만8000원짜리 로봇을 8만6800원에 구매했다. 20%나 싸게 샀다는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30대 딸의 반응은 달랐다. 왜 비싸게 주고 샀느냐며 환불을 권유했다. 서둘러 완구점에 가 환불을 마친 박씨는 씁쓸했다. 박씨 딸은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를 한바퀴 훑더니,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똑같은 장난감을 6만6430원에 구매했다.
이처럼 ‘요즘 세대’는 다양한 앱을 활용해 저렴한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후기도 작성해 적립금도 톡톡히 챙긴다.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거나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식당 계정을 추가한 뒤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박씨는 매일 가던 식당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폰을 가져가서 직원이 이것저것 누르더니 “다음에 이 화면을 보여주면 서비스를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화면을 어떻게 띄우는지 몰라 혜택을 누리지 못한 셈이다.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구청이나 주민센터 민원 창구에서 공무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를 발급받는 비용은 1000원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내 무인 민원 창구를 이용하면 500원에 발급할 수 있고, 인터넷을 이용하면 무료다.
박씨는 “필요한 서류가 있어 구청을 방문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며 “종이 한 장 짜리 서류를 발급 받으려고 30분을 기다리는 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항목이 너무 많고 눈까지 침침해 기계를 사용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와 같은 70세 이상 시니어들은 현대사회의 ‘디지털 흐름’에서 소외된 많은 ‘디지털 이방인’이다. 디지털 혁신이 이뤄지고 있으나 경제적 빈곤과 디지털 활용 능력 부족 등으로 이러한 변화에서 소외되고 있다. 시니어들은 온·오프라인 기반의 각종 서비스에서 제외돼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
이들을 위해 국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이들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죽음은 떠나는 이의 생애 마지막 과제이기도 하지만, 남겨진 이가 견뎌야 할 무게이기도 하다. 특히 배우자와의 사별은 몸의 반쪽을 떼어낸 듯한 슬픔을 초래한다. 사랑하는 남편 또는 아내의 부재,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천상재회’의 가사처럼 꿈에서도 그리워하며 울어야 할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화자처럼 점잖이 보내주어야 할까. 정답은 없다. 그저 장마처럼 퍼붓던 슬픔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반려자의 몫까지 묵묵히, 열심히 살아가는 것밖에.
“아내가 죽었는데 괴롭거나 속상하지가 않습니다.” 한순간에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가 있다. 홀로 살아남아 병원에 도착한 그는 불과 10분 전 아내를 잃었음에도 평온한 얼굴로 자판기에서 초콜릿을 뽑는다. 그러나 자판기는 삐걱대며 말을 듣지 않고, 돈을 잃은 그는 집에 돌아가 자판기 회사에 항의 편지를 쓴다. 고장 난 자판기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아내가 죽었는데 왜 눈물 한 방울조차 나지 않는 것인지, 아내의 환영이 수시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 알 수 없는 마음을 토해낸다.
상실을 다룬 영화 ‘데몰리션’은 아내와 사별 후 감정이 고장 나버린 남자가 한 통의 편지를 계기로 자판기 회사 직원 캐런을 만나 자신의 진짜 내면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주인공의 상황을 굴곡 없이 보여주다 마침내 ‘슬픔’을 느낄 때 마무리된다. 그에게 슬픔은 극복해야 할 시련이 아닌, 새 삶을 위해 마주 봐야 하는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슬픔의 모양은 같지 않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은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가져다준다. 모든 이별은 고통스럽지만, 특히 배우자와 사별한 이들은 극한의 괴로움과 상실감을 느낀다. 때로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는 ‘상심증후군’을 앓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홈스와 리처드 라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가까운 친구의 죽음(36점), 가족이나 친지의 죽음(63점), 이혼(73점)보다도 배우자 사망(100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은 “사별 경험은 대개 충격과 마비, 그리움과 분노 등을 거쳐 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을 초래한다”며 “특히 시니어의 사별은 생애 주기 마지막 단계에서 겪는 이별이라는 점에서 죽음에 대한 무력감과 공포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사별자가 같은 단계를 밟아나가며 동일한 감정 변화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우는 이가 있는 반면, ‘데몰리션’의 주인공처럼 공허한 감정이 먼저 고개를 내미는 경우도 있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지난달 코로나19로 아내를 잃은 남편이 센터를 찾아왔다. 슬퍼하는 모습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죽음에 어리둥절하고 무감각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사별 후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이 아니다. 눈물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어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억울하고 섭섭한 것도 당연하다. 모두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라며 “다만 2개월 정도 지나도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으니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그래도 계속되는 삶을 위해
사별의 슬픔을 극복하는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마주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전 생활로 돌아가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사별 경험자들은 일상으로의 복귀를 특히 어려워한다. 집 안 곳곳, 생활 면면에 배우자의 흔적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사별 전의 일상으로 80% 정도 돌려놓는 것이 중요하지만, 회복이 어렵다면 시공간을 재배치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공간의 재배치’란 생활과 환경을 사별 전과 다르게 재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리모델링, 이사 등으로 공간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다. 단 지나치게 먼 곳으로 떠날 경우 낯선 환경에 더 큰 외로움을 느낄 수 있으니 평소 잘 알던 동네나 근거리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니어라면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워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무기력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 복지관이나 문화센터 등 주 2회 정도 규칙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좋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경우 주변인의 반응으로 자신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속감에서 비롯된 안정과 활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떠난 이의 몫까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양 연구원은 “우리의 삶이 상실과 사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별 후에도 계속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이따금 삶에는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온다. 그것이 삶의 신비다”라고 말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과 모임
서울어르신상담센터 ▶ 사별로 인한 상실, 우울감 등 생활 속 문제를 겪고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진행한다. 내방 상담, 전화 상담, 온라인 상담 등 방식이 다양하다. 온라인 홈페이지 ‘상담신청예약’ 게시판에 상담 유형을 선택 후 글을 남기면 담당자의 회신을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 ‘마음건강 테스트’를 통해 가벼운 자가진단도 가능하다.
건강가정지원센터 ▶ 전국 207개의 지역 센터를 운영하며, 생애주기에 따라 발생하는 가족 내 다양한 문제와 갈등, 심리적 외상 등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거주 중인 시·도와 지역구를 선택하면 지역센터 사이트로 이동한다. 해당 홈페이지 ‘사이버상담’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사별 카페 ▶ 사별자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이다. 전문가와의 상담도 좋지만, 인터넷 사별 카페 회원들과 위로를 주고받으며 아픔을 공유하는 것도 슬픔을 덜어내는 방법 중 하나다.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 영국의 팝 그룹 버글스는 1979년 자신의 노래로 라디오의 종말을 예고했다. 그 노랫말처럼 시대가 변함에 따라 시니어의 일상에 스며 있던 라디오는 설 자리를 잃어갔고, TV와 컴퓨터,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노래가 나온 지 4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영상이 음성을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 각종 오디오 서비스가 떠오르며 생태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화제의 ‘클하’…듣는 SNS 열풍
올해 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콘텐츠의 부활 가능성을 시사한 대표적인 사례다. 회원가입만 하면 이용 가능한 기존 SNS와 달리 지인의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폐쇄성이 비판적 여론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희소성을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오히려 눈길을 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클럽하우스의 강점은 실시간, 쌍방향 음성 교류다. 이용자들이 올린 사진과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는 방식이 아니라 목소리로만 소통이 이뤄진다. 앱에 접속해 방에 입장하면 라디오를 켠 듯 낯선 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라디오와 다른 점은 진행자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방의 성격도 다양하다. 잡담이나 성대모사를 하는 재미 위주의 방부터 비슷한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커리어 이야기를 나누는 곳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 세계 거물급 인사들의 연이은 가입으로 유명인과도 전화를 하듯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 앱의 근본적인 열풍 원인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이 연사로 등장했으며, 국내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이 이용자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소통 방식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클럽하우스는 이후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관심이 크게 줄었지만,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유사한 음성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TIP] 알아두면 쏠쏠한 클럽하우스 용어
① 초대장 클럽하우스의 가입 경로. 사전에 앱을 설치한 뒤 문자로 받은 초대 링크를 누르면 가입된다. 최초 가입 시 3장의 초대장이 제공되고, 활동량에 따라 개수가 늘어난다.
② 모더레이터 방을 만든 진행자로, 발언자를 정할 수 있다. 발언하고자 하는 이는 화면 우측 하단 손바닥 아이콘을 눌러 모더레이터에게 의사 표시를 하면 된다.
③ 박수 음소거 기능을 껐다 켰다 반복하는 것. 발언자의 말에 공감할 때 주로 쓰인다. 공식 기능은 아니지만, 유저들 사이에 자리 잡은 일종의 리액션 문화다.
책·전시·드라마까지 목소리로
목소리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또 다른 분야는 오디오북 시장이다. 오디오북은 인공지능(AI), 성우 등의 음성으로 책을 낭독하는 서비스로, 이미 미국에서는 전체 출판 시장의 10%를 차지할 만큼 대중화돼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지만, 최근 관련 플랫폼이 눈에 띄게 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는 지난해 동기 대비 180%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밀리의 서재’는 올해 2월 누적 회원 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쏟아지는 영상의 홍수 속에서 오디오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강점은 ‘멀티태스킹’이다. 영상은 그 특성상 화면에 오롯이 집중해야 하는 반면, 오디오 콘텐츠는 운전·운동 등 다른 일을 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 또 시니어의 경우 노안으로 인한 불편도 해소할 수 있다. 실제로 윌라는 회원 중 28%가 50대 이상으로, 중장년층의 이용이 활발하다. 윌라 관계자는 “나빠지는 시력으로 독서와 멀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중장년층 분들이 많은데, 오디오북은 이런 문제를 보완해 다른 디지털 콘텐츠보다 호응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전시 도슨트, 드라마 등도 오디오 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 또 자신의 목소리로 오디오북을 녹음하거나 라디오 채널을 개설하는 등 참여형 콘텐츠도 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9년 기준 220억 달러에 달했던 오디오 시장이 2030년 753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상의 시대에 오디오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한 시점이다.
[TIP] 떠오르는 오디오북 플랫폼
① 윌라 오디오북 전권을 전문 성우의 목소리로 실감 나게 들려준다. 다만 텍스트를 볼 수 없어 오직 두 귀로만 즐겨야 한다. 비즈니스·패션·과학 등 분야별 매거진과 제휴를 맺어 오디오 매거진도 제작하고 있다.
② 밀리의 서재 10만 권의 전자책을 보유해 텍스트와 오디오를 함께 제공한다. 일부 콘텐츠는 배우 이병헌, 조정석, 한지민 등 유명인의 목소리로도 감상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오디오북’ 서비스로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책을 만들고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③ 오디오클립 2만여 권의 오디오북과 4600여 개의 다양한 팟캐스트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재혼황후’,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자사의 유명 웹소설·웹툰을 음성으로 구현한 오디오 드라마로 차별을 꾀하고 있다. 대형 미술 전시의 오디오 도슨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나이가 들수록 눈은 침침해지고 기억력도 자꾸 흐려진다. 복잡한 것도 딱 질색이다. 아들딸이 써보라고 거금을 들여 사준 스마트폰은 6070 시니어에게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스마트폰의 여러 가지 기능을 활용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던데, 먼 나라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정작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 메신저 정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100%, 아니 200%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똑똑하게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잘 써야 한다.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 검색창에서 원하는 앱 이름을 입력해 검색한 뒤, 해당 앱 '설치' 버튼을 누른 뒤 일정 시간이 지나 홈 화면으로 돌아가면 설치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조금 복잡한 설치 과정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자녀를 포함한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 부탁하는 것도 좋다. 수 많은 앱 중에서도 시니어들의 삶에 쏠쏠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뿐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 '인싸'가 될 수 있는 앱 7 가지를 소개한다.
인싸는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거나 주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① 집안 경조사, ‘음력 달력’으로 관리하자
젊은 세대에게는 거의 잊혀 가는 풍습이 돼버렸지만, 시니어들은 집안 제사나 명절, 생일처럼 각종 행사를 챙길 일이 많다. 요즘은 종이 달력에도 음력이 표시되지 않는 게 많아 포털사이트에 필요할 때마다 음력을 검색해 찾아봐야 한다. 이 앱은 그런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음력에 관련된 달력 정보는 물론 24절기, 손 없는 날, 세시풍속 등을 볼 수 있어 활용 폭이 넓다. 또 날짜 위 또는 일정 칸에 그림을 그리거나 날짜 색을 변경할 수 있어 손쉽게 일정을 관리할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를 눌러 들어간 후, 검색창에 '음력 달력'을 검색하고 상단에 뜨는 달력 앱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설치하면 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토어를 나간 뒤 방금 다운 받은 앱을 눌러 사용해보자.
② 침침함은 가라! 더 크게, 더 편하게, ‘돋보기’
노안이 슬슬 오기 시작하는 시니어들은 작은 글씨가 불편하다. 눈이 침침하니 자꾸 눈을 비비게 되고, 눈 건강이 더 나빠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돋보기를 따로 마련하기 부담스럽다면 이 앱을 추천한다. 확대는 물론 고정 촬영 기능, 손전등 기능, 책을 더욱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흑백 반전 기능도 탑재했다. 돋보기 앱은 시니어 일상 생활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 검색창에 ‘돋보기’라고 검색하고, 설치 버튼을 누르면 다운이 완료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간 뒤 다운 받았던 앱을 클릭해 사용하면 된다.
③ 걷는데 돈이 쌓인다고? 만보기 앱 ‘캐시워크’
걸을수록 돈이 쌓이는 만보기 앱 ‘캐시워크’는 100걸음을 걸을 때 마다 1캐시씩 보석상자를 준다. 보석상자를 눌러 캐시를 적립하는 형태로, 하루 최대 100캐시까지 적립이 가능하다. 하루에 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캐시워크’라고 검색한 후 설치를 완료하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돌아간다. 그 다음 방금 받았던 캐시워크를 클릭하면, 기본으로 잠금화면이 보인다. 그 상태에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들고 걸음을 옮기면 걸음 수, 걸은 시간, 소비한 칼로리, 거리를 보여준다. 걷기로 건강도 챙기고 조금씩 돈이 쌓여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돈은 나중에 다양한 제휴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④ 키오스크, 더 이상 겁나지 않아! ‘서초톡톡’
60대 이상 시니어에게 키오스크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키오스크란,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 정보 단말기. 주로 정부 기관이나 은행, 백화점, 전시장 등에 설치되어 있으며 대체로 터치스크린 방식을 사용한다. 키오스크가 도입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가게 앞에 떡하니 놓여있는 기계를 보면 종업원을 먼저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호기롭게 사용해보려 도전했다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시니어도 다수다. 이런 시니어를 위해 서초구에서 키오스크 연습용 앱을 개발했다.
가게마다 메뉴 구분의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들으며 키오스크의 시스템을 찬찬히 살펴보고 기계에 익숙해지기엔 충분하다. 단순히 음식점에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 사용뿐 아니라 시니어가 어려워하는 무인민원발급기, 고속버스 예매 기기, 은행 ATM, 병원 등 다양하게 연습해볼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서초톡톡' 또는 '키오스크'를 검색한 후 핑크색 앱을 설치한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 플레이스토어를 나간 뒤 방금 받았던 앱을 실행해 키오스크와 친해져보자.
⑤ 이 꽃은 이름이 뭐야 뭐야? ‘모야모’
코로나19로 인해 시니어들은 산과 들 등 자연을 더 많이 찾는다. 이때마다 주변에 피어있는 꽃, 산에 있는 풀들을 보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모야모’에서는 이런 시니어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스마트폰으로 식물 사진을 찍거나 갤러리에서 이미지를 선택해 올리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이름을 알려준다. 이름뿐만 아니라 식물의 별명, 꽃말, 전설, 약효, 공기정화 능력, 키우기 요령 등 유용한 정보가 담긴 식물도감도 볼 수 있다. 전문 원예업 종사자도 필요할 경우 사용하면 편리하다.
플레이스토어에서 ‘모야모’라고 검색한 후 설치를 완료하고 열기를 클릭하면, 각종 식물들의 정보를 알 수 있다.
⑥ 영탁이 노래,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찐이야? ‘노래모음’
시니어에게 트로트란 인생의 활력소다. 최근까지도 시니어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의 노래를 모아 들을 수 있는 앱이 있다. 유튜브에 일일이 검색하거나 유료 음악 사이트에서 정기 결제를 할 필요도 없다. 원하는 가수의 이름이 적힌 앱을 설치한 후, 앱을 실행하면 해당 가수의 인적사항을 볼 수 있고 관련 SNS 채널, 팬 카페로 연결도 가능하다.
배경화면 다운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최신 소식도 얻을 수 있어 편리한 ‘덕질(본인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캐릭터, 실제 인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된 2차연성 작품을 찾아보는 행위)’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만약 가수 '영탁'의 팬이라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영탁 노래', '영탁 노래모음' 등으로 검색해 설치 버튼을 눌러 앱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임영웅'의 노래가 듣고 싶다면 '영웅 노래모음'을 검색하면 된다. 유사한 모양의 앱이 많아 다소 헷갈릴 수 있으나 추천한 앱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앱을 선택해 설치하면 된다.
⑦ 서로 예쁜 글, 인삿말 나눠요 '좋은글 꽃편지'
시니어는 서로 좋은 글귀가 있으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해놓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함께 공유하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이런 사진은 어디서 구하는지 궁금해질 때도 있을 것이다. 시니어의 감성을 저격한 유형의 글이나 사진만을 모아놓은 앱이 있다.
'좋은글 꽃편지'는 글뿐 아니라 건강, 생활 상식도 같이 볼 수 있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댓글을 달며 인터넷 속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코로나19로 조심스러운 지금, 이 앱으로 적적한 마음을 달래보자.
플레이스토어에서 '좋은글 꽃편지'라고 검색하면 해당 모양의 앱이 나온다. 설치 버튼을 눌러 다운 받고, 홈 화면으로 돌아가 메뉴에서 앱을 실행한 후 찬찬히 구경해보며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삶과 죽음이 한끝 차이이듯 ‘웰다잉’을 위해서는 ‘웰빙’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니어의 웰빙은 대부분 거처가 좌우한다. 노후에 어떤 형태의 돌봄을 받고, 어디에 머무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 또는 병원, 두 가지 선택지가 전부였지만,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고민하는 ‘웰엔딩’에 관심이 늘면서 ‘실버타운’이 제3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버타운 입주를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실버타운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시대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엔 10여 년, 길어야 20년 정도로 여겨지던 노후의 정의가 30~40년 가까이 늘어났다. 직장에서 몸담은 시간보다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질 좋은 서비스와 시설로 눈을 돌리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30여 년간 ‘열일’ 한 대가로 얻은 경제력이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누리고 싶은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심리다.
실버타운은 이 같은 액티브 시니어의 수요를 만족시켜주며 최근 몇 년간 노후의 또 다른 보금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실버산업 전문가 이한세 초고령사회미래연구원 위원장은 “20여 년 전의 60대와 지금의 60대는 다르다. 옛날에는 60대만 돼도 ‘인생 다 살았다’고 했지만 지금은 노후를 편안하고 활기차게 보내려는 시니어가 많다. 또 과거에는 실버타운 입주 보증금이 강남 아파트 한 채를 팔아야 충당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20년 사이 보증금은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집값은 10배 가까이 오르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며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 실버타운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버타운 언제, 어디로 가야 하나
한마디로 오늘날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는 이들은 실버타운에 입주할 경제력을 갖췄으며, 노후를 즐길 시간도 충분하다. 문제는 언제, 어떤 실버타운에 들어가느냐다. 포털 사이트에서 ‘실버타운’을 검색하면 각종 노인주거복지시설이 쏟아져 나와 정확한 정보를 추리기 어렵다. 또 노후가 길어진 만큼 어느 연령대에 입주해야 하는지도 새로운 고민거리다. 적절한 시기에 실버타운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노인복지법 제32조에 따르면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어르신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곳’을 말하며, 성격에 따라 양로시설과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으로 구분한다. 양로시설은 크게 무료 및 실비, 유료로 나눌 수 있는데, 무료 및 실비 양로시설은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곳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서비스 외에 기타 부대시설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유료 양로시설은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입주 가능하다. 대개 경제력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운영해 입소자로부터 비용을 전부 수납하며, 그 특성상 여가 시설, 취미 프로그램, 의료 서비스 등이 특화돼 있다. 비유하자면 유료 양로시설은 시설이 뛰어난 5성급 호텔, 무료 및 실비 양로시설은 비용이 합리적인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같은 노인주거복지시설 가운데 고급형 노인복지주택과 소수의 유료 양로시설을 합한 개념을 통상적으로 실버타운이라 부른다. 즉 실버타운은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입주 가능하다.
그렇다면 노후 어느 시기에 입주하는 것이 일반적일까. 서울시니어스타워 관계자는 “실버타운 초창기에는 60~65세에 입주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70대 중반에서 80대에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 가사노동을 할 체력이 되지 않거나 크고 작은 돌봄을 받고 싶을 때 이곳을 찾으신다”라며 “그러나 열에 아홉은 ‘더 일찍 들어올걸’ 하며 후회하신다. 나이가 들수록 동호회나 취미 프로그램, 행사 등을 즐기기에 육체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의 각종 시설을 알차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조건에 부합하는 연령이 되었을 때 바로 입주하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TIP] 실버타운 입주 시 고려해야 할 4가지
비용 ▶ 가장 먼저 자신이 충당할 수 있는 입주 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고려해야 한다. 입주 보증금은 대개 2억~9억 원, 월 생활비는 100만~200만 원 선이다. 같은 실버타운도 평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니, 싱글이라면 가장 많은 세대를 차지하는 평수를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위치 ▶ 실버타운은 위치에 따라 도시형, 근교형, 전원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위치는 개인의 선호도나 자녀의 거주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만 수도권 내에 있는 실버타운은 땅값에 따라 입주 보증금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병원 ▶ 복용 중인 약이 있거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시니어는 대형병원이 가까운 실버타운이 좋다. 또 ‘너싱홈’(실버타운과 요양원의 성격이 결합된 형태)이나 ‘데이케어센터’(주간보호시설) 시스템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있으니, 각 실버타운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여가 ▶노후의 질은 여가가 좌우한다. 후보별로 각 절기별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 취미 활동, 커뮤니티 센터 등을 알아본 다음 알맞은 곳을 택한다. 단 해당 서비스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육관은 있지만 트레이너의 관리가 허술하고, 동호회가 존재하지만 참여하는 사람이 없으면 ‘보여주기 식’일 가능성이 높다. 프로그램의 활성화 정도를 함께 고려한다.
피해 줄었지만 상담 꼼꼼해야
알맞은 실버타운을 골랐다면 다음은 입주 상담이다. 실버타운 입주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충분한 상담으로 머물 곳을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 특히 입주 보증금 반환 방식을 세밀하게 살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입주 보증금 관련 피해가 문제시되고 있지 않지만, 수년 전 일부 실버타운이 분양 저조, 사업비 부족 등의 이유로 입주민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몇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용인시 A실버타운은 서비스 불이행, 일방적인 관리비 인상, 보증금 미지급 등 사업자의 독단적인 운영으로 구설수에 오르다 2017년 시설폐쇄명령을 받았다. 경기도 성남시 B실버타운은 2016년 무리하게 사업 분야를 키워나가면서 부도가 발생해 입주민들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사업자가 입주 보증금의 50% 이상을 돌려주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권이나 근저당권 설정으로 보호하는 경우 예외 조항이 적용돼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전세권 및 근저당권 설정으로 보호받을 경우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에도 한계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제도에 다각적인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요즘은 시공자나 금융권에서도 사업성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큰 피해 이슈는 없지만, 운영의 건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차원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입주하려는 실버타운이 운영상 문제가 없고 건실한지 분별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전문성과 사회적 신용도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파악하기 어려울 땐 식사 체험을 하며 입주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종 계약을 할 때는 보증금 반환 보장 방안과 지급 방법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지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이 위원장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져 있는 것이 중요하다. 시설만 강조하는 곳보다 시니어에 대한 직원들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곳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인생의 보너스 같아”…공동체서 찾는 활력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한 입주자들의 실제 후기는 어떨까. 대부분 비용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여성 입주자들은 식사 준비를 비롯한 가사노동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50여 년 운영하던 약국을 닫고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에 나란히 입주한 조명자(77)·조미자(73)·조경희(65) 자매는 “모든 게 만족스럽지만 무엇보다 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세 자매에게 꿈만 같은 일”이라며 “함께 식사를 하고 웃음꽃을 피우다 보면 이곳에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서울시니어스 강서타워에 입주한 정태분(78) 씨도 “정성과 영양 가득한 식사와 청소 서비스는 그동안 고생한 인생의 보너스 같아 매일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실버타운 내 각종 취미 프로그램도 즐거움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에 3년 간 거주한 배순애(72) 씨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한다. 코스도 다양하고 산책로도 여러 개다. 10년째 취미로 하는 색소폰을 무대에서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이뤄져 심심할 틈이 없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모임이 잠정 중단됐지만 남편과 주변 관광지를 돌며 나들이 다니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도 공동체 생활에서만 겪을 수 있는 쏠쏠한 재미다. 특히 은퇴 후 외로움을 느끼는 시니어에게 실버타운은 또 다른 만남의 장이다.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이성 간 건강한 교류를 맺는 이들도 있고, 사회복지사 직원과 입주자가 서로 엄마, 아들이라 부르며 모자지간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주임교수는 “같은 실버타운에 입주한 시니어는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고 빈부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공감대로 친밀도를 쌓기 쉽다”며 “동호회, 문화 프로그램 등으로 형성해나가는 사회적 관계는 노후의 또 다른 활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에게 맞는 실버타운은 어디?
전국 40여 곳의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본 이한세 초고령사회미래연구원 위원장이 추천한 실버타운을 세 곳을 소개한다. ✽비용은 1인 기준
TYPE A | 액티브한 도시형 ▶ 서울 ‘더클래식500’
‘소셜 리더를 위한 실버 하우스’라는 슬로건에 알맞게 최상급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우스 키핑, 퍼스널 컨시어즈, 발레파킹 등 호텔식 서비스와 건국대학교병원 교수진으로 구성된 전문의 및 전담 관리팀이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파,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 여가 시설과 각종 문화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입주자 중 은퇴 후에도 강연, 컨설팅 등 도시 내에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
입주 보증금 9억 원 월 생활비 213만 원(식비 26만 원) 문의 02-2218-6000
TYPE B | 편리한 근교형 ▶ 인천 ‘마리스텔라’
성모요양병원, 인천국제성모병원을 가까이에 끼고 있어 응급 시 신속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단지 내 일반 상가와 푸드 코트 등이 있어 식사의 선택지가 다양하고, 젊은 사람과 어린이 등 외부인의 방문이 잦아 고립감이 덜하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1층 성당에서 매일 미사가 진행되어 종교 생활을 할 수 있다. 도시의 편리함과 근교의 호젓함을 모두 느끼고 싶은 시니어에게 알맞다.
입주 보증금 2억4000만~4억 원 월 생활비 142만~196만 원 문의 032-280-1500
TYPE C | 정다운 전원형 ▶ 김제 ‘부영실버아파트’
전국 실버타운 가운데 보증금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중가 실버타운 수준의 합리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근에 노인대학과 게이트볼장, 요양병원, 노인종합복지관이 들어서 있어 주변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식사는 복지관 식당에서 저렴하게 해결 가능하다. 여름에 다 같이 모여 문 열어놓고 비빔밥을 해 먹고, 단체로 여행을 떠나는 등 입주민 간 교류가 잦으며 정겨운 분위기다.
입주 보증금 2000만~4000만 원 월 생활비 없음 문의 063-545-0343
지루한 일상에 볼거리를 채워줄 넷플릭스 신작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이번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넷플릭스 신작 가운데 시니어 취향을 저격할 드라마, 시트콤, 영화를 한 편씩 소개한다.
1.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2021)
1년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돌아왔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지난 17일 전파를 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누군가 태어나고, 누군가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 지기 의대 동기 5인방의 ‘케미’를 담은 작품이다. 시즌1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배우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폭발적인 공감을 일으켜 14.1%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아로하’, ‘밤이 깊었네’ 등 밴드 ‘미도와 파라솔’이 부른 노래는 드라마가 끝나고도 음원 차트 상위권을 지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시즌 또한 지난 시즌에 이어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등 ‘99즈’가 더욱 단단해진 팀워크와 시너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녹음이 짙은 여름, 다시 만난 ‘99즈’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또 어떤 노래가 두 귀를 즐겁게 할까. 1회 본방사수를 아깝게 놓쳤다면 지금 넷플릭스에서 확인하자.
2.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2021)
시트콤 ‘남자 셋, 여자셋’ ‘논스톱’ 시리즈의 권익준 PD, ‘거침없이 하이킥’ 김정식 PD, ‘순풍산부인과’ ‘뉴논스톱’의 서은정 작가. 이들이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트콤계 ‘어벤저스’가 의기투합한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지구망)가 안방을 찾는다. ‘지구망’은 정답 없는 하루를 사는 국제 기숙사 학생의 사랑과 우정, 웃음을 담은 글로벌 청춘 시트콤이다.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누구보다 하루를 알차게 살아가는 국제 기숙사 조교 세완, 잘생긴 얼굴로 여심을 흔드는 제이미, 허세 가득한 막둥이 쌤, K-드라마에 푹 빠진 민니 등 국적만큼 다양한 학생이 모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침체되었던 시트콤 시장에 전성기 시절을 추억하며 새로운 웃음을 기다려왔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 코믹한 분장과 단체 댄스도 불사하는 젊음의 패기, 손주가 떠오르는 귀여운 캐릭터의 유쾌한 하루하루가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3. 아빠가 되는 중 (2021)
딸이 태어난 지 27시간 만에 아내가 떠났다. 아내를 잃은 슬픔과 딸을 만난 기쁨, 동시에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영화 ‘아빠가 되는 중’은 한순간에 아내를 잃은 맷이 딸 매디를 홀로 키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쁨도 잠시, 맷은 아내를 잃은 슬픔과 싸우며 매디를 돌본다. 밤낮없이 쉬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삶은 고단하지만, 아이가 자라는 만큼 맷도 성장한다. 매일 밤 잠든 딸에게 엄마를 대신해 한 번, 아빠의 몫으로 또 한 번, 두 번의 키스를 하는 맷. 하지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디는 가족이 단출하다며 투정을 부린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 인생. 과연 맷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매튜 로젤린의 회고록 ‘투 키스 포 매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가 케빈 하트의 살아있는 연기가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