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승마협회, “다시 질주해야죠”… 박서영 대한승마협회장

기사입력 2024-10-11 08:51 기사수정 2024-10-11 08:51

‘미대 오빠’ 꿈꾼 변호사 출신 최연소 협회장, “승마 참 괜찮단 ‘말’입니다”

최연소 대한승마협회 협회장인 박서영. 그는 말을 타는 기수는 물론, 승용마에 대한 복지까지 신경 쓸 정도로, 최연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누구보다 승마에 대한 애정이 깊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이기도 하고, 그림 그리는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자신이 맡은 모든 일은 결국 대한승마협회를 잘 이끌어가기 위한 활동이기에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맡은 일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최연소, 최초의 법조인 대한승마협회 수장

대한승마협회는 오랜 시간 동안 복잡한 사회적인 문제와 얽히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적으로는 파벌 간의 갈등으로 승마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내분을 멈추고 승마라는 종목 자체를 발전시키는 데 승마인들의 힘을 모으자고 주장하는 이가 등장했다. 바로 박서영 변호사다. 그는 대한승마협회 100년 역사상 가장 젊은 협회장으로, 승마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작년에 아시아승마협회 부회장에도 당선되었다.

최연소 협회장임과 동시에 화제가 된 것이 최초의 법조인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대한승마협회를 후원하는 기업에서 협회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변호사 일만으로도 바쁠 텐데, 대한승마협회 협회장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승마를 즐겼어요.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죠. 그리고 현직 법조인으로서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승마협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재미있게 즐기는 승마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켜켜이 쌓여 골이 깊어진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다는 말에서 승마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느껴진다.

이어 박 협회장은 “협회를 정상화하고, 이후 유소년 승마를 시작으로 승마 저변 확대가 협회장 임기 내 이루고 싶은 목표”라며 “승마와 관련한 국제적인 회의와 국제 대회 유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그동안 승마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승용마의 복지에 대해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도입해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술학도를 꿈꿨던 법조인

박서영 대한승마협회 협회장은 어려서부터 미술학도를 꿈꿨다. 부모님의 만류로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미술에 대한 그리움을 늘 마음에 품고 지냈다. 다방면으로 넘치는 끼는 감춘다고 감춰지는 게 아니다.

대한승마협회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두고 자비 출전과 관련해 구설수에 휘말리자, 박 협회장은 이렇게 승마협회가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워 SNS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이 좀 복잡했어요. 말을 현지로 수송해야 하는데 그 수송비가 직전 대회보다 비싸졌고, 그래서 최악의 경우 선수들이 자비로 출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지만 와전되면서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이미지가 다시 안 좋아졌습니다.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선수들은 돈을 내고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인데, 의외로 젊은 층에서 많이 좋아해주셔서 어안이 벙벙했죠.”

그동안 승마는 선수를 꿈꾸는 학생이 아니고서는 2030세대에게 크게 인기 얻는 종목이 아니었다. 레저로 즐기기엔 접근성이 떨어지고 힘들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러다 ‘승마를 즐기는 인원이 아예 사라지면 어쩌나. 젊은 층에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예상치 못하게 협회장이 SNS를 통해 공개한 그림이 물꼬를 터준 셈이다.

“미술학도가 되진 못했지만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의 미술적 재능이 대한승마협회를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그려야죠.”(웃음)

(박서영 대한승마협회장 SNS)
(박서영 대한승마협회장 SNS)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 벗고 저변 확대

사실 우리나라에서 승마는 여전히 귀족 스포츠, 접근 장벽이 높은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박서영 협회장은 이런 이미지를 벗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승마를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말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승마는 올림픽에서도 유일하게 성별・연령・체급의 차이가 없는 종목”임을 강조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포츠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승마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협회장에 당선되자마자 추진한 일이 ‘태국 왕실컵(이하 프린세스컵) 개최’였다. 1년 동안 태국 왕실을 설득한 끝에 마침내 지난 4월 ‘한-태 친선 승마 교류전, 프린세스컵’ 개최권을 획득, 8월 30일부터 5일간 인천 서구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개최했다.

“태국 왕실에서 주최하는 프린세스컵이 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는 박 협회장의 모습에서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이 좋아 승마를 시작했는데 태국에 가지 않고도 태국 왕실 주최 대회에 출전하고 상까지 받는다면, 평생에 단 한 번 잊지 못할 경험이 되지 않겠어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출전을 허용했으니 정말 축제였죠.”

다양한 승마 대회가 열리지만 이번 프린세스컵처럼 축제가 아니라, 오직 메달을 따고 경쟁하는 분위기여서 승마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아쉬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하고, 박서영 협회장이 트로피까지 제작해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했다.


연령・성별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박서영 협회장은 “이번 프린세스컵 마장마술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분이 취미로 승마를 즐기는 60대였다”면서 승마야말로 아무런 차별이 없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승마 종목 은메달리스트 역시 70대의 백전노장이었다.

“승마를 즐기는 사람 자체는 적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어느 스포츠보다 긴 것이 장점이죠. 40대에 처음 승마를 시작해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니까요.”

승마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을 타고 있는 동안엔 기마 자세를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코어의 힘이 상당히 중요하다. 게다가 전신의 근육을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전신을 활성화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승마가 시니어에게 중요한 운동이라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승마는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인간이 아닌 동물과 함께하는 스포츠이자, 항상 누군가가 곁에서 지탱해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이다. 때문에 말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만 사고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승마는 언제나 말이 기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배려와 겸손을 가르쳐주는 스포츠예요. 그리고 경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파트너인 말의 따뜻한 온기와 심장의 고동을 계속 느낄 수 있어요. 인생에서 큰 어려움을 느낄 때, 누군가가 함께 해주고 있다는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운동입니다.”


인간과 말이 공존할 수 있도록

현재 대한승마협회는 이전 협회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있다. 바로 동물복지 영역까지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말들이 행복한지, 충분한 복지를 누리는지 등에 대해서는 승마계가 지금까지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박서영 협회장은 “많은 동물보호단체에서 승마는 잔인한 스포츠라며 말을 야생에 풀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막상 자연에 풀어놓으면 금세 죽는 동물이다. 수천 년 동안 스스로 말발굽도 갈 수 없는 동물로 사람이 길들여놨기 때문”이라며, 승마가 말을 학대하는 스포츠가 결코 아님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협회가 더 많은 복지를 지원해 사회적 영역에도 힘을 쏟는 단체임을 알리고 싶고, 대한승마협회 활동을 통해 인간과 말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말(言)이 통하지 않는 두 종이 교감해서 성과를 이뤄내는 감동적인 스포츠라는 걸, 승마가 ‘재수 없는 귀족의 스포츠’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박서영 대한승마협회 협회장.

“변호사로서든, 체육단체장으로서든, 또 다른 직업인으로서든 제게 주어진 일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큰 야심을 이루기보단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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