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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규암리자온길’의 명소&맛집 소개
- 주변 명소&맛집 궁남지 궁남지(사적 제135호)는 1400여 년 전인 백제 무왕 때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이다. 연못 둘레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중앙에 신선이 노니는 산을 형상한 섬을 만들어 왕궁의 정원으로 삼았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궁남지는 무왕의 잉태지였다. 여름에는 연꽃이 가득 핀 풍경이 장관이며, 야간산책 명소로도 유명하다. 연못 중앙의 정자와 다리에 조명을 켜놓는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24시간 개방, 입장료 무료. 부여서고 책방세간 바로 옆에 있는 수공예품 편집숍이다. 책방처럼 여러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여 ‘부여서고’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동남아에서 수입한 라탄소품, 가방, 모자, 의류, 머플러, 도마, 문구, 조명 등의 생활 잡화와 천연염색 소품을 판다. 우리나라 작가가 만든 상품도 있다.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 자온로 84 수월옥 ‘빼어난 달’이란 뜻을 지닌 수월옥은 술과 음식을 팔던 요정이었다. 한 세대를 건너 카페 수월옥으로 다시 태어났다. 폐가와 다름없던 건물이 부여 핫 플레이스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수월옥은 건물이 두 채인데 한 채는 내벽 콘크리트를 드러내 모던한 분위기를 살렸고, 한 채는 한옥 느낌을 살려 좌식으로 꾸몄다. 차 주문법도 독특하다. 선반에 놓인 청자, 백자, 진사, 분청사기 등의 찻잔을 고를 수 있다. 수월옥은 SNS 사진 맛집으로 소문났지만, 사실 차 맛집이었다. 장원막국수 구드래나루터 근처에 있는 오래된 가게다. 허름한 시골집의 작은 방에 앉아 막국수를 먹노라면 할머니 댁에 놀러온 듯하다. 메뉴는 메밀막국수와 편육 두 가지뿐이다. 메밀막국수 면발은 조금 가늘고 쫄깃하다. 시원한 육수는 새콤달콤한 편이다. 돼지 목삼겹살로 만든 편육에 막국수를 감아 먹어보길 권한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62번길 20, 11:00~17:00, 메밀막국수 7000원
- 2020-10-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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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뮤지컬 배우 최정원의 늙지 않는 열정
- 1989년 데뷔 후 30여 년째 뮤지컬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배우 최정원. 그녀는 뮤지컬이란 장르가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 발로 뛰며 관객을 모은 한국 뮤지컬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후에도 출산하던 해를 빼고 한 번도 쉰 적이 없는 그녀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젊은 죄수 록시 하트부터 중년의 죄수 벨마 켈리를 맡을 때까지 작품과 함께 청춘을 보낸 천생 배우다. 그녀에게 무대란 어떤 존재일까.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고스트’로 돌아온 배우 최정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을 7년 만에 만나는 소감이 어떤가? 정말 많이 기다렸어요. 7년 전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황홀했고,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자긍심이 있었거든요. 다른 배우분들도 작품에 애정을 많이 쏟아서 팀워크도 좋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시즌에도 지난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많아요. 모든 배우들에게 특별한 작품이에요. ‘오다 메 브라운’은 어떤 캐릭터인가? 오다 메는 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봤어요. 엄마가 밥을 먹고, 일을 할 때 귀신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죠. 그리고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라 다짐했지만, 결국 같은 길을 걷게 돼요. 그러다 영혼이 된 샘과 인간 몰리의 가슴 아픈 사랑을 이어주는 수호천사 역할을 하죠. 비록 전과 기록도 있고 사기꾼으로 살기도 했지만, 따뜻하고 정 많은 캐릭터예요.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이 캐릭터를 맡은 게 매우 즐거워요. 영화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 판타지적인 내용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거겠죠. 영화에서는 CG 기술을 활용했지만, 고스트는 그런 부분을 마술로 구현했거든요. ‘어떻게 같은 사람 두 명이 무대에 있을 수 있지?’, ‘샘을 따라다니는 파란색 조명은 어떻게 한 거지?’ 하고 감탄하면서 보면 몰입도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해요. 같은 장면이라도 두 눈으로 직접 보는 마법은 감동이 다르니까요. 배우 최정원에게 무대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을 안 하는 것 같다던데, 제가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엄마 옷을 입고 “우리 아기” 하며 엄마인 척도 해보고, 할머니 흉내도 내며 놀았어요. 그렇게 놀고 나면 엄청 행복했죠. 지금도 저는 공연이 끝나면 “고생하셨습니다” 하는 인사가 와 닿지 않아요. 고생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오히려 늘 행복하고 기쁘죠. 그래서 고생했단 말 대신 “얼마나 즐거웠어요?” 하고 물어봐주길 바라요. 30년간 쉼 없이 활동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30여 작품에 참여했는데, 제 안에 들어왔던 캐릭터를 떠올리면 저는 점점 더 멋진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같은 캐릭터라도 7년 전의 오다 메보다 지금의 오다 메가 더 맘에 들거든요. 맘마미아나 시카고도 마찬가지고 좋은 점은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려고 노력한 덕분인 것 같아요. 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달라진 점은? 배역도 시간이 지나면 훨씬 더 좋아지는데, 하물며 사람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요. 나이가 들면 주름은 생기겠지만 내면은 젊었을 때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대신 미래로 가서 60~70대 제 모습을 보고 싶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작품마다 성실하게 임했으니 시니어로서 제 모습이 기다려지는 건 당연하죠. 앞으로 이루고픈 꿈이 있다면? 사실 저는 감사하게도 코로나19가 발생한 후에도 두 작품에 참여해 관객분들을 만났는데요. 마스크를 쓴 채 큰 박수를 쳐주시는 분들을 보며 언젠가 꼭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배우로서 50주년을 맞이하면 70세가 될 텐데요. 그때 관객분들을 무료로 초청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연기했던 캐릭터를 모두 선보이면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제 꿈이에요. 뮤지컬 '고스트' 일정 2020년 10월 6일~2021년 3월 14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매튜 워처스 출연 최정원, 주원, 아이비, 김승대 등
- 2020-10-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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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걸이도 패션 아이템
- “언니, 저 이번에 쇼핑몰 열었어요.” 학부모로 인연이 된 친구의 문자가 왔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알록달록 마스크 걸이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핑크핑크는 물론 투명한 유리알이 조르르 연결된 것 등 예쁜 스타일이 꽤 많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게 분명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미 사용하는 마스크 걸이가 있지만 몇 가지 아이템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었다. 꼬맹이들을 위한 알록달록한 모양도 있었는데 손녀 몫으로 선택했다. 나중에 받아보니 내가 구매한 것 외에 2가지 아이템이 더 들어 있었다. 물건이 더 왔다고 연락했더니 "언니한테 어울릴 거 같아서 더 넣었어요." 한다. 이렇게 주면 남는 게 있나? 염려가 된다. 주말에 딸이 왔다. 요리조리 다니며 장난칠 궁리를 하던 손녀가 거실 탁자 위에 둔 마스크 걸이를 발견하고는 "할머니, 이거 나 가져도 돼요?" 한다. "엄마, 마스크 걸이가 왜 이렇게 많아?" 딸도 묻는다. 딸은 가느다란 검은색 마스크 걸이를, 손녀는 제 것 외에 투명한 것 하나를 더 고른다. 몇천 원짜리 선물로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마스크 안 쓰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녀의 마스크 걸이가 많이 팔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겹치면서 예전에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짚신 파는 아들을 걱정하고 활짝 갠 날에는 우산 파는 아들을 걱정했다는 어머니.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친구인데 쇼핑몰을 시작한 걸 보면 코로나로 학원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게 분명하다. 요즘은 하나의 직업으론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땀 흘린 노동만 팔아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 자본이 많은 곳으로만 몰리는 시대. 경제적 자유를 외치면서도 성실하게 실력을 기르기보다 요행을 바라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시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의 경제적 불안이 늘어난 시대. 마스크 걸이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시대.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 2020-10-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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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 독자를 위한 10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남겨진, 미술, 쓰여질, 포스터 일정 10월 24일까지 장소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광고나 홍보를 위해 사용된 미술 포스터를 한데 모아 선보인다. 전시기간이 지나고 나면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지만, 포스터가 지닌 예술·기록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기획했다. 전시작은 박물관이 자체적으로 입수해 소장하거나 기증받은 것으로, 총 1000여 점의 포스터 중 미술사적 의의가 큰 작품 60여 장을 선별했다. 1960년부터 2010년까지 시대별로 다양하게 만들어진 포스터의 발전 과정과 이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호랑이는 살아있다 일정 12월 19일까지 장소 스페이스 씨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자 한민족 정서 깊은 곳에 자리하는 존재, 호랑이의 상징성을 유물과 회화, 설치 작품 등으로 살펴본다. 액운을 물리친다고 알려진 호랑이 발톱 노리개부터 조선시대 무관의 의복을 장식한 호랑이 문양 흉배 등 특유의 용맹성과 강인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전시한다. 더불어 도상의 전통적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잃어버린 호랑이를 찾아서’ 등 현대적 관점이 담긴 동시대 작가의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 호랑이 기운을 얻어 힘을 내길 바란다는 관장의 소망이 담겼다.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일정 10월 8일~2021년 2월 7일 장소 롯데뮤지엄 ‘그라피티의 제왕’이라 불린 흑인 낙서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 기획전으로 바스키아가 남긴 예술세계 전반을 조망한다. 대표작 150여 점과 팝아트계의 거장 앤디 워홀과 협업한 작품도 선보인다. 바스키아는 1980년대 초 미국 뉴욕 화단에 작품을 공개하며 이름을 알렸고, 2년 뒤 첫 개인전을 열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작품은 현재까지도 미술뿐 아니라 음악, 패션 등 여러 영역에서 해석되고 있다. ◇1978, 우리 가족의 라디오 일정 11월 15일까지 장소 서울생활사박물관 1978년 서울에 사는 가상 캐릭터 영희의 집을 재현해 당시 유행하던 라디오 문화를 되짚어본다. 택시 운전사인 영희 아버지의 카 라디오부터 오빠의 휴대용 라디오, 영희의 카세트 라디오까지 다양한 추억의 라디오와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프로그램을 조명한다. 영희의 방에서는 1970년대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진행했던 황인용 전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최초의 국산 라디오인 금성 A-501과 1960년대 라디오 편성표 등 라디오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 Movie ◇돌멩이 개봉 9월 30일 장르 드라마 감독 김정식 출연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등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청년 ‘석구’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미생’의 김 대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양석형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대명의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실제로 김대명은 8세 지능을 가진 어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빌런’으로 종종 등장했던 배우 김의성은 석구의 보호자인 노신부 역을 맡아 인자한 매력을 선보인다. 2017년 한 배우 오디션에서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만장일치로 합격한 신예 배우 전채은의 활약 또한 주목된다. ◇테슬라 개봉 10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마이클 알메레이다 출연 에단 호크, 이브 휴슨 등 교류 전류 전송 장치를 비롯해 라디오, 무선 원격 조종 기술, 리모컨 등 유용한 발명품을 만들어 오늘날 천재 과학자로 평가받는 니콜라 테슬라의 삶을 조명한다. 테슬라의 라이벌이자 상사였던 토머스 에디슨과 결별한 뒤 자본가 J.P. 모건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커런트 워’가 테슬라와 에디슨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오로지 테슬라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감독은 선댄스영화제에서 네 차례나 상을 거머쥔 마이클 알메레이다가 맡아 과학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감각적 비주얼을 연출했다. ◇언힌지드 개봉 10월 예정 장르 스릴러, 범죄 감독 데릭 보트 출연 러셀 크로우, 카렌 피스토리우스, 가브리엘 베이트먼, 지미 심슨 등 도로 위에서 크게 울린 경적 때문에 분노가 폭발한 한 남자가 복수를 하기 위해 운전자를 뒤쫓는 내용으로, 현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보복운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 ‘레미제라블’, ‘노아’ 등에서 활약한 배우 러셀 크로우가 필모그래피 사상 최악의 악역으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러셀 크로우의 살기 가득한 눈빛 연기와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이 극한의 공포를 선사한다. 북미 개봉 당시 셧다운 이후 극장가에 처음 선보인 영화로, 북미 및 해외 7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코로나19를 날려버릴 최고의 스릴”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 Book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김재환 저·북하우스) 김재환 영화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촬영하며 3년간 느낀 점을 섬세한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문해학교에 다니며 한글 공부를 하고 아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보는 등 배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칠곡 할머니들의 노년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칠곡 할머니들이 직접 쓴 순수하고 담백한 시도 함께 실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최윤 외 공저·생각정거장) 올해 한국문학을 빛낸 단편소설을 엄선한 작품집이다. 총 여섯 작품이 수록됐으며 대상작은 최윤의 ‘소유의 문법’.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수상작 외 최윤의 자선작 ‘손수건’과 지난해 대상 수상작가 장은진의 자선작 ‘가벼운 점심’도 함께 수록됐다. ◇척추·관절 되살리는 자생력 스트레칭 (이진호 저·비타북스) 자생한방병원이 집필한 척추·관절 종합 건강서다. 척추·관절에 통증이 생기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리고 뻐근한 목, 묵직한 허리 등 통증을 관리할 수 있는 부위별 스트레칭 55가지와 질환별 스트레칭 45가지를 담았다. 스트레칭 전후 지압하면 효과를 높여주는 혈자리도 소개한다. ◇우리 술 한주 기행 (백웅재 저·창비) 코로나19로 ‘혼술’, ‘홈술’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주목해볼 만한 도서. 한주 전문가 백웅재가 양조장의 메카 홍천, 충주, 문경 등 전국 각지의 특색 있는 양조장 20여 곳을 소개한다. 한주 관련 산업에 종사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전통주에 얽힌 이야기를 구수하고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길 (박노해 저 ·느린걸음) ‘하루’,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에 이은 박노해 시인의 세 번째 사진 에세이. 20여 년간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으며 직접 담은 37점의 흑백 사진을 실었다. 인류 최초의 문명길 차마고도, 눈 덮인 만년설산과 끝없는 사막길 등 길 위의 다양한 풍경을 소개하며 ‘나만의 길’을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다. ● Stage ◇오만과 편견 일정 9월 19일~11월 29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박소영 출연 김지현, 정운선, 홍우진 등 영국이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의 동명 연애소설을 2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18세기 영국, 명망 있는 가문의 신사 ‘빙리’와 ‘다아시’가 조용한 시골 마을로 와 베넷 부부의 다섯 딸을 만나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인 만큼 다양한 방식의 각색본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연극 ‘오만과 편견’은 단 두 명의 배우가 21개 캐릭터를 연기하는 독특한 연출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퇴장과 무대의 이동 없이 의상과 소품만으로 캐릭터를 전환하는 것도 작품의 관람 포인트다. 제인 오스틴의 섬세한 감성에 극적인 매력이 더해져 고전 특유의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로맨틱한 서사를 한층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풀어낸다. ◇머더발라드 일정 8월 11일~10월 25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김은영 출연 김재범, 김소향, 이건명 등 욕망을 향해 가는 세 남녀의 비틀린 사랑을 대담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뮤지컬판 ‘부부의 세계’다. 결혼 후, 무료한 일상에 지친 ‘세라’와 그녀의 곁을 지키는 남편 ‘마이클’, 한때 불같이 사랑했던 옛 연인 ‘탐’과의 엇갈린 관계를 그려낸다. 귀를 사로잡는 강렬한 록 음악과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시너지를 이뤄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어가는 송스루 뮤지컬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들 일정 9월 15일~11월 22일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연출 민새롬 출연 이석준, 이주승, 정수영 등 프랑스 유명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가족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이자 최신작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이혼한 부모와 그 사이에 놓인 아들의 갈등을 통해 가족의 해체와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마음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가족 간 발생하는 불편한 상황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 2020-10-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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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세 인플루언서 부부 “SNS에 손주 사랑 담았죠”
- 은은한 파스텔톤 색채에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화풍, 일상적이고 정다운 소재. 고등학교 교사 출신 이찬재(78) 씨가 그린 그림이다. 아내인 안경자(78) 씨는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손주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 내려간다.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은 함께 운영하는 인스타그램(@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계정에 공개된다. 계정의 의미처럼 브라질에서 함께 살던 손주가 한국으로 떠나면서 보고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작은 취미생활이 일상을 송두리째 뒤바꾼 건 3년만이다. 부부만의 감성이 돋보이는 인스타그램은 영국 BBC와 가디언지, 미국 NBC 등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탔고, 어느덧 4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계정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5월에는 ‘인터넷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웨비 어워드에서 상까지 탔다. 두 사람에게 SNS는 어떤 의미일까? SNS를 시작하고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이찬재·안경자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안경자(이하 안) 브라질에 있을 때 딸네랑 이웃에 살면서 손주와 줄곧 가까이 지냈어요. 남편이 5년 동안 매일 학교를 데려다줬죠. 그러다 딸네가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늘 같이 생활하던 손주가 떠났으니 일상의 한 부분이 잘려 나간 거잖아요. 그러니까 뉴욕에 사는 아들이 아버지가 건강을 잃지는 않을지, 멍하니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진 않을지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취미로 그림을 권한 거예요. 이찬재(이하 이) 원래는 그림과 연관된 삶을 살지 않았어요. 이민 가기 전까진 아내와 저 모두 고등학교 교사였죠. 그런데 아들이 6살 때 제가 준 그림엽서를 기억하면서 아빠가 그림을 잘 그리니까 취미로 한 번 그려보라 하더라고요. 그 당시 가르치는 학생들 데리고 대성리에 갔다가 주변 건물이나 풍경 같은 걸 그려서 준 적이 있거든요.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예요. 그곳에 그림을 올려보라면서요. Q. 주로 어떤 그림을 그리시나요? 이 처음에는 아무거나 그렸어요. 아들에게 뭘 그려야 하냐 물었더니, 어떤 것도 상관없다고, 뭐든지 그리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스케치북을 가지고 나가 공원에 있는 조각이라든지, 공연하는 광대, 경찰관이 타고 가는 말 이런 것들을 그렸어요. 그러다 둘째 손자가 태어났죠. 몇 달 뒤 손자를 보러 뉴욕에 갔어요. 거기서 아기를 품에 안고 아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손자들에게 줄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때 지금의 계정 이름이 탄생한 거예요. 그때부터 손주들이 좋아할 만한 유익한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애들은 자라면서 좋아하는 게 달라지잖아요. 공룡을 좋아하면 공룡을, 파워레인저를 좋아하면 파워레인저를 그리는 식이죠. 때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해주듯 저희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기도 하고, 한글날, 3.1절과 같은 중요한 날엔 어떤 날인지 그림으로 알려주기도 해요. 요즘은 모든 사람이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환경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죠. Q. 3개 국어로 글을 써야겠단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안 저는 전문직은 아니어도 글과 늘 관계 깊은 생활을 했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예반에서 활동했죠. 이민 가서는 한인회보도 만들고, 이민 생활을 하며 느낀 감정을 수필 형식으로 써서 간간히 발표도 했어요. 또 국제학교 한국 문학 교사였으니까 소설이나 수필, 시 등을 자주 접했죠. 그러다 남편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기왕이면 그림에 대한 설명을 붙여주면 좋잖아요. 그림이 탄생한 사연을 쓰면 좋겠다 싶었죠. 또 저희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대부분의 팔로워가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전 세계 모든 팔로워가 그림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제가 쓴 글을 아들이 영어로, 브라질에서 대학을 나온 딸이 포르투갈어로 번역하게 역할을 나눴어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그림을 보고 보다 더 잘 이해하고 감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죠. Q. 지금은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계시지만 처음에는 꽤 생소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 그땐 인스타그램이 뭔지도 몰랐어요. 무엇보다 휴대폰으로 뭘 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싫었죠. 나이 든 사람들은 누가 알려줘도 한 시간이 지나거나 하루가 지나면 잊어버리고 버벅대거든요.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하도 아들이 간곡하게 권하고, 옆에 앉혀놓고 반복하면서 가르치니까 그 정성에 감복을 했죠.(웃음) 안 처음엔 실수도 많이 했어요. 해본 적이 없으니 사진이 어둡게 나오거나 이상하게 찍혀서 제대로 된 게시물을 못 올렸죠. 그런데 아들이 탓하지를 않더라고요. 오히려 꾸준히 해보라고 했지, 이건 왜 이렇게 시커멓냐 타박하질 않았어요. 그러니까 좀 쉬워지더라고요. 나이 든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를 잘 못 받아들이는데,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젊은 세대들이 두렵지 않다고 가르쳐줘야 하는 것 같아요. Q.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 사이 인기인 ‘틱톡’도 활용 하신다고 들었어요. 인스타그램과 다른 점이 있던가요? 안 인스타그램은 아들이 알려줬는데, 틱톡은 우리 딸이랑 손주가 권했어요. 팬데믹 시대에 답답한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활력을 주고 싶었나봐요. 인스타그램은 사진 위주다 보니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라면 틱톡은 동영상 플랫폼이라 보다 활동적이고 위트 넘치고 재치 있는 분위기거든요. 젊은이들의 마당이랄까? 손자들하고 춤추는 영상도 올릴 수 있죠. 틱톡도 손자들과 소통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요. Q. SNS를 시작하신 뒤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이 원래 성격이 무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매사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일상 속 남겨두고 싶은 부분을 사진 찍고, 그림으로 그리고, 사람들과 공유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졌어요. 저희가 공원 근처에 사는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자주 소풍을 와요. 그런 아이들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안 시각이 넓어지고 깊어졌어요. 그동안은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인스타그램을 한 뒤부터는 글을 쓰기 위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눈 내리는 모습을 깊이 관찰하고 보게 되니까 자연스레 자연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다큐멘터리 같은 것도 열심히 보게 됐고요. SNS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하릴없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만 봤겠죠. 고마운 존재예요. Q.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또 다른 꿈이 있다면요? 안 그냥 좋은 글을 쓰는 게 꿈이랄까요. 저는 지금 동화를 쓰고 있는데, 동화처럼 손주 또래가 읽을 만한 글을 앞으로도 계속 써나가고 싶어요. 이 젊었을 때 가수가 되려고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귀가 잘 안 들리다 보니 음을 잘 못 잡지만요. 손주들을 위해 글이나 그림 말고 노래를 녹음해서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잘 부르진 못해도 듣기에 괜찮은 곡을 녹음해 들려주는 거죠. 그 외에는 특별한 꿈 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이 작업을 오랫동안 즐겁게 해나가고 싶어요.
- 2020-10-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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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토론하는 꽃중년 공무원 "퇴직 후 작은 도서관 만들고파"
- 사십대 후반, 또래의 여성 직장 동료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든 손문숙(51) 씨. 어느덧 4년째 모임을 통해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부터 퇴직 후 인생 계획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퇴직 후에는 작은 도서관을 꾸려 회원들과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는 그녀.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의 저자 손문숙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4년 째 직장의 여성 동료들과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임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 학습 공동체에서 1년 동안 독서 토론을 공부했습니다. 독서 토론의 즐거움을 먼저 깨닫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런 기쁨을 나눠주고 싶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여리 독서 모임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사무관 이상으로 구성된 여성 관리자 네트워크에서 만든 동아리로 회원들은 여자이고 나이는 40대 후반 이상입니다. 1년 단위로 회원들을 모집하는데 매년 17명 정도 활동하고 있고 인천 북구도서관에 직장인 독서 동아리로 등록돼 있어 매월 1회 평일 퇴근 후 도서관에서 모임을 합니다. Q. 모임에서 주로 도서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토론 방식은요? 토론할 책을 같이 의논해서 정하기 때문에 문학, 철학,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고정 관념을 깨우치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요. 우리가 하는 토론은 찬반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닌, 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비경쟁 방식입니다. 직장 동료들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정, 직장, 사회 문제 등 사적인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풀어냅니다.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 자녀에 대한 고민, 남편과 시댁과의 문제, 직장 이야기, 퇴직 후 인생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Q. 중년 이후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얻은 일상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또 동료들에게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나요? 저는 40대 후반에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나를 찾고 타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가정, 사회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인생 2막에 작가로 살고 싶다는 멋진 꿈을 가지고 제 인생에 첫 번째 단독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회원들이 더 많았습니다. 독서 모임에 나오면서 1년 동안 같이 읽을 책 목록이 공지되면 시간 여유 있을 때 책을 미리 읽어둡니다. 매월 모임에 나올 때 한 번 더 읽고 토론 후에 블로그나 독서장에 기록을 남기면서 한 번 더 복기를 합니다. 그러면 한 책을 세 번 정도 읽는 셈이지요.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다보면 이해가 안 되던 것들도 알게 되고 본인의 생각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죠. 독서 모임을 통해 강제로라도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읽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혼자 읽을 때는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독서 토론을 하게 되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도 하고요. Q. 이번에 펴내신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에 담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요? 저와 독서 모임 회원들이 독서 토론을 통해 깨달은 자아와 인생에 대한 성찰과 긍정의 힘을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카페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이 소수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 생활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공기 마시듯 행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죠. Q. 독자로 책을 접할 때와 이번처럼 저자가 되어 책을 접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독자로 책을 읽을 때보다 독서 에세이 작가로서 원저작을 읽을 때는 좀 더 꼼꼼하게 읽고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생각과 통찰을 글로 담아내야 해서 일반 산문을 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습니다. Q. 우리네 인생에서 ‘독서’(또는 책)가 주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故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여성 중장년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입니다. 작중 니나를 통해 저자는 “모든 게 미정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라는 말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들 중의 하나에 우리를 고정시키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거침없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죠. 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모험적으로 살아간 그녀의 삶의 방식은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도 동경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Q. ‘내 인생의 책’이라는 타이틀로 한 권을 꼽는다면 어떤 책이 될까요? 그 이유는요? 인상 깊은 좋은 책들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꼽고 싶습니다.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실천하는 지식인이셨고 “삶에 대한 공부를 통해 우리가 변화와 창조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공부이다”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Q.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SNS 활동도 하고 계신데요. 주로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계신가요? 동료들과 토론한 책 이야기를 주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남깁니다. 처음에는 독서 토론을 한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서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서 나중에 책으로 만들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습니다. Q. 현재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장차 퇴직 후에 작가가 되어 책을 쓰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저는 퇴직 후에 집필실을 겸해 여자들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의 독서 모임 회원들과 퇴직 후에도 우리들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어서입니다. 퇴직이 8년 반 정도 남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미래를 상상하며 차근차근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도서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으고 꾸준히 책을 쓰고 있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는 사십 초반에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 2020-09-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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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왕 할머니가 되는 거 '진짜 멋진 할머니'로 살 거야!"
-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의 저자 김원희 씨. 나이 듦을 받아들이면서도 어쩐지 그냥 ‘할머니’는 아쉬워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일흔을 넘긴 나이, 혹자는 지팡이를 들어야 때가 아니냐고 묻지만, 그녀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여행용 캐리어를 끈다. 모닝 펍에서 즐기는 생맥주 한잔, 영화 같은 풍경 속 자유로운 젊은이와의 만남, 그리고 ‘아직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날 때’가 아니라는 확신, 김원희 씨가 오늘도 여행을 꿈꾸는 이유다. “육체가 허락하는 한 세상 전체를 다 돌아보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책 제목에 언급된 ‘진짜 멋진 할머니’는 어떤 모습을 의미하나요? A. 스스로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노년의 삶을 사는 것. 또 자신의 자리를 알고, 걸맞게 행동하며 받아들이는 삶이 ‘진짜 멋지다’고 생각해요. Q. 노년에 접어들어 젊은 시절 꿈꿔왔던 해외여행을 떠나셨지요. ‘나이’라는 제한에 막상 용기를 내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꿈을 이룬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결단의 문제이겠지요. 저는 자녀가 자립하는 시점에 내 꿈을 실행에 옮기리라 마음먹고 있었으니까요. 아들이 짝을 찾고 정신적으로 완전 독립하고 안정되었다는 확신이 섰어요. 이제는 더 주저할 게 없다는 생각에 결심을 하게 된 거죠. Q. 꿈을 이뤄 즐거웠겠지만, 아무래도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믿으실지 모르겠으나, 그다지 고생스럽다거나 특별한 고충을 느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물론, 음식이나, 언어, 피로감 같은 것이야 있었지만, 그것은 미지의 땅으로 여행을 떠날 때 이미 각오하고 떠나는 것이니까요. 당연히 극복해야 해야 했죠. 오히려 어떤 어려움을 만나 극복하고 나면, 더 뿌듯하고, 삶에 감사하게 되더군요. Q. 젊은 시절과 비교해 현재 즐기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사실, 젊을 때는 사는 게 바빠서 해외여행을 가 본 경험이 거의 없어요. 국내여행, 아니면 패키지로 짧게 며칠 다녀왔기 때문에, 친구들과 뭉쳐서 떠들고 즐기다 온 것뿐이라, 특별한 의미도, 기억도 사실 나지 않아요. 나이 들어 여행은, 그것도 자유 여행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그런 느낌은 참 경이롭습니다. 여행은 나이 들어 해야 제 맛이라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Q. 여행에서의 만남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누구인가요? A. 많아요. 그중에서 꼭 꼽으라면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에 소개된 프라하에서 만난 각국의 신학생이에요. 광장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사랑해’라는 노래를 목청껏 불러주었죠. Q. 버킷리스트가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라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A. 다리 운동이 필요하겠죠. 이 나이에 과격한 등산은 하지 않아요.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걷기를 합니다. 집 주위도 좋고요. 성당이 집에서 멀어요.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걸으면 1시간 정도예요. 왕복 2시간입니다. 평일 미사 때도 그렇게 합니다. 이렇듯 그냥 생활 속에서 걷기 운동 정도예요. 산티아고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요. Q. 수많은 여행을 다니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동지애’입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냥 그렇게 산다는 거예요. 우리처럼⋯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지인 거죠. 피부색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환경이 달라도 우리는 그냥 한 생을 살아가는 똑같은 인간인 거예요. 소매치기를 만나도, 친절한 사람을 만나도, 그들 모두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지라는 거죠.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 Q.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어렵습니다. 본래 계획하셨던 일들을 잠정 미뤄두셨을 거 같은데요. 코로나19 기간은 어떤 즐거움으로 보내시는지, 또 사태가 진정되면 펼칠 꿈은 무엇인지요? A. 독서입니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은 최고예요. 지금처럼 외출을 자제해야 할 때, 독서만큼 좋은 취미가 없죠. 언제든 하늘 길이 열리면 세상 구경을 하러 나갈 거예요. 코로나19가 끝났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마 제가 제일 먼저 캐리어에 짐을 싸고 있을 것 같은데요!
- 2020-09-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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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배우’ 나문희가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 ‘호박 고구마’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이름, 나문희.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배우 나문희는 모두가 인정하는 자타공인 국민배우다. 1961년 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로 이름을 알린 나문희는 60년간 영화 22편, 드라마 91편에 참여하며 살아온 세월의 절반 이상을 연기 활동으로 보냈다. 최근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영화 ‘오!문희’에 출연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트콤에서의 유쾌한 모습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오랜 세월 관객을 웃고 울린 나문희.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시니어를 대표하는 배우 나문희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하모니 (Harmony, 2009) 임신 중 교도소에 수감된 '정혜'(김윤진)는 그곳에서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교정 시설에서 출산한 경우 생후 18개월이 지나면 입양을 보내야 한다는 법에 따라 품에 안은 아이와 이별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정혜는 합창단 결성을 떠올리고, 정혜의 제안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수용자가 한데 모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개봉 당시 극장가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영화 ‘하모니’는 여성 수용자들이 합창을 통해 하나가 돼 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영화에서 나문희는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 ‘문옥’역을 완벽하게 연기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전직 음대 교수였던 문옥의 지휘 아래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오합지졸 합창단이 화음을 맞춰가는 순간은 작품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2. 수상한 그녀 (Miss Granny, 2014)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 한다는 사실을 듣고 상념에 빠진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밤길을 거닐던 말순은 우연히 발견한 ‘청춘사진관’에 들어가 영정사진을 찍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말순은 창밖에 비친 낯선 얼굴에 경악한다. ‘할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앳된 얼굴로 변해버린 것. 스무 살의 모습으로 돌아간 말순은 당황하기도 잠시, 돌아온 청춘을 제대로 누려보기로 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나문희와 심은경의 2인 1역 캐스팅으로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나문희는 70대 말순을, 심은경은 20대로 돌아간 말순을 연기하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특히 심은경은 ‘욕쟁이 할매’를 연상케 하는 구수하고 찰진 사투리를 구사해 나문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완벽한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3.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2017)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옥분'(나문희)은 온 동네를 휘저으며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은 '프로민원러'이자 뒤늦게 영어 공부에 푹 빠진 늦깎이 학생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구청에 간 옥분은 새로 전근 온 '민재'(이제훈)를 만나는데, 다른 직원과 달리 까다롭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민재는 옥분의 민원을 연신 거절한다. 하지만 이에 질 리 없는 옥분은 민재를 따라다니기 시작하고, 어느 날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민재의 모습을 본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색다른 민원(?)을 제기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영어를 배운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다룬 내용으로, 실화를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2007년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고 김군자 할머니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올라 증언한 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나문희는 이 작품으로 대종상·청룡영화상·백상예술대상 등 3대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국민배우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
- 2020-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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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참 할아버지의 통장 잔고
- 올 초, 전화기 너머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친구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도 드디어 할아버지가 된다! 그러니 손자들이 가장 많은 네가, 할아버지 되는 법 잘 가르쳐주기 바란다~” 그의 외아들이 워낙 늦게, 더구나 연상과 결혼해서 손자 보기를 거의 포기했던 친구다. 그래서 그동안 손자들 사진 보여주기에는 1만 원, 구체적인 자랑 설명에는 2만 원의 범칙금을 수령하며 심술을 부렸었다. 그러나 그렇게 들뜬 목소리로 시작한 전화들이 다음과 같은 사연들로 인해 점차 하소연으로 변해갔다. 태명 대며 갈비 뜯기 일단 ‘임신 축하금’이라는 명목의 지출이 시작되었다. “이거 라떼는 없었는데…”라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이 항목이 워낙 광범위하게 전파된 눈치였다. 그래서 ‘지들도 나이 먹어가지고 애 만드느라고 애 많이 썼으니 보신이라도 시키자’ 하는 마음으로 두둑한 봉투를 마련했다. 그 후 손자를 보려면 출산 전부터의 추억이 중요하다며 카카오스토리를 억지로 깔아준 아들 녀석이, 며느리가 산부인과를 다녀올 때마다 초음파 사진들을 보내왔다. 이런 것은 꿈도 못 꾸었는데 참 좋은 세상이다 싶었다. 옆의 각도에서 보니 코가 높아서 예비 아빠를 닮았단다. 태아의 초음파 사진으로 인물 모양새까지 분석하는 것을 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참 재주가 좋다고 생각했다. 좀 지나더니 ‘뱃속의 아기’라고 부르지 말고 ‘콩딱’이라는 태명을 부르란다. 심장이 ‘콩콩’ 잘 뛰면서 자궁에 ‘딱’ 붙어 잘 크라는 의미라고 한다. ‘들찬’(들에 가득 찬)과의 경합에서 선택된 태명이란다. 이 태명 부르기가 태교의 시작이라고 하면서 예비 아빠 엄마는 안 불러도 될 상황에서도 연신 태명을 일부러 부르며 부모 연습을 했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갈비가 드시고 싶단다. 그것도 그 비싼 한우 갈비를. 절대 며느리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콩딱님’께서 드시고 싶단다. 그런 어리광을 또 언제 받아주겠나 싶어 ‘내 돈 내고’ 한우갈비집을 오랜만에 갔다. 예비 할머니는 더 신나고 예비 할머니는 신이 났다. 할머니라는 호칭이 싫다던 그는, 백화점 쇼핑의 대의명분을 확보한 기회를 살려 유아용품점들을 쓸고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아들의 다음과 같은 자극적인 문자가 한몫했다. “그것도 안 해주시며 할머니 되려고 하심? ㅋ” 우선 예비 아빠가 어린 시절 입었던 배냇저고리는 이제 너무 낡았다며 수십만 원짜리 저고리를 골랐다. 그 외에 아기 옷을 세탁하기 위한 아기용 세탁기도 따로 샀다. 어른 옷과 함께 세탁하면 균에 오염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모차는 친구가 10년째 타고 다니는 승용차 가격과 비슷했다. 그런데도 아들 녀석은 “제 아들의 첫 차잖아요. 요즘은 승차감보다 하차감(내려서 보는 흐뭇함)이 더 중요하다고요”라며 외국산 명품 브랜드를 고집했다. 임부용 영양제도 전달했고 산후조리용 기장 미역을 현지에 주문했으며, 사진관에서 찍은 민망한 며느리의 임신부 사진을 실눈 뜨고 봐야만 했다. 그런데 며느리가 노산이라서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예비 할머니는 시를 잘 받아서 태어나야 한다며 사찰에 가서 택일을 받고 축원기도를 부탁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말이다. 그러나 아들과 예비 손자를 뒤에 업은 예비 할머니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내친김에, 돌림자를 딴 이름은 친가에서 지어줘야 한다며 작명소까지 일찌감치 다녀왔다. 양수가 갑자기 터져 원래 잡은 날보다 이틀 먼저 수술을 하고 콩딱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이라 면회가 아예 되질 않았다. 1인당 4만 원짜리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아야 아기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노부부가 가정의학과까지 다녀왔는데. 퇴원하면 사진관에서 또 출산 기념사진을 찍을 거라는 아들에게, 병원비와 산후조리원 비용에 보태라면서 봉투를 건네주고 돌아섰다. 그는 액수를 차치하고서라도 합리성이 결여된 지출 항목들과 쓸데없는 과정이 많다는 것이 못마땅했다. 정부 지원의 산후도우미 시스템이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아기용품 대여 서비스는 찾아보지도 않고, 육아휴직을 하면 수당이 적어질 것 같아 유아용 카시트 사는 게 걱정이 된다며 눈치를 보는 아들 녀석이 얄미워지기까지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기 사진을 보며 친구들이 “어? 손자가 자네랑 판박이네” 했더니 입이 귀에 걸리면서 “그렇지! 식구들도 다 그렇다고 하네~” 하며 밥값을 계산했다. 아기 울음소리의 대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2018년 0.98명보다 더 낮아졌다.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이고, 평균이 1.63명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저 아기 울음소리 듣는 것만으로 모든 것들이 너그럽게 수용될 수 있다. 또한 ‘우리 때는 없었던 것’들이 서먹하고 수용하기에 어색하지만, 그것들은 나름대로의 이유와 호응이 있었기에 존재 가능한 것들이라는 관점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애들을 낳아 다시 아비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상상을 해보자. 할아버지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기꺼이 통장 잔고 감소를 참아내야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 친구는 늦게 배운 조부(祖父)질에 날 새는지 모르며, 손자 사진 범칙금 납부의 큰손 노릇을 기꺼이 하고 있다.
- 2020-09-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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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꽃밭은 어디에
-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번 호에는 이경란 작가가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너는, 글쎄, 이제 나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함께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얼마 동안이었는지도. 이제는 너와 내가 함께한 시간의 몇 배를 더해야 너와 나의 지금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였다. 불현듯 네가 보고 싶었다. 나는 조금의 불안도 없이 네게로 갔다. 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므로. 거친 세월 같은 간판의 불꽃들을 지나고 구불거리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뾰족한 모서리를 돌고 돌면 네가 있을 터였다. 골목 초입에서 안전모를 쓴 사내가 나를 제지했다.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와 날선 목소리로 물었다. 왜, 라고. 왜, 라니. 나는 왜 너에게 가려고 했나. 그에게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말았다. 나는 무어라 답을 했던가. 무더위에 묻힌 나의 대답은 내게도 그에게도 가닿지 못했건만 발걸음은 어느새 네게 닿아 있었다. 너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러나 여전하지 않기도 했으므로 나는 만남의 기쁨을 모조리 빼앗겨버렸다. 마침내 어떤 구실도 할 수 없게 된 삭은 문짝 너머로 너의 처참한 몸을 보았을 때 내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래, 네게 어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분명 탄식뿐이었을 것이다. 폐허가 된 너를 앞에 두고 나는 어쩌자고 몇 년 전의 노파를 떠올렸을까. 그때도 이미 제 빛깔을 잃은 문짝은 열려 있었고, 좁은 시멘트 마당을 사이에 둔 방 안에는 잘못 세탁한 스웨터처럼 쪼그라든 노파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노파는 말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옛집에 와보고 싶었다는 내 말이 아마도 노파에게는 퍽 가소로웠던 걸까. 혹은 그런 마음이란 창틀의 들뜬 페인트 조각보다도 쓸모없음을 웅변하는 중이었을까. 그러니 나는 아직 철없이 젊은 사람이었을까. 라일락이 있던 꽃밭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봄이면 한껏 명랑했던 개나리의 흔적도 없었다. 나는 우리의 꽃밭이 거기 존재했다는 증거조차 찾지 못했다. 할머니, 여기 있던 라일락과 개나리는 어떻게 되었나요? 노파는 라일락과 개나리가 무언지 모르는 사람인 양 내 물음을 흘렸다. 할머니, 여기 작은 꽃밭에 분꽃이 있었어요. 분꽃 아시죠? 귀고리를 만들어 걸곤 했어요. 씨앗이 익으면 쪼개서 하얗게 분칠을 하기도 했고요. 나는 노파가 듣건 말건 이제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건 네게 하는 말이었으니까. 그리고 너는 그것을 알고 있었으리라. 그러고 보면 노파는 이미 듣지 못하는 귀를 가진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분꽃 아래에 채송화가 있었어요. 그 애들은 키가 너무 작잖아요. 햇볕을 제대로 못 쬐었어요. 그래도 잘 살아남던걸요. 그런데도 빛깔이 고왔어요. 기특하기도 하죠. 잘 먹지 못하면서도 예쁜 아기 같았거든요. 여기는 연탄을 재놓는 광이었는데…. 광 속 아궁이에 장작을 때면 반대편 목욕탕의 물이 뜨거워졌어요. 아버지가 시멘트와 타일로 만들어준 욕탕이, 세상에, 아직도 있네요. 저 작은 욕탕에 우리 자매들이 어떻게 몽땅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혼잣말을 한참 중얼거리다 노파 쪽을 돌아보았을 때, 나는 너도 기억할 나의 할머니를 보았다. 나의 할머니는 저 자리에서 장죽을 물고 무심하게 연기를 빨아들이곤 했다. 그때마다 할머니의 얇은 뺨 안쪽이 맞닿을 것만 같아 무서웠다. 너를 두고 돌아선 내가 몇 번이나 살 곳을 옮겨 다녔는지 네가 알까. 아니지. 그건 너와 헤어지고 한참 후의 일이다. 나는 도대체 몇 번을 달아나고 쫓겨났는지. 그러나 언제나 꿈속에서 돌아온 곳은 너의 품이었다. 돌아와 안긴 너의 품은 따스하고 시원했으며 포근하고 넉넉했다. 어떤 새벽, 너는 꽃잔디를 깔고 나를 맞았고, 또 어떤 밤에는 장독대 위에 붉은 노을을 융단처럼 펼쳐두기도 했다. 단지 꿈일 뿐이었지만, 너는 국자 하나 들고 쪼그리고 앉은 골목 어귀의 달고나 같았다. 이 계절의 나는 머물 곳을 찾아 또다시 거리를 방황한다. 이것은 나의 유구한 직업이 되었다. 너를 떠난 후 내게 예비되었던 어느 곳 하나 다정하지 않아서, 네가 있는 도시에서 북쪽으로 달아난 나는 오랫동안 거대 도시의 비정에 시달리는 벌을 받았다. 탐욕이 능력이 되는 걸 몰랐던 나는 어느 사이 주기적으로 떠밀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분꽃인 줄 알았던 내가 채송화처럼 낮은 곳으로 떠밀리는 동안, 너는 나의 비밀스런 기쁨이었고 꺼내놓지 않아도 자랑스러운 보물이었다. 너를 품을 수 있어서 나는 그늘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꽃잎이었다. 네가 있던 자리에는 번쩍이는 빌딩이 들어서리라 한다. 이제 너는 가뭇없이 사라지겠지.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나의 할머니는, 그 노파는 어디로 갔는지 너는 아니? 이경란 작가 대구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상경. 서울에선 아직 다정한 곳을 만나지 못했다.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오늘의 루프 탑’이 당선되어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 2020-08-31 0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