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 취소 여부로 논란이 컸던 나훈아 콘서트가 결국 연기됐다. 또 이달 말 열릴 예정이던 ‘미스터트롯 톱6’ 콘서트는 아예 취소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비수도권 공연 개최 제한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22일 0시부터 다음달 1일 24시까지 비수도권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되, 공연장으로 등록된 장소에서만 공연을 열 수 있다. 체육관과 공원, 컨벤션센터 같이 등록 공연장이 아닌 시설을 활용하는 공연은 모두 금지된다. 개최를 강행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행정명령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가수 나훈아의 ‘나훈아 어게인 테스형’ 콘서트는 7월 23~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미스터트롯 톱6’ 콘서트도 같은 장소에서 이달 말에 열릴 계획이었다.
두 공연이 열리는 부산 벡스코는 등록 공연장이 아니어서 모두 방역수칙에 따라 공연을 열 수 없다.
부산시는 “정부 측 방역 관리 지침이 강화된데다 최근 지역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벡스코 및 나훈아 콘서트 주최 측과 협의를 거쳐 이번 주말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벡스코는 컨벤션센터로, 평소 대형 콘서트 공연장으로 쓰이지만 공연시설로 등록돼 있지는 않다.
나훈아 콘서트 예매처 ‘예스24’는 나훈아 부산 콘서트가 오는 8월 20~22일로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예스24 관계자는 공연 연기로 인한 환불을 원하는 경우 취소 수수료 없이 100%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나훈아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서도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대구에서 해당 콘서트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나훈아 콘서트 반대 성명을 냈다. 밴드 시나위의 리더이자 작곡가인 신대철은 페이스북에 “후배들은 겨우 몇십명 오는 공연도 취소하고 있다”며 “나훈아 대선배님 참 부럽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최다 확진자 갱신에 정부는 4단계 연장에 추가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은 22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84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 21일 1781명에 이어 연일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비수도권 신규확진자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이날 비수도권 신규 확진자수는 546명으로 국내발생 확진자의 35.6%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지난 14일 161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이래 21일 1783명에 이어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4일부터 1주일간 신규 확진자는 1614명→1599명→1536명→1455명→1454명→1252명→1278명→1781명→1842명을 기록했다.
수도권이 현재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상향 조정한지 10일이 지났는데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종 변수가 한꺼번에 맞물린 결과라고 지적한다. 사회활동이 많은 2050세대의 백신 미접종, 이동량이 많은 휴가철,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에 느슨한 방역의식까지 겹치면서 수도권은 물론 전국으로 퍼진 4차 유행을 막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방역당국이 4차 대유행의 정점이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안조정소위에 출석해 “아직 4차 유행의 정점이 아니라고 본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실효율에 따라 증가폭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확산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4단계 연장에 추가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1일 "휴가가 집중되는 7월 말과 8월 초가 이번 유행에서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라며 "지금은 '잠시 멈춤'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비수도권의) 저녁 6시 이후 모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2일 0시까지 1658만3044명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21일 하루에 13만9214명이 접종했다. 인구 대비 접종률은 32.3%다. 권장 횟수 접종을 모두 마친 접종 완료자는 2만3593명 늘어 누적 672만3004명(인구 대비 13.1%)이다.
당뇨병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7월 16일 기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누적 60만8495명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코로나19로 사망한 60만8000명 이상의 미국인 중 약 24만 명이 당뇨병 환자였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40%가 당뇨병 환자였다는 뜻이다.
ADA 의료 책임자인 로버트 가베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당뇨 환자들에게 불균형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 인구 중 많아야 10%가 당뇨를 앓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이토록 많은 당뇨환자들이 사망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했다.
노년기 당뇨병 환자의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3배 더 높다는 독일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 하인리히하이네 뒤셀도르프대학 당뇨병센터 연구진은 1만7687명의 건강 데이터가 포함된 22개 연구를 분석해 당뇨병과 코로나19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65세 이상의 시니어 당뇨병 환자는 해당 연령 미만의 환자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이 3배 높았다. 연령이 5년 증가할 때마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이 43% 높아졌다. 성별로는 남성 당뇨병 환자가 여성 당뇨병 환자보다 코로나19 사망 확률이 2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베이 박사는 “당뇨 환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코로나19로 입원·사망 확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6~12배 높다”며 “당뇨가 있다면 백신 접종부터 서두르라”고 조언했다.
으리으리한 웨딩홀과 값비싼 예물까지 자녀의 완벽한 하루를 위해 정신없이 준비하다 보면 결혼의 진정한 의미가 등한시될 때가 있다. 반면 이곳의 예식은 소박하지만 늘 한결같고 경건하다. 가난 때문에 결혼식을 미뤄야 했던 아픔을 교훈 삼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 예식을 올려준다. 그 철학은 50여 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에게는 유명 호텔보다 더 근사하고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이곳, 경상남도 마산의 ‘신신예식장’을 찾았다.
“자, 여기 보세요. 찍습니다. 김치, 참치, 꽁치~” 늦지 않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식장으로 들어섰을 땐 이미 ‘찰칵’ 하는 셔터음이 울린 뒤였다. 백낙삼(90) 사장이 들고 있는 카메라 맞은편에는 나이 지긋해 보이는 부부가 어색하게 서 있다. 최필순(80) 이사는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신부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이날은 이광현(78)·박숙자(74)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이 있는 날이다. 순백색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는 아이처럼 “가자”며 신랑을 재촉했다. 신부가 옷을 갈아입으러 간 동안, 신랑에게 이곳을 찾은 사연을 물었다.
“6년 전 오늘, 아내가 사고를 당했어요. 뇌를 다쳐서 6개월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다가 기적적으로 일어났죠. 올해가 결혼 50주년이기도 하고, 오늘이 다시 태어난 날이잖아요. 그래서 겸사겸사 기념하려고 서울에서 예약하고 왔어요. 기분이 참 묘하네요.”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부터 보통의 식장은 아니구나 싶었다. 삼색 페인트가 칠해진 건물 외벽과 ‘완전 무료’라고 큼직하게 적힌 간판이 그 비범한(?) 분위기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내부로 입장하면 1960년대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웨딩홀은 드라마 세트장이 아닌 그 시절의 잔상이다. 백낙삼·최필순 부부는 1967년부터 이곳에서 예식을 올리고 있다. 직원에게 들어가는 수고비 70만 원을 제외하고 예식에 드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게 백년가약을 맺어준 부부만 1만4000쌍이다.
거리의 사진가에서 예식장 사장으로
“삼국사기는 들어봤어도 ‘신신사기’는 처음이지요? 허허.” 식을 마치고 몇 시간 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백 사장은 한숨 돌리기도 전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식업을 시작한 계기를 묻자 대답 대신 두꺼운 사진 앨범을 꺼내왔다. 겉표지에 ‘신신사기’란 글자가 한자로 적혀 있었다. 이곳의 50년 역사를 모아둔 그의 보물 1호다. 낡은 종이를 넘기며 그는 90년 인생을 회고했다.
젊은 시절 백 사장은 교육자를 꿈꾼 포부 가득한 청년이었다. 마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밥을 굶주리면서도 중앙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해 여섯 학기를 다녔을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지만, 자동차 정비소부터 공장까지 허드렛일을 하며 밤낮없이 교육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부의 검열로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그는 좌절할 틈도 없이 밥벌이를 찾아 나섰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한강에서 보트 타고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보트장에 놀러 온 이들을 상대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거리 사진가로 일을 시작했다. 먹고살 만큼의 돈이 모였을 때쯤, 서른한 살 노총각이 돼 있었다.
“고향 사람들이 나보고 몽달귀신 되겠다고 난리가 난 거야. 그래서 중매를 해줬어요. 지금의 아내가 나왔지. 아내한테 ‘내가 가진 건 이 몸뚱이 하나뿐이다. 고생 많이 해야 될 거다. 그래도 고생 안 하게 최선을 다해보겠다’ 말했어요. 그 한마디 믿고 시집을 온 거예요.”
가난한 부부의 예식장은 작은 초가집 마당이었다. 축가는 새들의 노랫소리로 대신했다. 백 사장은 아무려나 행복했지만, 식을 올린 후 아내와 생이별하는 아픔을 맞아야 했다. 있는 집이라고는 열세 명의 식구가 생활하는 작은 단칸방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모은 그는 1년 만에 아내와 함께 살 셋방을 마련하고, 뒤이어 3·15의거기념탑 뒷골목에 세워진 건물을 매입했다.
“이 건물에 무얼 할까 하다가 나처럼 돈이 없어서 결혼 못 하고 애만 태우는 사람들 결혼시켜줘야겠다 생각했어요. 돈은 사진값만 받아도 충분했지.”
1만4000쌍의 웃음과 눈물이 깃들다
1967년 6월 문을 연 신신예식장은 얼마 되지 않아 요즘 말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손님이 물밀 듯 밀려왔다. 사진값 6000원만 내고 예식을 올릴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창 잘될 때는 하루에 17쌍씩 식을 올려줄 정도였다. 그간 수많은 이들이 거쳐간 만큼 다양한 사연이 예식장을 채웠다.
“11시 30분에 식을 예약한 신랑이 미용사에게 신부 패물을 전해달라 부탁했는데, 나중에 보니 신부는 받은 게 없다는 거예요. 내가 다른 주례를 보는 사이 미용사가 도둑으로 몰려서 파출소 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11시 신부 것인 줄 착각하고 잘못 건네준 거였죠. 이 일로 부부끼리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더라고요. 참 재미있는 인연이지요.”
유쾌한 에피소드만큼 뭉클한 기억도 많다. 자신이 식의 주인공인지도 모르고 멍하니 서 있는 아픈 신랑의 주례를 봐준 적도 있고, 6년 전 가출한 큰딸이 둘째 딸 결혼 전날 기적적으로 돌아와 자매의 결혼식을 한날한시에 올려준 적도 있다. 그러나 가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백 사장이 잊을 수 없는 손님은 따로 있다.
“사진 값을 안 내고 도망간 부부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휴대폰 번호 대신 주소를 적었던 때라 집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집에는 아픈 사람이 누워 있고, 너무 어렵게 살고 있는 거야. 차마 돈을 받을 수가 없어서 쌀 한 말 사주고 돌아왔어요. 도울 수 있어 그저 행복했지요. 지금도 이렇게 좋은 직업이 세상에 또 있겠나 싶어요. 내가 그동안 행복했던 일을 죽 적어봤는데, 행복하다는 말만 백스물일곱 개가 나와.”
그 따뜻한 인심 덕분일까. 어느 날부터 ‘신신예식장에서 결혼하면 잘산다’는 소문이 돌며 장사는 더 번창했다. 백수 생활을 하던 큰아들이 식을 올린 뒤 직장을 구하자, 여섯 남매가 줄줄이 이곳에서 결혼을 했을 정도다. 그 소문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는 듯했다.
“작년에 부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1977년에 선생님 은덕으로 겨우 결혼식을 올렸는데, 이제는 부자가 됐다며 사례를 하겠다는 거예요. 아내가 그 얘기를 듣더니 보이스피싱이라는 거야.(웃음) 괜히 겁이 나서 밤에 자다가 ATM기기 가서 돈을 빼왔어요. 그리고 자고 일어났는데 휴대폰에서 띵 소리가 나대. 100만 원이 들어와 있더라고. 고마워서 가족사진, 리마인드 웨딩, 영정사진까지 다 찍어줄 테니까 언제든 오라고 했지요.”
100세까지 즐겁게, 성실하게, 보람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어느 추억의 장소를 회고하는 것 같지만, 신신예식장은 오늘날도 여전히 씩씩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성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예약 문의도 꾸준히 들어온다. 2014년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에 등장한 후로는 젊은 사람들도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 덕에 두 사람은 요즘 유행하는 웨딩 트렌드까지 공부하느라 바쁘다. 인터뷰를 하던 날에도 연구(?)는 계속됐다. 어느새 백 사장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최 이사는 앨범을 펼쳐 보이며 열띤 설명을 했다.
“옛날에는 부케가 이렇게 길었어. 바닥까지 왔다고. 그러다 조금씩 길이가 줄어들면서 짧아졌지. 드레스도 얼마 전까지 치렁치렁 뭐가 많이 달린 게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액세서리랑 큐빅을 거의 안 붙여. 아주 옛날에 유행했던 게 다시 돌아오더라고. 여보, 이 사진 괜찮지 않나. 우리도 젊은 신랑 신부 오거든 이렇게 찍어주자.”
나이가 나이인 만큼 힘이 들 법도 한데, 두 사람의 열정은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사무실 벽 한쪽에 붙여둔 생활신조가 젊게 사는 비결인 듯했다. ‘생활은 즐겁게, 임무는 성실하게, 인생은 보람되게.’ 그래도 이제는 노후를 즐길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100살까지는 일하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그다음에는 자식, 손주가 대대로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은퇴하면 이 장부를 배낭에 넣어 메고 아내와 전국 일주를 하면서 예식장에 와주었던 손님들을 만날 겁니다. 그 얘기를 하면, 다들 우리 집에 꼭 오래요. 다 보러 가야지요.”
맞잡은 손 놓지 말고, 서로 깊이 이해하고, 꽃길 따라 함께 걸어가야 한다. 50년 동안 백 사장의 주례사에 빠지지 않은 단골 멘트다. 이 덕담을 한평생 지켜온 부부가 있을까. 잠시 의심했지만 그 주인공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초가집 앞마당에서 두 손 맞잡은 순간부터 수많은 이들의 앞길에 꽃을 수놓아준 오늘까지 두 사람이 걸어온 인생 여정이 그 자체로 ‘꽃길’이었다.
올여름 덮칠 ‘역대급 폭염’에 노인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무더위쉼터 운영이 차질을 겪고 있다. 각 자치단체와 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전국적으로 재확산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자는 2015년 1056명, 2016년 2125명, 2017년 1574명, 2018년 4526명, 2019년 1841명 2020년 1078명 발생했다. 이중 사망자는 2015년 11명, 2016년 17명, 2017년 11명, 2018년 48명, 2019년 11명, 2020년 9명에 달했다. 2018년 온열 환자와 사망자가 많은 것은 열돔(heat dome) 현상에 따른 폭염(기온 33도 이상)이 한 달 이상 지속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 노원구는 ‘노원형 폭염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혼자 사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도록 호텔 50객실을 야간 안전숙소로 지정했다. 수요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구청 2층 대강당에 추가 쉼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동 주민센터 19개소와 복지관 11개소에는 낮에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쉼터를 조성했다.
현재 부산은 전체 실내 무더위쉼터 1296곳 가운데 71%(924곳)가 운영 중이다. 부산시내 경로당 848곳은 1차 백신을 맞고 14일이 지나야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늘막 70곳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충남도는 주민을 위한 실내 무더위 쉼터 4767개와 실외 쉼터 51개를 운영한다. 횡단보도 등에는 690개의 그늘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도로 노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살수 차량도 운영한다.
다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찾아오면서 무더위쉼터 운영이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는 곳들은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이용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조치로 취약 계층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에어컨이 있는 무더위쉼터가 주말에 문을 닫는 곳이 대부분인 것도 맹점이다. 인천시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폭염대응체계를 본격 가동, 모두 663곳의 무더위 쉼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일보에 따르면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05곳은 강화·옹진군에 있는 경로당이다. 이를 뺀 나머지 358곳 가운데 에어컨이 있는 곳은 행정복지센터 129곳, 금융기관 62곳, 기타 8곳 등 199곳에 불과하다. 이마저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 결국 휴일에 노인 등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은 높은 온도를 그대로 견뎌야 하는 159곳의 야외 무더위 쉼터다.
취약 계층에게 어느 해보다 힘겨운 여름나기가 될 거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보다 효율적인 무더위쉼터 운영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결국 비수도권 지역까지 퍼지며 전국 확산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전파를 막기 위해 정부는 오랜 기간 수도권에만 적용했던 ‘5인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비수도권 전체에 적용한다. 강릉시는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4단계 상향 조정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19일 0시부터 8월 1일 밤 12시까지 2주간 모든 비수도권 지역에 사적모임을 4명까지만 허용한다고 18일 밝혔다. 다만 함께 사는 가족, 아동·노인·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하거나 임종을 지키는 경우, 직계 가족 모임 등은 예외로 인정한다.
현행 거리두기 1단계는 사적모임 제한이 없고, 2단계는 8명까지, 3단계는 4명까지, 4단계는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 허용한다. 이날 비수도권 대상으로 사적모임을 4명까지만 허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거리두기 3단계 수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이 지난 8일부터 시도별로 거리두기 1~2단계를 적용하면서 지역별 상황에 따라 사적모임 허용 범위가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지역별 사적모임 제한을 통일해 혼란을 막자는 취지라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다만 대표 피서지인 강원도 강릉과 제주도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각각 4단계, 3단계로 격상한다. 두 곳 외에도 비수도권에서 유행세가 지속되면 전국 대다수의 지자체가 거리두기 단계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18일 0시 기준으로 경남은 김해·거제·함안군 3개 시·군에 대해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했다.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지자체에서 방역 수위를 스스로 조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5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된다. 기타 행사나 집회는 50명 미만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유흥시설·목욕장업·실내체육시설·영화관·PC방·학원 등은 오후 10시 이후 운영이 제한된다. 식당과 카페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배달 영업만 허용된다. 종교활동은 시설별 수용인원의 20%까지만 가능하며, 정기예배 외 모임·식사·숙박은 금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 오후 6시 이전에는 4명,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식당이나 카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은 저녁 10시까지만 운영된다. 식당이나 카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은 저녁 10시까지만 운영된다. 종교활동은 비대면으로만 가능하다. 행사와 집회는 1인 시위 외에는 불가능하다. 결혼식과 장례식은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 인척과 배우자 등 친족만 49인까지 허용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강릉은 일단 기본적으로 4단계의 기본원칙들을 준용할 예정“이라며 “특수한 지역적 상황을 고려한 부분들은 현재 강릉시에서 총괄 정리해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다수 비수도권에서는 예방접종 완료자를 모임 인원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 충남, 전남, 대구, 울산, 경북, 강원(강릉 제외)에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가 모임에 참석하면 인원을 셀 때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종, 대전, 광주, 부산, 경남, 제주, 강원 강릉시는 접종 완료자 인센티브를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비수도권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비수도권에서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수도권 3단계 격상을 발표한 18일 이날도 0시 기준 145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주말 기준 최다 확진자 수다. 특히 이날 해외유입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 1402명 중 443명이 비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전체의 31.6%를 차지하는 규모로, 4차 유행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휴가철을 앞두고 증가할 이동량을 고려해도 비수도권의 거리두기 상향 조정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손 반장은 “수도권 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수도권도 뚜렷한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며 “특히 제주, 대전·충청, 부산·경남권 확산이 빠르며 호남과 경북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모든 지역이 2단계 기준 이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50대 후반 백신 예약률이 70%를 넘어섰다. 백신의 예방효과가 사회적으로 입증되며, 신속한 백신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0시부터 시작된 만 55~59세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이 첫날 중단됐다. 코로나19 4차 유행 불안감에 예약자가 몰렸고, 7월 확보된 백신 물량이 조기 마감된 탓이다. 예약은 14일 오후 8시 재개했지만 신청자가 몰리며 시스템 오류 내면서도 4시간만에 마감됐다.
치열한 예약 경쟁으로 50대 후반 접종대상자들은 예약 시간으로 24시간도 안 되는 짦은 기간에 70%가 예약을 마쳤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지난 15일 12시 기준으로 55~59세 연령대 접종대상자 약 355만 명 중 총 253만3080명이 예약을 완료해 예약률 71.3%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며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안도 결국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이 만들어지면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4차 유행 추이를 연령대로 분석해보면, 최근 2주 사이 수도권 지역 40~50대 중·장년층 확진자가 20~30대 못지않게 빨리 불어났다. 수도권 지역에서 20대는 6월 20~26일 확진자가 505명에서 7월 4~10일엔 1335명으로 2.64배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50대는 2.43배, 40대는 2.33배로 20대보다 약간 낮았다. 하지만 2.20배인 30대와 견주면 오히려 높았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이 2030세대를 중요 방역 관리 대상으로 삼은 건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에 감염 확산의 책임을 전가해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백신을 먼저 맞은 기성세대가 뒷순위로 밀린 2030의 인내와 희생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2일 기준 50대가 백신 접종률 12.3%로, 30대 20.6%보다 낮은 데다 사회 활동을 30대 못지않게 활발하게 하고 있어 감염 확산을 피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델타 변이는 50대 이하 활동량이 많은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라도 가벼운 접촉으로 쉽게 확산된다”면서 “20~50대 직장인을 모두 방역 관리 대상으로 보고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재택근무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14일 도착한 화이자 백신 79만9000회분을 포함해 이날까지 총 2150만 회분의 백신을 도입했다고 말하면서 3분기 도입 일정을 공개했다. 7월 16일부터 8월 31일까지 약 500만 회분이, 그리고 9월에는 약 4200만 회분이 도입될 예정이다.
뒤늦은 백신 확보로 정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백신을 확보 못해서 국민을 속인다는 비난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잘 믿고 협조해 준 국민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연일 네 자릿수의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5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가 1600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 1555명, 해외유입 45명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 역시 하루 최다 확진자가 발생한 13일과 마찬가지로 1600명대였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300~700명대를 유지했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들어 700~800명대로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7일 갑자기 1200명대로 치솟은 뒤 8일 연속 네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신규 지역발생 확진자의 80% 이상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수도권 비중이 20%를 훌쩍 넘어 4차 유행이 전국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8일 “방대본이 민간 전문가와 합동으로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해 향후 발생에 대한 전망을 추정한 결과, 7월 말 환자 수를 기준으로 현 수준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1400명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으며, 현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2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6일만에 7월말 예측 수준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4차 유행의 정점이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다음 주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14일 브리핑에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많은 국민이 동참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최소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1주일 정도 환자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하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6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며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치명률이 높은 시니어들은 외출을 자제해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15명이라고 밝혔다. 일주일째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최대 규모의 일일 확진세를 보였다.
4차 유행은 지난 3차 유행에 비해 활동 영역을 공유하는 동일 연령대 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3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4차 유행은 서로 다른 세대 간 접촉을 통한 감염이 뚜렷했던 3차 유행과 달리 동일 연령대 간 접촉을 통한 감염만이 전 연령대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대본에 따르면 4차 유행(6월1일 ~ 7월11일)의 확진자 접촉에 의한 전파는 43.6%로 3차 유행(2020년 11월13일 ~ 2021년 1월20일)의 32.2%보다 11.4% 증가했다.
가족을 통해 감염되는 비중은 61.7%에서 41.9%로 감소했지만, 지인 또는 동료를 통해 감염된 비중은 23.8%에서 40.0%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1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는 동일 연령대 간 감염 전파 비중이 가장 높았고, 특히 20~30대와 40~50대의 경우 동일 연령대 선행확진자 비율이 각각 19.9%, 23.5%로 높게 나타났다.
이 단장은 “4차 유행의 감염 패턴은 주로 지인·동료들 간의 접촉과 모임을 통한 전파가 있었다. 한 유행이 다시 다른 유행으로 전파하는 경향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 달간 수도권의 코로나19 전파 패턴은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 추세다. 하루 평균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6월 3주 1.3명→6월 4주 1.4명→6월 5주 2.0명→7월 1주 3.1명으로 높아졌다.
이 중 활동성이 높은 20대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1.6명→2.0명→3.8명→5.2명이다.
20대 확진자 급증의 원인으로는 백신 미접종과 함께 잦은 외부활동이 꼽힌다. 방역당국은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학원, 식당, 주점,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확산세를 꺾고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젊은층을 비롯한 국민의 지속적인 방역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를 보면 '서울 마포구 음식점·경기 영어학원' 관련해 지난 6월2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주점·클럽 등 8개 시설과 이용자의 직장 등에서 총 307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환기가 되지 않은 지하공간에서 밀집·밀접한 접촉이 이뤄진 점과 코로나19 증상 발생 기간에 다수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해 감염이 더욱 확산된 점이 꼽힌다.
이 단장은 "최근 클럽이나 주점과 같이 밀집·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받아달라"고 거듭 권했다.
이렇게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감염병에 취약한 시니어들에게는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면역기능이 약해진 시니어는 젊은층보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뿐 아니라, 감염될 경우 중증화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니어는 백신 접종, 면역력 증강, 방역 수칙 이 3가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자에게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비용 효율적인 예방책 중 하나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만 접종해도 고령층의 감염 예방 효과가 80%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령자는 전반적인 면역기능의 저하로 백신의 효과가 젊은 성인에 비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예방접종 뿐 아니라 면역력 증강을 위해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챙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손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기본 방역수칙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집단 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가급적 외출이나 외부활동을 삼가는 것이 권고된다.
지난 1~3차 유행에도 정부의 신속한 방역 조치와 국민들의 참여로 위기를 넘겼다. 지속되는 4차 유행 확산세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방역 참여로 꺾일 수 있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며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인문학이 대세다. ◯◯인문학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따라서 유행이다. 그런데 성만 한 인문학이 또 있을까?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고, 종족을 남기고, 늙고 죽어가는 이야기는 다 성에 있다. 성을 한자로는 ‘性’이라 표기하는데 어찌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찾았는지 놀랍기까지 하다. 성은 그 사람의 본성을 뜻한다. ‘배정원의 성 인문학’은 역사, 예술, 사회 등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 속에서 성을 재미있게 풀어볼 것이다.
이번 그림은 중국의 춘화다. 그림의 배경은 사람들의 복식으로 미루어 명나라이고, 부귀를 누리는 고관대작의 집에서도 내실 침소다. 그림에는 총 다섯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중 복식이 가장 화려한 두 사람의 남녀가 섹스 당사자이고, 나머지 세 사람은 그들의 방사를 돕는 도우미다. 도우미 중 두 사람도 옷을 벗고 있으나 오늘 운우지락을 누릴 주인공은 침대에 엎드린 젊은 여인의 등에 기댄 귀부인이다.
노란 비단옷을 입은 당당한 풍채의 남자는 늘어뜨린 구레나룻과 수염이 길고 새카만 데다 젊은 얼굴은 아니나 건강이 아주 좋아 보인다. 마치 부인에게 인사라도 하러 온 듯, 방사를 나누는 중인 이 남자는 방 안에 여인들이 여럿 있어도 전혀 서두르거나 쑥스러워하지 않고 아주 느긋해 보인다. 곁에 시중드는 두 여자의 어깨에 턱하니 팔을 걸치고, 심지어 자신의 음경마저 맡긴 채 부인을 바라보는 눈길이 다정하기까지 하다.
부부간의 섹스는 참으로 은밀한 행위인데, 이들은 어쩌자고 세 여인을 불러 자신의 성행위를 거들게 하는 것일까? 중국 춘화를 보면 섹스를 하는 두 사람을 곁에서 자연스레 지켜보거나 도와주는 여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고대 중국에서는 남녀 간의 성이 자연스런 일이었고, 또 아랫사람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대상이 아닌 하찮은 이들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찬찬히 볼라치면, 세 사람의 젊은 여인 중 옷을 벗고 팔을 베개에 괸 채 침대에 엎드린 여자는 하녀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녀는 남자를 부축(?)하고 서 있는 두 여인과 달리 머리 장식이 화려할 뿐 아니라, 발은 조그맣고 앙증맞은 전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곱게 화장한 얼굴의 표정도(화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두 여자와는 달리 긴장돼 보인다. 전족은 남당 시대의 2대 통치자인 ‘이욱’이 유행시켰다고 하지만 명청 시대에 전족 유행이 꽃을 피웠고, 산다 하는 집안의 딸들은 모두 전족을 해서 ‘귀한 집안 처자’임을 과시해야 했다. 따라서 그 젊은 여인은 아마도 남자의 첩일 것이다. 그녀는 침대 위에 올라서 본부인과 남편의 정사를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도 그들의 섹스에 동참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리라. 이날은 본부인(1호 부인)이 남편과 운우지정을 나누는 중인가 싶다.
네덜란드 직업외교관 R. H. 반 홀릭이라는 동양학 학자가 저술한 ‘중국의 성풍속사’를 보면 중국의 권력과 부귀를 가진 남편들은 일부다처제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중국은 가문의 대를 잇는 의무가 중요해 아들을 많이 낳아야 했으며, 따라서 여자의 성적 의무도 오로지 후사를 잇는 것으로 남자들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혼인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르는 삼종지의(三從之義)의 전통은 여자들을 억눌렀지만 나름 집안의 위계가 엄격했다. 또 여러 명의 아내들은 본부인의 수하에 있었으며, 심지어 시어머니가 죽으면 시아버지의 다른 부인들도 아들 본부인의 뜻을 받들어야 했다니 본부인의 위세는 자못 등등했다.
본부인은 남편이 집에 없을 땐 모든 권한을 대신했고, 평소에는 집안의 대소사를 관장했다.
물론 남편은 정처라도 내쫓을 권한이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는 아내의 집안도 만만치 않았으며 그 권한을 인정해주는 것이 집안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를 어찌 평화롭게 다스리겠는가?
고대 중국의 성에서 중요한 것은 아들을 수태하는 것이 제1이요, 여자의 음기로 남자의 양기를 보충하는 것이 제2였는데, 사실 그 충만하게 채워진 남편의 ‘양기’를 누리는 것 또한 우선은 본부인이었다. 양기를 높이려면 다른 여자들과 자주 섹스를 하되 사정을 하지 않고 여자의 음으로 자신의 양을 보충해야 한다. 쉽게 말해 첩들에게서 ‘음기’를 보충한 후 힘을 축적해 그 힘으로 본처와 관계를 하여 우수한 아들을 낳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고, 그 다음이 자신의 정력 보전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남편은 모든 처첩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야 했으니 아내가 많을수록 그 의무는 무거웠으리라. ‘예기’에서도 아내 중 한 사람이라도 소홀히 하는 것은 아주 중대한 ‘무례’라고 했다. 여러 명의 첩과 사정을 하지 않고 조절하며 섹스를 하고, 본처에게 그 양기를 안겨야 했으니 그 또한 때론 ‘죽을 맛’ 아니었을까?
또 남편은 아름다움이나 나이로 처첩과의 교접 횟수나 차례를 정해서는 안 되었다.
‘첩이 비록 늙더라도 나이가 쉰이 되지 않았으면 남편은 닷새에 한 번은 그녀와 교접해야 한다’에서부터 ‘부부의 의무는 70이 넘어야 벗어날 수 있다’고 하니 무조건 처첩을 많이 거느리는 것도 능사는 아니었을 것 같다.
어쨌든 남편은 첩과 밤새도록 있어도 안 되고 온 밤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정부인에게만 있었다고 하니, 평생을 남편에게 종속되고 통제받아야 했던 억울함이 본부인에게는 좀 가벼웠을까?
다시 그림으로 돌아오자. 지금 젊은 첩의 등에 기대어 남편의 삽입을 받아들이고 있는 부인은 정말 당당해 보이지 않나? 그녀의 머리 장식은 참으로 화려하고, 표정은 느긋하게 남편의 성기를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왼손으로는 술잔을 올린 작은 쟁반까지 들고 있는데, 그 술잔은 남편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녀를 위한 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등을 받친 첩의 자세나 표정으로 봐서 정부인의 위세는 등등하기만 하고, 침대 옆에 입위의 체위로 선 채 하녀의 손에 맡겨진 남편의 음경은 그래서인지 체격에 비해 왜소해 보인다.
어쨌거나 오늘은 그녀의 날, 그동안 충전한 남편의 ‘양기’가 그녀를 흐뭇하게 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