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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아래 신조어 중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이거 실화냐? □고흐흑 바흐흑 □뉘예뉘예 □현타 □뇌섹남 □극혐 □-잼 □흠좀무 □문센 □동공지진 이거 실화냐?: ‘이게 진짜냐?’ 혹은 ‘이게 사실이냐?’라는 뜻으로 믿기지 않는 내용의 글이나 사진 또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쓰인다. A 치킨 다리 한입도 못 먹고 떨어뜨렸다. 이거 실화냐…? B 주워서라도 먹어야 하는 거 아냐? 고흐흑 바흐흑: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천재 화가 고흐의 이름에 우는 소리를 의미하는 ‘흑흑’을 붙여 ‘바흐흑’, ‘고흐흑’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웃긴 상황엔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이름 끝에 ‘키키’를 붙여 사용하는 자매품 신조어도 있다. A 소개팅 갔다가 차였어. 고흐흑 바흐흑. B 괜찮아. 내가 다른 사람 소개시켜줄게…. 뉘예뉘예 알겠쭙니다: ‘네. 알겠습니다’를 약간 비꼬듯이 늘여서 쓰는 말. A 방구석이 이게 뭐니? 엄마 나갔다 올 때까지 청소해놔! B 뉘예뉘예 알겠쭙니다~ 현타: 욕구 충족 이후에 밀려오는 무념무상의 시간을 일컫는 ‘현실자각타임’의 준말. A 오늘 햄버거 먹고 피자 먹고 라면 먹고 먹기만 했어. 현타 온다. B 인생 뭐 있니~ 원하는 거 하면서 사는 거지. 뇌섹남: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 주관이 뚜렷하고 유머러스하고 지적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 A 네 이상형은 뭐야? B 요즘은 똑똑한 사람이 멋있어 보이더라. 뇌섹남이라고나 할까? 극혐: ‘혐오하다’라는 말에 정도가 심함을 나타내는 ‘극’을 붙여 ‘극도로 혐오한다’는 뜻을 강조할 때 쓰는 말. A 어제 자는데 천장에서 뭐가 뚝 떨어지는 거야. 봤더니 바퀴벌레였어. B 윽 극혐. 꼽등이, 바퀴벌레같이 더듬이 달린 생물은 다 싫어. -잼: ‘재미’를 줄인 단어 잼을 활용해 재미의 정도를 나타낼 때 쓴다. 예) [안 웃김] 핵노(NO)잼, [웃김] 꿀잼 A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 진짜 핵노잼이더라. B 왜? 난 꿀잼이던데! 흠좀무: ‘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의 줄임말로 무서움을 느낄 때 사용. A 오늘 뉴스 봤어? 거기서 또 살인사건 일어났다잖아! B 흠좀무…? 앞으로 일찍 다녀야겠다. 무서워서 다니겠나. 문센: ‘문화센터’의 줄임말. A 요즘 문센에선 다양한 수업이 많이 열리더라. B 오 정말? 무슨 수업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동공지진: 당황했을 때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린다는 의미로 쓰이는 신조어. A 너 거짓말하면 동공지진 일어나서 금방 알 수 있어. B 눈을 감고 말할까봐….
- 2017-07-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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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연예인, 예능 프로그램 통해 화려하게 부활!
- 70세의 중견 배우 윤여정이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바로 젊은 연예인과 신세대 스타들의 전쟁터로 변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예능 프로그램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윤여정은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섬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을 관찰 예능으로 담아낸 tvN 에서 사장 겸 요리사로 나섰다. 윤여정은 에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젊은이들에게 꼰대 짓을 하지 않는 바람직한 어른 이미지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상승한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에서 특유의 소탈함과 함께 현명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81세의 신구 역시 에서 아르바이트 점원으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젊은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고 KBS 에 출연해 기상천외한 입담을 과시하며 장·노년 연예인 예능 스타 붐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70세의 여배우, 81세의 원로 남자 연기자. 한국 대중문화와 연예계에서 이들은 어떤 의미일까. 이 나이쯤 되면 일반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은커녕 비중 있는 조연 맡기도 힘들다. 가족이 밥 먹는 장면에만 출연하는 ‘식탁용 배우’로의 전락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견 연예인들의 의미 있는 반란과 도전이 시작됐다. 그 반란과 도전의 진원지는 바로 젊은 연예인의 전유물이자 10~30대 젊은 시청자들이 주로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중장년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와 끼, 면모를 보여주고 친근감을 배가시키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이미지의 확장과 인기 상승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으로 나서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중장년 연예인의 재스타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중장년 연예인의 재발견 창구로 부상시킨 것은 바로 2013년 방송된 tvN 다. 황혼의 해외 배낭여행 포맷으로 진행된 는 파격적으로 노년(老年) 예능을 표방하며 당시 78세였던 이순재, 77세 신구, 73세 박근형, 69세 백일섭을 출연시켰다. 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우려를 했다. 중장년 예능 프로그램이 전무한데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자는 주로 젊은 층이었기 때문이다. 촬영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원로 연기자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씨의 모습을 보면서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은 에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의외의 재미있는 모습을 드러낸데다 연륜이 주는 현명함까지 전달돼 할배 신드롬이 일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장·노년 출연자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의 성공 이후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중장년 연예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연예인들과 함께 고정 멤버로 출연하는 중장년 연예인도 많아졌다. 결혼을 졸업했다는 고백으로 우리 사회에 ‘졸혼(卒婚)’을 화두로 던지며 공론화했던 백일섭(73)과 이혼 이후 혼자 살며 다양한 취미생활과 여행을 하며 활기차게 장년의 삶을 사는 김용건(71)은 각각 KBS 과 MBC 를 통해 살림살이에서 여가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은 혼자 사는 장·노년 사람들의 생활 트렌드를 이끌 뿐만 아니라 유익한 삶의 정보까지 제공해 사랑을 받고 있다. 김국진(52), 강수지(50) 등이 출연하는 SBS 과 김건모(50)가 나오는 SBS 는 중년 연예인의 이미지 확장과 인기 부활 예능 프로그램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중년 연예인들이 여행을 하거나 미션, 놀이를 하면서 싱글 중년의 삶과 문화,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실태와 인식을 보여주는 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로맨틱한 김국진의 모습, 소탈한 김완선의 이미지 등을 엿보면서 많은 사람이 중년 연예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의 출연을 통해 천진무구한 모습과 충격적인 행태를 보인 김건모에게 대중은 더욱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 에서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순재·윤여정, 백일섭·신구·김용건·이한위·김구라를 비롯한 중년 및 장·노년 연예인들이 이미지를 확장하고 새로운 모습과 끼를 선보이며 예능 스타 반열에 오르고 있다. 김용건은 “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는 사적인 부분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하더라.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 확장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년, 장·노년 연예인의 재발견과 인기 부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젊은 시청자들에게 중장년, 노년층에 대한 이해의 접점을 확장하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에서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노년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 나영석 PD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장·노년 연예인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시청자들이 이들 세대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되고 이해의 범위도 넓어져 세대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일섭은 “드라마와 영화를 할 때는 중장년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와 등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10~30대 젊은 팬이 많이 생겼다.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사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2017-07-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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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라이프] 중장년 연예인, 예능 프로그램 통해 화려하게 부활!
- 70세의 중견 배우 윤여정이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바로 젊은 연예인과 신세대 스타들의 전쟁터로 변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예능 프로그램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윤여정은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섬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을 관찰 예능으로 담아낸 tvN 에서 사장 겸 요리사로 나섰다. 윤여정은 에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젊은이들에게 꼰대 짓을 하지 않는 바람직한 어른 이미지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상승한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에서 특유의 소탈함과 함께 현명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81세의 신구 역시 에서 아르바이트 점원으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젊은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고 KBS 에 출연해 기상천외한 입담을 과시하며 장·노년 연예인 예능 스타 붐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70세의 여배우, 81세의 원로 남자 연기자. 한국 대중문화와 연예계에서 이들은 어떤 의미일까. 이 나이쯤 되면 일반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은커녕 비중 있는 조연 맡기도 힘들다. 가족이 밥 먹는 장면에만 출연하는 ‘식탁용 배우’로의 전락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견 연예인들의 의미 있는 반란과 도전이 시작됐다. 그 반란과 도전의 진원지는 바로 젊은 연예인의 전유물이자 10~30대 젊은 시청자들이 주로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중장년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와 끼, 면모를 보여주고 친근감을 배가시키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이미지의 확장과 인기 상승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으로 나서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중장년 연예인의 재스타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중장년 연예인의 재발견 창구로 부상시킨 것은 바로 2013년 방송된 tvN 다. 황혼의 해외 배낭여행 포맷으로 진행된 는 파격적으로 노년(老年) 예능을 표방하며 당시 78세였던 이순재, 77세 신구, 73세 박근형, 69세 백일섭을 출연시켰다. 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우려를 했다. 중장년 예능 프로그램이 전무한데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자는 주로 젊은 층이었기 때문이다. 촬영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원로 연기자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씨의 모습을 보면서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은 에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의외의 재미있는 모습을 드러낸데다 연륜이 주는 현명함까지 전달돼 할배 신드롬이 일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장·노년 출연자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의 성공 이후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중장년 연예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연예인들과 함께 고정 멤버로 출연하는 중장년 연예인도 많아졌다. 결혼을 졸업했다는 고백으로 우리 사회에 ‘졸혼(卒婚)’을 화두로 던지며 공론화했던 백일섭(73)과 이혼 이후 혼자 살며 다양한 취미생활과 여행을 하며 활기차게 장년의 삶을 사는 김용건(71)은 각각 KBS 과 MBC 를 통해 살림살이에서 여가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은 혼자 사는 장·노년 사람들의 생활 트렌드를 이끌 뿐만 아니라 유익한 삶의 정보까지 제공해 사랑을 받고 있다. 김국진(52), 강수지(50) 등이 출연하는 SBS 과 김건모(50)가 나오는 SBS 는 중년 연예인의 이미지 확장과 인기 부활 예능 프로그램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중년 연예인들이 여행을 하거나 미션, 놀이를 하면서 싱글 중년의 삶과 문화,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실태와 인식을 보여주는 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로맨틱한 김국진의 모습, 소탈한 김완선의 이미지 등을 엿보면서 많은 사람이 중년 연예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의 출연을 통해 천진무구한 모습과 충격적인 행태를 보인 김건모에게 대중은 더욱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 에서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순재·윤여정, 백일섭·신구·김용건·이한위·김구라를 비롯한 중년 및 장·노년 연예인들이 이미지를 확장하고 새로운 모습과 끼를 선보이며 예능 스타 반열에 오르고 있다. 김용건은 “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는 사적인 부분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하더라.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 확장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년, 장·노년 연예인의 재발견과 인기 부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젊은 시청자들에게 중장년, 노년층에 대한 이해의 접점을 확장하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에서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노년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 나영석 PD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장·노년 연예인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시청자들이 이들 세대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되고 이해의 범위도 넓어져 세대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일섭은 “드라마와 영화를 할 때는 중장년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와 등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10~30대 젊은 팬이 많이 생겼다.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사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2017-07-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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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는 것이 인생이다
-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지만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세대는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배웠다. 독일어와 프랑스어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프랑스어를 배웠다. 연음과 비음이 특징이면서 어려웠다. 그동안 안 쓰다 보니 간단한 인사말만 제외하고는 다 잊었다. 당시에 ‘기다리는 것이 인생이다 (L’attendre, c’est la vie)’라는 프랑스 속담이 인상적이었다. 인생의 정의가 다양한데 하필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을까 궁금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니 이 속담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그동안 조급하게 뛰어다녔지만 인생은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때가 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다. 기다리는 것을 배우는 데 인생이 필요한 것 같다. 성경 전도서 3장에 28개의 때가 나와 있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시킬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인생은 기다릴 것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기다릴 것이 없으면 삶이 허무하다. 아픈 사람이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으면 사망한다고 한다.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만 기다릴 것이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박목월 시인은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라고 노래했다.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외딴 집의 눈먼 처녀조차 기다림과 호기심에 문설주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다고 한다. 기다리는 것을 만들고 기다리는 것을 배우면서 인생이 지나간다. 연륜이 쌓일수록 이 속담에서 또 다른,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기를 기대해본다.
- 2017-07-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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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70세대의 존경받는 소비원칙 ‘SPPS Up’
- 얼마 전 필자가 퇴직예정자 교육에 강사로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강의장에 들어서자마자 맞은편 벽면에 걸려 있는 현수막 문구가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YOLO’라는 글자였다. YOLO’란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직역하면 ‘인생은 단 한번뿐’이라는 뜻이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지금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려는 2030세대의 자조적인 의미가 담긴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처럼 자조적 의미가 담긴 ‘YOLO’는 5070세대에게도 이제는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최근 5070세대는 더 이상 누구의 행복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는 세대가 아니라, 직장과 일에서 떠나 과거와는 다른 삶을 꿈꾸고 새로운 소비문화까지 주도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 ‘소비의 반란’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과거에는 부모가 모아둔 재산을 어느 정도 자식에게 남겨주고 떠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자식들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윤택한 삶을 사는 데 밑거름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기대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은퇴 시기도 빨라지고 있어 어떻게 하면 긴 노후를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보낼 수 있을지가 더 큰 관심이다. 많지는 않지만 모아둔 재산을 현명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5070 시니어 세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5070세대의 똑똑하고 현명한 소비란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가성비를 추구하되 지출초과는 경계하라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도 소위 ‘코스파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가 높은 상품을 구매하려는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코스파는 비용(cost)과 효과(performance)를 합친 말로 코스파 세대는 ‘가성비를 좇는 세대’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버블 붕괴의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2030세대가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 효과가 큰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등장한 말이다. 우리나라도 구조적 저성장기가 고착화되면서 소비에서 ‘가성비(cost-effectiveness, 價性比)’를 따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는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싸면서 맛있는 떡’을 찾아 발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행동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가성비 추구 소비는 단순히 최저가 상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상품을 찾는 현명한 소비 형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성비에 입각한 소비에도 함정이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가령 5070세대가 어떤 상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직접 매장을 찾아 상품 정보를 탐색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그 물건을 사용한 경험자들의 사용 후기를 꼼꼼히 체크하고 가격과 기능, 특징 등을 따져본 후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상품가격 대비 효과, 즉 가성비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사용 경험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용 후기를 계속해서 보다 보면 가격 대비 더 좋은 성능의 상품을 찾게 되고 결국에는 애초에 계획한 수준을 벗어난 지출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성비는 높지만 실제 내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5070세대는 가성비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참고는 하되 구매에 대한 판단과 기준은 자신이 세운 소비계획의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나에게 가치가 있는 소비에 집중하라 남은 여생 아끼지 말고 다 ‘쓰’고 ‘죽’자는 의미의 ‘쓰죽회’가 최근 화제다. 지인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고 공유하는 작은 동호회 성격이지만 평소에 다니지 못한 여행뿐만 아니라 봉사 및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자 하는 5070세대들의 대표적 커뮤니티 중 하나다. 자식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법도 하지만 노후에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그동안 모은 재산으로 당당하게 가치 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식에게 재산을 남겨주고 싶기도 하겠지만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쓰고 싶은 것 못 쓰면서 살고 싶지 않은 게 5070세대의 속내가 아닐까? 그렇다면 5070세대에게 가치 있는 노후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삶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단어는 단연코 행복이다. 인간의 궁극적 삶의 가치는 행복이라는 말에 이의가 없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5070세대에게 행복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다시 귀결된다. 한 언론인은 “행복은 지금 저축하고 나중에 꺼내어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 멋진 말이다. 행복할 수 있을 때 마음껏 그 행복을 누리라는 조언이다. 5070세대는 늘 행복을 뒤로 미루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미래를 위해 현재가 담보 잡히는 삶을 살기에는 건강도 그렇고 시간도 부족하다. 5070세대에게 지금 바로 이 순간 행복을 누리고 가치 있는 소비를 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소비일까? 사카모토 세쓰오가 쓴 를 통해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시니어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일본 고령 시니어 세대들은 자녀가 독립할 때쯤인 50대부터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가꾸는 소비를 점차 늘려간다. 둘째, 건강유지 및 관리 분야의 소비를 늘린다. 노화에 따른 신체기능이 저하되면서 이를 순응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건강예방과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셋째, 수준 높은 노년의 삶을 위해 문화생활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자녀 독립 후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새로운 즐기는 문화형성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일본 단카이세대(1947~1949)다. 이들은 음악, 공연, 미술을 관람하면서 좀 더 멋을 내고 즐긴 뒤 비싸더라도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긴다. 이 세 가지를 요약하면 일본 고령 시니어들은 노후에 자신을 가꾸는 데 게을리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며 즐겁게 사는 데 기꺼이 돈을 쓴다. 우리나라의 시니어들과는 사뭇 다르지 않은가? 물론 노년의 행복한 소비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지만 일본 고령 시니어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통해 우리나라 5070 액티브 시니어 세대가 행복하고 가치 있는 소비가 무엇인지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존경받는 소비원칙 ‘SPPS Up’ 은퇴재무설계에서 잘 쓰는 것도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젊은 시절 아껴 쓰고 저축만 하고 살았던 5070세대가 소비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를 맞이하면 돈을 잘 써야 한다. 그래야 가족, 동료, 지인들이 좋아하고 존경한다. 나이를 먹어도 돈을 움켜쥐고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은 수전노, 자린고비, 노욕장 등의 불명예스런 이름표만 얻는다. 인품과 지성, 매력만으로 존경받기에는 2% 부족한 사람들인 것이다. 2%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을 잘 쓰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존경받는 소비원칙 ‘SPPS Up’을 실천해야 한다. 앞의 SP는 ‘입은 닫고(Shut Up) & 지갑은 열라(Pay Up)’는 원칙이다. 나이 들어 베푸는 것 없이 잔소리만 늘면 기피 대상 인물이 되기 쉽다. 지인들에게 늘 밥 한번 산다고 호언장담해놓고 막상 기회가 오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오리발 내미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기피 대상 1호다. 반면 말없이 조용히 지갑을 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환영받고 존경을 받는다. 뒤의 PS는 ‘잘 놀고(Play Up), 잘 쓰자(Spend Up)’는 원칙이다. 시쳇말로 좀 놀아본 놈이 잘 논다고 하지 않던가? 여기서 ‘잘 쓰자’의 의미는 흥청망청 낭비하라는 말이 아니라 써야 할 곳, 즉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대상에는 맘껏 투자하라는 의미다. “여행은 다리 떨릴 때 가는 것이 아니고 가슴 떨릴 때 가는 것”이라는 어느 누구의 말처럼 건강을 잃어버리면 소비도 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가슴 떨리고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잘 써보자. ‘잘 놀고 잘 쓰는 것’이야말로 5070세대의 바람직한 소비 행동이다.
- 2017-07-1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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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랍 속 어머니 사진
- 어머니가 생전에 당신의 사진 중 괜찮은 포즈의 사진을 몇 장 인화해 서랍에 넣어두었다. 식구들이 자주 열어보는 서랍이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어느 날 어머니가 지나가는 말투로 한마디 하신다. “엄마 보고 싶다고 사진 달라는 놈들이 있을까봐 몇 장 뽑아놨는데도 아무도 달라는 놈이 없다,”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 포스터 문구가 참 그럴듯했다. ‘세상에서 슬픈 여자는 버림받은 여자, 버림받은 여자보다 더 슬픈 여자는 죽은 여자, 죽은 여자보다 더 슬픈 여자는 잊혀진 여자’ 라고 했다. 죽음보다 더 비참하고 슬픈 일은 목숨처럼 소중했던 자식들로부터 잊혀지는 것임을 어머니 돌아가시고 한참이 지난 후 이해를 했다. “죽으면 내가 살던 흔적이 하나도 없으면 좋겠다. 사진 다 태우고 영원히 잊혀지기를 원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진심일까? 옛날에 할아버지가 맏손자에게 “내 제사를 지내줄 놈” 하며 애지중지한 것은 귀신이 되어 제삿밥을 얻어먹겠다는 욕구보다는 자신이 죽은 날을 후손들이 잊어버릴까 두려워한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분은 어머니가 이제 저승길 갈 때가 됐다고 그동안 보관하던 앨범 사진을 불에 태우며 눈물 흘리신 내용을 글로 썼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속으로만 안타까워했다고 했다. 이럴 때 필자라면 “엄마! 엄마 사진 태우지 말고 그냥 두세요, 엄마 보고 싶을 때 꺼내봐야지요” 했을 것이다. 그러면 부모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를 잘 다룬다. 컴퓨터 안에 앨범 사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정돈해둔다. 어떤 분이 아들 집에 가서 컴퓨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고 한다. 손자와 손녀가 출생할 때부터 지금까지 성장하는 동안 수백 장의 사진이 글과 함께 잘 정리돼 있었는데 부모인 자기 사진은 없더라는 것이다. 손자 손녀와 같이 찍은 사진 속에서만 어쩌다 모습이 보이더란다. 그렇게 자식은 눈으로는 부모를 보면서 마음으로는 잊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나 부부 사진은 자동차에도 걸고 거실에도 걸면서 부모님 사진은 한 장 없는 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깔끔한 성품인 분들은 저승길 들기 전에 자신이 쓰던 물건을 버리고 태우고 정리하면서 감정에 격해져 우시는 분들이 많다. 법륜 스님은 돌아가신 분의 유품 정리는 자손의 몫이라고 했다. 자손이 선친이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간직할 것은 간직하면 되는 것이지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마치 죽은 사람 물건인 양 정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언제 다가올지도 모르는 죽음을 예상하고 눈물을 흘리며 궁상을 떨 필요는 없다. 살아 있는 동안은 즐겁고 신나게 살면 된다.
- 2017-07-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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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 여성 밴드 ‘민들레트리오’,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떳떳한 가수예요”
-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목숨만 살려달라는 민들레의 간절한 외침을 하늘이 들어줘, 씨앗을 하늘 높이 날려 양지바른 언덕에 내려놓아 다시 그 삶을 잇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 ‘행복’이란다. ‘민들레트리오’, 그들의 밴드 이름에도 누군가와 함께 행복을 나누고 싶어 하는 의미가 있다. 민들레트리오의 멤버 이유진(56·리드기타), 이수정(56·리드보컬), 반보영(55·리듬기타)씨를 만나봤다. ‘노년반격(老年反擊)’. 꿈을 향한 뒤늦은 반항일까, 아니면 꿈을 위한 새로운 시도일까. 아마추어 시니어 뮤지션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 ‘노년반격’이 올해 튜브앰프, 한국에자이, 부루다콘서트, 한국음악발전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우리마포복지관과 함께했다. 작년 ‘실버그래스’와 ‘바야흐로’를 발굴한 데 이어 올해는 여성 3인조 포크밴드인 ‘민들레트리오’를 선발했다. 이 행사를 통해 민들레트리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외출하는 날’을 공개했고 5월에 콘서트를 열어 첫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후 민들레트리오는 꾸준히 음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늦은 시작이지만 괜찮아 압구정 의료기관과 함께하는 ‘해피바이러스봉사단’에서 만난 민들레트리오의 세 멤버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꿈을 향해 질주 중이다. 서로의 장점을 물어봤을 때 ‘단점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며 한목소리를 낸 이들은 공통점이 많은 친구이자 음악을 사랑하는 한 가정의 엄마다. 젊은 시절 자식에게 헌신하느라 바빴던 이들이 하나둘씩 은퇴하면서 뒤늦게 자신의 삶을 찾았다. 음악감상실과 라디오에서만 머물던 포크송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지금은 모두 환갑을 넘긴 ‘쎄시봉 친구들’. 그들이 활동했던 시절의 청년문화는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제 추억 속의 기타는 청바지에 통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모습이 먼저 그려져요.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고 멋있어 보여 ‘통기타 한번 배워볼까?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죠.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기타의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이유진씨의 기타 연주 실력은 가수 이한철이 “여성 기타리스트 중에서 이렇게 잘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말할 만큼 수준급이다. 그의 음악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모니카, 아코디언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만능 연주가다. 민들레트리오의 리더이자 리드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이유진씨는 팀원을 직접 캐스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수정, 반보영씨의 노래와 연주를 듣고 함께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바로 두 멤버를 섭외했다고 한다. 메인보컬 이수정씨는 멤버 중 가장 늦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던 선생님. 퇴직 후 뭘 하면 좋을지 고민 끝에 기타를 선택했다. “어디를 가도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학창 시절엔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합창단을 선생님이 권유하실 정도였으니까요(웃음). 그 당시에는 집안 사정 등 모든 걸 생각해봤을 때 여유 있게 노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어쩔 수 없이 음악은 포기하고 공부에 몰두했어요. 후회? 후회는 없지만, 미련은 조금 남더라고요.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러갈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은퇴를 코앞에 두고 ‘나만의 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하고 질문을 던지던 순간 저도 모르게 기타가 생각나더라고요. ‘내가 노래는 자신 있으니까 내 노래를 반주할 수 있을 만큼이라도 기타를 배워보자!’ 어쩌면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작은 꿈을 이룬 거죠. 행복해요!” 팀의 막내이자 리듬기타를 담당하는 반보영씨는 20년 동안 금융업계에서 일하다 명예퇴직 후 기타를 배우며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고 있다. “당시 명예퇴직금을 정말 많이 준다고 해서 퇴직을 선택했어요. 근데 막상 일을 안 하다 보니 다른 뭔가를 하고 싶은 거예요. ‘내가 제일 잘했지만 포기했던 게 뭐지?’ 하고 생각해보니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났어요. 학창 시절 음악 시험은 정말 식은 죽 먹기였어요. 다른 친구들이 계이름을 못 외우거나 못 맞추는 걸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어요(웃음).” 반보영씨는 그 시절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민들레트리오 멤버들은 “음악은 저희에게 피로회복제 같은 것이에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요. 또 남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그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어 좋아요”라며 현재 활동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내 보였다.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준 가족 지난 4월, 그들의 데뷔곡 ‘외출하는 날’이 공개됐다. 노년반격의 프로듀서인 가수 이한철이 작곡했고, 멤버가 함께 작사해 탄생한 곡이다. 가사는 평범한 일상에 익숙해진 삶을 살고 있지만, 예전부터 꿈꾸던 일들을 이루기 위해 다시 외출을 한다는 내용이다. 마치 민들레트리오 멤버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 5월 홍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그들은 첫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노년반격 시즌1에서 뽑힌 ‘실버그래스’의 무대를 시작으로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민들레트리오가 이어갔다. “가족에게 저희들 노래를 들려준 건 그날이 처음이었어요. 관중석에 있는 가족을 보자 이상하게 울컥해지더라고요. 사실은 콘서트에 오지 말라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그게 좀 마음에 걸려 더 열심히 연습한 뒤 초대했죠.” 이수정씨에게 울컥한 이유를 물어보니 “모르겠어요. 복잡한…? 엄마의 이런 모습…?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지 저도 모르게 그냥 그랬던 거 같아요”라고 답했다. 가족들 생각을 하면 괜히 서러워지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잘못하거나 미안한 일 한 적 없어도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눈물이 나는 마음처럼 말이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늦게 음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됐어요. 밴드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신랑은 제가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걸 아니까 ‘10년을 하겠어, 얼마나 하겠어~’ 하면서 응원해주고 있어요. 단 하나 요구하는 게 있다면 제발 악기는 더 이상 사지 말래요!” 이수정씨의 말에 모두가 손뼉을 치며 동의했다. “맞아요! 아무래도 저희가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악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기타는 벌써 3개나 있고 피아노에 아코디언에 집이 거의 악기상 수준이 되어버렸어요(웃음).” 즐기는 삶을 위하여! 민들레트리오가 함께 호흡을 맞춘 지 올해로 4년째다. 이제는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게 취미 그 이상이 되어버렸다는 이들은 더 큰 목표를 세웠다. “우리만 행복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면 어떨까 싶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 노래를 듣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기쁘더라고요. 저희를 필요로 하는 단체나 소외된 계층이 있으면 가서 즐겁게 노래하고 행복을 나누면서 지내는 게 목표예요. 가끔 ‘강원도 어디에서 무슨 축제를 한다더라! 여행 삼아 갔다가 버스킹하고 올까?’ 하고 말하곤 해요. 이번 ‘노년반격’을 계기로 저희들 곡이 하나 생겼는데 앞으로도 곡 작업을 본격화해 한 곡, 두 곡 차곡차곡 쌓아서 전국을 버스킹하며 함께 돌아다니는 게 꿈이에요. 그러다 보면 60대엔 또 다른 모습의 민들레트리오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시니어에게 민들레트리오 멤버들은 시니어 세대의 도전은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하나쯤은 잘하는 게 있어요. 영어를 잘하면 통역, 요리를 잘하면 요리사. 전문적인 능력이 없어도 괜찮아요. 사람은 나이 들수록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고 하잖아요. 사람 많은 곳에서 함께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시작해보세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배운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더라고요. ‘노년반격’에 도전하면서 느낀 게, 20대가 되면 부모님이라는 울타리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잖아요? 저희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결혼하고 정신없이 살다가 다시 사회로 나온 기분. 처음으로 노래를 발표하고 콘서트도 열고 마치 사회초년생 같은 기분이었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늦은 나이에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 번뿐인 인생,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꿈을 다시 펼쳐보는 건 어떨까?
- 2017-06-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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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배운 신조어를 활용해 휴가철 가족과의 소통에서 헤매지 말자! □댕댕이 □1도 모르겠다 □텅장 □싸펑피펑? □피꺼솟 □상메 □궁예질 □하태핫태 □지름신 □낄끼빠빠 댕댕이: ‘멍멍’ 글자와 ‘댕댕’ 글자 모양이 비슷해서 멍멍이 대신 댕댕이라고 부른다. 같은 예로 ‘멍청하다’를 ‘댕청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A 오늘 너희 집 댕댕이 보러 가도 돼? B 너도 우리 집 댕댕이의 댕청한 매력에 빠졌구나. 1도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는 의미다. 중국계 캐나다인 가수 헨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퀴즈의 정답을 ‘모라고 하는지 1도 몰으갰습니다(뭐라고 하는지 1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적은 것이 유행됐다. A 이 문제 어떻게 푸는 거야? B 응 그건 말이야, 나는 1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물어보면 싸우자는 뜻으로 받아들일게. 텅장: 텅텅 빈 상태의 통장을 의미 A 친구야, 내 통장이 텅장이 되는 이유가 뭘까? B 술을 그렇게 마시니깐 월급이 통장을 스쳐 지나가지. 싸펑피펑?: 예능 프로그램 에서 나온 유행어로 ‘싸우고 시펑? 피나고 시펑?’의 줄임말이다. A 아니 근데 있잖아. B 뭐야 왜 말 끊어! 싸펑피펑? 피꺼솟: ‘피가 거꾸로 솟는다’의 줄임말이다. (아직 탑승하지 못한 승객은 서둘러 5번 게이트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A 아! 피꺼솟! 여권 집에 두고 왔어! 상메: SNS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기능 중 ‘상태 메시지’의 줄임말이다. A 도대체 하루에 카톡 상메를 다섯 번이나 바꾸는 사람의 심리는 뭐예요? B 후~ 자기의 심정을 알아달라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궁예질: 궁예가 정적들을 도륙할 때 대표적 명분으로 삼았던 관심법을 비꼬아 만든 표현이다. ‘멋대로 판단하지 마라’, ‘추측하지 마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A 오늘 신나보이네~ 데이트 있나봐? B 아니거든. 궁예질하지 말아줄래? 하태핫태: 가수 지코가 CM송으로 부른 노래가사 중 ‘하얗게 태우자 핫하게 태워’의 줄임말. ‘반응이 뜨겁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A 저 고깃집은 매일매일 사람이 줄 서 있네. B 저 집 방송에 한 번 나오더니 인기 장난 아니야. 완전 하태핫태. 지름신: ‘충동구매’를 의미하는 표현 ‘지른다’와 초인적 힘을 가진 존재를 의미하는 ‘신’의 합성어.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가상의 신을 뜻함 A 나 이번에 또 신발 질렀어. B 이번 달은 왜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역시 지름신 강림했구나~ 낄끼빠빠: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라는 말로 눈치 없는 사람을 지적하는 용어다. A 여어~ 여기 다들 모여 있었네! 왜 나는 연락 안 해줬어~ 같이 놀아도 돼? B 아, 오늘은 여자끼리만 놀기로 했는데. 가…같이 놀자 그럼. 하하. (아 좀 낄끼빠빠)
- 2017-06-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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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저는요…”, “딸아, 엄마는…”
- 엄마와 딸 사이는 참 신기하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함께 의지하고 걸어가는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해답 없는 갈등 속에서 헤매기도 한다.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치유받기도 한다. 딸이 고집불통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와 엄마는 잔소리만 늘어놓는다고 생각하는 딸. 과연 세대 차이일까? 대화의 부재일까? 엄마 박현주(54)씨와 딸 김정윤(24)씨를 만나 속 얘기를 들어봤다. 진로갈등 “운동할래요” vs “공부해라”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김정윤씨는 라크로스 국가대표이자 럭비 국가대표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 생활체육 복싱 50kg 이하급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타고난 스포츠인이다. 하지만 그가 체육학과에 진학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엄마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하는 운동마다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만큼 잘하기도 했죠. 육상이면 육상. 축구면 축구. 하지만 운동하고 싶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은 ‘안 돼!’ 딱 그 말뿐이었어요. 저는 운동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잘라서 말씀하시니깐 제 입장에선 많이 서운했죠.” 김정윤씨는 자기가 원하는 걸 못하게 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의 답변은 그가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운동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공부도 어느 정도 하는 애가 어느 날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니까… 아쉬운 마음에 하지 말라고 했죠.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며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는 운동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스포츠인으로 살아갈 딸의 불투명한 미래와 현실이 걱정이 됐다. 엘리트 선수가 된다 해도 그 과정까지의 육체적인 고통을 딸이 겪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끝까지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엄마는 딸을 학원에 보내며 마음을 돌려보려 했다. “여러 학원을 다니면 지칠 법도 한데 그 일정 속에서도 운동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수학학원 다니니까 검도 보내줘’ 하는 식으로 제게 딜을 해왔어요. 그때마다 허락하면서 ‘아 정윤이는 정말 운동을 해야 되나보다’ 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딸이 체고를 가고 싶다고 했을 땐 무시했어요. 못 들은 척하고…. 그러다 보니 사이가 엄청 안 좋아지더라고요.” 로스쿨 학생인 첫째와 외고를 다니는 셋째, 그 사이에서 운동을 좋아하는 둘째 김정윤씨. 부모 입장에선 그런 딸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둘째의 부담도 컸으리라. 가장 의지하고 싶었던 존재인 부모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 딸과 끝까지 운동은 시키고 싶지 않았던 엄마. “저의 심한 반대에 체육을 하고 싶다는 말을 못해서 정윤이가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성적이 떨어지면 ‘나를 포기하겠지’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 성적까지 떨어지니 상황은 더 나빠졌죠. 눈만 마주쳤다 하면 싸움판이었어요. 전쟁터가 따로 없었죠.” 딸은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운동을 더 좋아했다. 그의 체대 진학에 대한 목표는 뚜렷했고 엄마조차 그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왜 부모님은 운동을 한다면 무조건 땀 흘리고 고생하고 힘든 이미지로만 보는 걸까요? 체육학과를 간다고 해서 모두가 운동선수가 되는 건 아니에요. 체육도 하나의 교육과목이자 지식인데. 그 지식으로 뻗어갈 수 있는 건 한계가 없죠. 노인체육, 스포츠마케팅, 스포츠의학, 선수에이전트, 스포츠기자 등 졸업 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무궁무진한데요. 엄마의 경험으로만 바라보는 시선과 잣대는 불편해요. 저는 제 인생을 살고 싶은걸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직업으로도 삼을 수 있다면 정말 매력적인 삶이 될 거예요.” 결국 체대에 들어간 김정윤씨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라크로스는 시작한 지 1년 만에 국가대표가 됐고, 럭비는 친구 따라 갔다 감독님 눈에 띄어 국가대표가 됐다. 그때마다 김정윤씨는 자기도 모르게 서프라이즈 이벤트꾼이 됐다. “귀가하더니 언제부터 언제까지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거예요. 왜냐고 물으면 글쎄 럭비 국가대표가 됐다고 합숙을 가야 한다고 그제야 말하는 거 있죠? 그리고 또 다른 날은 트로피를 턱턱 가지고 와요. 이건 또 뭔가… 해서 보면 ‘라크로스 최우수 선수상’ 이렇게 씌어 있어요. 딸이 도대체 어디를 갔다 오는 건지, 뭘 하고 다니는 건지. 볼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무서워요(웃음).” 하루아침에 딸은 국가대표가 됐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엄마는 내심 섭섭하다. 비록 딸 앞에서는 투덜대지만 친구들 앞에선 딸 자랑을 늘어놓기 바쁘다. 모든 엄마처럼 말이다. “제가 운동하는 걸 싫어하시니까 이제는 ‘뭐 한다, 어디 간다’ 말 안 하고 다녀와요. 좋은 소리 못 들으니까요. 결과가 좋을 때만 말하는 편이에요. 안 그래도 운동 싫어하시는데 결과까지 나쁘면 더 싫어하실 것 아니에요(웃음). ” 요즘 엄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라크로스에 이어 럭비와 복싱을 시작한 딸이 혹여나 다치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럭비가 제일 걱정이죠.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렸어요.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까요. 자기는 포지션이 윙인지 윈인지… 다칠 위험이 적다고는 하는데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죠.” “윙이라고! 윙! 말해줘도 모르니 내가 말을 안 하지.” “복싱을 한다고 했을 땐 정윤이 아빠도 반대를 많이 했어요. ‘음침한 곳에서 혼자 샌드백 뚜들기고 있고… 난 너무 싫어’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직접 가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봐요’ 하고 우선 설득했죠. 복싱장에 가보니 저희가 생각한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물론 스파링은 안 했으면 하지만…. 딸은 꼭 제가 우려하는 건 다 하더라고요. 이왕 좋아해서 하는 운동 다치지나 않으면 좋겠어요.” 취업갈등 “사업할래요” vs “취업해야지” 김정윤씨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체육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 체육관이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운동이 좋아서 왔는데 재미는 없고, 힘들고. 그래서 다시 떠나는 사람들도 많죠. 운동을 배우고 싶어서 온 사람, 그 열정을 끌어올려서 더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체육관을 여는 게 제 꿈이에요.” 이제는 사업이라니! 오늘도 엄마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어른들은 뻥쟁이다. ‘내가 20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으로 시작해 ‘경험할 수 있는 거 다 해봐. 그때 아니면 못해!’라고 말하며 청춘에게 도전과 희망의 메세지를 던진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자식이 그러겠다고 하면 반대한다. 참 묘하다. 연예갈등 “하고 싶을 때 하는 것” vs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 연애갈등은 연인끼리만 겪는 일이 아니다. 엄마는 도통 딸의 연애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나이에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소개팅 자리도 마련해봤지만 딸 김정윤씨는 관심이 없다. “연애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어요. 엄마는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의 우선순위는 연애가 아니라 운동인걸요.” 모녀관계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런데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도 내일도, 또 다른 갈등은 끊임없이 생겨나겠지만 이 또한 모녀 사이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해본다.
- 2017-06-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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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 나들이에서 외갓집을 추억하다
-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이 한 폭의 수채화 풍경 같은 쾌청한 5월의 어느 날,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시니어 블로거 협회 회원 40여 명이 군산으로 근세 문화를 둘러보러 나들이에 나섰다. 군산은 전라북도 북서부에 있는 도시이며 일제강점기 이후 군산항을 중심으로 성장한 항구도시로 1899년 개항 이후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곡창에서 나는 좋은 쌀을 일본으로 빼앗아가는 항구도시의 역할로 급성장했다는 슬픈 역사가 있다. 언젠가 TV에서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물자를 수탈해가는 관문이었던 군산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군산은 일본인이 많이 자리 잡고 살았던 곳으로도 설명되었다. 그래서 아직도 일본 문화와 건축물이 남아 있고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취지로 잘 보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떤 동네에서는 서울의 고궁 근처에서 한복을 빌려 입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것처럼 일본의 기모노를 빌려 입고 일본 문화를 체험해 보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일본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제강점기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이므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설명에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필자가 일제강점기를 겪은 세대는 아니어서 일본 문화에 그리 큰 관심은 없었지만 일본의 건축물이나 일반인들이 살던 가옥은 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 필자가 좋아했던 외갓집도 적산가옥이라 불리던 일본식 가정집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아련한 그리움이 남아 있어서다. 일본의 정원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던 외갓집은 꿈의 궁전으로 생각될 만큼 필자에겐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집 건물이 있고 왼쪽으로는 넓은 마당이 있었는데 커다란 팽나무에는 할아버지께서 필자를 위해 매어주신 그네가 있었다. 마당에는 또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수 있을 정도의 동산과 돌다리가 걸쳐진 연못이 있었다. 그 연못 속에 있던 돌로 만든 거북이도 멋있었고 연못 속에서 피어난 늘씬하게 쭉쭉 뻗은 수선화의 초록 이파리와 보라색 꽃도 아름다웠다. 건물 가장 끝에는 부엌이 있었고 그 옆에 칸칸으로 나누어진 커다란 미닫이 유리창은 안방 문이었다. 부엌 앞에는 마중물을 부어 위아래로 빨리 움직이면 언제나 콸콸 시원한 물이 쏟아지는 펌프가 있었다. 작은방 옆에는 석류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새빨간 석류가 딱 벌어지면 그 안에 가득 들어 있는 보석 같은 알맹이를 보는 게 즐거웠다. 다다미로 이어진 건넌방, 긴 복도 끝의 화장실로 가는 길은 좀 으스스했지만 모두 그리운 추억의 장소로 기억된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군산에서의 근세 문화와 일본 가옥 돌아보기를 시작했다. 먼저 근대 역사박물관에서는 193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필자가 신어본 적은 없지만 상표는 알고 있는 경성 고무 만월표 신발가게, 조선 주조인 술도가, 군산극장, 군산역이 재현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납작 고무신이 정겨웠고 술도가의 술 만드는 기구와 술통이 흥미로웠다. 이곳엔 국제무역항 군산의 과거, 현재, 미래와 관련한 전시물과 함께 의병장 등 독립 영웅들의 자취 등 많은 자료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군산 개항 후 일본인과 함께 들어왔다는 동국사는 일본 사찰 건축 양식을 따랐고 대체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개화기와 근․현대사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서 식민지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활용가치가 높다고 한다. 큰 관심을 갖고 돌아본 일본식 가옥은 필자가 기억하고 있는 외갓집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나무 창살이 촘촘한 창문도, 둥그런 유리창도 모두 추억 속 외갓집과 닮아 있어서 어린 날로 돌아간 듯 그리움이 밀려왔다. 낯설고 새로운 모습을 보는 여행도 즐겁지만 이번처럼 어린 시절을 추억해볼 수 있는 나들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필자에겐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 2017-06-05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