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예고 지표로 꼽히는 예·적금 및 보험 해약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악화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금융상품으로 급전을 융통하려는 SOS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보험해지나 카드론 등은 더 큰 손실을 부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 50대 주부 정희주(가명) 씨는 최근 가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걱정이 많아졌다. 지난달 남편의 무릎수술로 가게 문을 열지 못하면서 수입은 줄고 의료비는 늘어났다. 당장 이번 달 임대료와 카드값 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이다. 그동안 근근이 유지해온 가족들의 보험부터 깨야 할지 알아보고 있다.
# 치킨집을 운영했던 김문수(가명) 씨는 최근 가게 폐업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금이 남았다는 통보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치킨집 폐업 후 다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갑자기 월급의 몇 배를 마련하려니 숨이 턱턱 막힌다. 급전을 위해 카드론 등도 알아보고 있지만, 폐업 과정에서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시중은행에서 개인 및 개인 사업자 명의의 정기예금과 적금을 중도 해지한 건수는 총 725만4622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175만927건(31.8%)이 늘어났다. 손해보험사 장기보험상품의 최근 1년(2017년 7월∼2018년 6월) 동안 해약 건수는 402만9737건으로 1년 전보다 30만5064건(8.2%) 늘었다. 해약환급금은 15조7851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조2290억 원(25.7%) 증가했다.
카드론 이용과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사의 올 상반기 카드론 이용액은 2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9조5000억 원)보다 16.4% 증가했다. 대출 잔액이 늘면서 카드론 연체율도 올라가 신용 불안의 조짐이 짙어졌다.
◇ check point/ 보험
소득이 줄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금융상품 중 가장 우선적으로 해지를 고민하는 대상이 보험이다. 그러나 장기상품인 보험은 특성상 중도해지 시 원금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 또한 보장성 상품은 해지 후 사고가 닥칠 경우 가정에 더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만일 매월 넣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이어서 보험해약을 고려하는 경우라면,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찾아보는 게 낫다.
감액완납제도는 보험료를 더 내지 않고 지금까지 낸 보험료 한도에서 보장을 받는 방법이다. 보장기간과 지급조건은 그대로 두고 보장금액을 낮춘다.
일부만 해지해 보장 수준과 보험료를 낮추는 감액제도도 있다. 감액한 부분은 해약 처리해 해약환급금이 지급된다.
보험 해약이 불가피한 사정이라면, 보험사에 즉각 해약을 알리지 않고 보험료를 연체하는 게 낫다. 해약 직후 사고를 당하면 아무런 보장도 받을 수 없지만, 연체 중이라면 실효 때까지 약 2개월간 보장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급전이 필요한 경우라면, 보험해약 대신 보험약관대출을 고려해볼 만하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의 해약환급금 범위 50~95% 내에서 대출하는 계약으로 신용등급이 낮거나 빚이 있어도 간편한 심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은 약관대출을 통해 고객에게 지급 약정된 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확정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중 금리확정형 보험계약 대출 시 가산금리는 평균 2%로 집계됐다.
◇ check point/ 예금·적금
직장인 이광희(가명) 씨는 오는 연말 36개월 약정으로 부어온 적금의 만기를 맞는다. 문제는 지난 명절 준비로 지출이 늘어나, 당장 다음 적금을 넣을 돈도 부족하고 카드결제일 카드자금도 모자란다는 것. 이 씨는 아깝지만 적금 해약을 고려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할 때 이미 가입해둔 예·적금이 있다면 이를 먼저 활용하는 것은 당연지사. 다만 예·적금의 경우도 중도 해지하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서는 손실이 거의 없지만) 당초 약정된 이자를 제대로 받을 수 없으므로 중도해지 이율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만일 1~2개월 적금을 넣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만기이연제도를 활용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만기일 전에 적금 불입 횟수를 채우고, 입금이 지연된 만큼 만기를 늦추면 당초 약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적금의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잠시 소액만 필요해 예·적금을 유지하고 싶은 경우에는 예·적금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통상 예·적금 이율의 1~2%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90~9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 check point/ 카드대출
카드대출은 그동안 급전의 대명사였다. 카드 고객의 한도만 남아 있으면 언제든 손쉽게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애용됐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넘기 힘든 고객에게도 비교적 대출 승인이 까다롭지 않게 이뤄진다는 이점도 있다.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평균 연 15% 내외로 이자도 상당할 뿐더러, 신용등급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용카드로 물품을 산 금액에 대해서는 연체하지 않는다면, 할부로 거래하더라도 신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사용하면 고금리 이자는 이자대로 내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이 높다.
소득이나 신용등급 등의 문제로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카드대출보다는 은행대출을 활용하는 게 낫다.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의 등장으로 24시간 비대면 대출도 가능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13일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KEB하나·롯데·비씨(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대출금리는 최저 5.9%, 최고 23.90%로 집계됐다. 평균 금리는 15% 수준이다.
반면 17개 시중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3.78%에서 최고 연 6.69%로 집계됐다. 신용등급이 우수하다면 최저 연 3% 후반대에서 빌릴 수 있다.
신용등급 및 소득이 낮아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렵다면,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지원을 통해 대출을 지원하는 생계자금 지원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 서민금융통합콜센터는 (국번 없이) 1397이다.
15년 전에 살던 서울 광진구에 있던 아파트를 올 3월에 팔았다. 6월 4일 잔금 수령 일 등도 관계인들 요청으로 5월 말로 당겨 처리하였다. 현직에 있을 때 계약관계 일들, 법률적인 일들을 오래 처리한 경험이 있어 임차인과의 관계, 새 매입자 또는 매입자가 물색한 새 임차인과의 관계 등 복잡한 4자 관계에서 금전 정산일 들도 모두 정리하고 열심히 처리했다.
직접 모든 것들을 확인하며 발로 뛰며 처리했지만 돌아보니 미진한 점들이 많다. 현직에서 주어진 일들에 성실히 임하며 부모 역할도 열심히 한 후, 집 한 채와 일정 금액의 노후자금을 가진 은퇴자들이 본인의 재산과 일정 금액의 현금을 보호하고 활용하는데 내가 겪은 필수적인 몇 가지 정보와 지식은 상당히 유용하리라 생각되고 최소한 방어적으로 조심하도록 권유하고 싶다. 그것들은 질권, 재산세 부과기준일, 채권양도이다.
1 질권
근대사회 및 자본주의는 근대민법의 3대 원칙인 사유재산권(소유권) 절대의 원칙, 계약자유(사적자치의 원칙, 과실(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급속도로 발전했다. 물론,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빈부의 격차와 경제적인 공황 등으로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이 보완되었다. 이중 소유권 절대의 원칙은 공산주의와 구분되는 큰 기준이거니와 여기에서 용익물권이라는 지상권/지역권/전세권과 담보물권이라는 유치권/질권/저당권이 나온다.
질권은 시계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것 같이 목적물을 유지하는 권리와 우선변제를 받는 권리이다. 시계 대신 임대차보증권/지명채권/주식 등 권리질을 잡을 수도 있다. 광진구에 2004년에 마련한 우리 부부의 새 아파트는 정년을 준비하며 잘 이용했고 3자녀들이 수도권에 적응하는 과정에 잘 사용하였다. 정년 후에도 잘 이용하다가 아내가 맞벌이하는 큰딸 부부의 의 두 아들, 즉 외손자들을 봐 줄 사정이 생겨 용인시로 이사 오면서는 전세(임대차)를 내주었다.
내 집같이 아끼며 사는 세입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4년 전인 2014년에는, 세입자께서 사업자금이 필요하여 은행으로부터 전세자금 3억 5천만 원을 융자받겠다며 절차상 필요한 소유주의 동의를 요청해 왔다. 동의를 해주겠다고 하니 첫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에 필요한 법적 요건인 질권 설정을 해야 하니 필요 절차와 서류의 동의절차를 요청해 왔다.
그러자고 했더니 먼저, 은행을 돕는 어떤 법무법인이 신원을 확인하며 직원을 용인 집에까지 보내 이런저런 서류에 도장을 받아갔다. 그런 다음 첫 융자은행은 친절한 안내문을 보내주었다.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을 담보로 제공하고 저희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임대차보증금에 대해서는 본 은행이 임차인보다 먼저 반환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동시에 8가지 경우 발생 시에는 반드시 알려달라는 주의사항들을 안내해 왔다. 이 중에는 매매 등으로 소유권이 변경되는 경우와 다른 금융기관의 전세자금 담보대출을 허락한 경우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2년이 지나 전세 계약 기간이 연장되었고 3년이 지나자 임차인께서 이번엔 은행을 갈아타면서 전세자금 융자 이자를 줄이는 융자를 하겠다며 동의를 요청해 왔다. 세입자도 60대여서 이자율을 낮추면 노후자금에 여유가 생길 터여서 또 동의해 줬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은행에선 전화확인만 해오고 사람을 보내어 서류 확인 등의 절차는 밟지 않았다.
아파트가 매매되고 6월 초에 매매 잔금을 받으려는데 임차인께서 5월 말에 두 번째 은행의 융자를 갚아야 하니 임대보증금을 맞춰서 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은행에 확인해 보니 임차인 명의의 융자금이 없다고 했다. 급기야는 첫 은행에 아파트 매매 사실과 그전에 임차인이 타 은행에 변경 융자한 사실을 알리며 임대차(전세)보증금을 아파트 소유자는 누구에게 환급할 의무가 있느냐고 확인했다. 그제야 임차인이 2016년 말에 융자금을 상환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무책임했다. 그리고 기어이 2016년 12월 20일 자로 질권 해지 통지서를 직접 받았다. 은행의 질권 설정 서류엔 2018년 6월 초까지 임대차기간이 명기됐었기에 그래야 법률적인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5월 말 임대차(전세)보증금을 돌려주면서 임차인과 두 번째 은행에 같이 가서 해당 융자금을 상환함을 직접 확인했다. 그래야 3억 5천만 원의 질권분쟁에서 벗어나고 아파트 매매에 따른 심적 부담을 개운히 없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선의로 임차인의 편의를 위해 질권 설정을 동의해 준다 해도 엄청난 법적 책임과 직접 발로 뛰는 확인 일들이 반드시 따른다는 것을 인지하고 동의해줄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질권 설정 금액의 두 배 이상 금액에 대한 분쟁과 손실 우려가 발생할 수 있겠다.
2 재산세 부과일 기준
광진구 아파트의 매매 전후의 하자보수비에 대한 매매 당사자들과 기존 임차인 및 새 임차인 간의 하자보수 책임과 비용 분담 등 잔잔한 일들을 다 정리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7월 어느 날 해당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가 부과됐다. 매매 사실과 5월 말에 잔금 처리된 사실을 관계구청에 알리고 재산세 부과 정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매년 6월 1일 기준으로 재산세 반이 부과되고 9월에 나머지 반이 부과된다고 한다. 우리 부부 아파트의 소유권 변경 등기이전이 6월 1일 이후에 이뤄졌으므로 재산세 부과 정정을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9월에 부과되는 것만이라도 새 매입자에게 부과해 달라고 했으나 그것도 6월 1일 기준이라 안 된다고 한다. 근대민법의 3대 원칙 중에 가장 근간이 되는 소유권절대의 원칙에 따르면 소유 없이 재산세를 내는 격이니 고쳐야 한다고 본다.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되는 것은 다분히 행정편의를 손해를 끼친 것이므로 고쳐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런 논쟁과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6월 1일 기준으로 재산세가 부과됨을 알고 특약조항에 재산세 납부자를 명기하거나 소유권 이전 의무 일을 합의하면 되리라고 본다. 혹은 매매대금 협상 시 알고 반영하면 될 일이다.
3 채권양도
20여 년 전 단독주택 2층에서 거주할 때 임차인이 1층 몇 칸을 얻어 우유 배달업을 하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사업이 성장일로이더니만 어느 날 전세보증금을 양도하고 우유 회사가 양수인이 되었음을 통보해 왔다. 급기야는 임차인이 이사하겠다고 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 준비를 해달라고 해왔다. 채권양도양수 통보를 받은 후 수년이 지나서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법정관리가 되고 회사정리법에 따른 복잡다단한 정리채권 확정의 소송들을 진행하던 때여서 양도채권의 효력을 알고 있었다. 받을 채권, 즉 금전에 대하여 압류, 임시압류, 추심명령, 이전명령 등 소위 법적 보전처분들이 뒤엉켜 있어도 채권양도가 통지된 이후엔 양도된 채권이 가장 효력이 강하여 이후의 보전처분들은 전혀 힘을 못 쓰는 것이었다. 만일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내줬다면 우유 회사에 동일금액을 이중 반환할 법적 의무가 생기는 것을 알았기에 정중히 이해시키고 우유 회사와의 직접정산을 권유했다.
이렇게 질권, 재산세 부과 기준일, 채권양도 세 가지만의 기본 개념과 법적 효력을 잘 알고 구체적인 사례에 대처한다면 젊었을 때 오래도록 애써 모은 각자의 재산과 노후자금은 예기치 않는 손실이나 법적 분쟁을 막을 수 있는 파수꾼이 되리라고 본다.
시대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예술이다. 토양의 기운과 그 땅을 디디고 사는 사람들의 기질이 조화를 이뤄내는 것은 전통예술이다. 역사의 질곡에 이은 현대사회 전환기에 살았던 한 소년. 그는 음악에 눈뜨면서 막중한 임무처럼 국악계의 문을 두드렸다. 전통음악의 한계를 허물고 한국 예술 전반에 주춧돌을 쌓다 보니 어느덧 30여 년 세월. 우리 음악이고 예술이고 하고 싶은 것이 여전히 많다고 말하는 KBS국악관현악단 이준호(李準鎬·59) 상임지휘자. 대금과 소금 연주자를 거쳐, 작곡가 그리고 대한민국 예술의 중심에서 명성 높은 국악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악, 문턱 낮추고 저변을 넓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7월의 어느 날, 여의도 너른 길을 걸어 한국방송공사(KBS)로 향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방송사. 일하러 오는 사람과 그들을 보러 오는 사람으로 매일 인산인해인 곳. 여기에 KBS국악관현악단이 있다. 오전 연주 연습을 마치고 단원들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준호 상임지휘자와 마주했다.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로 살아온 지 올해로 14년째. 국악기를 손에 쥔 사람들 정중앙에서 음악이 갈 길을 제시하고 함께 호흡한다. 1985년 소금 연주자이자 창단 단원으로 KBS국악관현악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같은 해에는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을 결성해 대중과 눈 맞춤하기에 앞장섰다. 대금과 소금 연주자로서 활약은 물론, 작곡가로서 친근한 국악 창작을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한국청소년국악관현악단(1988)과 경기도립국악단(1996) 창단에도 힘을 보탰다. 두 단체에서 또한 상임지휘자를 맡아 활동했다. 지난 6월에는 대금연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우리 고유의 악기 대금 보존과 계승, 발전에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슬기둥’, 국악이 변화하다
지금은 소규모 국악 그룹이 넘쳐나지만 ‘슬기둥’의 등장은 파격 그 자체였다. 이준호 지휘자와 함께 KBS국악관현악단 창단 동기인 강호중, 김영동, 민의식 등 20대 국악 연주가들은 경계 없는 신선한 음악을 해보자는 마음에 ‘슬기둥’을 결성했다. 그들은 모두가 공감하고 나누는 친숙한 예술을 선보이려고 애썼다. 특히 ‘슬기둥’이 세상에 나오면서 국악은 관객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던 옛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슬기둥 1집에 발표된 ‘산도깨비’와 ‘소금장수’는 교과서에도 실렸습니다. 슬기둥을 창단했던 저와 제 친구들의 선택이 맞았습니다. 모두가 국악의 정통성을 외칠 때였어요. 그런 역할은 국립국악원에서 충분히 하고 있잖아요. 영산회상(조선시대 후기 기악곡 형태의 풍류음악)이나 수제천(관악합주곡, 원곡명 ‘정읍(井邑)’)으로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어요. 일반 대중이 국악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습니다. 국악가요 같은 것을 따라 부르면 더 편하지 않나요? 민요도 전통음악이잖아요. 슬기둥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제가 작곡에 열을 올게 된 것이죠. 198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이준호 지휘자는 지금까지 국악을 바탕으로 1000곡 가까이 창작해왔다. 무용극, 뮤지컬, 연극, 창극, 마당극에 사용하는 공연음악과 TV드라마 음악 등 국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국악의 대중화에 발 벗고 나섰다. 20여 편 되는 MBC마당극 중 일곱 개의 작품도 작곡가 이준호의 손에서 탄생했다. 국악과 현대음악을 접목시키고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후배들이 설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새로운 장르를 개발해서 국악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이 갈 길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길이 있어야 젊은 친구들이 국악을 공부하며 열정을 보일 거 아니에요. 전통음악이든 현대음악이든 음악계 전체가 풍성해져야죠.”
새로운 국악을 주창했던 슬기둥 원년 멤버들은 모두 국악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준호 지휘자도 4년 전부터 모교인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대금과 작곡, 지휘를 가르치고 있다.
“음악 만들면서 현장에 있는 게 좋지, 학교에 있는 걸 원하지는 않았어요. 이제 제가 나이를 꽤 먹었다는 거겠죠.(웃음)”
트럼펫 대신 대금을 손에 쥐다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난 이준호 지휘자는 음악 하는 외삼촌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특히 외삼촌 주변에 학교 다니면서 브라스 밴드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동네에서 행진곡 합주를 들을 기회가 많았는데 영향이 저한테 굉장했죠.”
그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브라스 밴드에 들어갔다. 다양한 서양악기를 접했고 트럼펫을 배우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립국악원 연수를 한 달 정도 다녀온 음악선생님으로 인해 국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밤낚시를 가자고 하시더군요. 그곳에서 국악에 대한 깊이와 역사를 이야기하시면서 ‘국악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듣고 잊어버려야 했는데 그 말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대전환이었다. 그때부터 트럼펫을 내려놓고 국립국악고등학교를 목표로 고입 준비를 해 입학했다. 대금과의 인연도 국립국악고등학고 입학과 함께였다.
“국악을 처음 접하는 거라 뭐든 생소했어요. 악기 주법과 모양새도 그랬고요. 국악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이 학교에 들어갔어요. 결국에는 대금을 선택했는데 나하고 잘 맞았던 거죠.”
젊음으로 한바탕 놀다
이준호 지휘자가 추구하고 생각하는 국악의 장점은 언제든 변형 가능하고 다른 장르와도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국악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부터 다양한 음악, 예술 장르와의 협연을 끊임없이 모색했다. KBS국악관현악단 혹은 슬기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해외 여러 나라에 나갔다. 그리고 우리 가락의 흥을 가지각색 협연 무대로 펼쳐 보이기도 했다. 사물놀이패는 물론이고 비보잉, 재즈, 록 등 국악과 접목할 수 있다면 뭐든 함께 무대에 세우고 실험을 이어갔다.
“언젠가 카자흐스탄에 한국어과가 있는 대학교에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아무리 통역을 붙여 강의한다고 해도 재미없을 것 같아서 비보잉 그룹과 함께 갔습니다. ‘10분에서 15분만 내가 할 테니까 나머지는 너희들이 해라!’ 하고요.(웃음)”
우리나라 문화를 잠깐 소개하고 비보잉 그룹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 곳에서도 비보잉이 인기가 있었는지 20여 명되는 팬이 몰렸다. 우리 가락에 맞춰 한국 비보이에게 동작을 배웠다.
“그때 국악과 비보잉의 결합은 새로운 방식의 문화 융합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열리는 하라레축제에 갔을 때는 기타리스트 김도균과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과 함께 공연했습니다. 그들에게 국악과 록의 접목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런데 공연 끝나고 뒤풀이가 더 오래 걸렸어요. 우리 예술인과 깜짝 협연이 열린거죠. 아프리카 사람들이 리듬을 좀 알잖아요. 우리 것을 다른 나라에 알리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고 좋은 일입니다.”
창작은 멈추지 않는다
인터뷰를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바로 국악관현악단의 연습실이었다. 방송 전파를 위해 존재하는 방송사 공간에 공연을 준비하는 이들의 아지트가 있다는 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KBS국악관현악단이 생기고 30년 동안 제대로 된 연습실이 없었어요. 라디오 공개홀에서 본관 뉴스센터, KBS별관으로 옮겨 다녔어요. 제가 여기 창단 멤버이고 오래 활동해서 아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3년 전에 공간 좀 제발 마련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그때까지 국악관현악단 명의로 된 연습실이 없었답니다.”
방송사 건물이 한정적인 데다 사람과 장비가 늘어나 이해는 했지만 오랜 세월을 참고 참다 큰맘 먹고 연습실 문제를 알렸던 것이다.
“사실 방송사 내에 사무실 없는 분들도 있으니 그 사정은 지금도 이해가 돼요. 어쨌든 요즘은 연습이 중단되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일이 없어서 단원들이 좋아해요. 대신 저희는 열심히 뛰어야겠죠. 연주회도 하고 좋은 레퍼토리도 만들고요. 한국음악을 접하지 못하는 소외 지역이나 교도소, 군부대 등도 저희가 찾아가서 음악회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공연으로 국민들에게 보답하면 됩니다.”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라는 높은 위치가 늘 행복하고 달가운 자리만은 아니다. 현재 이끌고 있는 악단과 단원들을 위해서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나서야 했다. 정권이 바뀔 때 생각지도 못한 오해를 받거나 힘든 일을 겪기도 했다.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공영방송사 한 분야의 수장으로서 말을 아끼는 것이 ‘최고의 수’라는 것도 나이가 익어가면서 알아갔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옆에 있는 단원들과 함께하는 예술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어떤 것을 더 하고 싶냐고 물으니 당연히 국악 얘기로 다시 돌아온다.
“곡 써야죠. 작곡가니까. 판소리 5마당 중에서 심청가만 남았어요. 판소리만 한 대목 한 대목 연주해왔는데 그걸 전체 다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산회상 전 바탕, 종묘제례악 합창가….”
지금까지 1000곡 가까이 작곡했다는 분이 아직도 정리할 곡도 많고 할 일이 많단다. 시간이 나면 KBS 신관 길 건너 연구동 5층 사무실에서 곡 쓰는 것이 낙이라고 한다. 이 열정을 어찌 말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언젠가 휴식의 시간이 찾아온다면 펜도, 지휘봉도, 대금도 다 내려놓고 좀 쉬시기를 간청드려본다.
호가 춘곡(春谷)인 고희동 가옥을 지나 올라가다 보면 빨래골을 만나게 된다. 약간 지하에 있는 개구멍받이처럼 생긴 곳에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옛날 궁녀들이 그곳에서 머리도 감고 세수도 했단다. 궁녀들이 비누 대신 곡물을 사용해 늘 뿌연 뜨물이 흘러나왔는데 사람들은 그 물에 빨래를 했고 그 뒤 빨래골이라 불려왔다 한다.
곡물로 머리를 감았다니 궁녀들의 호사를 알 수 있었고 예쁜 모습으로 왕의 눈에 들어보려는 암투가 느껴지기도 했다. 흘러내려오는 물로 동네 사람들이 비누 없이 빨래를 했다고 하니 민초들의 가난한 생활이 상상이 되었고 빨래터의 정겨운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바로 위쪽으로는 숙종의 총애를 받았던 장희빈이 살았다는 집이 있었다. 그렇게 세도를 부리던 장희빈도 사약을 마시고 죽었으니 인생무상이 따로 없다. 그렇게나 아름다웠던 장희빈이 살았던 집이라니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돌다가 삼해 소주 공방에 들어갔다. 마당에서는 소주를 만들려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간단한 차와 직접 만든 편강, 김부각 등을 팔았다. 북촌민예관도 함께 있었는데 무형문화재 김복곤 악기장의 가야금이나 아쟁, 대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 옆방에는 백남준 씨의 조형 작품들이 있었다.
계동에서 원서동을 지나 가회동 11길의 오르내림이 심한 골목에 다다르니 3경이 바로 눈앞이다. 포토존에서 멀리 남산타워가 보였다. 오늘은 날씨가 좀 흐려서 희미한 실루엣만 보였지만 날씨가 좋으면 타워가 선명하게 보여 많은 관광객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고 한다.
그윽한 정취를 가지고 있는 한옥들을 감상하며 4경을 지나 5경에 이르니 벽과 지붕이 맞닿을 듯 즐비한 한옥 골목이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전봇대나 전선이 보이지 않는 점이 특색이다. 주택업자가 모두 지하로 파묻어 분양했다고 한다. 외관은 고칠 수 없어 예전 모습 그대로이지만 집 안은 다 현대식으로 고친 한옥들이라 한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취운정(翠雲停)이라는 한옥이 나왔다. 이곳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고 있으며 하루 숙박료가 140만 원이라니 보통사람은 하룻밤 지낼 엄두를 못 낼 것 같다.
6경에서도 남산타워가 보이는 포토존이 있는데 그 옆 유서 깊은 중앙고등학교는 ‘겨울연가’를 촬영지로 일본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온다고 한다. 필자가 대학생 때 좋아했던 남자 친구도 중앙고등학교 출신이었다. 학교 앞에 서니 그 시절이 생각나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슬쩍 궁금해져서 속으로 픽 웃음이 났다. ‘잘 살고 있겠지, 뭐’ 하면서.
7경의 북촌 전망대에서는 멋진 기와지붕들 너머로 백악산과 인왕산 사이의 청와대와 경복궁이 보였다. 8경은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이어서 필자 일행은 정독도서관 쪽으로 내려왔다. 정독 도서관은 옛 경기고등학교 자리로 이전에는 사육신 중 한 분인 성삼문이 이 근처에 살았다 한다. 또 조선시대 총포를 만들었던 ‘화기도감 터’였다고도 한다.
오늘 탐방한 북촌 8경에서 우리나라 한옥의 지붕 곡선과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이렇게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더 많은 분들이 전문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의 한옥마을을 찾아 아름다움을 느껴보기를 권하고 싶다.
카드 회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딱 6일간의 기한을 주고 해당 카드로 5만 원 이상의 물건을 사면 5000원을 할인해준다고 한다. 필자를 VIP 고객이라고 추켜세우고 문자를 받는 고객에게만 베푸는 특혜라고 한다. 5만 원의 5000원은 10%다. 은행금리가 2%대인데 10%라니 그것도 공짜로! 당장 뭘 사야겠다는 생각이 확 든다. 뭘 사지? 옷이나 운동회를 살까? 누굴 불러내 술이나 먹지고 할까? 요즘 아내도 아들네 집에 가고 없어서 혼자 결정을 해야 했다. 그렇다고 이런 걸 누구에게 물어보자니 소심해 보이고 쪼잔한 놈으로 보일 것 같았다.
그 뒤 카드 회사 문자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이 나서 확인해 보니 4일이 훌쩍 지났다. 더는 시간이 없다 저질러보자는 심정으로 대형마트에 가서 먼저 눈 쇼핑을 하며 뭘 살까를 둘러봤다. 나이 든 남자들은 자기 옷을 직접 사본 적이 별로 없다. 갑자기 액수를 정해놓고 물건을 사려니 살 것이 없다. 부피는 작고 값이 나가는 것은 그래도 고기다. 정육 코너로 갔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포장해 가격표를 붙여놓은 것이 있어 6만 원어치를 샀다. 얼리지 않은 냉장육이라 해서 값이 제법 비쌌다.
당장 고기를 먹을 일은 없어 냉동고에 집어넣었다. 무심코 한 행동에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냉장육을 사서 냉동고에 넣으면 처음부터 냉동고기를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5000원 덕 보려다 헛일하는 것 아닌가! 갑자기 웃자고 한 어느 며느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먹기 싫은 음식을 시어머니로부터 받은 며느리가 “어머님 저희들은 이런 음식 먹지 않아요, 지금 버릴까요, 아니면 냉장고에 넣었다 버릴까요?” 했다고 한다. 내가 꼭 그 짝이다. 당장 먹지도 않을 고기를 5000원 할인받으려고 샀으니 냉장고 전기요금만 더 들어가게 생겼다. 나중에 아내로부터 왜! 이런 부위의 고기를 샀냐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카드 회사가 5000원이라는 미끼를 던진 것이고 필자가 그 미끼를 덥석 물은 꼴이다 미끼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필자의 잘못이지 미끼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미끼는 카드 회사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다.
신용카드를 안 만들려고 하는데도 다섯 개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만들었다. 각 카드마다 특장점이 있어서 이럴 땐 이 카드를 쓰고 다른 경우에는 다른 카드를 쓰는 것이 이익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이익 메뉴를 모조리 기억하기도 어렵고 이득 보는 금액 또한 미미해서 카드란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카드를 여러 개 갖고 다니면 분실 우려도 있고 지갑 부피만 커져 주머니에 넣기도 불편하다 그래서 딱 하나만 갖고 다닌다.
카드 회사에서 통계를 내보니 필자같이 한 카드만 쓰는 고객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고객의 주머니에서 자사 카드를 계속 쓰도록 만드는 방법이 결제대금 일부 감면이라는 미끼였던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미끼를 던지려면 미끼 값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낚시질로 잡은 물고기 값에 비하면 낚시 미끼 값은 아주 미미해서, 카드 회사도 그 정도 미끼는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미끼 상품은 마케팅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많아진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주겠다는 것도 알고 보면 미끼요, 이것 사면 저것도 주겠다는 것도 미끼다 할부로 팔겠다는 것도 미끼요, 무이자 판매도 미끼다. 미끼를 제대로 무는 현명한 소비자에게는 미끼야말로 신나는 일이고 공짜이니 더 좋다. 미끼를 잘 받아먹는 소비자는 낚싯밥만 똑 따먹고 도망가는 얄미운 물고기는 아니다. 오늘날에는 현명한 소비자다.
동물이 어미를 기억하는 방법은 냄새일 것 같다. 잊을 수 없는 냄새. 가장 원초적인 냄새. 엄마의 냄새는 향기와 그리움, 그리고 평화로 일치되곤 한다. 가장 안전하고 따스하며 부드러운 느낌. 친구를 그렇게 기억해낸다면 과장으로 들릴까.
어렸을 때는 예쁜 친구가 좋았다. 좋은 냄새가 나고 예쁜 옷을 입은 아이가 좋은 친구라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말이 잘 통하고 재미있는 친구가 끌렸다. 종일 같이 놀고도 헤어지기 싫어 서로의 집을 오가던 친구가 좋았다. 대학 시절에는 철학과 주관이 분명한 친구가 멋있어 보였다. 뭔가 배울 수 있는 친구.
사회에서는 그런 친구의 틀이 다 깨어졌다. 예쁜 친구도 아니고, 옷을 잘 입는 친구도 아닌, 마음이 넓고 깊은 친구가 최고였다. 온전한 한 인격으로 상대를 바라봐주고 이해해주는 친구에게서 향기가 났다.
필자 옆에도 그런 친구가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이익도 따지지 않고 신의가 있어 오랫동안 함께했다.
바로 초등학교 동창이다. 그녀의 집은 부자였다. 마음도 넉넉했다. 언제나 조용히 필자 옆에 있어줬고 배려가 많은 친구였다. 그래도 공부할 때는 경쟁했다. 점수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고 상대를 이기려고도 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런 마음은 차차 무뎌졌다.
어른이 되어서는 요리와 꽃꽂이를 즐기고 수를 놓거나 칠보를 했다. 작품을 만들면 서로에게 선물을 하곤 했다. 귀한 요리를 차려놓고 맛있게 먹으면 홀린 듯 쳐다보는 친구. 아주 여성스러운 그녀다.
필자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 주문을 받았지만 자금을 구할 수 없어 동분서주했던 날이 있다. 너무 급한 상황이라 망설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상황 설명을 하고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딱 한마디만 했다.
“난 네 이름 하나면 돼, 설명 필요 없어.”
그녀는 바로 통장으로 입금을 해줬다. 먹먹한 마음에 고맙다는 말도 겨우 꺼냈다. 이후 무사히 물건 대금을 받고 나서 친구를 찾아갔다. 고마운 마음에 준비해간 선물도 주고 이자와 원금이 든 봉투를 내밀었다. 그러자 친구는 선물은 고맙게 잘 받겠지만 이자는 절대로 받을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필자는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이튿날, 통장에 필자가 두고 온 이자가 고스란히 입금되어 있었다. 그녀의 높은 품격이 전해져왔다. 아직도 그때를 잊을 수 없다. 아무 조건 없이 필자를 도와줬던 그녀의 마음은 어려울 때마다 필자를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녀는 얼굴도 예쁘지만 마음은 더 예쁘고 따스함과 평온함이 있다. 매무새도 세련되고 기품도 있다. 그녀에게선 엄마의 향기가 난다. 만날 때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냄새를 맡게 된다.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둥지 같은 친구다.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받은 친구다. 본받고 싶은 인격이다. 밥 짓는 저녁 무렵,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냄새 같은 친구다.
뉴스를 보는데 새만금사업이 박차를 가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새만금은 원래 민간주도로 시작되었지만, 긴 시간이 지난 이번 문재인정부에서 공공주도로 진행하게 되어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내부개발이 진행될 것이며 새만금개발공사를 만들어 전담추진체계를 마련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필자는 새만금 노마드 축제에 다녀왔다.
그날 새만금 방조제를 따라 달리면서 보았던 느낌은 참으로 벅찼는데 바다를 메워 우리의 국토를 이렇게 확장했다는데 감동적이었다.
얼마나 큰 산업 일꾼들의 노력이 있었을지 새만금 홍보관에서 사진으로 영상으로 지켜보며 숙연했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이쪽저쪽 바다와 호수의 물빛이 다른 점도 신기했다.
축제장의 광활한 대지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그러면서 이곳이 일회성의 이벤트가 아닌 후손들에게 길이 남겨줄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기를 기대했다.
얼마 전에 종로의 랜드마크인 종로타워 20층 새만금개발청에서 새만금 토크콘서트가 있었다.
새만금투자전시관인 이곳은 투자유치 지원과 수도권 고객, 국내외 투자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 서울에서 새만금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새만금홍보 등 대외 협력강화를 위해 개관했다.
일본기업대상 투자 설명회, 글로벌금융사와 개도국 공무원 초청행사, 중학생 진로체험프로그램, 일반 방문객 대상으로 새만금홍보를 했다.
새만금은 바다를 메워 서울의 3분의 2에 달하는 넓은 땅을 만들어 우리나라 지도의 모습을 바꾸었고 방조제는 33.9km 길이로 세계에서 가장 길어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새만금 프로젝트를 산업프로젝트로만 생각하지 않고 문화적인 측면을 더하고자 했고 선진문화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문화까지 함께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담당자의 인터뷰도 있었다.
새만금은 만경평야와 김제평야에서 한자씩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하신 사무관님의 말을 들어보니 새만금개발은 1991년에 시작되었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찾아보면 이곳은 303년 백제 시대 때부터 개발되었고 ‘벽골제’라는 길이 3km의 제방과 저수지가 있어 깊은 문화적 뿌리로, 개발될 수밖에 없는 여건을 가졌다고 한다.
조선왕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일대에서 나오는 곡식이었고 고군산군도는 모두 왕조의 터였다며 새만금이 만들어지고 있는 건 역사적 구조적으로 필연적이고 그래서 새만금지역이 중심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를 들려주었다.
원래 새만금은 민간주도로 이루어지도록 계획되었지만, 문재인정부에서 공공주도로 진행하게 되어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내부개발이 진행될 것이며 새만금개발공사를 만들어 전담추진체계를 마련하게 되었다.
2023년 열리는 세계 잼보리 대회를 이미 유치했고, 앞으로 세계 잼버리 대회를 비롯하여 여러 행사를 많이 유치하고 제3세계 국가를 방문해 대사관이나 민간단체를 이용 새만금을 홍보하며, 국내에서도 학교나 가족 단위로 야영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노마드축제 등 각종 축제를 개최하는 새만금을 개발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토크 콘서트에서 새만금 주제곡을 만든 작곡가 스티브 바라캇의 이 음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스티븐 바라캇은 캐나다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캘리포니아 바이브스(KTX 안내방송 배경음)과 럴러바이(유니세프 주제곡) 등을 작곡한 분으로 유니세프에서의 인연으로 새만금 주제곡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니 이 음악가가 얼마나 새만금 주제곡을 완성하기까지 애정을 가지고 열정을 다 해 만들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이 기회를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했고 큰 책임도 느꼈다고 했다.
아무리 훌륭한 건물, 혹은 세계 최고의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도시의 성공은 사람에 달려있다며 새만금 주제곡은 ‘사람‘ 에서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만금 주제가 마지막 부분 우리 대금연주자의 피날레가 너무나 감동적이고 멋지게 들렸다.
아시아의 허브, 미래의 심장이라는 슬로건의 새만금이 큰 성공을 거두어 우리나라 발전에 한 획을 긋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토크 콘서트를 마쳤다.
무언가 기대한다는 건 가슴 벅차고 즐거운 일이다.
장례에 대한 걱정은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장례비용을 아끼기 위한 방법으로 꽃 장식 하나 없는 작은 장례식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에선 시신을 교육용으로 기부하겠다는 신청자가 26만 명을 넘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장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상조 관련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상품 구매가 안식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삶의 평화로운 마지막을 위해 장례 상품을 구매할 때는 계약 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상조시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일반 보험회사에서 운용하는 상조보험과 상조회사에 판매하는 상조상품이다. 이 두 시장은 엇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크다. 상조보험은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보험업법의 규제를 받고 금융감독원이 감독한다. 이에 반해 상조회사의 상조상품은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의 규제를 받는 선불식 할부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한다.
상품의 특성도 당연히 다르다. 상조보험은 계약에 따른 심사가 있고, 가입 거절이나 보장의 일부 제한이 있고, 자살과 같은 고의적 사망은 보장을 받을 수 없다. 대신 가입자가 사망하면 미납입 보험료 납입 의무가 없다. 이에 반해 상조상품은 가입에 대한 제약이 없는 대신, 사망 후에도 납입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
보험사 개점휴업, 상조회사는 성장 중
현재는 소비자가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없게 됐다. 보험업계에서 운용하던 상조보험을 대부분 철수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등을 이유로 보험회사를 선택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동부화재,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이 2015년을 마지막으로 상조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그나마 끝까지 남아 있던 KB손해보험도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가입 권유도 하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상조회사의 성장으로 인해 판매가 저조해지면서 손해율이 높아진 것이 판매 중단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몇몇 보험회사는 다른 보험상품의 특약 형태로 서비스를 전환한 상태다. 조만간 상조보험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상조회사의 상조상품 가입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하반기 상조업체 주요 정보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9월 현재 가입자 수는 약 438만 명으로 6개월 만에 19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규모가 큰 상위 업체에 몰려 있는데, 전체 가입자의 77.6%가 가입자 수 5만 명 이상인 21개 업체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입자 수가 자본력과 안정성으로 직결되는 상조업계의 특성상,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100억원 이상의 선수금을 보유한 55개 업체의 선수금은 전체 선수금의 95.2%에 달한다.
가입자가 크게 늘면서 건전성이 확보될 토대는 마련됐지만, 서비스의 질은 아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10월까지의 1372소비자상담센터 상조 관련 상담건수를 보면 7503건으로 2015년 상담건수(1만1779건)에 비해 감소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적은 숫자는 아니다.
가입자 울리는 다양한 꼼수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상조회사는 195개사에 달한다. 이 중에서 옥석을 가릴 방법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찬찬히 살펴보면 안정적인 회사를 구분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조언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www.ftc.go.kr)에서 가입을 고려하는 회사의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정보공개 메뉴에서 선불식할부거래사업자를 선택하면 회사 정보를 상세히 볼 수 있다. 이외 검색할 수 있는 정보도 꽤 많다.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자산과 부채, 자본금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내용은 선수금 보존비율과 보전계약 체결기관, 그리고 총 선수금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가입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선수금 보전기관에 존재하는지, 납부한 회비 누계액이 정확한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이름이 보전기관에 기록돼 있어야 폐업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 보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안마의자와 여행상품 등을 끼워서 파는 상품이 많아져 이에 대한 주의도 요구된다. 결합상품의 경우 상품별 판매 대금을 정확히 확인하고, 계약서를 구분해서 작성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또 여행상품은 판매 주체가 상조업체라 해도 할부거래법의 ‘장례 또는 혼례’에 준하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결합상품들은 계약 금액도 크고, 계약기간도 길어 문제가 발생하면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조업체의 영업을 대행하는 모집인(상조 계약 중계자)들로 인한 횡포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상당수 모집인들은 상조회사 소속 직원이 아닌 대리점 형태의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은데 소비자 입장에선 이들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계약 과정에서 모집인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말고, 계약서나 약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청약 철회는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가능하다.
이밖에 상조상품을 판매하면서 실제 계약은 수의(壽衣) 판매계약으로 체결해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일시불 계약으로 유도해 할부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꼼수를 쓰는 경우도 있으므로 대금을 2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2회 이상 나누어 지급하고 서비스를 받는 거래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일시납으로 대금을 내거나 계약금을 우선 지불한 뒤 장례 서비스를 받은 후 잔금을 내는 형태로 계약을 하면 법 적용을 받을 수 없어 해약할 경우 환급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남편과 사별한 지 8년째인 최영옥(72세, 여)씨는 최근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3년 전에 명예퇴직을 하고 동료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큰아들(48세) 때문이다. 부족한 경험과 자본 탓에 시작부터 불안해보였던 큰아들의 사업은 결국 1억원의 부채를 남기고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최영옥씨의 큰아들은 어머니에게 부채탕감에 대한 도움을 요청해왔다. 큰아들의 요청을 받은 후부터 최영옥씨는 거의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돈도 돈이지만 큰아들의 도움 요청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유독 부모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큰아들 걱정과 함께 아들을 약하게 키웠다는 자책감이 최영옥씨를 더욱 힘들게 했다. 게다가 다른 자녀들의 눈치까지 은근히 신경 쓰이기 시작한 최영옥씨는 노후생활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자녀라는 말을 절감하며 재무상담을 의뢰해왔다.
최영옥씨 현재 상황
최영옥씨의 자녀들은 모두 독립해서 각자 가정을 꾸리고 있다. 큰아들은 큰며느리(43세, 회사원), 손자와 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고, 작은아들(46세, 회사원)은 작은며느리(45세, 사회복지사), 두 손녀와 서울에 살고 있다. 막내인 딸(43세, 교사)은 사위(45세, 은행원), 손자 손녀와 서울에서 살고 있다.
최영옥씨의 현재 재산 현황은 [표1]과 같으며 월평균 수입은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40만원과 임대료 200만원, 그리고 자녀들로부터 60만원을 받아서 합계 300만원이다. 그리고 월평균 지출금액은 생활비와 보험료 및 각종 공과금과 세금으로 250만원을 지출하고 월평균 50만원씩을 저축해두었다가 경조사 등 비정기적 지출에 사용하고 있다.
최영옥씨는 갈수록 돈 문제 같은 민감한 일들을 혼자 현명하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최근에 큰아들 문제를 겪으면서 남은 생을 위한 준비를 스스로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다음의 고민거리가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① 큰아들의 부채 1억원 상환이 자녀에 대한 마지막 경제적 지원이기를 바란다.
② 노화된 건물관리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다.
③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집을 옮겨 나들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싶다.
④ 노후생활비의 위험 요소인 의료비 지출에 대한 대비를 하고 싶다.
⑤ 안정적인 연금소득을 확보하고 싶다.
⑥ 본인 사후에 자녀들이 재산 문제로 다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최영옥씨 재무진단 제안
건물매각 최영옥씨는 건물관리와 관련된 부담으로 벗어나서 안정적인 연금소득을 확보할 요량을 건물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양도소득세를 차감하고 난 후 5억5000만원의 금액 중에서 각 자녀들에게 1억씩 해서 3억원을 증여하기로 했다. 성인자녀의 경우 1억원 이하면 증여세율이 10%이며 증여일로부터 3개월 내에 신고납부를 하면 세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자녀들이 각자 납부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영옥씨는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고 교통이 편리한 강남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기존의 아파트를 매각하고 건물매각대금 중 잔여금액 2억원을 보태어 시가 6억원의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5000만원은 이사와 관련된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주택연금가입 최영옥씨는 부족한 연금소득을 확보하기 위하여 주택연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최영옥씨가 서울 강남지역으로 집을 옮겨 주택연금을 개시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생활의 편의성 고려와 함께 다른 경제적 이유도 있다. 최영옥씨가 주택연금을 수령하다가 사망하게 되면 사망 당시에 주택의 매도가격이 연금총액과 이자 등 비용을 상계하고도 남았을 때 자녀들이 그 잔액을 가져갈 수 있다. 반대의 경우가 되어 연금총액과 비용이 주택의 매도가격보다 더 높으면 자녀들이 주택상속을 포기하면 된다. 최영옥씨는 본인이 이사하게 될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72세인 최영옥씨가 6억원의 아파트를 주택연금으로 활용하면 매월 200만원가량의 소득을 종신토록 수령할 수 있다. 매월 200만원의 금액은 기존의 건물임대소득과 수치는 같지만 질은 다르다. 최영옥씨는 더 이상 건물의 공실 문제나 건물보수 문제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사업소득이 없어졌기 때문에 월 30만원 가까이 되던 국민건강보험료와 소득세 등을 더 이상 납부하지 않게 돼 실직소득은 더 늘었다. 그리고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을 해도 된다.
의료비 지출 위험에 대한 대비
노후생활비의 대부분이 의료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 의료비는 노후생활의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위험관리 전문가들은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4가지의 위험관리 방법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를 의료비지출위험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최영옥씨의 위험이전 방법
최근에는 피보험자 연령기준으로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보험들이 민영보험사에서 출시되고 있다. 현재 별다른 병력이 없는 최영옥씨는 100세까지 암, 뇌출혈, 심근경색 및 골절 시 진단금이 보장되고 입원 시에는 약간의 입원비가 지급되는 보험을 가입함으로써 평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최영옥씨가 매월 부담하는 보험료는 월 10만원(10년 단위 갱신)이다.
최영옥씨의 위험보유 방법
최영옥씨의 의료비 지출에 대비한 자가보험(위험보유)은 납입이 완료된 종신보험의 적립금이다. 평생토록 보장하는 종신보험의 특성상 종신보험의 적립금은 다른 보장성 보험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00년대 중반에 최영옥씨가 가입한 종신보험은 유니버설 기능이 있어 보험을 해약하지 않고도 적립금을 인출할 수가 있다. 다만 적립금을 인출하면 인출한 금액만큼 사망보험금은 줄어든다. 대신 이자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최영옥씨의 위험축소 방법
최영옥씨는 평소 운동과 식단관리를 꾸준히 하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최영옥씨의 위험회피 방법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연명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들이 논의되고 있다. 연명의료란 환자의 주된 병적 상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 혹은 치료에 의해서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 환자의 상황이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영구적 무의식 상태나 집중적인 의학적 치료에 의존해야만 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비록 의학적으로 가망이 없다는 전문가의 판단이 있어도 자식이 먼저 나서서 부모의 연명의료를 중단하자고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평소 의식이 있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밝혀둘 수 있다.
우리나라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통과됨에 따라 2018년 2월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법적 효력을 갖게 되었다. 최영옥씨는 의료비 지출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부동산이 전자제품이라도 됩니까? 돈이 얼마인데… 어떤 바보가 부동산을 전자상거래로 합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예전에 참 많이 들은 말이다. 부동산은 전자상거래가 불가능하고 또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부동산은 고가의 재화라는 점, 거래 규모와 중요성을 따져볼 때 개별 물건의 현장 확인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거래의 안정성, 대금 결제와 환불의 어려움, 사기 및 잘못된 정보 제공, 해킹 등에 의한 거래 사고도 부동산 전자상거래의 걸림돌로 지적이 됐다.
부동산거래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 민간 부문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2016년 상반기 서초구 시범 사업을 마친 후 2016년 8월 말부터는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 실시하였고 2017년부터는 아파트 중개 등에 본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체결되는 부동산 계약을 정부에서 도입한 이 시스템으로 사용할 경우 안전성, 경제성, 편리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으로는 부동산 정책 입안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2016년 1년 동안 부동산 전자계약에 참여한 공인중개업소가 1400개를 넘어섰으나, 2016년 서울시에서 이루어진 부동산 전자계약은 아직 540건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 공공 부문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공자산 처분 시스템 온비드(www.onbid.co.kr)도 1999년 검토 이후, 2002년 시행되어 이제는 정착발전 단계로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온비드는 2016년 한 해 동안 19만 명의 국민들이 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 참가자 수는 2015년 15만 명 대비 26.7% 증가한 셈이다. 2016년 연간 낙찰 건수는 3만3000건으로 나타났다. 공공 부문의 전자거래에 이어 이제는 민간 부문 부동산 거래에도 전자계약이 확산될 수 있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제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보통 부동산 전자상거래는 제1단계 정보수집활용, 제2단계 계약실행, 제3단계 사후행정처리로 구분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 단계가 원활히 연결되어 거래가 이루어지고 가장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나라, 인터넷으로 부동산 공매 입찰을 하는 모범적인 나라로 변모했다.
그런 가운데 2016년에 정부가 시작한 민간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이 출발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전세를 전자계약으로 하고 싶으면 출입문에 전자계약 상징 마크를 부착하고 있는 중개업소를 찾으면 된다. 아파트 매매, 전세 등이 부동산 전자계약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단독주택과 상가 거래도 전자계약이 가능하다.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첨단 ICT 기술과 접목, 공인인증·전자서명, 부인방지기술을 적용해 종이와 인감 없이 온라인 서명으로 부동산 전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실거래 신고 및 확정일자 부여를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매매계약을 하면 실거래 자동신고가 되고, 임대차 계약이라면 주민센터 방문 없이도 확정일자가 자동 부여된다.
전자계약의 시대, 공인중개사 어떻게 변할까?
우리나라는 부동산 전자상거래가 태동한 지 이제 14년이 됐다. 공공 부문 부동산 공매 입찰이 인터넷 입찰 방식 전환으로 그 역사가 시작됐다면 민간 부문은 아파트 거래를 중심으로 태동한 셈이다. 그렇다면 민간 부문 부동산 전자상거래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그리고 주요 이해 당사자인 공인중개사와 부동산 중개업무는 어떤 관점으로 발전의 포인트를 잡아야 할까?
공인중개사는 저널리스트인 마리나 크라코프스키의 책 에 나오는 ‘미들맨’에 해당한다. 에서 미들맨은 그 답을 ‘연결’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연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또는 비즈니스맨을 중개자의 의미인 ‘미들맨’이라 명명한다. 인터넷을 새로운 도구가 아닌 시대의 본질적 변화로 읽는 미들맨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가치를 선사함으로써 이익을 거두는 사람들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미들맨의 시대가 사라져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세상이 상호 연결된 것이고 연결 가치의 활용이 중요시된 것은 당연하다. 미들맨에 해당하는 공인중개사의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의 발달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결정적으로 신뢰가 더 필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미들맨이 각각의 그들과 더 자주 거래하며, 이를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일회성의 직거래로는 쌓을 수 없는 신뢰관계를 미들맨은 수많은 거래를 통해 쌓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인터넷 세상에서는 미들맨을 배제함으로써 얻는 비용절감 효과보다 미들맨을 활용해 얻는 생산성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연결’에서 기회를 찾은 미들맨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부동산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과제
부동산 전자상거래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민간 부문에서 보면,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등기비용 등 절감, 각종 행정 처리의 간소화, 거래의 투명성이 자랑이다. 공공 부문도 마찬가지다. 먼저 전국의 부동산 공매장이 없어졌다. 공매 입찰자는 이제 집에서 응찰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누구든 원하는 정보를 편리하고 투명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공매 담당 직원도 대폭 줄었다. 주변 부수 시스템도 함께 정비가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간 부문이든 공공 부문이든 부동산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성과는 업무의 표준화와 업무 개선이다. 오프라인에서도 복잡한 부동산 업무를 온라인에서 하려면 온라인에 맞게 표준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정립되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 일도 편해졌다. 실거래가가 노출되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공시지가나 과세시가 표준액에 의지해 세금을 물릴 필요가 없어진다. 거래가 투명해지고 공정성은 높아지는 반면 이중계약서나 투기 행위는 줄어들게 된다.
거래의 안정성은 사회적 인식과 관행에서부터 출발한다. 법률적, 기술적 한계보다 먼저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국민, 정부, 공인중개사가 있다. 민간 부문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공인중개업소의 참여와 공인중개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 신뢰의 가치를 중시하는 미들맨인 공인중개사의 경영 철학이 성공의 열쇠다.
부동산 관련 정보가 활발히 유통되면서 부동산 상품의 가격과 매물 등의 정보가 거대한 DB로 구축돼 네트워크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전자서명, 전자금융, 전자감정 등 첨단기법의 발전으로 인해 부동산 상품의 객관적 가치 개념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의 입지 개념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변화 속도 또한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모든 산업과 국민이 직접 관련되어 있는 분야다. 그래서 공정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전자상거래는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부동산 산업 분야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이라는 상품을 시스템화하고 오프라인에서의 절차를 보완하고 줄여나가는 연구와 함께 거래 고객과 공인중개사를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장치도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가야 한다. 공인중개사의 소득 노출 등으로 인한 걱정을 자랑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관련 제도의 적극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부동산전자계약 시스템이 빠르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렬(金淨烈) 한국일반행정사협회 전임교수
국내 최초로 부동산 전문가들로 네트워크를 구성, RE멤버스를 설립하고 부동산써브 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자산신탁, 기업체, 금융기관 등에 부동산 자문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