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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농·귀촌이 아니라 ‘이도(離都)’
- 도시에 살다 농촌으로 삶터를 옮기는 것을 귀농 또는 귀촌이라고 한다. 농촌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농사를 지으러 가는 것은 ‘귀농’이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은 ‘귀촌’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시골을 찾는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가는 것보다 여유를 즐기기 위해 이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자신이 살던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터전을 찾아가는 사람이 늘었다. 전원생활이 목적인 사람들은 연고는 없지만 새로운 삶의 터를 마련하기 위해 시골을 찾는다. 1960~70년대 산업화의 바람이 불어왔을 때, 농촌에서 지내던 많은 사람이 도시의 새로운 일자리와 희망을 찾아 자신이 살던 곳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도시로 떠났다. 이것을 ‘이농(離農)’이라 했다. 이농의 사전적 의미는 ‘농민이 다른 산업에 취업할 기회를 갖기 위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기 싫어 떠나는 것, 즉 희망을 찾기 위해 터전을 새로 마련하는 것은 ‘이도(離都)’라 표현해야 맞다. 귀농이나 귀촌처럼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터전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시에서 가까워 교통 여건이 좋고 경치가 빼어난 곳에는 ‘다시 돌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이도’해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이들로 인해 마을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나 충청도처럼 수도권과 경계하는 지역을 둘러보면, 화전민이 살다 버리고 간 땅을 개발해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이 많다. 도시생활로 넉넉해진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버리고 갔던 땅을 개발해 집을 짓고 여유롭게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귀농·귀촌자가 아니라 새로운 삶과 희망을 찾아 농촌으로 오는 사람들, 즉 이도해온 사람들이다. 작고 소박해진 전원생활 이렇게 도시에서 살다 시골에서 살고 싶어 내려오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움직임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전원생활의 목표가 작고 소박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예전과 같이 별장형 전원주택을 짓는 대신 노후생활의 대안으로 귀농·귀촌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품도 많이 빠졌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되면서 노후를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졌다. 또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도 달라진다. 노후생활비를 줄이려면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시골에서의 삶이 유리하다. 하지만 경치나 감상하고 좋은 공기, 맑은 물이나 마시며 살겠다는 꿈은 없다. 폼 잡고 사는 게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인 투자를 하게 되고 그 결과 화려한 정원이 있는 집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집을 찾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도시를 버리지 않는 귀농·귀촌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도시를 영원히 떠나 농촌에 정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마음이 있어도 대다수 사람은 도시를 떠날 입장이 못 된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거나 은퇴할 나이가 아니어서 가족의 반대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살 자신이 없고 두려운 사람도 있다. 그동안 살아왔던 도시를 떠나는 것이 이래저래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절반 살고 시골에서 절반 사는 반쪽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시골생활에 자신이 붙거나 기회가 만들어지면 그때 도시를 떠나도 늦지 않은 것이다. 최근 주말주택, 세컨드하우스가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다. 도시를 떠나지 않고 시골생활을 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다 보니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다랭이논 한 뙈기, 컨테이너 박스 하나로도 좋은 집과 정원이 될 수 있다. 수익형 전원생활 단순히 자연이나 즐기자는 목가적 귀농·귀촌도 많이 줄었다. 농촌으로 내려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귀농·귀촌 창업이 그것이다. 앞으로 ‘수익형 전원생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생활비가 넉넉하다면 주말형 또는 별장형 구조의 집을 짓고 유유자적 사는 게 큰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은퇴는 빨라지고 수명은 점점 늘고 있다. 직장에서 퇴직을 한 후에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데, 이 시간을 도시에서 보내든 시골에서 살든 수입이 있어야 한다. 은퇴자들의 가장 큰 화두다. 수익 없이 살 수 있는 은퇴자들은 별로 없다. 은퇴자가 늘고 귀촌자가 많아지면 수익형 전원주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펜션에서 증명됐다. 시골에서 살며 민박집을 운영해 수익을 내는 것이 펜션이다. 지금이야 시들해졌지만 불과 5년여 전만 해도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펜션은 인기 창업 아이템이었다. 전원주택도 짓고 수익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장을 하든 펜션을 하든 전원카페를 운영하든 전원생활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시골로 이주한 은퇴자들의 노후가 윤택해질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시니어에게 최근 전원주택 시장에 나타난 수익 모델을 하나 추천할 수 있다. 바로 ‘임대형 전원주택’이다. 펜션처럼 단기 임대의 형태는 이미 큰 시장이 됐다. 하지만 월 단위나 연 단위로 임대하는 전원주택 시장은 아직 없다. 작업, 힐링, 요양을 위해 전원주택을 장기 임대하려는 수요가 점점 늘고 있지만 체계적이지 못하다. 개인들끼리 알음알음 전원주택 임대가 행해지고 있는데 도심의 원룸이나 아파트 임대와 비교해볼 때 수익률이 매우 높다. 특히 놀리는 땅이 있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물론 토지부터 구입해야 한다면 투자비가 크겠지만 토지가 있다면 가볍게 접근해볼 수 있다. ‘시골 체질’인지 고민해볼 것 마음은 귀농·귀촌하고 싶은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생각해야 할 것도 두려운 것도 많다. 하지만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결정할 때다. 당장 실행해야 한다. 서둘다 금전적인 손해를 본다 해도 전원생활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 좋은 땅을 고를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먼저 결정한 사람에게 더 넓다. 하루라도 일찍 시작하면 정착도 빠르다. 정원에 나무를 하나 심어도 시작이 빨랐으니 그만큼 더 자라 꽃도 빨리 보게 되고 텃밭의 작물도 먼저 여문다. 실제로 귀농·귀촌해서 사는 사람들 중 ‘더 빨리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어차피 시골에서 살 마음이 있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산속에서 심심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자녀들 혹은 친구들이 자주 올까? 아프면 병원이 멀어 위험할 텐데, 시장 다니기도 힘들고, 교통도 불편하고, 뱀이나 벌레도 많고, 또 시골 사람들 텃세가 만만치 않다는데 왕따 당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들은 살다 보면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내가 시골에서 살 수 있는 체질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딱 내 체질이야!” 하는 답이 나와줘야 한다. ‘강남 스타일’이 시골에서 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마당의 풀을 뽑고 화단을 가꾸고 나무를 심고 집 고치는 일이 재미있다면 ‘시골 체질’이다. 당장 시골생활을 해도 문제없다. 그러나 별장 같은 집을 짓고 잔디 위에 파라솔 펼치고 친구들 불러 바비큐 파티나 하고 커피 마시는 상상이 좋으면 얼마 못 가 다시 도시로 올라와야 한다. 이런 사람은 ‘도시 체질’이다. 어떤 시골생활을 꿈꾸는지를 잘 고려해봐야 한다. ◆ 성공적인 시골 정착을 위한 8가지 단계 ◆ 01 결심 | 귀농·귀촌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결심이다. 농촌으로 이주해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농업에 종사하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준비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농촌과 농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다. 도시 회피식, 목가적인 생각만으로 결정을 내린다면 위험하다. 스스로 농촌에서의 삶을 상상해보고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 때 옮겨도 후회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농촌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마음만 갖고 귀농·귀촌을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02 가족 동의 | 귀농·귀촌해 사는 남자들이 이주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내 설득이다. 가족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족들과 함께하는 귀농·귀촌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귀농은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다. 정신적인 동료이고 노동력 도움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 귀촌하는 사람들은 터를 잡을 때도 자식들 잘 올 수 있는 곳, 집을 짓더라도 자식들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방을 만들고 집을 키운다. 그러나 이 경우 대부분 후회를 한다. 자녀들이 부모의 생각만큼 자주 찾아와주지 않기 때문에 계획은 엉망이 되어버리고 큰 방도 비게 된다. 이를 명심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03 자금 계획 | 빠듯한 예산으로 귀농·귀촌 계획을 세우면 실패하기 쉽다. 농업시설을 마련하고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예상했던 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자금이 모자라면 그동안 진행했던 것들마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특히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들이 발생한다. 토지 인허가 및 공사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고 변수도 많다. 04 할 일 선택 | 귀농·귀촌한 후 할 일을 정하는 것은 진행 단계 전반에서 가장 중요하다. 귀촌일 경우에는 꼭 수익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귀농자라면 어떤 작목을 선택할까를 정해야 한다. 작목은 가족의 노동력과 자본능력, 기술수준 등에 따라 결정한다. 어떤 농사를 짓느냐에 따라 준비해야 할 토지의 규모가 다르고 거기에 알맞은 농기계도 필요하다. 또 작목 종류에 따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작목을 선택할 때는 지역별 특산품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각 도의 농업기술원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이용해보자. 작목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05 기술 습득 | 작목을 선택했다면 재배, 가공, 홍보 마케팅 등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도 필요하다. 영농기술은 다양한 귀농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고 선진 농가를 견학, 체험, 연수할 수도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촌 지역에 정착한 귀농인에게 현재 재배 작목 등의 심층 연수 또는 이주 초기 관심 있는 분야의 작목 재배기술 등을 지원한다. 선도농업인(농업법인) 또는 성공 귀농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영농 분야 등에 대한 기술 습득, 정착 과정, 상담 멘토 등이 그것이다. 06 정착지 결정 | 정착지는 자신이 선호하는 지역이나 정해진 지역이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할 수 있는 일, 작목을 찾는 일은 그다음의 일이다. 하지만 정해진 지역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선택한 후 정착지를 결정해야 한다. 귀촌이라면 선택의 폭이 넓겠지만 귀농의 경우 선택한 작목에 맞는 지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시설원예와 같은 일은 도시 근교가 적당할 것이다. 벼농사, 채소, 밭농사는 평야 지역이 유리하다. 과수, 약초, 축산을 한다면 당연히 준산간 지역을 선택해야 좋다. 정착하기 위해서는 생활할 주택의 인허가를 비롯해 교통 여건, 생활 여건, 이웃 등도 검토해야 한다. 07 농지 및 주택 마련 | 농지는 영농 형태에 따라 규모나 토질, 물 사용 여건 등을 고려해서 구입한다. 농업용으로 구입할 때는 ‘국토의 계획과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농림지역’ 농지법 상의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주택용, 펜션, 전원카페, 식당, 숙박시설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는 ‘국토의 계획과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관리지역’이라야 한다. 주택을 마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존 주택을 구입 또는 여유자금이 부족하다면 임대를 고려한다. 땅을 사서 신축하거나 빈집을 수리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때 과도한 욕심은 금물. 주택에 무리하게 투자해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의 빈집은 대체로 간단한 수리만 해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예상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니 잘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집이 들어서 있는 땅이 대지인지, 땅 주인과 집주인은 같은지 등도 꼼꼼히 확인해보자. 08 운영 및 생활 | 모든 준비를 끝내고 이주를 했다면 드디어 전원생활의 시작이다. 이때 여유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면 수익을 위한 경제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농사를 지어도 적게는 6개월에서부터 몇 년을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귀농·귀촌에 성공하려면 기술, 여유자금,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 2018-07-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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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주목해야 할 시니어 직업 키워드 5가지
- 올해 주목해야 할 사회 현상 중 하나는 은퇴 세대의 폭발이다.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전쟁이 끝난 이후 1955년생부터 정부의 출산억제정책이 본격화한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들이다. 정부의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숫자는 약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14.3%에 달한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자 인력시장으로 몰리면서 평생 겪었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에게 제2, 제3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가 됐다. 새롭게 떠오른 무술년 새해 우리는 새로운 직업을 위해 어떤 분야를 주목해야 할까. ‘세대융합창업’ 안 되면 함께하라 최근 정부가 내놓은 창업지원정책의 핵심을 요약하면 ‘세대융합창업’으로 귀결된다. 세대융합창업은 경험이나 자본력은 있지만 창업의 핵심인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첨단기술에 취약한 시니어와 새로운 기술 분야에 능숙하고 여러 가지 영감이나 발상은 많지만 맨몸뿐인 청년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를 얻는 창업 형태를 의미한다. 정부 입장에선 은퇴한 시니어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창업으로 몰고 가기엔 창업 성공률이 높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종업원 5인 미만의 영세사업 창업의 생존율은 6년 차에 32%까지 떨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세대융합창업.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이나 재무관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은퇴자들의 멘토링이 이미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위한 정부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중·장년과 청년의 매칭창업을 지원하는 세대융합창업 캠퍼스를 전국 6개 권역에 신설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창업 팀에게는 총사업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억 원까지 마케팅 등의 사업비와 창업 공간이 무상 제공된다. 경험자들은 젊은 세대를 수평적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업 성공률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조언한다. 지난 12월 리스타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 최종웅 대표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공동 창업한 젊은 파트너의 조력이 컸다”며 “구성원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성장동력 여전한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분야는 올해도 여전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3D 프린터나 드론의 경우 올 한 해 대중화를 통해 폭발적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 분야는 주요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시니어들에게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기술개발에 참여하지 않아도, 본인이 평생 해온 분야를 바탕으로 대중화한 솔루션을 이용한다면 4차산업 분야에서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인이나 봉제업에 종사하던 은퇴자가 3D 프린터를 통해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은퇴 건설업자가 드론으로 건축물 균열 검사 등을 하는 식이다. 공유경제 역시 마찬가지. 부동산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공유 경제는 시니어에게 안성맞춤인 분야다. 숙박 공유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 조재은 팀장은 “기존 숙박공유에 참여하는 시니어 호스트의 증가는 지속되고 있는 상태”라 설명하면서 “가이드의 경험과 생활을 공유하는 ‘트립’ 서비스에도 그 특성상 시니어 가이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 위한 ‘건강과 음식’ 고령화와 관련한 건강, 음식에 관한 시장은 고령화 시대에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다. 고령자를 위한 건강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틈새를 공략할 여지는 충분하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슬로푸드에 대한 요구와 기능성 식품의 대중화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액티브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잘 타나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국리서치와 2016년 액티브 시니어 7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제품을 사 먹고(26.9%),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먹지 않으며(39.0%), 음식 성분을 따지며 가려 먹는다(42.3%)고 답했다. 비싸더라도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선호한다는 응답률도 31.3%나 됐다. 특히 유가공이나 농산물의 가공제품 상품화는 ‘귀촌’에 맞물려 은퇴자들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힌다. 수원시 창업지원센터 최봉욱 센터장은 “올해 시니어들에게 유망한 분야는 4차산업과 함께 건강이나 바이오 관련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식이 바뀌면 시장이 열린다 ‘웰다잉’ 우리 사회의 죽음에 관한 인식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후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달 시범사업이 끝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부분. 일반인은 관여하기 어려운 의료 부분에까지 고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죽음학 혹은 죽음준비학의 대중화 역시 우리 사회의 ‘죽음 준비’를 시기적으로 앞당기고 방식도 다양화하는 초석이 됐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냈다. 수의나 봉안당의 사전 준비와 같은 전통적인 분야 외에 엔딩노트 작성, 유품 정리,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 애완동물 신탁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노령화 속도에 비해, 국내 웰다잉 관련 시장의 다양성이나 규모는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국내 웰다잉 관련 산업이 종활(終活)로 대표되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전망한다. 인구절벽 속 귀촌, ‘6차산업’ 노려라 귀농과 귀산촌, 귀어촌을 포함한 귀촌은 ‘편의점·커피숍·통닭집 창업’만큼이나 시니어에게 노후를 보내는 가장 흔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새로운 직업을 찾기보다는 휴양이나 도피의 개념이 컸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귀촌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귀촌인은 조력자나 협력자이기보다는 ‘투자 여력 충분한 동일 업종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마을 일이나 지역 산업에 보탬이 되지 못하면,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으로 자리 잡게 돼 귀촌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귀촌을 할 때는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상품화를 진행하는 ‘6차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는 “6차산업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1차산업과 이를 가공하는 2차산업, 서비스업이 중심이 되는 3차산업을 결합한 형태의 산업을 의미한다”면서 “지역민들에게 귀촌인이 환영받기 위해서는 그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인구절벽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를 귀촌 지역으로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자체의 경우 작목반이나 어촌계 가입비 무료, 거주지 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2018-01-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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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떠나지 않고 내 집에서 ‘도시농부’ 될 수 있을까
- 누구나 노후에 작물을 기르며 텃밭을 가꾸고 싶은 작은 소망이 하나씩 있다. 밥상 위에 놓을 야채 몇 가지가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좋고, 주변에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더 좋다. 여기에 약간의 용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현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그렇다고 집을 등지고 시골로 내려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잘만 하면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다. 바로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은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 자연이 도시화되고 상당수의 인구가 도시에 몰려 살면서 농촌이 가지고 있던 일부 농업 기능을 도시로 옮기고자 하는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다. 그녀는 백악관 텃밭에서 작물을 가꾼 경험을 바탕으로 이라는 책을 2012년에 발간했다. 미국은 자생적 도시농업의 대표적 국가로 각 주정부마다 시민들이 마음껏 경작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한 조례를 마련해놓고 있다. 뉴욕 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도시 텃밭 조성을 위한 시민사회단체가 운영하는 그린 섬(Green Thumb) 프로그램을 시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 식량위기를 도시농업으로 돌파한 쿠바의 이야기나 시민농원법을 통해 공동체 텃밭의 운영을 권장하는 일본 역시 도시농업의 주요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도시농업의 세계적 우수사례 서울 이렇게 많은 도시가 도시농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환경 문제가 있다. 도심의 생태계를 도시농업을 통해 복원시키고 거주 환경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급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로도 도시농업이 꼽힌다. 각종 텃밭 관리나 농업 관련 교육 등은 은퇴자 일자리에 적합한 분야 중 하나다. 특히 ‘땅’을 기반으로 한 농업은 지역 공동체 결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결국 지역에서 거주기간이 긴 중장년층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공동체 문화가 조성되고,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금상첨화다. 국내에서 도시농업에 대해 정책 개발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의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모범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도시농업 1.0 사업을 통해 도시농업이 정착될 수 있는 제반 준비와 함께 다양한 실험적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2018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도시농업 2.0’을 진행하고 있다. 1.0이 관 주도의 취미·여가형 도시농업이었다면, 2.0은 민관이 결합해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지역에 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의 도시농업 사업이 잘 적용된 대표적인 곳이 바로 종로구 행촌권 성곽마을이다. 종로구 행촌동 일대 지역은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으로 그동안 돈의문 뉴타운 사업이나 재개발구역에서 소외되어왔다. 그러다 주거환경관리사업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더불어 도시농업 시범마을로 특화돼 연중 자동화 재배가 가능한 IoT(사물인터넷) 스마트팜 조성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지역민들은 지역공동체 거점인 ‘행촌共터’를 3호점까지 개설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도시농업을 위한 여러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육묘장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텃밭을 가꿔 불우이웃을 도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소득도 올렸다. 양봉도 시작해 꿀 800ℓ를 얻기도 했다. 올해는 도시농업의 특성상 작은 면적에서 높은 효율의 수확을 얻어내기 위해서 부가가치가 높은 더덕, 감초, 어성초 등을 심은 약초밭도 만들었다. 농부 되기 위해선 교육이 우선 도시농부가 되는 과정은 무엇이 있을까. 도시농부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관련 교육과정을 통해 농업의 기초를 쌓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지역별 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정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을 통해 매년 100명 이상의 도시농부를 배출하고 있다. 도시농업 교육기관을 표방하는 민간단체들도 상당히 많다. 일부에선 “교육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 서울시에서 꼽은 도시농업 시민단체만 해도 협동조합을 포함해 44개나 된다. 관련 소규모 시민단체들은 지역에 따라 활성화된 곳도 있지만 조직적, 재정적 어려움도 상당하다. 이러한 교육 과정의 정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가자격증 제도인 ‘도시농업관리사’ 제도가 실시된다. 지난 3월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9월 22일부터 시행 예정인 도시농업관리사는 도시민의 도시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도시농업 관련 해설, 교육, 지도 및 기술보급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또 개정안에는 도시농업의 범위에 ‘수목과 화초를 재배하는 행위’와 ‘곤충을 사육(양봉 포함)하는 행위’를 추가해 도시농업의 범위가 넓어졌다. 해설과 교육, 기술 보급도 도시농업 도시농업이 단지 주변의 작은 유휴지에 작물을 심어 가꾸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텃밭학교나 스쿨팜 사업 등을 통해 작물에 대한 교육과 이를 통한 인성 교육을 추진하는 단체들도 많다. 도시농업포럼의 꿈틀텃밭학교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교장으로 부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5년부터 초등학생들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텃밭을 가꾸는 데 필요한 각종 교육, 채취한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단순한 농업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텃밭이라는 공간을 통해 가족 간의 잃어버린 대화를 회복하고, 아이들의 인성 발달 등 긍정적인 효과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직업으로서 도시농부는 어떨까? 아직은 글쎄다. 일부에선 “농작물을 통해 거둬들이는 수익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강사로 활동하는 것이 벌이는 더 낫다”고 평가할 정도. 도시농업에서의 텃밭이라는 공간은 농촌의 대규모 농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부 지자체나 주민단체가 고부가가치 농작물에 열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이를 가공해 서비스 사업으로 연계해야 도시농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 2017-08-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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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과 인생까지 가꿔주는 직업 정원사를 아시나요?
- 사실 정원사는 우리에게 그리 익숙한 직업은 아니다. 좁은 주거 지역에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국내 대도시의 특성상 대다수의 한국인은 정원이 없는 주거 형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저 사다리에 올라 큰 나무의 모양을 전정가위로 다듬는 영화 속 등장인물이 떠오르는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아파트에서도 작은 정원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공원이나 화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원사는 최근 주목받는 직업이 되고 있다. 콘크리트 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도심 속에 언제부턴가 공원이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실제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 3월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서울 시내에 새로 조성된 공원·녹지는 197개로 나타났다. 총 면적은 188만㎡로 여의도공원의 8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도시 내의 녹지를 넓히려는 목적은 다양하다. 가장 먼저 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이 가장 크다. 실제로 녹지 공간의 유무는 노령층의 뇌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해외의 연구사례도 있고, 올 초 서울대학교 연구진은 녹지가 적은 지역에 살면 고지혈증에 걸릴 가능성이 1.5배 높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심의 폭염이나 열대야와 관련이 있는 열섬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녹지를 계속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녹지 공간의 확대는 결국 관리 인력의 수요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데 그 직업이 바로 정원사다. 각 지자체에서 앞다퉈 양성 정원사에 대한 개념이 최근 들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 정원이나 공공기관의 녹지공간을 관리해주는 개념이 컸다. 조경은 건설과 함께 이뤄지고 정원사는 관리만 한다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원사의 업무 범위가 넓어졌다. 경기도와 함께 시민정원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신구대학교 식물원 박종수 과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최근에는 정원사의 개념이 확대돼 정원 조성을 위한 디자인과 식물의 구성을 기획하고, 식수(植樹)와 관리 능력까지 두루 갖춘 사람을 말하고 있어요. 정원의 디자인만 하는 ‘디자이너’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엔 정원사가 모든 과정에 관여하고 있어요.” 도시의 녹지가 늘어나면서 각 지자체에는 시민정원사 혹은 시민가드너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화초 등 식물의 생육에 대한 정보와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대신, 일정시간 이상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를 통해 이들을 지역주민을 위한 녹지 공간 형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자격증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국가기술자격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조경기능사, 원예기능사, 화훼장식기능사가 있다. 최근 함께 각광을 받고 있는 도시농업과는 개념이 다소 다르다. 도시농업이 ‘생산’에 초점을 맞춰 건물 옥상 등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면, 정원사는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 녹지를 구성하는 일을 한다. 이러한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지자체는 경기도다. 경기도는 2013년 제1기 시민정원사 84명의 인증을 시작으로 경기도 시민정원사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오는 2023년까지 3000명의 시민정원사를 배출할 계획이다. 경기도에서 시민정원사가 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기본 교육과정인 조경가든대학을 이수하거나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대신 경기도민에게는 75만원의 교육비 중 50만원을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시민정원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년간 96시간의 자원봉사에 참여해야 한다. 이들은 수료 후 지자체에서 관리가 필요한 녹지로 파견돼 자원봉사를 하게 된다. 일부 교육기관에 조성된 ‘학교숲’이나 마을의 공한지나 자투리땅의 공원화 등에 참여한다. 땅의 공원화는 범죄율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돼 각 지자체에서는 공원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물의 식생에 관한 교육이 청소년의 교화에도 긍정적 역할을 해서, 전북경찰청 등 일부 기관에선 지역 교육기관과 함께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시민정원사 혹은 시민가드너 교육과정은 지자체별로 조금씩 다르다. 각 지자체별로 호칭도 다르고 교육시간이나 운영방식도 지역 현실에 맞추다 보니 제각각이다. 그러나 지역에 자원봉사 형태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대부분 비슷하다. 교육 후 소득 기대는 아직 ‘흐림’ 화초의 재배나 관리 등은 시니어의 주된 관심 분야이다 보니 실제 교육과정에서도 수강생들이 대부분 은퇴자들이다. 한 지자체 교육 담당자는 “정원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가 많다 보니 독특한 교육문화가 형성되고, 커뮤니티의 결속력도 상당합니다”라고 말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경쟁률이 높은 곳도 있다. 일부 지자체는 경쟁률이 2대 1에서 3대 1가량이나 되어 교육생보다 대기자 수가 더 많다. 재수, 삼수가 기본인 곳도 있다. 박종수 과장은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정원사가 되기 위해서는 1년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이기 때문이죠. 또 아름다운 정원을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꽃의 크기, 키, 화색(花色)까지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정원에 흔하게 심는 팬지만 해도 50종이 넘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교육 효과는 상당하다. 정원사 교육은 생활 속에서 활용이 쉽기 때문에 개인 정원에서 화초부터 실습해볼 수 있다. 또 심리적 변화는 덤이라고 귀띔한다. 앞으로 정원사의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녹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다양한 활용 방안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 각 지자체에서 도시정원사 자격을 앞다퉈 도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대구시의회에서도 시민정원사 인증제 도입이 발의된 상태다. 문제는 시민정원사를 바라보는 지자체의 시선이다. 늘어나는 녹지나 공원에 비해 관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한정된 예산으로 ‘열정페이’만을 강요하는 구조로 정책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대부분의 작업을 자원봉사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직업으로서 정원사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장의 교육 관계자들도 아직까지 취업이나 창업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정부기관이나 기업의 수목관리자로 일부 취업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자리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소수이지만 화초 판매와 생육 방법 교육을 함께하는 플라워카페를 창업하는 사례도 있다.
- 2017-08-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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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에서 만난 사람] 꿈의 은퇴촌, 캘리포니아 라구나우즈 빌리지를 가다
- 미국은 세계에서 실버타운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독립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독립적인 가족문화 때문일 것이다. 은퇴 후 자식에게 의존하기보다는 내 스스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시니어들의 의식도 한몫했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에 이미 실버타운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규모 은퇴 단지만 3000여 곳, 이 중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작은 해안도시에 있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한인들에게는 꿈의 은퇴촌으로 불린다. 365일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입맛대로 골라 즐길 수 있는 클럽활동,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년 친구들, 무엇보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서로를 ‘아름다운 동행자’라 부르는 이곳,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한인들을 만나봤다. 미스터&미세스 손 “입구를 잘못 들어왔네요. 거기서 기다려요. 미스터 손한테 나가보라고 할게요~” 은퇴촌이라고 만만히 봤다간 낭패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총면적은 2100ac(약 250만 평). 라구나우즈 시(市)의 90%를 차지한다. 여의도 전체보다도 크다. 알려준 9번 출입구를 못 찾아 8번 출입구로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9’에서 ‘8’이 멀어봤자 얼마나 멀겠냐 했지만 결국 길을 잃었고 기어이 80세의 주인장을 마중 나오게 만들고 말았다. 나무 그늘 밑에 자동차를 대놓고 5분 정도 기다리자 언덕 위에서 골프카트 한 대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 흐트러진 흰머리를 단정히 하며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노신사. 미스터 손이었다. GPS를 손에 들고도 길을 잃은 젊은이(?)에게 위로의 말도 잊지 않는다. “여기가 원래 넓어서 찾기가 좀 힘들어요. 하하하.” 손기용(80), 손종숙(75) 부부. 빌리지에서 이들은 미스터&미세스 손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와 정반대 쪽에 있는 오하이오에서 40년 넘게 소아과 의사, 병리과 의사로 각각 일하다 은퇴를 했고 6년 전 캘리포니아로 이주,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주민이 됐다. “오래 살았던 오하이오가 익숙하긴 했지만 겨울이 추웠어요. 따뜻한 플로리다로 갈까, 아들이 있는 캘리포니아로 갈까 고민하던 중에 집이 덜컥 팔려버린 거예요. 어디로든 떠나야 했죠. 일단 아들 집과 가까운 이곳 라구나우즈 빌리지에서 월세로 살면서 천천히 결정해보자 했는데, 두 달 만에 집을 샀습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찾던 파라다이스였어요!”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2300ft2(약 65평)의 크기로 거실과 주방, 그리고 두 개의 침실과 화장실이 있는 예쁜 단층집이다. 2011년 당시 80만 달러에 구입했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손씨 부부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 외에도 콘도와 아파트가 있는데 한인들이 선호하는 어바인이나 플러턴에 비해 주택 가격은 다소 낮은 편이라고. 캘리포니아의 화창한 날씨는 부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여름엔 더워도 습도가 낮아 상쾌했고 겨울엔 눈이 내리지 않아 운전하기가 좋았다. 10분이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라구나 해변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갈 수가 있었다. 인근 플러턴과 어바인에는 한국 식당과 상점이 넘쳐나니 한국 음식이 그리울 틈도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유 넘치는 빌리지의 라이프스타일이었다. “한마디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골프, 수영은 물론이고 젊은 시절부터 취미였던 사교댄스도 더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였죠. 빌리지에는 200개가 넘는 클럽(동호회)이 있어요. 원하면 어떤 클럽이든 가입할 수 있고 직접 만들 수도 있어요. 여기서는 심심할 일이 없어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서로 얼굴도 못 보는걸요. 젊은 시절보다 더 바쁘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남편은 독서와 골프를 즐기고 아내는 하이킹과 합창을 좋아한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부부는 각자 활동하는 클럽이 다르지만 이것만큼은 꼭 같이하자고 정해놓은 세 가지가 있다. 손을 잡고 거니는 저녁 산책, 같은 침대 쓰기, 그리고 벌써 20년을 함께해온 볼륨댄스가 그것이다. 빌리지 안에서 손씨 부부는 춤꾼으로 유명하다. 경력 20년의 수준급 솜씨다. 특히 아내 손종숙씨는 전국 경연에도 참가할 만큼 프로급 댄서다. 어느 해 연말파티에서 백인들도 울고 갈 정도로 멋들어지게 춤을 추는 부부의 모습을 보고 이웃에 사는 한인 부부들이 배움을 자청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스 손의 댄스교실은 현재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늦은 춤바람으로 열공 중이다. 부부는 라구나우즈에 들어오기를 두고두고 잘한 일이라 여긴다. 아내에 비해 조금은 소극적인 성격인 손기용씨는 이곳에서 동년 친구들과 격 없이 어울리며 사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평생 쓰고 싶어도 못 썼던 모국어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저녁은 주로 아내가, 아침은 내가 준비합니다. 내가 내린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아내의 모습을 매일 아침 볼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요. 우리는 현재 생활에 아주 만족해요. 둘이 있어서 좋고 친구가 많아서 즐겁습니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즐거움이지요. 아내와 나는 이곳이 마지막 종착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지요. 스트레스가 건강에 제일 안 좋다는데 여긴 그럴 일이 없어요. 이곳에 살고 있는 최고령 한인은 90이 넘은 분이에요. 10년은 문제없겠지요? 하하하.” 라우나우즈의 이장님, 한인회 김일홍 회장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한인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98년. 당시 회원은 30명 정도였다. 타향살이 이민자들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님 동생이 되었고 주말이면 다 같이 한집에 모여 바비큐를 먹고 친목을 다졌다. 이후 7명의 한인 회장이 배출되었고 그동안 빌리지의 한인은 700여 가구 1200여 명으로 늘었다. 옛날처럼 오손도손한 분위기는 없어졌지만 한인의 위상은 커졌다. 현재 8대 한인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일홍(79)씨는 초기 한인회가 한인들 간의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커뮤니티 내 타 인종과의 화합과 클럽활동을 통한 자기계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5년간 이곳에 한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어요. 이대로 가면 빌리지의 한인 비율이 전체의 10%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그만큼 커뮤니티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 좋겠습니다. 매년 빌리지 내에 한국전 참전 용사들을 초청해 기념식과 만찬을 열고 있는데 참으로 뿌듯합니다. 4년 전 만든 한국어 클래스도 아주 인기가 좋아요. 얼마 전에는 아리랑 코리안 문화축제를 열었는데 주민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라구나우즈 빌리지에는 동호회 활동을 위한 대규모 연회장인 클럽하우스가 10여 개 있다. 소규모 모임을 위한 크고 작은 미팅룸은 예약만 하면 10~20달러(1만~2만원) 선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한인들이 주축이 된 클럽도 20여 개나 된다. 김일홍 회장은 클럽활동을 단순한 여가생활에서 더 발전시키려 애쓰고 있다. “목표를 정하고 도전해보자는 거죠. 그 예로 글사랑모임 클럽에서는 2014년부터 라는 수필집을 발간하고 있어요. 회원들의 필력뿐 아니라 편집이나 사진 실력이 매년 발전하는 것을 보며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일홍 회장은 라구나우즈에서 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한인회 관련 일은 물론이고 동호회 활동, 관리사무소나 빌리지 내 시설 사용 등 민원 업무도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앞서 만난 손기용씨는 김 회장을 알뜰살뜰한 마을 이장님 같다고 했다. 빌리지 안에서 운전하며 가다가도 아는 얼굴을 만나면 꼭 차를 세우고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짬을 내어 아프거나 홀로된 노인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도 살펴야 맘이 편하다. 때로는 라구나우즈 빌리지 가이드가 되어 투어 서비스도 한다. 미국 전역에서 톱 10에 속하는 명성에, 한인이 많이 살다 보니 은퇴자라면 한 번쯤 꿈꾸어보는 라구나우즈 빌리지. 입주 문의는 늘 이어진다. 라구나우즈 빌리지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주택 종류에 따라 3만6000달러(약 3600만원)에서 4만2000달러(약 4200만원)가량의 연수입이 있어야 한다. 일정 금액의 자산도 증명되어야 한다. 월 관리비는 650달러로 골프장, 수영장, 헬스클럽, 클럽하우스 등 빌리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시설관리, 조경, 가스, 수도, 케이블TV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김 회장은 빌리지 입주는 어느 정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만 미리미리 은퇴 계획을 세운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재력이 은퇴생활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100세 시대에 은퇴하고 20년,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인들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경향이 있죠. 지나친 헌신으로 은퇴 후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솔직히 우리 나이가 되면 자식보다 배우자, 친구가 더 소중합니다.” 김 회장은 건강과 재력 외에 성공적인 은퇴생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은퇴 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쓸지 몰라 난감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평소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를 준비해놓는 것도 중요해요. 라구나우즈가 최고의 은퇴촌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어놓고 있기 때문이죠.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다들 바빠요(웃음).” 라구나우즈 빌리지의 많은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포토그래퍼 박성원 작가, 성악가의 꿈을 라구나우즈에서 이루고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소피아 최 회장, 춤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을 모아 7년째 고전무용 춤방을 열고 있는 김영옥씨,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리 좋더냐’ 훈남 이수일로 변신한 연극반 채한경씨,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에서 이제는 라구나우즈 미술선생님이 된 이상락씨, 그리고 여전히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고 배려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미스터&미세스 손까지…. 라구나우즈 빌리지가 꿈의 은퇴촌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막힌 골프코스와 수영장, 럭셔리한 클럽하우스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는 여전히 꿈을 이루며 살아가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라구나우즈 빌리지가 아름다운 이유다.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라구나우즈 빌리지’는 라구나우즈 시 안에 있는 은퇴 마을이다. 현재 1만2736세대, 3만6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빌리지 안에는 5개의 수영장과 36홀의 골프코스, 테니스코트, 도서관, 극장, 우체국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라구나우즈에 입주하려면 조합(HOA – Home Owner’s Association)에 가입해야 하는데 크게 협동조합(Co-Op)과 상호조합(Mutual)으로 나눠져 있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조합이 소유주로서 입주자는 집이 아닌 조합회원권(Stock Certificate)을 구입하면 된다. 상호조합의 경우는 콘도 내부 수리와 관리를 소유주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상호조합과 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는 구입한 집을 임대해줄 때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1년 동안 6개월 이상 임대를 줄 수 없다. 상호조합은 임대에 대한 제약이 없다. 따라서 투자를 위한 임대 목적으로 은퇴촌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는 상호조합 콘도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라구나우즈에 입주하려면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반드시 55세 이상이어야 하며, 집값은 일시불로 지불해야 한다. -------------------------------- 라구나우즈 빌리지 웹 사이트 lagunawoodsvillage.com 한인회 웹사이트 lagunawoodskac.com
- 2017-07-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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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고픈 도시민 유혹하는 귀어·귀촌
- 이른 아침 갈매기 울음소리에 눈이 떠진다. 찬거리가 부족하다 싶으면 낚싯대를 들고 방파제로 나서면 그만이고, 수평선을 장식하는 저녁놀은 훌륭한 안줏거리가 된다.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만큼이나 누구나 꿈꾸는 노후생활 중 하나는 어촌에서의 삶이다. TV 속 예능 프로그램이 간간이 보여주는 바닷가 마을에서의 유유자적한 생활은 어촌생활에 대한 동경을 더욱 증폭시킨다. 현실에서도 그럴까? 전문가들은 무작정 어촌으로 떠난다고 해서 즐거운 인생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잘만 준비하면 평범한 귀농보다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귀어·귀촌이다. 우리가 귀어·귀촌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귀어·귀촌에 대한 명확한 정의다. 귀어 혹은 귀어업은 어업활동을 하기 위해 타지에서 어촌에 거주하는 것을 의미하고, 귀촌 혹은 귀어촌은 어업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타지에서 이주하는 것을 말한다. 즉 어촌에서 ‘어업활동’을 하는가가 핵심이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관계부처에서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 등을 근거로 이주자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귀어·귀촌이 뜨는 이유 최근 사회적으로 귀어·귀촌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대략 3가지 정도다. 먼저 활발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다. 고령화로 몸살을 앓는 어촌 지역에 젊은 도시민을 유치해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통해 채집이나 양식 중심의 어업에서 가공이나 관광 등 2·3차 산업과의 접목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창업자금을 1인당 최대 3억원, 주택마련 지원자금을 최대 5000만원까지 연리 2%, 5년 거치 10년 분활상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산업 경영인 육성사업 등을 통해 별도의 사업자금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취업시장으로 몰려나오고 있는 조선업 퇴직자의 구제 방안 중 하나로 귀어·귀촌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어가 소득도 귀어·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어가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어가 평균소득은 가구당 4708만원으로 2015년(4389만원)에 비해 7% 증가했다. 이는 2013년 이후 4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40대 이하 경영주 어가의 선전과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효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수산물 소비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수산물 식자재는 1인당 58kg 정도로 일본(45kg)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공급에 비해 소비가 늘면서 단가와 수익도 자연스레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무작정 바닷가 마을로 떠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귀어·귀촌은 정서나 생활방식, 소득 마련 등 모든 면에서 도시에서의 삶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면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 더욱 막막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귀어·귀촌을 희망하지만 배경 지식이 없어 도움이 절실한 희망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곳이 있다. 귀어귀촌종합센터다. 바다에서 무엇으로 먹고살까 귀어귀촌종합센터는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설립하고 해양수산부가 지원하고 있는 기관으로, 귀어·귀촌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지원제도 안내에서부터 업종 및 품목별 전문적인 기술상담, 창업계획서 작성 자문까지 돕는다.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담당하는 홍순택 전문위원은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을 통한 사전준비라고 조언한다. “보통 특정 지역에 연고가 있고, 집안에서 하던 어업 업종이 있으면 비교적 귀어·귀촌이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본인에게 맞는 정착 지역과 먹고살 업종부터 찾아야 합니다.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주지는 않아요. 또 지원제도가 잘되어 있어서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정착에 성공합니다.” 일반적으로 귀어·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경쟁력 차이가 크다고 전문위원은 설명했다. “새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보려는 20~30대와 은퇴 후 제2인생을 준비하려는 50~60대, 그리고 도시생활에서 도태돼 갈 곳을 찾는 40대로 나눌 수 있어요. 물론 정착을 가장 잘하는 부류는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준비가 잘된 20~30대예요. 반면에 도피처를 찾는 40대들은 쉽게 정착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뭘 해야 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없는 상태이니까요.” 귀어·귀촌을 통해 할 수 있는 업종은 다양하다.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은 배를 사서 고기를 잡는 어선어업이다. 귀어업의 약 65% 정도가 배를 탄다. 이 중 3톤 미만의 작은 배를 사서 연안에서 조업하는 형태가 70%가 넘는다. 정부지원자금만으로도 창업이 가능하고 일을 배우기도 쉽다. 실패했을 때도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3~5시간, 조업 일수도 연간 동해안은 150일, 남·서해안은 200~250일 정도로 다른 직종에 비해 짧다. 금어기가 존재하고 기상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각광받는 업종 중 하나는 양식어업이다. 사전 지식과 자금 확보가 필수이지만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김, 굴, 전복 등의 해수면 양식 외에 육지에서 할 수 있는 내수면 양식도 있다. 뱀장어나 미꾸라지, 아열대성 민물새우인 큰징거미새우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수산물 유통업, 가공업이나 소금산업 등도 선택되고, 최근에는 어촌관광이나 해양수산레저 사업을 포함한 어촌 비즈니스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다. 고령 은퇴자의 경우 해안가에서 조개나 낙지 등의 수산물을 채취하는 ‘맨손 어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촌에 정착만 잘 하면 맨손 어업만으로도 기본적인 생활 유지는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필수 요소 전문가들은 귀어·귀촌을 위한 정보와 기초준비 단계로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후, 각 기관에서 마련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볼 것을 권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해양수산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하는 귀어가, 귀어촌 정착교육 과정과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개최하는 귀어귀촌아카데미와 코칭클래스가 대표적이다. 또 어선어업, 양식업, 해양레저 등 업종에 따른 전문 교육기관도 있다. 귀어·귀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귀어촌 홈스테이 지원사업도 있다. 귀어·귀촌 희망자가 어촌에서 미리 살아보고 정착 여부나 업종 선택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숙박비와 컨설팅 비용의 80%까지 지원한다. 귀어·귀촌 지역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각 지자체의 도시민유치희망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시민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자체의 경우 어촌계 가입비 면제, 어업권 매입 안내, 주거용 사택 실비 제공, 일자리 알선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 여건상 이런 지원책들은 지속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귀어귀촌종합센터의 SNS를 팔로우해두면 편하다. 또 귀어·귀촌 경험자들은 원하는 지역에서 미리 살아보고 마을 주민들과 사전에 의사소통을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지역에 따라 어촌계 가입이 까다롭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배타적, 폐쇄적 성향을 띠는 마을도 있기 때문이다. 연안어업이 가능한 어장이나 양식을 위한 해수면, 해산물 채취가 가능한 해안 등 대부분의 지역 해양자원은 어촌계의 공동소유로 관리된다. 이는 어업권이자 자산의 개념이므로 어촌계의 일원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 큰 비용이 들기도 한다. 한 지역 어촌계장은 “도시민들은 어촌을 생활공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실제로는 생활공간이자 생업의 현장입니다. 따라서 마을의 예법이나 상호간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 2017-06-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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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70 액티브 시니어, 이제는 인출에 신경 써야 할 때
-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대표 인출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좋건 싫건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한다. 그중에는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선택은 인생의 양념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 것인지 등은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택들이다. 반면 오늘 점심을 누구와 먹을 것인지, 이번 주말에는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인생의 양념에 해당한다 할 수 있겠다. 현재의 나는 이런 크고 작은 선택들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도 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돈 5070 세대는 자산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들 세대 중 많은 사람은 현역에서 물러나 여유로운 은퇴생활을 즐기거나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떤 삶을 영위하든 원하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이 필요하다. 이미 은퇴한 사람들은 그동안 모아놓은 돈에서 소득을 만들어내야 하며, 여전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모아놓은 자금과 근로 및 사업소득으로 인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안정적인 소득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대한 조언은 이미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인출(withdrawal)은 이런 소득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것, 즉 노후에 안정적인 소득흐름을 만드는 행위라 할 수 있다. 3040 시절에는 근로 및 사업소득 중 일부를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저축을 했다. 이를 적립(accumulation)이라고 한다. 인출은 3040 시절 목돈 형태로 적립해놓은 자금에서 매달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수단을 선택하는 행위인 셈이다. 매달 생활비가 들쑥날쑥하면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힘든 노후를 보내야 한다. 노후생활 자금을 안정적인 방법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반면 적립 단계에서는 매달 새로운 자금, 즉 저축액이 적립액에 추가되므로 자산을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얼마간의 손실을 보더라도 새로 유입되는 자금으로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출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이유 인출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노후에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 즉 갑작스런 사고나 중대 질병, 세금폭탄 등에 직면하면 노후생활 전반이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노후가 길어진 만큼 이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를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계획을 수립하거나 생활비를 안전하게 조달한다는 이유로 모든 자금을 연금에 넣어두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응하기 힘들어진다. 인생을 배우고 일하는 전반기와 은퇴생활을 하는 후반기로 구분했을 때 전반기 인생은 그대로이거나 소폭 줄어든 반면 후반기 인생은 아주 많이 늘어났다. 만일 후반기 인생의 재무 전략이라 할 인출 전략을 잘못 짜면 아직 삶은 구만리인데 돈의 씨가 마르는 은퇴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인생 말년에 이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아침에 마을 어르신을 만나면 꼭 하는 인사말이 있었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또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이 인사말은 ‘밤새 무탈해서 오늘도 건강하게 살아계시네요’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밤새 안녕!’ 하면 0.5일 정도 수명이 늘어나는 요즘은 어떨까. 똑같은 인사말이라도 그 의미는 다를 것이다. 아마도 ‘수명이 또 늘어났는데, 생활에 문제는 없으신지요?’라는 질문이 아닐까. 희소한 자원을 경제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도 인출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경제활동기에 돈을 아껴 열심히 모아도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기에는 부족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말해 노후를 보낼 자원은 희소한데 이 자원을 사용할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공사연금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인출 전략을 짜는 것이다. 공적연금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사적연금 단독의 인출 계획을 수립하면 더 많은 연금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경우 정상적인 수급 연령보다 최대 5년까지 앞당겨 받거나 늦춰 받을 수 있는데, 앞당겨 받으면 연금액이 1년마다 6%씩 줄어들고 늦춰 받으면 1년마다 7.2%씩 늘어난다. 5년을 앞당겨 받으면 연금액이 30%나 줄고, 5년 늦게 받으면 연금액이 36%나 증가하는 셈이다. 여러 상황을 감안해 국민연금을 5년 늦게 받는 게 유리하다면 은퇴 후 국민연금을 수급할 때까지는 다른 은퇴자금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흔히 가교연금(bridge pension) 전략이라고 한다. 강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건설하듯이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시점까지의 소득공백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연금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적 상황도 인출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자녀 수가 많고 뒷방 늙은이 신세로 살아야 하는 기간이 짧았던 과거에는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자녀 수가 적을 뿐 아니라 자녀들이 부모를 봉양할 만한 여유도 없다. 오죽하면 성인 자녀의 생활비를 보태주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절망의 노후가 아니라 희망의 노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부진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다 쓰고 죽자!’는 말에 그 의미가 잘 녹아 있다. 이제는 부모 자식 간 재산 계정을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경계를 확실히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그것이 부모와 자식 둘 다 사는 방법이다. 이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출 방식의 하나는 연금 외 저축액을 70세까지 유지하는 전략이다. 남편은 85세, 아내는 90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했을 때 퇴직 후 70세까지의 생활비는 사적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과 근로·사업·자산소득 등으로 충당하고, 이후는 퇴직 전까지 모아놓은 연금 외 저축액과 국민연금(필요시 주택연금 포함)으로 생활비를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은퇴자의 평균적인 자산 상황을 감안한 가장 단순한 모델일 뿐이다. 각자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전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 2017-05-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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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인생] ‘산에서 살으리랏다’ 귀산촌을 아시나요?
- “산에 들어가 살아야지.” 중년이라면 한 번쯤 무심코 내뱉어봤음직한 말이다. 산속에서 사는 것을 상상해보면 멋진 영화의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새벽의 신선한 찬 공기와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 통나무집 식탁 위에 차려진 신선한 음식. 상상만 해도 뿌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현장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귀산촌은 냉정한 현실이라고. 영화 같은 낭만과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귀산촌이 갖는 매력은 분명히 있다. 제대로 알고 도전한다면 귀농보다 더 다양한 재미를 느끼며 살 수 있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귀산촌을 알기 위해서는 개념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귀산촌은 다른 업종에 종사하던 사람이 사유림을 구매하거나, 갖고 있던 사유림을 활용해 임업에 종사하며 새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귀산촌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유, 즉 내 산(山)이다. 기존에 임업을 하고 있지 않는 이상 귀산촌과 관련한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산주가 되는 것뿐이다. 산에 들어가서 사는 것을 생각해보자. 산 깊숙한 곳에 들어가 움막이나 텐트를 짓고, 수렵이나 채집을 하며 원시인에 가까운 생활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산에서 생활하며 올릴 수 있는 소득과 내가 살 집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이런 고민, 특히 소득과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다. 바로 산림조합이다. 농촌에 농협이 있고, 어촌에 수협이 있는 것처럼 산에는 산림조합이 있다. 한때는 임업협동조합, 임협으로 불렸던 기관이다. 산림경영계획과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 임업 분야에선 산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행위를 ‘산림경영’이라고 말한다. 내 땅을 어떻게 가꾸고, 어떤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어떤 시설을 지을지는 자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땅의 종류에 따라 건축물을 지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비닐하우스와 같은 생산 시설도 허가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또 국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지원을 받으려면 산림경영계획이 필요하다. 또 전문가도 아니면서 계획 없이 무턱대고 덤비다가는 수익은커녕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귀산촌을 위해 땅을 사기 전에 미리 임업 전문가와 산을 둘러보고, 가치가 있는지, 어떤 사업이 적합한지 조언을 받으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림조합중앙회 선도산림경영지도 팀의 민도홍 팀장은 귀산촌에 필요한 준비 과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산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그것을 산림경영계획이라고 불러요. 10년 단위로 수립한 산림경영계획을 산림청에서 인가받게 되면 산립사업비 보조나 융자를 지원받고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 재산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어요. 숲을 사업적으로 가치있게 만드려면 솎아베기와 같은 준비 작업이 필요한데, 산림경영계획을 인가받으면 정부와 지자체 지원만으로 할 수 있게 돼요. 이 밖에도 다양한 지원책들이 있는데, 결국 혜택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려면 산림경영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나무를 심은 뒤 목재가 될 만큼 자라면 벌목해 판매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관련 법규상 벌목할 수 있는 시기는 수종에 따라 30년에서 40년이 걸린다. 게다가 수익도 그리 크지 않아, 1ha당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이 ‘부수익’이라 말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버섯이나 나물 등 단기 소득 작물을 키워 판매하는 것이다. 산지축산이나 양계도 수익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정부와 산림조합에서는 농·임업인들의 소득 확대를 위해 6차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임산물이 생산되면 이것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생겨날 수 있도록 가공하고, 그 과정을 체험관광 형태로 관광객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체험형 농장이나 숲해설 프로그램, 숙박을 결합한 레저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땅을 살 때 고민해야 하는 것들 내게 어떤 임산업이 맞는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충분히 고민했다면 땅을 알아볼 차례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임지를 구매할 때 ‘경매’를 통한다. 경매 물건을 둘러보다가 괜찮은 땅이 나오면 누가 먼저 가져갈까봐 급한 마음에 덜컥 구매 결정을 내려버리기도 한다. 파주시 산림조합의 백철종 팀장은 가격만 보고 땅을 결정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잃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간혹 어떤 땅인지, 거기서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고민도 없이 땅을 사시는 분들이 있어요. 평당 몇 만원이라면 공짜나 다름없다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런 기준으로 땅을 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나중에 알고 보니 맹지(길이 없는 땅), 골짜기 같은 땅이었다며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죠. 반대로 잘 알아보고 산다면 지적도 상에는 길이 없지만 실제로는 이전할 일이 없는 군부대가 사용하는 길이 있어 사실상 활용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죠. 결국 본인이 현장을 충분히 확인하고, 그 땅을 사서 무엇을 할 것인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그는 귀산촌을 위해 땅을 알아보고 있다면 여러 후보지를 놓고, 그 지역 산림조합을 찾아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 내려오는 경우는 농가주택과 주차장 부지도 함께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평균 경사도 18° 미만의 준보전임지가 좋고, 그렇지 않다면 약간의 농지가 붙어 있는 임지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도시생활 방식 답습하면 실패 정착도 문제가 된다. 귀산촌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산속에 나 홀로 사는 삶이 아니다. 결국 기존의 거주민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사느냐가 귀산촌의 성패를 가름한다. 거주민과의 불화는 전문가들이 꼽는 귀산촌 첫 번째 실패 이유다. 백철종 팀장은 거주민과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마을과 붙어 있는 산은 그 마을의 공동 소유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산을 샀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가장 먼저 하는 게 측량이에요. 여기까지가 내 땅임을 확실히 구분하고 싶으니까요. 그러고는 울타리를 세우고 CCTV까지 달아요. 그러니 곱게 보기 어렵죠.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잘 지내면 그들이 울타리가 되고, CCTV가 되어줍니다. 임산물로 소득을 올리는 과정도 마찬가지예요. 마을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조합 작목반에서 공동으로 활동하면 국가의 생산지원 예산배정 순위가 빨라지고 판로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활동하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해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죠.” 표고버섯 농사를 예로 들면 경작을 위한 원목부터, 비닐하우스 시설, 포장디자인 지원, 차량 구매, 건조시설과 저장창고까지 국고 지원과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마다 배정된 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우선순위가 있어 지역 내에서의 활동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수익은 어떨까? 민도홍 팀장은 산으로 얻는 수익은 유·무형의 것을 다양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떼돈을 벌 목적이라면 귀산촌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고 실제로 고소득을 올리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은퇴자들 입장에선 등산이나 휴양을 즐길 수 있는 환경적 요인, 나무와 같은 후대에 산을 활용할 수 있는 가치, 산림을 개발해나가는 보람 등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 2016-11-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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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식이 만난 귀촌(귀티나는 촌사람)] 경남 하동, 지리산 기슭에 사는 조동진씨 부부 "노후 직업으로 농사보다 이상적인 게 다시 있으랴"
- 박원식 소설가 구불구불 휘며 아슬아슬 이어지는 가파른 비탈길의 끝, 된통 후미진 고샅에 준수한 한옥 한 채가 있다. 집 뒤편으로 세상의 어미로 통하는 지리산 준령이 출렁거리고, 시야의 전면 저 아래로는 너른 들이 굼실거린다. 경남 하동군의 곡창인 악양면 평사리 들판이다. 광활한 들 너머에선 섬진강의 푸른 물살이 생선처럼 퍼덕거린다. 호방하고 수려한 산수 풍광을 한눈에 쓸어 담을 수 있는 요지(要地)에 터를 잡은 셈이렷다. 증권사 지점장 출신인 조동진씨(58)가 동갑내기 아내 고미선씨를 대동하고 이곳 지리산 자락으로 귀촌을 한 건 9년 전의 일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지리산을 애호한다. 지리산의 너그러운 품에 병아리처럼 포근하게 안겨 오순도순 오붓하게 살아갈 꿈을 꾸기도 한다. 조동진씨가 그랬다. 서울에서, 분당에서, 증권맨으로 뛰었던 그는 휴가철이면 매번 지리산을 찾았다. 그렇게 지리산과 교제를 하는 사이 담뿍 정이 들었다. 그 대상이 사람이건 자연이건, 정 들어 사무치게 그리우면 투신하게 마련이다. 나, 퇴직하면 지리산에 살래! 그는 그렇게 안으로 다지고 밖으로는 광고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마침내 일을 저질렀다. 인생의 항해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돛이다. 대양의 바람은 한 곳에서 불어오지만 돛의 향방에 따라 어떤 배는 동쪽으로 가고, 어떤 배는 서쪽으로 간다. 조동진은 의지의 돛, 지향의 눈을 돋워 지리산 산골을 겨누었던 것이다. 사연의 보따리를 헤쳐 볼까. “악양의 산자락에 있는 감나무 과수원 3306㎡(1000평)를 미리 사들이는 것으로 거사를 도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대충 다 컸겠다, 아내만 끌고 내려가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아내가 손사래를 치더라고요. 집사람이 원래 도회적 성향이라서 시골살이에 아무런 매력을 느끼질 못했던 겁니다. 세뇌교육에 들어갔죠.(웃음) 그러던 중 아내가 원인 미상의 중한 폐질환에 걸렸습니다. 의사들이 말하길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이라 하더군요. 그렇다면 이걸 어떡하나. 그래, 자연요법으로 고쳐보자. 이왕지사 땅도 사놨으니까 산골로 가자. 그렇게 아내와 합의를 보고 드디어 시골살이를 시작하게 되었던 겁니다.” “지리산의 그 무엇이 그렇게도 좋았을까?” “제가 실은 대학을 다닐 때부터 지리산에 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었는데요, 그 웅장한 풍경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게다가 저는 바닷가에 가면 힘이 쭉 빠지는 반면, 산에 가면, 특히나 지리산에 가면 힘이 난다는 걸 자주 느꼈어요. 체질적으로 기질적으로 잘 맞는 거겠죠.” “한옥이 매우 근사해요. 저토록 야무진 한옥을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겠죠?” “아내의 폐질환을 다스리기엔 한옥이 유리하다는 생각이었어요. 황토와 목재를 재료로 한 한옥은 숨 쉬는 집이라 하죠. 그러나 남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건축비가 너무 많이 들고, 공기(工期)도 길고, 관리도 힘드니까.” “저는 말이죠, 이왕에 산골의 자연과 야생을 벗 삼아 살 거라면 작고 소박한 집을 짓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 아니랴. 동감입니다. 그저 값싸고 편리한 현대식 집을 짓는 게 좋을 겁니다. 다만, 사랑채 정도는 제법 운치를 풍기는 작은 흙집을 짓는 것도 재미날 거예요.” 조동진씨의 거처 한편엔 나무로 골격을 세우고 흙으로 벽을 쌓아 지은 사랑채가 있다. 누각이 딸려 있는 소담한 별채로 조씨가 손수 설계해 지었다. 여자로 치면 음전하면서도 은근히 요염한 멋을 풍기는 가인을 닮은 집이다. 부부가 수시로 눈을 맞추며 단란하게 속닥이는 데에 사랑채의 용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멀고 가까운 곳에서 찾아드는 벗들과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일에도 쓸모가 많겠지만 말이다. 농사일은 노동이 아니라 축제 조씨의 섬세한 조력과 자연의 협찬 덕분일 테지. 다행스럽게도 아내의 병증은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시골 생활이지만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에도 아무런 흠결이 없다고 한다. 감 농사도 순항이다. 한적한 산골에 입장했으니 그저 한가하게 노닥거리며 자연을 즐기면 그만일 성 싶지만, 조동진씨는 농사일이 오히려 구미에 맞다. 애초에 사들인 땅이 감 과수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감 농사에 뛰어들 수 있었다. “노후의 직업으로 농사처럼 이상적인 게 없습니다. 정년퇴직 없지, 누가 간섭하지를 않지, 적당한 육체노동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지, 정직하게 땀 흘리는 농사일은 단순히 노동이 아닌 축제에 가까워요.” “세상에서 가장 못 믿을 직업이 농사라고들 해요. 벌이가 되질 않는다는 거죠.” “저도 경제적인 면에 관한 두려움이 많았지만 적절히 극복해 왔어요. 2314㎡(700평) 규모의 감 농사를 지어 곶감이나 감식초를 만들어 판매를 하는데 연간 1200만원에서 1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립니다. 그 정도면 무난해요. 시골에선 말이죠, 골프 할 일 없지, 노래방에 가서 도우미를 부를 일 없지, 수입이 적더라도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생각보다는 여유를 부릴 여지가 많습니다.” 흔히 귀촌과 귀농을 구분해서 선택을 하거나 판단을 한다. 조동진씨는 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성공한 귀농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농사에 목을 걸다시피 들입다 땅을 파는 인물은 아니다. 농사에 생활의 한 자락을 걸침으로써 한결 뿌듯한 실속과 실리를 구할 수 있다는 이치를 터득했을 뿐이다. 그의 시골살이 촉이 이렇게 살아 있다. “제 경우는 귀농을 가장한 귀촌인이라 봐야 정확할 겁니다. 그저 작은 텃밭을 일궈 소소한 먹거리를 거두는 귀촌 생활도 즐겁겠지만, 농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신나는 일입니다. 남자는 퇴직을 했더라도 명함이 있어야 해요. 992㎡(300평) 이상의 농사를 지을 경우엔 누구나 명함을 만들 수 있어요. 일테면 ‘지리산 농원 대표이사’라거나, 그런 식으로 떠억 명함을 새길 수 있는 거예요(웃음). 992㎡(300평) 정도의 농사만 지으면 농업인 등록을 할 수가 있으며, 온갖 지원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걸 왜 마다할까? 가급적 농업인 자격을 획득하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하루만 일해도 폼 잡을 수 있는 게 농사에요. 시골에선 말이죠, 하는 일 없이 늘 술이나 마시고 돌아다니면 욕먹습니다. 그러나 농업인으로서 일을 할 경우엔 술을 퍼마셔도 욕먹을 일이 없어져요.” “사전에 열심히 귀농교육을 받고 입촌한 사람들마저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 아녜요?” “도시 인구를 분산하고, 실업을 해소하고, 도농격차 해결을 위해 정부에서 농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갖가지 지원 정책을 펼치지만, 사실 허점이 아주 많습니다. 귀농교육이랍시고 억대 수입이니, 특작물이나 유기농을 운운하며 과도하게 분위기를 띄우지만 사실 허황한 얘기들에 불과해요. 가령, 농사 경험이 없는 사람이 유기농에 도전하는 건 독립운동을 하는 것처럼이나 어렵고 위험합니다. 제가 힌트를 하나 드리죠. 특수작물이나 유기농을 요란하게 하려 하지 말고, 그 지역의 특산물을 하라는 것! 그래야 생산이나 유통의 이점을 누릴 수 있으며, 원주민들과의 소통도 빨라져요.” “빈손으로 귀촌할 경우엔 어떤 재주를 발휘해야 하죠?” “도시에서는 움직이면 돈이 나가지만 시골에선 움직일수록 돈이 들어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양육할 자녀가 없이 부부만 귀농할 경우, 빈손으로 시작해도 무방해요. 퇴직을 한 시니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건강만 있다면, 자세를 낮출 수 있다면, 늘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일당 10만원짜리 일감을 찾는 건 일도 아니니까. 한 달에 열흘만 날품을 팔아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는 겁니다. 문제는 겸손한 마음, 열린 태도이겠죠. 퇴직을 뜻하는 리타이어(retire)는 ‘타이어를 교체한다’는 의미 아니겠어요? 은퇴 뒤 시골에서 살고자 한다면 마음 자체를 싹 바꿔야 합니다. 돈보다는 마음의 행복과 즐거움을 구하는 쪽으로 삶의 잣대가 변해야 하는 거죠.” 시골에서 오히려 진정한 문화생활 누려 사람들은 흔히 시골의 문화적 환경이 열악할 것으로 믿는다. 갖가지 공연과 전시회 따위가 펼쳐지는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살다 보면, 그저 주야간에 앞산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칫 우울증에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조동진씨에 따르면 이는 미신에 가깝다. “서울에서 공연 구경을 가는 건 어쩌다 한번 아닐까? 공연물이 많다지만 막상 향유하긴 어려운 게 도시살이에요. 요즘의 시골엔 지역축제나 산사음악회 같은 문화 행사가 잦습니다. 아이돌 가수에 밀린 7080 가수들까지 대거 참여해요. 저는 이곳 공연장에서 소찬휘라거나 김재동 같은 연예인들을 처음 봤어요. 게다가 관람료는 전적으로 무료에요. 뒤풀이엔 술과 음식이 푸짐하게 나오고요.” “풍부한 상상력으로 바라본다면 산야 자체가 뮤지엄이겠죠.” “제가 도시에 살며 열네 번이나 이사를 했어요. 이사 때마다 고려한 게 창밖으로 달을 볼 수 있느냐는 점이었어요. 여기 산골의 달밤은 얼마나 좋은지요. 사랑채 정자에 앉아 달빛 흥건한 마당을 바라보며 술 한 잔을 하는 일은 최상의 낙입니다. 달 없는 밤엔 별들이 허공에 모이죠. 때로 반딧불이가 공연을 하고, 빗소리가 악곡을 연주하고, 사시사철 모든 풍경이 장관입니다. 뒷산의 야생화들이 뿜는 향기의 잔치는 또 얼마나 행복한지요. 이 다양한 자연 현상들이 명약이자 보약입니다. 시골엔 의료시설이 빈약하다는 소리들이 있지만, 제 아내가 병을 다스린 걸 보면, 저 산야 자체가 하나의 병원이라는 실감을 할 수밖에 없어요.” “앗! 시골 예찬이 극에 달하셨다(웃음). 도대체 아무런 불만이 없는 거예요?” “제가 외환위기 때 쫄딱 망해 시장에서 전을 벌리고 옷을 팔기도 했어요. 박수를 치며, 싸요, 싸요! 외치면서요. 그런 고통의 시절을 겪은 게 인생의 디딤돌이었습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걸 나름 깨달았어요. 그러하니, 제가 원해서 들어온 산골에서 무슨 불만이 있겠어요? 이제 제가 해야 할 일 하나가 남았는데요, 귀촌을 희망하는 은퇴자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해서, 최근 지리산웰빙귀농학교라는 걸 세웠어요. 대차게 밀어붙일 참입니다(웃음).” 10년 가까이 흐른 시골 생활을 통해 조씨는 어언 선수에 이르렀나? 귀촌에 관한 낙관과 긍정에 경계가 없구나. >> 박원식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 2016-09-2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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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개찰구 양방향 활용을
- 시민들은 평소 지하철을 즐겨 이용한다. 러시아워나 하차 시 승객이 많이 몰려서 매우 번잡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찰구 출구와 입구가 한쪽으로만 따로따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세계 최고수준 대중교통 애용 평일 러시아워를 피하여 느긋한 마음으로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탄다. 출퇴근자도 대중교통이용이 보편화된 판에 은퇴자가 승용차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자원봉사활동과 사회교육 참여에 지하철은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요즘의 찜통더위도 시원하게 식혀주고 함박눈 겨울철에는 따뜻해서 좋다. 휴일에는 친구들과 산행을 위하여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면서 포근함을 느낀다. 대중교통애용은 부족하기 쉬운 운동을 보충하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 걷고 기다리고 조금만 노력하면 하루 만보 걷기도 거뜬히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운동이 건강하게 사는 제일 좋은 길이다. 교통문화 개선 필요 시민들은 러시아워에 김밥을 손에 들고 뛴다. 그런데 막상 개찰구에서 줄을 서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한다. 왜 불편을 감수하면서 개찰구 출입을 따로따로 운영해야 할 이유라도 있는가? 요즘 지하철에는 시설보수 공사가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설치 등 편리함을 시민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하철 개찰구 출입 개선문제는 큰 노력 없이 해결할 수 있다.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리던 어르신이 한 말하였다. “지하철 개찰구 양방향으로 통행하도록 진지하게 검토 바란다.”
- 2016-07-20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