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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은퇴] 은행예금이여! 잘 있거라, 나는 간다
- 누구나 다 아는 공자님 말씀 한 자락. 공자(孔子)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위정(爲政)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유혹에 빠지지 않게 되었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았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게 되었고(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무려 2500년이 흐른 지금 적어도 마흔부터 예순까지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요즘 마흔이라는 나이는 말 그대로 유혹의 시기이고, 나이 쉰이 되었어도 하늘을 알기는커녕 나 자신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예순 줄에 들면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을 줄 알았더니 더 노여워지기가 십상이다. 공자님 이야기로 길게 시작하는 이유는 패러다임이 바뀌면 그에 따라 우리의 성향과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인생은 춤(Life is a dance)’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것이다. 인생이 춤이라면 우리는 어떤 춤을 추어야 할까?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것이 “음악이 바뀌면 춤도 바뀌어야 한다(When the music changes, so does the dance)”라는 아프리카 속담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이 속담을 춤에만 적용하고 실생활에서는 적용을 못해서인지 춤은 잘 추는지 모르지만 먹고 살기가 수백 년 동안 힘들다. 반면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나라와 기업, 개인들은 바뀌는 음악에 맞춰 춤을 잘 바꿔온 경우가 아닐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대의 초저금리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우리는 거기에 맞춰 우리가 가진 자산을 잘 관리하고 있는가? 과도하게 부동산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낮은 금리에도 손실 위험이 없는 은행 예금에만 돈을 넣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기고에서 필자는 2001년 83%로 고점을 기록한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보유 비중이 2014년 68%로 낮아진 데 이어 2020년대 초반에는 60% 안팎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 1만 ~ 2만 달러 시대의 ‘내 집 마련’에서 소득 3만 달러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은 집을 넘어 ‘늘어나는 소득을 어떤 자산으로 굴릴 것인가, 즉 예금·보험·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로 자산관리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은행 예금이여! 잘 있거라, 나는 간다’이다. 유명한 소설 제목과 유행가 가사를 적절히 조합한 것이다. 그럼 문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이다. 누가 몰라서 은행에 돈을 예금하겠는가! 막상 집이 싫다고 나와 보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경우와 같은 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융자산 중 예금이나 채권, 연금·보험과 같은 안전자산, 즉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 손실의 위험이 거의 없는 안전자산에 80%를 넣어두고 있다. 반면 주식이나 펀드처럼 수익률이 높을 수는 있지만 원금 손실위험을 안고 가는 투자자산에는 20%만을 배분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는 현금 및 예금(결제성+단기저축성+장기저축성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2.0%로 가장 높고, 그 뒤를 보험 및 연금이 31.5%, 채권이 6.4%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산에서는 주식과 투자펀드가 각각 15.6%, 3.7%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2004년과 비교하면 큰 변화를 읽을 수 있다. 2004년 말의 경우 현금 및 예금 비중이 50.1%로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보험 및 연금 비중이 22.6%, 채권 비중이 9.8%로 총 안전자산 비중이 82.5%였다. 반면 투자자산인 주식 및 투자펀드(2013년 이전 통계의 경우 주식과 투자펀드를 따로 구분치 않고 있음)는 16.4%에 불과했다. 지난 10년 동안 현금 및 예금 비중은 50.1%에서 42.0%로 8%포인트나 줄어들었다. 반면 보험 및 연금 비중은 22.6%에서 31.5%로 늘어나고 주식 및 펀드 비중은 16%대에서 19%대로 늘어나고 있다. 그간에도 저금리를 참지 못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행에서 빠져나와 보험 및 연금, 주식 및 펀드로 대거 돈을 옮기는 머니무브(Money move)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노후생활비의 20~30%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가입이 급증하여 보험 및 연금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물론 일본처럼 제로금리인 가운데서도 현금 및 예금 비중이 여전히 56%를 넘는 나라도 있기는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인들처럼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하면서 은행 예금을 선호할 것인가? 일본의 경우 워낙 쌓아놓은 금융자산이 많기도 한 데다 국민성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다. 하지만 동적이면서 화끈한 국민성에 한쪽으로 쏠리는 신드롬 현상을 자주 일으키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금리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보다 높은 수익률을 찾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경제규모(GDP)에서 전 세계 경제의 23%의 압도적 1위인 데다 금융 및 외환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 무역거래에서는 80% 이상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과 유럽의 금융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에서는 점점 더 아메리칸 스탠더드(American standard)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로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도와 속도의 문제일 뿐 미국형 포트폴리오를 따라가는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현금 및 예금, 보험 및 연금 등 안전자산 비중이 50%, 주식 등 투자자산 비중이 50%로 반반씩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현금 및 예금 비중은 14.4%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 가계들도 현재 80%인 안전자산,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42%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금 및 예금 비중을 더 줄이는 대신 주식과 펀드 등 투자자산으로 돈을 이동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간 즉시연금(보험사 등 금융회사에 목돈을 맡기고 연금으로 받는 상품)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비중이 높아진 보험 및 연금의 경우 추가적 비중 제고보다는 지키는 선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 위주로 금융자산을 운용하다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자산으로 옮겨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음악이 바뀌고 있다면 그에 맞는 춤을 찾아내고 그 춤을 배우는 게 인생이다. 춤과 투자는 엄청나게 연습을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 2015-07-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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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은퇴] 5저 2고 시대에도 부동산을 선호할 것인가?
- 요즘 필자의 부업(副業) 중 하나는 주례를 서는 것이다. 말이 부업이지 돈이 생기기는커녕 꽤나 품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흔쾌한 마음으로 주례를 서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주례가 없어서 결혼을 못하면 안 되지~’ 하는 은퇴연구소장으로서의 애국심(?)이 아니라면 진작부터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주례랍시고 다소 무례한 줄 알면서도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집 마련에 관한 부분이다. 집을 샀다면 어느 지역의 몇 평짜리를 얼마에 샀으며, 전세는 몇 평짜리가 얼마냐 하는 세세한 내용까지 다 털어놓게 만든다. 요즘 젊은이들의 집에 대한 생각과 함께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30대 초·중반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집사기를 꺼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 둘(맞벌이가 대부분)이 벌어서 충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집을 샀다가 집값이 떨어질 경우 당해야 할 충격과 손실은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결국 30대와 40대 초반 연령대들은 ‘지금까지는 집이 주거의 대상인 동시에 투자의 대상이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주거의 대상이지 투자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집을 사야 하고 집을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신화(神話)를 가지고 있는 세대에게는 신선하면서도 생뚱맞은 생각일 것이다.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일까? 물론 양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돈을 모으더라도 반드시 집부터 사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집보다는 좀 더 좋은 차, 특히 외제차를 사고 싶고 둘이서 여기저기, 특히 해외로 여행 다니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신혼부부와 양가 부모의 갈등이 외제차 구입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말로만 듣다가 우리 집 아이들이 그럴 줄 몰랐다”는 부모들의 푸념도 심심찮게 들린다. 서론이 길었지만 젊은 층의 주택관을 들여다본 이유는 이들이 앞으로 주된 주택수요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30대는 집에 대한 애착이 없는 세대이다. 왜냐하면 부모 세대는 악착같이 벌어서 가난과 집 없는 설움을 벗어나는 게 인생 최대의 목표였지만 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가 마련한 집에서 집 없는 설움을 거의 겪지 않고 자란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과연 5저(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저고용, 저자산가치) 2고(고령화, 고소득화)시대, 특히 소득 3만~4만 달러의 고소득시대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 선호가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1993년 76%에서 2001년에는 83%까지 높아졌었다. 하지만 이후 점차 낮아져서 작년에는 68%까지 떨어졌다. 아직도 부동산, 부동산 하지만 13년 만에 고점(83%) 대비 68%로 15%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부동산 보유비중이 계속 하락할 것인가? 부동산 보유비중은 부동산 가격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움직인다. 예를 들면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더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내릴 것 같으면 부동산을 줄이는 대신 다른 자산으로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이 같은 점은 최근 수년간 부동산시장이 침체했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지역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신혼부부는 물론 주된 수요층인 40대가 집을 사지 않고 버티면서 주택가격은 하락안정세를 보인 반면 전세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감안해야 할 것은 부동산시장의 사이클과 함께 소득수준에 따라서도 부동산 선호도가 달라지리라는 점이다. 이를 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보다 소득 3만, 4만 달러를 먼저 간 선진국의 양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인구밀도, 출산과 고령화, 주택건축규제, 주택소유에 대한 인식과 관습, 세제 등에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떤 공통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도출해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처럼 주식시장보다는 은행 위주의 금융제도를 가지고 있는 독일, 프랑스, 일본의 경우 소득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 사이에서 부동산 보유비중이 고점을 치고 소득이 3만, 4만 달러로 갈수록 부동산보유비중이 계속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는 미국과 영국처럼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인들의 부동산보유비중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호·불황에 따라 30~40%에서 움직이고 있다. 개인들의 주식보 유비중이 높은 데다 국토가 넓고 주택 개발지가 널려 있는 반면 인구밀도는 낮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부동산 보유비중은 1980년대에 각각 72%, 71%로 최고를 기록했었다. 이후 조금씩 낮아져서 최근에는 60%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 거품기였던 1980년대에 부동산 보유비중이 65%에 달하기도 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40% 안팎까지 내려와 있다. 필자는 소득수준과 부동산 보유비중의 이 같은 관계를 ‘부동산 포화의 법칙 또는 부동산 포화계수’라고 부르고 있다. 부동산포화계수는 1인당 소득수준이 1만 달러와 2만 달러 사이에서 부동산 보유비중이 고점을 치고 내려오면서 소득이 높을록 부동산보유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금융자산 보유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소득 1만 달러(1994년)와 2만 달러(2006년)의 중간지점이었던 2001년에 83%로 고점을 기록한 부동산 보유비중이 지금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소득 1만 달러시대를 돌아보면 ‘내 집 마련’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은 집은 이제 됐고 ‘늘어나는 소득을 어떤 자산으로 굴릴 것인가, 즉 예금, 보험,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로 자산관리의 초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간 부진했던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하면 부동산 보유비중이 다시 올라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80%에 근접하기보다 70% 초·중반대로 올라갔다가 부동산 경기에 따라 다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다. 특히 부동산보 유비중이 높아지더라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2017년을 고비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인당 소득 4만 달러가 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선례를 따라간다면 2020년경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보유비중은 현재의 68%에서 60% 안팎까지 낮아질 것이다.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 2015-06-0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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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은퇴] 행복의 조건: 3S와 5F
- ‘누군가 사랑할 사람(Someone to love), 무엇인가 할 일(Something to do), 뭔가 바라는 것(Something to hope for)’ 영어권의 현인들이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꼽는 3가지(3S)이다. 여기서 필자의 의문은 “과연 우리가 이 3S만으로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3S가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려면 그보다 더 기본적으로 필요한 2가지가 있다. 바로 ‘돈’과 ‘건강’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니, 그걸 누가 모르냐?”고 반문할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당연한 것이니까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그래서 ‘3S + 2(돈과 건강) = 5F’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진정한 행복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 ‘F’로 시작하는 영어단어, 즉 ‘Finance, Friend, Field, Fun, Fitness’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F는 뭐니 뭐니 해도 돈이다. 해서 Finance. 우리가 열심히 살면서 돈을 버는 것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는 한편 나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어느 정도 돈의 여유가 있어야 나름 설계도 하고 그에 따라 집을 지을 수 있는 것과 같다. 건강하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지만 건강할 때 돈을 벌어놓아야 건강도 지킬 수 있고, 또 건강에 탈이 나도 고칠 수 있다. 두 번째 F는 누군가 사랑할 사람(Someone to love), 즉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놀 친구(Friend)를 의미한다. 친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친구는 배우자를 포함한 내 가족이다. 평소에 배우자와 자녀는 물론 부모·형제 등 가까운 친척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은 바쁘니까 이 담에 하지 뭐 하다보면 살가운 정은 다 떨어지고 난 다음일 수도 있다. 가족을 의미하는 영어 ‘FAMILY’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소설가 최인호 선생처럼 부인과 딸을 곁에 두고 사랑한다면서 눈을 감는 것보다 더 행복한 삶이 있을까. 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 외에도 이 그룹, 저 그룹의 친구들과 사귀면서 등산이나 사진 찍기, 여행, 식도락 등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세 번째 F는 뭔가 할 수 있는(Something to do) Field를 말한다. 이때 필드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직장이 될 수도 있고 여가로 사진이나 글쓰기, 춤 배우기, 문화예술 관람, 요리, 여행 등과 같은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자원봉사와 기부활동도 평소나 은퇴 후에나 좋은 필드이다. 꼭 돈만이 아니더라도 내 체력과 재능과 시간 등을 얼마든지 기부하면서 자존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준비해놓으면 귀농귀촌 또한 훌륭한 필드가 될 수 있다. 요즘 뜨는 필드가 또 하나 있다. 방송통신대 또는 학점은행제 대학 등에 다니면서 그간 못 다했거나 하고 싶었던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퍼져 있는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 필자가 아는 분은 80이 넘은 나이에 방송통신대 일문과, 중문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불문과에 다니고 있다. 일본어 찍고 중국어 거쳐 불어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그에게서 청년의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학점은행제 대학 등록자 중 60세 이상의 수를 보면 2008년만 해도 4500여명이던 것이 2013년 현재 2만 300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결국 소득을 얻기 위한 일자리뿐 아니라 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소일거리가 곧 좋은 필드가 되는 것이다. 네 번째 F는 재미를 의미하는 Fun이다. 지난 번 기고에서 말한 것처럼 즐겁고 재미있어야 인생이다. 뭔가 바라는 것, 기대하는 것(Something to hope for)이 없는 인생보다 더 지겹고 재미없는 삶도 없을 것이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가 몇 년 전 22개국 2만여명의 사람들에게 ‘은퇴’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다수 선진국 사람들은 ‘자유, 만족, 행복’이라고 대답한 반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첫 번째로 꼽았다. ‘외로움, 지루함, 두려움’이 그 뒤를 이었다. 돈과 할 일이 어느 정도 있고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들과 함께 나만의 재미, 그 무엇을 찾아 떠나봄직 하지 않은가.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는 아들과 딸 부부들이 여행갈 수 있도록 어린 손자와 손녀들을 봐 주고 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부인 영자와 손잡고 여행을 떠날 사람은 바로 덕수란 말이다. 다섯 번째는 앞선 4가지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강(Fitness)이다. 필자의 영어가 짧아서인지 건강하면 Health만 떠오르는 바람에 ‘4F 1H’하려다가 다행히 Fitness가 생각나서 5F로 완성할 수 있었다. 군말이 필요 없다. 건강이 없다면 돈과 친구, 일거리, 재미도 다 나의 것이 아니다. 얼마 전 한 TV의 장수 관련 프로그램에서 104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73세 따님의 이야기가 나왔다. 무남독녀인 이 따님이 자녀들을 다 출가시킨 후 노모를 모시기 위해 시골로 내려온 것이다. 어느 날 잠시 외출했다 돌아오니 치매 기운이 약간 있는 어머니가 마당에 나와 계셨다. “쌀쌀한데 왜 나와 계시냐?”고 했더니 그냥 기분이 좋다면서 노래를 한 자락 하시는 거라. “술 잘 먹고 돈 잘 쓰니 금수강산이더니, 술 못 먹고 돈 못 쓰니 적막강산이로세.” 정선아리랑의 한 자락이었다. 술 잘 먹고 돈 잘 쓴다는 것은 5F, 즉 돈과 할 일, 친구, 재미, 건강의 5박자가 잘 갖춰져 있는 금수강산이다. 반대로 술 못 먹고 돈 못 쓴다는 것은 5박자 중 대다수가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니까 적막강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5F가 얼추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하면 내가 바로 공자도 부러워할 5자(놀자, 쓰자, 주자, 웃자, 걷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5F가 5자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5F 중 Finance는 은퇴설계 중에서도 재무적 설계에 해당하고, 나머지 4F는 비재무적 설계라고 말한다. 재무적 설계를 넘어 비재무적 설계도 잘 생각하고 준비해 놓아야 행복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말은 쉬워도 갖추기는 어려운 게 5F이다. 로또 당첨과는 달리 조금씩 조금씩 오랫동안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5F를 하나씩 따져보면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채워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자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누가 말했나.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 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
- 2015-04-17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