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꿈꾸는 중년에게 수수료나 광고비 등의 비용 부담을 지우는 온라인 플랫폼은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잘 활용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인생 2막을 여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낯선 분야에서 길을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 ‘선배님’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사업 분야를 구상하고 사업장을 열어 판매를 시작한다. 일련의 과정이 모두 당신 손에 달려 있다. 다수의 중년이 창업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창업할 때 온라인 플랫폼을 빼놓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전자상거래 매출을 강하게 끌어올렸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오프라인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머스에 상당수 흡수됐기 때문이다.
‘흡수’는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조 9023억 원으로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7% 증가했다. 이제 사람들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던 겨울 외투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고, 마트나 슈퍼마켓 대신 새벽배송을 약속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장을 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온라인 쇼핑 추이를 조사한 결과 50대는 이용률이 31.2%에서 60.2%로, 60대는 12.7%에서 60.2%로 증가했다. 5060의 월평균 구매 빈도도 1.8회에서 4회로 늘었다.
사업을 준비하거나, 온라인 판매처를 마련하고자 하는 입장에선 이미 많은 회원이 모여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에 진입한 중년들은 잇달아 고배를 마신다. 비싼 광고비와 수수료, 오를 기미가 안 보이는 매출 그래프를 보고 있노라면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의 성공 사례로 매체에 소개된 네이버스토어 ‘미라클 5.5’ 운영자 엄형섭 씨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일단 하되, 길게 보자
강원도 원주시에서 5.5평짜리 작은 카페를 운영하던 그는 강원도경제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국내 유수의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했다. 그러나 기존 업체들에 밀려 생각만큼 노출이 되지 않았다. 고민하던 그는 검색 광고를 신청하고 블로그 마케팅을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출마저 폭락했다. 그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기로 마음먹었다.
라이브 커머스는 생방송을 의미하는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상거래(Commerce)가 합쳐진 단어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물건을 사고파는 새로운 상거래 방식이다. 그는 촬영, 물건 구성, 방송 구상 등 방송 제작 및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작업을 직접 했다. 방송 제작을 외부에 의뢰할 경우 드는 비용도 만만찮아서다.
그는 100일 동안 100회 방송을 꾸준히 진행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초반 방송들은 다시 보기 힘들 만큼 어색했지만 점차 방송 스킬이 늘었다. 시청자 수도 늘어났고, 방송을 켜면 항상 시청해주는 고정 시청자들도 생겼다. 무엇보다 매출이 눈에 띄게 뛰었다. 한 시간 방송 내내 아예 팔리지 않거나 한개 겨우 팔리는 수준이었으나 방송 횟수가 10회를 넘어가자 오프라인 매출을 앞지르는 정도가 됐다.
엄 씨는 온라인과 영상 매체가 낯설더라도 우선 도전해보라고 추천했다. 고통스럽겠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즐기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방법은 단연 소통이다. 직접 만나 판매자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확인받을 수 없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효과적으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판매자가 성공하기 마련이다. 텍스트보다는 음성이, 음성보다는 영상이 좋다. 온라인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고 댓글과 후기를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그 사이에 텀이 생기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이 단연 유리하다.
김성진 한국스마트미디어협회 상임이사 역시 “길게 보기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온라인 플랫폼 스토어도 사업이기 때문에 한두 달 정도의 짧은 기간에 승부 보려 하지 말고 호흡을 길게 잡아야 한다. 동네 치킨 가게를 열면 매출이 오르고 단골이 생기는 시기가 단계적으로 오듯, 온라인 플랫폼에 낸 상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떤 물건을 어떻게 팔지는 온라인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요즘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콘셉트, 잘 팔릴 것 같은 물건을 찾아 나서기 쉽지만 그보다 더 중시해야 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판매자 개인의 취향이다.
좋아하는 걸 팔아라
엄 씨의 경우는 취미가 직업이 된 사례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좋아했던 커피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 연구해나갔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니 힘들기보다 즐거웠다고 한다. 이전에는 훨씬 돈을 잘 벌었지만 행복하지 못했고 괴롭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하면서도 행복하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춰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매출 상승이라는 결과까지 얻어냈다. 좋아하는 분야다 보니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지난하지 않은 덕분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제9회 GTI국제무역·투자박람회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진행된 기념 쇼핑 라이브 방송에서는 4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전자상거래 기반 취·창업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는 김 상임이사는 사업 분야로 평소 관심사를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만들어진 온라인 상점에 제품을 올릴 때도 전문성이 보일 수 있도록 제품에 대한 공부는 필수다. 이는 시간을 오래 들여야 하는 작업이지만, 온라인 상점으로 성공한 판매자들은 공통적으로 거친 과정이기도 하다. 직접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상점과 달리 온라인 상점은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과 경로가 한정돼 있다. 한정된 경로에서 전문성을 드러내 신뢰를 쌓는 방법은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을 사업 아이템으로 고르면 된다.
소통하고 벤치마킹하라
온라인 사업자들이 갖는 고민의 결은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을지, 지금 하는 방식이 맞는 건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불안해하기도 한다.
온라인 플랫폼 측은 이러한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이에 판매자들을 위한 강의를 주기적으로 열거나, 온라인 스토어 운영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이 담긴 칼럼을 게재해 참고할 수 있게 한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카카오톡 스토어는 판매자 인터뷰 ‘셀터뷰’를 공개한다. 특색 있는 상점과 판매자의 운영 노하우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셀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다른 판매자의 상점을 참고하라는 조언이다. 지역에서 오프라인 판매를 기반으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안옥남’ 스토어 판매자는 “다른 스토어의 성공 사례를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기본적인 상품 관리나 상점 운영 등 전반적인 내용 외에도 상점을 어떻게 운영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스토어 ‘혜자마트’ 판매자 역시 “잘하고 있는 스토어를 벤치마킹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잘하고 있는 스토어의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적용해야 성공적으로 상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클래스에서 운영하는 코칭 프로그램에서도 벤치마킹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기관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듣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온라인이나 컴퓨터 활용법이 낯선 이들을 위한 컴퓨터 기본 활용법, 라이브 커머스를 노리는 이들을 위한 영상 촬영, 온라인 플랫폼 입점부터 도매처에서 제품을 사 판매하기까지 전 과정을 실습해볼 수 있는 강의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물론 강의의 내용과 수준은 개인별 상태와 편차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강의 수강을 추천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강의에서 만난 다른 온라인 상점 판매자들과 커뮤니티를 생성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과 경기도 디지털배움터 사업 등 여러 기관과 취·창업 교육을 진행해온 김 상임이사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고민, 같은 처지에 놓인 온라인 상점 판매자들이 수업을 함께 듣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기도 쉽다.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주면서 개개인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한 온라인 플랫폼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는 수강자들만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사전 미션을 제공한다. 기본적인 설정조차 어려워하는 초보 판매자들이 충분히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상임이사는 “같은 온라인 스토어라도 취급하는 물건이 다르고 분야가 다르면 대응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메타버스 관련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같이 구현된 가상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 속 가상 세계 명칭인 ‘메타버스’에서 유래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가. 메타버스는 이미 추억 속 인물을 재현하는 기술,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 기술 등으로 우리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희망과 긍정을 노래했던 혼성 그룹 ‘거북이’가 오랜만에 무대에서 뭉쳤다.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OST인 가호의 ‘시작’을 편곡했다. 신나는 노래인데도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심지어 함께 무대를 꾸미는 멤버들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꾹 참은 채 노래를 부른다. 가족들도 지켜보며 눈물을 훔치는 가운데 웃고 있는 이는 단 한 사람, ‘터틀맨’뿐이다.
지난해 말 CJ ENM 음악 채널 엠넷의 특집방송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에 방영된 풍경이다. 이 프로그램의 다른 에피소드에선 전설적인 가수 김현식이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를 불렀다.
2008년경 터틀맨은 사망했다. 김현식은 1990년에 사망했고, ‘너의 뒤에서’는 1994년 발매됐다. 어떻게 이런 무대가 가능한 것일까. 답은 메타버스 기술에 있다. 엠넷은 음성 복원 기술을 활용했다. AI가 터틀맨과 김현식의 목소리를 학습하고 분석한 뒤 각각의 목소리로 새롭게 노래를 불렀다. 또 터틀맨과 김현식의 생전 영상도 학습하고 분석해 몸짓과 표정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해냈다.
메타버스가 시니어에게 미치는 영역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구현될 수 있다. 한 명의 가상 인물일 수도 있고, 새로운 세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 통일되고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는 못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정리하면, 메타버스에는 실제와 비슷한 세계인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실제 공간에 가상현실을 겹쳐 영상으로 만드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이 있다. 여기에 두 기술을 결합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과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까지 모두 포함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렵도록 사실적으로 구현한 가상 세계가 메타버스다.
AI로 구현된 터틀맨과 김현식 무대의 청중에는 가족들도 있었다. 가족들은 눈물을 훔치며 지켜봤다. 비록 만질 순 없지만 사랑했던 이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들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살다 보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게 된다. 이별 후 오랜 시간이 흘러서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그리움을 덜어낼 수 있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일도 다양하다. 메타버스는 공간 제약이 없어 오히려 현실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쉽게 외출할 수 없는 요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손쉽게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면 지금은 갈 수 없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단순 체험뿐 아니라 교육과 훈련에 적용해 차원 높은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초보 파일럿이 가상 세계에서 비행 훈련을 할 수 있게 도와 사고 위험 없이 비행 숙련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2019년 SK텔레콤은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을 이용해 부천에 있는 축구 꿈나무가 런던에 있는 손흥민으로부터 직접 축구 코칭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다른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메타버스 타고 헬스케어 진입
정치, 경제, 과학, 예술 등 실제 세계를 구성하는 분야는 셀 수 없이 많다. 실제 세계가 다양하다면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시니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메타버스 분야는 바로 의료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헬스케어는 뇌파와 시선 분석을 통한 치매 진단부터, 가상 공간에서 치매 예방 훈련 프로그램과 재활 치료까지 도우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엠넷 방송이 디지털 휴먼을 소환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해줬다면, 메타버스 헬스케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현실의 시간을 늘리고, 시니어의 젊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
AI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룩시드랩스’가 대표적이다. 룩시드랩스는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가상현실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고, 노년층의 치매 위험 정도를 파악해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사람의 뇌파 관련 데이터를 모았다. 뇌파 변화, 동공 크기 변화, 시선 처리 속도 등의 데이터베이스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을 판별한다.
룩시드랩스는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지 건강을 관리해주는 개인 트레이너 ‘루시’를 선보였다. 루시 사용자는 매일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인지 능력을 테스트한다. 뇌파 센서 6개와 시선 추적 카메라를 활용해 전문적인 두뇌훈련시스템을 제공받는다. 사용자는 가상 공간에서 박스를 이용해 공간을 구성하거나, 컨트롤러로 드래곤을 처치하는 등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다. 사용자가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동안 클라우드 서비스가 뇌파와 안구 운동을 분석한다. 분석된 내용은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 형태로 제공되며, 태블릿이나 모바일 기기로 가족, 의사와 공유할 수 있다.
메타버스로 기분도 up 몸도 up
KT도 두뇌 개발 및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서비스를 출시했다. 바로 ‘리얼큐브’다. 놀이를 위한 공간과 평평한 벽면이 있다면 집에서도 메타버스에 빠져들 수 있다. 리얼큐브 이용자는 콘텐츠 체험용 매트 위에서 벽면에 투사된 가상 공간을 바라보고 노화 방지를 위한 콘텐츠들을 체험할 수 있다. 동작인식 센서가 어르신들의 손짓이나 몸동작을 인식해 특별한 기기 없이도 게임을 조작할 수 있다. 비눗방울 맞혀서 터뜨리는 게임, 몸짓으로 리듬에 맞춰 분리수거하는 게임, 숫자 연산 게임 등이 있다. 공이나 막대기 같은 부자재를 이용할 수 있어 두뇌와 신체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다.
리얼큐브는 전국 시니어 기관과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예방과 증상 완화에 이미 리얼큐브를 활용하고 있다. 강남구 시니어플라자, 대구 중구 노인복지관,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동대문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리얼큐브 콘텐츠를 활용해 체육대회도 열었다. 대구 중구 노인복지관에서 리얼큐브 프로그램을 체험한 어르신은 “생각이 밝아지는 것 같다. 숫자를 계산하지 못했는데 프로그램 체험 뒤 분별력이 생겼다”며 “기분이 좋아지고 운동도 된다”는 체험 소감을 밝혔다.
KT 관계자는 “리얼큐브를 비롯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계속 확대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라며 “이미 협업한 복지기관 외에도 다른 기관에서 요청하면 KT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 만나는 메타버스가 시니어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시니어들에게 매력적인 도구다. 오랜 삶과 연륜을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더 풍부하게 만들 가능성도 높다.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력을 몰고 올 메타버스에 올라탄 시니어들에게 메타버스는 어떤 공간으로 어떤 기회를 열어줄까.
제페토로 메타버스 맛보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제페토’ 앱을 검색한다. 설치 후 앱을 실행한다. 그리고 ‘캐릭터 만들기’ 버튼을 눌러 가상 세계에서 나를 닮은 사람을 만든다. 먼저 생년월일을 입력하는데, 생년월일은 자신이 먼저 밝히지 않는 한 제페토 세계에서 다른 이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전화번호나 이메일로 가입하거나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트위터 같은 SNS와 연동해 가입할 수도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 계정으로 가입할 수 있다.
셀카를 직접 찍거나 스마트폰 사진첩에서 사진을 선택하면 사진 속 모습을 비슷하게 본뜬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마땅한 사진이 없거나 사진 찍는 게 번거롭다면 표준화된 캐릭터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닉네임을 짓는다. 닉네임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제페토 내에서는 ‘코인’과 ‘젬’이 화폐처럼 통용된다. 코인과 젬으로 내 캐릭터에게 입히는 옷과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주는 8500 코인으로 옷을 살 수 있다. 코인을 다 썼을 때는 출석 후 미션 수행을 통해 코인을 추가로 받으면 된다. 제페토에 푹 빠져 이렇게 받는 코인으로는 부족할 경우 현금결제로 코인과 젬을 얻는 방법도 있다.
코인과 젬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었다면 제페토 월드로 놀러 가보자. 유령의 집이나 벚꽃공원처럼 테마가 있는 맵이 있고, 경복궁과 독도, 한강공원처럼 랜드마크를 본뜬 곳도 있다. 제페토 월드에서는 뉴욕과 몰디브, 베네치아 등 세계적인 관광 명소도 방문할 수 있다.
금융권 종사자들의 은퇴 나이가 빨라지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은행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며 은퇴자 연령이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은행에서는 만 40세 퇴직자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에 종사하는 4050 시니어들일수록 더 빨리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이 오는 14일까지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1월에도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날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 해에 희망퇴직 신청을 두 번이나 받는 적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희망퇴직 신청은 일반직, 계약인력 가운데 1972년 이전 출생한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2019년 희망퇴직이 1964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년이나 낮아졌다. 2년만에 연령 기준을 크게 내리며 대상 연령층을 대폭 확대한 셈이다.
신한은행처럼 다른 은행들에서도 희망퇴직 대상자 연령이 내려가면서 은행업계 종사자들의 은퇴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각 은행이 추진한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주로 1960년대 중반 베이비부머 세대였다. 그런데 올해는 희망퇴직 대상자에 1980년대생까지 포함될 정도로 연령층이 크게 내려갔다.
국민은행은 올해 1965년부터 1973년까지의 출생연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19년 초에는 희망퇴직 대상자 최저연령은 1966년생이었다. 신한은행과 같이 2년만에 대상층이 5년이나 젊어졌다.
NH농협은행은 올해 1964년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년 전에 1963년부터 1978년까지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 2년전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다. 다른 은행과 달리 희망퇴직 대상자 연령층이 확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희망퇴직 대상 연령이 만 41세까지 가능해 2년 전에는 희망퇴직 연령이 가장 낮은 은행이었다. 올해는 이 자리를 하나은행이 차지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년 전에 1964년 이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그런데 올해는 연령층을 대폭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1966년부터 1974년까지 출생자를 대상으로 해 최저 연령대가 무려 8년이 더 낮아졌다. 하나은행은 더 크게 바뀌었다. 1965년부터 1981년생을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아 만 40세까지 연령층이 낮아지며 올해 희망퇴직 신청 연령이 가장 낮은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희망퇴직자에게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 월급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한 달 월급이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3억6000만 원을 특별지원금으로 받는 셈이다.
또 신한은행은 희망퇴직 직원들을 관리전담·금융상담 계약직 인력으로 다시 채용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이들에게는 자녀학자금과 창업지원, 건강검진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희망퇴직을 하면 그동안 불입한 퇴직연금을 일시불로 목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전문가는 "은퇴자들이 퇴직금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퇴직금만 보고 퇴직할 경우 위험하다"며 "은퇴 이후 경제활동을 준비하고 퇴직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5년간 은행에서 일하다 2015년 말 명예퇴직한 A씨는 최근 유튜브 ‘너와 나의 은퇴 학교’ 채널에 출연해 “명예퇴직이 갑자기 이뤄져 미래를 미리 고민할 시간 여유가 없었다”며 “희망퇴직을 선택하면 당장 수억 원 상당의 특별퇴직금을 받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1주일 만에 결정했다. 미리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단돈 50만 원을 벌면서 퇴직금을 관리하는 사람과 소득 없이 퇴직금을 관리하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자산 규모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 또 일을 하면 더욱 건강하고 보람 있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권 희망퇴직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덧붙였다.
대기업 금융기관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라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중소기업 재무 담당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코스닥 시장에 이제 막 등록했거나 등록 직전에 있는 회사는 재무 담당 인력이 취약하다. 이들은 증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다수의 투자가에게 기업재무 내용을 홍보해 본 경험이 없다. 이런 업무는 금융기관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경험한 사람의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해본 사람은 자산운용상담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은행은 자산관리사 중 일부를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은퇴 전에 ‘회사의 금융상품 판매 대리인’으로 근무했다면 이제부터는 ‘고객의 구매 대리인’ 처지에서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추천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
강창희 대표가 제시한 방법 외에 금융권 퇴직자를 위한 정부 프로그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금융특화 전직 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선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퇴직 후 진로를 설정하고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창업 귀농·귀촌은 물론 금융권 퇴직자들이 많이 뛰어드는 금융과 재테크 전문 강사 준비 과정도 지원받을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하는 ‘1:1 현장코칭 숙련인력 양성사업’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금융권 퇴직 전문인력과 중소기업 신규인력을 연결해 실무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퇴직 전문인력은 금융위원회가 산하 금융기관들로부터 수요를 파악해 선정한다.
암과 만성질환으로부터 고통 받는 시니어에게 큰 도움을 주는 암·만성질환 위험 예측 애플리케이션(앱)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7일 의료·공공·금융 등 5개 분야 마이데이터 실증과제 8개를 선정했다. 마이데이터는 각 기관에 산재하는 개인정보를 한데 모아 직접 관리하고, 이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 선정된 8개 사업은 총 80억 원을 투자받는다.
이 중 의료 분야에서 ‘암·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서비스’와 '만성콩팥병 환자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는 시니어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암·만성질환 예방과 관리 서비스는 환자의 진료·유전체정보를 분석해 예측하는 서비스다. 구체적으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암·만성질환 예방·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상기록과 개인건강기록, 유전체 정보 등의 의료데이터를 활용한다.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유전자(DNA) 분석 스타트업 아이크로진은 관련 앱을 출시해 개인별 암·만성질환 위험도 예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누구나 의료데이터 통합 조회·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암·만성질환 관련 서비스는 별도 비용을 지급해야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만성콩팥병 환자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는 인제대서울백병원을 포함한 10개 의료기관이 개발에 참여한다. 콩팥이 3개월 이상 만성적인 손상을 받아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를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를 위한 서비스다. 이 병은 시니어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가장 큰 발병 원인이다.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들은 맞춤 식단, 운동 코칭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임상시험매칭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화 컨설팅과 마이데이터 문화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다리가 너무 구부러졌네요. 다리를 쭉 펴야 운동이 제대로 됩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을 때 듣는 말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모바일 카메라로 움직임을 인식해 동작이 제대로 됐는지 평가한 뒤 건네주는 말이다. 홈트레이닝에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홈트’(홈트레이닝)가 등장하며 피트니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도움 메모핏
스마트 홈트의 특징은 ‘상호작용’, ‘개인 맞춤형’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트레이너의 지도를 직접 받지 못한다는 한계를 극복하고 오히려 더 좋은 장점을 만들어냈다. 원격으로 트레이너와 실시간으로 만나고, 첨단 기술이 동작을 포착하여 교정해준다. 시간, 반복 횟수 등 운동량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개인 맞춤형 운동을 추천하고 계획을 짜준다. 시공간의 한계를 벗어나니 평소 만나기 힘든 유명 피트니스 강사에게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돌려주는 리워드 프로그램, 여러 참가자와 함께 대결을 펼치는 챌린지 프로그램도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첨단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운동은 그 효과도 크다. 시니어 전용 스마트 헬스케어 앱 ‘메모핏’의 자문위원인 김미정 한양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그 효과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적어도 주당 150분의 중등도 강도의 신체 활동 또는 적어도 75분 이상의 좀 더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줄이면 하루 2회 10분 정도의 중등도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을 권한다. 고령자도 주 2회 근력 강화 운동을, 특히 균형과 낙상 예방을 위한 운동을 하길 권하며, 개개인의 취미와 성격에 맞춘 운동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매일 꾸준히 20분씩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며, 운동을 무리하게 할 경우 근육이 오히려 손상될 수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확산세 커져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헬스장을 직접 찾기 어려워지고, 집에서 운동하는 이들이 늘면서 스마트 홈트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후 홈트 관련 검색량이 급증했다. 영상통화로 트레이너에게 실시간으로 코칭을 받는 앱 ‘리트니스’는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이후 하루 운동 참여자와 앱 구매 건수가 모두 4배가량 늘었다.
시니어 중에서도 스마트 홈트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화재의 헬스케어 모바일 앱 ‘애니핏’은 중장년 이용자가 지난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화재가 발표한 ‘2020년 애니핏 앱 이용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이상 이용자는 23만3266명으로, 2019년 10만3462명 대비 12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가입자는 79.8% 늘어난 9만2302명이었다. 중장년이 30대 이하 대비 이용자 수도, 증가율도 높았다. 삼성화재는 중장년 이용자 증가 요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 중장년층의 디지털 기기 활용 능력 상승을 꼽았다.
스마트 홈트 앱, 가까운 곳에 있다
알고 보면 스마트 홈트 앱은 이미 우리 곁 가까운 곳에 있다. 스마트폰에는 각 제조사가 제공하는 피트니스 앱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헬스’, 애플은 ‘건강’, LG전자는 ‘LG헬스’ 앱이 있다. 각 앱은 운동량을 측정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데이터가 걸음 수 측정이다. 스마트폰은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소지하고 있기에 정확도가 높고 측정이 용이하다. 또한 분석 능력이 높아서 오른 층계, 보폭, 보행 속도, 보행 비대칭성 등 세밀하고도 다양한 기준으로 데이터를 해석해준다.
스마트폰에서 기본 제공되는 만큼 이용량도 많다. 삼성헬스는 2020년에만 전 세계에서 2억100만 명 이상이 사용했으며, 이들은 30억kcal를 소모하고 78조 걸음 수를 기록했다. 해당 걸음 수를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와 태양을 200번 왕복한 것과 같다.
각 사는 이들 앱의 기능을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삼성헬스는 운동 콘텐츠, 명상, 수면 패턴, 심박수, 혈압 측정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전 세계 이용자들과 함께 걸음 수 대결을 하는 챌린지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등 종합 피트니스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애플은 애플워치, 아이폰, 아이패드와 연계한 ‘피트니스 플러스’를 발표했다. 인공지능이 적합한 운동을 추천해주고, 요가, 자전거 타기, 근력 운동 등 여러 영역에서 세계적인 트레이너들의 수업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시중에는 디지털 기술과 피트니스를 결합한 다양한 앱이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알아보자.
디지털 기술을 집약한 대표 홈트 앱, 카카오 스마트홈트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의 실시간 관절 움직임을 추출하고 분석하여 바른 운동 자세를 알려준다. 운동을 시작하면 이용자의 자세를 트레이너의 자세와 비교하면서 코칭을 받을 수 있다. 관절 추출을 통해 포착된 동작이 트레이너와 일치하면 녹색, 그렇지 않으면 빨간색으로 표시돼 정확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운동이 끝나면 부위별 운동 시간, 소모되는 칼로리, 동작별 정확도를 분석한 정보를 제공한다. 요가, 근력 운동, 필라테스, 스트레칭에 관한 200여 편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고, 손연재의 리듬체조, 양치승의 근력 운동, 황아영의 요가 등 부문별 인기 트레이너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한 달간 운동을 완료한 날짜 수에 따라 메달을 주는 챌린지 프로그램,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촬영하면 칼로리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식단 카메라 기능도 제공한다.
시니어 전용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 메모핏
시니어만을 위해 설계된 피트니스 앱으로, 각종 운동 프로그램부터 화면 구성까지 중장년층에게 적합하게 꾸몄다. 시니어의 신체 특성을 고려해 관절에 무리를 주는 동작은 제외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장년들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구성했다. 두뇌와 근력을 동시에 쓰는 맞춤형 듀얼태스킹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와 치매 예방을 한 번에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치매에 효과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재활의학과, 치매 전문 신경외과 전문의의 자문을 받았고, 대한노인재활의학회의 검수도 진행했다. 기저질환 유무 등 사용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앱에 가입해 ‘체력 테스트’를 진행하면 생년월일, 키, 체중은 물론 수술 여부나 질환 유무가 입력되고,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개인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체력검사는 주기적으로 진행한다. 스마트폰 앱을 TV와 연동시킬 수도 있다. TV와 무선랜 또는 HDML로 연결하여 큰 화면으로 보면서 동작을 따라 하기 수월하도록 했다.
실시간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리트니스
실시간으로 홈트레이닝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코어 운동, 필라테스, 줌바, 요가 등 다양한 운동 수업을 집에서 라이브로 수강할 수 있다. 매주 지정된 시간에 진행되는 라이브 수업을 예약해두면 당일에 알림 문자를 준다. 코칭은 영상통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트레이너에겐 모든 참여자가 보이고, 참여자들에게는 트레이너와 자신의 모습만 보인다. 트레이너가 실시간으로 개인별 피드백을 주기에 정확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트레이너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이름을 불러준다는 점만으로도 중간에 영상을 끄고 운동을 포기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AI 트레이너의 개인 레슨, 875
국내 최초로 AI(인공지능) 코치를 도입한 앱이다. AI 코치가 개인별 신체 상태를 고려해 운동 습관을 밀착 관리한다. 사용자가 AI와의 채팅 상담을 통해 운동 계획과 실행, 성과 분석 과정에 도움을 받는다. 5주간의 운동 계획을 짜고, 올바른 운동 습관을 정착시키기 위해 밀착 관리 스케줄을 정한다. AI 코치의 최대 장점은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력이다. 사용자의 신체 상태, 목표, 체력을 분석해 최대 2만4000여 가지 운동법 조합 중 가장 적합한 것을 선정해 5주간의 운동 계획을 설계한다. 정확한 설계를 위해 모션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디 밸런스 체크, 인바디 체성분 검사 결과, 1분 체력 테스트, 자세 습관 자가진단 등을 통해 사용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루 8분 내외로 할 수 있는 맞춤형 운동을 권유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앱 개발사인 ‘티랩’이 현장에서 진행한 4만2000회 이상의 트레이닝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MINI INTERVIEW] 최윤정 플래닛350 대표
시니어 전용 스마트 홈트레이닝 앱을 개발한 계기는? 활기찬 시니어 라이프를 위해 운동은 필수입니다. 운동을 통한 건강 유지는 은퇴 후 찾아오는 고립감과 우울감을 없애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트니스센터와 노인복지관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홈트레이닝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를 위한 홈트레이닝 콘텐츠 및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는 와중에 정작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가 꼭 필요한 시니어들을 위한 콘텐츠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모핏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프로그램은? 앱 내 체력 테스트를 통해 이용자의 건강 상태와 운동 능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알고리즘에 따라 이용자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생성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설계합니다. 운동 프로그램은 의학 전문가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건강관리뿐 아니라 근감소증 및 낙상, 치매 등 노화 위험 요소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치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치매 예방에 중요한 하지 균형 감각과 근력 운동에 초점을 두고, 상·하지를 전반적으로 고르게 사용하는 운동을 제공합니다. 또한 운동 동작을 따라 함과 동시에 뇌 활동을 요구하는 듀얼태스킹 운동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두 발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 덧셈 뺄셈을 계산해 손가락을 접으면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한 번에 성공하기 힘듭니다. 몇 번 반복해 성공하면 성취감도 큽니다.
청년의 취업과 실업은 사회적 문제로 늘 언급된다. 하지만 출생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고령자 취업과 실업 문제를 마냥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은퇴가 노동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령화가 우리보다 빨리 진행된 해외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해외의 중장년 취업 지원 제도를 살펴보자.
참고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지난해 일본은 법 개정을 통해서 정년을 70세로 연장했다. 종업원들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 의무’를 규정한 고령자고용안정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올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일본의 가전제품 판매점 ‘노지마’(Nojima)는 근로자의 고용계약 상한 시기를 65세에서 80세로 연장했다. 65세가 된 근로자의 건강 상태와 근무 태도 등을 고려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예정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정년 연장을 통해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숙련된 노동자를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정년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정년이 연장되는 원인은 고령화 때문이다.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다. 실제로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 대부분의 중위연령은 40세 이상이며, 이탈리아와 독일, 일본 등은 50세에 육박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고령화가 진행된 상태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중위연령이 56.4세로 급격히 상승하여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고령화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도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어느 국가도 고령화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고용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지난 10년간 OECD 평균적으로 55~64세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가별로 편차는 존재하지만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네덜란드의 경우 18%P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아이슬란드의 경우 소폭 감소했으나 평균 80% 이상을 유지하며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종합하면 은퇴 이후에도 중장년의 취업은 세계적으로 활발한 상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은퇴자의 역량을 활용한 취업 프로그램이 민간 부문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각 나라에서는 중장년을 위해 어떤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까? 고령화 정책의 선두주자인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 미국
미국은 중장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일과 학습의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지역사회 고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일로써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이를 위해서는 이제껏 쌓은 역량을 발휘하여 일할 기회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삶의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다양한 학습 기회를 준다.
중장년의 관심사에 맞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창업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앙코르 이니셔티브’(Encore Initiative)을 운영한다. 50세 이상 예비 창업자를 위해 온라인 수업, 워크숍, 업무 관련 네트워킹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특히 중장년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설한다. 예를 들어 50세 이상 여성 10~15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경제 및 마케팅 지식, 자영업 상식과 관련된 교육을 한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는 교육 수준이 높은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 성과로 발생한 새로운 일자리는 삶의 의욕을 고취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활동 인구의 빈자리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앞서 본 예와 같이 취업이나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역량을 발달시키거나 삶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교육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백투워크 50플러스(Back to Work 50+)와 로드 스칼라(Road Scholar)다. 전자는 새로운 역량 개발에 해당하고, 후자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백투워크 50플러스는 미국의 5곳의 전문대학에서 진행되며, 중장년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워크숍, 개별 코칭 세션, 컴퓨터 교육, 노후 재정 관리 등을 가르친다. 로드 스칼라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여행 프로그램이다. 야외 모험 활동, 테마 여행, 세대 간 프로그램, 여성 특화 프로그램 등 40여 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매년 10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니어의 학습 욕구를 교실이 아닌 여행을 통해 구현하는 사업 모델이다. 김 교수는 “로드 스칼라는 일반 여행에 학문적 깊이가 더해진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했다.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일본
‘노인들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은 세계적으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UNFPA)과 함께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을 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일본이 28.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23.3%), 포르투갈(22.8%), 핀란드(22.6%)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5.8%로 44위를 기록했다. 고령자의 비율만큼 고령자의 노동 시장 참여율도 높았다. OECD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동 시장 참여율은 약 25%다. OECD 평균이 약 15%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이렇게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경제적·사회적 참여 욕구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63.6%의 고령 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노동 시장에 남아 있기를 원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중장년은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70세 이상도 건강 문제가 없다면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이 70% 이상이었다.
일본은 앞으로도 고령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들을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보고 있다. 고령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민간과 지역 복지기관들이 연계해 다양한 취업과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여 고령 노동자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노동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게끔 보조하는 정책을 계속 확대할 전망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것이 바로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터 인재 프로그램’과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쌓아온 조정 능력, 협상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종합관리 능력을 살려 중소기업 재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도쿄일자리센터에서 주관하며, 대기업 및 중견기업 등에서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쌓은 55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프로그램의 직무 유형은 7가지 직종(경영, 인사노무, 재무경리, 해외영업, IT시스템 관련, 기술관리)으로 구분된다. 취직에 성공한 시니어 중 시니어의 전문성이 직종에 합치된 경우는 약 70%이며, 비전문 영역으로 취직된 경우는 30%다. 시니어 중소기업 서포트 인재의 보수는 근무 시간, 주간 근무 일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주 5일 기준으로 25만 엔(약 264만 원)에서 30만 엔(약 317만 원) 사이다.
한편 민간 영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생애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다. 도쿄에 소재한 민간 주식회사 ‘퀼리티오브라이프’(Quality of Life)가 2006년 11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대기업 전문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경영 자문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조언자로서 경영지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50세 이상을 ‘생애 프로페셔널’로 임명한다. 이들은 고문 또는 어드바이저로서 기업의 여러 경영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생애 프로페셔널은 2가지 효과가 있다. 일단 시니어 전문가의 경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근무 형태로 고문 소개 서비스를 활용하면 주 1회 등 은퇴 후 유연한 방식의 근무가 가능하다. 시니어 비즈니스 관계자는 “은퇴 후 역량을 보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시니어는 기업이 탐내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국가와 더불어 기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일자리 지원에 참여하면 시니어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해외의 민간에서 적용하고 있는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와 기관을 살펴보자.
해외의 중장년 일자리 지원 제도 및 기관
시니어 네트워크
50세 이상 실직한 고령자로 구성된 비영리 사회혁신 조직이자, 덴마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네트워크 단체다. 실직한 고령 근로자가 네트워킹을 통해 노동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로 지역 내 잡센터(Job Center)와 협력하여 구직을 원하는 실직 고령자와 구인처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리스타트 프로그램
50세 이상의 구직자 중 6개월 이상 실업수당을 수령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고용 보조금 정책이다. 일주일에 최소 30시간 이상 일하는 중장년 근로자 1인 고용에 2년 동안 최대 1만 달러의 급여를 보조하는데, 최초 6개월과 12개월에 각 3000달러, 그리고 18개월과 24개월에 각 2000달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제3기 인생대학
전일제 고용에 속하지 않는 고령층의 학습 고취를 위해 만들어진 전국 단위 학습 조직이다. 고령층 인구가 자신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관심사를 나누기 위한 연결망이다. 시험이나 과제 등은 없다. 대신 정규 수업과 스터디 그룹을 통해 흥미가 있거나 자신이 보유한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한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일반 직장의 상무(이사 포함)급 임원의 평균 연령은 5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 연륜으로는 지천명이라 이르는 나이이지만, 새내기 리더로서는 아직 경험하고 알아야 할 게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리더들이 겪을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슬기로운 해결책을 모색해봤다.
도움말 김성남 리더십 컨설턴트(‘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자)
“공정하게 했는데도, 매년 인사평가를 하면 결과를 수긍하지 않는 직원이 생겨요”
↳ 이미 결과가 나온 뒤 대처하기보다는 평소 관리가 필요한 문제다.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직원들이 자신의 인사 평가에 수긍하지 않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목표 수립이 잘못됐을 때다. 가령 직원의 의견이나 역량과 무관하게 상사가 임의로 목표를 정하거나, 지나치게 과도한 목표를 주거나, 애매한 목표를 설정해 후에 오해의 소지를 만드는 경우 등이다. 둘째, 피드백을 제때 하지 않아서다. 인사평가 결과 피드백도 필수이지만, 평소 적시에 하는 피드백도 중요하다. 인사평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실수나 업무 결과가 나왔다면 적어도 일주일 안에는 짧게라도 피드백한다. 이런 과정을 지나치면 직원이 자신의 과오는 쉬이 잊고, 좋은 성과 위주로만 기억하게 돼 인사평가 결과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효과적인 피드백을 위한 노하우
제때 자주 피드백하기: 인사고과 등 연 1회의 평가 때만 피드백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프로젝트 주기나 업무량 등을 고려해 적절한 피드백 타이밍을 잡는다.
피드백 미팅은 간소하게: 피드백이 길어지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반감을 갖게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90년대생의 67%가 적절한 피드백 시간을 5분 이내라 답했다.
데이터에 기반해 구체적으로: 두루뭉술하게 ‘더 노력해라’ 식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납득할 만한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목표도 함께 제시하기: 목표 없는 피드백은 공허하고 무의미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목표와 피드백을 함께 전달했을 때 업무 수행 향상 노력이 60% 증대된다.
사람과 행동 구분하기: 직원의 인격이나 가치관, 성향 등에 대한 언급과 비난은 삼가고 업무 관련 행동과 역량에 한정해 피드백한다.
잘한 것도 언급하기: 긍정 행동에 대해 칭찬을 먼저 해주면 피드백의 부정성이 완화된다. 그렇다고 억지로 잘한 점을 지어내 말할 필요는 없다.
미래지향적인 대화하기: 피드백의 근원적인 문제는 과거지향성에 있다. 문제에 대한 지적과 반성은 짧게 하고, 개선 방법을 제안한다.
“나이 많은 시니어 인턴을 뽑게 됐어요.조직원들과 잘 지낼까요?”
↳ 시니어 인턴의 경우 개인 역량이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직무 설계가 필수다. 상대적으로 난이도와 강도는 낮지만 경륜과 판단력이 필요한 일들을 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연장자에 대한 존중을 잘 하는 편이어서 갈등을 빚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보다는 적합하지 않은 직무와 역할로 인한 문제가 당사자와 다른 조직원의 불편을 초래하고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 어른에 대한 공경 차원이 아닌, 시니어 직원 역시 회사의 인사정책에 따라 공평하게 대우하고, 결과 중심의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
“회식도 하고 사생활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코로나도 우려되고 다들 거부하는 분위기네요”
↳ 직원들이 회식을 거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 방식이 싫거나, 유대감 형성을 위한 자리에 불편한 사람이 있는 경우다. 이런 회식은 오히려 역효과만 생긴다. 방식의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편안하고 유연한 회식 문화를 만들지 의견을 도모해도 좋겠다. 특히 요즘처럼 거리두기 상황에서는 ‘랜선 회식’이 유행이다. 줌이나 구글 미트 등에 접속한 뒤, 각자 원하는 음식을 배달해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형태다. 이때 식사비용은 회사나 리더가 지불한다. ‘괜찮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즐길 만하다는 반응. 이러한 회식 자리에서도 친밀감을 표한다고 사적인 부분을 자주 언급하는 건 좋지 않다. 업무 이외 대화가 하고 싶다면 가벼운 관심사 소재 정도가 적당하다.
조직원이 느끼는 간섭과 관심의 차이
•관심은 상대를 이해하는 행동이고, 간섭은 상대를 평가하는 행동이다.
•관심은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고, 간섭은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
•관심은 듣는 사람의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간섭은 자아존중감을 낮춘다.
•관심이 없어지면 외로움을 느끼고, 간섭이 없어지면 해방을 느낀다.
•관심을 보이면 대화가 이어지고, 간섭을 하면 대화가 끊어진다.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죠? 리더도 때론 지치나봅니다”
↳ 리더가 지치고 힘들 정도로 업무가 많다는 건 혼자 일을 너무 많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적절히 업무를 나누고 위임해야 한다. 사실 리더의 위치 정도에 올랐다면 일의 의미를 못 찾거나 회의감이 드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마음이 계속 든다면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은 없는지, 지금 일을 계속 해도 좋은지 등을 고민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심리·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재 일의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리더의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어떤 준비가 필요하죠?”
↳ 정년퇴직처럼 그 끝을 알면 계획적으로 준비할 수 있지만, 부득이하게 자리를 내려놓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느 시점부터는 언제라도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중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징둥닷컴에서는 임원이 되고 3년 안에 자신의 후계자를 완벽히 육성해야 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그 규모에 따라 리더 인력도 많아져야 하기에,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세운 방침이란다. 그러니 임원급이라면 3명 정도, 팀장급이라면 1~2명 정도의 후계자를 미리 발탁해 업무 코칭 등을 선행하면서 이후의 삶을 준비하면 좋다.
민간·공공기관 퇴직자로 구성된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이하 NIPA 자문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운영하는 해외봉사단 사업으로, 개도국 정부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공 분야의 기술 및 산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있다. 정보통신, 산업기술, 에너지자원, 무역투자, 지역발전 등의 자문을 통해 파견국의 경제, 사회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퇴직 후 자신의 경력을 나눈다는 보람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성장에 일조했다는 자긍심까지 느낀다는 그들. NIPA 자문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미래를 여는 사람 ‘퓨처 오프너’(future opener). NIPA 자문단원 유기열(73) 씨가 직접 지은 닉네임이다. 1970년 전북 순창북중고등학교 교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76년 제12회 농림기술고시에 합격, 이후 30년 넘게 농림수산부 본부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다 국립종자원 서부지원장으로 정년을 맞았다.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게 퇴직 후에도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그의 도전은 계속됐다.
“현직을 겸하며 전북대학교 외 3개 대학에서 20년간 초빙강사로 활동했습니다. 정년 후에도 강의를 이어가면서 숲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2009년부터 국립수목원에서 숲해설사로 활동하다가, 2012년 말 KOICA 자문관 겸 르완다대학교 농대 교수직을 맡게 돼 르완다로 떠났습니다. 좀 더 머물 수 있었는데 집에 일이 생겨 빨리 귀국했죠.”
그는 르완다에서의 경험을 담은 글을 SNS에 올렸고 모인 글들은 ‘아프리카의 심장 르완다’와 ‘눈에 밟혀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그래도 못내 아쉬움이 남았던 것일까. 그는 NIPA 자문단의 이름으로 다시 개도국 쪽에 발길을 돌렸다. 이번엔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에서 마주한 과거의 ‘나’
그는 이미 르완다에서 NIPA 자문단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실제 활동하는 이들까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곳이 나타나길 기다리던 차, 베트남에서 농산업기술과 관련한 자문을 원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막힘없이 지원했고, NIPA 자문단이 되어 한국-베트남 인큐베이터 파크(KVIP)로 향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경제 및 과학기술 등이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 역시 역사가 짧고 기술력이 좋지 않았죠. 젊은 인력이 대부분이었고요. 그래서일까요? 타임캡슐이라도 발견한 듯 젊은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저와 한국이 발전했던 것처럼, 그들도 제대로 된 교육과 훈련을 거치면 충분히 성장 가능하리라 판단했죠.”
시간을 거슬러 ‘청년 유기열’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는 베트남 청년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 밖에도 그에겐 3가지의 목표가 주어졌다. 첫째, 벼 가공시설을 포함한 농수산식품 가공장비의 정상화. 둘째, KVIP 창업입주회사에 대한 자문. 셋째, 메콩 델타지역 농수산업, 특히 쌀 생산, 가공, 저장 및 유통에 대한 자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당초 요구했던 것들을 거의 100%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수십 년간 전문 분야의 이론과 현장을 모두 경험한 덕분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보람과 즐거움도 있지만, 제 성과로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아 자긍심이 생기더군요.”
겸손한 마음이 보람을 키운다
정책 자문 이외에도 기술이전, 교육, 세미나 발표, 학회 기고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으며 스스로 많은 일들을 찾아 하고자 했다. 덕분에 성취감과 만족감 또한 높았다고. 그는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며 NIPA 자문단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들려줬다.
“파견 전 준비할 건 크게 3가지가 있어요. 우선 건강, 그리고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 마지막으로 그 나라의 언어입니다. 그렇게 잘 준비해서 갔다면, 이제 필요한 건 겸손한 마음이에요. 개도국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대접받으려 하면 안 됩니다. 그 나라에도 유능한 전문가가 있는데 나만 잘났다고 위세를 부려서도 안 되고요. 겸손하고 경청하는 자세로 다가가야 그들도 마음을 열고 자문 내용을 잘 수용하려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의견 충돌이 일어나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죠. 그만큼 보람도 적을 테고요.”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주고 오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받은 게 더 많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NIPA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얻은 보람과 자신감, 즐거움 등은 그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열쇠 꾸러미 역할을 했다.
“정년은 지났지만 퇴직은 아직 하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벌써 2021년이 다가오네요. 현재 활동 중인 GLG 그룹 컨설턴트 일을 계속하며, 조만간 르완다처럼 베트남에서의 이야기로 책을 내려고요. 또 최근 고경력과학기술인 자격을 얻었는데, 그에 관한 활동도 해나갈 예정입니다. 독서코칭에도 관심이 생겨 그쪽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보려 해요. 그걸 다 해내려면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니, 매일 ‘만 보 걷기’도 해나갈 계획입니다.”
△ 유기열 자문관
ㆍ파견 국가 베트남
ㆍ파견 기간 2017년 8월 14일~2019년 8월 13일
ㆍ파견 분야 산업기술
ㆍ파견 직종 농산업기술
ㆍ파견 기관 한-베 인큐베이터 파크
ㆍ자문 내용 농수산물 가공 산업 자문 및 시설 정상화
여러 직책과 나이대의 사람들이 협력해 업무를 해야 하는 조직 생활. 최근 중장년들은 소위 '꼰대'라는 질타를 면치 못하는가 하면, 90년대생과의 사고방식 차이와 마찰 등으로 직장에서의 동상이몽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리더십 전문 컨설턴트 김성남은 '아직 꼰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갈매나무)를 통해 미래지향적 해법을 내놓았다. 책에서 그는 수평적 리더십이야말로 90년대생에게서 아이디어와 성과를 끌어내는 지름길임을 조언하며, 꼰대는 되고 싶지 않은 중장년들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Q. 책을 펴내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오랜 시간 조직 리더십 컨설팅을 통해, 젊은 직원들과 일하며 고충을 겪는 중장년 관리자와 리더들을 접해왔습니다. 최근 90년생 직장인에 대한 콘텐츠가 많아졌지만, 흥미 위주로 문제 제기만 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관리자의 입장이나 해결책이 없던 점이 아쉬웠죠. 어떻게 해야 중장년들이 ‘꼰대’ 소리를 안 들으며 젊은 직원들과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에 대한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담아보고 싶어 책으로 펴내게 됐습니다.
Q. 제목처럼 대부분 리더나 관리자가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겠지요. 그런데도 자꾸만 꼰대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에 서글퍼 하곤 합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꼰대’로 전락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먼저 꼰대라는 말이 너무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자기 평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우선 기성세대가 뭘 특별히 잘못해서 꼰대가 된 건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사실 꼰대라는 개념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회자가 된 거예요. 즉, 요즘 기성세대가 뭔가를 잘못한 게 아니라, 그들은 그냥 있는데 세상이 바뀐 겁니다. 중장년과는 다른 성장 과정과 가치관,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들어오니 세대 차이나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죠. 지금의 리더나 관리자들은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자기희생을 해가며 열심히 살아온 이들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된 거지, 그들이 잘못해서 특별히 뭔가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바뀐 상황에서도 옛날의 방식이나 관념을 고수한다는 점이겠죠.
Q. 반대로 ‘꼰대’가 아닌 존경받는 리더의 경우 어떤 특징이 있던가요?
우선 누군가를 ‘꼰대다’, ‘꼰대가 아니다’라고 양분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꼰대의 특성을 적게 또는 많이 가질 수 있죠. 가령 평소엔 쿨하고 깨어있는 사람인데 어떤 측면에서는 고리타분할 수 있으니까요. 다양한 논문이나 연구를 보면 존경받는 리더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요. 첫째, 업무 능력이 출중한 사람. 둘째, 실무를 하지는 않지만 어른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거나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 셋째, 능력이나 카리스마를 떠나 인간적으로 따뜻하고 모성애가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러한 성향을 가진 이들도 어떤 면에서는 꼰대의 기질을 보일 수 있어요. 그러니 어떤 한 면만 보고 이 사람이 꼰대다 아니다를 나누는 건 위험하죠. 또, 이렇게 양분해서 접근하면 누구라도 ‘나는 꼰대가 아니다’라고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더 자기 성찰이 어렵고 변화가 안 되는 거고요. 그러니 스스로도 ‘아, 나는 이런 점은 훌륭하지만 어떤 점은 직원들이 꼰대라고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Q. 꼰대를 벗어나려면 먼저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은데요.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존경받는 리더들마저도 자기 인식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관리자나 임원 정도 된 사람들은 상당히 실력이 있고, 인정을 받아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자부심이 높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자기 인식이 어려운 거고요. 결국 지속적으로 명상하고, 회고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다른 방법으로는, 내가 직장에서 진짜 믿을 수 있는, 나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피드백을 받는 게 자기 인식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 것이 어렵다면 심리검사를 한다거나, 전문가의 카운슬링을 받아보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자기 인식의 시간을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이든, 5분이든 10분이든 날짜와 시간을 정해 주기적으로 해줘야 효과적입니다.
Q. 요즘 90년대생은 ‘노력과 인내가 성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그런 말보다는 어떤 이야기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까요?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해볼게요. 과연 90년대생이 성공과 승진을 원하지 않을까요? 아뇨 원합니다. 성공에 욕심이 없거나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은 ‘지금 내가 속한 조직에서 그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냥 승진이 싫다는 것과 그걸 원하는데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포기하는 건 큰 차이죠. 저는 요즘 젊은 직장인의 경우 후자라고 봐요.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그들의 승진, 성공 말고 뭘 제시할 수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당장 편하고 좋고 누릴 수 있는 것, 아니면 먼 미래에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제시하는 거죠. 매일 회사에 출근해서 워라밸을 지키며 일하도록 근무환경이나 복지 등 당장 손에 잡히는 가치를 충족해주거나, 이 조직에서 얼마나 올라가느냐보다 내 인생에서 어떤 전문가로서 살아가는 데 지금의 직장생활이 도움이 되게끔 좋은 프로젝트와 경험을 쌓게 배려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Q. 부하의 책임을 운운하기 이전에 권한 위임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권한 위임을 못 하는 이유는 리더의 완벽주의 성향으로 인한 강박, 직원에 대한 불신과 불안함 때문일 텐데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명할까요?
어떤 단계라는 관점보다는 원칙을 몇 가지 정해놓고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첫째, 사람에 맞게 위임해야 합니다. 같은 90년대생이라도 사람마다 역량이나 의식 수준은 다릅니다. 직원의 경험이나 강약점, 선호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위임해야 하죠. 그러려면 평소 직원들을 잘 관찰하여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그 위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와 방향성이 명확해야 합니다. 위임을 했는데 그 결과가 기대와 달라져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한 가지 업무를 쪼개지 말고 통으로 위임해야 합니다. 권한을 줄 때는 확실하게 주는 게 동기부여 효과가 크고 직원의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나누어 위임하면 직원은 그 일이 자기 책임이라 생각하지 않고, 팀장의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끝으로, 인내심을 갖고 결과를 기다리되 한 번 준 위임은 피치 못 할 사정이 아니면 바꾸지 않는 겁니다. 그래야 그 직원의 자존감과 신뢰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Q.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오피스,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을 접목하는 조직이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리더는 어떤 변화를 고려하고, 대처해야 할까요?
과거 한국에서는 재택이 안 된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었죠. 최근 코로나19 덕분에 그런 통념은 깨졌고, 재택근무가 표준이 된 곳들도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우려하고 불안해하는 리더들도 있지만, 실제 실행 이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더군요. 그러니 아직 그런 근무 방식에 부정적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게다가 90년생은 유연근무나 재택근무를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으로도 꼽습니다. 실제 이러한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잘 지키는 회사를 더욱 우호적으로 여기는 거죠. 특히 이들은 자기 시간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유연근무, 재택근무는 자기 시간에 대한 통제력을 주는 셈인데, 이를 통해 직원들의 시간을 존중하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꾀할 수 있죠. 이러한 변화에 맞춰 중장년 리더들은 비대면을 통해 더욱 명확하고 간결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과정보다 결과 중심의 평가를 하는 등의 방침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Q. 꼰대라는 표현을 지우기 위해 아래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감수하는 리더들인데요. 이들에게도 쉼과 격려가 필요하겠지요.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재충전할 수 있을까요?
우선 꼰대라는 평가에 너무 의식할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들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잖아요. 자기가 가진 에너지를 최적으로 활용해 조직 생활을 해야 하는데, 중요한 건 그 많은 일을 혼자 다 하려면 안 된다는 거예요. 크고 중요한 몇 가지를 하고 나머지는 다 위임할 필요가 있죠. 모든 걸 다 일일이 챙기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그래야 자신도 워라밸을 찾을 수 있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야근하고, 집에도 일을 가져가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다가 공허해지고, 번아웃이 오는 거예요. 번아웃은 그냥 일이 힘들다고 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힘들게 고생한 것에 대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때 온다고 해요. 산업시대에는 개인의 희생으로 회사가 성장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도 이제 90년생처럼 생각하고, 자신을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조직은 문제없이 굴러가니까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똑똑해서 적절한 권한을 주면 의외로 곧잘 해내죠. 그런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시면서 자신의 제2, 제3의 커리어를 위한 자기계발의 시간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 김성남 리더십 전문 컨설턴트
20여 년 경력의 조직, 리더십 전문가로 삼성, 코트라, 듀폰, SK 등에서 근무했다. 글로벌 HR컨설팅사 머서, 타워스왓슨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컨설팅을 수행했다.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한국어판, '동아 비지니스 리뷰'의 필진으로 활동하며 조직 고나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코칭을 하고 있다. 인문학, 심리학, 뇌과학의 지혜를 경영, 조직, 리더십 분야에 접목하는 게 주요 관심사다.
“근무 첫날은 쥐가 날 것처럼 다리가 저렸습니다. 계속 서 있어야 하거든요. 안 해봤던 일이라 몸 이곳저곳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더라고요.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것조차 못하면 앞으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죠. 4일째 되니 아픈 곳이 없어지고 진즉 일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일하는 순간순간 최상의 기쁨을 느낍니다.” 30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 CGV 인턴십으로 근무하는 김기영(61) 씨는 일을 시작한 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나이에 일? 큰 기대 없이 구직
김기영 씨와의 대화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만 차근차근한 말씨로 달라진 삶에 대해 풀어내는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땅속에서 오래도록 씨앗으로 있다가 싹을 틔워 한 뼘 정도 자란 나무가 그려졌다.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진아 컨설턴트가 그녀를 처음 상담했을 때 취업에 대한 의지는 있어 보였지만 자신감이 떨어져 보였다고 한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제대로 준비도 못한 채 일자리희망센터를 방문한 김 씨, 그것이 그녀 인생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켰을까?
“작년 말 남편이 정년퇴직을 해 집에서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보통 문화센터, 구청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수강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갈 곳이 없어졌어요. 이래저래 답답했습니다. 수십 년을 일하다 이제야 쉬게 된 남편에게 잔소리를 할 수는 없어 답답함을 참고 있을 수밖에요. 어느 날 친구가 동구 새로일하기센터에 구직 등록을 하면 일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더라고요. 사실 못 미더웠지만 신청을 했어요. 돌파구가 필요했거든요.”
호텔 룸메이트 교육에 관심이 있었지만 침대보 하나 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자신을 볼 때 포기가 답이었다. 경력도 없지, 체력은 약하지, 그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의심이 계속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구직 등록을 한 지 두 달 만에 CGV 시니어 인턴십 활동을 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두 줄짜리 이력서 들고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방문
CGV 시니어 인턴십 관련 핸들링은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진행했다. 김기영 씨는 이력서를 가지고 방문했다. 결혼 전에 5년간 은행에서 근무했던 경력과 문화센터에서 컴맹 탈출 교육을 받다 흥미를 느껴 땄던 컴퓨터 자격증 내용을 적은 두 줄짜리 이력서였다.
첫 상담을 했던 이진아 컨설턴트는 이력서 내용을 보충하고 자기소개서를 꼭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기소개서에 고용주가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 있는 경험과 의지를 꼭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코칭 포인트였다.
“극장에서의 근무는 서비스 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김기영 씨가 짧은 기간이지만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봤어요. 고객 응대 서비스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자기소개서를 쓰도록 조언했지요.”
이진아 컨설턴트는 긴 경력 단절로 인해 재취업에 대해 불안해하는 김 씨에게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되찾도록 계속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그러자 점점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면접 스킬을 코칭받고 CGV 면접에 응한 그녀는 결국 최종 합격통지를 받았다.
CGV 극장에서 일하며 기분 좋은 에너지 흡수
출근해서 하는 일은 입장 티켓 확인, 고객 퇴장 후의 간단한 청소다. 하루 5시간 일하고 30분의 휴식시간이 있다. 출근 첫날에는 내내 서 있었던 탓에 다리가 아파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날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조태임 컨설턴트에게서 전화가 왔다. 힘들긴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4일째부터는 아픈 것이 사라졌다. 그 후로는 만족도 최상이다. 취업 후에도 일자리희망센터의 관리는 지속되었다.
“근무를 시작한 후 조태임 컨설턴트가 2~3일에 한 번꼴로 전화를 해서 힘들지는 않은지, 어려운 점은 없는데 꼼꼼하게 묻고 관리해주고 있어요. 덕분에 취업을 하게 되어 고마운 마음이 큰데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까지 불어넣어주니 더할 수 없이 감사해요.”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도 크다고 했다.
“같이 일하는 젊은이들한테 ‘노인네들 데리고 일하니 힘들지요?’라고 물으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며 기꺼이 가르쳐줘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좋은 에너지를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100세 시대라는데, 70세까지는 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찾고자 하면 일자리 정보는 많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할 일은 널려 있다. 오랫동안 경력이 단절된 사람이라도 자신처럼 딱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식물을 좋아하니 조경 관련 자격증을 따서 연관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오늘은 오후 근무가 있는 날이라며 출근을 서두르는 그녀는 일에 대해 100% 만족한다고 했다. 근무 9개월 5일의 인턴십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김 씨에게 CGV 인턴십은 삶의 질과 방향을 바꿔놓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 낸 작은 용기가 불러일으킨 나비 효과다. 조금씩 도전해서 앞으로 한 걸음씩 더 내디뎌갈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노사발전재단 울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취업상담, 교육, 일자리 연결의 세 가지 업무를 진행한다. 취업상담을 통해 예전에 하던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파악해 가능한 훈련과 교육정보를 알려주고 워크넷에 구직 등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생애경력설계, 전직지원서비스, 일일직업체험(타일시공, 드론 촬영 등)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개인의 직업 역량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김기영 씨처럼 구직 단계에 방문하면 이력서, 자기소개서, 면접 스킬 등 구직활동에 필요한 실용정보를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취업 후의 관리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