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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시작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알고 계시나요?
-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 10월부터 시작된 시범사업이 내년 1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사회적으로 논의된 것은 2009년 ‘김 할머니 사건’ 이후부터다. 당시엔 ‘사전의료의향서’로 불렸고 이후 민간 차원에서 캠페인을 통해 작성되기도 했다. 정부의 공식 사업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제각각 이뤄져 작성을 고려하는 시니어 입장에선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과연 어떻게 써야 할까. 정부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관련한 이번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해 희망자와 상담하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작성된 의향서를 등록해주는 기관과 작성된 의향서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이행하는 병원이 지정된 것이다. 정부는 이 기관들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진단해 시범사업 이후 제도를 시행할 때 보완할 계획이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면 일단 정부가 시범사업을 위해 지정한 기관으로 연락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비공식 기관에서 작성하면 효력 없어 현장 관계자들은 정식 등록기관이 아닌 비공식 민간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유도하는 곳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이들 민간기관들은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 임의로 만들어진 양식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하면서 작성과 보관에 대한 비용 등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시범사업의 공식 등록기관들은 의향서 상담과 작성비, 등록비를 받지 않는다. 관계 기관은 여전히 활동 중인 비공식 민간기관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설립추진단 백수진 부장은 “시범사업 등록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작성된 의향서는 양식이 동일해도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는 등록 과정에서 진행되는 상담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작성된 의향서들 역시 법적 효력은 없다. 다만 현재 의향서 작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사능력이 없는 환자라면 과거에 작성한 의향서를 추정적 의사로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참고자료일 뿐 효력을 지니진 못한다. 의사능력이 없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가족 2인의 동일한 의사 진술이 있어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상 가족 전원의 합의도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시범사업에서는 제외된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각 공식 등록기관이 지방의 다른 협력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한 상담과 작성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등록기관 중 2개의 의료기관을 제외하면 공식 등록기관이 서울에 두 곳, 대전에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타 지역의 수요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문제는 협력기관과 비공식 민간기관을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은 “반드시 공식기관을 통해 주거지 인근의 기관이나 상담사를 안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희망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은 더 있다. 의향서 효력에 관한 내용이다. 공식 등록기관인 각당복지재단 관계자는 “간혹 의향서를 작성하고 나면 교통사고 등 응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 등 의학적 처치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을 때만 진행하며 의향서를 작성했다 해도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에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웰다잉 교육과 숙고 필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결정하는 안락사나 존엄사로 이해하는 것도 문제다. 의향서 작성은 임종 과정에서 무의미할 수도 있는 의학적 처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생을 일찍 마감하고 싶다고 해서 죽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는 아니다. 시행 관계자들이 연명의료결정법이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11월 15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총 1331건. 적지 않은 숫자다. 현장 실무자들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결정하기 전에 관련 기관에서 진행하는 웰다잉 수업 등 교육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결정하는 일은 심사숙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 2017-12-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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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보는 가족도 환자로 만드는 가족병
- 1994년 11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국민 앞에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는 “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습니다. 앞으로 나는 나의 친구, 내 가족을 몰라볼지도 모릅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인생의 황혼(黃昏)으로 가는 여행을 떠난다”는 말과 함께 10여 년간 치매와 싸우다 2004년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옆을 지켰던 부인 낸시 레이건은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천천히 분해되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괴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병이 깊어졌을 때 레이건 대통령은 낸시 여사를 알아보지 못했고 자신이 미국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며칠 전 필자는 초등학교 가을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열두 살 꼬맹이였던 친구들은 60대 환갑이 넘은 초로의 모습이었다. 주름진 얼굴, 서릿발 내린 흰머리 등 세월의 흔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웃고 떠들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부모님 안부로 이어졌다. 우리 나이가 육십이 넘었으니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도 많고 살아 계신다 해도 90세 전후라서 어르신들 건강이 좋지 않다. 집에서 치매로 고생하시거나 요양원에 계신 분도 꽤 있다. 자연스러운 치매 얘기에 경험담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치매 환자가 있으면 가족은 비상이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주방에 가스레인지를 켜놓는 등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치매 치료제는 없고 지연시키는 약만 있으나 그 효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최선책은 조기진단과 예방법 실천이다. 알려져 있는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햇볕을 많이 쬔다.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D 섭취량을 높인다. 둘째, 오메가-3가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다. 셋째, 숫자나 퍼즐 게임, 낱말 맞히기, 산·강 이름 암기 등 두뇌를 쓰는 게임을 한다. 넷째, 당분 섭취를 줄인다. 다섯째, 잠을 7시간 이상 충분히 잔다. 여섯째, 항산화제가 풍부한 커피를 하루 3~5잔 마신다. 일곱째, 스트레스를 낮추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명상을 생활화한다. 끝으로 취미, 모임 등에 자주 나가 사회활동을 한다. 이미 치매가 시작되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등급 판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구체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 내용에는 방문 간호, 주간 보호, 단기 보호, 복지 용구 지원 등이 있다. 경증 환자를 위한 주간 보호 시설도 어린이집처럼 운영된다. 중증 환자는 24시간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요양원 입주가 가능하다. 현재 중증 환자의 경우 본인 부담금이 20%인데 ‘치매 국가 책임제’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10%만 부담하면 된다. 필자의 장모님도 등급을 받아 주간 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요양원이 싫은 사람은 간병인을 구하면 되지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요양원이라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각종 프로그램과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어 집에서 갇혀 있거나 누워만 있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다. 치매는 본인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도 환자로 만드는 가족병이라 한다. 평소 예방법 등을 실천해 치매가 오지 않도록 하고, 주기적인 검진으로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고, 치매 관련 제도를 활용해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야 한다. 또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도 환자가 한 생애를 끝내고 황혼 여행을 잘 떠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돌봐야 한다.
- 2017-11-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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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지는 치매 치료 생태계 “희망이 보인다”
-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 어르신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입니다.” 9월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치매 국가책임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치매 환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개인과 가족이 떠안았던 고통을 국가가 나눠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이 치매 치료에 대한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의료계 안팎에서는 벌써 정부의 ‘동기부여’가 효과를 내고 있는 듯하다. 먼저 지난 9월 발표된 정부의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전국에 47곳밖에 되지 않았던 치매지원센터의 확대다. 그동안은 서울과 수도권에만 설치가 집중됐지만, 다음 달부터는 전국 252곳에 ‘치매안심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센터에서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상담과 조기 검진부터 관리, 의료·요양 서비스 연계까지 통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센터에서 받은 상담 내용은 ‘치매노인등록관리시스템’에 등록돼 환자와 가족들이 이사를 하더라도 전국 어디서든 연속적으로 관리된다. 센터 안에는 치매 환자 가족의 정서적 안정을 도울 카페와 인지·신체 활동 프로그램으로 환자의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단기 쉼터도 만들어진다. 기저귀 구매비용도 지원 중증 치매로 인해 이상행동 증상이 심해 가족이나 일반 시설에서 돌보기 어려운 환자는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전국 34개소에서 1898병상이 치매병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립요양병원은 다음 달부터 79개 병원 3700개 병상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치매국가책임제 실행을 위해 정부는 올해 추경에서 2023억원을 이미 집행했으며, 내년 예산안에도 3500억원을 배정한 상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인해 지난 10월부터 중증 치매 환자도 산정 특례 적용을 받게 됐다. 의료비 본인 부담률은 4대 중증질환과 같은 수준인 10%로 경감됐다. 복지부 계산에 따르면 연간 200만원의 자기부담금을 지불했던 입·내원일 수 52일 정도의 환자는 앞으로 77만원만 내면 된다. 그동안 신체기능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배제됐던 경증 치매 환자도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장기요양 5등급을 확대하거나 6등급을 신설해 경증 치매 노인에게도 장기요양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을 위해 시설의 식재료비나 기저귀 구매비용을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이외 전국 노인복지관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미술, 음악, 원예 등을 이용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66세 이후 4년마다 받는 인지기능검사 주기도 2년으로 짧아진다. 치매안심마을 조성 사업과 치매 파트너즈 양성 사업도 확대된다. 한의학계, 치매 분야에 높은 관심 치매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의학계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방 치매 치료의 과학적 효과를 입증하는 데 애쓰고 있다. 최근 부산시 한의사회는 초기 치매 증상인 경도인지장애로 판정된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한방 치료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 중 80.5%(161명)이 인지기능개선 효과를 보였고, 환자 중 82%가 치료 재참여를 희망했다. 또 강동경희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는 ‘한방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치매 예방뿐만 아니라 노년기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강동경희대학교 한방신경과는 서울시와 함께 ‘어르신 한의학 건강증진사업’을 통해 한방 치매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런 한의학계의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치매 국가책임제에) 한의사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에 대한 관심 증가는 치과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매 구강건강정책 테스크포스팀을 통해 치매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책 제안서 제작을 결정하는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도 치매 다뤄 최신 IT 기술도 치매 진단과 치료에 나서고 있다. 류호경 한양대 아트앤테크놀로지학과 교수팀은 최근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VR)을 이용해 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은행 ATM, 대중교통 이용 등과 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을 가상현실 속에 구현하고, 참가자의 움직임 분석을 통해 치매 증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방식은 진단 과정에서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진단 방법은 설문 문항을 시험지처럼 작성하는 방식인데, 질문에 대해 반발하는 환자도 적지 않았다. 암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인공지능 ‘왓슨’과 유사한, 치매를 치료하는 인공지능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 가천대 길병원은 뇌 질환 진료지침 정밀의료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일종의 뇌 전문 인공지능 의사로 디지털 뇌 영상 빅데이터를 구축해 암 치료에만 적용됐던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을 뇌 질환 치료에도 실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치매의 조기진단이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가천대 길병원은 지능형 뇌과학연구센터·뇌과학연구원·가천뇌건강센터를 설립해놓고 기술 개발에 대한 역할 분담과 협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조선대학교 치매예측기술국책연구단 등과 함께 딥러닝 기술과 컴퓨팅 인프라, 뇌 영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뇌 영상 분석 인공지능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 2017-10-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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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권 ‘어르신 공약’ 중간 점검
- 문재인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발표한 노인 관련 공약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피부로 느끼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 지난 4월 발표된 ‘어르신을 위한 문재인의 9가지 약속’이라는 공약을 보면 기초연금 매월 30만원으로 인상, 치매 환자 국가 관리, 틀니 임플란트 본인 부담금 절반으로 절감, 찾아가는 건강 서비스, 보청기 비용 보험 확대, 경로당을 생활복지관으로 리모델링, 농산어촌에 100원 택시 도입, 어르신 일자리 확대 및 수당 인상, 독거노인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 9가지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기초연금은 하위 소득 70%여야 하는데 거기에 못 낀다. 치매는 아직 염려할 나이가 아니다. 틀니보다는 임플란트가 더 효과적이니 틀니는 아예 해당 없고 임플란트는 아직 대상 치아가 없다. 찾아가는 건강 서비스는 스스로 정기검진을 받고 있고 온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을 비울 때가 대부분이라 역시 해당 사항이 없다. 보청기도 아직 해당이 안 된다. 경로당에 갈 나이도 아니다. 농산어촌 100원 택시는 도시민이므로 해당되지 않는다. 어르신 일자리 확대 및 수당 인상은 해당이 되지만 아직 변화가 없고 두고 볼 일이다. 독거노인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제공도 아직은 이르다. 그러므로 필자에게는 대부분 해당이 안 되는 정책들이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실제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다 돈이 들어가야 해결되는 문제인데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숙제다. 이렇게 노인복지를 확대하자는 데 한편으로는 지하철 노선이 적자라고 애꿎게 노인 무임승차가 그 원인이라며 경로우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선,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은 호스피스 재택 방문 서비스, 독거노인 피부양자 제도 등의 개선이다. 빠르게 진전되는 것 같다. 노인일자리는 현재 지킴이, 도우미, 돌봄이 범주에서 벗어나 직무 중심의 민간 일자리 확보가 바람직하다. 방향도 복지와 함께 직무 중심의 시장형 노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 발표로 작년 노인 일자리 사업의 67.7%가 공익활동인데 보수가 12년째 월 20만원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간 분야 일거리 비중은 10%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포털 사이트 회사에서 노인들을 고용해서 운영하는 하는 인터넷 회사는 매출이 급증했다는 등의 좋은 사례를 참고로 할 필요가 있다. 급격히 인상된 최저 임금제의 역습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아파트 경비원 감원 등도 문제로 보인다. 새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인생 3모작’을 들고 나온 것은 귀 기울일 만하다. 인생 2모작은 이미 광범위하게 퇴직 후의 인생으로 인식되어 있으나, 인생 3모작은 새로 나온 용어로 65세 이상의 노인도 생산 가능 인구의 범주로 보고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50~60대를 ‘신중년’으로 보고 취업성공 패키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중위소득 초과 ‘신중년’을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중년 인생 3모작 패키지’를 내년부터 신설한다고 한다. 노인도 실업수당의 대상이 되며 노인을 고용할 경우 장려금도 지급한다고 한다. 사회공헌에서 재능기부도 자원봉사의 영역으로 포함하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고, 정부로부터 받는 소액의 활동수당도 사회공헌형 일자리와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공익형 노인일자리 수당은 올해 22만원에서 2020년 최대 40만원까지 높인다고 한다.
- 2017-08-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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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져버린 건축허가 서류
- 공무원 시험 열풍이다. 시험은 거의 고시 수준이다.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서 그나마 안정된 직업으로 인기가 높은 것이다. 공무원은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즉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국민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공무원이 많았다. 하위직, 고위직 가리지 않고 민원인인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이 많았다. 선출직 공무원들은 선거기간 동안 가장 선량한 얼굴로 포장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하고 악수하고 친한 척한다. 피해서 지나가려 하면 쫒아와서까지 아는 체한다. 그러다가 당선이 되면 다음번 선거까지는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선거철이 되면 또 나타나 귀찮게 한다. 이런 행태를 수없이 봐온 터라 살면서 피부로 느끼는 불편이 없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행태엔 별 관심이 없다. 필자는 꽤 오랫동안 건축설계 일을 하면서 소위 갑(甲)질하는 사람들에게 질렸다. 건축주는 그냥 갑이다. 시공자는 건축주에게는 을이지만 설계자에게는 갑 행세를 한다. 가끔은 시공비를 받고 난 뒤 건축주에게도 갑질을 하는 시공자들이 더러 있다. 시공현장 주변의 민원인 아주머니들은 당연히 갑이다. 그들에게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공무원이다. 특히 건축과 공무원들 중 갑 행세가 몸에 밴 공무원이 많았다. 자기 업무를 하면서 민원인인 건축사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대꾸도 잘 안 하는 공무원을 만나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곤 했다. 그러나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그냥 을인 척한다. 상당히 공손한 어투로 재차 관심을 요청 할 수밖에 없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속에서 불같은 것이 올라오는 사건이 있다. 주택을 설계해 건축허가를 신청했을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건축법 중에 아주 애매한 조항들이 있다. 법규가 자주 바뀌기도 하고 그 많은 사례에 대한 해석을 다 규정해놓을 수도 없으니 최종 판단은 공무원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날 주택 건축허가를 접수하러 갔더니 한두 가지 서류 보완을 요청해서 다시 사무실을 왔다 갔다 했다. 두 차례나 사소한 것을 트집 잡더니 세 번째는 입구 구분 면적 계산을 문제 삼았다. 좀 애매하긴 했지만 법적으로나 판례로 봐서 문제될 것이 없는데도 도면을 수정하라고 고집을 피웠다. 트집을 잡기 위한 트집으로 생각되는 순간 더 이상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공무원의 보신과 편의를 위해 계속 서류와 도면을 보완해줘야 하는 ‘을’의 인내에 한계선이 왔다. 필자는 두터운 도면 뭉치를 건축과 사무실 가운데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건축 때려치운다. 너희들도 가만 안 둔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사무실로 들어와버렸다. 사무실에 도착하니그 건축과 공무원이 허가 처리 다 되었다는 전화를 해왔다고 했다. 설명으로 안 되면 힘으로 해야 된다는 걸 실감했지만 뒷맛이 별로 좋지 않은 허가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도 학습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이런 방식으로 허가를 받은 적이 있다. 필자의 방법이 좋다고는 할 수 없으나 갑질하는 공무원에겐 특효약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며칠 전 구청 복지정책과에 갔더니 상담 중에 시원한 오미자차를 내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세상이 바뀌었다.
- 2017-08-0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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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의 신 정주영 vs. 마쓰시타>를 읽고
- 화원 김진수 선생님의 오랜만의 역작 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출판사 북오션 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기업인을 함께 잘 아는 분을 알아보다가 화원 선생님에게 제의를 해 3년여의 과정을 거쳐 출판이 되었다.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저자 김진수는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자동차(주)의 부사장을 지냈으며, 정주영 회장의 경영철학을 집약하고 구현해 ‘현대인’을 육성하는 기관이었던 현대인재개발원 원장을 역임했다. 생전의 정주영 회장과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을 가까이에서 만났던 경험과 두 사람의 마지막 장례를 찾아봤던 인연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현재 ‘한글과 선비 리더십 세계화 포럼’, ‘선비 리더십 아카데미’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상징적 경영인 고 정 회장과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의 상징적 인물인 마스시타를 서로 비교하면서 더 깊이 이해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다. 걸출한 당대의 두 경영인을 소개하는 책이었지만 대한제국의 몰락과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배경을 조명함으로써 대하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두 경영인은 비록 20년 차이를 두고 태어났으나 격변기의 시대에 창의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난국을 극복하고 국가 정치,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애국한 점은 유사했다. 일본은 개국 정책으로, 한국은 쇄국정책으로 가면서 나라의 운명은 틀을 달리했지만 두 기업가의 롤 모델 사카모토 료마와 이순신 장군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마스시타의 정책 싱크탱크 창설 및 일본 미래를 위한 투자 마쓰시타 정경숙 개설, 수돗물 경영철학과 250년 사업계획은 시대를 앞서가는 구상이었고 정 회장의 전 국 민에게 의료복지혜택을 주고 북한으로 하여금 금강산을 개방하게 하고 개성공단을 개설함으로써 남북통일을 구상하고 실천했던 일은 먼 훗날 두고두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스시타 회장의 주 5일제 근무, 임금인상계획, 사업본부제도, 정가판매제도 고객제일주의 등 경영기법은 경영의 신으로 추앙될 만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기업가의 공통된 점은 “기업은 사람이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영의 신을 읽으면서 필자는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읽은 느낌을 받았다. 경영의 신 마스시타, 불굴의 인간 정주영, 그리고 동아시아 (선비)리더십이 그것이다. 저자는 두 경영의 대가를 통해 동양사상의 격물, 치지, 성의, 정심의 셀프 리더십과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서번트 리더십을 완성시킨 것이다. 굳이 옥의 티를 지적하자면 정 회장의 네 번의 가출을 네 번의 도전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모든 경영자들이 본받아야 할 한국과 일본의 ‘경영의 신’을 통해 21세기 ‘동양의 새로운 리더십’이 전 세계의 평화를 구가하는 기틀이 되길 기원해본다.
- 2017-07-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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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치매
- “아파트 꼭대기층서부터 좀 찾아내려와 주실래요?” 퇴근 후 분리수거와 음식물봉지를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갔다가 얼른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어르신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하신다. 항상 출입구에 앉아 계시던 A어르신께서 병원에 다녀오신 후 타고 가실 실버카를 조카가 가지러 간 사이 어디로 가신 것이다. 항상 눈 여겨 보시고 안타까워하시던 분들이라 모두 여기저기로 찾아 나섰다. 필자와 어르신 한분이 24층서부터 찾아 내려오자며 꼭대기로 올라갔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필자는 아래를 살짝 내려 본 순간 다리가 후들거려 옆은 보지도 못한 채 계단을 달리며 어르신을 찾아 내려왔다. 며칠 전 친절교육차 대강당에서 많은 사람이 교육을 받았다. 여름더위인양 폭염속의 찌는 듯 한 더위 속을 헤치고 달려가 듣노라니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강사님께서는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을 이용하라시며 하시는 말씀인 즉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적응이 안 되지만 몇 번 올라 다니다 보면 계단 오르면서 힘든 점이 하나하나 도망가 버린다고 하시며, 더욱 좋은 점은 계단을 밟고 오르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희망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하셨다. 평소 운동을 싫어했던 필자는 많은 반성과 후회를 하며 계단을 오르내리며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야지 했는데 갑자기 잃어버린 어르신을 찾으며 내려오는 계단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뛰어 어르신들이랑 내려 와 2층으로 가서 보니 혼자 다니셔서 많이 힘드셨는지 피곤해 보이시는 모습으로 A어르신이 앉아 계셨다. 나이가 많은 조카께서는 혼자 계신 숙모님께 왔다 갔다 보살펴 드리려니 힘든 점이 너무 많고 요양보호사가 오전에 와서 일을 봐주어도 너무 힘들다고 입가에 거품이 일도록 토로를 하시자 옆에 계시던 어른신들께서도 치매로 인해 힘든 삶의 애환을 한마디씩 더하신다. 한 바탕 아파트가 발칵 뒤집어 지긴 했어도 여러 어르신들의 협동심과 위와 아래로 나누어 찾자며 재치 있게 어르신을 걱정하는 정겨운 모습이 ‘아직까지 우리들 이웃사랑이 존재하고 있구나.’ 하고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치매가 국민건강상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국가 차원의 근원적인 대책마련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를 적극 환영하고 치매 대책의 일환으로 치매 조기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을 더욱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치매진단 및 치료 프로토콜을 제작해 배포하고 치매 관련 연수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 치매국가책임사업에 의료인이 최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의료전문가를 비롯한 민간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치매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치매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까지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의사협회의 바램 또한 온 국민의 소원이라고 본다. 서로 수고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한바탕 일어난 어르신소동을 계기로 계단이 있는 곳이면 꼭 걸어 다녀야 함을 재인식하며 운동엔 격식과 규칙이 없어 나의 몸과 소통하며 또 나를 위해 공감하는 실천을 함으로써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치매를 사랑하면서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 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 2017-07-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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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세 낭비 현장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눈앞에 다가왔고 유권자들을 위한 후보자 정보와 선거 안내문이 전체 유권자에게 우송되고 있다. 우송된 그 우편물이 개봉되지도 않은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모습을 더러 본다. 방송이나 유세 현장 또는 다른 정보망을 통하여 후보자를 잘 파악하고 있게 되어 유인물을 읽을 필요성이나 아예 관심이 없어서 그대로 버리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싶다. 유인물을 만들고 우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만은 않다. 귀중한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현장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 돈 얼마나 된다고?”라고 할 수도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다. 세금이 쓰일 중차대한 일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우리는 지금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외적 여러 가지 상황이 만만치 않다. 경제는 눈에 띌 정도로 저성장에 머물고 있어 나라 재정인 조세의 규모에 따르지 못한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 정책의 수준과 다양성, 욕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그 실행에 들 세금 마련이 쉽지만은 않은 현재이고 미래 또한 더 난국으로 예측된다. 한두 푼의 세금도 아끼고 적절한 곳에 쓰여야 하지 않을까? 개봉도 되지 않은 채로 버려지는 선거유인물 봉투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국민이 비록 나만일까? 그런 현상이 선거 유인물에 국한될까? 모두의 생각을 모아볼 필요성이 있지 싶다. 개인의 경우도 수입이 줄어들 경우엔 지출 관리를 통하여 효율을 높여야 하듯 정부정책이나 사업의 실행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특히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더 그렇다. 어려운 국면에서 내는 세금은 그야말로 혈세이기에 말이다. 예산으로 책정되어 있으므로 불필요한데도 애써 집행하려는 현상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도 있다. 법률에 의한 집행이나 한편으로 보면 필요하지 않은 비용 낭비 측면도 있다. 한 푼의 세금이라도 적재적소에 쓰고 낭비되지 않게 사용하려는 마음과 실천이 절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 2017-05-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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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카운티의 행정수장, 미셸 박 스틸 대한민국 시니어의 힘을 보여주다
-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백인 경찰의 흑인 폭행으로 시작된 흑백 갈등이 엉뚱하게도 코리아타운으로 불똥이 튀었다. LA폭동이었다. 미국 매스컴들의 편파보도는 살림 잘하고 있던 한 한국 아줌마를 ‘욱’하게 만들었다.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그녀는 그 길로 정치판으로 뛰어든다. 이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주인공은 미셸 박 스틸(62). 미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여성 정치인이자, 현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 위원장이다. 그녀를 미국 현지, 산타에나 오렌지카운티 청사에서 만났다. 카운티 슈퍼바이저(County Supervisor). 우리에겐 무척 생소하니 단어 정리부터 해보자. 카운티는 미국 주 정부의 하부 행정 구역으로 캘리포니아 주(州) 오렌지카운티 안에는 총 34개의 시(市)가 포함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세 번째, 미국 전체에서는 여섯 번째로 크다. 인구 320만 명에 한해 예산만 6조원에 이르는 오렌지카운티는 한국의 광역시와 비슷한 규모의 자치단체다. 카운티는 각 지역구에서 선출된 5명의 슈퍼바이저(슈퍼바이저 위원회)가 이끌어 가는데 박 위원장은 2014년 선거에서 한인 최초의 슈퍼바이저로 당선됐다. 지난 1월에는 만장일치로 위원장에 선출, 그녀는 명실상부 오렌지카운티의 행정 수장이다. “한국뿐 아니라 이곳 한인분들도 낯설어했어요. 당선되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슈퍼바이저가 뭐하는 자리냐는 거였으니까요. 그만큼 한인 정치인이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죠. 저는 한마디로 오렌지카운티의 모든 살림을 맡아서 합니다. 법을 만들고 집행도 하지요. 소방국, 경찰국, 보건국 관리는 물론 교육, 사회복지, 심지어 쓰레기를 수거·처리하는 일까지 모두요.” 얼마나 바쁘냐는 질문에 다이어리를 살핀다. 존웨인공항의 리모델링과 국제선 비행기의 공항 사용료 문제, 야생 코요테의 사체 처리 법안, 등·하교시간 교통 체증에 대한 주민 항의, 노숙자 샤워와 숙박시설 허가…. 박 위원장의 수첩을 꽉 메우고 있는 현안들이다. 오늘 잡힌 미팅만 4개. 자잘한 방문 약속까지 소화하려면 오늘도 칼퇴근은 어렵겠다며 웃는다. 그녀의 기분 좋은 미소 뒤로 성조기가 아닌 태극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가 정치인이 된 이유 한국 이름 박은주. 그녀의 고향은 서울 성북동이다. 어린 시절 뛰놀던 학교 운동장이며 창경원(現 창경궁)에 놀러갔던 일, 경복궁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추억이 그녀의 뇌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일본 한국교육문화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동경여자대학교 영문학과 1학년이던 197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페퍼다인대학(Pepper dine University)에서 경영학을 전공할 때만 해도 박 위원장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예쁜 앞치마를 입고 쿠키를 구우며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고. 1981년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난 전도유망한 청년 변호사 션 스틸과 결혼해 예쁜 두 딸도 얻었다. 그렇게 현모양처의 꿈을 이루는 듯했지만 그녀의 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LA에서 홀로 옷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가 어느 날 국세청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세금을 속였다며 정말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했더라고요.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어요. 어머니는 한국과 일본에서 교편을 잡았던 분이세요. 평생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사셨던 분이 탈세라니… 너무나 억울했지만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소수계가 당하는 부당함과 설움을 알게 됐어요. 거기에 불을 지핀 것이 4·29 폭동이었고요.” LA 4·29 폭동은 박 위원장에게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는다’는 신념과 자신이 ‘한국인’임을 각인시켜준 사건이었다. 1992년 4월 29일 흑인 로드니 킹을 폭행한 백인 경찰관들이 무죄 선고를 받자 흥분한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공권력은 부유한 백인들이 살고 있는 비벌리힐스를 보호하기에 바빴고 결국 폭도들에게 한인 타운으로 가는 길을 내준 꼴이 되었다. 맨손으로 일군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한인들은 직접 총을 들었고 미국 매스컴들은 앞다투어 한·흑 갈등으로 몰고 갔다. 닷새간 이어진 방화와 약탈로 2300여 한인 업소가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만 5억달러에 이르렀다. 돈 벌기 위해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는 각성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 대가치고는 너무나 참혹했다. 한인 타운은 그야말로 잿더미로 변했다. “한마디로 미디어의 횡포였어요. 뉴스, TV 쇼에서 잘못된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누구 하나 정정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뭔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어요. 정치인 친구들이 많았던 남편에게 부당함을 쏟아냈고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말했어요. 정말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았어요. 남들 앞에 나서기를 지독히도 싫어하던 제가 말이죠.” 1993년 LA시장에 출마한 리처든 리오든 선거캠프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그녀는 미국 정치판으로 뛰어들었다. 안 하면 안 했지 적당히 하는 꼴은 못 보는 한국 아줌마의 힘은 어디서나 단연 돋보였다. 시장에 당선된 리오든 시장은 그녀를 LA소방국 커미셔너로 전격 발탁했고 이후 LA공항, LA아동복지국 커미셔너를 역임했다. 커미셔너는 해당 분야의 정책자문 역할을 하면서 시의 전반적인 행정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직책이다. 박 위원장은 이어 1999년 한미공화당협회 회장, 2001년 부시 행정부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자문위원을 거치며 차근차근 정치 이력을 쌓게 된다. 한인 커뮤니티가 사랑하는 선거의 여왕 사실 박 위원장이야말로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만한 전력의 소유자다. 24년 정치인생에서 세 번의 선거에 출마, 모두 승리했다. 특히 2006년 당시 ‘듣보잡’ 후보에 가까웠던 그녀가 도전한 ‘캘리포니아 조세형평국 위원’은 캘리포니아 조세 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였다. 그녀는 이 선거에서 정치 거목이었던 상대 후보를 꺾고 60.5%라는 득표율로 압승했다. 한국 커뮤니티는 물론 그녀가 속한 공화당 내부에서도 놀란 결과였다. 목소리까지 가냘퍼 보이는 그녀의 이런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박 위원장은 서슴없이 ‘한국인의 DNA’ 덕분이라고 말한다. “처음 출마선언을 하고 후보 인준을 받기 위해 연설을 한 날이었어요. 얼마나 무서웠던지 연설을 마치고 나와서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결국 울음이 터졌죠. 옆에 앉은 분이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전화를 하더라고요. 전화를 끊고 아무 말이 없길래 남편이 뭐라고 하더냐 물었더니 그냥 놔두라고 했대요. 금방 다시 씩씩해질 거라고. 미셸은 한국 여자라고요(웃음)!” 박 위원장은 2010년 재선에서도 거뜬히 승리하면서 8년간 조세형평국 위원으로 재직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그녀의 이름 앞에는 ‘가주 내 한인 최고위 선출직 공직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공화당원’ 등의 수식어가 붙게 된다. 미셸 박 스틸의 러닝메이트는 바로 한인 커뮤니티다. 그녀는 한인 커뮤니티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모두 한인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선거는 선거자금이 당락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미국 정치인들에게는 선거자금 캠페인, 모금행사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기부금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인들에게는 이것이 낯설기만 하다. 또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유권자 등록이나 투표는 늘 딴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아쉬운 이야기이지만 한인 유권자 등록률과 투표율은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늘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셸 박 스틸이 출마하는 선거는 유독 한인들의 투표율이 높다. 박 위원장이 슈퍼바이저로 당선된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유권자 투표율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셸 박 스틸만큼은 밀어줘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미주 한인사회의 오랜 숙원인 연방하원에 입성할 인물로 박 위원장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시정에서는 한인 커뮤니티를 어떻게든 메인스트림으로 끌고 들어오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카운티에 공식적으로 미주 한인의 날을 만드는가 하면, 한인 단체가 벌이는 행사를 카운티가 공식 후원함으로써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세형평국 시절에는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한글로 된 안내문을 올리기도 했다. 부당한 세금이 청구된 납세자가 있다면 자신에게 연락하라, 혐의가 입증되기 전에는 무혐의로 믿고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녀 어머니가 당했던 억울함을 한인들에게 다시는 없게 하겠다는 의지였다. 강철 벽처럼 느껴지는 주 정부 홈페이지에 한글로 된 안내물이라니… 어찌 한인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연한 일이에요. 메인스트림 안에서 한인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으니까요. 임기 동안 하나라도 더 정착시켜놓으려 합니다. 제가 이 자리를 떠나더라도 카운티 차원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요. 그만큼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보람도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해요. 내가 왜 이 자리에 오려 했는가를 생각하죠. 정치인은 유권자의 선택으로 살아남는 사람들이에요. 유권자가 내려가라 하면 내려가야죠. 다행히 아직까지는 저를 많이 사랑해주고 계세요(웃음).” 박 위원장은 내년 그녀의 네 번째 선거를 치러야 한다. 슈퍼바이저 재임에 도전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선거자금을 모으는 일이다. 이제 곧 후보들 간의 모금 현황부터 비교하며 당락 가능성을 점치는 언론들의 보도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다시 전쟁이다. 남편, 그리고 엄마 박 위원장의 정치인생에 없어선 안 될 사람이 있었다면 그것은 남편 션 스틸 변호사(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와 어머니 정옥희 여사(2011년 작고)다. 박 위원장이 정치를 시작하면서 함께 살기 시작한 세 사람에게는 소소한 추억들이 많다. LA 문단에서 수필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정옥희 여사의 수필집 곳곳에는 딸과 사위 이야기가 있다. 특히 사위 스틸 변호사에 대한 묘사에는 애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람. 우리나라 함경도 사람처럼 일하며 처자 권속을 확실히 지키는 사람. 내가 여행이라도 가는 날이면 손에 돈과 정을 같이 쥐어줄 줄 아는 사람이 우리 사위다. 집에 돌아오면 조용한 집 안을 장터같이 활기차게 만들고 장모의 김치볶음밥과 순두부찌개가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사위는 가정을 지키는 것이 생애 최고의 행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정옥희 수필집 모음 중에서) 결혼 36년 차의 남편은 박 위원장에게 늘 휴식 같은 존재다. 캘리포니아 공화당협회 의장까지 지냈지만 정치적 조언보다는 시정에 지친 아내를 살피는 일이 우선이다. 타고난 유머감각으로 박 위원장을 늘 웃게 만들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지난해 큰딸 채안(29)이 결혼하면서 박 위원장은 사위를 봤다. 그래서인지 돌아가신 ‘엄마 생각’(박 위원장은 꼭 엄마라고 불렀다)이 더 잦아졌다고. “참 강하고 현명하셨던 거 같아요. 그때는 엄마로서 이민자로서 살기가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던 시절이었는데 말이에요. 처음 일본에 가서 말도 못하고 친구가 없는 저를 보고 엄마는 늘 웃으라고 했어요. 내가 웃기만 하니 아이들이 ‘아호(바보)’라고 하더군요. 엄마는 그래도 계속 웃으라고 했어요. 정치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미셸은 잘 웃어서 좋다는 말이에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라면 뭐라고 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엄마가 딸을 위해 내어놓는 솔루션보다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박 위원장은 자신이 엄마를 추억하듯, 훗날 딸들이 자신을 그렇게 추억해주기를 원한다. 그녀의 뒤를 이어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할 차세대 정치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삶에 덕이 되고 싶고, 길을 먼저 가는 선배로서 그들이 올 길을 조금은 편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정치적 야망이요? 그렇게 거창한 표현은 안 어울리고요. 정치인으로서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있어요. 민심과의 소통, 발로 뛰는 열정 그리고 정직이요. 어디까지 가든 소통과 열정, 정직 없이 가게 될까봐 겁이 납니다. 연방하원… 가야죠. 제가 아닌 누구라도 가야 합니다. 제가 갈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갈 것이고 혹 나보다 더 좋은 후보가 나타난다면 저는 미련 없이 그를 밀 것입니다.” 인터뷰 말미, 그녀가 고향 성북동의 안부를 묻는다. 두어 차례 한국 지자체의 초청을 받아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지만 정작 추억 어린 곳은 찾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 시내 곳곳이 너무 많이 바뀌었지만 성북동은 아직 옛 정취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하니 아이처럼 반가워한다. 남편과 함께 꼭 가볼 거라고 코를 찡긋거리며 웃는 그녀.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으며, 열정적이고, 그대로의 자신을 내어 보이는 미셸 박 스틸은 아름다웠다.
- 2017-04-2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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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할 생각이 없는 총각, 처녀 어찌하오리?
- ‘인구절벽’이 우리 경제를 조여오고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저출산으로 한국전쟁 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베이비붐 세대를 이어 경제를 주도할 ‘생산인구’가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출산율은 1.25명에서 1.17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처럼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듦으로써 정부의 세금 자원도 줄어 세금으로 이뤄지는 복지정책이 어렵게 되었다. 통계가 아니어도 저출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가, 시집갈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결혼할 생각조차 않는 총각, 처녀들이 많다. 결혼 적령기가 지난 딸을 둔 친구가 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집을 늦게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가지 않겠다고 해서 그렇다. 딸의 논리 정연한 이유를 듣고 설득할 말을 잃었다고 실토한다. 혼자 살아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큰 문제 없을 것 같은데 왜 시집가서 남편을 섬기고 아이 낳는 고통까지 짊어져야 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이 지난 필자의 아들 녀석도 같은 부류에 속한다. 혼자 살기도 힘든데 벌어서 여자까지 먹여 살려야 하느냐고 묻는다. 또 지금의 이 고통을 후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고차원적 변명도 한다.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할까? 자식들 인생이니 알아서 살도록 나둬야 할까? 생각이 복잡해진다. 부모는 자식들이 새 가정을 만들어 오순도순 살아가기를 바란다. 세상을 살다 보면 분명 힘든 일도 생기고 일심동체라 일컫는 부부도 격한 싸움을 할 때가 있다. 부부싸움이 잦은 사람에게 “그렇게 싸울 바에야 아예 헤어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살려고 하니 싸우지 헤어지려면 뭐하러 싸워요!” 이해가 가는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난관도 견디어내기 마련이다. 그게 가족의 힘이고 그 힘은 결혼을 해야 생겨난다. 어느 철학자는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라고 하면서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결혼을 후회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통계를 아직 보지 못하였지만,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주변이나 친구들을 봐도 결혼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와 같은 세대는 독신으로 사는 사람이 적었다. 다만, 형편이 어려워 결혼이 늦은 사람들은 있었다. 결혼을 후회하는 경우는 결혼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불만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혼을 해도 또 재혼을 하는 것 아닐까? 결혼 자체를 싫어한다면 재혼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배우자가 문제될 뿐인 것이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를 둔 자녀들은 결혼을 꺼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부모의 결혼생활을 통해 미리 경험하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지지고 볶으며 싸우는 모습만 봐왔기 때문에 선뜻 결혼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의 책임도 크다. 우주의 법칙은 무엇인가? 한 마리의 작은 잠자리도 종족을 이어가기 위하여 가을 하늘을 날며 암수가 사랑을 나눈다. 한 그루의 꽃도 씨를 남긴다. 모든 동물도 새끼를 낳아 기른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고귀한 새 생명의 탄생은 우리가 해야 할 대자연의 기본 법칙이 아닐까? 또한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한 부모에 대한 보답이다. 왜 자기를 낳아 이렇게 고생하게 만들었냐고 반문하면 딱히 할 말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결혼해서 참기름이 쏟아지도록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사는 노부부들을 보면 부럽다. 그들은 분명 결혼은 안 하면 후회한다고 말할 것 같다. 70대까지 독신으로 살아온 한 시니어가 KBS 1TV ‘내 말 좀 들어봐!’라는 코너에 출연해 혼자 사는 외로움을 실토하며 꼭 결혼하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혼자’라는 용어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오늘날 혼자 살겠다는 처녀, 총각들을 어찌하오리? 저출산율에서 벗어나는 고민을 함께해야 할 때다.
- 2017-04-24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