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북쪽의 음식’이라고 말한다. 실향민들이 그리워하는 음식이다. 한국전쟁 무렵 월남한 이들은, 당연히 고향 음식을 그리워한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서울 장충동, 오장동 냉면, 전국적으로 퍼진 족발, 북한식 큼직한 왕만두가 바로 그것이다.
젊은 층들도 북한 음식에 열광한다. 부모님의 고향이 북한도 아니다. 가본 적도 없다. 한국전쟁 무렵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북한 음식’을 찾는다. 이른바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인 서울 홍대 지역에도 ‘북한 음식 전문점’이 성행이다. 실향민들의 음식과는 또 다르다. 최근 한국으로 온 새터민들이 차린 음식점들이다. 평양냉면, 함흥냉면, 왕만두, 어복쟁반, 가리탕, 가자미식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왜 젊은 층들도 북한 음식에 열광할까? ‘북한 음식’은 어떤 음식인가? 만두, 냉면을 중심으로 북한 음식을 알아본다.
평양냉면과 국수
왜 평양의 음식이 발달했을까? “북에는 평양이 있고, 남에는 진주가 있다”는 말이 있다. 북에서는 평양이 가장 번창한 도시이고, 남에서는 진주가 가장 큰 도시라는 뜻이다. 도성인 한양을 제외하면 북에서는 평양이 으뜸, 남에서는 진주가 으뜸이었다. 평양냉면이 있듯이, 진주에도 냉면이 있었다. 진주냉면이다. 냉면이 상업적으로 팔렸음은 큰 도시였고, 관청이 있었고, 시장이 있었다는 의미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으면 시장이 서고, 시장이 서면 밥집도 많이 생긴다. 두 도시 모두 큰 도시였고, 높은 벼슬아치가 있었고, 시장도 있었고, 왕래하며 식사를 하는 이도 많았다.
북한은 중국과 맞닿아 있다. 중국 쪽 관문은 국경 도시 의주다. 대중국 통로였다. 중국과 조선을 드나드는 중국 혹은 조선의 사신들은 ‘북경-의주-평양-개성(해주)-한양’을 잇는 도로를 따라다녔다. 한양과 중국 북경을 잇는 길은 멀었다. 최소 3개월이 걸리는 긴 노정이다. 사신단은 늘 주방장[廚子, 주자]를 동행했다. 음식점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수백 명의 사신단 식사는 주자 몇 명이 감당했다.
주자들은 중국에 가서 새로운 음식들을 만난다. 귀국할 때는 의주-평양을 잇는 길을 따라온다. 북에서는 가장 큰 도시였다. 평양에서 사신들은 제법 오랜 기간 머물며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했다. 평양의 관리들은 중국과 조선의 사신단 맞이가 주요 업무였다.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이다. 제사 모시고 손님을 맞이하려면 늘 음식이 필요하다. 평양은 문물의 선진국이었던 중국의 음식을 받아들이는 큰 도시였다.
국수와 만두, 돼지고기 등은 중국이 앞섰던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들은 중국-의주-평양을 거쳐 한반도의 중심지인 한양으로 들어왔다.
냉면은 차가운 국수다. 국수는 중국이 발달했다. 한반도에는 밀가루가 귀했다. 중국은 밀가루가 흔했다. 우리의 주식이 쌀인 반면, 중국 북쪽은 밀가루가 주식이다. 앞선 국수 음식이 한반도로 들어온다. 국수를 가장 먼저, 널리 받아들인 곳은 평양이다. 평양에서 국수의 일종인 냉면이 발달한 이유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한반도에 ‘경부철도’를 건설한다. 경부철도는 의주와 부산을 잇는 철도다. 북, 만주, 중국, 한반도의 물자를 빼앗다시피 하여 일본으로 가져갔다.
1920~30년대에 평양의 최고 생산물 중 하나는 냉면이다. 건면 냉면 공장이 있었고 이미 평양냉면은 유명했다. 일본은 중국에서 대량 생산되는 각종 곡물과 한반도의 곡물을 이용해 냉면을 만들고, 이를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부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갔다.
1930년대에는 냉면집을 중심으로 ‘동맹파업’도 일어났다. 1938년 12월 1일 동아일보 기사에는 ‘평양의 냉면집 파업’ 이야기가 실려 있다. “‘평양면업노동조합(平壤麵業勞動組合)’의 피고용인 240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는 내용이다. 요구 조건은 역시 임금 인상이다. 11월 18일, 이들이 현행 임금 90전을 1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주인들은 12월 1일 자로 올려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날짜를 12월 10일로 연기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행한 것이다. 결국, 민간의 마찰에 경찰이 개입한다.
평양에서만 냉면이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경성(서울)에도 냉면집이 많았다. 파업도 있었다. ‘평양냉면 파업 사건’ 이전인 1931년 6월 1일 자 신문기사다. 제목은 ‘평안냉면옥 배달부맹파(平安冷麪屋 配達夫盟罷)’다. 평안옥이라는 냉면집 배달부들이 동맹파업을 했다는 뜻이다.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평안옥’은 경성의 중심지인 서린동 89번지에 있는 냉면 전문점이다. 이곳에는 종업원 10명이 있었다. 모두 배달부다. 일급은 1원. 문제는 기사가 실리기 전인 5월 29일, 주인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90전으로 낮췄다. 다음 날엔 직원 3명을 해고했다. 배달부들은 일하지 않겠다고 동맹파업으로 맞선다. 경성 한가운데인 서린동의 냉면집 이름이 ‘평안옥’이다. 결국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유행한다. 경성을 비롯해 각 지방에도 냉면이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평양냉면이 널리 퍼진다.
긴 세월 동안 중국-평양-서울을 잇는 길을 따라 음식은 전해졌다. 중국 국수 문화가 평양에 전해지고, 평양의 냉면이 서울을 비롯해 전국으로 퍼졌다.
만두와 상화
만두는 냉면보다 더 복잡하게, 여러 차례 한반도로 건너온다. 처음은 고려시대 말기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만두는 몽골 침략 때 한반도로 처음 건너온 것으로 추정한다. 고려시대 초기 기록에는 만두가 없으나,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쌍화점’의 쌍화(雙花), 상화(霜花)는 만두다(쌍화점이 만두 전문점이 아니라 액세서리 파는 곳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고려시대 말기에는 궁중에서 만두를 훔쳐먹었다가 사형당한 도둑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려·조선시대를 지나면서 만두는 만두 혹은 상화라는 이름으로 여러 차례 나타난다. 조선시대 말기, 임오군란과 청일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중국 군인, 민간인, 상인들이 한반도로 건너온다. 이때 짜장면, 짬뽕과 더불어 만두를 한반도에 전한다. 지금도 인천 차이나타운, 금강 유역의 군산, 익산 등에는 화상노포가 많다. 이들은 여전히 ‘청요리’와 더불어 짜장면, 만두 등을 내놓고 있다.
조선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은 중국이다. 외교적으로도 사대의 나라였다. 조선은 1년에 최소한 4차례 중국에 사신을 파견했다. 수백 명의 인원이 중국과 조선을 오갔다. 중국 측 사신도 빈번히 한반도를 오갔다. 사람을 따라 음식도 전해진다.
우리는 중국에는 없는 만두전골, 만둣국도 만들었다. 만두가 한식이 된 것이다. 평양, 의주는 중국으로부터 만두를 받아들여 한반도 전역으로 퍼뜨렸다. 서울에서도 만둣국을, 남쪽에서도 교자를 흔하게 먹는다. 조선시대 말기,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로 들어온 화상들도 만두를 전했다. 북쪽의 큰 만두, 왕만두는 한반도로 들어온 중국 만두와 비교적 닮았다. 남쪽으로 넘어오면서 만두는 작아진다. 개성만두도 있고 서울식 만두도 있다. 한반도는 음식의 용광로다. 모든 음식을 받아들인 다음 변형, 변화, 발전시킨다. 중국 음식, 북한 음식은 서울로 오면서 또 달라진다.
오늘날 서울의 북한 음식도 마찬가지다. 여러 차례 중국에서 받아들인 다음, 한반도 식으로 바꾼 것이 다시 서울로 전해진다. 실향민들이 전하고, 새터민들이 또 전한다. 북한 음식이라고 부르지만, 시대별로 음식은 달라진다. 자신들이 떠났던 순간의 ‘북한’ 음식이다. 실향민들의 북한 음식과 새터민들의 북한 음식이 다른 이유다.
만두와 냉면은 우리 것이지만 우리의 전통음식은 아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다음, 변형·발전시켜 우리 음식으로 만든 것이다. 중국, 북한 지역 사이에도 여러 차례 교류가 있었다. 이런 교류로 만두, 냉면은 발전해 한식이 된다. 북한 음식도 마찬가지. 한국전쟁과 그 이후 여러 차례 한국으로 건너온다. 한국에 온 음식들은 조금씩 변화, 발전하다 어느 순간에는 서울식, 한국식, 한식이 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북한 음식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다. 존재하는 나라, 뉴스 등에서 자주 보는 나라, 그러나 갈 수는 없는 미지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음식에 대한 호기심보다 더 강하다. 쉽게 갈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어딜 가든 화제가 되는 슈퍼리치는 부지불식간에 일상마저 들키곤 한다. 이때 대중의 시선은 그들의 패션을 단번에 스캔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또 어떤 신발을 신고 액세서리는 뭘 착용했는지. 최근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낸 슈퍼리치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모시카
유명 셀럽 패리스 힐튼의 럭셔리한 일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미국 연예매체 스플래시닷컴이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포착된 패리스 힐튼의 사진을 공개한 것. 이 사진에는 패리스 힐튼이 고급 액세서리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명품백을 든 채 거리를 걷고 있다.
특히 패리스 힐튼이 어깨에 메고 있는 핑크색 애견 가방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상품은 반려동물 패션 브랜드 ‘모시카’의 애견 가방으로 현재 1650달러(약 200만 원)에 판매 중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된 모시카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현재 25개국에 매장을 보유하고 수천 명의 직원을 둔, 반려동물 글로벌 패션 기업이다.
패리스 힐튼은 전 세계에 체인을 둔 힐튼 호텔의 창립자인 콘래드 힐튼의 증손녀. 배우 및 가수로도 활동하고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는 등 셀럽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에어리넘
지난 2월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녀는 “나는 영화 속에서 겪어봤어요. 안전하게 지내세요. 악수는 하지 마세요. 손을 자주 씻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이와 함께 공개된 사진 속에서 그녀가 쓴 검은색 마스크가 눈길을 끌었다. 기네스 팰트로가 착용한 마스크는 스웨덴 업체 ‘에어리넘’의 제품으로, 가격은 69~99달러(8만6000~12만3000원)다. 이 마스크는 5겹의 필터와 밀착감을 높인 소재에, 북유럽 감성의 디자인이 더해져 패션 피플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구하기 어렵다. 에어리넘 마스크는 한국에서 판매 중인 공적 마스크 가격(1500원)의 57배가 넘는데도 동이 났기 때문이다. 에어리넘은 재고 부족으로 4월까지 판매를 중단하고,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다.
한편 유기농 재료와 미용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구프’를 설립해 운영 중인 기네스 팰트로는 2016년 기준 6000만 달러(약 730억 원) 규모의 순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
영화배우 고소영이 지난 3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가족의 근황을 알렸다. 남편인 영화배우 장동건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윤설 양의 뒷모습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별다른 멘트 없이 올린 인스타그램에서 대중은 윤설 양의 긴 머리카락에 꽂힌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검정색 리본 머리핀에 주목했다.
1910년 여성용 모자 가게로 시작해 스포츠웨어, 향수, 숙녀복, 가방, 액세서리 등으로 분야를 넓힌 샤넬은 현재 에르메스, 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통한다. 샤넬은 3대 명품 중에서도 여성적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로 꼽힌다.
윤설 양이 꽂은 사넬 머리핀은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 64만 원에 판매 중이다. 한편 장동건, 고소영 부부는 2010년 결혼 당시 200억 원 이상의 광고 드라마 수입을 올린 바 있다. 또 2018년 기준 보유한 건물 3채의 가격이 총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시니어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의 모든 삶을 희생했다면, 요즘 시니어는 스스로의 인생에 충실하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자녀의 미래를 지원하면서도, 젊은 감성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오팔 세대’라 불리는 이들 시니어의 우아한 인생을 들여다봤다.
요즘 시니어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전쟁과 혹독한 불경기가 지난 뒤 태어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시니어 삶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옛 시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지원하고 응원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덕분에 이전 세대와 달리 풍요로운 노후를 즐긴다. 이들은 1958년 전후에 출생해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고도 불린다.
오팔 세대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오팔처럼 화려한 인생을 즐긴다. 자신을 가꾸고,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남은 노후를 우아하게 장식한다. 은퇴 전의 삶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목적이 강하다. 희소가치가 높은 것을 모으거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화려한 문화·예술활동을 즐기고, 재충전을 위해 호화스런 여행을 떠나거나 거친 레포츠에도 뛰어든다.
◇이제 한정판 구입도 거뜬하게
한상민(61세) 씨는 캠핑 마니아이자 한정판 수집광이다. 캠핑과 관련된 한정판 제품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비교적 저렴한 ‘실리웨어 티타늄 코펠세트’부터, 고가의 ‘힐레베르그 케론4GT’ 텐트까지, 최근 2년간 60여 개의 한정판 캠핑용품을 모았다. 최근에는 20만 원대 ‘조커 사냥용 나이프’ 한정판과 캠핑용품은 아니지만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구성된 297만 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한정판’ 수집은 대체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내에 없는 상품은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고, 판매가 완료된 상품은 온라인 중고카페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옛 시니어들은 일반적인 수집을 취미로 즐기긴 했어도 한정판을 모으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정판 수집이 시니어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천연 원석 모으는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원석은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모양 때문에 희소성이 꽤 높다. 보석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보석 가격이 워낙 비싸서 그런 것이지, 원석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것은 아니다. 주로 파워스톤으로 사용되는 천연 화산암과 흑요석 같은 몇만 원짜리 원석부터 20만 원 안팎의 가넷 원석이 거래되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육박하는 다이아몬드 원석도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원석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정선 대표는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찾는 젊은 여성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나이 든 손님이 많이 방문한다”며 “시니어 손님들은 인체의 치유와 균형에 도움이 되는 원석을 집 안에 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수정이 방출하는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논문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자수정을 사용해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사람이 내뿜는 기운이 다른 것처럼 원석도 각기 다른 파장을 방출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안목 기르려고 공부하다
정순철(62세) 씨는 정년퇴직을 한 3년 전부터 그림 경매 일정을 꼼꼼히 체크한다. 만족스러운 작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부족하면 오히려 제값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규모가 좀 작은 옥션에서 위작인 줄도 모르고 사서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옥션 구매를 하지 않는 날이면 전시회를 가거나 미술품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은퇴 후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었다.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쉽진 않지만, 퇴직 후 여유가 생긴 터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시니어들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짜리 작품을 관심 있게 살펴보는데, 작품 값 외에도 15~20%의 구매수수료와 특송을 통한 배달료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더 따진다. 감동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귀는 어두워질수록, 더 좋은 음질을 원한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시니어들이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점점 떨어지게 마련인데, 좋은 음질의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용 리스닝룸을 만들어 오로지 감상에만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후자에 속한다. 오디오를 즐기는 시니어는 좋은 음질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구성을 늘 고민한다. 오디오를 취미로 삼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뱅앤올룹슨’의 무선 스피커 하나의 가격은 무려 270만 원에 달한다. 하이파이(Hi-Fi) 오디오의 구성 장비 중 하나인 파워앰프의 경우 미국 ‘제프롤런드’ 제품은 3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하이파이 오디오 구성 장비인 CD플레이어와 프리앰프, 파워앰프, DA컨버터, 튜너, 스피커 등을 모두 장만하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기존 기기보다 두 배 더 비싼 장비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음질이 두 배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디오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취미로 꼽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은 수백~수천만 원을 들여 원음의 재현율을 0.1%라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단체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욕이 넘치는 요즘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자유 여행에 큰 관심을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정신없이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보다 직접 계획을 세운 뒤 떠나는 걸 더 선호한다. 이들은 평소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 곳에 흥미를 보이지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정에 따라 움직인다.
취향이 뚜렷한 시니어들은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초호화 기차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의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는 객실에 다다미 바닥과 전통적인 삼나무 욕조가 있다. 혼슈 동쪽 섬에 있는 온천과 고대사원 등을 방문하는 이 여행은 1인당 500만 원 정도가 든다. 또 아일랜드의 ‘벨몬드 그랜드 하이버니안’ 열차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더블린, 코르크, 벨파스트를 방문하는 이 여행의 비용은 1인당 350만 원 정도다.
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은 여행도 혼자 떠난다. 일본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이 내놓은 나홀로 여행객을 위한 맞춤상품은 50~70대의 신청만 받는다.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여성 전용 상품도 있어 남성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 이 상품은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여행과 함께 사진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오팔 세대는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에 40대 안팎의 나이였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덩치 큰 DSLR보다 작고 얇은 ‘미러리스’와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 디지털 카메라 조작에 익숙한 이들은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사진에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놀 줄 아는 오팔 세대
홈 파티를 열어 지인을 초대하는 시니어도 늘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쉽게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마켓컬리의 경우 ‘레시피 골라 담기’를 통해 음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다. 가정간편식(HMR) 메뉴가 다양해져 홈 파티 음식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HMR은 바쁜 직장인이나 수험생이 메인 수요층이었는데, 이제는 시니어를 위한 보양식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홈 미팅 후에는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한다. 젊은 세대의 놀이터이자 공부방 역할을 해온 이곳에 시니어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 심지어 커피숍을 찾는 시니어 손님이 늘자, 날계란이 들어간 쌍화탕을 메뉴에 추가한 곳도 생겨났다. 지역에 따라서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실버벅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들이 시니어의 아지트로 바뀌고 있다.
이외에 산악바이크나 서핑 등 짜릿한 아웃도어 활동에 도전하는 시니어도 있다. 옛 시니어들은 힐링과 휴식이 목적이었다. 반면 도전적이고 체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요즘 시니어들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긴다. 물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시니어도 많다. 이들은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몸매를 가꾸거나 체력을 단련한다.
대한민국 1호 여성 시니어 보디빌더인 임종소(76세) 씨는 “허리 협착증을 앓던 중에 근육강화 운동을 해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좋아졌다”며 “이왕 시작한 거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 결과 피트니스 대회에서 2위를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피트니스 외에도 왈츠, 탱고, 자이브 등 사교댄스를 배우고 있다”며 “매일매일이 바쁘고 즐겁다”고 덧붙였다.
어딜 가든 화제가 되는 슈퍼리치는 부지불식간에 일상마저 들키곤 한다. 이때 대중의 시선은 그들의 패션을 단번에 스캔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또 어떤 신발을 신고 액세서리는 뭘 착용했는지. 최근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낸 슈퍼리치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꼼데가르송
지난 2월 9일 미국 LA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날 대중은 투자·배급사인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 입은 의상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바로 ‘꼼데가르송 빈티지 재킷’이었다.
이 의상에 부착된 밴드 위에는 ‘PARASITE is Cool’(기생충은 쿨하다), ‘I’m Deadly Serious’(나 정말 진지해요), ‘RESPECT’(존경해요) 등 영화 속 명대사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넣은 문구들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꼼데가르송은 1969년 출시된 일본의 아방가르드 고급 패션 브랜드다. 이 브랜드에 전 세계가 주목한 것은 1981년 파리 컬렉션에서다. 블랙을 기초로 한 비대칭 재단과 미완성인 듯 보이는 바느질, 풀어헤쳐진 원단을 사용한 의상들은 당시 충격을 안겨줬다.
이 부회장이 시상식에서 입은 재킷의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만 원대로 추정된다. 꼼데가르송의 재킷과 코트는 100만~300만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에 잘 알려진 하트 로고의 플레이 라인 티셔츠는 10만 원대, 카디건은 30만 원대다.
◇에르메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회) 총회장이 명품 넥타이로 주목받았다. 지난 3월 2일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 국민에게 사죄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장에 ‘에르메스’의 노란색 실크 넥타이를 매고 나온 것. 해당 제품은 약 2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에르메스는 프랑스의 하이엔드 명품 패션 브랜드다. 루이비통, 샤넬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통하는데,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하지만 가격대가 상당한 프리미엄 라인은 따로 있다. 대표적으로 ‘버킨백’과 ‘켈리백’이 초고가 제품이다. 버킨백 가격은 2011년 기준으로 1240만 원 정도다. 그레이스 켈리가 들고 다녀서 유명해진 켈리백은 35㎝급 제품이 930만 원 선이다.
이 제품들을 구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예약을 한 뒤 오랜 대기기간을 거쳐야 살 수 있어서다. 버킨백은 현재 2000여 명의 대기자가 있어 3년 후에나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백은 현재 국내 VIP의 예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롤렉스
지난해 연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찾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착용한 시계가 화제였다. 영국 언론 데일리미러의 보도에 따르면, 호날두가 착용한 시계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 ‘롤렉스’의 ‘GMT-마스터 아이스 워치’다.
이 시계의 가격은 38만 파운드(약 5억74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한정판 제품이다. 데일리미러는 이날 호날두가 차고 나온 시계도 희귀하지만, 그의 소장품 중 가장 비싼 제품은 아니라고 전했다.
롤렉스는 시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들과 유명인의 총애를 받는 대표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로 정확성과 내구성을 최우선 가치로 꼽는다. 엄격한 자체 검증과정을 통해 하루 오차 2초 내외로 정밀 조정된 시계만 출고한다.
롤렉스는 매우 일관적이고 확실한 콘셉트를 갖고 있어 용도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모델 분류가 철저하다. 다른 브랜드들도 용도에 따른 분류를 하지만 롤렉스에 미치지 못한다. 롤렉스 시계가 필드 쓰임새를 극대화한 ‘고급 툴워치’라는 개념으로 설명되는 건 이 때문이다.
어딜 가든 화제가 되는 슈퍼리치는 부지불식간에 일상마저 들키곤 한다. 이때 대중의 시선은 그들의 패션을 단번에 스캔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또 어떤 신발을 신고 액세서리는 뭘 착용했는지. 최근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낸 슈퍼리치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애용하는 패션 아이템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마놀로블라닉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1월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병 인도 재판을 받기 위해서였다. 멍 부회장은 왼쪽 발목에 위치추적기가 달린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대중은 전자발찌뿐만 아니라 그의 발목 아래에도 주목했다. 영국 하이엔드 슈즈 브랜드인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실루엣을 뽐내는 마놀로블라닉은 170만 원이 넘는 고가에도 많은 여성이 선망하는 브랜드다.
마놀로블라닉은 2000년대 초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마놀로블라닉 한기시(Hangisi) 블루를 선물하며 청혼해 승낙을 받았고, 이 구두는 ‘꿈의 웨딩슈즈’라는 별칭을 얻었다.
통굽이 유행하던 1970년대에 킬힐을 부활시켰고 1974년에는 보그 잡지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굽이 높지만 편안한 착용감으로 많은 할리우드 배우가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애용하고 있다.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도 생전에 마놀로블라닉 팬이었다고 알려졌다.
◇보테가베네타
‘재벌계의 완판녀’ 임세령 대상 전무가 지난해 11월 연인인 배우 이정재와 동반 출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대중의 관심이 그녀의 패션으로 향했다. 임 전무는 트렌치코트를 걸친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유독 레몬색 미니백이 눈에 띄었다.
당시 임 전무가 멘 가방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인 ‘보테가베네타’의 230만 원대 ‘카세트백’이었다. 이 제품은 프리미엄 나파 가죽 조각을 정교하게 엮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만드는데, 최근까지 상품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테가베네타는 ‘로고 없는 명품’, ‘은밀한 명품’, ‘명품계의 반항아’라는 별칭이 따른다. 로고나 브랜드명을 과시하기보다 흔하지 않은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위해 오로지 품질만을 내세운다.
2000년대 초 브랜드의 비약적 성장을 이끈 토트백 ‘카바백’은 장인 2명이 이틀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배우와 셀럽에게 사랑을 받는 보테가베네타는 현재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피아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지난 1월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으면서 ‘논두렁 시계’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됐다. 그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한 인물로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 한 방송사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손목시계 ‘피아제’를 받았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고 노 전 대통령은 열흘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 다시 주목받자 세간의 또 다른 관심은 명품 피아제 손목시계로 향했다. 피아제 시계는 보석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으로유명한데 단순한 디자인이어도 상당히 고가인 경우가 많다.
또 폴로 시리즈 등은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디자인만큼이나 기술력도 뛰어난 피아제는 지금까지도 핵심 동력 장치인 무브먼트를 자체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2.3㎜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슈퍼리치의 소비가 가치를 묻는다. 과거에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비를 했다면 최근엔 가치를 따지고 스토리가 담긴 소비를 한다. 전 세계 슈퍼리치들은 과연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지 살펴봤다.
전 세계 슈퍼리치들은 어떤 상품과 어떤 서비스를 구매할까. 이들은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비용에 상관없이 구매하는 소비성향이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주는 선물을 고를 때도 가치를 따진다. 슈퍼리치들이 소비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는 건 과연 무엇일까.
예술적 디자인 까다롭게 평가
슈퍼리치의 소비가 가치를 묻는다. 무작정 비싼 상품과 서비스에만 돈을 지불할 것 같았던 슈퍼리치들이 언젠가부터 가치를 따지고 스토리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연다. 먼저 슈퍼리치들이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부터 살펴보자.
슈퍼리치들은 미용과 패션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인맥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들은 다른 슈퍼리치와의 만남에서 품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미용에 대한 관심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데, 품위를 위해서라면 지불해야 할 가격이 높건 낮건 중요하지 않게 여긴다.
전 세계 여성 슈퍼리치들이 이용하는 런던 불가리 호텔의 샴페인 목욕 서비스는 부자들만 누릴 것 같은 사치스러움이 있지만 가격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약 67만 원의 호텔 예약비를 먼저 지불한 뒤 서비스를 받을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샴페인 목욕에 사용되는 수십 병의 와인은 따로 구비돼 있고 90분짜리 전신마사지는 약 90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슈퍼리치들은 까르띠에, 티파니, 부첼라티, 반클리프앤아펠 등의 명품 주얼리를 너끈히 구매한다. 이들이 수억 원짜리 주얼리를 구매하는 건 과시욕보다는 감상 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프랑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앤아펠’은 예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액세서리다. 반클리프앤아펠의 베스트셀러 중 ‘빈티지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는 가격이 무려 7800만 원이나 되지만 상상력과 기술이 낳은 예술적 자태를 뽐낸다. 반클리프앤아펠은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사랑한 주얼리로 유명하다.
‘희소성’ 있는 브랜드 선호
남성 슈퍼리치라면 자동차, 특히 명차를 빼놓을 수 없다. 벤틀리, 마이바흐와 함께 3대 명차로 꼽히는 ‘롤스로이스’는 과거엔 아무나 탈 수 없는 차였다.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자격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구매를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롤스로이스는 돈이 있어도 가질 수 없는 명차였기에 슈퍼리치들은 자신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이 차를 더 간절히 원했고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부여했다. 2009년 이후 롤스로이스는 ‘성공한 사람이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라는 콘셉트를 내세웠고 전 세계는 물론 국내 슈퍼리치들도 기꺼이 거금을 내놓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6억 원대인 ‘팬텀’보다는 저렴한 ‘고스트’. 이 역시 4억 원을 훌쩍 넘는다.
슈퍼리치는 트렌드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JTBC의 ‘캠핑클럽’ 핑클 편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캠핑 열풍이 다시 몰아쳤다. 슈퍼리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이 캠핑카에 많은 관심을 보이자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를 개조한 프리미엄 차량 ‘화이트 하우스B’를 슈퍼리치용으로 내놓았다. 이 차는 다임러트럭코리아의 2차 제조사 화이트하우스코리아가 스프린터 편의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제작한 1억600만 원대 모델이다.
홈파티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안목
슈퍼리치에게 홈파티는 당연한 사교모임이다. 다른 슈퍼리치를 집에 초대해 그들만의 사교모임을 갖는 건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일종의 관례와 같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슈퍼리치의 홈파티는 의미가 없다. 이들은 집 안을 럭셔리하게 꾸며놓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안목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재력을 과시하는 것과는 좀 다른 얘기다.
홈파티를 즐기는 슈퍼리치들은 집 안 가구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들에게 인기 있는 가구는 북유럽 감성을 담은 덴마크의 ‘프리츠한센’이다. 절제의 미학, 미니멀리즘 등 프리츠한센이 추구하는 디자인과 슈퍼리치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명 아티스트 작품을 소장한다는 의미와 오랜 시간을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 때문에 사랑받고 있다. 특히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의자들이 인기다. 동글동글한 디자인의 ‘에그체어’ 가격은 최고 1900만 원을 호가한다. 최근에는 하이메 아욘, 오키 사토, 세실리에 만즈 등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새 가구를 만들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요리를 준비하는 주방도 슈퍼리치들이 당연히 신경 쓰는 장소다. 이곳에 놓는 오븐으로는 프랑스 ‘라꼬르뉴’가 손꼽힌다. 오븐계의 명품으로 알려진 라꼬르뉴는 전문 장인이 주문을 받아 제작하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를 자랑한다. 구매자가 컬러부터 소재, 외관 등 디테일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슈퍼리치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오븐’이라는 희소성은 가치 있는 스토리가 된다. 라꼬르뉴의 최고가 라인 ‘샤또 시리즈’ 가격은 오븐이 8700만 원, 후드가 2000만 원에 달한다. 이 오븐은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칼 라거펠트, 이브 생 로랑 등 수많은 유명인사가 애용하고 있다.
건강이 ‘최우선’
슈퍼리치는 건강을 위해 식재료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심지어 송로버섯이 들어간 소금만 먹는 슈퍼리치도 있다. 가격대가 20만 원을 훌쩍 넘지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식료품점도 아무 곳이나 이용하지 않는다. 영국 런던의 부촌지역 첼시의 대형마트나 세계 최고의 백화점으로 선정된 셀프리지 등은 슈퍼리치가 애용하는 마켓이다. 이곳에서 파는 이베리코 돼지 뒷다리 가격은 200만 원이 넘고, 알비노 철갑상어 알 1㎏은 무려 2000만 원에 육박한다.
전 세계 슈퍼리치가 건강관리를 위해 찾는 의료관광 패키지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EW 빌라 메디카’가 있다. 세포재생시술을 한 번 받는 데 드는 비용은 2000만 원, 3박 4일 의료관광 패키지는 약 3000만 원이다. 연회비가 1억 원이 넘지만 전 세계 부자들이 앞 다퉈 예약한다.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 영화배우 미셸 로드리게스 등 유명인사가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피트니스센터도 인기다. 슈퍼리치가 주로 찾는 해외 유명 피트니스센터는 1년 회원권이 900만 원이나 하는 곳도 있다. 국내에도 고액의 피트니스센터를 즐겨 찾는 슈퍼리치가 많다. 이들은 근육운동보다는 자세교정을 위한 운동에 더 관심이 많다. 이들이 자세교정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시간당 7만~8만 원 선이다.
‘스토리’가 있는 선물
슈퍼리치들은 주변인들을 위한 소비에도 과감하다. 오히려 선물을 고를 때 까다로운 취향을 드러내며, 작은 펜 하나를 선택할 때도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슈퍼리치들이 좋아하는 펜을 꼽자면 희소성의 가치를 지닌 ‘파버카스텔’이 단연 최고다.
파버카스텔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필기구 브랜드. 슈퍼리치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하는 상품은 ‘클래식 퍼남부코’ 시리즈로, 가오리 가죽이나 상어 가죽, 스네이크우드, 말총, 상아 등을 소재로 사용하고 심지어 2억 년 이상 석화된 나무로 제작된 펜도 있다. 이 시리즈의 가격은 샤프와 볼펜이 각각 42만 원, 수성펜 55만 원, 만년필 80만 원이다.
그렇다면 슈퍼리치는 손자녀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영유아일 경우 유아용품을 선물할 것이다. 하지만 유아용품이라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세계적인 부호들은 어린 손자녀를 위해 거액을 아끼지 않는다. 유모차 한 대를 사는 데 무려 500만 원을 지불하는 사람도 있다. 영국 유모차 제조업체인 실버크로스가 600대 한정판으로 만든 유모차는 이너시트를 양털로 만들었고 캐시미어 담요도 딸려 있다. 이탈리아의 유아용 고급가구 제작업체인 ‘수오모’는 순금으로 만든 침대를 165억 원에 판매한다. 침구는 비단과 최고급 면인 피마 면을 소재로 사용했고 금실로 자수를 놓았다.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이름을 새길 수도 있다.
국내 슈퍼리치는 자녀들에게 주식을 선물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후상속보다 사전증여를 통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선물한다는 이유로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5월, 자산 기준 5조 원 이상인 국내 대기업 59개사를 조사한 결과, 18세 미만 미성년자 주주가 19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무려 335억 원에 달했다.
안타까운 한국 슈퍼리치의 ‘기부문화’
슈퍼리치에게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통한다. 세계 최대 면세점 전문기업 DFS의 창업주인 척 피니는 부자들이 롤 모델로 여기는 슈퍼리치다. 그는 15년 동안 약 8조4000억 원을 기부했는데, 정작 자신은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3만 원짜리 플라스틱 손목시계를 착용한다. 척 피니를 존경한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도 40조 원이 훨씬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하고 추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부를 하면 돈의 가치가 한층 빛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한국에도 기부에 앞장서는 슈퍼리치가 있긴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평소에 삶에서 돈은 큰 의미가 없어 기부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는 부자가 많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의 부자는 이기적이고 인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왜일까? 바로 세금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부를 하면 세금 부담이 많이 줄어드는 데 반해 한국은 혜택이 크지 않다. 그러나 세금 혜택을 떠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의식의 선진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2020년도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만큼이나 자기 인생도 스스로 매니지먼트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마음일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의 모습을 알아야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더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낸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읽었다. 책에서 이야기한 여러 트렌드 중에서도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성수동은 변해 있었고, 변해 가는 중
지난해 우리 사회에 나타났던 도심의 낡은 시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선해 새로운 공간으로, 새롭게 만든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체험형 성격 중심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업종들을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트렌드라고 예측했다.
책에서 언급한 여러 사례 중 서울 성수동에 있는 ‘성수연방’을 찾아갔다. 내 기억 속의 성수동은 사각형 모양의 2층으로 된 건물과 마당을 가진 영세한 공장들, 구두가 가득 진열된 쇼윈도의 수제화 점포들이 밀집해 있는 주거, 공업 지역이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내린 후 만난 ‘성수이로 길’은 기억의 성수동과 달랐다. 여전히 많은 소규모 공장과 차량 정비공장, 공장 창고, 수제화 점포들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에 있는 거리의 을씨년스러움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달라질 정도로 해일이 몰려와 거리를 바꿔놓은 것은 아니었다. 옛것의 낡음을 재해석해서 탈바꿈시킨 몇몇 공간과 건물들이 길의 풍경을 바꾸는 중이었다.
창고의 외벽을 그대로 살린 채 투박스러운 나무로 꾸민 카페는 세상살이에 꽁꽁 얼어붙은 사람들의 날 선 경계심을 조금씩 늦춰 주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가 어려운 그림 전시장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했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의 캔버스가 되어버린 골목길 어귀의 담장 스페이스는 자꾸 눈길을 끌었다.
길 건너편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공간의 세련된 음식점들이 계속해서 나를 유혹했다.
이제 ‘성수이로 길’에서는 뉴욕 브루클린(Brooklyn)의 향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억지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에서 천천히 바라볼 수 있어 더 많은 시간의 모습이 보였다. 길을 걸을 때 어깨에 살포시 내려온 겨울 햇살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켰다.
삶 속에서 나를 안아주는 길. 그런 길을 또 하나 찾은 2월의 오후였다.
화학공장에서 변한 ‘성수연방’의 모습
‘성수연방’은 화학공장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성수동의 랜드마크가 된 이곳은 ‘ㄷ’자 모양의 3층 건물이 양옆으로 서 있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의 1층 공간은 정원과 파빌리온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건물 2층 양 끝에는 건물을 서로 연결해 주는 통로가 있다. 새로운 트렌드의 복합문화공간 ‘성수연방’을 구성하는 각 공간을 소개한다.
띵굴마켓(Thinggool)
Better day, Better living가 컨셉인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이다. 각종 주방용품부터 생활용품, 음식까지 각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예쁘게 잘 정리 해놓았다. 가격과 디자인 모두 실용성을 추구하는 매장이나 편집 매장의 특성상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전시된 제품과 인테리어를 보면서 일상생활을 꾸밀 상상을 한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인덱스(index caramel): 수제 캐러멜 판매 매장. 설탕 대신 100% 사탕수수 등 천연재료로 자연스런 단맛을 내는 12가지 캐러멜을 판매하는 매장.
리카리카(likalika): 반려동물 토탈라이프 스타일 제품 판매 매장. 반려동물과 관련된 음식, 봉제품 등 판매.
샤오쟌: 구아바오 등 대만식 음식 전문점
창화당: 만두, 튀김, 떡볶이를 판매하는 익선동 맛집으로 유명한 곳
JAFA 브루어리: 소규모 맥주 제조 시설을 갖춘 브루어리, 도수가 가볍고 마시기 쉬운 독일식 맥주를 지향해 만든다. 품질이 검증된 재료로 한정된 수량만을 생산한다.
아크앤북: 전문 큐레이션에 의해 취급 도서와 관련 제품을 선정해서 판매하는 편집형 서점이다. 현재 전국에 4개 매장이 오픈되어 영업 중이다. 성수연방의 카테고리 콘셉트는 마일(Mile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 1마일: 평소 독자가 늘 곁에 두고 보는 책과 소품들
- 10마일: 생활 관련 도서와 집을 나설 때 드는 물건들
- 100마일: 국내 여행, 문학 관련 책. 밖에 나가서 놀고, 쉬고 싶을 때 사용하는 가볍고 단순한 소품들
- 1000마일: 해외 여행 관련 책과 소품, 가방들,기타 미술 등 전문 서적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 외에 액세서리, 캐리어, 일상 소품과 자체 브랜드인 ‘로우로우(RAW ROW)’의 잡화도 취급하고 있다.
존 쿡 델리 미트: 오픈형 공장 형태로 매장을 꾸민 육가공 식품 전문회사. 햄, 소시지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며, 제조 생산 과정을 이곳에서 다 볼 수 있다. 플레트 메뉴를 취식할 수 있는 테이블도 구비되어 있으며, 소시지 제조 클래스 수업도 진행한다.
천상가옥: 명실공히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인 예쁜 카페. 투명한 천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압권이다.
애꿎게도 흰머리는 그동안 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처지가(?) 좀 달라졌다. 해외 유명 배우, 모델 등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재계 인사들까지 독보적인 백발 스타일을 소화하며 패션의 일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노화의 선물이자 시니어의 전유물로서 그야말로 백발이 빛 발하는 시대가 왔다.
# 예수정
나이가 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배우 예수정. 백발 여배우를 보기 드문 국내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단연 독보적이다.
#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옷 잘 입는 정치인’으로 유명한 그녀. 센스 넘치는 패션에 흰 단발이 카리스마를 더한다.
#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
CNN의 간판 앵커인 그의 백발은 냉철한 저널리스트의 면모와 중후한 멋을 동시에 살려준다.
# 야스미나 로시(Yasmina Rossi)
새하얀 장발과 비키니 몸매로 주목받은 모델 야스미나 로시. 그녀의 긴 백발은 마치 여신의 머릿결처럼 신비롭다.
# 박호산
40대 후반의 배우 박호산은 다소 이른 나이에(?) 무성하게 흰머리가 났지만 염색 없이 당당히 백발을 드러내며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사라 제인 애덤스 (Sarah Jane Adams)
보석 디자이너 사라 제인 애덤스는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을 뽐내며 SNS 스타로 등극했다. 그녀의 백발이야말로 최고의 패션 액세서리다.
# 메이 머스크(Maye Musk)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의 어머니이자 70대 현역 모델인 메이 머스크. 트렌디한 그녀의 스타일링에 백발은 훌륭한 패션 아이템이다.
# 박정자
원로배우 박정자는 오는 2월에 개막하는 ‘노래처럼 말해줘’의 포스터에서 고혹적인 백발을 드러냈다. 하얗게 쌓인 세월의 흔적만큼 농익은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 ‘할로윈’ 시리즈의 히로인 제이미 리 커티스. 그녀의 쇼트 백발은 중성적인 매력과 당찬 여배우의 카리스마를 잘 보여준다.
# 팀 쿡(Tim Cook)
‘애플’의 CEO 팀 쿡은 전 CEO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경영 철학과 유연한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캐주얼한 차림에 어울리는 짧은 은발이 인상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Christine Lagarde)
국제통화기금의 첫 여성 총재 타이틀에 이어 현재 유럽중앙은행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세련된 정장과 스카프, 우아한 은발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 조성하
‘꽃중년’ 배우 조성하는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백발로 변신했다. 본래 흰머리는 아니지만 탈색한 백발 스타일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 배디 윙클(Baddie Winkle)
비비드 컬러의 의상을 즐기는 1928년생 패셔니스타 배디 윙클. 그녀의 새하얀 머리칼은 알록달록한 패션 속 더욱 돋보인다.
# 에이든 쇼우(Aiden Shaw)
백발과 더불어 풍성한 흰 수염으로 중후한 남성미를 자아내는 에이든 쇼우. 젊은이들은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로 패션 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화려한 액세서리, 깔끔한 외투, 잘 정돈된 소매와 옷깃. 센스 있는 옷차림은 눈길을 끈다. 하지만 향기로운 사람에겐 눈길이 머문다. 길을 걷다 우연히 코끝을 스친 향기는 절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패션의 완성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향수다.
보이지 않는 패션, 향수
어떤 향기를 맡고 자연스레 내가 만났던 사람,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올랐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를 맡고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한다. 이후 사람들은 향기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불렀다. 또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레이첼 헤르츠(Rachel Herz) 박사는 실험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가 더 자극적이고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향기는 상대방에게 나를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명함인 셈이다. 당신은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국내 향수 브랜드 ‘톰빌리’의 퍼퓸 디렉터 박재석(29) 씨는 먼저 내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한 후 각각의 향이 지닌 매력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이 활발한 이미지의 사람이라면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를 활용해 활발함을 더 강하게 표현할 수도 있고, 좀 더 무거운 계열의 향으로 활발한 이미지를 중화시켜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향수공방 ‘센토리움’을 운영 중인 오원택(33) 씨는 겨울에는 긴 소매, 여름에는 짧은 소매의 옷을 입듯 향수도 하나의 패션으로 계절에 맞춰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봄과 여름에는 가볍고, 경쾌하고, 싱그러운 느낌의 시트러스, 그린, 플로럴, 프루티 계열의 향수를 쓰고 가을과 겨울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애니멀, 우디, 바닐라, 구루망(쿠키 같은 디저트류) 계열의 향수가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어야 하며, 향수로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연출하려면 다양한 향을 직접 맡아보고 경험해봐야 한다.
①시트러스(Citrus) 레몬, 자몽, 라임 등 감귤류의 향으로 상쾌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②아로마틱 (Aromatic) 라벤더, 바질 등 허브류의 향으로 진중한 느낌을 준다.
③플로럴(Floral) 장미, 재스민 등의 꽃향기는 우아한 느낌을 준다.
④프루티(Fruity) 시트러스와는 다른 달콤하고 싱그러운 과일 향으로 발랄한 느낌을 준다.
⑤우디(Woody) 나무 향으로 향긋 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어 중후한 느낌을 준다.
향수, 제대로 맡는 법
향수의 향을 맡는 과정을 ‘시향(試香)’이라고 한다. 시향을 할 때는 향수와 시향지 사이에 7~15cm 간격을 두고 향수를 분사해야 한다. 시향지에 너무 가까이 대고 분사할 경우 본연의 향취가 느껴지지 않는다.
향수는 분사 후 시간 경과에 따라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3단계로 나뉘는데 톱 노트는 15분~2시간, 미들노트는 3~5시간, 베이스노트는 10~15시간 향이 지속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수를 뿌린 직후의 향, 즉 톱 노트만 맡는다. 향을 단계별로 제대로 느끼려면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맡아야 한다. 반나절 정도라면 베이스 노트의 향까지 경험할 수 있다. 만약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최소 15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시향할 것을 권한다. 또 한 번에 3개 이하의 향수만 시향하는 게 좋다. 너무 많은 종류의 향수를 연달아 시향하면 후각이 무뎌져 나중에는 향을 제대로 못 맡게 된다. 이럴 때는 ‘커피’를 활용해보자. 커피 원두 향이 피로한 후각을 진정시켜준다.
마지막으로 피부에 ‘착향(着香)’을 해봐야 한다. 사람마다 고유한 체취가 있고 피부 온도와 습도 차이에 따라 같은 향수라도 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잔향까지 마음에 들어도 꼭 착향을 해본 뒤 구매해야 후회가 없다.
향수, 제대로 입는 법
이렇게 고른 당신만의 향수, 어떻게 뿌리는 것이 좋을까? 향수는 기본적으로 맥박이 뛰는, 온기가 있는 부위에 뿌린다. 손목 안쪽, 목 뒤, 왼쪽 가슴 부근이 대표적이다. 손목에 향수를 뿌린 후엔 가볍게 톡톡 두드려주면 된다. 간혹 양 손목에 뿌려 비비는 사람이 있는데, 향수의 노트가 뭉개져 본연의 향을 잃어버린다. 팔꿈치 안쪽은 옷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아 향을 은은하게 오래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소매가 짧은 옷을 주로 입기 때문에 발향이 강한 편이다. 이외 외투 안쪽, 넥타이 뒷면, 바지, 치마 등 옷에 뿌려도 된다. 다만 실크와 가죽옷에 뿌리면 옷이 상하거나 향이 변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향의 지속력을 높이고 싶다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된다. 무(無)향 로션을 바르고 그 위에 향수를 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특별하다는 의미다. 당신만의 향기로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다면 집을 나서기 전, 가볍게 향수를 걸쳐보자.
낡고 늙음이라는 고정 관념을 끊어내고 시니어 모델로 생애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두 사람을 만났다. 시니어 모델 최초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오른 소은영(제이액터스·75) 씨와 최근 핫한 모델 김칠두(더쇼프로젝트·64) 씨다. 늦은 데뷔이지만 내공 가득 담아 시니어의 멋과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두 사람. 그들만의 패션 포인트와 패션 피플로서의 삶을 엿봤다.
인생, 이러니 참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최근 SNS를 보다 보면 신인 모델이라는데 하얗게 세어버린 긴 머리와 수염 덥수룩한 사나이가 눈에 띈다. 패션모델 데뷔 1년차 김칠두. 시니어 모델이라기보다는 아주 늦게 데뷔한 신인 모델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16만 명이 훌쩍 넘은 지도 오래. 그의 SNS에 쓰인 젊은 팬들의 댓글을 보면 중후함에서 나오는 특별한 스타일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원래부터 내가 제일 잘나갔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면 머리에 ‘잘생겼다’란 네 글자가 박힌다. 환갑이 훌쩍 넘었고 조만간 어르신 교통카드도 나온다는데 멋짐 폭발은 감출 수가 없다. 호피 무늬 아우터에 챙 넓은 중절모, 긴 수염 휘날리며 압구정 거리를 걸으니 런웨이가 따로 없다. 모델 워킹 수업 세 번 만에 2018년 F/W 헤라서울패션위크 키미제이(KIMMY.J) 모델로 섰다는데 어느 별에서 왔는가.
“젊었을 때는 집에서 혼자 포즈 연습 좀 했습니다. 그래서 무대에 서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알고 보니 20대 초반 무교동의 한 의상실에서 2년여 일했던 경험이 있다고. 옷에 대한 관심 혹은 옷 잘 입게 된 계기를 물으면 그 시절로 자꾸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당시 패션 스타일을 배우면서 일했어요. 앙드레 김 선생님이 나오신 국제복장학원도 좀 다녔고요. 그때가 기성 제품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의상실 경기가 하락세여서 2년만 하고 일을 그만뒀죠.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가정 형편상 복장학원을 더 이상 못 다녔지만 관심은 늘 패션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패션 쪽 일을 그만두고 나니 그 후로 모델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모델 경연대회에 나가서 입상도 했죠. ㈜태창 전속모델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패션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이번에도 그는 꿈을 접어야 했다.
“먹고사는 게 바빴거든요. 그 당시의 모델은 돈 없으면 못하는 직업이었어요. 결혼하고 나서 여유가 생겨서 남대문 커먼플라자에서 여성의류 도매 장사를 했어요. 제가 직접 디자인을 해서요. 그때만 해도 전문모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옷 잘 입는 비결 따로 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을 품고 있었으니 패션 센스는 자연스레 장착됐을 뿐이다. 옷이건 액세서리건 김칠두 씨가 고르고 찾아서 입었다. 대부분 가정에서 남편 옷 고르는 임무가 아내 몫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저는 저만의 코디를 합니다. 주로 흰색을 좋아해서 입고 말이죠. 옷 잘 입는 방법은 자기 스스로 감각을 키우는 거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지 않나요? 저는 잡지나 영화를 많이 봐요. 요즘은 인스타그램에도 정보가 많이 올라오니까 눈길이 가는 스타일은 한참 보면서 숙지합니다. 트렌드를 체감하려고요.”
TPO(시간·장소·상황)에 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옷을 맞춰 입는 거도 중요하죠. 모델하기 전에 식당을 할 때는 머리도 길고 해서 주로 개량한복을 입고 일했습니다. 고깃집이나 한식당을 주로 해왔으니 분위기를 맞춘 거죠. 지금과 같은 캐주얼은 입기 힘들었어요. 마른 체격을 고려해서 풍성한 옷을 자주 입습니다. 바지는 통은 넓지만 밑이 좁아지는 것을 고릅니다.”
환갑 넘어 패피에 합류하다
그의 패션 화보를 보면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인터넷 쇼핑몰, 여성 잡지 등에서도 그의 이미지를 원한다.
“원래 옷 선택할 때 시니어용, 주니어용 가리지 않아요. 요즘 트렌드에 맞춰서 입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입어보는 게 아니라 제 스타일의 옷들이니 새로울 게 없죠. 화보 촬영 전에 콘셉트 등에 대해 사진작가와 얘기를 나눠요. 또 작가들이 뭘 원하는지 저 스스로 콘셉트를 찾고 빠르게 숙지하려고 합니다. 룩북(화보) 촬영이 너무 좋아요.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은 좋은 것들뿐입니다.”
‘패완얼’ 김칠두
최근 건강관리를 위해 요가를 시작했다는 김칠두 씨. 먹어도 찌지 않는 체질이기에 특별히 운동을 해본 적은 없단다.
“몸 관리라는 거 안 해봤어요. 소속사 아카데미에 일주일에 두 번 나와서 워킹과 동작 등을 반복해서 연습하고요. 소속사 대표님과 지인들이 요가를 권해서 배우게 됐죠. 제 나이에 피트니스센터에서 무거운 거 드는 거보다 훨씬 좋겠더라고요.”
모델 일과 몸 관리를 하면서 쇼핑도 꾸준히 한다. 평택에서 살다 재작년 말 서울로 이사 오면서 동묘 지역을 선택했다.
“그곳에 옷들이 많잖아요. 제가 워낙 좋아하니까 이사도 그곳으로 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바로 이거였다.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는지?
“네.(웃음) 잘생겼다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우리 연배에 나만큼 잘생긴 사람 별로 못 봤어요. 너무 자화자찬했나요?”
그렇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