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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로 만나는 ‘귀여운 여인’
- 1990년대,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금발의 여인이 있었다. ‘귀여운 여인’ 줄리안 로버츠다. 시니어라면 아찔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싸이 하이 부츠 신은 채 발랄한 매력을 뽐내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스타와의 설레는 로맨스를 꿈꾸게 만들었던 ‘노팅힐’은 또 어떠한가. 두 작품의 흥행으로 줄리아 로버츠의 이름 뒤에는 ‘로코 퀸’이란 수식이 붙기 시작했지만, 이후 그녀는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영원한 귀여운 여인, 줄리안 로버츠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적과의 동침 (Sleeping With The Enemy, 1991) 무명배우이던 줄리아 로버츠는 ‘귀여운 여인’으로 1990년 스타덤에 오르고, 맥 라이언과 함께 로코 퀸으로 부상하는 듯했지만 다음 해 전혀 다른 장르로 찾아와 관객을 놀라게 한다. 바로 ‘적과의 동침’이다. 영화는 미모의 여인 로라(줄리안 로버츠)가 결혼 후 돌변한 남편 마틴(패트릭 버긴)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언뜻 보면 행복한 부부 사이 같지만, 마틴은 극도의 의처증을 앓고 있다. 로라의 별 뜻 없는 행동에 외도를 의심하고,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그런 뒤 곧바로 사랑을 속삭이며 자신만을 바라볼 것을 강요한다. 그렇게 가학적인 폭력에 시달린 로라는 탈출을 결심하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후 로라는 ‘사라’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살아가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영화는 장르의 본분을 잃지 않고 다시금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하며 반전을 예고한다. 줄리안 로버츠는 이 영화에서 ‘귀여운 여인’과는 다른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각인되며 배우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한다. 내용은 다소 공포스럽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의 리즈 시절 미모가 감탄을 자아낸다. 2. 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 2000) ‘귀여운 여인’, ‘적과의 동침’으로 눈부신 미모를 자랑한 줄리안 로버츠는 약 10년 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자신감 넘치는 싱글맘 역할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그녀가 연기한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은 ‘에린 브로코비치’라는 실존 인물의 실화이기도 하다. 그녀의 이름을 딴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 업무를 하는 에린(줄리아 로버츠)이 우연한 계기로 마을에 유해 물질을 방출한 거대 기업의 실태를 파헤치고, 미국 역사상 최고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내용을 다룬다. 평범한 싱글맘과 거대 기업의 싸움은 시작부터 승패가 예상되는 불리한 게임이다. 그러나 에린은 정의에 대한 투지와 끈기로 기업의 부조리함을 입증하고, 사회를 바꿔낸다. 왼손잡이인 줄리안 로버츠는 에린 브로코비치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연습을 하며 캐릭터를 향한 아낌없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노력의 결실은 200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 자리를 공고히 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는다. 3. 원더 (Wonder, 2017) 2010년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후 눈에 띄는 흥행작이 없었던 줄리안 로버츠는 2017년 따뜻한 가족영화 ‘원더’로 호평을 받으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원더’는 선천성 안면기형으로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와 그를 둘러싼 가족,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10살이 되던 해, 홈스쿨링을 하며 헬멧 속에 숨어 살던 어기가 학교로 첫 발을 내디디며 시작된다. 전체적인 서사는 어기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각 챕터 별로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도빅), 친구 잭(노아 주프), 비아 친구 미란다(다니엘 로즈 러셀) 등 서술자가 달라지며 주변 인물을 함께 조명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비아의 결핍과 잭이 어기와 친구가 된 계기 등 저마다의 사연이 밝혀지고, 이야기는 계속해서 확장된다. ‘원더’는 공동체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사람 간 관계 맺음에 주목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차별적인 시선으로 상처 입은 어기를 향해 “너는 기적 같은 아이”라며 응원을 실어준 줄리안 로버츠의 대사가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하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 2021-04-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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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재와 미래
- 헬스케어는 인간이 문명화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것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컴퓨터 등의 발달로 전산화, 디지털, 스마트라는 단어가 앞에 수식어로 붙게 되었다. 아날로그 시대를 넘어 헬스케어도 디지털화되면서 개인의 건강과 의료에 관한 정보, 기기, 시스템, 플랫폼을 다루는 건강 관련 서비스와 의료 기술이 융합된 종합 의료 서비스로 발전한 것이다. 근래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개인이 소유한 휴대형, 착용형 기기나 클라우드 병원 정보 시스템 등에서 확보한 생활습관, 신체검진, 의료 이용 정보, 인공지능, 가상현실, 유전체 정보 등의 분석을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와 의료 서비스를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 서비스를 우리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라고 이야기한다. 유전자, 환경, 생활습관 등 개인의 다양성을 감안하여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유전체 분석 결과 및 의료, 임상 기록뿐 아니라 환경, 생활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어떤 치료법과 예방 전략이 가장 효과적일지 좀 더 정밀하게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정밀의료 실현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 창출 헬스케어 분야는 데이터의 비중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유전체 분석과 사물인터넷(IoT) 등 개인으로부터 얻는 데이터가 더욱 증가하면서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빅데이터는 전통적인 의료 영역에서 정확한 진단이나 오류를 찾아내는 기술을 통해 의사와 같은 전문가의 역할을 대신하거나, 보조하거나, 좀 더 사람의 관점에서 필요한 결과를 도출하거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도출해내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결과적으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SNS 등은 개인의 상태를 감지, 예측, 추론하는 데 필요한 중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밀의료를 위한 데이터 추출 관리, 분석 등의 핵심 역할을 하고, 수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습관과 행동 분석을 통해 개개인에게 맞는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 적용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빅데이터와 접목되면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자의 반응과 행동 양태를 예측할 수 있어 좀 더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가능하다. 일상 속에 찾아온 디지털 헬스케어 보통 가정에 설치된 거치형 헬스케어 기기나 착용형 헬스케어 기기가 스마트폰 또는 개인 컴퓨터와 연계돼 건강을 관리해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최근 우리 생활에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갤럭시 기어핏과 라이프밴드 터치, 아이리버 온과 같은 착용형 헬스케어 기기는 심박수를 측정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운동량을 관리하거나, 걸을 때는 걷는 횟수를, 달릴 때는 이동한 거리를 표시해주고, 운동한 칼로리 소모량을 알려주는 등 생체 신호를 측정해준다. 더욱 고도화된 의료 기술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가 적용될 전망이다. 생체 이식 헬스케어 서비스에 이용되는 임플란트형 기기도 있으며, 이는 현재 개발 단계다. 생체 이식형 디바이스에는 심장에 자극을 주어 심장박동을 조율하는 페이스메이커, 혈관을 확장하고 유지해주는 스텐트 등이 있다. 아직 헬스케어 서비스와 연동될 수 있는 능동형 기기로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페이스메이커를 외부와의 통신으로 연결해 제어하고, 스텐트에 혈압 측정 기능을 부여하는 등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고령화 시대의 필수 대안 더욱이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했고, 2030년에는 25% 이상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령화로 인한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 및 의료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고령화가 야기한 인구 구조 불균형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인력 부족 또한 심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고령자를 위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이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현재 약 9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3년 뒤에는 13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시대 진입에 발맞추어 질병 예방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최근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비 절감은 물론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유수의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 버라이즌, 퀄컴 등이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선보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높은 장벽과 구체적인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에서도 앞서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네트워크 기반의 콘텐츠 구축과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 발굴에 집중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2021-04-0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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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 타고 ‘춤바람’ 일으키는 넷플릭스 영화
- 얇은 옷차림으로 몸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봄바람처럼 살랑대는 음악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과거에는 음악 한 곡을 듣기 위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타이밍 맞춰 녹음해야 했지만, 요즘은 유튜브 하나만으로 그 시절 추억의 무대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흥겨운 리듬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나이를 잊은 듯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춤과 노래, 서사가 한데 어우러진 음악 영화도 흥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영화 ‘더티 댄싱’의 베이비처럼 춤바람에 흠뻑 빠져볼 독자를 위해 춤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그리스 (Grease, 1978) 한때 할리우드 배우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라볼타가 당대 최고의 이상형으로 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뮤지컬 영화 ‘그리스’는 시니어의 추억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이다. 영화는 1950년대 말, 여름방학 동안 해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대니(존 트라볼타)와 샌디(올리비아 뉴튼 존)가 방학이 끝난 후 고등학교에서 재회하며 시작된다. 하지만 여름날의 설렘도 잠시, 학교에서 다시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는 냉랭한 기류가 흐른다. 학교 서클의 리더인 대니가 친구들 앞에서 허풍을 떨기 위해 반가운 마음을 애써 숨기고, ‘나쁜 남자’로 변신한 것. 달라진 대니의 태도에 상처받은 샌디는 톰과 친하게 지내고, 대니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 뒤에도 다소 예상 가능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그때마다 장면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뮤지컬 넘버가 지루할 틈을 없앤다. 특히 ‘유아 디 원 댓 아이 원트’ 등 시니어에게 익숙한 로큰롤 멜로디는 롤러장에서 신나게 춤을 추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1950년대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엿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2. 브링 잇 온 (Bring It On, 2000) 추억여행도 좋지만, 젊음의 열기와 10대의 상큼 발랄한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땐 ‘브링 잇 온’도 괜찮은 선택이다. 영화 ‘브링 잇 온’은 미국 고등학교 치어리더를 소재로 한 고전 하이틴 영화다. 치어리더 경연대회를 몇 주 앞두고, 5년 연속 우승한 최강 응원팀 ‘토로스’의 안무가 도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응원팀 ‘클로버스’와 경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장르 특성상 설정과 대사 등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회 우승을 향한 주인공들의 열정과 몸을 아끼지 않는 연습, 묘기에 가까운 고난도의 치어리딩을 보고 있으면 그저 시시한 하이틴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히려 꿈을 향해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전해 받은 듯 불끈 기운이 솟는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노래 ‘미키’에 맞춰 파워풀한 군무를 선보이는 치어리딩 장면이 영화의 명장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헤이 미키’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3. 스텝 업 (Step Up, 2006)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스텝 업’이 바로 그 원조 격이다. 2000년대 초반 불어 닥친 비보이 열풍도 이 영화의 영향이 크다. ‘스텝 업’은 반항심 가득하지만 스트리트 댄스 하나는 끝내주게 잘 추는 타일러(채닝 테이텀)가 사고를 치고 근처 예술학교에서 사회봉사를 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최고의 춤꾼들이 모인 곳에서 타일러는 아름다운 발레리나 노라(제나 드완)를 만나고, 다리 부상을 당한 그녀의 파트너를 대신해 함께 춤 연습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연습 과정에서 장르와 환경 등의 차이로 인해 갈등을 빚지만 거듭되는 연습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마침내 춤으로 하나가 된다. 파워풀한 비보잉과 우아한 발레가 한데 어우러진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색다른 무대로 보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여기에 청춘남녀의 짜릿한 로맨스까지 더해져 두근거림은 배가 된다. 스텝 업과 비슷한 짜임새를 갖춘 영화 ‘더티 댄싱’과 비교하며 봐도 좋다. 더티 댄싱은 열일곱 소녀가 댄스 강사를 만나 춤의 신세계에 눈을 뜨는 이야기다.
- 2021-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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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뽐내다
- 심장을 울리는 음악과 조명이 쏟아지는 런웨이에서 시니어 모델들이 당당한 워킹을 선보였다. 그날을 위해 갈고닦은 몸과 마음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하는 모습에서 나이는 의미가 없었다. 외려 어린 모델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연륜과 내면의 성숙함이 품격을 더했다. 그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대회장에서는 평범하게 차려입은 이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화이트 슈트, 밝은 브라운 윙팁 구두, 투명 테 안경, 가죽 재킷, 탱크톱, 보타이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차림새를 한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각자의 개성을 맘껏 뽐내니 누가 나이가 많고 적은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백발이었다. 백발마저도 세월의 상징이 아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액세서리처럼 보였다. 국내 최고 권위의 시니어모델선발대회 3월 13일 토요일 저녁, 잠원한강공원에 자리한 선상 카페 그랜드모스에서 KMA 한국모델협회가 주최한 제2회 시니어모델선발대회가 열렸다. KMA 시니어모델선발대회는 한국모델협회가 주관하고 아시아모델페스티벌조직위원회, 한국모델콘텐츠가 함께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시니어 모델 선발대회다. 본 대회 참가자는 45PLUS, 55PLUS, 65PLUS 세 부문으로 나뉜다. 45PLUS는 1967~1976년생, 55PLUS는 1957~1966년생, 65PLUS는 1956년 이후 출생자가 대상이다. 1차, 2차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는 부문당 10명씩 총 30명이었다. 본선 대회는 본래 지난해 12월 11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3차례 연기되어 이날 개최되었다. 안전을 위해 무관중 대회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임주완 한국모델협회 회장을 비롯해 도신우 모델센터인터내셔날 회장, 오민 뷰티아트 디렉터, 한지일 모델 겸 배우, 노충량 모델 겸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디렉터, 백학기 영화감독, 이화선 슈퍼모델 겸 한국모델협회 이사, 양지혜 뷰티&라이프 인플루언서 등 국내 패션·문화계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았다. 이날 심사위원단은 총 27명으로 꾸려져 여느 대회보다 공정하고 세밀한 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대회는 모델 겸 배우 박재훈과 김태연이 진행을 맡았다. 박재훈 진행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모델협회는 대회 취소까지 고려했으나, 여러 시니어 모델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성원과 격려에 힘입어 굳은 결의와 다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며 “힘들게 치러진 만큼 이번 대회가 시니어 모델들에게 희망이 되고 행복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연 진행자는 본 대회 예심 심사 소감을 “매년 해가 거듭할수록 심사하면서도 놀란다. 끼와 재능과 열정이 가득한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임주완 회장은 축사에서 “제2회 시니어모델선발대회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해 준 귀빈들,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미루고 미루다 출전하게 된 시니어 모델들에게 고맙다. 한국모델협회는 키즈 모델부터 학생, 주니어, 젊은 모델, 시니어 모델까지 아우르며, 모델들의 처우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결집하고자 한다”며, “마스크 잘 써주길 부탁하며 끝까지 응원 부탁드린다. 모델들의 워킹을 함께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신우 회장은 “우리 모두는 2020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모델들도 마찬가지다. 런웨이는 아예 사라졌고, 정말 힘든 시기를 거쳤다. 그러나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본 대회를 열어 굉장히 행복한 순간이다. 2021년은 시니어 모델들의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안미려 한국메이크업전문가 직업교류협회 회장은 “와서 보니 장소가 예뻐서 시니어 모델 대회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도전하는 삶은 참 아름답다. 운을 거꾸로 뒤집으면 공이 된다고 한다. 공을 많이 들이면 그에 못지않은 운이 따른다고 한다. 시니어 모델들은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에 시니어 모델이라는 운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고, 나도 시니어인데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여자로서, 남자로서 아름다움을 계속 지켜나간다는 것은 본인의 자존감과 관계있다고 생각한다. 이 대회가 날로 발전해서 우리나라의 기둥과 같은 대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무대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이 단체복과 브랜드 패션쇼를 진행했다. 1회 대회 본선 진출자와 KMA 키즈모델선발대회 입상자들이 축하 공연을 했고, 참가자들이 드레스, 턱시도 패션쇼를 선보였다. 의상은 두칸, 자렛, 제이에이, 크리스탈드레스, 포튼가먼트에서 협찬했다. 외모와 내면의 멋을 두루 갖춘 시니어 모델 탄생 심사위원장인 도신우 회장은 심사에 관해 이렇게 총평했다. “올해가 제2회 대회인데, 작년보다 수준이 많이 향상된 듯하다. 시니어 모델은 연륜이 있다.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몸과 얼굴에서 풍기는 아름다움과 멋이 중요하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건강미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이들을 중점적으로 보았다.” 도신우 회장은 향후 시니어 모델의 발전 가능성을 이렇게 전망했다. “시니어 모델이 지금 굉장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분들, 젊었을 때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이뤄보고 싶은 정열적인 분들이 많다. 나이를 먹어도 젊게 살고 싶고, 아름답게 살고 싶고, 멋있게 살고 싶은 게 누구나의 욕망일 테다. 참가자들은 그걸 실현하고자 나온 분들이다. 아마 전 국민이 시니어 모델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러 여건이 많이 좋아졌고, 이제 100세 시대이고 앞으로 120세까지 살 수 있으니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나의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과 건강, 경제적인 면에서의 여유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그로써 결국은 우리나라 전체 문화 수준이 올라간다고 본다. 그래서 아름답게 살고 멋있게 살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시니어 모델들이 앞으로 각광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화선 모델은 심사 총평과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심사했는데, 심사하러 왔다가 외려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존경심을 갖고 심사했다. 각자 살아온 시간이 있으니까 그 삶의 모습이 다 보이는 게 신기하다. 시니어 모델은 그 사람만의 연륜, 내공, 향기가 더 짙게 묻어나온다. 이것이 시니어 모델만의 차별화 요소인 듯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심사했다.” 임주완 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미뤄져서 출전자들한테 미안하다. 그래도 열정이 지금까지 식지 않았고, 마침내 개최하게 되었다. 시니어 모델들이 이 대회로 인해 자신감과 활력을 얻고, 중년의 삶에서 행복을 찾는다. 거기에 대회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대회는 심사위원단이 27명으로 폭넓게 꾸려져 눈길을 끌었다. 임주완 회장은 “공정성을 높이고,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점을 고려해 심사위원들을 많이 모셨다. 여러 전문가들이 최고의 모델을 뽑기 때문에 어느 대회보다 투명하게 진행하고자 공들였다”고 말했다.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 대상 박정윤, 65PLUS루비상 김사라, 55PLUS사파이어상 박종훈, 45PLUS에메랄드상 오명란, 특별상인 베스트워킹상 김은주, 협찬사상인 대게나라상 권영채, 제이에이상 유제숙, 지저스모델아카데미상 이혜진, 오픈오디션SNS상 백근영, 동안미소한의원상 정순원. 수상자 전원은 트로피와 상금을 받고, 패션쇼 광고 모델 혜택을 부여받는다. 대상 수상자 박정윤 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대상은 상상도 못 했다. 너무 큰 상을 받아서 수상 순간 무척 행복했다. 주변에서 시니어 모델에 도전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는데,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몇 번을 고사했다. 한데 자꾸 듣다 보니 한 번쯤 해볼까 싶은 마음에서 학원에 갔다. 그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열심히 하다 보니 이 일에 매력을 느꼈고, 나랑 잘 맞다는 느낌이 들어 정말 열심히 했다. 부산과 서울을 여러 번 오가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기쁨이 더 크다. 앞으로 참된 시니어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45PLUS 에메랄드상을 수상한 오명란 씨는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모델이 학창 시절 꿈이었는데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자 시간이 많아져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지인들이 늦게라도 도전해보라고 권유해서 시작했다. 아직도 심장이 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큰 상을 받아서 기쁘고 감동이다. 앞으로 서울패션위크 무대에도 서보고 싶고, 밀라노에서도 런웨이를 해보고 싶다. 늘 배우는 자세로,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면의 지혜로움을 채워가려고 노력하겠다.”
- 2021-03-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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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암 환자, 유방재건술 꼭 필요할까
- 암 진단의 순간, 대부분의 환자들은 엄청난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유방암 환자는 여성성 상실이라는 고통까지 더해져 수술 후에도 우울, 대인기피 등과 같은 심리적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유방은 여성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체 부위다. 때때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모유수유로 엄마를 대신하기도 한다. 유방재건술은 유방암, 외상 등으로 유방이 소실되거나 변형됐을 때 이를 원상태로 최대한 복원해 주는 수술과 치료방법을 말한다. 이준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이후 기대수명이 40년 이상인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여성에게 있어 유방 없이 40년 이상을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방재건은 단순히 질환에 대한 회복뿐 아니라 ‘여성성 회복’이라는 의미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유방암 기수, 치료 상황 따라 재건술 계획 세워야 가장 흔한 유방재건술 대상자는 유방암 환자다. 특히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이 유방재건술의 주요 대상이다. 그러나 유방재건술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의 치료다. 일단 암 치료가 잘 돼야 유방재건술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기수와 치료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방재건술은 보형물 삽입과 복부나 등의 자가조직 이식을 기준으로 최대한 환자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해 시행한다. 보형물 삽입은 유방 외에는 흉터가 남지 않지만 사후관리가 필요하고, 자가조직 이식은 사후관리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배, 등에 흉터가 남는다. 환자마다 생각이 다르고, 중요시하는 가치도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 수술법을 선택한다. 간혹 보형물의 경우 부작용이나 사후관리 문제로 오해를 하는 환자가 있지만 보형물은 전세계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반면, 위험한 부작용 사례는 현저히 낮은 편이다. 오히려 환자의 신체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보형물 삽입이 훨씬 유리한 경우도 많다. 다만 공산품이기 때문에 보형물 자체의 수명이 있고 구축이나 파열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이준용 교수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환자는 유방암에 대한 추적관찰과 건강검진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고, 이때 보형물의 상태도 추적관리 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유방재건술은 또 수술 시기에 따라 유방절제술과 동시에 시행하는 즉시재건술과, 유방절제 후 일정 시기가 지나 시행하는 지연재건술로 나뉜다. 유방암의 병기가 높거나 수술 후 방사선 치료 등 집중적인 항암치료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지연재건술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즉시재건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나 치료 계획에 따라 재건 수술의 시기는 개별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유방재건술 이후 보정속옷 등 적응 기간 필요 유방재건술을 위해서는 유방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 결과는 향후 유방암 등에 대한 추적 검사를 위한 기본 자료로도 사용된다. 통상 유방암으로 유방재건술을 실시하는 경우 Mammogram(유방촬영술), 초음파,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검사가 사전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방재건 시에는 이와 더불어 자가조직 재건, 특히 복부를 이용한 재건의 경우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이용한 혈관 촬영이 추가돼야 안전한 수술을 계획하고 시행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유방은 뼈가 있는 조직이 아닌 연조직으로, 재건술을 하게 되면 환자의 움직임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재건술 이후에는 보정속옷 등을 착용해 유방이 적절한 형태로 자리 잡게 보완해 주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재건술을 받은 창상 부위는 최종 반흔이 되기 때문에 이 반흔에 대한 관리(레이저 치료 등)도 중요하다. 수술 이후 일상에 돌아가더라도 약 3개월 정도는 이런 적응 기간을 잘 보내줘야 최상의 유방재건술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술 전 상담으로 문제 최소화 복부를 이용한 유방재건술 이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재건한 유방에서 일부가 딱딱하게 굳는 지방괴사다. 보형물 삽입은 파열, 구형 구축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등을 통한 자가조직 이식은 등에 있는 광배근을 사용하다 보니 일상생활에는 무리가 없지만 큰 힘을 써야 하는 암벽등반, 골프 등의 운동에는 제한이 생길 수 있다. 또 자가조직 이식을 이용한 유방재건은 공여부(이식할 피부조직을 떼어낸 곳)에 흉터가 길게 남을 수 있다. 이준용 교수는 “유방재건술 후 항암치료나 체중 변화로 인해 유방 크기의 변화나 비대칭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수술에 의한 문제라기보다는 환자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여느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 역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유방재건술 이후에도 유방암에 대한 꾸준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재건한 부위에 암이 재발했다면 자세한 평가를 통해 추가적인 치료와 재건을 시행할 수 있다.
- 2021-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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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시니어 창업과 창직
-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금융기관에서 줄줄이 대규모 희망퇴직이 발생했다. 비대면 금융이 늘어나면서 필요한 영업점의 인원이 줄어든 탓이다. 은퇴한 전문직 종사자들은 근로 의욕이 상당히 높아서, 퇴직 이후에도 쉬지 않고 재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전문직 출신 은퇴자는 창업이나 창직에 관심이 많다. 참고 한국고용정보원,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적성을 고려한, 창업 박 씨는 대기업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선박 전문가였다. 선박 기술 서비스 분야에서 임원까지 올랐다. 오랫동안 일한 회사를 떠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예전부터 사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실제로 적성검사를 하면 사업가 체질로 나왔다. 그래서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분야인 선박 기술 서비스와 선박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을 설립했다. 다른 일도 생각했지만, 이제껏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은 포기할 수 없는 큰 자산이었다. 실제로 시니어 창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창업 기업은 34만여 개로 2019년과 비교해 13.3% 늘어났다. 특히 연령별로 규모를 파악했을 때 60세 이상의 전체 창업은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8% 올랐고, 기술창업은 28% 상승했다. 이들이 창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은퇴 후 재취업이 쉽지 않고, 창업의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경련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중장년 구직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6명 이상은 6개월 이상의 장기 실업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100년행복연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퇴직자 3명 중 1명은 자영업을 선택했다. 선호하는 이유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업의 장기화와 손쉬운 접근성이 창업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창업의 길도 어렵다. 국민의힘 소속 양금희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창업 기업 생존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 기업의 5년 차 생존율은 29.2%로 집계됐다. OECD 주요국 창업 기업 5년 생존율 41.7%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한편 코로나19도 창업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중장년 취업 컨설팅 관계자는 “창업 문의는 많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창업을 미루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만약 창업을 준비한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창업을 위해서는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창업자, 아이템, 상권, 창업자금이다. 어느 하나도 부족함 없이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창업자의 역량을 스스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아이템을 찾았다면 적합한 상권을 알아보고, 그 상권에 입점하기 위한 창업자금을 비축해야 한다. 다음은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예비 창업자를 위한 4계명을 살펴보고, 최근 부상 중인 유망 창업 아이템을 소개한다. 예비 창업자를 위한 4계명 #1 적성이 최우선 창업은 만만치 않다. 남들이 한다고 덩달아 휩쓸려 창업을 시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선은 ‘자신이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좋다. 퇴직한 중장년 세대는 성격이나 장단점 같은 본인의 정확한 특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중장년 취업 컨설팅 관계자는 “평소에 즐기는 취미나 흥미, 그리고 자신이 쌓아온 역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 유망 아이템은 적합성을 고려 유망 아이템을 정하라고 하면 모두 장사가 잘되는 일을 선택한다. 물론 수익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창업자와의 적합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직접 자료 조사도 하고, 발품을 팔면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황윤정 한국열린사이버대학 디지털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시니어인 만큼 동년배의 니즈와 트렌드를 파악하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3 상권의 분위기와 유동 인구 점포 창업에서 상권은 중요하다. A급 상권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무조건 A급 상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A급 상권의 점포는 임대비용도 비싸고 권리금도 장난이 아니다. 상권이 좋다고 해서 모든 상품이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상권 내에서도 입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입지에 맞는 업종이 다 다르다. 황 교수는 “상권의 분위기가 업종과 어울리고, 유동 인구가 많은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4 비용과 매출 이제까지 조금 이상적이었다면 지금은 현실적인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 창업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창업자금은 총투자비용의 70%를 자기 자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 자본이란 그 돈이 없어도 당장 사는 데 문제없는 자산을 말한다. 만약 자금이 부족하면 선택한 업종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창업 규모를 줄이는 것이 낫다. 중장년 창업 컨설팅 관계자는 “예상 비용이나 예상 매출액을 꼼꼼히 따져보고, 관련 분야의 비용 지원 제도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021 뜨는 창업 아이템 맞춤형 향기 서비스 ▶ 최근 향초와 디퓨저 같은 향기 산업이 급성장 중이다. 영국 시장 분석 업체 ‘IAL컨설턴트’에 따르면 글로벌 향기 산업 규모는 2022년까지 약 40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쾌적한 실내 환경 유지 및 스트레스 해소로 향기 제품이 많이 애용된다. 공유 주방 ▶ 공유 경제를 활용한 공유 주방 사업이 뜨고 있다. 점포 창업을 하는 대신 공유형 주방을 이용해 배달음식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점포 창업보다 초기 비용이 저렴하다. 공유 주방은 4평 정도의 공간에 1000만 원 내외의 보증금과 월 160만 원 정도의 이용료만 지불하면 된다. 배달을 이용하는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창문농장 ▶ 반려식물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창문농장(Windowfarm)이 뜨고 있다. 창문농장은 아파트 거실이나 베란다 창문에 수직으로 설치하는 수경 재배 시스템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친환경 채소를 직접 재배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홈가드닝과 플랜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많아 앞으로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다. 새로운 대안, 창직 A씨는 호텔리어로 20년 동안 일하다 은퇴했다. 은퇴 후 여가를 즐기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아내의 잔소리와 더불어 계속해서 비는 통장 잔고를 메워야만 했다. 얼떨결에 대리운전을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취객의 난동과 폭언 및 욕설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아들의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 이동 서비스에 영감을 받아 결혼식 당일 웨딩카로 신랑 신부를 이동시켜주는 웨딩쇼퍼 사업을 시작했다. 호텔리어와 대리운전 경험을 발휘해서 창직을 시도한 것이다. 위는 대표적인 창직 사례다.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탓에 중장년의 재취업도 쉽지 않다. 음식점, 숙박업, 카페 등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는 창업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이러한 현상과 맞물려 고학력 베이비붐 세대가 재취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창직’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관계자는 “생계유지와 함께 일로써 보람을 얻기를 원하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면서 창직을 원하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원하는 진로 유형을 파악했는데, 창직 추구형이 64.27%로 가장 높았다. 이 유형은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지속해서 경제적 소득을 얻기를 희망했다. 주로 장기 근속한 도시의 화이트칼라 남성 노동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양한 사회관계망을 통해 구직하고 있었으며, 정부의 창업과 자영업 지원 정책을 선호했다. 창직은 쉽게 말해서 새로운 직무를 만드는 일이다. 그 직무를 하기 위한 내용과 지식, 기술 등이 포함된다. 창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제품이나 기술이다. 반면에 창직은 직무를 분석하고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창업과 창직을 자주 혼동하는데, 이는 창직을 통해 구현되는 방법이 대부분 창업이기 때문이다. 창직을 위해서는 참신성, 수익성, 실현 가능성,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 일은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것인 만큼 참신해야 하고, 새 직업의 직무 수행은 기존의 일과는 확실히 다른 특성을 가져야 한다. ‘직업’이기에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어야 하고,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적 및 제도적 여건을 살펴야 한다. 창직 관련 전문가는 “창직은 새로운 업을 만드는 일이기에 업으로서 지속할 수 있고, 경제적 소득이 있어야 한다.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도 이상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창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미래에 전망이 밝은 창직 업종을 소개한다. 예비 창직자가 알아두면 좋은 Tip #1 다방면으로 탐색하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웰빙에 대한 관심과 주 5일 근무 확산으로 여가 생활이 늘어나면서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나 파티 플래너가 생겨났다. 또한 빅데이터의 발달로 빅데이터 분석가도 유망한 직업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변화, 수요자의 욕구, 과학기술의 발전 등 다방면으로 탐색할 필요가 있다. #2 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해외 직업 중에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적용 가능한 직업을 찾을 수 있다면 새로운 직업을 만들 수 있다. 맥주 주조사나 VJ 같은 직업도 해외에 있던 직업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경우다. 다만 각 나라의 문화, 제도, 시장에 따라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직업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조정해야 한다. #3 융합을 고려하자 기존 학문, 직업 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만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음악치료사나 미술치료사가 있다. 기존 노동 시장에 전혀 없던 직무보다 기존 직업 간의 결합 또는 융합으로 발생한 직업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직업 간의 결합과 융합 가능성을 찾아보자. 특히 반려동물과 관련된 시장을 주의 깊게 보면 좋다. #4 분화를 검토하자 새로운 수요에 따라 기존 직업에서 분화되거나 전문화하여 직업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애견 옷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애견 옷 디자이너가 나타났다. 이 직업은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핵가족 및 독신 인구 증가로 애완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패션 디자이너에서 분화된 것이다. 기존의 직업과 사회 전반적인 현상을 살피면서 분화할 수 있는 직업을 눈여겨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직 로봇 컨설턴트 ▶ 일반 기업의 로봇 사업 도입 및 전환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콘셉트 디자인, 타당성 연구, 품질 관리 등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고령화와 자동화 추세에 따라 생활 전반에 로봇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심 RPG개발자 ▶ 도시를 게임판 삼아 참여자가 직접 역할을 수행하면서 도시의 문화나 역사를 체험하는 일종의 놀이마당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게임을 문화 체험, 도시 체험 등 다양한 영역에 접목하여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VR이나 AR 체험이 늘어나면서 유망한 직종으로 뜨고 있다. 스마트팜 전문가 ▶ 시설 원예 및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사물인터넷 등 ICT를 활용해 농가 시설을 현대화하고, 이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 및 수익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팜 설계, 구축, 운영 등에 관해 조언한다. 스마트팜은 한국고용정보원이 정한 8대 혁신성장 산업 중 하나다.
- 2021-03-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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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미술관 박해룡 관장, 70세에 미술 인생으로 선회해
- 여주미술관 박해룡 명예관장 불모지에 날아온 꽃씨 하나가 온 들에 꽃을 피울 수 있다. 박해룡 명예관장(86)은 자신이 설립한 여주미술관의 의미를 그쯤에 둔다.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소망하며 미술관을 열었다. 그가 바라는 건 생동하고 지속가능한 미술관이다. 지역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개관 1년 반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암울하다. “여러 측면에서 아주 실망이다. 문화 토양의 후진성을 절감한다. 기업인으로서의 책임을 생각하며 사회 환원 차원의 미술관을 개관했으나 사시(斜視)로 보는 경향이 심하더라. 심지어 세금 포탈 방편으로 지은 게 아니겠느냐는 황당한 오해까지 한다.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립미술관들 대부분이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적자에 시달린다. “여주미술관은 연간 2억~3억의 적자를 본다. 이런 상태로 과연 유지할 수 있을지 딜레마를 느낀다.” 상황을 호전시킬 대안은 무엇이라 보는지? “더 좋은 프로그램과 전시 기획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정부의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적자분의 절반은 정부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아무런 지원도 관심도 없는 현 상황은 단단히 잘못됐다.” 사립미술관들의 열악한 실태를 사전에 리서치하지 않았나? “내가 그걸 안 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꿈을 두었고, 일찍부터 미술 작품을 수집해왔다. 70대에 접어들면서는 이제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작정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림과 가까웠던 인연으로 미술관을 건립한 건데 현실의 벽은 너무 두껍다.” 배를 띄우자마자 파랑을 만난 격이다. 이럴 걸 미리 예상했다면 난항을 감수할 깡과 오기까지 비축했겠지만, 미술에 취향이 깊었던 그는 크게 재거나 따지지 않고 미술관 건립에 나섰던 것 같다. 그는 70세에 고려제약 회장직을 내려놓고 미술 인생으로 선회했다. 황혼에 그림을 시작해 10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더라. 놀라운 열정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진했다.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그림을 그렸다.” 예술 창작을 흔히 산고(産苦)에 견준다. 고통스럽다는 얘기다. “그리고자 하는 열망이 커서일까? 난 그림 작업이 즐겁다. 때로 고비를 느끼지만 그마저도 발전의 기회일 뿐이다.” 예술가는 정서불안의 대가이기도 하다. 혼까지 쥐어짜 비상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간다. “나는 착한 심성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믿는다. 착한 경지라는 게 실로 어렵지만 삶도 미술도 착하고 순박해야 한다는 거다. 추사의 ‘세한도’를 보라. 바보처럼 착한 그림이기에 불멸의 명작이지 않은가?” 고통의 정점에서 터져 나온 ‘세한도’를 ‘착한 그림’으로 읽는 관점이 이채롭다. 박 관장은 말(馬)을 즐겨 그린다. 말의 역동성과 아름다움에 심취해서라고.
- 2021-03-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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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는 봄, 넷플릭스 첫사랑 영화
- 오늘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다. 새 학기 들뜬 맘으로 교정을 거닐던 기억이 떠올라서일까, 수줍게 피어나는 봄꽃이 그 시절 풋풋한 감성을 닮아서일까. 만물이 푸릇하게 싹을 틔우고, 매서운 찬바람이 기분 좋은 봄바람으로 변해갈 때면 아득한 첫사랑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맘때쯤 들리기 시작하는 ‘벚꽃엔딩’은 옛 사랑의 기억을 더욱 부풀린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이유 없이 추억을 꺼내 보고 싶은 봄날,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첫사랑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건축학개론 (Architecture 101, 2012)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유명한 속설이 있다. 난생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상대와 한평생 함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월이 흘러 첫사랑과 재회해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영화 ‘건축학개론’은 ‘승민’(엄태웅·이제훈)의 첫사랑 ‘서연’(한가인·수지)이 15년 만에 나타나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얼떨결에 서연과 집을 짓게 된 승민은 그녀를 만난 뒤 잊고 지내던 기억이 떠오르고, 옛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전람회 ‘기억의 습작’을 비롯해 당시 유행하던 가요와 삐삐, 복고풍 패션 등 다양한 장치로 그 시절의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해 중장년층의 공감을 이끈다. 또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면서도 20대의 풋풋한 감정과 30대의 담백한 사랑을 매끄럽게 연결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이어폰을 나눠 끼고 CD플레이어를 통해 노래를 듣는 장면은 첫사랑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배우 조정석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준 ‘납득이’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작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2. 귀를 기울이면 (Whisper Of The Heart, 1995)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등이다. 그러나 세 영화가 탄생하기도 전, 1995년에 제작된 숨겨진 명작이 있다. 지브리 최초 청춘 로맨스 영화 ‘귀를 기울이면’은 문학소녀 ‘시즈쿠’(혼나 요코)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마다 ‘세이지’(타카하시 잇세이)라는 이름이 적힌 것을 발견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소년에게 호기심을 가지며 생겨나는 일을 그린다. 그러다 우연히 골동품 가게에서 세이지를 만난 시즈쿠는 소년이 바이올린 장인을 꿈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세이지에 자극을 받아 자신만의 소설을 써보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영화는 기존 지브리 작품과 달리 판타지적인 설정도 없고 주인공이 비범한 일에 휘말리지도 않지만, 특유의 명랑하고 동화적인 연출로 두 청춘남녀의 성장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건축학개론’이 아련한 20대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면, ‘귀를 기울이면’은 순수하고 발랄한 10대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그 어느 옛날, 희미하지만 잊을 수 없는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3. 나의 소녀시대 (Our Times, 2015)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청설’,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수많은 청춘 로맨스 영화를 흥행시킨 대만은 첫사랑 영화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없던 첫사랑도 생길 것만 같은 대만의 청량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는 그 자체로 낭만적이다. 그중에서도 ‘나의 소녀시대’는 첫사랑의 로망을 듬뿍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는 1994년, 유덕화의 광팬인 소녀 ‘린전신’(송운화)과 학교를 주름잡는 불량소년 ‘쉬타이위’(왕대륙)가 서로의 첫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에는 첫사랑 영화의 클리셰라고 할 법한 모든 장치들이 들어있다.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서로의 진심 어린 모습에 낯선 감정을 느끼고, 꾸미는 것에 소질이 없던 여주인공은 꽃단장을 시작하고, 사고만 치고 다니던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을 위해 개과천선하려 노력한다. 다음 장면이 예상되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점차 그 유치한 매력에 푹 빠져 끝내 포털 사이트에 주인공의 이름을 검색해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2021-03-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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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처음 본 순간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난 당신의 눈에서 태양을 보았고, 달과 별은 당신이 이 공허하고 어두운 세상에 내린 선물이라 여겨졌죠. 우리의 사랑은 이 세상을 가득 채울 것이고,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지속할 것임을 알았죠.” 첫눈에 반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찰찰 넘치는 노랫말이다. 내게도 이 노랫말과 같은 순간이 있었다. 아내를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짧은 연애 후 실연 9년 차였던 때, 다시는 사랑이란 없을 줄 알았던 내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순간이었다. 지진이나 눈사태같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휩쓸리듯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동시에 오랫동안 억압되어 있던 희망과 기쁨이 풍성한 거품처럼 ‘펑’ 터지며 하늘 높이 쏘아 올라간 것 같다고 할까? 앞서 소개한 노래는 1950년대 포크송인데, 한국으로 치면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 같은 소울의 여왕 ‘로버타 플랙’이 리메이크해서 1969년에 발표한 그녀의 데뷔곡이다. 녹음할 때 편곡자가 좀 더 빠르고 멋지게 편곡을 하자고 했는데, 플랙은 이렇게 느리고 간결하게 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연히 노래는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그런데 1971년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운전을 하고 가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라디오에서 들었다. 이스트우드는 다음 주유소에서 전화를 걸어, 자기가 준비 중인 영화에 이 노래를 꼭 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영화가 바로 유명한 스토커 스릴러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다. 그 영화 덕분에 노래는 뒤늦게 대 히트곡이 됐다. 어두운 곳을 환히 비추는 사랑 알다시피 도파민에 의한 사랑의 유효 기간은 3년 정도다. 미칠 것처럼 뜨겁던 시간이 지나고 식어버린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본능적 사랑이 끝난 것일 뿐이다. 그 고개를 넘으면 진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서로를 연인으로만 보는 사랑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수긍하며 감싸고 고마워하며 믿어주는 사랑이 비로소 시작된다. 평소엔 파트너였다가 힘들 때는 서로에게 부모처럼 크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서로를 잘 알기에 서로에게 너그럽고 융통성 있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이. 도파민은 중독성이 있어 갈수록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하지만, 인간은 현명해서 파멸로 이끄는 본능으로부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대표적인 능력이 사랑이다.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현실적 사랑, 보호받을 때와 소중한 누군가를 보호해줄 때 몸에 흐르는 ‘옥시토신’을 추구하는 사랑. 그런 따뜻하고, 일관적이고, 민감하고, 관계 개선을 잘하는 진짜 사랑. 그게 오래가는 사랑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과도한 결핍이나 부정적인 경험은 경험과 반대되는 쪽을 선택하게 만들고,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던 사람은 사랑을 잘 몰라서 과도한 기대를 할 수도 있다. 만일 ‘도파민적’ 사랑이 끝나고 상대방을 도저히 ‘옥시토신적’으로 사랑할 수 없다면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헤어지거나, 대안이 없을 땐 적응하도록 더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왜곡된 사랑의 이유와 환상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사랑을 지켜나가기는 힘들다. 사랑을 지키려면 함께 노력해야 하고, 좀 더 강하고 현명한 쪽이 늘 양보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그럴 수 없는 사람을 도와줘야 하니까. 보통의 관계에서 내가 상대방에게 10을 주면 상대방은 3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은 10을 줬다고 하는데 나는 3도 못 받곤 한다. 나머지 7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 7은 상대방이 원치 않는 엉뚱한 곳에 던져 실종된 것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해야 더 효과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럼 이런 방법도 있다. 먼저 내가 원하는 사랑을 절반으로 줄여서 기대를 낮추는 건 어떨까? 왜 나만 손해 봐야 하냐고? 그럼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의 절반만 주고, 5를 주면 1.5를 받는 것을 수긍하자. 그러면 조금 덜 억울하고, 가늘지만 끊어지지 않을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랑이 없으면 이 세상은 플랙의 노래처럼 ‘공허하고 어두운 곳’이 되니까.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 사랑이 가장 중요하니까.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 Roberta Flack 원곡은 영국 포크송의 아이콘 ‘이완 매콜’이 작곡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극작가, 배우, 사회운동가였던 그는 미래 자신의 세 번째 부인이 될 페기 시거를 오디션에서 처음 본 후 이 곡을 작곡했다. 막 활동을 시작한 로버타 플랙은 데뷔 앨범 ‘First Take’를 위해 이 곡을 리메이크했다. 처음에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편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곡을 자신의 감독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에 삽입한다. 이후 이 곡은 197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그해의 음반상을 받았고, 플랙은 R&B 가수로서 성공적인 음악 인생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 아폴로 17호가 지구를 떠난 지 9일째 되는 날 우주 비행사를 깨우는 음악으로 사용됐다.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도 울려 퍼지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 2021-03-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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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3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일정 5월 9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장샤오강, 왕광이, 팡리쥔과 더불어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유에민쥔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다. 1989년 발생한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낀 유에민쥔은 다음 해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해 특유의 시니컬한 웃음으로 그가 겪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활짝 웃는 얼굴이 등장하지만, 이는 사회주의 붕괴를 목격한 국민으로서의 절망을 역설적이고 자조적인 웃음으로 나타낸 것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유화부터 대규모 조형 작품, 최근 선보이는 꽃 형상의 얼굴 작업까지 1990년부터 이어지는 유에민쥔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총 6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섹션은 유에민쥔의 트레이드마크인 웃음 속 감춰진 의미를 삶과 죽음, 인간 사회 등 다각도로 바라본다. 전시 기간 코로나19로 인해 도슨트의 대면 해설 대신 앱 ‘도슨트’로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며, 아이돌 그룹 샤이니 온유가 따뜻한 음성으로 읽어낸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일정 5월 30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1934년 시인 이상은 서울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었다. 벽에는 그의 절친 구본웅의 그림과 쥘 르나르의 경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예술가들은 미샤 엘만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르네 클레르의 영화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1930~50년대 격동의 시기, 장르는 다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시대의 전위를 꿈꿨던 문예인들의 뜨거운 연대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막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전은 정지용·이상 등 문학인과 구본웅·황술조 등의 화가를 통해 일제강점기 및 해방기 문학과 미술의 밀월 관계를 조명한다. 총 4부로 나누어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다방 ‘제비’를 배경으로 한 공간을 시작으로 신문·잡지 등 인쇄 미술, 대표적인 문학·미술인 커플의 관계도,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던 작가의 글까지 총 300여 점의 다양한 시각 자료로 두 장르의 지적 연대를 살핀다. 가난과 모순으로 가득 찬 시대 속에서도 정신적 풍요를 잃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숭고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 Book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이주희 저·청림출판) 50대에 들어선 저자가 여유롭고 건강한 인생 후반기를 위해 필요한 어른의 태도를 책에 담았다. 유쾌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오늘날 중년들의 걱정 근심을 속 시원하게 풀어낸다.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이나미 저·쌤앤파커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가 황혼으로 접어든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노년의 삶을 성찰한다. 죽음과 이별 등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고 소탈하게 풀어내 공감과 울림을 선사한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박찬일 저·인플루엔셜) 셰프 박찬일이 평균 업력 64년 노포의 장사 철학을 한데 모았다. 우래옥부터 할매국밥, 청진옥까지 화려한 장사 기술과 손익 계산 없이 ‘자기다움’으로 승부하는 노포의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 Stage ◇팬텀 일정 3월 17일~6월 27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김수 등 “세상이 무너진 이 순간, 너의 음악이 되리라.”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로 진한 감동을 전하는 뮤지컬 ‘팬텀’이 3월 네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다.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흉측한 얼굴 탓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숨어 살아야만 했던 ‘에릭’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199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으며, 국내에서는 2015년 관객과 처음 만나 예상 밖의 흥행을 거두며 ‘뮤지컬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렇게 그대 품에’, ‘그대를 찾아내리라’, ‘그의 얼굴을’ 등 캐릭터 간 서사를 강화하는 곡을 새로 추가하고, 작품의 백미인 발레 장면의 비중을 높여 몰입도를 더했다. 어둠 속에 사는 에릭에게 빛 같은 존재인 크리스틴이 있듯이, 뮤지컬 ‘팬텀’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관객을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위로할 예정이다. ◇검은 사제들 일정 2월 25일~5월 30일 장소 유니플렉스 1관 연출 오루피나 출연 김경수, 이건명, 박가은, 지혜근 등 5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검은 사제들’이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올해 초연 무대를 올리는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신학생 ‘최부제’와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가 악령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을 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원작의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무대와 연출, 음악 등으로 오컬트 분위기를 극대화해 숨 막히는 긴장감과 으스스함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지막 사건 일정 2월 15일~5월 9일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성재준 출연 김종구, 홍승안, 김찬종, 정민, 조풍래, 백기범 등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과 그의 손에서 태어난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의사였던 도일이 탐정물에 관심을 보이고 세기의 작가로 데뷔하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40여 년 동안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 소설을 쓴 도일의 강렬한 열망과 내면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 2021-02-26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