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박박 깎은 녀석들이 1월의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드넓은 논바닥 옆 부대 정문 앞에서 기간병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대열을 이룬다. 불안감을 감추기라도 하듯 허허롭게 웃으며.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녀석들과 같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열차를 탔다. 눈치껏 빈자리를 찾아 웅크리고 앉았다. 객차 한가운데 분탄 난로 근처가 최
택시기사와 70대 할아버지가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요금시비인가 하고 가만히 들어보니 처음 보는 신기한 싸움이었다. 싸움의 발단은 이렇다. 아침 동이 틀 무렵 교통신호등이 있는 길 옆에서 택시기사가 새벽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하는 시간을 이용해 자동차 백미러의 성에를 닦았다. 그리고 백미러를 닦아 시커매진 휴지를 길바닥에 버렸다. 그 뒤
‘앞으로 10년만 엄마의 상태가 지금처럼 유지되도록 도와주세요.’ 2007년 겨울 엄마의 치매 판정이 내려진 날, 하윤재(河侖材·47) 감독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당시 일흔이 넘은 노모에게 10년은 막연히 긴 시간이라 여겼다. 그러나 만 10년이 지난 현재, 절망으로 휩싸였던 그날의 기억이 무색하리만큼 모녀는 여전히 인생의 희
겨울엔 유난히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이 떠오른다. 잔뜩 움츠린 몸으로 밥 한 공기 말아 넣고 숟가락질만 몇 번 했을 뿐인데 얼었던 몸이 어느새 스스로 녹는다. 50년 전통의 맛은 물론 쫄깃한 식감까지 책임져줄 순댓국집 ‘대림동삼거리먼지막순대국’을 소개한다.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학교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을 하나 지나면 학교 바로 옆에 자리 잡
산중에 눈이 내린다. 폭설이다. 천지가 마주 붙어 눈보라에 휘감긴다. 어렵사리 차를 몰아 찾아든 산간 고샅엔 오두막 한 채. 대문도 울도 없다. 사람이 살 만한 최소치의 사이즈를 구현한 이 갸륵한 건물은 원시적이거나 전위적이다. 한눈에 집주인의 의도가 짚이는 집이다. 욕심일랑 산 아래 고이 내려놓고 검박하게 살리라, 그런 내심이 읽힌다. 대한성공회 윤정현
“그래도 마지막엔 부부밖에 없어!”
나이 들어가면서 친구들에게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올해 69세가 되었다. 70대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니 예전과 또 다른 느낌이 든다. 나름으로는 신세대처럼 살아왔다고 여겼으나 전반적 생활을 되돌아볼 때 가부장적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중 하나가 아내에 대해 이렇다 할 만한 선물을 하지 못한 점이다. 돈을 아껴서가
사람과 공간이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풍수학이다. 그런 면에서 풍수는 집을 살 때뿐만이 아니라 집을 단장할 때도 유용하다. 물론 누군가는 풍수를 ‘미신’이라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대적 삶과 맞지 않는 비합리적 이론’이라 할 수도 있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분명 귀 기울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Hepatica asiatica Nakai
꼭 1년 전인 2017년 2월 중순, 전북 정읍의 내장산을 찾았습니다. 한겨울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 겨우살이, 특히 붉은겨우살이를 만나고 싶어 일부러 길을 나섰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 중턱 전망대에 오르자 과연 기대했던 대로 한 폭의 멋진 수묵화가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세 개의 강이 만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삼랑진(경상남도 밀양시 삼랑진읍)이다. 어린 시절 인근 지역에서 자랐어도 별생각 없이 다녔는데 삼랑진이라는 이름에 이런 아름다운 뜻이 있는 줄 몰랐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부산 구포역에서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갈 때마다 삼랑진역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행정구역상 밀양 내에 있는 읍이지만 당시는 밀양역보다
카드 회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딱 6일간의 기한을 주고 해당 카드로 5만 원 이상의 물건을 사면 5000원을 할인해준다고 한다. 필자를 VIP 고객이라고 추켜세우고 문자를 받는 고객에게만 베푸는 특혜라고 한다. 5만 원의 5000원은 10%다. 은행금리가 2%대인데 10%라니 그것도 공짜로! 당장 뭘 사야겠다는 생각이 확 든다. 뭘 사지? 옷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