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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단상(斷想)
- 12월의 첫 주말, 고향친구들 송년모임이 있어 이른 오후에 길을 나섰다. 고속터미널역에서 9호선 환승을 하려고 이동 중인데, 때가 때인지라 구세군 냄비가 딸랑딸랑 종을 울리고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 촘촘하게 얹혀 실려 가는 짐짝이 되어 마음만 재촉해 본다. 김포공항에서 여의도를 거쳐 강남 도심권으로 관통하는 9호선은 출, 퇴근 시간이면 늘 상습적으로 붐비는 노선이다. 더구나 12월의 첫 주말, 이미 년말분위기가 무르익은 듯, 많은 사람들이 전철 문 앞에 줄을 서있다. 전철이 도착하자 내 몸은 저절로 빈대떡이 되어 차량 안으로 빨려들어갔는데, 숨이 막힐지경이었다. 어쨌거나 약속된 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하여 정다운 고향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다가 당구장으로 가자는 유혹을, 길이 멀다는 이유로 뿌리치고 돌아오는 전철에 다시 몸을 실었다. 노량진역에서 9호선 급행열차에 막 갈아탔는데, 저녁 8시를 넘긴 시간이라 올 때보다는 덜 붐볐으나 그래도 어지간히 복잡했다. 이 때, 전철 안에서 머리가 희끗한 사람들 무리 중에 한사람이 신나게 썰을 풀어내고 있었다. “나가 말이여 50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내서…….하하하(호쾌한 웃음소리), 기분이 너~무 좋아부렀어. 나가 전주에서 올라왔는디 반백 년 만에 불x 친구들을 만나니 기분이 너~무 좋아 죽을뻔 했구마....하하하” 모처럼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서 김삿갓을 불러부렀어…….하하하” 한 잔술에 불콰해진 얼굴로 그 사람은 정말 유쾌하게 웃었다. 50년 만에 어린시절 친구들을 만났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우중충한 셔츠자락이 반쯤 바지에서 삐져나온 채 점퍼는 벗어 팔에 걸치고 서서 연신 큰소리로 얘기하며 웃어댔다. 평소 같으면 떠들어대는 소리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마치 상기된 아이처럼 진지하게 떠들어대는 그사람이 별로 밉지가 않았다. 오히려 자꾸만 그쪽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시끄러운 소음정도로 들으면 한없이 불쾌하겠지만 특유의 유쾌함으로 전이가 되어 은근히 주위사람들도 슬며시 따라 웃어주었다. 더구나 연말을 앞두고 여기저기 송년모임 분위기가 벌써 무르익었으니 그 사람의 우직한 말투가 미워 보이지도 않는다. 가만히 살펴보니 주위에 있는 초로의 장년 남녀가 그 사람의 초등학교 동기들인가보다. 재담이 계속 이어진다. “예전에 말이야”, 발동기 시동을 거는 모습을 흉내 낸다. 소매자락을 반쯤 걷어올린체, 돌리는 흉내를 내면서 푸쉬푸쉬 (고무공에 바람빠지는 소리)힘차게 발동기 시동을 거니 주위사람들이 소리죽여 배꼽빠지게 웃고있다. 나역시 바로 옆칸에서 은근히 그 쪽으로 귀를 집중하고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덩달아 유쾌하게 웃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고속터미널역에서 그 사람은 내렸다. 남부터미널역을 찾는 것을 보니 아마도 오늘 밤에 전주까지 내려갈 모양이다. 3호선 전철로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사람의 잔상(殘像)이 떠올라 기분이 유쾌했다. 초등학교 동창을 50여년 만에 만났다고 하니 분명 내 또래인 것만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과 담을 쌓고 사는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서 이렇듯 조금만 이해하고 양보하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유쾌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의 우리 사회가 세대별로 갈등하고 이리 저리 갈라져 보이지 않게 서로 반목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상대방에게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온기가 감도는 연말연시를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 2017-12-1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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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지표 나이에 맞게 바꿔야
-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봄에 받은 생애전환기건강진단결과에 대한 상담이었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였다.”면서 경계선을 넘나든 두어 가지 건강지표를 지적하였다. 보관하고 있는 지난 몇 년 동안의 국가건강검진결과를 살폈다. 세월이 흘러도 보험공단의 건강목표가 변동되지 않았음을 발견하였다. 학계에서는 건강목표의 개선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의 실정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오래 되었다. 사회에서는 지표기준을 병원ㆍ의사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관심이 많은 체질량지수를 비롯하여 혈압ㆍ당뇨ㆍ고지혈증 대사증후군도 건강목표가 변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 날씬했던 몸매는 나이가 들면서 풍만해진다. 장년을 지나 노년기에 들면 다시 야위어 간다. ‘만물이 생성ㆍ소멸하는 우주의 이치’다. 힘은 사그라지고 키도 점점 줄어든다. 몸도 가벼워지지만 그 속도가 키의 그것을 따르지 못할 뿐이다. 몸 상태는 나빠지지 않았는데도 결과적으로 체질량지수는 수치상으로는 조금씩 오른 상태다. 국민은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걱정하게 되는 지점이다. 국가검진을 신뢰하기 위하여 나이에 따라 건강지표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건강 걱정이 앞선다. 날마다 체중계에 오르고 피를 뽑아서 당뇨 체크를 하고 혈압을 잰다. 이제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 돌연사도 혈압과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접한다.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고정관념은 무너지고 있다. 국가적 차원 연구개발로 돌연사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위암환자에게 한두 잔의 막걸리가 좋다는 소식도 들었다. 암환자에게 금기시 되었던 음주문제다. 필자가 대장암 확진을 받았을 때다. “친구들과 모임에서 술 한 잔도 못한다면 너무 삭막할 것 같다‘고 의사에 말했었다.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막걸리 한사발로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얼마 전 암학교 5년을 졸업하였다. 국가검진에서 흡연과 음주는 공공의 감시대상이다. 필자는 20년 전에 금연에 성공하였다. 그후로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우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과거흡연을 문제로 지적한고 있다. 금연하고 몇 년을 지나야 하는가. 음주를 보자. 알콜 분해 능력에 따라 개인별 음주량 차이가 많다. 맥주 한모금도 못하는 사람이 있고 상당량을 들이켜도 까딱없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평가기준은 같다. 보험공단은 국민건강을 관리하면서 데이터도 많이 축적하였다. 건강지표를 나이에 따라 20ㆍ50ㆍ60대 등 세대별로 세분화하거나 소년ㆍ청년ㆍ장년으로 구분하여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자기 몸에 맞는 목표가 필요하다. 보험공단이 정한 획일적인 목표가 아닌 적어도 나이별 건강지표가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국민은 그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국민건강복지에 감사한다. 대한국민의 긍지를 갖는 대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지표 나이에 맞게 바꾸라’고 촉구하면 지나칠까.
- 2017-09-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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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의 파트너를 대비하라고?
- 댄스 연습장에서 혼자 춤을 추려니 재미도 없고 해서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파트너와 연습하고 있던 지도자가 필자에게 “파트너가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며 열심히 하라고 했다. 미리 몸이 되어 있어야 춤도 멋지고 그래야 여자가 파트너하자고 제의해온다는 얘기였다. 댄스 시작한 지 30년인데 그럴 일은 없다. 그동안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없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경험상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춤을 제법 추는 여자들은 눈이 높다. 이런 남자 저런 남자 다 겪어봤으므로 어지간해서는 눈에 안 찬다. 필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일단 댄스 선수로는 키가 작은 편이다. 아무리 작은 여자도 키 큰 남자를 선호한다. 마음이 끌려야 파트너십도 잘되는 것이다. 물론 키가 작더라도 몸의 비율이 좋은 남자들이 있다. 필자는 성장기 때 유도를 했던 몸이라 날렵하지 않다. 체형이 두툼한 편이어서 몸 비율이 좋지 않은 것이다. 또 필자는 나이가 많다. 남자들도 그렇지만, 여자들도 나이 많은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을 좋아한다. 연하라도 상관없다. 젊은 남자가 귀하지만, 그래도 나이 든 남자는 눈에 안 들어온다. 이외 여자들이 남자를 보는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자의 경제적 수준이다. 막대한 부모님 재산을 상속받아 부자라고 소문이 나 있거나 그럴듯한 외제 차 정도는 타고 다녀야 선망의 눈길을 보낸다. 전철이나 타고 다니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필자는 스탠더드 5종목을 다 소화하고 경기 경험도 많으므로 당장 프로 전향이 가능하다. 물론 성적은 기대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일단 프로로 출전하고 나면 둘 다 호칭이 ‘O프로’로 바뀐다. 그러나 필자는 프로 부문 출전을 고사한다. 일단 프로로 뛰려면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다른 일이 많아 그럴 여건이 못 된다. 대회 때마다 심사위원들을 보면 모두 구면인데 필자가 프로 부문에 출전하면 서로 민망할 것이다. 프로가 되면 그동안 즐겨 뛰던 일반부, 장년부, 아마추어 부문에 다시 내려 갈 수도 없다는 점도 걸린다. 파트너를 만들려면 여자가 초보 때부터 눈독을 들여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잘 추게 되었을 때도 그대로 파트너로 남아줄지 확실치 않다. 여자가 잘 추게 되면 갑과 을이 바뀐다. 그때쯤이면 선택은 여자에게 달려 있다. 바람직한 파트너십은 주변 사람들의 추천이 바람직하다. 파티나 학원에서 춤추는 것을 보고 첫눈에 반해 파트너하자고 제의하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서로의 인성이 맞아야 한다. 연습할 수 있는 시간, 춤에 대한 열정, 배우자 관계 등도 중요하다. 부부는 법적으로 묶여 있고 슬하에 자녀도 있으니 구속력이 있지만, 댄스 판의 파트너는 그런 구속력이 없으니 그야말로 언제 깨질지 모른다. 춤추는 남자이니 주변에 여자가 늘 있어 바람피울지 모른다고 지레 짐작하는 여자들도 많다. 렌트해서 외상으로 외제 차나 끌고 다닌다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인으로 지난 30년을 잘 버틴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파트너를 거느릴 마음의 여유나 준비도 안 되어 있다. 오늘도 적당히 땀 흘리고 운동 효과에 만족하면 된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 2017-08-0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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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연예인, 예능 프로그램 통해 화려하게 부활!
- 70세의 중견 배우 윤여정이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바로 젊은 연예인과 신세대 스타들의 전쟁터로 변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예능 프로그램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윤여정은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섬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을 관찰 예능으로 담아낸 tvN 에서 사장 겸 요리사로 나섰다. 윤여정은 에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젊은이들에게 꼰대 짓을 하지 않는 바람직한 어른 이미지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상승한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에서 특유의 소탈함과 함께 현명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81세의 신구 역시 에서 아르바이트 점원으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젊은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고 KBS 에 출연해 기상천외한 입담을 과시하며 장·노년 연예인 예능 스타 붐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70세의 여배우, 81세의 원로 남자 연기자. 한국 대중문화와 연예계에서 이들은 어떤 의미일까. 이 나이쯤 되면 일반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은커녕 비중 있는 조연 맡기도 힘들다. 가족이 밥 먹는 장면에만 출연하는 ‘식탁용 배우’로의 전락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견 연예인들의 의미 있는 반란과 도전이 시작됐다. 그 반란과 도전의 진원지는 바로 젊은 연예인의 전유물이자 10~30대 젊은 시청자들이 주로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중장년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와 끼, 면모를 보여주고 친근감을 배가시키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이미지의 확장과 인기 상승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으로 나서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중장년 연예인의 재스타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중장년 연예인의 재발견 창구로 부상시킨 것은 바로 2013년 방송된 tvN 다. 황혼의 해외 배낭여행 포맷으로 진행된 는 파격적으로 노년(老年) 예능을 표방하며 당시 78세였던 이순재, 77세 신구, 73세 박근형, 69세 백일섭을 출연시켰다. 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우려를 했다. 중장년 예능 프로그램이 전무한데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자는 주로 젊은 층이었기 때문이다. 촬영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원로 연기자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씨의 모습을 보면서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은 에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의외의 재미있는 모습을 드러낸데다 연륜이 주는 현명함까지 전달돼 할배 신드롬이 일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장·노년 출연자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의 성공 이후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중장년 연예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연예인들과 함께 고정 멤버로 출연하는 중장년 연예인도 많아졌다. 결혼을 졸업했다는 고백으로 우리 사회에 ‘졸혼(卒婚)’을 화두로 던지며 공론화했던 백일섭(73)과 이혼 이후 혼자 살며 다양한 취미생활과 여행을 하며 활기차게 장년의 삶을 사는 김용건(71)은 각각 KBS 과 MBC 를 통해 살림살이에서 여가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은 혼자 사는 장·노년 사람들의 생활 트렌드를 이끌 뿐만 아니라 유익한 삶의 정보까지 제공해 사랑을 받고 있다. 김국진(52), 강수지(50) 등이 출연하는 SBS 과 김건모(50)가 나오는 SBS 는 중년 연예인의 이미지 확장과 인기 부활 예능 프로그램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중년 연예인들이 여행을 하거나 미션, 놀이를 하면서 싱글 중년의 삶과 문화,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실태와 인식을 보여주는 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로맨틱한 김국진의 모습, 소탈한 김완선의 이미지 등을 엿보면서 많은 사람이 중년 연예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의 출연을 통해 천진무구한 모습과 충격적인 행태를 보인 김건모에게 대중은 더욱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 에서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순재·윤여정, 백일섭·신구·김용건·이한위·김구라를 비롯한 중년 및 장·노년 연예인들이 이미지를 확장하고 새로운 모습과 끼를 선보이며 예능 스타 반열에 오르고 있다. 김용건은 “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는 사적인 부분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하더라.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 확장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년, 장·노년 연예인의 재발견과 인기 부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젊은 시청자들에게 중장년, 노년층에 대한 이해의 접점을 확장하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에서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노년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 나영석 PD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장·노년 연예인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시청자들이 이들 세대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되고 이해의 범위도 넓어져 세대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일섭은 “드라마와 영화를 할 때는 중장년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와 등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10~30대 젊은 팬이 많이 생겼다.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사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2017-07-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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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라이프] 중장년 연예인, 예능 프로그램 통해 화려하게 부활!
- 70세의 중견 배우 윤여정이 인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바로 젊은 연예인과 신세대 스타들의 전쟁터로 변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예능 프로그램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윤여정은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섬에서 작은 한식당을 열고 운영하는 과정을 관찰 예능으로 담아낸 tvN 에서 사장 겸 요리사로 나섰다. 윤여정은 에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젊은이들에게 꼰대 짓을 하지 않는 바람직한 어른 이미지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상승한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에서 특유의 소탈함과 함께 현명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81세의 신구 역시 에서 아르바이트 점원으로 열심히 일하면서도 젊은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고 KBS 에 출연해 기상천외한 입담을 과시하며 장·노년 연예인 예능 스타 붐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70세의 여배우, 81세의 원로 남자 연기자. 한국 대중문화와 연예계에서 이들은 어떤 의미일까. 이 나이쯤 되면 일반적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은커녕 비중 있는 조연 맡기도 힘들다. 가족이 밥 먹는 장면에만 출연하는 ‘식탁용 배우’로의 전락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견 연예인들의 의미 있는 반란과 도전이 시작됐다. 그 반란과 도전의 진원지는 바로 젊은 연예인의 전유물이자 10~30대 젊은 시청자들이 주로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중장년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와 끼, 면모를 보여주고 친근감을 배가시키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이미지의 확장과 인기 상승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으로 나서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중장년 연예인의 재스타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중장년 연예인의 재발견 창구로 부상시킨 것은 바로 2013년 방송된 tvN 다. 황혼의 해외 배낭여행 포맷으로 진행된 는 파격적으로 노년(老年) 예능을 표방하며 당시 78세였던 이순재, 77세 신구, 73세 박근형, 69세 백일섭을 출연시켰다. 를 연출한 나영석 PD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우려를 했다. 중장년 예능 프로그램이 전무한데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자는 주로 젊은 층이었기 때문이다. 촬영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원로 연기자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씨의 모습을 보면서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은 에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하고 의외의 재미있는 모습을 드러낸데다 연륜이 주는 현명함까지 전달돼 할배 신드롬이 일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장·노년 출연자가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의 성공 이후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중장년 연예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연예인들과 함께 고정 멤버로 출연하는 중장년 연예인도 많아졌다. 결혼을 졸업했다는 고백으로 우리 사회에 ‘졸혼(卒婚)’을 화두로 던지며 공론화했던 백일섭(73)과 이혼 이후 혼자 살며 다양한 취미생활과 여행을 하며 활기차게 장년의 삶을 사는 김용건(71)은 각각 KBS 과 MBC 를 통해 살림살이에서 여가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은 혼자 사는 장·노년 사람들의 생활 트렌드를 이끌 뿐만 아니라 유익한 삶의 정보까지 제공해 사랑을 받고 있다. 김국진(52), 강수지(50) 등이 출연하는 SBS 과 김건모(50)가 나오는 SBS 는 중년 연예인의 이미지 확장과 인기 부활 예능 프로그램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중년 연예인들이 여행을 하거나 미션, 놀이를 하면서 싱글 중년의 삶과 문화,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실태와 인식을 보여주는 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로맨틱한 김국진의 모습, 소탈한 김완선의 이미지 등을 엿보면서 많은 사람이 중년 연예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의 출연을 통해 천진무구한 모습과 충격적인 행태를 보인 김건모에게 대중은 더욱더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 에서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이순재·윤여정, 백일섭·신구·김용건·이한위·김구라를 비롯한 중년 및 장·노년 연예인들이 이미지를 확장하고 새로운 모습과 끼를 선보이며 예능 스타 반열에 오르고 있다. 김용건은 “를 통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는 사적인 부분을 편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하더라.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 확장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년, 장·노년 연예인의 재발견과 인기 부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젊은 시청자들에게 중장년, 노년층에 대한 이해의 접점을 확장하는 계기도 마련해준다. 에서 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노년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인 나영석 PD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장·노년 연예인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시청자들이 이들 세대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되고 이해의 범위도 넓어져 세대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일섭은 “드라마와 영화를 할 때는 중장년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와 등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10~30대 젊은 팬이 많이 생겼다.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사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2017-07-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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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행복한 인생 2막의 비결은 ‘공부력’
- 100세 시대의 행복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 인생을 살아낼 새로운 설계와 순서는 어떻게 세워야 할까. 유필화(63)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아온 경영학계의 구루다. 뿐만 아니라 를 비롯해 , 그리고 최근작 에 이르기까지 인문학 고전을 경영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100세 시대, 고전에서 배우는 인생 경영 지혜’를 듣고 싶은 생각에 인터뷰를 청했다. 대방동에 위치한 유 교수 서재의 섬돌엔 검정고무신 두 켤레가 정겹게 놓여 있었다. 유 교수는 부인(이기향 한성대 의류학과 교수)이 아침에 인터뷰 복장 코디는 물론 간식을 손수 준비해놓고 갔다며 미소를 지었다. 신혼 때부터 지금껏 수십 년간 변함없이 싸준 부인의 도시락 내조력을 들려주는 그의 얼굴에 일순 사랑과 감사가 환하게 번졌다. 인생은 60부터란 말도 있는데요. 교수님께선 예순을 기점으로 달라진 것이 있는지요. “나눔과 베풂의 봉사활동이 내 삶의 비중에서 늘어났습니다. 60이 넘고부터는 경력과 일에 관련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일에 에너지, 시간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은 두 여인의 영향 덕분입니다. 어머님도 생전에 ‘늘 베풀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아내도 같은 말을 하는 겁니다. 덕분에 전혀 만나볼 수 없는 사람을 알게 되고, 접하지 않았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기업과 경영 문제에만 쏟던 관심을 기업 바깥의 세계로 돌리게 돼 좀 더 크고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계층의 다양한 사람을 알게 돼 세상을 보는 균형감각이 키워지는 부수효과도 있더군요.” 사회봉사가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것은 개인의 단순한 느낌이나 추정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근거가 있다. 코넬대학의 행복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남을 돕는 사람은 자긍심을 고양시키고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사람과 이타적인 사람 간에는 정신이 노쇠해가는 속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봉사활동은 더욱 건강한 정신자세를 지니게 하고, 이는 다시 건강과 삶의 만족을 증진시키는 ‘행복의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게 연구의 골자다. 봉사는 이타적 행위일 뿐 아니라 이기적 행동이기도 하다. 인생 2막에선 성공보다는 행복이란 단어가 한결 실감 있게 다가온다고 다들 말씀하시더군요. 교수님께서는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시는지요. “‘행복이란 마음이 편한 것, 마음의 평정과 평온을 찾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사회에서 부러워하는 기업인을 만나보면 ‘성공하면 뭐해’ 하며 자조하는 경우도 많고요. 어쩌면 남이 부러워하는 정상에 오르는 것은 울 일이 많다는 것과 동의어라고나 할까요. ‘살아 있는 게 축복이고 숨 쉴 수 있는 게 기적’이라는 마음을 갖고, 일상을 감사히 받아들일 줄 아는 삶의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건의 충족이 아니라 그 수행 과정에 행복이 존재하지요.” 매일 참선과 명상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서재에 명상실까지 두고 있으시지요. “마음의 평화를 위한 제 수행 방법은 참선과 300배입니다. 1997년부터 해왔으니, 20년 가까이 해온 셈이네요. 가끔 40~50분씩 참선하고 300번 절하고 나면 마음과 몸이 깨끗해집니다. 현재에 몰입하고 집중함으로써 잡념을 없애버리는 것이지요. 명상을 하면 집중력, 몰입력이 높아져요. 건강한 긴장력이 생산된다고나 할까요. 삶을 객관적으로 제3자화, 관찰하는 것을 습관으로 하면 자기에 대한 지독한 애착과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줏대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지도 않고요. 참선을 하다 보면 나를 특별한 존재로 보기보다는 수많은 중생 중 하나로 담담히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대부분의 불행과 불만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으려고 하는 집착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 교수에게 이순(耳順)(공자가 60을 가리켜 한 말)의 나이에 문자 그대로 이순(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말을 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칭찬, 아부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은 있는데 비난, 싫은 말에는 그리 편하지 않고 신경이 쓰인다. 아직 이순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고백한다. 교수님은 위기의 시대를 이기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꼽으신 바 있지요. 인생 경영에서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자만심입니다. ‘왕년에’와 ‘내가 누군데’가 자만심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장군은 은퇴 후 모임에도 군복 입고 훈장 달고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를 알아달라는 의미이지요. 그래봤자 남들은 ‘그래서(so what)?’예요. 버려야 채울 수 있고, 낮춰야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켜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요. 우리 세대는 산업혁명, 민주화를 달성한 세대 아닙니까. 열심히 살아온 것이지, 결코 헛산 것이 아니지요. 사회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살아왔다는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젊은이에는 부족한 경륜이나 직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고 늠름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자만심과 자부심,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유 교수는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시원치 않다고 깔아뭉개는 마음이 자만심이라면, 스스로는 물론이고 상대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은 자부심”이라고 구분했다. 자만심은 남을 무시하지만 자부심은 남을 포용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으시고, 독일 빌레펠트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서양통이신데 동양고전에 심취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동양이 서양보다 한결 깊고 차원이 높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병법서를 예로 들어볼까요. 과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에서 전쟁은 정치의 수단이고, 어떻게 이기느냐 거기에만 관심을 둡니다. 반면 동양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무력으로 싸우지 않고 지략으로 이길 방법을 모색하지요. 서양에선 지략이나 책략보다 전략, 전술에 관심을 두고요. 서양의 병서가 단지 전략서인 데 반해 동양의 병서를 정치사상서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시대를 이끈 리더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공부력입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평생 학습의 끈을 놓지 않은 것입니다. 독서이든, 대화를 통해서든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졌습니다. 살아 있는 한 멈추지 않고 끈질기게 배우려고 하는 학습력이 이들의 공통점입니다. 이는 동서양의 리더가 다르지 않습니다.” 리더들의 경쟁력이 공부력이란 사실은 인생 경영 지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저서 에서 공부력을 변형자산이라 명명해 강조한다. 변형자산이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튼 교수는 “돈 등 유형자산 못지않게 필요한 무형자산이 공부력”이라며 “학교 졸업, 취업, 은퇴라는 3단계 벽이 무너진 오늘날, 100년 인생의 풍요로움은 평생공부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요컨대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선 미분의 인생관에서 적분의 인생관으로 발상전환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생 전반기의 실력과 경력에 얹혀 후반전을 영위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전반전에 종언을 고하고 유연성과 개방성을 갖고 부단히 노력하라, 그렇게 공부력을 쌓는 것이 100세 시대의 생존비결이라는 진단과 처방이었다. 역사는 리더십의 스승이란 말을 강조하십니다. 역사적 인물 중 평생학습의 롤 모델로 누구를 꼽으시는지요. “중국의 황제 당태종을 꼽고 싶습니다. 평생학습은 자기경영이 바탕인데요. 당태종은 죽는 날까지도 겸허한 태도를 잃지 않았지요. 그의 자기경영원칙은 경청, 자기경계, 자기절제, 긴장감 지속, 겸허한 태도 및 신중한 언어 구사 등 다섯 가지로 정리됩니다. 다만 집권 말년에 고구려 원정 등 쓸데없는 전쟁을 만류하는 신하들의 충언을 듣지 않은 것이 결정적 실수였지요. 아무리 뛰어난 군주라도 최초의 긴장감을 20년 이상 지속시키기는 어려웠다고나 할까요.” 당태종의 자기경영 비결 중 겸허한 태도 및 신중한 언어구사가 눈에 띄는군요. 이는 오늘날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소통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서고자 하는 마음, 참견하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본인은 경륜이지만, 상대에겐 편견이고, 본인은 조언이지만 상대에겐 잔소리일 수 있습니다. 저는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세 가지 기준을 돌아봅니다. 먼저 내 의도입니다. 상대를 위하는 것인가, 내 능력 자랑을 위해서인가 성찰해봅니다. 즉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 능력을 드러내 잘난 척하려고 하는 것인가를 검토해봅니다. 다른 사람이 다 보는 상황이어서 불편하거나 부끄럽게 느끼지는 않을지를 살핍니다. 끝으로 내가 말하는 방식이 그 사람이 받아들이기 쉬운 것인지를 고려해봅니다.” 그는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할 뿐인데 연장자라고 말을 다짜고짜 낮추며 하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겸양의 태도를 평생친구인 헤르만 지몬 교수를 통해 체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헤르만 지몬 교수는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독일의 경영학자다. “일국의 대통령에서부터 차 나르는 직원에 이르기까지 차별 없이 존중하고, 즐겁게 대화를 하는 지몬 교수에게서 학문적 열정뿐 아니라 리더의 소양까지 배울 수 있었다”는 술회다.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한 교수님의 ‘인생 경영 비법’을 듣고 싶습니다. “가족, 친구,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이지요. 가족, 친구와 잘 지내려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수용하고 포용하는 게 필요해요. 또 나이 들수록 중요한 게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인데요. 저는 최고의 방법으로 독서를 꼽고 싶습니다. 인생에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새로운 것을 접할 때의 호기심, 혼자서 경험할 수 없거나 알 수 없는 내용을 알게 됐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그러기 위해선 지치지 않는 호기심과 건강이 필수이지요.” 그에게는 독특한 독서 버릇이 있다. 책 앞날개에 독서를 시작한 날짜, 독서를 마친 날짜, 책 구입 장소 등을 메모해놓는 일이다. 나중에 이 메모를 보면 책 내용은 물론 책을 읽게 된 동기, 시공간의 배경에 대한 추억까지 함께 떠올라 즐겁다고 한다. 또 세 종류의 책을 동시다발로 읽어나가는 독서 습관도 있다.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있으신지요. “없습니다(답변의 속도는 30초도 안 될 정도로 빨랐다). 평소에 열심히 살고 아무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게 제 신조라고나 할까요. 안 되면 그만이지요. 무엇인가를 바라고, 해야 된다고 마음먹는 순간 괴로워요. 그것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는 순간 족쇄가 되기 때문이죠. 저는 그저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다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그렇게 자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 교수와 인터뷰를 하며 ‘인생 경영의 최고 비법은 공부력’이고 “궁극적 공부력은 마음 경영과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세 인생 시대, 무한성장 시대인 오늘날이야말로 자기성찰력이 최고의 인생 덕목이자 경쟁력이 아닐까. ‘유필화’란 이름 석 자의 문패가 달린 파란 대문 집을 나와 돌아오는 길에 그의 시집 를 다시 펼쳐보았다. 그는 ‘나의 묘비명’이라는 시에서 ‘인간 유필화’를 이렇게 관조한다. ‘그는 입버릇처럼 자주 수행을 얘기했고 꾸준히 좌선도 하였지만, 생각만큼 행동이 안 따르는 자신의 한계를 늘 절감했다. 그는 물욕과 애욕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으며 자만심도 결코 떨쳐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장년 이후 눈에 띄게 화를 내는 일이 적어진 것에 대해서는 은근히 흐뭇해했다. (중략) 그는 자신의 숱한 약점,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수시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태도였다. 그의 이름은 유필화였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졸업.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리더십 스토리텔러. 세계일보에서 CEO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과 삼성경제연구소 등에서 강의했다. 저서로는 , , 등이 있다.
- 2017-06-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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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로 배우는 노년의 지혜 3
- 인생 황혼기에 맞은 손님 감독 토마스 맥카시 주연 리차드 젠킨스, 히암 압바스 제작연도 2007년 상영시간 104분 20년째 코네티컷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장년의 교수 월터 베일(리차드 젠킨스). 단조롭고 열의 없는 나날을 무기력하게 이어가던 월터는 논문 발표를 위해 뉴욕 출장을 갔다가,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자신의 아파트에서 불법 체류자인 타렉 칼릴(하즈 슬레이만)과 자이납(다나이 거라이라) 커플과 마주친다. 월터가 갈 곳 없는 젊은 커플에게 잠자리를 제공하자, 타렉은 감사의 뜻으로 월터에게 자신의 생계 수단인 젬베(Djembe 혹은 jembe;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원추형 모양의 가죽 드럼) 연주를 가르쳐준다. 타렉과 함께 센트럴 파크에서 젬베를 연주하면서 이따금 미소를 짓게 된 월터는 타렉이 불법 이민자 단속에 걸려 수용소에 들어가자 타렉과 자이납, 그리고 소식 없는 아들을 찾아온 타렉의 어머니 모나 칼릴(히암 압바스 Hiam Abbass)의 운명과 얽히게 된다. 모든 좋은 영화가 그러하듯 의 초반부는 주인공 월터의 무뚝뚝한 캐릭터와 잿빛 삶을 이렇다 할 대사 없이 간결하게 전한다. 무거운 짐을 들고 밤거리를 걷는 월터의 처진 어깨, 귀가하여 홀로 와인을 마시는 월터의 쓸쓸한 표정. 얽은 얼굴에 안경을 걸친 반대머리 월터는 먼저 말을 걸어보고 싶을 만큼 호감 가는 인물이 아니다. 개인 사정으로 리포트가 늦었다고 사정하는 학생을 냉정하게 내쫓는 그의 유일한 관심은 피아니스트였던, 그러나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아내와 함께 듣던 클래식 음악 감상뿐. 아내의 피아노로 교습을 받아보기도 하지만 선생들 잔소리가 듣기 싫어 번번이 내쫓고, 마침내 네 번째 선생 바바라(마리안 셀데스)로부터 “당신은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사람이다. 그 좋은 피아노를 팔려거든 내게 팔아라”는 말을 듣기에 이른다. 월터가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마저 공동저자가 아닌, 단지 이름을 빌려준 것뿐이고 새 책을 거의 다 써가고 있다고 했지만 아직 손도 대지 못했고, 한 과목뿐인 강의도 성의 없이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월터의 지루하고 무기력한 삶이 전제로 묘사되었기에, 자신의 집을 점거한 불법 체류 외국인 커플을 다시 불러들여 잠자리를 제공하는 설정은 설득력을 갖는다. 또 타렉과 자이납이 채 챙겨가지 못한, 그들의 다정한 한때를 담은 사진, 그리고 월터가 창밖으로 내려다본 밤거리에서 초조하게 잠자리 구걸 전화를 거는 커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공감을 얻어내는 세심한 연출력을 발휘했다. 월터가 젬베 연주에 금방 빠져드는 장면 또한 월터가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던 음악 애호가라는 초반의 설정 덕분에 쉽게 이해가 된다. 월터를 경계하는 진중한 자이납과 달리 낙천적이고 영리한 타렉은 월터에게 차근차근 연주의 기쁨을 가르치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지만 젬베 연주 때는 생각하지 말고 두드려야 한다. 4박자 클래식에 익숙하겠지만 아프리카 리듬은 3박자다.” 시리아에서 왔다는 타렉이 아프리카 타악기인 젬베를 연주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건 자이납과 젬베뿐이다”라고 설명하는 대사에서 짐작되듯 타렉은 세네갈 출신인 자이납을 깊이 사랑한다. 이처럼 음악이 중동인 타렉과 아프리카인 자이납을 연결시켜주었듯, 백인 월터와 중동인 모나의 내적 교류에도 큰 몫을 한다. 학사 일정 때문에 코네티컷으로 돌아간 월터가 바바라에게 피아노를 주는 장면은 과거의 아내 혹은 그녀의 음악과 이제 거리를 두기로 했다는 결심으로 읽힌다. 반면 그가 뉴욕 집으로 돌아왔을 때 모나가 청소를 하며 월터 아내가 연주한 클래식 CD를 듣고 있는 장면은, 음악이 이들을 연결시켜주고 있다는 은유로 읽힌다. 월터는 CD를 하도 많이 들어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는 모나를 위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브로드웨이의 마제스틱 극장에서 장기공연 중인 을 예매한다. 타렉이 수용소에 갇혀 있는 절박한 시점에 만난 낯선 장년 남녀가 뮤지컬 감상을 통해 웃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월터는 “책을 안 써본 사람과는 말이 쉽지 않다”며 모나의 관심을 일언지하에 끊어버리지만, 결국엔 자신이 “바쁜 척, 책을 쓰는 척했지만 일에서 손 놓은 지 오래다. 남의 논문만 읽고 똑같은 과목을 20년 강의했을 뿐이다”라고 고백한다. 모나는 진심을 말해줘 고맙다며 “교수가 아니면 뭐가 되고 싶었냐?”고 묻는다. 모르겠다는 월터에게 모나는 ”그래서 더 신나지 않나요?“라며 웃는다. 낙천적인 타렉의 어머니답게 모나 또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여성임을 드러내주는 대사다. 런던에 사는 아들이 있다는 대사만 있을 뿐, 월터 아들의 존재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아들과 살갑게 지내지 않는 듯해 보이는 그가 타렉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은 아들에 대한 속죄의 마음일 수 있고 이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기꺼이 포기하는 모나의 깊은 모성과도 연결된다. 는 아무런 사건도 인연도 없이 생의 끝점에 이를 것 같던 월터의 삶에서, 음악을 매개로 한 이국인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큰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9·11 사건 후의 미국 정부(는 2007년 작품이다) 태도가 다인종 국가인 미국의 정체성을 얼마나 훼손하고 있는지를 간접, 직설적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타렉이 지하철에서 경찰의 불심 검문을 받고 끌려갈 때 월터가 경찰에게 진정하라며 신음하듯 내뱉던 외침, 퀸즈의 불법 체류자 수용소 외관을 창고처럼 보이게 의도했다는 월터와 모나의 대화, 모르겠다고만 하는 수용소 직원들에 대해 “시리아와 똑같다”(저널리스트였던 모나의 남편은 반정부 글 때문에 7년을 징역살이하다 죽었고, 그 때문에 모나는 아들 타렉을 데리고 미국으로 왔으며, 본국 귀환 명령서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채 타렉을 키웠다고, 시리아로 떠나기 전 날 밤 월터의 품에 안겨 고백한다)고 하는 모나의 탄식, 타렉이 강제 송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월터가 외치는 절규 등이 그러하다. 거리, 관공서, 공항에서 인물 뒤로 보이는 거대한 성조기. 수용소 벽에 쓰여 있던 구호 ‘미국의 힘은 이민자들로부터’도 그렇고, 자유의 여신상 그림도 마찬가지다. 모나는 “까매도 너무 까맣다”며 놀랐던 아들의 연인 자이납을 만나 아들이 좋아했던 장소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자이납, 모나, 월터가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볼 수 있는 페리를 타게 된 연유다. 그때 모나는 월터에게 묻는다.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가본 적 있냐고. 월터는 한 번도 꼭대기에 올라가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주인공 월터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들, 즉 자유의 여신상이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전혀 관심 갖지 않고 살아온 것이다. 그랬던 월터가 세 사람과 만나면서 국가를 대신해 사과까지 하게 된다. “저들이 나를 테러범 취급한다”며 불안해하는 타렉에게도, 추방된 타렉을 따라 시리아로 돌아가기로 한 모나에게도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는 월터(하필 그의 세미나 발표 주제는 ‘개발도상국 경제’란다). 국가를 대신한 월터의 사과는 통상적인 할리우드 영화처럼 해피엔딩에 이르지 못한다. 수용소로 면회 갔을 때 유리벽을 마주하고 탁자와 가슴을 두드리며 협연을 할 만큼 음악을 사랑하고 마음이 통했던 월터와 타렉. 타렉이 “손님이 많은 저기서 연주하고 싶다”던 지하철 바로 그 공간에서 월터는 홀로 젬베를 연주한다. 이 마지막 장면은 여운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인정케 한다. “월터가 우리를 경찰에 고발할 거야”라며 두려워했던 자이납의 경계심은 우려로 그쳤지만, 그 불안의 정체는 월터 개인이 아닌 미국이라는 국가였음을 알게 해준다. 엄혹한 현실을 인정하며 절제된 감정으로 긴 여운을 남기는 는 뉴욕대학의 케보키안 센터, 킴벨 센터, 헌드레드 에이커스 레스토랑, 그리고 타렉이 연주하는 이스트 빌리지의 뱀부 하우스와 줄스 비스트로, 자이납이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파는 소호의 길거리 시장 등을 뉴욕의 명소가 아닌, 시민권자도 불법 체류자도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안정적인 카메라(올리버 보켈버그), 음악, 그리고 연기다. 클라식과 젬베 연주가 화답하는 영화답게 베토벤의 ‘Sonata No. 21 in C Major’가 흐르는가 하면, 타렉으로 분한 하즈 슬레이만이 직접 협연에 참여한 ‘Darius Blues’와 ‘In Memory of the Dead’와 같은 재즈풍 연주가 청각을 만족시킨다. 연기 앙상블이 빼어난 것은 감독 토마스 맥카시가 배우 출신이라는 것과 무관해 보이진 않는다. (2005), (2005), (2006) 등에 출연해온 조연 배우 토마스 맥카시는 2003년 직접 각본을 쓴 독립 영화 로 선댄스, 산세바스티안, 스톡홀름 등의 영화제에 초대되었다. 역시 직접 각본을 쓴 와 (2011)도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소외된 중장년층의 소통을 담백하게 그려내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세 작품 모두 톱스타가 아닌, 그러나 연기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아카펠라 화음을 이끌어냈는데 그 솜씨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영화제에서 18개의 트로피와 17번의 후보 지명을 받은 는 로버트 젠킨스에게 2009년 아카데미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와 2008년 모스크바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주는 등 네 명의 주연 배우와 조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각본과 연출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1953년생 리차드 젠킨스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건 미국판 리메이크 실패작인 (2004) 촬영장에서, 젠킨스의 부드러운 음성과 눈빛을 확인한 후라고 한다. 리차드 젠킨스는 “나를 주연으로 하면 제작비 조달이 어려울 텐데”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토마스 멕카시 감독은 "의 아이디어는 베이루트를 여행했던 나의 경험에서 가져왔으며, 한 사람의 삶이 우연한 짧은 만남으로도 영향받을 수 있음을 그리고 싶었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21세에 미국으로 이민 온 레바논 출신의 하즈 슬레이만과 미국으로 이민 온 짐바브웨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다나이 거라이라 모두 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은 TV가 주 무대다. 이 두 젊은이보다 더 오래 시선을 사로잡는 기품 넘치는 여배우들이 있으니 히암 압바스와 마리안 셀데스다. 1960년, 이스라엘 나사렛 출신인 히암 압바스는 에란 리클리스의 (2004)와 (2008), 아모스 기타이의 (2005) 등에 출연해온 이스라엘 대표 여배우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5) 등에도 출연하며 반경을 넓히는 한편, 연기 지도까지 병행하고 있는 재원이다. 단 두 장면 출연으로 위엄을 보인 마리안 셀데스는 1928년생. 토니상 수상에 빛나는 ‘브로드웨이의 디바’로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넘나들며 멋있게 늙어가고 있다. 히암 압바스가 더 나이 들면 마리안 셀데스처럼 따뜻한 위엄이 더해지지 않을까 싶다.
- 2017-05-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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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더미 탈출작전
- 옛날에는 읽고 싶은 책이 매우 부족하였다. 첫 월급으로 부모님 옷 선물과 책 구입이 당시의 풍습이었다. 지금은 그 양이 너무 많아서 관리에 문제가 많다. 책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각오로 온종일 뒤적였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쓸데없더라도 어렵게 모았던 책을 버리기는 더 아깝게 느껴졌다. 이삿짐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젊었을 때다. 휴일을 잡아 친구끼리 품앗이 이사가 당시의 풍속이었다. 가까운 곳은 손수레로, 먼 곳은 삼륜차에 사람과 이삿짐이 짐칸에 뒤엉켜서 거리를 내달렸다. 그때는 짐칸에 탑승하는 것이 교통경찰의 집중단속 대상이었다. 이사할 때마다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하였던 책들은 친구들의 기분에 따라 많은 양이 쓰레기로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겉모습은 그럴듯하지만 별로 필요하지 않은 책만 남는 경우가 더 많았다. 책을 보유하느라 고생했던 시대는 지났다. 종이인쇄시대가 가고 전자시대다. 전문서적의 정보도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책으로 가지고 있어 봐야 얼마 지나면 아무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논문ㆍ제안서와 입학ㆍ입사 지원서도 책자가 아닌 파일로 제출하는 시대다. 종이책 대신 전자 책 출판으로 바뀌었다. PC가 대중화 되면서 고민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인쇄문화가 가고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이 기회가 되었다. 불편한 책 보관의 의미가 사라지고, 편리한 활용에 방점이 찍혔다. 이용하기 편하고 시간이 절약되는 디지털화가 정답이었다. 책 한 권을 요약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A4 용지 1매 이내로 파일에 담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파일마다 관리번호를 부여했다. 일자ㆍ관리번호ㆍ일련번호를 부여하면 자료 활용이 매우 편리하다. ‘20120425.01.2 삼국지’ 식이다. ‘20120425’는 2014년 4월 25일 독서를 끝냈다는 뜻이고 ‘01’은 책 성격 분류 번호, ‘2'는 같은 분류 중 일련번호다. 일자는 책 출판일, 책 구입일 등도 있으나 실제로 읽은 날짜가 제일 의미가 있다. 같은 책도 읽는 날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 제목 외에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읽는 시기별 요약이나 간단한 독후감을 넣어도 좋다. 전문가 서평ㆍ반론ㆍ자기 의견 등 역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책 이외에 사진ㆍ졸업증서ㆍ자격증도 이같이 정리하면 된다. 사건이나 명언별로 구분하여도 자료 이용에 편리하다. 스크랩 자료ㆍ일기나 메모 등 파일화가 어려운 자료는 적어도 연도별 관리번호를 부여하면 찾아보기 쉽다. 글 쓸 때 사진을 먼저 올려놓고 자료를 연결하면 상상력을 크게 보완할 수 있다. 신문기사 작성 때도 사진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다. 장년은 책을 아무리 붙잡아도 다시 읽을 기회가 오기 힘들다. 먼지 쌓인 책을 찾다가 세월 다 간다. 우선 마음을 비우자. 쓸모없는 종이로 변하기 전에 사회에 확 기증하자. 꼭 필요한 책은 공공도서관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전문서적이나 고서 등 꼭 보관이 필요한 책을 백여 권 이내로, 서가 한 개 이내로 줄이기 실천을 하고 있다.
- 2017-03-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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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연극 <메디아>의 아이게우스役 배우 남명렬
-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재탄생한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여자 메디아, 그녀의 조력자 아이게우스 역을 연기한 중견배우 남명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그리스 비극은 연극의 시원(始原)입니다. 인간의 감정들이 정수(精髓)만 모여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국립극단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고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메디아를 이혜영이라는 매력적인 배우가 연기한다니 더욱 첫눈에 사랑하게 되고, 그 격정에 휘말리는 아이게우스라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아이게우스’를 연기하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아이게우스는 메디아를 보자마자 격정에 휘말립니다. 메디아의 유혹도 느끼고요. 기승전결 없이 메디아를 향한 욕망이 시키는 대로 직진하는 존재죠. 앞뒤 설명 없는 욕망의 발화(發火)를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왕의 품위를 유지하며 유혹에 몸을 떠는 존재를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네요. 중견배우 이혜영(메디아 役)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이혜영 배우와는 처음으로 연기하는데요, 지금까지 보여준 카리스마만큼이나 연습에 열정적이고 열심입니다. 연기하는 그 눈만 바라봐도 내가 할 연기의 감정이 활활 타오릅니다. 말이 필요 없이 눈빛만으로도 교감할 수 있으니 환상적 호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습장에는 후배들, 특히 젊은 여배우들이 많습니다. 젊은 에너지를 맘껏 충전하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애서(愛書)가로 알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 임하며 읽은 책이 있다면? 그리스 비극을 책으로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함축하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등장인물 간의 관계, 그들은 어떤 역사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존재하는가를 정리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떤 책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고 인터넷과 가능한 책 자료를 두루 참고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어선지 자꾸 잊게 되네요. 난감합니다. 작품과 관계없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유시민 작가의 입니다. 어떤 중·장년에게 권할 수 있겠는가? 연극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년 시절의 선택과 결정은 때론 무모하기도 하고 좌충우돌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청년의 특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중·장년의 선택과 결정은 청년 시절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디아의 비극을 보며 ‘나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무겁게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질문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일 겁니다. >>배우 남명렬 제50회 동아연극상 남자 연기상, 제6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 연극 , , 영화 , , 드라마 , 외 다수 출연. 연극 장소 명동예술극장 일정 4월 2일까지 연출 로버트 알폴디 출연 남명렬, 이혜영, 하동준, 박완규, 손상규 등
- 2017-03-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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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 30년 그리고 지금
- 새봄 냄새가 짙게 풍기는 휴일, 친구들과 을미사변 때 희생된 항일 인물들을 배향하는 장충단에 모였다. ‘안개 낀 장충단 공원’에서 성곽길을 따라 남산에 올랐다. 차를 타거나 아스팔트를 걷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을 느꼈다. 남산에 오르면 고층 빌딩이 가득한 시가지 모습에 감격한다. 높은 건물 몇 개뿐이고 삼일고가도가 웬만한 건물보다 높았던 시절, 반듯한 건물이 언제쯤 들어서나 부러워했던 기억 때문이었다. 남산타워가 우뚝 솟은 262m 높이의 나지막한 남산광장에는 붐비는 여행객 만큼 수많은 사연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지나온 60ㆍ30년이 문득 그리워졌다. 젊은 시절 케이블카를 타려고 줄서서 한참 기다렸었다. 중년이 되어서는 자동차 드라이브를 하였고, 이제는 건강을 위하여 걷기운동을 하는 장년이 되었다. 지금은 9살 손자의 오늘이다. 내 나이에서 60년을 빼면 지금의 손자의 이야기이고, 30년을 지우면 자식의 일이 된다. 손주의 오늘에 60년을 더하면 나의 오늘 모습이 되고 30년을 보태면 아들ㆍ딸의 이야기가 된다. 앞으로 전개될 60ㆍ30년은 내 후손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남산은 북악산ㆍ낙산ㆍ인왕산 등과 함께 서울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하나이며 북악산과는 남북으로 마주하고 있다. 남산의 정상에는 5개의 화구를 가진 목멱산 봉수대가 남아있는데 전국에서 올라오는 중요한 봉화가 서울로 집결되는 곳이었다. 남산은 소나무를 비롯한 각종 수목이 이루는 푸른 수림경관이 훌륭한데, 특히 조선시대에 소나무가 많이 자랐다고 전해지며 이곳의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도록 하였다. 산꼭대기에서는 사방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서울 시가지를 볼 수 있다. 수림은 잘 보호되어 대도시 도심부임에도 꿩을 비롯한 각종 산새ㆍ다람쥐 등 산짐승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서울시 전망을 조망하는 조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정상부에는 탑골공원의 정자를 본뜬 팔각정과 N서울타워, 박물관, 레스토랑, 카페 등의 시설이 있고, 산정부에 한국의 경위도 원점이 있다. 남산 서쪽은 계단으로 이어진 세 개의 광장이 산허리를 타고 펼쳐져 있다. 맨 아래에 있는 광장은 녹지대를 포함하여 약 2,500평 규모의 어린이 놀이터다. 그 위에는 약 6,000평 규모의 백범광장이 있고, 위쪽 광장에는 남산 분수대를 중심으로 하여 그 북서쪽에 서울시 교육위원회 과학교육원이 있는데 서울시 교육위원회 과학교육원은 어린이회관으로 건립한 18층 건물이다. 그 맞은편에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있는데 1970년에 건립하여 의사의 사진ㆍ유묵 등을 전시하고 있다. 기념관 주변에는 안중근의사 동상과 휘호ㆍ·장인이 새겨진 비석이 있고, 남산골 한옥마을, 장충단공원, 정도 600년 타임캡슐 등이 주변의 명소들이다. 남산에서 옛일을 회상해 보니 수십 년 세월 동안 쓰레기 분리수거와 야외 취사금지 성공으로 우리 서울이 엄청 깨끗해졌다. 다음 60ㆍ30년에는 더 좋은 발전이 있기 바랐다. 동대입구역으로 내려가는 순환로가 연인들의 산책로로 제격이다. 동대 정문을 거쳐 장충동족발과 막걸리 한 사발로 즐거운 남산 산책을 마무리하였다.
- 2017-03-06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