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족을 위로하는 ‘애도’, 우리는 제대로 해왔을까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을 잃은 이에게 우리가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막막해진다. 누구나 하는 위로의 말은 상투적이고 진심이 담기지 않은 것 같아 고민스럽다.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을 위로하는 데 익숙지 않다. 유족을 보듬는 일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제대로 위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는 그동안 없었다. 최근 웰다잉이나 호스피스 등 죽음과 관련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있다. 애도상담이 그것이다. 국내에 애도상담을 보급하고 있는 윤득형 박사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애도 과정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애도상담은 다양한 형태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겪는 심리적, 영적, 정서적, 신체적 문제들을 잘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와주며, 슬픔의 과정을 제대로 겪어내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라 정의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분야이지만 해외에서는 그리프 카운셀링(Grief Counseling)으로 불리며 이미 상담의 한 전문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호스피스 기관에서는 사별 가족을 위한 팀이 운용될 정도다. 윤득형 박사도 미국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애도상담을 세부전공으로 연구했고, 각당복지재단에서 상담활동이 필요한 상담가나 종교인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애도의 첫 단계는 함께 있어주기 애도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그동안 가장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유족을 만나면 어떤 말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윤득형 박사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애도를 위해 간단한 한 문장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아무 생각 없이 ‘안녕하세요’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인사를 건네기도 하지요. 보통 목례 정도만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뭔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다면 ‘뭐라 위로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심정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종교적 언어로, 좋은 데 가셨다거나 안식을 얻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지 않아요. 유족의 생각에 고인에게 좋은 장소는 자신의 곁이고 그곳이 안식처이니까요.” 그렇다면 제대로 된 애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윤 박사는 3가지를 추천한다. 첫째는 함께 있어주기. 물리적으로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연락하고 만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다음 단계는 열린 질문 하기. “애들은 어때?”, “기분은 좀 어떠니”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가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중요한 들어주기가 있다. 이때 감정을 섣불리 이입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면 안 된다. 유족이 슬픔을 실컷 표현할 수 있도록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윤 박사는 예견했던 죽음이든 갑작스런 이별이든 유족이 겪는 슬픔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상실 후에 남아 있는 이들이 겪는 극한 감정을 그는 ‘비탄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2~3주 정도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애도의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때는 돌봄이나 상담 등이 도움이 됩니다.” 슬픔 해소하지 못하면 후유증 남아 윤 박사는 애도상담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애도의 과정을 제대로 겪지 못하면 복잡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비탄의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지속돼 몇 년이 지나도 슬픔에 잠길 수 있고, 사별한 후 십수 년 후에 느닷없이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격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신체적인 질병이나 이상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 특히 어휘력이 떨어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본인 탓을 하며 괜한 죄책감을 갖게 될 수도 있어요.” 특히 세월호 사건과 같은 국가적 대형 재난에서는 유족이 겪는 슬픔을 사회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이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원인을 알지 못하면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사회적으로도 이들의 슬픔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고 순구하게 애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2018-03-29 11:10
-
- 자율주행에서 건강관리까지, ‘스마트카’가 온다
- # 직장에서 은퇴한 강모(67세) 씨는 수입이 줄어들자 자동차를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주유비에 자동차보험, 주차비도 그렇지만, 차를 구입한 지 오래되어 수리비가 만만치 않았다. 자녀들이 독립해 예전처럼 차를 쓸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며 걱정을 덜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한 자율주행 공유 차는 강 씨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해준다. 필요할 때만 부를 수 있어 경제적인 데다 차량 소유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다. 최근 자율주행차는 무인 상태를 최종 목표로 발달하고 있는 중이다. 또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하는 차 대신 전기차가 늘고 있으며, 차를 공유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한편으론 자동차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 등과 만나 커넥티드카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업종에서 이제 전기전자 업종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동차 산업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에 신기술과 새로운 용어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걸까. 이에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와 시니어에게 가져올 파급 효과를 살펴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어려워지는 일 중 하나가 운전이다. 60대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6년 기준 전체 면허 소지자의 14.8%인 461만 명에 이른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도 늘고 있다. 2016년 전체 교통사고는 22만917건으로 2015년과 비교하면 1만 건이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2015년 대비 2016년 60대 이상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무려 2784건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자동차는 편리함도 주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다. 젊을 때부터 운전을 해온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운전을 하길 원한다. 이동이 힘들면 사회 참여를 제대로 못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시니어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동차 산업의 빅뱅을 일으킬 첨단기술들 현재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트렌드는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차량공유 서비스, 전기차다. 이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자율주행차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2020년에 사람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완성차, 부품, 반도체, IT, 통신 등 관련 기업들의 협력과 인수합병(M&A)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용 인공지능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중앙처리장치 기업인 인텔을 중심으로 협력하고 있다. 인텔은 자율주행 부품 업체로 유명한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완전 자율주행 인공지능 컴퓨터인 ‘드라이브 PX 페가수스’를 선보였다. 또한 글로벌 IT 기업도 이젠 자동차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했으며, 애플도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국내 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89%는 운전자 과실이 원인이다. 그래서 무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사고가 9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아서 척척 운전을 해준다면 노화로 신체나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도 생활이 편리해진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술 보완 외에도 아직 걸림돌이 많다. 우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국토교통연구원이 2016년 실시한 조사 결과 운전에 따른 피로감이 줄고 차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와 보안,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경우 차 소유주와 제조업체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스마트폰, 자동차의 스마트한 변화 # 박모(74세) 씨는 은퇴 뒤 아내와 자동차로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을 다니는 게 취미다. 그런데 시력이 저하되면서 운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구입한 자율주행차 덕분에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또 차 안에서 스트레스를 측정해주고, 건강 컨설턴트와 영상으로 상담도 할 수 있다. 얼마 전엔 차에서 심장질환으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박 씨의 건강 이상을 파악한 자율주행차가 근처 병원 응급실까지 차를 이동시켜줘 큰 도움이 됐다. 커넥티드카가 뜨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스마트폰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과 자동차, 병원, 쇼핑 등 사실상 모든 것과의 연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차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가 교통상황도 알려준다. 또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신용카드와 연계되는 전자계정을 부여받은 차로 상품 결제도 가능하다. 특히 커넥티드카는 차 안에서 운전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준다. 자동차에 앉기만 해도 자동 측정이 가능하다. 얼굴과 눈동자를 인식해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기술은 이미 여러 기업에서 개발됐다. 도요타는 운전자의 심전도를 측정하는 스마트 핸들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심박수와 뇌파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을 활발히 개발 중이다. 건강 이상이 발견되면 차가 스스로 119에 신고도 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자동차 산업보다 규모가 훨씬 큰 데다 고령자 급증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차량은 이제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차량공유 기업 리프트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10년 안에 끝날 거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차량공유 기업인 쏘카의 회원수는 2014년 51만 명에서 2016년 240만 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도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현대자동차도 차량공유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차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판매 중단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 판매된 전기차는 100만 대를 넘었다. 자동차의 빅뱅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트렌드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금융, 헬스케어, 차량공유 등 산업의 경계를 나누기도 어렵다. 자동차 산업의 첨단기술은 시니어의 이동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운전을 하지 않는 탑승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시니어의 니즈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과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다음 연재 순서 ❹식스 포켓(six pocket) 시대, 손주와 SNS로 친해지기 ❺해외 시니어 여행 트렌드 ❻3D 프린팅 기술 어디까지 왔나
- 2018-03-15 09:24
-
- 코골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아내는 필자가 젊어서 코를 골며 잘 때는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단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한 단계 더 높이 발전하여 무호흡증세가 나타나니 방관할 수 없어 나와 상의를 해왔다. 자다가 숨이 멈출 것 같아 걱정이 되어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코골이가 심하다는 말을 대충 듣고 넘겨온 세월이 10년이 넘었으니 무시하고 지냈는데 아내가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니 이제 관심을 두고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 같았다. 실제로 사무실에 가면 노곤하고 졸리면서 자도 옛날같이 개운하지 않은 것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건강에 심각한 적신호가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원인도 정확하게 모르겠고 마땅한 치료법을 몰라 방치하다가 어느 날 직장 근처인 지하철 2호선 선릉역(삼성역) 부근에 코골이 전문의원 간판을 보고 찾아가서 상담을 했다. 서울대 출신 의료진이 운영하는 수면클리닉 전문 병원이었다. 뒤에 알고 보니 MBC News, SBS News, ‘내몸사용설명서’ 및 ‘나는 몸신’이다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고 있는 전문병원이었다. 신흥범 박사가 주치의였으며 사계의 전문가로 코골이치료관련 저서도 많이 출간하신 분이었다. 하루 저녁 병원에서 자면서 코골이 정도와 수면 방법의 문제점을 기계로 점검해야 진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장 그날 밤 입원하여 측정결과 코골이 원인을 찾아내었고 어떻게 자야 하는지 숙면을 위한 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결론은 양압기라는 기계를 착용하고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고 몸 컨디션도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계의 수명은 반영구적이라 했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의사의 처방대로 양압기를 사서 당장 사용하기 시작했더니 코골이는 해결되었으나 양압기에서 나오는 소음도 그냥 무시하기 곤란한 단점도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걱정하던 코골이와 무호흡 문제가 해결되니 관대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나의 건강도 예전처럼 좋아지고 기억력 감퇴증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내가 처음 코골이 진단 받던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집으로 오는 길에 하얀 눈을 밝고 왔으니 금 번 겨울이 양압기 착용한지 딱 10년이 되는 해가 되었다. 원장 선생님 말씀처럼 양압기는 스위치를 한 번 수리한 이후 아직까지 잘 작동되고 있다. 양압기를 처음 구입 시 약 100만원 가까운 경비가 발생했으나 최근 임대 형식으로 월 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새로운 장비를 올해부터는 사용 가능하다고 하니 경비에 대한 걱정 없이 이제 코골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양압기 사용 시 단점은 기계 장치와 연결 호스 등 부피가 커서 장거리 이동이나 해외 출장 시 부담스럽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양압기 대신 치아에 끼워서 코골이를 예방하는 구강내 장치 기구인 ‘바이오가드’를 추천받아 이를 국내외 출장 시나 타지에서 숙박을 해야 하는 경우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본 장치는 코골이 전문병원에서 직접 맞춰서 구입도 하지만 구강 내 장치이므로 치과에서도 의사와 상의하여 구입이 가능하다. 단, 지속적인 코골이 치료를 위해서 나는 코골이 전문병원에서 맞춰 구입하였다. 주) 바이오가드 외관 지난 10년 동안 양압기와 구강 내 장치인 ‘바이오가드’의 덕택으로 현재 고희를 맞고 있지만 아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숙면을 취한 후 아침에 기상하는 즐거움은 지금도 30대의 나와 다름없이 상쾌하다. 처방을 받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코골이는 그냥 피곤하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지만 심하면 질병으로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많은 휴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숙면방해는 물론이고, 심근경색, 심장마비, 심혈관계 질환 및 부정맥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여러 합병증을 앓게 될 수 있다고 한다.
- 2018-03-13 15:58
-
-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01 코덕 일본어 ‘오타쿠’는 ‘집에 틀어박혀서 어떠한 한 가지에 광적으로 애착을 갖는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이라는 의미로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다. 현재는 단순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화장품(cosmetic)과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꾼 ‘오덕후’의 합성어인 코덕은 화장품, 화장법 등에 대해 많이 알고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02 웜톤/쿨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신체 색을 의미하는 퍼스널컬러로서 크게 웜(warm)톤과 쿨(cool)톤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웜톤은 노란색을 기준으로 따뜻한 느낌, 쿨톤은 파란색을 중심으로 차가운 느낌을 준다. 쉽게 말해 노란 기가 도는 피부는 웜톤, 창백한 느낌의 피부는 쿨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03 톤팡질팡 개인의 피부 톤에 어울리는 화장품을 찾지 못해 이것저것 써보며 갈팡질팡 헤매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어느 색을 써야 할지 몰라 톤팡질팡하고 있다면 퍼스널컬러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받아보자. 퍼스널컬러 진단을 통해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어울리는 머리카락색, 옷색까지 상담받을 수 있다. 04 하같색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10가지의 붉은색 립스틱을 두고 “다 같은 색이다”, “다 다른 색이다”라는 의견이 오갔다. 결론적으로 립스틱은 조금씩 다른 색이었는데 이를 보고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는 뜻의 신조어 ‘하같색’이 탄생했다. 즉 똑같아 보이는 색이지만 발색했을 때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 색조 제품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05 드릉드릉 어떠한 제품을 사고 싶어 안달 난 모습을 묘사한 신조어다. 예를 들면 발색이 예쁜 립스틱을 보며 “나를 드릉드릉하게 만드는 제품”, “퇴근 후 사러 갈 생각에 드릉드릉”처럼 표현할 수 있다.
- 2018-02-28 10:41
-
- 잘 고른 색 하나, 첫인상을 바꾼다
- 첫인상이 큰 경쟁력이 되어버린 요즘, 퍼스널컬러 컨설팅이 인기다. 전문 컬러 컨설턴트가 개인의 고유한 신체 색과 잘 어우러지는 색을 찾아 메이크업 기법을 코칭해주는 일이다. 퍼스널컬러는 말 그대로 개인이 가진 고유의 색을 뜻하는데, 나에게 맞는 색을 알면 옷, 화장법 등을 통해 더욱 돋보이는 연출이 가능하다. 박혜경(67), 윤종국(72) 동년기자가 ‘컬러즈’ 김은혜 컨설턴트에게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아봤다. 촬영 협조 컬러즈 ➊ 퍼스널컬러 소개 상담을 받기 전부터 퍼스널컬러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있었던 박혜경, 윤종국 두 동년기자. “오기 전에 검색해봤는데 글로만 봐서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럼 저한테 맞는 색을 정해주는 건가요?” 질문 폭격이 쏟아진다. 다행히 진단에 앞서 전문가가 퍼스널컬러에 대한 개념과 효과를 설명해주니 걱정 말자. 자세한 설명에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두 동년기자의 눈이 반짝거린다. 퍼스널컬러란? 개인 고유의 색을 뜻합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사용하면 인상이 좋아 보이거나 화사해 보일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울리지 않는 색을 사용할 경우 피부의 단점이 쉽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➋ 개인별 퍼스널컬러 진단 퍼스널컬러는 개인이 가진 피부색, 눈동자색, 머리카락색 등에 의해 정해진다. 사람마다 색깔이 다르듯 어울리는 컬러도 다르다. 윤종국 동년기자의 경우 갈색 눈동자, 볼은 붉지만 전체적으로는 노란 기가 강한 피부 톤이라 웜톤으로, 박혜경 동년기자는 어두운 갈색 눈동자, 푸른 기가 도는 피부 톤이라 쿨톤으로 진단받았다. 이때,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의 상태일 때 가장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각자에게 해당되는 피부 톤을 알았다면 다음은 어울리는 컬러를 세부적으로 찾는 과정이 이어진다. 진단받는 사람의 얼굴에 120가지 컬러의 드레이프를 대보면서 얼굴색의 변화를 관찰한다. 웜톤의 윤종국 동년기자에게 쿨톤의 색상을 얹으니 영 어색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반대로 웜톤의 색을 얹었을 땐 피부가 훨씬 건강해 보이고 혈색이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 신기하다! 이게 보이는구나!” 박혜경 동년기자가 놀랍다는 듯 외쳤다. 웜톤? 쿨톤?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잘 모르는 분이 많으시죠? 기존에 알고 있던 한색(초록, 파랑), 난색(빨강, 주황, 노랑)과 다르게 퍼스널컬러 시스템에서는 색깔을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으로 분류합니다. 즉 노란색을 베이스로 한 색들을 웜톤, 푸른색을 베이스로 한 색들을 쿨톤이라 하죠. 웜톤은 따뜻한 이미지, 쿨톤은 차가운 이미지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요. ➌ 베스트/워스트 컬러 추천 모든 진단이 끝나면 전문가가 한쪽엔 나와 가장 잘 어울렸던 색을, 반대엔 피해야 하는 색을 올려준다. 이외에도 전문가가 추천하는 색을 휴대할 수 있는 카드로 받을 수 있다. 쇼핑할 때 어느 색상을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추천받은 색상 카드를 활용해보자. 동년기자 체험 후기 박혜경 동년기자 상담을 받기 전부터 나에게 어울리는 색을 알게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매우 컸어요. 좋아하는 색은 있었지만 살면서 나한테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 하고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결론적으론 충격을 받았죠. 그동안 저에게 예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색에 대해 ‘약간 과하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조언을 들었거든요. 심지어 오늘 좋아하는 목도리를 하고 나왔는데 이 색도 저에겐 너무 밝은 색이래요.(웃음) 실제로 다른 색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보였고요! 오늘 여기에 안 왔으면 어떡할 뻔했나요~ 저에겐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앞으론 너무 쨍한 색보단 조금 부드러운 색을 이용해 이미지 변신을 해봐야겠어요. 재미 ★★★★★ 가격 ★★★☆☆ 만족도 ★★★★★ 윤종국 동년기자 처음엔 ‘여성만 하는 체험 아닌가?’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실 첫인상이 좋아야 대화도 하고 싶은 건데 나이 들었다 해서 외모에 신경 안 쓰는 시니어가 많아요. 이왕 옷을 입는다면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는 색깔의 옷을 입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웃음) 퍼스널컬러 상담이 저에겐 참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시니어가 언제 이렇게 많은 색을 구경하고 비교해보겠어요. 또 전문가가 자세히 설명해주고 실제로 색을 다르게 했을 때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볼 수 있어서 이해가 금방 됐어요. 참 다행이었던 게 제가 그동안 입고 다녔던 옷들이 저하고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는 거예요.(웃음) 오늘 좀 더 폭넓은 색을 알게 됐으니 과감한 도전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세련되어질 수 있는 지름길을 이제야 알게 돼서 너무 아쉬워요! 재미 ★★★★★ 가격 ★★★★☆ 만족도 ★★★★★
- 2018-02-28 10:35
-
- 유전자 검사
- 옛날이야기나 역사자료에 따르면 자기 아들이 아님에도 어떤 계략이나 암투로 남의 자식을 친자로 알고 키우거나 대를 잇게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대를 이어 왕위에 올랐지만, 사실은 왕의 씨가 아니었다는 역사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이라면 아주 어림없는 일이다. 유전자 검사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서로 확인할 당사자의 머리카락 한 올이나 손톱, 칫솔 정도로도 친자 여부가 가능하다니 놀라운 과학의 발전이라 하겠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아서인지 유전자검사라고 하면 어쩐지 불륜이 떠오르고 아니면 모르던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너희 집 자손이라 우겨서 분란이 일어나는 뭐, 그런 통속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개인유전정보분석 서비스라는 분야가 연구되고 있다 한다. 해외에서는 이런 유전 정보에 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라 한다. 개인유전정보분석이란 질병과 관련된 유전 체내의 변화를 검사해 특정 질병의 발병 확률을 예측하는데 최근에는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정보분석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질병은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똑같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도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폐암 발병 가능성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위험도를 미리 예측한 후 발병위험이 높으면 환경적 요인을 개선해 질병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유전정보분석을 받아두면 질병에 걸려서 드는 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고 한다. 개개인에게 맞는 좋은 음식이나 운동이 다 다른데 이러한 건강관리를 유전적 특성에 맞춰서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니 말이다. 유전체연구소 소장의 말에 따르면 유전정보는 인종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한국인의 유전 정보를 많이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DNA GPS 서비스를 받으면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22가지 질병의 가능성 등 여러 정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검사는 유전자 동의서를 작성한 후 혈액을 채취해 이루어지는데 검사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맞는 맞춤형 건강관리 방법도 상담받을 수 있다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초기 단계라 널리 알려진 분야는 아니지만 이런 분야에 더 많은 발전을 이루어서 국민 누구라도 손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하게 질병을 미리 예측해보고 예방할 수 있다면 좋겠다. 질병 예방 차원이라면 유전자 검사가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불륜을 떠올리거나 재벌 집에 모르던 아이를 들이미는 정도의 통속적인 이미지는 가지지 않아도 될 것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2018-02-26 15:07
-
- 상속과 치매 걱정에 주목받는 유언대용신탁
- 시니어에게 재산은 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평생 노력해왔음을 증명하는 징표이자 보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재산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더 나아가 사망한 후에도 제대로 쓰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돈을 모으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은 과제다. 재산 운용 능력을 잃으면, 나를 위해 쓰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녀 혹은 사위, 며느리에 의해 낭비될 수도 있다. 최근 떠도는 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데 남 얘기 같지 않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금융기관에 내 재산 운용을 믿고 맡기는 유산대용신탁이 그것이다. 신탁제도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을 통해서다. 마이클 잭슨은 가족신탁계약서를 통해 사후에 자신의 유산이 어떻게 운용될지 미리 정해놨다. 이를 통해 사후 유산의 20%는 자선재단에 기부됐고, 장례비, 변호사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상속됐다. 계약 내용에 따라 자녀들은 유산을 한 번에 받을 수 없었고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인 30세가 넘어야 일부 상속을 받았다. 계약서상 상속이 완전히 끝나는 시기는 자녀가 40세 되는 생일이었다. 이는 자녀의 삶이 유산으로 망가질까 걱정한 마이클 잭슨의 요구 때문이었다. 유언장 작성보다 절차 간단 신탁에 의한 상속관리는 2012년 개정된 신탁법 제59조 유언대용신탁과 제60조 수익자연속신탁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나 부동산, 주식 등을 내가 원하는 대로 운용하게 하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재산의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하는 신탁으로서,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생의 마지막까지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불효방지신탁’으로 부르기도 했다. 업계에선 2020년이 되면 2조 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언대용신탁 상품은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권이 시장을 선점한 형태이며, NH투자증권이나 신영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증권회사들이 은행권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유언장과 신탁 계약은 내 재산을 물려줄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다르다. 유언장은 상속 이해관계인이 아닌 보증인 2명과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인에게 개인 재산 내역이 밝혀지는 것은 유언장 작성 시 가장 껄끄러운 부분 중 하나. 만약 유언 내용을 변경하고 싶다면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에 반해 신탁은 금융기관과의 계약으로 충분하다. 계약 의지와 계약 능력만 있으면 된다. 성용배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는 “유언장의 경우 사망 이후에 개봉돼 그 효력을 갖기 때문에, 생전에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와 형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하자를 인지하지 못해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공증의 불편함이나 보관 과정에서 위·변조나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며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이 존재하고 생전에 계약에 따른 쌍방의 이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상 하자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계약서의 분실이나 변경 등의 우려도 적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상속, 치매 후 관리도 해결 유언대용신탁이 최근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골치 아픈 상속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주에게 안전하게 재산을 상속하려면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여러 세대에 걸친 수증자 지정도 가능하다. 1차 상속자를 자녀, 2차 상속자를 손자로 지정하는 식의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의 경우는 다음 세대 수증자 지정만 가능하다. 또 유언에 따라 상속 재산에 차등이 생겨 자녀 간에 분쟁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도 유용하다. 일반적으로 유언이 집행되면 상속인 중 한 명이 상속 집행인이 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상속 과정에서 집행인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신탁은 집행인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상속인끼리의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다. 유산대용신탁의 장점 중 하나는 부동산에 있다. 부동산은 현금에 비해 운용이 쉽지 않고, 분할도 어렵다. 상속자들이 매각을 결정해도 분쟁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니어의 상당수가 부동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상속은 반드시 넘어야 할 숙제다. 신탁 상품은 이런 경우 또 다른 대안이 된다. 부동산의 상속, 증여뿐만 아니라 신축이나 리모델링, 임대위탁관리 등도 가능하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부동산 임대 수익을 나눠주고 싶다면 신탁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신탁 상품이 만능은 아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려면 수탁자인 금융기관에 소유권이 이전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재산을 보전하고 사후 상속하려면 등기이전을 통해 수탁자가 관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일부 고객은 은행이 마치 내 소유권을 가져가고 마음대로 처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신탁은 재산을 맡기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맡게 정확하게 관리되고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령화에 따른 치매 관련 불안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매안심신탁 같은 상품이 그것이다. PET-CT와 같은 알츠하이머 진단 장비 개발로 인해 치매 발병의 예측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면서 스스로 치매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방법으로 신탁이 활용된다. 치매 발병 전이나 초기에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설계를 해놓으면 병원비나 간병비, 생활비에 필요한 돈을 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듯 치매와 관련한 일반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위해 대면상담한 고객 중 치매 관련 상품 상담자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 2018-02-12 13:07
-
- 인간관계 속에서 더 오래 더 살래
- 100세 시대라고 한다. 과연 100세를 산다는 것은 모든 이에게 축복일까. 저출산과 맞물린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여러 면에서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라이프사이클이 바뀌면서 시니어들에게 집은 더 크고 빈 공간이 된다. ‘노후에 어디서 살고 싶은가?’라는 설문에 많은 시니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답을 한다. 살고 있는 집에 정이 든 이유도 있고 지역을 잘 알고 있어 편리한 면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 지역에서 살면서 형성한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아파트는 좀 예외이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오랜 세월 살아온 분들은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많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 편하고 안정적이다.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은 좀 불편한 점이 있으나 집의 구조나 가구 등은 시니어에게 맞게 고쳐나가면 된다. 요즘에는 주택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며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족구성원이 줄어들어 혼자 남게 되었을 때가 문제다. 집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 된다. 외부와 단절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고독사를 비롯한 많은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령자 1인 가구는 더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휴대폰 하나로 집 안의 각종 전자기기가 다 조작되는 스마트홈으로의 진화는 어쩌면 인간을 더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서울 지자체마다 ‘한지붕 세대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의 남는 방을 대학생들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하도록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시니어들은 빈방을 지속적인 수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방 수리비로 100만 원까지 지원도 해준다. 학생들에겐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이 있다. 무엇보다 시니어들이 대학생들과 같이 살면서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자기 자식과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이런 관계가 그리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도시에서 계속 살고 싶은 시니어를 위한 주거 유형으로 셰어하우스가 있다. 셰어하우스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개인 공간과 넓은 공유 공간을 마련해 입주자가 서로 교류하고 나누는 주거 개념이다. 개인 공간으로는 작은 방이 하나씩 있고 거실, 욕실, 세탁실 등을 공유한다. 주방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식사는 함께 모여서 한다. 일본에는 이러한 시니어용 셰어하우스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제 모색 단계에 있다. 순번을 정해서 식사를 준비하니 시간 여유도 생긴다. 각자 가진 재능을 나누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같이하기도 한다. 뜻이 맞는 이웃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한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로 또 같이’를 표방하는 셰어하우스는 타인과 같이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보다 함께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훨씬 많은 주거 유형이다. 서울의 대학가 주변에 학생들이나 직장 여성들을 위한 셰어하우스가 최근에 많이 생겼다. 그러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니어용 셰어하우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셰어하우스 공급자들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 원인은 시니어들에게 있는 것 같다. 필자가 그동안 많은 시니어 커뮤니티에서 활동해본 경험으로 보면 시니어들이 모여 살기 힘든 이유가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은 것, 자기주장이 강한 것, 과거의 자랑을 반복하는 것 등도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행위다. 최근에 시니어가 셰어하우스에 입주한다면 어떤 에티켓을 지녀야 할지 지인들과 논의해본 적이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1 사생활, 사적 공간을 침해하지 않을 것, 너무 늦게 다니지 말기. 2 남의 물품 허락 없이 사용 금지, 컴퓨터, 책도 마찬가지. 3 외부인 들여 재우기 금지, 가족, 친구도 숙박 금지. 4 집 안에서 흡연 절대 금지, 술·담배·마약·도박 금지. 5 자기 집 주변과 주방, 욕실 등 공유 공간 사용 후 청소하기. 6 반려동물 자제, 관리 철저. 7 나이·과거의 지위·경력을 잊을 것, 자식자랑도 정도껏 하기. 8 정치와 종교에 대한 논쟁 금지. 9 어느 정도 복장에 신경 쓸 것, 내의·등산복 차림 곤란. 10 서로 의논해 만든 규약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킬 것. 열 가지 내용 모두 그리 어렵지 않은 에티켓이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시니어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아온 복잡한 도시를 떠나 노후에는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도시를 떠나려 하면 두려워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토지를 구입하는 일도 어렵지만 설계하고 집짓는 일도 복잡하다. 토지 사기꾼도 많고 엉터리 시공회사도 많다. 건축허가가 불가능한 땅을 교묘하게 포장해서 팔기도 하고 남의 땅을 조작해서 팔기도 한다. 엉터리 공사로 지은 지 몇 년 만에 하자투성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자칫 실수하는 날에는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어렵사리 전원생활을 시작하고도 원주민들과의 갈등이 생기면 전원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도시로 유턴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시니어를 위한 전원마을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우선 도시의 편리를 일부 공유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특히 의료시설은 시니어에게 필수 시설이다. 규모는 최소 300호 이상으로 입주자들의 집은 작게 하고 공동 시설인 커뮤니티 시설을 크게 하는 개념이다. 이는 셰어하우스에서 개인 공간을 최소화하고 공유 공간을 크게 하는 개념과 똑같다. 집의 유형은 단독이거나 빌라,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게 한다. 집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커뮤니티 시설에 모여서 함께할 수도 있다. 취미생활을 같이하기도 하고 재능나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식재료는 대부분 주민들이 재배해서 사용한다. 이러한 코하우징 모델이 지속가능하려면 젊은 사람들이 같이 살아야 한다. 젊은 층을 유치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방문객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일자리도 가능해진다. 집과 마을이 아름다워서 꼭 방문해보고 싶고 살고 싶은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지속가능한 마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이상적인 마을이라 해도 서로 관계 형성이 제대로 안 된다면 같이 살기 어렵다. 결국 함께 사는 사람이 중요하다. 그러나 내 마음에 맞는 타인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누군가와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손웅익 동년기자 (주)서울오션아쿠아리움 부사장, (주)아쿠아건축사무소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시니어주거아카데미 앙코르스쿨 ‘주거분야’ 전문강사,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동년기자, 실버산업전문가포럼 부회장, 미술심리 상담사 등으로 활발한 인생 2막을 설계 중인 건축가이자 수필가.
- 2018-02-09 10:47
-
- 나이 들어보니 점점 소심해져요
- 나이 들어가면서 왠만한 걱정거리나 별별 소리를 들어도 귓전에 바람소리처럼 흘러들을지 알았다. 아니다.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할 일도 마음에 맺혀지고 심한 가슴앓이를 한다. 예전에도 나쁜 일은 어른들 모르게 쉬쉬했다. 아시면 괜히 마음고생 하신다면서 철저히 숨겼다. 내가 겪어보니 참으로 맞는 말이다. 헌혈과 관계되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지금까지 헌혈을 66회 했는데 이제 와서 헌혈 부적격자로 딱 걸렸다. 그것도 아주 기분 나쁜 매독항체 검사에서 판정보류를 받은 것이다. 양성 반응이면 양성반응이고 음성반응이면 음성 반응이지 판정보류가 뭔가! 잘 모르겠다는 말이 아닌가! 혈액에 대한 모든 검사는 혈액검사소에서 하기 때문에 헌혈을 직접 하는 ‘헌혈의집’에서는 그 이유를 설명해줄 전문가가 없다. 발만 동동 굴리며 걱정을 한다. 매독은 성병의 일종이다. 필자는 결단코 여기에 연루될 지저분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처음에는 뭔가 혈액검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혈액검사를 다시 해 달라고 팔을 걷어붙이고 요구를 했다. 검사결과는 변함없는 딱 넉자 ‘판정보류’를 재차 받았다. 필자는 당뇨약이나 고혈압 약 같은 모든 약을 먹지 않는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헌혈을 하는 것이다. 가끔씩 비타민C를 먹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 가을에 아들이 한의사 이경제씨가 직접 조제해서 만들었다는 ‘황제 천용단’을 먹은 적은 있다. 홈쇼핑에서도 대대적인 선전을 한 건강 보조제다. 이것의 내용물이 이런 검사 반응을 불러왔나 하는 말도 안 되는 별별 의심도 다했다. 병원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하면서 피를 뽑아 혈액검사를 했지만 아무런 이상통보를 받지 못했다. 다시 헌혈의 집을 찾아 혈액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똑 같은 ‘판정보류’다. 헌혈100회를 달성하여 헌혈명예의 전당에 오르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16년 4월12일 헌혈 50회를 달성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로부터 금장을 받았다. 이만하면 목표도 이루었고 나이도 있으니 이제 헌혈을 그만 하겠다고 헌혈의 대열에서 이탈하였다. 한참을 지나 적십자사 홍보요원으로부터 전화한통을 받았는데 계속 헌혈을 해 달라는 헌혈독려 전화였다. 잊고 지내던 헌혈 욕구가 되살아났다. 다음 목표를 세운다면 헌혈 100회를 달성해서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일이다. 100회라면 앞으로 50회를 더 해야 한다. 까마득한 목표에 과연 달성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 해보기로 했다. 이런 헌혈 목포와 순조로운 진행이 난데없는 복병을 만나 중지 되는 것도 억울하지만 진짜 내 혈액 속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앉으나 서나 낮이나 밤이나 늘상 머릿속을 짓누르고 있었다. 자신을 믿으면서도 의심은 걱정을 낳는다. 어렵게 적십자사 혈액 전문상담사와 통화를 했다. 몇 달 쉬었다가 다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너무 걱정이 되면 종합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했다. 아무리 종합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증명을 받아도 헌혈은 혈액검사소의 자체 검사를 통과해야 받아준다. 이런 기능은 정말 잘 하는 시스템이다. 자신을 믿기 때문에 검사방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늘 찜찜해 했다. 두 달이 지났다. 다시 헌혈의 집에 가서 혈액검사를 신청했다. 간호사가 몇 달 더 있다가 해보라는 것을 불안해서 그러니 해 달라고 했다. 이틀 뒤 검사결과를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지극히 정상이다. 합격이 된 것이다. 허망했다. 자신을 믿고 있었는데도 이렇게 불안했는데 해외여행이나 매춘에 관계되었다면 자살할 만큼의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나이든 사람의 소심함을 이해하고 더욱 신경을 써줘야 한다.
- 2018-01-26 15:47
-
- 또 다른 10년 계획
- 필자의 집안은 3대가 개띠다. 아버지가 34년 개띠, 필자가 58년 개띠, 둘째아들이 94년 개띠다. 말티즈도 한 마리 키우고 있어 집안이 온통 개판이라고 가끔 농담을 한다. 34년 개띠이신 아버지 세대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겪으며 생사의 갈림길을 수없이 지나온 분들이다.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하지만 58년 개띠도 나름 파란만장한 시대를 살았다. 필자의 초등학교 4학년 성적표를 보면 104번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한 반이 104명 정도는 되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학생이 너무 많아 3부제 수업을 했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이라는 표현은 아마 이때 만들어졌지 싶다. 필자도 그랬지만 그 시절에는 판자촌에 사는 사람이 많았다. 다들 가난했기에 추워도 외투 하나 없이 교복만 입고 다녔다. 겨울엔 참 추웠다. 특히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초봄 추위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만큼 맹렬했다. 58년 개띠는 고등학교 평준화 1세대다. 그래서 ‘뺑뺑이’ 세대라 표현하기도 한다. 왜 뺑뺑이가 시작되었는지는 만천하가 다 알고 있으니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문제는 뺑뺑이 추첨이 가져온 부작용이 너무 컸다는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명문 고등학교에서는 평준화 기수를 후배로 취급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준화 기수들은 선배를 선배로 대우하지 않는다. 필자도 명문 고등학교에 배정을 받았지만 좋아하기엔 교사들과 선배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 올해가 고등학교 졸업 40주년이 되는 해다. 아직도 동창회에 나오지 않는 친구가 많다. 그들에게 고등학교 시절이 여전히 악몽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무소에서 몇 년 동안 도제생활을 했다. 담배 피우고 술 몇 번 먹을 정도의 돈을 월급으로 받았다. 그런 상황에서 결혼을 하고 대책 없이 사직서를 냈다. 외부와 연락도 끊고 공부를 해서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해 30대 초반에 건축사사무소를 차렸다. 온 나라가 건설 현장 같았던 시절이다. 일도 많았고 그만큼 직원도 늘었다. 결혼하고 전용면적 7평짜리 벌집 아파트에서 전세로 시작했는데 집도 분양받았다. 골프도 쳤고 해외여행도 다녔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화려한 30대는 40세로 막 접어드는 해에 터진 IMF와 함께 종말을 고했다. 공황장애와 폐쇄공포, 감각마비가 겹치면서 정신과 몸이 무너졌다.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 10년이나 걸렸다. 몇 년 전 필자의 생일에 일어난 일이다. 그날따라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 야근을 하게 되었다. 야근하고 간다고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덤덤한 답변이 돌아왔다. ‘혹시 아내가 내 생일을 잊어버린 건가’ 하고 의심을 하다가 속으로 ‘내가 속을 줄 알고’ 하면서 속아 넘어가는 척했다. 그동안 무슨 기념일이 되면 필자는 깜짝 이벤트를 자주 했다. 전혀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기념일 아침에 꽃을 준비한다든지 돈 봉투나 선물을 내놓는 식이다. 이런 이벤트에 익숙해진 아내는 기념일이 가까워져도 특별히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그날 야근을 마치고 집 앞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넘어 있었다. 늦었지만 생일 음식을 준비해뒀을 아내와 한잔하려고 가게에서 맥주 몇 병을 사가지고 들어갔다. 현관을 들어설 때 분위기는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 개는 반갑게 짖으며 달려 나왔고, 아내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큰아들은 컴퓨터에 앉아 있었다. 검은 비닐봉지에 든 맥주를 보면서 야근하고 오면서 무슨 맥주냐고 아내가 한마디했다. 식탁을 힐끔 보니 텅 비어 있었다. 설마 하면서도 그때까지는 깜짝 이벤트를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도 전혀 상황 변화가 없었다. 시간은 벌써 11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제야 깜짝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고 상황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내와 아들놈을 식탁으로 불렀다. 일단 맥주를 한 잔씩 따르고 말했다. “앞으로 30분만 지나면 여기 있는 두 사람이 오랫동안 심각한 고통에 시달릴 것 같아서 한마디하겠다…. 오늘 내 생일이다!” 사색이 된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나 호들갑을 떨어 결과적으로 30분 안에 맥주 안주가 준비되긴 했지만 속으로는 좀 섭섭했다. 다행히 다음 날 아침, 전방에서 군 복무하는 아들에게서 온 전화가 위로가 되긴 했다. “아빠 생신을 엄마도 형도 다 잊어버렸다면서요….” 얼마 전에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시니어에게 강의를 하던 중 환갑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이었다. 그날 필자는 감정이 약간 고조되어 있었다. 수강생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요즘엔 남 눈치 보느라 환갑잔치를 안 한다고 하는데 왜 남 눈치를 봐야 하는가. 우리 베이비부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릴 때 판자촌에서 살며 춥고 배고팠던 기억이 다들 있지 않은가. 뒤는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잠시 한숨 돌릴 만하던 시기에 IMF로 다시 고꾸라졌다. 그리고 또 일어서서 여기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다.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 머리는 허옇고 주름도 많더라. 무엇을 이루려고, 무엇 때문에 이리도 바쁘게 산 것일까 생각하면 허무할 때도 있다. 그러니 우리 환갑상을 꼭 받자. 거창하게 받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과 아주 가까운 친구들만이라도 모인 자리에서 술 한잔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위로의 말을 듣고 싶다….”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앞쪽에 앉은 분이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닦았다. 필자도 감정이 북받쳐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퇴직하고 반년 동안 현역일 때보다 더 바쁘게 살았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고 여행도 하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으러 다녔다. 돌이켜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 허둥지둥하면서 살았다. 옆을 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 좀 느리게 걸으면서 주변을 돌아보고 싶다. 해가 바뀌어 필자도 이제 환갑이다. 주변에서는 크루즈 여행을 간다, 북유럽을 간다, 벌써부터 환갑 계획들을 자랑한다. 필자의 계획은 명확하다. 10년 전, 그러니까 오십이 되던 해부터 매년 한 가지씩 목표를 정해 10년 계획을 실행해왔다. 그동안 이룬 성과로 상담 관련 자격증 네 개를 취득했고 공저로 책을 네 권 냈다. 기타 배우기, 목공예 배우기, 명강사 되기, 글쓰기, 그림 다시 그리기, 새로운 관계 맺기 등의 목표를 이루었다. 수필가로 등단도 했다. 환갑인 올해는 다시 일을 시작하고 또 다른 10년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원년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이룬 성과를 주변과 나누고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물론 환갑상은 받고 나서.
- 2018-01-20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