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니어가 과신하면 안 되는 약재 5가지
- 인간은 누구나 노화라는 신체의 변화를 겪는다. 어떤 노화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타나고, 어떤 변화는 갱년기라는 이름으로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다가온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몸이다. 땀이 많던 10년 전, 열이 많던 20년 전 몸이 아니다. 먹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젊었을 때의 기준으로 음식이나 약재를 고르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몸을 살린다는 것이 되레 망치는 원인이 된다고 한의사들은 경고한다. 시니어들이 조심해야 할 음식과 약재를 알아보았다. 도움말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李起熏) 원장 율무 율무는 외떡잎식물 벼목 화본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민간에서는 밥으로 해먹을 정도로 흔하게 먹는 식품이고, 말린 율무를 분말로 만들어 차로 애용하기도 한다. 또한 오랫동안 먹으면 소화기능을 돕는다고도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씨껍질을 제거한 율무의 씨를 의이인(薏苡仁)이라고 하는데, 주로 몸속의 나쁜 수분을 빼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율무는 찬 성질로 인해 배가 찬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일부 사람들은 율무가 머리카락을 나게 하는 발모 효과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율무는 몸속 수분을 빼내는 식품으로 장복하면 오히려 탈모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율무 역시 임신부가 복용하면 태아에게 위해를 끼치는 식품 중 하나다 결명자(決明子) 콩과 식물인 결명초의 여문 씨를 말린 것이 결명자다. 차로 우려 마시는 것이 대중화돼서, 티백(tea-bag)이나 음료수 형태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결명의 종자인 결명자는 눈을 맑게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결명(決明)이라는 단어에도 눈을 밝게 해준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한의학에서도 안과 질환에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설사를 자주 하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 저혈압 환자인 경우는 복용을 금해야 한다. 특히 몸이 찬 시니어가 장복을 하게 되면, 설사를 하거나 체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장기간의 복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이 열이 많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갱년기를 겪으면서 몸이 차가운 체질로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시니어들은 몸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 팥 콩과에 속하는 팥은 팥죽, 팥시루떡, 팥빙수 등으로 만들어져 사람들 입을 즐겁게 하는 식품이다. 최근에는 팥을 달인 물을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소개해 파는 경우도 많다. 이 다이어트법은 한 여배우가 붓기를 빼주고 포만감을 준다고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한의학에서는 팥을 적소두(赤小豆)라고 칭하는데, 몸속 잉여 수분을 빼내주는 효능이 있어서 부종이 있는 경우나 종기가 생겼을 때 약재로 활용한다. 그러나 체력이 약하고 설사를 많이 하는 사람은 팥의 복용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오랜 기간 팥을 복용하면 정상적인 체액까지 빠져나가 몸이 검어지고 마를 수 있기 때문에, 체력을 증진해야 할 시니어들이 팥을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해롭다. 우슬(牛膝) 비름과 쇠무릎의 뿌리인 우슬은 소의 무릎과 유사하게 생겼다고 해서 ‘쇠무릎’이라고 불린다. 모양만 소의 무릎과 비슷한 게 아니라 실제로 무릎 통증이 있는 경우 우슬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부인과의 어혈증, 즉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가 정체되는 증상에 자주 사용하는 약재다. 그러나 현재 출혈 증상이 있는 사람이 복용할 경우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큰 수술을 앞둔 시니어들은 아예 금하는 것이 좋다. 동맥경화 등의 질환과 관련한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은 담당 의사와 상의한 후 복용해야 한다. 임신부들은 우슬을 절대로 섭취하면 안 된다. 한의학에서 우슬과 같은 어혈에 효과가 있는 약재가 태아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생리량이 많은 젊은 여성이 복용할 경우에도 과도한 생리량 증가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오가피(五加皮) 두릅나무과의 오갈피나무의 껍질이 오가피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든 자주 볼 수 있는 오가피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 업체가 축구 국가대표팀에게 전달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약재. 이후 오가피는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몸값도 상승했다. 오가피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시니어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약재 중 하나다. 실제로 몇 년 전까지 집집마다 오가피를 복용할 정도로 유행을 탄 적도 있다. 그러나 따뜻한 성질의 오가피가 몸의 수분을 빼내고 열이 오르는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마른 체형 또는 체액 부족으로 인해 피부가 건조한 시니어는 오가피가 그리 도움이 되는 약재가 아닐 수 있다.
- 2017-04-27 14:28
-
-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
- 그렇게나 화사하고 황홀하게 아름답던 꽃이 한때 내린 비바람에 떨어져 이제는 마당 한쪽에 예쁜 연분홍의 꽃잎 융단을 만들었다. 이렇게 꽃이 지면 연초록에서 진초록 세상으로 변하며 봄은 우리에게 ‘안녕‘을 고할 것이다.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예술의 전당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꽃이 져서 우울한데 연극도 우울한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필자가 대학생일 때도 무대에 올랐고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이 펼쳐진 작품이다. 수많은 공연이어도 출연진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을 텐데 이번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어떤 느낌일지 기대하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을 찾았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 연극계의 일인자인 ‘아서 밀러’의 작품으로 1949년에 뉴욕드라마 비평가협회 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다. ‘아서 밀러’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사람인 ‘마릴린 먼로’와 결혼하고 이혼하기도 한 사람이다. 이 연극은 현대의 산업사회에서 좌절하고 패배하는 미국의 소시민인 한 세일즈맨을 통해 인간소외 현상과 산업사회의 비정함을 고발하고 있다. 연극이 시작되자 어두운 무대 한편에서 무거운 가방을 든 초로의 남자가 지친 어깨와 발걸음으로 힘없이 집에 돌아오고 있다. 63세의 늙은 세일즈맨 ‘윌리 로먼’이다. 그 모습을 보니 벌써 그의 비극적인 인생이 감지되어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는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세일즈맨으로 성공해 자기 사업체도 가질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에게는 가정적이고 착한 아내 ‘린다’와 사랑하는 두 아들 ‘비프’와 ‘해피’가 있으며 대출을 받기는 했지만 집 한 채도 있다. 대출을 갚아가며 몇십 년이 지나면 그 집은 자기 소유가 될 것이다. 자식들의 미래에 희망을 품은 그의 가정은 항상 밝은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 ‘로먼’의 이런 꿈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무너져만 간다. 처음 창업했던 사장이 죽고 아들이 사장이 되자 젊은 사장은 점점 실적이 떨어져 가는 ‘로먼’을 탐탁지 않아 한다. 나이가 들어 세일즈하기가 힘들어진 그가 내근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자 젊은 사장은 비정하게 해고해 버린다. 자존심 강한 ‘로먼’은 자신의 실직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는다. 희망을 걸었던 아들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엇나가기만 하니 기대를 배신당한 슬픔과 피로, 늙은 육체로 인한 절망감, 잃어버린 인생의 회한은 그를 광기로 몰고 간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좋은 시대였던 과거의 환영과 현재의 힘든 생활이 교차하며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현실과 자식들에게 배반당하고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던 완고한 ‘윌리’는 늘 다투던 큰아들 ‘비프’와 화해하던 날, 아들에게 보험금을 물려줄 생각으로 자동차를 과속으로 몰아 자살한다. 그의 죽음으로 나온 보험금은 집의 마지막 대출을 갚는 정도의 액수였다. 연극을 보는 동안 느낀 건 가족과의 갈등과 대화 단절이 무서웠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아버지도 자존심만 생각하지 말고 고민을 아내와 자식들과 나누었다면 그런 비극적인 결말은 맞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다. 아버지의 기대에 짓눌렸던 큰아들 ‘비프’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둘째 아들 ‘해피’도 가엾다. 항상 온화하고 순종적이던 아내도 안쓰럽고 무엇보다도 평생 외로운 고집쟁이였던 아버지가 안타깝고 슬프다. 냉혹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소모품이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존재하려고 발버둥 쳤던 세일즈맨의 가족들이 안타까워 눈물이 났다. 사람 사이에서 사랑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걸 깊이 느끼게 해 준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감동적이었지만, 필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해서 슬픈 마음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좀 무거웠다.
- 2017-04-26 18:19
-
- [브라보가 만난 사람]‘미풍이 아빠’ 배우 한갑수
- 처음 그를 봤던 그때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마치 온몸에 전기가 감돌고 있는 전기맨(?) 같았다. 연극이 끝나고 극장 로비에 나온 젊고 낯선 배우는 차갑고 깊은 까만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바로 MBC 드라마 에서 열연한 배우 한갑수(韓甲洙·48)다. 불꽃 카리스마로 연극 무대를 내달리더니 어느 날 갑자기 TV 속에 나타났다. 그것도 강아지 같은 함박웃음과 함께 말이다. 연기 인생 30년. 그 누구도 몰랐던 반전 연기로 사랑받은 배우 한갑수를 만났다. 아직도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하지 않다는 대세 배우의 삶과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이고 어른이고 많이도 알아봅니다 “촬영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다가와서 친구 부르듯 그냥 이름을 불러요. 제가 아무리 ‘이놈! 아저씨한테!’라며 무서운 표정을 지어도 신이 나서 그러는 거예요.” MBC 주말 드라마 는 한갑수에게 드라마 하나 끝난 것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작품이 됐다. 배우로 살면서 처음 가져보는 기분을 안겨줬다고나 할까. 무대에 올라 관객의 박수를 받아왔지만, 조명이 없는 거리로 나서면 박수갈채는 온데간데없었다. 이 드라마는 달랐다. 촬영장에 모인 아이들은 한갑수를 “아바디”를 목 놓아 외치는 또래 친구 대훈이로 대했다. 드라마가 끝난 다음에는 사람들이 알아봐도 너무 알아보니 인기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인생을 바꿔준 대박 드라마가 된 것. 지금 와서 하는 얘기이지만 한갑수는 방송 연기 초반 배우로서 자존심이 상해 고사하는 일이 많았다. “캐스팅 디렉터들이 제 연극을 봤는지 연락을 해오더라고요. 한 회 잠깐 출연할 수 없냐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기분 나쁘다고 안 한다고 했어요. 내가 연극을 몇십 년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연락을 해오던 디렉터 중 한 명이 한갑수의 마음을 움직였다. 연극은 많이 했어도 카메라 연기는 안 해봤으니 경험해보라 권유했다. 미디어 매체에도 시선을 줬으면 한다고 말해줬다. 연극을 많이 했지만 생각해보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이후 경찰이건 면접관이건 주어지는 역할은 작건 크건 열심히 해냈다. 한갑수가 시청자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한 작품은 MBC 드라마 과 이다.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이휘향에게 간 이식을 해주는 오빠 역할을 했던 은 인생작 로 가는 도움닫기 역할을 해주었다. “의 김사경 작가님이 을 보시고 저를 추천하셨어요. 당시 북한 외교관 태영호씨가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제 역할이 그와 비슷한 북한의 고위직이라더군요. 이제는 좀 지성인을 연기하나 싶었죠. 드라마가 시작하고 한참 지나 제가 등장하는 대본이 나왔다며 작가님이 연락하셨어요. 그런데 열 살 아이 연기가 가능하냐고 묻더라고요.” 연극 에서는 피바람을 일으키는 윤원형을, 유진 이오네스코의 잔혹극 에서는 잔인한 방법으로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 역할을 했던 그다. 무대 위 선 굵은 배우, 아이를 연기하다 잔인함과 공포를 연기하던 배우가 열 살 아이 지능을 가진 연기라니. “네? 저는 열 살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어요. 바보냐고도 물어봤어요.” 걱정돼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일상의 언어로 흐르는 드라마에 나이 든 남자가 아이처럼 연기하는 것이 과연 어울릴까 걱정에 걱정을 더해갔다. 이에 김사경 작가는 두 가지를 요구했다. 아이처럼 본능대로 말할 것과 북한 아이만의 순수함을 표현해 달라고 했다. “순수를 어떻게 하지? 일단은 맑게 웃자는 것이 큰 콘셉트였어요. 내가 눈도 크고 쌍꺼풀도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걸 시청자가 귀엽게 봐줬던 거 같아요. 그리고 이휘향 선배님과 (임)수향이가 너무 악한데 제가 팍팍 시원하게 요즘 말로 사이다처럼 이야기하니까 많이들 좋아하신 것 같아요. 두 분이 잘했기 때문에 제가 덕 본 겁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사이가 나빴지만 평소에 제일 친했어요.” 연기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영역이었다. 시청자에게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에 자신의 능력보다 함께한 선후배의 도움이 컸다며 겸손하게 공을 돌리는 배우 한갑수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얼굴, 꽤 쓸모 있습니다 경남 거창 출신인 한갑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지역의 한 청소년 극단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도우며 연극을 시작했다. 무일푼 극단 생활 3년 만에 배우로 무대에 오른 그는 경남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연극제의 연기상을 휩쓸었다. 괴물 같은 연기력을 눈여겨본 연출가 이윤택이 2001년 그를 서울 무대에 올려세웠다. 30대 중반의 한창 물이 오른 남자 배우의 연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의 역할은 늘 실제 나이에 비해 한참이나 많았다. 지금도 주어지는 역할은 실제보다 열 살 이상 많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KBS 2TV 저녁 일일 드라마 에서도 주인공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나이가 많은 선배 연기자가 아들로 혹은 동생으로 등장하는 일은 이제 다반사다. 본인의 나이와 맞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게 서운하지 않을까? 아니라고 했다. “연출가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도 연출가님한테 흰머리가 좀 있는데 염색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헤어스타일이 좋다면서요. 한 촬영 감독님은 오히려 제가 늙어 보이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왜냐하면, 실제 나이가 육십이 넘어가면 대사 암기가 좀 어렵고 50대 연기는 남자 배우나 여자 배우나 할 수 있는 배역이 많이 없다더라고요. 제가 사실 많이 하는 역할이 주인공 아버지 역할입니다. 대부분 60대 역할일 수밖에 없죠.” 이번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상대 배역으로 등장한 배우가 예순두 살이었는데 한갑수가 오히려 나이가 더 들어 보였던 것. 결국, 상대 배역을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려고 분장팀이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나는 내가 노안이라는 걸 알아요. 어디 가서 나이 얘기하면 깜짝 놀라더라고요. 변희봉 선생님이 저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봐서 ‘오십입니다’ 했더니 ‘애’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또 좋은 건 역할도 역할이지만, 나이가 한참 들어 보이니까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더라고요(웃음).” 천생 배우 어린 아내의 특급 매니지먼트 한갑수는 소속 회사 없이 아내 변혜경(39)씨와 촬영 현장을 다니고 있다. 아내가 한갑수의 매니저인 셈.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단 하루도 떨어져본 적이 없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면 사람들이 아내 변혜경씨를 더 많이 찾는다. 배우 이휘향도 그랬다. “미스 변 어디 있느냐고 이휘향 선배님이 그러세요. 밥 먹으러 가야 한다고요. 나랑 가자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랑요. 감독님도 너무 좋아하셨어요.” 아내는 현장 스태프와 친해질 수 있게 해주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잘 웃고,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인사를 잘했다. “만약 저 혼자 다녔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제 스타일이 원래 연기에 집중해야 하니까 누구랑 말도 안 하고, 친해질 수 없거든요. 그런데 옆 사람이 분장이나 의상 스태프랑 친하니까 편안하게 이것저것 부드럽게 부탁합니다. 우리 집사람 덕분에 참 좋죠. 현장에서 저 혼자 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을 아내가 해주고 있습니다.” 배우 한갑수의 아내로 매니저로 사는 변혜경의 직업 또한 배우다. 그것도 천부적인 연기실력을 갖춘 몇 안 되는 배우. 무대 위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관객과 호응하던 모습이 생생한 멋진 배우였다. 열 살 차이 어린 여배우는 2001년 무대에서 연기 연습을 하는 한갑수를 보고 반해버렸다. “거창에서 연희단거리패로 옮겨서 연극을 할 때였는데 밀양에서 합숙생활을 했어요. 아내는 연희단 소속 배우였고요. 아침마다 단원들이 조별로 다 모이는데 한 달 내내 아내가 ‘한갑수 내 꺼다’ 하고 소리치는 겁니다. 정말 장난인 줄 알았어요. 저리 가라고도 했어요.” 장난 같던 아내 변혜경의 고백은 사실이었다. 결국 연극의 주인공으로서 공연을 닷새 앞두고 아내는 사랑의 탈출(?)을 하고야 말았다. 장례가 촉망되는 여배우의 결혼을 극단은 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하고도 극단 대표인 이윤택 선생님 마음에 우리가 남으셨나봐요. 진주에서 신혼살이할 때 그 지역으로 강연을 오신 적이 있었어요. 강연하시다가 ‘한갑수 저놈이 우리 혜경이를 훔쳐갔어요’ 그러셨답니다(웃음). 이 선생님이 아내를 딸처럼 예뻐해서 상심이 크셨을 거예요.” 최악의 궁합을 이기고 최고 부부가 되다 “결혼 전에 저희가 결혼하면 아내가 죽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애를 못 낳거나 낳아도 불구가 될 거란 말을 들었어요. 다행히 애도 낳고 별일 없는가 싶었는데 아내가 아이 낳고 100일 만에 쓰러졌습니다.” 깨소금 냄새나는 신혼생활도 잠시, 시련의 연속이었다. 아이를 낳고 얼마 안 있어 아내 변혜경씨에게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고 급기야 상대방의 말도 왜곡돼 들린다고 하다 정신을 잃었다. 뇌전증이라고 했다. “병원에 다녀도 원인이 나오지 않았어요. 한의원에도 갔었고, 심지어 신병이란 말도 들었어요.” 처가에서 아이를 대신 키워주고 병원비 대부분을 지원했지만, 가족 부양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장인어른이 서울대병원 앞에 가서 시위도 했어요. 딸의 머리라도 한 번 열어봐 달라고요.” 발병 7년 만에 아내 변혜경씨는 뇌 수술을 받았다. 수술 두 번째에 문제의 위치를 찾아냈고, 세 번째 누운 수술대에서 원인을 제거했다. 수술 직후 만난 아내는 딸도 한갑수씨도 못 알아봤다고. 그래도 젊은 사람이라 의료진이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몸이 좋아졌다. 배우가 숙명인 한갑수의 해피스토리 작년 하반기 한갑수는 가족과 함께 경남 진주에서 서울 근교로 이사 왔다. 이곳으로 오고 얼마 안 있어 드라마를 하게 된 것뿐만 아니라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의 직업이 가진 숙명적 불안감과 사랑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하는 진짜 배우였다. “배우는 오래가기 쉽지 않습니다. 소모되고 금방 잊히죠. 평생 숙명처럼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나를 찾아줘야죠.” 한갑수라는 배우가 지금보다 선명해질 때까지 소속사에 들어가는 일 없이 아내와 함께 일할 생각이다. 지금의 상태로 소속이 되면 다작을 해야 하거나 정체성이 모호해질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가 다시 배우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스갯소리로 ‘10년 후에는 나는 일을 좀 쉬고 아내가 열심히 연기했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이제 몸도 완쾌되고 아이도 다 키웠으니 아내도 연기를 많이 하고 싶어 해요. 하지만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줍니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혜경이가 나이 들면 연기자로서 더 빛을 낼 것이라고 봅니다. 현장을 같이 다니는 이유가 많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거든요.” 현장을 함께 다닌 덕에 아내 변혜경씨도 잠깐이나마 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매니저 일을 하는 틈틈이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아내가 대견스럽다. “부부생활 15년을 해보니 조금씩 서로 알게 된 거 같습니다. 힘든 것이 좀 거쳤으니 저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 2017-04-26 18:12
-
- 관상과 성형
- 얼마 전 관상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한 이라는 영화도 있었다. 관상이란 얼굴의 생김새인데 수명이나 운명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생김새를 보면 그 사람의 운명이나 복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고난 얼굴 그대로 살아가지만, 요즘은 성형을 통해 불만스러운 얼굴 부위를 고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전에는 그저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관상을 통해 운명을 바꿔보려는 관상수술이 유행이라고 한다. 과연 성형으로 고친 관상이 정말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일까? 한 역술인은 성형은 겉모습만 바뀌는 것이지 내면까지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오랜 옛날부터 사주, 관상, 풍수, 성명 등으로 인간의 운명이나 길흉화복을 점치는 풍습이 있었다. 사주와 관상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풍수와 성명은 후천적으로 그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데 그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의해 운명이 결정지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흔히 관상가들이 이런 점은 좋고 이런 점은 나쁘다고 말했을 때 좋은 평가인 경우 덕담으로 듣고 넘어갈 수 있지만 안 좋은 말을 들은 사람은 찜찜하고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옛말에 ‘관상이 수상만 못하고 수상이 심상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올바른 마음을 갖춘 사람이야말로 외형과 상관없이 복 있는 사람이 아니겠냐는 논리다. 최근 역술인에게 관상을 보고 병원까지 소개받아 성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는데 심지어 역술인이 병원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소문도 있다. 취업도 안 되고 삶이 어려운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한 역술인과 병원의 상술이라는 지적이 있다. 시대가 바뀜으로써 달라지는 사회상도 참으로 재미있다. 예전엔 영화배우나 연예인이 성형을 하면 여론으로부터 큰 뭇매를 맞았고 팬들도 등을 돌렸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성형 사실을 숨기느라 살이 빠져서 그렇다는 등 부인하고 숨기기 바빴다. 그러나 요즘은 당당하게 성형한 사실을 밝히고 또 인정해주는 추세다. 성형은 필요하면 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니 필자가 어렸을 때의 여배우들은 성형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요즘 연예인들은 예쁘기는 하지만 서로가 너무 닮은 모습이다. 성형술이 발달해서 똑같은 모습으로 찍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얼굴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모두들 어떻게 그리 용감한지 모르겠다. 필자는 예쁜 귀걸이를 한 사람을 볼 때마다 부러워했다. 진주나 반짝이는 작은 보석을 귀에 딱 붙인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다. 그러나 필자는 귀를 뚫는 게 무서워서 한 번도 귀걸이를 해보지 못했다. 그 정도의 아픔도 감수하지 못해 귀걸이도 못하는데 얼굴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어찌 수술로 고칠 생각을 했겠는가?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더구나 고친 얼굴이 마음에 안 들면 어쩌겠는가. 필자 친구 중에 쌍꺼풀 수술을 한 사람이 있다. 본인은 만족할지 모르겠으나 무섭게 부릅떠진 눈매에 다들 놀라서 안 하니만 못하다고 뒷말들을 했다. 그런데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성형에 최근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이 먹은 생각은 못하고 왜 이렇게 보기 싫은 얼굴이 되었는지 거울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그럴 때 눈을 치켜 올려보기도 하고 뺨도 당겨보면서 성형을 생각해본다. 한편으로는 세월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늙는 게 당연한 거라고 마음을 다독이기도 한다. 요즘 V라인이 대세라 너도나도 턱을 깎는 위험한 양악 수술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관상에 따르면 뾰족한 턱보다는 둥그스럼한 턱선이 말년에 좋은 상이라 한다. 두툼한 필자의 턱을 쓰다듬으며 만족한 미소를 띠어본다. ‘말년이 좋은 관상이 최고 아닌가?’ 하면서….
- 2017-04-07 08:46
-
- 결혼 열 번 할 것 같은 영원한 철부지 소녀, 배우 이상아
- 그녀는 철없고 순진하다. 세 번의 이혼과 파산 등 여배우로서는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을 견디며 살았는데 고생한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10대에 이미 화려한 스타로 누릴 대로 누리다가 편안하게 그대로 곱게 중년이 되어버린 여자처럼 보인다. 40대가 되면 누구나 얼굴이 책임지고 살아온 인생을 투영한다고 말하는데 이상아의 얼굴은 반칙이다. 노란색을 아주 좋아한다는 그녀와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이봉규 시사평론가 박규민 CF 여왕이었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 스타 이상아도 별수 없게 그저 그런 아줌마가 되어버렸겠지 하며 큰 기대를 안 한 채 그녀를 만나러 일산의 MBC 드라마세트장으로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방영하고 있는 MBC 드라마 에서 이상아는 50대 사모님 역으로 나오고 TV조선의 에서는 사춘기 딸과 전쟁을 벌이는 철부지 엄마의 이미지로 비춰지기에 천하의 이상아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가 없겠지 지레 판단하고 덤덤하게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의 섣부른 상상은 1초도 안 돼서 무너지고 말았다. 주먹만큼 작은 얼굴은 설탕처럼 하얗고 거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망울은 보석처럼 빛이 나서 한량 이봉규도 어쩔 수 없이 덜컹 의자에 쓰러질 듯 주저앉고 말았다. 참고로 나는 보통 남자들과는 다른 한량으로 자부하기에 이상아처럼 전형적인 예쁜 얼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공효진, 박소담, 김고은처럼 독특한 매력이 있는 얼굴을 좋아한다. 굳이 따지자면 내 아내도 전형적인 예쁜 얼굴이 아닌 묘한 매력이 있는 외모의 소유자다. 그런 미적 가치관을 가진 이봉규도 이상아의 얼굴을 마주하고는 한순간에 송두리째 흔들렸다. 불행했던 결혼생활 사람들이 왜 이상아가 예쁘다고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것이 아마 美의 보편적인 상식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상아는 세 번의 이혼, 파산, 술장사까지 해야만 했던, 여배우로서는 너무나도 가혹한 상황을 견디며 살았는데 찌든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상아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TV 화면이나 사진을 보면 늙어진 모습이 그대로 나와서 거짓말을 못합니다”라는 그녀의 평가가 희한하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TV로 볼 때는 그녀가 이토록 밝고 예쁜지 몰랐다. 그녀가 세 번째 이혼 이후 공황장애를 앓았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기에 어두운 모습을 상상했는데 오늘 만난 이상아는 전혀 달랐다. 그녀가 세 번째 이혼을 발표할 때 16시간 동안이나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내가 최순실을 이겼잖아요!”라며 깔깔대고 웃는다.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인데도 이상아의 세 번째 이혼 소식은 온 국민의 화제였다. 최순실 뉴스를 이긴 것이 대단하다고 이상아 본인 입으로 자랑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이젠 아픔을 충분히 극복했고 이혼하길 잘했다는 자평일지도. 하여간 이상아는 철없고 순진하다. 독설가의 이미지가 강한 이봉규를 만나기로 해서일까? 그녀의 표정이 처음에는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 “아마 저 인간이 나의 불행한 과거 얘기를 독하게 물고 뜯으려 하겠지!”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30분 정도 흐른 뒤부터 철없고 순진한 이상아는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세 번의 이혼 얘기는 물론이고 아팠던 과거사를 아주 자연스럽게 술술 풀어내놓았다. 그녀는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두 자매를 부양해야 했던 삶이 버거워 현실도피 차원에서 했던 첫 결혼에 실패했고 이후 두 번의 이혼을 더 겪으면서 공황장애에 빠진 것은 물론 그녀의 어머니와의 관계도 원만치 않았다. 심지어 딸과도 자주 싸울 정도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방송활동을 다시 활발하게 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있어서 연애는 생각도 못한 채 고독한 생활은 연장선상에 있다. 또 다른 사랑, 아직 버겁다 한번은 점을 봤는데 “결혼을 열 번도 더 한다”는 말에 기겁을 했다고 한다. 그 점쟁이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아 남자 만나기가 겁이 나기도 하지만, 딸 때문에 또 다른 사랑을 찾을 수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엄마와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딸은 엄마에게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면 엄마를 뺐길 것 같아 불안해한다는 것. 하지만 엄마가 세 번이나 이혼한 경력에는 더 이상 상처를 안 받는다. 그녀는 자신이 짝을 만나면 또다시 외톨이가 될까봐 겁을 내는 딸을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뜻 연애 상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은 이해하면서도 이 정도에서 물러날 이봉규가 아니라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100세 시대에 아직 창창한데 이렇게 아름다울 때 빨리 평생 동반자를 만나야 한다고 하나마나한 빤한 조언을 하면서 “소개팅 시켜줄 테니 어떤 남자가 좋은지 말해보라”고 미끼를 던졌더니 철없고 순진한 이상아는 금방 문다. “나는 전형적인 B형 여자인데 B형 남자가 잘 맞는다. 불꽃 튀게 싸워도 빨리 풀어지고 뒤끝이 없어서 좋다”고 포문을 열더니 한술 더 떠서 “이제는 연하의 남자가 좋다”고 털어놓는다. 미끼를 금방 물 정도로 다루기가 정말 쉬운 순진한 여자다. 순진하기에 그동안 남자들에게 많이 당했을 것 같다. 그래서 이혼도 세 번이나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봄 직하다. 열두 살 띠동갑 연하의 아내와 행복한 재혼생활을 즐기는 이봉규가 목소리를 높여 또 충고했다. “나처럼 나이 많은 남자와 살면 내 마누라처럼 행복해진다”고 윽박질렀다. 그랬더니 그녀는 “탤런트 길용우씨도 비슷한 말을 하면서 자기 친구 소개시켜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길용우 선배는 나보다 무려 열일곱 살이나 많은데 친구를 소개시켜준다니”라며 질색을 했다. 내친김에 더 집요하게 물었다. “연하의 남자라면 연예인 중에 어떤 스타일의 남자가 좋으냐?”는 질문에 그녀는 “배우 강하늘이 젊은 사람들 중에 가장 매력적”이라면서 “야비한 역할도 어울리고 청순한 이미지도 있는 다중 인격적인 매력이 있다”고 답한다. 잽싸게 강하늘의 나이를 검색한 뒤 열여덟 살이나 차이가 난다고 알려주니까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세 번이나 이혼하고도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이상아는 영원히 철부지 소녀로 늙을 것 같다. 그런 점이 그녀의 매력 포인트다. 그래서 아직도 이토록 예쁜 얼굴을 보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철부지라서 나이를 먹지 않고 어려 보여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다고 한다. 선후배 군기가 세기로 유명한 연예계에서 자기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대선배인 이상아를 어려워하지 않아서 서운할 때도 많단다. 털털하고 철없는 이상아도 참고 참다가 어떨 때는 학번이나 나이를 들먹이며 교통정리를 한 적도 있다. 어려 보이고 철이 없어서 사회생활에서 손해 보는 경우도 많은데 딸과의 관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라서 단점으로 작용한다. 딸에게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다가도 갑자기 싸우고 또 속상해하면서 펑펑 울기도 한다. 딸은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 한번은 방송 에서 딸 서진이가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니었으면 더 잘됐을 거 같았다”고 충격 고백을 했다. 이상아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태어난 걸로도 감사한 줄 알아라. 그냥 ‘아빠가 그 아빠가 아니었으면’이라고 말하는 게 낫지 않냐”라고 말하면서 울었다. 그 방송에서 이상아와 딸의 관계에 대해 역술가에게 물었더니 “둘이 절대 안 맞는다. 창과 방패다. 누군가 하나는 패턴을 바꿔야 한다”며 “모녀가 계속 충돌하는 이유는, 이상아 입에서 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받는다. 그 부분이 이상아의 복을 차버렸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역술가는 딸 서진의 사주에 대해서도 독하게 평가했다. “엄마보다 더 파란만장하다. 남자 부분이 겹친다. 세상 어떤 남자가 와도 만족을 못한다”는 직설적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진은 “미래의 내 남편 직업은 무엇이냐?”고 당돌하게 물었다. 역술가의 평가와 달리 인생 육십을 산 한량 이봉규가 볼 때는 철부지 엄마와 당돌한 딸은 궁합이 잘 맞는다. 그렇기에 티격태격 싸우면서 같이 울고 웃고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것 아닐까? 딸은 커가면서 엄마 이상아의 아픔까지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줄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자존감이 없다. 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이상아의 자조적인 자기진단이다. 내성적이면서도 철없고 순진한 여인 이상아가 지금까지는 남자 복이 없었지만, 세 번의 이혼을 통해 충분히 예방주사를 맞았기에 앞으로 아름답고 예쁘지만 약하고 철없는 이 여인을 완전히 감싸줄 푸근하고 강한 남자가 곧 나타나서 그녀의 남은 빚을 갚아주는 대신 행복을 차용하는 날이 100세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녀는 노란색을 아주 좋아한다. 노란색과 인연도 깊다. 탤런트 면접시험 때도, 첫 CF(마요네즈 광고) 때도 노란색이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이상아의 집은 노란색 벽지로 덮였다. 노란색은 희망, 기분 좋음, 즐거움, 행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연예인의 특성과 아주 잘 맞는다. 이제부터 하는 일과 사랑 찾기 게임에서도 노란색의 의미가 잘 발휘될 것으로 믿는다.
- 2017-03-30 15:47
-
-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연극 <메디아>의 아이게우스役 배우 남명렬
-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재탄생한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여자 메디아, 그녀의 조력자 아이게우스 역을 연기한 중견배우 남명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그리스 비극은 연극의 시원(始原)입니다. 인간의 감정들이 정수(精髓)만 모여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국립극단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고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메디아를 이혜영이라는 매력적인 배우가 연기한다니 더욱 첫눈에 사랑하게 되고, 그 격정에 휘말리는 아이게우스라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아이게우스’를 연기하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아이게우스는 메디아를 보자마자 격정에 휘말립니다. 메디아의 유혹도 느끼고요. 기승전결 없이 메디아를 향한 욕망이 시키는 대로 직진하는 존재죠. 앞뒤 설명 없는 욕망의 발화(發火)를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왕의 품위를 유지하며 유혹에 몸을 떠는 존재를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네요. 중견배우 이혜영(메디아 役)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이혜영 배우와는 처음으로 연기하는데요, 지금까지 보여준 카리스마만큼이나 연습에 열정적이고 열심입니다. 연기하는 그 눈만 바라봐도 내가 할 연기의 감정이 활활 타오릅니다. 말이 필요 없이 눈빛만으로도 교감할 수 있으니 환상적 호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습장에는 후배들, 특히 젊은 여배우들이 많습니다. 젊은 에너지를 맘껏 충전하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애서(愛書)가로 알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 임하며 읽은 책이 있다면? 그리스 비극을 책으로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함축하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등장인물 간의 관계, 그들은 어떤 역사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존재하는가를 정리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떤 책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고 인터넷과 가능한 책 자료를 두루 참고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어선지 자꾸 잊게 되네요. 난감합니다. 작품과 관계없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유시민 작가의 입니다. 어떤 중·장년에게 권할 수 있겠는가? 연극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년 시절의 선택과 결정은 때론 무모하기도 하고 좌충우돌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청년의 특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중·장년의 선택과 결정은 청년 시절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디아의 비극을 보며 ‘나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무겁게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질문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일 겁니다. >>배우 남명렬 제50회 동아연극상 남자 연기상, 제6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 연극 , , 영화 , , 드라마 , 외 다수 출연. 연극 장소 명동예술극장 일정 4월 2일까지 연출 로버트 알폴디 출연 남명렬, 이혜영, 하동준, 박완규, 손상규 등
- 2017-03-09 08:47
-
- [라이프@] 과천시민극장 연극 <우리읍내>
-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감격에 젖은 백전노장은 손을 번쩍 들어 객석과 무대를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정확히 27년 만의 커튼콜. 과천시민극장의 연극는 백발이 돼 돌아온 노배우의 재기와 시민들의 소망을 이루어준 ‘꿈의 무대’였다. 두려움을 떨치고 조명 앞에 당당하게 선 그들만의 이야기는 밤새도록 끊일 줄 몰랐다. 과천시민극장의 다섯 번째 연극 작년 12월 1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 공연을 이틀 앞둔 극장 안은 긴장감과 설렘이 감돌았다. 소품을 나르고 무대를 걷는 시민배우들의 모습에서 전문배우 못지않은 집중력마저 느껴졌다. 과천시민극장은 작년까지 5기수의 시민배우를 배출했다. 작년 9월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5기 시민배우 12명을 선발했고 출연자가 많은 의 특성상 시민배우 1기에서 4기까지 총출동해 공연을 완성했다. 시민극장이라 해서 수준 이하일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 극단 ‘모시는 사람들(모들)’의 전문배우들이 시민배우를 도와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백제예대 방송연예과 서민희 교수의 연출, 극단 모들 이재훤 배우의 연기 지도로 전문성을 한층 올렸다. 오랜 호흡을 맞춰온 과천시민극장의 음향과 조명, 무대 스태프 또한 꼼꼼하게 무대를 챙겼다. 과천시민극장의 드림팀은 직장인·주부·선생님·학생, 20대에서 60대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배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무대가 그리웠던 그가 돌아왔다, 연극배우 전한원 본지 지난해 11월호 ‘브라보가 만난 사람’에서 찾아뵀던 김정숙 연출가는 인터뷰 당시 시니어 연극을 이야기하다 과천시민극장에 참여하는 60대 배우를 언급한 바 있다. 젊은 시절 연극을 그만뒀던 김정숙 연출가의 극단 선배가 시민배우로 돌아왔다고 했다. “인생이라는 공부를 열심히 하셔서 이제 진짜 배우가 될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가 바로 무대감독 역의 전한원(65)이다. 전한원은 1989년 연극 공연을 마지막으로 연극계를 떠났다. 이후 평범한 가장과 직장인으로 살아온 그는 은퇴 후 그렇게나 그리워했던 무대로 돌아왔다. 시민극장을 통해서다. “연극을 그만둔 뒤 대학로를 지나갈 때면 고개를 돌리고 다녔습니다. 아예 그곳에서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어요. 집에서는 드라마도 안 봤습니다.” 이 작품에서 무대감독은 이 연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배역. 30년 가까이 무대를 떠났던 그에게 맡겨졌다. “부담스러웠어요. 대본을 딱 읽어보고 이것은 내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배역이 주어지고 나니까 두렵고 떨렸습니다. 배역 소화를 잘 할 수 있을까? 원래 제가 자신감 덩어리인데 말입니다(웃음). 연습 과정에서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고 또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옛날에 내가 배우였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조금 편해졌습니다.” 는 사람이 죽고 사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삶의 깊이를 아는 배우가 필요했다. 무대감독은 전한원이 적역이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노련했고 연기는 더욱 깊어졌다. 은퇴 뒤 넉넉한 웃음과 기품 또한 넘쳤다. 이제 연극이든 영화이든 무조건 도전할 겁니다 에서 의사 깁스 역의 권용각(57)씨는 충훈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잘생긴 이목구비에 나긋하고 지긋한 목소리에 정확한 발음까지. 배우가 아닌 교사가 본업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권용각씨도 한때 연극과 멀지 않은 곳에서 살았다. “국어국문학이 전공이지만 대학교 때 연극을 했습니다. 졸업하면서 국립극단에 들어가 연출을 하다가 나왔어요. 과천여고에서는 연극부를 만들어 학생들이랑 연극도 했고요. 대본을 외워 아이들과 하는 독서모임에서 모노드라마 연기도 했습니다. 시민극단은 우연히 오디션 공고를 보고 들어오게 됐습니다.” 작년 2월 권용각씨는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심근경색이었다. “제가 수술을 한 다음 심근경색으로 죽은 사람을 세 명이나 봤습니다. 아플 때 생각한 것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한번 해보자’였습니다. 그래서 시민배우에 도전했어요. 지금 너무 행복해요. 무대 위에서 걸어 다니는 게 너무 좋아요. 저는 바로 시작할 겁니다. 안 되면 영화 엑스트라나 하고 다니지요 뭐.”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대기할 때 앉아 있었던 의자와 자신의 그림자를 카메라에 담던 권용각씨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덤덤하게 무대를 거닐던 모습. 이제 아이들의 선생님에서 만인의 배우로 거듭날 것이다. 과천시민극단에서 만난 시민배우들은 직업만큼이나 각자의 이야기 또한 다양했다.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은 전업주부, 전직 연극배우였다가 아이를 다 키우고 다시 돌아온 여배우, 은퇴 후 배우가 되겠다는 직장인, 요가 선생, 방과 후 선생님,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 속에 농사를 짓다가 오디션에 참가한 배우 등 과천시민극장의 는 사연과 사연이 만나 아름다운 공연을 만들어냈다. 행복한 시민배우들의 공연, 올해 또 이어지기를 바란다. ☞연극 연극 는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 주의 그로버즈 코너즈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1901년에서 1913년 사이에 일어난 평범한 일상을 의사인 깁스와 지방신문 편집장 웹의 집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연극이다. 극중 주인공인 조지 깁스와 에밀리 웹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죽음을 통해 담담하지만 소중한 하루하루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 2017-01-12 19:39
-
-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 장충단 공원길은 필자에겐 참으로 익숙한 거리이다. 필자가 결혼하고 장충동 주택가의 시댁에서 5년간 사는 동안 많은 시간을 이 공원에서 보냈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공원 깊숙한 벤치를 찾기도 했고 아이가 두세 살 무렵엔 포대기로 둘러업고 산책 나오기도 했다. 공원 한 바퀴 도는 동안 아기는 새근새근 잠들고 공원 안의 평화가 참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보았던 어린이 야구장이 아직도 건재해서 많은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니 기분 좋은 일이다. 국립극장에 가려면 전철 동국대역에서 나와 장충단 공원길 코너를 돌아 국립극장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면 된다. 공연 시각 전까지 관객들을 무료로 극장 안마당까지 태워다 주어 매우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고마운 교통수단이다. 국립극장은 매우 큰 공연장인 해오름과 중간의 달오름 그리고 소극장인 별오름이 있다. 별오름에서 본 연극공연은 대학로의 여느 소극장과 비슷한 규모의 아담한 공간이었다. 필자가 가끔 보는 공연은 주로 달오름 극장이다. 국립극장에 가기 위해 장충단 공원길을 걸으니 새삼 결혼 초의 옛 생각으로 무언가 그리운 느낌의 감회가 새롭다. 이날은 국민 여동생이라 불리는 여배우 문근영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이 있는 날이다. 많은 연예인 중에서도 유독 마음 가는 여배우가 있다면 문근영 양이다. 아역부터 시작했으니 나이 어린 배우라 해도 경력이 만만치 않은 중견이다. 더구나 어린 나이임에도 기부를 많이 하고 있다는 착한 배우라서 좋은 이미지로 떠오른다. 문근영의 눈을 보면 선량하다는 게 무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커다랗고 동그란 눈동자는 사람을 끄는 매력으로 호수처럼 맑아 보인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이날 공연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러니 어떤 내용이 펼쳐질까보다는 배우들이 어떤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여줄지의 기대가 더 컸다. 거기엔 예쁜 문근영이 줄리엣을 맡아 연기한다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팸플릿을 보니 요즘 TV에서 볼 수 있는 감칠맛 나는 조연인 유명 배우들과 아이돌처럼 예쁜 남자 연기자들이 출연하고 있다. 물론 실물로 본 문근영은 정말 예뻤다. 내용은 잘 아는 연극이지만 무대 활용이나 공간을 이용하는 방법이 독특했다. 배우들이 갑자기 뒤편에서 나타나 좌석 옆 계단으로 종횡무진 등장하는가 하면 객석의 관객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등 관객과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무대를 이어나갔다. 너무나 많이 알려진 내용이므로 다 이해한 줄 알았는데 실은 마지막에 가짜 독약을 마신 줄리엣을 보고 로미오가 어떻게 죽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극에 몰두하여 보았다. 다들 잘 아는 이야기로 베로나지방의 유명 가문 캐플렛가와 몬테규가는 원수 집안이다. 캐플렛가의 파티 날 장난스럽게 숨어 들은 로미오는 줄리엣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두 원수 집안의 아들과 딸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렇게 사랑에 빠진다. 그들이 보여준 순수한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불꽃 같은 열정은 낭만을 찾아보기 힘든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될 것 같다. 줄리엣의 사촌과 대결 중 그를 살해하게 된 로미오가 만투스로 추방당하고 이미 저희끼리 결혼맹세를 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시작된다. 명문가문의 자제와 결혼을 명한 아버지의 명령에 신부님을 찾은 줄리엣은 가짜 독약을 마시고 42시간만 잠들어 있기로 하고 약을 마신다. 그 소식을 로미오에게 알려야 하는데 만투스 지방에 역병이 돌아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되고 줄리엣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은 로미오는 줄리엣이 안치되어있는 회당에 찾아와 미리 준비해 온 진짜 독약을 마시고 숨을 거둔다. 이에 42시간 만에 깨어난 줄리엣은 죽은 로미오를 보고 너무나 슬퍼 칼로 심장을 찔러 자살하고 로미오 옆에 눕는다.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죽음이 있고 난 뒤에야 잘못을 깨달은 두 가문은 화해한다. 잘 아는 내용이지만 생동감 있게 펼쳐진 연출에 필자 자신이 극에 참여한 듯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인지 잘 안다고 해도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따라 참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 연극이라는 생각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즐겼다.
- 2017-01-10 14:47
-
- 베를린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기회가 또 생겼다. ‘또’ 라고 하는 건 얼마 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번 공연에 갔었기 때문이다. 그 날도 가기 전까지 필자가 잘 알지 못하는 클래식 연주가 얼마나 지루할지 필자의 무식함을 들키는 건 아닐지 매우 고민했었다. 잠실 롯데 콘서트홀의 시설은 훌륭했고 그날의 연주는 실황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곡 자체보다 필자가 좋아하는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영화 ‘7년 만의 외출’의 삽입곡이어서 익히 알고 있는 곡이다. 7년 만의 외출은 지하철에서 뿜어 나오는 수증기에 마릴린 먼로의 치마가 뒤집히는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이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섹시한 마릴린 먼로가 이 음악에 맞춰 천천히 뇌쇄적으로 걸어 들어오는 장면이 눈에 선해서 이 피아노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오늘은 좀 독특한 방식의 연주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연주단의 신년 음악회를 녹화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다. 1월 1일엔 실황을 위성 중계했고 1월 3일은 실황을 녹화해서 보여주었다. 코엑스나 센트럴에 있는 메가박스에서는 이렇게 연주회나 오페라를 영화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 오페라를 영화로 보게 되었을 때 웅장한 실제 무대의 오페라만 접해보았던 필자로서는 그리 감흥이 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로 보는 메트로폴리탄의 오페라는 오히려 중간마다 설명도 곁들여지는 등 오페라를 즐기기에 더 좋은 면도 있었다. 1월 3일 감상한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회도 실황만큼 감동적이고 웅장하게 다가왔다. 또 반가웠던 건 연주곡에 필자가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이 포함되어 있어서였다. 13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경이 새해를 맞이하여 생동감 가득한 클래식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흐트러진 은발이 멋지게 보이는 ‘사이먼 래틀’경의 열정적이고 때론 속삭이듯 우아한 지휘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했다. 21세기 최고의 지휘자라 불리는 ‘사이먼 래틀‘ 경은 2002년부터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으며 근대에서 현대에 걸친 폭넓은 레퍼토리를 토대로 살아 숨 쉬는 클래식을 들려준다는 정평을 받는 분이다. 오늘의 피아니스트는 2011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트리포노프’라는 러시아의 젊은이다. 무대에 등장한 피아니스트 ‘트리포노브’는 정말 어려 보였다. 그런데도 피아노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그의 손은 신기에 가까웠다. 두 시간 가까이 펼쳐진 신년음악회의 레퍼토리에서 클래식에 무식한 필자가 아는 곡이 두 곡이나 연주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웅장한 저음으로 시작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이다. 비록 영화로 보고 있지만, 영화 속 관객이 손뼉 칠 때 영화 보던 우리 관객도 오케스트라가 눈앞에 있는 듯 박수를 보냈다. 연주회가 끝났는데도 영화 속 관객이 계속 손뼉을 치자 앙코르곡으로 경쾌하고 빠른 아름다운 곡을 한 번 더 연주해 주는 서비스도 있어 즐거웠다. 클래식 연주회가 있다 하면 겁부터 났는데 앞으로는 모르면 모르는 채 즐겨보기로 했다. 음악은 장르와 관계없이 다 아름답고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 2017-01-05 15:07
-
- 혼자 즐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연주회
- 엄마의 지식수준을 높이 평가했는지 필자의 아들이 클래식 피아노 연주회 티켓을 주었다. 뮤지컬도 아니고 연극도 아닌 연주회, 그것도 피아노 연주회라니 속으로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언젠가 몇 번 참석했던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졸린 눈을 억지로 부릅뜨며 음악 애호가께는 매우 죄송하지만, 무식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고맙다며 받아 든 초청장 가격을 보고는 안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에 18만원이다. 비싼 표이니 훌륭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속물근성이 있는 것 같아 멋쩍은 웃음이 난다. 그래도 누구에게 섣불리 같이 가자는 말을 못한 건 장소가 잠실 롯데콘서트 홀이라 우리 집에선 좀 멀고 시간도 밤 8시라서였다. 피아노 전공자에게는 특별하고 좋은 공연이겠지만 유명 뮤지컬도 아닌데 같이 갔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미안할 것 같아서 필자는 그냥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안심되었던 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그리 생소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젊어서 한때 잘난척하는 치기로 알지도 못하는 클래식을 듣겠다며 명동의 클래식 음악감상실 필하모니에 열심히 드나든 적이 있다. 그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감상해 보았고 전주로 무게감 있게 펼쳐지는 음색에 매력을 느꼈었는데 그 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마릴린 먼로의 ‘7년 만의 외출’이라는 영화를 보고 매우 반가웠고 놀랐다. ‘7년 만의 외출’에서 너무나 매혹적인 자태의 마릴린 먼로가 이 음악에 맞춰 걸어 들어오는 장면을 본 것이다. 피아노곡 자체보다 섹시한 마릴린 먼로 때문에 더 인상 깊게 느낀 연주곡이어서 조금 부끄럽다.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지만, 그의 진가가 최고조로 나타난 장르는 협주곡을 포함한 피아노 음악이다. 이 곡은 당시 28세 라흐마니노프의 삶의 단면이 투영되어 있는데 작곡가로 겪었던 좌절, 그로 인한 실의와 고뇌뿐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분투의 과정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한다. 1897년에 초연한 교향곡 1번이 악평을 들어 작곡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고 이때 개인적인 불행도 겹쳐 우울증에 빠졌다는데, 그때 최면술사 니콜라이 달 박사의 도움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전보다 더 뛰어난 새로운 협주곡을 쓰게 되어 이렇게 완성된 협주곡 2번은 달 박사에게 헌정되었다. 첫 악장은 마치 절망의 심연으로부터 서서히 떠오르는 것처럼 묵직한 피아노 독주로 시작된다. 낮고 어두운 화음과 깊숙한 베이스음이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러시아의 정서와 작곡가의 감성이 아름답게 채색된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라흐마니노프를 있게 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곡이다. 이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탄생했지만 2번보다는 덜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이번 공연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이 연주되었다. 연주자로는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와 2016년 클리블랜드 콩쿠르 우승자인 ‘니키타 문도얀츠’가 연주했다. 귀에 익은 연주가 흐를 때 피아노 선율보다도 마릴린 먼로가 떠올라서 우습긴 했지만 참으로 듣기 좋은 연주였다. 클래식에 무지해서 지루할까 봐 걱정했던 건 기우여서 다행이다. 연주회가 끝났는데도 마음은 아직도 격정적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연주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음을 느꼈다. 아무라도 한사람 같이 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된다. 필자가 이렇게 느꼈으니 다른 사람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차가운 밤바람이 뜨거워진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필자의 마음을 달랜 멋진 피아노 연주회였다.
- 2016-12-27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