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서머 패션 - 꽃중년, 여름 노출 패션, 섹시함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기사입력 2017-07-10 13:30 기사수정 2017-07-10 13:30

[아, 여름이구나 PART3] 당신은 Sexy Sixty

여름을 청춘의 계절이라 부른다. 그러나 시니어들에게 여름이란 때때로 가을 혹은 겨울보다 더 가혹하게 춥고 쓸쓸하다. 나이에 대한 실감이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세상의 조연으로 내몰린 듯한 기분까지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다시 한 번 여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섹시한 패션 팁이 있다. 어느 광고 문구처럼 ‘섹시함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시청자분들이 선생님 다리가 섹시하다고 해요.”

얼마 전 종영한 <윤식당>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이서진이 윤여정에게 한 말이다. 70세를 넘긴 여자(배우)에게 ‘섹시하다’는 표현은 ‘곱다, 아름답다’는 말과는 완전히 다른 레벨의 의미다. 육체적이든 심리적이든 여전히 여자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이니 이보다 더한 칭찬이 있을까. <윤식당>은 휴양지 발리를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꿀처럼 윤기가 흐르는 젊은 여인들이 10초가 멀다 하고 수영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 속에서 바닷가가 오랜만이라는 70대 여인은 어떤 모습으로 섹시하다는 평을 받았을까. 무작정 헐벗은 것은 아니다. 블랙 속옷이 살짝 비치는 화이트 티셔츠, 허벅지를 드러내는 쇼츠, 쇄골이 보이는 보트넥 블라우스 등 우린 이 여배우를 통해 여름을 나는 섹시한 팁을 얻을 수 있다.

20대는 온몸에서 산도 높은 섹시함이 뿜어져 나온다. 때론 너무 과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30~40대가 되면 뭘 좀 아는 것 같은 능글능글한 섹시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재미가 덜하다. 하지만 시니어는 적당한 농도의 섹시함을 발휘할 수 있다. 너무 시큰하지도, 과하게 느끼하지도 않은 섹시함. 물론 20대나 30대보다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여름이면 제일 신경 쓰이는 것은 속옷이다. 좋지 않은 예이지만, 엄마의 옷장을 열어보면(엄마는 평균적인 60대의 여자다) 모든 속옷이 ‘살색’이다. 여름에는 꼭 러닝을 입어 속이 비치지 않게 하는 게 여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식당>에서 윤여정은 블랙 속옷이 자연스럽게 비치도록 거즈처럼 얇은 화이트 티셔츠를 입고 있다. 만일 이 티셔츠가 깊은 브이넥에 가슴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직접적인’ 노출로 이어졌다면 섹시함보다는 천박하다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시니어 노출의 핵심은 ‘직접’이 아닌 ‘간접’ 노출에 있다! 여전히 ‘나는 속옷까지 신경 쓰는 여자예요’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노출 말이다. 면 100%의 기능성 속옷이 아니라 레이스로 범벅된 블랙 속옷이 그런 표현이다.

이 공식은 하의에서도 적용된다. 윤여정처럼 태생적으로 얇고 예쁜 다리를 가졌다면 허벅지가 드러나는 쇼츠를 입어도 괜찮다. 중성적인 스타일의 면 팬츠라면 고상하면서도 섹시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샌들 대신 테니스화처럼 클래식한 슈즈를 선택한다면 더더욱 멋질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니어는 발목은 가늘고, 종아리는 굵고, 허벅지는 절인 오이처럼 힘없이 말라 있다.

이럴 때는 간접 노출이 절실하다. 즉 슬릿이 들어간 와이드 팬츠로 착시 효과를 주는 것! 하늘거리는 린넨이나 실키한 소재에 무릎 위까지 슬릿이 과감하게 들어간 바지는 우리가 원하는 ‘고상한 섹시함’이라는 아이러니컬한 과제를 잘해낼 수 있게 해준다. 아!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발목을 살짝 드러내는 길이의 묘미다. 가느다란 발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섹시함이 농축된 부위라는 걸 잊지 말자.

슬릿 팬츠와 궁합이 잘 맞는 상의는 가슴보다는 등을 드러내는 블라우스나, 쇄골이 슬쩍 드러나는 보트넥 티셔츠다. 노화의 기운이 천천히 드리우는 등과 쇄골은 젊은이의 가슴이나 엉덩이만큼 시니어들의 핵심 노출 부위다.

수영복을 선택할 때도 이 공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등이 깊게 파인 원피스형 수영복을 고르고, 여기에 긴 스카프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살짝 가려주자(더불어 자신 없는 뱃살도). 스카프의 매듭이 앞이 아니라 허리 옆쪽으로 오게 해 슬릿 같은 효과를 주는 것도 잊지 말자.

얼마 전 영화 전문지 <엠파이어>가 선정한 섹시한 배우 100인에 이름을 올린 샬롯 램플링. 그녀는 윤여정보다 한 살 많은 1946년생이다. 샬롯 램플링은 여전히 젊은 여배우의 독무대 같은 뷰티 광고에 등장하고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으로도 활동한다. 나이가 들면 여자가 아니라는 공식이 그녀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녀를 보면 맘이 설레는 남자들이 지금도 많다.

샬롯 램플링의 이름 앞에는 ‘섹시한’이라는 형용사가 20대부터 줄곧 따라다녔다. 20대에는 몸매가 섹시했다면 70대의 그녀는 눈빛과 에티튜드가 섹시하다. 블랙 셔츠를 입어도 20대의 그녀가 그랬듯 단추를 자연스럽게 풀어헤친다. 나이가 들어 바짝 말라붙은 가슴을 부끄러워하며 ‘뽕브라’ 같은 억지스러운 것을 더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가르마,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 입가로 번지는 우아한 미소, 주름마저도 당당하게 느껴지는 자연스럽게 노화한 얼굴. 이 모든 것이 섹시하다.

억지로 노출을 하고, 빵빵한 젊음을 탐하지도 않는다. 느슨하지만 여유롭게, 그 수많은 틈들 사이에서 시니어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게 하는 20대의 섹시함과는 다른 농후한 섹시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20여 년 전 일본에서는 현대인의 나이에 0.7을 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이보다 더 기준이 낮아져(?) ‘0.6 곱하기 세대’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즉 요즘 20세는 옛날 기준으로 보면 12세, 30세는 18세, 35세는 21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60세는 과거의 36세 정도의 나이가 된다. 60세가 과거의 36세처럼 젊게 살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 아닌가. 더구나 섹시함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번 여름, 해변에서든 휴양지에서든 당신은 여전히 섹시함을 보여줄 수 있는 여인이라는 사실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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