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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할빠 연맹’ 출범 방지책
-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남일 씨(66·가명)는 최근 손자 돌봄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난 5월 2일 양재역에서 만난 김 씨는 “은퇴 후 할빠 역할을 한 지난 3년간의 세월은, 은퇴가 아닌 또 다른 노동의 세월이었다” 라고 말했다. 그는 맞벌이 아들의 5살, 2살 손자들을 아내와 같이 돌보러 다녔다. 처음에 아내는 “애들 집에서의 식사와 간식 마련, 청소 등 어려운 일들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그저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몇 시간 놀아주기만 하면 된다”라고 유혹했다. 그런데 그는 ‘애들과 놀아준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지 몰랐다. 과거 육아 경험이 있던 아내와는 달랐다. “사실 근무시간보다 강도에서 여자들과 차이가 많이 나요. 한 명을 안아주면 또 한 녀석이 울며 보채요. 몇 차례 반복하면 힘이 쏙 빠져요. 달래는 요령도 없고 업는 기술도 부족하니... ” 라고 그는 말했다. 시간 잘 가는 게임이나 TV 시청은 며느리에게 금지 당했으니, 애들과 놀아주는 할빠들의 콘텐츠는 단순할 수밖에 없다. 공놀이, 총싸움, 레슬링 등은 모두 육체적인 활동을 수반한다. 한 시간이면 탈진이 된다. “할빠들을 위한 교육 강좌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거기서 남자들끼리 서로 머쓱하게 마주칠 장면을 상상하니 엄두가 나질 않아요”라고 그는 말했다. 현실과 직결되는 돌봄비도 문제였는데, 며느리가 김 씨의 아내에게 주는 방식이었다. 애들의 간식비 등, 장 보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어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수 없다는 아내는, 그것을 자신들의 생활비로 사용한다며 그동안 단 한 푼도 김 씨에게 지불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지쳐 가던 김 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외국 여행 다녀온 사람을 접촉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자가 격리를 강력히 시행하면서 적당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으나, 손자 돌봄 거부 시의 후환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김 씨는 나은 편이다. 서울 구로동의 양주석 씨(64·가명)는 아예 병을 얻은 경우다. 양 씨는 유방암 수술을 한 아내와 함께 세 살배기 외손녀를 돌봐주러 다닌다. 건강이 나쁜 아내를 대신하다 보면, 거의 모든 것이 양 씨의 몫이다. “손녀도 나한테 안기는 게 편하니 나만 찾고, 눈치가 빤하니 모든 사항을 저에게만 요구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다가 교직에 있는 딸의 야근이 잦아지면서 양 씨의 허리에 탈이 났다. 아내와 손녀를 동시에 돌보다 생긴 병이었다. 그래도 그간 마음은 편했었는데, 딸이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갈등까지 생겼다. “종일 딸과 같이 있다 보니까, 혼자 애를 볼 때와는 다르게 평가와 감시를 받는 기분이 들었고 또 실제로 잔소리도 많이 들었죠. 나중에는 유일한 낙인 담배까지 끊으라고 요구당했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불면증까지 생겼다. 그런데도 앞서의 김 씨와 마찬가지로 보상이 없었다. 역시 딸이 아내에게 돌봄 비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간 아내에게 항의도 해보고 협상도 해봤지만 실패했다. 사업가였던 그는, 생활비를 주는 데에만 익숙했기 때문이다. “사실 따로 통장 입금을 해 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한 달에 한두 번 아내 몰래 봉투를 찔러 줬으면 해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육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황혼 육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할빠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체면 때문에 혹은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자식들 집으로 향하고 있다. 앞의 예에서 보듯이, 은퇴 후의 남자들이 겪는 가정 내에서의 권력 변화라고 하기에는 가혹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태업이나 파업도 생각해 보았지만 직장폐쇄로 ‘집 나가면 개고생’ 이기에 그러지도 못한단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일부 악덕 부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여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할빠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대가를 바라고 손자들을 돌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저 공정하길 바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고착된다면, 전국 할빠 연맹이 결성되어 공동 근로의 대가를 혼자 착취해 가는 부인들을 국세청에 소득세 탈루 혐의로 신고할 수 있다. 이것은 황혼이혼->독거노인->복지예산 증가로 국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부인들에게만 돈을 지급하는 자식들에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둘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돌봄 비용 지급 경로를 다변화해야 한다. 즉 아들과 사위도 관심을 가지고 할빠들에게 봉투를 얹어 드려야 한다. 지금 할빠는 미래의 그들 모습이기 때문이다. 은퇴 후, 그래도 가정 내에서의 역할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는 선량한 할빠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래야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전국 할빠 연맹의 출범을 방지할 수 있다.
- 2020-05-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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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으나 마나 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
- 디지털 실버,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이 자주 귀에 들려오는 요즘이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시니어들의 삶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가 청파 윤도균 님을 만난 건 순수문학 수필작가회에서다. 팔순을 코앞에 둔 나이에 아직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인천 N방송 시민기자로도 활동한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그 열정은 디지털 실버, 액티브 시니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인생 선배로서 닮고 싶은 분. 요즘은 주 3회 근처 초등학교에 나가 돌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고 있단다. 천성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이다. 그에게 시니어의 삶이란 뭘까.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은퇴 전에는 어떤 일을 하였는지? 처음에는 종로 세운상가에서 전자제품 판매사업을 했다. 그런데 일할 때 양심을 속일 때가 있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나는 아이들을 유난히 좋아했다. 판매사업 일에 회의가 들던 차에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일이 연결되어 학원 사업으로 전환을 하게 됐다. 어린 시절 내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아마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교육과 관련된 일이 싫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학원 사업을 하며 20여 년간 독서실 운영도 했다. 하루에 1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을 통솔하며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근무를 했다. 그 일도 판매 사업 못지않게 힘들었다. 하지만 해맑은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학생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조언도 해주고 예뻐하니까 아이들도 나를 따랐다. 교육 사업은 7년 전에 접었다. 시대의 큰 흐름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정성들여 운영해오던 사업을 접을 때는 마음에 다소 서운한 감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퇴 결정 과정은 어떠했는지? 20여 년간 일궈온 사업을 접을 때의 감정은 누구나 다 똑같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순리를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초조함도 있었고 욕심 같아서는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업자는 전망 흐름을 보고 빨리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는 마음을 내려놨고 한편으로는 편했다. 제2의 인생, 은퇴 후의 꿈을 설계하며 접었다. 이모작 인생은 계획한 대로 잘 이루어졌는지? 하던 일(직업)이 없어졌으니 당연히 처음엔 헛헛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내가 만약 어느 날 갑자기 퇴직했을 때’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마음속에 써두고 적응 훈련을 했다. 대안도 미리 생각해놔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사업할 때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내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하고 살았다. 퇴직과 함께 잡념을 없애기 위해 먼저 운동(등산, 헬스)을 시작했다. 사실, 직장에서의 퇴직이 아니라 내 일을 하다가 일을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일반 은퇴자들보다 나는 나이가 많았다. 어느새 70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건강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평소 내 성격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간에 ‘있으나 마나 한 인간’으로 취급되는 걸 가장 싫어한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지만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해 땀 흘려 운동했다. 그러자 사업할 때와 비교해 건강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스스로 느낄 정도였고 마치 회춘하는 것 같았다. 자랑이 아니다. 몸이 달라지는 걸 실질적으로 체험했다. 건강하니까 매사가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해도 긍정적이고 의욕적이었다. 은퇴 전과 후의 생활은 어떤 차이가 있나? 금전적인 면에서 보면 은퇴 후의 생활이 많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퇴직 후 줄어든 수입으로 인해 생활이 척박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이란 한도 끝도 없는 것,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의 척도가 달라진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세월 따라 사람이든 자연이든 영원하지 못할 것이기에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깨달으려고 했다. 작은 욕심조차 내려놓으면 편했다. 그렇게 즐거운 나의 ‘인생 이모작’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퇴직 전에는 내면에서 꿈틀거리던 ‘꿈, 소망’ 같은 것을 생각하다가도 돈 생각으로 이어지면 애써 잊으며 살게 되더라. 그런데 이제 은퇴자가 되니 청년 시절 꿈꿔왔던 글쓰기, 사진, 컴퓨터, 운동, 여행, 친목모임, 봉사활동, 취재, 기타 등을 마음껏 하고 배울 수 있어 좋다. 우연한 기회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선발되어 13년에 걸쳐 약 300여 편의 기사도 썼다. 인천 N방송 시민기자로 영상뉴스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또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글쓰기를 통해 수필작가로 정식 등단도 했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지금의 삶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내 나이 일흔일곱이다. 더 이상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 그래도 십몇 년째 계속해온 새벽운동은 빼먹지 않는다. 아침 5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동네 단골 헬스장으로 향한다.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한 시간에 걸친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으로 2시간을 보내고 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렇게 하루를 열고 집으로 돌아와 개인 블로그 ‘청파의 사람 사는 이야기’에 새 글을 쓰고 댓글도 읽고 답장을 쓴다(그는 블로그 운영을 17년째 하고 있다. 요즘도 하루에 800~1000여 명이 다녀간다. 블로그 활동은 손자인 도영이를 돌보면서 시작했는데, 도영이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은퇴를 앞둔 시니어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지? 조언이랄 것은 못 되고, 은퇴는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다. 마음가짐을 바로 잡아야 한다. 사람마다 환경, 조건이 다르지만 인생 이모작 시대를 새로 개척해 살아야 하는 은퇴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첫째 : 자신의 현실에 맞는 소박한 은퇴 설계를 하라.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은퇴 설계에 포함하라. 둘째 : 가족과 시간을 많이 가져라. 지금까지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가족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삶을 살아라(가사분담 등). 셋째 : 꾸준히 운동하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를 하라(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은퇴는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으로만 간직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만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여운이 남았다. 아울러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도 떠올랐다. 그는 칠순 때, 북한산 인수봉 암벽등반을 하고 그 후 2년에 한 번씩 암벽등반을 꾸준히 하고 있다. 팔순에는 북한 암벽등반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니어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굉장히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2020-04-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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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의 리틀 포레스트… '우프'를 아시나요
- 번잡한 도시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흙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다. 무전여행하듯 어디론가 훌쩍 떠나 머리를 식히고 오고도 싶다. 푸성귀 심어 먹는 걸 좋아해 주말농장을 빌려 농사 흉내를 내어보기도 하지만 바쁜 일정이 생기면 나 몰라라 내팽개치곤 한다. 마음도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자주 부린다. 내가 원하는 날에 휴식 같은 특별한 일상을 계획할 수는 없는 걸까. 이런 사람들에게 농사체험활동 프로그램 ‘우프’를 소개한다. 하루 4~6시간 농사일을 도운 뒤 숙식을 제공받고 덤으로 주변 지역 여행까지 즐길 수 있다. 우프(WWOOF)는 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다. 1971년 영국에서 시작돼 현재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150여 개 국가에서 1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농사일을 돕는 사람은 ‘우퍼’(WWOOFer), 노동한 대가로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농가(농장) 주인은 ‘호스트’(host)라 불린다. 각 나라에 대표부가 있고 우리나라는 ‘우프코리아’가 농장을 선발해 관리, 교육한다. 현재 국내 우프 농가는 70여 곳. 반드시 친환경 농사를 지어야 하고 서류→전화→방문심사를 거쳐 선정되므로 안심하고 방문해도 된다. 해외 우퍼도 가능하다. 활동하려면 희망하는 나라의 우프 사이트에 가서 1년짜리 멤버십에 가입하면 된다. 대략 드는 비용은 5만~8만 원 정도. 우프코리아는 1년 회비가 5만 원이다. 회원이 되면 각 농가 정보를 볼 수 있고 원하는 농가에 자기소개와 함께 방문 희망 날짜를 신청한 후 호스트의 승인을 기다리면 된다. 대부분 1주일에서 한 달간 체류하며 농사일을 돕는다. 우퍼로 활동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은 없다. 나이 제한도 없고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국내 우퍼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특별 지역 농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삶의 경험과 철학을 나누어줄 수 있는 매력적인 호스트를 선택하기도 한다. 숙식비가 따로 들지 않아 우프 활동을 통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다. 전 세계 우프 여행도 가능하다. 아직은 20~30대의 활동이 두드러지지만 최근 들어 시니어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우프코리아 관계자는 “호스트의 연령대가 은퇴자들 나이와 엇비슷해 우퍼로 왔다가 깊은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면서 “특히 귀농·귀촌을 꿈꾸는 시니어에게는 농촌의 삶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기에 안성맞춤이고, 농촌에 정착하면 인연을 맺은 호스트가 여러 가지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 2020-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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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세대 넘어선 '럭셔리' 완성
- 요즘 시니어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시니어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의 모든 삶을 희생했다면, 요즘 시니어는 스스로의 인생에 충실하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자녀의 미래를 지원하면서도, 젊은 감성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오팔 세대’라 불리는 이들 시니어의 우아한 인생을 들여다봤다. 요즘 시니어들의 삶이 달라지고 있다. 전쟁과 혹독한 불경기가 지난 뒤 태어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시니어 삶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옛 시니어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지원하고 응원하지만 경제력을 갖춘 덕분에 이전 세대와 달리 풍요로운 노후를 즐긴다. 이들은 1958년 전후에 출생해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고도 불린다. 오팔 세대는 젊은 세대 못지않게 활발한 시간을 보내고,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오팔처럼 화려한 인생을 즐긴다. 자신을 가꾸고,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남은 노후를 우아하게 장식한다. 은퇴 전의 삶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목적이 강하다. 희소가치가 높은 것을 모으거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화려한 문화·예술활동을 즐기고, 재충전을 위해 호화스런 여행을 떠나거나 거친 레포츠에도 뛰어든다. ◇이제 한정판 구입도 거뜬하게 한상민(61세) 씨는 캠핑 마니아이자 한정판 수집광이다. 캠핑과 관련된 한정판 제품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비교적 저렴한 ‘실리웨어 티타늄 코펠세트’부터, 고가의 ‘힐레베르그 케론4GT’ 텐트까지, 최근 2년간 60여 개의 한정판 캠핑용품을 모았다. 최근에는 20만 원대 ‘조커 사냥용 나이프’ 한정판과 캠핑용품은 아니지만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구성된 297만 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 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을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한정판’ 수집은 대체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내에 없는 상품은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고, 판매가 완료된 상품은 온라인 중고카페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터넷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옛 시니어들은 일반적인 수집을 취미로 즐기긴 했어도 한정판을 모으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정판 수집이 시니어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천연 원석 모으는 취미를 즐기기도 한다. 원석은 가공되지 않은 보석이다. 각기 다른 색상과 모양 때문에 희소성이 꽤 높다. 보석보다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보석 가격이 워낙 비싸서 그런 것이지, 원석 가격이 절대적으로 싼 것은 아니다. 주로 파워스톤으로 사용되는 천연 화산암과 흑요석 같은 몇만 원짜리 원석부터 20만 원 안팎의 가넷 원석이 거래되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육박하는 다이아몬드 원석도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원석 전문점을 운영하는 윤정선 대표는 “원석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찾는 젊은 여성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나이 든 손님이 많이 방문한다”며 “시니어 손님들은 인체의 치유와 균형에 도움이 되는 원석을 집 안에 두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자수정이 방출하는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논문이 있고, 동의보감에도 자수정을 사용해 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사람이 내뿜는 기운이 다른 것처럼 원석도 각기 다른 파장을 방출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안목 기르려고 공부하다 정순철(62세) 씨는 정년퇴직을 한 3년 전부터 그림 경매 일정을 꼼꼼히 체크한다. 만족스러운 작품을 최대한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부족하면 오히려 제값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규모가 좀 작은 옥션에서 위작인 줄도 모르고 사서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이후 그는 옥션 구매를 하지 않는 날이면 전시회를 가거나 미술품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은퇴 후 그림이나 도자기 같은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었다.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게 쉽진 않지만, 퇴직 후 여유가 생긴 터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시니어들은 보통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짜리 작품을 관심 있게 살펴보는데, 작품 값 외에도 15~20%의 구매수수료와 특송을 통한 배달료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더 따진다. 감동과 행복감을 주는 작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귀는 어두워질수록, 더 좋은 음질을 원한다.” 오디오를 좋아하는 시니어들이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점점 떨어지게 마련인데, 좋은 음질의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진다는 얘기다.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용 리스닝룸을 만들어 오로지 감상에만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후자에 속한다. 오디오를 즐기는 시니어는 좋은 음질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구성을 늘 고민한다. 오디오를 취미로 삼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덴마크 ‘뱅앤올룹슨’의 무선 스피커 하나의 가격은 무려 270만 원에 달한다. 하이파이(Hi-Fi) 오디오의 구성 장비 중 하나인 파워앰프의 경우 미국 ‘제프롤런드’ 제품은 3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하이파이 오디오 구성 장비인 CD플레이어와 프리앰프, 파워앰프, DA컨버터, 튜너, 스피커 등을 모두 장만하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기존 기기보다 두 배 더 비싼 장비를 들여놓는다고 해서 음질이 두 배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디오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취미로 꼽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들은 수백~수천만 원을 들여 원음의 재현율을 0.1%라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떠나는 여행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단체 패키지 여행 상품을 이용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욕이 넘치는 요즘 시니어들은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자유 여행에 큰 관심을 보인다.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정신없이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보다 직접 계획을 세운 뒤 떠나는 걸 더 선호한다. 이들은 평소에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 곳에 흥미를 보이지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여유로운 여정에 따라 움직인다. 취향이 뚜렷한 시니어들은 특별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 한다. 최근에는 초호화 기차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의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는 객실에 다다미 바닥과 전통적인 삼나무 욕조가 있다. 혼슈 동쪽 섬에 있는 온천과 고대사원 등을 방문하는 이 여행은 1인당 500만 원 정도가 든다. 또 아일랜드의 ‘벨몬드 그랜드 하이버니안’ 열차에서는 라이브 공연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더블린, 코르크, 벨파스트를 방문하는 이 여행의 비용은 1인당 350만 원 정도다. 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할 것 같은 여행도 혼자 떠난다. 일본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이 내놓은 나홀로 여행객을 위한 맞춤상품은 50~70대의 신청만 받는다.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여행하려는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여성 전용 상품도 있어 남성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 이 상품은 온천, 꽃놀이, 미술관 투어, 크루즈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여행과 함께 사진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오팔 세대는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에 40대 안팎의 나이였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덩치 큰 DSLR보다 작고 얇은 ‘미러리스’와 아날로그 감성의 디지털 카메라 ‘라이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것. 디지털 카메라 조작에 익숙한 이들은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사진에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한다. ◇놀 줄 아는 오팔 세대 홈 파티를 열어 지인을 초대하는 시니어도 늘었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쉽게 식재료를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특히 마켓컬리의 경우 ‘레시피 골라 담기’를 통해 음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클릭 한 번으로 살 수 있다. 가정간편식(HMR) 메뉴가 다양해져 홈 파티 음식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HMR은 바쁜 직장인이나 수험생이 메인 수요층이었는데, 이제는 시니어를 위한 보양식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홈 미팅 후에는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한다. 젊은 세대의 놀이터이자 공부방 역할을 해온 이곳에 시니어들이 발을 들이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 심지어 커피숍을 찾는 시니어 손님이 늘자, 날계란이 들어간 쌍화탕을 메뉴에 추가한 곳도 생겨났다. 지역에 따라서는 스타벅스가 아니라 ‘실버벅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들이 시니어의 아지트로 바뀌고 있다. 이외에 산악바이크나 서핑 등 짜릿한 아웃도어 활동에 도전하는 시니어도 있다. 옛 시니어들은 힐링과 휴식이 목적이었다. 반면 도전적이고 체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요즘 시니어들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레저나 스포츠를 즐긴다. 물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시니어도 많다. 이들은 피트니스, 요가, 필라테스 등으로 몸매를 가꾸거나 체력을 단련한다. 대한민국 1호 여성 시니어 보디빌더인 임종소(76세) 씨는 “허리 협착증을 앓던 중에 근육강화 운동을 해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한 달 만에 좋아졌다”며 “이왕 시작한 거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 결과 피트니스 대회에서 2위를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피트니스 외에도 왈츠, 탱고, 자이브 등 사교댄스를 배우고 있다”며 “매일매일이 바쁘고 즐겁다”고 덧붙였다.
- 2020-04-0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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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감성, 'Great Grey'가 모인다
- 시니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젊은 세대들만 즐길 것 같은 모임에도 나가고, 온라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사회 구성원의 중심 축으로서 은퇴 후 삶을 즐기며, 소소한 꿈에 다가서는 시니어들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은퇴 후 어떤 모임에 나갈까. 예전엔 주로 동창회나 계모임 같은 친목 모임을 통해 구성원과의 관계를 쌓아왔다. 범위를 더 확장하더라도 정적인 모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랬던 시니어들이 바뀌었다. 새롭게 합류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만 즐길 법한 동호회에 참여하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온라인에서도 활약한다. 시니어들이 세대의 벽을 넘나들며 활기찬 노후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도 한다” 젊음을 공유하다 이른 아침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공원에 남성들이 모이더니 승용차 트렁크에서 묵직한 ‘드론’(Drone)을 꺼냈다. 평균 연령 60대의 시니어들이 뭉친 ‘실버드론’ 동호회원이다. “자~ 놀아볼까.” 회장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6명의 구성원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오전 내내 드론 조종에 푹 빠졌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취미를 즐기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12㎏이 넘는 드론은 첨단기술이 집약된 장비라 젊은 사람들만 즐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니어의 비중도 높다. TV 시청과 라디오 청취, 음악 감상, 산책, 사우나, 낮잠…. 취미라고 보기 애매한, 그리 특별하지 않은 옛 시니어들의 여가 활용법이 젊어지고 있다.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70대인 밴드도 있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탄생한 6인조 밴드 ‘딴따라 실버스타 상상밴드’의 가장 어린 멤버는 67세, 최고령자는 87세다. 대부분 미8군 트리플 에이(AAA) 출신의 전문 프로 연주가다. 평균 연주 경력 50년이 넘는 이들은 지금도 전국 무대를 누비며 노익장을 뽐내고 있다. 은퇴한 시니어들은 이제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몸을 던진다.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황규만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사무총장은 “고령층이 가진 고정관념을 버리고 젊은 감각으로 활동하는 시니어도 늘고 있다”며 “이들은 시니어와 젊은 층의 세대 차를 넘는 소통으로 더욱 활기찬 모임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물어진 벽, 세대 차를 극복하다 일요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자리한 미니카 경기장이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인다. 트랙 위에는 미니카(MINI 4WD)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달린다. “이야~ 신기록이다!”, “나 따라 오려면 아직 멀었다.” 30대 청년과 60대 시니어의 대화다. 미니카 동호회 ‘번개’ 회원인 두 사람은 나이 차가 30세를 넘지만, 이 순간만큼은 또래 같다. 이곳에는 6세 꼬마 아이부터 60대 시니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온다. 나이 차로 인한 거리감은 한 치도 없다. 이들은 오로지 미니카에 집중한다. 경기장을 찾은 한 미니카 동호회원은 “트랙 위에선 누구나 동등한 경쟁자라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니카는 누군가에겐 장난감이지만 이들에게는 인생을 즐기는 평생 놀이였다. 조립 완구나 피규어 등의 장난감을 즐기는 어른이 늘면서 ‘키덜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올 초 조립식 프라모델과 피규어 등 키덜트 완구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2% 올랐다. 또 60대 이상 연령대의 매출도 매년 성장세를 보인다는 게 티몬 측 설명이다. 실제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나이가 들어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못하는데, 피규어를 받기 위해 어린이 세트 햄버거를 주문했다”는 글은 꽤 의미심장하다. 레고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시니어도 있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 동호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모임에서 자신이 조립한 레고를 소개하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또 소장가치가 낮은 여러 제품을 구매한 뒤 분해해 제비뽑기로 부품을 나눠 갖는 이벤트도 진행하는데, 시니어를 우대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시니어들도 회원들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모임이 오히려 편하다고 얘기한다. ◇취미 즐기려고… 인터넷도 ‘척척’ 레고 조립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대부분 온라인 거래에 익숙하다. 인터넷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는 물론, 이들보다 연령층이 높은 회원들도 해외 이베이 사이트에서 부품을 척척 구매한다. 자신이 조립한 레고 사진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다양한 연령층과 쌍방향 소통도 한다. 여행과 사진 동호회도 시니어의 활동이 활발하다. 은퇴 후 늘어난 여가시간에 가족과 여행을 떠나거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사진 동호회 역시 인터넷에 능숙한 시니어가 많다. G-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여사회’(여행&사진 동호회) 회원들은 인터넷 카페와 SNS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며 기종과 촬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외에도 시니어들은 나이와 소득, 학벌을 떠나 다양한 놀이터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은퇴 후 유튜브스쿨, 팝송클래스, 줌바·라인댄스, 수채화모임, 서예모임, 요리서클, 캠핑클럽 등의 동호회를 통해 온·오프라인을 들락거리며 젊은이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경험을 나눈다. 황규만 사무총장은 “‘이 나이에 무슨’이라며 움츠러들었던 시니어들이 학습을 통해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를 다루고, 크로스 컬처를 활용한다”면서 “지혜와 그동안 배운 지식,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 등을 토대로 세대 차를 극복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 2020-03-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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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환경에서 혼자 놀 수 있는 취미
- 코로나19가 행동반경을 많이 좁히고 있다. 소일거리가 마땅치 않은 은퇴자들에겐 더 지루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기자는 뒤늦게 배운 사진 취미로 카메라를 가지고 무료하지 않게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낸다.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둔 것이 잘한 일 중에 하나란 생각을 하게 했다. 사진 취미가 왜 혼자 놀기에 좋을까? 첫째, 카메라를 가지고 놀기에 혼자서도 덜 심심하다 마라톤, 도보 등 맨손으로 하는 취미도 있으나 도구를 가지고 놀면 당연히 덜 심심하기 마련.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온종일 놀 듯 하루종일 즐길 수 있다. 둘째, 같은 장소, 같은 피사체를 놓고도 다양한 촬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각, 즉 앵글에 따라 또는 시간에 따라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촬영할 수 있다. 사진 소재 또한 주변에 널려 있어 카메라만 손에 쥐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셋째, 촬영자가 사진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어 시간이 잘 간다 카메라에는 “타이머”란 기능이 있어서 촬영자 스스로가 사진 속의 인물로 등장할 수 있다. 단순한 사진 속의 인물로 들어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장면의 주인공으로 시선을 끌 수 있다. 언덕에서 뛰어내리는,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의 사진을 만들 수 있다. 타이머를 10초로 설정한 스마트폰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고 구도를 정한 후 적정한 위치에서 높이 뛰어오르기 또는 뛰어내리기를 하면 사진 속의 인물로 찍힌다. 타이머 설정 시간에 맞추기가 쉽지 않아 여러 번을 반복해야 한다. 아래의 사진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만들어졌다. 이런 힘든 과정을 통하여 근력도 키울 수 있다. 동영상 촬영도 혼자 시간 보내기에 아주 좋은 사진의 한 방법이다. 넷째, 여행과 걷기 운동을 겸할 수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여러 곳을 다녀야 하기에 걷기와 여행은 기본이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형국의 취미활동이다. 다섯째,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돈이 되는 취미로 전환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카메라를 별도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놀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현재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충분하다. 취미활동을 위한 별도의 장비 구매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가 수준이 되면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사진을 배우려는 층이 많아져 강사로 나설 수 있고 작품 출품 등 상금 획득의 기회도 많다. 사진기자로도 활동할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 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 잘 놀 수 있는 취미활동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100세 장수 시대의 여가활동으로도 필요하지만,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환경에서 지루하지 않게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로 활용될 수 있다.
- 2020-03-0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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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VIP '오팔세대'를 위하여!!
- 영롱한 광채를 뽐내는 ‘오팔’은 밝은 에너지를 가졌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욕망을 풀어놓는 오팔의 의미를 보면 기운이 솟구친다. 기성세대보다 더 스스로를 가꾸고 자기계발과 취미활동에 적극적인 50~60대 시니어들과 닮았다. 그래서 이들을 ‘오팔세대’라 부르나보다. 사실 오팔세대의 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동시에 베이비붐세대의 상징 ‘58년 개띠’의 오팔을 의미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오팔세대는 이제 은퇴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장은 오팔세대인 50~60대 시니어 고객 모시기에 집중한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니어 비중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은 그들을 위한 서비스와 문화행사를 강화하며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저금리시대에 예대마진이 줄어들자 시니어에게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며 이들의 자산관리와 똑똑한 소비를 도와 수익창출을 도모한다. 자연스레 최우수고객(VIP) 대열에 합류한 시니어들은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며 화려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백화점: 할인 혜택과 문화행사 강화 50~60대 시니어가 백화점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의 최근 3년 실적을 분석해보면 50~60대의 매출 비중은 30~40대보다 낮지만 고객단가는 가장 높다. 비싼 상품에도 지갑을 잘 여는 우수고객이란 의미다. 이들 중 연간 2000만 원 이상 소비하는 VIP 비중이 일반고객보다 8배가량 높아 백화점으로선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고객이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이 시니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풍성하다. VIP의 경우 등급별로 차등 적용된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에선 각각 5~10%, 현대백화점은 5%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아카데미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문화센터 정규강좌 50% 할인, 신세계백화점은 학기별 강좌 1개 30% 할인~무료 수강, 롯데백화점은 1개 강좌 20% 할인~2개 강좌 50% 할인, 현대백화점은 5% 할인 혜택을 준다. 뿐만 아니라 기념일 축하선물과 항공권 할인, 발레파킹, 무료주차 등이 VIP 등급별로 차등 제공된다. 시니어를 위한 문화행사와 이벤트 초청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부터 예술의전당과 제휴를 맺고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VIP 전용 문화공연 ‘신세계 클래식 페스티벌’을 연다. 그동안 서울시립교향악단,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피아니스트 조성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 유수의 클래식 대가가 이 무대에 올랐다. 현대백화점도 매년 VIP를 위한 문화강좌인 ‘더 스튜디오 클래스’를 열고 있다. 연 4000만 원 이상 구매한 ‘쟈스민 클럽’ 회원만 참여할 수 있다. 요리,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강사로 나온다.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 명사가 직접 추천한 책, 공기정화식물, 난, 꽃 등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은행: 알짜 금융상품과 은퇴설계 지원 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도 시니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올해 1955년생이 65세로 고령자가 되고 1960년생 은퇴자도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은행들이 시니어 특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꼼꼼히 들여다볼 만하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 ‘열두번의 행복’ 시리즈를 추천했다. 이 상품은 매월 찾아오는 월급날의 행복을 은퇴 후에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분할지급식 투자상품으로 ‘낮은 위험,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현재 펀드와 신탁상품이 있다. KEB하나은행은 ‘행복 노하우 연금예금’을 소개했다.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확보하고 매달 수령하는 원리금을 생활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돈이 많이 필요할 때는 많게, 그렇지 않을 때는 적게, 이자만 필요할 때는 이자만 수령할 수 있다. 노후설계에 대한 실질적인 어드바이스가 필요하면 각 은행의 시니어 혜택 플랫폼을 이용해보자. 신한은행은 ‘신한 미래설계’로 고객의 은퇴를 지원한다. 금융 서비스와 함께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은퇴설계전문가(ARPS) 등 금융 관련 전문자격을 보유한 645명의 미래설계 컨설턴트를 전국 영업점에 배치해 고객의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래설계센터에서는 부부은퇴교실, 미래설계캠프 등 다양한 은퇴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우리은행은 서울 신촌점과 명동점에 ‘우리 시니어 플러스 센터’를 열고 공간 대여와 맞춤형 금융정보 공유강좌, 은퇴설계교육 등을 진행한다. 자산관리와 연금 관련 세미나도 열린다. 이와 함께 시니어 맞춤 온라인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고객 전용 ‘시니어 플러스 홈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카드: 똑똑한 소비 돕는 풍성한 혜택 시니어를 위한 똑똑한 카드 상품도 챙겨보자. KB국민카드는 ‘KB골든대로 체크카드’를 추천했다. KB골든대로 체크카드는 50~60대 고객의 생애주기에 특화된 업종 이용 시 결제금액의 5%가 포인트로 적립되는 중장년층 맞춤형 상품이다. 이 카드는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이면 △병원, 약국 등 건강 관련 업종 △대형마트, 주유소 등 생활밀착 업종 △골프, 사우나 등 여가 업종 △생명·손해보험 등 보험료 결제 시 월 최대 2만 점까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신한카드의 시니어 계층을 위한 ‘신한미래설계카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카드의 주력 서비스는 의료비 할인 혜택이다. 병원·약국은 물론 동물병원에서 월 최대 1만 원까지 결제액의 5%를 할인해준다. 생활비 할인 혜택도 돋보인다. 4대 주유소에서 ℓ당 60원(월 최대 30만 원), 3대 대형마트에서 5%(월 최대 1만 원), 대중교통과 택시 이용 시 5%를 할인해준다. VIP를 위한 프리미엄급 카드도 시니어의 현명한 소비를 돕는다. 롯데카드는 최근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장하며 ‘엘클래스 L60’을 선보였다. ‘프리미엄의 깊이를 경험하다’라는 콘셉트를 가진 엘클래스 L60은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의 VIP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의 탠텀은 해외여행을 할 때 사용하기 좋다. 페닌슐라 등 해외 유명호텔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객실 등급도 올려준다.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항공 마일리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도 ‘더 베스트’, ‘더 클래식’ 시리즈를 내놓았다. 여행과 레저,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른 프리미엄 카드보다 쉽게 바우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텔·문화: 포인트 적립과 클래식 향연 호텔 회원으로 등록한 시니어라면 할인된 가격이나 포인트를 적립하며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신라호텔은 객실 이용금액의 1~3%, 식음료 이용금액의 최대 1%가 적립된다. 또한 객실 업그레이드 서비스(연간 최대 5회)와 무료 세탁 서비스도 회원등급별로 적용해 지원한다. 롯데호텔은 객실 이용금액에 따라 3~6%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는 롯데호텔앤리조트 객실, 식음업장을 비롯해 롯데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세탁 서비스 10~20% 할인, 식음료 5~10% 할인, 객실 업그레이드, 1박 무료숙박권 등의 혜택도 회원등급별로 제공한다. 풍요로운 문화생활도 시니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예술의전당의 노블회원(70세 이상·무료가입)이라면 공연 40% 이상 할인, 무대리허설 관람, 음악감상강좌 30% 할인, 월간 ‘노블N’ 발송 등의 혜택이 따라온다. 유료회원일 경우에는 공연·전시 5~40% 할인(최대 5매), 선예매 서비스, 음악회 초청, 아카데미 수강료 5% 할인, 제휴매장 및 우대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세종문화회관의 회원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무대 위의 몸짓, 오래된 명화의 감동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연회비는 5만~10만 원으로 공연당 4~6매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세종예술아카데미 할인과 공연 프로그램북 등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유료회원가입이 제한된 상태. 향후 개선된 서비스를 다시 제공할 예정이다.
- 2020-01-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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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즐길 만한 전시ㆍ공연ㆍ영화ㆍ도서
- ◇ Exhibition #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30여 년을 재조명한다. ‘시간 이미지 장치’를 부제로 하는 이번 기획전은 국내 비디오 작가 60여 명의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인다. 시간성, 행위, 과정의 개념을 실험한 1970년대 작품에서 시작해, 1980~90년대의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과 싱글채널 비디오까지 아우르며 한국 비디오 아트의 전개 양상을 입체적으로 해석했다.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 미술’, ‘탈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등 크게 7개의 주제로 나뉜다. 기술과 영상 문화, 과학과 예술, 장치와 서사 등 이미지와 개념의 문맥을 오가며 진화해온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다각도로 살펴볼 기회다. # 매그넘 인 파리 일정 2월 9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프랑스 파리를 주제로 한 사진전으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 20세기 사진의 신화로 불리는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소속 작가 40명의 작품 400여 점이 공개됐다. 2014년 오텔 드 빌(파리 시청)에서 처음 개최됐던 이번 전시는 2017년 일본 교토문화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앞서 열린 파리와 교토 전시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엘리어트 어윗의 사진 40여 점으로 구성된 특별 섹션 ‘Paris’와, 파리의 패션 세계를 담은 작품 41점을 추가로 만날 수 있다. 파리의 풍경이 담긴 옛 지도와 희귀도서, 앤틱가구 등으로 꾸며진 ‘파리 살롱’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풍성하다. # 알폰스 무하: Alphonse Mucha 일정 3월 1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체코를 대표하는 화가 알폰스 무하의 판화, 유화, 드로잉 등 오리지널 작품 230여 점을 작가의 삶과 여정에 따라 총 5부로 나눠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체코 출신의 테니스 선수 이반 렌들의 개인 소장품을 주축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일명 ‘무하 스타일’이라 알려진 넝쿨 같은 여인의 머리카락, 독특한 서체 등 매혹적인 아르누보 스타일의 포스터에서 작가가 고국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작품까지 총망라한다. 도슨트 운영과 더불어 체코문화원과 함께하는 미술사 강연 및 시즌 이벤트, 키즈 아틀리에 등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 고향 gohyang: home 일정 3월 8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서울시립미술관 비서구권 전시 시리즈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 복잡한 사회·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동 지역의 현대 미술을 살펴본다. 중동에서 발생한 다양한 미술적 활동을 통해 고향을 잃거나 빼앗긴, 또는 고향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민족’이라는 관념적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기억의 구조’, ‘감각으로서의 우리’ 등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이미지, 사운드 설치, 드로잉,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아우른다. 전시기간에는 할리드 쇼만 컬렉션의 영상 작품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시네마테크 컬렉션으로 구성된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 Stage # 뮤지컬 '레베카' 일정 3월 15일까지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로버트 요한슨 출연 엄기준, 신성록, 옥주현 등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계 콤비 미하엘 쿤체(대본·작사)와 실베스터 르베이(작곡)의 대표작. 영국 대표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 ‘레베카’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 ‘레베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로맨스, 반전을 거듭하는 서스펜스, 강렬한 음악으로 전 세계 1900만 관객을 마음을 사로잡으며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라이선스 공연의 상징이 된 회전하는 발코니 신은 관객이 꼽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다. # 마당놀이그 '춘풍이 온다' 일정 1월 26일까지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연출 손진책 출연 김준수, 서정금, 김미진 등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바탕으로 한 마당놀이극이다. 34명의 배우와 20명의 연주자가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기생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탕진한 한량 춘풍을 그의 어머니와 몸종이 혼쭐내고 가정을 되살린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마당놀이 특유의 세태를 꼬집는 풍자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 # 2020 신년음악회 일정 1월 4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휘 정명훈 출연 서울시립교향악단, 클라라 주미 강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경자년을 맞아 새해 첫 주 토요일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끈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4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며 의미를 더한다.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으로,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비롯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고 사랑받아온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 Movie # 피아니스트의 전설 개봉 1월 1일 장르 드라마·판타지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팀 로스, 프루이트 테일러 빈스 등 ‘시네마 천국’, ‘베스트 오퍼’에 이은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감독과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 감독이 함께한 ‘예술과 사랑’ 3부작 마지막 편이다. 2002년 12월 개봉 이후, 22년 만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첫 정식 개봉을 확정했다. 이탈리아 작가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소설 ‘노베첸토’가 원작. 평생 바다 위에서 살며 한 번도 땅을 밟아본 적 없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기에 아름다운 영상과 황홀한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개봉 1월 16일 장르 드라마 감독 셀린 시아마 출연 아델 하에넬, 노에미 메를랑 등 제7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2관왕에 이어 토론토, 뉴욕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여인과 그녀의 결혼식 초상화 의뢰를 받은 화가 마리안느의 미묘한 관계를 그린다. # 몽마르트 파파 개봉 1월 9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민병우 출연 민형식, 이운숙, 민병우 아버지의 인생 2막을 담은 아들의 다큐멘터리. 미술교사로 평생을 산 아버지는 은퇴 후 ‘몽마르트 거리 화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파리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도전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 Book # 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 (키만소리 저·책들의정원) 엄마는 해외로 떠난 딸을 그리워하며 자신도 영어공부를 해서 혼자 해외여행을 가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거부한 그녀는 ‘현자 씨’라 불러 달라며 가족들에게 선포한다.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며 ‘나다운 나’로 살고 있는 현자 씨의 홀로서기 에피소드를 웹툰과 에세이로 담았다. 자신의 이름 석 자로 인생 2막을 살며 못다 한 꿈을 이뤄가는 당당한 꽃중년의 모습을 그린다. #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신정근 저ㆍ21세기북스) 베스트셀러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에 이은 신정근 교수의 신작. ‘중용’의 원문 중 신중년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60개의 명문장을 엄선해 인생의 무게 중심을 잡는 법을 일러준다. #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수지 홉킨스 저ㆍ에프)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딸에게 전하는 엄마의 사랑과 조언을 담은 그림 에세이다. 엄마가 떠나고 딸이 홀로 할 일들을 날짜별, 단계별로 보여주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처방전도 제시한다. # 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저ㆍ시공사) 북극에 고립된 78세 천문학자와 지구로 귀환 중인 우주비행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 느낀 지난날의 사랑과 회한을 그린 소설. 극한 상황 속 인간의 고독과 복잡한 내면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 어반 우즈맨 (맥스 베인브리지 저ㆍ목요일) 우드 카빙으로 숟가락, 주걱, 도마 등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을 손수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재 구하기부터 도구 사용법, 관리법 등 초보자를 위한 목공 매뉴얼이 자세히 실려 있다.
- 2020-01-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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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어로 금융 지식을 알려주는 윤현숙 씨의 제2의 인생
- 우리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튜브 방송이 있다. 바로 수어를 통해 금융 지식을 알려주는 ‘윤쌤의 쉬운 금융 수어’이다. 신한은행에서 27년 동안 일하고 퇴직한 윤현숙 씨가 제2의 인생을 열며 운영을 시작. 과연 이 독특한 콘텐츠는 어떤 연유로 출발하게 된 걸까? 이런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 목소리에서부터 훈훈한 온기가 전해지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현숙 씨는 1972년생으로 1991년 3월에 조흥은행에 입사했다. 그 후 조흥은행은 신한은행과 통합해 상호를 신한은행으로 변경했고, 그녀는 27년 동안 신한은행 지점 VIP실에서 일하며 차장직까지 올랐다. 그리고 2018년에 희망퇴직을 했다.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썩 건강하지는 않았어요. 특히 두통이 심했죠. 그게 심해지더니 아무 증상 없이 갑자기 정신을 훅 잃어버리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엎드려 있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 일하는 날이 많았죠. ‘오늘은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때도 있었는데, 다행히 회사에서 명퇴 기회를 주셔서 선택하게 됐죠.” VIP실이라고 하면 흔히 편한 업무를 하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그녀는 나름의 지독한 전쟁을 치렀던 셈이다. “사직서는 컴퓨터로 작성해서 제출하면 됐어요. 다 쓰고 나니 ‘누르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내용의 팝업이 뜨더라고요. 바로 제출을 눌렀죠.(웃음)” 그녀는 퇴직하자마자 바로 수어 학원에 등록했다. 수어(手語)를 배워 청각·언어장애인들을 돕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2014년에 일했던 지점에는 장애인 고객이 많이 왔어요. 그들을 보다 보니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보고, 자신의 업무를 다 처리하지 못하고 가는 안타까운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죠. 그때마다 내가 수어를 할 줄 알면 해결해줄 수 있을 텐데 싶었죠.” 수어는 당연히 인사부터 배웠다. 처음이라 실수도 많고 아직 서투르다. 하지만 태어나서 경험하는 가장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수어를 배우는 그녀가 유튜브와 만나게 된 것은 노사발전재단 금융센터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을 수강하면서부터였다. “수어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 싶었죠. 그러다가 나에겐 금융 지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유튜브에 많은 금융 정보가 있지만 수어로 알려주는 동영상은 없었어요. 내가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죠.” 은행에서 27년 동안 VIP 고객을 상대한 만큼 그녀의 금융 지식은 프로페셔널하다. 은퇴설계전문가, AFPK, 부동산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변액보험·손해보험·제3보험·생명보험 대리점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보이스 피싱이나 금융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은 금융 정보를 잘 알 수가 없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어서 금융 정보를 얻기 힘들고, 은행에서도 적극적으로 케어할 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실 일을 그만둔 다음에는 다시는 금융 일을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가진 지식이 도움이 된다면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금융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얻어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사기를 안 당하면 좋겠어요.” 아름다운 손끝으로 나눌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2인생을 발견한 윤현숙 씨. 그녀는 알기 쉬운 금융 수어가 세상을 이롭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잘해서 하게 되는 일은 없다”는 말에 용기 얻어 자신의 지식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마음으로 1인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윤현숙 씨에게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죠. 그리고 퇴직한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여행 얘기만 하는데, 여행은 남편이 퇴직하면 같이 가기로 했어요. 그동안은 봉사할 수 있는 수어 실력을 탄탄하게 쌓을 생각이에요.” 단순한 제스처 혹은 손짓이라는 의미가 강한 수화(手話)보다 언어적 역할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는 수어는 2016년 수화언어법이 통과되며 언어로 인정됐다. 이후 방송뿐만 아니라 관공서의 연수, 세미나 등은 물론 동네 주민센터에서 회의를 할 때도 수어 통역사 배치가 필요해졌다. 윤현숙 씨는 수어 통역을 할 때 단순히 기계적으로 언어만 번역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의 문화는 독특해요. 그분들에게 좀 더 쉽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에 해박해야 해요. 이 모든 걸 꿰뚫고 있어야 그분들을 잘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녀는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말 많이 고민해보라”고 조언했다. 수어 통역사가 애초의 바람이었다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어찌 보면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녀는 유튜브 동영상 제작 방법을 가르쳐준 선생님이 “잘해서 하는 것은 없다, 계속 깨지면서 하는 거다”라고 한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서툴러도 빨리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금융을 비롯해 재무설계 상담도 하고 싶어요. 자산가들의 금융이 아니라 파산 직전에 처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드리면서 그분들의 마음까지 보듬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19-12-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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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테이너 하우스 짓고 다시 신혼처럼 살아요”
- 꿈이 유예되는 날들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었던 부부는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아파트를 팔아 한적한 시골마을로 들어가 난생처음 지은 집은 2층짜리 컨테이너 하우스. 1만여 장의 LP 음반이 놓인 공간은 자연스럽게 ‘음악 카페’가 됐다. 어느 볕 좋은 날, 정성 들여 쓴 ‘프럼나드’ 간판을 걸고 김기호(金基鎬·74) 씨는 스피커 볼륨을 한껏 높인 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들었다. 아내 양정필(楊汀畢·64) 씨는 커피를 내리고 달콤한 과자를 구워냈다. 해가 지면 파주 탄현면 만우리의 노을이 부부의 마음을 자주 물들인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차로 10여 분간 더 달리니 시골마을이 눈앞에 펼쳐졌다. 너른 논밭의 곡식들이 땀 흘리며 받아내는 가을볕은 꽤나 뜨거웠다. 고운 마을길에 끌려 차바퀴는 무턱대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고 하마터면 목적지를 지나칠 뻔했다. 김기호, 양정필 부부가 사는 컨테이너 하우스는 마을 안쪽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었다. 뒤쪽으로는 야트막한 산이 이어져 있고, 아래쪽으로는 옹기종기 민가가 모여 있는 조용한 동네였다. 부부의 철학이 담긴 집 부부가 이 마을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건 2016년. 무역업을 하던 남편이 도시에서의 삶은 그만 정리하고 시골에 가서 살자는 제의를 했다. 고등학교 교장이었던 아내는 정년이 아직 몇 년 더 남아 있었지만 그 뜻을 따랐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소망해온 삶이었기에 도시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 땅을 사고 집 짓는 일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잖아요. 오래 고민한다고 반드시 좋은 결정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도 맘에 드는 땅을 구하기 위해 김포, 강화, 양평, 가평, 춘천 등지로 많이 돌아다녔지요. 그러다가 문득, 너무 먼 곳에 살면 자식들이나 친구들이 만나러 올 때 사방 막히는 길에서 시간을 다 허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몸이 아플 때를 대비해 병원과의 접근성도 고려해야 했고요. 파주가 그런 기준들에 가장 적합했어요.” 땅을 매입한 뒤에는 컨테이너 하우스 견적 상담을 받았다. 서울을 떠나면 절대로 집을 마련하는 데 큰돈을 쓰지 않겠다는 철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울 텐데 시골에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느냐”며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조언을 했지만 계획은 흔들리지 않았다. 주변에서 내 집 짓다가 10년은 폭삭 늙어버렸다는 얘기도 많이 들려왔고, 무엇보다 20여 년 전 외국에서 본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꼭 살아보고 싶었다. “사업 차 덴마크에 갔을 때 바이어가 자기네 집에서 자라며 데리고 갔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동이 가능한 컨테이너 집이더라고요. 일반 주택과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건물이었어요. 감탄했지요.” 대지 137평에 지은 부부의 컨테이너 하우스는 토목공사비 7000여 만 원, 총 55평의 건축비 1억5000여 만 원이 들었다. 땅값까지 다 합쳐봐야 4억 원도 안 되는 비용에 2층짜리 집을 번듯하게 세운 것이다. 공사기간도 단축했다. 주방 설치 등의 내부 공사와 함께 상하수도 연결, 마무리 페인트칠까지 2개월여 만에 끝냈다. 아파트 살림에 비하면 관리비도 절반밖에 안 됐다. “비용이 많이 절약됐어요. 나이 들어 큰 집에 살면 관리하기만 힘들지 무슨 쓸모가 있겠어요. 우리가 죽은 뒤에는 자식들이 들어와 살 거 아니면 이 집은 고철로 팔아버리면 돼요. 일반 주택은 철거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컨테이너 하우스는 그런 면에서 친환경 건축이라 할 수 있지요. 폐기비용도 거의 안 들고 재활용도 가능하니까요.” LP 음악 들으며 떠나는 시간 여행 그렇게 부부의 철학이 녹아든 집은 독특한 외관으로 방송과 신문에 종종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LP 음반 위에서 바늘이 치직거리며 불러오는 노래가 좋아 음악 카페에 찾아오는 단골도 생겼다. 대부분 지긋한 나이에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이다. 만나면 자기 사연 하나씩은 있는 음악 감상도 하고 레코드 너머로 먼지 쌓인 추억담도 나눈다. 김기호 씨가 가장 아끼는 물건은 1만여 장의 LP 음반. 다양한 장르의 명작 DVD도 4000여 장이나 된다. 이 보물들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방법을 찾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 사시는 할머니가 방송을 보고 가족과 함께 여길 찾아왔어요. 나이 드신 분이 오셨으니 이미자 노래를 선곡해 들려드리려 했더니 ‘노’ 하시면서 레이 찰스의 아이 캔트 스톱 러빙 유(I Can't Stop Loving You)를 틀어달라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젊은 시절 팝송깨나 들으신 분 같았어요. 어느 날은 한 분이 조안 바에즈 앨범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길래 그 이유를 물었더니 첫 월급 타서 그 판을 샀다가 엄마한테 제정신이냐며 등짝을 맞았대요. 노래를 듣다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난 거죠.” 프럼나드에 오는 사람들은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아파트에 살 때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음악을 실컷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김기호 씨는 요즘 그 바람을 제대로 성취하며 지낸다. 그러나 “시골에 가면,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겠다”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아내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자신을 일개미로 표현할 정도로 남편은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1년 정도는 게으름을 좀 피우며 지낼 줄 알았는데 3개월 만에 손들고 말았다. “매일 하는 일 없이 노니까 죽을 날 받아놓고 기다리는 것 같더래요. 어느 날 학교에 김치배달해주는 일을 구하더니 새벽 4시에 일어나 나가더군요. 조금 하다가 그만두겠지 했는데 그 힘든 일을 1년 넘게 하더라고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나이 먹어도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대요. 요즘은 남편이 사업할 때 하청을 주던 회사에 일자리 하나 만들어 달래서 거길 다녀요. 최근에 연봉을 더 올려줬다는 걸 보니 일을 잘하긴 하나봐요.(웃음) 무리하면 걱정이 되지만 적당히 일하니까 건강해 보이고 좋아요.” 김기호 씨는 은퇴 후에도 체력 유지를 위해서 일은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 시간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질 수 있고, 경제적 활동을 하면 집 안의 평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퇴직한 지 6개월 된 지인이 얼마 전에 저희 집엘 왔어요. 퇴직금 등 가진 돈이 좀 있기는 하지만 일자리를 찾고 싶어 하는 눈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찾아보면 일거리 많다. 공장이라도 다녀라. 그동안 해온 일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 노동은 다 똑같다’라고요.” 기호 씨와 정필 씨가 사랑하는 법 아내 양정필 씨는 남편이 출근하면 그제야 느긋하게 카페 문 열 준비를 한다.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이 많아도 반갑지 않다. 매일 한두 팀 정도만 와서 즐겁게 잘 놀다가 가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끔 들르는 손님들도 전직 교장선생님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곳이 조금은 특별한 공간이라며 편안해한다. “문은 오전 10시쯤 여는데, 일찍 오는 손님들은 없어서 상황 되는 대로 올라와요. 저는 이 시간이 제일 좋아요. 커피 한 잔 내려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신문을 읽고 있거나 자연과 눈 맞추고 있으면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제가 만났던 사람들은 학생, 선생, 학부모밖에 없었잖아요. 여기 와서 다양한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사회 경험을 새로 하는 느낌이에요. 전혀 몰랐던 세계도 알게 되고요. 우리 사회를 그동안 이끌어온 사람들이 이분들이구나 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김기호 씨는 배우자와 뜻을 같이하면서 해로하면 그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부부가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면 다툴 일이 많을 거라고 했지만 아내가 커피도 내려주고 쿠키도 구워주고 또 음식을 이렇게 잘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면서 “마치 새 여자하고 사는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아내는 제가 외출할 때면 ‘지갑 좀 검사하겠습니다’ 하고 10만 원씩 넣어줍니다. 옛날부터 그랬어요. 이렇게 존중해주니까 저도 아내를 받들어 모시게 됩니다.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아내 입에 먼저 넣어줍니다. 그러면 얼마나 사랑받는 느낌이 들겠어요. 학교에서 근무할 때도 한 달씩 혹은 보름씩 여행을 간다 하면 ‘당신은 선생이니까 많이 알아야 해, 잘 다녀와’ 하고 응원해줬어요. 황혼 이전에는 그렇게 살다가 여기 와서 또 아내를 겪어보니 제가 알던 마누라가 아니더라고요. 음식도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 모습이 새롭고 예뻐요. 다시 신혼을 사는 기분입니다.” 양정필 씨는 그동안 나이 드는 걸 완숙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환갑이 넘으면서부터는 주변 사람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끔은 서글픈 마음도 들 때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건강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다 잃는 거니까요. 저는 ‘남편 바보’이기도 하지만 나이 드니까 배우자가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이에는 그래서 사랑보다는 존경을 하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하기 전에 남편에게 ‘당신 삶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예요?’ 하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당신이 날 존중해줬으니 당연히 브라보 마이 라이프지’ 하더라고요.(웃음)” 인생 후반전. 더 반짝이는 사랑을 시작한 부부는 요즘 마음의 표현도 자주 한다. 상대에게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는 것은 도둑 심보라는 것. 그래서 매일 아침 일어나면 고백하듯 아낌없이 말한다.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 2019-11-19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