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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텍트 문화 생활로 즐기세요
- 코로나19 여파로 박물관, 미술관은 물론이고 영화관에도 관객이 없다. 아예 휴관을 한 문화공간들이 많아서 딱히 어딘가를 갈만한 곳도 없다. ‘TV는 내 친구’도 하루 이틀이고 유튜브로 좋아하는 음악이며 동영상 짤 등을 찾아보는 이제 볼만큼 봤다. ‘궁하면 통하는 법’.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이룩한 재빠른 응용력에 5G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하는 한국 사회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문화계에 부는 코로나 19 적응시대의 문화 공유는 기존 오프라인 관람객에 온라인 관람객을 추가하는 쪽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는 오프라인에 온라인 관람을 추가하는 추세지만 앞으로 문화계는 온라인 관람 및 향유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스나 콘텐츠를 신문이나 방송 등으로 소비하던 시대에서 현재는 모두 인터넷 및 SNS 등 온라인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과 같은 문화적 대변혁의 시대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말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앞으로는 BC가 Before Christ가 아니라 Before Corona를 가르치는 단어가 될 것’이라는 칼럼을 실어 전세계 지식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만큼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의 한 기원을 가르는 충격적 문화현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한결 같은 학자들의 전망이다. 현재 K 방역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전 세계적인 찬사를 얻고 있는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온라인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그 동안 온라인 분야가 부수적인 분야로 머물렀던 문화계의 온라인 공유는 음악 공연과 미술 전시회 등 전 분야에서 자리잡고 있어 문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문체부와 문체부 소속 산하기관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한데 모아놓은 문화포털에서는 ‘집콕 문화생활!’이라는 콘셉트로 방구석에서 즐기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 등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들을 소개해놓았다. 무료로 즐기는 고품격 온라인 공연 ◇국립국악원 지난달 17일부터 주중 매일 오전 11시에 국악 한 편!! 이라는 슬로건으로 춘향가, 심청가, 가야금산조, 남도시나위 등의 공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난 공연도 감상할 수 있으므로 언제든 들어가서 즐길 수 있다. ◇국립극단 온라인 상영회 국립극단은 2016년에 공연했던 세익스피어 원작의 ‘실수연발’을 온라인 상영하고 있다. 1시간 55분 공연 전작이 올라와있어 코로나로 방콕하고 있는 연극팬들을 위한 훌륭한 팬 서비스라는 댓글 호응이 뜨겁다.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소된 현대무용 공연 ‘혼자 추는 춤’ 시리즈의 10개 작품을 무관객 공연으로 제작, 무료 감상할 수 있도록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방구석1열에 딱 알맞은 콘텐츠. 야외 생활이 아무래도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코로나 정국에서 방구석에서라도 따라 하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경쾌한 공연이다. 강추!! ◇국립오페라단 ‘집콕 오페라 첼린지’라는 이름으로 국립오페라단이 긴급 업로드한 작품은 2019년 10월 상영했던 ‘호프만 이야기는 2시간 41분 공연 전작이 국립오페라단 공식 유튜브 체널에 올라가 있다. 1주일에 1편씩! 보고 싶었던 오페라 전막 감상에 도전하기라는 부제가 붙은 국립오페라단의 집콕 생활 응원 오페라 공연은 평소 접하기 힘든 공연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도전해볼 만한 추천 집콕 생활이다.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은 무용단원이 직접 지도하는 집콕 스트레칭 영상 및 가극단원이 지도하는 배우들의 환절기 기관자 꿀팁 등 ‘스펙TV특별편’을 제작해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꿀팁을 전수하고 있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 손안의 콘서트’ 시리즈를 통해 현악 5중주, 바이올린 4중주와 더블베이스, 퍼커션, 플루트 4중주 및 클라리넷 5중주 등 실내악을 중심으로 무관객 공연 생중계를 실시한다. 집에서 답답하게 머무르는 오케스트라 애호가들이라면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만한 프로그램. ‘내 손안의 콘서트’ 지난 공연까지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있다. 심심한 손자손녀와 함께 온라인으로 즐기는 문화 콘텐츠 ◇어린이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산하의 어린이박물관에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전시 및 영상이 모여져 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 산하에도 어린이박물관이 마련돼있어 온라인 놀이 체험 공간이 마련돼있다. 이곳 사이버놀이터에서는 컴퓨터로 민속놀이를 컬러링 하면서 시간을 보내며 민속 놀이를 배우는 코너가 있고 놀이체험마당 코너에는 지도 퍼즐 맞추기, 물건 알아 맞추기, 다른 그림 찾기, 네오 점프, 에어리언 점프, 컬러 점프, 네오 매치 등 어린 자녀 및 손자 손녀와 함께 즐기기에 적합한 교육 사이트다.. ◇국립국악원의 e-국악아카데미 국악 애니메이션을 통해 엉덩이가 들썩이고 흥이 절로 나는 국악 교육을 시킬 수 있다. 어린이들이 보다 쉽게 국악을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국악 형태의 창작동요 나는야 껌딱지, 꽃마을, 밥도독, 밤밤밤부리, 별님이 가시연꽃에게, 아침소리 등의 창작동요 10곡 이외에도 60여개의 창작동요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업로드 돼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한국 전래동화, 외국 전래동화, 창작동화 등의 동영상 동화 456편이 영어 및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태국어 등의 5개국 언어로 자막 처리돼 구비돼있다. 손자손녀와 함께 보며 다국어 동화구연 교육을 통해 언어교육과 동화 교육을 함께 시킬 수 있는 곳이다.
- 2020-04-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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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호들의 핫플레이스
- VVIP에게만 허용된 초호화 공간부터 소박한 맛집까지, 전 세계 슈퍼리치들이 사랑하는 핫플레이스를 소개한다. 글 브라보 마이 라이프 편집국 bravo@etoday.co.kr ◇ 쿠알라룸푸르 ‘마인즈 리조트&골프 클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명문 골프장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마인즈 리조트&골프 클럽’은 상위 1% 슈퍼리치를 위한 멤버십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엄격한 선별 과정을 통해 500명 미만의 소수정예 회원만을 수용한단다. 덕분에 방문객이 거의 없어 여유롭게 황제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 코스로도 유명한 이곳의 63개 홀 중 18개 홀은 한국 골프 여왕 박세리가 직접 설계에 참여했다. 코스 중심에는 60만 ㎡가 넘는 거대한 호수가 있는데, 마인즈 리조트 쇼핑몰과 연결돼 유람선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마치 바다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코스의 그린피(green fee)는 4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더 클럽’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는 회원은 물론 자식과 손주 세대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더 클럽’이 있다. 6만9000㎡의 너른 부지에 들어서 있는 호텔과 레스토랑, 최고급 레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한마디로 상류사회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피트니스, 사우나, 골프 연습장, 풋살, 테니스, 농구 코트 등 다양한 운동시설은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클럽을 구현하고 있다. 회원 전용 시설은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을 배려한 노력이 엿보인다.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에는 어린이를 위한 모래사장과 키즈풀이 있고, 사우나에서는 가족이 함께 즐기는 ‘패밀리 데이’를 진행한다. 키즈 클럽은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피트니스의 종목별 주니어 레슨은 시즌에 따라 새로운 주제로 운영된다. ◇ 빌리어네어숍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1300억 원짜리 요트를 살 수 있을까? 슈퍼리치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빌리어네어숍’에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이 사이트 카테고리는 요트를 비롯해 전용기, 헬리콥터, 자동차, 모터사이클, 시계, 레지던스 등 심플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어마어마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3억1950만 유로(약 4161억 원)에 달하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투어 오데온 스카이 펜트하우스가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가 하면 2억6079만3700유로(약 3356억 원)짜리 보잉 B787-8 항공기도 구매할 수 있다. 사이트 내에서 가장 가격이 싼 상품은 명품 모터사이클 브랜드 두카티의 디아벨크로모. 하지만 이조차도 1만6500유로(약 2124만 원)로 만만찮은 가격이다. ◇ 네커 아일랜드 카리브해의 이국적 풍경을 품은 지상낙원. 하지만 1인당 하루 숙박료가 1000만 원에 육박하고 기본 3박 이상부터 이용할 수 있으니 일반인들은 엄두조차 내기 힘든 곳. 영국 기업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이 소유한 ‘네커 아일랜드’는 타인의 시선과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럭셔리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초호화 섬 리조트다. 또한 전 세계 부호들의 단골 휴양지로도 유명한데,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를 비롯해 팝 디바 머라이어 캐리, 자넷 잭슨 등이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객들은 산호초와 터키색의 맑은 바다로 둘러싸인 네커 아일랜드에서 고급스러운 숙박, 워터 스포츠, 최고 수준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용요금은 인원수에 따라 달라진다. ◇ 프레지던트 윌슨 ‘로열 펜트하우스 스위트’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프레지던트 윌슨 호텔의 ‘로열 펜트하우스 스위트’는 하루 숙박비만 약 9000만 원에 달한다. 빌 클린턴, 빌 게이츠, 마이클 잭슨 등 국빈급 명사와 셀럽이라야 예약 가능하다고. 국가 원수나 슈퍼리치가 주 고객인 만큼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서비스가 눈에 띈다. 전용 엘리베이터와 비상구, 금고는 물론 객실 창을 모두 방탄유리로 설치했고, 보안팀이 항시 대기한다. 초호화 객실에서 희귀 고서와 예술품을 비롯해, 큰 창으로 몽블랑 호수와 알프스 산맥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개인 요리사와 집사 등이 특별 서비스도 제공한다. ◇ 거슨 클리닉 1920년대 미국의 맥스 거슨 박사가 창안한 거슨 요법을 중심으로 심신 안정과 건강 개선에 필요한 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거슨의 웹사이트(gerson.org)에서는 멕시코 티후아나(Health Institute de Tijuana)와 헝가리 부다페스트(Gerson Health Center)의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항암을 비롯해 각종 질환 개선을 위해 설립됐으며 유기농 식단을 기반으로 생식 주스, 자연 보조제, 커피 관장 등을 통해 몸의 기능을 돕는 곳이다. 거슨 요법을 선호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두 곳 모두 입소하면 최소 2주 동안 머무르면서 거슨 요법에 기반을 둔 힐링 프로그램을 따라야 한다. 멕시코 시설 이용비는 2주에 1만2000달러(약 1390만 원), 헝가리는 8100유로(약 1043만 원) 선이다. 슈퍼리치가 찾는 맛집은? 55도 와인앤다인 와인의 풍미와 어울리는 요리를 제공하는 ‘55도 와인앤다인’은 주식부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비롯해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의 단골집이다. 이곳 메뉴인 디너 코스 어드밴티지의 가격은 7만5000원으로 샐러드, 수프, 게살크림파스타, 푸아그라파테, 생선요리, 한우등심스테이크, 커피가 나온다. 시로’s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는 미국 시애틀의 초밥집 ‘시로’s’를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코스 메뉴인 시로’s 테이스팅 디너 가격은 65달러(약 7만6000원)로 수프, 애피타이저, 회, 초밥 등이 제공된다. 1130억 달러를 보유한 자산가의 식사 치곤 소박해 보인다. 루스티코 미국 전 뉴욕 시장이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의 단골 식당으로 버뮤다에 있다. 이탈리아식 파스타와 피자가 유명하며, 샌드위치와 샐러드 햄버거 등은 점심시간 한정 메뉴로 판매한다. 지역 해산물로 만든 요리 또한 유명하다. 식사는 전화 예약으로만 가능하다. 레스토랑 오늘 ‘레스토랑 오늘’은 한식을 주제로 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이다. SK그룹이 설립한 식문화 전문 사회공헌재단인 행복에프앤씨재단이 운영한다. SK그룹 총수는 물론 임원진, 인기 연예인 방문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콘셉트에 맞춘 메뉴로 연회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계절마다 바뀌는 코스 요리다. 스미스&월렌스키 20년 넘게 열리고 있는 ‘워런 버핏과의 점심 경매’, 지난해는 약 54억7000만 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귀한 식사 자리는 워런 버핏의 단골 식당으로도 알려진 뉴욕의 스테이크 맛집 ‘스미스&월렌스키’에서 주로 이뤄진다고 한다. 잡어와 묵은지 서울 서초구 소재의 이곳은 만화 ‘식객’ 광어 편에 등장한 맛집이다. 단연 허영만 화백을 비롯해 LG, GS 계열 기업 총수들이 찾는 식당으로도 유명하다. 태안 신진도에서 매일 공수한 생선으로 뜬 회를 2년 숙성한 묵은지에 싸먹는데 그게 아주 별미란다.
- 2020-02-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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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새순이 피어나는 곳
- 멀리 가지 않아도 소소한 풍경을 즐기며 심신을 가다듬어 주는 곳, 세상의 소음을 잊고 평온한 마음으로 한 나절 보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마곡 서울식물원의 겨울 서울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수목원이나 식물원이 100개 가까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도심 근교나 수도권을 벗어난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에 개장한 '서울식물원'은 지하철이나 버스로도 쉽게 가볼 수 있다. 오래전 온통 논밭이었던 때와는 달리 요즘 거길 가면 공항 가는 길 일대의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한다. 마곡 지구로 형성된 그 지역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치솟은 빌딩들이 이미 가득하다. 그곳엔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어느덧 마곡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는 '서울 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미세먼지의 공습과 겨울 추위가 외출을 망설이게 할 때 언제라도 떠나볼 수 있는 곳이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 역에 내리면 지름이 약 100m에 달하는 원형 온실의 멋진 모습이 눈앞에 떡하니 서 있다. 관람객들이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순환하면서 입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된 건축물의 부드러운 표정이 압도한다. 미래도시를 연상케 하는 식물원의 디자인이 얼핏 생명체의 구조를 느끼게 한다.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듯 걷다 식물원은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입구의 열린숲의 안내 서비스를 받는다. 온실 외부로는 한국 정원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여덟 가지 주제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들길을 산책하듯, 아이들의 놀이동산처럼, 사람과 잘 어울리는 자연이 거기 있다. 온실로 들어가면 열대식물원과 지중해식물원이 세계 12개 도시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초의 보타닉 공원이다. 원형 건물의 벽과 천장을 그물 모양의 철제 프레임과 유리로 마감해 하루 종일 햇빛이 가득 들어온다. 시야가 환해서 어느새 마음도 밝아진다. 열대 식물원은 적도 근처 월평균 기온 18°C 이상인 지역으로 하노이, 자카르타, 상파울루, 자카르타, 보고타의 식물을 볼 수 있다. 밖은 한겨울인데 벗은 외투를 팔에 걸치고 산책하듯 걷는 관람객들이 흔하다. 이 겨울에 지구 반대편에서 자라는 이국적인 식물들을 이곳에서 여행하듯 걸으며 즐긴다. 후끈한 열대관에서 지중해관으로 넘어가면 기온이 확 다르다. 이어지는 지중해 식물원은 바르셀로나, 샌프란시스코, 로마 등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하고 온화한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가득하다. 정글처럼 숲을 이루거나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로마의 올리브나 싸이프러스, 아마존을 방불케 하는 숲, 낯선 이국의 식물들이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특히 지중해관 스카이워크 입구 쪽에 우뚝 서 있는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하는 바오밥 나무가 인상적이다. 바오밥 나무를 지나 스카이워크로 올라가 내려다보면 다양한 각도에서 식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숲 위를 걷듯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내려다보는 온실의 푸르름이 평화롭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이국적인 식물들을 즐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를 누려보는 시간이다. 이곳에서 옆문으로 나가면 식물문화센터가 이어진다. 로비 한가운데 시선을 잡아끄는 녹색 샹들리에. 정찬부 작가의 작품 ‘피어나다’가 생동감 있게 밝고 힘을 느끼게 하는 초록 색감이 싱그럽다. 이밖에도 식물전문도서관, 씨앗도서관, 편의 시설이 있어서 궁금한 것을 더 살펴보거나 편안하게 쉴 수도 있다. 초록의 식물 속에서 차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는 연인들이나 체험 프로그램에 몰두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이쁘다.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 마곡 문화관 식물원 밖 뒤편 쪽으로 '어린이정원학교'와 '마곡 문화관'이 보인다. 마곡문화관은 예전에 가뭄이나 대홍수에도 안정적인 논농사를 위한 물관리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에 건립되었고 등록문화재 363호로 한국 근대 산업 문화유산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축물로 보존가치가 크다. 한때 용도 폐지되었던 것을 복원하여 1층은 기획전시실, 2층은 상설전시실, 지하엔 배수펌프관이 있다. 1928년 지어진 일제강점기의 펌프장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가 되고 있다. 근대문화적 건축물의 분위기 때문에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낮보다 아름다운 식물원 호숫가의 밤 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호수의 야경은 더없이 좋은 산책로다. 식물원을 감싸던 노을이 지고 가로등이 켜지면 고요함과 한적함 속에서 고품격의 산책을 제공한다. 신비로운 조명이 호수에 반영되고 영화처럼 그 길을 걷는 맛을 즐겨볼 일이다. 이른바 마곡의 핫플로드다. 멀리 가지 않아도 “훌쩍 떠나고 싶어”고 종종 이런 말을 한다. 그렇게 일상에서 멀찍이 벗어나면 과연 자유로운 영혼이 이입되고 막연하게 그려오던 신기루에 다가갔을까. 더러는 여행 폐인처럼 무수한 날들을 멀리 떠나 있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때로 감흥 없을 때가 있다. 과연 그런 날들이 어떤 시간을 제공했을지 생각해 본다. 머나먼 곳을 찾아가는 일은 돈과 시간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다만 일상에서 내 안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편안함과 관대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값비싼 티켓으로 외국의 이름난 성지나 낯선 곳을 누비고 돌아오면 그 거리만큼 영혼이 치환되었을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하루쯤 가뿐히 식물원을 다녀오면 알 수 있다. 날마다 새순이 피어나는 곳, 온실의 채광 아래서 산소 뿜뿜하는 식물들의 생명력과 함께 숨 쉬는 시간은 더없이 충만한 시간이었음을. 멀리 가지 않아도. -주소 :서울 강서구 마곡 동로 161 서울식물원 △여행정보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8번 출구 (도보 10분) ▷ 주제원 (7번 진입구) -9호선 마곡나루역 3, 4번 출구 연결 ▷ 열린 숲 (1번 진입구) *버스 -겸재정선미술관 정류소 하차(도보 2분) 672, 지선 6631, 6642, 6712 -마곡나루역 정류소 하차 (열린숲 도보 5분) 672, 6642, 6645, 6648, * 운영 시간 평시(3~10월) : 오전 9:30 ~ 오후 6시 동절기(11~2월) : 오전 9:30 ~오후 5시 (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은 연중무휴. 주제원은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입장- 6세미만 65세이상, 1~3급 장애인(보호자1인 포함), 4급~6급 장애인 본인, 국가유공자, 참전용사증소지자, 서울특별시 명예시민증 소지자 - 공원구간(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무료 - 주제원 유료-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제로페이 결제 시 30% 할인. -평소에도 특별전시나 이벤트를 자주 하므로 언제 가더라도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 식물원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양천 향교가 있다. 향교로 올라가는 길에 홍원사(弘願寺)라는 절이 있고, 거기서 한 발짝 더 걸으면 오래된 국숫집이 보인다. 이름조차 '옛날국수' 집이다. 오래 전의 향수 어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침 날이 흐려서 만들어 놓은 국수가 처마 밑 구석에 한 줄로 모여져 있다. 햇빛 쨍한 날이면 주렁주렁 널어놓은 국수를 볼 수 있다. 몇 걸음 더 걸어가면 '양천 향교(陽川鄕校)'가 보인다. 조선 태종 11년에 만들어져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향교다. 이름은 양천향교지만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해 있다. 대숲으로 둘러싸인 주변과 함께 옛 시절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능소화가 향교 담벼락을 뒤덮는 초여름 무렵 다시 찾아가 볼 만하다. 양천 향교에서 이어진 골목을 통해 걸어가면 '궁산 근린공원'이 강서지역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그곳의 궁산 기슭에 ‘궁산 땅굴’이 나타난다.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대 대륙 침략의 기지로 쓰인 김포비행장과 한강 하구 일대를 감시하던 일본 군부대의 본부와 탄약고 등으로 사용된 곳. 이렇게 아픈 역사가 곳곳에 있다. 기억해야 할 역사의 현장이다. 그 옆으로 우리 산천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가 겸제 정선의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진 ‘겸제정선미술관’이 궁산을 배경으로 앉혀졌다. 화가의 작품과 예술적 업적을 볼 수 있으며 기획전시와 체험문화공간도 있다. 한국화의 대표적인 화가의 작품 속에 들어가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또 미술관 주변에 '허준박물관'도 있어서 들러 볼만 하다. 박물관 둘레의 산책로를 걸으며 옛 시간의 향기를 즐겨볼 수 있다. 서울 식물원을 비롯 주변의 볼거리도 놓칠 수 없는 서울 서남지역이다.
- 2020-01-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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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의 근력 키우는 즐거움, 마음 근력도 는다
- 춥다고 가만히 있으면 제일 걱정되는 것. 바로 불어나는 몸무게다. 몸을 움직여 땀을 내는 것도 겨울을 건강하게 이겨내는 방법. 가족들과 함께 시니어가 즐길 만한 이색 실내 스포츠를 찾아봤다. 1. 하늘을 나는 체험 ‘실내 스카이다이빙’ 하늘 높이 올라가서 뛰어내려야만 할 수 있었던 스카이다이빙 체험 시설이 지난 1월 용인시에서 개장했다. 플라이스테이션에서는 시속 360km의 바람이 부는 10m 높이의 윈드터널 안에서 장비 없이도 시원하게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개인의 체형과 몸무게 등을 고려해 바람을 조절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안전한 무중력 비행이 가능하다. 바람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므로 전신 스트레칭은 물론 유연성도 높여줘 건강 증진에 좋은 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이나 미주 지역에서는 새로운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익스트림 스포츠로서의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는 중. 2015년부터는 국제항공연맹에서 주최하는 세계대회도 인기다. 2030년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곳에는 플라잉 체험, 플라이 스쿨, 프로 플라이어로 코스가 나뉘어 있는데 처음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플라잉 체험 코스를 이용한다. 시설 이용 전 인터넷에서 예약을 하고 가면 좋다. 이용해본 고객들은, 사전 예약을 해도 절차를 위해 현장에서 많이 기다리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여유 있게 갈 것을 권했다. 예약 확인, 장비 대여와 착용, 자세와 안전교육을 받는 시간도 꽤 걸린다고 한다. 체험은 전문 코치와 함께 한다. 이때 코치의 화려한 시범을 감상할 수 있다고. 혼자서도 해보고 전문 실력을 키우고 싶으면 플라잉 스쿨 등록 후 기본자세를 배워야 한다.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었다면 이곳에서 실현해도 좋을 것 같다. 이외에 어린이 놀이공간인 트램펄린도 있고, 실내 암벽 시설도 갖추고 있다. 내부 출입이 쉬워 굳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아도 특별 장면을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은 출입이 제한되고 건물 안에서는 절대 금연이다. 체험은 전문 코치와 함께 한다. 이때 코치의 화려한 시범을 감상할 수 있다고. 혼자서도 해보고 전문 실력을 키우고 싶으면 플라잉 스쿨 등록 후 기본자세를 배워야 한다.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었다면 이곳에서 실현해도 좋을 것 같다 2. 쏘는 맛이 있다 ‘사격·양궁’ 유원지나 지역 축제에 가면 빠지지 않는 것이 사격장이었다. 과녁이 아닌 인형을 맞춰 넘어뜨리면 상품으로 그 인형을 집으로 가져가곤 했다.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스포츠와 오락기능이 더해져 다시 생겨났다. ‘리얼샷 사격양궁장’은 사격과 양궁을 합쳐놓은 곳으로 전 세대가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지금까지는 사격장과 양궁장이 따로따로 운영돼왔는데, 최근에는 복합놀이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대학로와 홍대, 한양대, 직장인이 많은 종로 등지에 총 일곱 곳이 문을 열었다. 사격양궁장이 생겨나는 지역은 대부분 도심이라 젊은이들의 방문이 많지만 어린아이부터 시니어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체격에 맞는 총과 활을 구비해놓았다. 양궁은 리커브 보우와 컴파운드 보우 두 가지 종류다. 리커브 보우는 스포츠에서 흔히 보는 활이고, 컴파운드 보우는 활시위를 쉽게 당기는 조준장치를 해놔 초보자도 쏘기 편하다. 양궁장의 과녁 거리는 기존 양궁장보다 짧다는 것이 특징. 일반 오락형 양궁장이 과녁까지의 거리가 10m라면 이곳은 7m밖에 안 된다. 양궁 선수처럼 먼 거리의 과녁을 향해 힘들게 활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과녁을 확인하며 부담 없이 활을 쏠 수 있다. 과녁과의 거리가 멀면 화살이 중간에 떨어질 수 있어 흥미를 잃게 된다. 리얼샷 사격양궁장은 거리도 짧고 활도 다양해 팔에 힘이 없는 여성과 아이, 시니어도 즐길 수 있다. 양궁장은 다른 곳보다 과격 거리가 짧지만 사격장은 꽤 멀다. 거리가 좀 있어야 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소총뿐만 아니라 권총, 저격용 총, 연사 총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다. 사격 4종류에 양궁 2종류 도전이 이용객 호응도가 높다. 이용료는 권총(24발) 3500원, 소총(32발) 4500원, 저격총(24발) 5500원, 연사(100발) 5000원, 양궁 리커브 보우 6500원, 컴파운드 보우 8000원이다. 이용시간이 20~30분 내외이기 때문에 회식이나 가족모임 후 간단히 하기에 좋은 놀이다. 두 종목 모두 간단한 교육을 따로 받고 시작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좋은 점수를 내면서 즐길 수 있다. 3. 중력을 이겨내며 오른다 ‘실내 클라이밍’ 실내 스카이다이빙이 중력의 힘을 받지 않는 스포츠라면 클라이밍은 중력을 이겨내면서 한 발 한 발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암벽 위를 오르내리는 운동이다. 고난도로 보이지만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동호회에서 클라이밍을 하는 이들을 보면 초등학생부터 50세 이상 시니어 등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70세 이상 장년층도 여럿 있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실내 암벽등반은 가능하지만 안전을 위해 기초교육을 받는 게 좋다. 한 번만 교육을 받아도 클라이밍을 할 수 있도록 체험교육이 암장마다 준비돼 있다. 기초교육을 통해 중심 잡는 법, 손과 발 쓰는 법, 몸의 중심 이동법 등을 배울 수 있다. 교육을 받은 후에는 자유롭게 시작하면 된다. 1일 체험비는 성인 2만~2만5000원대, 청소년 1만5000~2만 원대다. 실내 암장의 높이는 3m에서 5m 정도. 높이에 따라 대략 20cm, 높은 곳은 50cm 정도 되는 두께의 쿠션을 바닥에 깔아놓아 부상 위험을 줄였다. 물론 모든 운동이 부상에서 100% 해방될 수 없기 때문에 안전 규칙을 따르는 게 철칙이다. 최근 클라이밍은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클라이밍이 다양한 방법으로 전신을 쓰면서 오르는 역동적인 운동이나 다른 운동을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이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특화된 근육이 없어도 걷는 데 이상이 없고 자기 몸을 견딜 힘만 있다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 클라이밍에 필요한 근육은 클라이밍을 통해 기르면 된다. 기초 체력을 걱정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모든 운동이 그러한 면이 있지만 암벽 운동의 장점은 긍정적 마인드를 배가시키는 데 있다고 스마트 클라이밍 안대운 센터장은 말했다. “암벽을 타면서 동작을 제대로 못하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정신으로 벽에 매달린다”며 이를 통해 “생활도 활력 있게 바뀌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했다. 아울러 “특정 부위가 발달하기보다는 다리와 코어, 상체 근력 등 몸이 전체적으로 좋아진다”고 조언했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실내 암벽등반은 가능하지만 안전을 위해 기초교육을 받는 게 좋다.
- 2019-12-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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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저 왕 먹읍소” 넉넉하게 먹는 제주 한 끼
- 트레킹과 맛집 순례가 대세다, 방송과 각종 매체들이 국내는 물론 산티아고 순례길 등 해외 코스까지 샅샅이 소개하고 있다. 과장되고 억지스런 스토리가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경쟁적으로 취재에 나섰으니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겠고, 그러다 보니 무리한 소개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니어 세대를 위한 길과 맛 소개는 소홀하다. 시청률이나 구매력 면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동년기자들을 통해 편하게 걸으면서 그 지역의 특별한 맛도 즐길 수 있는 ‘Road & Food’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탐라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오 솔레 미오’ 제주의 풍광은 역시 항상 ‘정답’이다. 더욱이 지금은 가을철임에랴. 먹거리 취재만 아니라면 오늘은 햇빛을 받으며 해안길 따라 하염없이 걷고 싶다. ‘오 솔레 미오(O Sole Mio)’라도 멋들어지게 부르면서. 그러나 우선 먹거리 취재부터 해야 한다. 하긴 걸으려면 뱃속을 채우는 게 우선이기도 하겠다. 먹방 프로그램에 많이 소개됐다는 우진해장국(제주시 서사로 11)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사진기자가 9시에 식당에 가서 대기번호표를 받았다. 대기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1만9000원의 고사리해장국이 별미다. 그러나 소중한 아침 시간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각자가 선택할 사항이겠다. 모슬포에 사는 친지의 권유로 사계리 해안을 돌기로 했다. 그의 제안에 따라 오늘은 숙소가 있는 곳에 차를 놔두고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를 타고 아주 멀리까지 갔다(꽤 빙빙 돈다). 같은 제주 섬인데도 북쪽 제주시 해안과 느낌이 확연히 다른 남서쪽 해안의 풍광이 보인다. 제주에 올 때마다 이런 느낌이 계속 드는 건 아마도 도시화 진척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통량도, 바닷가 풍경도 차이가 난다. 실제로 가파도 선착장 근처에서는 몇 명의 해녀가 바닷속으로 들어가 소라, 전복 등을 캐고 있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자연산! “이거 모두 3만 원에 사서 듭소!” 해녀 한 분이 권하는 대로 꽤 많은 양의 소라를 사서 먹기로 했다. 해녀가 근처 탈의실에 가서 초고추장을 가져오더니 그 자리에서 소라를 까서 바닷물에 씻어준다. 오도독오도독 씹히는 식감과 함께 상큼하게 올라오는 바다 맛이 별미다. 이번 제주 취재 여행의 먹거리 중 으뜸! 간식은 간식이고 점심은 또 해야겠기에 일대에서 밀면 맛있다고 소문난 산방식당(서귀포시 대정읍 하모이삼로 62)을 찾았다. 부산에서 많이 먹는 밀면은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들이 냉면이 그리울 때 메밀 대신 밀로 만들어 먹은 음식이다. 이 식당은 밀면 맛도 좋지만 돼지 수육이 별미로 꼽힌단다. 특이하게도 제육을 찍어먹는 양념으로 고추장을 내온다. 새우젓과 된장을 찾으니 단호하게 없단다. 점심식사 후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추사 김정호 유배지를 돌아보고 서귀포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이중섭 기념관도 찾았다. 9년간 이곳에서 유배생활을 한 조선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서예가인 추사는 유배지에서도 후학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구석구석 그의 흔적을 느껴본다. 유배 중에 그린 ‘세한도(歲寒圖)’의 발문에는 “날씨가 차가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다”는 공자의 글이 들어 있다. 이중섭이 전쟁통에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들도 감상했다. 제주여행 중 이들의 흔적을 살펴보며 한 번쯤 깊은 사색에 잠기는 것도 좋겠다. 수월봉 - 자구내 포구길은 걷기 좋은 올레길 코스로 많이 소개됐다. 이 길을 걸으며 전망 좋은 카페를 만났다. 1시간여 계속된 취재를 잠시 쉬면서 넋을 잃고 차귀도와 바다를 감상했다. 친지의 차를 얻어 타고 제주시 쪽으로 향했다. 신창-용수 해안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며 내려준 곳. 월령 선인장마을에는 바닷속에 일렬로 박혀 있는 수십 대의 풍력발전기가 있다. 일몰과 함께 찍은 사진이 대박!!! 해가 질 때 꼭 이곳을 찾아 석양과 ‘바람개비’를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황 기자, 저쪽으로 좀 더 가서 찍어보지!” “더 가면 바닷속인데요. 후훗!” 풍력발전기 풍광 사진이 너무 탐나서 동료기자를 바다에 밀어 넣을 뻔했다. 저녁에는 대정읍 하모항구로에 위치한 덕승식당을 찾았다. 우럭매운탕이 일품. 국물이 칼칼하면서도 특이한 맛이다. 몸국 한 사발에 담긴 제주의 맛 몸국은 돼지고기를 삶은 국물에 해초인 모자반과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 국이다. 취재기자들은 몸국을 제주 이외 지역에선 먹어보지 못했다. 제주의 특별 음식 중 하나인 ‘김희선제주몸국’(제주시 어영길 19)이 소문이 자자하다기에 찾아갔다. 식당은 자그마했다. 6000원짜리 몸국, 1만 원짜리 성게미역국에 대한 평가점수를 모두 후하게 줬다. 김희선제주몸국은 다른 식당보다 몸(모자반의 제주도 사투리)을 풍성하게 쓰고 약간 매콤하게 맛을 냈으며 성게의 양도 풍부하고 싱싱했다. 한마디로 둘 다 진국이었다. 이 집 몸국은 전국으로 소문이 나서 서울에서도 택배 신청을 한단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자동차로 5·16도로를 달려 서귀포로 넘어갔다. 5·16도로는 한라산을 관통하는 제주도의 남북 연결 도로 중 가장 경관이 좋다. 특히 서귀포에 거의 다다르면 도로 양쪽의 우거진 나무들이 만든 숲 터널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그재그로 굴곡이 심해 상업용 차량 이용률은 높지 않다고 한다. 올레길에서 가장 인기 높다는 7코스의 바다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가 있다. 바로 외돌개. 중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 이 길을 걸으면 행인들 속에서 중국말이 자주 들려온다. 해안 중간에 위치한 널찍한 바위 좌우에서 스카프를 휘날리며 사진을 찍는 여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외돌개 바위 좌측에는 호수처럼 보이는 자그마한 천연 바다수영장이 있다. 여름이 되면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한단다. 스노클링을? 다시 보니 최적의 장소다. 해변에 붙어 있고 앞으로는 큰 바위들이 막아주고 있어 안전할뿐더러 아늑하기까지 하다.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그물을 쳐놓고 하는 스노클링보다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안전성은 높다. 어린이 스노클링 장소로도 제격이겠다. 제주에 자주 오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장소란다. 점심식사 장소로 택한 식당은 시내 의 오분자기 뚝배기의 원조격 식당. 그러나 이번 제주 맛 취재를 위해 방문한 곳 중 가장 실망스러운 식당이었다. 죽은 미리 끓여놨는지 시키자마자 곧바로 나왔고 뚝배기 맛은 겉돌았다. 그런데도 가격은 높았다. 점심시간이 한창인데도 손님이 많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저녁때는 더 맛 좋은 흑돼지 구이 식당을 찾기 위해 기자들이 각자 흩어졌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의견을 취합해본 결과 흑돼지 구이 맛은 대동소이! 다시 한 번 제주의 흑돼지고기 맛은 대부분 괜찮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전날 흑돼지 안주로 과음들을 한 탓일까. 갈칫국으로 해장을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부둣가에 있는 물항식당(제주시 임항로 37-4)을 찾아갔다. 수산물은 역시 부둣가 식당이 최고다. 재료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하다. 전복뚝배기 1만5000원, 갈칫국 1만3000원, 갈치구이백반 1만3000원, 성게국 1만3000원. 아침식사비로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맛이 훌륭했다. 내친김에 자리물회와 한치물회 맛까지 보려 했으나 제철이 아니란다. 돌이켜보니 이번에는 제주에 와서 회다운 회를 먹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취재를 마치고 물항식당에서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도시에는 대표 빵집이 있게 마련이다. 전주의 풍년제과, 여수의 거북선빵집 등이 잘 알려진 빵집이다. 제주에는 보리빵을 파는 신촌덕인당(본점, 제주시 조천읍 신북로 36)이 있다. 매장에는 대기하는 손님을 위한 테이블이 딱 하나만 놓여 있다. 순수한 보리빵과 팥보리빵, 통팥보리빵 등을 판매한다. 건강한 빵이라는 느낌이 든다. 함덕해수욕장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고운 모래의 넓은 백사장이 조성돼 있다. 왼쪽은 해변에서 10여m 나갈 때까지 바닷물이 허리 정도의 깊이밖에 안 돼 가족 놀이터로 제격이다. 제주 시내에서 가까워 이용객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 2019-12-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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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머리 김병조 “나 같은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죠”
- 나른한 퇴근길, 서울 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에서 그를 보고는 자동으로 인사했다. 생각해보면 그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참 오랜 친구였다. 뽀뽀뽀 체조로 아침잠을 깨면 항상 볼 수 있던 뽀병이었고, 주말 밤에는 두루마기나 정장을 입고 앵커석에 앉아 “지구를 떠나거라~” 혹은 “나가 놀아라~” 같은 유행어를 쉴 새 없이 제조하던 웃긴 아저씨였다. 문득 생각하니 이런 특이하고, 특별하고, 독보적인 캐릭터가 존재했었나 싶다. 지금은 그때의 기운 센 스타 말고 세월에 깎이고 다듬어진 신사가 되어 지하철 옆자리에 앉았다. 달리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우리나라 시사풍자 개그의 효시이자, 명심보감 전도사, 조선대학교의 김병조(金炳朝·69) 특임교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서울역사에서 김병조 교수를 다시 만났다. 지하철에서 묵례만 하고 헤어졌던 짧은 만남을 이야기하며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인기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알아본다고 기뻐하거나 알아보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않아요.” 지방 강연이 있는 날이면 용산역이나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강연이 있다고 했다. 개그맨에서 교수로 직업의 영역은 달라졌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 그리고 명심보감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옛 기억에도 그는 어렵고 긴 한문 구절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막힘없이 읊곤 했다. “방송하던 시절에는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어요. 마침 제 뜻에 공감하고 좋아하는 피디 한 분이 계셨습니다. 방송도 공익을 위한 것이니 교육 기능을 강조해야 한다던 분이셨죠. 고전에서 취득하자고 해서 명심보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제 평생 함께하고 있습니다.”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얄개 선비 집안의 장손인 김병조는 어려서부터 벗삼던 명심보감을 개그 소재로 삼았다. 작가가 써주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아이디어를 발굴해 글을 쓰고, 시사 개그의 앵커 멘트를 고쳤다. 짧고 간결하지만,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이야기에 많은 시청자가 귀 기울였다. 그가 진행했던 ‘일요일 밤의 대행진’은 7년 동안 평균 70%의 시청률을 기록한 시사 풍자 프로그램이었다. “제 대본은 거의 다 제가 썼습니다. 고서 인용만이 이유는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청중 앞에 섰는데, 그 끼는 타고난 것 같아요. 면 단위 동네에서 아주 유명했습니다. 사회도 보고, 응원 단장도 하고, 웅변대회에서 상도 타고 말이죠. 아주 오랜 경험이 쌓여 있었으니 사람들을 웃길 자신이 있었어요. 작가가 써준 대본을 수정할 경우 양해는 구했죠. ‘내가 고쳤는데 만약에 대사가 재밌고 유익하면 용서해달라’고요. 당연히 재밌지.(웃음) 작문에도 재능이 있었거든요. 개그맨은 작가적 소양을 지닌 연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전신인 서라벌예술대학에 진학했다. 원래는 육군사관학교를 지망하던 우등생. 서울대학교를 바라봐도 될 성적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에 전액 장학금으로 공부할 수 있는 대학교에 가야만 했다. 서울대 합격률이 높은 광주일고 대신 육사 진학률이 좋은 광주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육사에서 장학금 받을 정도면 연극영화과 학교에 가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영화와 연극을 좋아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 1학년 1학기 때 과 수석을 제외하고 4년 내내 학년 수석을 했습니다. 장학제도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 전액 장학금을 받을 방법은 학년 전체 수석이었습니다. 정말 공부만 했어요. 4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뉴스 형식의 시사풍자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자양분이 됐습니다.” 김병조의 인터뷰에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는 한학자 아버지와 가난에 대한 내용이다. 이번에도 지나치지 않았다. 고희가 다 된 나이에도 가난했던 얘기를 굳이 또 꺼내느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병조는 가난했던 그 시절이 어두웠거나 피해가고 싶은 시간들이 결코 아니기에 마음놓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스타가 될 사람이 아닌데 스타가 된 유일한 사람일 겁니다. 꼬장꼬장하고 성격도 강했죠. 타고난 재능과 끼가 있어서 연예인의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덕망 쌓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 인생에서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가난한 선비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가난하면 비관하고 항거하고 투쟁하는 쪽으로 이끌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저 수용했습니다. 제가 너그러워질 수 있었던 것도, 전철을 타고 다니는 것도 복 받은 거죠. 집에 있는 가래떡이나 김만 봐도 너무 좋습니다. 제 행복의 비법은 어려웠던 때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귀이망천자불구(貴而忘賤者不久), 사람들은 성공하면 어려운 시절을 잊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이 오래가지 못하는 거예요.” 젊은 시절 ‘배추 머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김병조는 방송 활동 내내 톱스타 중에서도 톱스타였다. 어린이 프로그램과 시사 코미디를 넘나들며 모든 세대의 사랑을 받던 슈퍼스타였다. 광고모델로 억대 출연료를 받은 연예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시청률을 자랑했다. 대체할 만한 인물도 없었다. 한학을 바탕으로 시청자를 배꼽 잡게 하는가 하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던 이. 말 그대로 김병조 전성시대였다. 그날 이후, 다른 삶을 살다 1987년 6월 10일. 이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진일보했다. 김병조는 이날의 사건으로 삶을 정리하고 돌아봐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현대 역사의 결정적 장면과 맞물려 제대로 된 소명 한 번 못해보고 시대의 막을 내려야 했다. “당시는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혼란한 시절이었죠. 그날은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로 대통령 후보를 뽑는 날이었어요. 당원들이 모여 투표하는데 누구 아이디어인지 축제와 함께 진행을 한 거예요. 당대 최고가수도 불렀고 저도 개그맨으로 참석해 달라고 해서 갔습니다. 정당 측에서 코미디를 잘 모르니까 저한테 한 3분 정도 웃길 내용을 적어오라고 하더군요. 대본을 써가지고 보여줬더니 거기다가 뭘 또 적어주더라고요. 그 내용을 보고 사실 대단히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집권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을 폄하하는 발언이 들어 있었다. 단 몇 초 분량의 내용이었지만, 읽어야 할 사람이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던 김병조라는 게 문제였다. “전당대회에서 대본을 읽기 전까지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최종적으로는 제 잘못이죠. 과감하게 ‘못합니다’ 하고 거절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정말 후회됩니다. 선비 집안의 장손답게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말았어야 해요. 저는 정치투사도 아니고 한 집안 가장이었어요. 또 늘 그래왔듯 대본대로 읽어야 하는 연예인이었습니다.” 당원들끼리 하는 내부 행사라서 방송 전파를 타지 않았지만 한 일간지에 그가 한 말이 보도되면서 일파만파로 사건이 커져버리고 말았다. “자숙의 기간이 필요해 방송을 쉬고 싶다고 했는데 쉬는 것조차 어렵더라고요. 우리 집사람까지 나서서 ‘원하는 멘트를 했으면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정치인들은 문제를 확대해서 자기네한테 유리한 정쟁으로 삼고 싶었던 것이죠. 잘 모르는 분들은 그 당시 제가 방송계에서 퇴출당한 것으로 생각하시는데 스스로 관둔 게 맞습니다. 그 사건 이후 정치권의 제의도 있었습니다만 다 거절했습니다. 또 방송에도 복귀했지만 실의를 느꼈습니다.” SBS가 개국하면서 자리를 옮긴 김병조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전성기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미 방송에 대한 매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마침 그때 KBC 광주방송이 개국했습니다. 노래자랑 프로그램 ‘열창 무대’ MC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잘됐다! 고향의 방송을 하자!’ 하고 갔습니다.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요. 그리고 조선대학교에서 강의 요청도 해왔고요.” 조선대학교에서 강의를 한 지도 벌써 23년째다. 평생교육원을 시작으로 학부와 대학원을 두루 다니며 강의를 해왔다. 19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그의 모습이 시청자들 눈에서 서서히 멀어져간 과정은 그러했다. 몇 해 지나고 개그맨이 아닌 대학교수가 되어 나타난 그는 어딘가 모르게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젊은 시절 흑발의 보글보글하던 머리카락은 단정한 커트의 은발이 됐다. 푸짐해 보이던 몸은 마라톤으로 다져 보통의 건강한 체격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그 사건의 스트레스로 오른쪽 눈은 결국 실명됐다. 그래도 사는 데 불편함은 없다고 했다. 혼자서도 잘 걸어 다닌단다. 당시 정치 상황에 휘말리지 않았어도 그는 지금의 길을 택했을까? “가르치는 것이 꿈이었어요. 방송에 몸담고 있을 때도 어머니 교실이나 어린이 교실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했죠. 지금 제가 가고자 했던 길을 가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때 그 사건마저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시 그 기사를 쓴 기자와 기사가 제 스승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으로요.” 아들, 손자, 며느리와 함께 ‘시래기톡’ 요즘 김병조가 강의 외에 집중하는 건 바로 작년 10월부터 아들과 함께 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이다. 카카오TV와 유튜브에 ‘시래기톡’이라는 채널을 개설해 아들이 묻고 아버지가 답하는 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왜 방송 이름이 ‘시래기톡’일까. 파릇파릇했던 배추 머리가 세월이 흘러 묵직하고 담백한 맛과 향을 내는 시래기로 탄생했다는 의미다. 지금의 김병조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인 듯하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다가 살아생전의 목소리가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했어요. 산소에 모시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차에서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면서 엉엉 울었어요. 그 카세트테이프를 CD로 구워두었죠. 제가 올해 칠십인데 아버님이 일흔둘에 돌아가셨어요. 어느 날 아들이 ‘우리 아버지도 돌아가신 할아버지 나이가 서서히 되어가시네’ 하더라고요. 뭔가 남기고 싶었나봐요. 아들의 생각과 명심보감 구절을 포함해 젊은이들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제가 느낀 것들을 영상으로 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자기 눈으로 보지 말고 상대의 눈으로 보고 다름을 인정하자’가 시래기톡에서 추구하는 의미란다. 아울러 유튜브 채널을 통한 한학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의미 있고, 온고지신(溫故知新) 같은 방송도 있어야죠. 훌륭한 일을 하고도 대우받지 못하는 어른 세대와 희망과 꿈이 있음에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방송은 제 유언이기도 합니다. 남기 유(遺), 말을 남기는 것이죠. 먼 훗날 세상을 떴을 때 아들이 우리 아버지의 철학이 여기에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해주면 좋고요.(웃음)” 아버님이 카세트테이프에 목소리를 남겨놓은 것처럼 그의 이야기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나 같은 사람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가 제 철학입니다. 진분수 같은 삶을 살고 싶죠. 가식과 허황한 사람이 주목받는 세상에서 있어도 없는 듯 낮추고, 줏대 있는 가난을 선택하며 살고 싶습니다.”
- 2019-11-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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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의 보리건빵 이야기
- 1960년대 제주도에서는 매년 4월이 되면 마을마다 ‘미역 채취의 날’이 있었다. 마을 어촌계에서 2~3일을 정해서 집중적으로 미역을 채취하는 날이다. 이날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임시 휴교를 해 학생들은 집에서 아기를 보거나 아니면 바다에 가서 부모님을 도와야 했다. 바다에 나갈 때는 보리건빵을 얻어먹을 기대에 부풀었다. 어머니가 바다에서 채취한 생미역을 주최측에 갖다주면 보리건빵이나 붕어빵으로 교환해주곤 했다. 미역 5개 줄거리 정도를 갖다 주면 보리건빵 한 봉지를 줬다. 당시 제주 어린이들에겐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몇 년 전부터 아내가 시골에서 ‘보리건빵 장사꾼’이 됐다. 매년 11월이 되면 제주에서는 감귤 수확을 하는데 처가의 감귤 수확을 도와주기 위하여 아내는 2개월 정도 고향에 머문다. 그런데 고향에 갈 때마다 보리건빵을 튀겨서 가지고 가는 것이다. 이 튀긴 보리건빵이 동네 주민들에게 인기다. 요즘은 이 보리건빵을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아내는 보리건빵을 주고 동네 사람들로부터 콩, 팥, 참깨, 옥돔 등을 선물로 받아온다. 나는 아내에게 보리건빵으로 크게 남는 장사를 한다고 농담한다. 올해도 보리건빵을 튀겨서 고향에 가지고 내려가려고 김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갔다. 서울시내 마트에서는 건빵을 대량으로 파는 곳이 없다. 그래서 김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간 것이다. 3kg이 담겨 있는 5개 마대를 사가지고 왔다. 며칠간 튀겼다. 설탕, 꿀, 올리브유, 올리고당, 참깨 등을 넣고 ‘보리건빵 튀김 작품’을 만든 것이다. 다 튀겨서 두 개의 박스에 나누어서 포장한 후 11월 8일 비행기를 타고 고향으로 간다.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상동마을 동네 주민들은 이맘때면 내 아내가 오기를 기다린다. 보리건빵 향수를 맛보기 위해서다. 고향에 보리건빵을 가지고 가서 친족과 동네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매년 보리건빵으로 추억을 떠올리는 즐거움을 누린다. 나와 아내는 고향에서의 보리건빵 나눔을 큰 보람으로 여기며 산다.
- 2019-11-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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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진 바리스타 “커피 한 잔에 진실한 마음을 담습니다”
- 2015년 6월, 이유진(65) 씨는 그동안 운영했던 어린이집을 정리했다. 그러곤 자신의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 종이접기지도사로도 활동했던 만큼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실버 패션이나 모델 쪽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결국 바리스타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그렇게 2016년 봄 커피의 세계에 입문해, 그해 겨울 바리스타 1·2급을 섭렵했다. 2급 취득 후 1급 준비 과정에서 18: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노인복지센터 내 카페에 취업하는 기회도 얻었다. “한때는 자녀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종이접기를 했고, 그다음엔 손주들 생각하면서 어린이집을 운영했어요. 환갑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나를 위한 일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바리스타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참 만족스러워요. 체력 소모도 적고, 카페라는 공간이 쾌적하기 때문에 일하면서도 상쾌하고 즐겁습니다.” 자격증 취득 후 관련 경력이 없는데도 바로 취업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유진 씨 특유의 환한 미소와 친절한 말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역시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고객 응대라고 설명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능숙하게 다루고 커피를 잘 제조하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고객과의 유대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커피 박람회를 갔는데 이제는 탬핑(tamping, 분쇄된 커피를 다지는 과정)까지 자동으로 되는 기계가 있더군요. 기기에 따라, 원두에 따라, 사소하게는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도 커피 맛은 미세하게 다를 수 있지만, 진실한 마음만큼은 늘 최상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해요. 그 정성을 아시는 건지 특별히 제게 커피를 부탁하는 고객도 계십니다.” 자격증 따고도 연습 안 하면 ‘장롱면허’되기 일쑤 최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바리스타 과정과 커리큘럼이 늘어나고 있다. 바리스타는 중장년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가 높은 종목. 그는 아무래도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의 경우 시니어가 듣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교육기관이나 사설 학원 등은 젊은 수강생이 많고 그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시니어가 따라가기에 버거울 수 있어요. 지자체 기관이나 노인복지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대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진도도 알맞고 비용도 적게 들어 좋죠.”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하려면 필기와 실기를 모두 치러야한다. 필기 준비의 경우 학원이나 집 등에서 개인의 스케줄에 맞게 노력껏 공부하면 되겠지만, 실기는 상황이 좀 다르다. 실습에 꼭 필요한 에스프레소 머신의 유무 때문이다. 아마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가정은 극히 드물 것이다. 때문에 학원이나 기관의 실습시간을 제외하면 연습할 기회가 딱히 없는 셈. 때문에 이유진 씨 역시 실습 이외의 시간에는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보며 과정을 익혔다. “자격증 취득 후에도 마찬가지예요.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하지 않으면 장롱면허기 되듯 자격증을 땄더라도 커피를 만들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말아요. 교회 내 카페 등에서 봉사활동이나 재능기부를 하면서라도 손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커피를 내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바리스타로 일하다 보면 그밖에 카페 업무에도 능숙해져야 한다. 이유진 씨도 바리스타로서 커피를 내리고 고객을 맞이하는 일 외에 재고 파악, 설거지, 테이블 정리 등 다양한 카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제는 일이 제법 손에 익었지만, 새로운 도전 기회도 엿보고 있다. “지금 일하는 곳은 센터 내에 있어서 북적이지는 않아요. 일반 카페에서도 한번 일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젊은 바리스타가 많아 시니어 바리스타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또 여기서 일하는 것보다 힘들겠지요. 그래도 시니어의 한계라고 여기는 것들을 뛰어넘어보고 싶습니다.”
- 2019-07-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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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문화캘린더
- 여름방학과 휴가가 시작되는 7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 오페라 ‘텃밭킬러’ 일정 7월 3~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남의 집 텃밭에서 훔친 작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그 가족의 우스꽝스럽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애달픈 사연을 담았다. 가족 구성원 캐릭터를 통해 부조리한 자본주의 사회 속 시민들의 현실적인 삶을 투영한다. ◇ 전시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일정 7월 9일~10월 27일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이탈리아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과 구아르나치 에트루리아박물관에서 대여한 287점의 에트루리아 보물들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종교, 제사,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그리스·로마 문명에 영향을 끼친 에트루리아인의 진면목을 확인할 기회다. ◇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 일정 7월 10일~8월 25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 손주와 함께 즐길 만한 공연이 시리즈로 마련됐다. 캐나다, 일본 등 국내외 우수 공연단체가 참여해 음악극 ‘아빠닭’, 무용극 ‘댄싱뮤지엄’, 그림자극 ‘루루섬의 비밀’ 등 3개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 축제 '2019 안양申필름예술영화제' 일정 7월 12~14일 장소 평촌 중앙공원, 평촌CGV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독립·예술영화 대표 영화제로, 축제 기간 42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개막식에서는 ‘별들의 고향’(1974)의 이장호 감독이 공로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더불어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안양시가 선택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특별 상영된다. ◇ 뮤지컬 '맘마미아' 일정 7월 14일~9월 14일 장소 LG아트센터 2004년 국내 초연 이래 15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맘마미아’가 2019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원년 멤버인 최정원, 신영숙, 김영주, 남경주 등을 필두로 박준면, 서만석 등 새로운 얼굴들이 함께 화려한 무대를 장식한다. ◇ 영화 '나랏말싸미' 개봉 7월 24일 출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등 훈민정음 창제에 얽힌 세종과 신하들의 갈등과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송강호가 세종 역을 맡아 애민정신이 투철한 임금의 면모와 더불어 그동안 업적에 가려져 있던 ‘인간 세종’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 2019-06-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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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녘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자란!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1925년 간행된 김소월 시인의 시집 ‘진달래꽃’에 실린 시이지요. 봄가을 없이 돋는 달이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는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땅에서 자라는 풀·나무를 하나하나 알아가기 전에는 그토록 많은 꽃이 산과 들에서 피고 지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특히 야생 난초의 존재는 경이, 그 자체였습니다. 난초는 으레 ‘잘 빠진’ 화분에 담겨 집 안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감상하는 원예종이라고 생각해온 탓이지요. 그런데 서울, 경기, 강원 등 겨울이면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곳에서도 봄이 되면 감자난초, 은대난초, 나도제비란 등이 돋아나 희거나 노랗거나 붉은 꽃을 저마다 피워낸다는 사실을 알고는 1차로 크게 놀랐습니다. 이어 많은 사람이 보고 싶은 1순위 야생화로 꼽는 광릉요강꽃을 비롯해 복주머니란, 보춘화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친숙한 이름의 난초들과 으름난초, 흑난초, 무엽란처럼 다소 생소한 이름의 난초 등 무려 90여 종의 야생 난초가 이 땅에서 저절로 자란다는 걸 알고는 두 번째로 놀랐습니다. 자주색, 즉 ‘짙은 남색을 띠는 붉은 색’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 자(紫)와 난초 난(蘭)의 의미가 더해진 자란(紫蘭). 군더더기 없이 단출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의 야생 난초는 이에 더해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하고 진한 홍자색 꽃 색으로 인해 열대 지역이나, 고온의 온실에서 자라는 이국적인 난초일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자란이 우리 땅에서 저절로 나고 자라는 야생 난초라는 걸 알고는 놀라움과 반가움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나아가 한 야생화 애호가가 썼듯 “발에 밟힌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자생”하는 걸 보는 순간 더 큰 기쁨과 놀라움을 만끽하게 됩니다. 2018년 5월 5일 차마 건너기를 주저했던 진도대교를 지나 진도(珍島)의 남쪽 바닷가에 도착해 갯바위를 밟았습니다. 그새 무성해진 산기슭을 살피니 군데군데 불쑥불쑥 돋아난 홍자색 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초록의 숲에 홍자색 꽃이 피니 눈에 확 뜨입니다. 자란이란 단순명료한 이름의 연유를 알 것 같습니다. 자생 난의 화려한 개화 현장을 확인한 것만도 감격스러운데, 조금 뒤 더 놀라운 장면을 만났습니다. 수백 촉의 자란이 바다와 섬이 한눈에 보이는 해안 평지에 한데 뭉쳐서 홍자색 꽃잎을 일제히 벌리고 선 장관을 본 것이지요. ‘어린이날 교통 체증’을 무릅쓰고 서울에서부터 500km 가까이 달려온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Where is it? 전라남도 무안, 신안, 진도, 해남, 완도, 고흥, 그리고 제주도가 자생지다. 남쪽 바닷가와 제주에서 자란다는 것은 자란이 열대식물까지는 아니지만 추위에 약하다는 걸 보여준다. 남쪽에서 자라다 보니, 다른 야생 난초들에 비해 키도 크고 꽃도 큰 편이다. 50cm 안팎의 꽃대를 포함해 키가 60cm 정도까지 자란다. 길이 20~30cm, 너비 2~5cm의 길쭉한 타원형 잎이 5~6장이나 나와 줄기를 감싸며 위로 뻗는다. 5~6월 잎 사이에서 나와 50cm까지 자라는 꽃대 끝에 3cm 크기의 홍자색 꽃이 6~7개까지 달린다. 남서해안 10여 곳 미만의 한정된 지역에서만 자생하지만, 개체 수는 지천이어서 진도나 해남 등 자생지 야산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 2019-04-24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