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난리가 났다. 중동호흡기증후군(SARS)라는 괴상한 병명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었다. 한인들은 우리나라 김치가 그 병에 대응하여 효능이 있다는 소식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필자도 김치에 대한 추억이 그리워 한인마켓으로 달려가 김치 한 병을 사 들고 왔다. 많은 한인들의 식탁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의 마켓에도 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코쟁이 미국 나라에도 얼마나 김치가 흔한지, 마켓마다 온갖 종류의 김치가 다양하고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필자는 진열되어있는 김치를 마주하면 하늘나라에 계시는 어머님 생각에 잠시 잠기곤 했다. 어머니께서 베풀어 주신 그 정겨운 손맛은 영원히 기억의 한편을 장식하고 있었다.
필자의 신혼시절, 시부모님은 두 분이 단출 하게 사시면서 맛있게 저녁을 드시고 계셨다. 부엌이 넓어서 춥다고 피워놓은 연탄난로에는 잘생기고 싱싱한 생 꽁치에 소금을 술술 뿌려가며 굽고 계셨고, 밥상 위에는 스테인리스 양재기에 대가리만 뚝 잘라서 담아놓은 시큼한 냄새 풍기는 싱싱한 김치 한 포기. 어머니는 그 김치를 손으로 쭉~쭉 찢어가며 맛있게 드시는 데, 필자는 어찌나 그것이 먹고 싶었던지 눈치만 보며 침을 질질 흘려대고 꾹꾹 참고 있었다.
시집가기 전, 필자의 친정아버지도 김치 애호가이셨다. 앞마당 땅속 깊이 묻어 놓은 김칫독에서 금방 꺼내온 싱싱한 김치 한 포기를 대가리만 뚝 잘라서,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김이 퐁퐁 나는 하얀 쌀밥에 척 걸쳐서, 입을 크게 벌리시고는 한 숟가락 덥석 드시고 우적우적 씹어대시면 그저 복이 따로 없었다. 드시는 그 모습에서 마치 큰 복이 굴러들어 올 것만 같았고, 얼마나 군침을 돌게 했는지 모른다. 필자도 엄마를 졸라 찬 보리차 물에 하얀 밥을 말아서 한 숟가락 뜨고는 가만히 들고 있으면 엄마는 손으로 김치를 쭉 찢어서 돌돌 말아 숟가락 위에 먹기 좋게 올려주셨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하얀 쌀밥 한 그릇을 어느새 후딱 비워 내고는 냠냠했었다. 더구나 군데군데 섞여 있는 제멋대로 생긴, 대충대충 썰어 넣은 넓적한 무 우 김치 조각들, 밥을 물에 말아놓고 젓가락 한 짝으로 무김치 한가운데를 푹 찔러서 왼손으로 잡고는, 밥 한 숟가락 먹고 무김치 한입 와삭 깨물어 먹고 하면 다른 반찬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갓 시집온 필자는 그때 그 생각이 나서 물끄러미 어머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애라 모르겠다. “어머니 저도 한쪽만 찢어주실래요?”하고 밥숟가락을 어머니 앞으로 쑥 밀었다. 어머님은 어이가 없으셨는지 눈이 휘둥그래 계셨고 아버님과 필자를 돌아가며 바라보셨다. 아버님 또한 당황을 하셨는지 어머니와 필자를 번갈아 쳐다보셨다. 순간, 필자는 그냥 먹고 싶은 마음에 별도리가 없어 뻔뻔하고 당당하게 한번 더 달라고 숟가락을 쑥 내밀었다.
어머님은 아무 말씀이 없이 김치 한쪽을 쭉 찢어서 숟가락 밥 위에 빙빙 돌려 올려놓아 주었다. 필자는 체면을 불고하고 덥석 입을 크게 벌려 한 덩어리 집어넣고 신나게 씹어 댔다. 어찌나 맛이 있던지 시어머니에게 또 해달라고 했고 어머니께서는 아무 조건 없이 여러 번을 그렇게 해주셨다. 막내며느리인 필자는 양심에 꺼리고 철 딱 성이가 없기는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가 어머님과의 가장 눈물 어린 사랑의 추억이 되어 잊을 수가 없다.
어느 일요일에 LA 한인 마켓으로 달려가 커다란 김치 한 병을 사 왔다. 옛날 생각과 그리운 고국의 생각을 하면서 그때와 똑같은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혼자 넓은 식탁에 앉아 김이 나는 하얀 밥을 보리차 물에 말아 놓았다. 어느덧 두 딸의 엄마가 되었고, 훌쩍 나이를 먹어 거칠어진 손으로 아무렇지 않게 두 손가락으로 김치 한포기를 덥석 꺼냈다. 쭉~쭉 찢어가며 김치를 왼손으로 들고 오른손 밥숟가락 위에 빙빙 돌려 올려놓았다. 입속으로 들어간 못생긴 김치가 얼마나 꿀맛인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때, 이층에 있던 작은 딸아이가 뛰어내려오더니 왜 엄마 혼자 먹느냐며 앙탈을 부렸다. 자기도 한입 달라며 입을 크게 떡 벌리며 침을 흘렸다. 크게 한 숟가락을 만들어 주니 입을 아~ 벌려 먹더니만 또 한입을 더 달라는 것이다. 무지하게 맛나다고 엄지손가락을 척 올린다. 결국은 따로 밥 한 공기를 물에 말아서 혼자서 거뜬하게 해치웠다. 작은 딸은 역시 한국 김치가 최고라며 고개를 끄떡 거렸다. 한국에 난리 치는 ‘사스’ 라는 유행병도 우리나라 김치 때문에 꼼짝 못하고 달아 날 거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필자는 딸의 그 모습에 한동안 시어머님 생각과 한국 생각이 났다.
비록 낯설고 힘든 이민의 삶이고 치즈와 햄이 발에 밟히도록 흔한 나라였지만, 딸아이의 밥숟가락 위에 올려 놓아주는 빙빙 돌린 김치 맛은 다른 어느 맛과도 바꿀 수가 없었다. 바다 건너 뚝 떨어진 먼 나라에 살았지만, 엄마와 함께하며 따뜻한 손맛의 정들은 부모와 자식의 끈끈한 인연을 돈독히 해주는 것이었다. 한해 한 해 엄마를 닮아가며 예쁘게 성숙해가는 자식들의 모습 속에는 지난날의 부모의 모습 그대로가 담겨있었다. 그것들은 곧 천륜의 그림자가 되었고 세월과 자연의 흐름 속에 이치와 섭리를 말해주며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었다.
고단한 이민의 삶 속에서도 그날에 ‘사랑의 손맛’은 가슴속 영원히 기억되고 있었다.
30대 초반 중공업 부문 회사의 플랜트 화공설비 부문 해외영업 팀장으로 근무하던 1980년대 초의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조선과 제철은 겨우 기초를 마련하였고 자동차도 현대 포니를 시작으로 국산 소형차가 출고되어 인기리에 주문받던 시기였다. 회사에서는 새로이 중화학 분야의 플랜트를 일괄수주 방식이나 주요설비의 부문별 주문방식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 하였으나 아쉽게도 당시 우리에게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거의 없어 국제 경쟁 입찰에 참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회사 경영진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유명 엔지니어링 회사와 접촉하여, 우선 우리 회사의 생산제조 기술과 경쟁력, 그리고 상세 설계 능력 등을 홍보하여 그들 하청 형태로 납품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나아가 기본 설계와 엔지니어링에 경험이 많은 그들의 협조 하에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공동으로 국제 입찰에 참여하여 그들의 기술도 습득하고 동시에 공사에도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하였다. 필자와 화공설비설계부장, 그리고 뉴욕주립대학교 공대 학장을 역임한 미국인 고문(어드바이저)으로 기본추진킴이 구성되었고 필요에 따라 현지 지사장과 본사 임원진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우선 일본지역으로 미쓰이(三井), 미쓰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 등 10여 개의 유명 엔지니어링 업체와 약 보름 정도의 일정으로사전에 회의 일정을 마련하여 개별적으로 방문하였다. 놀라웠던 것은 당시 상대 회사의 참석자가 상당한 나이와 직급의 고위급 인사들이었으나 무척 긍정적이어서 우리의 거의 다 받아들여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특히 회의 후에는 출입문까지 배웅하며 상대적으로 젊은 우리에게 끝까지 몇 번이고 응대 인사를 하여 처음에는 무척 당혹스러운 적이 많았다.
2차 미팅은 미국과 캐나다 지역으로 면적도 넓고 회사도 많아 약 한 달 반 정도의 일정을 갖고 회사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회의 일정은 현지 지사의 도움으로 주로 필자가 결정하였는데 두 번 세 번 방문하기가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 것 같아 한 번으로 정했는데 일정이 빠듯하니 중반 이후부터는 상당한 피곤함을 느꼈다. 출장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멸치, 김, 고추장과 라면 등을 준비해 갔는데 호텔 방을 함께 사용했던 설계부장과 커피용 더운물을 요청하여 가끔 몰래 라면도 끓여 먹으면서 지냈다. 가져갔던 음식물도 떨어지고 넉넉하게 준비했던 양말과 내의도 부족하여 저녁 늦게 돌아와서 빨아서 말려 입기도 하였다.
주로 주 중에 회사들과 회의하고 주말에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도록 일정을 만들었기 때문에 쇼핑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겨우 휴일에 시간이 있어서 내의를 사러 미국 디트로이트인지 피츠버그인지에 있는 현지 백화점에 가서 내의를 몇 장인가 사고 50달러 짜리 현금을 냈더니 점원이 위조지폐인지 확인을 하러 계산대로 가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별로 큰 액수도 아닌데 그곳에서는 주로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금 50달러는 큰돈이라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카드를 별로 사용하지 않아서 해외 출장을 갈 때는 매번 미화 100달러 짜리 여행자 수표나 현금, 그리고 방문국가의 현지 화폐를 준비해 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휴스턴과 뉴욕에서는 현지 주재원의 안내로 라이브 쇼를 구경했는데 규모도 엄청나게 크고, 성행위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무척 놀랐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밖에 댈러스 등 텍사스 지역은 같은 영어지만 끊지를 않고 계속이어서 응얼응얼 발음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대도시에는 대부분 한국음식점이 있어서 가끔 한식을 즐길 수 있었으며 한국과 비교하여 값도 비싸지 않으면서 맛도 좋은 집이 많았다. 특히 미국 동부해안 지역에 있는 도시의 회사들과 회의 후 식사 때에 바다가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 초대받은 적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렇게 크고 맛있는 바다가재 요리는 그후 별로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국으로 돌아와 방문했던 회사들과의 회의 시 상담했던 사항들에 대한 후속 조치들을 약 한 달 여에 걸쳐 처리한 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지역 엔지니어링 업체 방문 계획을 세웠다.
유럽 지역 업체는 스냄프로게티 등 이탈리아 회사부터 상담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직항노선이 없어 홍콩,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로마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기본 팀원인 3명이 함께했는데 당시 로마에는 우리 회사의 지사가 없어 공항에서 우리가 방문할 회사의 주소를 공항 안내카운터의 직원에게 알려주고 방문할 회사 근처의 호텔로 어떻게 가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했다. 그 직원이 운전기사를 한 명 소개하면서 도움을 받으면 만사형통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해주었다. 운전기사는 친절하고 싹싹하며 영어는 잘 못 하지만 무척 명랑하고 낙천적이였다. 운전하면서도 연신 휘파람으로 노래하곤 했다. 그는 약 1시간 반 정도 달려서 원형경기장 옆의 호텔로 친절하게 인도해 주었으며 내일 아침 다시 그가 와서 우리를 회사로 안내하기로 약속하였다. 택시 요금이 상당히 많이 나왔으나 주행거리가 많아 그랬구나 하고 생각했다.
호텔이 약 150년 전에 지어져서 거의 문화 유적지 같은 그런 형태였으며 엘리베이터는 없고 도르래 같은 리프트의 쇠사슬을 손으로 잡아당겨서 위아래 층을 오르내리는 형태였다. 방을 배정받은 후에 제일 먼저 약속한 엔니지니어링 회사에 전화하여 다음 날 회담 시간 등을 다시 확인하였다. 우리 호텔 이름과 주소를 물어서 알려주니 자기 회사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단다. 약간 황당하였으나 다음 날 아침에 운전기사와 약속한 사항이 있어서 그대로 이용한 택시를 타기로 하였다. 조금 후에 욕실에서 샤워하려고 하니 온수가 나오지 않아 호텔카운터로 전화를 하니 샤워를 한다면 자기들에게 미리 전화하면 온수를 가져다준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많은 나라 많은 호텔을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행인 점은 호텔 식당에 직접 갓 구운 빵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어 식사 시 맛 좋은 빵과 신선한 치즈와 우유, 채소 등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웃기는 일은 다음 날 운전기사가 우리를 회사로 데려다 주는 데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우리가 공항에서 회사 주소를 주면서 그 주소 근방의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고 따지자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척하면서 능청을 떨어 그냥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회의가 끝난 후 그 회사가 자기들이 자주 거래하는 택시를 불러주어서 타고 호텔로 돌아왔는데 요금이 타고 갈 때와 비교하여 반 정도밖에 안 되었다. 웃고 친절하게 하면서 여러 가지로 바가지를 씌운 것 이였다. 로마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주말에 거리를 산책하는 데 젊은 아가씨들이 일광욕을 위해서인지 상체를 완전히 벗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안 보는 척하며 슬쩍슬쩍 훔쳐보기도 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먼저 파리에서 일정을 시작하기로 하였는데 본사의 설계담당 상무가 한 분 합류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분이 도착하자마자 사고가 발생했다. 호텔 안내대에서 입실 등록을 하는 매우 짧은 순간 서류가방을 훔쳐가 버려서 여권과 돈 등을 모두 잃어버렸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은 서울이 아니라 파리였다. 후에 대사관에서 서류 재발급 받고 주변에서 돈 빌리고 해서 겨우 출장을 마칠 수 있었다. 한 가지 웃기는 일은 우리 일행이 네 사람인데 한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운전기사 옆에는 보통 커다란 개를 태우고 다니며 뒷좌석에만 손님을 태우는 것이다. 그밖에도 우리의 미국인 일행이 영어로 무엇을 물어보면 자기는 영어 잘못 한다고 상당히 유창한 영어로 대꾸하며 상대를 잘 안 해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 사람 백화점 등에서 쇼핑할 때는 어떻게든지 영어를 잘하는 젊은 여자를 데려오는 것이다. 이때 내가 아내를 위해서 멋진 가죽 치마와 점퍼를 사다 주었는데 옷은 사다 줄 때마다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해서 나중에는 포기하고 돈을 갖다 주니 좋아해서 그때부터 아내가 돈을 더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필자가 독일어 전공이라는 점이 빛을 발했다. 밤에 호프집 등 음식점 갈 때 꼭 필자와 동행을 하려고 해서 약간 우쭐댈 수가 있었으며, 영국에서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많았는데 보행자가 있으면 차들이 반드시 정차해서 보행자가 완전히 지나간 것을 확인하고 운행하여 당시 우리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엔지니어링 회사 방문 상담 이후 점차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어 약 10여 년 후부터는 조선이나 단순 구조물 생산보다 일괄도급 형태의 공사 수주가 더 많아졌다. 물론 최근에는 경쟁적으로 저가 공사 수주를 많이 하여 대부분의 중공업 업체들이 부실 위험에 처해 있어 무척 안타깝게 생각된다.
인터넷은커녕 음식에 관한 제대로 된 책이라곤 백파(伯坡) 홍성유(洪性裕,1928~2002) 작가의 한 권뿐이었던 시절이었다. 차도 없이 정보도 없이 시작한 맛집 기행은 전국을 9번 돌면서 3500개의 맛집 자료로 만들어졌다. 기자 출신 음식평론가 황광해(黃光海·59)의 이야기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잃어버린 옛 맛의 순수성을 찾아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타협 없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운 그가 말하는 시니어들이 찾는 맛의 유혹과 맛의 가치.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 황광해 작가가 맛집을 찾던 방법은 직접 발로 뛰는 것이었다.
“우선 지역 신문을 뒤져서 음식점 기사가 나오면 그걸 백파의 책과 크로스 체크를 했어요. 내용이 일치한다 싶으면 가는 거였죠. 그때는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이었죠. 다리 지나서 초가집이 있고 그 앞에 전봇대 두 개가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해서 초록색 지붕을 찾아서… 뭐 이런 설명을 듣고 찾아가곤 했어요.”
황 작가는 외식업 중앙회에 4년째 칼럼을 쓰고 있는 중이다. 중앙회에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 총 40만 명, 음식점은 전국에 72만 개가 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은퇴 후 일어나고 있는 창업 붐의 한 단면이다.
“과거에는 한 번 음식점을 경영하면 몇십 년을 하니까, 살아남았다면 맛집일 가능성이 컸죠. 요즘은 옛날보다 길은 잘 찾아지지만 맛집은 찾기 더 어려워졌어요.”
가슴으로 만든 음식만 감동으로 남는다
황 작가는 채널A , MBC , KBS 등에서 보여준 깐깐한 맛 평가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맛집 선정 기준 역시 까다롭다.
“음식은 손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조리사들이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건 남의 걸 보고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말하죠. 벤치마킹은 다른 말로 하면 ‘난 아이디어가 없으니 남의 걸 빼오겠다는 거예요.’ 그건 음식이 머리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원하는 맛집은 손과 머리를 넘어서 가슴으로 만드는 음식이 나오는 뎁니다.”
피카소의 추상적인 그림들은 사전에 충분히 데생이 되야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황 작가는 처음부터 가슴으로 만든다고 하면 가짜라고 말한다.
“손과 머리로 생각해서 만들고 충분히 익혀야죠. 그 다음이 음식에 대한 헌신,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주겠다는 정성입니다. 이걸 가슴으로 만든다고 하는 거죠.”
황 작가는 최근 대부분의 맛집은 스킬과 레시피 위주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가슴으로 만드는 부분이 작게나마 있으면 대단한 맛집이라고 보고 있었다. 가슴으로 만드는 건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 황 작가의 지론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주방에서 불만은 레시피대로 하면 힘들고 귀찮고 짜증이 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개선을 한다는 게 대부분은 개악입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좋은 방법을 쓰는 게 아니라 비슷한 음식을 만들고 내 품을 줄이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인정하는 맛집은 만드는 과정을 보면 굉장히 힘들게, 원칙적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그런 맛집에게 제일 많이 해주는 말이 ‘그러다 병원 간다’는 말이에요. 대부분의 주인들이 수면 부족에 파스를 붙이고 살죠. 맛집들은 그런 집들이죠.”
요즘 음식의 맛은 ‘변질된 맛’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 조미료와 단맛이 굉장히 보편화됐습니다. 그리고 분유가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단맛에 길들여지게 됐죠. 1980년대에는 ‘마이카 붐’이 일어나면서 삽겹살을 중심으로 한 돼지고기 문화가 보편화됐어요. 그것들을 경험하면서 자란 이들이 단맛, 감칠맛, 고기 맛에 익숙해서 그게 요즘 맛집의 기준이 됐죠. 신맛 쓴맛은 다 잊혀졌어요.”
과거 사람들은 봄철이 되면 쓴 냉이와 고들빼기를 먹곤 했다. 그 흔했던 고들빼기가 이젠 음식점에서 찾기 힘들다고 황 작가는 개탄했다. 그는 쓴맛을 즐기기 위해 때가 되면 고들빼기 김치를 찾아 식당을 헤맨다. 그런 점에서 그가 보는 시니어들은 맛의 이해 범주가 높은 이들이다.
“현재 60대는 대개 1950년대 초중반생들이에요. 이들은 가난해서 분유도 라면도 못 접했죠. 대신 이들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좋은 메주를 먹고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그런 음식들을 찾는 건 그냥 옛 맛을 찾는 게 아니고 머릿속에 있는 거예요. 젊은 시절에는 일해야 하니 여러 가지 관심사가 많죠. 그런데 은퇴하면 그 관심사들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굉장히 허전해져요. 그때 잊어버리고 있던 그 맛이 생각나고 그 맛을 찾아 몸이 움직이게 됩니다.”
해외에 나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첫 번째가 고추장, 두 번째로 된장찌개를 미친 듯이 찾는다. 그걸 보면서 “그 나라를 갔으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지 왜 한국 음식을 찾느냐”고 훈계조로 하는 말은 무식하다고 비판했다.
“뜨거운 걸 먹어서 시원하다는 건 차갑다는 게 아니라 혈관이 뚫린다는 의미죠. 예를 들어 동남아를 가면 대부분이 습지예요. 거기서 몸이 시원하게 뚫렸으면 좋겠는데 음식에 효소, 효모가 없으니까 소화도 잘 안 되고 안 뚫려서 갑갑해져요. 몸은 뚫리지 않는데 주변에서 뭘 먹어봐도 비싸고 맛있는 거지 효모가 많은 게 아니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음식을 찾게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몸에 효모를 채워야
황 작가는 나이가 들었다는 건 제대로 된 맛에 대한 그리움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물리적으로 나이 든 사람의 장을 해부하면 안에 효모가 없다고 해요. 노화가 된다는 건 장 속에 있었던 효모가 없어진다는 의미도 되겠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효모를 채워야 합니다. 특히 한국 사람은 효모를 안 먹으면 안 돼요.”
그는 문명국가에는 세 가지 발효 음식이 있다고 밝혔다. 콩을 발효시킨 ‘두장’, 생선을 발효시킨 ‘어장’, 버터와 치즈를 발효시킨 ‘유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만 한 밥상에 어장과 두장을 섞어 먹습니다. 젓갈에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된장과 유산균, 어장이 섞인 찌개를 끓여 먹기도 해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그런 음식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는 시니어들에게 추천하는 음식점으로 역시 장맛이 있는 집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밥집을 원하게 됩니다. 그런 밥집 외에 추천할 만한 곳은 국수집입니다. 특히 안동 지방의 국수가 최고예요. 과거에는 이 지방이 아니면 국수 만들기가 어려웠기에 ‘안동국시’라는 말이 생겨났죠. 면에 콩가루가 섞여 들어간 별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음식들, 제대로 만들어진 도토리, 메밀, 청포, 묵 등을 하는 음식점들이 있습니다. 요즘 제주도 음식점들을 많이 찾는 이유가 있는데 제주도 해산물이 괜찮아요.”
타협하지 않는 맛이 철학이 된다
평범하지만 지금은 손이 많이 가서 만들면 비싼 음식들. 지금에 와서 옛 맛을 추구한다는 건 그런 애로사항이 있다. 그러나 그런 맛에 있어서 황 작가는 타협하지 않는다.
“‘당신 입맛도 입맛이고 내 입맛도 입맛이다’라고 말하는 건 미적분을 아는 것과 더하기빼기를 아는 것을 같이 여기는 겁니다. 붕어를 입에 넣으면 뱉는 아이와 내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맛을 많이 접할 수 있었겠어요. 요즘 된장, 고추장 먹으면 달죠? 그게 왜 달아요, 매워야지.”
음식은 먹거리에서 문화가 되고, 문화를 넘어서 철학이 된다는 게 그의 이론이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음식이 자신의 몸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플레이팅 좋고 데코레이션이 좋은 음식은 60대가 되면 관심도 없어요. 음식에서 의미를 찾는 나이가 되는 거죠. 그 의미가 아젠다가 되면 철학이 됩니다. 그래서 맑은 음식, 예전에 어릴 때 먹어봤던 음식, 제대로 된 장으로 만든 음식, 이 모든 걸 아울러서 의미가 있는 음식이 중요해집니다.”
곳곳에 널린 게 맛집이다. 맛집이라니 너도나도 한 번쯤 찾아가 본다. 그런데 그 ‘맛’이라는 것을 도통 모르겠다. 맛있다 하니 그냥 맛집이구나 하기 일쑤다. 단맛과 감칠맛만 맛있다고 한다.
VVIP를 대상으로 ‘맛 투어’를 가는 황 작가는 시니어 열이면 열 손꼽히는 된장찌개 맛집을 찾아 미식의 즐거움을 누린다고 한다. 쓰고 신 장(醬)맛은 혀에 착착 감긴다. 이제 쓴맛과 신맛을 찾아 떠나보자.
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인도 요리를 통틀어 커리(curry)라 한다. 인도는 치매 발생률이 낮은 국가로 잘 알려졌는데, 그 일등 공신으로 커리의 주성분인 강황을 꼽는다.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이 뇌 속에 쌓여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뇌를 건강하게 하는 향긋한 커리 맛집 ‘나마스테’를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5월 가족 외식엔 영양 만점 인도 커리
인도에서 시작된 커리는 영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카레’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해진 음식이다. 채소와 고기를 넣고 뭉근하게 끓여 밥에 얹어 먹는 한국식 카레라이스도 맛있지만, 다양한 재료와 향, 색깔로 입맛을 사로잡는 인도식 커리 맛집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특히, 중·장년의 치매 예방은 물론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도 좋아 가족 외식 메뉴로 즐기기에 알맞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인도 커리 전문점 ‘나마스테(NAMASTE, 인도 인사말이기도 함)’는 30여 가지 커리(1만4000원~1만6500원 선)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채소,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 해산물 등 (돼지고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주재료와 향신료 배합에 따라 어른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커리부터 아이들이 먹기에 부담 없는 달콤한 커리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나마스테에는 커리 외에도 인도 셰프들이 엄선한 현지 식재료로 만드는 애피타이저와 탄두리(tandoori: 화덕에서 구워낸 요리), 디저트 메뉴 등이 있다.
메뉴 고르기가 어렵다면 런치세트나 디너세트를 추천한다. 런치 코스A(1인 1만3200원)는 그린샐러드, 커리(치킨 마크니와 믹스 베지터블 중 택1), 난 또는 밥, 후르츠 라이타(과일 수제 요거트)로 구성된다. 런치 코스B(1인 1만9800원)는 그린 샐러드, 탄두리치킨, 커리(프론 마크니와 팔락 파니르 중 택1), 난(플레인, 갈릭, 버터 중 택1), 밥, 차 또는 커피를 제공한다. 디너에는 애피타이저나 탄두리, 케밥 등이 어우러진 코스(1인 A-2만8000원, B-3만5000원, C-4만5000원)로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인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빨간 벽에 아기자기한 타일 문양이 어우러진 홀(hall)과 짙은 푸른빛 벽지에 금색 무늬가 돋보이는 룸(room)이 대조를 이룬다. 곳곳에 인도의 상징인 코끼리 장식이 놓여 있다. 조명이 살짝 어둡지만 매장 가운데 놓인 촛불이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초 밑에는 초 4~5배 정도 길이의 촛농이 쌓여 마치 얼음기둥처럼 보인다.
보통 여러 명이 주문을 하면 다양한 커리를 시켜 나누어 먹는데, 조금씩 덜어서 맛볼 수 있도록 커리 그릇에 숟가락을 꽂아 낸다. 밥 위에 한꺼번에 부어 먹는 카레라이스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커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커리와 함께 먹는 밥은 3종류가 있다. 한국 쌀로 만든 플레인 라이스(2000원), 인도 쌀로 만든 바스마티 라이스(3500원), 그리고 사프란(saffron)을 넣어 만든 사프란 라이스(5500원)이다. 꽃잎을 말려 만든 고급 향신료인 사프란을 넣은 밥은 노란빛을 띠는데 별미로 즐길 만하다.
한국인은 밥이 익숙하지만, 인도에서는 주로 화덕에 구운 부드럽고 납작한 빵인 ‘난(nan)’을 곁들여 먹는다. 커리에 찍어 먹거나, 탄두리 치킨 등을 싸서 먹기도 한다. 나마스테에는 기본 난(2500원)을 비롯해 버터 난(3000원), 갈릭 난(3500원), 치즈 난(6500원), 나마스테 스페셜 난(5500원, 견과류를 넣어 만든 난)을 판매한다.
밥과 난에 잘 어울리는 인기 커리 메뉴는 신선한 토마토, 크림 허브로 만든 치킨 마크니(1만5500원), 매콤한 맛이 일품인 비프 빈달루(1만6500원), 시금치와 쿼티지 치즈가 들어간 팔락 파니르(1만4500원) 등이다. 식후에는 디저트로 인도식 수제 요거트로 만든 라씨(5500원, 플레인·망고·딸기·키위)나 마살라 차이티(5000원, 시나몬·카더멈·우유를 넣고 끓인 차) 등을 즐기면 이색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5 지하1층 (압구정 로데오역 4번 출구·학동사거리 일지아트홀 근처)
문의 02-549-4667
영업시간 11:00~22:00 (연중무휴)
크로아티아 흐바르(Hvar)는 유명 여행전문잡지에 ‘세계에서 아름다운 섬’으로 자주 손꼽힐 이유가 충분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자주 찾았던 곳이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과 일반인의 여행 시각이 뭐가 다를까? 그저 살아생전 찾아가봐야 할 섬이 흐바르다.
이 섬의 아름다움은 그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해 낼 수 없다.
진한 라벤더 향기 머금은 스타리 그라드의 골목길
스플리트에서 배를 타고 2시간 거리. 여객선은 2008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흐바르 스타리 그라드(Stari Grad) 섬으로 다가선다.
한눈에도 볼 수 있는 작은 섬이 눈 앞으로 스르르 다가선다. 선착장에 멈춘 거대한 배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내린다.
하선한 관광객과 다시 배를 타고 이 섬을 나가려는 인파로 복잡한 선착장 주변에 라벤더 향기를 가득 담은 난전 두어 개가 펼쳐져 있다. 라벤더의 강한 향기가 코 끝을 ‘훅’ 자극한다. 즉석에서 갈아주는 주스 파는 곳으로 다가간다. 햇살 좋은 섬에서 자란 과일 주스는 맛이 참 좋다. 피자 한쪽을 사서 미처 먹지 못한 ‘아점’도 먹는다. 그러는 사이 북적대던 사람들은 섬 어디론가 흩어져 갔다. 돌아갈 배편을 미리 구입하고 천천히 섬 안으로 발을 옮긴다.
해안 길(riva)을 피해 일부러 민가가 있는 계단으로 올라선다. 해묵은 느낌이 가득한 골목길엔 치즈 빛 담 벽과 반질반질한 돌이 이어진다. 골목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좁은 골목길에서 앙증맞은 숍, 여행사, 호스텔 등의 간판들을 만난다.
강한 향내를 풍기며 유혹하는 라벤더 가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가게는 가슴골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금발 생머리의 날씬한 판매원을 닮은 듯 예쁘고 현혹적이다. 라벤더 오일, 건제품들은 예뻐서 꼭 사가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흐바르에 라벤더 가게가 많은 것은 이유가 있다. 이 섬은 ‘라벤더 섬’으로 불릴 만큼 라벤더 재배가 성행한다. 5월이면 온 섬은 라벤더 꽃과 향이 코끝을 간지를 것이다.
수녀가 만드는 알로에 레이스와 하니발 루치치 동상
골목길에서 11세기 베네딕트회 수도원(Benedictine Monastery)을 만난다. 그저 유럽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수도원이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지만 이 수도원은 ‘알로에 레이스(Aloe Lacemaking Skill)’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알로에 화분 하나가 놓여 있고 건물에는 레이스 그림을 새긴 팻말이 있다. 유럽 마을마다 흔히 볼 수 있는 레이스 공예지만 흐바르는 색다르다.
크로아티아에는 3가지 서로 다른 레이스 공예 전통이 전해지고 있다. 아드리아해 연안의 파그(Pag) 마을에서 전하는 ‘니들포인트 레이스 공예(Needle Point Lacemaking Skill)’, 크로아티아 북부의 레포글라바(Lepoglava)에 전하는 ‘보빈 레이스 공예(Bobbin Lacemaking Skill)’, 그리고 달마티아(Dalamatia) 연안의 흐바르 섬에서 전승되는 ‘알로에 레이스 공예(Aloe Lacemaking Skill)’다.
‘알로에 레이스’는 흐바르에 거주하는 베네딕트회 수도원의 수녀들만 만든다. 생 알로에 잎의 심에서 나오는 얇은 흰색 실을 이용해 보드지 뒤에서 망이나 다른 패턴을 짠다. 이렇게 완성된 레이스 작품은 흐바르 지방을 상징한다.
이 수도원 앞에는 르네상스기의 위대한 작가인 하니발 루치치(Hanibal Lucic)의 동상이 있다. 15~16세기 크로아티아의 대표적 작가인 하니발 루치치(1485~1553)는 ‘로비냐’ 라는 서사시를 썼다.
멀지 않은 곳에 르네상스의 시인 페타르 헤크토로비치(Petar Hektorovi?, 1487~1572)의 요새와 트브르달리(Tvrdalj) 성의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시인이었던 그는 이곳에서 나고 죽었다. 그는 어부의 노래를 수집했고, 기행담 등을 친구와 서신으로 대화를 즐겼다. 그가 기록한 해상 및 동물원 용어들은 크로아티아어 표준 언어에 통합되었다. 요새와 성은 직접 설계했는데 현재는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스타리 그라드 랜드마크 스테판 광장엔 그리스 흔적이
골목을 비껴나면 흐바르 타운의 중심지인 넓은 스테판 광장이 얼굴을 내민다. ‘U’자 모양의 항구가 있는 이 광장에는 성 스테판(St. Stephen's) 대성당이 있고 1612년에 지어진 유럽 최초의 시민극장 등 유적지가 몰려 있다. 한눈에 봐도 스타리 그라드의 중심지임을 알 수 있다. 오래된 건물들에선 어김없이 레스토랑, 와인바 등이 성업 중이다. 이 광장은 흐바르에 그리스인들이 가장 먼저 정착한 곳으로 아드리아 해안 달마티아 지방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스타리 그라드에 처음 사람이 정착한 때는 그리스 시대다. 그리스가 아드리아해까지 영역을 확장한 시기는 고대 시칠리아 시라쿠사(Siracusa)의 독재자 디오니시우스(Dionysius) 1세(재위 BC 405~BC 367)때부터다. 그는 384년, 일리리아인의 도움으로 비스(Vis) 섬을 정복해 첫 번째 식민지를 세웠다. 10년 뒤, 디오니시우스와 동맹을 맺은 에게해의 파로스 섬 거주민들이 섬을 정복해 식민 도시를 건설했다. 현재 남은 요새, 고대 석담, 건물 골조, 돌로 만든 작은 대피소 등이 그리스 시대의 흔적들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토지 구획 체계인 ‘코라(chora)’는 24세기 동안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BC 4세기 중반, 시라쿠사 제국이 몰락했고 BC 5~BC 6세기 경 일리리아인의 독립 공국이 되었다. 일리리아인들은 요새를 재사용하고, 여기에 새로운 요새를 구축하면서 번성했다. 데메트리우스(Demetrius)가 왕이 되어 통치하면서 권력을 확장했다. 하지만 로마인들에 의해 식민지화한다. 그때 파리아(Pharia, Faria)라는 새 이름이 붙여졌고, 아우구스투스(Augustus)와 티베리우스(Tiberius) 통치 기간에는 자치도시(municipium)의 지위를 획득했다. 몇몇 로마식 무덤이 만들어지고, 물탱크가 축조되기도 했다. 파리아는 그리스 시대보다는 좀 더 작은 경계로 다시 요새화했다. 이후 12세기에는 기독교 주교의 관할권 아래 있었고, 13세기 중반부터는 베네치아인들에게 정복 당해 1797년까지 정치적인 통제를 당했다. 베네치아 왕국 시대(14~16세기) 때 교통, 군사상 요지로서 번영했다. 15세기부터 교역 중심지 항구로서의 부흥기를 맞이했는데, 당시의 지역명은 캄포 산 스테파니(Campo San Stephani)였다.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19세기 말, 포도나무 뿌리를 썩게 만드는 필록세라(phylloxera) 병이 돌면서 이 섬의 경제는 흔들거렸다. 많은 농부들이 농지를 포기했고 20세기에는 이 섬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포도를 경작하던 남부 마을들은 부분적으로 사라지고, 토지와 도로 대장 체계도 관리 부족으로 명맥만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에는 새로운 위협에 맞닥뜨렸다. 집단농장과 농업의 기계화가 그 원인. 그래도 지금은 다시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조금씩 떠난 농부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흐바르 요새는 천국의 자리
흐바르 스타리 그라드의 백미는 흐바르 요새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스페인 요새, 베네치아 요새(Spanjola Fortica, Spanol Fortress)라고 불린다. 스테판 광장에서 북쪽의 산 언덕으로 오르면 된다. 오르는 길목의 모습은 타운과 엇비슷한 골목이다. 돌길을 따라 이어진 주변 화단에는 알로에와 사보텐 선인장이 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10여분 걸음 끝에 만나는 요새는 중세 때, 오스만 투르크 족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요새 안 박물관에는 부서진 유적들이 있지만 딱히 볼만한 것은 없다. 대신 앞이 환하게 트인 성벽에서 바라보는 발밑 풍경에 넋이 빠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치를 누군들 반하지 않겠는가? 흐바르 타운과 쪽빛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조망하면서 위치를 가늠해 본다. 흐바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브라치(Bra?)섬과, 비스(Vis) 해협을 사이에 두고 비스와, 코르출라(Kor?ula) 해협을 사이에 두고 코르출라와, 네레트바(Neretva) 해협을 사이에 두고 펠제샤츠(Pelje?ac)섬과 마주 보고 있다. 풍광만으로 흐바르 사랑이 가슴 속 깊숙히 채워지는 곳. 더 이상 말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오를 때 무겁던 발걸음은 몇십 배 가벼워져 하산한다. 다시 선착장을 기점으로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물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맑은 쪽빛 바다에는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운 비명이 울려퍼진다. 생선 굽는 냄새에 코끝을 킁킁대며 굴 전문 식당, 와인숍을 한가하게 기웃거리다가 만난 프란체스코(Franciscan) 수도원. 15세기에 코르출라 출신의 유명 석공 가문이 건설했다고 한다. 바다를 정원 삼은 작은 수도원에는 사이프러스 나무가 포인트를 주고 있다. 수도원 내부는 박물관으로 이용되는데, 특히 마테오 이그놀리의 ‘최후의 만찬’ 등이 눈여겨 볼 그림들이다. 겨우 하루였지만 흐바르의 눈 시리게 아름다운 풍광과 코끝을 파고드는 라벤더 향기는 아직도 가슴 속에 선연하게 박혀 있다.
TRAVEL TIP!
항공편 크로아티아로 바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일단 유럽의 주요 도시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크로아티아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잘츠부르그, 헝가리 부다페스트, 슬로베니아 루블라냐,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등의 국제선을 이용해 자그레브 공항으로 갈 수 있다. 근교 도시에서는 버스나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필자는 슬로베니아에서 열차로 이동했다.
배편 스플리트에서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페리는 스플리트 항구, 타운 버스 터미널 맞은편에서 일반 페리가 매일 3회 출발한다. 쾌속선은 1시간 5분 정도 소요되지만 보편적으로 2시간 정도 예상하면 된다. 단 시기에 따라서 페리 스케줄이 다를 수 있다. 정확한 스케줄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게 좋다. 날씨에 따라 출발이 결정되므로 여유있게 여행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여행시기 라벤더가 피어나는 5월과 6월 가장 아름답고 한가롭다. 여름 피서철에는 사람이 많아져서 배편, 숙박 이용하기가 불편해진다.
와인 크로아티아의 2대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남쪽은 적포도주, 스타리 그라드와 젤사 사이 중앙 평원은 백포도주 산지다.
먹거리 해물 스파게티와 신선한 새우요리, 그릴에 구운 생선구이 등 바닷가라서 해산물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바닷가 옆이나 스테판 광장 쪽에 식당이 많으며 아시안 음식점도 있다. 또 골목 속에 박혀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나 선술집(konoer)들도 많다.
특산물 흐바르는 라벤더의 섬이다. 난전은 물론 골목에 가게들이 있다.
화폐 쿠나(HRK) 전압 220V, 50Hz(공통)
크로아티아 추천 여행 코스 수도 자그레브를 시작해서 플리트비체-시베니크-자다르-트로기르-스플리트-흐바르-두브로브니크 순으로 여행을 즐기면 된다.
여행 유의점 크로아티아는 한국인이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위란다. 현지에서도 한국인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일부에서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짐 값은 당연히 받고 택시기사의 바가지 상흔도 아주 흔하다. 국내 여행사 상품이 여러 군데 나와 있으니 패키지를 이용해도 좋을 듯하다.
>> 이신화 여행작가
이립(而立)에 여행작가로 시작해 어언 지천명(知天命)에 다다랐다.
그동안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 ‘on the camino’ 등
여행서 총 14권을 출간했다. ‘인생이 짧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지난해 홀로 197일간 30개국의 유럽 배낭 여행을 했다. ‘살아 있을 때 떠나자’가 삶의 모토다.
시니어 펫팸족이 대세라지만 집안에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단지 반려동물이 예뻐서? 혹은 내가 적적해서 펫팸족이 되려고 했다면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 반려동물을 만나러 가기 전 적어도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를 알아보았다.
1. 반려견과 함께 살면 10년이 젊어진다.
최근 메디컬데일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 지리·지속 가능 발전학과 연구진은 개를 키우는 것이 신체 나이를 최대 10년 젊게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코틀랜드 중동부 테이사이드 주(州)의 평균 79세 노년층 547명을 대상으로 신체나이와 반려견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들 중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러지 않는 사람들보다 신체운동능력이 월등했다. 불안감이나 우울증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반려견과 생활하는 것이 노년기에 접하기 쉬운 정신적, 신체적 퇴보를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 반려견·반려묘를 입양하는 것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
유기·유실동물은 동물보호법이 정한 10일이 지나면 유기·유실동물의 인도적 처리(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열흘 안에 주인이나 입양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작은 생명의 심장은 멈춰버린다. 혈통 좋은 반려동물도 좋지만, 입양도 한 번쯤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런데 꼭 명심할 것이 있다. 유기·유실동물들은 버려지고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그러므로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분양동물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3. 반려견과 반려묘의 평균수명
개의 경우 큰 개인지 소형·중간 개인지에 따라 수명 차이가 있다. 소형·중간 개의 수명은 14~17년, 큰 개는 9~13년으로 큰 개가 소형·중간 개보다 수명이 더 짧다. 소형·중간 개는 빨리 어른이 되지만 큰 개에 비해 노화가 느리다. 큰 개는 천천히 성숙하는 대신 노화가 빨리 온다. 고양이 평균 수명은 15년이다. 고양이 종류에 따라 수명 차이가 있지만 거의 40세 가까운 나이까지 살아 기네스북에 올랐던 장수 고양이도 있다. 현재 미국에 사는 고양이 ‘코듀로이’가 ‘세계 최고령 고양이’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작년 보도 당시 26세로 사람으로 치면 124세에 해당하는 나이다.
4. 반려견은 초콜릿, 양파를 먹으면 안 된다
반려견이 먹으면 안 되는 대표적인 음식이 땅콩버터다. 알레르기나 만성 질환이 있는 반려견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초콜릿 또한 위험하다. 초콜릿 속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을 반려견이 섭취하면 구토와 탈수증 복통을 일으키고 체온 상승과 발작,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양파의 매운 성분은 적혈구 생성과 활동성을 낮춘다. 위험할 정도로 양파를 섭취하면 수혈을 해야 한다. 포도 또한 먹어서는 안 된다. 강아지 종류에 따라 구토나 설사 증세가 나타나는데 식욕감퇴, 탈수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부전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경우 3~4시간 안에 죽을 수 있다.
사과, 자두, 복숭아, 배, 살구 등에 들어 있는 시안배당체를 반려견이 먹으면 현기증, 호흡곤란,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우유, 치즈, 아보카도, 빵, 베이컨 등도 반려견이 먹으면 안 된다.
5. 반려인의 잘못된 행동 3가지
1. 안내견을 제외한 다른 반려동물은 대중교통이용 시 이동장(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려동물을 담는 물건)을 이용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답답해한다고 잠시 내려놓은 순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충분히 이동장 적응 훈련을 해야 한다.
2. 반려견과 산책할 때 목줄을 풀어주거나 감정 상태를 모르는데 다른 반려견들과 어울리게 두면 안 된다. 사람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서먹하다. 동물들이라고 다르겠는가. 반려인이 생각 없이 한 행동 때문에 반려견들이 싸울 수 있다.
3. 준비 없이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것도 삼가야 한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작년 10월 주변과의 갈등을 줄이면서 ‘길고양이 돌보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단체는 “먹이뿐만 아니라 깨끗한 물을 먹이는 것이 중요하며 야행성인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해 일몰 이후 일정한 장소에서 먹이를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길고양이의 치아, 잇몸질환 등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사료 이외의 음식을 줘서는 안 되고, 고양이가 먹고 남긴 음식물은 즉시 치우기를 당부했다.
6. 안내견에게 말을 걸지 말라안내견은 잘 알다시피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장애인 보조견이다. 심심치 않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안내견. 이들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꼭 알았으면 한다. 안내견과 마주쳐도 말을 걸면 안 된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내견은 몸과도 같은 존재다. 안내견 또한 주인을 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다. 혹시 안내견과 소통하고 싶다면 주인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주인의 동의 없이 말을 걸고 만지면 안내견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음식물 또한 절대 주어서는 안 된다. 안내견들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이나 간식을 갈구하는 눈빛을 보내지 않도록 훈련돼 있다. 반려동물이 안내견 가까이에 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안내견들 모두 힘든 훈련을 통해 뽑힌 우수견이기는 하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오면 짖고 싸울 수 있다. 무엇보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훈련됐다. 다른 곳에 집중하면 주인 돕기에 어려움이 생기니 방해되는 행동은 삼가라.
7. 반려견의 발바닥을 살펴라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발을 들고 겨우 걷거나 혹은 발을 만졌을 때 신경질을 내는 일이 종종 있다. 이때 반려견의 발바닥을 확인해봐야 한다. 발톱이 부서져 피가 났다면 반려견이 통증을 심하게 느끼기 때문에 지혈제와 붕대를 이용해 빨리 치료해줘야 한다. 부서진 발톱을 제거할 경우 회복이 늦고 발톱이 변형될 수 있다. 발바닥에 뾰족한 돌, 마른 진흙, 뭉친 털 등이 낄 때도 있다. 이때는 털을 깎고 발을 씻은 뒤 소독약을 발라준다. 맨발로 땅을 디디고 다니기 때문에 발바닥이 마르고 갈라지면 위험할 수 있다. 급한 상황이라면 일반 로션을 발라줘도 되지만 피부를 단단하게 해주는 성분이 포함된 강아지 전용 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집안에서만 활동하는 반려견의 경우 발톱이 너무 자라 피부로 파고들 수 있으니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8. 반려견은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2014년 1월 1일부터 개를 기르는 사람들은 전국 시·군·구청에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단, 동물등록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자를 지정할 수 없는 읍·면·도서(島嶼) 지역은 제외된다. 대상은 3개월 이상 된 개이며 미등록 시 4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등록을 하는 이유는 주인이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의 동물등록정보를 통해 더욱 쉽게 찾기 위해서다. 동물등록방법은 3가지다. 동물의 몸에 직접 삽입하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와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등록 인식표 부착 방법이 있다.
9. 반려동물 분양 계약서를 써라
개와 고양이에 한해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4-4호, 2014. 3. 21)이 마련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판매업자는 반려동물을 판매할 때 7가지 항목이 기재된 계약서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서는 분쟁 유형 3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우선 반려동물 구매 후 15일 이내 폐사할 경우엔 동종의 동물로 교환 혹은 구매가를 환급받을 수 있다. 단, 소비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 배상 요구를 할 수 없다. 구매 후 15일 이내에 질병이 발생하면 판매업자가 책임지고 치료를 한 뒤 소비자에게 인도해야 한다. 단 회복 기간이 30일 이상 지연 돼 도중 폐사할 경우 동종 동물 혹은 구매가를 환급한다.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내주지 않았을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에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반려동물 분양계약서에 기재되어야 할 7가지
1. 분양업자의 성명과 주소
2. 애완동물의 출생일과 판매업자가 입수한 날
3. 혈통, 성, 색상과 판매 당시의 특징사항
4. 면역 및 기생충 예방접종기록
5. 수의사의 치료기록 및 약물투여 기록 등
6. 판매 당시의 건강상태
7. 구매 시 구매금액과 구매날짜
10. 반려동물 사체, 이제는 폐기물이 아니다.
동물장묘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법을 적용받는다. 그동안 반려동물 사체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로 분류·처리됐다. 동물장묘사업장을 개설할 때 환경부에서 주변 환경 피해 여부를 점검해 ‘설치승인서’를 내줬는데 받기가 쉽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동물화장은 일반폐기물 처리와 달리 유독물질이 거의 나오지 않고, 크기도 작아서 설치승인서 제출 사업장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동물이 죽으면 쓰레기 봉지에 넣어서 버리면 그만이었다. 지금까지 반려동물 사체 상당수가 불법 화장, 매장, 폐기물로 처리됐지만, 법 개정으로 더욱 존엄한 장례 절차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봄! 강추위를 이겨낸 당신, 어디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고 싶다면 온라인 숙박 예약 사이트 에어비앤비가 발표한 ‘2016년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지 16곳’을 주목하라. 이 조사에 따르면 요즘 여행객들은 현지 주민과 체험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문화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 현지음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집 지역, 특별한 야외 활동이 가능한 곳 말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2016 새롭게 떠오르는 여행지 16곳’ 가운데 시니어 독자들이 가볼 만한 여행지 Top 4를 정리했다.
자료 제공 에어비앤비(www.airbnb.co.kr)
인정 넘치는 동네, 그리스 아테네 코우카키
‘신들의 도시’ 아테네의 매력적인 동네 코우카키는 최근 ‘차 없는 거리’로 단장하면서 걷기 좋은 곳으로 유명해졌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코우카키에는 작은 노천카페와 빵집,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에어비앤비 집주인 카트리나의 숙소가 바로 이곳에 있다. 작은 뜰이 딸린 집의 주인 카트리나는 건축가이자 도시 설계사로 그리스 고대 건축 양식과 아테네에 대한 숨은 이야기, 각종 정보 등을 여행자들에게 알려준다. 매주 금요일 숙소 근처에서 열리는 시장도 흥밋거리다. 현지의 신선한 과일과 야채는 물론 서민들의 인정까지 느낄 수 있다. 파르테논신전,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이 있는 고대 유적지 아크로폴리스가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아테네 대표 관광지를 둘러보기에도 좋다.
“숙소에 도착해 보니 식탁에는 쿠키와 과일이 놓여 있었고, 냉장고에는 빵, 우유, 계란, 치즈, 잼과 주스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예상치 못한 좋은 기분이었다.” - 리안, 프랑스
스페인 예술의 발생지, 스페인 세비야 트리아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고혹적인 도시 세비야. 우리에게는 오페라 로 알려진 곳이다. 세비야 안에서도 특히 매력적이고 정열적인 동네가 바로 트리아나다. 이곳은 스페인 ‘예술의 꽃’ 플라멩코의 탄생지이자 투우의 본고장이다. 또한, 세비야의 과달키비르 강 진흙으로 빚어 만드는 타일 ‘아술레호’ 도공들이 모여 사는 곳이어서 아술레호 타일양식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트리아나 동네에 자리 잡고 있는 마리아의 숙소는 두 개의 큰 창과 강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가 있어 안달루시아의 화창한 햇살을 즐길 수 있다. 세비야의 명소인 트리아나 교(이사벨 2세 다리)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으며 숙소 인근에는 현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야시장이 열린다.
“11살과 8살인 아이들과 여행하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트리아나 현지인처럼 살아 볼 수 있는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 사라 그레이스, 미국
카네오헤의 샌드바, 미국 오아후 카네오헤
“알로하! 하와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화려한 색감과 무늬가 하와이의 열대 바닷속을 연상케 하는 헬렌의 숙소는 와이키키 해변과 진주만이 있는 오아후 섬의 카네오헤에 있다. 근처 바닷가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매력적인 공간. 카네오헤는 썰물 때 드러나는 작은 모래섬인 샌드바가 유명하다. 샌드바가 생기면 보트를 타고 나가 그 위에 올라서서 바다 안을 볼 수 있다. 샌드바가 잔잔하게 물에 잠기면 스노클링으로 열대어, 바다거북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 집주인 헬렌은 내과 의사여서 혹시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신속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두 아이와 5일간 이곳에 머물렀다. 친절한 집주인 헬렌은 우리가 해변에서 편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비치의자, 파라솔, 스노클링 장비, 장난감 등을 준비해줬다. 지인들에게 이 숙소에 머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라, 미국
먹거리 천국, 호주 멜버른 리치몬드
캥거루와 코알라의 땅, 호주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휴양을 원하는 여행객들의 낙원이다. 특히 문화의 중심지로 알려진 멜버른의 리치몬드에는 전형적인 호주식 맥줏집부터 그리스식 선술집, 길거리에서 파는 베트남 쌀국수가게 등이 있어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멜버른 명소인 야라 강을 따라 산책을 해도 좋다. 화가들이 거리 곳곳을 그린 벽화를 감상하는 것도 멜버른을 느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리치몬드에는 안드레아의 숙소가 있다. 손님들을 반기는 듯 집 대문에는 ‘어디에서 온 누구든지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평화로운 주택가에 있어 리치먼드 현지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호스트가 정말 친절해서 좋았다. 숙소도 시내에서 가까웠다. 안락한 분위기 덕분에 지내는 동안 정말 편했고 리치몬드의 숨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선, 한국
에어비앤비 선정 2016년 떠오르는 여행지 16곳은?
상위 1위에서 3위까지는 아시아(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4위부터 7위까지는 유럽(프랑스, 그리스, 스페인, 독일), 8위부터 12위까지는 아메리카지역(미국 3곳, 브라질, 멕시코)이 떠오르는 여행지로 뽑혔다. 이 외 13위 헝가리, 14위 인도네시아, 15위 호주, 16위 아르헨티나 순으로 조사됐다.
#1.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비 오는데 전화도 안 받네. 워런 도사님 거기는 어디야?” BJ(Broadcasting Jockey) 오작교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혼잣말을 하다가 채팅창을 보며 대화를 한다. 아프리카TV 최고령 BJ 진영수(74)씨의 최근 인터넷 1인 방송이다.
#2. BJ 슈기(최슬기·21)가 떡볶이 네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는다. “맛있다”를 연발하며 쩝쩝 소리를 낸다. 이어 치즈 스틱을 먹는다. 끊임없이 “후루룩 쩝쩝”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먹는다. 인터넷 1인 방송 ‘슈기 잘 먹는 먹방’이다.
#3.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중계방송하는 양띵(양지영·25)은 1인 방송 구독자 및 애청자가 201만 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온라인 게임에 관심 있는 10~20대에게는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진영수씨는 인터넷 1인 방송을 통해 인생 상담도 하고 자신의 힘든 상황을 전달하며 네티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1인 방송을 하면서 우울증도 극복하고 삶이 활기차다고 말한다. 최슬기씨는 먹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 대기업 임원 월급 수준인 월 15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양지영씨는 게임방송으로 연예인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얻으며 KBS 진행자로 진출했다.
인터넷 1인 방송 열풍이 상상을 초월한다.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하는 사람만 22만 명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1인 방송을 하는 사람이 수십만 명에 달하고 1인 방송 시청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 1인 방송자(BJ), 시니어층까지 다양
인터넷 1인 방송은 특별한 기술 없이 카메라와 마이크 등 간단한 장비로 PC와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1인 미디어다.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 혹은 주문형(VOD) 방식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1인 방송자(BJ)들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다음-카카오, 네이버, SNS(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해 자신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1인 방송은 대화창이 떠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쌍방향 방송을 할 수 있다. 먹방, 쿡방, 게임방송, 증권방송, 인생상담, 스포츠 중계, 공부방송, 뷰티방송 등 방송 콘텐츠는 제한이 없다. 방송하는 사람 역시 일반인부터 연예인 등 유명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론 젊은 10대나 20대가 1인 방송을 많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진영수씨처럼 중·장년과 시니어에서도 1인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19~50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인터넷 개인방송 관련 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4%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1인 방송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64.3%는 1인 방송을 시청자의 다양한 욕망을 표출해주는 창구로 인식하고 있다. 1인 방송을 시청하는 이유(중복응답)로는 50.2%가 ‘콘텐츠가 재미있어서’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고 다음은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37.2%), 실시간 참여가 가능해서(24.8%), 전문가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21.3%), 누군가와 소통하는 느낌이라서(18.3), 함께 댓글을 달면서 참여하는 재미가 있어서(14.5%) 누군가와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서(11.7%), 대리만족하려고(1.7%) 순이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진이 2016년 내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꼽은 소비 트렌드 10가지 중 하나가 바로 1인 방송을 비롯한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1인 방송을 하는 BJ 중 양띵, 악어, 대도서관, 허팝, 최군, 슈기, 김이브, 영국 남자, 소프, 쿠쿠크루 등 유명 BJ들은 연간 2억~4억 원의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독창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네티즌의 눈길을 끌면 누구나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BJ가 될 수 있다.
◇ MCN 사업자들 국내의 콘텐츠 내보내
1인 방송 BJ의 수입 창출원은 크게 두 가지다. 아프리카TV의 1인 방송처럼 방송을 본 네티즌이 100원짜리 별 풍선을 구입해 마음에 드는 1인 방송자에게 주면 이것이 수입으로 직결된다. 또 하나의 이윤 창구는 유튜브 등 1인 방송에 붙는 광고를 통한 수입이다.
외국의 경우는 1인 방송으로 연간 135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등장했다. 미국 경제잡지 10월 14일자에 게재된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유튜브 스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유튜브 1인 방송 스타 중 게임방송을 하는 퓨디파이(방송자 펠릭스 셀버그) 채널은 구독자가 4000만 명에 이르고 수입이 1200만 달러(135억원)에 달한다. 코미디 패러디를 전문으로 하는 스모시(방송자 이언 해콕스, 앤서니 파딜라) 채널은 구독자 2136만 명, 수입 858만 달러이다.
1인 방송의 잠재적 사업성과 문화적 파급력에 주목한 기업과 방송사들이 앞다퉈 1인 방송자를 양성하고 관리해 이윤을 창출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s)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선두주자는 CJ E&M에서 운영하는 ‘다이아TV’다. 다이아TV는 현재 417개 1인 개인 방송을 운영, 관리하고 있으며 구독자 수가 2701만 명에 달한다. CJ E&M의 다이아TV 다음 규모의 MCN 사업자는 ‘트레저 헌터’다. 양띵, 악어, 김이브 등 유명 BJ가 속한 트레저 헌터는 채널 수 38개에 구독자 수가 850만 명에 이른다.
이밖에 최근 아프리카TV와 연예기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조인트 벤처 ‘프릭’역시 인터넷 1인 방송을 관리하는 MCN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이아TV 등 국내 MCN 사업자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MCN사업자와 제휴해 1인 방송 콘텐츠를 해외에도 내보내기 시작했다.
◇ 1인 방송이 대중문화 판도를 바꾸다
급부상하고 있는 1인 방송은 미디어 산업 지형도를 바꿀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독창적이면서도 무궁무진한 콘텐츠로 무장했을 뿐만 아니라 네티즌의 참여로 방송이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이용과 인기가 급증하면서 1인 방송은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우선 MBC, KBS 등 지상파 TV와 1인 방송의 결합이 눈에 띄는 변화다. 요즘 인기가 높은 MBC 프로그램 은 바로 1인 방송과 TV 방송을 결합한 포맷이다. KBS도 최근 1인 방송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KBS가 8월부터 방송하고 있는 는 1인 방송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1인 방송 콘텐츠는 방송을 비롯한 영화, 음악, 드라마 등 문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장 김영주 박사는 “MBC, KBS 등 지상파 TV에 유입되기 시작한 1인 인터넷 방송이 언젠가는 전통적인 방송 프로그램과 방송 사업자들을 능가하는 빅파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1인 방송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구글은 2020년이면 전통적 방송사 스튜디오들은 25%에 그치고 75%를 1000여 개의 1인 채널과 MCN 사업자들이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미디어와 IT 전문가들은 “1인 방송은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방송, 대중문화의 흐름도 선도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엄청나다”고 진단한다.
최근 들어 정부도 1인 방송 지원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1인 방송 제작자 양성에 나섰다. 신중년도 이제 주류 미디어로 부상하며 수입과 보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1인 방송과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진영수씨를 비롯한 신중년 1인 방송자들은 “신중년이 1인 방송을 하면 생활에 활력이 생길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와의 교류와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의 접촉 기회가 많아져 삶의 스펙트럼도 확장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높다”고 입을 모은다.
맛집 투어를 하는 이들 못지않게 동네 유명 빵집들을 한꺼번에 둘러보는 ‘빵집 순례객’이 늘고 있는 요즘. 빵 굽는 내음이 솔솔 풍기는 서울 마포구 일대의 빵집 네 곳을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 3色 공간의 매력, 프랑스 빵 공장 ‘퍼블리크(Publique)’
프랑스 밀가루를 사용한 프랑스 전통 빵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이글과 빵드퍼블리크는 퍼블리크의 대표 건강빵이다.
천연발효종을 이용하고, 자동차 운전대처럼 큼직하다는 것이 공통점이지만 호밀의 함유량에 따라 세이글(호밀 100%)은 단단한 질감에 탄맛과 신맛이 나고, 빵드퍼블리크(호밀 80%)는 부드러우면서 강한 신맛이 난다. 한때는 상수동 가게에서 빵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광흥창 공장에서 그날 구운 빵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달콤한 디저트 에끌레르도 선물용으로 인기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15길 19
운영시간 11:00~22:00 (일요일/공휴일) 11:00~19:00
문의 02-333-6919
◇버터의 풍미가 가득한 크루아상 전문 베이커리 ‘르뾔이따쥬(Le Feuilletage)’
크루아상처럼 앙금이나 크림이 들어 있지 않은 빵일수록 그 맛을 결정하는 데는 버터가 한몫을 한다.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고급 버터 3종(이시니, 엘레앤비르, 에쉬레)을 사용해 모양은 같지만 각기 다른 맛과 향의 크루아상을 굽는 곳이다. 에쉬레 버터가 들어간 빵은 진하고 깊은 맛이 나고, 이시니 버터가 들어간 빵은 가볍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엘레앤비르는 그 중간 정도). 특히 에쉬레 버터는 에 소개된 재료이기도 하다.
대개 빵은 아침에 한 번 구워 하루 동안 판매하는데, 오전 10시께 방문하면 모든 종류의 빵이 진열된다. 주인장이 직접 1년에 3~4회 프랑스를 방문해 구입해오는 38가지의 다양한 티도 준비돼 있으니 곁들여 맛볼 것을 추천한다. 르뾔이따쥬는 오픈된 주방에서 베이킹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화 상담 후 신청 가능하다.
주소 서울 마포구 토정로5길 30
운영시간 8:00~22:00
문의 070-5022-1142
◇맛과 정성으로 경쟁하는 동네빵집의 자존심 ‘롤앤브레드 리퀴드(Roll&Bread Riquide)’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롤앤브레드 리퀴드는 그 규모는 작지만 내공 있는 빵맛을 내는 곳이다. 여느 빵집과는 다르게 커피나 음료를 판매하지 않고 오로지 빵 본연의 맛에만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의 반 이상을 차지한 주방에서는 시간대별로 맛있고 건강한 빵이 구워진다.
빵 별로 나오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진열된 모습을 보려면 오후 1시 이후에 가는 것이 좋다.
모든 빵은 건포도 발효종과 요구르트 발효종, 신안천일염과 호주산 천연 버터로 맛을 낸다. 대표 메뉴인 탕종호밀빵은 크랜베리, 건포도, 오트밀, 해바라기씨, 호두 등 영양가 있는 재료가 호밀(함량 60%)과 어우러져 구수하고 건강한 느낌을 준다. 탕종호밀빵의 ‘탕종(湯種)’이라는 말은 쫄깃한 식감을 위해 끓는 물로 밀가루를 반죽하는 제빵 기술이다. 같은 방법으로 만든 탕종우유식빵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기다.
롤앤브레드 리퀴드의 모든 식빵은 촉촉하고 연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자르지 않은 상태로 판매하고 있다. 커팅을 원하는 경우엔 카운터에 요청하면 된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34
운영시간 10:00~21:00
문의 02-334-1500
◇할머니의 손맛처럼 친근한 ‘베이커리 봉교’
창업 당시 제빵사의 외할머니 이름 ‘봉교’를 따서 이름 지었다는 베이커리 봉교는 투박하지만 그리운 할머니의 손맛처럼 정겨운 빵집이다. 저온에 장시간 숙성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스콘은 봉교의 효자 메뉴다.
스콘과 어울리는 산딸기 잼, 살구 잼, 블루베리 잼 등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스콘을 비롯해 부드러운 우유크림이 가득한 우유크림빵, 치아바타 삼총사(콩콩 치아바타, 치즈 치아바타, 올리브 치아바타), 벌꿀로 맛을 낸 꿀 바게트 등은 오전 11시 이후에 가면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인기 제품은 일찍 동이 나기 때문에 저녁 7시 이전에 가는 것이 좋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19길 46
운영시간 8:00~21:00, 매주 월요일·매월 첫째 일요일 휴무
문의 02-322-7062
‘아름다움’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정의가 필요치 않은 것은 기본이 충만할 때다.
스위스의 전 지역에 대한 평가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스위스는 가는 곳마다 ‘아! 너무 좋다’, ‘이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아름다움 속에서 살아온 덕분일까? 스위스 사람들은 여행객들에게 한결같이 친절을 베풀어 준다. 보드라운 속살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다가와 상대를 배려한다.
>>글 이신화 여행작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베른에서 만난 아인슈타인
필자는 알프스를 기대고 있는 프랑스 남부의 안시(Annecy)에서 국경을 벗어나 제네바(Geneve)에 도착한다. 제네바의 레만 호수에는 하늘 높이 분수가 솟구치고 있다. 롤렉스 간판들, 거리의 꽃시계 등이 시계의 나라임을 다시 인식시켜 준다. 주마간산으로 도심을 돌아보고 베른(Bern)으로 장소를 이동한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은 가을비에 촉촉하게 젖었다. 수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주 작다. 기차역 주변 말고는 인적도 뜸해 번잡한 구석을 찾을 수 없다. 숙소에서 준 대중교통 프리 티켓도 필요치 않다. 그저 작은 소읍의 풍치를 걸어 다니면서 보면 된다. 베른은 스위스 최초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구 시가지의 골목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가 이어진다. 베른 도시가 생성됐던 12세기 후반에 지어지기 시작해 16세기 중반에 완성된 건물들이다.
그 건물에는 저장고 형태의 반 지하 상점이 늘어서 있다. 엇비슷한 건물 형태에 잠시 길을 잃을라치면 그럴 때마다 이 도시의 시계탑이 랜드마크 역할을 해준다. 시계탑은 감옥탑 이전에 베른의 출입구 역할을 했던 곳. 매시 정각 4분 전, 곰들과 광대들이 나와 춤을 추는 시간. 그 즈음이면 관광객들은 고개를 외로 꼬고 있다. 아랑곳하지 않고 시계탑 아래로 버스들이 오간다.
그것 말고도 자꾸만 시선과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다양한 테마로 만들어진 인형과 석조물이 아우러진 작은 분수들. 거기에 가는 곳마다 만나는 곰 형상들. ‘베른’이라는 이름 자체가 도시를 세운 체링겐 가문이 곰 사냥을 해서 시작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뉘데크 다리 건너편에는 곰 공원도 있다.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미공원 가는 길목이라서 으레 발길을 멈추지만, 왠지 어설프기만 한 곰 공원에 배시시 웃음 짓는다. 그 외 스위스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인 대성당(높이 100m)과 국회의사당 등이 포인트다.
욕심 없이 베른 시가지를 배회하다가 한 유명한 인물을 만난다. 아인슈타인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많을 텐데 왜 베른에서는 거대한 아인슈타인 박물관을 만들었을까? 아인슈타인과 베른은 어떤 연계가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취리히 공과대학을 다녔고 베른에 온 것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의 이력은 어느 곳에서나 많이 나오니까 생략하기로 하고 흥미로운 사적인 삶을 들여다보자.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공과대학 동창으로 상대성 이론 논문 작성을 거들었던, 첫 아내 밀레바 마리치와 결혼했다. 그가 결혼해 살았던 아파트는 구 시가지에 ‘아인슈타인 하우스’로 남아 있다. 그런데 역사박물관에서 더 자세하게 아인슈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게 된다. 그의 첫사랑은 물론이고 그가 사랑했던 마지막 사랑까지 소개되어 있었다. 오직 연구만 하는 ‘샌님’이라는 고정관념이 확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인슈타인에게는 몇 명의 여자가 있었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은 결혼생활 16년 만에 이혼했다. 이혼 사유는 아인슈타인의 간통이었다. 이혼 위자료는 아직 타지도 않은 노벨상의 상금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혼 후, 달랑 넉 달 만에 내연의 관계였던 사촌 엘자 뢰벤탈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의 바람기는 재혼 후에도 잠들지 않아 평생 비서와 유부녀, 소련의 여성 스파이 등 여러 명의 연인을 두었다. 더불어 그는 아이들도 살갑게 돌보지 않았다. 밀레바와 혼전에 얻었던 딸은 출생 이후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혼 후에는 두 아들과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둘째 에두아르트는 아버지가 가족을 버렸던 일을 평생 용서하지 않아 두서없는 원망의 편지들을 보내곤 했고, 결국에는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아인슈타인은 1932년 히틀러 집권 3주 전에 아슬아슬하게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미국에서도 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여튼 유명인들의 ‘가십(gossip)은 오랫동안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젊은 처녀의 어깨’라는 융프라우 요흐에 올라
베른에서 기차로 툰(Thun)호수 - 스피에츠(Spiez) - 인터라켄(Interlaken)까지 4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융프라우 요흐((Jungfrau Joch, 3454m)까지 오르려면 산악열차를 타야 한다. 시작점은 인터라켄의 동역(Ost)이다. 동역에서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까지 올라가 다시 열차를 갈아타면 북벽 아이거 바로 밑 동네인 클라이네 샤이덱(Kl Scheidegg, 2061m)에 멈춘다. 이곳은 융프라우 정상과 그린델발트(Grindelwald, 1034m)로 가는 열차가 두 갈래로 나뉘는 환승역이다. 만년설을 가득 덮고 있는 위풍당당한 아이거 북벽이 우뚝 서 있다. 설산을 눈앞에 두고 마을 길 따라 1~2시간 정도 트레킹을 즐긴다. 가까스로 오르내리는 산악열차와 넓은 초지에 펼쳐지는 야생화, 햇살과 시간에 따라 바뀌어가는 산 그림자, 그림 같은 집들, 작은 호수,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 등. 그 아름다움의 매력은 군더더기 말이 필요치 않다.
이 마을을 비껴 융프라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악열차에 오른다. 아이거와 묀히의 암반을 뚫고 설치한 톱니바퀴 레일은 총 9.3㎞. 1896∼1912년 건설되었으며, 최대경사도 25도의 압트식(Abt-System)으로 오르는 데 50분이 걸린다. 열차를 내려서는 그저 화살표만 따라가면 된다. 레스토랑도 있고,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판매도 하고 한 조각 선물도 준다. 얼음궁전(Ice Palace)을 관람한 후 통로를 따라 나가면 900m 두께의 눈밭, 플래토(Plateau)에 도착한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스핑크스 전망대(3571m)가 있다. 북동쪽에는 묀히와 아이거, 남동쪽에는 알레치 빙하, 남쪽에는 알레치호른, 더 멀리에는 몬테로사 산이 있다. 하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기상 때문에 온전한 풍치를 보는 일은,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한다. 결국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클라이네 샤이덱 주변에 펼쳐지는 풍광과 그린델발트 마을을 에둘러 봤으니 충분히 행복한 여정이다.
◇007 촬영지, 쉴트호른의 길목 마을, ‘뮈렌’ 아름다워
융프라우보다 느낌이 더 좋은 곳은 쉴트호른(Schilthorn, 2970m)이다. 라우터브루넨(806m)을 기점으로 찾아가야 한다. ‘울려 퍼지는 샘’이란 뜻을 가진 라우터브루넨은 정말로 아름다운 산골 마을이다. 247m의 슈타우프바흐 폭포를 비롯해 70여 개의 폭포가 연이어 높은 암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1749∼1832)는 1779년, 이곳에서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낭만파 음악가 멘델스존(1809∼1847)은 폭포 앞에서 괴테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보냈다. 시인 바이런(1788∼1824)도 이 폭포에 시를 남겼다.
폭포를 지나 마을 농장 길을 따라 4㎞ 정도 걸어가면 쉴트호른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다. 5~6번 정도 정차와 운행이 반복된다. 특히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산비탈을 등지고 사는 뮈렌(Murren, 1650m)이라는 마을은 그림 같이 아름답다. 고요할 정도로 조용한 고산 마을, 거칠고 척박한 높은 산봉우리 속에서도 화사한 꽃 화분으로 예쁘게 꾸미고 가꿀 줄 아는 사람들. 이 마을에 어찌 반하지 않겠는가? ‘이 높은 곳에서 뭐 먹고 살지?’ 하는 한국식 사고가 부끄러워지는 마을이다.
쉴트호른 전망대는 융프라우하고는 다르다. 터널이 아닌 시원한 야외 공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융프라우 요흐를 비롯해 묀히와 아이거 봉우리 3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또 이곳은 유명한 시리즈 영화인 007 촬영장소로 활용되어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재미도 준다. 전망대의 식당(피츠 글로리아, Piz Gloria)’은 야외 풍경을 보면서 즐기라고 뱅글뱅글 움직이고 있다. ‘007 제6탄-여왕 폐하 대작전’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식사한 곳에서 주인공인 것처럼 파스타를 먹는다. 분명코 융프라우만 보고 왔다면 반쪽 여행만 하게 되는 꼴이 될 것이다.
◇귀족, 부자들이 만든 휴양도시, 생 모리츠
한국 여행객 대부분이 융프라우 다음으로 가는 곳은 루체른(Luzern)이다. 필자는 루체른을 거쳐 생 모리츠(ST.Moriz)로 향한다. 스위스 여행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열차 여행이다. ‘Express’라는 이름으로 열차 관광 상품이 만들어져 있는데 그중 빼어난 명품 열차가 베르니나(Bernina) 익스프레스다. 베르니나는 스위스를 가로질러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오래된 산악 열차다. 2008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열차 코스가 있다. 투시스(Thusis) ~ 생 모리츠(61.6㎞, 알불라 라인), 생 모리츠 ~ 티라노(Tirano)(60.6㎞, 베르니나 라인)를 합친, 122㎞ 구간이다.
이 열차 구간에 생 모리츠가 있다. 생 모리츠는 스위스 동쪽 끝 부분인 그라우뷘덴(Graubunden) 주의 엥가딘(Engadin)산맥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세계적인 휴양도시다. 스위스에서는 가장 일조량이 많다. 365일 중 320일이 맑은 마을. 그래서인지 생 모리츠에 도착하면 ‘그 맑음’에 눈이 부시다. 이 마을에는 예로부터 이름난 명사(코코샤넬 등)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스위스가 관광산업을 시작했을 때 돈 많은 영국 귀족들이 유서 깊은 호텔을 세웠고 스위스에서 가장 먼저 전기를 끌어들인 곳도 바로 생 모리츠다. 봅슬레이가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엔 영국 귀족들의 스포츠였다고 한다. 그 흔적들이 생 모리츠에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은 고산을 기대어 터전을 잡았고 그 중간에 호수가 있다.
가파른 언덕이 있는 도르프(Dorf)와 온천이 모여 있는 바트(Bad), 두 마을로 이뤄져 있다. 도르프란 독일어로 ‘마을’, 바트는 ‘온천’이라는 뜻인데, 예로부터 온천으로 유명해 붙여진 이름이다. 호화로운 호텔과 부호들의 별장이 즐비하고, 류머티즘이나 심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온천 근처에는 리조트도 들어서 있다. 그저 휴양도시라서 오래된 문화유적도 없다. 긴 역사의 흔적도 없다. 마을에 짙게 내린 가을 풍치와 산정의 겨울 풍치를 보면서 호숫가를 에돌아보면 된다. 흰 설국이 된다면 더 멋질 것이며, 이 도시는 엄청나게 북적거릴 것이다. 생 모리츠를 벗어나면서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너무 아쉬워서 베르군(Bergun, Bravuogn) 역에 내려 한참이나 시간을 소요했다.
또 취리히로 나오는 길목에서는 ‘마이엔펠트(Maienfeld)에서 하룻밤을 유했다. 이 마을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배경이 된 곳. 이 마을에는 하이디와 할아버지가 살았던 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박물관이 있다. 조용한 스위스의 시골마을에서의 하룻밤. 와이너리가 유난히 많은 이 마을의 호텔 바에 앉아 와인 잔을 기울인다. 동네사람들만 왁자하게 떠들던 그날 밤, 여행객의 상념은 깊어간다. 왜 스위스를 떠나는 게 이리도 힘이 드는 것일까? 단지 고국 떠난 여행객의 짙은 외로움만은 아니었으리라.
교통편 한국에서는 취리히 공항을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각지에서 열차가 수시로 연결된다. 취리히 공항에서 베른까지는 1시간 단위로 열차가 오간다. 각 여행지 선택은 다음 일정에 의해 결정하면 된다. 생 모리츠는 이탈리아와 인접해 있고, 베른, 제네바는 프랑스와 통한다.
현지 교통 정보 스위스는 철도가 발달된 도시. 대부분 기차로 이동하면 된다.
스위스 카드 구입하기 스위스 패스는 아주 유용하다. 카드마다 특전이 다르므로 선택을 잘 하는 것이 좋다. 패스를 이용하면 열차는 물론 포스트버스 등 대중교통 대부분을 이용할 수 있으며 케이블카 할인, 박물관 무료 등 혜택이 많다.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면 날짜에 맞는 카드를 구입하면 된다. 또 스위스 철도는 유레일패스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할인 적용이 다르다. 열차 시간표는 홈페이지(www.rhb.ch)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운행 시간은 유럽 전역에서 아주 정확하다.
대표 음식들 퐁뒤(Fondue)가 있다. 기본적으로 긴 꼬챙이 끝에 음식을 끼워 녹인 치즈나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다. 18세기 초 알프스의 사냥꾼들이 사냥 중 모닥불에 치즈를 녹여 마른 빵을 부드럽게 적셔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 또 초콜릿이 유명하니 선물용으로 구입해도 좋다.
숙박정보 스위스는 우리나라에 비해 환율이 높다. 비싼 호텔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값싼 호스텔을 이용하면 된다. 융프라우나 쉴트호른을 가려면 으레 라우터브루넨을 경유해야 한다. 라우터브루넨의 작은 마을의 밸리 호스텔(Valley Hostel)은 편하게 잘 되어 있다. 생 모리츠는 휴양지라서 숙박 가격이 비싼 편. 유스호스텔을 이용하면 아주 좋다. 스태프들이 친절하고 음식이 아주 맛이 좋다.
화폐단위 유로 대신 스위스 프랑을 쓴다.
언어문제 스위스 인들은 노인층까지도 영어를 잘 구사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 관광 안내소에는 한국어로 된 팸플릿도 있다.
유의할 점 여행 떠나기 전, 융프라우에 대한 정보는 많이 복잡할 수 있다. 미리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현지에 가면 관광체계가 잘되어 있다. 역에 가서 목적지만 말하면 그들이 알아서 표를 끊어준다. 한국에서는 할인 티켓을 프린트해 가는 게 좋다. 또 여행 중 농장의 철조망을 유의해야 한다. 전류가 흐르고 있어서 가까이 가면 감전의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