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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처럼 시처럼, 과학을 읊다… 이명현 천문학자
- 이명현은 별과 시, 소설을 사랑하는 전파 천문학자다.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를 관측한다. 현재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학 프로젝트 ‘세티’의 한국 책임자(SETI KOREA 대표)와 메티 인터내셔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더불어 어릴 적 자랐던 삼청동 옛집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고 과학 소통가로서 우주과학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이명현 천문학자가 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70년대 서울의 변두리, 답십리 골목길에서 딱지치기나 소꿉장난을 하며 놀았던 어린 시절이다. 해 질 무렵, 함께 놀던 친구들이 하나둘 엄마의 부름에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혼자 남아 밤하늘을 바라봤다. 맞벌이 부부였던 부모님이 퇴근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별에 매료돼 ‘별을 헤는 사람’이 됐다. 상반된 단어들의 별난 집합 “초등학교 때부터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했어요. 최연소 회원이었죠. 그때만 해도 서울 밤하늘이 제법 어두웠어요. 인공 불빛이 덜했으니 어지간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 은하수는 가끔, 안드로메다 은하는 맨눈으로 보고 망원경으로도 다시 만나던 단골손님이었어요. 성운과 성단의 이름을 적은 노트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 눈으로 찾고, 망원경으로 자세히 본 후 그림을 그리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고등학교 때는 유리알을 직접 갈아 망원경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의 세월은 문학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중학교 2학년 어느 가을날, 여자친구(지금의 아내)로부터 이별을 알리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인생 첫 실연이었다. 편지에는 김소월의 ‘초혼’과 윤동주의 ‘서시’ 두 편이 적혀 있었다. 서럽게 울다가 두 시인의 시를 보았다. 그리움을 곱씹으며 구할 수 있는 모든 시집은 다 구해서 읽고 외웠다. 이별이 또 다른 시작을 만들어준 셈이다. 윤동주가 공부했던 숭실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그가 참여했던 평양 숭실고 교지 ‘숭실활천’의 정신을 잇는 문학 동인회 ‘활천’을 만들었다. 그 이름으로 동인지도 발행했다. 대학교도 윤동주의 흔적이 남은 연세대학교로 갔다. 마침 같은 학교에 입학한 아내를 1학년 가을, 윤동주 시비 앞에서 다시 만났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자가 된 후 전파 망원경을 통한 은하 연구의 중심지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에서 유학하며 연구원 생활을 마쳤다. 귀국해서는 연세대학교 연구교수와 천문대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이명현 인생의 화두인 별과 윤동주의 문학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2010년 11월 말, 일요일 밤이었어요. 김장철이라 배추를 나른 뒤였죠. 약간 숨이 찼지만 힘들진 않았는데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어요. 응급처치 덕에 살았지만 지금은 심장 근육의 일부만 뛰는 상태에요. 그때 현장 과학자로서는 은퇴했어요. 당시 연재 중이던 온라인 매체 ‘프레시안 북스’의 서평 연재 코너 빼고요. 격주로 진행했는데, 책을 한 권 읽고 글 쓰는 게 다였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 재활 훈련으로 여겼죠.” ‘과학의 문학’을 위한 책방 2018년에는 삼청동 뒷골목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었다. 원래 이 공간은 아버지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저자)가 1979년에 지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는 조선총독부 관리가 살던 단층 적산 가옥이 있었다. 이 명예교수가 2002년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집을 새로 지어 옮겨간 후 삼청동 집은 지인이 오랫동안 비폭력대화센터로 운영해왔다. 그러다 센터가 이사하며 집이 비자 이 명예교수는 장남 이명현 천문학자에게 공간을 내줬다. “갈다는 갈릴레오(Galileo)와 다윈(Darwin)의 앞글자를 합친 단어예요. ‘세상을 바꾼 과학을 만나는 곳’이란 뜻부터 ‘문화의 터전을 갈다’, ‘지식의 칼날을 갈다’, ‘딱딱한 과학을 부드럽게 갈다’, ‘지식의 판을 갈다’ 등 5가지 의미를 담았어요. 장대익 서울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김상욱 경희대 교수 같은 친한 학자 10여 명과 아이디어를 모았죠. 이름을 지은 다음 뭘 할까 고민했어요. 다들 과학자이면서 책을 쓰는 사람이고, 책방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터라 교양과학 책방을 열기로 했죠. 2층에는 저자의 방, 지하엔 북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어요.” 이명현 천문학자는 과학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소중히 여긴다. 출발은 대학원생 때다. 연구실로 초등학생 꼬마 한 명이 들어와 다짜고짜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이론에 입거한 증거를 나열해 친절히 얘기해줬지만 아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을 납득시켜달라고 보챘다. 아무리 설명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천문학을 매개로 비전공자와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새삼 느꼈던 순간이다. 이후 다양한 강연을 통해 과학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사람들에게 꾸준히 전한다. 왜 과학, 책일까? “대부분 과학책이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거리를 둬요. 과학책을 쉽게 읽고 싶다면 ‘느슨한 독서’를 추천합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적어 책이 갖는 절대적인 힘이 있었어요. 그만큼 정독, 완독, 반복 등이 중요했죠.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서 좋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와요. 첫 장부터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모르는 부분은 과감히 넘기세요.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등 비독서 행위를 활용하면 효율적입니다. 다른 사람이 흘려놓은 정보에 올라타는 거죠. 장으로 챕터가 나누어져 있는 책은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는 것도 느슨한 독서 방법이에요.” 물론 영상, 팟캐스트 등의 미디어를 통해 과학을 접한다 해도 진입장벽은 높다. 그럼에도 느슨하게나마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상 매체가 익숙한 시대에 살다 보니 현대인은 즉각적인 반응을 도출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현대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복잡한 상황도 마주한다. 이명현 박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독서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정보 습득의 목적도 있지만,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있어요. 사고력을 기르는 거예요. 많은 분야 중에서도 왜 하필 과학책일까요? 중세에는 신학, 천문, 지리, 음악이 핵심 교양이었죠. 그걸 알아야 사람들과 호흡하고, 시대를 풍성하게 누릴 권리를 얻을 수 있었어요. 지금은 과학이 핵심 교양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봐요. 심리학이나 행동과학 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과학으로 이해한 다음,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현대 인문학이에요. 인문학과 과학은 뗄 수 없는 관계죠. 핵심 교양으로서의 과학을 익혀 우리 함께 인문학을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022-05-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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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로 변신한 패션 디자이너 최복호
- 나이 들어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인생이란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방향을 바꾸면서 점프슛을 터뜨리듯 그렇게 쓱싹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살아온 관성과 습성을 쉽게 버릴 수 있던가. 이 길이 내 길이거니 믿고서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애착은 또 어떻고? 더구나 노년에 이르러선 방향 전환이 더 어렵다. 그런데 반백 년을 패션 디자이너로 살아온 최복호(73)는 항로 변경에 성공했다. 화가로 변신했으니까. 최복호는 알아주는 이도, 알아보는 이도 많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대구를 본거지로 왕성한 활약을 했으며, 해외에서 거둔 성과도 많았다. 단청이나 탱화 같은 전통 문양에 모던한 미감을 결합한 패션 디자인으로 서양인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해외 여러 나라에 수십 개의 매장을 두었고. 이랬던 그가 패션과 결별했다. 정확하게는 은퇴다. 아들에게 사업체를 물려주고 뒤로 나앉은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거치는 여정이다. 사업이 아무리 아깝더라도 죽을 때까지 붙잡고 살 수는 없으니 늘그막에 결국은 퇴장한다. 문제는 은퇴 이후다. 손에서 일을 놓자마자 예상보다 가혹한 권태가 따개비처럼 들러붙기 십상이다. 어쩌나?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궁리를 해봐도 별 답이 없다. 은퇴와 함께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살 생각을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고매한 법정스님처럼 무소유를 숭상하는 노후 생활로 마음의 자유를 누리고 싶지만 언감생심이다. 격투기 링 같은 속세에 가담해 악착스레 살아오는 와중에 덕지덕지 붙은 욕망이라는 놈에겐 은퇴가 없다. 이렇게 되면 괴리에 괴로워진다. 허무감이 밀려든다. 영탄할 수밖에 없다. 아아, 마른 멸치 대가리처럼 따분한 노년이여! 최복호는 따분한 인생의 하오를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머리는 기민하게 돌아가고, 오만 가지 인생의 맛을 섭렵한 내공의 보유자이기도 한 그는 은퇴 전에 충분히 숙고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발굴했다. 그게 그림이다. “나이 들어서는 한결 확실한 타임 스케줄을 가지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재미있는 일을 찾아 계획적으로 진척시키는 게 지혜롭지 않겠는가. 난 오래전부터 품었던 화가의 꿈을 실현하는 일에 인생 2막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그림은 내게 친근한 장르다. 패션 역시 크게 보면 미술의 한 분야니까. 옷을 디자인하고 그림을 그려 천에 프린트하는 일을 평생 해왔으니까. 옷에다 그렸던 그림을 이제 캔버스로 옮긴 셈이다.” 과거와 다른 삶 속으로 패션 디자인의 요체는 선, 형태, 색채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다. 디자이너로 산 세월의 길이만큼 최복호가 축적한 예술적 경험의 질량은 풍성하다. 패션계 입문 초기부터 그는 패션을 미술의 한 장르로 보고 패션쇼에 행위예술을 접목했다. 1973년에 펼친 첫 패션쇼 ‘의처증 환자의 작품 D’만 하더라도 대단히 도발적인 퍼포먼스였다. 19세기 유럽의 정조대를 소재로 차용한 이 쇼를 통해 그는 현대의 뒤틀린 성 모럴을 야유했다. 환경 문제를 다룬 ‘고발 의상’과 ‘공해 오염 분해기’ 역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였다. 최복호의 성향과 미술적 재능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고 보면 화가로의 변신은 자연스러운 이행이다. 비즈니스이자 종합예술에 가까운 패션 디자인의 복합 성분 중에서 미술만을 떼어 몰입하고 있다는 점에선 드디어 정곡을 파기 시작했다고 봐도 되겠다. 최복호는 지난 3월, 대구 대백플라자갤러리에서 ‘패션, 회화, 그리고 사유의 확장’이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펼쳤다. 회화와 그래픽 디자인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 이 전시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1000여 명의 관객이 몰려왔고, 평도 좋았다. 이것으로 화가 동네에 거주할 수 있는 시민권을 발부받은 셈인데, 인생의 황혼에 활짝 열린 새벽에 그는 억누를 수 없는 희열을 맛보았을지도 모른다. “패션도 미술도 내게는 ‘색(色)으로 꾸는 꿈’의 세계다. 색이란 무엇인가? 그건 암호요, 유혹이요, 영혼이라고 나는 정의한다. 인생의 핵심이 색의 꿈에 다 들어 있다는 얘기다. 미술의 길로 접어들어 기쁘다.” 해야 할 일 없는 노후도 즐거울 수 있다. 일이 주는 억압에서 해방되니까. 무위도식이 아닌 무위자연 같은 걸 추구할 수도 있고. “나이 들면 귀도 잘 안 들리고, 이도 흔들린다. 이렇게 되면 일상이 구차해지기 쉽다. 즐길 수 있는 일이 없으면 더욱 난처해진다. 잡념에서 벗어나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정신세계가 맑아지더라.” 그림 작업이 힘들진 않나? 방울방울 피를 뿜듯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게 미술인데. “개인전에 필요한 작품 준비를 위해 작업실에 파묻혀 살며 화가들의 심적 고통을 실감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잘 그려지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린다. 그림에 큰 욕심을 부릴 이유가 있겠나? 남들이야 어떻게 보든 우선은 내가 나를 만족시킬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렸다.” 심심파적으로, 취미로 대충 그렸다는 얘기로 들리지만 이게 겸사(謙辭)다. 그림을 보면 그가 꽤나 빠른 공을 던진 신참 투수임을 알 수 있다. 물건이 나타났다! 뭐 이런 건 아니지만 웬만한 그림쟁이는 저리 가라다. 거침없이 갈긴 붓질의 능란함, 강렬하고 화려한 채색의 조화로운 구사, 화면에 난무하는 리듬감, 상상력을 증대시키는 추상적 형상의 오묘함 등 들여다볼 게 많은 작품들을 생산했다. 작심하고 틀어박혀 몰두한 결과물인 걸 알 만하다. 어설픈 그림놀음으로는 남들의 눈총만 받기 십상이다. 망신살이 뻗칠 수도 있다. 이걸 모를 리 없어 올인했나 보다. “딴엔 절박한 심정으로 그렸다. 근래 두어 해 동안 시련이 많았거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업상의 침체로 괴로웠던 거다. 이성적으로 극복해야 했다. 그림은 그 방편이었지. 그리면서 인생을 돌아봤고, 그리면서 반성도 많이 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으로 나를 데려가야 할 필연을 느꼈다.” 코로나19로 모두 위기를 경험하고 있지만 인생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언젠가 말 한 마리가 연구소 마당으로 걸어 들어왔더라. 이상하고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뭐라 설명하긴 어려우나, 나의 자아를 돌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방문한 놈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코로나19 역시 내게 마찬가지 의미를 전하는 전령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라 독촉하는 거라고 보는 것이지. 이런 정황과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회에 걸었는데, 말과 내가 등장하는 이 작품에 대해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좋다, 당신의 대표작으로 손색없다! 그런 얘기도 들었고.” 전에 선생은 자연주의자의 오케스트라 정신을 얘기했었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어우러진 자연의 하모니를 삶에 끌어들여 남들과 소통하는 삶이 최고라고. 그래서인가 그림에도 자연이 자주 등장하네? “모든 예술의 원천적 영감은 자연에서 얻는 게 아닐까? 다행히도 나는 늘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산다. 자연 속에 사는 것들을 소재로 삼은 그림을 즐겨 그렸다. 자연을 화폭에 끌어들여 내면의 투박하고 질박한 본질을 표출하고 싶어서였지. 차기 전시회에서는 전혀 다른 소재와 작풍(作風)을 보여주고 싶다. 동어반복은 창의적이지 않으니까.” “인생은 어차피 허무한 거잖아?” 최복호는 대구에 산다. 그러나 잠자는 시간 외의 대부분은 청도로 달려와 작업실에 눌러앉는다. 청도의 외진 산골에 있는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펀앤락’(Fun & 樂)으로 출근한다. 그렇게 살아온 게 13년째. 이 연구소는 그의 아지트이자 다중에게 개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갖가지 소공연과 전시회를 숱하게 펼쳤다. 소주 서너 병쯤은 가볍게 쓰러뜨리는 애주가인 그의 사교장이기도 하다. 개그맨 전유성이 청도에 머물던 때엔 죽이 맞아 대작이 잦았다. 술 취해 이리 비틀 저리 휘청하는 꼴을 눈 뜨고 못 봐주는 성격이지만 무리 지어 노니는 걸 풍류 삼아 즐겼다. 그러나 요즘은 변했단다. 주로 혼자 논다. 벼랑을 움켜쥐고 홀로 선 소나무처럼 뭔가 뿌리부터 단단해진 모양이다. “그림과 논다. 이건 혼자서도 가능하다. 그림이 아니더라도 노인은 혼자서도 잘 놀 줄 알아야 한다. 혼자일 때 창조적인 생활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패거리 지어 산에 다니고, 골프 치고, 술 마시고, 이건 시간을 ‘때우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타성에서 벗어나자는 뜻? “우리 나이쯤 되면 어둠 뒤에 오는 빛 같은 거, 공평한 신에 관한 외경 같은 거, 이런 걸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긍정심이 커진다. 인생은 어차피 허무한 거잖아? 고통을 피할 길이 없다고.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경우엔 허무도 고통도 두려움 없이 받아넘길 수 있다. 자제력과 인내심도 긍정 마인드에서 강화될 테고.” 이미 100세 시대가 도래했지만 생명과학은 120세까지도 살게 해주겠다고 선전한다. 오래 사는 게 기분 나쁠 건 없지만 나이 들수록 긍정심보다 이기심이 커지기도 해 문제다. 더 진부해지고 더 까다로워지는 ‘꼰대’도 많다. “내 경우엔 분노의 감정을 조절하기가 참 어려웠다. 바닥엔 항상 분노가 깔려 있었거든. 그래서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고 내가 나를 보기 위한 글이었다. 글이라는 거울에 나를 비춰본 것이지. 그 효과는 컸다. 분노 조절이 가능해졌으니까. 글쓰기는 실로 자기발견을 할 수 있는 유력한 방편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 팔로어가 5000여 명이라지? 사이버 공간에서 좋은 글쓰기가 가능하던가? 글은 자기발견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위장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지 않나? “폐단이 없지 않지만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무리가 없다. 원초적인 감정 배설을 피해나가면 된다. 그러는 사이 감정이 순화되는 거고. 내 경우엔 그랬다.” 어찌된 일인지 세상이 재미없는 쪽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살면 살수록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느는 건 고통뿐이니 환장할 일이라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왜 혼자 놀며 그림을 그리겠나? 좀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다. 일단은 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 거다. 이제 우린 딴짓을 좀 하며 제2의 인생을 사는 게 좋겠다. 창의적으로. 고통?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게 있던가? 신은 그런 것은 주지 않더라. 암이라든가, 죽음이라든가, 그런 건 운명으로 받으면 되는 거고. 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그가 점심을 차려낸다. 연구소 텃밭에서 기른 채소 일색의 찬에 식욕이 들끓는다. 정갈한 식물 밥상이 숫제 그림이다.
- 2021-07-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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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즐거운 노후를 위한 추천 도서
- 즐거운 노후를 위한 추천 도서 By 이근후 ◇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 은하계 및 태양계의 모습과 별들의 삶과 죽음을 설명하며, 동시에 그러한 사실을 밝혀낸 과학자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과학서이지만, 철학적, 종교적, 인문학적 물음을 갖게 하며 우주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생까지 고찰하게 한다. ◇ 삼국지 (나관중 저) 수백 년 역사 동안 ‘삼국지’가 스테디셀러였던 이유는 단순히 흥미로운 스토리만이 아니다. 그 속에 얽힌 각양각색 인물의 특징과 그들 간의 갈등을 현실의 삶에 대입함으로써 다양한 문제와 인간관계를 이해하게 한다. ◇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저) ‘나이답게 사는 것’이 곧 ‘엄숙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님을 이야기하며, 재미를 찾아 살고자 했을 때 얻어지는 인생의 기쁨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이 드는 게 두렵다고 말하는 이들을 위한 53가지 나이 듦의 지혜를 담았다. ◇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이근후 저) 인생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눠, 각 계절을 살고 있는 세대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갈등과 행복감을 편지에 담아 이야기한다. 인생의 단계마다 힘겹게 고통을 견디고 있을 이들을 위해 진심 어린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 2019-08-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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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후 명예교수 "하루하루 쌓은 재미가 인생의 격을 높인다"
- 2013년 이근후(李根厚·85) 이화여대 의과대 명예교수가 펴낸 책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4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당시 책의 서두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했던 이 교수. 그러나 최근 저서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서는 시력이 나빠져 컴퓨터를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상실감이 적지 않았지만 그는 늘 그렇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냈다. 이근후 교수는 오래전부터 삶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상기했다. 눈을 씻고 찾아보면 어떤 고통의 상황에도 그것을 견뎌낼 만한 즐거움은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 중 하나는 ‘인생의 슬픔은 일상의 작은 기쁨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사실이었다. “컴퓨터로 해오던 일이 너무나 많았는데, 시력이 떨어져 이제는 못하게 됐어요. 청탁받은 원고들도 있던 터라 난감했죠. 할 수 없이 대학생 손주들에게 내가 구술한 것을 타이핑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아르바이트로 시급도 챙겨줬고요. 손주들은 용돈벌이이든, 할아버지를 도와주고 싶어서든 나름의 이유로 오겠지만, 그 핑계 삼아 아이들과 대화하니 좋습니다. 시력의 상실은 고통스럽지만, 그 슬픔을 손주들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즐겁게 달래고 있어요.” 이 교수는 삶의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앞만 보고 살아왔다’고 토로하는 중장년 세대의 경우 ‘즐기는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곤 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교수는 ‘야금야금 실천하기’를 권했다. “우리 중장년 세대는 삶의 의미를 직업을 통해 찾아왔기 때문에 은퇴와 함께 큰 혼돈과 상실을 경험하게 되죠. 이때 덜 휘청거리려면 다채로운 취미를 갖는 것이 좋아요. ‘이 나이에 뭘 하나’ 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도 여든이 넘어 시작한 취미가 꽤 있어요. 뭐든 좋아하는 만큼만 즐기겠다고 마음먹으면 부담이 없죠. 취미를 찾고도 실천이 없으면 초조하고 머리만 복잡해지잖아요. 여유로운 마음으로 야금야금 실천해보세요. 가랑비에 옷 젖듯 점차 즐거운 일들이 눈에 띌 겁니다.” 노여움과 원한에서 벗어난 자유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펴낸 후 이 교수는 줄곧 “어떻게 그렇게 즐겁게 살았느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내가 언제 즐겁게 살았다고 했나, 즐겁게 ‘살고 싶다’고 했지”라고 답했단다. 비슷한 편견(?) 중 하나는 그를 ‘무한 긍정의 아이콘’으로 바라보는 것. 이 교수는 “누구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게 마련”이라며 “다만 화가 나는 상황이라도 크게 노여워 않고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이중적인 게, 나이 든 거 몰라주면 서럽고, 노인 대접받기는 싫고 그래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나이 들수록 ‘노여움’이 생기게 되죠. 가능한 한 즐거운 쪽으로 상황을 만들어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화내고 후회하며 사느라 인생의 격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잖아요. 노여움에 갇혀 있는 상황은 자신을 애먹이는 일이에요.” 이 교수는 ‘노여움’과 더불어 나이 들수록 털어내야 할 감정 중 하나로 ‘원한’을 꼽았다. 흔히 원한은 ‘타인을 용서함’으로써 해결되리라 여기지만, 그는 진정한 용서란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이뤄진다고 말했다. “남을 용서하는 건 반푼어치 용서입니다. 한 지인이 자신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많았는데, 다 용서했다고 말하더군요. 학창 시절 어머니가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자신에게 소홀했다는 게 이유였죠. 저는 그건 진정한 용서가 아니라고 했어요. 어머니에 대한 용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어머니를 미워하는 맺힘이 내 마음에 있었다는 그 자체까지 용서하고 미안하게 여겨야 한다는 뜻이었죠. 온전한 용서는 곧 자유를 줍니다. 자유로운 사람이 돼야 비로소 편안한 노후를 살아갈 수 있고요.” 마지막 밥 한술처럼, 맛나게 살기 이 교수는 노여움, 원한 등 부정적인 감정을 슬기롭게 승화하는 방법은 ‘유머’라 일컬었다.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에 소개된 그의 ‘팔순 기념일’ 일화에서도 그의 유머러스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80년 세월을 살아왔는데 생일 하루만 챙기기엔 아깝더라고요. 사람들 불러놓고 비싼 밥 먹으면서 형식에 얽매이는 잔치는 더욱 의미 없다고 느꼈고요. 팔순 핑계로 1년 내내 소중한 사람들을 따로 만나 함께 추억하고 감사를 나누고 싶었죠. 그렇다고 ‘팔순이니까 만나자’ 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헤어질 즈음 ‘사실 오늘이 내 팔순이야’라고 얘기했어요. 그 해가 내 팔순인 건 맞으니, 거짓은 아니잖아요.(웃음) 살면서 돌, 결혼, 환갑, 칠순… 그렇게 따져보니 나를 위한 잔치가 얼마 없네요. 몇 안 되는 기념일까지 지루하게 보내지는 마세요. 찾아서 누리려 하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보낼 수 있습니다.” 늘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그가 계획하는 다음 기념일은 또 어떤 모습일까? 이 교수는 아직 뚜렷하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상상 중인 일이 있다고 귀띔했다. “아는 선배 교수가 출판기념회에서 ‘와주셔서 고맙다. 내가 여러분에게 살아생전에 받는 문상으로 이해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죽으면 나는 모르는 거잖아요. 해외 TV 프로그램 중에 주변 사람에게 가짜로 자신의 부고를 알리고, 장례식을 몰래 지켜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이런저런 반응을 보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에서 착안한 건데, 아직 말은 못했지만, 친한 선배에게 서로 조문을 써서 한 번씩 읽어주자고 하려고요. 죽은 사람은 들을 수 없으니 그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살아 있을 때 잘하자 이거예요.” 그는 끝으로 “여생이 짧다고 느낄수록 현재의 소소한 재미를 마음껏 누리길” 당부했다. “힘들었던 일도 ‘지나보니 즐거웠어’라고 느끼곤 하죠. 그러나 그건 젊을 때 이야기예요. 나이 들수록 ‘지나보니’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날그날 재미를 찾아야 합니다. 죽음은 당연히 두렵죠. 그러니 그 불안을 이겨낼 정도의 즐거움이 있어야 해요. 젊어서는 쌀 한 가마니 가득한 듯한 인생을 살았는데 그 쌀을 아무 생각 없이 퍼먹다가 이제 바닥이 보이니까 ‘아차’ 싶은 거죠. 우리가 마지막 밥 한 숟가락 조금씩 아껴서 맛있게 먹을 궁리 하는 것처럼, 남은 인생도 맛나게 잘 나눠 먹는 재미를 찾아보세요.”
- 2019-08-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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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이 짙어지는 계절 읽기 좋은 신간
- ◇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이근후 저ㆍ메이븐)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의 신작이다. 죽음의 위기를 수차례 경험하고도 7가지 병과 더불어 지내며 여생을 유쾌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노학자의 인생 내공이 느껴진다. 유년기와 청년기에 지독한 생활고를 겪었던 저자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며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로서 중년 이후 마주하게 되는 일, 자아, 인간관계 등의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담았다.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 미루지 말기, 죽도록 일만 했다고 후회하기 전에 열심히 일한 자신의 노고 인정하기, 다 큰 자식은 되도록 빨리 독립시키기 등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안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인생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박찬일 저ㆍ달) 여름은 물론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제철 식재료 27가지에 대해 정리했다. 식재료가 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취재한 결과물로 재배 과정부터 산지 환경, 보관 방법, 맛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비법들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 엄마는 이제 졸업할게 (사이바라 리에코 저ㆍ해의시간) 최근 떠오른 ‘졸혼’처럼 ‘졸모’(卒母)를 선언한 엄마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저자는 졸혼이 혼인은 유지하되 서로 간섭하지 않듯, 졸모 또한 자녀와의 관계는 지키면서 아이의 독립과 엄마의 생활을 동시에 인정해주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 (김희곤 저ㆍ미술문화) 유생들에게 단순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을 가르쳤던 인문학당과 같은 공간으로 서원을 의미 있게 다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서원 9곳을 중심으로 ‘정신 위에 지은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 백년편지 (이만열 저ㆍ삼우반)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00분의 독립운동 선열에게 100명의 국민이 쓴 편지를 엮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독립운동가의 삶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 2019-06-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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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장 편지] 막내 시니어 손에 잡힌 3권의 책
- ‘브라보 마이 라이프’ 창간 준비작업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분들의 얘기와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정말로 건강은 물론 자기관리에 철저하신 분들이 참으로 많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갓 50대에 접어든 저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인생에 임해야 할 지 새롭게 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무장을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 겠구나”되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책들이 있습니다. 「인생내공」(이시형-이희수 공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행복철학」(마광수 연세대 교수)이 바로 그 책들입니다. 이들 세권의 책은 각기 서로 색깔이 틀리지만 공통된 논리와 주장이 있었습니다. 이 책 3권을 한 권씩 돌아가면서, 반복해서 읽게되면 균형잡힌 시각과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한 권의 책만 읽게 되면 한분의 논리에만 갇히게 되는 오류에서도 벗어날 수 있구요. 먼저 「인생내공」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계발에 나설 것을 주장합니다. 좀 고생이 되더라도 오랫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는 데 노력한다는 것이지요. 적당히 타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 찾기에 나서야 하고,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할 수 없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차분한 안정과 행복, 창조적인 시대를 위해 세로토닌적인 삶을 살 것을 권고합니다. 요약하면 세로토닌 행복론입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보게 되면, 자기 자신을 왜 사랑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해줍니다. 내 앞가림을 잘해야 남이 불편하지 않고, 남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결국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이타심을 뛰어넘는 이기심을 요구합니다. 또 뒷짐지고 어른행세 할려고 하지 말고 젊은이들 관심사에 동참하고, 공감하라고 주문합니다. 젊은 후배들에게 몸을 낮추고 그들을 존중해야 변화하는 속도에서 뒤쳐지지 않는다는 게 논리의 근거입니다. 마광수 교수님의 책은 역시나 도발적이고 간명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지 않습니다. 형식과 제도에서 벗어나 과감히 게을러지고, 느슨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설파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너무나 복잡한 상태에서 계획적만 추구하다 보니, 창조적인 생산의 모태가 되는 공상의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쓸데 없는 생각을 많이 해야 상상력이 커진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들을 제 식견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명심보감의 성격이 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인생내공」는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저돌적인 삶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행복 지침서 성격이지요.「행복철학」에서는 과감한 일탈을 권고합니다. 마음이 흔들리고 방향을 잡지 못했을 때는 이근후 교수의 책을 읽으면 좋을 거 같고, 너무 자신이 나태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 때는 인생내공을 펼쳐보세요. 너무나 짜여진 삶에 지쳐 있을 때는 마 교수의 책을 읽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들 책에서 공통된 주장이 있습니다. 진리는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을 입증해주듯, ’내려 놓으라‘는 것입니다. 인생 전반부가 무언가를 손에 쥐는 시기라면, 인생 후반부는 과감히 손에서 내려놓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고령이 될 수록 더 섹시해 져라‘ 인생내공과 행복철학이 강조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나이를 내세워 젊은 층을 누를려고 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것도 세 책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비우고, 세대간 벽을 허물고 서로 존경과 존중할 것, 그리고 섹시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힘쓰라는 것입니다. 시니어 여러분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회가 우리 시니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Respect가 아니라 Earnning이라는 사실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2014-06-2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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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자문단 칼럼]지혜롭게 나이 드는 방법은?-이근후 교수
- 요즈음 스마트란 용어를 참 많이 사용한다. 스마트 폰을 시작으로 여러 곳에서 넓게 인용되고 있는 말이다. 우리들이 쓰고 있는 일상용어 가운데도 외래어가 넘쳐 나서 뜻도 모르고 건성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쓰다 보면 우리말 보다 뜻이 더 잘 전달되는 용어들도 없지 않다. 그런 용어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란 용어다. 스마트(smart)란 원래 형용사로 쿡쿡 쑤시는, 욱신욱신한, 쎈, 호된 과 같은 뜻이 있고 날렵한, 약사 바른, 교활한 등의 의미도 있다. 영리한 이라 던지 세련된 이란 뜻은 단어 뜻의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의 명사인 스마트네스(Smartness) 쯤 가서야 '세련됨' '빈틈없음' 이란 뜻만으로 해석된다. 요즈음 유행하는 스마트의 뜻은 아마도 '세련된'을 나타내고자 함일 것이다. 금세기에 들어 노령화 인구가 늘어 갑자기 100세 시대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생 이모작이라고도 한다. 건강한 노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행복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한 번 생각해 본 스마트다. 이 스마트에 에이징을 합성해 본다. 에이징(aging)이란 용어는 원래 노인을 연상시키는 노화를 뜻하지만 '나이 듦'이란 뜻도 있으니 반드시 노화만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한 살짜리가 두 살이 되어도 나이 듦이란 개념으로 본다면 삶은 에이징 과정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다. 생애 주기의 어느 단계라고 할 것 없이 모든 과정이 에이징(나이 듦)에 해당한다. 스마트 에이징 프로그램(Smart Aging Program)은 어떨까. 인생 이모작 제2인생의 스마트한 설계. SMART란 영어 알파벳으로 5자다. 그러니 5행시는 아니지만 알파벳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따로 부여해 보았다. S(Simple) M(Movement) A(Artistic) R(Relax) T(Together). S(Simple)은 형용사로 단순한, 간소한, 검소한, 성실하고 정직한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사고의 단순함을 생각했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의 복잡한 생각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단순화 시키는 노력을 하면 긍정적 생각으로 집중되어 바로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M(Movement)는 명사로 움직임 운동 활동을 의미한다. 나이 듦에 따라 기운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몸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권한 건강 수칙에도 보면 될 수 있는 대로 자주 그리고 멀리 걸으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 A(Artistic)은 형용사로 예술적인, 멋있는 이란 의미가 있다. 멋이 있다라는 표현을 빌려 정서성을 강조해 본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신적 웰빙을 정서적 안녕상태로 규정하지 않았는가. 나이 들수록 정서적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R(Relax)란 말은 늦추다, 완화하다는 동사다. 이완이다. 긴장을 푸는 일이다. 나이 듦이 초조한 긴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환경에 따라 긴장과 완화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긴장이 오래 계속되면 항상성이 깨어진다. 그래서 긴장의 이완이 필요하다. 우리 인체는 이런 긴장과 이완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능력이 있지만 인위적이고 조작적 삶 때문에 이완의 시기를 놓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이 낮에 일하고 밤에 잠을 자는 이치가 인체의 자동적 긴장 이완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현상이다. 느림의 미학이다. T(Together)는 함께 라는 의미의 부사다. 함께 한다는 것은 나눔을 내포하며 중단 없는 지속성을 내포한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도록 나눔이 있다면 축복받은 일이다. 그래서 생각을 간결하게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고 마음이 정서적이고 느림을 즐길 줄 알고 그래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나이 듦이라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래서 스마트 에이징이란 조어를 생각해 본 것이다. 우리말로 굳이 하자면 지혜로운 나이 듦이라고나 할까. 불란서 속담에 “앙금 없는 포도주 같은 노인”이란 표현이 있다. 모두들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소망을 스마트 에이징에 담아 보았다. 우리 모두 내가 지니고 있는 자신의 스마트 자산 수준을 한번 점검해 보자. 얼마나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자산을 바탕으로 나만의 인생 이모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
- 2014-02-07 0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