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천(69, 영동자연호두농원)이 아내와 함께 영동군 산골로 귀농해 호두나무 농원을 경영한 지 올해로 15년째. 농사 기술도, 안목도 푹 익었을 연륜이다. 성취한 것의 수효가 드물지 않을 경력이다. 그런데 얄궂게도 소득은 여전히 신통치 않다. 하품 한 번 늘어지게 해볼 겨를 없이 부지런히 뛰었지만 손에 들어오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구겨진 기색이 없다. 웃음이 흔하게 터져 나온다. 난처한 현실을, 남모를 애환을 얼버무리는 웃음이라기보다, 불운과 부진을 통째 이의 없이 받아들여 차라리 긍정하는 심리의 소산일 테다. ‘뭔가 미묘한 간계가 침투해 나를 고생길로 데려간 건 아니지 않은가?’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김제천은 귀농으로 치르는 홍역의 책임이 일면 섣불리 일을 저지른 자신에게도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김제천의 농원은 완전히 외진 산중에 있다. 마을은 저 너머 멀리에 있어 고독을 벗 삼기에 적격인 곳이다. 숲속의 공인된 가수들인 산새들만 이따금 지지재재 노래할 뿐 별반 들려오는 게 없다. 산세가 기차게 수려한 것도 아니라 경관에 넋 놓고 종일 해찰하는 폐단이 생길 리도 만무하다. 즉 잡념 없이 일에 홀린 듯, 종일 농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달리기에 딱 좋은 입지다. 게다가 김제천은 ‘뭐든 자청해 덤벼든 일에는 갈 데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의 소유자다. ‘멍 때리기’나 게으름 피우기는 당최 적성에 맞지 않다. 해서 늘 일에 묻혀 살아왔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몸을 쓰겠다는 투로 부단히, 부지런히, 농사 하나에 전념하며 15년 세월을 살았다.
그는 대전에서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귀농했다. KT에 근무하다 뜻한 바 있어 명퇴를 하고 이 후미진 산골짝에 들어왔다. 애초 농사에 입문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저 물 좋고 산 좋은 시골에서 나빠진 건강을 회복하며 한가하게 살고 싶었던 거다. 유유히 노닐기를 생활의 중심에 두고서 인생의 가을을 참신하게 누리고자 했다.
“귀농보다 귀촌하는 기분으로 이곳에 자리 잡았다.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내려온 게 아니었다. 부부 둘이 먹고살기에 지장 없을 정도의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농업 소득을 바랄 이유가 없었다.”
터는 어떻게 마련했나?
“귀농 전에 3만 평 규모의 임야를 사들였다. 마음을 내려놓고 한적하게 살기에 좋은 곳이라서. 그저 소소하게 텃밭 일구고, 가족이 따먹을 수 있을 정도의 몇몇 과일나무를 기르며 살기에 적당한 땅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땅을 살 때엔 신중하게 고민부터 하라는 충고는 고대 로마의 ‘농업론’에도 나오더라. 당신의 얘기는 널따란 임야의 활용 방안을 구상하지 않은 채 덜커덕 사들였다는 걸로 들린다.
“별 생각 없이 매입했다. 면적이 넓은 데다 가격도 싼 편이라 일단 사들였으니까. 그렇게 시골 생활을 시작하고서 감나무, 포도나무, 다래 등을 몇 그루씩 심었다. 도시에 사는 손자들을 가끔 불러들여 자연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별 할 일 없이 지낸다는 게 예상보다 따분했다. 성격상 마냥 놀면서 지내지 못하겠더라고. 도시에서와 달리 일에서 해방돼 좀 편하게 살고 싶다는 뜻이 있었지만, 딱히 몰두할 일이 사라지자 갑갑증이 몰려들었다. 그래 시작한 게 호두 농사다.”
호두를 작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작목 선정을 위해 임업진흥청 같은 곳에서 농업교육을 받았는데 호두 농사를 권했다. 임야를 이용한 과수 농사 가운데 호두가 유망하다는 얘기였다. 여느 과수와 달라 나무를 소독해주지 않아도 되는 등 관리와 수확에 용이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한결 쉽고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작목이라는 거였다. 이러한 홍보에 이끌려 호두 농사를 시작한 이들이 많았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어떻게 다르던가?
“재배부터 생산까지 일반 과수 농사에 필요한 공정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퇴치가 어려운 외래 해충의 발생에 따른 피해와 어려움이 컸다. 호두나무가 1000그루로 늘어나면서는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힘겨웠다. 다른 과수들은 관련 기관에서 생산물을 수매해주지만, 호두 유통엔 그런 시스템조차 없다는 것도 뒤늦게 안 약점이다. 이래저래 작목 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착오가 있었던 셈이다.”
귀농 교육장 강사들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는 충고가 흔하던데.
“강사들은 교과서적인 이론에는 밝다. 그러나 실제 상황엔 둔감하다. 농업의 현장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다는 거. 나는 이러한 정황을 미처 몰랐다.”
김제천은 귀농의 목적을 또렷하게 정하지 않은 채로 호두 농사에 뛰어들었다. 물샐 틈 없는 사전 준비와 구상을 하고도 일이 이상하게 풀려나갈 수 있는 게 귀농인데도 말이다. 따라서 그는 예상하지 못한 곤란을 수시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성실한 근로와 기민한 머리로 상황을 돌파하길 거듭했지만, 어쩌면 그의 내부에 풍성하게 서려 있을 강인하고 낙천적인 기질에 힘입어 주저앉는 시늉조차 해본 적이 없지만, 15년간 흘린 비지땀과 남모를 고뇌의 총량은 아마도 드럼통에 담고도 넘칠 정도일지도.
귀농 자체를 만류하고 싶다
고달픈 노역은 임야의 토질을 보강하는 데에서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땅 거죽 하부엔 온통 돌투성이더란다.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이었던 것. 해서 그는 땅을 파 돌들을 끄집어냈다. 큰 돌은 정으로 깨부숴 파냈다. 그러곤 퇴비를 듬뿍 묻어주는 작업까지 손수 다 했다. 지하에 일일이 배관을 하는 관수 시설도 필수였다. 허리 휘어질 고생이 자심했을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야생 짐승들의 훼방도 그를 괴롭혔다지.
“멧돼지들이 수시로 들이닥쳐 열매를 먹기 위해 호두나무 줄기를 마구 찢어놓더라. 청설모, 삵, 담비, 때까치 등도 방어하기 어려운 애들이다. 특히 무리 지어 날아와 호두 열매를 노련하게 파먹는 때까치의 실력엔 당할 재간이 없다.”
감전 효과를 발휘하는 전선을 설치하고, 심지어 대포 쏘는 소리를 내는 장비까지 동원해 방어하는 농가를 보자면 농사라는 게 실로 만만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 옛날 전통사회의 농부들은 짐승들과 사이좋게 반반씩 나눠 먹는 걸 관습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이게 차라리 현명한 걸까?
“딱히 방비책이 없다. 그런데 짐승들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 아니겠는가. ‘야야! 애들아! 적당히 먹고 가라. 너희들이 먹고 남은 걸 우리가 거두면 된다!’ 이렇게 체념하고 그냥 놔두는 거다. 그게 상책이라 생각해서다. 고만한 일로 속 끓일 게 뭐 있겠나?(웃음)”
호두 농사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은 어떤 것일까?
“호두가 훼손되지 않게 열매를 따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 이건 기계 작업이 불가능하다. 대나무 장대로 조심스럽게 털어야만 한다. 호두의 딱딱한 껍질을 벗겨 알맹이를 일일이 끄집어내는 작업도 쉽지 않다. 펜치를 들고 하나하나 껍질을 까 형태가 손상되지 않도록 분리한다. 세심한 손놀림이 필요하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겨울철엔 주로 아내와 함께 이 작업을 한다. 농한기가 없는 게 호두 농사다."
연간 순수익을 말해줄 수 있나?
“800만 원쯤 된다.”
저런! 너무 적다.
“호두 농사의 수익성이 이렇게 열악하다. 그러니 내가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나?(웃음) 잘나가는 포도 농가나 복숭아 농가의 수익에 비하면 10%도 안 되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다행히 연금이 있어 의식주 생활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귀농하려는 이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농사로 돈 벌기 어렵다는 거! 연금이라거나 믿을 만한 게 없다면 아예 시골에 오지 말라는 거!”
원점으로 돌아가 귀농을 다시 한다면 어떤 작물을 재배하고 싶지?
“복숭아 농사 정도가 좋겠지. 복숭아가 이 지역 특산물이기 때문이다. 귀농하려거든 부디 지역 특산물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겠다. 생산 여건과 유통 구조가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농 자체를 만류하고 싶다. 형편이 된다면 귀농보다 귀촌을 해 농사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게 현명하다.”
성장하는 나무들의 신비로움
시골에서 느긋하게 살기. 족쇄 없는 영일(寧日)을 보내기. 그는 그런 걸 원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원했던 삶과 현재의 삶이 상당히 불일치한다. 그렇다고 낙심으로 찡그리고 살면 우습다. 별처럼 마냥 빛나는 삶이 어디에 있겠나. 그는 15년간 정당하게 일하고 호두나무들을 공정하게 대했다. 따라서 여전히 당당하다. 내가 기죽을 일 있나 봐라, 하듯 부진한 행진을 해온 호두 농사에 새삼 발동을 건다. 으슬으슬 진저리칠 만한 현실이지만 이왕 내친걸음 끝까지 가보겠다 한다. 농사 기술이야 이미 일취월장했다. 크고 알맹이가 꽉 찬 고품질 호두를 생산한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덕분에 배우고 깨달은 게 많다. 궁리 끝에 늘 도달하는 건 반성이더라. 삶도 농사도 반성으로 돌아보면 얻을 게 많다.”
산중에서 반성을 일삼아 뭔가 환해지는 게 있다면 그게 도인(道人)인데?(웃음)
“어! 내가 도통하려나? 하하하. 여하튼 시골의 삶을 로망으로 삼은 이들이 많지만 돈 욕심을 다 내려놓지 않고선 어렵다. 귀농이 곧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의식주 걱정 없고, 몸 안 아프고, 게다가 괜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입에 매달고 산다면 그보다 나은 게 있을까.
“내가 감성적인 인간은 아닌데 산골에 살다 보니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내 자식처럼 아끼며 기르는 호두나무들이 우렁차게 성장하는 걸 바라보면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이건 깊은 감동을 준다. 이러한 재미에 내가 농사를 짓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호두 농사에 헌납한 15년 세월. 말 못 할 고통이 왜 없었으랴.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고통스러워야 살아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통도 지옥도 다 지나가게 마련이다.
김제천이 주는 귀농 Tip
•시골 생활에 낭만적인 로망을 품은 이들이 많지만, 현실의 시골은 낭만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를 하자.
•무턱대고 집이나 땅부터 사는 건 위험하다. 사전에 1, 2년 정도 농촌 빈집을 빌려 살아본 뒤 적응 가능성부터 판단하라.
•부부가 뜻이 맞지 않은 채 귀농하거나 단신 귀농은 금물이다. 정착에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임야에 농사를 지으려 할 경우엔 인허가 사항부터 꼼꼼히 점검하고 진행하라. 지자체의 농촌활력센터를 찾아 문의하면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농산물 유통을 위한 공부와 고민을 많이 하라. 좋은 농산품을 생산해도 유통의 벽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숱하다.
젊을 때는 잘만 쓰던 물건이 손에서 헛도는 일이 잦아진다. 면도기나 채칼 잘못 쥐었다가 손이라도 베면 죄 없는 물건이 얄궂게 느껴진다.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을 원망하기도 한다. 삐걱대는 노년기 일상에 윤활유가 되어줄 실버 디자인 제품을 소개한다.
질레트 트레오(Gillette Treo)
고령 남성에게 자녀 혹은 간병인이 면도를 대신 해줄 수 있게 개발됐다. 상처가 나지 않도록 적용된 안정적인 면도날, 손잡이 안의 물이 필요 없는 특수 면도 젤이 특징. 젤 제형이 투명해 수염이 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직구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 가능.
위에서 보는 계량컵 컵
컵 표면과 내부에 눈금이 있어 고개를 숙이거나 컵을 들지 않아도 용량 확인이 가능하다.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가볍고 투명한 PET 재질로 만들어져 손아귀 힘이 약한 고령자에게 적합하다. 자주 외에도 다양한 주방용품 브랜드에서 구입 가능.
굿 그립(Good Grip) Y 필러 감자칼
미국 주방용품 전문 기업 ‘옥소’ (OXO)는 누구나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는 주방용품을 만든다. 굿 그립 감자칼의 고무 재질 굵은 손잡이는 홈이 파여 있다. 덕분에 손목의 힘이 덜 들어가 피로감이 적고 물 묻은 손으로 잡아도 미끄럽지 않다. 백화점, 할인마트에서 구입 가능.
흡착형 텀블러
평평한 바닥에서는 기울이거나 밀어도 넘어지지 않고, 수직으로 들어 올려야 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다. 소형 가전 전문기업 한주코리아의 ‘오슬러 롤리폴리 투고 텀블러’는 바닥에 설계된 흡착판이 텀블러 내용물이 쏟아지는 일을 막아준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입 가능.
다목적 오프너
페트병, 소스통, 주스 등 꽉 잠겨 있는 병뚜껑을 쉽게 열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오프너다. 뚜껑이 미끄러지지 않고 꽉 물리도록 설계돼 있으며, 크기가 다양해 범용성이 좋다. 다목적 오프너, 만능 오프너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 가능.
누빠콘, 클릭탭
‘누빠콘’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콘센트와 플러그를 분리시킬 수 있다. 콘센트의 두 구멍을 동시에 누를 때만 전기가 흘러 감전 등 안전사고도 예방한다. 클릭탭은 손가락으로 눌러 플러그를 고정하거나 분리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할인마트에서 구입 가능.
젊을 때는 잘만 쓰던 물건이 손에서 헛도는 일이 잦아진다. 면도기나 채칼 잘못 쥐었다가 손이라도 베면 죄 없는 물건이 얄궂게 느껴진다.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을 원망하기도 한다. 삐걱대는 노년기 일상에 윤활유가 되어줄 실버 디자인 제품을 소개한다.
사진 각 사 홈페이지
1 질레트 트레오(Gillette Treo)
2020년 2월,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면도해줄 수 있는’ 면도기가 세상에 등장했다. 미국 ‘질레트’(Gillette)사의 질레트 트레오 면도기를 이용하면 고령 남성에게 자녀 혹은 간병인이 면도를 대신 해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면도를 해주더라도 상처가 나거나 다치지 않도록 더 안정적인 면도날을 사용했다. 페인트 붓과 같이 생긴 손잡이 안에는 물이 필요 없는 특수 면도 젤이 들어 있다. 이 면도 젤은 투명한 제형으로 육안으로 수염이 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좀 더 안전하고 정확한 면도가 가능하다.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되지는 않으나, 해외 직구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면 구입할 수 있다.
2 위에서 보는 계량컵
컵 표면과 내부 두 군데에 눈금이 있어 고개를 숙이거나 컵을 들지 않아도 용량 확인이 가능하다.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가볍고 투명한 PET 재질로 만들어져 떨어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아 손아귀 힘이 약한 고령자에게 적합하다. 자주 외에도 다양한 주방용품 브랜드에서 구매 가능하다.
3 굿 그립(Good Grip) Y 필러 감자칼
미국의 주방용품 전문 기업 ‘옥소’(OXO)는 ‘주방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나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돕는 주방용품을 만든다. 관절염에 걸린 아내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채칼을 고안한 데에서 출발한 옥소의 대표 상품은 ‘굿 그립’(Good Grip) 감자칼이다. 고무 재질의 굵은 손잡이는 손목 힘이 덜 들어가며, 손목의 피로감을 덜어주어 이름처럼 좋은 그립감을 자랑한다. 또한 손잡이 옆면에는 빗처럼 홈이 파여 있어 물 묻은 손으로 잡아도 미끄럽지 않고 가볍게 들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백화점, 할인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4 흡착형 텀블러
바닥에 흡판을 장착해 평평한 바닥에서는 기울이거나 밀어도 넘어지지 않는 텀블러다. 텀블러 가운데 부분을 잡고 수직으로 들어 올려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소형 가전 전문기업 한주코리아의 ‘오슬러 롤리폴리 투고 텀블러’는 특허받은 스마트 그립 패드 바닥 설계로 텀블러 내용물이 쏟아져 주변 가구나 침구류가 오염되는 일을 막아준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매 가능하다.
5 다목적 오프너
페트병, 소스통, 주스, 잼 등 꽉 잠겨 있는 병뚜껑을 쉽게 열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오프너다. 뚜껑이 미끄러지지 않고 꽉 물리도록 설계돼 있으며, 크기가 다양해 잼이나 소스통 등 큰 뚜껑부터 주스병이나 페트병까지 범용성이 좋다. 다목적 오프너, 만능 오프너 등의 이름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가능하다.
6 누빠콘, 클릭탭
고령자가 쉽게 안전하게 전기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이다. ‘누빠콘’(누르면 빠지는 콘센트)은 버튼을 누르면 콘센트에서 플러그가 분리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콘센트의 두 구멍을 동시에 누를 때만 전기가 흘러 감전·화재 등 안전사고도 예방한다. 클릭탭은 원터치 형태로 손가락으로 눌러서 고정하고 연결을 해제할 수 있어, 고령자도 힘 안 들이고 사용할 수 있으며 안전사고를 방지한다. 각각의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과 할인마트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두물머리 명반 감상실’ DJ 정상묵
음악을 들으며 밤을 지새운 후, 새벽 물안개 흐르는 강가를 거닌다.
‘인생은 비장한 것’이라며 창조주가 속삭이는 삶의 메시지를 밤새 들은 듯하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그 책임은 모두 나의 것이다. 멈출 수 없는 인생의 길이 외롭지 않기를…. 음악을 벗 삼아 평생 힘든 생태농업의 길을 걸어온 정상묵 씨를 만나 그가 사랑한 음악 이야기를 들어봤다.
몇 살인지도 모를 만큼 어린 시절이었다. 꼬마 정상묵은 전쟁이 끝난 후 혼란의 소용돌이 중 창궐하던 홍역에 걸려 앓아누웠다.
어른들이 방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해 몸에서는 불이 나는데 방 안에서 뒹굴뒹굴하기만 했다. 너무 답답해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 살랑거리는 바람에 코를 킁킁거리고 있을 때였다. 마당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몸은 뜨겁고 온몸이 간지러워 미칠 것 같던 그때, 들려오는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안에서 뜨겁게 내뿜던 열기와 간지러움도 잊고 잠시 넋을 잃고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음악 감상은 강렬한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꼬마의 귀에 환상의 소리로 들려왔던 그 음악을 다시 듣게 된 건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였다. CBS 방송을 틀어놓고 일을 하다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마치 감전된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단다. 이 음악을 도대체 언제 들었지? 무슨 음악이었지? 며칠을 고민하다 어느 날 갑자기 어린 시절 창호지에 코를 박고 들었던 기억 속의 선율이 스쳐 지나갔다.
아! 맞다. 그 음악이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음악의 제목을 알 수 없었다. 그때부터 CBS 방송 주파수를 고정하고 좋은 음악이 나오면 무조건 귀를 쫑긋하며 들었다. 제목을 쓰고 외우길 반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꿈에 그리던 그 음악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정상묵 씨를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던 그 곡은 바로 베토벤의 ‘로망스 제2번 F장조 op. 50’.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협주곡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클래식 음악은 물론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던 미국의 포크, 영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던 비틀스 노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율에 귀를 맡겼다.
당시 즐겨 듣던 미국 포크 음악의 대부인 피트 시거의 대표곡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비틀스의 ‘Ob-La-Di, Ob-La-Da’와 ‘Hey Jude’와 ‘Let it Be’, 사이먼&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 Water’ 등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즐겨 듣는 노래 중 하나다.
“당시 비틀스 음반 한 장 가격이 160원이었어요. 넉넉지 않은 생활이라 음악에 대한 갈증은 라디오로 많이 풀었죠. 그러다 꼭 사고 싶은 음반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카세트테이프나 LP 음반으로 사서 듣곤 했습니다.”
정상묵 씨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악기 연주에 대한 꿈으로 이어졌다.
카세트테이프로 감상했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기타 연주는 너무 많이 틀어 중간중간 끊어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겨우 이어 붙여 듣곤 했는데 늘어지고 해져서 더 이상 들을 수 없을 지경이 돼서야 그의 손을 떠날 수 있었다. 이때 들었던 기타 소리가 너무 좋아 이 곡을 연주하겠다는 목표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단다. 당시 기타를 연습할 때 쓰던 너덜너덜해진 교재는 아직도 갖고 있다. 오랫동안 몸에 익은 곡이라 가끔 연주해보곤 했는데 2년 전, 손가락 세 개의 신경을 다치는 바람에 더 이상 기타를 들지 못하게 됐다.
신의 독백 같았던 베토벤의 ‘합창’과 하이든의 ‘황제’
LP 음반을 사기 시작한 건 1970년대 후반부터였다. 당시에는 듣고 싶은 음반을 사는 게 즐거움이었다면, 2000년대부터는 동묘와 신설동 시장 사이에서 열리는 풍물시장, 명동 회현역 지하상가 등 귀한 음반을 판매하는 곳은 어디든 가봐야 직성이 풀렸다.
주말만 되면 LP를 사러 갈 생각에 설레어 잠을 설칠 정도였다. 장당 1000원에 보석 같은 원반을 발견할 때는 온몸에 엔도르핀이 솟구쳤다. 흥분된 마음으로 위대한 음악을 들으며 밤을 지새운 후, 새벽 물안개 낀 두물머리 강가를 거닐곤 했다는 정상묵 씨. 그에게 음악은 인생을 성찰하며 뚝심 있게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해주던 친구 중의 친구, ‘절친’이었던 셈이다.
동묘 풍물시장에서 찾아낸 가장 값비싼 보석은 유진 오르먼디가 지휘하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9곡 전곡을 7장으로 녹음한 세트 음반이다. 1966년 콜롬비아사에서 발매한 이 음반 세트가 포장도 뜯기지 않은 상태로 눈에 띄었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던 그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단다.
그날 그는 베토벤 교향곡 9곡 전곡이 담긴 LP 음반 세트를 지갑에 있던 돈 1만2000원과 바꿔 손에 넣고는 부리나케 두물머리로 돌아왔다. 음반을 들을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날 밤은 그렇게 턴테이블에 LP를 올려놓고 홀딱 새웠다. 정상묵 씨가 그동안 모아놓은 음반은 1만여 장. 이 중 80%는 클래식 음반이고 베토벤 작품 LP는 300여 장에 달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이다. 10명의 지휘자들이 연주한 작품들을 수집해 각각의 연주 특색을 체크하면서 감상하고 있다. 연주자의 반음 미스 터치까지 들릴 정도라 하니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상묵 씨는 작곡가의 의도를 재현하는 지휘자들의 다양한 표현을 캐치하는 게 클래식 음악을 듣는 즐거움 중 하나라 했다. 지휘자에 따라 연주시간이 10분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음악을 감상하는 데 이력이 생기면 지휘자들의 이러한 세밀한 표현법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초보자를 위한 클래식 길라잡이
‘두물머리 명반 감상실’은 지난 2009년 문을 열었다. 매월 셋째 주 수요일, 두물머리에 위치한 문화공간 두머리 2층 음악감상실에서 열리는 명반 감상회는 대구, 마산, 서울 등 각 지역에서 ‘두물머리 정상묵’의 명성을 듣고 올라온 음악 애호가들이 함께 음악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목 모임이다.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음악감상실이 꽉 찰 만큼 참가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20여 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정도다. 이 만남마저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에는 힘들어 요즘은 개점휴업 상태다.
자연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사는 삶을 꿈꾸는 은퇴자가 많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음악을 듣는 생활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야 한다. 특히 클래식 음악은 어느 정도 귀가 열려야 감상할 수 있으므로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정상묵 씨가 추천하는 방법은 클래식 FM 라디오를 무조건 틀어놓고 생활하기다. 제목도, 연주자도, 지휘자도, 오케스트라 이름을 몰라도 그저 듣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첫 발자국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음악을 들으면서 내 안에 샘솟는 슬픈 감정 혹은 기쁜 감정을 유추해 그 감정에 깊게 빠져보는 것이다.
정상묵 씨는 음악이 주는 깊은 감정의 세례를 맛봐야 음악으로부터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서 음악과 감정을 하나로 만들 것을 조언했다.
정상묵 씨는 누구?
1952년생. 한국 유기농의 모태라 불리는 ‘정농회’(正農會)에서 생명농업의 중요성에 눈을 뜬 후 양평군 양서면 일대, 일명 두물머리 지역에서 1976년부터 유기농업을 시작한 농업인이다. 1975년 대도시 서울의 식수원인 한강 상류에 위치한 양평, 팔당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농약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농업인들과 함께 팔당 일대를 유기농 생태농업의 메카로 만들었다.
이후 ‘정농회’, 사단법인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팔당친환경생산자연합회’, 영농조합법인 ‘팔당생명살림’을 이끌며 한국의 생태농업인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삶의 길을 걸어왔다. “힘든 길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걸을 수 있게 해준 건 순전히 음악의 힘이었다”고 말하는 자기고백 속에 그동안 그가 겪었을 온갖 어려움과 고난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정상묵 씨가 꼽는 내 인생의 음악
베토벤 교향곡 제9번 op.125 ‘합창’ | 베토벤은 자신을 천재로 자각했던 것 같다. 인류에게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평생을 힘들게 살았다. ‘합창’ 1악장을 듣다 보면 마치 하늘의 별들이 지구를 향해 쏟아지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천재적인 작곡가가 자신의 삶을 바쳐 작업한 음악들은 들어봐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op.73 ‘황제’ |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면 이 음악을 들으며 고민했다. 특히 1악장을 들을 때는 선택 후의 여러 갈래에 대해 고려해본다. 2악장은 비장함에 차 있다. 결국 삶의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인생을 비장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 아닐까? 베토벤이 내게 주는 의미를 멋대로 해석한 셈이다. 우주를 창조한 조물주가 베토벤에게 읊조리는 것을 선율로 만든 것 같다고나 할까? 어느 날 일몰시간에 이 곡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울 때는 2악장만 따로 녹음해 계속 들었다.
베토벤 현악 4중주 0p.130 ‘카바티나’ | 1977년 태양계 탐사를 위해 쏴 올린 무인우주탐사선 보이저 1, 2호에 실린 지구의 메시지 음악이다. 당시 이 탐사선에는 외계인을 만났을 때 지구를 알릴 수 있도록 54가지 언어로 각종 메시지를 담은 레코드를 실은 바 있는데 외계인이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레코드 마지막 트랙에 1시간 30분짜리 분량의 음악을 선곡해 실었다. 그 곡이 바로 베토벤의 ‘카바티나’다. 지구를 대표해 외계인에게 보내는 음악이라니…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나 인터스텔라를 떠돌고 있을 보이저 1, 2호에서 계속 플레이되고 있을 이 음악을 감상해보라. 들어보면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피트 시거 ‘꽃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 피트 시거는 미국 포크계의 전설이다. 밥 딜런, 존 바에즈 등과 함께 반전평화운동을 벌이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았다. 나이가 들면 세상과 타협하며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산다고들 하는데 피트 시거는 미국의 매카시 광풍도 이겨내고 정말 옹골차게 살았다. 92세였던 지난 2011년 ‘월가 점령 시위’를 응원하기 위해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공연에 참가했다는 뉴스를 보고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월가 점령 시위대들이, 존 바에즈의 노래로 더 유명해진 시거의 노래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함께 부르며 나아가는 걸 뉴스 화면으로 봤는데 전율이 느껴지더라. ‘꽃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는 원작자 시거의 음반뿐 아니라 피터 폴&메리, 존 바에즈, 나나 무스꾸리, 시티(독일 밴드) 등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갖고 있는 뮤지션들의 다양한 버전을 소장하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로도 듣는 나의 ‘최애’ 노래다.
무더운 여름철이 돌아왔다. 안전사고는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일어난다. 특히 여름철에는 감전사고를 조심해야 한다. 여름철 감전사고의 실태를 먼저 살펴보자. 외국에서도 통계자료를 발표하지만 나라별로 조사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어 그대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자료는 전기안전 전문기관인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전국의 병원을 다니면서 직접 조사한 통계다. 감전사고 환자의 치료기록과 경찰서의 변사사고 처리기록부를 근거로 조사한다. 방대한 작업량이어서 결과를 분석하고 심사를 해 매년 8월에 발표한다. 최신 통계는 2018년 자료이며 한국전기안전공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2018년 한 해에 일어난 감전사고 사상자 수는 총 515명으로 사망 17명, 부상 498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감전사고 사망자 수는 2명이 감소했고 부상자는 15명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상황을 보여준다. 눈여겨볼 것은 여름철에 특히 감전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54건이 발생했고 7월에 68건으로 치솟았고 8월에는 59건으로 다소 주춤하는 양상을 보인다.
어떤 상황에서 감전사고를 당하는지를 분류해보면 전기가 충전되어 있는 곳에 신체 일부가 직접 닿아 일어나는 충전부 직접 접촉이 다수다. 어떤 사람이 감전사고를 당하는지에 대한 통계를 보면, 직접 전기공사를 하거나 고장난 기계를 보수하다가 224명(43.5%)이 상해를 입었고 전기설비를 운전하거나 점검하는 과정에서도 51명이 피해를 당했다. 어린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전기콘센트에 젓가락을 꼽거나 가전제품으로 장난을 치다가 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27명). 가정집에서 가전기기를 다루다 감전사고를 당한 사람도 28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감전사고를 당할 때 2차 피해가 더 큰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감전이 되는 순간 깜작 놀라 밑으로 떨어지거나 뒤로 넘어져 모서리에 머리를 다치는 경우다. 전기 화상은 뜨거운 물이나 불에 의한 화상보다 심각하다. 일반 화상은 신체 바깥으로 열이 전달되지만 전기는 혈관과 피부 깊숙이 전류를 보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화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전기 화상의 특징이다.
이런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원인과 대책을 세우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현장에서 오랜 시간 전기안전을 다룬 필자로서 감히 말해본다. 왜! 여름철에 유독 감전사고가 많은 걸까?
첫째, 높은 습도와 더위로 물을 많이 소비하는 여름철이 누전이 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둘째, 땀으로 인체 저항이 감소되어 전기가 더 잘 통하기 때문이다. 일조시간이 길어서 작업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더위 때문에 신체 노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즉 전기 충전부에 닿기 쉽다는 약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름철 감전사고를 줄여줄 방법은 없을까?
우선 전기설비가 안전해야 한다. 최초 전기설비는 대부분 안전하다. 사용하면서 노후로 점점 나빠진다. 그래서 유지, 보수 관리가 중요하다. 매월 4일은 ‘안전점검의 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4‘라는 숫자를 불길하게 여긴다. 이런 날을 의도적으로 택해 안전점검의 날로 정했다. 우리 주위에 위험한 곳이 없는가!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우리 집의 전기 분전함이 어디 있는지, 그 안을 열어본 지가 언제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전기설비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대부분 예방된다. 자기 능력을 과신해 전기스위치를 끄지 않고 작업을 하거나 고객의 정전 피해를 줄여줄 목적으로 서두르다가가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안전이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
날씨가 더우면 주의력이 떨어진다. 건설 현장에서도 안전장비 착용에 소홀해지기 쉽다. 작업책임자는 근로자의 보호장갑, 안전화 등 개인 장구 착용 여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일사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작업자가 지쳐 집중력도 떨어지고 작업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내부안전관리규정에 의거 근로자를 쉬도록 하고 시원한 쉼터도 만들어줘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되어 법으로 규제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생명의 존귀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음은 어느 회사의 작업 현장에서 본 글이다.
“당신의 목숨보다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은 우리 회사에는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생명보다 고귀한 것은 없다.
“신이시여 저를 죽음이 바로 옆에 있는 이곳에서 무사히 작업을 끝내고 내려가게 해주십시오. 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식구들이 나의 슬픈 소식을 전하여 듣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젊은 시절 전기에 관련된 일을 했던 사람이다. 직접 고압송전탑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으나 말만 들어도 작업환경의 상황이 생생히 느껴졌다. ‘윙 ~’ 하고 소리를 내는 전선의 진동음을 들으며 교체해야 할 전선과 애자, 용접기, 압착기, 전동 공구 등 무거운 짐을 싸 들고 송전탑으로 올라가는 작업자들. 절연 장갑과 부츠, 안전모를 착용했어도 정전기로 온몸이 따끔거리고 강한 바람에 중심 잡기 힘들다. 345 KVA의 고압 전기는 몸에 살짝 스치기만 하여도 감전사를 일으킨다. 이들은 무사히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면 천국 문을 노크까지만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이들 작업자는 오른쪽이 생(生)이고 왼쪽이 사(死)인 면도칼 위에 서 있는 모습이다.
원가절감의 미명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원가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기본적인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 현장. 자신이 하는 일이 위험한 줄 알지만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일할 수밖에 없다. 무방비 상태. 안전 밖으로 내몰려 업무환경을 개선해달라며 호소해봤자 달라진 것이 없다. 원가절감은 무조건 납품단가만을 낮출 것이 아니라 합리적 방법을 따라야 한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말은 그냥 말뿐이고 작업환경에 대한 적절한 투자는 ‘나 몰라’라다. 안전을 보장해야 할 원청업자는 ‘갑질’과 ‘욕심’의 소산이나 싶을 정도다. 그들이 돈 되고 일하기 편하고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하청업자에게 줄 수 있을까. 위험한 작업환경에 안전투자가 없이는 제2의 김용균 사태는 막을 수 없다. 광화문 광장에서 확성기를 켜고 촛불을 밝힌다고 김용균이 살아오고 산업재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용균은 누구인가? 꿈 많고 인내심 이 컸던 우리의 청년이자고 아들이다. 비정규직이 죄는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경제 가치를 능가하지 않는 한 산재는 막을 수는 없다.
산재의 예방
“내가 조금 더 조심해서 작업하면 되지. 투정 부리다가 그나마 이 일이 끊어지면 누가 우리 가족을 책임지고 미래는 또 누가 이뤄 주려나?”
비정규직 하청업자는 원청업자의 눈치를 본다. 이 바닥에서 하청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은 눈치보기다.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권이나 정치권은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처럼 소란하다. 대책 없는 이슈만 내놓을 뿐. 하지만 사회는 확실한 대책을 원한다.
오늘도 천국 문 앞과도 같은 산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비정규직. 그들의 기도는 한결같다. 지옥이라도 좋으니 가족의 웃음이 있는 곳에 무사히 돌아가게 해달라는 기도다. 소박하면서도 가장 큰 기도이기도 하다. 신길온천역 앞에 있는 송전탑에는 정규직을 원하는 우리의 식구들이 알알이 꿈을 품은 콩깍지처럼 매달려있다. 300mm 줌 렌즈로 당기니 그들의 거친 숨소리도 같이 딸려 온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기도 소리도 내 귓가에 딸려온다. 3번 음주운전 적발되면 운전면허 취소되듯이 산업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 기관장이 책임을 지는 제도를 도입할 수 없을까. 큰 병에는 과감한 큰 수술이 필요하듯 사회의 근본적 병적 요소를 제거해야 우리의 식구들과 슬프게 이별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주위에는 편의를 위해 여러 가지 시설을 해야 한다. 집도 지어야 하고 수도도 끌어야 하고 전기도 가설해야 한다. 이런 시설물은 설치도 제대로 해야 하지만 유지, 보수, 관리를 소홀히 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위험물로 변할 수 있다. 특히 전기시설이 그렇다. 전기시설은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라면 다 있어야 한다. 창고에도 필요하고 화장실에도 들어가야 한다.
체육시설인 공설운동장에서 우리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안전 불감증을 보고 개탄을 했다. 운동장에도 관리실이 있고 화장실이 있고 야간 운동경기를 위한 조명시설이 있다. 급수펌프도 돌아야 하고 환기를 위해 공기조화설비도 가동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원천인 전기가 들어가야 한다. 전기를 공급하려면 혈관 같은 전선로가 필요하다. 전선로로 전기가 이동할 때는 손실이 불가피 하게 일어난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압을 높이면 역자승의 법칙에 의해 손실이 줄어든다. 문제는 전압이 높아질수록 전기 위험이 커진다.
선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통 한전변전소에서 특별고압(22,900V)으로 전기를 보낸다. 보내준 전기를 받아 사용 장소에 있는 변압기를 통해 사용하는데 적절한 저압전기(220V)로 변압(變壓)하여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전기를 실어 보내는 특별고압 전선이 필요하고 필요시 전기를 끊고 공급할 수 있는 차단기도 필요하고 변압기도 있어야 한다.
지상에 전주를 세우고 머리 위로 전선이 지나가게 하는 가공전선로 공사방법보다. 도심지에는 돈이 더 들지만 미관과 안전을 위해 지중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변전실이 별도로 없는 곳에서는 지상에 철재함(통칭 패드스위치 함이라고 부름)을 설치하고 변압기나 차단기를 설치한다. 그 밑으로는 특별고압전선이 접속된다. 아주 위험한 장소다.
전기시설물이 있으니 가까이 오지 말라는 위험 표시판을 설치하고 필요시 굴착작업을 해야 할 때는 연락을 해 달라는 안내판 까지 설치한다. 당연히 이런 위험장소에는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은 접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비웃기라도 하듯 패드스위치 함 위에 먹다 남은 음료수, 커피를 올려놓는다. 패드스위치 함은 구조적으로 비를 맞아도 끄떡없게 만들었지만 안전을 위해 관계자가 아니라면 접근하면 안 된다.
위험하다고 아무리 방을 부쳐도 콧방귀를 뀌고 무시해버리는 것이 안전 불감증이다. 전기로 인한 사고현장을 가 보면 시설물 자체의 결함도 있지만 상식선에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여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출입금지 팻말이 있는 곳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의붓아버지 떡메 치는 곳에는 가도 친 아버지 장작 패는 곳에는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다. 아무리 친 아버지라 해도 장작을 패다보면 나무 조각이 날라 가서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는 말이다.
전기가 흐르는 곳에는 누전이 일어 날 수가 있다. 해마다 감전사고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기쇼크에 놀라 넘어져서 다치거나 기물이 파괴되는 경미한 안전사고는 무수히 많다. 전기 ‘위험’ 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는 곳에서 마시던 음료수를 그곳에 둔다는 행위 자체가 안전 불감증이다. 위험하다고 ‘경고’나 ‘접근금지’ 표식이 있는 곳에는 일반인은 가지 말아야 한다.
등록금 보태려던 20대 젊은이가 택배물류창고에서 웃옷을 벗은 채 빗자루를 들고 컨베이어 벨트 밑으로 들어가 작업하다가 감전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방송에서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노동당국에서 택배집하장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경찰에서 누전차단기 작동여부와 안전수칙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사고주위를 면밀히 조사하고 과학의 힘을 빌린다면 원인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전기는 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지만 전기화재나 전기감전사고의 원인도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여름철은 감전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날씨가 더운 탓에 옷을 벗기도 하고, 몸에 땀이 나면 전기가 더 잘 통하기 때문이다. 또, 더우면 정신적으로도 해이해져서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도 감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전기안전 기술사로 직업 특성상 전기재해 현장을 많이 다니며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이런 감전 사고를 막으려면 첫째로 설비를 견고하고 안전하게 설치해야 한다. 누전이 될 때 누전을 검출하여 자동적으로 전원에서 회로를 분리하는 누전차단기를 설치하고 병행하여 누전전류를 대지로 흘려보내는 접지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사람은 잠을 자지만 이런 안전설비는 쉼 없이 24시간 감시를 한다. 그래도 100%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고장이 나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전기 전문가가 시설을 체크하고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확인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다음으로 사용자의 안전의식이다. 전기설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이나 몸이 직접 전기충전부에 닿으면 누전차단기가 작동해도 감전을 당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일어났던 사고를 소개한다.
청소부 아주머니가 변전실 청소를 하다가 변압기에 감전을 당한 사건이다. 변전실은 직접전기가 충전되는 변압기나 차단기가 설치된 위험한 장소가 있고 근무자가 책상에서 서류정리 등 일반 업무를 보는 장소가 있다. 이 사이를 구획하여 관리한다. 전기담당자가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책상 위나 바닥정도만 청소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출입금지 표시가 된 변압기에는 청소하러가지 않으리라 속단한 것이 화근이었다. 청소아주머니는 청소를 깨끗이 해서 칭찬을 듣고 싶은 욕심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변압기가 있는 곳에 들어가 먼지를 닦으려다 변압기에 손을 대는 순간 감전되었다. 이때는 차단기가 정상적으로 동작을 해도 워낙 높은 전류가 흘러 감전피해를 입게 된다.
작업자가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작업책임자는 자신의 지식만큼 다른 작업자도 잘 알고 있으리라 여겨서는 안 된다. 기계 밑에는 전기스위치와 전선이 있으니 들어가지 말고 청소는 어디까지만 어떻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일러 줘야한다. 작업자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생각지도 못한 잘못을 저지른다.
작업자는 자기 주위에 설치된 기계나 전기나 화학설비가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만약 잘못되면 어떤 징후가 생기며, 그럴 때는 작업자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관리자는 교과서적인 일반 위험에 대해서만 교육하고 책임 면피용 교육 기록만 해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행동이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약품이 폭발성이나 부식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전기설비가 달라져야 한다. 만약 폭발성 가스가 있는 곳이라면 방폭형 전기 설비를 해야 한다.
사람은 깜박 실수를 한다. 위험한 장소에서는 혼자 작업 시키는 것을 금해야 한다. 혼자 작업을 하더라도 옆에서 지켜주는 감시자가 필요하다. 사회가 온전하려면 직접 생산과 관련이 없는 군인이나 경찰이 필요한 것처럼, 안전작업을 위해서는 감시자가 꼭 필요하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켜야할 규범이다.
우리 속담에 ‘몸꼴 내다 얼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날씬한 몸을 더 돋보이려고 겨울에 얇은 옷을 입고 다니다가는 추위에 얼어 죽는다는 뜻이다. 겨울에 내복을 입지 않은 아이들이나 스타킹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들에게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모양은 덜해도 실속은 차려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가정에서 전기분전반은 겨울에 입는 내복처럼 꼭 필요한 물건인데 미관상 보기 싫다는 이유로 신발장, 옷장 등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했다. 평소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집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또한, 화재가 발생해도 분전반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방해물이 있어 신속히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분전반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사람은 잠을 자도 일 초도 잠을 자지 않고 24시간 가정의 전기안전을 위해 보초를 서는 누전차단기와 과전류차단기가 있다. 누전차단기는 전선의 피복이 벗겨지거나 가전기기에서 누전이 일어나면 기가 막히게 알아내서 전기를 차단해 버린다. 과전류차단기는 전기가 합선되거나 용량을 초과하여 사용하면 동작하여 전기공급을 막아버린다. 이런 전기보호장치가 없었다면 온통 전기사고의 두려움 때문에 두 다리 펴고 잠을 자지 못한다.
이런 전기안전 보호장치가 들어있는 전기분전반을 미관상 보기 싫다고 숨기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미관보다 안전이 먼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하고 있는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 기준(제171조)’을 개정하여 주택용 분전반을 노출된 장소에 시설하도록 장소를 구체화함은 물론 불연성, 난연성 기준도 명확히 하였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7년도에 우리나라에서만 총 화재 4만4178건 중 전기화재가 8011건(점유율 18.1%)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217명(사망 32명, 부상 185명)에 달한다. 전기 감전으로 인한 사고를 당한 사람이 532명(사망 19명, 부상 513명)이나 된다.
사고는 대부분 은폐되고 숨어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쓰레기를 몰래 투기하고 숨어서 소변을 보던 뒷골목에 보안등을 켜서 환하게 밝히면 대부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진다. 미관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짧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어린이집 등하교버스에서 미처 못 내린 아이가 뜨거운 열기에 숨을 거두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던 체력 약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열에 숨지기도 했다. 강렬한 햇볕이나 뜨거운 열에 장시간 노출되면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 체온조절중추신경이 마비되어 생기는 병으로 40℃ 이상의 고열, 두통, 어지러움, 메슥거림, 평형장애가 오다가 혼수상태나 환각상태로 빠지고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물놀이 중 익사 사고의 50% 이상이 보호자의 부주의나 자신의 수영 능력을 과신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물놀이 전 충분한 준비운동을 하고 심장에서 먼 발, 다리, 얼굴, 가슴 순서로 몸을 적신 뒤 튜브와 구명조끼 등 물놀이용 안전용품을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야 한다. 수영은 식후 30분이 지나 하는 것이 좋다. 바다 해수욕장의 기온이 상승하면 독성 해파리가 출현할 수 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요즘은 개인 휴대폰으로 폭염주의보를 알려주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리면 낮 12시부터 5시까지 허약자라면 외출을 삼가야 한다. 외출 중에 너무 더우면 지자체에서 미리 선정해 둔 인근 건물 더위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를 권한다. 덥다고 탄산음료나, 알코올,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는 물을 자주 마셔 체온조절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아울러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를 쓰는 습관을 갖는다.
전기는 담아갈 용기도 필요 없고 쓰고 나서 재처리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편리한 전기를 함부로 다루다가는 감전이나 화재 사고가 일어난다. 선풍기 회전날개에 아이가 손가락을 다치거나 콘센트에 호기심으로 젓가락을 꼽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선풍기 보호망을 씌우고 콘센트용 안전커버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기를 사용하는 캠핑용품이 많이 제조되어 판매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원으로 차량의 전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인근의 업소용 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기를 만지려면 전원 스위치를 반드시 내리고 손을 대야 한다. 여름철에는 몸이 땀에 젖어있고 얇은 옷을 입거나 벗은 상태도 많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이 더 높다.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나 깨진 콘센트도 사람이 충전부에 접촉하면 감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 전기충격에 놀라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거나 다른 물건에 피해를 주는 2차 피해도 조심한다.
폭염으로 인해 바깥 기온이 30℃가 되면 자동차 실내는 온도상승이 최고 85℃까지 상승한다. 이런 고온으로 자동차 안에 둔 일회용 가스라이터,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 안에 이런 물건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여름철 장거리 운행 중에 가끔 그늘에 주차해 배터리를 식히는 게 좋다.
건축 공사장에서도 주의를 해야 한다. 더우면 주의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진다. 평소 같으면 알아차릴 위험 분위기도 주의력이 떨어져 모를 수가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하다가 아차 한 번의 실수로 공사는 중단의 위기에 놓인다. 그렇게 공사 기간 단축을 하려고 한 일이 오히려 공사 기간을 더 늦추는 등 마감 일정에 발목 잡히기도 한다. 아주 무더운 날은 과감하게 공사를 중단하고 쉬어가는 여유를 갖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빨리 공사를 완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