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한 어르신이 감동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전주시는 효자동에 거주하는 92세 임양원 옹이 코로나19로 고생하는 공무원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700만 원을 맡겼다고 31일 밝혔다.
전주시에 따르면 어제 8월 31일 오전, 한 백발의 어르신이 전주시청을 방문했다. 힘든 발걸음으로 3층 시장 비서실에 온 어르신은 재킷 안주머니애서 꼬깃꼬깃한 봉투를 하나 꺼냈다. 봉투 겉면에는 '코로 예방 공무원 격려금'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이 어르신은 “코로나19 방역과 보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후배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후배들을 격려할 수 있는 작은 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퇴직공무원이라고 밝힌 임양원 옹이다.
그는 “어르신들 예방접종을 위해 동 주민센터에서 한 손 한 손 잡고 조심스럽게 버스를 태워주고, 본인이 타고 온 버스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명패를 착용해 주고, 접종 전후 수시로 전화해 상태를 묻는 배려가, 나도 퇴직 공무원이지만 그동안 겪어본 것 중 최고의 행정서비스였다”며 “이렇게 시민을 위해 고생하는 공무원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고 격려금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에 전주시 관계자는 “기부금을 어르신 뜻에 따라 코로나19 방역 현장 공무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청은 이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려 어르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혜민이는 필자 딸과 동갑내기인 평택여고 보통과 학생이었다. 딸은 문과, 혜민이는 이과였다. 혜민이를 만난 곳은 학교의 '특별한' 도서실에서였다. 그 도서실이 특별한 이유는 필자의 건의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책은 가장 훌륭한 스승이자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책 속에 삶의 지혜가 있고 길이 있습니다."
새 학기 첫 수업 시간이면 필자가 늘 독서를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단골로 하던 말이었다. 수업시간이나 보강시간에는 그동안 읽었던 책 얘기를 해주었다. 다른 교사들은 보강시간에는 할 게 없어서 엄청 지루하고 우두커니 서 있다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완전 신나는 시간이었다. 책 얘기를 실컷 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 , 등 수없이 많은 책을 읽으며 감명을 받았던 내용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선생님 그런데 책을 어디서 빌려봐요?"
"학교 도서실에서 빌리면 돼요."
"학교 도서실 문 잠겨 있는데요?"
그럴 리가? 확인해보니 이게 웬일? 정말 교실 4칸 크기의 커다란 4층 도서실은 큰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교장선생님, 도서실이 잠겨 있어서 학생들이 도서 대여를 할 수 없다는 데요?"
교장선생님은 책이 없어질까봐 도서실 문을 열어줄 수 없다고 했다. 책이 없어지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며.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도서실이 왜 있는가? 더구나 국어과 선생님이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게 너무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교장선생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요?"
당돌하게 항의해봤자 소용없었다.
"그럼 제게 교실을 하나 내주시겠어요? 제가 도서실을 만들어 점심시간에 직접 대여하겠어요. 분실되는 책들은 제가 책임지고요."
1994년도 봄이었다. 4개의 커다란 탁자를 옮겨놓고 탁자보를 새로 맞춰 씌운 뒤 볼 만한 책들을 4층 도서실에서 일부 옮겨놓고 , , , 등 몇십 권의 책을 새로 사서 도서실을 만들었다. 탁자보, 인테리어 비용, 책 구입비 등으로 필자의 한 달 봉급이 다 날아갔다. 교장선생님은 보통과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며 실업계 학생들에게만 대여해주라고 했다.
그 후 점심시간을 이용한 도서 대여 업무를 6년 동안이나 했다. 시간이 지나자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서 보통과 학생들도 찾아왔다. 혜민이도 그 아이들 중 하나였다. 혜민이는 전교 1등을 하는 아주 우수한 학생이었다. 공부는 물론이고 체육도 만점을 받았고 글짓기도 잘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마침 독서새물결추진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독후감 경시대회가 있었다.
“혜민아 독서새물결추진위원회에서 독후감 경시대회를 하는데 참가해보겠니?”
그러자 눈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이는 혜민이에게 세부적인 참가 요령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혜민이가 써온 독후감을 독서새물결추진위원회에 제출했다. 결과는 ‘대상 수상’ 대성공이었다. 대학입시 때 각종 경시대회의 수상경력이 도움이 되던 시절이었다. 혜민이는 그해 서울대 의대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담임에겐 격려금 10만원이 지급되었다. 교장선생님이 학년 초에 반 학생이 서울대에 가면 담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국어와 문학 담당 교사는 10여 명이 넘었고 담임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필자가 이뤄낸 것 같은 성취감이 엄청났다. 혜민이가 필자 말을 잘 따라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대상 수상’을 확인하던 그 가슴 벅찬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수상 소식을 알려주며 혜민이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우리 혜민이를 서울대에 보낸 것은 박애란 선생님이에요."
혜민이 아버지는 작은 도움을 줬을 뿐인 필자를 치켜세워주셨다.
“천만에요. 혜민이가 워낙 우수한 학생이고 부모님도 정성을 다한 결과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종합 작품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개는 부모님들도 그만큼 정성을 들인다. 혜민이가 공부할 때 부모님은 옆에서 책을 보며 같이 시간을 보냈고 필자가 운영하는 도서실에 조정래의 , 박경리의 전권 등을 사서 기증하기도 했다.
혜민이는 “진짜 의사는 외과”라며 남들이 다 힘들다고 마다하는 외과를 지원했다. 혜민이의 집념과 열정을 볼 때 우리나라 외과의 중에서도 가장 실력 있는 의사가 될 것으로 짐작된다.
"선생님 앞으로 편찮으셔도 걱정 마세요. 우리 혜민이가 다 치료해드릴 거예요."
큰 소리로 약속하던 혜민이 아버지는 그 후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그러나 약속이 공약이 되어버려도 괜찮다, 다 괜찮다.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