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양이, 도마뱀, 고슴도치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정책이나 지원 제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기업에서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한 지원 계획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생활 문화 변화를 고려한 건축규제 완화방안과 제도개선 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300㎡ 미만 소규모 동물병원 등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해 입지 가능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물병원, 동물미용실 및 동물위탁관리업을 위한 시설은 의원, 미용원 및 소규모 공공업무시설 등과 달리 규모와 관계없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입점 가능한 곳이 한정돼 있다. 법이 시행되면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에 반려동물 관련 사업장을 조성할 수 있어 해당 시장이 활성화하는 데 속도가 더욱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공개했다. 일동제약과 광동제약은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을 공략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반려동물 브랜드 ‘일동펫 시리즈’를 출시하고 강아지·고양이 전용 프로바이오틱스, 관절 영양제 등을 선보였다. 일동제약은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원료와 품질을 유지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광동제약 역시 대표 건강기능식품인 자양강장제 ‘경옥고’에서 착안한 반려견용 영양제 ‘견옥고’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 지도 서비스에서 ‘애견 동반 식당’. ‘애견 동반 카페’ 등을 검색하면 해당 장소를 찾을 수 있는 ‘갈수있어 강아지도’를 선보였다. 캠페인 페이지에는 애견 동반이 가능한 음식점·카페·쇼핑몰·숙박시설 등의 장소들이 지역별로 정리돼 있다. 서울 서북 646곳, 서울 동북 575곳, 서울 서남 312곳, 서울 동남 660곳, 제주 786곳, 부산 261곳, 경북 265곳, 전북 300곳, 충북 159곳 등이다.
sk텔레콤은 T멤버십 혜택에 반려동물 관련 제휴사 9곳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추가된 제휴 서비스는 반려동물 정보(멍냥보감), 사료·간식(국개대표), 여행·산책(반려생활, 피리부는 강아지), 펫택시(그랫, 멍타냥택시), 펫테크(펫프라이스), 돌봄·장례(도그메이트, 21그램) 등이다. 이들 제휴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 T멤버십 할인과 적립 등 혜택이 적용된다.
한편,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사 고객의 동물병원, 애견 호텔, 애견 카페, 애견 미용 가맹점 등에서 1인당 연평균 이용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5만 3천 원으로 2019년의 26만 2천 원에 비해 9만 1천 원 늘었다. 2020년에는 28만 3천 원, 2021년에는 31만 3천 원으로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1인당 연평균 카드 지출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채소를 섭취하는 것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을까? 열매 수확 시기를 앞당기는 것만으로 지방 생성을 억제하는 항비만 활성 기능을 증진할 수 있다면 어떨까?
농촌진흥청이 산수유 열매와 경옥고의 주원료인 지황,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고춧잎을 두고 연구 및 분석에 임한 결과, 각기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잎에 혈당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많은 ‘잎 전용 고추 품종’ 원기2호를 개발 및 육성에 성공했으며, 산수유 열매의 수확시기를 당기면 항비만 활성 기능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함에 따라 환자 개인뿐 아니라 당뇨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잎 전용 고추 품종’인 원기2호를 개발해 채소 섭취를 통한 혈당 관리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섰다.
당뇨병 치료제 중 하나인 ‘알파글루코시데이즈 인히비터’(AGI)는 혈당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당뇨병, 비만, 과당증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농촌진흥청은 기존 고추 품종보다 잎에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이 약 4배 높은 ‘원기1호’에 이어, 원기1호보다 혈당 억제(AGI) 활성이 약 3배 높은 ‘원기 2호’를 지난해 육성해냈다. ‘원기2호’의 항당뇨‧항비만 효과를 밝혀낸 관련 연구 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metabolites에 실렸다.
‘원기2호’는 현재 국립종자원에 품종 출원 후 보호 등록을 위한 재배심사를 받고 있다. 보호 등록 전 이른 시기에 보급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민간종묘회사 등에 통상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원기2호 고춧잎 생산 기술과 잎 전용 품종에 대한 홍보, 제품 고급화를 위한 포장 방안 등 현장 요청사항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진청은 이어 대표적인 약용작물인 산수유 열매의 항비만 효능을 최대 3배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냈다. 일반적으로 11월 중순에 수확하는 산수유 열매의 수확시기를 9월로 앞당기면 세포의 지방 생성 억제 효과가 최소 2배에서 최대 3배까지 높아졌다는 것. 또한 지방 생성과 관련된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산수유 열매 수확시기에 따른 항비만 활성을 분석하기 위해 9~12월에 걸쳐 각 수확 시기별로 산수유의 ‘항비만 활성’과 ‘기능 성분 함량’을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위 내용 외에도 9월 수확한 열매는 11월 수확한 열매보다 주요 ‘기능 성분의 함량’도 높았다. 산수유 기능 성분 중 함유량이 가장 많으면서 항비만 등 생리활성이 높은 ‘모로니사이드’(morroniside)와 ‘로가닌’(loganin) 성분은 9월 열매가 11월 열매보다 각각 67%, 35% 더 많았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산수유 미성숙과를 이용한 항비만 소재의 새로운 제조 방법에 대해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김금숙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과장은 “덜 익은 산수유 열매는 완전히 익은 것보다 초록색에 가깝고 맛이 약간 더 떫지만, 기능 성분이 풍부한 만큼 사용 목적을 고려해 수확시기를 조절하면 산수유 가공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농촌진흥청은 약용작물 지황의 주요 유용성분 함량을 높인 우수품종 육성에 필요한 핵심 유전자를 밝혀냈다. 한약 경옥고의 주원료인 지황은 항암, 항염, 스트레스 저감, 불면증이나 소화불량 개선 효능이 있어 약재나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쓰인다.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고부가 약용작물 우수품종을 육성하고, 농가 소득 증대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이가 들면 소화기능이 떨어진다. 병을 오래 앓아도 그렇다. 소화가 안 되니 기운도 같이 떨어진다. 그래서 병원 앞에는 죽집이 많다. 어렸을 때 배탈이 나거나 감기에 걸리거나 입맛이 없을 때 어머니가 죽을 해주시곤 했다.
밥은 입에서 식도를 거쳐 위, 십이지장, 소장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위의 기능이 안 좋을 때는 위장에서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해 배가 더부룩해지고 불편해진다. 위가 음식을 썩히고 분해시켜 내려 보내야 하는데 그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죽은 분해가 된 밥이다. 그래서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가도 위가 별로 할 일이 없다. 금방 십이지장으로 내려간다. 죽을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체하지도 않는다.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을 때는 보리죽이 도움이 된다. 죽은 따뜻하게 먹어야 한다. 그리고 죽을 먹으면 금방 허기가 진다. 그만큼 소화가 잘된다는 말이다.
죽은 한약 중 경옥고 같은 고약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런 고약은 뇌수와 안구, 오장의 정액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 죽이 뇌수를 채운다는 말은 장수에 좋다는 의미다. ‘동의보감’에는 “새벽에 일어나 죽을 먹으면 가슴이 뚫리고 위장을 보양하며, 진액이 생겨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하며, 보하는 힘이 적지 않다. 만생종(晩生種) 멥쌀을 진하게 푹 쑤어 먹는 것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외에도 연자육죽이나 잣죽, 우유죽 등이 뇌수를 보충해 장수를 돕는다. 노인이 밤에 잠을 깊이 자지 못할 때는 저녁식사로 죽을 먹는 것이 좋다. 그러면 숙면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두개골 속 뇌가 밖으로 드러난 부분, 즉 눈을 뇌의 창문으로 본다. 뇌수를 충실하게 채워주면 눈도 충실해지기에, 눈에도 죽 같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좋다. 대표적인 것이 ‘동의보감’에 나오는 지황죽(地黃粥)인데, 생지황즙에 재워둔 멥쌀로 죽을 쑤어 먹는다. 또한 눈이 좋다는 말은 ‘총명(聰明)’이라는 단어와도 상통한다. 총명이라는 한자 자체가 눈과 귀가 밝다는 뜻이다.
개고기, 사슴고기 등 길짐승의 고기는 정액과 정력을 보충해주는데, 이때도 고기죽으로 쑤어 먹는 것이 좋다. 뼈째 달이는 도가니탕이나 곰탕도 일종의 죽이다.
곰탕은 길짐승의 뼈로 달이기에, 근골을 강하게 해서 팔다리가 저리고 시린 것을 없애주며, 출혈과 설사를 멎게 하고, 헌데를 아물게 한다. 큰 병을 앓고 난 뒤 또는 기력이 갑자기 쇠약해졌을 때 풀이나 죽만 먹으면 기력 회복이 느리고, 삼겹살 같은 고기를 먹으면 비위의 기운이 약해 소화를 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소화가 잘되면서 기력도 보강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도가니탕, 곰탕이다. 고기가 들어간 음식이라 기운을 크게 보하면서도 죽처럼 부담이 없기 때문에 빠른 쾌유를 도와준다. 사골국에 포함된 콜라겐과 콘드로이친황산은 피부 탄력과 뼈의 성장, 골절 회복, 골다공증 방지 등에 도움이 돼 여성뿐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 노약자 모두에게 좋다. 그런데 곰탕은 일시적으로 먹어야지 매일 먹으면 안 된다. 곰탕이나 도가니탕을 매일 먹으면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때문에 피가 더러워지고 여러 가지 병이 생길 것이다. 약은 적절히 써야 약이지, 지나치면 독이 된다.
죽은 물도 아니고 밥도 아닌 그 중간의 음식이기 때문에 묘한 효과가 있다. 바로 완충제 효과다. 변비나 설사를 할 때도 죽이 좋다. 변비가 있을 때는 끈적끈적한 죽이 진액을 공급해 대변을 잘 보도록 도와준다. ‘동의보감’에는 노인성 변비에 차즈기 씨앗과 대마 씨앗을 갈아서 만든 소마죽과 도인·잣·욱리인을 갈아서 만든 삼인죽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설사가 있을 때도 끈적끈적한 점성이 설사를 멎게 한다. 설사에는 팥죽과 찹쌀죽이 좋고, 이질에는 파죽과 부추죽, 염교죽이 좋다.
죽 맛은 담담해서 한의학의 오미 중 담미(淡味)에 해당한다. 담미는 체액 운행을 활성화시켜서 소변을 잘 보게 해준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입이 마르고 갈증이 나는 증상도 멎게 하고 부기를 빼줘 몸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열이 너무 많이 나는 사람은 녹두죽이 좋다. 녹두는 매우 차가운 식품이기 때문이다. 피부가 건조하고 마른 사람에게는 마죽이 좋다. 산약의 끈적끈적함이 피부를 적셔준다. 반대로 몸에 습기가 너무 많은 사람에게는 팥죽, 율무죽이 좋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당연히 술자리도 자주 갖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는 술 잘 마시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본다. 그래서 ‘술상무’라는 말까지 생겨났는지 모른다. 술을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술자리가 큰 부담이다. 못 마시더라도 눈치껏 마셔야지 너무 빼는 모습을 보이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술은 약일까, 독일까. 한의학에서는 의미 없는 질문이다. 자연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존재 이유가 있다. 약과 독도 별개의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약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독이 된다. 사물의 성질을 정확히 파악해서 적재적소, 적합한 사람에게 쓰고자 하는 것이 한의학이다.
의학(醫學)에서 ‘의(醫)’라는 한자에 술을 의미하는 ‘유(酉)’가 보인다. 이는 술이 병을 치료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뜻이다. 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약재는 술이다. 약방의 감초로 알려진 감초가 3467번 나오는데 술은 4384번이나 나온다. 을 술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술은 절대 나쁜 음식이 아니다. 많이 마시면 문제가 될 뿐이다.
술만큼 강한 약은 별로 없다. 빠르게 반응이 나타나는 음식도 많지 않다. 술을 먹으면 바로 심장이 뛰고, 열이 올라 얼굴이 붉어지면서 감정도 변한다. 어떤 사람은 구토를 하고, 졸려서 잠을 자기도 하고, 용감해지기도 하고,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분노와 슬픔, 기쁨 등 온갖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술은 뜨겁고 향이 강하다. 약 기운을 전신에 운행시키고, 온갖 사기와 나쁜 기운을 없애주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소화기관을 두텁게 하고,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우울함을 없애주고, 화나게 하고, 마음껏 이야기하게 만든다.
을 보면 인체의 기본인 정기신혈(精氣神血)을 보하는 보약들은 대부분 술과 함께 복용하거나 술로 빚어서 복용한다. 대표적인 보약인 경옥고도 술과 함께 복용한다. 피부에서 머리카락, 오장육부, 뼈, 뇌수, 자궁 등 인체의 가장 깊은 곳까지 약 기운을 이끌고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한 약재는 보통 술에 담가 먹는다.
술은 발효식품이라서 소화도 돕는다.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를 음식도 술과 함께 먹으면 1차, 2차, 3차, 4차까지도 먹게 된다. 나이 드신 분들이 식사 중 반주를 하는 이유는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술만큼 혈액순환에 좋은 약이 있을까? 알코올을 조심하라는 권고는 주량 때문이다. 잠자기 전 정종을 소주 컵 한 잔 분량을 데워서 마시면 손끝과 발끝이 시리고 저린 데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의 주체인 심장질환 약재에도 대부분 술이 들어간다. 여성은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데 혈액순환 장애가 잘 일어난다. 자궁질환 약재 역시 술이 많이 쓰인다. 어혈을 푸는 데도 최고다. 교통사고, 추락, 타박상, 허리를 다쳤을 때도 도움이 된다.
물론 많이 마시면 독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 때문에 고생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주량을 능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억지로라도 마셔야 하는 분위기다. 그렇게 1년, 2년, 10년을 살다 보면 알코올성 간염이나 성인병 등 다양한 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에는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어깨와 전신이 무거우며 몸이 붓기도 한다. 속도 편치 않아 소화가 안 되고 소변도 시원치 않게 나온다. 설사와 구토를 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주습(酒濕)이라 표현한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인 것처럼 몸에 술의 습기가 잔뜩 쌓여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오래가면 당뇨, 황달, 시력 장애, 기침, 천식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술을 C2H5OH로 획일화할 수는 없다. 맥주, 막걸리, 소주, 양주, 과일주 등은 각각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어제 담은 술과 오늘 담은 술도 사실 다른 술이다. 과일주, 약초주에는 과일과 약초의 약성이 담긴다.
산행할 때 막걸리를 마시면 밥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든든하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중에 밥을 안 먹고 막걸리만 먹는 사람이 있다. 밥심만큼 힘이 나기 때문이다. 막걸리 한 사발은 밥 한 그릇이다. 곡주에는 곡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밤에 막걸리 두 잔을 마시면 밥 두 공기를 야식한 셈이 된다. 그래서 다음 날 몸이 붓거나 전신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탁주는 숙취가 오래간다. 특히 면 종류를 같이 먹으면 해독이 더 어렵다.
양주, 안동소주 등 증류주는 입에 들어가자마자 기화되어 머리에서 손발 끝까지 퍼져나간다. 막힌 기를 뚫어주고 몸을 금방 덥혀준다. 곡주와 달리 머리가 아픈 것도 덜하며 소변도 잘 나온다. 물론 적당히 먹었을 때의 이야기다. 과음하면 어떤 술이든 문제를 일으킨다.
맥주는 발아시킨 맥아(麥芽)와 홉(hop)의 성질 때문에 차갑다. 맥주를 많이 마시면 아랫배가 차가워지면서 배가 나온다. 그래서 몸이 차가운 사람보다는 뜨거운 사람에게 좋은 술이다.
술을 마실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단것을 먹지 말아야 한다. 둘째, 면 종류, 감과 함께 먹으면 술독이 잘 풀리지 않는다. 셋째, 배불리 먹은 후에는 음주를 주의하고, 취한 후에는 억지로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넷째, 얼굴이 흰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피부가 흰 사람은 폐가 술독을 잘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취한 후에는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섯째, 술은 적당한 양을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일곱째, 취했을 때 갈증 때문에 물 또는 차를 찾게 되는데 많이 마시면 허리, 콩팥, 다리가 약해지고 무거워진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 ,
같은 밀가루를 쓰는 중국집이라도 요리사에 따라 자장면 맛이 달라진다. 식재료가 똑같더라도 조리 방식이 다르면 음식의 맛이 달라지며, 그 효능 또한 달라진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함량, 비타민 함유량 등 식재료의 성분이 그대로 약효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똑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구마는 혈당지수가 55 정도로 낮아서 당뇨 환자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찐고구마는 혈당지수가 더 높아지며, 군고구마는 혈당지수가 80 이상으로 높아져서 당뇨 환자에게 좋지 않다. 따라서 생고구마만 혈당지수가 낮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의원에 가면 같은 약재를 가지고 어떤 때는 탕약으로 처방하고, 어떤 때는 환약, 어떤 때는 경옥고 같은 고약, 어떤 때는 가루로 된 산제로 처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재료가 같으면 성분이 같기 때문에, 환약이나 산제나 탕약이나 같은 효능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것은 분석주의, 환원주의의 큰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성분이 같다고 해서 약효가 같은 것은 아니다. 같은 축구팀 선수라도 포지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역량이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형태가 다르면 효능도 달라진다.
한국인의 주식은 쌀이다. 따라서 몸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강하고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찹쌀, 현미, 통일벼, 간척지 쌀, 안남미 등 먹는 쌀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쌀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이 글에서는 쌀을 가공해서 만든 떡, 미숫가루, 숭늉, 죽의 효능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평소에 우리는 밥솥에 쌀과 물을 붓고 열을 가해서 밥을 짓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밥은 일반적인 영양 공급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추워지면 추위를 막기 위해 쌀을 더 차지게 만들어 먹는다. 차진 음식은 땀구멍, 피부를 단단하게 틀어 막아주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추운 지역에서는 면, 만두, 빵이 발달했다. 우리나라에서 쌀을 찧어서 차지게 만든 것이 떡이다. 즉 쌀에 뭉치게 하는 힘(vector)을 추가한 것이다.
그래서 가을에 송편, 동지에 새알이 들어간 팥죽, 설날에 떡국, 두텁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겨울철에 “메밀묵 사려! 찹쌀떡!”이라고 외치는 것도 춥기 때문에 피부를 두껍게 하는 차진 먹거리를 파는 것이다.
아토피 등 피부병 환자는 떡을 주의해야 한다. 피부를 틀어막아서 피부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아토피 환자가 밀가루 음식을 주의해야 하는 것도 피부를 틀어막아 피부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떡 중에서도 찹쌀떡은 더 차지므로 피부병 환자의 가려움을 더 잘 유발한다. 마찬가지 이유로 여름철이나 열대지역에서는 떡을 주의하는 것이 좋다. 피부를 닫아 버리면 체열을 식힐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가루약을 산제(散劑)라고 하는데, 한자의 뜻 그대로 흩어지는 효과가 강하다. 따라서 체했을 때, 소변이 잘 안 나갈 때, 열이 뭉쳤을 때, 찬 기운이 뭉쳤을 때는 탕약, 환약보다는 가루약의 형태로 한약을 복용한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뭉친 열을 흩어 놓기 위해서 곡류를 가루 낸 미숫가루-콩, 보리, 율무, 현미 등을 먹는 것이다. 모두들 미숫가루를 먹고 시원해진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소화가 매우 안 될 때는 혹시 체할까 봐 쌀가루로 미음을 만들어 먹는데, 같은 이유이다. 노화는 몸의 정혈이 말라들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정혈을 보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미숫가루는 이처럼 흩어 놓는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은 몸 상태나 계절에 따라 일시적으로만 먹는 것이 좋다.
숭늉은 소화제다. 옛날에는 밥을 다 먹고 난 다음에 디저트로 숭늉을 마셨다. 밥을 살짝 태워 만든 누룽지는 건조하고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한 향기가 난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고소한 향기의 효능을 방향화습(芳香化濕)이라고 한다. 즉 향기로 비위의 습을 말려서 소화가 잘 되게 한다는 말이다. 누룽지의 약한 쓴맛도 소화가 잘 되도록 돕고 식후에 졸리는 것을 예방하며 기운 나게 한다. 회를 먹고 난 뒤 그 고기의 머리와 뼈를 끓여 먹으면 그 회가 소화되듯이, 쌀밥을 먹고 난 다음에는 그 쌀밥을 살짝 태운 누룽지가 그 밥을 소화시킨다. 선조들의 생활 지혜가 녹아 있는 먹거리이다.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은 식후에 숭늉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밥은 입에서 식도를 거쳐 위(胃)에 들어와서 분해된 다음, 십이지장, 소장, 대장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거나 혹은 큰병을 앓고 난 다음에는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위장에서 밥을 소화시키기 힘들다.
그래서 먹는 것이 죽이다. 죽은 이미 소화가 된 밥이다. 죽이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가도 위가 별로 할 일이 없다. 금방 십이지장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죽을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체하지 않는다. 죽은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곡기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죽을 먹으면 속이 금방 비어 허기가 질 수 있다.
죽은 다른 효능도 많기 때문에, 한의학에서 자주 사용된다. 노인의 장수에 좋은데, 에서는 “노인에게는 죽이 좋다. 새벽에 일어나 죽을 먹으면 가슴이 뚫리고 위장을 보양하며, 진액이 생겨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하며, 보하는 힘이 적지 않다. 만생종 멥쌀을 진하게 푹 쑤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한 공부하는 학생들의 뇌수를 채워 총명하게 해 준다. 늦은 밤 배가 고플 때는 죽을 먹는 것이 좋다. 머리를 좋게 하고, 눈을 밝게 해 준다.
죽은 물과 밥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묘한 효과를 나타낸다. 화학에서 말하는 완충제(buffer) 효과가 있다. 변비가 있을 때는 끈적끈적한 죽이 진액을 공급해서 대변을 잘 보도록 도와준다. 설사가 있을 때는 끈적끈적한 점성을 이용해서 설사를 멎게 한다. 따라서 대변이 좋지 않을 때 죽이 좋다. 설사를 멎게 할 때는 찹쌀죽이 더 좋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