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하다. 광공해가 없는 맑은 대기여야 선명하다. 그러기에 도심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기는 쉽지 않다. 첨단의 문명이 별 보기를 더 어렵게 만든 셈이다. 별 볼 일 없는 세상이란 말, 따지고 보면 초고도 현대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팍팍해진 세상에서 별 볼 일을 찾아 떠나보는 일, 해볼 만하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경계의 함백산. 서울에서 밤 10시에 출발하면 새벽 2시 무렵에 도착한다. 산 정상 가까이 자동차로 접근할 수 있어서 야간 산행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게 적응된다. 하지만 일부 걸어서 올라가는 산길은 경사가 가파르다. 숨차게 1572m 정상에 오르니 한낮의 날씨는 간데없이 뚝 떨어진 기온에 한기가 온몸을 휩싼다.
별이 빛나는 밤에
발아래로 굽어보는 세상, 멀리 낭떠러지 같은 산 아래로 가끔씩 밤길을 달리는 자동차 궤적이 빛을 낸다. 산꼭대기 봉수대 아래의 고사목 앞에서 바라보는 산의 웅장함. 숲 내음과 눈앞에 펼쳐진 산세에 놀라고, 흐르는 은하수를 보며 전율할 수밖에 없는 밤 풍경이다. 함백산은 하늘과 가까이 맞닿은 곳에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이윽고 별이 지고 나면 산등성이 사이로 멋지게 밝아오는 여명을 맞을 수 있는 산이다.
완벽한 어둠 속에 서서 바라보는 밤하늘. 하늘이 이렇게나 넓었던가. 이 우주 안에서 작아진 자신의 모습을 단박에 확인한다. 쏟아질 듯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검푸른 하늘에서 별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고도가 높은 산 정상에서 육안으로 올려다보는 별, 비로소 우주와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이젠 신화 속의 별자리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별 궤적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붙잡고 조급해하거나 연연하지도 않는다. 머리 위로 별을 가득 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주 어린 시절 여름이었나. 저녁을 먹은 뒤 마당에 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아득한 기억이 있다. 그때 어린 눈에 들어오던 또렷한 별들이 선명히 기억난다. 어릴 적 집 앞마당에서 올려다보았던 별을 어른이 되어 이렇게 멀리 달려 나와 밤하늘의 보석을 대하듯 감탄하면서 마주한다. 밤바람이 차서 미리 준비한 두꺼운 겨울 패딩에 털장갑을 끼고도 몸이 떨리는 산중의 밤이다. 추위 속에서도 스스로 들떠서 행복하다.
어느 순간 서서히 어둠이 걷히는 게 느껴진다. 여명의 신비로움에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건 당연하다. 운해 위로 불그스레 조금씩 떠오르는 일출이 물들이는 세상, 저 아래로 굽어보는 능선 사이사이 스며드는 운해, 온 산하에 여명이 번지는 뭉클한 순간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가히 선계의 풍광이다.
바람을 맞으며 밤을 보낸 눈앞의 고사목은 얼마나 무수한 일출을 마주했을까. 빳빳하게 선 채로 생명의 힘을 그대로 전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더니 저 나무는 지금 어느 세월쯤에 있는 걸까.
천상의 화원 만항재
폐부 가득 새벽 찬 공기를 담고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뿌듯하다. 하룻밤의 꿈이었던가. 추위 속에 떨면서 밤을 새우며 바라본 은하수와 별, 세찬 밤바람도, 운해와 여명도, 함백산의 능선도, 아름다운 일출도, 대자연의 선물이다. 선물을 가슴 가득 안고 내려온 함백산의 새벽길. 밤새워 별을 보고 차 안에서 꾸벅꾸벅 쪽잠을 잘지언정 내내 잊지 못할 밤마실이다.
함백산의 만항재는 조선 초기 고향을 떠나 산속 깊은 곳에 터전을 잡은 옛 고려인들이 고향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원했다는 ‘망향’에서 유래한 어원을 지닌 고갯길이다.
이 지역은 강원도 정선, 고한, 영월, 산동읍과 태백시를 잇는 지점이다. 우리나라의 포장도로가 놓인 길 중에서 자동차로 달릴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1330m). 그래서 드라이브의 재미와 함께 깊은 자연 속의 풍성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만항재는 천상의 화원으로 알려져 있듯이 울창한 산림이 자연스럽게 우거져 있다. 매해 우리나라 최대의 야생화 축제가 열릴 정도로 야생화 천국이다. 산상의 꽃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기운을 듬뿍 얻는다. 희귀한 야생화와 풀꽃들이 지천이다. 특히 호랑나비, 산제비나비 등 예쁘고 다양한 나비가 많아 어디서나 나비의 날갯짓을 본다. 때 묻지 않은 빽빽한 숲 그늘에 파묻히는 기쁨을 마음껏 누린다. 원 없는 ‘숲멍’의 시간이다. 넉넉한 마음으로 편히 한나절 쉬어가도 좋을 청정 자연이다.
숨 쉬는 다리, 영월군 주천리 섶다리
산으로 둘러싸인 맑은 물이 흐르는 마을에 추수가 끝나는 늦가을이면 매년 다리가 놓이곤 한다. 여름에 물이 불어나 떠내려갈 때까지 사용되는 다리. 영월군 주천리 판운면에 가면 건너보고 싶은 섶다리가 있다. 강을 사이에 둔 밤뒤마을과 건너편 미다리마을의 왕래를 이어주는 정겨운 전통 다리다.
통나무로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참나무와 소나무 가지를 얹어 진흙으로 만들었다. 섶다리 위로 발걸음을 옮기면 약간의 흔들거림과 탄력적인 푹신함이 전해진다. 요즘 곳곳에 유행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출렁다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옛 맛의 신비한 감흥이다. 잔잔한 주천강을 건너 섶다리를 향해 앉아 느긋한 한낮, 잠깐이나마 아날로그 감성에 빠져보는 시간이다. 마을 옆으로는 한낮의 햇살이 쏟아지는 밭고랑 사이마다 농작물들이 여물어간다.
예전의 산천을 그대로 간직한 시골 마을에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유유자적한 기분,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몸의 감각을 되찾고 편안하게 마음 정리할 만한 곳이 바로 여기구나 싶다. 은은하고 따사로운 볕에 빛나는 시골 풍경이 아스라하다. 돌아오는 길에 섶다리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상한 바위들의 모임, 요선암도 그냥 지나치면 섭섭한 곳이다.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 요선암 앞에 서면 마치 공룡 시대에 온 듯 신비롭다.
하루나 이틀쯤 깊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 살면서 가끔은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는 야생 식물들의 풍경에 취하고 산꼭대기의 운무에 마음을 빼앗겨볼 만하다. 하루 이틀로 도시의 때가 벗겨질 리 없지만, 물질과 소유욕에 잠식당한 현실에서 잠깐 떨어져 나올 수 있는 기회다. 속세를 떠난 듯 일상을 잊어보는 시간, 자연의 따뜻한 본성을 만나고 오면 새록새록 가슴을 두드리며 알려준다. 이 땅의 깊숙한 곳으로 찾아가는 일은 이토록 근사하다는 걸.
지역을 온전히 느끼며 소소한 일상을 만끽하는 여행, 한달살기가 인기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고, 숙박업체는 장기 임대 상품을 선보인다. 한달살기를 하고 싶은 중장년이라면 이번 기사를 참고해 계획을 세우고, 당장 떠나보자.
중장년 10명 중 8명은 ‘장기간 살아보는 여행’을 하고 싶어 한다. 한달살기는 중장년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중 하나지만, 막상 떠나려니 어디에서,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이들이 많다. 자유롭게 떠나도 되지만,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이 익숙한 중장년이라면 프로그램으로 첫 한달살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해 활동비를 받으며 한 달을 보낼 수도 있고, ‘작가로 한달살기’처럼 테마가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호텔에서 한달살기도 하나의 방법이 됐다. 조금 더 알찬 한달살기를 위해 입문이 되어줄 프로그램, 숙소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한달살기 꿀팁이 가득한 도서까지 참고가 될 내용을 소개한다.
◆한달살기가 처음이라면
많은 중장년이 오래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곳은 제주다. 하지만 제주 외에도 한달살기에 적합한 다양한 도시들이 있다. 어느 도시가 좋을지 모르겠다면, 한달살기를 지원해주는 각 지자체 프로그램을 참고해보자. ‘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을 지원하다 보니 조건이 까다로울 수 있지만, 기회와 혜택을 생각하면 도전해볼 만하다. 각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을 담은 명소나 특산품 혹은 농장 체험 등의 다양한 여행을 제안하는데, 만약 프로그램 신청이 어렵다면 지자체의 추천을 참고해 자유 일정을 계획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달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3박 4일이나 일주일부터 시작해도 된다. 지자체별로 지원하는 예산 범위와 신청 조건, 신청 시기가 다르므로 미리 알아두면 좋다. 예산 지원은 사전 지급이 아닌 사후 정산이라는 점 참고하자.
◆마을과 깊게 교류하는 한달살기
지역 주민들과 교감하고 머무르는 지역에 깊이 녹아들고 싶다면 ‘마을 호텔’ 형태의 도시에서 한달살기를 해보자. 한 건물에 라운지, 숙박, 헬스, 식사 등의 서비스가 모여 있는 호텔과 달리, 마을호텔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호텔 기능을 한다. 마을 입구의 카페가 안내데스크 역할을 하고, 마을의 맛집이 다이닝 역할을, 곳곳의 공방 등이 체험 서비스 역할을 한다. 그러니 마을 전체가 곧 즐길 거리다.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건 덤이다. 관광형 한달살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한달살기를 찐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마을호텔은 어떨까.
ㆍ공주 마을스테이 ‘제민천’ 공주 제민천은 주민들이 유기적으로 마을호텔을 구성하고 있다. 한옥스테이 ‘봉황재’에서 시작하는 마을호텔의 프런트는 ‘가가상점’이 담당하고, 커뮤니티이자 로비 역할은 ‘반죽동247’ 카페가 하고 있다. 봉황재 외에도 ‘공주하숙마을’ 등의 고즈넉한 한옥스테이가 곳곳에 위치하며, 제민천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숨어 있다.
ㆍ강원도 정선 ‘마을호텔 18번가’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마을호텔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고한읍의 낙후된 폐광촌에 고한18리 주민들이 힘을 모아 조성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한 숙소에 머무르면 마을식당, 카페, 사진관, 이발관 등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마을회관은 로비 역할을 한다. 마을을 둘러보다 쉬어가도 좋고, 어르신에게 볼거리를 물어봐도 좋다.
ㆍ군산 ‘후즈데어’ 군산 영화동에서는 ‘영화장’이라는 오래된 목욕탕과 여관이 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 한 ‘후즈데어’에서 마을호텔이 시작된다. 프런트 역할은 영화타운에 있는 미국 음식점 ‘럭키마케트’가 담당한다. 스페인 레스토랑 ‘돈키호테’, LP바 ‘해무’, 청주바 ‘수복’ 등이 모여 있는 영화타운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군산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ㆍ서울 ‘서촌유희’ ‘서촌유희’는 오래된 한옥과 옛길의 흔적이 골목 곳곳에 녹아 있는 동네의 개성 넘치는 가게들을 연결하고, 걷기 좋은 골목과 장소를 제안한다. 서촌유희의 한옥 숙소는 휴식을 취하며 나를 돌아보기 좋은 곳이다.
〈책으로 미리 챙기는 한달살기 ‘꿀팁’〉
1_여행 말고 한달살기
저자 김은덕, 백종민 출판 어떤책
한달살기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이드북. 장기 여행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꿀팁이 가득하다. 특히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해보고 싶다면 상황별·계절별 추천 도시들을 보고 나에게 맞는 나라를 찾아보자.
2_60대 부부의 피렌체와 토스카나, 그리고 남부 이탈리아 소도시 한 달 살기
저자 김영화 출판 바른북스
한 도시에 머무르며 주변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자유로운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책. 대중교통을 이용해 유럽을 둘러볼 방법을 소개한다.
3_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저자 배지영 출판 시공사
일하며 한달살기, 은퇴 후 한달살기, 반려동물과 한달살기 등 나의 상황에 맞는 계획을 세우기 좋은 책. 국내에서 한달살기를 했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떠나고 싶어진다.
◆호텔에서 한달살기
‘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라는 의미의 ‘호캉스’가 유행하더니 ‘한달살이’ 상품도 등장했다. 깔끔한 공간과 다양한 부대 서비스로 중장년에게 인기가 많다. 즐길거리가 많은 도심에서 일상을 만들어가는 한달살기를 하고 싶다면 호텔에서 머물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격은 천차만별. 롯데호텔이 내놓은 ‘한 번쯤 꿈꾸는 호텔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시그니엘 서울 한달살기는 1000만 원이 넘는다. 신라스테이,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롯데시티호텔 등은 100만~200만 원대에 이용할 수 있다. 호텔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니 취향에 맞게 골라보자.
◆주제가 있는 한달살기
하나의 주제를 정해 한달살기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만 19세 이상 60세 이하인 작가들의 한달살기를 지원하는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 한달살기’, 제주 시골집에서 보내는 어른의 방학 콘셉트의 ‘제주맥주 한달살기’, 다른 지역에서 원격 근무를 하며 살아보는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함께하는 ‘강원도관광재단 워케이션’, ‘제주 세화리 질그랭이 워케이션’ 등이 있다.
〈쉼이 되는 공간, 숙소 찾는 플랫폼〉
한달살기에서 중요한 건 머무르는 공간이자 생활을 하는 숙소다. 장기 숙박 상품을 모아둔 플랫폼에서 살고 싶은 숙소를 찾아보자.
ㆍ미스터멘션 ‘쉼’을 제안하는 장기 숙박 플랫폼. 한달살기, 보름살기, 일주일살기에 맞춰 전국의 숙소를 볼 수 있다. 추천 숙소, 호텔, 프라이빗한 곳,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곳 등 다양한 테마가 다양하다. 개인이 숙소를 예약했다가 일어날 수 있는 ‘이중 계약’, ‘당일 입실 거부’ 등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 100만 원까지 숙소 비용을 보장하는 안전거래제도가 있다.
ㆍ호텔에삶 한달살기를 할 수 있는 호텔만 모았다. 저렴한 3성급부터 5성급 프리미엄까지 서울, 수도권, 경상, 제주에 있는 호텔 숙박 정보가 있다. 호텔을 예약하기 전 미리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투어를 신청할 수 있다. 매월 할인 프로모션도 있으니 원하는 도시의 호텔 가격을 비교해보고 합리적인 호텔 라이프를 즐겨보자.
ㆍ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숙박 공유 서비스다. 전문 숙박업체가 아니라 개인이 제공하는 빈집을 빌리는 개념이기 때문에 공간 상태도 천차만별이고 숙박업체와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신 저렴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장기 숙박이라면 할인 제안도 해볼 수 있다. 특히 해외는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되어 있어 잘 둘러보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다. 숙소 선택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슈퍼호스트’가 제공하는 숙소 위주로 보고, 해당 숙소의 후기와 별점을 참고하는 게 좋다.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서 인적이 가장 뜸했다는 고한18리 골목의 주변 명소&맛집을 소개합니다!
삼탄아트마인
2001년 폐광할 때까지 38년 동안 고한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던 정암광업소를 도시재생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다. 폐광 터에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접목해 독창적인 전시공간이 되었다. 안내데스크 옆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촬영 장소 및 배우 송중기가 묵었던 객실을 볼 수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09:30~17:30 월·화요일 휴관, 033-591-3001 어른 1만3000원
정암사
월정사 말사이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전해온다. 수마노탑에 불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므로 적멸보궁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적멸보궁 앞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다. 적멸보궁 뒤쪽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은 최근 국보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10, 033-591-2469
예촌돌솥밥
고한 주민이 강력 추천한 돌솥밥 전문점이다. 식당 내부가 깔끔해 첫인상이 좋다. 주 메뉴는 영양돌솥밥과 곤드레돌솥밥이다. 정선 곤드레가 듬뿍 올라간 돌솥밥에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를 포함한 스무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모두 맛깔나다.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므로 반찬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고한시장 갱도1 출입구 맞은편에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6길 8, 10:00~21:00, 033-592-4610, 곤드레돌솥밥 1만2000원
언제나 좋은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엘사는 자신의 능력(얼음 마법)을 감춘 삶을 산다. 자유인으로 생활하지 못하는 그녀는 어느 것 하나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부모의 뜻에 따라 외부와 단절된 인생을 산다. 오랜 시간 그렇게 견뎌온 그녀는 자신의 대관식에서 그만 실수를 하고, 사람들을 다치게까지 한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그녀는 왕국을 뛰쳐나오고, 엘사가 떠나자 왕국은 얼음으로 뒤덮이고 한파가 몰아친다. 그리고 왕국을 나온 그녀는 얼음 설산을 오르며 아이들도 좋아하는 그 유명한 노래 ‘렛 잇 고(Let It Go)’를 부른다.
월트 디즈니의 유명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초반 줄거리다. 영화에 나오는 엘사가 얼음 마법을 쓴 매력적인 장면과 배경에 맞게 잘 부른 노래의 시원한 느낌을 현실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의 지맥 강원도 정선군의 ‘만항재’다. 정상의 해발 고도가 1330m로 국내 포장도로 중 가장 고도가 높은 이곳의 겨울은 정돈된 아름다움의 설국으로 펼쳐진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에 걸친 11월이면 재의 정상 부근 ‘하늘 숲 정원’은 낙엽송 가지마다 서리가 얼어붙은 상고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해 그 풍경이 가슴 저리도록 아름답다. 야생화가 피었던 초지에 솟은 나무들은 때 이른 크리스마스트리로 변한다. 그리고 이즈음이 지나면 이곳 세상은 새하얀 설경의 환상적인 겨울 왕국이 된다. 이 왕국의 가운데 서면 고독과 자승자박의 차가운 겨울바람 길을 선택했던 엘사를 넘으려는 소리가 내 안에서 울려온다.
“렛 잇 고!”
자신의 상처에 귀 기울이고, 그 상처를 지혜롭게 어루만져줄 줄 아는 내면의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고한 시내에서 오다 보면 만항재에서 첫 번째로 만나게 되는 곳은 ‘야생화 공원’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야생화 천국인 만항재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곳으로 야생화와 사진 등의 전시 마당이 열린다. 이곳에서부터 ‘산상의 화원’으로 올라가는 1km 정도 숲길이 이어진다. 만항재의 봄꽃은 해발고도가 높은 만큼 늦게 피지만 화려함은 다른 어떤 야생화 군락지보다 더 빼어나다. 어찌나 화려한 꽃밭을 보여주는지 스스로 자라난 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만항재에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로는 함백산 정상으로 가는 ‘바람길’과 하이원 리조트까지 가는 ‘운탄길’이 있어 일정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다.
만항재의 겨울 왕국은 지치고, 안쓰럽고, 미안한, 하지만 아름다운 당신의 마음의 스위치를 다시 켜주는 곳이 될 것이다.
- 만항재 주소: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109
- 추천 맛집: 정선 메밀촌 막국수 (정선군 고한읍 고한로 79)
강원도 정선 고한읍에서 인적이 가장 뜸했다는 고한18리 골목에 들렀다.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골목의 변화는 놀라웠다. 이곳 주민들은 ‘마을이 호텔’이라는 자부심으로 매일 집 앞 화단을 단장한다. 마을은 나날이 예뻐진다. 이제 시작이라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지 기대된다.
탄광촌 고한읍의 흥망성쇠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3시간 20분 뒤 강원도 정선 고한역에 정차했다. 고한역은 고한읍내의 꽤 높은 언덕에 있다. 계단을 내려오니 고한시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표석이 눈에 띈다. ‘여기가 해발 700m'라 쓰여 있다.
고한읍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산지대다. 1950년대에는 화전민이 모여 살던 산촌이었다. 1960년대 고한읍과 사북읍에 탄광 개발이 시작되자 탄광촌이 되었다. 전국에서 일꾼들이 몰려왔다. 지역 경제는 호황을 맞았다. 1980년대 이후 석유와 도시가스가 보급되면서 석탄 산업은 쇠락했다. 결국 1989년 정부 정책에 따라 강원도의 탄광이 대부분 폐광됐다. 광부들은 마을을 떠났다. 정부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한읍에 내국인 카지노 운영 공기업인 강원랜드를 설립했다. 하이원리조트도 건설했다. 경제 부활을 꿈꿨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한읍에 빈집이 점점 늘었다. 여러 마을 중에서도 고한18리가 가장 열악했다.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
고한시장에서 광고기획사 하늘기획을 운영하던 김진용 씨는 낙후된 고향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2017년 10월 ‘마을 만들기’를 기획하고, 고한18리 골목의 빈집을 고쳐 사무실을 옮겼다. 얼마 뒤 맞은편 폐가에 공유 오피스 공간인 이음플랫폼이 입주했다. 두 빈집이 번듯하게 바뀌자 주민들도 희망을 품었다.
유영자 신임 이장과 김진용 씨가 주축이 되어 ‘마을 만들기 위원회’를 발족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모이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 공감대를 쌓아갔다. 주민들은 스스로 골목을 가꾸기 시작했다. 담장을 헐고, 골목 안 쓰레기와 폐전선을 치우고, 화단을 가꾸어 집 앞을 단장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에서 시행하는 각종 폐·공간 재생사업에 참여해 관의 인적·경제적 지원을 받아냈다. 칙칙한 건물 외벽을 산뜻한 색으로 칠했다. 집주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원색을 좋아하는 할머니 집에는 원색을 칠하고, 1층만 칠하길 원하는 집에는 그렇게 해주었다. 지역 예술가는 담벼락에 소녀, 고양이, 꽃 등 동화 같은 그림을 그렸다. 부녀회에서는 리스, 편지꽂이, 화분대, 벽걸이 등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만들어 골목을 장식했다.
마을호텔 18번가 탄생 스토리
골목은 예전보다 밝아졌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필요했다. 전문가들과 많이 고민한 끝에 ‘마을호텔’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호텔은 한 빌딩 안에 객실, 레스토랑, 카페, 리셉션, 라운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마을 호텔은 골목 상점이 그것을 대체한다는 발상이다. 골목 안에 음식점, 카페, 사진관, 세탁소, 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종이 있는 고한18리의 장점을 살릴 방법이었다.
올해 4월 주민과 골목 상점 11곳이 합심해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조합명은 가장 잘하고 좋아한다는 뜻을 지닌 ‘18’과 거리를 뜻하는 ‘번가’를 합쳐 만들었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은 한우식당을 개조해 5월에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를 개장했다. 마을호텔 18번가 골목은 호텔 로비, 골목 입구 마을회관은 호텔 세미나룸, 카페 수작은 호텔 라운지, 국일반점·구공탄구이·누리한우촌은 호텔 레스토랑 역할을 한다. 상점 주인은 모두 호텔리어인 셈이다.
고한 18번가 협동조합 총무 김진용 씨는 “18번가는 주민들이 주도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 골목 상점을 활용해 하나의 호텔처럼 운영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마을 이장님이 호텔 지배인
숙박시설 ‘마을호텔 18번가’의 관리자는 유영자 이장이다. 명함에 ‘지배인 유영자’라 씌어 있다. 유 이장은 협동조합 일로 바쁜 중에도 호텔 설립 과정과 소개를 열심히 한다. “호텔 안을 장식한 조화 작품들은 주민들이 공예 작가에게 배워서 만든 LED 야생화예요. 함백산에서 매년 야생화 축제를 해요. 그 행사와 연계해 야생화를 테마로 잡았죠. 이 호텔이 제법 알려져 주말에는 빈 객실이 없어요. 이익은 주민들이 함께 나눠요.
”
마을호텔 18번가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를 절충해놓은 분위기다. 한실과 양실 더블룸(2인실) 각각 1개, 트윈룸(3인실) 1개로 구성돼 있다. 시리얼과 토스트를 조식으로 제공한다. 숙박료는 9만~15만 원이다. 숙박 손님에게는 식당, 카페, 사진관 등의 협력업체 10% 할인 쿠폰을 준다. 삼탄아트마인은 무려 50%를 할인해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LED 야생화 만들기와 다육아트 등 고한읍의 특색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바로 옆 카페 수작에 들렀다. 골목은 한산한데 손님이 많다. 주인장이 개발했다는 흑임자라떼를 기다리는 동안 부녀회에서 만든 소소한 공예품을 구경한다. 흑임자와 커피의 조화는 그럴싸하다. 커피 향보다 흑임자의 고소한 맛이 강한 편이다. 차를 마신 뒤 본격적으로 골목 산책에 나섰다.
사계절 꽃 피는 고한 18번가
우선 마을호텔 18번가 앞 꽃마차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골목을 깨알처럼 장식해놓은 벽화, 조형물, 화분을 감상한다. 골목에서 꽃이 가장 많은 곳은 권 씨 할머니 집이다. 담벼락에 꽃이 가득하다.
“몸이 안 좋아서 얼마 전에 장사를 그만뒀어요. 이렇게 꽃을 가꾸니까 시간도 잘 가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칭찬해주니까 보람도 있어요. 매일 한두 시간씩 꽃을 돌보는 시간이 아주 소중해요”
소녀 같은 권 씨 할머니다.
겨울이 오면 골목에서 꽃들이 사라진다. 골목이 썰렁해질까봐, 주민들은 한 잎 한 잎 공들여 만든 LED 야생화 화분을 화단에 설치한다. 낮에도 환히 빛나는 야생화 덕분에 이 마을을 지날 때 춥지 않을 것 같다.
18번가 골목을 빠져나오면 고한시장이 코앞이다. 시장 입구와 천장을 갱도처럼 꾸며놨다. 출입구에는 ‘갱도1’, ‘갱도2’라고 써놓았다. 시장 안 기둥에는 석탄을 캐는 광부의 모습을 마네킹으로 재현해놨다.
매월 끝자리 1일과 6일에는 오일장이 서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시장 내 ‘피고지고 다시 피고’ 카페에서 장미, 마리골드 꽃물과 꽃가루로 만든 꽃빵(머핀)과 오징어 먹물로 만든 숯빵(파운드케이크)을 판다. 3개 세트가 5000원이다. 지역색을 살린 먹거리라 호감이 간다. 촉촉하고 달달해 커피에 곁들이기 딱 좋다.
주변 명소&맛집
삼탄아트마인 2001년 폐광할 때까지 38년 동안 고한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던 정암광업소를 도시재생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다. 폐광 터에 150개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이 넘는 예술품을 접목해 독창적인 전시공간이 되었다. 안내데스크 옆에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카페가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 촬영 장소 및 배우 송중기가 묵었던 객실을 볼 수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09:30~17:30 월·화요일 휴관, 033-591-3001 어른 1만3000원
정암사 월정사 말사이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석가모니불의 사리를 수마노탑에 봉안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전해온다. 수마노탑에 불사리가 봉안되어 있으므로 적멸보궁 법당에는 불상을 모시지 않았다. 적멸보궁 앞 계곡은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정암사의 열목어 서식지다. 적멸보궁 뒤쪽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은 최근 국보 제332호로 지정되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10, 033-591-2469
예촌돌솥밥 고한 주민이 강력 추천한 돌솥밥 전문점이다. 식당 내부가 깔끔해 첫인상이 좋다. 주 메뉴는 영양돌솥밥과 곤드레돌솥밥이다. 정선 곤드레가 듬뿍 올라간 돌솥밥에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를 포함한 스무 가지 반찬이 딸려 나온다. 모두 맛깔나다.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므로 반찬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고한시장 갱도1 출입구 맞은편에 있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6길 8, 10:00~21:00, 033-592-4610, 곤드레돌솥밥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