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이 계속 되고 있어서 다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나들이 보단 독서를 하며 봄을 맞이 해 보세요.
브라보에서 3월 신간을 소개합니다!
# 화전가 (배삼식 · 민음사)
배삼식의 신작 희곡이다. ‘화전가’는 봄놀이에 꽃잎 전을 부쳐 먹으며 부르던 노래다. 제목과 의미와 대비되는 암울한 전쟁의 시기를 배경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모진 세월을 꿋꿋하게 살아낸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 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미하우 스키빈스키 저 · 사계절)
아흔 살이 된 저자가 소년 시절 숙제로 썼던 일기에 아름다운 그림이 더해지며 한 권의 책이 완성됐다. 림 하나하나에 그날의 풍경과 상황, 소년의 천진난만한 추억이 깃들어 그림일기를 보는 듯 마음이 아련해진다.
#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저 · 바다출판사)
식물애호가인 저자가 식물을 가꾸면서 삶을 더 풍부하게 이해하게 된 경험을 들려준다. 식물을 키우면서 시작된 고민이 다짐이 된 순간들도 담았다. 생명의 성장을 지켜보고, 지키는 과정에서 결심한 삶의 방향을 고백한다.
#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권남희 저 · 상상출판)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유명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번역해온 저자가 이번엔 자신의 인생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아이를 키우며 가사를 병행했던 ‘번역하는 아줌마’의 삶을 재치 있게 드러내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 (딘 세르자이 외 공저 · 부키)
신경학 전문가인 두 저자는 “치매는 유전과 노화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삶의 방식 개선으로 두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치매 탈출 솔루션 ‘뉴로 플랜’을 통해 중장년기 젊은 뇌를 유지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 우리가 몰랐던 바이러스 이야기 (대한바이러스학회 저 · 범문에듀케이션)
국내 바이러스학회 전문가 18인이 바이러스에 대한 흥미롭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엮었다.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치료하는 바이러스, 영화 속 바이러스, 국내 최초 바이러스 등 다양한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4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직업군 또한 그렇다. 안과의사, 사업가, 지역신문 기자, 전직 교사, 외교관, 국회 서기관 등을 지내온 사람들이 매달 자리를 함께한다. 다양한 기억과 경험을 가진 이들의 중심 화제는 바로 수필이다. 진솔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몰두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며 글쓰기를 하는 모임, 그녀들의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를 찾았다.
2013년 3월부터 모임이 시작됐다. 글 쓰는 일이 좋아서 만나는 사람들. 이들이 모이는 가장 큰 목적은 동인지 발간이다. 지금까지 총 세 권의 동인지를 발간했다. 모임 이름은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다양한 삶을 산 15명의 회원이 알록달록한 색깔로 글을 쓰고 있다. 회원들은 수필가 권남희(한국수필가협회 편집주간)의 제자들로 대부분 등단한 수필가다. 한 달에 한 번씩 자리를 함께하는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지난 11월에는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밥 딜런을 주제로 열띤 토론과 시낭송을 이어갔다.
수필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수필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배웠다. 감정이 마음껏 드러나도 되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학 장르. 실제로 미사여구나 화려한 문장이 넘치는 수필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물론 어떤 수필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짧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수필이 있는가 하면 서정적 표현에 무게를 두는 수필도 있다. 그러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이 쓰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것이 수필이라는 것. 스페이스에세이 문학회 김종란(53) 회장은 수필은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 혹은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내용을 중심으로 쓸 때와 서정적인 느낌을 중시하며 쓸 때의 표현은 정말 많이 다릅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너무 길어지고 처지면 잘 안 읽혀요. 또 느낌과 표현을 중시하는 글도 그 강도와 빈도가 적절해야 합니다. 어쨌든 요즘 수필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해졌어요. 통통 튀는 수필도 있죠. 그런데 튀는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수필은 아니고 자기가 드러나야 해요. 비겁하게 피해가는 것은 수필이 아니에요.”
수필의 중심에는 첫째도 둘째도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일상적인 내용을 써도 기본적으로 그 밑에 깔려야 하는 것은 진실성이다. 수필보다 시를 먼저 쓰기 시작했다는 회원 임금희(60)씨는 수필을 잘 쓴다와 못쓴다의 기준은 진실한가 진실하지 않은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수필이 시와 소설과 다른 점입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글로 쓰는 것이 얼핏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시, 소설보다 수필이 훨씬 어려워요. 왜냐하면 옷을 벗고 다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런데 옷 벗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수필은 감추면 안 돼요. 옷 벗고 보여주는 게 수필이거든. 싫은 사람은 시나 소설을 써야죠. 수필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입니다. 수필은 결국 자기 얘기를 해야 하니 정직해야죠. 기자가 남의 진실을 보는 사람이라면 수필가는 나 자신의 진실을 보는 사람입니다. 진정성, 진실성이 생명인 글쓰기인 거죠.”
수필 쓰는 시간은 힐링의 시간이에요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글을 써보겠다는 흥분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모임에 들어왔다가도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가는 회원도 많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 또는 불편함 때문이다. 그러나 수필은 스스로에게 치유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글을 쓸 때만큼이라도 자신을 제대로 보고 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란 회장도 이 모임의 회원들이 수필이라는 글쓰기를 통해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상담받는 것만큼이나 힐링이 되는 시간이 수필을 쓰는 시간입니다. 예전에 권남희 선생님과 함께 참여했던 동인지 제목이 였어요. 글을 쓰면서 일차적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갖는 거지요.”
미니 인터뷰
시니어들에게 수필 모임이 좋다 (김화순·64)
환갑이 넘으니 친구들 모임에서 내 얘기가 없더라고요. 저는 아직 손주를 안 봤는데 친구들은 대부분 손주를 봤어요. 모이면 남편 이야기, 손주 이야기, 자식 이야기밖에 안 해요. 그러니까 앞으로 그 사람들에게 남은 인생은 딱 그것인 거죠. 그러나 이 문학회에 오면 여기서만큼은 내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내 꿈, 앞으로의 희망, 올해 책 한번 내보겠다고 말할 수 있죠. 글쓰기가 미진할 때는 공부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이것이 다른 모임과의 차이죠. 다른 곳에서는 내 얘기를 안 해요. 이미 그 사회에서는 고개를 넘은 거죠.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되는 게 행복입니다 (송복련·69)
글을 쓰니까 좋은 점이 마음을 채워주는 수다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요. 미술·음악 공연장도 가게 되고요. 낯선 도시도 경험하고, 책도 많이 읽게 돼요. 오늘 모임에서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잖아요. 오늘 주제이기 때문에 밥 딜런에 대해 공부도 했습니다. 사실 음악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까 읽으면 읽을수록 재밌더라고요. 아! 매력적이네. 이 사람이 그럴 만했구나 이해했어요. 미국 사회에서 밥 딜런이 사랑을 받은 이유가 있고 그 사랑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그 사람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했기 때문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성장한 거죠. 오늘 아침에 인터넷 들어가서 봤는데 가사가 완전 시더군요. 그러면 시인이지요. 다른 문화, 잘 몰랐던 문화를 접하게 되어 이 모임에 나오는 게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