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거리의 미관과 국민 보건 따위를 위해 길을 따라 줄지어 심은 나무.
4.압력으로 좁은 구멍을 통해 물을 위로 세차게 내뿜거나 뿌리도록 만든 설비. 흔히 공원이나 광장 한가운데 설치한다.
6.음식물이 뱃속에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겨 항문으로 나오는 구린내 나는 무색 기체.
10.과거나 미래로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공상 기계.
11.소나 돼지의 소장을 가리키는 말.
12.우리나라 대중가요의 하나.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해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준다.
14.조선 고종의 비. 성은 민(閔). 대원군의 집정을 물리치고 고종의 친정(親政)을 실현했으며 을미사변 때 피살됐다.
16.아는 것 없이 머리가 텅 빈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17.기분 전환을 위해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일.
19.단단하고 독특한 향이 있으며, 시원한 맛이 있어 열매의 즙액은 뜨거운 물에 덴 데에 효과가 있다. 반찬거리로 쓰며,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1.음식에 대해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 또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
3.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담아두면 끝없이 새끼를 쳐 그 내용물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설화상의 단지를 이른다.
5.귓불에 다는 장식품.
7.물건을 넣어 들거나 메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용구. 가죽이나 천, 비닐 따위로 만든다.
8.교제를 위해 만나는 일. 또는 그렇게 하기로 한 약속.
9.양복을 입을 때 와이셔츠 깃 밑으로 둘러 매듭을 지어 앞으로 늘어뜨리거나 나비 모양으로 매듭을 만드는 천.
11.고불고불하게 말려 있는 머리털.
13.중세 영국의 전설상 영웅. 포악한 관리나 욕심 많은 귀족, 타락한 성직자들의 재산을 빼앗고 응징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자로, 당시의 문학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15.갑자기 성장하면서 생기는 통증. 양쪽 무릎이나 발목, 허벅지나 정강이, 팔 따위에 생긴다. 4~10세 사이에 많이 나타나고 1~2년 지나면 대부분 통증이 사라진다.
18.방송국에서 일정한 시간 안에 음악·드라마·뉴스·강연 따위의 음성을 전파로 방송해 수신 장치를 갖추고 있는 청취자들에게 듣게 하는 일. 또는 그런 방송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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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푹 빠져서 즐기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름의 격한 취미생활일 경우 부부라면 대부분 다른 한쪽에서는 뜯어말리는 걸 본다. 하지만 부부가 함께 한다면 문제가 없을 듯하다. 30년 넘도록 부부가 수집한 2만여 점의 예스러운 부엌세간이 전시된 덕포진 생활사 박물관에서 만난 김홍선 관장은 고개를 내젓는다.
"애초에 우리는 아내가 더 앞장섰지요. 이런 취미로 말년의 재미를 책임진다고 내게 큰소리쳤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내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니까요. 하하... 이것 봐, 지금 고생은 나만 하잖아요."
고생이라고 말했지만 젊었던 시절의 취미로 이제는 느긋하게 누리는 부엌 전시관 앞에서 김포 덕포진의 가을 숲을 바라보는 그의 오늘을 들여다보았다.
"안 다녀본 데가 없어요. 장안평, 인사동, 황학동은 물론이고 직장 출장길에서도 찾아갔었고, 소문 따라 지방으로 쫓아가고 미친 듯이 모았거든. 점점 늘어나면서 창고를 임대해서 보관해 왔지요. 그러다가 자꾸 늘어나니까 감당이 안 되어서 말이지. 처음엔 지금의 이 건물을 지을까 말까 망설였어요. 짓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지요. 그런데 창고에 보관하느라 지출되는 창고비용이 은행 이자와 별다르지 않아서 지었습니다.
사실 이런 박물관을 가지고 있다는 건 머리 아픈 일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모으는 사람들 중엔 부자도 있지만 그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살면서 돈이 생기면 사러 다닙니다. 나는 그래서 그들에게 하지 말라고 해요. 하지만 못 말려요. 마약은 격리라도 시킬 테지만 이런 취미의 중독성은 마약보다 더합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어제 그거 샀어야 하는데 하면서 꿈에도 나타나는 통에 미친다니까요."
담백하고 따뜻한 언어 외할머니
그렇게 모아지고 쌓인 2만여 점의 생활용품들이 박물관 1층을 빼곡히 채웠다. 우리네 외할머니의 부엌에 있었음직한 무쇠솥부터 채반, 술을 내리던 소주고리, 맷돌, 도무지 용도나 이름조차 알 수도 없는 생활도구들이 방대하다.
"이건 도둑시루라고 하지, 시어머니가 무서우니까 몰래 먹으려고 요렇게 만들어진 떡시루인데... " 설명만으로도 재미있다. 귀중한 식수원이었던 우물통, 김치 양념 가는 돌확이나 자배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호미와 가래, 갖가지 모양의 무쇠화로, 디딜방아, 맷돌과 어처구니, 주꾸미랑 문어 잡는 도구, 양푼, 참빗,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던 두레반의 정다움... 도구들과 연결된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온갖 부엌 살림살이들이 지방 특색이나 용도별 삶의 형태에 따른 이야기들로 흥미진진하다.
"연가라고 아는가" 묻기에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이런 노래를 흥얼댔더니 '연기의 집'이라며 투구처럼 생긴 옹기를 가리킨다. 이름 한 번 이쁘다. 그 틈에서 꽤 큰 장독 옆구리를 한 땀 한 땀 꿰맨 모습이 지금으로선 새로운 디자인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일회성이 판치는 세상에 꿰매서 썼던 장독의 세월을 그려본다. 천년 이상 땅 속에 묻혀있었다는 옹관, 물때가 끼지 않는 숨 쉬는 옛 옹기의 현상, 은행잎으로 섬세한 무늬를 놓은 토기 장인들의 섬세함, 옹기장이 이야기를 소설처럼 들었다.
지금은 사라져 흔적조차 만나기 어려운 아주 오래 전의 생활용품 전시장 속에 덕지덕지 외할머니의 일생이 담겨있었다. 정겹다. 조상들의 삶 속에 들어가는 따뜻한 시간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수한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부엌세간들 속에서 속정 깊은 외할머니를 그려보고 내 어머니를 떠올린다.
부엌 세간들이 품어낸 세월의 가치
"이곳에 온지는 5~6년 됐나? 서울 사직동 한옥에서 살았는데 아내는 지금도 서울과 덕포진을 오가고 있어요. 원래 마당의 정원 관리는 아내가 하기 때문에 바삐 오가죠. 올해는 덩굴장미를 많이 심어서 텃밭을 많이 점령했어요. 이쪽에 덕포진 진지가 있고 강도 보이고 풍광이 좋아요. 평화누리길도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긴 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카페로 용도 전환을 하라고, 요리교실로 활성화하라고 갖가지 조언들을 하는데 그 말에 딱히 반박을 하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야기하는 동안 찾아오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볼 수가 없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박물관을 지키는 일이 녹록지 않음이 짐작된다. 젊은 시절의 취미가 노후에 소일할 일이 되는 것만큼 이상적인 사례가 있을까만 교류와 관계성의 현실이 배제되면 재미가 덜할 수 있다. 옛사람들의 생활용품의 역사적 가치와 소중함을 알아주어야 할 텐데 무심함에 때론 서운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자부심만은 만만찮다.
"차라리 사람들 말대로 이 건물에 카페를 하거나 임대를 주면 더 여유로울 텐데 이건 개인이 할 짓이 아니라니까. 지역이나 국가에서 해야지. 박물관이라고 어디서 지원이 있는 줄 아는데 지가 좋아서 하는 걸 어디서 도와줄 리가 있나. 팔아야 뭐가 나올까 지금은 생기는 것은 별로 없어요. 아무리 좋은 문화 콘텐츠라도 중요한 자료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부유층의 것들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민속박물관에 가면 전시된 물건은 다 양반 위주지 여기처럼 서민들 용품은 별로 없거든요.
공유 부엌의 사용도 가능
전시관 2층은 음식 체험실이다. 잘 갖추어진 조리대와 넓은 홀은 쿠킹클래스의 현장이란 게 단박에 연상된다. 이곳 체험실은 공유 부엌 개념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그동안 강사를 초빙해서 전통 장류나 김치와 같은 발효음식, 김장철엔 김장 담그기, 제철음식으로 감자전이나 호박요리, 샌드위치나 떡볶이, 중국을 비롯 동남아 요리 등 시대와 나라 구별 없이 다양한 종류의 수업을 진행해 왔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주춤했으나 경기도 김포시 보조사업으로 희망의 밥상 펼치기 프로그램을 계획하기도 했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화상을 통한 쿠킹클래스 프로그램이었다. 어려운 시절에 밥상이 주는 위로와 화합으로 소통의 시간이었다고.
물론 평소에도 함께 한 끼 식사를 하며 쉼을 얻고 마음을 나누는 공간으로 열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전엔 박물관 마당에서 로컬푸드 장마당이 열리곤 했다. 지역주민들이 가꾼 신선한 식재료들을 판매하고 무료 요리교실이 열렸었다. 가족요리대회, 어린이 요리교실 등이 때때로 진행되기도 했는데 이젠 한적하다. 알고 보면 따뜻한 놀이마당이란 걸 아는 사람만 안다.
직접 내린 드립 커피 한 잔 건네며 성큼 다가온 가을의 정취와 이어질 겨울의 멋을 슬그머니 자랑한다. 박물관 주변의 자연이 계절마다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어 늘 기대가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멋도 공유한다. 누구라도 원한다면 이런 풍경을 내다보면서 각자의 취향대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도 제공된다는 것.
“방역 수칙 강화로 모임들이 편치 않으니까 서울에 사는 우리 친구가 주말이면 놀러 와요. 다른데 가면 오래 앉아있을 수도 없으니 말입니다. 여긴 조리실도 있고 마당에 가마솥도 걸려 있고 야외 천막 텐트도 있으니 여기서 마음껏 쉬며 먹고 숲에도 들고 시간 보내기 좋으니까 그런가 봅니다. ”
“가끔씩 때가 되면 오는 젊은 친구들도 있어요. 여행 관련 모임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본으로 몇 명씩 모여서 먹을 것 사 가지고 와서 요리해 먹고 함께 모여 토론도 하고 와인도 마시며 편히 놀다가 갑니다. 3층엔 카페 공간도 있으니까."
외할머니 부엌의 느릿한 정서에 잠기다
하루쯤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런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어찌 알았는지. 이곳이 공유 부엌의 개념으로 만들어져서 소액의 이용료만 지불하면 각자 먹을 재료만 사 와서 요리도 하며 느릿한 템포로 마음껏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옛 마을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외할머니의 부엌, 방학이면 놀러 갔던 외가댁의 편안한 정취를 맛보고 싶을 때 떠올릴 만하다.
미리 예약한 덕분에 로컬푸드로 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해 보았다. 부엌 조리대엔 대부분 텃밭에서 조달하는 식재료들이다. 단호박은 박물관 옆 채마밭에서 자란 수확물이다. 앉은뱅이 우리밀로 만든 수제비와 단호박전은 다시 한번 찾아가 맛보고 싶게 한다.
외할머니 부엌의 푸근함 속에서 따뜻한 위로의 소리를 그는 날마다 듣는다. 인적이 드문 박물관 들꽃 정원에 나와 자연의 변화에 흠뻑 빠지고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도시에서 맛보지 못할 평온한 휴식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있을지. 뚝 떨어진 김포의 덕포진 숲길 옆 외할머니 부엌의 김홍선 관장은 자발적 유배와도 같은 잔잔한 사색의 시간에 묻혀 산다.
지난해 담갔던 김치가 똑 떨어가는 요즘, 이제 서서히 김장 준비에 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김치는 배추와 무, 고춧가루 등 재료에 따라, 만드는 이의 손맛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지만
날씨도 맛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올해 김장 날짜 잡으실 때는 기온도 꼭 살펴보세요!
올해 김장은 언제 해야 좋을까?
일반적으로 김장하기 좋은 시기는 일 평균 기온이 4℃ 이하이고, 일 최저기온이 0℃ 이하로 유지될 때로 본다. 기온이 높으면 김치가 빨리 익고, 기온이 너무 낮으면 배추와 야채가 얼어 제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153웨더’에 따르면 올해 김장 적정 시기는 대체로 예년보다 늦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각 지역별 김장 적정 시기를 알아보자.
◇ 수도권 ◇
서울 11월 30일 / 수원 11월 30일 / 인천 12월 1일
◇ 강원권 ◇
춘천 11월 21일 / 강릉 12월 7일
◇ 충청권 ◇
청주 12월 1일 / 서산 12월 2일 / 대전 12월 3일
◇ 영남권 ◇
안동 11월 29일 / 대구 12월 8일 / 울산 12월 15일 / 부산 12월 31일
◇ 호남권 ◇
전주 12월 5일 / 광주 12월 8일 / 목포 12월 17일 / 여수 12월 25일
2년 전 나는 전업주부 30년 경력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딛고 이것저것 무섭게 흡입하던 초년병, 즉 사회생활 인턴이었다. 요즘은 집밥활동가들이 있어 주부 경력도 쓰임새가 많지만 여전히 경력단절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전의 내 경력이 무엇이었든 환대받을 만한 특출한 경력이 아니라면 주부 30년 경력은 대부분 쓸모없었다.
이력서를 쓰다 보니 불만이 생겼다. 주부로서 아이를 잘 키우는 게 결국 애국하는 길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주부야말로 온갖 재능을 필요로 하는 직업 아닌가. 아이들을 보살피고, 진로를 찾아주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성장시켜 내보내니 각종 컨설턴트의 일과 다를 것이 없다.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전문가인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경력을 물으면 “집에서 살림만 했어요”라고 말하며 주눅이 들던 사람들도 ‘집밥활동가’라는 멋진 이름으로 곳곳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사실 나는 이들처럼 집밥 전문가는 아니다. 시어머니가 늘 해주셔서 김치도 제대로 못 담근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넙죽 받아만 먹던 전통 장이 떨어졌을 무렵 배우게 된 ‘장 담그기’가 인연이 되어 ‘집밥활동가’를 알게 되었고 코디네이터로서 수익이 생긴 나의 첫 사회생활이 되었다. 계기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언니 장 담그기 수료했지? 요즘 일하는 거 있어요?”
“아니 왜?”
“아, 그럼 됐네. 그분에게 언니 연락처 전해줄게. 그쪽에서 연락할 거고 언니가 해본 일이라 잘할 수 있을 거야.”
후배의 전화 한 통으로 영문도 모른 채 ‘서울시장독대아카데미’ 팀에 합류했다. ‘서울시장독대아카데미’는 서울시 주관으로 24개구 주민들에게 전통 장과 바른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전문 강사를 통해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서울시 지역구를 인접한 구끼리 서부, 남부 등으로 묶어 진행했는데 실무진이 대개 집밥활동가나 장 담그기 장인들이었다. 공석이 된 서부의 종로구 담당 코디네이터가 내 역할이었다. 일반 코디네이터 역할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장독대아카데미라니 생소했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부랴부랴 내가 담당해야 할 정확한 역할을 알아봤다. 우선 날짜를 정하고 종로구에서 수강생 40명 이상을 수용할 만한 강의실을 찾아야 했다. 연고도 없는 종로구에서 장소 섭외라니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수강생 모집을 위한 웹자보 만들기도 할 일이었다. 강사는 서울시에서 검증한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다른 곳과 중복되지 않도록 스케줄을 짜야 했다. 그밖에 강의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사전 체크까지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필요로 했다.
예상대로 40명 이상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큰 공간은 부족했다. 가까스로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시50플러스도심센터’에서 알맞은 강의실을 구할 수 있었다. 신청할 때만 하더라도 유료였는데 서울시에서 공문을 보내준 덕분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강의실이 정해지자 이번엔 일정에 맞게 강사를 섭외해야 했는데 팀장이 해결해줬다. 강사가 정해진 뒤에는 우왕좌왕하며 이전에 있던 자료를 참고해 웹자보를 만들고 홍보를 시작했다. 그동안 전혀 해보지 않은 일들이었다. 요령이 없으니 생각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 40명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한 채 강의 첫날이 됐다. 사전 체크를 해야 했으므로 한 시간가량 먼저 도착해 수강생들이 지하에 있는 강의실을 잘 찾아오도록 입구부터 포스터를 붙이고 팀장과 함께 현수막도 걸었다.
강의는 4주 동안 8회에 걸쳐 이어졌다. 강사는 매번 바뀌었는데 하나같이 유익한 내용의 강의를 해줬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팥장 만들기 체험이 있었다. 실습 후에는 자신이 만든 것을 가지고 갔다. 수강생들도 그랬겠지만 수십 년 주부로 살았던 나도 많은 정보를 얻은 시간이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날 팀장은 수고했다며 서부 지역을 담당한 코디네이터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었다. 이렇게 나의 좌충우돌 첫 코디네이터 활동이 끝났다. 올해는 종로구를 맡을 예정이다. 한 번 해본 경험으로 이번엔 마음이 느긋하다. 수강생을 모으는 방법도 알았다. 아무리 낮선 일들이 생긴다 한들 어떤가. 어차피 다가오는 시간 앞에서는 누구나 인턴일 수밖에 없다. 살아보지 않은 인생은 다 처음이다. 내민 손을 맞잡을 용기만 있으면 된다.
11월 22일은 대한민국김치협회에서 지정한 ‘김치의 날’이다. 김치 재료 하나하나가 모여 발효 과정을 거치면 22가지 효능을 낸다는 의미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김치의 날에 태어나 김치와 한평생을 동고동락한 이가 있다. 바로 포기김치명인 2호 유정임(兪貞任·61) 풍미식품 대표다. 소금에 절인 배추가 양념과 함께 숙성되듯, 인생의 우여곡절을 버무려 명인의 삶으로 승화시킨 그녀에게 김치는 우연이 아닌, 운명과도 같았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누가 김치를 사 먹어? 미쳤군!”
30년 전, 김치를 사 먹는다는 것은 생소하고 의아한 일이었다. 당시 김치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던 유 대표 역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마주해야 했다. 명함을 건네면 뒤에서 박박 찢어버리는 이도 있었고, 험한 말을 들을 때도 있었다. 다행히 솜씨 좋은 유정임표 김치는 금세 입소문을 탔고 김치를 사서 먹겠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고난도 끊이지 않았지만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그녀에게 결코 포기란 없었다.
“치욕스러울 때도 많았어요. 그럴수록 더 잘하자고 마음먹었죠. 김치는 기계로 찍어내는 게 아니잖아요. 그해의 배추 농사나 재료의 질,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좌우되니 김치 맛이 늘 똑같을 순 없죠. 그래서 힘든 점이 많았어요. 한번은 배추밭을 사놨는데 수확시기에 가보니 노랗게 배추꽃이 펴 있더라고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죠. 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는 없었어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를 파악하고 점검하며 해결 방법을 찾으려 했죠. 매해 환경이 달라지니 여전히 공부하고 있는 셈이에요.”
우리 땅에서 자란 재료만을 사용하는 게 원칙
15평 다락방에서 김치를 팔던 평범한 주부가 2000평 규모의 연 매출 100억원에 달하는 식품회사 대표가 되기까지, 그녀는 지난 30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환희의 순간도 많았겠지만,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떠올리는 듯한 말투였다. 달콤했던 순간에 현혹되기보다는 쓰디쓴 나날들을 기억하며 경각심을 잃지 않는다는 유 대표다.
“승승장구하다가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게 사업이잖아요. 오너는 항상 긴장하고 살아야 해요.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외부에 있다가도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불안해지곤 하죠. 그런 긴장감이 나를 채찍질하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것 같아요. 김치명인이 되고 인증패를 받던 날에도 기쁨보다는 잘 지켜야겠다는 부담이 컸어요. 그때부터는 옷차림도 화려하지 않게, 수수하지만 격식을 갖춰 입고 행동도 겸손하게 하려고 노력했죠.”
그녀는 사무실 한편에 드레스룸을 마련했다. 특별한 상황과 만나는 사람에 따라 알맞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다. 인터뷰 당일에도 캐주얼한 차림으로 다른 일정을 마치고 온 그녀는 “5분만!”이라고 외치더니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하루에 5~6번 옷을 갈아입을 때도 있다는 유 대표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다. 회사를 경영하며 한국농식품여성CEO연합회 회장, 대한민국김치협회 이사로 활동할 뿐만 아니라, 수원시 제12대 혜경궁 홍씨로도 선발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빠도 ‘김치를 만드는 일’에는 소홀함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아침에 출근하면 바로 현장부터 내려가요. 배추가 잘 절여졌는지, 깍두기를 얼마나 담그고 열무를 몇 단이나 다듬어야 하는지 등을 직접 점검하죠. 만드는 김치를 매일 맛보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당연하죠. 그게 내 일이니까요.”
본업에 충실해야 다른 일도 떳떳하게 마음놓고 할 수 있다는 유 대표는 김치를 만들 땐 좋은 재료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 땅에서 자란 재료만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단다. 그해 상황에 따라 배추 등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도 있지만 그녀에게 가격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조금 손해를 보면 봤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재료의 품질을 낮추는 일은 절대 없다.
“싼 김치를 만들어 팔자는 제안도 받았지만,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 김치를 지켜낸 건 정말 잘한 일 같아요. 사업이라는 게 잘될 때도 있고, 손해 볼 때도 있는 건데 얕은수를 써가며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이윤만 따졌다면 맛과 신뢰를 잃었을지도 모르죠.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김치를 담갔고,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치 않을 겁니다.”
김치는 재료의 품질도 좋아야 하지만,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드는 식품인 만큼 만드는 이의 ‘손맛’ 또한 중요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김치를 담가야 그 맛도 좋아진다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간혹 부부싸움을 하고 왔거나, 안 좋은 일이 있는 직원은 김치 담그는 작업에서 제외시키고 다른 업무를 보도록 한다. 만드는 사람의 감정이 김치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그래왔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직원들의 속사정까지 살피는 유 대표의 살뜰한 모습이다. 이러한 면모는 ‘사원은 가족처럼’이라는 풍미식품의 사훈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 회사는 정년도 없고, 나이에 대한 기준도 없어요. 누구든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함께할 수 있죠. 80세가 넘었는데도 김치를 담그는 분이 계시고, 70대 직원도 많아요. 모든 김치의 속을 내가 다 채울 수는 없잖아요. 나를 대신할 직원들의 정성 어린 손길이 필요하죠. 서로 가족처럼 여기고 믿고 의지하며 일하는 게 바탕이 돼야 해요. 그런 분위기가 원활히 회사를 경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바라보다
풍미식품의 경영 목표 중 하나는 ‘수입의 사회 환원’이다. 김치를 만드는 곳이므로 김치 기증이나 김장 봉사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 올해 9월, 유 대표는 아너소사이어티(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클럽)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회사 자금이 아닌, 그동안 강의 활동 등을 하며 모은 개인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은 것이다. 밤낮으로 김치만 생각하며 어렵게 번 돈이지만, 그렇게 거액을 기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년시절의 아픔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 대신 동생들 끼니를 챙겨주곤 했어요. 당시 형편이 어려워 학교도 못 갔고 졸업도 미뤄졌었죠. 아마도 그런 아픔 때문에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예전의 나처럼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용품을 사주거나 학비를 지원해줄 때 가장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요. 내 작은 도움으로 한 아이가 꿈을 키우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자다가도 즐거워진다니까요. 방에 분홍색 돼지저금통이 하나 있거든요. 번외 수입이 생기면 거기에다 돈을 모아 일 년에 한 번씩 직원 중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노인복지회관 등에 기부하고 있어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진도 팽목항에 김치를 보냈는데,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든 김치가 슬픔에 잠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길 바랐다. 대개 김치를 기증한다고 하면 상품가치가 떨어진 것을 나누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도 있지만, 그럴수록 따뜻한 마음을 담아 더 좋은 김치를 내놓는다는 유 대표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바라본다는 그녀는 ‘내 가족이 먹을 수 있는 김치’, ‘직원들을 가족처럼’ 등 인터뷰 내내 가족이라는 말을 내려놓지 않았다. 여성 직장인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살림도 하고 엄마 역할도 해내야 하기 때문에 1인 2역의 고충이 있다고 토로한다. 유 대표 역시 예외는 아닐 터.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여성은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그리고 여사장은 더 강하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달려왔어요. 행여나 사업에 실패해서 가세가 기울면 우리 가족이 나를 원망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남편과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내, 엄마이고 싶어 더 악착같이 일했어요. 그런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더라고요. 사업을 하기 전에는 음식 솜씨가 좋아서 가족들에게 맛있는 반찬도 자주 만들어줬는데, 그런 게 소홀해져서 미안하죠. 이제는 아이들도 바빠져서 일주일에 한 번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한 건 꼭 우리 가족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요. 여느 가족들처럼 우리 가족도 같이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유 대표는 사업이 30년 동안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외조 덕분이라고 말한다.
“여성들은 남편의 이해와 신뢰가 없으면 사업하기 힘들어요. 저녁에 업무 약속이 잡히거나 거래처에 가야 할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남편이 간섭하거나 불편한 소리를 했다면 지금처럼 왕성하게 일하지 못했을 거예요. 늘 감사한 마음이죠. 가끔 식당에 가면 ‘고객을 가족처럼’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은 편하니까 허물없이 대하고 잔소리도 하지만 고객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가족을 고객처럼’이라고 반대로 말해요. 그렇게 하고 나니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달라지더라고요.”
글로벌 김치 홍보대사가 되는 게 꿈
김치에 대한 열정과 가족의 지원으로 회사를 잘 키워가고 있는 그녀에게 ‘성공’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유 대표는 ‘성공’이 아니고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성공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이면 자칫 안일해질 수 있기에 거리를 두기로 한 것. 늘 그렇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이끌어왔지만, 요즘은 그 끝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그때까지 지금처럼 일할 수는 없잖아요.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칠십 정도 되면 일선에서 물러나 적임자에게 회사를 물려줘야겠죠. 사업을 이어받아 잘 키워나갈 수 있는 자식이 있으면 승계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꺼이 사회에 환원하려고 합니다.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나면, 그때부턴 교육사업이나 강의 등을 하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남들처럼 여행도 가보고요. 그런데 일 중독인지는 몰라도 아직은 놓지 못한 것들이 많아요. 천천히 하나씩 내려놓을 준비를 해야겠죠.”
노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나 봉사를 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유 대표는 일찌감치 레크리에이션과 성교육 자격증 등도 따놓았다. 그녀는 차분하게 노후생활을 설명하다가 어느새 김치 이야기를 하며 눈을 반짝였다. 아직은 내려놓을 때가 아님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만큼 살아보니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더라고요.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매일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순간을 열정적으로 사는 게 지혜로운 것 같아요. 하지만 나름의 꿈과 목표는 있어야겠죠. 그것이 매 순간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주니까요. 요즘 내 목표는 김치 홍보대사가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 계시는 세계 대사들을 모셔와 김치 담그기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요. 대사들이 담근 김치는 각 나라로 보내고요. 그러면 우리 김치가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올라가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제 꿈입니다.”
인터넷은커녕 음식에 관한 제대로 된 책이라곤 백파(伯坡) 홍성유(洪性裕,1928~2002) 작가의 한 권뿐이었던 시절이었다. 차도 없이 정보도 없이 시작한 맛집 기행은 전국을 9번 돌면서 3500개의 맛집 자료로 만들어졌다. 기자 출신 음식평론가 황광해(黃光海·59)의 이야기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잃어버린 옛 맛의 순수성을 찾아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타협 없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운 그가 말하는 시니어들이 찾는 맛의 유혹과 맛의 가치.
아무것도 없었던 시절, 황광해 작가가 맛집을 찾던 방법은 직접 발로 뛰는 것이었다.
“우선 지역 신문을 뒤져서 음식점 기사가 나오면 그걸 백파의 책과 크로스 체크를 했어요. 내용이 일치한다 싶으면 가는 거였죠. 그때는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이었죠. 다리 지나서 초가집이 있고 그 앞에 전봇대 두 개가 있는데 거기서 우회전해서 초록색 지붕을 찾아서… 뭐 이런 설명을 듣고 찾아가곤 했어요.”
황 작가는 외식업 중앙회에 4년째 칼럼을 쓰고 있는 중이다. 중앙회에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 총 40만 명, 음식점은 전국에 72만 개가 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은퇴 후 일어나고 있는 창업 붐의 한 단면이다.
“과거에는 한 번 음식점을 경영하면 몇십 년을 하니까, 살아남았다면 맛집일 가능성이 컸죠. 요즘은 옛날보다 길은 잘 찾아지지만 맛집은 찾기 더 어려워졌어요.”
가슴으로 만든 음식만 감동으로 남는다
황 작가는 채널A , MBC , KBS 등에서 보여준 깐깐한 맛 평가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맛집 선정 기준 역시 까다롭다.
“음식은 손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조리사들이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건 남의 걸 보고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말하죠. 벤치마킹은 다른 말로 하면 ‘난 아이디어가 없으니 남의 걸 빼오겠다는 거예요.’ 그건 음식이 머리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원하는 맛집은 손과 머리를 넘어서 가슴으로 만드는 음식이 나오는 뎁니다.”
피카소의 추상적인 그림들은 사전에 충분히 데생이 되야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황 작가는 처음부터 가슴으로 만든다고 하면 가짜라고 말한다.
“손과 머리로 생각해서 만들고 충분히 익혀야죠. 그 다음이 음식에 대한 헌신,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주겠다는 정성입니다. 이걸 가슴으로 만든다고 하는 거죠.”
황 작가는 최근 대부분의 맛집은 스킬과 레시피 위주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가슴으로 만드는 부분이 작게나마 있으면 대단한 맛집이라고 보고 있었다. 가슴으로 만드는 건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는 것이 황 작가의 지론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주방에서 불만은 레시피대로 하면 힘들고 귀찮고 짜증이 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개선을 한다는 게 대부분은 개악입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좋은 방법을 쓰는 게 아니라 비슷한 음식을 만들고 내 품을 줄이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인정하는 맛집은 만드는 과정을 보면 굉장히 힘들게, 원칙적으로 만드는 곳입니다. 그런 맛집에게 제일 많이 해주는 말이 ‘그러다 병원 간다’는 말이에요. 대부분의 주인들이 수면 부족에 파스를 붙이고 살죠. 맛집들은 그런 집들이죠.”
요즘 음식의 맛은 ‘변질된 맛’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 조미료와 단맛이 굉장히 보편화됐습니다. 그리고 분유가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단맛에 길들여지게 됐죠. 1980년대에는 ‘마이카 붐’이 일어나면서 삽겹살을 중심으로 한 돼지고기 문화가 보편화됐어요. 그것들을 경험하면서 자란 이들이 단맛, 감칠맛, 고기 맛에 익숙해서 그게 요즘 맛집의 기준이 됐죠. 신맛 쓴맛은 다 잊혀졌어요.”
과거 사람들은 봄철이 되면 쓴 냉이와 고들빼기를 먹곤 했다. 그 흔했던 고들빼기가 이젠 음식점에서 찾기 힘들다고 황 작가는 개탄했다. 그는 쓴맛을 즐기기 위해 때가 되면 고들빼기 김치를 찾아 식당을 헤맨다. 그런 점에서 그가 보는 시니어들은 맛의 이해 범주가 높은 이들이다.
“현재 60대는 대개 1950년대 초중반생들이에요. 이들은 가난해서 분유도 라면도 못 접했죠. 대신 이들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좋은 메주를 먹고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그런 음식들을 찾는 건 그냥 옛 맛을 찾는 게 아니고 머릿속에 있는 거예요. 젊은 시절에는 일해야 하니 여러 가지 관심사가 많죠. 그런데 은퇴하면 그 관심사들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굉장히 허전해져요. 그때 잊어버리고 있던 그 맛이 생각나고 그 맛을 찾아 몸이 움직이게 됩니다.”
해외에 나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첫 번째가 고추장, 두 번째로 된장찌개를 미친 듯이 찾는다. 그걸 보면서 “그 나라를 갔으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지 왜 한국 음식을 찾느냐”고 훈계조로 하는 말은 무식하다고 비판했다.
“뜨거운 걸 먹어서 시원하다는 건 차갑다는 게 아니라 혈관이 뚫린다는 의미죠. 예를 들어 동남아를 가면 대부분이 습지예요. 거기서 몸이 시원하게 뚫렸으면 좋겠는데 음식에 효소, 효모가 없으니까 소화도 잘 안 되고 안 뚫려서 갑갑해져요. 몸은 뚫리지 않는데 주변에서 뭘 먹어봐도 비싸고 맛있는 거지 효모가 많은 게 아니죠.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음식을 찾게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수록 몸에 효모를 채워야
황 작가는 나이가 들었다는 건 제대로 된 맛에 대한 그리움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물리적으로 나이 든 사람의 장을 해부하면 안에 효모가 없다고 해요. 노화가 된다는 건 장 속에 있었던 효모가 없어진다는 의미도 되겠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효모를 채워야 합니다. 특히 한국 사람은 효모를 안 먹으면 안 돼요.”
그는 문명국가에는 세 가지 발효 음식이 있다고 밝혔다. 콩을 발효시킨 ‘두장’, 생선을 발효시킨 ‘어장’, 버터와 치즈를 발효시킨 ‘유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만 한 밥상에 어장과 두장을 섞어 먹습니다. 젓갈에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된장과 유산균, 어장이 섞인 찌개를 끓여 먹기도 해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그런 음식을 좋아하게 됩니다.”
그는 시니어들에게 추천하는 음식점으로 역시 장맛이 있는 집을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밥집을 원하게 됩니다. 그런 밥집 외에 추천할 만한 곳은 국수집입니다. 특히 안동 지방의 국수가 최고예요. 과거에는 이 지방이 아니면 국수 만들기가 어려웠기에 ‘안동국시’라는 말이 생겨났죠. 면에 콩가루가 섞여 들어간 별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음식들, 제대로 만들어진 도토리, 메밀, 청포, 묵 등을 하는 음식점들이 있습니다. 요즘 제주도 음식점들을 많이 찾는 이유가 있는데 제주도 해산물이 괜찮아요.”
타협하지 않는 맛이 철학이 된다
평범하지만 지금은 손이 많이 가서 만들면 비싼 음식들. 지금에 와서 옛 맛을 추구한다는 건 그런 애로사항이 있다. 그러나 그런 맛에 있어서 황 작가는 타협하지 않는다.
“‘당신 입맛도 입맛이고 내 입맛도 입맛이다’라고 말하는 건 미적분을 아는 것과 더하기빼기를 아는 것을 같이 여기는 겁니다. 붕어를 입에 넣으면 뱉는 아이와 내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맛을 많이 접할 수 있었겠어요. 요즘 된장, 고추장 먹으면 달죠? 그게 왜 달아요, 매워야지.”
음식은 먹거리에서 문화가 되고, 문화를 넘어서 철학이 된다는 게 그의 이론이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음식이 자신의 몸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플레이팅 좋고 데코레이션이 좋은 음식은 60대가 되면 관심도 없어요. 음식에서 의미를 찾는 나이가 되는 거죠. 그 의미가 아젠다가 되면 철학이 됩니다. 그래서 맑은 음식, 예전에 어릴 때 먹어봤던 음식, 제대로 된 장으로 만든 음식, 이 모든 걸 아울러서 의미가 있는 음식이 중요해집니다.”
곳곳에 널린 게 맛집이다. 맛집이라니 너도나도 한 번쯤 찾아가 본다. 그런데 그 ‘맛’이라는 것을 도통 모르겠다. 맛있다 하니 그냥 맛집이구나 하기 일쑤다. 단맛과 감칠맛만 맛있다고 한다.
VVIP를 대상으로 ‘맛 투어’를 가는 황 작가는 시니어 열이면 열 손꼽히는 된장찌개 맛집을 찾아 미식의 즐거움을 누린다고 한다. 쓰고 신 장(醬)맛은 혀에 착착 감긴다. 이제 쓴맛과 신맛을 찾아 떠나보자.
경기도 용인의 삼성 노블카운티 문화센터 안 취미실. “이것 좀 봐, 내가 아주 대작을 완성했다니까.” 한 할머니가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만족스럽다는 듯 외쳤다. 옆에서는 할아버지가 치매예방을 위해 퍼즐을 맞추고 있다.
노블카운티의 문화센터에서는 서예, 악기, 컴퓨터, 사진, 외국어 등 40여개의 다양한 강좌가 펼쳐진다. 비용은 입주민의 경우 보통 한 달에 2만~3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최근에는 사진동호회 바람을 타고 사진 강좌가 인기가 있다고 귀띔한다.
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는 건물인 리빙플라자에는 스포츠센터와 은행, 증권사·보험사 지점, 병원, 약국, 편의점, 식당, 여행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입주민들이 외부에 나가지 않아도 한 곳에서 불편함 없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하 3층의 스포츠센터를 둘러보니 넓은 수영장과 위킹트랙, 최신 운동기구를 보유한 체련장을 비롯해 웬만한 대학교의 시설을 능가할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스포츠센터에서도 농구, 배드민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이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의 프로그램만 몇 개 참여해도 한달이 금방 지나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한 달에 2번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가 휴관하는 때에도 걱정이 없다. 휴관일에는 노블카운티에서 버스를 대절해 남대문 시장이나 꽃구경 여행 등 테마여행을 실시하고 있어서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노블카운티는 대한민국의 대표 실버타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만큼 개원당시부터 최첨단 시설로 화재를 모았다. 현재 약 6만8000여평 부지에서 약 54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실버타운은 거동이 자유롭고 신체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입주가 가능하다. 신변자립이 안 되는 경우에는 실버타운에서 퇴거해야 한다. 하지만 노블카운티에 남은 인생을 보내다가 건강이 나빠져도 걱정이 없다. 노인성 만성질환인 치매ㆍ중풍 등으로 재활이 필요한 노인들에 24시간 간호, 간병을 제공하는 요양센터 너싱홈도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가장 적정하는 치매 예방을 위해 강남구치매지원센터를 벤치마킹해 리빙플라자에 뇌건강센터도 열었다. 이곳에서 입주민들은 노인 인지 훈련용 로봇인 실벗과 함께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이정도 시설이면 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아닌가.
그렇지만 시설 때문 만에 노블카운티가 시니어타운으로 노년층에게 선호 받는 것은 아니다. 노블카운티는 1996년 건축허가를 받기까지 정부의 수도권 규제정책, 노인복지 시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1996년 착공 후에도 외환위기 등으로 개원까지 5년여가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만큼 노블카운티는 지역주민과의 교류를 늘 우선순위에 둔다. 단순히 노인들만 모여 사는 공간이 아니라 노인과 아동, 지역주민이 상호 보완관계를 이룰 수 있는 세대교류 커뮤니티의 조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3세대가 함께하는 공동체로 그간에 어둡고 단절된 실버타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문화시설이나 스포츠센터 등의 시설을 모두 지역사회에 공개하고 있다. 노블카운티 안에 어린이집과 유아체능단도 역시 지역주민에 열려있다. 물론 일부 입주민의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전 일부 시간을 입주민만을 위해 시설을 공개하는 등의 노력으로 큰 문제없이 지역주민과의 공존을 이뤄냈다.
그래서일까. 노블카운티에는 유독 어린이들이 많이 보인다. ‘시니어타운인데 노인들보다 더 많이 보인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특히 이곳의 어린이집은 보통 1~2년 입소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들어가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보육료 부담이 적을 뿐 아니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노블카운티의 조경시설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 간 교류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노블카운티의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이곳만의 장점이다. 입주민들도 아이들을 통해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입주민들은 매월 기흥 호수 청소 등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를 열어 아동보육시설이나 지역사회 지역 기부시설에 김치를 기부했다.
입주민의 봉사모임 ‘보은회’는 2013년에 3100여만원을 모금해 형편이 좋지 않은 희귀병 어린이 환자 등에게 기부했다. 봉은회에 속한 김종선 회원은 “보은회 후원금으로 수술을 받고 완치된 아이들이 보내 온 편지를 받으면 참 보람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또 노블카운티는 여성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0여 가지 메뉴가 제공되는 식사를 제공하고 거실청소와 세탁 서비스 등으로 가사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어서다.
물론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보니 왕따도 있다. 그러나 강한 공동체 의식으로 세부적인 규칙을 입주민이 직접 만들어 이를 이겨내고 있다. 그래도 남녀입주민이 연애하는 경우는 아직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보수적인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데다 자식과의 관계도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두 개의 고층 빌딩(타워동)은 어떤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 보인다. 추운날씨에도 건물사이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타워동간 이동이 가능하다. 실내 공간에는 노인 입주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낙상방지를 위해 문턱을 없앴고 문도 모두 미닫이 식으로 돼 있다. 거실에는 무동작 감지센서가 달려있어 입주 노인이 의식을 잃고 일정기간 움직임이 없으면 프런트에서 전화를 걸게 돼 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직원이 올라와 직접 신변을 확인한다. 무동작 감지센서로 목숨을 건진 입주민이 몇 명된다고 한다.
노블카운티에는 99~238㎡까지 다양한 면적의 입주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전용면적은 입주공간의 정확히 절반에 불과하다. 152㎡에 입주하면 전용면적은 76㎡가 되는 것이다. 입주민들을 위해 넓은 복도와 공동화장실, 휴식공간 등의 공용면적이 많아서다.
‘노블카운티에 가장 많은 것이 화장실과 의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층마다 화장실과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엘리베이터에도 걸터앉을 수 있는 기다란 간이 의자가 설치돼 있다. 기력이 약하고 배변조절이 어려운 입주민을 위한 배려다.
입주비용은 방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대중적인 119㎡이 보증금 3억2000만원, 월 생활비 약190만원(식비포함) 정도다. 2인이 거주할 때는 보증금이 8000만원, 생활비는 71만원 정도 늘어난다. 일반인들이 오해할 정도로 부유층 노인들이 모여 사는 곳은 아니라는 얘기다. 노년 절반이 빈곤층이라는 우리나라 실정에 비춰보면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요즘에는 전원형보다는 도심형 실버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과 떨어지기 싫은 노년층이 많아져서다. 노블카운티는 처음 지어졌을 때만해도 주변이 허허벌판으로 전원형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용인 서울 간 고속도로 개설과 분당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반(半)전원형에 가깝다. 영통의 쇼핑가까지 산책로를 따라 5분이면 갈 수 있다. 물론 노블카운티의 수려한 자연공간만큼은 처음 그대로다.
글ㆍ사진| 정성기
오늘은 부추김치를 아주 쉽고 간편하게 담그는 법을 소개하는데 부추는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은 시고 매우며 떪은 데,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고 당질은 대부분 포도당과 과당의 단당류로 되어 있으며 냄새는 독특한 유황화합물로 독특한 향미 식품으로, 마늘과 비슷한 강장식품이니 김치를 담그는 방법도 다르니 유의하세요.
부추김치에는 마늘을 넣으면 효과가 없으니 김치를 담글 때 다진 마늘과 대파 등을 넣고 조리하면 징글맘이신 욕대학총장님이 보면 "저년 머리도 나쁜 년이 젖팅이만 커서 공부도 안 하고 자라면서 집에서 애미에게 배운 게 없어 부추김치에도 파와 마늘을 넣는다."고 욕을 바가지로 퍼먹는답니다.
우선 부추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다듬어야 하는데 이때도 식초를 약간 넣은 물로 10분 정도 담그면 세균 소독이 되고 향도 나니 귀찮으시더라고 하세요.
부추를 김치를 담그기에 좋게 이렇게 썰어서 대기를 시키면 됩니다.
부추김치에는 부추 100g에 양념으로 생강 조금(티스푼 반 정도)에 소금은 1/2 스푼 정도 넣고 고춧가루는 45g~50g(취향에 따라 조절 가능)이면 좋고 멸치액젓(까나리젓 가능) 40cc(취향에 따라 조절 가능)와 설탕(올리고당 가능)이 필요하지요.
경상도 지역에서는 정구지라고도 부르는 이 부추는 동의보감에 따르면 간에 좋다고 하고 여자들에게는 복부냉증과 요통에 좋고 남자들은 성기능장애와 전립선 치료에도 좋아 모든 고기 요리와 두부 요리에는 부추가 많이 들어가는데 한방에서는 여러 가지 질병에 관한 치료용도의 한약재로 사용합니다.
부추김치는 조리과정도 간편하고 양념도 단순한데 파와 마늘은 넣지 않는 것만이라도 배우고 담그면 좋은 요리와 건강식품이 되는데 고기와 같이 먹으면 좋지요.
부추김치는 비빔밥 재료로도 아주 적합하고 닭고기와 돼지고기 요리에 곁들여 먹으면 정말 금상첨화이고 잡채에 넣어 요리해도 아주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부추김치와 천생연분이 두부와 다진돼지고기를 소재로한 이 볶음요리와 밥에 비벼서 먹으면 정말 그 맛이 일품인데 이 요리 과정은 다음 순서로 올리겠습니다.
글ㆍ사진| 블로거 백경
긴 겨울이 끝났는지 여기저기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별꽃
사람이 잘 다니는 길가나 들판, 경작지, 밭둑에서 자라는 한두해살이 풀이 있다. 우리나라 각지에 모두 분포되어 있으며 마치 자잘한 흰 꽃이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처럼 무리 지어 핀다고 해서 별꽃이라고 부른다. 풀 자체도 자그맣고 꽃도 자그마해서 눈여겨 보지 않으면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꽃의 크기가 작다.
이른 봄철 부드러울 때 채취를 해서 나물로 사용을 하는데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무쳐 먹는다.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어혈을 제거하며 젖의 분비를 촉진하고 순산하게 한다. 산후 어체복통ㆍ분만촉진ㆍ치아청결ㆍ젖이 적게 나오는 증ㆍ서열구토ㆍ장옹ㆍ임병ㆍ악창종독ㆍ타박상 등을 치료한다.
별꽃은 단백질ㆍ칼슘ㆍ철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영양이 높고ㆍ사포닌ㆍ엽록소ㆍ효소 같은 약성도 풍부하다. 별꽃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하며 젖을 잘 나오게 하고 맹장염을 치료한다. 또 오줌을 잘 나오게 하고 치조농루와 치은염, 충치에도 효과가 있다. 별꽃은 그냥 약으로 쓰기보다는 엑기스를 만들어 쓰는 것이 좋다.
매화
나무에서 피는 꽃으로는 다른 꽃에 비해 비교적 이른 봄에 피는 꽃이다. 여러 그루 한꺼번에 심어 놓으면 꽃이 만개했을 때 장관이다. 열매인 매실은 우리 식생활에 다양하게 이용이 되는데 술을 담가 먹으며 잼ㆍ주스ㆍ농축액을 만들어 먹거나 말려서 먹는다. 그밖에 간장ㆍ식초ㆍ정과ㆍ차를 만들거나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피로회복에 좋고 체질개선 효과가 있다. 특히 해독작용이 뛰어나 배탈이나 식중독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며, 신맛은 위액을 분비하고 소화기관을 정상화하여 소화불량과 위장 장애를 없애 준다. 변비와 피부미용에도 좋고 산도가 높아 강력한 살균작용을 한다. 최근에는 항암 식품으로도 알려졌다.
무기질ㆍ비타민ㆍ유기산(시트르산ㆍ사과산ㆍ호박산ㆍ주석산)이 풍부하고 칼슘ㆍ인ㆍ칼륨 등의 무기질과 카로틴도 들어 있다. 그중 시트르산은 당질의 대사를 촉진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유기산은 위장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식욕을 돋우는 작용을 한다.
산부추 새싹
봄철 산에서 보면 달래를 닮은 식물이 있는데 줄기를 뜯어 먹으면 감칠맛 나는 마늘 향이 나는 식물을 볼 수가 있다. 지방에 따라 산달래ㆍ맹산부추ㆍ참산부추ㆍ왕정구지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어린싹을 채취해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기도 하고 잎이 넓은 채소에 곁들여 쌈을 싸 먹어도 향긋하고 좋다.
전을 부쳐 먹기도 하며 삼겹살 같은 육식을 할 때 같이 쌈을 싸서 먹으면 고기 특유의 누린내도 없애주고 담백한 맛을 낸다. 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고 장아찌를 담가 숙성을 시켜 먹어도 맛있다. 어린싹을 베어내고 나면 또 어린순이 올라오기 때문에 집 텃밭에 조금만 심어둬도 자주 수확을 해서 먹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 중초라고 일컫는 부분, 즉 소화기나 호흡기 쪽(즉 가슴 부분)을 말하는데 이를 통하게 하며 따뜻하게 만들어서 담이 가슴 쪽에 뭉친 것이나 이로 인하여 양기가 잘 통하지 않는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기가 모여서 뭉쳐져 있는 것을 아래로 내려 주며 풀어 흩어지게 하고 양기가 순환하지 못하고 가슴에 모여서 뭉쳐져 있어서 통증 등의 증상을 수반한 흉비증을 치료하는 요약이다. 그리고 오래된 이질과 속이 차서 생긴 설사병과 적, 백리와 심장병 등에도 좋다.
산마늘 새싹
산마늘은 해발 1000m 이상 되는 고산에서 자생한다. 우리가 재배해서 먹는 마늘과 똑같은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그 가치가 인정되어 인공적인 재배를 많이 한다. 산마늘을 흔히 멩이ㆍ맹이ㆍ명이라고도 한다.
울릉도에서는 이른 봄에 먹는 중요한 산나물 중의 하나인데 산마늘을 울릉도에서는 명이라고 한다. 산마늘을 명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조선 시대 때 울릉도로 이주한 1백여 명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겨울 동안 육지에서 가져간 식량이 떨어졌는데 기후가 안 좋아 배가 육지로 들어올 수도 없어 이들이 굶어 죽을 위기 속에서 발견한 것이 눈을 뚫고 돋아난 산마늘 싹이었다고 한다. 싹과 뿌리를 캐서 먹으며 석 달 정도의 긴 겨울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목숨을 이은 나물이라 하여 명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잎과 줄기로는 김치나 장아찌를 해 먹으며 최근에는 쌈 채소로도 인기가 높다. 울릉도 사람들은 산마늘로 떡을 해먹기도 한다. 생잎을 봄부터 6월경까지 나물로 무치고 쌈으로 먹는데 산채로서는 고급품으로 손꼽히며 감칠맛이 있다. 산마늘과 비슷하게 생긴 독초도 많아 주의가 요망되는 산채 중 하나인데 산마늘은 맛이나 향이 일반적으로 재배해서 먹는 마늘과 같다.
최근 산마늘에 당뇨ㆍ간염 등 각종 간 질환ㆍ콜레스테롤ㆍ고지혈증ㆍ항암 성분 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있어 산마늘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가 적극 진행되고 있으며, 방광암의 기능을 56% 정도 저하시키고 콜레스테롤을 크게 낮춘다는 것이 보고되었다.
이 산마늘의 효용과 응용은 일반 마늘과 마찬가지인데 일반마늘에 대한 연구실적에서 밝혀진 것을 보면 동맥경화증ㆍ고혈압ㆍ전염성 장균ㆍ위염ㆍ당뇨병 등의 치료약으로 쓰며, 건위약ㆍ가래약ㆍ살균약ㆍ구충약 등으로도 쓰인다. 또 장무력증ㆍ간염ㆍ담낭염ㆍ유행성 감기ㆍ만성변비ㆍ화농증ㆍ기침 등에 약용한다. 산마늘의 알뿌리는 민간에서는 비타민 결핍증ㆍ구충약ㆍ위장 질환ㆍ월경이 없을 때ㆍ땀을 낼 때ㆍ신경쇠약ㆍ심장병ㆍ기관지 질병 등에 두루 쓰여 왔으며, 오래 복용하면 눈이 맑아진다고 하여 많이 썼는데 효능은 알뿌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잎과 줄기도 마찬가지이다.
산마늘은 자양강장에 좋고 맛이 좋은 산채로 최근 식중독균에 대한 항균효과와 인체 내 비타민 B흡수를 촉진하고 항혈전작용물질의 발견으로 기능성 식품, 의약원료로서 주목되고 있다.
냉이꽃
봄이 오면 어김없이 새싹이 돋는데 그중 가장 서민적인 나물이 냉이이다. 냉이를 나생이ㆍ나숭게라고도 한다. 어린 순과 잎은 뿌리와 더불어 이른 봄을 대표하는 나물이다. 냉잇국은 뿌리도 함께 넣어야 참다운 맛이 난다. 또한, 데워서 우려낸 것을 잘게 썰어 나물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비타민 B1과 C가 풍부하다. 냉이는 채소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으며 회분으로선 칼슘 함량이 많고 철분이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춘곤증을 없애주고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이다. 냉이 달임액은 폐출혈ㆍ자궁출혈ㆍ월경과다 등에도 지혈 효과가 좋다.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이뇨ㆍ지혈ㆍ해독 등의 효능이 있어 비위허약ㆍ당뇨병ㆍ소변불리ㆍ토혈ㆍ코피ㆍ월경과다ㆍ산후출혈ㆍ안질 등에 처방한다.
꽃다지
냉이와 더불어 이른 봄부터 꽃을 피우는 꽃다지는 묵은 논, 밭이나 길가 풀밭에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맛이 담백하고 쓴맛이 없으므로 가볍게 데쳐 한 번 헹구기만 하면 된다. 봄이 지나 웃자랐더라도 나물 무침하며, 참기름을 넉넉히 넣은 양념과 버무려 생채로 먹어도 되고 비빔밥에 섞어 먹어도 좋다. 김에 생잎을 늘어놓아 김밥 만들 듯이 둘둘 말아서 그대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생식으로도 좋고 녹즙을 내어 마시기도 한다. 식용을 위해 잎을 뜯어내고 난 뒤의 뿌리는 버리지 말고 소주에 담가 숙성시켜서 반컵씩 마셔주어도 좋다.
꽃다지 씨는 설사를 나게 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로써 확실히 변비가 없어지게 된다. 또 온몸이 부어오르는 증세를 가라앉힌다. 모든 산야초는 각종의 부기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며 풍부한 섬유질이 뚱뚱하게 오른 살을 빠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꽃다지 씨는 기침과 가래를 가시게 하며 오즘을 잘 나오게 하는데, 산야초들은 약하든 강하든 다 이뇨작용을 한다.
꽃다지 씨는 담음(먹은 물이 위장에서 출렁대고 가슴이 답답한 병)으로 가슴이 그득하고 숨이 찬 데에, 배에 물이 고이는 데에 약용한다. 삼출성 늑막염ㆍ백일해ㆍ출혈 증상을 낫게 한다.
황양목
회양목 또는 도장나무라고도 한다. 도장을 만드는데 적합해 도장을 파는 나무로 많이 활용을 하기에 붙은 이름이다. 주로 산의 석회암 지대에 자생을 하며 말려서 불을 때면 잎이 부풀어 올라 꽝꽝 소리는 내며 타기에 꽝꽝나무라고도 부른다.
사철 푸른 잎을 달고 있기에 화단가에 심으면 일년내내 푸른 잎을 관상을 할수 있고 비교적 이른 봄부터 꽃을 피워 벌 나비를 불러들인다. 한방에서는 진해ㆍ진통ㆍ거풍 등에 이용하는데 피부병에 좋다. 진하게 달여 먹는 것 보다 달여서 욕탕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황양목 전체를 사용하며 잘게 썰어서 물에 오래도록 달인다.
피부가 데이지 않을 정도로 뜨겁게 하여 몸을 담그는데, 악성 생식기병에 사용한다. 즉, 임질ㆍ전립선염ㆍ매독ㆍ고환염ㆍ부 고환염 등으로 인한 동통에 사용한다. 또한 피부병ㆍ습진ㆍ기계충ㆍ도장버짐ㆍ옴ㆍ알레르기 등에도 꾸준히 행하면 큰 효과가 있다.
출처| 지리산 산야초 교실 (http://blog.naver.com/khs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