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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탄주의가 뭐길래… 유럽과 우리가 이혼을 다르게 보는 이유
- 아주 옛날 혼인제도가 태동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혼인 관계 유지의 가치’와 ‘새로운 관계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남녀가 갖는 갈등은 여전했을 것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 해결 방법은 조금씩 바뀌어왔다. ‘유책주의’는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부양·협조·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 사유가 명백한 경우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파탄주의’는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다. 결혼 생활의 책임, 해석 범위 ‘가정의 평화와 남녀의 본질적 평등을 무시하고 축첩 행위를 하였을 뿐 아니라 내연녀에 대한 애정에만 사로잡혀 피청구인을 돌보지 않고 냉대한 결과 가정의 파탄을 초래한 청구인의 이혼청구는 이유 없다.’ 우리 대법원이 1965년 9월 21일 선고한 65므37 판결 사안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한 최초의 선례로 알려져 있다. 즉 우리는 유책주의를 채택했고(엄밀히는 법을 유책주의로 해석했고), 이후 대법원 판례의 원칙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혼인 관계를 고의로 파기한 불법을 행한 사람에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며, 그러한 사례를 용인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의 순결과 혼인 당사자의 정절을 기대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다’라는 것이 주된 근거였다. 일본에는 이른바 ‘엎친 데 덮친 판결’로 알려진 1952년의 최고재판소 판결이 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부정행위를 저질러 그 여자가 임신했고, 이를 알게 된 처와 크게 다툰 끝에 집을 나와 그 여자와 동거하면서 처와 2년간 별거하던 중 이혼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최고재판소는 남편의 이혼청구를 불허하면서, ‘만일 이와 같은 청구가 인정된다면 처는 완전히 흔히 말하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법은 모름지기 이와 같이 부도덕하고 제멋대로인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1987년 판례를 변경하여 적극적 파탄주의 요소를 도입,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되 신의칙을 적용하여 이를 적절히 제한하고 있다. 최고재판소는 부부의 별거가 양 당사자의 연령 및 동거 기간과 대비해 볼 때 상당히 장기간일 것, 부부 사이에 미성숙 자녀가 존재하지 않을 것,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에 의해 정신적·사회적·경제적으로 극히 가혹한 상태에 놓이는 등 이혼청구를 용인하는 것이 현저히 사회정의에 반하는 특단의 사정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은 ‘혼인 생활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된 경우’를 유일한 이혼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5년 이상 계속 별거한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독일 역시 이혼 원인은 오로지 ‘혼인 생활의 파탄’뿐이다. 부부가 3년 이상 별거한 경우에는 혼인 생활의 파탄이 추정된다. 프랑스도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경우 부부 일방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데, 2년 동안 별거했다면 혼인 관계가 파탄됐다고 본다. 미국은 2010년 10월 뉴욕주에서 무귀책이혼법이 발효됨으로써 모든 주가 무귀책이혼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무귀책이혼제도란 일방이 상대방의 유책 행위를 증명할 필요 없이 혼인 생활의 파탄 또는 일정 기간의 별거 등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결국 세계 주요 국가 대부분은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민법 제840조는 제1호 내지 제5호에서 재판상 이혼 원인이 되는 이혼 사유를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와 같이 개별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외에 제6호에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 민법도 문언상으로는 파탄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해석할 만한 조항이 있다. 한국 이혼제도의 현 상황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것인지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가치에 관한 결단을 제시할 만한 사건’이나 ‘사회적 이해 충돌과 갈등 대립 등을 해소하기 위한 최종 판단이 필요한 사건’ 등은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사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데, 위의 유책 배우자 이혼청구 사건 사례를 전원합의사건으로 지정하여 심리했다. 대법관 다수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아직은’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유책 배우자라 하더라도 상대방 배우자와 협의를 통해 이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도록 원인을 제공했더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이혼할 방도가 있다는 의미다. 둘째, 유책 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 단계에서 파탄주의를 취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널리 인정하는 경우 유책 배우자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될 위험이 크다. 셋째, 파탄주의를 도입한다면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 넷째,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회복 불가능한 상태의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재판상 이혼청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여 파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되어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때에는 혼인의 실체는 소멸했다고 보아야 하고, 외형적으로만 혼인이 유지된 부부로서 서로 대립 갈등하는 관계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자녀의 인격 형성과 정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부모 자녀 관계마저 파탄에 이르게 될 우려도 있다. 둘째, 다수 의견에 따르면 부부가 서로 승소하기 위해 상대방의 귀책 사유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부부관계는 더욱 적대적이 되고 갈등 해소, 이혼 후의 생활이나 자녀 양육과 복지 등에 관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폐단이 있다. 셋째,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이혼도 가능하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생겼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혼 후 여성의 자립에 관한 사회·경제적 여건이 많이 개선되었으며, 재산분할청구권 및 면접교섭권 등 여성 배우자에 대한 보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넷째,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참작했음에도 혼인 관계의 파탄이 인정되는 경우에 다시 상대방 배우자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가지고 형식에 불과한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이혼청구가 불허되어야 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앞으로의 방향은? 전원합의사건의 심리에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7명의 대법관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하는 입장(다수 의견)을, 6명의 대법관은 이를 허용하는 입장(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다수 의견에 따라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불허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근소한 차이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라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종전보다 확장했다. 전부터 이미 허용되어온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의한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 파탄 당시 현저했던 유책 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이다. 이와 같이 혼인 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유지했지만 자세히 보면 결이 사뭇 다르다. 다수 의견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취지이므로, 시대와 제도의 변화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상당히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간통죄만 하더라도 과거 구속까지 되는 범죄였다가 이제는 위헌으로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간통 고소를 위해 이혼소송을 제기해야만 했던 과거는 기억에서 희미하다. 이제 형사고소는 민사소송으로 대체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제 익숙해졌다. 시대 인식이나 사회적 평가는 변하기 마련이고, 이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제도 역시 크든 작든 변화가 예정돼 있다.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기존 틀을 바꾸든 바꾸지 않든 부디 소외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 2024-03-1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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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과 같이 판결을 업로드합니다” 유튜버 박일환 前 대법관
- “제게 주어진 숙제를 다 하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 같아요.” ‘최초의 대법관 출신 유튜버’로 유명한 박일환(71) 변호사는 40년 넘게 법조인의 삶을 살고 있다. 그 사이 직업에는 변화가 있었다. 판사에서 대법관을 거쳐 현재는 변호사 겸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삶에서 법조인이었던 시간이 아니었던 시간보다 더 긴데도 여전히 법을 사랑하는 그를 만나봤다.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에 합격, 1978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98년 특허법원 부장판사, 2003~2005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005년 제주지방법원장, 2005~2006년 서울서부지방법원장, 2006~2012년 대법원 대법관. 박일환 변호사가 법조인이 됐을 당시는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동네나 모교에 축하 현수막이 걸리던 때였다. 현재는 로스쿨도 생기고 많은 변호사가 양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일환 변호사는 “장점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특허 담당 변호사, 등기 전문 변호사 등 전문 분야를 가진 변호사가 많아지고 있다”라고 짚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조인도 많아졌고, 중요한 법도 달라지고 있다. 박일환 변호사의 법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역사가 보인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도 꾸준히 법 공부를 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을 지녔기 때문일 터. 현재 박일환 변호사가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법이라는 것이 지루할 틈이 없어요. 옛날에 있었던 사건은 없어지고 새로운 사건이 계속 나오니 공부를 계속해야 해요. 제가 젊었을 때는 약속어음 문제, 교통사고, 산재 사고 등이 대부분이었어요. 예전에는 교통사고와 절도 사건도 굉장히 많았는데, 지금은 블랙박스와 CCTV가 있으니까 많이 줄었죠. 대신 층간 소음 같은 신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또 IT 관련 저작권 사건들도 많이 일어나고요.” 법과 함께한 35년 경상북도 군위군 출신인 박일환 변호사는 고등학생 때 법조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그때는 1960년대니 직업이 별로 다양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유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법조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 변호사는 스물세 살의 이른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대학 동기들 중에서 시험에 빨리 합격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1970년대 후반이 되면서 회사가 많이 생겼는데 종합상사가 특히 인기였다. 동기들 대부분은 회사에 취직했고, 결국 법조인이 된 사람은 2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일환 변호사는 연수를 받고 군법무관으로 근무한 뒤 1978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용됐다. 그때부터 판사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앞서 말했듯이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그리고 ‘이왕 법원에 온 것 방점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법관에 지원했다. 대법관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법관을 말한다.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대통령이 임명한다.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특히 대법관은 청문회도 하는데, 박일환 변호사는 탈세·위장전입·표절 등 문제되는 것이 전혀 없었다. 더불어 현재 박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악플을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다. ‘최초의 대법관 출신 유튜버’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의 채널은 댓글 청정 구역을 유지하고 있다. 박일환 변호사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대법관을 지냈다. 2009년부터 2011년에는 법원행정처장도 겸임했다. 그 시기를 회상하며 그는 “1년 365일 계속 일해야 한다. 판결문, 기록물 등 봐야 할 양이 매우 많다. 대법관들은 병이 많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대법관으로서 느낀 책임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전해졌다. 현재 대법원은 상고허가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대법원에 사건이 과도하게 접수돼 적체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고심에서 다툴 가치가 있는 사건은 선별한다는 취지다. 박 변호사는 “사실 대법원에서는 심판만 하고 결론을 내리는데 변론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아쉽다”면서 상고허가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현재 대법원에서 처리하는 사건이 1년에 2만 건 정도라고 해요.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도 하루에 10건 처리하기란 힘든 일이죠. 미국도 적체가 많아서 상고허가제를 도입했어요. 1년에 딱 100건 정도만 대법원에서 맡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상고허가제를 도입해 중요한 사건을 맡고 변론도 하게 되면 재판의 질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35년을 법조인으로 살면서 수많은 판결을 내린 박일환 변호사.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일까. 그의 대표적인 판결로는 ‘소리바다’의 저작권 침해 책임을 인정한 것과 ‘초코파이’ 상표와 관련해 어느 회사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꼽힌다. 또 하나 제주도지사 무죄 판결이 있는데, 박 변호사는 이를 언급했다. “2007년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에게 무죄를 판결하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 증거배제 원칙’을 적용했죠. 요즘도 그 판결이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를 수집할 때나 포렌식을 할 때 본인 확인 절차 없이 하면 위조가 가능하고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유튜버로 인생 제2막 박일환 변호사는 퇴직 후 약 1년의 짧은 휴식기를 갖고 2013년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 변호사가 됐다. 왜 변호사를 선택했냐고 묻자 “나이가 60세 넘었는데 새로운 걸 배워서 할 수도 없고,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더불어 지금은 판사 때처럼 치열하게 일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일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 상태로 있는 것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2018년 박일환 변호사는 딸의 권유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명은 ‘차산선생법률상식’. 과거 할아버지가 지어준 호로, 한시에 나온 표현인데 ‘저 산’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박일환 변호사가 친근하게 법에 대해 말하는 영상이 쌓여가자 구독자 또한 점점 늘어났다. 2020년에는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 실버 버튼을 받았다. 처음에는 영상 촬영을 어떻게 해야 좋은지 전혀 몰랐다. 무작정 휴대폰을 앞에 두고 영상 촬영을 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금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는 좋은 각도, 좋은 배경 등이 눈에 들어온다. 자막을 입히는 편집은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딸이 맡아 하고 있다. 그는 “저도 딸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준다. 상부상조하는 셈이다. 딸과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면서 웃었다. 박일환 변호사는 자신의 딸처럼 법을 모르는 사람도 알기 쉽게 법을 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최신 이슈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조명하고 관련 법을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주제를 정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구독자 대부분은 20·30대로 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제 유튜브에서 특히 많이 본 영상은 ‘농담으로 한 ‘회사 그만둘래’ 발언 후 퇴직 발령?’이에요. 실제로 회사에서 농담으로 퇴사한다고 했다가 퇴직 발령을 받은 사건을 다룬 것인데, 사람들이 궁금해할 이야기죠. 또 부모의 빚을 자식이 갚아야 하느냐, 인터넷상 명예훼손은 어디까지인가 등의 영상도 많이 보셨더라고요.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고, 반응이 좋으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박일환 변호사는 60세가 넘어 70세인 현재까지도 일하고, 심지어 유튜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어쨌든 자기 직업에 전문성을 갖고 3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이런 기회도 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박 변호사는 은퇴 후 무료한 삶을 사는 지인들에게 유튜버 활동을 추천한다. 나름대로 신념도 있다. 유튜버 활동을 일종의 창작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즐겁고 재밌게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업에서 완전히 은퇴하면 전문 유튜버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반 회사에 다닌 지인들을 보면 60세까지 일한 사람이 거의 없어요. 보통 55세까지 일했죠. 그 사람들은 은퇴한 지 벌써 17년이나 지났거든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 기간을 합쳐봤자 16년인데 그에 비하면 17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길어요. 그런데 앞으로 또 17년은 더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되죠. 한 80%는 그냥 건강하게 살자를 최대 목표로 두고 살아요.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해서 수익을 얻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은 10%도 안 되죠.” 박일환 변호사를 보면서 진짜 어른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단지 똑똑해서, 법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사람 자체에서 기품이 느껴졌다. 법과 함께 한평생 살아왔지만 사실 법이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헌법에서 ‘인간은 존엄하다’라는 조항을 가장 좋아합니다. 우리 역사를 보면 ‘목숨 내걸고 싸워라’, ‘충신이 되어라’라고 말하는데, 사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념이 인간보다 먼저일 수는 없는 거거든요. 저는 제 인생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죽을 때 편안하게 잘 죽는 일만 남았죠.”
- 2022-11-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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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 판결
- 대법원이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어긋나 무효라는 판례를 내놓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1년부터 한국전자기술원의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되었다. 연구원은 2009년 1월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A씨는 임금피크제로 직급 2단계, 역량 등급 49단계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받게 됐다며, 2014년에 퇴직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지 못 하게 하고 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현 고령자고용촉진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임금이 일시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음에도 적정한 대상 조치가 강구되지 않았고 성과 연급제 전후로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성과 연급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례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 목적의 정당성과 임금 삭감에 따르는 업무량 조정 등의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한 점이 핵심이다. 지난 2019년 '문경레저타운 사건'으로 불리는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처음으로 근로자의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아낸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변호사는 “사업장마다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은 기존과 같은 일을 시키면서 나이를 이유로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연령에 따른 차별이라고 명시한 것”이라며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금지하고 있는 내용에 부합하는 정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2019년 대법원에서 내린 문경레저타운 노동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이후 두 번째 승소 사례가 되었다. 두 판결 사이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무효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40대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것으로 이례적인 내용이었다. 김 변호사는 “원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조금 더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취지의 제도인데, 우리나라는 법적 정년인 60세보다 더 정년을 늘리는 것도 아니면서 정년 3~4년 전부터 임금을 2~30% 삭감하는 사업장이 많아 본래 제도 취지와 어긋나게 적용되는 곳이 많다”면서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취업규칙변경 과정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했으니 임금피크제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천편일률적 판결을 많이 내놓았는데, 2019년 판례와 이번 판례를 통해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겼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영 중인 34만 7422개 업체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전체의 22.0%인 7만 6507곳이다. 규모가 '300인 이상'인 사업체로 좁혀본다면 총 3265곳의 53.6%인 1750곳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준 당연한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부당한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 2022-05-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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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변호사… 화려한 경력 가진 중장년 유튜버 '주목'
- 남녀노소 누구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1인 미디어 시대다. 최근 유명 유튜브 채널에는 대선 후보가 나란히 출연하는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 못지않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여러 유튜버 사이에는 중장년들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무기로, 젊은 창작자 사이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재천 교수 '최재천의 아마존' 교과서에서 나오는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을 쓴 최재천 교수. 그는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다. 최재천 교수는 1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운영 중인데,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채널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며칠 전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11만 명을 넘어섰다. 최재천 교수의 채널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지난 달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상한 겁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면서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61만 명을 돌파했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진화생물학자인 제가 보기에는 아주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이라며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번식을 하는 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애를 낳는 사람은 바보다"라며 "머리가 얼마나 나쁘면, IQ가 두 자리가 안 되니 애를 낳는 것이냐. 애를 낳아서 기른다는 것은 아무리 계산해봐도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와 같은 최 교수의 의견에 대해 네티즌들은 "세지만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젊은 사람들보다 더 젊은 생각이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재천 교수는 10만 구독자 돌파 소감에 대해 "1년이 훌쩍 넘도록 이게 언제 구독자 수가 늘어나냐면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정말 감사하다"면서 "제가 최근에 팀원들에게 '뭔일이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 저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일환 변호사 '차산선생법률상식'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70) 변호사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차산선생법률상식'을 운영 중이다. 30년 이상 판사로 일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법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법률 상식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현재 구독자는 13만 명을 넘어섰다. 초반에는 법에 문외한 딸이 영상 편집을 맡았고, 손주도 종종 출연해 친근한 느낌이 강했다. 현재는 법률 방송과 함께해 영상 퀄리티가 좋아졌고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이다. 박일환 변호사는 일을 그만둔 이후에는 유튜브 운영에 더욱 힘쓸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김양수 농부 '귀농TIME' 전남 귀농 산어촌 서울 센터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귀농TIME'. 여기에서 '농부의 정석' 시리즈를 맡고 있는 김양수 씨(54) 씨는 가장 인기 스타이다. 그가 지난 4월에 올린 '진딧물의 정복자, 숨겨둔 비법 대공개' 영상은 27일 현재 조회수 43만 명을 돌파했다. '귀농TIME' 콘텐츠 중 누적 조회수 1위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비법은 많은 귀농·귀촌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귀농TIME'에서 '뚝심으로 70대에 토종 다래 명인이 되다'는 누적 조회수 13만회, '직접 만든 강력한 천연 기피제로 해충들을 몰아내는 비법 대공개'는 10만회, '꿀고구마 1년 순수익 1억 달성, 3가지 핵심 키워드'는 7.4만회를 각각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고수·도사·달인의 '고도달TV' '고도달TV'의 운영자는 '고수' 최종찬 씨(71), '도사' 유시탁 씨(72), '달인' 정상곤 씨(72)다. 이들은 경복고, 서울대를 졸업한 동문으로 오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주변에 도움이 되는 노년'이라는 목표로 의기투합한 세 친구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겠다는 각오다. '고도달TV'에서는 키오스크 사용법, 건강검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추억의 먹거리, 자녀·손주들과 잘 지내기 등 같은 생활 밀착형 소재들을 다뤘다. 시니어들에게 많은 정보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7월 첫 영상을 올렸고, 현재 구독자 수는 2천 명이 채 안 된다. 지난달 '2021 제1회 시니어유튜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더욱 주목 받고 있다.
- 2021-12-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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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흔드는 말 한마디
- 나이를 먹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소심해지고 쩨쩨해지는 것 같다. 나는 어언 76년이나 풍진세상을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나의 쪼잔함과 졸렬함이 아주 실망스러운건 아니다. 아주 작은 자부심과 기쁨을 느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알아먹기 쉽게 예를 들어보겠다. 우선 나는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상대의 입에서 버릇처럼 튀어나오는 ‘솔직히 말해서’라는 어휘를 끔찍이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럼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의 얘기는 솔직한 얘기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쩨쩨한 의구심이다. 나이가 나보다 많은 사람한테서 그런 어휘가 나왔다면 하는 수 없이 어물쩍 넘어가지만 내 나이 또래나 밑의 사람이 그 어휘를 썼을 때는 내가 유독 싫어하는 말이니 나와 얘기할 때는 그 단어를 쓰지 말거나 다른 어휘나 용어를 구사해주길 특별히 부탁하곤 한다. 지금까지는 이 치사스런 요구가 그런대로 잘 먹혀온 것 같다. 만약 후배가 그걸 어기는 경우, 귀퉁배기를 가격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귀퉁배기를 갈기며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 시캬, 이건 영남이 형이 네 평생에 건네준 선물이다. 죽을 때까지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은 쓰지 마. 안 쓸수록 좋은 거다.” 내가 이렇게 심하게 주의를 주는 이유는 경험상 그 어휘가 주로 솔직하지 않은 사람 또는 사기꾼들이 특별히 주문처럼 써먹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음엔 나의 꼰대 같은 찌질한 짓거리가 무엇일지 솔직히 말해서(?) 걱정스럽다. 나이 들어가면서 내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또 있다. 딸에 관한 얘기다. 내 딸은 유난히 아버지의 입을 통해 자신이 거론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행여 인터뷰나 연예 프로그램에서 자연스럽게 슬쩍 얘기가 나와도 생난리 법석이다. 아예 자기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게 간절한 요구사항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치매 초기 상황에 들어선 이 아빠는 딸이 참으로 기특하고 예쁘게 보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딸 자랑이 흘러나오는 걸 주체할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심하게 구박을 받고 다시는 안 그러겠노라고 싹싹 빌며 넘어가곤 한다. 살금살금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하지만, 그러나 글쎄 앞으로 그런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아무런 보장도 없다. 딸 자랑은 노인이 되어가면서 누리는 쓸쓸한 기쁨이라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딸한테 맞아 죽어도 할 말은 해야겠다. 우리 부녀 사이엔 구속이라는 언어나 어휘가 없다. 언제 들고 나는지 쌍방이 모르는 채 일상이 흘러간다. 그런 와중에도 아빠 사랑과 딸 사랑은 세상 어느 부녀 못지않게 넉넉히 유지해가면서 말이다. 크게 자랑할 만한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이따금씩 룸살롱이라는 곳을 다녀오곤 한다. 많은 사람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딸, 오늘은 아빠와 함께 룸살롱에 갈까?” 하고 제의를 하기도 한다. 언젠가 덤덤하게 내뱉는 딸의 한마디가 매우 인상적으로 들려온 적이 있다. “오늘 저녁 아빠 룸살롱 갔다 올게” 하자 이렇게 받는 것이었다. “아빠, 우리나라에서 룸살롱에 간다고 딸한테 말하는 사람은 아빠밖에 없을 거야.” 와, 역시 내 딸이다. 내 딸답다. 전국의 딸 가진 아빠들아, 이토록 이쁘게 통 큰 딸 가진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구요. 나이 듦이나 소심함 혹은 쩨쩨함이 다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때때로 그것이 총체적으로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가령 나는 5년간의 긴 미술대작 사건을 마치고 기자들한테 속 좁은 내 마음을 이렇게 드러냈다. “국가가 5년간 국비로 평범한 미술 애호가를 정식 화가로 격상시켜주었다.” 그런데 이 말이 어느 주요 일간지에서 2020년 한 해의 중요한 말로 언급되기도 했다. 또 있다. 나는 긴 재판의 끝 장면, 소위 조영남 미술대작 사건 전국 공청회의 마지막 순간 최후의 진술을 부여받았는데 어쩌고저쩌고 진술을 쏟아낸 다음 이런 식으로 끝을 맺었다. “대법관님, 옛 어르신들 말씀에 화투를 가지고 놀면 패가망신한다 그랬는데 제가 너무 오래 화투를 가지고 놀았나봅니다.” 참으로 노인스러움과 소심함의 극치였다. 그러나 나는 어느 때보다도 더 그윽한 행복감에 젖어 하루하루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 2021-02-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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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울린 ‘황혼의 사랑’
- “젊어서의 사랑은 자신의 행복을 원하는 것이고, 황혼의 사랑은 상대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미국 최초 여성 연방 대법관을 지낸 샌드라 데이 오코너의 남편 사랑입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좋으니, 다른 여성을 사랑해도 당신만 행복하다면 나는 기쁩니다.” 오코너 대법관은 1981년부터 24년간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도의 여왕’이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사심 없이 균형추 역할을 해낸 법관입니다.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어느 날 샤워를 끝내고 보니 가슴에 이상한 혹이 만져지더랍니다. 그래서 오전 재판을 마치고 병원에 갔다가 유방암 3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힘든 투병이니 장기휴가를 내고 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했지만 뿌리쳤습니다. 오코너 대법관은 그렇게 유방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법관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유명 변호사인 남편까지 알츠하이머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자 2005년 명예로운 종신직인 대법관의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법조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터여서 고민이 컸을 텐데 과감히 사표를 던졌습니다. 남편의 기억력이 점점 나빠져 결국 그녀도 몰라보게 되자 남편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은퇴한 것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요양원에서 다른 환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다른 여자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키스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남편을 미워하거나 애인을 질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코너는 행복해하는 남편을 기쁘게 바라봤습니다. 그녀의 아들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같아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게 됐다며 좋아하셔요”라고 말하며 자살 얘기만 하던 아버지가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는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오코너의 친구인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는 남편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어서의 사랑은 자신의 행복을 원하는 것이고, 황혼의 사랑은 상대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순의 나이에 만난 오코너의 숭고하고도 위대한 사랑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눈시울을 적셔가며 이 이야기를 소개해주곤 했다. 물론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편을 기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랑은 도대체 어느 만큼의 깊이를 가진 걸까? 얼마나 성숙해져야 그런 사랑이 가능할까!
- 2018-02-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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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철저한 ‘합리주의자’ 함익병의 문제적 발언과 만나다
- 인터뷰 내내 함익병(咸翼炳·57)은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었다. 성공한 피부과 의사이자 방송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했던 모습보다는 최근 TV조선의 시사 프로그램 에서 보여주고 있는 시사 닥터(?)로서의 모습이 더 강하게 드러났다. 인터뷰에서 그는 대통령 탄핵까지 가게 된 현재의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해 이 나라의 한 국민으로서의 분노를 여과 없이 쏟아냈다. 바로 19대 대통령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 그렇다, 그는 현실 정치의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자신을 진보와 보수의 틀을 넘어선 합리주의자라고 강조하는 함익병의 문제적 발언들을 들어보자. “낙태는 여성에게 선택권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임신, 출산, 육아까지 모든 부담을 여성이 져야 하니까요.” 어느 급진적인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의 말일까? 아니다. 과거에 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군대를 마치지 않았던 아들에게 국민의 4대 의무를 모두 마치지 않았으니 내가 지지하는 보수 진영 후보자를 지지하도록 압박했다”, “국민이 행복하고 잘살 수 있으면 무능한 민주정보다 좋은 왕정이 낫다”는 말을 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타칭’ ‘합리적 보수주의자’ 함익병의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인간에게는 여러 모순적인 면들이 많은데 그걸 진보, 보수라는 이분법적인 언어로 규정하고 재단하려드는 건 잘못된 거라고 봐요. 그래서 그런 용어 자체를 아주 싫어합니다.” 진보, 보수라는 틀 속에 갇히기 싫다 그는 자신이 어떤 면은 진보적이지만 어떤 부분은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 논란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도 그렇다. “제가 결혼하고 아내와 함께 처음 한 일이 재산 분할에 관한 약속이었어요. 아내 50%, 나 50%로 이혼할 때 재산 분할로 싸울 일 없도록 미리 합의를 해뒀죠. 그걸 30년 전에 했습니다. 아들 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딸도 아들과 똑같이 키웠고, 만약 재산이 남아서 물려준다면 똑같이 물려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여자가 아침밥 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구닥다리이기도 해요. 이런 나는 페미니스트인가요? 아닌가요?”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언어적 규정은 사람을 오해하게 만든다.” 재벌 중심 경제는 1960년대 경제 프레임, 새 판을 짜야 한다 그는 경제관을 얘기하면서 현재의 재벌 중심 경제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본적으로는 자유경제를 선호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재벌 구조가 과연 공정하냐는 반문이다. “1961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고 대일청구권 자금이 들어왔을 때, 그 돈을 n분의 1로 나누자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랬으면 아마 다 같이 가난해졌을 겁니다. 그 돈으로 포항제철을 만들었기에 오늘의 한국의 기간산업들이 일어설 수 있었다고 봐요. 당시 한정된 자본을 소수의 경영자들에게 집중 지원하여 우리 산업의 발판을 만들었고 그 과정 중에 재벌이 생긴 거죠. 그걸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때 이병철 회장에게 지원한 자금을 자신이 받았을 때, 자신이 오늘날의 삼성 그룹과 같은 기업을 만들 역량이 있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해요.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은 사업이 보국이었어요. 그래서 재벌 1세대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재벌 3세의 경영 승계가 과연 옳은 일일까요? 지금과 같은 방식의 편법적인 경영 승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배경에는 재벌들의 편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불법적인 로비가 개입됐을 수도 있어요. 이런 편법과 불법을 바로잡자는 것을 두고 진보라느니 계획경제라느니 얘기하면 안 됩니다. 보수는 수선해서 쓰니까 보수예요. 그때그때 흐름에 맞춰 고쳐 쓰는 게 보수입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요? 60년대 경제 프레임에 계속 갇혀 있으면서 그걸 지키는 게 보수이고 애국이라고 하죠. 그건 낡은 수구적 생각이에요.” 이치를 따지려면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실상 이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기도 했다. “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합리적 사고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것은 진보, 보수를 정치적으로 팔아먹는 것입니다. 그걸 팔아서 정치적 이익을 얻는 자들이 하는 짓입니다.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이런 사람들이 사라지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최순실 사태는 내란죄로 다스려야 한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얘기가 자연스럽게 최순실 사태로 옮겨갔다. 할 말이 많은 듯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실 사태에서 진보, 보수가 어딨습니까? 합리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아요.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났을 때 저는 ‘아, 이건 내란죄를 물어도 되겠구나’ 했어요. 최순실은 내란죄로 바로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피부과 의사가 법을 논하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근거도 없이 그렇게 말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나라 형법 제87조를 보면 내란죄의 기준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라고 되어 있어요. 간단해요. 최순실 사태는 국토 참절은 아니죠. 국헌 문란에 해당되죠. 내란죄는 목적범입니다. 그런데 최순실의 경우 국헌 문란의 목적을 확정하지 못해서 내란죄 기소가 불가능하다는데, 국헌 문란의 목적성을 적용할 수 있는 판례가 있어요. 바로 10·26사태입니다. 김재규가 내란목적 살인죄로 처형됐어요. 그냥 살인죄만 적용해도 사형시키는 데 문제가 없었는데 대법원에서 살인죄가 아닌 내란목적 살인죄로 판결했어요. 6명의 대법관은 소수 의견으로 살인죄라고 했지만. 김재규의 살인 행위가 내란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자연인 박정희가 아니라 대통령 박정희를 죽였기 때문에 내란적 상황이 발생하여 ‘결과적 내란목적’이 성립된다는 거였습니다.” 함익병이 최순실 사태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이번 국정농단이 대통령 개입 없이는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형법 제91조 1호에는 국헌 문란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지금 상황에 딱 맞잖아요. 그리고 다시 제87조로 돌아가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라고 되어 있는데, 폭동에 대해 찾아보면 ‘다수가 폭력적 행위나 ‘협박’을 통해 한 지방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하면 폭동’이라고 해요. 최순실은 폭력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협박을 했잖아요. 여기서 말하는 협박이라 함은 일상적인 협박이 아니라 상대방이 협박이라 받아들이면 협박이 성립되는 광의의 협박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내란죄 처벌 때도 계엄령 전국 확대를 통한 협박을 내란목적 협박으로 적용해 내란죄 판결이 내려졌다. 그는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처음부터 내란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변호사들에게 물으니 “검사가 당신처럼 치고 나오면 기소는 가능하고 판사 앞에서 다툴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의견을 줬다고 한다. 그는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내란죄 처벌 정도의 수위라고 강조해서 말했다. 현실적인 어젠다를 제시하겠다 이제 대통령에 대한 얘기다. 그는 19대 대통령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시원하게 밝혔다. “이번 대선에 어떤 형태로든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지지하는 사람의 당선도 중요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정치인의 시각이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선거 공약에 반영하려는 목적이에요. 물론 직접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면 제가 생각하는 의제들을 알릴 수는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너무 낮겠죠(웃음)?” 그는 정당들에게서 따로 정치 입문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부담스러운 얘기를 하는데 캠프에 참여하라고 하겠어요(웃음)? 저 같은 사람은 정당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거예요. 제가 정치적 겸손을 싫어하거든요. 물론 정치적 위선은 필요하겠죠. 그런데 위선적이고 싶지도 않아요.” 위선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그는 “키 커~ 잘생겼어~ 똑똑해~”라며 자기 자랑을 거침없이 해댄다. 이런 마초성이라면 귀엽고 매력 있지 않은가. “우리는 선거할 때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으로 투표를 해요. 그건 지도자를 뽑을 때 할 행동은 아니죠. 박근혜 대통령도 불쌍해서 뽑았잖아요? 그 아버지, 그 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 싶어서 빚진 감정도 있었고.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해요. 정말 잘난 사람이라고 흔쾌히 인정해줄 만한 지도자를 본 적이 없어 저는 항상 현실이 불편했죠.” 그는 “이런 네가지(?) 없는 말을 하니 누가 저를 뽑아줄까요?” 하며 웃었다. 하긴 자리 욕심이 없으니 정치적 의사 표현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뇌에 종양이 생긴 상태, 당장 수술이 필요 “어렸을 적부터 대통령이 꿈이었어요. 공부는 잘했지만 영재는 아녔어요. 머리보다는 손과 엉덩이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었지.” 대통령이 꿈이었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 꿈이라는 것이 그 세대의 남자 아이라면 누구나 꿈꾸어봤을, 장군· 과학자· 대통령 같은 그런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선택은 문과가 아닌 이과였다. “아버지 세대는 정치를 목숨 걸고 하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데모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사실 그 시대는 그랬으니까. 장남이라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진학해야 했죠. 그래서 의사가 됐어요. 그런데 살아보니 의사라는 직업이 여유롭고 좋더라고요.” 그러나 그는 이제 정치에 참여하려고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최순실 사태를 겪기 전에는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겠어요. 내가 하는 일 열심히 하고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이 열심히 하면 잘될 거라 믿었는데 정말 해괴망측한 일들이 벌어졌잖아요. 그렇다고 꼭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대통령과 같은 무엇이 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정당에 들어가 지속적으로 정책을 챙기고 권력의 올바른 행사를 감시하는 건전한 시민의 목소리라도 내야겠어요. 이번과 같은 일이 다음에는 안 벌어질까요? 끊임없이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만 정치 환경이 달라질 거예요. 지금 우리나라를 인체에 비유하면 뇌에 종양이 생긴 거예요. 서둘러 수술을 해야 합니다. 그 수술 팀에서 일조하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지킬 것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는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보수는 너무 많은 흠이 생겼다. 그렇다고 보수의 가치를 버릴 수는 없다. 그 지점에서 그는 자신이 할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문제에는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그는 인생에서 지키고자 하는 특별한 철학은 없지만 마땅히 실천해야 할 생활 철학은 많다고 했다. “우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하루에 한두 시간은 꼭 운동하고 세끼 밥 챙겨 먹고 7~8시간 자요. 그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하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지키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어요. 건강을 위해 기본적인 것도 안 지키면서 뭘 먹으면 건강할까 묻는 그런 모순된 사람들을 많이 보죠.” 그는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을 많이 써요. 왜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죠? 나도 나를 잘 모를 때가 많은데 남이 나를 어떻게 보나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 해요?” 그는 예전에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올랐던 적이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문제의 인터뷰 건으로 촉발된 논란 때문이었다. “도덕적이며 능력 있는 사람이 지도자면 왕정이어도 좋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어요.” 그런데 아들과 대화하면서 그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다. “뛰어난 군주가 세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역사에 없어요. 지속 가능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조금씩 뒤뚱거려도 민주정이 왕정과는 비교할 수 없이 우수해요”라는 아들의 반론에 공감한 것이다. “군대도 그래요. 군대 안 나온 사람은 공직에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신체 건강한 사람이 ‘나이 초과’나 ‘만성 두드러기’ 등으로 병역을 면제받고 공직에 나서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죠. 정부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도 웃겨요. 그건 우수하고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재벌들 논리지 개인의 행복과는 아무 상관없는 논리예요. 직장 수보다 구직 인구가 더 많아서 취업도 안 되는데 인구가 왜 늘어나야 하죠? 젊은이들의 삶이 행복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아기는 말하지 않아도 갖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그런 개인적인 문제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는 합리주의자, 멘탈이 센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인터뷰로 논란이 있었을 때도 마음고생을 전혀 안 했다고 말했다. 멘탈이 센 걸까? “멘탈이 센 게 아니라 그런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에요.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거죠. 내 인터뷰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건 그 사람 의견일 뿐이에요. 멘탈이 센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죠. 결국 탄핵까지 갈 이런 상황은 못 견뎌하는 게 정상이에요. 그 정도의 멘탈이 되려면 합리성이 결여돼야 해요.” 합리적 엘리트주의를 지지하고 여성의 성 역할론을 당연시한다는 점에서 그는 보수주의와 통하는 게 있다. 그러나 동성애, 페미니즘, 심지어 마약 문제까지 관용적으로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한국의 전통적 보수주의와 갈릴 수밖에 없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그 때문에 한국 정치 현실에서는 경계인이 될 수밖에 없는 함익병은 과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현실 정치에 반영할 수 있을까?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그의 기질이 만들 작은 도전이 우리 정치 현실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흥미롭게 지켜보게 될 것 같다.
- 2017-01-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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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동 변호사의 이혼과 법률]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남이 건드렸다면?
- 사례 A와 B는 1992년 10월 19일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 부부로 살아왔다. 그러나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불화를 겪었다. 아내 B는 남편 A로부터 “우리는 부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2004년 2월경 가출하여 별거를 하기 시작했다. A는 그 후 B를 설득하려는 별다른 노력 없이 B를 비난하면서 지내왔다. 결국 B는 2008년 4월 29일 A를 상대로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해 2008년 9월 26일 이혼판결을 받았다. 이에 A가 항소하였고 2008년 11월 26일 B를 상대로 소위 맞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2010년 6월 18일 항소심에서 “B와 A는 이혼하고, A의 소송과 B의 맞소송에서 청구된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2010년 9월 30일 A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C는 2006년 봄 등산모임에서 B를 알게 되어 연락을 주고받고 금전 거래를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왔는데, 위 이혼소송 항소심(2심)이 진행 중이던 2009년 1월 29일 밤 B의 집에서 B와 애무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하다가 당시 밖에 있던 A가 출입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그만두었다. A는 C를 상대로 “B가 A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성적 행위를 했으므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 이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를 C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의 청구는 인정될까.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진다(민법 제826조). 이러한 동거의무 내지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는 부정(不淨)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성적(性的) 성실의무와 직결된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배우자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면 그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부부 중 어느 한 사람과 부정행위를 한 제3자도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함으로써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부부 중 어느 한쪽과 제3자가 부담하는 책임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할 책임으로서 손해배상액에 대해 모두 책임이 있다. 위와 같은 사례에 대해 대법원은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경우, 제3자가 부부 중 어느 한쪽과 성적인 행위를 했다면 배우자에 대해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러한 법률관계는 재판상 이혼청구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나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다. 즉 재판상 이혼이 시작되어 끝나지 아니한 상태거나 아직 이혼이 청구되지 않은 상태라도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라면 제3자가 부부 중 어느 한쪽과 성적 행위를 했다고 해서 제3자의 배우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C는 A에게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정서상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아무리 혼인이 파탄상태라 해도 법률상으로는 부부관계인데, 이혼 이전에 다른 사람과 성적 행위 등을 한 것이 불법행위가 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대법관도 위의 판단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 2016-06-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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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퇴직금도 이혼시 재산분할 대상
- 이혼시 배우가가 미래에 받을 퇴직금과 퇴직연금도 재산분할대상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교사 A(44)씨가 연구원 남편 B(44)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16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연금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으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결정했던 기존 판례를 깨고 미래에 받게 될 금액도 이혼할 때 나눠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14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2010년 남편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남편은 항소심에서 아내가 앞으로 받게 될 퇴직금도 나눠달라고 주장했다. 아내의 퇴직금은 1억원, 남편의 퇴직금은 4000만원 가량이었다. 항소심은 미래의 퇴직금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과거 판례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지난달 공개변론을 열었다.
- 2014-07-1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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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고] 이계환씨 별세 - 이철씨 부친상
- ▲이계환(前 광주무등중 교사)씨 별세, 이철(전남대 불문과 교수)ㆍ상훈(대법관)ㆍ광범(변호사)씨 부친상=30일 오전 광주 운암한국병원, 발인 1일 오전, 062-528-4443
- 2014-03-31 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