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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렇대. 우리 나이가 한참 늙느라 바쁜 나이래. 여기저기 삐거덕거리면서
고장 나는 데 생기고, 마음은 공허하고. 살아 뭣하나, 싶은 나이라는 건데. 그게 당연한
마음이라니까 너무 난감해하지 마.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49p
‘피하고 싶은, 그러나 엄존하는 세계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가’(제9회 김현문학패 심사평) 김이설의 신작 소설이 출간됐다. 2006년 등단 이후 18년간 꾸준히 ‘나쁜 피’, ‘환영’, ‘선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과 가족에 대해 질문해온 그가 이번에는 50대를 앞둔 난주, 미경, 정은, 세 친구의 강릉 여행을 통해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난주, 미경, 정은은 1975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오랜 친구지만 각자 사느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했다. 사는 거리가 먼 만큼 마음도 멀어진 무렵이었다. 매번 여행 한번 가자는 말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올해 강릉에 가자고 한 건 난주였다. 늘 그렇듯 말뿐일 게 뻔했다. 혼자 노모를 모시는 미경은 하루 시간 빼는 것도 쉽지 않다. 모두 속으로는 올해도 여행은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데, 불쑥 미경이 “가자!”고 호응한다.
강릉 여행을 떠나기로 한 당일, 세 친구는 서울역에서 만난다. 강릉 여행은 스물넷 이후 25년 만이고, 셋이 다 함께 모인 건 난주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7년 만이었다. 낯선 것도 잠시, “왜 이렇게 부었어? 살찐 거야, 아픈 거야?”, “넌 왜 이렇게 늙었니?”라며 서로 장난스럽게 안부를 주고받는다. X세대, 신세대, 수능 0세대. 한때 이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싱그럽고 통통 튀고 정의할 수 없는 젊음 그 자체로 예쁜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이제 요실금과 고혈압, 탈모 등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고 있다.
세 명은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의 펜션을 잡고, 여행 내내 잔뜩 먹고 마신다.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순두부, 장칼국수를 먹거나 허난설헌의 생가도 가고, 커피도 여섯 잔씩 시켜 나눠 마시고, 질리도록 술을 마신다. 이렇게 셋이 모이는 날이 또 없을 거라는 듯 최선을 다해 즐긴다. 그간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부딪치는 구석도 많다.
기혼인 난주, 정은과 미혼인 미경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고, 투잡을 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정은과 상대적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전업주부인 난주는 자주 투덕거린다. 싸움을 푸는 방식은 간단하다. 마시고, 웃고, 푼다. 술 한잔에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누다 보면 당장 해결되는 것이 없더라도 괜찮다. 이들의 여행 또한 술 한잔과 같다. 앞으로 똑같은 삶이 반복돼도 버틸 수 있는 잠시의 안도, 찰나의 틈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을 견디며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김이설 작가의 사이
“5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생각보다 없어요. 각자의 세계와 인생이 있을 텐데 그저 엄마, 아줌마, 며느리, 딸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표지 속 거위처럼 시끄럽고 우악스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는 2023년 6월 초, 김이설 작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하나에서부터 시작됐다. 무료 소설 연재를 구독할 독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을까지 경장편소설을 마감하려면 스스로를 강제해 진도를 내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신청자들의 메일 주소로 매주 1회씩, 원고지 30매 분량을 전송하는 ‘소설가의 생초고 메일링’,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원동력이었단다.
“재앙이 매주 제법 많은 양의 원고를 써야 하는 저에게 해당하는 말인지, 정리 안 된 소설을 읽게 될 메일링을 신청한 분들인지 모호했지만 일단 썼어요. 어떤 노래를 들으며 무슨 마음으로 작업했는지도 함께요. 응원과 애정이 담긴 답장은 물론, 바다 사진을 꾸준히 보내기도 하셨어요. 두 번의 펑크를 내면서도 ‘무리하지 마라, 그저 기다리겠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3개월 동안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강릉으로 떠난 중년 여성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의 주인공 난주와 정은, 미경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공감 가는 구석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했다. 노안이 찾아왔지만 ‘안 보면 안 봤지, 돋보기라니’라며 마지막 자존심을 부리거나, 자녀들이 독립할 시기에 빈둥지증후군을 겪고, 요실금이 의심되는 상황에도 병원 가는 것을 미루는 등 낯선 몸, 낯선 자신을 만나며 혼란을 겪는다.
“50대가 되면 몸 여기저기가 하나씩 고장 나지만 마음은 여전히 설익은 상태인 것 같아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때랄까. 아직 힘은 있는데, 40대보다는 ‘쓸모’라는 영역에서 다소 밀려났다고도 느껴요. 우울하고 주눅이 들죠. 하지만 다들 각자만의 큰 세계가 있었을 거예요. 그걸 풀어내고 싶어도 세상이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겁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그걸 한꺼번에 터뜨리려니 목소리가 커지는 게 아닐까요. 난주와 정은이, 미경이 같은 ‘아줌마’들은 쓸쓸함을 견뎌내고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중인 거예요.”
“세상에 안 힘든 이십대가 어딨니? 이십대는 그냥 이십대인 것만으로 힘든 거야.”
미경은 끝을 내지 못했던 학생운동과 이뤄질 수 없었던 성희 언니와의 관계를,
정은은 일도 연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세상의 패자가 된 기분에 빠졌던 나날을,
난주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 아줌마로 전락해버렸던 시절을 떠올렸다.
셋은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97p
삐거덕거리는 몸과 마음을 안고 세 친구는 강릉으로 떠난다. 김 작가는 강릉이라는 지명 자체가 동년배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생각에 배경지로 선정했다고 한다. 1970년대 대학가에 MT 문화가 퍼지면서 강원도는 그 시절 학생들에게 낭만의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강릉은 세 친구의 젊은 시절이 켜켜이 쌓인 상징적인 곳입니다. 저 역시 처음으로 부모님을 속이고 첫사랑과 여행한 곳이에요. 소설의 원제도 ‘강릉에 가자’였어요.”
등장인물들은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카페를 찾거나, 관광지를 들르려 애쓰지 않는다. 안목해변 주변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순간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 와중에도 빠지지 않는 건 술이다. 과거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과 오해, 깊어진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다투지만, 담백한 건배와 함께 목구멍으로 털어 넘긴다.
“여행 왔다는 것 자체가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잖아요. 술에 잔뜩 취해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들이 인연을 이어온 25년이 짧은 시간이 아닌 데다 처한 환경이 너무도 다르니 적당히 술 한잔으로 흘려보내는 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방법이겠죠. 그래야 아프고 잊고 싶던 기억 위로 이번 여행이 씌워질 테고, 또 살아가니까요.”
앞으로 안도할 우리
김이설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달라져 있는 인생을 알아차리게 된다’(110p)는 강릉의 커피 명장 박이추 선생의 말을 빌렸다.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면서 사회적인 위치까지 공고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고단하더라도, 살다 보면 지나고 보면 결국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단다.
“흔히들 특정 시절이 가장 찬란했다 말하지만 지나고 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거든요. 실수했던 순간이 자꾸 생각나고 숨고 싶어져도 어느 날부터는 되레 아름답게 여겨져요. 한동안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글을 전혀 못 읽고 못 쓰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극복했지만요. 작가에게 그건 죽음과 같은 건데요, 등단하고 10년 동안 육아와 원고 작업을 병행했더니 지쳤던 것 같아요.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면 날카롭고 거칠던 문체가 둥글둥글하고 편해졌어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안도하고 감사하면서 계속 쓰다 보면 모르는 새 영글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쓸쓸함도 곧 잦아들기를 바라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영화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이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며 언급해 더 널리 알려졌다.
소비자와 브랜드가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딩’ 세계에서도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처럼 개인의 가치관이 녹아든 ‘스몰브랜드’(Small Brand, 작은 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몰브랜드를 정의하는 기준은 뭘까? 매출 규모, 직원 수, 공간 크기, 판매하는 제품 수 등 우리가 숫자로 볼 수 있는 것들은 기준이 아니다. 스몰브랜드라는 용어는 아직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브랜드’라고 정의한다.
왜 스몰브랜드인가?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로 짐 잘 싸는 사람’으로 소문나 황후의 전담 패커까지 되었다가 여행 가방 전문 브랜드를 만든 것,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시작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해 최근에는 중년들도 즐겨 찾는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누구나 스몰브랜드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창업 시장에서 스몰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소비의 개인화, 가치 소비, 1인 가구 증가, 취향의 다양성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1인 가구가 늘었고, 개인의 삶과 취향이 다양해졌으며, 브랜드의 철학을 보고 소비하는 것이 곧 나를 나타내는 시대가 되었다. 이청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 사무관은 “우리나라에서 기술 창업이 중요하게 언급되지만, 최근 비기술 창업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과거에는 ‘창업’이라면 은퇴 후 아버님들이 치킨집 차리는 걸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가치를 반영한 창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스몰브랜드를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철학’, 그리고 ‘나다움’이다. 전문가들은 창업이 ‘먹고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이런 현상이 스몰브랜드로 표현되는 셈이다. 작은 브랜드 전문 컨설팅 회사 ‘스몰브랜더’의 최용경 공동대표는 “과거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벤처기업과 혼용되어 쓰이다가 이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된 것처럼, 앞으로 스몰브랜드도 용어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했다.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 발전은 ‘스몰브랜드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이청수 사무관은 “산업혁명 이전이 소상공인 시대였다면 4차 산업혁명, 그러니까 디지털 혁명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전이 개인화 생산 시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신애 스몰브랜더 공동대표도 다양한 디지털 도구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SNS 환경이 크리에이터를 등장시켰고, 디지털 마케팅 도구를 활용해 내가 브랜드가 돼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무척 쉬워졌다”면서 “생산부터 고객 소통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봤다. 이제는 ‘작은 브랜드 창업’이라는 키워드로 강의나 동아리도 생겨나는 추세다.
‘나=브랜드’라는 공식은 진정성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스몰브랜드의 진정성에 지갑을 연다. 김신애·최용경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가 창업 시장에서 ‘스몰브랜드’로 거듭날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본다. 최 대표는 “‘강한소상공인’처럼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중장년이 많고, 장년을 위한 지원이 마련되어 있다. 인생의 과업을 많이 지나온 중장년이 이 시장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젊은 친구들보다 더 유리할 것이라 본다. 지금까지는 젊은 세대가 스몰브랜드 시장을 주도했지만, 은퇴 후 자본과 시간이 있고 교육에 적극적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더 적합한 것이 스몰브랜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몰브랜드 꿈꾼다면
성공한 스몰브랜드의 특징은 △창업자의 가치관을 따른다 △단순 판매에 집착하지 않는다 △브랜드 문화를 즐기게 한다 △팬덤이 확고하다 △정성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창업가로서 스몰브랜드를 꿈꾼다면 다음 다섯 가지를 유념하자.
첫째, ‘자기다움’을 끈질기게 파고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와 같이 나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창업자의 ‘나다움’이 브랜드의 방향성과 일치하거나 최소한 비슷한 결이어야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스몰브랜드 핵심 가치인 ‘진정성’도 전달될 수 있다.
둘째, 이야기를 전한다. 창업자의 일상도 좋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좋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나와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보자. 실패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 변화하는 모습도 소비자에게는 메시지가 된다. 만약 자신이 전면에 나서는 게 어렵다면 페르소나(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를 설정하자. 브랜드를 나타내는 캐릭터를 만들어도 좋다. 초창기 캐릭터와 3년 뒤 캐릭터가 달라지는 과정조차 브랜드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셋째, 꾸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매일’ 이야기를 전하라고 조언한다. 혹은 나만 볼 수 있는 공간에 기록이라도 해두어야 한다. 이 기록이 쌓여 브랜드 역사가 된다.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짬을 내어 나의 브랜딩 과정을 아카이빙하자. 중요한 건 ‘꾸준히’ 하는 것이다.
넷째, 팬과 소통한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나의 브랜드 성장을 응원하고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팬덤이 생긴다. 스몰브랜드에게 ‘팬’은 브랜드의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든든한 지원군으로 뗄 수 없는 존재다. 팬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은 브랜드의 ‘신뢰 자본’이 되어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될 기반이 된다.
다섯째, 작게 시작한다. ‘적어도 누군가의 연봉만큼은 벌어야지’ 같은 기준보다 나만의 작은 기준을 세워 시작하자. ‘나는 하루에 딱 30개만 팔 거야’라고 규모를 정하는 것조차 스몰브랜드의 가치가 될 수 있다.
스몰브랜드를 꿈꾸는 중장년에게 김신애·최용경 스몰브랜더 공동대표는 위의 다섯 가지 외에 다음의 조언을 덧붙였다. “아마 ‘나 은퇴하고 창업할 거야’라고 말하면 10명 중 9명은 말릴 거예요. 스몰브랜드를 만들겠다 마음먹었다면, 주변 지인들의 말에는 잠시 귀를 닫고 업계 사람들 혹은 전문가들과 소통하길 바랍니다. 스몰브랜드 대표가 된다는 건 누구나 처음 해보는 일일 거예요. 브랜드를 만든다는 거창한 생각보다 그냥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면 성공 확률도 높아질 겁니다.”
◇스몰브랜드를 위한 지원 사업
브랜드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즉 나만의 독창성이다. 나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기도 하다. 스몰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지원 사업을 소개한다.
네이버 프로젝트 꽃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중소 상공인과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온·오프라인 지원 사업 및 ‘네이버 SME 브랜드’ 등 성장 프로그램이 시기별로 진행된다. 프로그램 참여 공지는 네이버 공식 블로그 ‘NAVER DIARY’를 참고하자. 교육을 받고 싶다면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도 활용해볼 수 있다.
배민 아카데미
외식업에 초점을 맞춘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정기 교육과 1일 교육을 선택할 수 있고, 시기별 집중 교육도 진행된다. 온라인 영상 교육과 다른 사장님들의 사례도 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사업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행하는 지원 프로그램. 라이프스타일, 로컬 브랜드, 글로벌 세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초기 창업자보다는 창업 후 유지 기간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에 활용하기 좋다. 초기 창업자라면 초기 창업 패키지 등의 사업을 이용해보자.
◇사례로 보는 스몰브랜드
대표적인 스몰브랜드 사례를 소개한다. 브랜드별 이야기와 가치관, 그들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 등을 보며 나의 스몰브랜드를 상상해보자.
바다가 허락한 만큼, 동해형씨
동해형씨는 반려동물 수산물 간식 전문 몰이다. 반려동물 식품 중에서도 수산물에 집중한 사례로, 국내산 수산물을 원재료 그대로 쓴다는 특징을 강조한다. 체중 조절이 필요한 반려견이나 건강한 단백질 식품이 필요한 노령견 가족들이 동해형씨의 팬이 되었고, 이제는 해외 진출까지 준비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동해형씨는 “3년의 기획과 1년의 준비기간, 6개월 이상의 정리로 브랜드가 탄생했다”면서 “‘작은 것에도 정성을 다해야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중용 23장’의 글귀를 믿는다”는 가치를 전한다.
청춘의 여신, 헤베더유스
헤베더유스는 가슴 사이즈가 B컵 이상인 여성을 위한 브래지어를 만드는 브랜드다. 회사에서 중요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중 꽉 끼는 속옷에 숨이 막혔던 경험을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다. 이렇듯 ‘개인의 불편함’에서 창업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헤베더유스는 제품 출시 전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9개월간의 시장조사와 제품 개발로 첫 판매부터 6000만 원의 펀딩 매출을 달성했다. 이제는 한국 여성의 15%에 해당하는 “큰 컵 여성들을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 아름답게 해줄, 오래 그리고 자주 손길이 닿는” 속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됐다.
제주 로컬 브랜드, 한림수직
한림수직은 1959년 아일랜드에서 온 신부가 설립한 제주 로컬 의류 브랜드다. 성이시돌 목장에서 자란 양의 양모를 채취해 뜨개질로 만든 니트인데, 품질이 너무 좋아 대대로 물려주는 니트로 유명하다. 요즘은 빈티지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될 정도. 중국산 양털이 등장하며 사라진 브랜드인데,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와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가 2021년부터 ‘한림수직 재생 프로젝트’로 상품을 복원하고 ‘장인니팅스쿨’로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제주 여성의 자립을 도왔다는 한림수직만의 특별한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한림수직의 부활을 응원하고 있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
문구류에서 시작해 NFT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오롤리데이는 고객을 ‘해피어’, 브랜드 캐릭터를 ‘못난이’라 부르며 ‘행복을 판다’는 세계관을 쌓은 브랜드다. 오롤리데이 대표가 개인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며 ‘롤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간 것에서 출발했다. ‘찐팬’들이 모이면서 오롤리데이의 ‘디자인 도용 사건’까지 함께 해결했다. 브랜드 커뮤니티 구축의 교과서라 불리는 오롤리데이는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다정한 제품을 만든다”는 모토로 진심을 전하고 있다.
참고 도서 ‘작지만 큰 브랜드’(우승우 외 3인 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지침서: 스몰브랜드북’ (김시내·최용경 저)
1
이승철 전국투어 콘서트
★7월 창원, 경산, 대전, 인천에서
‘라이브 황제’ 이승철의 콘서트가 계속된다. 3년 만에 발매한 신곡 ‘비가 와’ 발매 기념인 전국투어는 12월까지 이어진다.
2
책읽는 서울광장
★잔디광장에서 7월 4일부터 28일까지
‘야외밤 도서관’이 찾아온다. 서울도서관이 큐레이션한 5000권의 테마도서를 자유롭게 빌려 읽을 수 있다.
3
화담숲 여름 수국 축제
★화담숲에서 8월 27일까지
생태수목원 화담숲이 여름 수국 축제를 진행한다. 100여 품종의 7만여 본의 다채로운 수국을 만끽할 수 있다.
4
대구 치맥 페스티벌
★두류공원에서 7월 3일부터 7일까지
대한민국 치킨산업의 중심, 대구에서 치킨과 맥주를 테마로 한 페스티벌이 열린다. 맥주를 즐기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5
2024 서울 동행 인문학 콘서트
★김혼비, 곽정은, 정재찬 무료 특강
7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인문학이 찾아온다. 싱잉볼 마음챙김 명상부터 명사 특강까지. 진행은 임지은 작가가 맡는다.
는 노인 인식을 개선하고 세대 갈등을 해소할 여러분들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에디터 조형애 디자인 유영현
당뇨병 위험군 2000만 명 시대, 혈액 속 당의 습격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혈당 다이어트, 혈당 스파이크 등 혈당 관련 언급이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절반은 당뇨병인 줄도 모르고, 알아도 절반은 치료에 나서지 않는다. 혈당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우리는 왜 여전히 당뇨병에 대해 잘 모르는 걸까?
당뇨병에서 대표적으로 필요하다 여기는 것이 ‘혈당 관리’다. 하지만 최근 높아지고 있는 혈당 관리에 대한 관심은 당뇨병 때문이 아니다. 다이어트 때문이다. 특히 혈당 스파이크 다이어트가 관심을 받으면서 혈당 스파이크, 혈당 스파이크 관리, 혈당 스파이크 주의, 혈당 스파이크 없는 식사, 혈당 스파이크 증상 등의 검색량도 증가했다. 어쩌다 우리는 혈당에 집중하게 됐을까?
◇비만 주의보
최근 사람들이 혈당 관리에 열을 올리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늘었다. 2012~2020년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2012년 11.8%에서 2020년 16.7%로 크게 늘었으며, 앞으로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이며, 당뇨병 전 단계는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40%가 당뇨병 위험군이라는 수치에, 미디어에서는 관련 콘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 출시로 혈당 스파이크, 혈당 변동성에 대한 내용이 매체에 많이 노출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다”고 짚었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해 ‘유병장수 시대’가 온다니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자연스레 건강한 식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당’에 관한 콘텐츠도 많아졌다.
생활 습관병이라고도 불리는 당뇨병의 주요 유발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 인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다. 김두만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대인의 식습관 변화와 운동 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었고, 이는 당뇨병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라며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 환경도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혈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유통업계에서는 ‘제로 슈거’, ‘무가당’ 같은 저당 제품을 쏟아냈고, 자연스레 ‘당이 적게 함유된 음식’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그만큼 ‘당뇨병’과 ‘혈당’이라는 말을 더 쉽게 접하게 된 셈이다.
결국 고열량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나며 열량 섭취를 많이 하게 돼 살이 찌고, 당뇨병을 비롯한 합병증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자 식사를 통한 열량 섭취 조절이 체중 관리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 당뇨병과 체중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해당하는 2형 당뇨병(1형 당뇨병은 2% 미만) 환자의 절반 이상은 과체중이거나 비만증을 가지고 있다. 당뇨병 초기에 식사·운동 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키우면 당뇨병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김두만 교수는 “섭취 열량 조절은 혈당 조절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괜찮겠지!
혈당 조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당뇨병 자체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인지율은 50% 수준이며, 당뇨병 환자 중 치료하는 사람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의 절반이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알아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지 않는다. 이는 당뇨병 초기에 고혈당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거나, 증상이 있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당뇨병 환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특별히 당뇨병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슐린은 각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혈액 내 당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기능하지 못하면 흡수한 포도당이 체내에서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여 소변으로 나오는 상태를 당뇨병이라 한다.
대개 공복혈당 126mg/dL 이상, 식후(포도당 75g을 복용한 뒤) 2시간 혈당 200mg/dL 이상,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대부분 건강검진을 할 때 공복 상태에서 채혈해 공복혈당 수치만 확인하는데, 정확한 진단을 받으려면 당화혈색소, 경구포도당 내성검사 등의 선별검사를 해야 한다.
한편 당뇨병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오해로 진단 자체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이 있다고 해서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거나 당뇨병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진행되는 질환이기에 평생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당뇨병은 그 자체보다 동반되는 합병증이 위험하기 때문에 당뇨병의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합병증은 크게 급성 합병증과 만성 합병증으로 나뉜다. 고혈당증과 저혈당증은 급성으로, 미세혈관합병증과 대혈관합병증은 만성으로 본다.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신경병증, 망막증, 족부합병증 등이 합병증에 포함된다.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혈압, 콜레스테롤 등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혈당 조절에만 집중하거나, 필요한 약물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생활 습관만 바꾸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생활 습관 개선, 적절한 치료 병행, 합병증 위험인자 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술 마시면 안 되나요? 군것질도 안 되고요? 찌개는요? 과일은요? 탄수화물도 안 된다고요? 그럼, 뭘 먹어야 하죠?”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라고 하니,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이런 질문이 쏟아진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데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이고,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거나 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고 해야 하느냐다.
당뇨병 환자의 식사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세 번 규칙적으로 적정량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침을 거르면 안 된다. 또한 단백질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것이 좋은데, 혈당을 낮추기 위해서는 섬유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과 지방 순서로 먹으면 좋다.
고구마·떡 같은 탄수화물 식품은 간식이 아니라 식사 대용으로 먹고, 라면은 생면이나 건면으로 수프를 반만 넣어서 먹으면 괜찮다. 과일 역시 무엇을 먹을까보다 하루 1~2회 총 200g 정도 섭취하는 게 좋다. 과일 음료나 이온 음료 등은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을 권한다.
아마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 술일 것이다. 당뇨병 환자라면 일주일에 한 번 1~2잔 정도가 적당하다지만, 양이나 횟수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금주를 추천한다. 특히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섭취 열량을 높이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 좋지 않다. 그렇다고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저혈당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이든 관건은 ‘너무 과하게’ 먹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
운동 역시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운동은 혈당 조절뿐 아니라 혈압, 콜레스테롤을 관리하고 비만을 개선해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하루 30분, 최소 이틀에 한 번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월·화·수 운동하고 나머지 요일을 쉬는 것보다 월·수·금 운동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만일 30분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10분씩 나누어 해도 된다. 약간 숨이 차거나 속옷이 조금 젖을 정도의 강도로 해야 도움이 된다.
다만 저혈당증이 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새벽 공복 운동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운동 시작 전 혈당을 확인해 90mg/dL보다 낮다면 탄수화물을 먹고 운동하기를 권하며, 고혈당이라면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공복혈당은 괜찮은데 식후혈당이 많이 올라간다면 식후에 운동하는 것이 좋겠다. 식사 1~3시간 후에 운동하고, 운동 전 인슐린이나 약제 용량은 줄이는 것이 좋다.
◇살 빠지는 약?
최근 다이어트로 혈당 관리가 주목받은 것처럼, 살 빠지는 약으로 당뇨 치료제가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 위고비, 오젬픽 등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비만 치료제가 인기를 끌면서 품절 사태를 겪었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 비만 치료제로 사용된 약이다. 실제로 당뇨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 중 일부는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SGLT2 억제제는 당분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데, 하루 약 200~300kcal의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삭센다는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춘다. 위장의 연동 운동을 저하시켜 소화 흡수 속도를 늦추며 식욕을 억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당뇨병 완치를 목표로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줄기세포로 손상된 췌장 베타 세포를 재생하거나 새로운 베타 세포를 만들어 인슐린 분비를 회복시키는 것인데, 인슐린을 생성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당뇨병 완치도 요원한 일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머나먼 일이다. 또 약물치료로 혈당 조절 및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당뇨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약물 및 인슐린 주사 치료, 생활 습관 개선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답”이라고.
도움말 박세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홍보위원회 간사), 김두만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한국당뇨협회 부회장)
참고 도서 ‘당뇨병의 정석’(대한당뇨병학회 지음)
베스트셀러 도서, '바다 100층짜리 집'이 가족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린 시리즈로, 출간 15주년, 최근 6번째 신간이 나오면서 국내에서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세계 최초로 창작되는 뮤지컬이다. 유람선을 타고 여행 중이던 소녀가 사랑하는 인형 콩이를 바다에 빠뜨리며, 콩이가 소녀를 만나기 위해 바다 100층짜리 집을 여행하며 펼쳐지는 바다 속 판타지와 어드벤처가 담긴 진정한 성장 로드 가족뮤지컬이다.
원작 도서 작가이자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와이 도시오’의 방한이 확정된 것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내달 13일 토요일에는 ‘이와이 도시오’가 공연장을 직접 찾아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사인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이 도시오’는 100층짜리집 시리즈 원작자로 국내에 알려져 있지만, 지브리박물관의 줄넘기 뛰는 토토로로 알려진 이웃집 토토로 스트로보스코프 작품에도 관여하는 등 게임, 인터렉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며, 아스 일렉트로니카 그랑프리 수상 등 다양한 미디어 아티스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머시브 뮤지컬로 제작되는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 공연 중 등장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의 객석플레이와 사전 엽서 이벤트를 통해 극 중 당첨되면 선물도 받으며 공연장 로비에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공연 전후로 다양하게 관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아트큐브 컴퍼니 엄윤기 대표는 “보통은 공연만 보고 바로 가기 바쁘셨지만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공연 전, 후 그리고 공연내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연을 포함하여 2시간 이상은 충분히 사진도 찍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새로운 경험들을 꼭 느껴보시길 권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7월 6일부터 8월 15일까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공연하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인공지능(AI)이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 인간 고유의 재능으로 여겨졌던 ‘창작’이라는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AI가 더욱 고도화될 거라는 건 정해진 미래다. 사람들이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 고민할 때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변호사가 있다. 아니, 그는 소설가다.
장편소설 ‘밤의, 소설가’는 “AI와 공동 집필에 몰두했던 소설가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상징적 죽음’이라는 평을 내놨다. AI의 발달로 인간 고유의 영역을 빼앗기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위태로운 저자의 지위’와 ‘왜 창작하는가’ 같은 뿌리에 가까운 질문이 담겨 있다. 저자 조광희 변호사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됐을까?
영화에서 소설까지 ‘올라운더’
법무법인 원에서 근무하는 조광희 변호사는 ‘올라운더’라 불린다. 올라운더는 스포츠 등에서 모든 역할을 골고루 하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로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 별명이 이해가 된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영화사 봄의 대표이사를 지내며 ‘밤과 낮’, ‘해변의 여인’, ‘멋진 하루’ 등을 제작했다. 그리고 선거캠프에서 세 차례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씨네21’, ‘한겨레’, ‘경향신문’의 칼럼니스트로 글을 썼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2003년에는 영화인들의 필독서로 유명한 ‘영화인들을 위한 법률가이드’를 펴냈다. 이후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 산문집 한 권과 ‘리셋’, ‘인간의 법정’, ‘밤의, 소설가’까지 세 권의 소설을 냈다. 이뿐인가. 소설 ‘인간의 법정’은 뮤지컬로도 제작됐는데, 조 변호사는 이 뮤지컬의 각본까지 맡아 각본가로도 데뷔했다.
“변호사 일은 30년째 하고 있어요.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주로 합니다. ‘평판 관리’라고 하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분야도 담당하고요.”
이 정도 이력이면 작가로 전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조 변호사는 변호사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전업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이유죠.(웃음) 두 번째로 변호사는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일이 결국 소설의 토양이 됩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버스에서 설계하는 소설
조광희 변호사는 뮤지컬 각본 작업도 소설 집필도 변호사 일을 하며 병행했다. 무척 바쁜 일상이었을 텐데 어떻게 일의 균형을 잡았을까? 작품들이 그의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은 소설을 쓰는 그의 방식과도 관련 있었다. 조 변호사는 ‘필 꽂히는’ 대로 써 내려가면서 수정을 거듭하기보다, 처음부터 구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한 뒤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소설을 설계하는 셈이다.
“처음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아이디어와 콘셉트 차원에서 생각합니다. ‘밤의, 소설가’는 ‘10여 년 전 알았던 여성이 소설가가 돼 법률사무소에 나타나 일을 맡긴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어요. 아이디어는 버스 타고 출퇴근할 때, 산책할 때,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실 때 등 일상에서 떠올리는 편입니다.”
다음으로 시놉시스를 쓰고 트리트먼트를 만든다.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조 변호사는 영화에서 쓰는 개념을 가져와 설명했다.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역시 산책하다가 휴대폰에 메모하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성하는 방식으로 채워나간다.
“시놉시스는 한 페이지 정도의 줄거리를 쓰는 일이에요. 인물과 사건을 그럴듯한 구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페이지지만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시놉시스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20~30장짜리 트리트먼트를 씁니다. 좀 더 자세한 줄거리죠. 인물이나 사건 설명이 더 상세하게 나와야 합니다. 저는 트리트먼트 작업을 할 때 챕터를 나누어서 써요. 트리트먼트가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셈이에요. 여기까지 완성되면 이제 조금은 기계적인 작업이 됩니다. 살을 붙이는 과정이죠. 이때는 책상에 딱 붙어 앉아 쓰는데요. 주로 집에서 하지만 자주 가는 카페도 있고, 어떤 때는 2~3일 정도 여행을 떠나 작업하기도 합니다.”
소설을 처음부터 설계한다는 건 꽤나 논리적인 작업이다. 변호사라는 그의 직업적 특성이 소설 쓰기에도 반영된 듯한 방식이다. 하지만 ‘밤의, 소설가’는 기존과는 좀 다르게 완성됐다. 처음에는 한 문예지에서 작품 요청을 받아 쓰게 됐는데, AI는 비서 역할로만 등장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품을 완성한 후 문우들과 대화하다가 생각이 확장됐다.
“발상의 전환이 되면서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이라는 주제까지 다루게 됐어요. 소설 속에 소설 집필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는 일종의 메타 소설이 된 셈인데요. AI에게 창작의 영토를 빼앗기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러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고요.”
‘왜 사는가’에 대한 고찰
AI ‘레비’와 함께 소설을 써 내려가던 소설가 건우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조광희 변호사가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을 만나게 된다. ‘저자의 위태로움’이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지만, 동시에 ‘대중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요즘 사람들은 고전문학을 잘 안 읽잖아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쓰면 달콤한 글만 쓰게 되죠. 저자라는 지위 자체가 위태롭다고 보는 지점이에요. 그걸 AI가 가속화하는 거죠. 심지어 AI와 소설 쓰기를 경쟁합니다.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 AI라니, 그렇다면 저자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에 빠지게 되겠죠. 차라리 AI에 기대는 노예가 될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벌써 AI는 단순노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변호사 업무에도 쓰이니 말이다. 조광희 변호사가 처음 변호사가 됐을 때만 해도 판례가 전산화되지 않아 법원도서관에서 종이 파일을 뒤져야 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든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AI에게 말하면 대신 검색해줄 수 있는 지경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로 AI가 영문 계약서를 번역해주는 일은 제법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소설 속 소설가는 AI와 소설 쓰기에 관해 경쟁하지만 현실에서는 변호사가 AI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소송 기록을 주면 논점이 뭔지 분석해내는 것까지 AI가 해낼 거예요. 그렇다면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재판에서 어떻게 전략적인 접근을 할 것인가, 법정에서 증인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아닌가 등의 인간적이고 섬세한 일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뀔 거라 봅니다. ‘일’이라는 영역에 AI가 계속 침식해 들어오니까요. 결국 인간은 어떤 일을 도대체 ‘왜’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예술, 문학, 바둑, 체스 등 많은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창조성과 지적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조광희 변호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에 도달하리라는 희망을 AI라는 존재가 단 몇 초 만에 허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을 왜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에 빠지게 돼요. 그걸 고민하다 보면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까지 이어지겠죠.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행위가 단순히 책을 팔고자 하는 일은 아닙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로 토로해내는 일종의 쾌감과도 연관된 일이거든요. 자신의 미학적인 정열 때문에 글을 쓰는 건데, AI가 소설을 더 잘 써내는 시대가 온다면 미학적인 쾌감을 빼앗기는 거죠.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위협받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
조광희 변호사의 이런 고찰과 경험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첫 소설 ‘리셋’은 주인공인 변호사 강동호가 현직 서울시장의 의뢰를 받아 미스터리한 정치적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돈과 권력, 그것을 쫓는 정치 세력 간의 블랙 커넥션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을 테다.
두 번째 소설 ‘인간의 법정’은 주인을 살해한 AI ‘아오’가 재판을 받는 이야기다. AI와 인간의 관계, 생명과 소수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제시한다. 이 책이 뮤지컬로 탄생한 것은 뮤지컬 ‘그날들’을 작업했던 장소영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영화 각본처럼 썼고, 장 감독의 도움으로 극에 맞춰 수정을 거듭해 완성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시를 습작했던 경험이 아리아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됐고, 영화사 대표로 일하며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를 본 것이 체득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도 반영됐다.
세 번째 소설 ‘밤의, 소설가’는 두 번째 소설을 쓰면서 AI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던 것이 도움이 됐다. 어느 정도 AI에 대해 학습되어 있었기에 이야기를 확대해갈 수 있었다.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소설 ‘도시의 은자’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다.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자신은 정작 숨어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다.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다. 영화감독인 동료 변호사와 함께 드라마 기획을 완성하고 대본을 쓰고 있다. ‘올라운더’의 면모가 돋보이는 행보다. 분야가 무엇이든 그가 만드는 작품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다. 아니,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기작들에도 역시 변호사가 나올 것 같다. 그는 “꼭 변호사를 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경험과 인생관을 녹인 캐릭터를 고민한다면 “변호사가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높겠다”며 웃었다. 어쩌면 ‘변호사’라는 등장인물이 그의 상징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소설 쓰는 변호사 조광희가 있고, 그 소설 속에서 변호사이면서 뮤지컬을 만드는 인물이 있고, 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에서 변호사를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 것만 같다. 마치 ‘밤의, 소설가’ 작가의 말에 그가 남긴 말처럼.
여기 ‘밤의, 소설가’를 쓰는 조광희가 있다. 소설 ‘밤의, 소설가’에도 소설을 쓰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쓰는 소설 속에서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여자도 있다. 소설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에서도 주인공인 여자가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밤의, 소설가’ 中
최근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행전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앞질렀다. 독거노인 또한 늘고 있다. 1인 세대 가운데 70대 이상 비율이 가장 높다. 혼자 사는 사람 5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이제 ‘안전한 나이 듦’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됐다. 나이 들수록 신체적, 심리적 원인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에 따른 국민의 노후 생활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건강한 삶, 행복한 인생’을 주제로 홈케어 재활 복지전시회(RehaHomecare 2024, 레하홈케어)가 지난 6월 4일(화)부터 6일(목)까지 3일간 서울 코엑스 전시장 1층 B홀에서 열렸다.
레하홈케어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위엑스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무역협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노인회, 대한간호협회, 국립재활원 등 복지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후원한다.
이번 전시회는 건강을 장애인·노인 등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이들의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 목적이다. 건강보험고령친화연구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교원구몬, 로보케어, 유한건강생활, 인바디, KB손해보험, 실버에듀넷, 효돌, 휴럼 등 185개 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해 그동안 개발한 재활·복지 관련 제품과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외 시장 확대를 위한 유통·바이어, 여러 전문가가 참가 업체를 대상으로 판로개척 등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상담회와 분야별 맞춤형 투어 프로그램 또한 진행됐다.
전시 품목으로는 체온계·혈압계·체성분분석기 등 가정용 의료기기, 매트리스·욕창 방지 제품·수면 보조용품 등 침대 관련 기구, 이동식 욕조·높낮이 조절 세면대·이동식 샤워기 등 목욕 기구, 배변용품·배뇨 감지기·배변용 안전 손잡이 등 화장실 기구, 휠체어 동력장치 및 악세서리·보행 보조차·워킹 보조벨트 등 보행 기구, 차량용 리프트·차량용 경사로·휠체어 고정 장치 등 차량 관련 기구와 같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용품들이 구성됐다.
요양원이나 병원 등에서 수요가 있던 환자식을 넘어 맛과 영양을 잡은 저당식, 영양 강화식 등의 케어푸드·푸드 배송 서비스·식사 보조기기·맞춤형 식단 서비스처럼 식사 관련 용품 및 서비스를 전시해 식품 업계의 고령화 대비 흐름까지 짚었다. 이 외에도 배회감지기·돌봄 로봇·교육용 교구 및 소프트웨어 등 생활 관련 기자재나 주택용 리프트·안전 손잡이·IoT 기기처럼 주택 환경을 개선하는 스마트 시스템이 소개됐다.
특히 건강보험고령친화연구센터에서는 복지용구 체험기회 확대를 위해 ‘찾아가는 전시체험관’을 운영했다. 침실이나 욕실 등 실제 가정의 모습을 유사하게 구성한 특수차량을 활용해 박람회, 지역행사, 도서산간 지역 등을 방문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복지 용구를 체험하게끔 돕겠다는 취지다. 70여 가지 용품의 올바른 사용법을 전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정보도 제공한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고령자의 신체 수준을 만들어주는 장비를 착용한 뒤 계단을 오르거나 침대에 스스로 누워보고, 휠체어를 타는 등 일상생활을 체험했다. 더불어 효돌, 로보케어 등 인지훈련 돌봄 로봇 개발 기업 부스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 직접 로봇의 이름을 부르며 대화하고 인바디 등 헬스케어 기업 부스에서 체성분을 측정하거나 재활 장비를 통해 경직됐던 근육을 직접 수축, 이완시켜 보기도 했다.
한편, 최신 산업 동향과 전망을 제시해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 세미나도 열렸다. 고품격 시니어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발행하는 이투데이피엔씨가 올바른 시니어 문화 형성과 실버 산업계의 발전을 위해 진행한 ‘브라보 시니어 프렌즈 론칭 기념 세미나’를 비롯,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중증자 돌봄을 위한 새로운 제안’, ‘장애인·노인 자립생활을 위한 보조기기실용화연구개발사업’, ‘메디푸드산업의 현재와 미래’, ‘스파연계재활헬스케어 제품의 2024년 국제 표준화 및 인증 획득 방안’, ‘2024 시니어 트렌드 세미나’ 등 다양하게 꾸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입니다. 선생님 글을 회보에 실어도 되겠습니까?”
가슴이 철렁했다. 그 말인즉 친일파 자손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하라는 뜻이다. 내가 쓴 글 제목은 이러했다. ‘저는 친일파의 손자입니다. 역사와 민족 앞에 사죄드립니다.’
2011년,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한 내가 처음 받은 과제는 가족을 주제로 에세이 쓰기였다. 난 한 번도 뵌 적 없는 할아버지가 늘 궁금했다. 1890년대 일본 유학을 다녀와 대한제국 농상공부 관리를 하고, 나중에 군수까지 했다는 나의 할아버지. 무척 영특했다던 사진 속 그를 찾아 나섰다.
할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한 건 도서관에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일인명사전을 꺼내 들었고 물음표는 느낌표가 됐다. 마음이 이상했다. 나라의 명운이 왔다 갔다 하던 때에 유학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석연치 않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친일파이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해방 후 친일파를 청산하지 않은 것이 역사의 치명적 약점이라며 누구보다 분개하던 내가 그 후손이라니…!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첫 과제를 제출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도 회원 가입하고 숙제를 갈무리해서 회원만 볼 수 있게 올렸다.
얼마 뒤 사무국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는 넌지시 가족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우린 가족의 치부를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세간은 잠시 난리가 났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첫 과제를 내고 13년여가 흘러 일흔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치열하게 글을 배우고 또 썼다. 공저 포함 다섯 권 넘게 출간했고, 글쓰기 강사로도 일한다. 할아버지를 제대로 마주하게 한 에세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내가 민족문제연구소 회비를 내는 회원이라는 사실이다.
“시니어 글쓰기 강사, 윤석윤입니다. 할아버지를 제대로 마주하게 한 에세이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
에디터 조형애 디자인 유영현
국내 최초 자연번식으로 탄생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福寶).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의 이름 덕인지 용인 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 온갖 애칭으로 불리며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미소 짓게 했다.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짝짓기를 하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협약에 따라 4월 3일 한국을 떠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2020년 7월 20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세계적 멸종 취약종인 자이언트 판다가 태어났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2016년 에버랜드 개장 40주년을 기념해 한국에 들어온 러바오(2012년생, 수컷)와 아이바오(2013년생, 암컷) 부부의 2세다. 아기 판다의 이름은 푸바오. 5만 명 넘게 참여한 투표 이벤트를 통해 최종 선정됐다.
대나무를 뜯어 먹거나 잠을 자고, 사육사와 장난을 치는 등 푸바오의 모든 순간은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공개됐다. 특히 사육사의 다리에 매달려 장난치는 모습,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몸을 비비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각각 누적 조회수 1600만 회, 2500만 회를 돌파했다.
푸바오가 대중에 공개된 1155일 동안 에버랜드의 판다월드를 찾은 방문객 수는 약 550만 명. 단순히 계산했을 때 10명 중 1명은 실제로 푸바오를 만난 셈이다. 관련 도서, 굿즈, 협업 제품들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지난해 11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연 푸바오 팝업 스토어에는 2주간 2만여 명이 방문해 굿즈 11만 개가 10억 원어치 팔리기도 했다.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푸바오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4월 3일 중국으로 향했다. 이날에는 어린이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현장을 찾았다.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
이후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서울시 시민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푸바오를 한국으로 다시 데려오자는 제안과 의견이 쏟아졌고, 중국 쓰촨성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격리 중인 푸바오와 중국 사육사를 감시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린 ‘사생팬’의 SNS 계정이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을 흔든 판다 신드롬의 원인이 ‘베이비 스키마’ 이론과 맞물려 있다고 말한다.
베이비 스키마는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래드 로렌츠가 1943년 처음 사용한 용어로, 인간의 아기가 가진 신체적 특징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이론이다. 대표적으로 △동그란 얼굴과 큰 눈·귀 △토실토실한 뺨 △짧고 통통한 팔다리 △작고 뭉툭한 코 △뒤뚱거리는 움직임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요소들이 푸바오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인기 캐릭터 둘리, 헬로 키티, 뽀로로, 라이언 등도 해당 특징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귀여운 모습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여겨 생김새가 점차 수정된 사례도 있다. 미국의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미키마우스를 50년간 조사했는데, 처음 등장할 당시인 1928년과 비교하면 지금의 미키마우스는 눈이 더 커지고 코는 더 짧아졌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의 끈끈한 유대
판다 할아버지로 알려진 강철원 사육사와의 ‘관계성’도 한몫했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가 태어나서부터 중국으로 떠나는 순간까지 쭉 함께한 주 양육자다. 지난해 5월 TV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푸바오와의 이별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내비쳤다. 푸바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을 만난 게 행운이었어요. 할부지 걱정 마. 나 가서 잘할 거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갑작스러운 모친상을 당했음에도 형제들과 상의 후 푸바오의 중국 길에 동행했다.
직접적인 경험이 줄어들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디지털 사회에서 동물과 인간의 진실한 유대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푸바오와 강 사육사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공개된 3년간의 영상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대중이 서사를 이해하고, 내적 친밀감을 쌓을 기회가 많았을 것”이라며 “종을 뛰어넘는 교감을 바라보며 불안하고 피로한 인간관계에 상처받은 마음을 달랜 사람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날 사람들이 함께 배웅하며 눈물짓는 광경이 펼쳐졌는데, 그만큼 양극화되고 파편화된 사회에 지쳐 정을 줄 만한 순수한 대상을 그리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미 있는 관계에 목말라 있던 현대인이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강 사육사의 지극한 ‘손주 사랑’은 중장년층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오 평론가는 “강 사육사와 아이바오, 푸바오의 관계는 마치 조부모와 자녀, 손주 사이처럼 비쳤기 때문에 조부모가 됐거나 예비 조부모인 중장년층이 푸바오를 마치 내 손자쪾손녀와 같이 인식하고 감정이입한 사례가 나타났을 것”이라며 “강철원 사육사를 황혼육아의 모범 사례처럼 여길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문득 일상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계절이 바뀌면서 다가오는 하루하루가 때로 막연할 때가 있다면, 사찰을 찾는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가만히 품어주고 차분히 가라앉혀준다. 거기엔 세월의 풍진이 켜켜이 쌓인 느티나무가 버텨왔고, 깊은 역사도 스며 있다.
오래된 큰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윽한 숲이 있고, 산사의 자연 풍광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예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마음을 간질이는 봄이다. 초파일 즈음 맑고 깊은 기운 가득한 너른 절터로 떠나는 마음 여행이다.
부론, 얼핏 우리말인가 싶었다. 부드러운 외국어 같기도 한 부론은 강원도 원주 서남단에 위치한 지명이다. 원주시 부론면(富論面) 골짜기 부롯골의 보를 막아 논농사를 지을 때 보논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했던가. 원주 서쪽 경계의 호젓한 섬강과 충주 쪽에서 흘러오는 남한강 합류 지점의 비옥한 평야 덕분에 고려시대에는 나라의 세곡 운송을 위한 흥원창이 있었고 경제활동의 요지였다. 각 지역의 사람들과 물자가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말이 많이 오가는 언론의 중심지가 되었다. 말 그대로 ‘말이 많이 오가는 곳’, 부론(富論)이었다고 전한다. 당연히 국가 지도 이념이던 불교의 번창으로 이어졌다. 부론면, 여기에 두 곳의 대형 폐사지 터가 남아 있다.
맑은 산천과 강물이 펼쳐지는 아침나절에 원주에 닿았다. 지역이 크고 넓은 들판이라 하여 불리는 원주(原州)다. 들녘 풍경이 유독 눈부신 것은 봄 햇살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이른 아침 윤슬이 반짝이는 남한강과 느릿한 물길이 산천에 고이 깃든 세월을 헤아리며 기분 좋게 떠밀려가듯 원주 땅에 들었다.
원주에는 3대 폐사지가 있는데 남한강과 섬강을 따라 천년의 흔적을 지닌 법천사지(法泉寺址), 거돈사지(居頓寺址), 흥법사지(興法寺址)가 자리 잡고 있다. 3대 폐사지를 둘러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원주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그중 부론면에 위치한 법천사지와 거돈사지는 천년사지길을 따라 숲과 들을 지나는 트레킹 코스다. 남한강 주변 천년 고찰의 흔적을 따라 걷는 17.5km의 원주굽이길 10코스 천년사지길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테마 여행길이다. 그 길에서 화려하고 융성했던 시절의 영화로움과 무너져가는 역사를 지켜보며 세월을 견뎠을 노거수를 만나고 들꽃을 만난다.
웅장했을 규모의 전각은 사라지고 폐사지는 드넓다. ‘진리가 샘물처럼 솟는다’는 뜻을 지닌 부론면 법천리의 법천사(法泉寺)는 사적 제466호다. 지금은 너른 터만 남아 휑하니 썰렁하다. 법천사는 고려 중기의 대표적인 사찰로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져 고려시대에 크게 번창했다. 고려 문종 때 당대 제일가는 고승 지광국사가 승려의 길로 접어든 곳이며, 말년에 입적한 곳이기도 하다.
법천사지는 입구에서 건너편 끝까지 보이는 마을 전체가 절터라 하니 당시의 규모를 짐작해볼 만하다. 현재는 잘 정비되어 초석을 볼 수 있고, 흙을 걷어낸 석재들이 널리 분포된 모습이다. 이 지역은 예부터 담배 농사가 활발하던 곳이다. 지금은 주민들의 이주로 담배건조장 건물이 철거되었지만, 법천사지 내 건조장은 그대로 남아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드넓은 절터에 서면 상상력이 발동된다. 당시 대사찰 안에서 오가던 수백 명의 승려와 백성들이 오버랩된다. 사찰 건축물이 임진왜란으로 불타기 전에는 당시 내로라하는 승려는 물론이고 서거정, 한명회, 권람 등 학자들이 시문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거대한 규모의 사찰 공간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당대 논객들의 이야기가 허공에서 맴도는 듯하다. 폐사지터가 주는 공간의 매력이 이런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명봉산 자락 아래 남겨진 절터는 권역별로 구분해놓았다. 걷다가 잠깐씩 멈추어 당시 이미지를 상상해볼 만큼 넓다. 군데군데 석재들이 흩어져 있고, 절터를 둘러싼 산기슭에 탑비가 보인다. 지광국사가 입적하자 공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탑과 공적비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수난이 시작된다. 지광국사탑은 한국의 석탑 중 가장 아름답고 정교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일본의 수탈로 밀반출되었다. 그 후 반환되어 경복궁과 대전 등으로 100년 넘는 세월 동안 유랑생활을 해왔다. 최근에 본토인 원주로 돌아왔다.
2023년 법천사지 터 옆에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이 개관되었다. 지상 2층 규모의 전시관 앞쪽으로는 옛 법천사 입구임을 알리는 당간지주가 보인다. 내부로 들어가면 1층에 기획전시홀이 있고, 로비에 ‘무단 반출 그 후, 112년의 기다림’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온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해체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머잖아 완성된 모습을 기대해본다.
유적전시관 안에서는 다양한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발굴 조사를 통해 출토된 유물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전시관 안의 법천사지실과 열린 수장고, 기획전시실에서 영상자료와 수천 점의 귀한 불교 미술품을 비롯해 다양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천년 고찰의 살아 숨 쉬는 유적과 유물을 통해 법천사지의 매력을 생생히 확인할 기회다.
법천사지를 나와 자동차로 10분쯤 완만한 언덕길을 달리면 느티나무가 보이고, 거기서부터 사적 제168호인 거돈사지 터가 펼쳐진다. 고려시대 국사였던 원공스님이 기거하던 곳으로 의미가 있는 거돈사지(居頓寺址)다. 축대 끄트머리의 느티나무가 절터를 호위하듯 서 있는 옆으로 돌계단을 오르면 보물 제750호 거돈사지 중앙의 삼층석탑이 눈앞에서 자태를 보인다. 단순하면서도 멋스럽다. 탑에 그려진 연꽃무늬 조각이 놀랍도록 사실적이고 자연스럽다. 탑 뒤편으로 금당 터가 반듯하게 잘 보존되었다. 이 자리에 큰 법당이 있었을까 혼자 추정해본다. 절터 저편 산자락 입구에 있는 원공국사탑이 숲과 어우러진다. 그 옆길로 내려오면 길가에 원공국사의 생애와 공적을 기리는 내용이 새겨져 있는 원공국사탑비가 모셔졌다.
부론면에서 조금 떨어진 흥법사지는 원주시 지정면에 자리 잡고 있다. 좁은 마을길을 지나 언덕을 오르니 밭일을 하던 동네 어르신이 허리를 펴고 일어서서 바라보신다. 민가와 밭으로 둘러싸인 진공대사탑비와 삼층석탑이 덩그러니 고적하기만 하다. 한때 왕사가 머물던 대찰이었던 흥법사는 고려 전반기의 선종계 사찰로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절터를 돌아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역사 속을 거닐듯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하다. 또는 드넓은 옛터에서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힐링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요즘의 핫한 볼거리나 복잡한 세상에서 누리는 도시 문화의 즐거움과는 확연히 다른 시간을 맛보는 공간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한숨 돌릴 수 있다.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져 쓸쓸함이 연상되는 폐사지라는 이름과는 달리 본래의 공간을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가슴이 뛴다. 깊고도 멋진 시간이다.
깊은 산속 절집과 고판화의 만남
기왕 예까지 왔으니 한 군데 더 가보자. 원주 남쪽 끄트머리 깊숙이 앉혀 있는 절집 명주사에 가면 산사와 박물관의 만남을 경험한다. 명주사는 창건 주지인 선학스님이 운영하는 고판화박물관으로 더 알려져 있다. 절집으로 오르는 길에 전통 판화학교가 있는데 이곳에서 판화 수업이나 고인쇄 문화 템플스테이와 인문학 강좌가 열린다. 명주사에 이르니 깊은 숲속의 좁은 절마당이 편안하다. 절집 옆으로 고판화도서관과 고판화박물관이 나란하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주지스님의 판화 열정이 박물관 안에 빼곡하다. 한국은 물론 인도나 중국, 티베트 등의 판화 작품이 2500점이 넘는다. 박물관에서 고판화 예술을 접하고 나면 직접 판화 인출 체험도 할 수 있다. 치악산 깊은 산속의 고판화 명상숲길 따라 여유롭게 머무는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