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잼컨’이라는 말을 들어 봤을까? 재미있는 콘텐츠의 줄임말이다. 요새는 사우나가 잼컨을 대표한다. 송은이와 김숙이 진행하는 유튜브 ‘VIVO TV’에는 사우나만 100회 이상, ‘고독한사우너’의 추천 사우나 장소와 이용 팁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뜨끈한 열기 가득한 사우나와 목욕탕을 어떻게 즐기는지 다양한 기록을 살펴보자.
리뷰 보고 검증된 취향 찾는다
예전 동네 목욕탕 정보는 구전에 가까웠다. 어느 탕이 물이 깨끗한지, 어느 시간대가 한가한지, 어느 세신사의 솜씨가 좋은지는 이웃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동네 대중탕의 대척점에 대형 사우나 시설과 고급 스파가 생기며, 블로그 등을 통해 리뷰를 남기는 문화가 시작됐다.
오늘날 좋은 사우나와 목욕탕은 그 자체로 콘텐츠다. 러닝 후 갈 사우나를 찾고, 온천 여행을 준비하며, 오래된 대중목욕탕만 찾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은 사우나’는 무엇일까? 일부러 찾아가는 취향의 장소인 만큼, 그곳만의 개성과 경험 요소가 더 중요해졌다.

이 같은 흐름에서 사우나 리뷰어가 등장했다. 구독자 11만 명이 넘는 ‘고독한사우너’는 국내외 사우나 탐험기를 공유하는 SNS 계정이다. 스스로를 “사우나에 월급 태우는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는 계정 주인 김선미 씨는 “일주일에 3~4곳을 다니다 보니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이 휘발될 것 같아 개인 아카이브로 콘텐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휴대폰 없이 맨몸으로 들어가는 사우나에서 느낀 감정과 관찰을 남기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요즘 사우나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사진은 찍지 않으니 오히려 경험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물의 온도, 탕의 깊이, 조명의 밝기, 쉬는 공간의 분위기, 동선의 편안함 같은 감각이 리뷰의 콘텐츠가 된다.
그는 “또래 친구들은 사우나를 하나의 리추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며 “누구나 가볍게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소재여서 다른 웰니스 문화보다 문턱이 낮고, 그래서 빠른 속도로 도전하고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한다.
김 씨는 여러 협업 요청과 제안에도 자신의 계정을 “완전한 취미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런 점이 그의 콘텐츠에 설득력을 더한다. 실제 이용자의 감각이기 때문이다.
‘고독한사우너’가 꽃중년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우나 문화는?
일본의 사우나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5년 정도 빠르게 사우나 문화가 젊은이들의 문화로 변해왔는데요. 그래서 최근에는 사우나 아이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사우나 안에서 음악에 맞춰 공연하고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리추얼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소개해 드리면서 단순히 찜질방과 목욕탕에 앉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아니라 특정 사우나를 경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소개하고 싶어요.
목욕을 기록하는 다양한 방법
목욕탕은 너무 익숙해 오랫동안 기록되지 않았던 공간이다. 그런데 ‘목욕의 신’과 ‘여탕보고서’ 같은 웹툰은 목욕탕을 단지 씻는 곳이 아니라 캐릭터와 사건・관계가 생겨나는 무대로 보여줬다.
김성진 씨의 도서 ‘전국 목욕탕 탐방’은 전국 200곳 이상의 목욕탕 가운데 58곳을 선별해 소개한다. 저자는 목욕탕을 중심으로 시장과 골목을 여행하며 지방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할 것을 권한다.

국내 최초의 목욕탕 매거진도 발행 중이다. 목지수 ‘집앞목욕탕’ 발행인·편집인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갔다가 10개가량 있던 목욕탕 굴뚝이 하나만 남은 것을 보고 기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목욕탕이 더 사라지기 전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해 8년에 걸쳐 부산 구덕탕을 취재하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목지수 발행인은 “2030세대에게 목욕탕과 사우나는 오히려 미지의 공간에 가깝다”고 말한다. 30대는 부모 손을 잡고 갔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마지막이고, 20대는 그런 경험조차 희소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목욕탕은 낡은 공간이 아니라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장소다.
그래서 ‘집앞목욕탕’은 목욕탕을 프리즘 삼아 지역을 바라본다. 구덕운동장, 영도의 다리, 국제시장 같은 주변 공간과 목욕탕 사장, 단골손님의 목소리를 함께 담는다. 목욕탕 안내서라기보다 지역 생활 문화의 기록에 가깝다.

이 매거진을 만드는 매끈연구소는 종이책 밖에서도 활동한다. 캐릭터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목욕탕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부산 영도 봉래탕 건물에 목욕탕 라운지 ‘일렁’을 열었다.
일본 동네 목욕탕에서는 맥주 펍과 브랜드 팝업, LP바, 요가 클래스가 열리고, 수술 흉터 때문에 목욕을 꺼리던 유방암 환자를 위한 행사도 열린다. 매끈연구소는 2030세대와 어르신이 함께 어울리고 소통의 장이 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한일목욕포럼을 열었고, 양국의 목욕탕 관광투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목욕탕을 중심으로 몸뿐 아니라 마음도 씻는 공간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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