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손과 머리를 써야 하고 몸도 많이 움직여야 한다. 마술의 한 장면을 보여주려면 사전에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간단한 마술이라 해도 종이를 접고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이는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머플러를 말거나 로프로 여러 개의 매듭을 만들기도 한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학예회를 위해 소품을 준비하는 것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 공연에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연습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마술을 배우고 익힐 때는 집중을 하고 손을 사용하면서 뇌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렇게 익힌 마술을 사람들 앞에서 선을 보이고 즐거움을 주면 만족감도 얻는다. 설령 실수를 한다 해도 다음에 잘하겠다는 도전의식과 긍정적인 마음도 생긴다.
마술동호회 활동을 같이하는 멤버는 60대 초인 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60대 중후반, 70대 중후반이다. 그중 제일 선배 되시는 분이 79세인데 69세 때 마술을 시작해서 올해로 10년이 된다고 한다. 내가 몇 달 전 마술을 배우기 시작할 때 “당신 나이쯤에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거다. 당신은 지금 시작하길 잘했다. 늦지 않았다”면서 용기를 북돋워줬다. 이분은 팔십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지만 여러 행사에 초빙되어 약간의 출연료를 받으며 공연도 하고 예술봉사단에 소속되어 마술쇼 봉사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호회 후배들에게는 “마술을 재산으로 젊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고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좋다. 아무개 사장님으로 불렸던 때보다 단장님, 마술사님으로 불리며 나이 들어서도 사람들에게 대우받는 요즘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마술 연습 게을리하지 마라” 하고 조언하기도 한다.
마술의 기원은 약 5000년 전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마술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이라는 설도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마술이 오랜 옛날부터 인류와 함께해온 것만큼은 틀림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마술에 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환술, 환술사라는 표현으로 실려 있다. 당시 모든 대중예술이 그러했듯 마술도 천시를 받기는 했지만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 것 같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에 가장 무서운 질병은 치매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책을 읽고 대화를 많이 나누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사람, 긍정적인 인지습관을 가진 사람은 치매가 늦게 온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4대 예방법, 즉 읽고, 쓰고, 말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라고 조언한다.
손을 자주 사용하고 두뇌를 많이 쓰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마술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술은 카드나 동전, 풍선, 로프, 스카프 등 각종 도구를 다루고 신문이나 종이를 접거나 오리고 가위로 자르는 등 손도 많이 사용한다. 또 이 도구들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쓸 수밖에 없다. 마술처럼 손과 머리를 동시에 쓰게 하는 활동은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어 좋고, 치매 예방 활동이 아니라 해도 마술은 자기만족감을 갖게 하고 가족, 지인들과 원만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손색이 없는 매개체라 생각된다.
작년 12월에 시작된 최현우의 마술 쇼가 새해까지 이어졌다. 모르고 갔는데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라 했다. 1월 6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 공연장에서 신기하고 이상한 마술 공연을 관람했다. 마술은 당연히 관람자의 눈을 속이는 행위임을 아는데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쇼를 보면 그저 놀랍고 경이롭다.
좌석은 VIP석. 무대에서 다섯 번째 줄 중앙이라 마술사의 얼굴까지 자세히 보였다. 마지막 공연이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많았다. 다소 소란스럽긴 했지만, 오히려 축제의 분위기처럼 느껴져 좋았다. 공연 중 마술사가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들 함성으로 공연장이 떠나갈 듯했다.
최현우는 아담하고 매우 귀엽게 생긴 마술사로 또 다른 마술사 이은결과 쌍벽을 이룬다. 어렸을 때 봤던 마술사는 대부분 낡은 턱시도를 입은 늙수그레한 아저씨였다. 쓰고 있던 검정 모자 안에서 비둘기나 토끼, 종이꽃, 만국기를 줄줄이 꺼내곤 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이은결 같은 늘씬하고 잘생긴 청년 마술사들이 등장했다. 아무리 신기해도 마술은 눈속임일 뿐이라는 선입견이 컸지만 잘생긴 젊은 마술사들의 쇼는 남다르게 멋지고 놀라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렇게 유망한 젊은 사람이 마술을 해도 되나?’ 하고 생각했는데 이후로 마술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떠올랐다. 많은 젊은이가 세계무대에 나가 상도 탄다고 한다.
어릴 때 봤던 마술은 별로 즐겁지 않았다. 이후 TV에서 본,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공연은 정말 놀라웠다. 스케일도 커서 커다란 비행기를 천으로 덮은 후 사라지게 하거나 만리장성을 없애는 등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마술을 보여주었다. 어쨌든 그 마술도 다 눈속임일 텐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너무나 궁금하다.
그 후부터 마술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고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카드 마술은 지루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비밀을 알고 싶은 마술이 하나 있다. 예쁜 어시스턴트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반으로 갈라서 이쪽저쪽 분리하는 마술이다. 아무리 봐도 숨을 공간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하는 걸까? 마술은 그냥 즐기면 되는데 그 마술의 비밀만은 꼭 알고 싶다.
이번 공연은 부제가 ‘더 브레인’이다. 두뇌게임을 암시하는 제목이다. 관객과 대화를 하면서 무대 위 칠판에는 숫자와 단어가 차례로 쓰였다. 공연을 시작할 때 마술사는 관객 한 사람에게 봉인된 봉투를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잘 가지고 있으라며 주었다. 두 시간이 넘는 마술 공연이 끝나고 그 봉투를 열어보니 칠판에 쓰여 있는 숫자와 단어가 똑같이 들어 있어 소름이 돋았다.
내가 좋아하는 마술도 있었다. 아름다운 어시스턴트가 의자에 앉았는데 옆의 남자가 그녀의 목을 싹둑 잘랐다. 바로 눈앞에서 여자의 목이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냥 탄성을 지르기만 했다. 관람객을 감동시키려는 마술사의 노력이 느껴져 감동스러웠다. 새해를 멋진 마술 쇼를 보며 시작했으니 즐거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전시) 로메로 브리토 : Color of Wonderland
일정 1월 3일~3월 10일
장소 3·15아트센터 제1, 2전시실
팝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의 회화와 조각, 영상미디어 등 총 10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밝은 색상을 많이 사용하는 그의 작품에는 유쾌한 에너지가 담겨 있어 ‘힐링 아트’라는 애칭이 따르고 있다.
(축제) 화천산천어축제
일정 1월 5~27일
장소 강원도 화천군 일원
5년 연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꼽힌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한다. 올해는 산천어 수상낚시, 루어낚시, 밤낚시 등의 산천어 체험과 눈썰매, 봅슬레이, 얼음축구 등으로 구성된 눈·얼음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뮤지컬) 라이온 킹
일정 1월 9일~3월 28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
출연 느세파 핏젱, 캘빈 그랜들링, 데이션 영 등
한국에서 원어로 만날 수 있는 최초의 ‘라이온 킹’ 오리지널 팀의 공연이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아프리카 초원, 그리고 화려한 의상과 가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그린 북
개봉 1월 10일
장르 드라마
출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등
천재 피아니스트와 망나니 매니저가 투어를 다니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며 작품상 등 골든글로브 5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공연) 레젼드 마술쇼
일정 1월 17~25일
장소 공연하닭
출연 김준표
마술사 김준표가 진행하는 ‘레젼드 마술쇼’는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의 근거리 마술 공연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술을 마시면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 50분간 믿기지 않는 마술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연극) 오이디푸스
일정 1월 29일~2월 24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출연 황정민, 배해선, 남명렬 등
연극,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없이 재해석되고 있는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 왕’을 무대로 옮겼다. 배우 황정민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의 남자 ‘오이디푸스’로 변신해 기대를 모은다.
백두산 탐방 일정에 윤동주 생가 방문이 있었다. 강신영 동년기자, 이경숙 동년기자와 함께 한 이번 여행에 동행한 신광철 시인의 시평(詩評)이 이동하는 버스에서 이어졌다.
윤동주, 참담한 이름이다. 눈물을 통해서 바라보아야 이해되어지는 맑은 시인이다. 시를 한 편도 발표하지 못한 시인. 시집을 한 번도 내지 못하고 간 시인. 스물아홉이란 나이에 싸늘한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한 시인이다. 첫 시집이 유고(遺稿) 시집이 되었다. 윤동주 시인 자신은 받아보지도 못한 시집이 되었다. 그의 이름에는 성장하지 못한 소년이 들어 있다. 아니 청년이겠지? 스물아홉, 가장 빛나는 시절을 막 넘기려는 나이다. 스물아홉에 죽음을 맞이한 윤동주 시인은 순결의식에 안타까워 쩔쩔매게 하는 빛나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을 정지용 시인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시집 서문에 이렇게 썼다.
“무시무시한 고독 속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자신이 쓴 시를 이 세상에 한 작품도 발표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미완의 한 시인은 죽었다. “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라는 정지용 시인의 글에서 또 한 번 숙연해진다.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면 미완성이라는 단어가 그의 곁에 서성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성숙보다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와 파릇파릇한 양심에 기댄 인생관이 보인다. 막 봄을 만난 나무가 추위에 겨우 견디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 신광철 시인의 산문 中
숙연한 마음으로 생가를 들어섰다. 대문 앞에 있는 돌비석에는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 윤동주 생가’라는 글과 함께 한문이 새겨져 있었다. 1945년, 해방을 6개월 앞두고 29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윤동주는 간도 이주민 3세로 1917년 북간도 명동촌(明東村)에서 태어났다. 윤동주의 성장기는 부러울 것이 없었다. 10칸짜리 생가 옆에는 교회가 있고, 소학교도 얼마 안 된 거리에 이웃해 있었다. 소년 윤동주에게는 교육자요, 기독교 목사인 큰 외숙 김약연(金躍淵, 1868~1942)의 영향이 매우 컸다. 규암(圭巖) 김약연은 명동소학교를 창립하고, 교장을 지낸 우국 교육자다. 그러나 윤동주는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에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서 작고했다. 당시 그의 나이 29세였지만 실제로는 만 27년 1개월 17일을 살고 갔다.
관리인의 안내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푸르디푸른 스물아홉의 나이에 현해탄 건너 일본 감옥에서 생체실험을 당하면서 쓸쓸하게 죽어간 시인의 아픔이 절절이 다가왔다. 동행한 이경숙 동년기자가 시비(詩碑) 앞에서 윤동주의 서시(序詩)를 낭송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 생가에 하루 500여 명의 한국인들이 다녀간다고 하니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머지않아 불어올 훈풍
이튿날, 우리는 도문을 향해 출발했다. 명동촌 입구에서 중국 공안이 버스를 세우고 차에 오른다. 공안의 표정이 일순간 섬뜩해보였다. 이곳이 중조(中朝, 중국과 조선) 변경에서 가까운 도시라 검문이 철저하다고 했다. 탈북자들을 감시한다는 명목 하에 한 사람 한 사람 여권 사진을 대조하면서 검문을 했다.
얼마 후 고대하던 두만강에 드디어 도착했다. 압록강 강변에서 보았던 북한의 풍경이 더욱 가까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한 강물만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내 마음을 대신하듯 빗방울이 간간이 뿌려댔고 하늘도 잔뜩 찌푸려 있었다. 이곳 강물에 손 한 번 담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친구와 함께 ‘눈물 젖은 두만강’도 불러보고 싶었다. 철조망 너머로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북한 땅은 고요하기만 했다. 두만강 철교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접경 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쉽지 않다고 한다.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회담까지 이루어졌으니 앞으로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머지않아 훈풍이 불어오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곳 분위기는 정중동이라고 할까? 어쩌면 훈훈한 바람은 머나먼 남의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강을 가로질러 물보라를 일으키며 배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마도 중국인들이겠지? 친구와 나는 그저 마음으로만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르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리를 떴다.
하지만 언젠가는 유라시아 대륙 철도를 타고 자유롭게 두만강 철교를 건너게 될 날도 오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4박 5일의 모든 일정이 두만강에서 끝났다. 과연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낀 걸까? 출발하기 직전의 설렘은 광개토대왕릉을 탐방하면서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마치 현란한 마술쇼를 보여주듯, 안개 장막을 걷어내고 고운 속살을 보여주던 백두산 천지의 모습은 오랜 감동과 전율로 남았다.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희망의 싹을 보았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언젠가 또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기쁨에 겨워 목청을 돋워보리라.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린이들은 아름다운 꿈을 꾸고 산타할아버지 ‘선물’에 크게 감동한다. 할아버지ㆍ할머니는 손주와 함께 어울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지냈다.
할아버지ㆍ할머니를 초대한 유치원 크리스마스 행사
지난 목요일 오후, 자원봉사활동을 마치고 세종시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다른 때는 가끔 가서 유치원에서 하교하는 외손자를 마중하였으나, 오늘은 내일 열리는 유치원 크리스마스 행사에 초대를 받고 즐거운 마음으로 갔다.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세종시에서는 아이들 등하교를 조부모님이 주로 돕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부모 대신 “할아버지ㆍ할머니를 초대하였다”는 고마운 이야기를 들었다.
금요일 아침, 기온이 떨어지고 가는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아이는 손을 잡고 유치원 가는 몇 분간의 거리를 매우 즐거워하였다. 할아버지ㆍ할머니가 강당에 가득 자리하였다. 연방 손주와 눈을 맞추느라고 정신이 없다.
외손자 유치원 재롱잔치
아이들은 매직 마술쇼에 흠뻑 젖어서 하늘을 날았다. 함성을 질렀다가 박수를 치고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천정을 뚫었다. 산타복장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재롱잔치에 할아버지ㆍ할머니는 손뼉치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누리 바른 반ㆍ알찬 반 등 아이들은 평소 연습을 열심히 한 캐롤송 합창, 러브송 율동 등으로 할아버지ㆍ할머니에게 감동을 주었다. “손주 돌보았던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조용히 속삭이는 노부부도 있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산타할아버지였다. “산타할아버지 나오세요!” 아이들을 따라서 할아버지ㆍ할머니도 덩달아 소리쳤다. 꾸부정한 세 할아버지는 선물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행사를 마치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낮은 어린이 식탁에서의 떡국 한 그릇이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하였다. 아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가 되어 행사가 끝났다.
쌍둥이 손주와 서점 나들이
진눈개비가 내렸다. 사위와 딸, 외손자의 환송을 받으면서 조치원에서 열차를 타고 두어 시간 만에 서울에 도착하였다. 저녁에 쌍둥이 손주들과 서점에서 책을 사기로 약속했었다. 아이들이 책 일기를 좋아한다. 폭풍처럼 늘어나는 독서량에 따라 질문도 엄청 늘었다. 장난감 선물대신 올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부쩍 늘어난 독서량에 맞춰 책 선물을 하기로 하였다.
“크리스마스 때 무슨 선물할까?” 아이들은 쉽게 정하지 못하였다. 책 몇 가지를 이야기하면 이미 읽었거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결론은 아이들이 직접 고르도록 서점으로 데리고 가는 방법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읽고 싶은 책 몇 권씩 찾았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매우 기뻐하는 모습에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 “아이들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여라!”
참으로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무더위에 힘들었는데 정말 딱 하루 사이에 날씨가 변했다.
잠자리에서 여느 때와 같이 얇은 잠옷에 얇은 홑이불을 덮으려던 필자는 선뜻한 기온에 그만 장롱을 열고 두툼한 이불을 꺼냈고 목까지 끌어 올렸다.
정말 기온 변화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데 놀랍기만 하다.
오늘은 일요일 압구정동 광림 아트홀에서 마술공연을 보는 날이다.
날씨에 대비해 준비했던 외출복에 카디건 하나를 더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버스 안에서 내다본 하늘이 너무나 깨끗하고 파래서 참 예쁘다고 감탄하며 바라보는 사이 잠시 후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씨 세계가 왜 이리 변화무쌍한지 모르겠다.
공연 장소에 도착하니 초등학생과 같이 온 부모들로 로비가 매우 붐볐다. 작년에 이은결 마술쇼는 어린아이 입장이 불가였던 것 같은데 오늘 마술쇼엔 아이들이 많으니 어쩐지 수준이 좀 걱정스러웠다.
언제나 봐도 마술은 정말 신기하다.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놀랍고 즐겁게 해 준다.
필자는 카드 마술이나 물건이 없어지고 생겨나고 하는 등의 마술은 별로 흥미가 없다.
마술사의 정밀한 손놀림의 눈속임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너무 꼭 알고 싶은 마술이 하나 있다.
같은 눈속임이라도 여자 어시스턴트를 테이블에 눕게 하고 반으로 잘라서 이쪽저쪽 분리하는 마술은 정말 신기해서 비밀을 알고 싶다.
어떻게 반으로 잘린 상체와 하체가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을까? 어디로 숨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너무나 궁금해 꼭 알고 싶지만, 마술은 마술이니까 그냥 신기한 채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알고 난 후 너무 시시해서 실망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예전에 외국의 유명한 마술사가 방송에 나와서 자기가 한 마술의 비법을 그 자리에서 공개하는 걸 보았다
정말로 신기했던 마술이 알고 보니 너무나 허망하고 우스웠다.
저렇게 다 공개해버리면 신비함도 없어질 텐데 저 마술사는 왜 다 밝혀버리는 걸까? 그걸 보면서 어느 정도 마술은 베일에 싸여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마술의 비법이 다 공개되면 마술사라는 직업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되는데, 어떤 마술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악보가 공개되었다 해서 누구나 연주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자신만만이었다는데 맞는 말이다. 마술사들은 얼마나 피나는 노력으로 그런 경지에까지 오른 것이겠는가.
아무나 비법을 안다 해서 마술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술이란 그런 것 아닐까? 신기함을 느끼며 즐거우면 되는 것이다.
어릴 때 마술은 동네 장터에서 허름한 약장수 아저씨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낸다든가 가짜 꽃을 만들어 내는 정도로 기억된다.
그래서 마술하는 사람을 좀 헙수룩하게 보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요즘 마술사는 매우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다.
잘 생긴 젊은이들이 다투어 나타나고 외국 마술쇼에서 상도 받는 등 마술의 세계가 변한 것이다. 이제 마술사는 동네 장터 약장수의 허름한 모습이 아니라 세련되고 멋있는 부러운 직업으로 바뀌었다.
오늘 최현우 마술사의 공연은 주제가 ‘더 셜록’으로 탐정 놀이를 하는 매지컬 이다.
매직과 뮤지컬을 합성한 공연이 시작되자 뮤지컬 못지않은 화려하고 웅장한 음향의 멋진 무대가 나타났다.
‘더 셜록’은 최현우 마술사가 런던의 셜록 홈즈가 되어 ‘제이슨’이라는 범인을 추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관객은 런던시민이 되어 셜록의 추리에 동참하니 관객도 공연에 한몫을 하는 듯 동화되어 흥미롭다.
마술쇼니만큼 추리하는 사이사이 마술이 펼쳐졌는데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 어시스턴트의 목이 그대로 없어지는 기묘하고 신기한 마술도 있었다.
정말 의자에 앉은 채 금세 있던 목이 사라지고 없는 광경은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장면이다. 역시 비밀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2시간 가까이 환상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이런 무대를 만들려고 얼마나 노력했을지 마술사 일행에게 아낌없이 환호를 보내주었다.
너무나 궁금하긴 하지만 이렇게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니 마술 비법을 알려 하지 말고 신비한 채로 비밀에 싸여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놀랍고 신나는 마술로 어린아이처럼 즐거웠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