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고양이, 도마뱀, 고슴도치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정책이나 지원 제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기업에서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위한 지원 계획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생활 문화 변화를 고려한 건축규제 완화방안과 제도개선 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300㎡ 미만 소규모 동물병원 등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해 입지 가능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물병원, 동물미용실 및 동물위탁관리업을 위한 시설은 의원, 미용원 및 소규모 공공업무시설 등과 달리 규모와 관계없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입점 가능한 곳이 한정돼 있다. 법이 시행되면 전용주거지역, 일반주거지역에 반려동물 관련 사업장을 조성할 수 있어 해당 시장이 활성화하는 데 속도가 더욱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공개했다. 일동제약과 광동제약은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을 공략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반려동물 브랜드 ‘일동펫 시리즈’를 출시하고 강아지·고양이 전용 프로바이오틱스, 관절 영양제 등을 선보였다. 일동제약은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원료와 품질을 유지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광동제약 역시 대표 건강기능식품인 자양강장제 ‘경옥고’에서 착안한 반려견용 영양제 ‘견옥고’를 출시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 지도 서비스에서 ‘애견 동반 식당’. ‘애견 동반 카페’ 등을 검색하면 해당 장소를 찾을 수 있는 ‘갈수있어 강아지도’를 선보였다. 캠페인 페이지에는 애견 동반이 가능한 음식점·카페·쇼핑몰·숙박시설 등의 장소들이 지역별로 정리돼 있다. 서울 서북 646곳, 서울 동북 575곳, 서울 서남 312곳, 서울 동남 660곳, 제주 786곳, 부산 261곳, 경북 265곳, 전북 300곳, 충북 159곳 등이다.
sk텔레콤은 T멤버십 혜택에 반려동물 관련 제휴사 9곳의 서비스를 추가했다. 추가된 제휴 서비스는 반려동물 정보(멍냥보감), 사료·간식(국개대표), 여행·산책(반려생활, 피리부는 강아지), 펫택시(그랫, 멍타냥택시), 펫테크(펫프라이스), 돌봄·장례(도그메이트, 21그램) 등이다. 이들 제휴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 T멤버십 할인과 적립 등 혜택이 적용된다.
한편,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사 고객의 동물병원, 애견 호텔, 애견 카페, 애견 미용 가맹점 등에서 1인당 연평균 이용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5만 3천 원으로 2019년의 26만 2천 원에 비해 9만 1천 원 늘었다. 2020년에는 28만 3천 원, 2021년에는 31만 3천 원으로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1인당 연평균 카드 지출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023년은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풍요의 상징이며 예로부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뜻한다고 한다. 20인의 중장년 취·창업 전문가에게 2023년 중장년이 주목할 만한 분야를 물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잘 살펴 약간의 지혜를 더한다면 계묘(癸卯)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인생 도전을 위한 2023 중장년 취·창업 트렌드를 소개한다.
▲ trend1 전체 시장 전망
창직과 N잡러의 해
2023년에는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만큼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중장년에게 적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년에게 강도 높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직무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나 자격이 필요한 직무 직종은 3D 업종을 기피하는 청년들로 인해 취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인·장애인 관련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면 기술과 상담 능력 면에 강점이 있는 중장년이 유리할 수 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장 희유 스님은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돌봄, 디지털, 환경 분야를 중장년이 공략해볼 만한 일자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23년 중장년 취업‧재취업 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경력, 취미, 특기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은 “창직을 통해 긱이코노미(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고 구하는 경제 형태) 시장에서 N잡러(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될 중장년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는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저가형 프랜차이즈 창업, 무자본ㆍ무점포형 창업,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체크 포인트
전문가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인정하고, 업무 수행 성과 또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나이를 내려놓고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 더불어 건강관리는 필수다.
▲ trend2 취업 시장 전망
시간제 일자리가 대세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고, 자신의 적성과도 맞으면서, 업무 강도가 낮고, 수입은 적절하게 나오는 일이 중장년에게 가장 적합하다. 풀타임보다는 시간제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재취업 시장에서는 새로운 일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사발전재단 같은 기관을 통해 나에게 적합한 직무가 무엇인지 잘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자문 수준이 아니라 경험을 살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중장년을 원한다”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고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넓히고 기업에 적용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장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 유망 직업 및 분야
장례·웰다잉 분야 기존 장례지도사, 유품정리사뿐 아니라 디지털 장례 수목장 등 새롭게 변하는 장례 문화에 따라 새로운 직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 분야 인지건강지도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노인 돌봄 분야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안전관리 분야 기업재난안전관리사, 고령자 주택 개조사, 연구실 안전전문가 등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앞으로 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업·전직 상담 및 컨설팅 분야 전직지원 전문가, 직업상담사, 은퇴 코치 노년 플래너, 창직 컨설턴트, 스타트업 컨설팅, 귀농귀촌 컨설팅 등 코칭 분야가 유망하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간식 시장, 도시농업활동가, 건강식품 및 간편식, 도시농업관리사, 주택관리사, 조경기능사, 신용상담사, 손해평가사, ESG나 환경 관련 직업, 자연·문화해설사, 관광통역안내사 등이 꼽혔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신중년 적합 직무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 사업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은 공공에서 지원하는 뉴딜 인턴십, 시니어 인턴십 등의 사업을 통해 훈련 후 일자리 연계를 노려볼 수도 있다. 구인·구직 사이트 검색을 통한 취업 시도보다는, 일할 경험을 주는 공공 취업지원 플랫폼을 활용해보길 권유한다.
▲ trend3 창업 시장 전망
지식과 기술 창업 유망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창업이 대세일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중장년에게 적합한 분야는 ‘지식 창업’ 분야다. 사회에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시니어가 가진 사회 경험과 네트워크가 창업에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은 “대기업이 접근하기에는 규모가 작지만 창업가에게는 적합한 규모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창업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은 “중장년 창업은 소자본 창업, 직접 일하는 창업, 최소 인원으로 가능한 창업, 돈보다 일이 재미있는 창업, 오래 할 수 있는 창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트렌드
프랜차이즈보다 무인 창업 최근 많은 중장년이 ‘오토 매장’(본인의 노동력 투입 없이 소수의 직원으로 자동 운영되는 매장)에 혹해 프랜차이즈를 고려하지만, 정말 수익성이 잘 나오는지 따져봐야 한다. 차라리 무인 매장이 나을 수 있다. 반찬, 고기, 문구, 옷 등 아이템도 다양하다.
1인 지식 창업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녹인 1인 지식 창업이 많아질 전망이다. 한때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퍼스널 브랜딩(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일)을 이제는 중장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자영업보다 기술 창업 시니어 대상 가상현실 콘텐츠 개발, 반려로봇 개발, 빅데이터 기반 노인 안부 확인 사업, 위급상황 대처 기술 사업, 기술을 통한 정서 교류 상담 등의 기술 창업이 유망하다. 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세대융합형 기술 창업도 도전해볼 만하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창업 청년에 비하면 창업 자금이 넉넉하다는 게 중장년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실패하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청년보다 큰 것도 현실이다. 소자본 혹은 무자본 창업 가능한 온라인 창업이 유망하다.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계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문을 두드리고 자본금을 과도하게 투자한다. 하지만 저렴한 값으로 전수창업을 배우는 것도 틈새시장이다. 전수받은 레시피에 나만의 색깔과 브랜드를 입혀 창업해보면 어떨까. 외식시장 인력난 기회를 놓치지 말자.
▲ trend4 새로운 시장 전망
떠오르는 新분야는?
중장년에게 적합한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 모빌리티(이동성을 높여주는 이동 수단 혹은 서비스), 시니어 뷰티 등이 꼽혔다.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면서 40~50대의 비대면 활동 경험이 90%를 넘어섰다”면서 “디지털 중년 시대를 맞이해 체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비대면 분야에서 중장년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는 “청년들은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 작업이라 좋아하지 않는 데이터 라벨링(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에 라벨을 다는 작업) 같은 일자리에 대한 중장년의 만족도가 의외로 높다”면서 “정식 출시 전인 제품 및 서비스 결함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베타 테스터도 좋다. 앞으로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중장년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은 “일본에서는 화장을 해주며 심리상담과 만족감을 높여주는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라는 직업이 생긴 지 오래”라며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중년의 욕구인 ‘네버랜드 신드롬’이 트렌드라고 짚은 것처럼, 무인 ‘피터팬 스토어’ 같은 창업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새롭게 눈여겨볼 직업
디지털 분야 디지털 라벨러, 베타 테스터, 디지털 문해 교육자, 디지털 중개사
모빌리티 분야 프리미엄 택시 운전사, 드론조종사, 이동수단용 콘텐츠 큐레이터, 운송 서비스
시니어 뷰티 분야 안티에이징, 젊은 감성 입힌 패션, 뷰티 터치 테라피스트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초고령사회로 흘러가는 만큼 실버 비즈니스와 관련된 직무, 직업, 창업 분야가 새롭게 열릴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언택트, 메타버스 등의 기술 창업 분야도 커질 전망이다.
설문 참여 전문가 리스트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 박사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 소장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원장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
▲김찬흥 국민은행 경력컨설팅센터 센터장
▲권정훈 ‘장사 권프로’ 채널 유튜버
▲문성식 창직교육협회 이사장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지혁 초고령사회 뉴노멀라이프스타일연구소 소장
▲변영조 한밭대 중장년기술창업센터 센터장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심우정 한양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유연성 언더독스 본부장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이진서 인생다모작연구소 소장
▲전혜진 이지태스크 대표
▲조연미 리봄 시니어플래너 대표
▲한희윤 신한은행 은퇴사업부 수석
▲희유스님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센터장
고령화 사회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한다. 넓게는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 전반을 말한다. 이번 ‘시니어 잡’에서는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슬픈 유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직업, 장례지도사를 추천한다.
장례지도사는 장례 의식, 즉 죽은 자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편안하게 보내드리기 위한 의식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장례 상담, 시신 관리, 의례 지도, 빈소 설치, 각종 장례 행정 업무 등 장례 관련 업무를 절차에 따라 수행한다.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운반되면,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확인한 후 절차에 따라 시신의 옷을 벗기고 알코올이나 소독약품을 사용해 몸을 깨끗이 닦는다. 그 다음 준비된 수의를 입히고 시신의 몸과 다리 등을 묶어 관에 모신다. 상주의 종교에 따라 제사 의식을 거행하며, 제사 의식이 끝나면 관을 장지나 화장터까지 운반하고 관을 묻거나 화장을 한다.
현재 고령화 사회인 만큼 매년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장례지도사의 역할과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례지도사는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주로 하는 전문직으로 취급됐지만, 현재는 20·30대 젊은 장례지도사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대 여성 장례지도사가 급증하고 있는데, 직업 인식이 좋아진 동시에 여성의 시신은 가급적 여성이 맡아주기를 바라는 유족의 요구가 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 취득 방법
장례지도사 자격증은 2012년부터 국가자격제도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장례지도사가 전문 직업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줬고,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자격증 취득은 무시험 과정 이수형으로 진행된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①대학교 장례지도학과 졸업, ②평생교육원 졸업, ③직업훈련소 교육과정 수료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장례지도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을지대학교,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서라벌대학교, 창원문성대학교, 대전보건대학교까지 총 5군데다.
장례지도사 교육기관에서는 3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중 250시간은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기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50시간은 장례식장에 파견되어 실습한다. 장례 상담, 장사 시설 관리, 위생 관리, 염습 및 장법 실습, 공중보건, 장례학 개론, 장사 법규, 장사 행정 등에 대해 배운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대부분 병원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 취업한다. 장례 관련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설공단 등 공기업에서 장례지도사를 별도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고, 서울·대전 현충원 등 국가 봉안 시설에서 채용이 진행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장의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다.
중장년 취업의 허와 실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력을 쌓으면 연봉을 높일 수 있다. 장례지도사 연봉의 하위 25%는 약 3000만 원이고, 중위는 3200만 원, 상위 25%는 3500만 원이다. 월급은 보통 250만~300만 원으로 일반 직장에 다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월급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는 일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 아니다. 장례지도사는 근무시간이 길고 불규칙하다. 또한 누군가의 장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만큼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큰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장례지도사. 실제로 요구되는 조건이 많다. 먼저 장례지도사는 장례 절차, 장례 및 묘지에 대한 각종 행정 절차, 수시·염습을 비롯한 시신 위생처리 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죽은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일을 하므로 담력과 침착함이 요구된다. 매일 누군가의 시체와 죽음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또한 불행한 일을 당한 유족에 대한 서비스 정신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장의 업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인내력도 요구된다.
현재 장례지도사의 고용 시장은 포화 상태다. 앞서 말한 대로 20·30대 젊은 장례지도사가 늘어나고 있는데,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전망이 뚜렷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년이 없는 평생 직업이라 40~60대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이처럼 전 연령이 장례지도사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장례지도사로 취업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한다. 중장년층은 자격증 취득 후 대부분 장례지도사가 아닌 상조회사 영업직으로 취업이 이루어진다. 상조회사나 대형병원에서는 장례지도사로 젊은 층을 선호하다 보니 중장년층은 현실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서울 서초장례지도사교육원의 김종호 원장은 “20·30대가 워낙 많아져서 중장년층이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수도권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어르신들은 지방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경력을 쌓은 후 수도권으로 옮겨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도 여주에 사셨던 분이 50대에 자격증을 취득하셨다. 6개월만 일하라고 태백으로 근무를 보내드렸다. 그런데 아예 태백으로 이사하셔서 5년째 잘 지내고 계신다. 공기도 좋고, 낚시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시간을 보내신다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김종호 원장은 또한 중장년층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반려인을 대신해 장례 절차, 상담, 납골, 펫로스 상담 등 장례 전반에 대해 설계하고 도와주는 전문가를 말한다. 연령과 경력에 제한이 없고,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전망이 밝은 직업이다.
열일곱 살 시츄 초롱이는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가족이다. 집 안 곳곳에 초롱이 물그릇이 놓여 있고, 깜빡임이 덜해 시력 저하를 막는 전등이 설치돼 있다. 벽에 뚫린 통로 덕분에 초롱이는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 책상 밑 공간’을 편히 드나들 수 있다. 미끄럽지 말라고 집의 바닥재에는 코팅까지 했다. 집이란 ‘가족’의 행복에 맞춰 구성되는 공간이다. 노견이 행복한 집에서는 노인도 행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김성호 교수를 만났다.
초롱이를 위한 집의 모든 시설은 초롱이 아빠이자 초롱이의 반려인간 김 교수가 직접 고안한 것들이다. ‘초롱이에게 좋은 건 사람에게도 틀림없이 좋다’는 굳은 철칙의 발현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휴먼 애니멀 본드’(Human Animal Bond) 개념을 강조했다. 동물과 사람, 두 주체 모두 행복해야 유대로 인한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왜 입양하려고 할까요? 대다수 사람들은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답해요. 실제로 사람이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 사랑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죠. 재밌는 건 강아지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상호 유대적인 관계가 동물과 사람,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거죠.”
그가 보는 이상적인 반려동물 양육은 주인과 애완동물이라는 일방적 관계가 아닌 반려로서의 상호 돌봄이다. 사람이 개를 돌보는 것 같지만 사실 개도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고양이를 보호해주는 것 같지만 고양이로부터 보호받는 측면이 있기 때문. 김 교수 역시 동물복지 전문가로서 여러 반려동물 돌봄 및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비슷한 사례를 숱하게 목격했다. 우울증 때문에 두문불출하던 어르신이 강아지를 기르면서 안정을 되찾고, 강아지를 매개로 주변 이웃들과 소통하면서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 말이다.
취약계층 반려동물 지원책 찾아야
반려동물과의 유대가 가장 많이 필요한 집단은 외로운 사람, 특히 독거노인들이다. 그러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을 들이는 순간 이들은 취약계층이라는 이름의 벼랑 끄트머리에 놓이고 만다. 유대가 끈끈하게 형성됐지만 서로를 제대로 돌볼 수 없어 위험 상태까지 치닫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가 칭하는 취약계층이란 단순히 경제력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반려동물 돌봄 문제에서의 취약계층은 동물을 제대로 돌봐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거동이 불편해 충분히 산책시키기 어려운 상태거나, 양육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노인들은 대표적인 취약계층에 속한다. 사전 준비가 부족하고 신체·경제적 조건이 미달인 경우가 많아, 입양 후 얼마 안 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취약해진다는 것.
그는 이미 유대를 맺고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취약계층을 탓하는 대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입양 전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취약하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코로나19에 취약한 상태지만 환자는 아니잖아요. 손 잘 씻고 백신을 맞아 면역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면, 즉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면 감염되지 않을 거예요. 비용 면에서도 예방주사가 치료비보다 훨씬 싸지 않나요? 동물복지도 마찬가지예요. 취약점을 조금만 메워줘도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 않을 테고, 이건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유익한 흐름이 될 겁니다.”
가성비 좋은 복지, 동물 돌봄 지원
김 교수는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9년 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던 때에 비하면 동지가 제법 늘어나 뿌듯한 마음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듣는 척도 안 했어요. ‘사람한테 쓸 돈도 없는데 동물한테 돈을 쓰라니 미쳤냐’는 소리나 들었죠. 3년쯤 지나니까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다며 찾아오고, 사회복지사들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찾아오더니, 이제는 기업 측에서 자문을 구하러 와요. 최근 4~5년 사이 의식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죠.”
그는 곧 마당개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봉사단을 꾸릴 예정이다. 또한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장례 지원 봉사단을 만들어,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충분히 애도하고 상실의 아픔을 다스릴 수 있도록 상담 등을 지원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반려동물 돌봄에 대한 지원은 가성비 좋은 복지 수단이므로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한다.
그는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활용한 ‘반려동물 돌봄 품앗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끼리 산책 모임을 갖거나, 급한 일 있을 때 반려동물을 맡아 돌봐준다. 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자택에 머물며 나이 들길 원하는 시니어 트렌드와 겹치면서도 그가 자주 언급하는 커뮤니티 케어의 사례와 흡사하다.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도시락 배달 봉사할 때 반려동물용 사료를 같이 챙겨드려요. 이 봉사를 동네 사람들이 하면 안부 인사라도 한 번씩 더 주고받게 되고, 서서히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동네 커뮤니티가 살아나는 거거든요. 소소하지만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TIP] 고령자 위한 양육 단계별 ‘반려동물 노노(老老) 케어’
01 반려동물을 맞이하기 전
자신의 상황과 경제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꼭 반려동물을 들여야겠다면, 고령 반려인에게 적합한 반려동물을 택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반려견 종류는 로봇 강아지다.
02 나이 든 반려동물을 돌볼 때
ㆍ진료 및 치료비 지출을 고려해 여유자금을 미리 준비하기를 권한다. 가능하면 일찍 반려동물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반려동물 나이가 일곱 살을 넘기면 반드시 정밀 건강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이후 매년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치과, 안과 검진을 받으며 건강검진 기록을 잘 정리해 보관하도록 하자. 이외에도 식습관이나 배변 상태, 작은 행동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해야 한다.
ㆍ극도로 춥거나 더운 날씨에는 산책을 피하고, 무리한 운동은 삼가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부딪힐 수 있는 장애물을 치우고 미끄러운 바닥에 카펫을 까는 등 집 안 환경 관리도 이뤄져야 한다.
ㆍ반려동물을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온·오프라인 지인들을 만들어두자. 혹은 지자체나 동물보호단체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나 지원을 활용하라. 주변에 도움 청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ㆍ반려동물 동반 시설(요양원이나 시니어 하우징 등)을 찾아보자. 해당 시설의 반려동물 관련 규정과 비용을 꼼꼼히 확인해 가장 적합한 곳이 어디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ㆍ반려동물과 가급적 시간을 많이 보내고,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두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여행을 다니며 추억 쌓기를 권한다. 평소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고 소통하는 것도 잊지 말자.
03 요양원 입소나 장기 입원 등으로 반려동물과 헤어져야 할 때
ㆍ믿을 만한 지인을 미리 확보해두도록 하자. 반려동물과 헤어진 후에도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면 더욱 좋다. 절대 온라인 광고나 인수업체에 비용을 내고 동물을 보내면 안 된다. 혹 입양을 보내게 된다면 신중하게 판단하고 반드시 입양비를 받아야 한다.
ㆍ반려동물을 보낼 시설을 찾는다면 공신력 있는 동물보호단체나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 중에서 선택한다.
예전에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으로 인식해 애완동물이라 했지만, 이제는 사람과 ‘심적 친밀감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로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신문이나 광고에서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보이는 현재, 동물들은 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참고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한겨레 애니멀피플)
작은 몸에 올망졸망한 눈으로 한결같이 나만 바라보는 반려동물은 우리 마음의 정화를 불러일으킨다. 성별, 외모, 장애, 경제력 등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며 비판하거나 질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강아지, 고양이, 새와 같은 동물을 인생을 나누는 ‘반려’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38만 가구로, 인구로 환산하면 1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펫 택시, 전용 유치원, 장례 서비스, 원격 양육 서비스 등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 4000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전문가들은 2027년에는 6조 원으로 2015년보다 3배 이상 확대되리라 전망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방송사마다 동물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 동물 콘텐츠가 넘쳐난다.
반려동물의 긍정적 효과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어가고, 1인 가구가 꾸준히 늘면서 동물은 사람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이자 가족 역할을 해주고 있다. 반려동물이 사람의 심리와 정서 안정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9년 서울시 취약계층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을 기르는 청장년 1인 세대보다 노인 부부 세대가 더 높은 심리적 효과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하면서 책임감 증가, 외로움 감소, 삶의 만족도 향상, 스트레스 감소, 대화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이 노인들의 인간관계와 사회활동을 촉진하는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려동물과 장기간 생활하면 기억력 감퇴와 인지 능력 저하 등을 늦춰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식사를 챙겨주고, 산책을 시켜주거나 털을 빗겨주는 등의 행동이 치매 환자의 정신 상태나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해서다. 미국 플로리다주 제니퍼 애플바움(Jennifer Applebaum) 박사가 50세 이상 1300명의 인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53%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인지 능력 저하 속도가 느렸다. 애플바움 연구원은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과 스트레스 감소의 생리학적 측정(코르티솔 수치 및 혈압 감소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인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사이에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반려동물이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초기 증거”라고 말했다.
동물들은 그저 존재하는 자체로 치유를 일으키기도 한다. 공원에서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테니 말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애니멀 테라피’를 실시하고 있다. 애니멀 테라피란 동물을 통한 치료 방법을 말한다. 활용되는 동물로는 개, 고양이, 돌고래, 소 등 다양하다. 예컨대 난독증 환자의 치료법 중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 있다. 난독증 환자들은 자신이 더듬거리는 것에 대해 깊은 열등감이 쌓여 있거나 주눅 들어 있는 등 평소 자신감이 약한 태도를 보이기 쉽다. 때문에 편견을 가지지 않은 존재인 개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낮아진 자신감을 올려주고, 점차 말을 더듬는 증상을 완화하는 식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 내 유기 동물 문제 해결과 노년층의 건강 회복 모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올해부터 요양원에 애니멀 테라피를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환경성은 지자체가 보호 중인 개나 고양이를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보내 노인의 심리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별
노년에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계획이 있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의 죽음이다. 보통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20년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정들었던 동물 친구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식처럼 기른 반려견, 반려묘가 죽어 큰 슬픔을 호소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특히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적고 반려동물을 향한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 극도의 우울, 무기력, 자책 등의 감정을 동반할 수 있다.
애니멀피플이 공공의창·한국엠바밍·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실시한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를 보면, 펫로스를 경험한 응답자의 과반수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52.8%)을 꼽았다. 우울증(19.5%), 반려동물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18.7%), 죽음에 대한 분노(7.9%) 등이 뒤를 이었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던 대상이 떠난 후 밀려오는 그리움과 상실감은 당연하지만, 이를 잘 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관련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의 저자 이학범 수의사는 “반려동물과 이별하며 슬픔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거나 기간이 길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겪지만, 수습 절차나 방법은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주변 산에 묻는 행위는 불법이다. 보통 동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생활 쓰레기로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용 폐기물로 처리한다. 최근에는 오랜 친구를 폐기물로 처리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병원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합동 화장을 진행하거나, 반려동물 장례 시설을 이용하는 추세다. 동물 장묘업체는 반드시 이동식 장묘업체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업체여야 한다. ‘e동물장례정보포털’(eanimal.kr)을 통해 합법적인 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반려동물을 부탁할 곳도 고민해야 한다. KB국민은행에서는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내 강아지를 돌봐줄까 고민되는 사람들을 위해 반려동물 신탁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의 주인인 ‘위탁자’가 사망해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수탁자’인 은행에 자금을 미리 맡기고, 본인이 사망한 뒤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인 ‘사후 수익자’에게 반려동물의 보호 관리에 필요한 양육 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가족 또는 제3자에게 자신의 유산을 일부 상속해놓는 것도 방법이다. 대신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담은 유언장이 있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한편 비교적 명확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성에 비해 반려인 사망 시 반려동물에게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돌연사, 고독사, 사고, 질병 등에 의해 반려인을 잃고 홀로 남을 반려동물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어느덧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다. ‘1500만’이라는 숫자 안에는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취약계층도 포함된다. 이들은 반려동물 덕분에 긍정적인 사고를 얻게 됐고(86.9%),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으며(86.3%)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효과(83.0%)를 누렸다.(서울시 ‘취약계층 반려동물 실태조사’, 2019) 취약계층에게 있어 반려동물은 ‘함께 사는 동물’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애견인 노노케어’ 막는 복지제도 선보여
노인에게 있어 반려동물이 갖는 중요성을 인지한 지자체가 행동에 나섰다. 서울시를 시작으로 노원구, 마포구 등지에서 반려동물 복지를 챙기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 최초로 시행한 취약계층 반려동물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취약계층 반려동물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취약계층이 꼽은 가장 큰 애로사항이 병원비(23.8%), 사료 및 간식비(15.8%), 미용 및 관리용품비(14.2%) 등 경제적 어려움인 만큼 검진‧진료비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노원구,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제공됐던 의료서비스는 올해 ‘우리동네 동물병원 사업’을 통해 확대됐다. 서울시는 서울시 수의사회 추천을 받아 시내 동물병원 중 40곳을 ‘우리동네 동물병원’으로 지정했다.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에게 기초적인 필수 동물의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반려동물 기초 건강검진, 필수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지원한다.
별도의 신청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우리동네 동물병원을 방문해 수급자증명서 또는 3개월 이내 발급받은 차상위계층 확인서를 제시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진찰료는 1회당 5000원이며 최대 1만 원까지 부담하면 된다. 나머지 금액은 서울시와 우리동네 동물병원이 지원한다. 다만 반려견의 경우 동물등록이 돼있어야 하는데, 서울시 ‘내장형 동물등록칩’ 지원사업을 활용하면 기존보다 저렴하게 등록할 수 있다.
노원구는 자체적으로 지역사회 돌봄 프로그램을 마련해 취약계층 반려동물 돌봄을 지원한다. 올해 시작한 '갈등 조정과 공존을 위한 유기∙반려동물 지원프로그램'과 최근 협약을 체결한 취약계층 반려동물 장례지원사업이다. 노원남부지역자활센터, 한국성서대학교와 노원구자원봉사센터가 협력해 홀로 사는 어르신의 반려동물을 돌봄 공백을 해결해주고 있다.
나이든 독거노인과 나이든 반려동물이 서로에게만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른바 ‘강아지 노노케어’ 문제도 심각하다. 홀로 남을 반려동물을 걱정해 입원을 하지 않고 버티다 병세가 악화되거나, 죽은 반려동물의 장례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노원구는 반려동물 장묘업체와 협약을 맺었다. 지역사회의 취약계층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지원사업도 펼치기 위해서다.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시 기초수습키트를 활용해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도울 예정이다. 이외에도 마포구가 ‘마포 동물복지계획 2025’을 통해 자체적인 취약계층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려동물 돌봄은 가성비 좋은 복지”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돌봄 문제에 있어서 취약계층은 단순히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양육 정보가 부족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대표적인 취약계층에 속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키우기에 사전 준비가 부족하고 신체나 경제적 조건이 부족한 어르신이 반려동물을 키울 경우 사람과 동물이 함께 악영향을 받는 일이 잦다는 것.
이에 김 교수는 반려동물 입양 전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과 별개로 이미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과 영국, 호주의 경우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할 때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어르신 댁에는 사람 먹을 도시락과 반려동물용 사료를 함께 드린다. 가족대상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작성하는 가계도에 반려동물 유무를 필수로 표기한다. 배우자의 사별, 이혼, 자녀의 유무 등과 동일한 수준으로 중요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동물복지 전문가로서 여러 반려동물 돌봄 및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 교수는 “반려인, 특히 홀로 사는 노인에게 반려동물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물건이 아닌 가족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약계층 반려동물 돌봄은 사실상 가성비 좋은 복지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소외돼있던 취약계층을 복지망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여전히 인식의 부재가 아쉽다. ‘사람 살기도 어려운데 동물을 챙겨줘야 하느냐’는 반발과 지자체 의회 안건 중 우선 순위가 밀려 예산이 삭감되기 일쑤라는 것. 김 교수는 “동물이 아니라 동물과 함께 사는 어르신에게 돈을 쓰는 것이며, 결국은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비로소 ‘가족’의 재정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신중년 구직자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원 중인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의 2021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는 4차산업혁명과 한국판 뉴딜 시행에 따라 향우 수요가 증가 및 신중년의 재취업 확대가 기대되는 신규 직업 29개가 신규 편성됐다. 새롭게 등장한 신중년 적합직무는 무엇이고 해당 직무 종사자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PART1. 디지털 분야
1) 스마트시티 운영·관리자: 다양한 유형의 전자 데이터를 취합해 스마트시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
2) 스마트팜 운영·관리자: 스마트팜 시설, 시스템 및 환경을 관리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작물 생산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도록 지도
3) 인공지능학습교육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 처리하며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등을 지원
4) 디지털금융강사: 디지털 기술을 응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관련 정보 및 전자상거래 방법 등을 모바일 등을 활용해 교육
5) 스마트공장 운영자: 기획, 생산, 유통, 판매 등 제조과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IoT, AI, 빅테이터 등의 기술을 적용해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지능형 공장 운영 및 관리
6) SW품질 테스터: 소프트웨어 정식 출시에 앞서 프로그램 테스트 후 문제점 및 보완점 평가
7) 스마트 팩토리 코디네이터: 빅데이터, AI, IoT 기술을 융합해 스마트 팩토리 설비의 설계 및 구축을 위한 제반 업무 담당
8) 스마트 복지케어 안내사: 사용자 헬스케어를 위한 데이터 수집, 임상 분석 등을 통한 개인 대상 맞춤형 복지 안내
PART2. 그린(환경) 분야
9) 신재생에너지차 정비원: 태양광, 수소 연료전지 등 에너지 기술을 접목한 차량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정비 관련 업무 수행
10) 귀농귀촌 전문가: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귀농 전 상담, 교육부터 이후 주거, 일자리, 재무 등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
11) 노후 건축물 에너지 진단 컨설턴트: 노후된 건물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한 대책 마련 및 진단 결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분석을 통한 컨설팅
12) 대기환경 시험원: 대기환경 오염원을 테스트해 환경 상태 평가하거나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 예방 및 환경 개선에 필요한 각종 시험 시행
13) 태양광 설치 건설현장 감독: 친환경 에너지 설비인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현장을 총괄, 관리, 감독
14) 실내공기질 관리사: 지하철, 어린이집, 대규모 점포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전문 관리 및 컨설팅
15) 신재생에너지 충전소 운영관리자: 친환경 자동차 충전 인프라(충전소) 전반 운영 및 관리
16) 자연환경해설가: 생태경관보전지역 및 습지보호지역 등 생태우수지역 탐방객 대상 생태해설, 교육 및 탐방 안내
17) 에너지 어드바이저: 에너지 소비 현황 등을 진단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 컨설팅
18) 친환경 유기농 전문가: 친환경 유기농업 교육 및 생산, 유통, 가공 등 관리 업무 수행
19) 나무의사: 수목 진단, 처방 및 예방 등 진료와 치료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
20) 바이오 진단 전문가: 질환 및 건강 관련 신체 지표 등 체외 진단 업무 담당
PART3. 창직 분야
21) 반려동물 미용사: 반려동물의 미용과 청결에 관련된 서비스 제공
22) 방역모니터링 요원 및 방역원: 감염병 등 질병 발생과 전파 과정 감시, 역학조사 및 자료 분석 등 기술지원
23) 건설현장 안전관리자: 건설 재해 분석을 통해 건축물의 시공, 관리상의 위험성을 도출하고 공정별 안전대책 마련 및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
24) 은퇴설계 전문강사: 은퇴 예정자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프로세스에 따라 상담 및 관리
25) 시멘트 광물제품 생산기계 조작원: 석회석이나 석고를 가열하는 소성 작업을 거쳐 각종 시멘트와 석회,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장치를 조작
26) 플라스틱제품 생산기계 조작원: 화합물을 혼합, 합성해 플라스틱 부품 및 제품을 제조하는 기기를 조작
27) 장례지도사: 유족과 장례 정차를 상담하고, 장례용품 준비 및 시신관리, 장례식 주관 등 장례 절차 관리
28) 생애경력 설계사: 구직자, 재직자가 경력을 바탕으로 작업 역량을 분석하고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코치하는 역할
29) 목재가공기계 조작원: 원목 또는 1차 제재한 재목을 절삭, 파쇄하거나 단판, 파쇄된 목재를 접착, 압착해 한판을 제조하는 등 각종 목재 가공 장치를 조작
이들 신규 직무를 포함한 2021년 신중년 적합직무 사업 규모는 5100명이며, 예산은 243억 원이다. 우선지원대상기업 또는 중견기업이 고용부가 선정한 신중년 적합직무에 50세 이상 구직자를 채용하는 경우 혜택받을 수 있다.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최대 월 80만 원, 중견기업은 최대 월 40만 원까지 최대 1년까지 지원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을 원하는 중소·중견 기업은 고용보험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고용복지+센터에 우편, 방문 신청하면 된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실제로 3가구당 1가구가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며 반려동물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는 반려견 ‘트러블’(몰티즈 종 암컷)에게 1200만 달러(현재 가치 약 129억 원)의 유산을 남겼다. 우여곡절 끝에 트러블의 상속금은 200만 달러(약 21억 원)로 감액됐지만, 2010년까지 풍족한 생활을 유지하다 세상을 떠났다.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4마리의 반려견들에게 3000만 달러(약 320억 원)를 물려주기로 약속했다. 자신이 떠나도 반려견들이 충분한 보살핌을 받기를 바라는 배려라고 밝혔다.
이는 ‘먼 나라’의 별난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이 가족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서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68.3%에 달했다. “반려동물에 과한 정성을 쏟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는 답변은 82.6%나 됐다.
내 개와 고양이를 위한 미래 대비 최대 1000만 원까지 신탁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고 있는 70대 L 씨는 고양이 사료와 간식, 화장실용품, 병원 진료 등으로 월 평균 2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쓴다. 얼마 전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종양 치료로 수술과 입원을 하는 바람에 100만 원이 훨씬 넘게 들었다. 하지만 L 씨는 “고양이들이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친구 같은 존재이기에 여건이 허락하는 한 좋은 돌봄을 해주고 싶다”며 “재산은 얼마 없지만 소액이라도 가능하다면 만일을 위해 고양이 의료비와 미래 생활비 마련을 대비한 펫신탁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펫신탁(Pet Trust)은 반려동물 주인이 죽거나 병환 등으로 돌볼 수 없는 상태가 될 때를 대비해 미리 금융기관에 반려동물 양육자금을 맡기는 상품이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새 양육자에게 약속된 유산을 지급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벌써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국내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펫신탁은 법률상 동물 앞으로 직접 유산을 상속할 수 없어 수익자와의 별도계약 체결이 필요한데, 크게 3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주인은 자신을 대표로 관리회사를 설립하고 반려동물에게 남기고 싶은 재산을 사전에 회사로 옮겨놓는다. 동물보호, 동물구호와 관련한 단체도 신탁관리자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본인 사망 후 맡게 될 새로운 주인을 수익자로 하는 유언서를 작성하고 반려동물 사육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한다. 관리회사는 새로운 주인이 제대로 동물을 키우는지 신탁감독인을 두고 관리한다.
국내의 펫신탁은 KB국민은행이 첫선을 보였다. 2016년 10월 반려견을 위한 ‘KB펫코노미신탁’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같은 해 11월 고양이 기르는 가구들의 요청으로 가입 대상을 고양이[猫]까지 확대했다.
신탁재산 교부 방법은 일시금 또는 분할지급을 선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일시금 지급 방식이었으나 반려동물 보호·관리 강화를 위해 리뉴얼 과정을 거치며 분할지급 방식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가입 대상도 폭넓다. 현재 개나 고양이를 기르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다. 만 19세 이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입양을 계획 중인 고객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 200만 원 이상, 월 적립식인 경우 1만 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납입 최고한도는 1000만 원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양육자금 상속기능 외에도 반려동물의 입양과 의료비 등을 위한 자금 일부 인출 기능이 부여돼 자금 활용의 유연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 1% 미만 '7세 이하만 가능’ 등 제약 많아
주부 B 씨는 최근 반려견의 잦은 구토로 걱정이 많다. 강아지 배에서 ‘쿨렁’ 하는 소리가 들리면 또 토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매번 병원에 데려갈 수가 없어 근심이 많다. B 씨는 “강아지가 구토를 해 동물병원에 몇 차례 다녔는데도 사료를 불규칙하게 먹어서인지 증상이 자주 반복된다”며 “애견보험 가입도 고려하고 있지만, 과연 보험료에 비해 얼마나 실속 있는 보장을 받을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고 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는 NH농협손해보험(반려동물장제비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보험(펫사랑M정기보험)·롯데손해보험(롯데마이펫보험)·삼성화재(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현대해상(하이펫애견보험) 등이다.
이들 펫보험 중 NH농협손보의 반려동물장제비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펫사랑M정기보험은 반려동물의 진료비를 중점 보장하는 보험이 아니다. NH농협손보의 반려동물장제비보험은 반려동물이 사망할 경우 장례비용을 제공하는 보험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펫사랑M정기보험은 펫 용품 할인과 무료 케어 혜택으로 눈길을 끄는 상품이다.
반려동물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 중 효시격인 상품은 삼성화재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이다. 반려견의 상해·질병 치료비 손해 및 피보험자 소유 개로 인한 배상책임손해를 보상해준다. 상해·질병 치료비 손해(사망 제외)는 자기부담금 1만 원을 제외한 금액의 70%를 보상하며 배상책임손해의 경우 자기부담금 10만 원이 공제된다. 이 상품은 보험기간 1년의 순수보장성 상품이며, 신규가입 시 가입 동물이 만 6세 이하여야 한다.
롯데손해보험의 ‘롯데마이펫보험’은 반려견은 물론 반려묘도 가입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고양이 병원비도 보장해주는 이례적인 상품이다. 7세 이하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수술·입원비를 담보하는 ‘수술입원형’과 통원진료까지 보장하는 ‘종합형’ 상품을 판매한다. 수술 1회당 최고 150만 원, 입원 1일당 10만 원을 담보하며 종합형은 통원 1일에 최대 10만 원까지 추가 보장한다. 2마리 이상 동시 가입할 경우 보험료를 각각 10% 할인해준다.
현대해상의 ‘하이펫애견보험’은 여타 보험에서 보장이 되지 않는 피부질환, 구강질환, 고관절, 슬관절 질환 등을 특약을 통해 해결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여타 보험들과 마찬가지로 선천적·유전적 질병, 중성화, 미용, 임신·출산 등은 보장받을 수 없다. 보험가입 기간 1년간 총 보상한도는 500만 원이다. 자기부담금 1만 원을 제외하고 최대 80%까지 보상된다. 생후 90일에서 만 7세 이하일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이지만, 이들 3사의 펫보험 가입률은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반려동물시장의 성장과 보험업계의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의하면, 우선 펫보험에 가입하려면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의 확인·등록을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를 통한 등록번호가 필요한데, 반려동물의 등록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지적된다. 반려동물의 등록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반려동물의 연령을 속이거나, 하나의 보험으로 유사한 외모의 반려동물에 대한 보험금을 수령하는 등의 문제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 보장 범위의 한계도 있다. 반려동물 가족의 니즈가 큰 정기건강검진이나 예방접종, 중성화 등이 보장 범위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김도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험 수요를 높이려면 슬개골 탈구 등 실질적으로 반려인들의 수요가 높은 의료 행위에 대한 보장 추가가 필요하며, 동물병원과의 제휴를 통해 보험 가입한 반려동물의 의료 이용을 관리하는 등 모럴해저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보험의 연간 보험료는 대략 20만~40만 원대(반려동물 종류 및 연령, 보험사 및 보장별 상이)로 보험료 부담도 적지 않은 편이다.
상조회사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비슷한 서비스와 가격에 회사명도 엇비슷하다. 소비자의 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최근 상조회사 사이에선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수많은 상조상품 중 특별해 보이는 아이디어 상품은 없는지 들여다보자.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상조 서비스 중가장 빨리 일반화한 것 중 하나로 ‘부고 알림’을 꼽는다. SNS를 통한 청첩 전달이 일반화되면서 SNS를 이용한 부고도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과거에는 고령층을 염두에 둔 문자메시지 활용이 일반적이었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부고에 관한 메시지와 함께 장례식장의 위치 정보도 알려준다.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문상·조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상조회사를 통하지 않고도 주변에 쉽게 알릴 수 있다.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메시지 전송뿐만 아니라 장례식장 방문이 어려운 조문객을 위한 온라인 조문이나 조의금 보내기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조문도 스마트폰으로 쉽고 편하게
온라인 조문과 유사한 형태 중 하나로 많은 상조회사와 추모공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 추모관이 있다. 사이버 추모관에서는 고인의 생전 모습이나 장례 과정 등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유족이 고인을 보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든 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유족들은 고인에게 전할 수 없는 메시지를 작성해 사이버 추모관을 편지함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장례식 도중 경황이 없는 유족을 위한 사진, 영상 앨범 서비스도 최근 선호하는 항목 중 하나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해 DVD 형태로 제공하는 곳도 있고, 아예 앨범 형태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영정사진이 아닌 LED 영정액자도 점차 일반화하는 추세다. LED 모니터를 활용한 영정액자는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 효과도 있지만,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할 수 있다.
상조회사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제공한다든가, 상조회사와 연계된 추모공원이나 추모관 분양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증가 추세에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형식보다는 편리함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이 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고가의 가전제품 제공 등 서비스로 포장된 상품 판매는 소비자 입장에서 오히려 손해일 수 있어 상조 서비스에 가입할 때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에선 세분화한 서비스 늘어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맞이해 각종 장례 서비스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은 보다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변화 중 하나는 자유장(自由葬)의 등장이다. 과거 일본의 장례는 회사나 단체의 주관으로 치르는 단체장이나 가족 중심의 가족장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에 장례를 간소화하려는 이들이 화장식만 치르는 직장(直葬) 정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고인을 추모하는 형식의 자유장을 선보이고 있다. 꽃으로 만든 재단을 없애고 영정사진만 놓는 경우도 있고, 마치 파티처럼 음식을 놓고 문상객들끼리 고인에 관한 추억을 나누는 형태로도 진행된다. 흥겨운 음악을 틀어놓는 장례도 있다 하는데 음악장이라 불린다. 상조회사에 따라 오리지널장(葬)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영정사진도 독특하다. 차려입고 촬영한 영정사진을 선호하는 국내와 달리 고인의 직업이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사진들을 모니터를 통해 순차적으로 상영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장례 이후의 서비스도 국내와는 차별화한 부분이 있다. 추모공원이나 수목장 외에 바다에 유골을 뿌리길 원하는 가족을 위해 선박을 준비해 해상에서 일종의 영결식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품정리회사와의 연계를 통한 고인의 유품정리 서비스와 상속에 대한 법률자문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유족의 슬픔 관리 ‘애도’를 위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유족의 치유와 건강 유지를 위해 전문 상담가들이 배치된 상조회사들도 적지 않다. 이밖에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이나 장례 상품에 대한 서비스도 일반화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