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활동 ‘종활(終活, 슈카쓰)’이 확산되고 있다. 고령자가 인생의 마무리를 스스로 계획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지원하는 회사와 카운슬러가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유언장 작성, 유산 정리, 장례식 및 묘지 준비, 디지털 유품 정리가 있다. 종활은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완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다.

종활이 확산된 배경으로 일본의 고령화로 인한 가족 형태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독거노인 증가, 핵가족화 등으로 가족관계가 소원해지기 쉬운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고자 한다. 또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끝까지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생전 장례식을 치르거나 친구와 합장묘에 묻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흥미롭게도 종활은 단순히 인생을 마무리하는 준비 활동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의 기회로도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묘지 견학을 하며 도시락을 먹거나, 바다에 유골 뿌리는 체험을 하는 ‘엔딩버스 투어’는 여행처럼 즐기는 특별한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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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마지막 인사, 생전 장례식
생전 장례식은 죽은 후에는 살면서 도움받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아쉬움에서 시작됐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누구나 언젠가는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사후에 올리는 제사 음식을 스스로 맛볼 수 없고, 고급 리무진을 타고 떠나는 것 또한 본인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생전 장례식이 확산됐다.
특히 유명인사들이 생전 장례식을 주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77)는 2009년 4월 생전 장례식을 치렀고,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는 74세 되는 해인 2017년 10월 료고쿠국기관에서 이별 파티를 열었다. 배우 이시다 준이치(70)는 2024년 8월 생전 장례식을 열었는데, 나비넥타이를 맨 멋진 양복 차림으로 관 속에서 일어나 참가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유명인들부터 시작한 생전 장례식은 이제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4월 여성 시니어 매거진 ‘하루메쿠(ハルメク)’에서 50~7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2%가 ‘가족 장례식을 원한다’고 답했고, 24.9%는 ‘장례식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침울한 분위기의 전통적인 장례식을 거부하고, 생전 자신의 방식대로 자유롭고 즐거운 파티 분위기의 장례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생전 장례식에서는 자신의 인생에 도움을 준 사람들, 가족, 친구들을 초대해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자신이 즐기는 음식을 대접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마지막을 꾸민다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아름답고 특별한 장례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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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하는 무덤, 합장묘
과거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무덤에 묻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독신이 늘고 이혼도 증가해 무덤을 돌볼 후계자가 부족해지면서 무덤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합장묘’가 등장했다. 이는 여러 사람이 같은 무덤에 함께 묻히는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화장 후 유골을 공동으로 소유한 무덤에 안치하는 형태다. 이렇게 하면 관리 비용이 들지 않아 유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합장묘를 택한 이들은 생전에 서로를 ‘하카토모(墓友)’, 즉 무덤 친구라 부르며 교류를 시작한다. 비록 고향도 다르고 평소 친분도 없는 사이지만, 함께 묻힐 사람들과 친목 모임을 갖는다. 이들은 연 2~3회 모여 함께 식사하고 술을 마시며, 합장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생전에 얼굴을 알고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무덤 친구의 가장 큰 이점은 혈연이나 가족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과 핵가족 상황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합장묘는 사회 변화에 적응한 새로운 장례 문화로 자리 잡고 있으며,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대안적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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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 경험하는 ‘엔딩버스 투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례 문화에 변화가 생기면서, 종활의 하나로 독특한 장례 문화를 체험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엔딩버스 투어는 최신형 묘지를 견학하고 점심을 즐긴 뒤 바다에서 유골을 뿌리는 해양장 체험을 제공한다. 새벽부터 비가 내려 우중충했던 어느 날 엔딩버스 투어를 직접 체험해보고, 이를 운영하는 기업의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침 9시, 신주쿠역에서 20인승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절에서 운영하는 수목장이었다. 수목장이라고 하면 한 그루 나무 아래 유골을 묻는 방식을 상상했는데, 꽃밭 아래 개인 번호가 새겨진 유골함이 묻히는 형태였다. 꽃밭 위에는 큰 등나무와 벚꽃나무가 있어 아름다운 가든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꽃은 계절에 따라 정기적으로 다시 심기 때문에 연중 피어 있는 꽃을 볼 수 있다.
수목장 이용 요금은 1인용 개별구역이 48만 엔(약 443만 원), 합장은 30만 엔(약 277만 원), 가족용(4명)은 100만 엔(약 924만 원)이었다. 투어에 참여한 여성들은 ‘1년 내내 꽃이 핀다니 정말 마음에 든다’며 흥미를 보였고,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수목장 현장을 둘러본 후에는 절 법당으로 들어가 주지스님의 설법을 듣고 참배를 마친 후 제공되는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식사하면서 가까이 앉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나고야에서 새벽부터 신칸센을 타고 온 사람도 있고, 규슈에서 전날 출발해 호텔에서 묵은 뒤 참여한 사람도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스스로를 평생 독신으로 소개하면서 커리어우먼 특유의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가족이 없어 사후 무덤을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직접 준비하고 싶어 투어에 참여했다”며 해양장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장례식 ‘해양장’
식사 후에는 버스를 타고 도쿄만의 가쓰도키센바시(勝どき桟橋)로 향했고, 20인승 배에 승선해 해양장을 체험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우스보트클럽 직원으로부터 해양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흰 분말을 바다에 뿌려보는 체험도 진행했다. 하우스보트클럽이 실시하는 해양장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해양장을 이용한 고객 대상 만족도 조사 결과 ‘대단히 만족’ 53.8%, ‘만족’ 39.7%로 전체 만족도가 93.5%에 달했다. 장점으로는 ‘관리의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이 1위로 꼽혔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자식이나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해양장 비용은 단독으로 진행할 경우 평일 기준 29만 7000엔(약 274만 원)이며,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합동으로 진행하면 평일 기준 16만 5000엔(약 152만 원)이다. 질의응답 시간, “저는 남편과 합장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대신 제가 기르는 개와 합장해 해양장을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직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반려동물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작은 유골함에 보관하셨다가, 본인 사망 시 유골을 섞어 해양장을 진행해드립니다”라고 답했다.
아카바네 마사토시(赤羽真聡) 하우스보트클럽 대표는 반려동물 장례와 관련해 독특한 서비스를 소개했다.
“저희 회사와 연계된 기업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반려동물의 유골을 분말화해 조개에 넣고 바다에서 약 1년간 진주로 키워 주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나가사키현 나루시마(長崎県奈留島)라는 청정지역에서 진행되며, 비용은 약 49만 5000엔(약 458만 원)입니다. 인기가 많아 대기자가 있을 정도예요.”
또한 아카바네 대표는 한국의 해양장 서비스를 설명하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2003년 NHK에서 방영한 ‘겨울연가’를 계기로 일본에서 한류 붐이 시작됐고, 이때부터 한국에 특별한 추억을 가진 고령자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인천과 부산에서 해양장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제공하는데요. 아직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서비스를 원하는 분들이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엔딩버스 투어에서 만난 50~60대 참가자들은 생전 본인 의사로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투어는 밝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서로 페이스북 친구가 되거나 관심사를 나누며 소통했다. 투어 참가비는 약 1만 1000엔(약 10만 원)이었다. 참가자들은 “많은 것을 배운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 웰빙(Well-being), 건강하게 나이 드는 웰에이징(Well-aging), 그리고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뜻하는 웰다잉(Well-dying)이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스스로에게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