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좋고 농작물도 직접 심어보고 싶은데,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다면? 방법이 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도시농업관리사’가 되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말로 ‘도시농부’라고 표현된다. 도시농업관리사가 정확히 어떤 직업이고, 은퇴 후 직업으로 삼기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봤다.
먼저, 도시농업에 대해 알아보자. 도시와 농업의 합성어로,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농사 행위를 말한다. 집 마당이나 베란다에서 텃밭 가꾸는 것부터 취미 생활로 농원을 구입 또는 임차하는 것까지 모두 해당한다.
도시농업관리사는 도시민의 도시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도시농업 관련 해설, 교육, 지도 및 기술을 보급하는 사람을 말한다. 도시농업 참여자는 2020년 기준 약 185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0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도시농업관리사의 전망은 밝다. 100세 인생 시대에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도시농업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농업관리사에 대해서도 단순 취미 활동이 아닌 어린이 정서 함양, 치유 등의 전문성이 강조된 직업으로 보고 있다.
도시농업관리사 되는 길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은 도시농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로 2017년 도입됐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발전하고, 농업 관련 전문인력의 직업 능력 개발과 기술인력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도시농업관리사는 ①도시농업 전문과정(80시간)을 이수한 후 ②도시농업 관련 국가기술자격증 9종 중 1종 이상 소지하면 취득할 수 있다. 9종의 관련 자격증은 농화학·시설원예·원예·유기농업·종자·화훼장식·식물보호·조경 또는 자연생태 복원 분야 기능사 이상이다.
도시농업 전문과정은 8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이론 40시간, 실습 40시간으로 구성됐다. 교육과정은 총 9개로 도시농업 이해, 도시농업 기반 조성, 도시농업 기술, 친환경 농사와 안전한 농산물 생산, 도시농업 교육 프로그램 개발, 도시농업 관련 법, 도시농업 리더십, 프로그램 평가로 진행된다.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전국 주말농장, 도시농업공원 등의 관리인력, 어린이·청소년 대상 학교 텃밭 운영 강사, 사회복지시설 텃밭 관리 및 원예치료 강사, 도시농업지원센터 교수 등으로 일할 수 있다.
특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도시농업 교육을 실시할 경우 인원 40명당 반드시 도시농업관리사 1명 이상 배치해야 하므로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중장년층에게 추천하는 이유
은퇴자들은 도시의 삶에 지쳤고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며 귀농·귀촌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귀농·귀촌의 단점은 인적 네트워크가 단절된다는 점이다. 도시농부는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될 걱정이 없다.
보통 도시농부 유형은 ①집에서 텃밭이나 농장으로 출퇴근하는 도시농부 ②주말형 도시농부(평일에는 직장에 다니고 주말에만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 ③평일형 도시농부(평일에는 혼자 농장에 가 있고, 주말에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보내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도시농부의 단점은 부부 간에 농장 운영에 대해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도 가족이 있지만 혼자 산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내의 반대 속에 홀로 도시농부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고된 농사일을 홀로 하다 보면 외로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은퇴 후 도시농부로 살고 있는 홍전기 씨는 “나는 아내와 같이 도시농부가 됐고, 아내가 파주 농장으로 자주 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보통 여성분들은 시골에 가는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화장실도 불편하고, 일도 힘들고, 심심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부가 서로 얘기를 많이 해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을 전했다.
이처럼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 취득 후 남성은 직접 농사를 짓고, 여성은 아이들이나 지역주민에게 농사 방법을 알려주는 강사 일을 많이 한다. 50대 이상 여성은 아이들을 양육한 경험이 있어 일에 잘 적응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수입도 초반에는 적지만, 여러 곳으로 강의를 다니면 괜찮은 편이라고.
강사로 활동하는 한 시니어는 “유치원 아이들 한테는 쉽게 심고 만질 수 있는 농작물을 알려주려 하고, 초중학교 학생들한테는 환경과 기후까지 생각해서 수업을 한다”고 눈높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자존감도 높아졌다”라고 전했다.
모두가 도시농부
농림축산식품부가 도시민의 농사 체험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고자 2015년 만든 포털 사이트, 누구나 쉽게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보고 활용할 수 있다. 도시농업과 도시농업관리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www.modunong.or.kr)
[시니어 잡]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직업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경기능사는 중장년층의 유망 직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2020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조경기능사는 60대가 가장 많이 취득한 국가자격증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전문가들은 조경기능사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1위인 지게차기능사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경기능사는 단순하게 나무를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생각보다 조경은 폭이 넓은 개념이고, 예술성과 과학성을 동반하는 일이다. 조경은 사전적으로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를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예술’로 정의되어 있다.
조경기능사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할까. 조경설계 도면 작성과 함께 조경공사 시공에 따라서 지반 고르기, 나무 심기, 시설물 설치 등의 실무적인 업무를 주로 한다. 또한 조경 수목과 조경 시설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조경기능사의 진로와 전망은 무궁무진하다. 조경 식재 및 조경 시설물 설치공사업체, 공원·학교·아파트 단지 내부의 관리부서, 재배업체 등 다양한 곳으로 취업할 수 있다. 정원사로 활동도 가능하다. 정원사는 특별한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지만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중장년 취업, 빛과 그림자
조경기능사 자격은 급속한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환경 파괴로 환경 복원과 주거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입됐다. 자연 파괴, 대기·수질오염 및 소음 등 각종 문제는 점점 심해지고 있어 조경기능사에 대한 인력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도 한 해 조경기능사 자격증 취득자는 5000~6000명에 이른다. 특히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새롭게 갖고자 하는 5060세대가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는 추세다. 5060세대가 조경기능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년이 없고, 기술을 배워두면 계속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경기능사 자격증 취득자가 워낙 많이 배출되고 있어 변별력이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자격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고, 임금도 최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단 관리 일을 맡게 됐다고 하면, 화단을 어떻게 구성할지 설계는 조경기사나 조경산업기사가 한다. 결국 조경기능사는 나무나 꽃을 관리하는 일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실무 경력을 쌓아 기사나 산업기사가 될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업무와 보수 모두 안정적이다.
한편 중장년층은 꼭 조경 일을 원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다른 일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나 시설관리 쪽 일을 원하는데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우대 조건이 된다고 한다.
또한 은퇴 후 베란다 혹은 텃밭의 농식물 관리를 제대로 해보려는 사람들이나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도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경에 대해 이해하고 농업 일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자격증 취득 과정
조경기능사는 국가기술자격증으로 1년에 4번 응시가 가능하다. 응시 자격에는 제한이 없다. 연령, 학력, 경력, 성별, 지역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필기와 실기시험이 진행되며, 둘 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받아야 합격한다.
흥미로운 점은 필기와 실기시험의 합격률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조경기능사의 필기시험 합격률은 2018년 42%, 2019년 40.7%, 2020년 46.4%다. 반면 실기시험 합격률은 2018년 90%를 넘어섰다. 2020년 합격률도 90.8%였다.
이는 필기시험이 까다롭다는 의미다.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은 아니지만, 공부를 반드시 해야만 합격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이 시험에 많이 응시하는데, 암기해야 할 것이 많아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필기시험은 조경설계, 조경시공, 조경관리 총 3과목을 본다. 올해 시험 과목이 변경됐기 때문에 수험생은 달라진 점을 파악하고 정리해두는 것이 좋겠다. 객관식 사지선다형, 총 60문제가 나온다. 시험 시간은 1시간이다.
실기시험은 조경설계 도면 그리기(50점), 수목 감별(10점), 작업형 2종류(40점)로 구성된다. 1일 차에는 조경설계 도면 그리기와 수목 감별을 3시간 동안 해야 하며, 2일 차에는 작업형 10종 중 2가지를 임의로 선별해 실기시험을 치른다.
50·60대 교육의 장 활짝
지자체에서 조경기능사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다. 수요를 반영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연천군 통일평생교육원은 매년 조경기능사 국가자격증 과정을 진행한다. 교육 대상자는 50·60대 20명이다. 체계적인 교육으로 수강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돕는다.
경상남도 함안군은 50대의 제2인생 설계를 위한 조경기능사 자격 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 대상을 50대(1961~1972년생)로만 한정해 눈길을 끈다. 충청남도 보령시는 도시농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조경기능사 자격 대비반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고용노동부에서는 조경 관련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교육·훈련이 가능한 곳으로 총 513개 기관, 1522개 과정을 선정했다. 이 중에서 조경기능사는 20개 기관 38개 과정이 선정됐다.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은 실무 중심 교육·훈련 과정 이수 후 평가를 거쳐 합격 기준을 충족한 사람에게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조경기능사 자격은 400시간의 교육·훈련을 이수한 후 1차 객관식 및 주관식 필기시험(배점 40%), 2차 작업형 실기시험(배점 60%) 평가를 받고 취득할 수 있다.
“정년퇴직 후 다시 일하고 싶은데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고 받아주는 곳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고양시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죠. 면접 본 곳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어요.” (60대 여성 구직자)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꽃전시장에서 ‘Bravo! 2022 고양시 중장년일자리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경기 고양시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대규모 중장년일자리박람회로서, 이날 1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중장년의 시민 대부분이 박람회 현장을 찾은 이유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개최됐다. 앞서 고양시는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박람회 홈페이지에 마련된 ‘온라인 채용관’을 통해 이력서 사전 접수를 진행했다. 미처 접수하지 못한 이들은 현장에서 이력서를 작성했다.
중장년층은 온라인에 취약한 세대이기 때문에 사전접수 인원보다 현장접수 인원이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관계자는 “사전 접수를 하신 분들은 미리 회사에 대해 파악하고 면접 준비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준비된 느낌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현장접수를 한 시민들은 “마트에 가다가 안내문을 보고 오게 됐다”, “평소처럼 산책하던 길에 박람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고 우연히 들르게 됐다. 구직 활동도 하고 다양한 체험도 하게 되어서 좋다” 등 다양한 사연을 전했다.
이날 현장면접 기업은 총 29개사, 이력서 접수대행 기업은 5개사였다. LG이노텍, 쿠팡, 맥도날드 등 대기업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현장면접은 구인기업 인사담당자와 구직자의 1:1 면접으로 진행됐다. 중장년층이 대상인 박람회인 만큼 채용 직종은 생산직, 물류직이 대부분이었다.
인사담당자는 채용과 관련해 “아무래도 경력이 있거나 관련 기술을 보유한 분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라면서 ”지원자분들의 역량이 우수해 선발에 있어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장면접관에서는 특정 기업들에 지원자들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중장년층의 기업 선호 경향과 관련해서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원자분들은 급여가 높은 업무를 선호하신다. 스케줄 근무는 주말에도 일할 가능성이 있어서 여성분들이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식품 생산직 근로자를 뽑는 ‘더채움’, ‘뜨레봄’은 지원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무역사무원을 채용하는 주식회사 ‘씨에어허브’의 인기도 뜨거웠다. 한 관계자는 “씨에어허브는 올해 처음 함께한 기업인데, 사무직을 뽑기 때문에 더욱 인기를 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 회사 모두 2명을 채용한다고 했는데, 지원자는 몇 십 배에 해당했다.
반면 마을버스 운전원, 지게차 운전원 등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기업은 지원자들의 발길이 적은 편이었다. 안내문에는 경력 무관으로 적시 되어 있지만 실무 경력이 없거나 적성이 맞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취업클리닉관에서는 일자리 상담은 물론 이력서 작성 및 면접 기술 등에 관한 컨설팅이 시행됐다. 잡(JOB)학다식관에서는 일자리유관기관에서 진로설정을 위한 직업훈련과 기업지원정책, 생애설계 등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중장년일자리박람회의 차별점은 현장 면접 50%, 진로 상담 50%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갖고자 하므로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기를 원하는 중장년층을 위해 이 같이 구성됐다.
특히 4차산업의 도래에 따라 미래유망일자리관이 마련됐다. 드론교육지도사, 도시농업관리사, 유튜브 크리에이터, 병원동행매니저 현직자가 참석해 시민들에게 멘토링을 해줬다.
드론교육지도사 현직자로는 위즈윙의 곽승계 대표가 참석했다. 그는 50+센터 등 드론교육지도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중장년층도 채용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업관리사는 베란다, 텃밭 등에 농작물을 심는 것도 포함되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직업이다. 9종의 국가기술자격증 중 하나를 취득하거나 도시농업전문과정을 이수하면 도시농업관리사로 인정받게 된다. 자격을 갖추는 것도 쉽고, 취미를 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에 중장년층에게 특히 추천된다.
또한 귀농귀촌귀어관과 창업관에서는 상담과 지원제도에 대해 알려주고 성공 멘토도 이야기를 전했다. 아울러 고양시통합일자리센터의 신중장년 강사양성 프로그램을 수료한 강사스쿨 1기생들의 발표회와 일자리와 관련된 메타버스 체험 등 부대 행사도 참가자의 흥미를 끌었다.
푹푹 찌는 더위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여름이다. 푸른 자연과 지천에 피어난 꽃이라도 보면 좋을텐데, 가까운 뒷산 다녀오기도 쉽지 않다. 내내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
화초라도 키우며 마음을 달래고픈 시니어, 삭막한 마음을 싱그러운 꽃으로 달래고 싶은 시니어, 반려생물을 키우고 싶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는 부담스러운 시니어를 위해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준비했다. ‘식물 저승사자’나 ‘식물 똥손’ 시니어도 부담없이 키울 수 있는 여름꽃 4종을 소개한다.
특히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우울해진 시니어의 마음에 희망을 듬뿍 가져다 줄만큼 꽃말이 인상적이다.
①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메리골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꽃말의 메리골드는 진한 노란 빛깔의 꽃을 피운다. 꽃잎의 기름샘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은 뱀이나 벌레를 쫓는 역할을 한다. 병충해 예방과 구제 기능을 하는 기특한 식물로, 다른 식물과 채소를 키울 때 일부러 메리골드를 함께 심기도 한다.
발아 온도는 섭씨 21도에서 22도 사이, 재배 온도는 섭씨 15도에서 20도 사이가 적당하다. 이른 여름에 핀 꽃은 늦가을까지 감상할 수 있다. 생육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인 편으로 키우기 까다롭지 않아 식물 똥손 시니어도 쉽게 키울 수 있다.
직사광선을 좋아하므로 햇빛이 잘 드는 베란다나 창가에 화분을 둬야 한다. 햇볕을 받지 못한 메리골드는 작고 연약한 꽃송이를 피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너무 더워도 꽃이 자라기에 적절치 못하므로 섭씨 25도가 넘어갈 때는 환기를 시켜줘야 한다.
약간 건조한 상태에서 잘 크므로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다. 흙의 겉부분이 완전하게 말라 보일 때 충분하게 주는 것이 좋다. 또 꽃잎에 물이 닿으면 ‘반드시 올 행복’을 전하는 메리골드의 꽃잎이 상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② 함께 있으면 마음이 온화해지는 페튜니아
페튜니아 꽃말은 ‘당신과 함께 있으면 온화해집니다’이다. 나팔꽃과 닮은 모습의 페튜니아는 꽃이 오래가고, 색상이 화사하다. 꽃 색과 품종이 다양한데, 하양과 분홍, 보라색 꽃이 가장 흔하다.
건조에 강한 여름 꽃 페튜니아는 햇빛을 좋아한다. 햇빛만 많이 받는다면 봉선화만큼 키우기 쉽다. 6월에 꽃이 핀다고 알려져 있으나, 생육 온도를 조절해 주면 봄부터 가을까지도 활짝 핀 페튜니아를 감상할 수 있다. 최적 온도는 섭씨 20~25도.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쉽게 죽기 때문에 텃밭에서 기를 때는 장마철을 주의해야 한다. 실내에서 키울 때도 물이 잘 빠지는 흙에 심어야 한다. 물은 2일에 한 번씩 주는 것이 좋고, 꽃이 피었을 때는 꽃을 피해 물을 줘야 한다.
③ ‘코시국’ 최고의 건강 방패, 맨드라미
닭 벼슬을 닮은 맨드라미 꽃말은 '건강과 방패'다. 코로나 시국에 가장 적합한 꽃말을 가진 맨드라미는 닭 벼슬형과 깃털형(촛불형)이 있다. 6월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며, 황색과 홍색, 자색, 주황색 등 꽃 색도 다양하다. 가을에 기온이 내려가면 꽃 색이 더욱 짙고 화려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맨드라미 파종 시기는 5~7월이다. 직사광선을 좋아하는 맨드라미 역시 섭씨 20~25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저온에 약하고 고온에는 비교적 강한 편이다. 여름철 실내에서 키우기 적합한 식물이다.
건조에 강하나 물을 너무 적게 주면 꽃이 마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직접 만져봐서 겉흙이 말랐다고 느껴질 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물에 닿으면 꽃이 상하고, 습기에 약하다. 하지만 두 가지만 주의한다면 건강과 방패의 꽃 맨드라미가 가족들의 건강을 빌어줄 것이다.
④ 행운을 부르고 집안을 돕는 해바라기
여름하면 떠오르는 꽃의 대표격인 해바라기의 꽃말은 '숭배와 동경, 기다림'이다. 그러나 황금을 연상시키는 커다랗고 노란 꽃 덕분에 꽃말과는 별개로 재물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 때문에 해바라기 조화나 그림, 사진이 재물운을 부르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가 많다.
섭씨 20~30도가 생육하기 적절한 온도다. 겉흙이 마르면 물을 충분하게 주는 게 좋다. 야외에 심으면 키가 크고 꽃이 무거워지므로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건물 벽 근처나 지지대를 세워줘야 한다.
야외 정원이 있어야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미니 해바라기 같은 원예종을 택하면 베란다에서도 탐스러운 해바라기를 감상할 수 있다. 실내 관상용으로 키우려면 옐로우피그미나 겹꽃인 선골드 같은 작은 품종이 좋다. 단 이름에 걸맞게 6~8시간 햇빛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 원예종이 아니면 실내에서는 야외에서 꽃을 피우는 해바라기만큼 풍성한 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 가사노동으로 반복되는 하루. 아이 셋을 키우는 한 주부의 일상이다. 한때 자신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 우울증까지 겪었던 그녀. 기분 전환 겸 수강해본 ‘홈가드닝’ 수업이 인생을 바꿀 줄 누가 알았을까. 맨손으로 흙을 만지는 순간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녀는 1년 만에 50여 개 식물로 집을 가꾸는 ‘플랜테리어 마니아’가 됐다. 이제는 더 나아가 관련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는 주부 정지예(47)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홈가드닝 수업으로 펼쳐진 초록빛 인생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집 안 곳곳에서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는 식물들이 반긴다. 성인 키 정도 되는 길쭉한 키다리 식물부터 손바닥 크기의 ‘초미니’ 식물까지 종류도 제각각이다. 이 모든 생명을 돌보는 식물의 어머니(?)는 주부 정지예 씨. 가리키는 식물마다 생소한 이름을 줄줄 읊는 정 씨의 모습에서 프로의 향기가 느껴졌다.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됐단다. 지난해 봄,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동네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아이를 낳고 개인 시간 하나 없이 살다 보니 우울증이 도졌어요. 답답한 마음에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왔지만, 그것도 잠시더라고요. 결국 생활은 집 안에서 하는 거니까요. 그러다 ‘홈가드닝’ 클래스를 듣게 됐는데, 그런 기분 아세요? 공이 바닥을 치고 튀어오르는 것처럼 벅찬 느낌이요. 텃밭을 가꾸고 흙을 만지는데 딱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요.”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은 정 씨는 그날 이후 집 안에 새 식구를 하나둘 들였다. 그 개수가 점점 많아져 집 안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커질 무렵, 공간과의 조화를 자연스레 고민하기 시작했다. 식물과 어울리는 화분을 고르고, 그에 걸맞은 아기자기한 소품을 배치했다. 우울한 기운이 감돌던 집 안은 한 폭의 정원처럼 변해갔다. 그와 동시에 건조하게 말라 있던 정 씨의 마음속에도 푸릇한 새싹이 돋았다.
“말 그대로 치유가 됐어요. 겨울에 키우던 식물 잎이 다 떨어져 가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뿌리가 살아 있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심었죠. 봄부터 서서히 잎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여름이 되니까 앙상하던 애가 숲처럼 무성해지는 거예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내는 식물을 보면서 저 역시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죠.”
식물을 키울수록 새로 알고 싶은 점이 많아진다는 정 씨는 지난해 가을 심도 있는 공부를 위해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조경가든대학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식물과 정원 관리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과 실습을 배우는 과정으로, 경기도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다. 현재는 방 한 칸짜리 작업실을 마련해 식물과 관련한 작은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일자리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적은 비용으로 몇 배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게 플랜테리어 같아요. 추운 계절에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고요. 저도 그렇지만 남편도 취미가 별로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식물 키우기 시작한 뒤로 많이 즐거워해요. 좋아해주는 덕분에 분갈이는 남편한테 다 시켜요.(웃음) 같은 취미를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죠.”
작은 변화만으로 새롭고 산뜻하게
정 씨의 집은 남동향으로 어두운 편은 아니지만, 거실에 베란다가 없고 창밖에 햇빛을 가리는 어닝이 설치되어 있어 식물을 키우기에 최적의 공간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식물이 사계절 내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 분양하기 전 식물이 거주하는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는지의 여부를 먼저 확인하기 때문. 관리하는 식물의 수를 50여 개 이상 늘리지 않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 장식품이 아닌 살아 있는 생명인 만큼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기르겠다는 주의다.
“무리하는 순간 취미가 아니라 노동이 될 수도 있어요.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을 거고, 관리에 점점 소홀해지겠죠. 그러면 식물도 힘들거든요.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거니까 욕심내서 들여오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100 개가 넘는 식물도 능숙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분들은 더 많이 키워도 되죠.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저는 지금이 딱 좋은 것 같아요.”
식물을 자주 분양하지도 않고, 인테리어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것도 아니지만 정 씨의 공간은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그녀의 비결은 ‘있던 것’ 활용하기. 정 씨는 키우던 식물도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탄생시킨다. 분갈이를 하다 떨어진 작은 필레아페페 줄기를 휑한 욕실 세면대 옆에 올려두거나, 삼겹살을 구워먹고 남은 로즈마리를 유리병에 담아 놓는 식이다.
가든 소품도 집 안에 굴러다니던 것을 색다르게 이용하는 편이다. 사용하지 않는 수납장 한 칸은 세로로 세워 작업실의 화분대로, 화분 받침은 핸드 워시 등 욕실 용품과 소형 식물을 놓을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한다. 몸집이 커졌지만 분갈이를 해주기 애매한 식물은 화분째 철제 바스켓이나 유리 용기에 옮겨 담는다. 시중에 판매하는 소품을 마구잡이로 배치하는 대신 집에 있는 물건을 활용하면 한층 더 자연스럽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이케아나 H&M 홈등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때도 있다.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실용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 정 씨는 이케아에서 산 싱크대를 거실 화분대로 사용한다. 분갈이용으로 구매했으나 예상보다 높고 넓어서 화분을 올려두기에 더 알맞았다고. 정 씨의 빛나는 응용력은 거실을 한층 더 이색적으로 만들었다. 물이 나오지 않는 싱크대와 식물의 조합, 꽤 멋스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녀만의 독특한 영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정 씨는 아마존 등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한 원서를 보며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 국내 서적도 좋지만, 조경 역사가 깊은 서양 서적을 참고하면 훨씬 넓은 안목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영어를 읽지 못해도 책 속에 실린 사진을 보며 응용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정 씨는 여러 서적 중에서도 ‘어반 정글’(Urban Jungle), ‘에버그린’(Evergreen)을 추천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우연한 기회로 ‘인생 취미’를 찾은 정 씨처럼, 브라보 독자들도 작은 계기부터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블루’로 갑갑하고 울적한 마음이 조금은 가시지 않을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되자 답답하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각종 취미활동이 소개되고 있다. 게임, 나홀로 산책, 홈 트레이닝, 드라마와 영화 보기, 심지어 수백 번 저어야 먹을 수 있다는 달고나 커피 만들기 등 자신만의 시간 보내기 노하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속속 올리고 있다.
집 안에서 채소와 약초 등을 키우는 ‘실내텃밭 가꾸기’에 재미를 붙인 시니어도 늘고 있다. 요즘처럼 외출이 힘들 때 답답함이나 무기력증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일 뿐 아니라 식물 기르는 재미와 함께 청정 채소까지 섭취할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각자의 경험을 알리고 있다.
베란다에서 키우기 쉬운 채소로는 주로 상추, 치커리, 청경채, 겨자채 등의 잎채소와 바질, 루콜라, 민트 같은 향신료로 이용할 수 있는 허브 식물이 인기 있지만 인삼, 천궁, 둥글레, 배초향 같은 약초도 꼽힌다. 햇볕이 부족해도 잘 자라기 때문에 키우기 안성맞춤인 데다, 혈액순환에도 좋고 소화기능도 높여주는 건강식품이기 때문이다.
새싹 인삼은 한 달가량 키우면 사포닌 함량이 뿌리보다 서너 배 많은 잎을 먹을 수 있다. 원예용 흙을 구해 묘삼을 심은 뒤 1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된다. 집 안에 퍼지는 약초의 은은한 향기는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이 함께 실내텃밭을 가꾸면 공감지수는 높아지고 스트레스 지표는 56%, 우울감은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관계자는 “텃밭 가꾸기는 취미와 여가활동, 먹거리 생산을 넘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요즘처럼 불가피하게 실내 생활이 많을 때 시도해볼 만한 취미생활"이라고 설명했다.
여름 더위를 이기는 방법 하나, 초록빛 생기를 머금은 자연과 만난다. 둘, 싱그러운 채소를 활용한 음식과 음료를 맛본다. 셋, 건강을 위해 적당한 육체 활동을 즐긴다. 이 모두를 누리려 애써 특별한 곳을 찾을 필요는 없다. 가장 가까운 ‘우리 집 텃밭’이 최적의 피서지가 되어줄 테니까.
사진 제공 및 도움말 야미가든 ‘참 쉬운 베란다 텃밭 가꾸기’ 저자
도심에서 한두 뙈기 땅을 가꾸며 도시농부의 일상을 즐기는 이가 늘었다. 그러나 무더위에 바깥에서 농사와 씨름하다 보면 비지땀을 흘리고 체력은 바닥나기 일쑤다. 그보다는 조금 더 손쉽게 농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농사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작물을 재배하게끔 실내 텃밭 키트나 상자 텃밭 세트 등을 판매한다. 또 일반 화분이 아니더라도 비닐 화분, 봉투 화분 등을 이용하거나 물꽂이 재배 등 다양한 도구와 방법을 통해 집 안에 텃밭을 들일 수 있다.
우리 집 텃밭이 좋은 이유
❶ 관리가 수월하다 주말농장이나 노지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면 벌레뿐만 아니라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를 입을 수 있다. 또 텃밭이 멀면 자주 나가 작물을 돌보기가 어렵다. 우리 집 텃밭은 날씨에 상관없이 매일 식물을 돌보고 키울 수 있다.
❷ 건강한 채소를 키워 맛보다 다양한 채소를 무농약, 무화학비료로 싱싱하게 키워 바로바로 수확해 먹을 수 있다. 익지 않은 작물을 미리 따 후숙하는 마트표 채소와 달리 직접 키운 작물들은 크기는 작지만 훨씬 맛과 풍미가 좋다.
❸ 감성 가득, 마음을 힐링하다 초록빛 가득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신비를 느끼면서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더운 여름에도 싱그러운 이파리를 보면 마음이 산뜻해진다. 향긋한 허브를 키우면 아로마 테라피까지 가능하다.
여름 실내 텃밭 이모저모
❶ 6월에 심으면 좋은 야채 6월에 파종할 수 있는 채소는 강낭콩, 쑥갓, 여름상추, 근대, 아욱, 열무 등이다. 다른 채소나 허브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고추, 가지 등은 6월에 씨앗을 뿌려 가을에 수확한다.
❷ 여름철 텃밭 가꾸기 주의할 점 여름에는 온도가 높아 너무 건조하거나 장마철 때문에 습해져(고온건조, 고온다습) 병충해가 잘 생기는 편이다. 실내 재배의 경우 항상 바람이 잘 통하도록 창문을 활짝 열어준다.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제충국(벌레 잡는 국화)이나 목초액 등 친환경 해충약을 5~7일에 한 번씩 오전 중에 샤워시키듯 뿌린다.
❸ 텃밭 초보 시니어가 키우기 좋은 식물 새싹채소나 밀싹의 경우,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금방 수확할 수 있어 키우기 편하고 좋다. 특히 새싹채소는 수경 재배도 가능하다.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집 안 어느 곳에 재배 화분을 두어도 괜찮다.
텃밭 레시피 #1 심기만 해도 쑥쑥 ‘밀싹’
재배 Tip 파종시기 1년 내내 재배온도 20~28℃ 발아온도 25℃ 발아기간 2~3일 수확시기 파종 후 7~15일
노화방지, 해독작용, 면역력 증강 등의 효과로 인기가 높은 슈퍼푸드 밀싹은 집 안 어디서든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다. 재배기간도 짧고 금방 수확할 수 있어 초보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밀싹은 단기간 재배하기 때문에 얕은 화분도 괜찮다. 물에 5~6시간 정도 불린 밀 씨앗을 촉촉한 흙 위에 골고루 뿌린 뒤 분무기로 물을 충분히 적신다. 수시로 물을 뿌려 마르지 않게 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키운다. 파종 후 2~3일이 지나면 흰 뿌리가 생기고, 그 뒤에 초록 싹이 올라온다. 밀싹이 15cm 정도 자라면 밑동을 4~5cm 정도 남기고 가위로 자른다. 남은 밑동에서 밀싹이 자라 한 번 더 수확할 수 있다.
밀싹주스 레시피
수확한 밀싹은 바로 즙을 낸다. 하루 섭취량은 30㎖ 정도가 적당한데, 밀싹즙이 써서 그대로 마시기 어렵다면 채소나 과일을 넣어 주스로 즐기면 좋다.
클렌징 디톡스 밀싹주스 밀싹즙 40㎖+레몬 1개+사과 1개+키위 2개+오이 1/2개+케일 잎 3장
에너지밤 밀싹주스 밀싹즙 40㎖+오렌지 2개+바나나 1개+파인애플슬라이스 4조각+생강슬라이스 2개
텃밭 레시피 #2 골라 키우는 재미가 쏙쏙 ‘상추’
재배 Tip 파종시기 1년 내내 (한여름 제외) 재배온도 15~25℃ 발아온도 15~20℃ 발아기간 3~7일 수확시기 파종 후 50~60일
상추는 흔히 쌈으로 즐기는 꽃상추, 청상추 외에도 로메인상추, 버터상추, 흑치마상추, 라피드상추, 롤로상추 등 종류마다 맛과 식감이 달라 골라 키우는 재미가 있다. 상추 씨앗은 껍질이 두꺼워 1~2일 정도 물에 담갔다 심는다. 화분 1개에 씨앗 30개 이하가 적당하며, 햇빛을 받아야 하므로 너무 깊게 심지 않는다. 싹이 나기 전까지는 수시로 분무기로 물을 뿌려 흙이 마르지 않도록 한다. 빠르면 3~4일 만에 싹이 나는데, 본잎이 4~6장 나온 후에는 어린 상추를 중간중간 뿌리째 뽑아 간격을 넓혀준다. 1차 수확 시엔 바깥 잎부터 따고, 4~6장 정도 잎을 남긴다. 다음 수확을 위해 웃거름을 1~2주에 1회 정도 주고, 꽃대가 올라오기 전까지 수시로 잎을 따 먹는다. 팩 화분을 이용해 재배해도 편리하다.
상추 샐러드 & 마요 덮밥 레시피
상추는 종류마다 맛과 모양은 달라도 키우는 방법은 동일하다. 다양한 상추를 키워 쌈이나 샐러드로 즐겨보자. 간단한 한 끼 식사로 좋은 ‘상추 마요 덮밥’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상추 마요 덮밥 밥 위에 잘게 썬 로메인상추(4~5장), 스크램블(달걀 1개), 통조림 참치(3큰술)를 올린다. 기호에 맞게 야키소바 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린 뒤 비벼 먹는다.
병아리콩 상추 샐러드 병아리콩(100g)은 반나절 물에 불려 끓는 물에 넣어 20분 정도 삶아 찬물에 헹군다. 상추(8~10장)와 방울토마토(5~7개)는 먹기 좋게 썰어 병아리콩과 볼에 담는다. 드레싱(올리브오일 2큰술, 레몬즙 1큰술, 꿀 1작은술, 후추·소금 약간)을 뿌려 완성한다.
텃밭 레시피 #3 보기만 해도 시원 상큼한 ‘애플민트’
재배 Tip 파종시기 3~6월, 9~10월 재배온도 15~25℃ 발아온도 15~20℃ 발아기간 10~15일 수확시기 꽃피기 전 수시로
향긋한 사과 향이 나는 애플민트는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꺾꽂이(삽목), 물꽂이도 쉬워 화분으로 많이 늘릴 수 있다. 수확한 애플민트는 다양한 여름 음료에도 잘 어울려 활용만점이다.
씨앗 크기가 작아 작은 모종 포트를 이용해 파종하는 것이 좋다. 초반에는 새싹도 작고 느리게 자라지만 점점 성장이 빨라진다. 한여름 장마 전 가지치기를 반드시 하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화분을 둔다. 애플민트는 금세 가지가 풍성해져 수시로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데, 이때 물꽂이를 하면 여름철 실내 인테리어 효과도 낼 수 있다. 튼튼한 가지를 잘라 물에 들어가는 부분의 잎은 뗀다. 유리병에 물을 붓고 가지를 넣어 해가 잘 드는 곳에 두고 물을 매일 갈아준다.
애플민트 모히토 레시피
초여름 무성해지는 애플민트로 시원한 모히토 음료를 만들어보자. 일반 모히토는 라임즙만 들어가지만 자몽즙을 더하면 쌉쌀한 맛과 애플민트의 향이 더해져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무알콜 자몽 모히토 유리잔에 얼음을 채우고 라임(3조각)을 넣어준다. 라임즙(30㎖)과 자몽즙(200㎖), 시럽을 약간 넣은 뒤 애플민트(2~3줄기)를 넣고 수저 등으로 살짝 으깬다. 칵테일처럼 즐기고 싶다면 화이트 럼주를 30~40㎖ 추가한다.
봄이 왔다. 농부들이 바빠지는 농사철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도 농사를 짓는 곳이 있다. 도시텃밭에서 상자를 이용한 농사다. 대부분 건물의 옥상이나 아파트 베란다 같은 곳에서 관상용으로 취미 삼아 농사를 짓는다. 아파트 건축 후 남은 자투리 텃밭도 있다. 텃밭을 개인이 관리하고 농사짓는 것은 정서면에서도 좋다. 다만 지자체에서 ‘도시농부’ 또는 ‘자투리 텃밭’이라는 이름을 달고 개발하여 지역주민에게 한 평이나 두 평정도의 아주 작은 농토를 분양하고 관리를 해 주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자체 도시텃밭은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아 경쟁이 심하다. 도시민들이 여가를 이용해 직접 농사를 지어보게 함으로써 여가선용도 되고 건강도 도모하면서 가족끼리 농사짓는 기쁨도 맛보라는 의미다. 그러나 아무리 작은 자투리땅이라도 농사는 농사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낭만에 젖어 아무나 덤벼들기는 어렵다.
농사를 지으려면 농토는 기본이고 씨앗이나 모종이 있어야 한다.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위해 퇴비도 듬뿍 넣어야 하고 비료도 필요하다. 친환경 농사를 위해 농약을 치지 않으려면 수시로 손으로 벌레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아야 한다. 삽이나 괭이, 호미, 등 농기구도 필요하다. 가물 때는 물도 줘야 하고 장마 때는 배수로에도 신경 써야 한다. 잡초도 없애주고 농작물이 넘어지지 않게 버팀목도 세워줘야 한다. 또, 농사는 시기가 있으니 영농일지를 써가면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 때문에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어렵다. 농군학교에 다녔어도 농사 전문가로부터 지도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행이도 이런 관리와 지원, 지도를 지자체에서 해주고 있다.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어느 지자체에서 자투리 텃밭 분양공고를 봤는데, 6㎥에 2만 원을 받고 씨앗과 퇴비를 주겠다고 한다. 삽이나 괭이 등 농기구도 빌려준다. 단 호미는 각자 사라고 한다. 지자체에서 농토를 갈아엎어서 구획을 정리해주고 각종 지원을 해준다. 담당 부서가 있고 이 일을 맡아서 하는 담당 공무원이 있다. 겨우 2만 원을 받으며 이런 지원을 해주는 것은 손해 장사다. 지자체의 손해에는 다른 사람이 낸 세금이 들어가서 형평을 맞춘다.
귀농하는 농부들의 첫 번째 애로사항이 농사를 지어도 팔 곳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 중 시골의 일가친척으로부터 농산물을 사 달라는 전화를 받아보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팔지 못해 애타하는데 도시농부를 만든다는 낭만으로 지자체가 세금을 쏟아 붓는 도시텃밭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대기업이 참기름 들기름까지 짜서 파니까 재래시장 상인들이 해 먹을 것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는 큰 동네마다 수동식 국수 기계를 갖춘 국수 공장이 있었고 아이스케이크 공장, 정미소도 있었다. 이제는 산업화와 경영 효율화에 밀려 다 없어졌다. 시골의 면 소재지에 가 봐도 지역민을 위해 생산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겨우 미장원, 이발소나 일용잡화를 파는 구멍가게만 있을 뿐이다. 5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은 지역의 축제장이었지만 대형마트에 밀려 거의 사라졌다. 농촌에도 피와 같이 돈이 돌게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농촌의 농산물을 도시에서 소비해 주지 않으면 팔 곳이 없다. 지자체에서 관리해주고 그저 세금만 잡아먹는 도시텃밭이라면 그만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고추, 상추, 가지는 시장에 가서 1000~2000원만 주면 한보따리 살 수 있다. 입술이 없으면 잇몸이 시린 법이다. 농촌이 죽으면 도시도 죽는다. 지자체에서 도시 텃밭자리에 꽃동산을 만들고 도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꽃을 가꾸게 하면 좋겠다. 대형마트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제 논리에 반해서 하루정도 문을 닫는 날을 만든 것이 본보기다.
최근 한밤중에 우리 아파트 뒤편 동네에 화재가 났다. 드라마를 보던 중이었는데 베란다 밖으로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확성기가 요란해서 무슨 일인가 내다보았더니 바로 우리 집 건너편 숲 너머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퍼지고 있었다. 그 동네로 들어가는 길은 구불거리고 좁아서 평소에도 차 두 대가 만나면 한쪽이 비켜줘야 하는 곳이었다.
드라마에 심취해 있어서 몰랐는데 그 좁은 길에 어느새 출동한 대여섯 대의 소방차와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경광등을 번쩍이고 있다. 새까만 밤길에 빨갛고 파란 경광등이 선명했다. 우리 집까지 번져오지는 않겠지만 바로 코앞에서 시뻘건 불길이 타오르니 섬뜩하기도 했고 무서웠다. 그래도 필자는 그 와중에도 기자 정신을 발휘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 동네는 예전엔 무허가 집이 즐비했던 산동네였다. 이제는 무허가 집이라 해도 말끔하게 단장하고 옆 텃밭을 가꾸는 등 목가적이고 아늑한 풍경이어서 가끔은 일부러 산책하러 가기도 했다. 아직 옛 정취가 남아 있어 담장마다 넝쿨 꽃을 늘어뜨리고 집 앞을 꽃 화분으로 장식한 소박한 집들이 보기에 정겨운 곳이다.
이렇게 깨끗하고 소박한 마을이지만,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의 못살던 시절을 표현할 때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언젠가 인기 드라마를 보다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 나왔는데 바로 이 동네였다. 덩달아 우리 아파트도 한 컷 찍히기도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알고 보니 주인공의 가난한 시절을 찍기 위해 이 동네에서 촬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못사는 동네를 촬영할 때 이곳을 찾는다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그런데 유난히 이 동네는 불이 자주 난다. 웽웽 사이렌 소리가 울려 내다보면 연기와 함께 시뻘건 불길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번 불은 재빠른 소방차의 대응으로 금세 불길이 잡혔다.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말은 없어서 다행이지만 몇십 년 보아오던 무성한 숲의 나무들이 불타는 광경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불조심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오늘의 화재도 누군가의 실수로 일어났을 것이다. 불이란 사소한 데서도 일어날 수 있으니 각자가 평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른 최근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니어는 젊은 사람보다 기억력과 행동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불은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깜빡 잊는 바람에 큰일로 번질 수 있는 일이 많아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며칠 전에는 우리 아파트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8층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가스 불에 올려놓은 냄비를 잊고 마당에 나와 친구분과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아랫집에서 연기가 올라와 위층에 사는 사람이 관리실과 소방서에 연락해 출동했는데 정작 마당에서 놀고 계시던 할머니는 까맣게 몰랐단다. 다행히 불이 나지는 않았지만 실내엔 연기가 가득했고 타는 냄새가 심각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자신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많은 분이 할머니에게 조심하시라는 이야기를 했고 할머니도 미안한 마음에 무척 놀라셨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생판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필자도 가끔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올려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 타는 냄새가 날 때쯤 겨우 알아차렸던 일이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우리 아파트는 각 집마다 외출 시 가스와 전열기구 점검하라는 빨간색 경고 스티커를 배부했다. 필자는 스티커를 현관문 안쪽에 붙여놓고 나갈 때마다 한 번씩 더 점검을 한다. 나만 조심해서 될 일이 아닌 이런 사고가 노인이 늘어가는 세상에서는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수록 서로가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백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불조심!!이다.
글박원식 소설가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귀촌을 하자고, 시골의 자연 속에서 노후의 안락을 삼삼하게 구가하자고, 흔히 남편 쪽에서 그런 제안을 먼저 내놓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발칙한 발상이라 규탄당하기 십상이다. 아내에 의해서 말이다. 무릇 여자란 명민하게 머리를 쓰는 버릇이 있는 종족이다. 감관이 발달한 이 고등한 생물체는 도시의 아파트라는 쾌적한 온실과 결별하고 시골이라는 야생으로 이주하는 ‘거사’에 따라붙을 온갖 불편과 고생을 미리 훤히 내다본다. 일테면, 시골엔 손쉽게 쇼핑을 즐길 마트나 백화점이 없으며, 우아한 사교를 즐길 문화공간도 열악하고, 자칫 고독을 벗 삼아야 할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으며, 그 무엇보다 풀이나 해충에게 시달릴 일이 정말이지 몸서리치게 싫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대뜸 반기를 들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귀촌을 선창한 남편은 머리칼을 득득 쥐어뜯으며 부르짖는다. “아아, 괴롭고 괴롭도다. 마누라는 어쩌면 그토록 나와 취향과 이상이 다르단 말인가? 이는 무슨 잔인한 운명의 농간이란 말이냐!” 소나기처럼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비감에 젖어 속으로 악을 쓰는 것이다. 이쯤에서 어떤 남편들은 자신의 불운을 타박하며 귀촌의 꿈을 허공으로 날려 보낸다. 귀촌생활에의 도도한 로망과 세찬 영감에 사로잡힌 어떤 남편들의 경우엔, 불굴의 의지를 발동해 아내를 기차게 구워삶을 정교한 방책을 새삼 모색한다. 당나귀처럼 드센 고집으로 한사코 도리질을 하는 아내를 설득할 만한, 자못 그럴싸한 유인책을 진지하게 숙고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충분히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청사진을 개발할 경우, 그는 비로소 성공을 거둔다.
나는 지금 경북 예천 풍양면의 시골마을에 있는, 정진성(69)씨 내외가 사는 집 거실에 앉아 있다. 정씨의 귀촌은 순탄한 과정을 밟았다. 상당수의 귀촌 부부들이 난해하고도 예리한 충돌과 협상을 거쳐 어렵사리 귀촌에 이르지만, 그는 아내의 갈채와 자비에 힘입어 쾌조의 시발을 했다는 게 아닌가.
부부가 의기투합한 귀촌
서울에서 살았던 정씨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난 어느 날 아침,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이색적인 생각이 퍼뜩 머릿속에 떠오른 걸 알아차렸다. 서울을 냅다 걷어차고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는 충동이 초저녁별처럼 영롱하게 들솟았던 것이다. 인파와 차량이 들끓고, 소음과 미세먼지가 난무하고, 계산과 꿍꿍이가 창궐하는 대도시, 그 머리 아픈 정글을 탈출하고 싶다는 기분을 느꼈던 거다. 이 심상치 않은 기분은 점점 자라 확고한 신념으로 비약했다. 이후 그는 드디어 아내에게 귀촌을 제안했다. 아내 전용숙(64)씨의 반응은 뜻밖에도 매우 우호적이었다. 선선히 동의했으니까 말이다. 결과적으로 정진성씨는 귀촌을 둘러싼 아내와의 논쟁이나 힘겨루기를 일거에 면제받은 셈이다. 그렇게 단숨에 의기투합해서 부부가 시골에 내려온 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의 일. 아내 전용숙씨의 얘기를 들어볼까.
“보통은 여자들이 귀촌을 반대한다고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시골로 가자는 남편의 제안이 차라리 고마웠어요. 남편이나 저나 서울생활에 흥미를 잃어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서울을 떠나 조용한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는 게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거예요. 게다가 제가 자연을, 그중에서도 꽃을 매우 좋아하는 취향이라서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지요. 귀촌을 하면 실컷 꽃을 가꾸며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어요.”
“꽃의 그 무엇을 매우 좋아하죠?”
“음. 꽃은 그 아름다운 모습이나 향기 자체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비바람 같은 심한 고통을 겪으며 피어난다는 게 참 좋아요. 크거나 작거나, 소박하거나 화려하거나, 모든 초목마다 제 나름의 역경을 이겨내고서야 꽃을 피우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꽃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습니다.”
“남편께서 귀촌을 발상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서울생활이 주는 피로감이 한계에 이르렀던 것 같아요. 남편은 토목 기술자로 평생 공사 현장에서 뛰었어요. 대림산업 부장으로 재직했던 1996년엔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능한 엔지니어로 토목 현장을 누빈 사람이었죠. IMF 직후엔 심각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자부심을 갖고 직분에 최선을 다했다고 봐요. 엔지니어에겐 정년이 없습니다. 일흔 살이 넘어서도 직장생활이 가능하죠. 그러나 6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심신에 공히 무리가 오기 시작했어요. 특히나 비즈니스상의 술자리가 잦아 더 이상 일을 계속하다간 몸부터 무너질 거라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즈음 귀촌을 착상했는데, 다행히 남편의 고향에 시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로 10년째 비어 있는 집이 있어 결정과 실행이 빨랐어요. 그러고 보면 저희는 귀촌이자 귀향을 한 경우라 봐야겠죠.”
“예수조차 고향에선 배척당했다고 해요. 노년에 고향으로 돌아온 부부에게 쏠렸을 이웃들의 각별한 관심이 불편하진 않았나요?”
“텃세랄까, 그런 거 말이죠? 처음 그런 문제에 염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어요. 워낙 인심 좋고, 반듯한 풍속이 정착된 시골이라서 오히려 과분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매우 사교적인 성격이라 융화가 쉬었던 것 같아요. 남편은 현재 우리 마을의 노인회장이에요.”
전용숙씨 내외가 사는 집의 풍색은 소탈하다. 시부모님들이 살았던 당시의 구색을 가급적 그대로 놓아두거나 살려냈다. 꼭 필요한 부분에만 약간의 손질과 약간의 단장을 했을 뿐이다. 인간이 마침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듯이, 집이라는 사물 역시 결국은 자연으로 귀환하는 법이니 굳이 거창한 인위를 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햇볕이 물살처럼 찰랑이며 들이쳐 화단의 풀꽃들을 어루만지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는 마당이 있으니 이미 만족스럽고, 대기의 입자를 흔들며 불어오는 솔바람, 강바람이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유리창이 있기에 더욱 흡족하다는 게 전씨의 생각인 것 같다. 그녀가 시골살이 3년을 통해 배우거나 얻은 것 중에 최상의 것은 무욕(無慾)이 주는 마음의 평안이라지.
시골생활이 부여하는 절호의 기회들
집 뒤편으로는 제법 너른 텃밭이 딸려 있다. 12월의 텃밭은 철 지난 해변처럼 썰렁하지만 온기라 할 만한 기운이 여전히 감돈다. 서울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꽃을 키워 자연과 땅에 대한 갈증을 간신히 채웠던 전씨에게 시골 텃밭은 숫제 낙원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녀는 갖가지 작물을 심어 기른다. 풀을 뽑아내는 일이 고역스럽다기보다는 미안스러워 내심에서 우러나는 애도를 보낸다. 텃밭이니 가혹할 정도의 노동은 필요치 않다.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이 아니기에 소출에 욕심을 낼 까닭도 없다. 그럼에도 비지땀을 흘려 공을 들이는 건 작물들이 갓 태어난 손주나 노랑 병아리와 다를 바 없는 애틋한 생명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녀는 텃밭 농사를 서정적으로 즐긴다. 도시의 여자들이 찜질방에서 즐기듯이, 찻집에 둘러앉아 애먼 남편들의 흉을 푸짐하게 늘어놓으며 수다를 즐기듯이, 그녀는 텃밭에서 유유하게 노닌다.
텃밭보다 더 오래, 더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은 꽃밭에서 구현한다. 그녀는 해마다 30여 종의 화초를 가꾼다. 꽃철이면 울안에도 울밖에도 온통 꽃이다. 경북대 농대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그녀에게 꽃은 만고에 친애할 만한 동무다. 유심한 눈길로 꽃을 바라봐 꽃과 바람이, 꽃잎과 햇살이 어떻게 속삭이는지를 재빨리 간파한다. 폭풍에 찢긴 꽃대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고통처럼 느낀다. 만개한 꽃들의 환희를 자신의 것으로 삼아 마음에 기쁨을 담뿍 담는다. 그렇기에 시골의 나날은 태반이 꽃날이렷다. 이런 자각을 할 때면, 그녀는 서둘러 일찌감치 귀촌을 하지 않은 것을 살짝 아쉬워한다.
“서울에 살 때 실내원예연구회라는 단체에서 활동했어요. 실내조경협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고요. 문화센터 원예 강좌에 강사로 나가기도 했어요. 꽃을 즐기며 다양한 경험을 했던 거예요. 원예치료사 자격증도 있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원예치료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일상 안에 꽃 사랑이 들어와 있을 경우, 한결 안정되고 조화로운 생활이 가능한 것 같아요.”
“꽃을 너무 편애하는 건 아네요? 사람도 꽃 아닌가(웃음)?”
“맞아요. 사람과 꽃이 다를 게 없다는 걸 시골에 살며 더 실감해요. 일부 도시 사람들은 요즘의 시골 인심도 도시와 다를 게 없다고 보지만 그건 사실과 달라요. 적어도 우리 마을에선 그래요. 뭐든 나누고 돕는 풍속이 여전하거든요. 귀촌한 뒤 원주민들에게 배척당하는 사람들이 있다죠? 그건 시골의 바탕에 깔린 나눔의 정서에 부응하지 못한 탓이라 봐요. 무조건 나누고 베풀어야 해요. 그런 처신이 손해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결국은 이득을 얻는 현명함이라는 걸 아셔야 해요.”
“시골생활이란 이웃들과 나눌 줄 아는 실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절호의 기회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제가 저 자신에게 바라는 인간상은 이웃에게 쓸모가 있는 인간, 바로 그런 것이에요. 나만을 중심에 놓는 이기심에 매몰되지 않고, 남들의 어려움이나 외로움에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산다면, 그건 참 잘 사는 인생이지 않겠어요?”
남을 진심으로 배려할 수 있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이 이미 평온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뜻할 게다. 그러나 마음이라는 망둥이는 자주 길길이 날뛰어 소란 속으로 들어간다. 이와 같은 마음의 동향을 주시해서 단속할 수 있는 기회를 시시때때로 부여받을 수 있는 게 귀촌생활이라는 게 전씨의 생각인 것 같다. 사실 시골생활을 무난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생각과 마음의 스케일을 확대해야 한다. 마을 전체를 나의 집으로, 마을 사람 전부를 내 가족으로 바라보는 광폭의 마음, 그리고 소소한 풀꽃에까지 연민을 느낄 줄 아는 감성까지 가세한다면 귀촌의 나날들은 안전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시골에 살며 저는 많은 걸 얻었어요. 서울에 살 때엔 부부간에 대화가 거의 없었지만 여기 내려온 뒤부터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렇다 해도 남편이라는 존재는 영원한 미스터리이지만, 남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포기할 건 딱 포기해버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어요. 서울에서 지출했던 생활비의 절반쯤이면 너끈히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이점도 매력적이죠. 천성이 게으른 사람들에겐 오직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을 갖가지 노동도 운동이나 춤처럼 즐길 줄 아는 힘이 생겼고요,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어요. 남모를 애환? 숨기고 싶은 고민? 그런 게 전혀 없을 수 있겠어요? 인간이란 사실 굉장히 불안하고 모순적인 존재잖아요? 마음에 소용돌이가 칠 때면 강변을 산책해 속을 비워냅니다. 우리 마을의 멋진 강변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함께 걸어보실래요(웃음)?”
전씨 내외가 앞장서 강변으로 향한다. 첼로의 저음처럼 깊어가는 12월의 강변 오솔길. 강가에 늘어선, 잎 떨군 나무들엔 실존의 깊이가 있다. 군더더기를 다 털어버리고 본질만 남은 모습으로 비쳐서. 사람이 어떻게 저 겨울 나목의 허심(虛心)을 온전히 닮을 수 있을까마는, 가급적 비우고 또 비우라는 소식은 비처럼 쏟아진다. 전용숙씨가 누리는 소박한 시골생활의 즐거운 지향도 비우기에 있다는 것이고.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배운 작가.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 ,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