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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우여곡절 속 리듬”
- 1976년 연극 ‘하멸태자’로 데뷔 후 46년째 연기의 길을 걷고 있는 배우 남경읍. 그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조승우, 황정민, 소유진, 오나라 등 4000여 명의 제자를 양성한 뮤지컬계 대스승이다. 그런 그가 공교롭게도 뮤지컬 ‘올드 위키드 송’에서 슬럼프에 빠진 천재 피아니스트를 가르치는 ‘요제프 마쉬칸’ 교수 역을 맡았다. 후배들이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빛을 함께 찾아주며 멘토가 되어주었던 그에게 이번 작품은 어떻게 다가올까. 또 이 자리에 서기까지의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인생을 하나의 ‘슬럼프’라고 비유한 배우 남경읍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요제프 마쉬칸’은 어떤 인물인가? 마쉬칸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겪었던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를 감추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특유의 유쾌함과 웃음으로 그 아픔을 가리며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더욱 괴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죠. 하지만 ‘스티븐 호프만’을 만나고 사제 간 음악으로 하나가 되면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기 시작합니다. Q. 스승으로서 작품이 주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제자들을 가르치다 보면 다양한 학생을 만나게 되는데요. 보이는 것이 전부인 학생이 있고, 지금은 재능이 보이지 않지만 숨겨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학생도 있어요. 좋은 선생은 그런 재능을 가진 학생을 찾아내고, 키워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중요하죠. 많은 제자의 재능을 끌어내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도움되었습니다. Q. 사제 간 교감을 극대화하는 넘버가 있다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숨은 열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한 곡이에요. 그중 마음이 가는 노래는 제1곡 ‘이 아름다운 5월에’입니다. 마쉬칸이 이 곡을 가르치면서 스티븐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하는 말이 있어요. “인생이란 건 언제나 그렇게 명확할 수만은 없는 거야. 이 안에 마음이라는 게 있어. 그걸 움직이라고!” Q. 연기하며 와 닿았던 대사는? 마쉬칸의 대사 중 이런 말이 있어요. “비탄 속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비탄을 모르니 커다란 기쁨에 대해서 이해하지도 못하는 거야.” 그의 말처럼 항상 행복한 사람도, 슬럼프를 겪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든 슬럼프가 오지만, 그것을 극복할 때 행복하고 기쁘죠. 좋고 나쁜 일을 번갈아 겪다 보면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슬럼프이며 터널이지 않을까요? Q. 슬럼프를 극복한 일화가 있다면? 힘든 시기에 겨울 산을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찬바람과 싸우는 나목의 황량한 모습이 그 당시 저와 참 비슷하다고 느꼈죠.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아! 다른 계절에는 나뭇잎 때문에 햇빛이 땅까지 비추지 못하지만, 잎이 다 떨어진 겨울 산은 햇빛이 오롯이 땅을 비추고, 그 덕에 땅속에서 수많은 광합성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 현실이 겨울이라도 춥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죠. Q. 관객에게 전하는 위로의 한 말씀 코로나19 또한 인생의 우여곡절, 리듬이라고 생각해요. 영원한 어둠은 없습니다. “기쁨과 슬픔의 결합. 이게 바로 핵심이야!“라는 마쉬칸의 대사처럼 지금은 큰 비탄을 겪고 있지만, 두 주인공처럼 커다란 기쁨을 이해할 날이 곧 오겠지요. 그 시간을 견디는 가운데 이 작품이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주리라 생각해요. 뮤지컬 '올드 위키드 송' 일정 3월 1일까지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연출 우진하 출연 남경읍, 남명렬, 이재균, 정휘, 최우혁 등
- 2021-02-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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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공연
- 클래식 vs 클래식 김문경 저 동녘·1만8000원 매년 연말에는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해줄 클래식 공연들이 관객을 찾아온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선율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지만, 곡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작곡가에 대한 숨겨진 비화 등 관련 지식을 알고 나면 감상의 재미는 배가 된다. 올 연말 클래식 공연 관람을 앞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는 것도 좋겠다. KBS 클래식 FM ‘생생클래식’에서 매일 쉽고 흥미롭게 클래식을 설명해준 김문경 음악칼럼니스트의 신간 ‘클래식 VS 클래식’은 클래식 음악의 여러 법칙을 ‘라이벌’ 구도로 해설한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 독주자가 등장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설명하고, 쇼팽의 ‘에튜드-흑건’과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을 통해서는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의 차이를 분석한다. 클래식 ‘왕초보’라면 이마저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저자는 두 음악을 단순히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차이를 대중가요, 영화, 소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와 비유하며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독주자가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카덴차’를 기나긴 애드리브로 유명한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에 빗대고, 클래식에서 첫 시작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소설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인용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독서와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각 장에 저자가 설명한 곡이 QR코드로 수록돼 있어 카메라를 갖다 대면 공연 실황 영상이 재생된다. “클래식 음악의 한복판에 직접 뛰어든다”고 표현한 저자의 말처럼 책을 펼치는 순간 공연장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2020-1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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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인을 위한 노래
-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 음악 속 숨겨진 사연이나 명사의 말을 통해서 클래식에 쉽게 접근해보자. 아래의 인터뷰는 가상으로 진행했다. 우수에 젖은 눈빛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휘날리는 턱수염. 사진으로 봤을 때 그의 인상은 날카로웠다. 테라스의 의자에 앉아서 맥주를 홀짝거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맥주를 앞에 놓고 집 앞 풍경을 바라보던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눈을 찡긋하며 물 대신 맥주잔을 건네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와 같은 모습에 다소 놀라웠지만, 곡이나 자신의 철학을 말할 때는 몹시 진지한 눈망울을 보였고, 사랑했던 그녀를 말할 때는 아련한 눈빛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음악'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Q. 최근에 선생님의 삶을 모티프로 한 드라마가 한국에서 방영됐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요새는 이곳도 5G가 들어오면서 원활하게 소식을 듣고 있어요. 후대에 나를 모티프로 한 영화나 소설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후에 일이라서 내가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영광인 동시에 부끄럽습니다. 곡이 널리 쓰이는 것은 좋지만, 제 얘기를 회자하는 것은 지금도 부담스러워요. Q. 여기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요? 슈만 선생님과 그녀도 여기서 함께 지내고 있어요. 이곳 관리자가 배려해준 덕분이에요. 그가 생전에 내 팬이었다고 해요. 그의 도움으로 여기서도 틈틈이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해요. 가끔 집에 놀러 오는 후배들과 함께 연주도 합니다. 어제는 굴드가 다녀갔어요. 까칠하고 괴짜 같은 구석이 있지만, 그가 연주하는 곡은 정말 좋아요. 어제는 인터메조를 들려주고 갔는데, 한참 멍하게 듣고 있었어요. 가끔은 나보다 그 곡을 잘 해석하는 것 같아서 밉지만, 한편으로는 그 곡을 잘 연주해줘서 고마워요.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악동 같은 친구예요. Q. 언급하신 ‘그녀’는 100 마르크화 지폐에 나온 그분을 말하는 걸까요? 웬만하면 그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으면 합니다. 그녀를 존경하는 동시에 존중하고, 나로 인해서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Q. 그렇다면 슈만 선생님은 언제 처음 만나셨나요? 스무 살 때 친구랑 함께 연주 여행을 떠났어요. 말이 연주 여행이지, 떠돌이처럼 독일의 곳곳을 유랑했어요. 우연히 하노버에서 요하임이라는 친구를 알게 됐어요. 그 친구가 소개해준 분이 슈만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에게는 참 고마워요. 당시 선생님은 ‘음악신보’라는 잡지를 만들고 계셨는데, 저의 재능을 높이 사시고 극찬하는 평론을 써주셨어요. 아마도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렇게 인터뷰를 못 했을지도 몰라요. 운이 참 좋았어요. Q. 스무 살 이전의 브람스는 어땠나요?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문학 소년이었어요. 어머니가 주신 성경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특히 시에 심취했어요. 독일의 시인들이 쓴 시집을 많이 읽었어요. 이런 것이 곡을 쓰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기도 했어요. Q.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음악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음악은 진입 장벽이 높은 예술이잖아요. 하지만 제게는 일종의 놀이처럼 다가왔어요. 아버지께서 시립극장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시는 분이었어요. 덕분에 악기를 접할 기회가 남들보다 많았어요. 아버지께서 직접 가르쳐 주시기도 했고요. 악기를 연주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아서 즐거웠어요. 코셀이나 마르크젠 선생님처럼 훌륭한 분들에게 음악도 배웠어요. 그 시기에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의 곡을 배우면서 음악적 소양을 쌓았어요. Q. 그 시절에 음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려움이 있었죠. 예술가들은 돈 얘기를 하고, 반대로 은행원들은 예술 얘기를 한다는 말이 있죠? 그만큼 예술가의 삶이 곤궁해요. 저도 뼈저리게 느꼈어요. 아버지의 월급으로는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었어요.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그때부터 안 했던 일이 없어요. 학교도 그만두고 시립극장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인형극의 반주를 했어요. 교회에 나가서 오르간도 연주하고, 밤에는 술집에 가서 피아노를 연주했어요. 정말 바빠서 밤낮없이 살았어요.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선생님들에게 배웠던 이론을 실전에 적용하면서 음악적 감각을 많이 키웠던 것 같아요. Q. 곡을 쓸 때는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으시나요? 독일 민요와 독일 시를 곡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민요는 예로부터 입으로 전해오는 선율이라 독립적이고 명확한 선율을 갖고 있어요. 스스로 여기서 음악적 가치를 발견했고, 민요를 저만의 방식으로 곡에서 해석했어요. 제가 시를 좋아해서, 곡에도 시가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쳤어요. 괴테가 쓴 유명한 시부터 무명의 시인이 쓴 시까지 다양한 시를 곡에 썼어요. '시가 얼마나 음악을 풍성하게 해줄 것인가?' 곡을 쓸 때 그런 것을 고민했어요. 시를 고를 때 시에 담긴 정서적 분위기도 많이 살펴봐요.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면 감정적으로 절제된 시를 좋아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인정신이에요. 장인정신이 없다면 영감은 바람 속에 부는 갈대에 불과해요. Q. 말년에 작곡한 ‘네 개의 엄숙한 노래’는 어떤 마음으로 쓰셨나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이 세 가지는 제 인생을 따라다니는 화두였어요. 시와 성경에 심취했던 것도, 이 주제를 깊게 다루는 영역이라서 끌렸던 것 같아요. 그 이전에도 죽음을 목격했지만, 가장 큰 충격이었던 건 슈만 선생님의 죽음이에요. 제자로서 죄책감과 동시에 미안함이 컸어요. '선생님을 그렇게 몰아넣었던 것이 무엇일까?' '삶은 괴로운 걸까?' '존재의 의미는 무엇일까?' 스스로 이런 질문을 많이 했어요. 한편 선생님 곁을 지키던 그녀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무척 괴로웠어요. 동시에 존경했던 그녀에 대한 애정은 날이 갈수록 더 커졌어요. 물론 좋아지는 만큼 각자가 처한 상황 때문에 심적인 거리는 더 멀어졌어요. 후에 아내와 누이를 먼저 보내면서 삶이 허무해졌어요. 외로운 날들이 많았어요. 죽음은 허무하고 비참한데, 깊어지는 사랑은 더 달콤했어요.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말이죠. 죽음의 허무함과 삶을 다시금 일으키는 사랑. 그 곡은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 썼던 것이에요. Q. 동시대 작곡가 보다 작품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빨리 먹는 것과 천천히 먹는 것의 차이예요. 어느 것이 나쁘다고 할 수 없죠. 습성의 차이일 뿐. 속도가 느려도 감당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다른 분이 무책임하다는 것은 아니에요. 나름의 호흡과 스텝에 따라서 움직였을 뿐이에요. 곡을 개수로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기울이듯 작업을 할 뿐이에요. Q.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나요? 글쎄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 저는 민망하지만 브람스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Q. 이유는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동물로 태어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아요. 이왕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안에서는 늘 음표가 꿈틀거리는 것 같아요. 물론 다시 음악을 한다면 슈만 선생님과 그녀 곁에서 하고 싶어요.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해 또다시 괴로워하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삶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프로이트가 그랬죠. ‘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라.’ 제게 사랑의 시련, 죽음의 허무함이 없었다면 곡을 못 썼을 거예요. 앞서 그가 몇 차례 언급한 그녀와 이성적인 교제는 없었지만, 그녀를 늘 존경했고 슈만이 떠난 후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갔다. 말년에 쓴 ‘네 개의 엄숙한 노래’는 죽음이 임박한 그녀를 생각하며 쓴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브람스는 그녀와의 관계가 세간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며 화가인 막스 클링거에게 이 곡을 헌정했다.그가 그녀의 이름을 끝내 인터뷰 내내 밝히지 않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세상은 불륜이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른지만, 그가 보여준 마음은 진실했고, 행동은 신사답게 했다. 스승에 대한 신의와 각자의 가정이 있는 상황 속에서 브람스는 선을 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자는 그녀였고, 그녀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은 곡에 남아서 지금 이 시각에도 흐르고 있다. 브람스의 말대로 장인정신이 없는 영감이 한낱 바람 속 갈대에 불과한 것처럼, 그의 애절한 사랑을 빼고 그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여인을 위한 한 남자의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유효하다.
- 2020-10-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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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 독자를 위한 6월의 문화 소식
- ● Exhibition ◇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일정 7월 26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서예가 담당하는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전시다. 전통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서’(書)가 근대 이후 현대성을 띤 서예로 다양하게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방 후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비롯해 2000년대 이후 나타난 현대 서예와 디자인 서예 등 다양한 서예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1부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등 총 4개 주제로 구성해 서예, 전각,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등 작품 300여 점, 자료 70여 점을 선보인다. ◇ 백년을 거닐다: 백영수 1922~2018 일정 8월 9일까지 장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일평생 창작에 몰두하며 독자적인 작품관을 구축해온 백영수 작가의 작품을 만날 기회다. 더불어 작가의 아틀리에를 재현한 공간 및 아카이브 섹션을 구현해 자유로우면서도 절제된 그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부 ‘백영수의 삶을 거닐다’에서는 실제 사용했던 그림 도구와 생전 인터뷰 영상 등을 통해 작가의 삶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2부 ‘백영수의 작품을 거닐다’에서는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 105점을 연대기별로 전시해 작가의 화풍이 정립되는 과정을 확인한다. ◇ My Dear 피노키오展 일정 6월 26일~10월 4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00년 넘게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피노키오’를 소재로 2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대규모 복합 전시다. 전 세계 유명 작가들의 회화, 영상, 대형 조형물, 그림책, 팝아트 등 170여 점의 다양한 시각예술 복합 콘텐츠를 한자리에 모았다. 피노키오의 원작자 카를로 콜로디의 희귀 빈티지 도서와 산문 및 오브젝트도 함께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예술로 표현하는 ‘에르베 튈레의 사운드 워크숍: OH!’를 비롯해 ‘My Dear 피노키오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 대지의 연금술 일정 8월 30일까지 장소 엄미술관 인류세라는 거대한 전환 앞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과 자연이 건강하게 상호 융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거시적 물음을 던진다. 아울러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양자의 관계를 밝고 이로운 정신을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는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원천에서 나온 것이며, 서로에게 배우며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성찰에서 비롯됐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아트 디렉터인 제이콥 쿠즈크 스틴슨의 상상력과 기술이 더해진 독창적인 작품들을 통해 생태계를 향한 작가의 신념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 Stage ◇ 모차르트! 일정 6월 11일~8월 9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아드리안 오스몬드 출연 김준수, 박강현 등 청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차르트의 비극적인 삶의 여정을 그린다. 2010년 초연 무대를 꾸민 서숙진 디자이너가 다시 합류해 모차르트의 내면과 천재성을 더욱 극명하게 표현해낸다. 무대, 의상, 소품 등 미학적 요소들 역시 초연 버전을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해 더욱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 에스메 콰르텟 데뷔 리사이틀 일정 6월 9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출연 에스메 콰르텟(배원희, 하유나, 김지원, 허예은) 런던 위그모어 홀 공연을 비롯해 영국 전 지역 15회에 걸친 대장정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에스메 콰르텟의 국내 첫 공식 리사이틀이 열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진은숙의 현악사중주곡 파라메타스트링, 슈만 현악사중주 1번 등을 선보인다. ◇ 브로드웨이 42번가 일정 6월 20일~8월 2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 2020-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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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싱글 PART3] 영화 속 싱글은 '싱글은 더블이 되고 싶어하고 더블은 싱글을 그리워하는'
- 영화가 중년 독신 남녀를 그려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또는 지나치게 뒤틀려 있거나. 김유준 영화 전문 프리랜서 나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중년 독신들의 있을 법하지 않은 사랑을 있을 법하게 그려낸 대표적인 영화들. 현실에서는 남성이 멜 깁슨이나 조지 클루니처럼 ‘멋지고 튼튼하게’ 늙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중년 독신 여성이 헬렌 헌트나 미셸 파이퍼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이기도 불가능에 가깝다. 앞서 언급한 두 영화는 그 힘든 것들을 가볍게 해낸다. 중년들의 세상에서는 ‘노티’가 으레 공기처럼 떠다니지만 그들에게서는 그 비슷한 것조차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외로운 신세를 한탄할 때마저 위트 있고 경쾌하다. 그런 그들은 영화 내내 활기찬 모습으로 중년의 사랑을 흥미롭고 유머러스하게 이끌어나간다. 미국의 낸시 마이어스는 이 카테고리(중년 독신들의 사랑)를 대표할 만한 감독. 2000년의 에서 시작해 2003년의 과 2009년의 를 거쳐 최근의 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중년들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득 차 있다. 때로는 설정들이 터무니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사랑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반면 스티브 매퀸 감독이 거머쥔 (2011)의 카메라는 혹독하다. 영화 속에서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은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전문직 중년 독신 남성.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의 마음은 결핍으로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낸시 마이어스는 영화 에서 “내 삶에 뚫린 구멍을 메우고 싶다”는 주인공 벤(로버트 드니로)에게 인터넷 쇼핑몰 회사 인턴으로 지원하게 만들지만, 스티브 매퀸 감독은 그와 같은 낭만적 상상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에 없다. 브랜든이 빈 곳을 채우려 집착하는 것은 동물적 성이다. 광적인 포르노 영상 수집에 음란채팅에 성 매매에 이르기까지… 섹스를 갈구하는 그의 발걸음, 섹스와 마주하는 그의 몸부림은 쾌락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자기학대에 가깝다. 브랜든의 여동생 씨씨(캐리 멀리건) 또한 다르지 않다. 다만, 스스로는 결코 채우지 못하는 마음속 어딘가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씨씨는 그러면서 말한다. “우리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영상을 지켜보는 우리 또한 그녀가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님을 안다.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안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녀의 삶을 녹록하게 풀어줄 생각이 없다. 스티븐 매퀸의 차가운 영상을 좇다 보면 브랜든과 씨씨가 평생 구원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그리고 남매의 삶이 곧 우리 것처럼 느껴져 흠칫 뒤를 돌아다보게 된다. 영국 국영방송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중 한 편.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감독 스티브 매퀸은 올드 팬들이 로 기억하는 그 불세출의 명배우가 아니다(이미 세상을 떴으니 그럴 리 없다). 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품에 안은, 최근 미국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한 가지만 더. 독일 출신으로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는 시리즈에서 매그니토 역을 연기한 바로 그 배우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브랜든을 연기해 베스니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최근(9월 29일)에 개봉된 프랑스 영화 은 좀 독특하다. ‘지나치게 낭만적이거나 지나치게 뒤틀려 있다’는 두 가지 시선의 가운데쯤 위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중년 독신을 다룬 영화들 가운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철학 교사 나탈리(이자벨 위페르)가 맞닥뜨리는 불행은 우리 또한 종종 겪는 그런 종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어머니를 여의며, 아이들과의 사이가 점점 더 멀어진다. 경력 쪽에서도 마찬가지. 예전 같으면 가볍게 해치웠을 일들이 점점 더 힘겨워지다가, 끝내 오랫동안 자부심을 갖고 집필해온 철학 총서를 유행에 맞게 바꾸는 작업에서도 밀리고 만다. 나탈리가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그녀가 이 별별 종류의 불행을 거의 동시에 맞닥뜨린다는 점.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람이 들통난 뒤의 남편 태도. “그냥 좀 모른 척하면 안 돼?” 숫제 적반하장 수준이다. 이제 나탈리의 신세는 늙고 뚱뚱해서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어머니의 고양이 ‘판도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탄할 만한 것은 그런 불행을 받아들이는 나탈리의 자세. 그녀는 통곡하지 않는다. 몸부림치지도 않는다. 억울할 법도 하건만, 억울해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모든 것들을 껴안는다. 우리가 불행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그녀는 변화라고 여긴다. 남편과 함께 들었던 브람스와 슈만이 지겨워지고, 어린 제자의 차에서 들려오는 포크송이 좋게 느껴지는 것. 중년의 시점에서 찾아온 불행들이 그런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그것이 그녀의 인식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영상은 달빛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단단한 통찰력을 더불어 지니고 있다. 주연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국민 여배우’로 통하는 베테랑 여배우.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좋은 연기를 펼쳐 보인다. 프랑스 영화의 깊이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우리나라 영화 가운데에서는 2014년 발표된 를 꼽을 만하다. 나이든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유독 야멸찬 것이 우리 영화(또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특징 중 하나이지만, 강제규 감독의 이 영화만은 경우가 다르다. 성칠(박근형)이 금님(윤여정)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약속…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죽든, 울지 맙시다. 어차피 잠깐 떨어져 있는 거니까” 할 때는 가슴이 뭉클해져온다. 물론 그조차 미국 영화 이 원작이라는 점이 함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 2016-11-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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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계의 얼굴, ‘최고연주가’와 만나세요
-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거듭나고 있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상반기 패키지 공연 예매가 시작됐다. 특히 내달 11일까지 조기 예매할 경우 티켓값의 50%가 특별 할인된다. 오는 4월 16일부터 7월 8일까지 네 차례 공연되는 이번 수원시향 상반기 패키지는 ‘최고연주가 시리즈’라는 테마로 각 분야를 대표하는 클래식계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첫 공연으로 내달 16일 진행되는 정기연주회에는 수원시향 김대진 음악감독의 지휘로 ‘2013년 퀸엘리자베스콩쿨’ 1위인 피아니스트 보리스 길트버그를 초청하여 라흐마니노프 대표곡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연주되고, 유럽무대에서 찬사 받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이 감동을 전한다. 5월 16일은 정주영 부지휘자와 수원시립교향악단의 관악수석연주자들이 함께 하며 수원시향의 저력을 확인 할 수 있다. 6월 3일 정기연주회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25년 역사를 함께 한 후 코리안 심포니로 자리를 옮긴 지휘자 임헌정이 그의 대표 레퍼토리인 브람스를, 미국 등 해외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첼리스트 문태국과 함께 슈만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며 낭만의 진수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7월 8일 정기연주회는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활발한 활동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지휘자 성기선과 국내 정상급 현악 앙상블인 ‘조이 오브 스트링스’의 음악감독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재직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가 함께 한다. 예매는 수원시립예술단 홈페이지(www.artsuwon.or.kr)와 전화(031-250-5362~5)를 통해 선착순 판매된다. 경기일보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 2014-03-18 0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