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청룡의 해 내년 전망 전문 서적들에서 찾은 시니어 관련 5개 키워드를 소개한다.
돌봄경제 ‘트렌드 코리아 2024’ 中
돌봄은 이제 사회적 약자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돌봄경제는 나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조직과 사회의 경쟁력이다.
스마트 그레이 ‘라이프 트렌드 2024’ 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노인의 시대 예고. 핵심 소비자층으로 떠오른 상위권 노인들의 라이프스타일, 사회적 역할, 인간관계, 자산 관리 등에 주목한다.
실버 싱글 ‘2024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中
혼자서 늙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테크놀로지. 고령화와 폭발적인 1인 가구의 증가에 맞춰 ‘실버 싱글’ 세대들을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영트로(Young-tro) ‘2024 트렌드 모니터’ 中
기존의 레트로, 뉴트로와는 다른, 10~30대에 의해 주도되는 新복고 현상. 이 과정에서 기성세대에게는 생소한 소품이 복고의 이름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MZ세대 면접관 ‘채용 트렌드 2024 ’ 中
‘MZ세대 면접관’이 등장 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데 있어 더 이상 과거의 잣대로는 인재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일본에서는 1인 고령가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985년, 65세 이상 남성 중 8.6%에 불과하던 1인 가구는 2020년, 약 3배(23.2%)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싱글 고령자는 미혼, 이혼, 사별로 나뉩니다. 특히 미혼율 상승이 (싱글 고령자가 증가하는 이유의)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미혼 비율은 남성 약 30%, 여성 약 20%입니다. 싱글이 ‘좋다’, ‘나쁘다’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분석하자면 배우자가 있는 사람에 비해 싱글인 사람은 경제 기반이 약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미혼 남성, 이혼 여성의 경우 경제 상황이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일본 닛세이 기초연구소 보 미우코 준주임연구원이 TV 아이치에 지난달 29일 전한 말입니다. 그는 100세 시대, 모두가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준비해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우코 연구원의 당부입니다.
“모두 최후에는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에 유의한다, 친구를 늘린다, 스스로 돌봄 예방이나 정보 수집을 한다 등 어떻게 최후를 맞이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혼, 사별, 자녀의 독립 등 여러 이유로 혼자 살게 되면 밥을 ‘잘’ 챙겨 먹기가 어렵다. 영양소를 고려해 균형 잡힌 식단을 꾸리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배달음식이나 가공식품 위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 이처럼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을 위해 국가에서는 영양 및 생활 지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모양새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1인 가구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40~64세 1인 가구 절반가량이 직접 음식을 조리(58.1%)하지만, 가정간편식을 이용(17.4%)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음식(7.3%), 빵이나 샌드위치(5.5%), 편의점 음식(2.7%)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밥을 거르는 이유는 주로 식욕이 없거나 귀찮아서(35.9%)이지만, 혼자 먹기 싫어서(12.5%), 장을 보는 것이 번거로워서(12.3%) 등의 이유도 있었다. 지자체나 유관기관은 중장년 1인 가구의 건강한 식사를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요리·식사하며 소통하는 ‘소셜 다이닝’
서울시 은평구 1인가구지원센터는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건강 요리교실 및 소통 프로그램 ‘은빛싱글소다’를 운영하고 있다. 은빛싱글소다는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총 7회기로 진행하며, 요리 강좌 4회와 특별 강좌 1회로 구성돼 있다. 메뉴는 마을 기업과 연계해 은평구만의 특성을 살린 계절 보양식, 명절 음식 등으로 마련한다.
참여자들은 시작 전 메뉴와 요리법을 전달받고, 강사의 시범을 보며 만드는 순서를 익힌다. 그 후 2인 1조로 준비된 재료를 굽고 볶아 요리를 완성한다. 중간중간 대사증후군, 만성 질환에 도움 되는 식재료와 식습관 등 건강 정보를 나눈다. 서로 만든 음식을 공유하고 맛을 평가해보는 시간도 가진다. 단순한 요리 활동에 그치지 않고, 음식을 매개로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하게 된다.
은빛싱글소다에 참여한 40대 홍호기 씨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나에게 맞는 음식을 때맞춰 섭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습관들이기가 어려웠다”며 “전문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주 간단한 집밥 레시피를 알려줘도 소용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은빛싱글소다에서는 강사님이 칼질하는 법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주셔서 잘 배우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매달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재밌다”고 말했다. 60대 서판순 씨는 “집에서는 식사를 대충 때우게 되고, 매번 만들어 먹자니 숙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연어덮밥이나 비빔쌀국수처럼 우리 세대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요리를 배울 수 있어 기분이 좋고, 다음 시간이 벌써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김지운 은평구청 1인가구지원팀장은 “그간 청년 혹은 노인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40~60대를 위한 복지 서비스는 부족한 실정이었기에 은빛싱글소다의 첫 대상자를 중장년 1인 가구로 설정했다”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 방향을 검토해 대상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영양 상태 체크해 식습관 개선
경상북도 포항시 가람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는 수입이 적어 식비로 지출할 수 있는 비용이 제한적인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영양 불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주 1회 생활지원사가 지역 연계 식당에서 도시락을 받은 뒤 대상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전달하고, ‘장수노트 영양편’을 활용해 1 대 1 맞춤 영양 교육을 진행한다. 매일 영양 실천 내용을 작성하도록 유도해 어르신이 스스로 영양 상태를 확인하고, 건강한 식단을 실천해 균형 잡힌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서비스를 받은 대상자들은 “평소에는 지원받은 카레나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곤 했지만, 선생님이 매주 꼬박꼬박 식사를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니 챙겨 먹게 됐다”, “뭘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려줘서 장을 볼 때 어떤 식재료 위주로 구매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영아 가람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장은 “식품 지원과 영양 교육으로 매주 어르신의 식생활 변화를 기록했고, 서비스 이후 일상에서 얼마나 해당 내용을 적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만성 질환 예방과 영양 불량 문제의 개선을 도왔다”며 “더욱 체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독거노인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삶과 죽음이 한끝 차이이듯 ‘웰다잉’을 위해서는 ‘웰빙’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니어의 웰빙은 대부분 거처가 좌우한다. 노후에 어떤 형태의 돌봄을 받고, 어디에 머무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 또는 병원, 두 가지 선택지가 전부였지만,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고민하는 ‘웰엔딩’에 관심이 늘면서 ‘실버타운’이 제3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버타운 입주를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실버타운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시대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엔 10여 년, 길어야 20년 정도로 여겨지던 노후의 정의가 30~40년 가까이 늘어났다. 직장에서 몸담은 시간보다 노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질 좋은 서비스와 시설로 눈을 돌리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30여 년간 ‘열일’ 한 대가로 얻은 경제력이 있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누리고 싶은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심리다.
실버타운은 이 같은 액티브 시니어의 수요를 만족시켜주며 최근 몇 년간 노후의 또 다른 보금자리로 각광받고 있다. 실버산업 전문가 이한세 초고령사회미래연구원 위원장은 “20여 년 전의 60대와 지금의 60대는 다르다. 옛날에는 60대만 돼도 ‘인생 다 살았다’고 했지만 지금은 노후를 편안하고 활기차게 보내려는 시니어가 많다. 또 과거에는 실버타운 입주 보증금이 강남 아파트 한 채를 팔아야 충당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20년 사이 보증금은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집값은 10배 가까이 오르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며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 실버타운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버타운 언제, 어디로 가야 하나
한마디로 오늘날 ‘액티브 시니어’라 불리는 이들은 실버타운에 입주할 경제력을 갖췄으며, 노후를 즐길 시간도 충분하다. 문제는 언제, 어떤 실버타운에 들어가느냐다. 포털 사이트에서 ‘실버타운’을 검색하면 각종 노인주거복지시설이 쏟아져 나와 정확한 정보를 추리기 어렵다. 또 노후가 길어진 만큼 어느 연령대에 입주해야 하는지도 새로운 고민거리다. 적절한 시기에 실버타운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인주거복지시설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노인복지법 제32조에 따르면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어르신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곳’을 말하며, 성격에 따라 양로시설과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으로 구분한다. 양로시설은 크게 무료 및 실비, 유료로 나눌 수 있는데, 무료 및 실비 양로시설은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곳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서비스 외에 기타 부대시설을 유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면 유료 양로시설은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입주 가능하다. 대개 경제력 있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운영해 입소자로부터 비용을 전부 수납하며, 그 특성상 여가 시설, 취미 프로그램, 의료 서비스 등이 특화돼 있다. 비유하자면 유료 양로시설은 시설이 뛰어난 5성급 호텔, 무료 및 실비 양로시설은 비용이 합리적인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같은 노인주거복지시설 가운데 고급형 노인복지주택과 소수의 유료 양로시설을 합한 개념을 통상적으로 실버타운이라 부른다. 즉 실버타운은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입주 가능하다.
그렇다면 노후 어느 시기에 입주하는 것이 일반적일까. 서울시니어스타워 관계자는 “실버타운 초창기에는 60~65세에 입주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70대 중반에서 80대에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 가사노동을 할 체력이 되지 않거나 크고 작은 돌봄을 받고 싶을 때 이곳을 찾으신다”라며 “그러나 열에 아홉은 ‘더 일찍 들어올걸’ 하며 후회하신다. 나이가 들수록 동호회나 취미 프로그램, 행사 등을 즐기기에 육체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버타운의 각종 시설을 알차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조건에 부합하는 연령이 되었을 때 바로 입주하는 것을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TIP] 실버타운 입주 시 고려해야 할 4가지
비용 ▶ 가장 먼저 자신이 충당할 수 있는 입주 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고려해야 한다. 입주 보증금은 대개 2억~9억 원, 월 생활비는 100만~200만 원 선이다. 같은 실버타운도 평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니, 싱글이라면 가장 많은 세대를 차지하는 평수를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위치 ▶ 실버타운은 위치에 따라 도시형, 근교형, 전원형으로 나눌 수 있다. 위치는 개인의 선호도나 자녀의 거주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만 수도권 내에 있는 실버타운은 땅값에 따라 입주 보증금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병원 ▶ 복용 중인 약이 있거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시니어는 대형병원이 가까운 실버타운이 좋다. 또 ‘너싱홈’(실버타운과 요양원의 성격이 결합된 형태)이나 ‘데이케어센터’(주간보호시설) 시스템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있으니, 각 실버타운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여가 ▶노후의 질은 여가가 좌우한다. 후보별로 각 절기별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 취미 활동, 커뮤니티 센터 등을 알아본 다음 알맞은 곳을 택한다. 단 해당 서비스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육관은 있지만 트레이너의 관리가 허술하고, 동호회가 존재하지만 참여하는 사람이 없으면 ‘보여주기 식’일 가능성이 높다. 프로그램의 활성화 정도를 함께 고려한다.
피해 줄었지만 상담 꼼꼼해야
알맞은 실버타운을 골랐다면 다음은 입주 상담이다. 실버타운 입주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충분한 상담으로 머물 곳을 신중히 선정해야 한다. 특히 입주 보증금 반환 방식을 세밀하게 살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입주 보증금 관련 피해가 문제시되고 있지 않지만, 수년 전 일부 실버타운이 분양 저조, 사업비 부족 등의 이유로 입주민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몇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용인시 A실버타운은 서비스 불이행, 일방적인 관리비 인상, 보증금 미지급 등 사업자의 독단적인 운영으로 구설수에 오르다 2017년 시설폐쇄명령을 받았다. 경기도 성남시 B실버타운은 2016년 무리하게 사업 분야를 키워나가면서 부도가 발생해 입주민들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사업자가 입주 보증금의 50% 이상을 돌려주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권이나 근저당권 설정으로 보호하는 경우 예외 조항이 적용돼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전세권 및 근저당권 설정으로 보호받을 경우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에도 한계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제도에 다각적인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요즘은 시공자나 금융권에서도 사업성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큰 피해 이슈는 없지만, 운영의 건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차원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입주하려는 실버타운이 운영상 문제가 없고 건실한지 분별하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전문성과 사회적 신용도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파악하기 어려울 땐 식사 체험을 하며 입주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종 계약을 할 때는 보증금 반환 보장 방안과 지급 방법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지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이 위원장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잘 갖춰져 있는 것이 중요하다. 시설만 강조하는 곳보다 시니어에 대한 직원들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곳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인생의 보너스 같아”…공동체서 찾는 활력
실버타운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한 입주자들의 실제 후기는 어떨까. 대부분 비용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여성 입주자들은 식사 준비를 비롯한 가사노동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50여 년 운영하던 약국을 닫고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에 나란히 입주한 조명자(77)·조미자(73)·조경희(65) 자매는 “모든 게 만족스럽지만 무엇보다 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세 자매에게 꿈만 같은 일”이라며 “함께 식사를 하고 웃음꽃을 피우다 보면 이곳에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서울시니어스 강서타워에 입주한 정태분(78) 씨도 “정성과 영양 가득한 식사와 청소 서비스는 그동안 고생한 인생의 보너스 같아 매일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실버타운 내 각종 취미 프로그램도 즐거움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에 3년 간 거주한 배순애(72) 씨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 조깅을 한다. 코스도 다양하고 산책로도 여러 개다. 10년째 취미로 하는 색소폰을 무대에서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이뤄져 심심할 틈이 없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모임이 잠정 중단됐지만 남편과 주변 관광지를 돌며 나들이 다니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도 공동체 생활에서만 겪을 수 있는 쏠쏠한 재미다. 특히 은퇴 후 외로움을 느끼는 시니어에게 실버타운은 또 다른 만남의 장이다.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이성 간 건강한 교류를 맺는 이들도 있고, 사회복지사 직원과 입주자가 서로 엄마, 아들이라 부르며 모자지간처럼 지내는 경우도 있다. 김숙응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 주임교수는 “같은 실버타운에 입주한 시니어는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하고 빈부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공감대로 친밀도를 쌓기 쉽다”며 “동호회, 문화 프로그램 등으로 형성해나가는 사회적 관계는 노후의 또 다른 활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에게 맞는 실버타운은 어디?
전국 40여 곳의 실버타운을 직접 방문해본 이한세 초고령사회미래연구원 위원장이 추천한 실버타운을 세 곳을 소개한다. ✽비용은 1인 기준
TYPE A | 액티브한 도시형 ▶ 서울 ‘더클래식500’
‘소셜 리더를 위한 실버 하우스’라는 슬로건에 알맞게 최상급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우스 키핑, 퍼스널 컨시어즈, 발레파킹 등 호텔식 서비스와 건국대학교병원 교수진으로 구성된 전문의 및 전담 관리팀이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파,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 여가 시설과 각종 문화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입주자 중 은퇴 후에도 강연, 컨설팅 등 도시 내에서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많다.
입주 보증금 9억 원 월 생활비 213만 원(식비 26만 원) 문의 02-2218-6000
TYPE B | 편리한 근교형 ▶ 인천 ‘마리스텔라’
성모요양병원, 인천국제성모병원을 가까이에 끼고 있어 응급 시 신속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단지 내 일반 상가와 푸드 코트 등이 있어 식사의 선택지가 다양하고, 젊은 사람과 어린이 등 외부인의 방문이 잦아 고립감이 덜하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1층 성당에서 매일 미사가 진행되어 종교 생활을 할 수 있다. 도시의 편리함과 근교의 호젓함을 모두 느끼고 싶은 시니어에게 알맞다.
입주 보증금 2억4000만~4억 원 월 생활비 142만~196만 원 문의 032-280-1500
TYPE C | 정다운 전원형 ▶ 김제 ‘부영실버아파트’
전국 실버타운 가운데 보증금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중가 실버타운 수준의 합리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근에 노인대학과 게이트볼장, 요양병원, 노인종합복지관이 들어서 있어 주변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식사는 복지관 식당에서 저렴하게 해결 가능하다. 여름에 다 같이 모여 문 열어놓고 비빔밥을 해 먹고, 단체로 여행을 떠나는 등 입주민 간 교류가 잦으며 정겨운 분위기다.
입주 보증금 2000만~4000만 원 월 생활비 없음 문의 063-545-0343
여름철 더위는 몸을 지치게 한다. 노인일수록 더욱 힘들다. 이럴 때 한잔의 기버터 커피로 활력을 찾아보자.
방탄 커피, 버터 커피, 키토 커피 등 이들의 레시피는 비슷하다. 체중 감량의 효과를 내세웠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며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커피의 구성 재료를 분석하여 활력 음료로 활용할 수 있다.
기버터 커피의 재료인 커피는 싱글 오리진의 고산지 생산품으로 농약, 곰팡이 등이 없는 깨끗한 품질이어야 하며, 목초로 키운 소의 우유로 만든 기버터가 일반 버터보다 좋다. 코코넛오일보다 이를 원료로 만든 중쇄지방산이 효과적이다.
커피는 각성제로써 정신을 맑게 하나 영양분이 없어 기력을 찾을 수 없다. 기버터는 유지방 함량이 높은 최고급 유기농 천연 버터이며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소화가 잘되며 무염으로 풍미가 깊고 강한 맛을 낸다. 뼈를 강하게 하며 면역력을 높이고, 눈 건강을 좋게 만든다.
중쇄지방산은 6~12개의 탄소 사슬을 가지고 있으며, 간의 대사작용을 우회하고 바로 뇌와 근육의 에너지로 사용된다. 코코넛오일의 15%가 이 대사작용을 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중쇄지방산을 만들어 효율을 높인다.
만드는 방법
1 진하게 내린 커피 (원두37g, 물 237ml)
2 기버터 1~2 큰 숟갈
3 MCT Oil 1~2 큰 숟갈
이 세가지를 섞어 믹서에 넣고 20-30초 돌린다.
이와 같은 모닝커피 한잔은 빈속에도 쓰리지 않고 맛이 아주 좋으며 소화 과정이 필요 없이 뇌에 영양이 직접 공급되어 활력을 높여 준다.
두 번째 해외근무를 앞둔 김 부장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남들은 한 번 가기도 힘든 해외근무를 두 번이나 가게 된 행운을 걷어차고 싶은 심정이다. 10년 전, 첫 번째 해외근무를 갈 때는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환희에 들떠 있었던 김 부장이다. 회사 돈으로 생활을 하고, 아이들 영어교육도 받을 수 있고, 5년간의 해외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땐 제법 큰돈을 모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내 입장에선 시댁과 멀어지니 그렇게 홀가분한 일도 없었다. 해외근무를 앞두고 가족 모두는 행복한 마음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두바이에서 5년간 근무 후 5년간 본사에서 근무하다 다시 5년간 해외근무 명령을 받은 김 부장의 표정이 10년 전과 다르다. 그가 180도 달라진 이유는 뭘까?
두바이에서의 첫 번째 해외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김 부장의 손에는 목돈이 아닌 빚 청구서만 가득했다. 쇼핑 천국 두바이에서 아내가 쇼핑 중독에 걸린 탓이다. 가족이 회사로, 학교로 떠난 뒤의 빈자리가 아내에게는 너무 크게 와 닿았던 것이다. 낯선 땅에서의 무료한 생활에 지친 아내가 쇼핑 중독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김 부장의 계획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5년간 모은 목돈을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빚 청산을 위해 집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김 부장은 이혼까지 생각했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며 참았다. 이런 그에게 빚 청산이 끝난 직후 떨어진 두바이 해외근무 명령이 달가울 리 없었다.
만약 김 부장이 외로운 아내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미리 대처했더라면, 또 아이들이 엄마의 쓸쓸함을 좀 헤아렸다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김 부장 아내의 쇼핑 행위는 전형적인 과소비였다. 과소비의 결과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순간적인 욕망을 참지 못하면 가족의 미래까지 용해되어버리고 만다. 가치소비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가치소비는 소비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채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세밀하게 따져 소비하는 행위를 말한다. 무조건 아끼고 보는 알뜰소비, 일단 저지르고 보는 과소비와는 다른 소비 행태다. 가치소비는 실용적이고 자기만족적 성향이 강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가치소비가 최근 중장년, 나아가 노인세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5070세대가 가치소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소중한 기회다
가치소비에서 방점은 ‘소비’가 아니라 ‘가치’에 있다. 5070세대가 진정한 가치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먼저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가치가 명확하지 않으면 가치소비로 둔갑한 고가품 소비를 할 수 있다. 사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치소비는 고가품 소비를 아름답게 포장한 느낌이 없지 않다. 가치소비자를 흔히 ‘포미(For Me)족’이라고 하는데, 이를 대문자로 표기하면 가치소비의 경향이 잘 드러난다. FORME는 For Health(건강), One(싱글), Recreation(여가), More Convenient(편의), Expensive(고가) 등 다섯 가지의 경향을 포괄하는 합성어다. 정보분석기업 닐슨이 작년에 발표한 에 의하면, 한국 소비자들이 ‘평균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가장 높은’ 분야는 의류·신발, 화장품, 개인용 전자제품, 자동차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에서는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제품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가치소비로 치장한 고가품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고 반드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생의 전환기에 있는 5070세대의 가치소비는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가치를 두고 싶은 분야는 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5070세대에게 가치소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5070세대에게 가치소비는 정체성 찾기의 소비 버전이다. 김 부장의 아내가 진정한 가치소비자였다면 두 번째 해외근무를 앞둔 김 부장의 기분은 어땠을까?
삶의 찌꺼기를 제거할 수 있다
가치소비자의 행동 중 눈에 띄는 것은 불필요한 물건정리다. 가치소비자는 새로운 물건만 사는 사람이 아니다. 집안 구석구석 쌓여 있는 물건 중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물건은 과감하게 정리한다. 보지 않는 책을 중고매장에 팔고 그 돈으로 관심 분야의 신간을 사는 사람들, 옷가지나 가재도구를 중고매장 또는 아나바다 시장에 내놓는 사람들 중에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5070세대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집안 구석구석에 숨겨두고 있다. 손때가 묻어 있고, 삶의 추억이 담겨 있는 까닭에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자. 물건정리는 삶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일이기도 하다.
젊게 살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다
영원한 젊음이 불가능함을 알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최대한 오래 젊게 살고 싶어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젊게 살고 싶은 욕망은 더욱 깊어진다. 가치소비는 중장년이 젊게 살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써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알뜰소비를 위해 발품을 팔듯 가치소비를 위해서는 ‘손가락품’을 팔아야 한다. 가치소비자의 가장 큰 무기는 정보력이다. 그래서 해외쇼핑몰 사이트, 국내 소셜커머스 사이트 등을 꼼꼼하게 뒤지며 가격을 비교하고 할인쿠폰을 내려 받는다. 5070세대도 가치소비를 즐기려면 이런 수고쯤은 감수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주로 활용하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접속은 5070세대가 간접적으로나마 젊은이들과 교감하면서 젊게 사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규현(교육학 박사, 행정학 박사)
인간은 올 때도 혼자 왔고 갈 때도 홀로 갑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동안은 혼자 살 수 없는 가냘프고 나약한 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남자를 만들어놓고 홀로 있는 것이 보기에도 안 좋고 불안해서 남자를 재운 뒤 그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서 여자를 만들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남자로 만들어 서로 도우며 살아가라고 하시지 않고 여자를 만들어 남녀가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살아가라고 하셨을까요? 그것은 남녀의 성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동성끼리는 신이 바라는 종족 번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또 인간은 성적인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위대한 사랑과 배려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라는 이름으로 둘이 만나 살다 보면 어느 한쪽이 먼저 작별을 고하게 돼 있는 것이 인간의 한계입니다. 한쪽 배우자가 떠나고 나면 남은 한 사람은 밀려오는 고독과 싸우며 살아야 합니다. 물론 고독감은 고령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고 일생 동안 느끼며 사는 것이지만 특히 고령자가 되었을 때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외톨이가 되었을 때 깊은 고독을 느낍니다. 배우자가 살아 있을 때도 고독은 있지만 혼자가 되었을 때 가장 큰 고독을 느끼는 것입니다. 식사를 같이할 사람, 잠을 같이 잘 사람이 없으면 인생은 혼자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흔히 노년이 되면 상실의 시기, 소멸의 시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고령이 되어도 상실이나 소멸이 되지 않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생리적 욕구입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이 먹고 싶고 졸리면 자고 싶고 성적 욕구가 생기면 해소하고 싶은 것이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올 경우는 그것을 충족시키고 싶은 의사를 표명하지만 성적 욕구는 어느 누구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못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사회가 더 두드러집니다.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사회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성적 표현이 고령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천박한 범주에 속합니다. 물론 서양사회에서도 과거에는 종교와 문화에 따라 엄격한 때가 있었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부터는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성은 종교적인 면에서만 봐서는 안 되고 인간 중심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고 변화입니다. 성은 신이 인간에게 만인평등으로 주신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침해하거나 박탈할 수 없는 천부적 권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고령이 되었다고 제한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똑같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노인의 성을 빼고 노후를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노인의 기쁨, 만족의 가능성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은 단순히 숨을 쉬고 있는 생물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인간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살아 있는 한 가슴 속에서 성적 욕구가 꿈틀거리는 불가사의한 존재입니다. 그것은 살아 있음을 의미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입니다. 섹스를 통한 황홀감은 인간이 느끼는 오감 중 가장 강력한 쾌감입니다.
흔히 인간을 ‘성적 인간’이라고 합니다. ‘성적 인간’이란 따뜻한 감정으로 이성과 접촉하고, 이성과 성적 교류가 가능한 인간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따뜻함은 삶을 위한 마그마(magma)로서 젊은 시절엔 이성을 희구하고, 친구를 희구하며, 노후가 되어도 이성에 대한 따뜻한 눈길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성기 결합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으로 상대와 마음과 감정의 교류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긴요한 것입니다. 상대와의 농밀한 마음의 교류, 그것이 있음으로써 섹스를 하는 것이 극상(極上)의 즐거움이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교류가 없는 섹스는 단순한 점막(粘膜) 마찰에 불과한 것입니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All is well that ends well).’ 셰익스피어가 한 말입니다. 과거의 삶이 아무리 고달팠든 화려했든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인간은 항상 현재가 중요합니다. 인간에게 있어 고독은 죽음 다음으로 두렵다고 합니다. 고독은 수명을 평균 8년이나 단축시킨다고 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인간은 사랑이 필요합니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나 마찬가지이며 사랑의 향기가 없는 인생은 꽃이 없는 사막과 같다고 했습니다.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이며,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홀로 사는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할 사람이 아무도 없고, 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때, 인간은 허무해지고, 고독해지고 절망에 빠지는 것입니다. 서산마루에 걸려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이제 곧 지겠지 한탄만 하지 말고 저 아름다운 태양처럼 나도 인생 말년을 멋지게 장식하겠다고 도전하십시오. 멀리 보지 마십시오. 사랑하는 사람은 70m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섹스는 만병통치약이며 최고의 보약입니다. 모든 시니어들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이규현 현 용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객원교수이며 저자다. 용인대학교 사회교육원장, 도서관장을 역임했다.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에 어린이집, 뇌 건강센터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삼성노블카운티는 스포츠와 문화 서비스와 함께 지역 주민과의 공존, 가족적 연대까지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마을공동체였다. 또한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혼합하여 이상적인 융합형 시니어타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시니어타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이었다. 고준호(高準浩·59) 삼성노블카운티 원장이 직접 말하는 노블카운티의 특별한 강점을 확인해 봤다.
고준호 원장은 출근하면 항상 확인하는 일이 있다. 호숫가에 산책 나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어머님, 잘 주무셨나요?”, “아버님,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아드님은 잘 다녀가셨나요?” ,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요?”, “오늘은 패셔니스타 같아요” 살갑게 건네곤 한다. 매일 회원들을 살피고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 주는 것이 몸에 배었다. 가끔씩 나누는 일상의 안부는 회원들에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됐다. 회원들은 남 보다 못한 자식들보다 고 원장이 때로는 든든한 안식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회원들이 더 활기차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는 고 원장은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시니어타운은 부자들만 간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죠. 부유한 어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열심히 벌어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정도면 부부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호회가 잘 조직돼 있어 회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그래서 이 안에서는 교우관계가 왕성해요. 여기서는 어머님들의 활동이 활발하고요. 합창단, 당구, 사진, 탁구도 새로 배우시고, 회원들끼리 인생의 선후배로서의 교우관계로 행복한 시간을 채워 나가고 계십니다. 노블카운티 정원에서 서로 부축해 가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회원부부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싶어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분이라면 큰 걱정 없이 비교적 품위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며 취미와 사교활동으로 행복을 누리면서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아닐는지.
이러한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설립,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시니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일반세대(타워A, B동)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세대로 구분되는 노블카운티에는 총 553세대가 입주해 있다. 지상 20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 2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실의 면적은 30평형대, 40평형대, 50평형대, 70평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타운 내 시설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함께 이용하는 장소로 운영되는 등 도심형 시니어타운의 이점도 있는, 세대 간 소통으로 대표적인 시니어타운이다.
도심과 자연의 만남, 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은 드물다
“15년이 넘은 곳이라 여기는 외국 분들이 자주 방문합니다. 우선 외국 분들은 조경을 보며 아름답다며 놀랍니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쓸 수 있는 센터들이 같이 운영된다는 것에도 놀라죠. 일본도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있는데 아주 도심에 있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곳은 거의 없어요. 노블카운티는 도심과 자연의 장점을 갖춘 시설이죠. 설립할 때부터 이런 취지로 개발한 시설은 드물어요.”
삼성노블카운티의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되는 고준호 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니어타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블카운티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시설은 드물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노블카운티를 국제적으로 키우겠다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노블카운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더 만족하며 살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와서 보니 실버타운의 경영자는 반은 호텔 지배인이고 반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더군요. 호텔 지배인은 뭐랄까, 고급스런 고객을 모시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죠. 아파트 관리소장은 서민들이 사는 문제, 예를 들어 수도 흙탕물이 나온다, 왜 쓰레기 제때 안 치우냐, 관리비 왜 비싸냐 등등 소소한 불편 사항을 해소해 주는 역할입니다. 저는 그 롤들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 원장은 회원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회원들 생활의 작은 것부터 다듬어 주자는 생각은 겸손함도 있지만 보다 회원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여 주자는 현실적인 차원도 있었다.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문제점들이 흔히 지적되는데 그런 것에 관심 갖는 것보다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치는 한 분 한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거죠.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여기가 천국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게 여기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가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 한다
고 원장은 자신이 와서 새롭게 한 건 하나도 없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훌륭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철 회장님은 노블카운티를 어떻게 지으라고 말씀은 안 하셨고 복지의 사각지대인 의료, 육아, 여성, 노인 문제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걸 하라고 공익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삼성의료재단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집이었으며 다음이 노블카운티였죠. 노블카운티를 지을 때는 이건희 회장님이 선대 회장님의 마인드를 갖고 노인 복지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블카운티를 지으면서 이건희 회장님이 지시한 게 하루 종일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고 원장은 노블카운티에 오기 전에는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블카운티와 함께 시니어타운을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겠구나 싶어요.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료적인 안전도 있고 생활 안전, 보안 등의 문제도 있어요. 시니어들 집은 방범에 다소 허술하기 때문에 범죄 등에 취약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도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전철역까지 가는 게 다 건강 면에서 리스크가 돼요. 한마디로 안전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게 시니어입니다. 특히 낙상이 문제죠. 넘어져서 다치면 그로부터 노환이 시작돼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 지출 커지고 운동을 못 하니 건강도 나빠지고…. 특히 80세가 넘어가면 그런 리스크가 항상 있게 됩니다.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있나요? 그런데 여긴 식사할 때 다 같이 모여요. 산책할 때도 모이고. 그리고 직원들이 항상 보고 있고. 그래서 혼자 살 때 발생하는 리스크가 없어요. 단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모여 사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겁니다.”
노후인구 급증, 이들의 주거를 충족시킬 방안 조성해야
노블카운티의 입주회원들 나이 평균은 83.5세. 부부는 35%정도고 65%가 싱글이다. 남녀 비율은 7:3으로 7이 여자다.
“당뇨병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 식단은 별도로 차려 드립니다. 그 외에는 집 밥처럼 만들고 있어요. 건강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냉면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가 아니라 영양사, 주방장 등을 직접 고용하여 자체적으로 만드는 음식들입니다.”
노블카운티에서 일하는 스태프는 총 450여 명에 달한다. 이 많은 숫자는 노블카운티에 다른 시니어타운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포츠센터 등의 시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 관리 감독 및 프로그램 제공과 강사 등을 위한 다양한 인력들이 노블카운티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타운을 경험해 보니 어른들에게 권할 만한 시설이 전국에 얼마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국에 수없이 많은 요양시설들이 있는데, 시니어타운 같은 양로시설도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요양시설은 정부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부문도 계속 활성화되어서 시니어들이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노블카운티는 비싸니까(웃음).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적어요. 양로시설은 신뢰도가 확실한 곳이 20곳도 채 안 될 거예요. 양로시설은 요양시설과 달리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를 탓할 건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게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업들은 안 그러면 안 해요. 특히 요즘 기업주들은 젊어져서 이런 데 신경을 잘 안 쓰거든요.”
고 원장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은 창대하되 운영은 기업답게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할 기업들이 없어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기업 활동으로 하게 해 주면서 경영 이념을 공익사업으로 하면서 운영하게 해 줘야지 공익사업이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정부에서도 지원해 주고, 운영이 정상화되면 그 다음부터는 민간 사업자들도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은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해야죠. 공익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개인들도, 기업들도 이윤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거든요. 과거 기업 1세대들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공부와 함께 인생 2막 설계해요
고 원장은 삼성생명에서 전무로 은퇴한 후, 삼성생명에서 운영하는 재단으로 다시 와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재취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2의 취업에 성공한 셈이죠. 솔직히 인생 2막이라고는 생각은 안 하고 1막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한 직업이 과거에 비해 다른 점이 있을까?
“일은 현업에 있을 때보다 적죠. 다른 부서랑 협업하고 경쟁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선 업무강도는 높지 않은데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입주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시설은 노후화됩니다. 그런 면에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인생 2막을 보다 청년다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는 고 원장은 나이 듦에 대하여 ‘좋다’라고 표현했다.
“청춘예찬이란 말도 있지만 20대, 30대 시절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라서 힘든 시기죠.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피해의식도 많고.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때로 가고 싶진 않다는 말이 맞는다니까. 피곤한 시대였으니까요.”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고 원장의 생각에는 시니어타운의 관리자를 호텔 지배인이자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칭한 그 특유의 담대함이 있었다.
“나이 들면 성공에 대한 부담,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 가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 의욕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세상을 다 알고 달관할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좋아요. 말하자면 나이 들었다는 건 진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학교 다닐 때는 쓸데없이 뭘 배운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대부분의 지식은 사회에 나와서 배우게 되잖아요. 정작 학생일 때는 정말 필요한 공부를 못 했던 거죠. 나이 든다는 게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나이 듦으로써 겪는 또 다른 낯선 경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소중한 삶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 원장의 그 기다림은 더욱 뜻 깊은 것이리라.
>>삼성노블카운티
삼성노블카운티는 약 22만4000㎡(6만8000여평)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 동(2개동 553세대, 30~72평)과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78 베드, 1, 2, 4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에 필요한 비용은 입주 거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워 동 36평(전용 18평)에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3.5억~4.8억원, 월 생활비는 독신 210만원, 부부 340만원 정도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반환되며, 생활비는 회원 전용 식당에서 맛과 영양, 건강을 고려한 식사, 청소 및 침구류 세탁, 부대시설 이용, 세대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팔순이 넘은 지금에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이시형(李時炯·81) 박사는 최근 새로운 도서 를 발표하여 또 한 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문인화 화가로서, 그리고 세로토닌 문화원장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레이스는 멈출 줄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동시대의 멘토로서 여유있게 좀 느슨하게 사는 그가 품고 있는 삶의 철학과 지혜를 엿본다.
이시형 박사는 처음 라는 책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출판사로부터 들었을 때를 속된 말로 ‘느낌이 확 왔다’고 표현했다. 1982년, 첫 번째 저서인 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에게 있어 라는 제목은 자신의 첫 번째 책에 대한 33년 만의 대답처럼 보였다.
잘 산다는 것의 의미 새로 정의해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낯선 사람과의 교류 경험이 적습니다. 그런 데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살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 자체가 사람을 위축시키는 힘이 있어요. 지독한 무한경쟁 속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목표지향적이고 밤낮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과 조건들 때문에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라 격렬하고 거친 사람이 자연스럽게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속전속결에 한탕주의까지 익숙해지니 원칙을 지킬 수 없는 사회가 만들어진 겁니다. 세월호 사고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정신과의사로서, 이 박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과민하게 살다 보니 피해의식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단지 우연히 쳐다봤을 뿐인데 시비를 걸어 폭행 사고를 일으키는 젊은이, 사방에 깔린 CCTV, 은행을 못 믿어서 옷장 안에 돈을 숨기는 노인들. 이 박사가 바라보는 한국 현실은 이미 병적인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절대로 건전한 사회가 아닙니다. 이렇게 사람을 과민하게 만드는 사회인 걸요. 그래서 저는 좀 순하게 살자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지는 건 용납이 안 된다,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걱은 기본도 지키지 않고 정도를 걸을 수 없게 만듭니다. 요즘 사람들은 손해를 좀 보더라도 정도를 걸으며 원칙대로 살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뜨겁고 폼나게 사는 법
어느 샌가 원칙이 사라진 사회. 1934년생으로 올해로 81세를 맞이한 그의 원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녁이 되면 (운전)기사는 집에 보내고 저는 지하철을 타며 다니고 있어요. 기사가 내 스케줄을 못 따라오거든요. 하루에 17시간을 일해야 하니까. 그래도 감기 몸살 앓아본 적 없습니다. 4시 30분에서 5시면 기상합니다. 일어나서 운동은 한 20분 정도 간단하게 하고 그게 부족하다 싶으면 건물 10층까지를 계단으로 올라가죠.”
요즘 이 박사의 일상 중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힐리언스 선마을이다.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힐리언스 선마을은 자연을 닮은 공간을 만들고자 한 이 박사의 의지가 이뤄진 결실이며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힐리언스 선마을을 인터뷰 전날에도 다녀왔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 박사의 일상을 점유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문인화다. 문인화란 먹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시와 그림의 조화를 추구하는 그림으로 조선시대 선비와 사대부층에서 즐겨 그려졌다. 그가 문인화를 하게 된 사연은 삶의 어떤 돌발과도 같은 일 때문이었다.
“대전에 갔을 때 노숙자를 한 명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예전에 제가 치료했던 환자였어요. 그는 열 번의 사업을 다 실패하고 가족과도 헤어져 노숙자로 사는 중이었죠. 정말 진실하고 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전에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일들은 모두 그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되긴 되더라고요. 그런 내가 열 번을 실패한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 아픈 심경을 공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제일 못하는 걸 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배우게 됐어요.”
80 평생 처음 들은 칭찬
이 박사는 미술 시간이면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 공이나 차라’고 할 정도로 그림 실력이 형편없었다. 미술을 하면 틀림없이 실패할 것이라는 자괴감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함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교실 뒷벽에 한 번도 그림을 못 붙여본 사람을 20여 명 모았다. 그리고 김양수 화백을 그림 선생으로 모시고 문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군자를 그렸어요. 그런데 아무리 재도전해도 난 도저히 못 그려서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그림 모임을 그만두진 못했어요. 내가 하자고 했는데 내가 관둔다고 할 수 없었죠. 그래서 좀 더 그림을 배웠는데, 그러나 그릴 만한 게 산이었어요. 문인화는 글이 필요해요. 그래도 내가 글은 좀 쓰니까 그건 괜찮았고.”
그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나면 만족하지 못해서 쓰레기통에 버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림 선생님이 쓰레기통에 버린 그의 그림을 가져가 방 안에 전시해놓고 있는 걸 봤다.
“그림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이죠. 이 박사님의 그림은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좋은 그림입니다. 그림을 보면 어머니 생각, 친구 생각, 과일 생각 등 생각을 많이 나게 만드니까요.”
80여 년 동안 그림을 못 그리던 사람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통해 들은 최초의 칭찬이었다. 그 이후 이 박사의 삶에는 화가로서의 업이 추가됐다. 경인 미술관, 대웅 아트 스페이스 등에서 5번의 전시회를 가졌고, 요즘은 해외에서도 전시 러브콜을 받는 중이라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집니다. 사물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되고요. 그림에 들어갈 글을 생각하다 보면 시인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이 아름다워지고 더 창조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마음까지 편해지는 둔감력을 키우며 세로토닌적 삶을 사는 데 문인화가 도움이 됐어요.”
멋지게 살고 싶다고? 고독력을 키워라
많은 독자들이 이 박사에게 한 질문을 던졌다. ‘둔하게 살면서 폼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들 멋지게 사는 방법을 찾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싱글들이 많은데 혼자서 멋지게 살 수 있는 법이 중요하죠. 우선 봉사활동을 들고 싶습니다. 봉사활동하는 사람들은 정말 착합니다. 월급이 고작 차비 정도지만 그래도 그 사람들은 남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고 있어요. 거기에 즐거움과 보람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고독력을 길러야 합니다.”
고독감과 고독력은 다르다. 고독감은 추레하고 권태로운 기분이다. 그러나 이 박사가 말하는 고독력이란 솔리튜드(Solitude)를 의미한다. 바로 ‘혼자 있을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 박사는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운명은 고독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결정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리고 사색을 해야죠. 예전에 KBS 방송사 사람에게 퀴즈 프로그램 좀 만들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건 사색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건 디지털적인 것이에요. 우리에겐 사색을 위한 아날로그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아날로그적 사고 위에 디지털이 있어야 완벽해지거든요.”
연애를 하며 사는 행복 레이스
이 박사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혼자 잘 살려면 연애를 하라.”
그러나 이 박사가 말하는 연애란 일반적인 좁은 의미의 연애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크고 넓은 저변의 연애였다.
“손을 잡고 호텔 가고 하는 차원이 아니고. 어떻게 보면 지적인 거죠. 멋진 아가씨와 대화하면서 커피 한 잔 하면 얼마나 멋있어요? 그게 저에게는 연애예요.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서로 베푸는 것이야말로 연애라고 봅니다.”
이 박사는 돈은 있지만 베풀 데가 없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베푸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이며 베푸는 게 곧 연애라는 지론은 신선했다. 그렇다면 이 박사에게 있어 연애의 정의는 소통이 아닐까? 베푸는 것도 상대의 진심을 알아야 베풀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베풀기 위해선 가르치는 게 있어야 해요. 가르친다는 게 별 건 아니에요. 내가 하는 걸 보고 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드는 거죠. 젊을 때는 인색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있는 대로 다 베풀어야 해요.”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진지하게 보게 되다
“다 고맙고 항상 감사하는 기분입니다. 난 항상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문인화를 시작하고 나니 삶을 더욱 진지하게 보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세히 보게 되거든요.”
이 박사의 베풂은 사회에 대한 애정에 근거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에게 있어 삶의 자극제는 더 나아지는 우리나라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제가 경제하고는 거리가 먼데, 신문 경제면을 잘 봅니다. 그걸 보면 어딘가를 지원하고 무언가를 해내는 우리나라 모습이 보여서 자부심에 기분이 좋아요. ‘삼성이 자기 특허를 나눠줬다’, ‘현대는 협력업체들에게 공평하게 이익을 배분했다’, 등 이런 소식들을 볼 때마다 정말로 기분이 좋습니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삶의 기쁨을 누리면서 산다는 축복. 이 박사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베이비부머들을 위해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경치 좋고 물 좋은 땅을 잡고 집을 짓고서, 베이비부머들에게 직능별로 채용공고를 내는 거예요. 일정한 전세금을 내면 집에 들어올 수 있게 하고, 들어오면 능력에 맞는 일감을 주는 겁니다. 살 집과 월급, 그리고 비슷한 나이의 동료들과 단체 생활을 할 수 있게끔 할 겁니다. 그들의 건강을 위해 가이드북도 마련하고요.”
베이비부머를 위해 집, 건강, 경제 활동을 한 번에 해결해준다는 솔루션. 어떤 야심마저 느껴지는 계획이다. 나이도 한계도 잊은 듯한 뜨거운 삶의 태도. 그것이야말로 혼자 잘 노는 이 박사가 견지하는 원칙이자 삶 그 자체가 아닐까.
글 영화평론가 윤성은
강제규는 (1996), (1998), (2003) 등으로 한국영화계의 큰 이정표를 세운 감독이다. 하지만 명성에 비할 때, 강제규 감독의 연출작이 몇 편 안 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는 (2011) 이후 약 3년 반 만에 개봉되는 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로, 액션이 빠진 순수 멜로드라마다. 작년 가을, (단편)에서 보여준 그의 촉촉한 멜로 감성이 이번에는 아기자기한 유머와 함께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에게로 옮겨간다.
까칠한 성격의 70세 ‘성칠’ 앞에 외모도 마음씨도 고운 ‘금님’이 나타나면서 스크린에는 봄바람이 살랑댄다. 처음에 성칠은 퉁명스러운 태도로 일관하지만 늘 친절하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는 금님에게 조금씩 마음이 흔들린다. 금님이 저녁 식사를 제안하자 성칠이 장수마트 사장으로부터 꼼꼼하게 데이트 지도를 받는 장면에서는 절로 웃음이 난다. 사랑 앞에선 누구나 어린 아이처럼 순수해지는 법. 성칠과 금님의 만남은 모든 싱글들의 연애 세포를 깨워줄 만큼 풋풋하고 설렌다. 산뜻한 파스텔톤 의상을 입고 벤치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과연 지금부터 ‘백년해로’할 수 있을까?
(2014)에서 76년째 연애 중인 어르신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던 게 불과 한두 달 전이다. 비현실적일 만큼 순애보를 간직한 노부부가 인스턴트식 사랑에 길들여진 젊은이들과 권태기에 빠진 중장년층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는 여느 두 남녀의 보편적 연애에 노인의 특수성을 결합시킴으로써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자아낸다. 사랑에 어찌 장애가 없고 고통이 따르지 않겠는가. 그래도 화창한 봄에는 역시, 새콤한 러브 스토리 한 편이 필요하다.
일정 2015년 4월 9일 개봉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감독 강제규
출연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문가영 등
제작 ㈜빅픽쳐, CJ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