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경기연구원 조사에서 60세 이상 노동자들은 평균 71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즉, 중장년에겐 퇴직 후 20년 또는 그 이상을 책임질 제2의 직업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월 취·창업 분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중장년 유망 직업에 대해 조사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시니어가 알아야 할 유망 직업을 하나씩 소개해나가려 한다. 그 세 번째 순서로 ‘주택관리사’에 대해 알아봤다.
◇ 주택관리사, 왜 유망할까?
2020년 4월부터 주택관리사 의무채용이 확대가 되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공인중개사와 비슷하게 응시자격 제한이 없고, 나이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장
아파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관리하고, 주민들이 결정한 일을 진행하는 관리자다. 최근 공인중개사와 함께 꾸준히 인기가 있는 직업으로, 안정적인 고정 급여가 장점이다. 입주자대표회의 시 이해 갈등 조정 능력이 요구되며, 유사 업무 경험이 있다면 유리하다. 여성 주택관리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종근 디올연구소 대표
흔히 ‘아파트관리소장’ 등으로 알려진 ‘주택관리사(보)’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운영 관리하며 입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제공한다. 시설 관리뿐만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 관리, 민원 해결 등 다양한 소양과 업무 능력이 필요한 일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사회 경험이 많은 중장년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공동주택, 아파트, 빌딩의 관리소장 또는 공사 및 건설업체의 운영·관리 책임자로 취업하거나 합동사무소나 주택관리업체를 창업하는 형태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정년 없이 활동 가능한 덕분에 제2직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업무는 크게 행정 관리와 기술 관리로 나뉜다. 먼저 행정 관리의 경우 예산 편성 및 진행, 관리비 산정 및 징수, 물품 구입 등 회계 관리를 비롯해, 사무(문서 작성 및 보관), 홍보(화보 발간), 인사(관리사무소 행정 및 기술 인력) 등을 이른다. 여기에 입주자 관리까지 담당하게 되는데, 일반 민원 처리는 물론 입주자대표와의 논의 등을 진행해야 하기에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기술 관리는 건물의 유지 보수, 소화 설비, 안전 교육, 전기·가스·배수 및 승강기 설비 등의 업무를 아우른다.
장비 관리 및 유지 보수 등을 통해 입주민들의 안전 보장과 더불어 주택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커리어넷 직업정보에 따르면 주택관리사는 리더십과 통솔력, 책임감, 공정함 등을 갖춰야 한다. 입주민들 간의 각종 이해관계와 요구사항들을 조화롭게 중재하여 해결하는 합리적 사고방식과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능력도 필요하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전현국 대리는 “관리사무소장(주택관리사)은 공동주택을 전문적이고 계획적으로 관리하여 입주민의 생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행정·기술 등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다. 책임자로서 근무의 어려움이 따르지만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활기찬 성향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동주택의 증가와 의무 관리 대상 아파트 및 주택관리사 의무 채용 확대 등으로 주택관리사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란?
해당 아파트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자(주택관리사)를 두고 자치 의결기구를 의무적으로 구성하여야 하는 등 일정한 의무가 부과되는 아파트를 말한다(규제「공동주택관리법」 제2조제1항제2호). 의무관리대상 아파트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규제「공동주택관리법」 제2조제1항제2호 및 규제「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2조).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서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지역난방방식을 포함)의 아파트 △규제「건축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 외의 시설과 주택을 동일건축물로 건축한 건축물로서 주택이 150세대 이상인 건축물 △1.부터 4.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공동주택 중 전체 입주자등의 3분의 2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하여 정하는 아파트
◇ 주택관리사, 나도 될 수 있을까?
주택관리사가 되려면 먼저 국가자격인 ‘주택관리사보’를 취득해야 한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 합격 후 일정 기간 실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주택관리사보는 응시 자격 제한이 없으며, 시험은 1차, 2차로 나뉜다. 1차는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 민법, 2차는 주택관리 관계법규 및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내용이다. 응시생들의 합격률을 살펴보면 2차보다 1차 합격률이 저조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차 시험 합격률은 평균 15.5%로 타 자격시험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2차 시험 합격률은 평균 70.9%로 1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
주택관리사로 경력 인정 받으려면?
△50세대 이상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의 근무 경력 3년 이상 △50세대 이상 공동주택관리사무소의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의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에의 종사경력 5년 이상 △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지방공사의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에 종사경력 5년 이상 △공무원으로서 주택관련지도·감독 및 인·허가 업무 등에 종사경력5년 이상 △주택관리사단체와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공동주택관리와 관련된 단체의 임직원으로서 주택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 5년 이상 △앞에 언급된 경력을 합산한 기간 5년 이상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73조)
이에 전현국 대리는 “주택관리사(보) 1차 시험 과목은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으로 평소에 접할 일이 없는 내용이라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차분히 습득하길 권한다. 2차 시험은 공동주택 관련 법규, 공동주택관리실무로 1차보다는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들로 구성된다. 아파트에 거주하시거나, 평소 관리사무소와 단지의 상황을 관심 있게 봐뒀다면 좀 더 쉽게 접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응시 현황을 살펴보면 전 연령대 중 50대 응시자가 가장 많다. 합격자 수도 마찬가지다. 가령 2022년의 1차 시험의 경우 50대 합격자는 1482명으로 20대(48명) 합격자의 30배가 넘는 수치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치가 실제 50대 주택관리사의 수요가 높은 현상을 보여주는 결과라 해석했다. 전 대리는 “주로 40~50대 쯤 퇴사를 하는데, 정년이 없다는 장점 덕분에 주택관리사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일찍이 주택관리사를 선택하는 젊은 세대도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정년이 없는 것과 더불어 자격증 취득 후 취업으로의 연결이 용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자격증 취득 후 주택관리사(보)가 되면 법규상으로는 500세대 이하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제 막 자격만 취득하고, 주택관리에 대한 경력이 없다면 즉시 현장에 관리사무소장으로 배치되기란 쉽지 않다. 대한주택관리자협회 관계자는 “매년 2차 합격자 발표가 날 때 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위탁사(주택관리업자)들은 공채를 모집한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관리사무소장 배치 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안전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교육을 미리 받아두거나, 협회 산하 각 시도회에 문의해 취업 관련 오리엔테이션 등에 참여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Interview] 정우석 주택관리사 “정년 없이 워라밸 지키며 일할 수 있어 만족해”
2018년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정우석(42) 씨는 현재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체로 50~60대가 선호하는 직업이었던 주택관리사에 일찍이 관심을 보이게 된 건 친구 어머니의 조언 덕분이었다.
“친구 어머니께서 주택관리사 일을 하셨어요. 정년 없이 능력이 되는 한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며 추천해주셨죠. 그런 설명이 제겐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그렇게 2018년에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해서 그해에 취득했습니다. 이전에 부동산 관련 일을 했었는데,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험 과목이 유사해 공인중개사와 연달아 준비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정우석 씨는 자격증 시험 합격 후 한 달 여 만에 취업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는 시험 준비부터 취직까지 탄탄대로 흘러간 셈. 그는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자격 취득 후 구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다면 1년 이내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취업 후 업무 환경과 강도는 어떨까? 주택관리사 6년차, 정우석 씨는 현재 하는 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는 9시 출근 6시 퇴근이 보장되고,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이나 대체 휴일 등이 잘 이뤄진다는 게 주택관리사의 장점인데요. 사실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업무 환경이나 강도는 다를 수 있어요. 저도 예전에 일했던 곳은 업무 강도가 센 편이었죠. 이 또한 어느 정도는 구직자가 선택적으로 조절 가능하다고 봐요. 만약 업무 강도가 세더라도 주택관리사로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수입도 올리고 싶다고 하면 그에 맞는 사업장에 지원하면 되고, 아니라면 규모가 작고 월급이 적더라도 좀 수월한 곳을 찾으면 되니까요.”
관리소장으로 일하며 정우석 씨가 체감하는 주택관리사의 주요 덕목은 대인 관계와 소통 능력이다. 아무리 행정과 관리 업무를 잘해도 입주자나 입주자 대표와 마찰이 생기면 업무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입주민과의 다툼으로 쫓겨나듯 해고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때문에 이런저런 민원을 응대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주택관리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팔방미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계나 운영 관리는 물론이고 법령에 대한 정보나 기술적인 부분도 숙지해야 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입주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봐요. 아무리 작은 단지라 해도 150세대고, 많게는 2000세대도 관리해야 하는데,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을 응대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정서적 노동 강도가 적지 않은 편이죠. 대인 관계가 어렵거나 이러한 감정 노동을 원치 않는 분이라면 이 일이 힘들 수도 있어요.”
정우석 씨 역시 입주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주택관리사로서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체력이 되는 한 이 일을 오랫동안 해나갈 계획이다.
“한때는 이 일로 어떤 경지까지 올라가겠다, 돈은 얼마를 벌겠다는 포부도 있었는데요. 요즘은 그런 욕심이나 집착을 버리고, 일 이외의 삶에도 충실하려고 해요.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이라고도 하죠. 한 20~30년은 능력이 닿는 한 이 일을 하면서, 제 일상을 돌보고 싶습니다. 그런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는 게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이 갖는 메리트이기도 하죠. 한편으론 그런 점에서 현역 때보다는 더 유연한 직업을 원하는 퇴직자들이 주택관리사를 선호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자료 제공 및 도움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유망 직업을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할 아파트 관리소장은 우리가 상주하는 아파트, 상가 등 전체 건물의 관리인을 말한다. 중장년층 채용을 선호하는 직업으로, 보수가 높아서 각광받고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택관리사가 되어야 한다. 주택관리사는 대통령이 정하는 주택관리 실무 경력, 그밖에 주택 관련 경력을 갖춘 자로서 시·도지사로부터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발급받은 자를 말한다.
주택관리사는 공동주택 및 아파트 관리소장, 아파트 관리실 행정관리자, 대형건물 관리자, 공공건물 관리책임자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300세대 이상 아파트, 150세대 이상으로 승강기가 설치된 아파트에서는 주택관리사 채용이 필수기 때문에 주택관리사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취업하면 사무, 회계, 대외업무 관리 등의 행정 관리부터 시설, 안전, 환경 등의 기술 관리까지 담당하게 된다. 또 입주민 간의 민원 및 분쟁을 조정하고 사무, 주차 관리, 청소 등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을 지휘 감독한다. 여기에 노인정, 놀이터, 주차장 등 공동시설까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주민들이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맡는다.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는 평균 53세로 나타났다. 사회적 경험을 두루 갖춘 중장년층을 선호하는 것. 더욱이 아파트관리소장은 정년이 없어 70대에도 근무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소장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인 수입이다. 집합건물 관리기업 ‘우리관리’에서 소속 관리소장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관리소장의 월평균 급여는 380만 원, 평균 연봉은 455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증 취득 방법
주택관리사 자격증의 정식 명칭은 주택관리사보(Housing Manager)다.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전문자격증이다. 자격 시험과 관련된 정보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웹사이트 큐넷(q-net.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1차, 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올해 1차 시험은 7월 9일(토), 2차 시험은 9월 24일(토)로 예정되어 있다.
1차 시험은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 시설개론 총 세 과목이다. 민법은 총칙, 물권, 채권 중 총칙, 계약 총칙, 매매, 임대차, 도급, 위임, 부당이득, 불법행위 등에 대해 다룬다. 공동주택 시설개론은 목구조, 특수구조를 제외한 일반 건축구조와 철골구조, 공기조화, 냉동설비, 홈네트워크를 포함한 건축설비 개론 및 장기 수선계획 수립 등을 위한 건축 적산이 포함된다.
1차 시험은 객관식 5지 선다형이고 과목당 50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1차 시험은 절대평가로 매 과목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 각 과목 40점 이상, 평균 60점 이상 득점 시 합격이다.
2차 시험은 주택관리관계 법규, 공동주택관리 실무 두 과목을 본다. 공동주택관리 실무는 시설 관리, 환경 관리, 공동주택 회계 관리, 입주자 관리, 공동주거 관리, 이론·대외업무, 사무·인사 관리, 안전·방재 관리 및 리모델링 등에 대한 실무적인 내용을 다룬다.
2차 시험은 과목당 50분으로 1차와 동일하지만 주관식 문제가 있다. 더욱이 2020년부터 2차 시험은 상대평가로 바뀌어 고득점을 받아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시험이 1차, 2차로 나뉘어 있어 시험 준비부터 취업까지 빠른 경우 1년 만에 가능하다. 그러나 연령이 높고 시험 합격에 자신 없는 수험생이라면 1차는 올해, 2차는 내년에 합격하는 것으로 전략을 짜고 천천히 준비하는 것도 좋다.
자격증 취득 후 아파트 관리소장 되는 법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바로 주택관리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500세대 미만 아파트에서 근무 가능하다. 여기서 3년의 경력을 채워야 정식 주택관리사 자격이 주어진다. 정식 주택관리사가 되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으로 취업할 수 있다.
자격증 취득 후 취업하는 방법은 공채와 사채 두 가지가 있다. 공채는 위탁 관리업체에서 공개 채용으로 뽑는 것이고, 사채는 인맥 등으로 빈자리가 났을 때 들어가는 방법이다. 보통 공채로 많이 취업한다. 공채는 대부분 10~12월에 진행된다. 때문에 주택관리사로 첫발을 딛는 사람이라면 2차 시험 합격 여부를 예상해 취업 준비를 바로 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아파트 관리소장이 되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 더욱이 아파트 관리소장이 맡는 업무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요구되는 능력도 다양하다. 먼저 경리 업무가 가능한 관리자를 선호한다. 업무 자체가 경리겸직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리실무, 전산회계 같은 회계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면 도움이 된다.
더불어 전기·소방·위험물·보일러 기사 또는 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친환경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조경과 관련된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플러스 요인이 된다
◇“안정적인 월급, 정년 없어 좋아”
황보반 아파트 관리소장
황보반(63) 관리소장은 원래 응급의료기기 납품을 하는 사업가였다. 사업이 어려위지면서 2011년 일을 접게 됐고, 아내의 추천으로 아파트 관리소장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는 10여 년 전부터 이 일을 하고 있었다고.
황보 소장은 “내가 돈을 제대로 못 버니까 아내가 강력하게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라고 했다. 그동안 아내를 고생시켰으니 운명이라 생각하고 이 일을 하기로 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그해부터 그는 아파트 전기기사로 일했다. 동시에 주택관리사보 자격증 준비를 했다. 2년 동안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했고, 2014년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전기기사 경력에 자격증까지 취득한 뒤 정식으로 아파트 관리소장이 된 것은 2016년 1월 1일이다.
황보 소장은 자격증 취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기술자 입장에서 1차 시험 과목인 회계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도 아파트 관리소장은 경리나 회계와 관련된 업무가 많다 보니 그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하기에 더 좋은 직업 같다고 짚었다. 덧붙여 황보 소장은 아파트 관리소장의 장점으로 안정적인 월급과 정년이 없는 점을 꼽았다.
“사실 우리 나이대에 일정하게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다는 게 어렵잖아요. 300만~4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아파트 관리소장의 장점이죠. 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은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반대로 단점도 많다고 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관리소에서는 공용 부분만 관리하는데, 입주민들이 전유 부분도 관리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 예로 아파트 유리창은 전부 전유 부분입니다. 난간대만 공용이에요. 그런데 그 유리창 청소를 관리비로 하재요. 그건 불가능한 거예요. 또 그거를 공동구매 개념으로 하자고 해서 일을 진행해주면 꼭 악성 민원이 발생해요. 청소가 잘못됐다든지 같은. 직원들이 전유 부분이라서 안 해줘도 되는 것을 도와줄 때도 있어요. 그러면 고맙다고 말 한마디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당연히 여기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계획한 대로 일이 잘 진행될 때는 아파트 관리소장으로서 보람도 느낀다. 황보 소장은 “우리 일은 총괄적인 관리를 하는 거다. 기술, 행정, 조경까지 모든 것을 한다”면서 “3년에 한 번씩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어제는 전기 검사를 했는데 무사히 잘 마쳤다. 그럴 때 안도감과 또 하나의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입주민들에게 “서로 상식과 순리가 통했으면 좋겠다. 아파트가 새것이라도 결국에는 점점 낡아지지 않나. 관리와 보수를 잘해서 오래 유지하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퇴직을 앞둔 57대 A씨는 인생2막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이 많다. 이제 막 취업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자녀들은 아직 안정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벌써 ‘정년퇴직’이 다가오고 있어 알 수 없는 걱정과 압박감에 어깨가 무겁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막상 은퇴 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마음도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A씨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 뒤에도 일을 하고 싶은 시니어에게 자격증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정년이나 노인이라는 나이 문제를 넘어서며 일할 수 있는 좋은 비법이다. 자격증 취득이 재취업과 노후대비, 자기계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다. 또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관련 자격증을 따면 탄탄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도 도움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변화를 통해 완전한 변신을 꾀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앞으로 40년 넘게 더 살아야 한다. 오래 이어질 인생2막을 다채롭게 꾸려가고 싶은 시니어들을 위해 알짜배기 자격증 4개를 소개한다.
①자녀를 키워봤다면 누구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는 출산한 산모와 신생아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이들의 건강을 살피고 산후 관리를 돕는다. 출산 전후 산모의 안정과 빠른 회복을 위해 산모에게 유방 마사지, 복부 마사지, 찜질, 산후 체조, 건강식을 제공한다. 또 목욕과 배꼽 소독, 청결, 아기 마사지 같이 신생아 위생과 건강관리를 돕는다. 이 밖에 큰 아이가 있으면 등하교 관리와 식사, 장보기, 빨래, 청소 같은 가사도 전담한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가 되려면 보건복지부나 시·군·구청 홈페이지에서 정부가 지정한 교육기관을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지역 내 여성인력개발센터, 돌봄사회서비스센터 같은 해당 교육기관에서 이론 24시간과 실습 36시간 교육을 받는 2주 과정을 밟아야 한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간호사 같은 자격증을 소지해 경력을 인정받으면 이론 12시간과 실습 28시간으로 교육 기간이 1주 과정으로 줄어든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기관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곳이 있으니 시험 유무도 확인해야 한다. 수강료는 신규 과정 20만 원, 경력자 과정 15만 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교육비 50%를 감면받는다. 수료 뒤 바우처 제공 기관에 취업해 400시간 이상 근무한 재직자는 수강료 50%를 환급받는다.
교육 수료 뒤 군청과 구청 같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바우처 제공 기관에서 ‘바우처 산모관리사’로 취업할 수 있다. 근무는 주 5일, 하루 8시간이 기본으로 단축형(1주), 표준형(2주), 연장형(4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보수는 단축형 33만3750원, 표준형 66만7500원, 연장형 133만5000원이다.
근무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산후조리를 했던 방식이나 자녀 양육 방식을 고집하면 안 된다. 복장 제한도 있다. 면 소재 옷만 입어야 하고 액세서리는 금물이다. 향수도 피해야 한다.
취업한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라도 교육 수료 뒤 1년이 지나면 반드시 연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은 직무와 서비스, 직업 비전, 현장 갈등과 문제 해결, 스트레스 관리 같은 직무와 직접 연관 있는 내용이다. 또 산모로부터 불만을 2번 이상 접수받은 건강관리사는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②공동주택 지킴이 주택관리사
주택관리사는 공인중개사 못지않게 조명되며 정년이 없어 은퇴 뒤 노후대비로 인기 높은 자격증 시험 중 하나다. 주로 아파트와 공공시설, 상가 같은 대규모 공동 주택의 각종 시설과 환경을 유지 관리한다. 또 공동시설 유지와 보수, 관련된 각종 회계 업무인 공과금 납부 대행, 관리비 징수 같은 업무를 담당한다.
주택관리사(보) 시험은 1년에 1회,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일정과 시험과목을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면 된다. 서울시평생학습터, 아산시평생학습관, 천안시평생학습센터, 인천시민교육센터, 경기도평생학습관처럼 전국 지자체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3~5년 이상 근무 경력을 쌓으면 주택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주택관리사로 되려면 5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 관리소장으로 근무 경력이 3년 이상 또는 공동주택관리기구 직원(경비원, 청소원, 소독원은 제외함) 또는 주택관리업자 직원으로 주택관리업무 종사 경력 5년 이상과 같은 경력을 충족해야 한다.
③ 식물과 함께하는 삶, 조경기능사
조경기능사는 식물이나 토목, 물, 조형물 등을 통해 생활공간을 꾸미고 자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 대해 현장을 조사해 조경에 대한 기본 구상과 계획을 세우고, 부분적으로 실시 설계를 이해하고 있는지, 현장 여건을 고려한 시공으로 조경 결과물을 도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지표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본다. 조경 기초 설계부터 정원 설계, 잔디 식재 공사, 실내 조경 공사 같이 포괄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다. 실기 시험은 3시간 30분 안에 주어진 조경 작업(도면작업·수목감별·조경실무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도면 작업은 평면도와 단면도를 모두 완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완성하지 못하면 실격이다. 수목감별 평가 방법은 주어진 수목 사진을 보고 수목명을 맞혀야 한다. 조경 실무 작업은 주로 조경수목 식재, 포장(벽돌쌓기), 잔디 파종 같은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조경기능사는 법적 우대사항보다 민간에서 활용도가 높은 자격증이다. 주로 건설회사 조경부서와 조경엔지니어링회사, 조경컨설팅회사, 조경설계용역업체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조경 식자재전문공사업체와 조경관리업체, 조경시설물 설치전문공사업체, 학교·아파트 단지 관리부서, 정원수·온실 재배업체로 진출할 수 있다.
실제 조경시공업계에 따르면 50~60대 중장년층에서 조경기능사 취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시공업계 관계자는 “조경기능공이 예전엔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란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비가 발달해서 덜 힘들다”며 “오히려 식물과 함께하면서 은퇴 뒤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로 바뀌어 가는 중이라 60대 중반까지도 현장에서 조경기능인으로 활약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④웰빙시대, 우리 먹거리 안전하게! 농산물품질관리사
농산물품질관리사는 산지 생산자조직에 소속돼 농산물 품질 관리, 상품과 브랜드 개발, 물류 효율화, 판촉과 바이어 관리 같이 농산물품질을 종합적으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전문가다. 주로 농산물 등급을 판정하고 농산물 출하 시기를 조절하며, 품질관리기술에 대해 자문한다. 또 농산물 품질 향상과 유통 효율화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자격증 응시에 경력이나 학력, 성별 제한이 없다. 평소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귀농을 생각해볼 법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자격증이다.
농산물품질관리사 시험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이 있다.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100점 만점에 모든 과목 40점 이상, 전체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실기시험은 단답형과 서술형으로 시행되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자세한 시험 과목과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농산물을 취급하는 대형 유통업체, 공공기관, 지역농협,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농산물을 취급하는 공공기관과 농협에 취업하면 인사 고과와 수당, 승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사는 농업직 9급 국가공무원 채용에서 3% 가산점을 받는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들이 노령인구(만 65세)로 편입되기 시작하는 올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책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은 6월 2일,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4년부터 6차에 걸친 그간의 조사들은,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노후 설계와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생산직 일자리로 재취업한 42명의 베이비부머를 표본으로 선정한 후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의 심층 인터뷰 결과와 변화를 분석했다. 또 사례 분석을 통해 인생 후반기의 삶을 위한 요소들을 밝히고 만족스런 삶의 공통된 특징들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사례들
사례자 A(62세) 씨는 대기업에서 26년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직한 후, 공사 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를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재취업했다. 그는 “정년퇴임 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라는 온실을 잊고 근로의 가치를 신성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생활철학을 바꾼 뒤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B(59세) 씨는 반도체 제조업 회사인 대기업에서 30년간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해외법인 CFO로 근무하다 두 차례 임원 승진에서 밀려난 뒤 퇴직했다. 이후 2015년부터 혼자 스몰비어 호프집을 창업해 4년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꼭 돈이 많아야 행복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돈은 기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만 벌면 된다고 마음먹으면서 좀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투자신탁회사와 증권사에서 총무·영업직 등을 거쳐 퇴직한 C(62세) 씨는 자격증을 취득해 6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퇴직했을 때 자녀들은 아직 독립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얼마 동안은 그토록 버틴 회사에서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나와 허탈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돈 욕심도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가장의 역할을 다 하려고 노력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며 “아들이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문자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의 특성
보고서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겪은 공통된 경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퇴직에 따른 심리‧정서‧관계‧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2. 변화에 대한 적극적 수용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다.
3. 현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면서 자신을 위한 삶을 지향한다.
4. 위의 과정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존재감을 회복한다.
영하 10℃ 이하의 날씨다. 오랜만에 동장군(冬將軍)의 위력을 실감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약식 점검을 해보니 난방라인은 이상이 없는데 온수라인은 냉수가 들어오는 부분이 얼어서 물을 밀어주지 못해 온수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전화를 했다. 기사를 보내왔는데 아무런 연장을 들고 오지 않고 빈손으로 왔다. 그러면서 필요한 이런저런 연장을 빌려달란다. 기사가 연장통을 들고 와야지 빈손으로 온 것이 못마땅했지만 당장 아쉬운 것이 필자인지라 짜증이 나도 응했다.
대충 이곳저곳을 돌아보더니 보일러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보일러 A/S를 하라고 한다. 보일러 고장은 아닌 것 같고 급수라인 어디가 얼어버린 것 같다고 말을 해도 자꾸 보일러 고장 같다고만 말한다. 보일러 A/S 센터에 전화 연락을 했다. 보일러 A/S 기사는 보일러는 이상 없고 상황 설명을 듣고 급수라인이 얼어서 그렇다고 전화 진단을 해줬다. 필자와 같은 생각이었다.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말하고 아파트 기사를 돌려보냈다. 신입기사라 경험이 없어 잘 모르는 같았다.
원칙적으로 아파트 내부의 고장수리는 아파트 주민이 스스로 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 기술자를 아파트에서 채용하고 있으니 경미한 보수는 시간이 허락하면 봉사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해 주기도 한다. 간단한 고장이 아니고 공사를 해야 할 정도의 일이라면 주민에게 고장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설명해줄 수 있어야 전문 기술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므로 날씨가 추워서 영하 10여 ℃ 밑으로 내려가면 주민에게 동파 예방에 대한 방송을 한다. 주기적으로 엘리베이터 점검이나 소독 같은 일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신경을 쓴다. 전기나 수도가 자주 고장 나는 것이 아니라 막상 고장이 나면 입주자는 외부 업체의 전화번호를 몰라 쩔쩔맨다. 이럴 때 관리사무소가 적절한 도움을 줘야 하다.
우리 아파트는 관리 전문기사가 둘인데 한 사람은 몇 년째 근무해서 이런저런 사고 발생에 대한 대처 경험이 풍부하다. 오늘 왔다 간 신참 기사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있어도 실무 경험이 부족해 실무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우리 아파트 구조나 특정 설비에 대해 아직은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결국 아파트 관리소장과 마주 앉았다. 외부에 수리 의뢰를 할 테니 적절한 업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휴무로 출근하지 않은 선배 기사에게 먼저 전화를 해서 우리 집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이 없는지 물어보라 하고 집으로 올라왔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신입기사가 이런저런 장비를 갖추고 올라와서 “선배 기사로부터 해결 방법을 들었습니다. 내가 한번 다시 해보겠습니다” 하고는 급수 파이프 언 곳을 열풍을 이용해 녹여주었고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었다.
알면 간단한 일도 모르면 못한다. 경험이 있어야 문제를 자신 있게 처리한다. 오늘의 일을 경험삼아 신참기사의 기술은 한 단계 올라갔다. 수고했다는 필자의 말에 기사는 자신이 잘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처음부터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오늘 좋은 경험을 했으니 힘은 들어도 보람된 하루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직접 해본 경험이야말로 값진 밑천이다.
직장에 다닐 때였다. 우리 아파트 부녀회장이 필자더러 동 대표에 출마해보라고 권유를 했다. 아파트 동마다 대표가 있고 그 대표들 중에서 전체를 총괄하는 동 대표 회장이 있다. 그동안 필자를 지켜보았는데 경험도 많아 보이고 부지런해서 동 대표 일을 잘할 것 같다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그래서 직장에서 사적인 일을 못하게 해서 할 수 없다고 완곡하게 사양했다.
직장에서야 근무시간 이후에 일어나는 개인적인 일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필자에게는 동 대표에 얽힌 안 좋은 기억이 있다. 과거에 직장으로 투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회사 직원 모씨가 아파트 동 대표 일을 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에 동 대표 회의를 주제하는 등 근무를 태만히 했으니 처벌하라는 고자질이었다.
모씨를 불러서 사유를 들어보니 아파트 주민의 관리비 절감을 위해 경비를 몇 명 해고하는 과정에서 해고된 경비가 앙심을 품고 여기저기 진정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관리비 절감을 위해 아파트 출입문에 자동출입자 감시 장치를 붙이고 경비원을 해고하는 일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자동화 설비로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은 줄었지만 해고되는 경비는 사생결단을 하고 덤벼들었다. 직책에 충실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구설수나 모함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필자가 동 대표를 맡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그러나 퇴직을 하고 나니 더 이상 거절할 명분도 없어지고 돌아가면서 맡는다는 심정으로 출마를 하고 주민투표로 당선되어 2년의 임기 두 번을 잘 마쳤다. 더 이상은 동 대표를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정되어 있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원래 자리인 주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동 대표의 비리에 관한 사건들이 종종 신문이나 방송에 오르내리곤 한다. 비리를 막으려면 주민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 첫째, 능력 있는 동 대표를 뽑아야 한다. 회계장부를 볼 줄 알고 상식적인 시설물 관리에 눈을 뜬 사람을 뽑아야 한다. 단지 인사성 밝은 좋은 사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관리소장이나 관리소 직원을 적절하게 부릴 줄 알아야 한다. 크고 작은 아파트 유지 보수 건이 생기면 관리소 직원들이 자기 집 일하듯 시장조사를 하고 가격을 흥정하고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도록 지시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적당히 복수경쟁을 하도록 하고 영수증 처리나 하면서 나는 부정비리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태도 또한 옳은 자세가 아니다. 미리 시장조사를 해서 예상 비용을 알고 입찰을 보는 것과 무조건 입찰을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셋째, 관리비 절감을 위해 아파트 공동 유지비용 절감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필자는 지하주차장의 노후화된 재래식 안정기 형광등을 LED 등으로 바꿔 전력요금을 대폭 낮췄다. 개인재산인 보일러 같은 시설물을 교체할 때는 희망 세대수를 파악해 업체와 가격경쟁을 협상했다. 공동구매는 가격인하의 결정적 무기가 된다. 넷째, 주민들이 살기에 쾌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무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관리소 직원이나 경비원 청소부도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다. 급여를 쥐어짜 다른 아파트보다 적게 주려고 하면 안 된다. 많이는 못 줘도 남들만큼은 줘야 한다.
한 개의 아파트 동만 해도 시골 마을 전체의 세대수와 비슷하다. 주민은 더 많고 더 젊다. 지적 수준도 월등하고 역동적이다. 그러나 반상회를 하면 참여율이 저조하다. 살기 좋은 쾌적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 모두가 참여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리고 물러나니 홀가분하다.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문화센터, 스포츠센터에 어린이집, 뇌 건강센터까지. 경기도 용인에서 만난 삼성노블카운티는 스포츠와 문화 서비스와 함께 지역 주민과의 공존, 가족적 연대까지 추구하고 있는 하나의 마을공동체였다. 또한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혼합하여 이상적인 융합형 시니어타운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시니어타운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모종의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곳이었다. 고준호(高準浩·59) 삼성노블카운티 원장이 직접 말하는 노블카운티의 특별한 강점을 확인해 봤다.
고준호 원장은 출근하면 항상 확인하는 일이 있다. 호숫가에 산책 나온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어머님, 잘 주무셨나요?”, “아버님,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아드님은 잘 다녀가셨나요?” , “불편한 곳은 없으신지요?”, “오늘은 패셔니스타 같아요” 살갑게 건네곤 한다. 매일 회원들을 살피고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 주는 것이 몸에 배었다. 가끔씩 나누는 일상의 안부는 회원들에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가족들보다 더 가까운 친구가 됐다. 회원들은 남 보다 못한 자식들보다 고 원장이 때로는 든든한 안식처다. 누군가에게, 무언가에 애정을 쏟는다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회원들이 더 활기차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는 고 원장은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시니어타운은 부자들만 간다’는 말은 좀 과장된 거죠. 부유한 어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열심히 벌어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정도면 부부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동호회가 잘 조직돼 있어 회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요. 그래서 이 안에서는 교우관계가 왕성해요. 여기서는 어머님들의 활동이 활발하고요. 합창단, 당구, 사진, 탁구도 새로 배우시고, 회원들끼리 인생의 선후배로서의 교우관계로 행복한 시간을 채워 나가고 계십니다. 노블카운티 정원에서 서로 부축해 가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회원부부를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더 편하게 해드려야지 싶어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분이라면 큰 걱정 없이 비교적 품위 있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건강하며 취미와 사교활동으로 행복을 누리면서 노후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아닐는지.
이러한 삼성노블카운티는 2001년 5월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설립, 운영하고 있는 시니어타운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시니어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일반세대(타워A, B동)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를 위한 프리미엄 세대로 구분되는 노블카운티에는 총 553세대가 입주해 있다. 지상 20층, 지하 3층 규모의 건물 2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실의 면적은 30평형대, 40평형대, 50평형대, 70평형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또한 타운 내 시설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함께 이용하는 장소로 운영되는 등 도심형 시니어타운의 이점도 있는, 세대 간 소통으로 대표적인 시니어타운이다.
도심과 자연의 만남, 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은 드물다
“15년이 넘은 곳이라 여기는 외국 분들이 자주 방문합니다. 우선 외국 분들은 조경을 보며 아름답다며 놀랍니다.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쓸 수 있는 센터들이 같이 운영된다는 것에도 놀라죠. 일본도 도심형 시니어타운이 있는데 아주 도심에 있지 않으면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지역 주민과 어울리는 곳은 거의 없어요. 노블카운티는 도심과 자연의 장점을 갖춘 시설이죠. 설립할 때부터 이런 취지로 개발한 시설은 드물어요.”
삼성노블카운티의 원장으로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되는 고준호 원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시니어타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블카운티에 대해 세계적으로 봐도 이런 시설은 드물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노블카운티를 국제적으로 키우겠다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노블카운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고 더 만족하며 살 수 있게끔 해야겠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와서 보니 실버타운의 경영자는 반은 호텔 지배인이고 반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더군요. 호텔 지배인은 뭐랄까, 고급스런 고객을 모시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죠. 아파트 관리소장은 서민들이 사는 문제, 예를 들어 수도 흙탕물이 나온다, 왜 쓰레기 제때 안 치우냐, 관리비 왜 비싸냐 등등 소소한 불편 사항을 해소해 주는 역할입니다. 저는 그 롤들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 원장은 회원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회원들 생활의 작은 것부터 다듬어 주자는 생각은 겸손함도 있지만 보다 회원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여 주자는 현실적인 차원도 있었다.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문제점들이 흔히 지적되는데 그런 것에 관심 갖는 것보다 왔다 갔다 하다가 마주치는 한 분 한 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거죠.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여기가 천국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게 여기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가 아니라 그런 시스템에 만족하시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 한다
고 원장은 자신이 와서 새롭게 한 건 하나도 없고,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훌륭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철 회장님은 노블카운티를 어떻게 지으라고 말씀은 안 하셨고 복지의 사각지대인 의료, 육아, 여성, 노인 문제에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걸 하라고 공익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삼성의료재단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집이었으며 다음이 노블카운티였죠. 노블카운티를 지을 때는 이건희 회장님이 선대 회장님의 마인드를 갖고 노인 복지 사업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노블카운티를 지으면서 이건희 회장님이 지시한 게 하루 종일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고 원장은 노블카운티에 오기 전에는 시니어 주거시설에 대해 호감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시설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노블카운티와 함께 시니어타운을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나이 들면 모여서 살아야겠구나 싶어요. 안전에 관한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료적인 안전도 있고 생활 안전, 보안 등의 문제도 있어요. 시니어들 집은 방범에 다소 허술하기 때문에 범죄 등에 취약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도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전철역까지 가는 게 다 건강 면에서 리스크가 돼요. 한마디로 안전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게 시니어입니다. 특히 낙상이 문제죠. 넘어져서 다치면 그로부터 노환이 시작돼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 지출 커지고 운동을 못 하니 건강도 나빠지고…. 특히 80세가 넘어가면 그런 리스크가 항상 있게 됩니다. 아파트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있나요? 그런데 여긴 식사할 때 다 같이 모여요. 산책할 때도 모이고. 그리고 직원들이 항상 보고 있고. 그래서 혼자 살 때 발생하는 리스크가 없어요. 단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모여 사는 게 유리할 수 있는 겁니다.”
노후인구 급증, 이들의 주거를 충족시킬 방안 조성해야
노블카운티의 입주회원들 나이 평균은 83.5세. 부부는 35%정도고 65%가 싱글이다. 남녀 비율은 7:3으로 7이 여자다.
“당뇨병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 식단은 별도로 차려 드립니다. 그 외에는 집 밥처럼 만들고 있어요. 건강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냉면이죠.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가 아니라 영양사, 주방장 등을 직접 고용하여 자체적으로 만드는 음식들입니다.”
노블카운티에서 일하는 스태프는 총 450여 명에 달한다. 이 많은 숫자는 노블카운티에 다른 시니어타운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스포츠센터 등의 시설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설 관리 감독 및 프로그램 제공과 강사 등을 위한 다양한 인력들이 노블카운티에서 일하고 있다.
“시니어타운을 경험해 보니 어른들에게 권할 만한 시설이 전국에 얼마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전국에 수없이 많은 요양시설들이 있는데, 시니어타운 같은 양로시설도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요양시설은 정부에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간부문도 계속 활성화되어서 시니어들이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노블카운티는 비싸니까(웃음). 그런데 그 숫자가 너무 적어요. 양로시설은 신뢰도가 확실한 곳이 20곳도 채 안 될 거예요. 양로시설은 요양시설과 달리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정부를 탓할 건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게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기업들은 안 그러면 안 해요. 특히 요즘 기업주들은 젊어져서 이런 데 신경을 잘 안 쓰거든요.”
고 원장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그보다는 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은 창대하되 운영은 기업답게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할 기업들이 없어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고 기업 활동으로 하게 해 주면서 경영 이념을 공익사업으로 하면서 운영하게 해 줘야지 공익사업이라고 하면 누가 합니까. 정부에서도 지원해 주고, 운영이 정상화되면 그 다음부터는 민간 사업자들도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은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고 해야죠. 공익사업으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개인들도, 기업들도 이윤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움직이거든요. 과거 기업 1세대들은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공부와 함께 인생 2막 설계해요
고 원장은 삼성생명에서 전무로 은퇴한 후, 삼성생명에서 운영하는 재단으로 다시 와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재취업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제2의 취업에 성공한 셈이죠. 솔직히 인생 2막이라고는 생각은 안 하고 1막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시작한 직업이 과거에 비해 다른 점이 있을까?
“일은 현업에 있을 때보다 적죠. 다른 부서랑 협업하고 경쟁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선 업무강도는 높지 않은데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입주자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시설은 노후화됩니다. 그런 면에선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인생 2막을 보다 청년다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싶다고 말하는 고 원장은 나이 듦에 대하여 ‘좋다’라고 표현했다.
“청춘예찬이란 말도 있지만 20대, 30대 시절의 청춘이 아름다운 건 아닌 거 같아요. 투쟁적이고 경쟁적이라서 힘든 시기죠.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과 피해의식도 많고.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때로 가고 싶진 않다는 말이 맞는다니까. 피곤한 시대였으니까요.”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고 원장의 생각에는 시니어타운의 관리자를 호텔 지배인이자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칭한 그 특유의 담대함이 있었다.
“나이 들면 성공에 대한 부담, 자녀교육에 대한 부담, 가장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이 먹으면 의욕이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세상을 다 알고 달관할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좋아요. 말하자면 나이 들었다는 건 진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예요. 학교 다닐 때는 쓸데없이 뭘 배운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대부분의 지식은 사회에 나와서 배우게 되잖아요. 정작 학생일 때는 정말 필요한 공부를 못 했던 거죠. 나이 든다는 게 그래서 좋은 거 같아요. 앞으로 나이 듦으로써 겪는 또 다른 낯선 경험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소중한 삶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 원장의 그 기다림은 더욱 뜻 깊은 것이리라.
>>삼성노블카운티
삼성노블카운티는 약 22만4000㎡(6만8000여평) 부지 위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타워 동(2개동 553세대, 30~72평)과 치매·중풍 등의 노인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요양센터인 너싱홈(178 베드, 1, 2, 4인실)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에 필요한 비용은 입주 거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타워 동 36평(전용 18평)에 입주하는 경우 보증금은 3.5억~4.8억원, 월 생활비는 독신 210만원, 부부 340만원 정도이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반환되며, 생활비는 회원 전용 식당에서 맛과 영양, 건강을 고려한 식사, 청소 및 침구류 세탁, 부대시설 이용, 세대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체력 하나만은 자신 있던 그였다. 한국통신에서 평생을 일하는 동안에도 건강은 자신 있었다. 뜨거웠던 5월 광주의 한가운데에서 시위대로부터 직장을 지키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을 때도 그 바탕에는 체력이 있었다. 즐겨 마시던 소주는 3병쯤 들이켜야 취기가 돌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드리운 암이란 그림자에 그는 잠시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규태(金奎太·69)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의 심현정(沈炫廷·39) 교수를 만나 조금씩 이겨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는 지금 “삼암(三癌)을 삼신(三信)이 이겼다”고 이야기한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처음에는 암이란 게 믿기지 않았죠. 증상이 있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의 검진 결과라 더 믿기 힘들었죠.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나 싶기도 했고, 두려움과 공포라는 걸 느꼈습니다.”
정장에 검은 코트를 말끔히 차려입고, 새의 깃털이 달린 페도라로 멋을 낸 김규태씨는 전형적인 점잖은 중년의 신사였다. 하지만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전남지역암센터에서 만난 그가 조용히 건네는 투병 이야기는 멋들어진 그의 모습과는 달리 치열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증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부터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더라고요. 동네 병원에선 귀에 물이 찼다며 간단한 처치를 해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물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을 그렇게 반복하다,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아들 얘기에 동네 병원의 추천으로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귀에 이상이 있어 간 병원이었는데, 의사들은 코에 집중했다. 조직검사라는 것도 했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후 그는 암 판정을 받았다. 2007년 11월의 일이었다.
“비인두암(鼻咽頭癌)이라고 했죠. 평생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귀가 이상해서 간 병원인데 코에 암이 있다고 하니 쉽사리 수긍할 수도 없었습니다. 자다 한쪽 코가 막히는 일이 많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그것이 암 증상의 하나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치료를 맡은 심현정 교수는 그를 긍정적 환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비인두암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임파선에도 전이가 된 상태였고요. 부위가 부위이니만큼 수술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항암화학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해야 했는데 잘 버텨주셨습니다. 보통은 항암 동시 방사선치료 과정이 고통스러워 포기하고 병원에 안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김 선생님은 치료도 빠지지 않고, 힘들다는 하소연도 병원에 와서 하셨습니다. 그런 성실함이 암과 싸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비인두암의 경우 그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코가 막히거나 분비물이 나오는 정도여서 감기로 오해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심 교수는 경고했다. 상당히 암이 진행된 후에야 심한 두통이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등의 시력이상 증상이 나타난단다. 이 때문에 감기증상이 낫지 않고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김씨의 항암치료는 쉽지 않았다. 항암치료를 위해 좋지 않은 치아는 미리 빼야 했다. 무려 11개나 뽑았다. 치료 과정에서 머리는 빠졌고, 방사선이 지나간 자리는 까맣게 타들어갔다. 침샘에 이상이 생겨 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식도에도 영향을 줘 물 한 모금 삼키기 어려웠다. 입맛이 변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사치였다. 물맛도 변할 정도여서 즐거운 식사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 어려웠던 싸움은 2008년 5월 다행히 그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아직 진짜 전쟁은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렇게 치료를 끝내고 3년을 살얼음 걷듯 살았습니다. 5년이 지나면 완치라고 이야기하니까 2년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암을 겪고 나니 귀가 얇아졌습니다. 혹시 재발될까 두려워 암에 좋다는 음식이란 음식은 모두 찾아 먹고, 채식 위주로 생활했습니다. 야채도 직접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가꿔 먹었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아 벌레가 먹고 남은 것들이었지만, 몸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물론 음식에 소금은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그 스트레스는 음식 투정에 불과하다 생각했습니다.”
매달 하는 추적검사에선 별다른 소견이 없어 안심하던 시기에 변고는 느닷없이 찾아왔다. PET(양전자단층촬영)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 것이다. 대장암이었다.
“전이된 것이 아니라 대장에서 암으로 발전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젊을 때 그렇게 마셔댄 술이 사달을 낸 것이겠지요. 마셨다 하면 소주 서너 병은 기본이었고, 1년에 366일을 마셨으니까요. 결국 수술을 했고 대장을 일부 잘라냈죠. 의사 이야기로는 30㎝ 정도라더군요. 위에서도 암이 발견됐습니다. 다행히 위암은 초기여서 복강경 수술로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깨어나 아내의 얼굴을, 그리고 아들과 딸의 모습을 보면서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눈물을 삼켜야 했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수술 직전에는 차라리 깨어나지 않기를 남몰래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술을 마친 그는 독한 맘을 먹고 그 힘든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했다. 치료는 그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달라져 있었다.
“비인두암 치료 이후에 그렇게 조심스런 삶을 살았는데, 다시 생겨나는 암을 겪으면서 암을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일종의 암에 대한 해탈과 같은 것이었죠. 그렇게 좋다던 차가버섯부터 살구씨, 후코이단(미역이나 다시마의 점액성분), 개똥쑥, 상황버섯까지 모두 큰 효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병원에서 교수님들이 알려주신 대로 아주 짜고, 맵고, 달고, 기름진 것과 술, 담배, 탄 음식 정도를 빼고는 맘껏 먹었습니다. 소금도 적당히 먹고 고기도 열심히 먹었습니다. 산나물이나 야채는 아직도 열심히 먹지만 효소나 즙같이 유난스럽게 만들지 않고 간단하게 반찬으로 해 먹는 정도입니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라면과 삼겹살을 실컷 먹게 된 일은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물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일과 운동을 놓지 않은 것이다.
“비인두암 치료와 추적검사가 어느 정도 지난 후에 체력을 되찾은 시점부터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5년 일한 한국통신에서 퇴직한 이후 발병 때까지 아파트 관리소장 일을 했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2009년 7월부터 다시 시작했죠. 아직까지 일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크지 않은 돈이지만 치료비에 보탬이 돼 정신건강에도 좋고,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에 도움이 돼 체력적으로 좋습니다. 일을 하지 않을 땐 조선대학교 뒷산에 올라 운동을 하기도 하고요.”
심 교수는 이런 그의 모습을 칭찬한다.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가정생활을 유지하며 긍정적 마음으로 병과 싸워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암환자들은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일상생활을 중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충분히 통원치료가 가능한데 장기 입원을 하려 한다거나, 요양병원 같은 곳에 머무르려고 하는 것이죠. 이런 경향은 비용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우울감을 키워 치료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소중한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낭비하는 것도 문제죠. 김 선생님은 가족과 생활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셨다는 면에서 모범적인 환자입니다. 선생님처럼 투병에 대한 의지를 자신 있게 이야기하시는 환자가 많지 않을 정도니까요.”
김규태 씨는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전남지역암센터가 개최한 제1회 ‘암극복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씨가 수기를 쓰게 된 것은 아내의 추천이 계기가 되었다. 2010년 KBS 본선에 진출했을 정도의 실력자였기에 글을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수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다른 환우들이 암치료 과정에서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특히 음식에서 말이죠. 저염식에 너무 스트레스 받거나 불필요한 건강식품에 휘둘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골고루 맘껏 먹고, 일을 놓지 않고, 운동을 쉬지 않으면 암을 이기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삼신(三信)으로 삼암(三癌, 비인두암·대장암·위암)을 이겨가고 있다고 썼는데, 삼신은 가족과 교수(병원), 나를 믿는 것을 이야기해요.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오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암은 극복해낼 수 있는 병입니다.”
그의 치료에는 심 교수뿐만 아니라 이비인후과, 방사선종양학과, 대장암과 위암 치료를 위한 외과의 많은 교수진이 참여했기 때문에 신뢰는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
긴 이야기를 풀어낸 뒤 조금 지쳐 보이는 그였지만,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진심이라는 것, 암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의 투병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어본다. 그의 확신을. 그리고 그의 완전한 승리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