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전문의사 양성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취약함이 드러난 노인의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노인의학 전문가들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에서 기저질환, 만성질환으로 감염에 취약한 노인을 위해 대비해야 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 추진관리위원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대한노인병학회와 보건복지부가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노인의료의 취약점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 손기영 울산대 가정의학과 교수, 윤종률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이 발제를 맡았다.
정기석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이후 노인,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와 같은 건강 취약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졌다”며 “65세 이상, 장기요양시설 거주자, 비만‧당뇨‧심장질환‧만성폐질환 등 기저질환자가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될 확률이 높고, 실제 사망률이 높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 대면 진료 결여, 입원 대기, 중환자실 부족 등의 치료 부분과 요양시설 속 종사자 교육 미비, 감염관리 취약, 의료 연계 부족 등 미흡한 보건의료 정책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 이에 정 교수는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종률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은 ‘노인 주치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인 주치의는 노인병 전문의사로서 노인 만성질환과 다약제 복용 등을 관리하고, 허약 노인 건강 증진 사업을 수행한다. 또한 ‘노인 포괄평가’를 실시해 노인의 신체적, 정신‧심리적, 사회 환경 정보 등을 파악하는 일을 맡는다.
윤 회장은 한 명의 노인 주치의가 아닌 다수의 전문의사가 개별진료를 하는 ‘진료의 분절화’를 지적했다. 이로 인해 총 진료비, 즉 노인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증가하고, 다약제나 부적절한 약물 복용 횟수가 증가해 부작용 위험이 커지고, 치료 효과나 만족도가 감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생 지불하는 의료비의 절반은 64세 이후에 지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60대(61~70세)에 1903만 원, 70대 이상은 2422만 원을 지출하며, 전체진료비가 전년대비 11.9% 증가하는 동안 노인진료비는 14.7% 증가했다.
윤 회장은 “노인 주치의를 통해 노인의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이나 약물 복용을 예방할 수 있다”라며 노인 주치의 양성과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에서 만성복합질환 통합 관리, 다약제 복용을 관리하고 허약(노쇠)노인 건강 증진, 요양시설입소 감소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단순한 질병 관리만으로는 노인의 건강권을 향상할 수 없다”라며 “인체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노인이 집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노인을 위한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 전문의‧주치의와 보건복지부 노인건강과 신설 등 새로운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국내에선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노인 전문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노인병을 전담하는 진료과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의료계에서 노인 전담 진료과목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일부 병원에서 진료과를 자체적으로 신설하기 시작했다. 2007년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병센터’를 설립했고, 2009년에 서울아산병원에 노년내과를 신설했다. 현재는 국내 10여 개 진료과에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 과장은 “노인건강과 관련된 과가 없어 이에 대한 전문적 사업 추진이 현재 어렵다는 점은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현재 건강정책과에서 추진하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이와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궁극적으로 어르신이 갖고 있는 모든 질병에 대한 노인 주치의 제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 커뮤니티 센터에서도 노인 의료‧돌봄 통합 체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군은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울산시와 대구시는 경품으로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전남은 해남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1인당 5만 원 여행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런 혜택은 어떤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최근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자를 위한 혜택이다.
7월부터 59세 이하 시니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맞는다. 6월 17일 기준 70세 이상 어르신 80%는 이미 1차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백신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전국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백신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이미 2차 접종까지 마치고 14일이 지난 시니어나 곧 접종을 받게 될 시니어를 위해 다양한 백신 인센티브를 소개한다.
정부
정부는 지난 5월 26일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접종자가 가족 모임 인원에서 제외되는 혜택 외에도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 차례 접종해야 하는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차 접종자도 해당한다. 6월부터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체험프로그램 입장료는 50%, 국립생태원·국립생물자원관 입장료를 30% 할인에, 국립 자연휴양림 입장료는 면제한다.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같은 인기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은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 회차를 편성할 예정이다.
수도권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진행하는 자체 공연과 전시에 대해 관람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 등 이미 막을 올린 공연부터 연말 ‘송년음악회’까지 자체 공연과 전시를 대상으로 10~30% 할인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백신 인센티브는 아직 준비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접종 인센티브 제공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자치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보영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6일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접종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는 백신 1차 접종자가 에버랜드를 35%, 캐리비안 베이·한국민속촌를 40% 할인된 가격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용인자연휴양림은 주차요금을 전액 면제하고, 노상주차장을 제외한 용인시 관내 23개 공영주차장에서도 이용료 20%를 할인한다.
경기도 수원시 소상공인들은 만 60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할인하는 ‘백신 인센티브’ 행사를 준비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만 60세 이상 수원시민은 7∼8월 두 달간 음식값과 이용요금을 업소마다 자율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성남·파주·광명·안산시 역시 산하 체육·관광시설과 참여 의사를 밝힌 미용·외식업소 등에서 할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는 오는 12일부터 만 65세 이상 백신 접종자에게 광명동굴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65세 미만 접종자는 5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광명시민은 중복할인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시민회관 기획공연 20% 감면, 기형도 문학관 입장객 기념품 증정, 광명극장 기획공연 우선 예약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강원도
강원도는 어르신들의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 우수마을을 포상하고, 접종을 완료한 어르신에게 유명 인기 가수의 트로트 콘서트 관람 기회를 준다. 가족단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 해수욕장 코로나19 프리존을 운영하고, KTX 경강선 코로나19 프리존 연계 관광상품 등을 출시한다. 또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코킷리스트’) 공유 이벤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시·군 및 코레일과 협의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오죽헌시립박물관과 강릉통일공원 무료입장을 허용하고, 강릉시립예술단 공연 은 입장권을 50% 할인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무료 급식, 재가 복지 서비스 대기자 발생 시 백신 접종자를 우선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청도와 대전광역시
대전시는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각종 문화·체육시설 입장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오월드(동물원)와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홈경기 입장료 20% 할인받을 수 있다.
충남 서천군은 백신 인센티브용 특별 관광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했다. 7월 20일부터 백신 접종을 받은 여행객에게 공짜로 시티투어를 시켜주고, 단체 여행은 인원수에 따라 10~30% 할인한다. 특별 관광 프로그램 중 농촌 관광 프로그램에는 차량을 지원하는 등의 혜택과 관광기념품도 준비돼 있다.
전라도
전라북도에서는 일찌감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북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북 투어 패스’를 ‘1+1’ 체제로 특별판매한다. 투어 패스 카드 한 장으로 도내 모든 시·군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주요 관광지에 입장 가능하며, 맛집·숙박·체험시설·주차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전북 진안군은 진안 군민에게 국민체육센터 입장료 80%와 골프연습장이용료 50%를 각각 할인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반디랜드 곤충박물관과 천문과학관, 부안군 청자 등은 입장료의 절반을 깎아준다. 전라북도 순창군 강천산군립공원과 전라북도 익산시 보석박물관은 아예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이 외에도 순창군은 8명 이상 단체 관광객에게 교통편과 체험·숙박비를 지원한다. 또 올해부터는 8명 이상 단체 관광객 익산역·남원역·광주송정역·순천역·광주공항 등 기차역과 공항까지 ‘힐링투어 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세버스로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는 버스비 일부도 지원한다. 그 외 올해 처음으로 전주 한옥마을과 순창 강천산을 연계하는 ‘시티투어 버스’ 운영, 4명의 소규모 관광객에게는 1일 체험비 최대 1만 원, 숙박비 1인당 1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는 7월부터 소상공인지원과 기간제 근로자 채용 시 접종자에게 가점을 준다. 평생학습관 프로그램 수강료도 할인 또는 면제해준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농기계 임대료를 추가로 할인해주고, 사회복지시설 내 노래교실 운영을 허용한다. 전라남도 해남군은 여행사와 함께 ‘백신 안심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7∼8월 동안 1박 2일 이상 해남을 찾는 접종 완료 관광객에게 1인당 5만 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지원해, 기존 19~20만 원인 여행상품을 5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경상도와 주변 광역시
울산시의회사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울산시민들에게 17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차례 추첨을 통해 135명에게 건강검진권을 제공한다. 경품 참여 병원은 울산대병원, 동강병원, 중앙병원, 울산병원 등 13곳이다. 울산박물관은 오는 24일과 다음 달 1일 두 차례 진행하는 ‘제18회 전통문화 체험교실’에 백신 접종자만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대구시는 백신 접종자에게 ‘건강검진권’ 등 경품을 선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 8일부터 성인 기준 3000원인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접종 확인서와 신분증을 매표소에 제시하면 무료입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산시는 시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관람에 이어 영화의 전당·문화회관 등에서도 관람료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엑스포대공원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백신을 접종한 경북도민들에게 공원 입장료를 면제한다. 엑스포대공원 상설공연인 뮤지컬 용화향도 관람료를 20% 할인한다. 공연 ‘인피니티 플라잉’도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백신을 맞은 국민이면 거주지와 상관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경상남도 고성군은 전체 260개 마을 중 백신 사전예약률이 우수한 마을 10곳에 총 10억 원의 숙원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우수마을 경로당에는 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100만 원 상당의 물품과 운영비를 지급한다. 또 접종을 마친 군민 중 매월 추첨을 통해 1000만 원 상당의 경품을 준다. 지급 대상과 방법, 형태는 군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경상남도 하동군은 옛 경전선 북천역~양보역 레일바이크와 금남면 금오산 짚 와이어 탑승자에게 이용료 50%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켄싱턴리조트와 비바체 리조트 이용자에게는 이번 달부터 향후 3개월간 숙박료 30%를 깎아준다.
이 외에 불교계가 제공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할인 혜택도 있다. 6월부터 전국 135개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비에서 2만 원을 할인한다. 접종자 당사자에 한해 선착순 1만 명에게 혜택이 제공된다.
의료현장에서 암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인자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가족력이다. 가족 중 암을 앓았던 환자가 있었는지에 따라 발병 가능성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만난 임군식(林君植·56)씨는 전립선암(前立腺癌)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본인은 그렇게 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고 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매년 체크하며 살았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고, 울산대학교병원 전상현(全相炫·52) 교수를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됐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한평생을 한회사를 위해 일 해왔던 그다. 공업도시에서 살고 있는 여느 근로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30년 근속을 기념해 금붙이를 한 냥(兩)이나 받았다. 근무하는 KCC 울산공장은 그의 입사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기 때문에 내 손으로 일궜다는 자부심도 컸다. 오랜 세월 성실하게 회사 일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그였기 때문에 갑작스레 전해진 비보의 충격은 적지 않았다.
임군식씨가 건강의 이상을 발견한 것은 지난해 4월. 매년 해오던 혈액검사 수치가 평소보다 매우 높았다. 검진을 했던 병원에서도 의심스럽단 이야기를 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았거든요. 평소에는 PSA 수치가 1.8 수준이었는데, 3.8이 넘게 나오더라고요. 많이 놀랐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다른 동네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았는데 수치가 비슷했어요. 의사선생님도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울산대학교병원을 찾았죠.”
그리고 진행된 조직검사에서 그는 전립선암 확진판정을 받게 된다. 다행히 초기단계인 1기 상태였다.
“저의 아버님이 전립선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8년 전 돌아가시고 나서는 저도 매년 검사를 받게 됐고요. 아버님이 7년 정도 투병을 하신 탓에 병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몇 개월 동안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탓에 많이 힘들어 하셨고, 그걸 지켜보는 저 역시 무척 가슴 아팠습니다.”
전립선암 환자의 가족으로서의 생활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본인이 전립선암 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기구하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 충격도 굉장히 컸다고 임군식씨는 회상했다.
“깜짝 놀랐죠. 그렇게 염려하고 조심했는데 암이라니. 그것도 전립선암이라니 눈앞이 깜깜해졌죠. 수술할 때까지 두 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입맛도 싹 사라지더라고요. 아내는 그럴 리 없다면서 믿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대학생인 아들, 딸 두 자녀에게 숨기려고 했었다. 아직 학생인 아이들에게 괜한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녀들에게 털어놓았다.
“그때였어요. 아들 녀석이 인터넷 등 이곳저곳을 수소문하더니 전상현 교수님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우기더라고요. 이미 수술날짜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난감하긴 했지만, 전 교수님이 이 방면에 소문난 명의(名醫)라는 아들 고집에 질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해서 운 좋게도 교수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상현 교수는 비뇨기과 전문의로 국내에 로봇수술이 도입되던 초창기인 2008년 미국 뉴저지 주립암센터에서 관련 연수를 마치고, 울산대학교병원에 로봇수술 도입을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울산지역암센터 센터장과 로봇수술센터 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전 교수는 임씨를 이렇게 기억했다.
“제게 찾아와 먼저 로봇수술로 수술을 받고 싶다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가족력도 갖고 계셨구요. 환자 스스로가 정기점진을 성실하게 해온 덕분에 초기에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수술도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빠르게 평소생활로 복귀하실 수 있었습니다.”
전 교수가 임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전립선과 관련한 신체의 기능적인 면을 고려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전립선은 좁은 골반뼈 사이, 방광 밑에 숨어있기 때문에 수술이 가장 어려운 부위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전립선 수술이 어려운 것은 골반 깊숙이 위치한 해부학적 구조에 전립선에 가깝게 혈관과 신경 괄약근 등이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수술 후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구요. 소변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요실금이나 신경 손상으로 발기부전과 같은 성기능 장애가 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환자의 경우 아직 젊기 때문에 암세포의 확실한 제거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전립선 수술에 로봇수술을 많이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변 조직을 다치지 않고 좁은 부위에서 수술을 해내기에 로봇수술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로봇수술도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면 전립선암 수술이 첫 번째 수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의료계에서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수술비가 800만~1000만원 정도로 부담되는 수준이다.
로봇수술은 의사의 손이 들어가기 어려운 부위에 얇은 막대와 같은 로봇팔을 넣어 수술하는 장비다. 로봇수술 장비의 원형은 1980년대 말, 미 육군과의 계약 하에 前스탠포드 연구소에서 개발됐다. 원래는 전쟁터에서 원격으로 부상병의 수술을 진행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로봇수술 기술은 이제 대중화 돼 한국에서도 40곳이 넘는 병원이 사용 중에 있다.
로봇수술 장비는 미국의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 Ltd,.)이라는 회사가 특허를 가지고 전 세계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제품명인 다빈치(da Vinci System)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수술은 환자가 수술대에 누워있으면 입체 조직을 잡거나 자를 수 있는 로봇팔(엔도리스트) 3개와 조명과 촬영을 담당하는 로봇팔 1개가 필요한 최소한의 절개를 거쳐 환자 몸에 들어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집도의는 좀 떨어진 공간에 마련된 조종석(콘솔)에 앉아 카메라가 전해주는 고화질의 입체영상을 보며 로봇을 조종해 수술을 집도한다. 전 교수는 로봇수술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기존의 복강경수술에 비해 시야나 기구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영상의 시야가 확대되어서 환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로봇팔의 움직임이 사람의 손과 같이 움직여 미세 수술에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로봇수술이 만능은 아닙니다만 특히 전립선암 수술에 있어서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봇수술이 갖는 장점 중 하나는 절개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다는 점이다. 이런 혜택은 임씨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작년 6월 4일 수술을 받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직장에 복귀한 것이 6월 22일이었으니, 보름 만에 일을 시작한 셈이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프진 않았어요. 흉터도 구멍 몇 개가 있었던 흔적 정도였고요. 직장에 빨리 복귀하니 동료들이 놀라더라고요. 수술 전 몸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8월에는 회사에서 보내주는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임군식씨는 조기에 발견한 덕분에 방사선 치료도 필요 없을 정도로 말끔히 치료할 수 있었지만, 전립선암은 마음 놓을 수 없는 위험한 병이라고 전 교수는 경고한다.
“전립선암은 비교적 암세포의 성장이 느린 편입니다만, 미국의 경우 유병률 1위 암으로 꼽히고 있고, 한국에서도 남성의 5대 암에 포함될 정도로 발병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전립선암의 원인으로는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혈액검사를 통한 PSA 수치 측정이 꼽힌다. 혈액 채취만으로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내시경이나 CT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다른 암종에 비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전립선 비대증이나 염증으로도 이 수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확진은 조직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간혹 조직검사 과정에서 암세포를 발견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발견된 임군식씨는 운이 좋은 사례라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전 교수는 “전립선암은 전이가 된 경우 다른 암처럼 화학적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고환 절제까지 했어야 했으나 현재는 화학적 거세를 많이 시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기부전, 성욕감퇴, 골밀도 저하로 인한 골절, 근육량 감소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남성으로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죠. 때문에 꼭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시길 당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