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547돌 한글날이다. 쏟아지는 은어와 신조어를 공부해가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에도 급급한 요즘이지만, 오늘만큼은 한글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되새겨보는 하루를 보내보는 것도 좋겠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한글날에 볼만한 영화 세 편을 추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말모이 (MAL·MO·E: The Secret Mission, 2018)
1940년대 우리말이 금지된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판수'(유해진)는 아들 학비를 대기 위해 가방을 훔치려다 실패한다. 이후 면접을 보러 간 그는 가방 주인이자 조선어학회 대표인 '정환'(윤계상)을 만나고, 얼떨결에 조선어학회에 들어간다. 까막눈이던 판수는 그곳에서 난생처음 글을 읽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면서 한글의 소중함에 눈을 뜬다.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민족주의 학술단체인 조선어학회가 일제의 탄압을 피해 한글 사전을 만들어나가는 내용으로, 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 제목의 의미는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며 극 중 조선어학회가 시행한 비밀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잊고 있던 한글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2. 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2015)
조국의 언어로 시를 짓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은 일제강점기, 한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주’(강하늘)와 ‘몽규’(박정민)는 일본식 이름을 쓰길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신념을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행동하는 몽규는 일본으로 떠난 뒤 독립운동에 직접 가담하고, 우리 말과 글을 사랑한 동주는 시대에 대항하는 마음을 조용히 시로 써나간다.
영화 ‘동주’는 조국 독립을 간절히 바라던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삶과 청춘을 담은 영화다. 현존하는 자료가 모두 흑백인 것을 감안해 현실감을 높이고자 흑백 영화로 제작됐다. ‘서시’와 ‘별헤는 밤’ 등 모두에게 익숙한 시는 배우 강하늘의 목소리로 흘러나와 잃어버린 나라를 그리워하는 영화 속 동주의 심리를 대변한다.
3. 천문: 하늘에 묻는다 (Forbidden Dream, 2018)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세종'(한석규). 그는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이 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최민식)과 큰 꿈을 함께하며 여러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다. 20년간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두 사람이지만 어느 날 임금의 가마인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세종은 장영실을 문책하며 하루아침에 궁 밖으로 내치고, 장영실은 자취를 감춘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세종과 장영실의 업적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 사극’이다. 천문 관측기구인 간의와 간의대, 물시계인 자격루 등 장영실의 발명품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으며 영화 ‘넘버3’, ‘쉬리’ 이후 20년 만에 호흡을 맞춘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의 환상적인 ‘캐미’가 완성도를 더했다.
대학 동창 삼총사와 영화를 보기 위해 만났다. 새해 초에 한 번 만났는데 또 급히 모인 건 오늘 개봉하는 영화를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영화 관람을 하는데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개봉하는 날 보자고 약속했다. 제목은 ‘말모이’. 언뜻 들으면 말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우리말을 모아놓은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명동 CGV를 찾았다. 오전이고 평일이어선지 관객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우대권을 샀다. 우대권으로 5000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정말 좋다. 우대권이 없을 때는 조조 영화를 봤다. 아침 일찍 서두르던 때를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고 부지런했던 그때가 더 좋았나? 반문해보기도 한다. 어쨌든 나이 들어 대우받는 것이니 좋게 생각하자며 또 웃었다.
항상 선호하는 자리를 선택하고 앉았다. 영화의 배경은 일제강점기다. 화면의 극장 간판에 여배우 최은희의 모습이 반갑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아 그 시절은 잘 모르지만, 최은희는 그때부터 영화배우로 활동을 했나보다. 영화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면서 나라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빼앗으려고 말과 글을 없애려 했음에도 의인들이 일제의 눈을 피해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험난한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 윤계상의 선 굵은 연기도 좋았고 유해진의 넉살스러운 연기와 출연진 모두의 모습이 감동을 주었다. 나는 친구들 몰래 몇 번이나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친일하는 아버지를 둔 부잣집 도련님이 그냥 편하게 살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고 남기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조마조마하고 애타도록 했다. 뜻을 같이한 이들 중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본에 정보를 넘기며 동지를 배반하는 사람도 있고 안타까운 죽음도 있다.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팔도 각 사투리를 쓰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은 감동스러웠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울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제의 핍박 속에서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우리말 사전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는 이 영화가 대박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같이 영화를 본 수녀님도 이 영화는 중고등 학생에게 꼭 보여줘야 할 영화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어린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역사 이야기라는 생각에 공감했다. 우리가 학창 시절 때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면 전교생이 단체로 대한극장이나 중앙극장으로 명화를 보러 가곤 했다. 그때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하게 하면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애쓴 역사도 알 수 있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윤성 감독 작품으로 주연에 마 형사 역으로 마동석, 조폭 두목 장첸 역으로 윤계상이 나온다.
예매 순위 1위 작품이며 이미 개봉 한 달 만에 5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여 기대를 갖고 봤다. 상영시간 121분 동안 치고 박고 칼로 찌르는 장면으로 가득했다.
2004년 한국으로 귀화한 조선족이 많이 사는 서울 가리봉동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권을 둘러싼 조폭들의 물고 물리는 난투극과 복수극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는 금천 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 이들을 소탕했다는 것이다.
마동석은 평소 좋아하는 배우이다. 우람한 근육질로 체격이 좋고 액션 연기가 좋다. 남자라면 그런 사람을 부러워할 것이다. 대학 시절 체격이 좋고 얼굴이 험상궂은 후배가 있었다. 어딜 가든 가만히 있어도 대접해주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했었다. 주먹을 휘두를 필요도 없이 인상을 한번 쓰면 알아서 눈길을 돌리는 것이 통쾌하기도 했다.
조연배우들도 하나 같이 인상이 험악했다. 출연진들을 그런 사람들을 잘도 모았다. 남자들이 폭력배가 되는 경우 험악한 인상이 한 몫 한다. 조폭 두목 장첸 역에 인기 아이돌 그룹 GOD의 윤계상이 발탁된 것은 의외였다. 인상도 그런대로 어울렸고 연기도 잘 했다.
나이가 들면 취향도 바뀌는 모양이다. 그전 같으면 액션 장면들이 사실감이 넘쳐 잘 만든 영화라며 좋아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해소 된다고 했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칼, 도끼, 망치 등이 난무했다. 무자비하고 잔인한 폭력 장면이 나오자 잘못 선택했다는 후회가 밀려 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심란하고 꿈자리까지 뒤숭숭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같이 영화를 보려 하면 여자들이 이런 영화를 왜 안 보려고 했는지 이제는 이해가 될 것 같다. 영화는 여러 장르로 만들지만, 이런 영화는 가급적 피하고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를 골라 봐야할 것 같다. 관객 동원 수나 평판에 휩쓸려 보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피하고자 한다. 남자들도 나이가 들면 감동 있는 영화를 볼 때 눈물을 줄줄 흘린다는데 그런 영화가 좋아진다.
이번에도 무대가 귀화한 조선족들이 몰려 살고 있는 동네이다. 조선족들이 몰려 사는 동네가 마치 범죄도시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조선족 출신들이나 현지 주민들은 불만이 많을 것이다. 어느 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므로 조폭들이 상인들을 갈취하고 불법 업체가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치안이 잘 되어 있는 나라이므로 그런 범죄가 자라지 못하도록 치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강력반 형사들은 목숨을 걸고 일한다. 강력범들과 대치하며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찰들에게도 대우도 개선해주고 박수도 보낼 일이다.
◇ 전시
덴마크 디자인 전(DENMARK:DESIGN)
일정 11월 20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카레 클린트(Karre Klint), 한스 베그너(Hans J.Wegner) 등 11명의 거장 디자이너 작품을 만날 기회다. 로얄 코펜하겐(ROYAL COPENHAGEN), 뱅앤올룹슨(BANG&OLUFSEN)을 포함한 11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케네디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 브릭아트의 대명사 레고(LEGO) 등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인 작품 200점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덴마크 근대 디자인의 황금기라 불리는 20세기 이후의 디자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 전(The History of Korean Abstract Art)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 발굴, 수집하여 제반 연구 성과를 공개하는 아카이브 전시다. 1957년 이후 연대별로 최근 추상미술 전시와 단색화에 대한 관심까지 아우르며, 미술에 대한 관념과 형식을 뛰어넘고자 한 한국 추상미술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추상미술 단행본, 도록, 팸플릿, 주요 전시 기사, 평론, 포스터, 사진, 작품 등 각종 실물자료를 다양하게 마련했다.
◇ 도서
여행자의 하룻밤 (이안수 저·남해의봄날)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촌장인 저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북스테이 ‘모티프원’에서 일어난 10년간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모티프원에서 하룻밤을 지낸 여행자들이 풀어놓은 진심 어린 이야기가 책에 온기를 더한다. 전 세계 방문객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각자의 삶을 나누는 경험을 ‘글로벌 인생학교’라 부르며 인생의 공감과 영감을 자아낸다.
마르지 않는 붓 (자유칼럼그룹 저·두리반)
지난 10년간 자유칼럼그룹이 발표한 3000여 편의 글 중에서 24명의 필진이 추린 74편을 담은 칼럼집이다. (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인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추천사를 썼다. ‘마르지 않는 붓’이라는 제목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붓, 평생 녹슬지 않는 펜을 들고 살아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이 이사장의 추천사에서 따왔다.
◇ 영화
박카스 아줌마의 인생 딜레마
개봉 10월 6일 장르 드라마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 전무송, 윤계상 등
종로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가난한 노인들 사이에서 ‘죽여주게 잘하는 여자’로 통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주인공이 사는 게 고통스러워 ‘죽고 싶은 고객’들을 도와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죄책감으로 혼란에 빠지는 주인공 역에 배우 윤여정이 캐스팅돼 기대를 모았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20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 등에 초청돼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마음이 먼저 가 있는 곳
개봉 9월 29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이소현 출연 박삼순, 이소현, 장춘옥 등
어린 시절 함께 살던 할머니의 자살 시도 소식을 들은 손녀가 다시 할머니 집에 들어가 동거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감독인 손녀가 담아낸 할머니와의 가슴 따듯한 이야기로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으며 호응을 얻었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할머니 집을 배경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할머니와 손녀가 서로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에서 애틋함이 묻어난다.
◇ 공연
국화꽃 향기처럼 아련한 첫사랑
일정 10월 1~23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소극장 블루
연출 이성모 출연 박형준, 장덕수, 서지유, 정서희, 황정윤 등
2000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김하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2014년 이후 1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서는 여주인공의 입장에서 고민이 극대화됐던 이전 무대와는 다르게 남주인공 ‘승우’의 시선과 심리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왕비의 얼굴
일정 10월 11~23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지나 출연 김선영, 조풍래, 정원영, 박영수, 이창엽 등
명성황후라는 실존 인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한 창작가무극이다. 사진 찍기를 즐겼던 고종과는 달리 명성황후의 사진은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미스터리한 에피소드와 가상의 인물이 주는 신비감을 더했다.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일정 10월 26일~11월 6일 장소 LG아트센터
연출 장우재 출연 이호재, 오영수, 윤상화, 최광일, 이명행 등
조선시대 문인 성현(成俔)이 쓴 기행문 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으로, ‘기지’와 ‘경숙’이라는 두 대감이 왕의 질문을 갖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렸다. 장우재 연출은 “제목처럼 어두운 세상을 뒤집어 밝게 보려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햄릿으로 태어나 줄리엣을 꿈꾸다
일정 9월 30일~10월 16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김광보 출연 강신구, 최나라, 이지연, 윤나무, 황성대 등
셰익스피어의 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여자 햄릿’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연극이다. 기본적인 가족 구도와 인물 관계는 유지하면서 햄릿의 고독과 남성적인 복수극 뒤에 숨어 있는 섬세한 여성성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