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소원해지는 인간관계에 실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안부도 주고받고 종종 식사도 했던 사이인데, 회사를 나오니 연락도 만남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누군가는 ‘내가 명함이 없다고 얕보나’, ‘내가 돈을 안 번다고 무시하나’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자. 혹시 ‘내가’ 스스로에게 그런 편견을 갖고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지. 만약 그렇다면 주변은 잠시 제쳐두고 나와의 관계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퇴직 이후의 삶이 길어지며, 노후 대인관계가 중요하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다만 원활하고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자신과의 관계를 다지는 것이 우선이다.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 ‘은퇴의 말’, ‘은퇴의 맛’ 등의 저서를 펴내며 수많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을 만나온 한혜경 전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은퇴 후 얼마나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는 자신과의 관계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그는 “직장 생활로 생겨난 공적 관계망은 보통 퇴직 후 6개월 이내 소멸된다. 특히나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명성을 얻은 분일수록 이러한 변화에 취약하다. ‘그동안 나를 잘 따랐던 부하 직원들이 연락하겠지’ 같은 기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크고, 실망이 쌓이면 절망하게 된다. 점점 위축되고 예민해지기 시작한다. 작은 일에도 버럭 하고 화를 내는 등 이른바 ‘앵그리 올드’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주변에서는 회피하고 멀리하게 마련인데, 결국 대인관계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누군들 좋아할까
한혜경 교수의 경험에 의하면 은퇴 후 화가 많아지고 이를 표출하는 중장년이 적지 않다고. 겉으로는 타인을 향해 화를 내는 것 같지만, 이는 결국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과 같단다. 스스로에게 답답하고 불만스러운 심정을 그러한 방식으로 토로하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과의 관계가 평온하고 긍정적인 이들은 타인과의 관계 또한 순조로운 편이다. 한 교수는 “최근 뇌과학 분야 연구 중에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다. 나에 대한 정보처리와 타인에 대한 정보처리가 동일한 뇌 신경망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풀어 설명하자면 나를 좋게 보는 사람이 남도 좋게 보고,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 남도 존중한다는 얘기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나와의 관계, 자기 내면과의 소통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이 곧 타인과의 관계에도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나와의 관계가 편안하고 능숙한 사람들은 웬만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회복탄력성 또한 높다. 반대로 자신에게 불만이 많고 소통이 어려운 이들은 사소한 일도 크게 힘들어하고, 회복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교수는 “살다 보면 유난히 사람들이 미워지거나 괜히 무시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혹시 내가 나를 미워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봐야 한다. 마치 거울처럼 누군가에게 갖는 나의 마음이 알고 보면 나를 향한 마음은 아닐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인정중독에서 벗어나 ‘셀프 칭찬’ 필요해
경쟁과 성취를 강조해온 한국 사회에서 현재의 중장년 세대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어떤 이들은 타인에게 인정받아야 잘 사는 삶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가령 어느 대학과 직장을 다닐지, 얼마만큼의 집을 사고 무슨 차를 타야 할지 등 자신보다 타인의 인정이나 평가를 따르는 경향이 적지 않다.
한혜경 교수는 “이러한 삶이 계속되다 보면 인정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타인 때문에 상처받으며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았을 때만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30~40대에는 타인의 관심과 인정이 성장의 디딤돌이 되기도 하지만, 50대 이후까지 이에 얽매이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와의 관계를 더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주파수에 나를 맞추지 말아야 한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엔 차이가 존재한다. 그 사실을 먼저 받아들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나아가 잘난 척, 괜찮은 척이 아닌 솔직한 나를 드러낼 수 있을 때 개인적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로는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하면서도 실제 자신을 향한 칭찬에는 의구심을 갖거나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고, 스스로의 능력과 장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반응이다. 한 교수는 자신의 좋은 점과 강점 등을 발견하는 과정이 매우 가치 있기에, 때때로 스스로를 칭찬해보는 시간도 마련해보길 권했다.
나를 위한 삶, 건강한 자기중심성 갖기
은퇴 후 또는 자녀 출가 후에도 끊임없는 희생을 감수하는 부모들이 있다. 가령 노후자금이 부족한데도 자녀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준다거나, 몸이 아프고 힘든데도 손주 육아를 돕는 등 자신보다는 자녀를 중심으로 노후를 살아가는 것이다. 타인 중에서도 자녀가 주는 기쁨이 상당하지만, 결국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지속적인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자녀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서 정작 자신의 인생을 누리지 못하고, 나를 돌보는 일을 게을리한다면 행복한 노후를 가꿔가기 어렵다.
한혜경 교수는 “초고령사회, 수명은 길어지고 1인 노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어떻게 혼자 잘 살 수 있을까’, ‘누가 끝까지 나를 돌봐줄까’, ‘누가 내게 삶의 기쁨이 남아 있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꼭 해봐야 한다.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독립돼야만 자신을 스스로 돌보며 잘 지낼 수 있고, 자신을 잘 돌볼 수 있어야 자식이나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오래오래 유지하면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나를 위하고 사랑해줄 사람, 내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할 사람은 곧 나 자신이다. 스스로를 위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인본주의 심리학자로 유명한 로저스(C. Rogers)는 말년에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더 많이 돌보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나는 나를 좋아한다. 나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보았고, 그것을 충족시키려고 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삶을 살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내가 매우 아프지만 내 삶을 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교수는 “로저스의 글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결국 나이 들수록 ‘건강한 자기중심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건강한 자기중심성은 본인의 가치와 독특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돌보는 태도다. 스스로를 홀대하고 혹사하는 건 짧고 굵게 살던 시대의 논리다. 100세 넘게 사는 요즘 시대에 필요한 건 자기중심적인 삶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스스로의 고유한 가치와 개성을 존중하고 사랑할 때, 타인도 나를 그렇게 존중하고 사랑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의 역사 쓰기’로 회복하는 나와의 관계
교수 은퇴 후 현장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나의 역사 쓰기’를 운영하고 있는 한혜경 교수는 글쓰기를 통해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의 역사를 쓴다고 해서 유명인이 자서전을 내듯 거창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나의 삶을 한 권의 책이라 여기고 목차를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은퇴 후에는 대인관계를 비롯해 여러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내 인생의 해답 또한 내 안에 있는 법. 찬찬히 과거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스스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발견하게 된다.
한 교수는 “나의 역사 쓰기란 내가 나에게 나에 대해서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다. 현역 시절 이력서에 보기 좋게 썼던 나의 모습과 달리,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적어보는 것이다. 퇴직 이후 인생 2막 또는 3막을 준비하려면 과거와 현재의 나를 잘 이해해야 한다. 나를 헤아리는 과정 속에서 자신과의 갈등 고리를 풀어내기도 하고, 과거의 나와 화해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나의 역사 쓰기도 너무 말년에 했다가는, 과오를 발견하고도 ‘이제 와서 달라질까’, ‘너무 늦었구나’라며 개선할 시간이 없다고 여겨 절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나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나의 역사를 꼭 한번 써보시길 바란다”고 권했다.
도움말 한혜경 전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 저 , '나의 역사 쓰기' 운영)
방정식은 미지수(χ) 값에 의해 참 또는 거짓이 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지수라도 방정식 내 상수와 숫자, 사칙연산 등을 잘 따져보면 결국 답이 나온다. 이러한 방정식을 인생에 대입해보자. 나라는 상수와 주변인, 그들과의 연관성에 따라 ‘관계’라는 미지수 값이 매겨진다. 그렇게 적합한 미지수를 잘 찾으면, 참다운 인생이라는 등호도 성립된다. 생애주기에서 중년의 관계 방정식은 어쩌면 가장 어렵고 복잡할 수 있다.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알아둘 만한 몇 가지 조언을 담아봤다.
[1] 평생 현역 시대라는 ‘관계 전제 조건’
은퇴 후에는 비즈니스로 형성됐던 인맥이 자연스레 축소된다. 과거라면 섭섭한 마음은 들지언정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넘어 150세 시대까지 예견되는 요즘,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은 계속돼야 한다. 평생 현역 시대를 사는 중장년에게 경제적 관계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며, 가급적 기존의 비즈니스 관계를 잘 유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굳이 이러한 조언이 없더라도, 스스로 그 필요성을 체감하는 중장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최근 중장년들을 보면 가급적 직장 생활을 오래 하려 애쓰고, 은퇴 후에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 이때 본업이 내가 좋아하는 쪽이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관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제2의 직업으로 전향한다 해도 또 다른 비즈니스 관계 형성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평생 현역 시대를 살아내려면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공적인 관계 확장은 꼭 필요하다. 다만 순수하게 나의 관심과 흥미에 따른 사적인 관계도 형성해둬야 한다. 노후에는 일과 즐거움을 두 축으로 균형감 있게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말했다.
[2] 때때로 탈피하는 ‘관계의 알고리즘’
중장년이 애용하는 유튜브에는 ‘알고리즘’이라는 기능이 있다. 이는 원하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편리하게 작용하지만, 자칫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만 독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알고리즘의 부작용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취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인간관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오십의 기술'을 펴낸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우리는 흔히 편한 친구를 반복적으로 만난다. 나이 들수록 친구 관계는 줄어들고 압축적으로 변한다. 그렇게 나의 사고방식 또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덩어리처럼 압착된다. ‘내가 맞구나’라며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 확증편향이 생겨나는 것이다. 또 늘 비슷한 사람들과 치우친 생각만 이야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지겨울 수밖에 없다. 긴 노후에는 삶의 영역, 특히 대인관계가 다채롭고 다양해야 한다. 안정적인 관계가 때로는 지루함을 준다. 때때로 제한된 관계의 알고리즘에서 탈피해보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존 관계의 알고리즘을 벗어날 수 있을까? 크게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낯선 곳에 나를 던져보는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늘 만나던 친구가 아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거나, 정치적 성향이 반대인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면 새로운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새로운 인생도 열리게 된다. 사실 아주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위험한 면도 있다.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계속 새로운 관계에 도전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 최대 수명 대비한 ‘최소 사회망’
나는 앞으로 얼마나 살게 될까? 예측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수명의 최댓값이 날로 증가하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독거노인 수도 이에 비례하는 양상을 보인다.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이나 졸혼, 사별 등으로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즉 수명이 길어질수록 얼마나 홀로 살게 될지도 미지수인 셈이다. 이렇게 독거 신세가 됐을 때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성향을 보인다. 족쇄라도 풀린 듯 대인관계를 더 왕성하게 펼쳐나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립된 상태로 외톨이를 자처하는 이도 있다.
김동철 박사는 “본래 기질이나 성향이 대인관계에 소극적이고 불편해하는 분들이 있다. 노후 관계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타고난 성향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억지로 관계를 맺으려 했다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땐 직접적인 일대일 관계가 아닌, 상대적으로 관계망이 느슨한 모임의 일원이 되어볼 수 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강연이나 공연을 보러 가는 등 다수 속에 섞이는 경험을 해나가면 도움이 된다. 특별히 누군가와 인맥을 쌓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런 방식의 간접적인 사회 관계망이라도 형성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고립이 일어나고, 노인성 우울증이나 고독사 등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염려했다.
[4] 더할수록 즐거운 ‘친구들의 집합소’
이호선 센터장의 조언대로 기나긴 노후를 함께할 친구가 기왕이면 여럿 있는 게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 기존에 친구들을 함께 볼 수 있는 모임이나 동창회 등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관계의 알고리즘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새로운 공동체 관계망을 찾아봐도 좋다. 더욱이 요즘에는 블로그나 카페, SNS 등을 이용하는 중장년이 늘어 관심사나 취향에 따라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게 어렵지 않다. 독서, 여행 같은 취미 동호회도 많고, 소셜 다이닝이나 자원봉사 등 사회 관계망을 이어주는 공동체 모임도 상당하다.
이 센터장은 “꼭 참여하길 추천하고 싶은 건 학습 공동체다. 오십 이후에 노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의미가 사라진다. 반면 배움은 늘 우리를 새롭게 한다. 때문에 학습 공동체는 가장 건전하고도 발전적인 모임 형태라 할 수 있다. 지식만 습득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형성된다. 시험과 과제를 거치면서 서로 성취를 확인하고, 나와 공동의 목표를 바라보는 이들과 토론해가며 상호 돌봄 과정도 경험하게 된다. 학습은 과정만으로도 성숙을 이루고, 학습 공동체는 성숙을 통한 자아실현을 가능케 한다. 노후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고 싶다면 학습 공동체에 참여해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도움말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
참고 '오십의 기술'(이호선 저, 카시오페아)
다가오는 새해, 시니어를 위한 정책들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그중 하나로는 노인일자리 및 수당 확대가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을 바탕으로 알아보자.
기획재정부 ‘2024년 예산안 20대 핵심과제’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수와 수당이 대폭 확대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2024년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노인인구: (`22) 901.8만 명 → (`23) 950만 명 → (`24) 1,000.8만 명)
더불어 기초수급자 중 노인가구 비중 또한 날로 늘어나며 저소득 노인 지원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초수급자 중 노인가구 비중: (`19) 37.4% → (`20) 38.1% → (`21) 43.2% → (`22) 45.3% 이에 반해 노인일자리 사업 규모(84.5만 명)는 희망자(93만 명, 노인 인구의 10.3% 수준)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2024년에는 103만 명 규모의 노인일자리(+14.7만 명)를 마련,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예정이다. 아울러 일자리 수당 또한 2만~4만 원(+7% 수준) 더해질 방침이다.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인상이다. 전반적인 규모와 금액 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양질의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의 확대가 중점적으로 일어날 계획이다.
공익형 노인일자리(노노케어, 교통도우미 등)는 월 27만 원(60.8만 명)에서 29만 원(65.4만 명)으로,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보육교사보조, 공공행정 업무지원 등)는 월 59.4만 원(8.5만 명)에서 월 63.4만 원(15.1만 명)으로 늘어난다. 민간형 노인일자리(실버카페, 지하철 택배 등) 규모도 19만 명에서 22.5만 명으로 증가가 기대된다.
한편 올해 12월 29일까지 202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 65세 이상(일부 사업은 60세 이상) 참여 가능하며, 모집 분야는 공익활동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사업단으로 나뉜다. 참여를 원한다면 지역별 행정복지센터(구 동사무소) 또는 노인복지관·대한노인회·시니어클럽 등 사업 수행기관을 찾아 신청하면 된다. 또는 ‘노인일자리 여기’, '복지로', '정부24'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그밖에 중장년이 알아둘 만한 2024년 예산안 관련 변경 및 신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초연금은 월 32.3만 원에서 33.4만원으로 인상
△ 신체제약이 큰 독거노인(중점군 5.7만 명)을 위한 돌봄시간 확대(일반군 월 5시간, 중점군 월 16시간→20시간)
△생계급여 역대 최고수준 13.2% 인상(4인 가구 기준 162.0만 원→183.4만 원, 수급선정기준 2015년 이후 최초 상향, 중위 30% 이하→32% 이하)
△소규모 농어가 직불금 단가 상향(120만 원→130만원) 및 고령농 은퇴직불금(600만 원/ha) 신설
△독거노인 조손가구 등 응급안전 관리요원 확충(696명→766명) △참전 명예수당(6·25전쟁 및 월남전 참전유공자) 상향(월 39만 원→42만 원) 및 보훈 트라우마센터 신규 설립
△소상공인·자영업자 고효율 냉난방설비 6.4만대 보급 및 취약차주 고리(평균 11%) 대출 저리(평균 4%) 정책자금으로 대환(이자 비용 1인당 연 390만 원 경감, 총 1만 명)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건강’과 ‘경제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노후 적정생활비는 월평균 369만 원으로 예상됐는데, 실제 ‘노후 조달가능생활비’는 월 212만 원에 불과했다. 또한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노후 준비 진단과 거주지 선택 조건’을 발간했다. 전국 20~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으며, △노후생활 준비 상황, △노후 거주지 선택 니즈, △부부가구의 노후 준비 등을 담았다.
노후 준비 미흡한 현실
노후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질문한 결과, 전체 가구의 21.2%만이 ‘잘 되어 있다’고 응답했고, 44.6%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부문별로는 ‘가족·지인관계’가 4.11점(7점 리커트 척도)으로 잘 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과 함께 행복한 노후를 위해 중요한 생활 부문으로 꼽힌 ‘경제력’은 3.21점으로 준비 정도가 가장 미흡했다.
더불어 은퇴 전 가구의 ‘희망 은퇴 나이’ 평균은 65세였으나, ‘실제 은퇴 나이’는 평균 55세로 10년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또한 전체의 과반(52.5%)을 넘었다.
응답자들은 노후의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 비용인 ‘최소생활비’는 월 251만 원, 기본적인 의식주 외에 여행·여가 활동·손자녀 용돈 등을 줄 수 있는 ‘적정생활비’는 월 369만 원을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재 가구가 가진 소득과 지출, 저축 여력 등 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노후생활비로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을 말하는 ‘노후 조달가능생활비’는 월 212만 원으로 적정생활비의 57.6% 수준에 불과했다.
노후 조달가능생활비에 대해 전체의 65.6%는 연금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86.8%로 가장 높았고, ‘개인연금’(58.7%), ‘이자와 금융상품 원금 등 금융소득’(55.9%), ‘퇴직연금’(54.1%), ‘사학·군인·공무원연금’(49.1%) 등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준비를 저해하는 요인은 ‘소득 부족’(57.1%), ‘경제 불확실성·물가 상승’(48.2%),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가능성’(41.3%) 순이었다.
또한 자녀 있는 부부 가구가 자녀 없는 부부 가구보다 노후생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노후생활 준비 정도를 1점(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에서 7점(매우 잘 준비돼 있다)으로 측정했을 때, 자녀 있는 부부 가구의 노후생활 준비 정도는 3.89점으로 자녀 없는 부부가구(3.48점)보다 높았다. 또한 자녀 없는 부부 가구가 자녀 있는 부부 가구보다 연금 의존도가 높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수요 증가
응답자들은 현재 거주지에서 평균 9.1년 거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거주 기간은 은퇴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은퇴 전 가구’는 8.7년을, ‘은퇴 후 가구’는 13.1년을 한 곳에서 살았다. 특히 은퇴 후 가구는 한곳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응답자 비중이 58.6%에 달했다.
노후 거주지가 갖추어야 할 인프라에 대해 은퇴 전 가구와 은퇴 후 가구의 응답에 차이가 있었다. 은퇴 후 가구는 ‘은퇴 전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 의향이 42.6%로 가장 높았다. 또한 ‘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30.3%), ‘마트 등 쇼핑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27.5%), ‘교통이 우수한 곳’(27.0%) 등의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은퇴 전 가구는 ‘의료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65.7%)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은퇴 전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는 0.1%에 불과했다.
고령자가 이제까지 살아온 지역 사회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어 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6.2%가 동의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그리고 50대와 60대에서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내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데 있어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배우자나 가족 간병이라고 답한 응답자(32.5%)가 많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자립 생활이 가능한 고령자 전용 주거 시설 ‘실버타운’에 대한 선호도 또한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실버타운에 거주하겠다는 응답자는 60.7%였고, 성별로 보면 남성(54.5%)에 비해 여성(68.9%)의 응답률이 높았다. 실버타운 거주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노후에 살기 좋은 환경이라 생각되어서’(28.6%), ‘제공되는 노후생활 지원 서비스가 충분할 것 같아서’(19.9%), ‘자녀에게 부양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17.0%) 등으로 나타났다.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박사는 “기대 수명 연장·부양 의무에 대한 인식 변화·가구 유형 다양화 등으로 맞춤형 노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노년기에도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니즈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주택 신축이나 개조 등을 허용하는 제도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이 받는 월평균 연금 수급액이 60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 필요 생활비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인데, 연금 개혁 방안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시 표류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10월 26일 ‘연금통계 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포괄적 연금통계는 통계청의 통계등록부를 중심으로 기초연금, 국민연금, 직역연금, 주택연금 등 11종류의 공·사적 연금 데이터를 연계해 분석한 통계다. 현재 노인 세대의 연금 수급 여부와 받는 금액, 청장년 세대의 연금 가입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통계청의 포괄적 연금통계 발표 다음 날인 27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제5차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연금 개혁을 위한 5대 분야의 주요 개선 과제를 발표했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아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65세 이상 수급자 절반, 월 38만 원 받아
포괄적 연금통계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으로 11종류의 연금 데이터를 연계해 국내에서 올해 처음 발표된 자료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기존에는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을 몇 명이 받는다는 개별 통계는 있었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몇 %가 연금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었다”면서 “기존에 없던 통계로서 고령화를 대비하는 측면에서 좋은 기초자료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통계 개발 결과는 국민의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정책 등 과학적 국정운영을 다양하고 세부적인 데이터로 뒷받침한다”면서 “학계·연구기관 등의 정책 연구와 분석, 민간기업의 개인 맞춤형 연금상품 기획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1종 연금 중 1개 이상을 받는 65세 이상 인구는 776만 8000명으로, 65세 이상 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은 90.1%로 나타났다.
월평균 수급액은 60만 원이고, 연금을 받는 액수에 따라 순서대로 봤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중위 금액은 38만 2000원이다. 즉,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 중 절반은 38만 원도 못 받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65세 이상 수급자 중에서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수급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과 함께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이 노후 자금으로 활용되어야 하지만 65세 이상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다.
연금별 월평균 수급액은 기초연금 27만 3000원, 국민연금 38만 5000원, 직역연금 243만 9000원, 퇴직연금 221만 원, 개인연금 57만 800원으로 분석됐다.
연금별 가입자 월평균 보험료는 국민연금 21만 3000원, 직역연금 81만 4000원, 개인연금 32만 원으로 집계됐다. 즉, 연금별 보험료 차이에 따라 수급액 차이도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소득 대비를 위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설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를 보면 국민연금, 직역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중 2개 이상 연금을 가입한(18~59세 인구 기준) 중복가입률은 32.3%였다. 연금을 여러 개 준비한 비율 역시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후 생활비 절반도 못 미치는 연금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발표에 따르면 ‘은퇴 후 가구당 월 294만 원이 적정 소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2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는 거라면, 이번 포괄적 연금통계에서 부부 가구의 월평균 수급액은 105만 7000원 수준이다. 적정 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받을 연금액을 나타내는 비율)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1.8%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연금 수급자와 수급률은 올라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연금 제도가 자리 잡은 역사가 길지 않아 초고령층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이 안 되어 있어 기초연금만 받는 사례가 많다.
퇴직연금도 연금이 아니라 일시금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 노후 보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을 하지 못한다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괄적 연금통계는 국민연금이 노후 보장을 하지 못하고 있고, 3층 연금 구조를 쌓은 국민도 많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포괄 연금통계, 길 잃은 연금 개혁에 도움될까
그런데도 아직까지 정부는 연금 개혁에 대한 명확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재정안정론과 노후소득강화론을 중심으로 논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보험료율을 높이고 연금 지급 개시 나이를 늦춰 안정적으로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정안정론의 입장이다. 반면 소득대체율을 높여 부족한 노후소득을 더 높여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은 노후소득강화론이다.
두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어떤 결론도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통계청의 포괄적 연금통계는 연금 개혁이 서둘러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보건복지부는 ‘제5차 종합운영계획’에서 보험료율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다만 인상 속도를 연령별로 차등화하고, 지급 보장에 대해 명문화해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재원확충에 관해서는 직접 재정 지원보다 실질 소득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기초 연금액의 단계적 인상과 기금 수익률을 현재보다 1%p 이상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수급개시 연령조정, 소득대체율 조정 등은 차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한다며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못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정희수 연구원은 연금 개혁을 실행하려면 “기존 연금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개혁(모수 개혁)과 함께 기초연금, 사적연금 등과 연계한 연금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보험료율과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높이는 조정은 피할 수 없겠지만, 다른 방법도 추가로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다만 “소득대체율 문제는 세대 간 형평성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이 외 연금 수급액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연금 관련 세제 혜택 강화, 수령 방식의 연금화 유도 등으로 사적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여 총 소득대체율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이번 포괄적 연금통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세분화된 분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1인 가구의 연금 수급 현황은 경제적으로 의지할 가구원이 없는 상태의 수급자가 받는 금액과 유형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부 2명만으로 구성된 부부가구의 연금 수급 현황은 노후소득 보장 관련 정책을 논의할 때 부부 단위 소득이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연금 정책을 연구할 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미수급자 연금 수급 현황, 기초연금만 받는 수급자의 현황 등 다양한 조건을 설정해 연금 제도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세부 분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은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당장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어렵지만, 전체 연금 통계가 이제 나왔기 때문에 연금 구조 개혁에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다양한 고령자를 만나 파이낸셜 라이프 플래닝을 전문으로 하는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도 통계청의 포괄적 연금 통계가 연금 개혁을 하는데 객관적인 데이터로 활용된다면 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최 대표는 “통계청의 이번 발표는 첫 포괄적 연금 통계 조사 결과를 보여준 것으로 향후에 더 세분화된 데이터 분석이 나온다면 연금 개혁을 더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금 개혁 정책을 마련하는데 객관적 자료로 활용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더 구체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로 노후 설계 상담을 할 때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퇴직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다양한 연금을 반영해서 노후 소득대체율을 계산한다”면서 “공적연금을 중심에 놓고 다른 연금을 모두 종합한 데이터를 가지고 현실적인 소득대체율을 확인할 수 있다면 오히려 공적연금 구조를 조정하는데 더 명확한 근거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은 대부분 노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숫자로 정리해서 보여드리면 걱정을 내려놓는 사례를 종종 보았다”면서 “다양한 데이터에 근거해 국민의 노후를 대비하는데 연금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숫자로 보여준다면, 연금 기금 고갈과 관련된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연금이 우리나라 국민의 주된 노후 소득으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마련된 만큼, 다음 연금 개혁안에는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다층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반영한 내용이 담기기를 기대해본다.
연예인 쫓아다니는 자녀의 등짝을 때려 말리던 여성들이 변했다.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시니어 팬덤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곳엔 반짝 유행도, 반짝 스타도 없었다. 거대한 흐름이 된 시니어 팬덤의 형성 과정과 심리학적 이유를 추적했다.
“최종 보스 컴백 확정.”
“우리는 살았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컴백하는 그룹 너무 안타깝네요.”
“아, 이런….”
한 틱톡(동영상 공유 플랫폼) 게시물 속 글로벌 K팝 아이돌 팬들의 대화다. 누군가의 컴백 소식에 한 팬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또 다른 팬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세계 속 K팝 팬들을 웃고 울리는 이는 가수 임영웅이다.
임영웅 컴백 소식은 하나의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았다. 한 오랜 K팝 팬의 말이다. “임영웅이 컴백하면 ‘숨스밍’(숨 쉬듯 스트리밍)해야 한다는 말이 돌아요. 보통 오후 6시에 음원이 나오잖아요? 첫날에는 아이돌이 1위를 하기도 하는데, 유지는 힘들어요. 어머니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거든요. 임영웅 팬덤의 존재요? 글로벌 K팝 팬들 다 알 거예요. ‘우리 아이돌 그때 컴백하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걸요.(웃음)”
‘영웅시대’(임영웅 팬덤)로 대표되는 시니어 팬덤의 입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견제 또는 의식의 대상이 된 그들은 빠르게 대중 시장 지형을 바꿔나가고 있다.
은퇴하는 오팔 세대, 트롯맨을 만나다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 Fanatic(퍼내틱)에서 따온 ‘Fan’과 영토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인 팬덤(Fandom)은 한동안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돼왔다. 백과사전에도 ‘어떤 대중적인 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들을 하나의 큰 틀로 묶어 정의한 개념’이라 실릴 만큼 인식은 형편없었다. 1990년대 이른바 ‘빠순이’로 불리며 노골적으로 비하받았던 이들에게 오랜 시간 쌓인 편견은 성숙한 팬 문화가 자리 잡고 팬덤 소비가 위력을 드러내면서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팬덤 문화에 시니어가 본격적으로 합류한 건 2020년 전후로 지목된다. 바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즌1이 방영된 시점이자 ‘오팔(OPAL) 세대’가 트렌드로 부각된 시기다.
오팔이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로,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처음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와 발음이 같아,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5060 액티브 시니어를 지칭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오팔 세대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탄탄한 경제력과 안정적인 삶을 기반으로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대. 2010년 즈음 노동 시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한 이들은 2020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에서 고령층(65세 이상)으로 접어들었다. 때마침 막이 오른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은 시니어 팬덤이라는 전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낸 기폭제가 됐다.
중장년 여성이 팬덤이 된 진짜 이유
시니어 팬덤이 써낸 기록은 역대급이다. 그중에서도 2020년 방송된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즌1은 독보적이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아무도 넘지 못했던 ‘마의 시청률’ 30%를 깨며 최고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38.5%에 달했다. 최종 결선 7인 중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문자 투표에는 773만 1781표가 쏟아졌다.
광풍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임영웅은 새 디지털 싱글 ‘Do or Die’ 발매와 동시에 국내 차트를 석권했고, 김호중은 영화 ‘바람 따라 만나리: 김호중의 계절’로 예매율 1위에 올랐다. 장민호는 ‘호시절(好時節): 민호랜드[MIN-HO LAND]’ 서울 공연 티켓을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시켰다.
심리학자 김은주 박사는 이를 “일대 특이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한마디로 일본의 ‘욘사마 신드롬’(배우 배용준이 이끈 2000년대 초중반 한류 붐)과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평행이론처럼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김 박사는 그 기저에 중장년 여성들의 복합적인 심리가 깔려 있다고 말한다. “오팔 세대 여성들은 희생의 아이콘과 같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5000달러가 되기까지 그들 역시 엄청난 공을 세웠어요. 남성은 경제활동을 하고, 여성은 육아를 담당했지요. 아무리 뛰어난 여성이라도 대개는 가정에서 살림을 담당해야 했던 게 지금의 60대 여성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아이도 키우고, 부모 봉양도 마치고 나니 ‘빈집 증후군’ 같은 게 생긴 겁니다. 뒤돌아보니 사회적 권리도, 힘도, 소속감도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인생을 즐기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치열하게 살아온 뒤 남은 주름진 얼굴과 아무도 몰라주는 헌신. 그 우울과 불안 그리고 헛헛함을 마주했을 때 등장한 것이 장르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음악을 하는 스타라고 김은주 박사는 분석한다. 중요한 건 ‘트로트’가 아니라 ‘스타’라는 것이다. 시니어 팬덤이란 사회적 통념에 맞춰 사느라 돌보지 못했던 욕구를 스타를 통해 발견하고 의식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박사는 시니어 팬덤이 자체 미디어 교육을 통해 조직적으로 스타를 지원하고, 아예 팬덤 이름으로 기부와 봉사를 하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했다. “시니어 팬덤은 단순히 좋아하는 게 아니라 길러냅니다. 1등을 만들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지요. 그렇게 생애 첫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희생만 했다는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거예요. 심리학적으로는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3단계(애정과 소속의 욕구), 4단계(존중 욕구)가 함께 충족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김은주 박사는 시니어 팬덤 활동이 결국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중 5단계(자아실현)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임영웅 팬을 자처하는 그는 부친을 잃은 슬픔을 신간 ‘영웅앓이’를 집필하며 이겨냈다고 했다. 김 박사의 말이다. “사실은 다 스스로를 위해 하는 행동이에요. 행복해지기 위해서요.”
최근 일본 내에서 노후 파산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금 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수명이 길어지면서 파산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라는 주제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에 따르면 600만 명에 육박하는 독거노인 중 약 300만 명이 기초연금으로 살고 있었다.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하루 1000원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전기가 끊기고 대인 관계도 끊겼다.
문제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파산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방송은 ‘장수는 악몽’이라며 방송에 담지 못한 내용을 ‘노후 파산’이라는 책으로도 출간했다.
일본에서 ‘노후 파산’이라는 말이 대중들에게도 퍼지기 시작한 건 이 방송 이후부터다. 생활 보호 기준보다 낮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됐다.
현재 일본의 고령자는 일본 경제 성장기에 경제생활을 했기 때문에 집도 있고, 연금도 있고, 60세 정년까지 은퇴 염려 없이 일했다. 그런데도 왜 노후 파산이 지속해서 문제가 되는 걸까?
내각부의 '2022년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고령자 가구는 약 2500만이다. 그 중 독거노인은 670만 명에 이른다. 2명 이상이 생활하는 고령자 가구 중 57만 가구와 독거노인 중 33만 명은 예금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종합 정보 사이트 SGO는 위 통계를 바탕으로 약 225만 명의 고령자 가구가 돈이 없고 음식을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고령자 가구의 절반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파산 사건 및 개인 재생 사건 기록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파산채무자는 2002년 약 17%에서 2020년 약 26%로 증가했다. 50세 이상 파산채무자까지 포함하면 약 47%에 이른다. 파산의 원인으로는 생활고(62%), 의료비(23%), 실업(18%) 등이 꼽혔다.
고령의 생활 보호 대상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생활 보호 수급자 중 60세 이상은 60.4%에 이른다.
연금 외 수입이 끊긴 상태로 오래 살면서 몸이 아프게 되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다는 결과다. 게다가 ‘누구나’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고성장기에 60세까지 염려 없이 회사에 다니고 월 200만 원에 가까운 연금을 받는 일본인데, 어째서 노후파산이 심각해진 건지 들여다봤다. 퇴직연금 제도가 없는 중소기업을 다녔거나, 자영업, 농업종사자 등 연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일본의 국민연금은 후생연금이라고 부른다)으로만 생활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우리나라의 기초연금) 최대 수령 가능 금액은 65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파산에 이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집 한 채씩은 다 가지고 있는 연령대이기도 한데,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낮아진데다, 오래된 집이라 팔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라며 "오죽하면 일본 언론에서 이제는 부동산(不動產)이 아니라 부동산(負動產) 시대가 왔다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경제신문은 독거노인이 고독사 하거나 자녀가 상속받지 않아 빈 채 방치되고 있는 빈집이 많아지면 결국 마이너스 동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평범하게 살던 사람도, 고소득자도 노후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고소득자의 경우 많이 버는 만큼 세금이 많고 정부 정책 등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후 파산의 원인으로는 △노후에 사용할 저축액이 적다 △의료비와 개호비용이 증가한다 △생활 수준을 낮추지 못한다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비 부담이 크다 △자녀 교육비 부담이 크다 △황혼이혼이 늘어난다 △사기 피해에 쉽게 노출된다 등이 꼽힌다.
이에 일본에서는 정년 전부터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파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위 7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연금 등으로 노후 수입원을 확보하고, 노후에 쓸 수 있는 저축을 꾸준히 해야 한다.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 상환을 서두르고 절약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조기 건강검진 등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또한 정부는 지자체에 지역포괄 지원센터, 자립 지원 상담 창구, 생활 보호 제도, 생활 곤궁자 자립 지원 상담 제도 등을 마련했고, 파산에 이르지 않도록 고령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2023년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서울시 중장년의 생애설계준비도는 100점 환산 기준 63.1점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40세 이상 65세 미만 중장년 1만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재단 리포트에 따르면, 지표가 된 ‘생애설계준비도’는 ‘과거 경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현재와 앞으로의 자신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향후 목표 설정 및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이행하고 유지하기 위해 관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생애설계준비도는 크게 ‘생애이해’와 ‘생애영역 설계관리’로 나눠 측정됐다.
조사 결과 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도는 63.1점, 생애이해 영역은 65.6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은 61.8점으로 나타났다. 항목별 평균을 살펴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가 67.9점으로 가장 높았고, 여가활동 설계관리가 59.1점으로 가장 낮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생애설계준비도는 63.3점, 여성은 62.8점으로, 여가활동 설계관리와 신체적·정신적 건강 설계관리를 제외한 영역 및 항목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약간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생애설계준비도가 가장 높은 건 만 60~64세로 63.7점이었다. 반면 만 45~49세가 62.4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또, 생애이해 영역은 만 55~59세(66.0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은 만 60~64세(62.6점)가 가장 높았으며, 연령이 낮아질수록 준비가 부족한 경향을 보였다. 가구 형태에 따른 세부 결과도 측정했는데, 기타를 제외했을 경우 2세대 가구가 모든 영역 및 항목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고, 생애이해 영역(62.6점)과 자신에 대한 이해 항목(65.5점)은 1인 가구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임소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50+정책동향리포트’(서울시 중장년 생애설계준비 실태와 지원 방향)를 통해 “인생 후반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중장년은 편향되지 않은 균형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현재 준비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장년 특성을 반영해 생애설계준비에 대한 정의를 구명하고 관련 이론 고찰, 선행 연구와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지표의 영역 및 항목을 구분하고 문항을 구성하여 타당성 검증을 통한 지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평생현역시대, 생애설계에 빠질 수 없는 '일자리 지원'
생애영역 설계관리 영역의 세부 항목 중 ‘일(경제활동) 설계관리’ 점수(60.4점)는 타 영역의 평균보다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여가활동 설계관리를 제외하면 최하위다. 반면 최고점은 ‘재무설계관리’(64.8점) 항목. 지표의 정의를 토대로 풀이하자면, 경제적 관리(소득·부채·금융자산·부동산)을 위한 목표 및 계획(연금·투자·저축)을 실천하고 이를 점검·관리하는 것은 잘하는 편이지만, 일(경제활동)하는 것에 대한 목표 및 계획(자격증 취득·교육훈련 참여·교류 활동 등)을 실천하고 이를 유지·개선하려는 노력은 미흡한 것이다.
한편 수명 연장으로 길어진 노후, 전문가들은 줄곧 ‘평생직업’, ‘평생현역’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은퇴 전 축적한 자산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고, 여생이 얼마나 될지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노후 경제적 관리를 고민한다면 일(경제활동)에 대해서도 염두에 둬야 할 테다. 그런 점에서 경제적관리 대비 일 설계관리가 부족한 것에 대해 다소 균형을 맞춰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볼 수 있겠다. 물론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고 설계하기엔 어려울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더해지면 좋다.
송민혜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해당 리포트의 분석 자료(중장년 일자리지원 강화를 위한 경력설계상담의 현황과 시사점)를 통해 “생애설계는 직업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영역에서의 계획을 생애주기 단계에 걸쳐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관련 상담은 생애설계의 다양한 영역 중 직업, 경력 등 영역에 특화됐다.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서비스 대상자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도와주는 활동”이라며 “중장년의 일자리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담 시 조언이나 공감보다는 취업·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상담자의 역량을 키우고 방법을 논의·제시하는 역할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시 중장년의 일자리지원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생애설계상담(4대 영역, 건강·재무·여가·대인관계)은 유지하면서 경력설계상담을 강화하여 중장년의 생애 전 영역에 대한 종합지원 방향으로 상담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뉴딜 일자리로 운영되는 컨설턴트들이 생애설계상담을 제공하고 취업상담사 자격을 가진 인력은 경력설계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생애설계 다양한 영역에서의 상담과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고독(孤獨)과 고립(孤立). 한 글자 차이지만 뉘앙스는 다르다. ‘고독을 씹는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누군가는 간헐적 단절 상태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립은 대체로 장기간 뜻하지 않게 사회와 차단된 처지다. 그런 점에서 ‘고독 위험’은 어색하지만, ‘고립 위험’은 말이 되는 듯하다. 때문에 우리가 흔히 쓰는 ‘고독사’라는 단어도 실상은 ‘고립사’에 가깝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고립은 사회적 고립과 감정적(정서적) 고립으로 나뉜다. 사회적 고립은 사회연결망 결여로 대인관계나 사회활동 참여가 단절된 상태를 말한다. 감정적 고립은 사회연결망이 구축됐고 일원으로 속했음에도 감정적으로 동떨어진, 주관적 고립 상태다. 최근에는 가족·이웃 간 유대 약화, 1인 가구 증가, 코로나 등으로 인해 사회적·감정적 고립을 경험하는 이가 늘고 있다. 특히 중장년은 은퇴와 동시에 사회연결망이 사라지고, 자녀의 독립, 배우자와의 사별 등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고립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칠뿐더러 자칫 고독사 위험에 놓이게 된다.
고독과 고립, 뭐가 다를까?
누구나 살면서 고독과 외로움은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이 찾아왔을 때 잘 다루고 이겨내면 괜찮지만, 아닐 경우 고립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독과 고립은 어떻게 구분할까? 임선진 국립정신건강센터 노인정신과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도움을 청할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로 가늠한다”며 “중장년기에 퇴직, 사별 등으로 일시적인 우울, 소외, 고독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겼을 때 터놓고 이야기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고립’ 상태로 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도’는 위기 상황에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로 정의한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있느냐, 힘들 때 이야기할 상대가 있느냐 등을 물었을 때 ‘없다’고 응답한 수치를 환산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도는 2019년 27.7%에서 2021년 34.1%로 6.4%p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회적 고립도가 높아졌다.
보고서의 원자료가 된 2021년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연령 대비 교류하는 사람 수는 반비례했다. 특히 ‘가족 또는 친척 이외 교류하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30대 13~19%, 40~60대 20~27%, 70대에는 38%까지 늘어나다가 80대에는 51%로 절반을 웃돈다. 같은 조사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묻는 항목을 살펴보면(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있는가) 이 또한 나이가 들수록 도움을 청할 사람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또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2022)에서는 평일 하루 접촉하는 사람 수와 접촉 방식에 대해 파악했는데, 해당 조사에서도 고령자일수록 ‘하루에 접촉하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아졌다. 수치로는 40대(1.6%) 대비 65세 이상(4.7%)이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의 과반수가 가족 또는 친척 대상에서도 하루 접촉하는 사람 수가 1~2명 정도라 답했는데, 그중 대면 접촉은 3분의 1 미만이었다. 대체로 전화 통화로 접촉하는 상황이었고, SNS나 문자를 이용하기도 했으나 극소수였다.
가족과 함께 살면서도 고립?
사회적 고립을 말할 때 1인 가구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해마다 이뤄지는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보면 2015년 이래 1인 노인 가구 비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조사인 2021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1인 가구는 36.4%였다.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에서도 1인 가구의 어려움울 묻는 항목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어 외롭다’는 응답 비율은 연령대와 비례했다. 물리적으로 혼자 지내기 때문에 외로움·고립감이 더 크다는 건 자연히 수긍이 된다. 그렇다면 함께 사는 가족(또는 동거인)이 있으면 고립을 피할 수 있을까? 임선진 과장은 “가족이 곁에 있다면 사회적 고립은 아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이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감정적 고립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나이가 들어 일을 그만두고 자녀가 출가하면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주변인은 배우자가 된다. 그럼에도 배우자와 걱정거리를 편하게 이야기하는 중장년은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가족실태조사에서도 배우자와의 사별 가능성이 적은 40~60대 중장년의 경우 배우자와 고민을 나누는 비율은 10% 미만이었다. 하루 중 대화 시간 또한 1시간 미만인 부부가 과반수였다. 임 과장은 “감정적 고립을 호소하는 분들에겐 가능하면 가족 교육을 진행한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고립 대상자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힘든지, 왜 그런지, 가족이 어떤 역할을 해야 고립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등을 설명해드린다”며 “자녀 세대와의 감정적 거리도 멀다. 특히 요즘 세대가 쓰는 약어나 은어 등을 이해하지 못해 대화가 단절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초반에는 소외감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심해지고 마음의 벽이 생기면서 고립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마음의 문 열고, 관심사 확장하기
고립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대상이 꼭 가족이나 친구일 필요는 없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나 기관 상담사 등도 해당된다. 가령 종교가 있다면 교회나 절 등에 다니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도움을 얻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기관이나 제도의 지원을 받는 것도 괜찮다. 최근에는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지자체 프로그램도 활성화된 편이다. 이러한 지원책에 대해 잘 모르거나 서비스가 빈약한 지역에 산다면 고립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하고 지역사회 서비스도 마련됐는데, 스스로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다면 예후가 좋지 않다. 감정적 고립이 심한 상태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다른 질환이나 증상을 동반할(또는 동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 과장은 “젊은 시절부터 사회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못 해본 중장년이라면 주변인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에 경계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는 성격적으로 의심이 많거나, 알코올 중독증이나 우울증, 조현병을 앓는 경우도 타인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지만 새터민이나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도 지역사회나 이웃에 대한 신뢰를 갖기 어려워 고립되기도 한다”며 “내원하시는 분들에겐 필요하면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를 진행하기도 하고, 지역 사회복지사 등 전문 인력과 의논해 지속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끔 시도한다”고 말했다.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타인도 나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고립 탈출의 첫발을 뗄 수 있다는 게 임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중장년이 고립되는 사례를 보면 이러하다. 퇴직 후 의기소침해져 친구들을 멀리한다거나, 경제적으로 빈곤해져 약속이 부담스럽거나, 자녀가 취업·결혼 등을 못 했다는 이유로 주변과의 만남을 피하거나, 부부동반 모임이었는데 사별 후 소외를 느껴 나가지 않는 등 다양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 원인이 자신에서 비롯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나이 들수록 본인의 정체성에 집중해서 살아야 한다”며 “뭐든 자신을 중심으로 관심을 확대해나가면 좋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걸 잘할 수 있을지. 내가 갖고 있는 질환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만약 스스로 고립에 처했다고 느낀다면 이 상황을 벗어나게 도와줄 사람은 누구인지, 기관은 어디인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 그렇게 사회와 연결되고 활동 반경을 넓혀나가는 노력을 통해 고립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가운데, 노후 준비는 더 이상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동산, 즉 아파트를 주거뿐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왕 살 집, 자산으로서 교환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선택하고 싶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을 만나 여생을 위한 부동산 투자전략과 시세 변동성이 적은 '알짜' 아파트 고르는 방법을 알아봤다.
Q.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언제부터 주요 자산으로 기능했나요?
A. 우리나라는 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도시 주변으로 인프라가 형성됐고, 인구 집중 현상이 심화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다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생활을 위해 아파트가 도입됐어요. 새로운 주거 형태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상품화가 이뤄진 겁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는 아파트 가격의 상승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지고, 남다른 애착이 있죠. 여전히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삶의 공간이자 최후의 안전망이라는 인식이 남아있습니다.
Q. 하지만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어 즉각 대응이 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A. 보통 은퇴 전후로 자녀가 대학 진학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분가하게 됩니다. 더 이상 자녀와 함께 살던 큰 규모의 주택이 필요 없어지게 돼요. 기존 부동산을 처분하고 중소형 주택을 마련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고려해볼 법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은 노후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Q. 노후를 위해 아파트를 마련한다면,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요?
A.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익성보다는 안전성과 환금성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소위 ‘한방’을 노리는 투기적 접근을 시도했다가는 투자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이미 3저(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은퇴자가 큰 폭의 매각차익만을 노리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무모할 수 있죠.
Q.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다면 어느 쪽을 택하는 게 경제적인가요?
A. 신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구축 아파트에 실제로 거주하면서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몸테크’족도 있고요. 하지만 50대, 60대 은퇴자들이 동파 사고 등 낡은 건물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점을 견디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재건축에 돌입해도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래도 구축에 투자한다면 땅값이 비싼 곳일수록, 재건축 사업 기간은 짧을수록, 대지 지분은 클수록, 현재 용적률 혹은 개발 가능한 용적률이 높을수록 좋습니다. 앞서 반드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인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Q.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서 주거와 투자 가치가 높은 아파트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요?
A. 입지 및 교통 요건, 지형, 방향, 층, 조망권, 학군은 물론이고 최소 500세대 이상의 단지 규모에 브랜드 파워가 강한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아울렛이 근접해 있으면 좋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이 발달해 과거보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더불어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지만 1인 가구, 2인 가구로 나뉘어 가구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앞으로는 소형 평수지만 수영장, 헬스장, 커뮤니티 시설 등 다양한 공간이 갖춰진 아파트가 주목받을 거라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