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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키부츠' 영광의 10주년…풍성한 9월 문화소식
- ●Exhibition ◇서울의 지하철 일정 11월 3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지하철이 개통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서울 지하철은 800억 명의 승객을 실었고, 지구 5만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달렸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특별전은 지하철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부 ‘땅속을 달리는 열차’는 한국 지하철 탄생에 얽힌 일화부터 기술과 구동 원리를 보여준다. 지하철 건설은 1960년대 급속한 인구 증가와 지상 교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나라가 망한다’며 각계의 반대가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4년 8월 15일,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이 개통됐다. 2부 ‘레일 위의 서울’은 지하철로 인한 서울 교통 체계의 변화와 달라진 생활문화를 조명했다. 정시 도착을 보장하는 지하철의 등장으로 ‘코리안 타임’이 사라졌고, 올림픽에 대비해 이뤄진 ‘선하차 후승차’, ‘역 및 차내 금연’ 캠페인은 공공질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3부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탑니다’는 지하철을 움직이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았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전시가 축제의 장이자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기록, Map of You 일정 11월 3일까지 장소 국립청주박물관 ‘기록, Map of You’는 기록을 남긴 ‘사람’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 주목한 전시로,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이야기를 조망한다. 전시에서는 한반도 기록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구석기시대 ‘눈금이 새겨진 돌’부터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태실과 관련된 의궤·태항아리·태지석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전시는 관람객 참여형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관람객은 전시실 입구에서 ‘Map of You’ 노트를 받고, 전시실 내 마련된 다감각 체험 공간 8곳에서 나를 돌아보고 기록을 남길 수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실시해 관람객이 원하는 참여 공간을 마련했다. ●Book ◇나는 포기를 모른다(아놀드 슈워제네거·현대지성)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아놀드 슈워제너거는 ‘아메리칸 드림’의 현대적 상징으로 통한다. 오스트리아 이민자 출신인 그는 세계 보디빌딩 챔피언, 할리우드 액션 히어로를 거쳐 캘리포니아 제38대 주지사까지 역임하며 스포츠, 연예계, 정치, 자선 활동 등 다방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책에서 아놀드는 78년 인생의 빛나는 업적을 나열하기보다,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비범한 삶을 살았는지 진솔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경험에서 찾은 성공 원칙을 ‘인생을 바꾸는 7가지 무기’(Seven Tools for Life)로 소개한다. 이는 ‘비전의 힘을 믿어라’, ‘스스로 정한 경계를 과감히 허물어라’, ‘완벽을 추구하라’, ‘당신의 꿈을 세상에 보여줘라’, ‘인생의 기어를 과감히 바꿔라’, ‘영원한 학생이 되어라’, ‘당신의 쓸모가 세상을 빛나게 하라’다. 아놀드는 “이 7가지는 내가 60년간 개발하고 인생의 3막에 걸쳐 성공적으로 활용해온 무기들이다. 사실 혁명적이진 않지만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언제나 효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이르렀을 때 거기에 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팀장의 원칙(로렌 벨커 외·비즈니스북스) 40년간 매니지먼트 고전으로 통한 책의 개정판이다. 팀원과 커뮤니케이션 방법, 협업과 업무 위임 등 유능한 리더로서 필요한 43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우리 집은 날마다 조금씩 행복해진다(이경자·미다스북스) ‘쇼그렌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질환을 앓는 저자는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40~50대 중년이라면 공감할 감정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에이트 베어스(글로리아 디키·알레) 대왕판다부터 북극곰까지, 곰 8종에 관한 과학서다. 지구 곳곳을 다니며 곰을 탐험한 저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곰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한다. ●Stage ◇킹키부츠 일정 9월 7일 ~ 11월 10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제리 미첼 출연 김호영,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 박은태,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 등 뮤지컬 ‘킹키부츠’가 기념비적인 10주년을 맞았다.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던 시기, 아주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 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2014년 초연됐으며,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와 흥겨운 음악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2022년 다섯 번째 시즌은 12만 명이 넘는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10주년 공연에는 역사를 함께 만든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구두 공장을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보 사장 ‘찰리’ 역에는 김호영,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이 캐스팅됐다.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롤라’ 역의 라인업도 역대급이다. 박은태,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가 출연한다. ◇트랩 일정 9월 27일 ~ 10월 2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하수민 출연 김명기, 남명렬, 강신구, 김신기, 손성호, 이승우 서울시극단의 하반기 첫 작품이다. 스위스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하는 블랙코미디다. 주인공 트랍스는 우연히 시골 마을에 묵게 되면서 모의 법정 놀이에 피고로 참여하는데, 신문 과정에서 그의 숨겨진 과거 행적이 드러난다. 하수민 연출가는 “작품의 제목이 뜻하는 ‘사고’처럼 평범한 일상에서의 우연한 ‘사고’들을 다루지만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관점, 삶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담고 있다”며 “관객이 배심원이 되어 모의재판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나와 할아버지 일정 9월 24일 ~ 11월 24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김승욱, 오용, 양경원, 차용학, 표지훈, 신현수 등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의 20주년 퍼레이드 네 번째 작품이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민준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극 중 ‘할아버지’는 전쟁통에 헤어진 옛사랑을 찾아나서는 인물이다. 그동안 할아버지 역을 연기한 김승욱, 오용, 양경원이 이번에도 함께한다. ‘준희’는 멜로드라마를 쓰고 싶은 혈기 왕성한 공연 대본 작가로, 할아버지와 동행하면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차용학, 표지훈, 신현수가 연기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9-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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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중년의 지성을 채우는 신간!
- 마음의 부력 (이승우 외 공저·문학사상사) 이상문학상의 44번째 작품집. 대상 수상작 ‘마음의 부력’과 이승우 자선 대표작 ‘부재 증명’ 외 5편의 우수작이 담겼다. 일상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돋보인다.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호원숙 저·세미콜론) 소설가 박완서 10주기를 맞아 그녀의 맏딸 호원숙이 부엌과 요리를 주제로 엄마와의 추억을 풀어냈다. 오직 딸만이 가진 생생한 기억으로 박완서 문학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어령, 80년 생각 (김민희 저·위즈덤하우스) 이어령 교수의 80년 철학을 그의 마지막 제자인 김민희 기자가 정리한 책이다. 질문 많던 6살 꼬마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이 되기까지 ‘생각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쫓기지 않는 50대를 사는 법 (이목원 저·델피노) 대한민국에서 50대 가장으로 살아가는 저자가 중년에게 걸맞은 삶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저자만의 경험과 통찰로 중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1만 명 리더의 고민 (아사이 고이치 저·더난출판사) 리더라면 한 번쯤 해봤을 50가지 고민에 대한 조언이 담겼다. 저자가 컨설팅한 기업 사례와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한다. 식사가 최고의 투자입니다 (미쓰오 다다시 저·북라이프) 일본 최초로 노화 방지 전문 클리닉을 연 저자가 영양 불균형한 현대인을 위해 맞춤형 식사법을 소개한다. 건강 자산을 쌓는 ‘먹는 투자’ 7개념과 25개의 건강 레시피가 수록돼 있다.
- 2021-0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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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철의 야생화] 산악인의 꽃 산솜다리
- 아직 ‘우리 것의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시절, 우리 고유의 문화나 전통은 물론 심지어 자연자원까지도 있는 그대로 내세우지 못하고 이미 세계에 널리 알려진 것들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비교하거나 대비해 소개하곤 했지요. 이때 쓰이던 표현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의 XXX’입니다. 우리 고유의 꽃 이름을 부르는 것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냥 산솜다리라고 하면 될 것을 ‘한국의 에델바이스’라고 부르다 보니 지금까지도 아예 진짜 ‘에델바이스’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우리의 식물국명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탄식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리 있는 지적이긴 하나, 1960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노래 이름의 하나가 바로 에델바이스였으니, 우리나라에도 그에 못지않은 고유 식물이 있음을 알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한국의 에델바이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요즘도 청소년 축구 선수인 이승우에 대해 ‘한국의 메시’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면, ‘한국의 XXX’가 열등감이나 무지의 소치라기보다는 그저 하나의 표현 방식이 아닐까 가볍게 넘겨봅니다. 물론 ‘한국의 에델바이스’는 식물명의 차원을 넘어, 산솜다리의 생존 자체에 심대한 위협을 초래했습니다. 수없이 듣고 불렀던 ‘눈처럼 빛나는, 마음속의 꽃’, 바로 그 에델바이스를 말려서 만들었다는 말에 1970년대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온 중고생들이 너나없이 에델바이스 압화 액자에 아끼고 아꼈던 용돈을 기꺼이 상납했으니 얼마나 많은 산솜다리가 그 당시 사라졌을지 짐작이 됩니다. 지금은 소공원이 된 설악동의 여관과 가게마다 산솜다리로 만든 기념품이 즐비했었으니,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설악산의 웬만한 능선과 봉우리에서 산솜다리를 무더기로 채취할 수 있었다는 뜻이 되겠지요. 그러다 보니 “자생지가 매우 협소하며, 개체 수도 극소수이다”라는 설명이 현재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식물정보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실정입니다. 암튼 경위야 어찌되었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에델바이스와 우리나라의 산솜다리는 식물분류학상 같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 솜다리속의 식물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학명(속명+종소명)이 에델바이스는 레온토포디움 알피눔(Leontopodium alpinum), 산솜다리는 레온토포디움 레이오레피스(Leontopodium leiolepis)로 마지막 종소명에서 달라지는 데서 알 수 있듯, 유사하기는 하지만 엄연히 다른 종의 식물입니다.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가기 위해 닐기리 산을 에돌아 내려서는 고원 길은 천상 화원이었습니다. … 한국에서는 설악산 깊은 곳에서나 어쩌다 만날 수 있는 산악인의 꽃. 에델바이스는 이곳에선 너무 흔합니다. 아예 꽃밭을 이룰 정도이니까요.” 몇 해 전 유명 산악인 오은선 씨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정에 앞서 한·일 간 신문에 보내온 편지의 한 대목입니다. 오씨 역시 에델바이스와 산솜다리를 같은 식물로 착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에델바이스가 꽃밭을 이룰 정도로 핀다는 말이 오래 기억됩니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낸 지진 참사에도 불구하고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 고산지대에 전 세계 산악인들의 꽃 에델바이스가 눈처럼 환하게 무더기무더기 피어나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고 했던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처럼 네팔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Where is it? 현재 국내에 자생하는 솜다리속 식물은 대략 4종. 솜다리와 산솜다리, 한라솜다리, 왜솜다리(사진)가 그 주인공들로, 꽃잎처럼 보이는 5~10장의 포엽이 흰 솜털을 뒤집어쓴 듯 보이는 데서 ‘솜다리’란 공통의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포엽의 형태와 크기 등의 차이에서 머리 이름이 갈리는데, 식물학적 특성보다 자생지의 차이가 구별 요소로 훨씬 알기 쉽다. 즉 솜다리는 금강산을 비롯해 평안도와 함경도 등 지금의 북한 지역이, 산솜다리는 강원도 설악산이, 한라솜다리는 한라산이, 그리고 왜솜다리는 강원도 고성, 양양, 평창과 충북 단양, 경북 봉화 등이 주 자생지다. 이 중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산솜다리는 우리나라 모든 산악인의 마음의 고향 설악산 해발 1000m 이상 산등성이 바위 절벽 곳곳에 두루 분포한다. 물론 많은 설악산 등반 코스 중 공룡능선과 서북능선 등의 높고 험준한 암벽에 가장 많이 자생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권금성은 물론,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 흘림골 코스에서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바위 절벽에 피어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장수대탐방소 ~ 대승령 ~ 안산 능선 곳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2015-06-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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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석]환생(還生) -이승우 우리은행 인재개발부 부부장
- 끝이 보이질 않았다.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병원에서조차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참으로 암담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2011년 5월, 의례적으로 받았던 종합건강검진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 더 충격적이었던 수술불가라는 의사 소견. 이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보다 더 무서운 병이 세상에 또 있을까? 어릴 때 천연두, 뇌염, 장티푸스 같은 병명들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모두 남의 일인 줄 알았다. 그 흔한 감기조차 거의 걸려보지 않고 살아왔던, 정말 건강한 육체의 소유자였던 나였으니까. 인간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그 어떤 단어도 이보다 더 무서울 수는 없었다. 끝이 보이질 않았다.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서툰 기대는 욕심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조차 치료를 거부한 나는 죽음과 마주하고 있었다. 가족들의 동고동락이 시작되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힘겨운 나날 속에 가족들은 큰 힘이 되어주었다. 삶에 대한 간절함으로 가득한 시간들이었다. 고향인 경주에 내려가 매일같이 절에 찾아가 참배를 해보기도 하고, 암에 좋다고 소문난 것들을 찾아다니기도 하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2011년 12월, 기적적으로 상태가 호전되어 모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나중에 들어 알게 되었다. 선망 증상이었다. 큰 수술을 한 뒤 나타나는 증상으로 수술 전후의 기억이 또렷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오직 내 손을 잡아주던 가족들의 따스함이었다. 수술 후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였다. 그러던 중 2012년 2월, 사랑하는 아들이 대학에 합격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긴 잠에서 깨어나 병상에서 불현듯 일어섰다. 그리고 나의 지갑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우리카드’를 집어들고 인근 백화점으로 아들 손을 잡고 달려갔다. 입학 축하 양복을 한 벌 사 입히기 위해서였다. 그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 무엇인가를 내몸에서 인지하였다. 작지만 요동치던 그것은 분명 생명이었다. 환생(還生). 나는 지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아직 완치는 아니지만 95% 수준의 회복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금부터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며 살고 싶다.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히 느꼈다. 암에 걸린 후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시간을 돌아보면 이는 ‘무절제하고 무계획적이었던 나의 삶에 대한 일종의 반성의 기회를 준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병상에 누워 있으며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해야 할 많은 분들, 고마워해야 할 수많은 일들, 보답하며 살아야 할 많은 인연들. 이 모든 것에 감사해하고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詩) 한 구절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이 아닌 사람이 없으되 내가 잡초가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다시 태어난 나의 인생. 정말이지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 2014-03-07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