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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 없는 화면보다 미소 띈 얼굴” 좋은 기분 전하는 아이스크림 하나
- ‘녹기 전에’는 아이스크림에 시간의 철학을 접목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디저트 가게다. 녹싸(녹기 전에 사장)는 녹기 전에, 늦기 전에 만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매개로 연결된 사람들이 시간을 음미하길 바란다. 신간 ‘좋은 기분’에는 흐르는 순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일과 삶의 태도를 단단히 한 그 만의 경험을 스쿱 가득 담았다. 외관부터 요상하고 의미심장하다. 간판 대신 멈추지 않는 시계와 하루하루 넘기는 형태의 달력이 걸려 있다. 재고 관리가 자신 없어 매일 다른 아이스크림으로 진열장을 채우고(그렇게 탄생한 메뉴만 350가지 이상이다), 디자인에 서툴러 로고조차 새기지 않은 컵과 포장 용기는 오히려 상징이 됐다. 내부 곳곳엔 시간을 주제로 한 책들과 흘러넘치는 아이스크림 모형이 비치돼 있다. 메뉴 순위가 궁금할 이들을 위해 “10.아이스크림의 9.맛 선호도는 8.인기의 7.문제가 6.아니라 5.각자가 가진 4.취향의 3.문제 2.입니다 1.쌀”이라는 재미난 설명도 붙어 있다. 남다른 분위기의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다. 이곳의 주인 녹싸는 팀원들과 아이스크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을 도모한다. 공식 SNS 계정에 손님들이 남기고 간 사연이나 방명록을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녹기 전에 주주총회’를 연다. 물론 이외에도 악필대회, 사생대회를 열거나, 숲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한 달에 한 번씩 함께할 누군가를 모집해 나무를 심으러 가기도 한다. 정체성을 물으니 “여기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흐물흐물한 곳이에요. 아이스크림은 핑계죠”라 대답한 이유가 있었다. 흐르는 시간과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가 탄생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어릴 적부터 줄곧 시간에 대한 화두를 껴안고 살았다. 머리를 맞대고 듣는 벽시계 초침 소리가 좋았고, 짧은 시간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긴 시간은 단순히 재단하기 힘든 감동이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공상은 ‘죽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가’라는 고민으로 끝났다. 살면서 의존할 만한 안식처는 즐거운 기억뿐이라는 확신에, 한평생 질린 적 없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하고 많은 디저트 중 ‘흘러서’ 시간을 알려주는 아이스크림은 삶과 미래, 죽음에 대해 넌지시 교훈을 준다고, 세상에 기여할 일이 지금보다 훨씬 많을 거라 생각했다. “2017년 종로구 익선동에서 호기롭게 장사를 시작했지만 빠른 상권 변화에 부침을 겪었습니다. 옆에 크레페·호떡 등 다른 디저트 가게가 생길 때마다 크게 영향을 받았고, ‘핫플레이스’ 특성상 일회성 방문이 대부분이라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느껴줄 단골손님이 없었어요. 매출이 떨어지니 자신감이 바닥나 한동안 가게 안쪽에 숨어 있었죠. 새벽 4시까지 닥치는 대로 콘텐츠 기획,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 분야의 책을 읽었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하는 멋진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독서 생활의 말미에는 ‘아, 결국 동력을 얻으려면 책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인간인지 먼저 들여다보고, 현장 경험으로 체득해야 하는구나!’ 깨달았어요. 그러던 중 2022년 마포구 염리동이라는 동네로 이사했고, 접객의 의미에 더욱 집중하게 됐습니다.”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 많은 점주가 접객 업무를 단순노동으로 여긴다. 점원도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때우거나, 경력 쌓기와는 무관한 스쳐가는 일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자기 시간의 일부를 할애하는데도 소모적이라고만 여기며 하루를 보내기 십상이다. 그러나 녹싸는 접객이 제조자의 세계와 손님의 세계를 매끄럽게 이어주고, 주파수를 맞추는 섬세한 작업이라 말한다. 신간 ‘좋은 기분’은 원래 가게의 또 다른 얼굴이 되어줄 동료를 구하며 해주고 싶은 말을 모아 쓴 글이다. 100쪽이 넘는 별난 채용공고는 입소문을 타면서 책으로 출간됐다. “과거에는 오히려 제품을 전달하는 사람의 역할이 더 컸어요. 이 제품으로 당신의 삶이 얼마나 윤택해질지 납득시키려면 누군가 친절히 설명해줘야 했죠. 점점 개인의 기분과 역할은 도외시되고 흘러넘치는 물건 자체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키오스크나 로봇으로 대신하는 풍경도 꽤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저는 오래 지속됐던 것들의 힘을 믿습니다. 직접 인사를 건네고, 상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접객 일도 마찬가지에요. 다만 나를 갉아먹는 상태에서 서비스하지 않으려면 걷고, 목욕하고, 책을 읽고, 불멍을 하는 등 일과 삶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번잡함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일의 목적과 가치를 분명히 하고 내면의 근육까지 단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덕분에 ‘녹기 전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찾는 일상의 거처가 됐다. 어떤 기준으로 아이디어를 좁히거나, 뾰족한 마케팅으로 일부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특정 연령만을 대변하기에는 아이스크림이 모든 세대가 전 생애에 걸쳐 즐기는 디저트라서다. 오늘도 그는 6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조금 퉁명스러운 단골손님이 오면 ‘스푼은 2개, 집에 가는 길은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사실을 바로 떠올린다. “아이스크림 매장 접객은 찾아온 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바라보고 유지해주는 일입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항상 눈에 생기를 띠는데, 그 흐름을 해쳐선 안 돼요. 가게 주인과 직원이 올바른 가치관과 의식을 부지런히 공유해 값진 매장 경험을 겪도록 힘써야 하죠. 그러다 보면 누군가 ‘진정성’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을까요. 그저 소박하게 자리한 가게 정도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간판 대신 걸린 시계를 보며 동네 주민들이 시간을 확인하고, 오가며 마음 나눌 편한 공간이 됐으면 해요.”
- 2024-03-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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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사병 사망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 쪽방촌 불안
- 열사병으로 응급실에 방문한 뒤 사망한 사람 10명 중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취약 계층이 거주하는 쪽방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21일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온 뒤 사망한 사람의 절반 이상(50.5%)이 70대 이상이었다”라고 밝혔다. 연령대별로 50대(17.2%), 40대(13.1%)가 그 뒤를 이었다. 20대(4.0%), 30대(4.0%) 등과 비교해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열사병에 취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온열질환에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이 있는데, 사망 원인 중 ‘열사병(99%)’이 가장 많았다.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체온조절기능 이상으로 갑자기 발생하는 질병이다. 신 의원은 “기후 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앞으로 찜통더위는 더 악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기후 변화가 온열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고령자를 비롯한 사회적 취약계층, 취약지역에 대한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취약계층 및 고령자가 많이 사는 쪽방촌은 열사병 사망이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 여름철마다 주의가 요구된다. 쪽방은 5층 미만 저층 건물 안에 방을 쪼개서 사용하는 형태로 면적 1~2평(3.3~6.6㎡) 정도의 좁은 방안에는 냉방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서울 5대 쪽방촌은 동대문 청계천 근처에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종로3가역 및 익선동 근처에 있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영등포역 6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 5가 쪽방촌, 그 옆에 있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이다. 서울시는 현재 5개 쪽방 밀집지 건물 25개 동 복도에 에어컨 56대를 설치하고 있다. 지속적인 수요 조사를 통해 총 150대를 설치할 계획이며 쪽방촌 주민 2453명에게 여름용 침구 3종(홑이불·쿨매트·베개) 세트도 지원한다. 에어컨을 설치한 쪽방촌에는 7∼8월 전기요금도 대당 월 5만 원 한도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질병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는 전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500여 개)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표본감시 결과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추이를 보여준다.
- 2022-07-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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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재탄생 ‘성수연방’을 찾아서
-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2020년도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만큼이나 자기 인생도 스스로 매니지먼트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가지는 마음일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의 모습을 알아야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더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낸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읽었다. 책에서 이야기한 여러 트렌드 중에서도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성수동은 변해 있었고, 변해 가는 중 지난해 우리 사회에 나타났던 도심의 낡은 시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선해 새로운 공간으로, 새롭게 만든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체험형 성격 중심으로, 서로 다른 성격의 업종들을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트렌드라고 예측했다. 책에서 언급한 여러 사례 중 서울 성수동에 있는 ‘성수연방’을 찾아갔다. 내 기억 속의 성수동은 사각형 모양의 2층으로 된 건물과 마당을 가진 영세한 공장들, 구두가 가득 진열된 쇼윈도의 수제화 점포들이 밀집해 있는 주거, 공업 지역이었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내린 후 만난 ‘성수이로 길’은 기억의 성수동과 달랐다. 여전히 많은 소규모 공장과 차량 정비공장, 공장 창고, 수제화 점포들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에 있는 거리의 을씨년스러움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달라질 정도로 해일이 몰려와 거리를 바꿔놓은 것은 아니었다. 옛것의 낡음을 재해석해서 탈바꿈시킨 몇몇 공간과 건물들이 길의 풍경을 바꾸는 중이었다. 창고의 외벽을 그대로 살린 채 투박스러운 나무로 꾸민 카페는 세상살이에 꽁꽁 얼어붙은 사람들의 날 선 경계심을 조금씩 늦춰 주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가 어려운 그림 전시장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했다. 가난한 화가 지망생의 캔버스가 되어버린 골목길 어귀의 담장 스페이스는 자꾸 눈길을 끌었다. 길 건너편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공간의 세련된 음식점들이 계속해서 나를 유혹했다. 이제 ‘성수이로 길’에서는 뉴욕 브루클린(Brooklyn)의 향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억지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에서 천천히 바라볼 수 있어 더 많은 시간의 모습이 보였다. 길을 걸을 때 어깨에 살포시 내려온 겨울 햇살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켰다. 삶 속에서 나를 안아주는 길. 그런 길을 또 하나 찾은 2월의 오후였다. 화학공장에서 변한 ‘성수연방’의 모습 ‘성수연방’은 화학공장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성수동의 랜드마크가 된 이곳은 ‘ㄷ’자 모양의 3층 건물이 양옆으로 서 있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의 1층 공간은 정원과 파빌리온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건물 2층 양 끝에는 건물을 서로 연결해 주는 통로가 있다. 새로운 트렌드의 복합문화공간 ‘성수연방’을 구성하는 각 공간을 소개한다. 띵굴마켓(Thinggool) Better day, Better living가 컨셉인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이다. 각종 주방용품부터 생활용품, 음식까지 각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예쁘게 잘 정리 해놓았다. 가격과 디자인 모두 실용성을 추구하는 매장이나 편집 매장의 특성상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전시된 제품과 인테리어를 보면서 일상생활을 꾸밀 상상을 한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인덱스(index caramel): 수제 캐러멜 판매 매장. 설탕 대신 100% 사탕수수 등 천연재료로 자연스런 단맛을 내는 12가지 캐러멜을 판매하는 매장. 리카리카(likalika): 반려동물 토탈라이프 스타일 제품 판매 매장. 반려동물과 관련된 음식, 봉제품 등 판매. 샤오쟌: 구아바오 등 대만식 음식 전문점 창화당: 만두, 튀김, 떡볶이를 판매하는 익선동 맛집으로 유명한 곳 JAFA 브루어리: 소규모 맥주 제조 시설을 갖춘 브루어리, 도수가 가볍고 마시기 쉬운 독일식 맥주를 지향해 만든다. 품질이 검증된 재료로 한정된 수량만을 생산한다. 아크앤북: 전문 큐레이션에 의해 취급 도서와 관련 제품을 선정해서 판매하는 편집형 서점이다. 현재 전국에 4개 매장이 오픈되어 영업 중이다. 성수연방의 카테고리 콘셉트는 마일(Mile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 1마일: 평소 독자가 늘 곁에 두고 보는 책과 소품들 - 10마일: 생활 관련 도서와 집을 나설 때 드는 물건들 - 100마일: 국내 여행, 문학 관련 책. 밖에 나가서 놀고, 쉬고 싶을 때 사용하는 가볍고 단순한 소품들 - 1000마일: 해외 여행 관련 책과 소품, 가방들,기타 미술 등 전문 서적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 외에 액세서리, 캐리어, 일상 소품과 자체 브랜드인 ‘로우로우(RAW ROW)’의 잡화도 취급하고 있다. 존 쿡 델리 미트: 오픈형 공장 형태로 매장을 꾸민 육가공 식품 전문회사. 햄, 소시지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며, 제조 생산 과정을 이곳에서 다 볼 수 있다. 플레트 메뉴를 취식할 수 있는 테이블도 구비되어 있으며, 소시지 제조 클래스 수업도 진행한다. 천상가옥: 명실공히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인 예쁜 카페. 투명한 천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압권이다.
- 2020-02-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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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원 악기 상가에서 경험한 ‘악기 나눔 행사’
- 도심의 오래된 상가나 공장, 창고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구도심 재생 사업’이 성공한 사례가 여럿 있다. 국내의 경우 인천시의 아트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구한말 쌀, 소금 등을 보관하는 해운사의 창고로 사용되다가 이후 줄곧 폐허로 남아있던 이 곳이 2009년에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일본 홋카이도의 경우에는 오타루, 하코다테에 있는 창고 건물들을 상업 시설로 변화시켜 ‘오타루 운하’ ‘베이 에어리어’라는 이름을 붙이고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조지아 트빌리시의 경우에는 시내에 있는 봉제 공장을 호스텔 숙소로 개조해 관광객들이 묵고 싶어 하는 명소로 만들었다. 위 사례들처럼 고유의 상징을 잃지 않은 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변화를 시도 중인 서울의 낙원상가에 갔다. 낙원 악기 상가 4층 ‘아트라운지’에서 열리는 ‘서울시 교육청’과 ‘우리들의 낙원상가’, ‘아름다운 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악기 나눔 행사’. 올해 2년째인 이 행사는 각 가정에서 안 쓰거나 고장 난 악기를 기증 받아 낙원상가 악기 상인들이 수리해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사업이다. 학생들에게 1인 1악기 교육을 하기 위한 방법일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기부 경험 자체가 좋은 교육의 기회다. 행사 첫해인 2018년에는 900여 점의 악기가 기증되었다. 지난 4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올해의 경우 기타, 드럼,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등의 악기가 6월 1일 기준 600여 점 기증되었다.1000여 명의 인원이 참가한 행사는 악기 기증 외에도 악기 관련 퀴즈 풀이, 미션 수행, 악기수사대 이벤트와 초청 가수 공연 등 다채롭게 진행된다. 남은 행사 기간에 악기 기증을 하려면 ‘아름다운 가게’, ‘우리들의 낙원상가’를 방문하여 직접 기증하거나 온라인 신청 후 택배 배송으로 하면 된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베푸는 가정들의 모습에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진정한 행복을 보았다. 아울러 미래의 낙원상가는 악기, 음악이라는 주제 아래 복합문화의 명소로 재탄생될 것이라는 희망도 보았다. 실버 문화 공간과 ‘아트라운지 멋진 하늘’의 공존에서 구분과 단절이 아닌 통합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문화 공간 낙원상가가 그려졌다. 낙원상가를 나와 오른쪽 옆으로 가니 요즘 핫 플레이스라는 ‘익선동 한옥마을’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보였다.
- 2019-06-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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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3가역 5번출구③ 익선동 핫플레이스
- ‘종로’와 ‘시니어’ 하면 여전히 탑골공원을 떠올리는가? 그러나 이제는 편견을 거둘 때가 됐다. 중장년을 위한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가 즐비한 지붕 없는 아지트, 그 다채로운 경험의 시작은 종로3가역 5번출구를 나서면서부터다. 연재 순서 ①송해길 ②락희거리 ③익선동 종로3가역 5번출구#3 익선동 한옥거리 1. 고요한 비밀정원 ‘뜰안’ 수표로28길 17-35 익선동 거리 초입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정겨운 시골집 같은 카페 ‘뜰안’이 나온다. 이름에 걸맞게 마당이 아름답다. 카페 대문을 지나는 순간 파릇파릇한 담쟁이넝쿨과 화사한 꽃들이 손님을 반긴다. 카페 내부는 아늑한 좌식·입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은은한 빛을 띠는 다기(茶器)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발효효소차, 야생잎차, 꽃차 등 다양한 전통차와 단팥죽, 가래떡, 한과, 곶감말이 등 전통 간식을 맛볼 수 있다. 2. 한옥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오얏꽃’ 돈화문로11다길 15 아담해 보이는 ‘ㄱ’자형 한옥이지만 카페 내부는 자리도 넓고 쾌적하다. 카운터 건너편엔 별채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날씨가 좋을 땐 바깥 마루에 걸터앉아 차를 마셔도 좋다. 브루잉커피와 애프터눈 티 세트 전문점답게 직접 구운 파운드케이크, 스콘, 마들렌도 판매한다. 3. 구수한 가마솥 빵 내음 솔솔 ‘온(溫)’ 돈화문로11다길 17 매장 안 커다란 가마솥 두 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가마솥에 직접 찐 ‘가마솥빵’과 댓잎을 감싸 쪄낸 ‘대나무찜빵’을 디저트로 판매한다. 프랑스어로 치즈를 뜻하는 ‘프로마주’도 인기 디저트다. 오픈키친으로 운영돼 음료와 디저트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다. 외관은 한옥이지만 내부는 현대적인 세련미를 풍긴다. 중앙 천장이 뚫려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4. 전통 방식 그대로 ‘떡가게종춘’ 낙원동 120-1 한옥을 개조한 외관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1975년부터 이어온 떡집으로 건강하고 신선한 식재료만을 사용한다. 2000~3000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시루떡, 찹쌀떡, 송편, 절편 등의 전통 떡을 즐길 수 있다. 커피설기, 카스테라설기, 꿀인절미 등 색다른 맛을 낸 떡도 인기다. 5. 눈과 코가 행복해지는 ‘마당플라워카페’ 익선동 166-23 알록달록한 드라이플라워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져 있어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익선동 핫플레이스 중 하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생화와 벽면을 가득 채운 꽃들이 눈과 코를 매료시킨다. 도심 속 정원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선 커피와 디저트뿐만 아니라 다육식물, 꽃다발, 말린 꽃 카드 등도 판매한다.
- 2019-05-0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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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3가역 5번출구② 락희거리
- ‘종로’와 ‘시니어’ 하면 여전히 탑골공원을 떠올리는가? 그러나 이제는 편견을 거둘 때가 됐다. 중장년을 위한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가 즐비한 지붕 없는 아지트, 그 다채로운 경험의 시작은 종로3가역 5번출구를 나서면서부터다. 연재 순서 ①송해길 ②락희거리 ③익선동 종로3가역 5번출구#2 락희거리 1. LP 음악과 맥주 한잔 ‘추억 더하기’ 종로17길 52 42년 차 베테랑 DJ 장민욱 씨의 농익은 멘트에 웃음 짓고, 추억 속 LP 음악의 선율에 젖어드는 공간. ‘국내 최초 중장년 맞춤형 맥줏집’이라는 타이틀답게 삼삼오오 맥주잔을 부딪치며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내민다. 맥주 한 병과 안주가 함께 나오는 ‘1만 원 세트’는 혼술족에게도 인기. 실버영화관이나 낭만극장 영화표를 제시하면 안주를 2000원 할인해준다. 2. 소문난해장국 수표로 131 & 황태해장국 낙원동 233 두 해장국집에서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단돈 2000원에 맛볼 수 있다. ‘소문난해장국’(간판은 ‘원조소문난집국밥전문’)은 송해 선생이 자주 찾는 곳으로 60년 전통의 역사를 자랑한다. 단일 메뉴인 ‘우거지얼큰탕’은 일명 ‘송해국밥’으로도 불린다고. ‘황태해장국’의 대표 메뉴는 우거지·콩나물해장국(2000원)과 황태해장국(2500원)이다. 락희거리 테마에 맞춰 ‘큰 글자 메뉴판’, ‘지팡이 거치대’ 등이 마련돼 있어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3. 그냥 들러봐요 ‘스타이발관’ 종로17길 45 이발 4000원, 염색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눈에 띈다. 락희거리의 주요 테마인 ‘상냥한 가게’ 콘셉트가 적용된 매장으로 ‘어르신 우선 화장실’이 마련됐다. 안전 손잡이와 지팡이 거치대, 미끄럼 방지 타일이 깔려 낙상 위험이 덜하다. 또 때에 맞춰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생수를 제공하는 등 배려가 깃든 공간으로, 잠시 화장실에 들르거나 목을 축이고 싶을 때 가면 좋다. 4. 시니어 전용 악기 연습실 ‘촌티서울’ 종로17길 50 코러스 다방으로 탈바꿈 예정(4월 중)인 ‘종로 문화사랑방’ 위층에 자리한 악기 교실. 시니어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악기 교육 과정 등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기타, 하모니카, 아코디언, 색소폰, 우쿨렐레 등을 배울 수 있다. 5. 반주(飯酒) 애호가라면 ‘맛집동방홍’ 낙원동 233 사골육수로 맛을 낸 청국장, 순두부, 김치찌개 등을 3000원에 즐길 수 있다. 요즘처럼 날이 좋을 땐 손님들이 식당 바깥 자리에서 반주를 곁들이곤 한다. 식사와 함께 꽁치·고등어(小) 구이(3000원), 부추·김치전(6000원), 제육볶음·마파두부(1만 원 내외) 등 반주용 메뉴를 골라 소주나 막걸리 한 병을 더해도 1만~2만 원대 선이다.
- 2019-05-0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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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3가역 5번출구① 송해길
- ‘종로’와 ‘시니어’ 하면 여전히 탑골공원을 떠올리는가? 그러나 이제는 편견을 거둘 때가 됐다. 중장년을 위한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가 즐비한 지붕 없는 아지트, 그 다채로운 경험의 시작은 종로3가역 5번출구를 나서면서부터다. 종로3가역 5번출구 #1 송해길 1. 송해길의 마스코트 ‘송해 동상’ 종로3가역 5번출구 2016년 명예도로로 지정된 ‘송해길’(수표로)은 종로2가 육의전빌딩부터 낙원상가에 이르는 240m 구간이다. 50년 넘게 종로구 낙원동 일대를 제2고향처럼 여기며 활동했던 방송인 송해를 기리기 위해 이름 붙인 거리다. 그 명성답게 곳곳에 송해 캐리커처가 붙은 가게들이 눈에 띈다. 종로3가역 5번출구로 나오면 거리의 상징인 송해 동상과 팻말을 바로 찾을 수 있다. 2. 젊은 시절 속으로 ‘실버영화관 추억을 파는 극장’ 삼일대로 428 한국 영화 중흥기를 대표하는 개봉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단 하나의 극장이 있다. 바로 옛 허리우드극장인 ‘추억을 파는 극장’이다. 2009년 실버영화관으로 탈바꿈하면서 종로거리를 추억하는 시니어의 발길을 돌려놓았다.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타 상영관에 비해 자막이 크고 곳곳에 손잡이를 설치해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를 배려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바깥 활동을 꺼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월부터는 ‘종로는 맑음존’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추억을 파는 극장 바로 옆에 마주해 있는 낭만극장은 영화 상영뿐 아니라 유리상자, 전영록이 출연했으며 김세레나, 송해 등의 공연도 이뤄진다. 3. 송해길 대표 맛집 ‘종로진낙지’ 수표로 122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먹방요정 이영자가 정우성과 함께 방문해 화제가 됐는데 원래도 송해길을 대표하는 맛집이다. 낙지볶음과 산낙지철판볶음 등이 소문날 만큼 맛은 보장됐으니 송해길 방문 시 잊지 말고 드셔보시길. 4. 노래 찐하게 부르고 싶다면 ‘송해길 가수 김미나 라이브 카페’ 수표로 125 성인가요 ‘만날사람’을 부른 가수 김미나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입소문 난 곳이다. 술 한잔 마시고 스트레스도 풀고, 노래 연습하는 장소로 좋다. 노래동호회나 출판기념회, 시낭송회 등 모임 공간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5. 따끈한 차 한잔 마셔요 ‘라이브 카페 스타하우스’ 수표로 120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카페이지만 평일 낮시간대에는 커피, 생강차, 유자차 등을 마시러 오는 손님도 많다. 코미디언이자 전문 MC인 김종수 사장이 평생 군대, 경찰서, 교도소 등지로 위문공연 다니며 받은 각종 상패가 벽면에 가득하다. 위문공연으로 사장님이 자리를 비우면 미모의 아내 구현숙 씨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다. 6. 퇴근길 추억의 음악을 청하다 ‘청춘1번지’ 수표로 108 장민욱, 차영민, 강해룡 3명의 베테랑 DJ가 돌아가며 음악 선곡을 한다. ‘추억 더하기’ 메인 DJ 장민욱 씨도 오후 6시 이후엔 ‘청춘1번지’로 이동한다. 소장하고 있는 LP와 CD만 5000여 장. 원하는 음악을 DJ에게 신청해 들을 수 있다. 40~50대 이상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붐비는 시간은 오후 7시 이후다. 7. 색소폰 입문은 ‘효은 색소폰 클럽’ 수표로 107-1 송해길이 시작되는 육의전빌딩 뒤쪽 건물 계단을 따라 쭉 올라가면 ‘효은 색소폰 클럽 엔터테인먼트’라고 쓰인 푯말이 보인다. 말 그대로 색소폰을 배우는 곳. 색소폰 기초부터 차근차근 익힐 수 있다. 송해길에 사람이 와글대는 시간이 되면 남효석 대표가 종로3가역 5번출구로 나와 모임 홍보 차 직접 색소폰 연주를 들려준다. 밤거리의 낭만 ‘포장마차’ 종로3가 5번출구 일대 종로3가 5번출구의 밤 분위기는 ‘포장마차’가 책임진다. 서울에서 잘 알려진 포차거리 중 하나로 중장년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인기다. 어스름해지기 시작하면 포차 천막이 하나둘씩 올라가고, 퇴근시간 이후에는 술자리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띤다. 쭉 늘어선 포장마차 중 어느 곳을 가더라도 곰장어, 오도독뼈, 닭발 등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안주를 즐길 수 있으니,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송해길에서 송해 선생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송해입니다! 나들이하기 참 좋은 계절이죠. ‘송해길’ 오시면 2000원으로 든든하게 우거지국밥 한 그릇 드셔보세요. 개그우먼 이영자 씨가 단골인 낙지집도 아주 맛있답니다. 락희거리도 한번 둘러보시고요. 최근엔 익선동 거리에도 젊은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때론 사람 구경도 취미로 삼으면 좋지요. 천태만상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거든요. 종로에 자주 오셔서 맛난 것도 드시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2019-04-3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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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날로그 투어
- 유행이 돌고 돌아 올가을에 호피무늬가 대유행이라고 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치타 여사(라미란 역)가 즐겨 입던 호피무늬 옷을 거리에서 종종 보게 될 줄이야.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복고 열풍은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삶이 고달파서’라고 해석한다. 사람들이 옛것을 통해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세월은 고생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화시키는 힘이 있으니. 세월을 비껴간 곳을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나보자. 빈티지의 끝판왕, 을지로 인쇄소 골목 한국전쟁 이후 도시 재건에 필요한 모든 업종이 서울 을지로3가와 4가 일대에 자리 잡았다. 공구 골목, 도기·타일 골목, 재봉틀 골목, 조명 골목, 인쇄 골목 등이 거미줄 치듯 모여 거대한 산업단지를 이뤘다. 주변으로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들어서도 을지로는 여전히 예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이 ‘동원집’의 감잣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1000원짜리 노가리 안주에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던 노가리 골목도 여전하다. 노가리 골목은 오히려 지금이 더 전성기인 것 같다. 후미진 인쇄소 골목에는 임대료가 저렴한 건물을 찾아 들어온 예술가와 젊은 창업자들이 정착하고 있다. 카페, 술집, 음식점도 많이 생겼다. 대부분 을지로 특유의 허름한 분위기를 부각해 건물을 꾸몄다. 카페 ‘커피한약방’과 양과자점 ‘혜민당’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개화기 때 차림으로 입장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촌스러운 색유리 창문, 100년 된 자개장, 페인트칠이 벗겨진 나무 문, 전깃줄이 뒤엉켜 있는 골목 풍경이 내다보이는 2층 테라스마저 멋스럽게 보이니, 내 눈이 ‘복고깍지’를 쓴 것이 틀림없다. Tip 을지로 일대에 오구반점, 을지면옥, 통일집, 안성집, 양미옥, 을지다방 등 개점한 지 최소 30년 이상 된 노포들이 즐비하다. 노포 순례를 하며 추억을 곱씹어보는 것도 좋겠다. 세월의 사각지대 익선동 한옥마을 북촌과 서촌에 이어 익선동 한옥마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익선동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조성된 이후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한옥이 잘 보존돼왔다. 전철 1·3·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3가역과 인사동, 운현궁, 창덕궁, 종묘 등 서울 명소가 코 닿을 거리에 있는데도 이 동네 시간만 1970~80년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미로처럼 좁고 복잡한 골목 안에 오래된 식당과 한복집, 점집, 가정집 등 한옥 100여 채가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 익선동에 가보면, 상전벽해를 실감한다. 주택이 대부분 트렌디한 상가로 바뀌었다. 다행히 한옥 형태를 유지하고 내부만 개조해 익선동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옥인 ‘열두달’, ‘이태리총각’, ‘익선디미방’ 등에서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먹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수플레팬케이크를 파는 복고풍 카페 ‘동백양과자점’이다. 평일에도 가게 앞으로 늘어선 줄이 엄청나다. 신생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는 중에도 익선동에서 가장 처음 문을 연 전통찻집 ‘뜰안’, 익선동이 인기를 끄는 데 일조한 빈티지 카페 ‘식물’, 착한 맛집 ‘익선동121’, 담장 허문 가맥(가게 맥주)집 ‘거북이슈퍼’ 등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Tip 익선동에서는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이 가깝다. 운현궁을 둘러보고, 고즈넉한 서순라길(종묘의 서쪽 담장길)을 산책한 뒤 종묘까지 둘러보면 알찬 도보 코스가 완성된다. 서울의 사교육 일번지였던 돈의문박물관마을 돈의문(서대문) 터 근처에 있던 새문안 동네는 몇 해 전 돈의문 뉴타운을 조성할 때 근린공원이 될 뻔한 동네였다. 서울시에서 헐지 않고, 도시 재생해 동네를 통째로 박물관으로 조성했다. 조선시대 한옥, 1930년대 일본식 주택, 1960년대 도시 한옥, 1970~80년대 슬래브집 등 각 시대상을 반영한 건축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있었던 것. 동네 역사도 흥미롭다. 1960년대에는 명문 중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집마다 과외방이 있었다. 1980년 과외 금지법이 시행된 뒤로는 동네의 90%가 식당으로 바뀌기도 했는데 당시 ‘문화칼국수’, ‘풍미추어탕’집이 유명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당시의 가옥 구조를 복원한 집 40채가 있으며 전시관, 연구실, 공예작가의 작업실 및 체험 공방으로 활용 중이다. 방문객은 그림 그리기, 와인 강좌, 쿠킹 클래스 등 40여 가지 프로그램을 선택해 체험해볼 수 있다. 이 중 마을 투어 프로그램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도슨트와 마을 골목길을 함께 돌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건축 양식의 변화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무료로 30분 동안 진행되며, 신청은 돈의문박물관마을 홈페이지(www.dmvillage.info)에서 하면 된다. Tip 돈의문박물관마을 맞은편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였던 경교장이 있다. 서울 성곽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홍난파 가옥, 권율 장군이 심었다는 은행나무와 3·1운동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미국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살았던 딜쿠샤를 만날 수 있다. ‘그땐 그랬지’ 국립민속박물관 추억의 거리 국립민속박물관 야외에 ‘추억의 거리’가 조성돼 있다. 1960~70년대 거리 풍경을 실감나게 재현해놓았다. 마치 촬영장 같은 분위기다. 창신사장(사진관), 근대화연쇄점, 장미의상실, 고향식당, 약속다방, 화개이발관, 고바우만화방, 인쇄소, 좋은소리사(레코드점) 등을 실물 크기로 짓고, 소품을 구색 맞춰 비치했다. 구멍가게 안에 진열된 과자, 음료수, 과일, 달걀, 아이스크림을 보며 아련한 기억을 떠올린다. 그 시절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구멍가게를 하는 친구를 가장 부러워했다. 화개이발관에는 종로구 소격동에서 2007년까지 약 50년 동안 영업한 이발관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창신사장, 약속다방, 북촌국민학교는 내부 입장이 가능한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창신사장에서는 옛날 교복을 빌려 입고 옛날 사진관에서 사진 찍듯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다. 추억의 거리가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는 공간으로, 젊은 세대에게는 이색 체험 공간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Tip 국립민속박물관과 경복궁은 연결돼 있다. 단풍 고운 날, 고궁 산책과 더불어 추억의 거리를 거닐어보자.
- 2018-11-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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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함과 낯섦 사이, 레트로 핫 플레이스
- 레트로는 단순히 오래된, 옛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령 50년째 장사를 이어온 노포와 1970년대 인테리어로 새로 문을 연 식당. 전자는 전통이라 말하고, 후자가 ‘레트로’라 하겠다. 이러한 레트로 콘셉트의 가게들은 중장년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자녀와 함께 데이트 즐기기 좋은 레트로 핫 플레이스를 소개한다. ◇ 익선동 한옥섬을 한눈에 ‘낙원장’ 옹기종기 기와지붕 아래 레트로풍 맛집과 아틀리에가 즐비한 익선동 거리. 부티크호텔 ‘낙원장’에서는 골목을 가득 메운 한옥 150채의 전경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1980년대 지어졌던 ‘그린필드’라는 낡은 여관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매입,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해 탄생시킨 공간이다. 클래식한 건물 외관과 달리 세련되고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레트로 플레이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객실은 일반뷰와 한옥뷰, 프리미엄 한옥뷰 총 3단계로 나뉜다. 그중 LP플레이어가 있는 한옥뷰 룸을 선택하면 커다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익선동 풍경과 함께 LP음악까지 만끽할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5 숙박비 평일(일~목) 7만~9만 원, 주말(금~토) 9만~11만 원 ◇ 아날로그 선율에 빠지다 ‘바이닐 앤 플라스틱’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바이닐 앤 플라스틱(VINYL&PLASTIC)’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음반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음악체험형 공간이다. 노출콘크리트와 나무 소재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입구 왼편으로는 턴테이블이 놓인 긴 탁자가 눈에 띈다. 이곳에서 바이닐 앤 플라스틱이 선정한 200장의 LP명반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에서는 클래식, 재즈&소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LP음반 9000여 장과 다양한 음향장비를 전시, 판매한다. 2층은 1만6000장에 달하는 CD와 더불어 음악감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 공간으로 꾸며져 여유를 즐기기 좋다.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이용시간 화~토요일 12:00~21:00, 일요일 12:00~18:00 (현대카드 미소지자도 입장 가능) ◇ 한국·태국의 퓨전 레트로 맛집 ‘동남아’ 태국요리전문점 ‘동남아’의 입구. 세월이 켜켜이 쌓여 낡은 검푸른색 철문을 활짝 열면 레드벨벳 커튼과 이국적인 샹들리에가 맞이한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이 오묘한 식당은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한옥을 개조한 실내는 태국 연회장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로, 동남아 여행에서의 아쉬운 마지막 밤을 표현했단다. 메인 홀 외에 공간을 다양하게 나누었는데, 룸마다 강렬한 색감의 독특한 벽지가 눈길을 끈다. 특히 대중탕 욕조(?)를 연상케 하는 앞마당의 테이블은 겨울철 식사를 즐기기엔 다소 불편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인기 메뉴인 꽃게와 커리로 맛을 낸 ‘뿌빳 퐁 커리’와 태국식 볶음 쌀국수 ‘팟타이’ 등 현지 셰프가 요리한 다양한 오리지널 로컬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3-6 이용시간 매일 12:00~22:00, 브레이크타임 15:30~17:00(주말 제외) ◇ 도도한 모던걸의 화려한 외출 ‘경성의복’ 익선동 골목을 걸어가다 보면 개화기풍의 원피스와 정장을 입은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궁 일대에서 한복 체험을 하듯, 이곳에서는 개화기 의상을 대여해 레트로 감성을 한껏 즐기는 것이 트렌드. ‘경성의복’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복고 의상과 셀프 촬영을 위한 포토존이 구비돼 있다. 고풍스러운 원피스와 장신구로 치장하고 모던걸이 되어 거리를 누벼보는 것 어떨까?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30길 56 2층 이용시간 매일 10:00~20:00 가격 의상대여(의상·장신구·모자·기타소품) 3시간 3만 원/6시간 4만 원/하루 4만5000원/1박2일 5만 원 ◇ 딸과 데이트하는 날엔 ‘경양식 1920’ 1980년대 전후, 가족외식 하면 떠오르는 경양식집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 ‘경양식 1920’. 레트로 거리로 유명해진 인선동 골목에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와 함께 올 수 있는 외식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를 꾸미고 추억의 메뉴들을 불러왔다. 24시간 숙성한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실제 방문한 고객들을 살펴봐도 젊은 연인부터 엄마와 딸, 노부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사이드 메뉴로는 1980년대 경양식집에서 맛보던 수프와 멕시칸 사라다(샐러드)를 선보인다. 특별한 날에는 하우스 와인 한 잔 곁들여보는 것도 좋겠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17-30 이용시간 평일 12:00~22:00, 주말 11:0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7:00(주말 제외) ◇ 뒹굴뒹굴 잠시 쉬어가는 ‘만홧가게’ 과거 만화잡지 ‘챔프(CHAMP)’를 비롯해 ‘우주소년 아톰’, ‘스타워즈’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과 그래픽노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평일에 방문한다면 런치스페셜(라면·즉석밥·계란·김치/단무지+만화 1시간, 6000원)로 이용해보자.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28길 33-7 영업시간 11:00~23:00 가격 1인 기준 10분당 500원, 좌석(주말 및 공휴일) 2000원 동년기자가 직접 다녀온 레트로 핫 플레이스 ◇ 최원국 동년기자/ 돌고 도는 레트로 액티비티 ‘자이언트 롤러장’ 부천의 레트로 명소 ‘자이언트 롤러장’. 방문한 날은 휴일이라 인파가 붐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30여 년 전 부천의 ‘자이언트 롤러장’이 유명했는데, 장소는 다르지만 복고풍에 맞춰 추억의 이름을 다시 불러왔다고 한다. 지하철 1호선 부천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30년 전 롤러를 타던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옛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 아이들과 많이 찾는 듯하다. 롤러장의 경쾌한 분위기를 담당하는 DJ가 있어 음악에 맞춰 롤러를 타다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곳곳에 간식을 판매하는 매점을 이용하면 시장기를 해결할 수 있다. 과거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시절의 낭만을 다시 느끼고 싶은 시니어라면 친구 또는 아이들과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위치 경기도 부천시 장말로 376 지하 1층 1일 입장료 성인 1만1000원, 유아~고등학생 9000원 영업시간 평일 12:00~22:00(무제한 이용), 주말 10:00~22:00(3시간 이용) ◇ 윤영애 동년기자/ 시간이 머무는 곳, 우유 카페 ‘희다’ 논현동 주택가 골목에 하얀 3층집, 카페 희다. 낮은 계단을 테라스 삼아 나무 소반에 왕골방석이 놓인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언젠가 분명 와본 듯 너무나 친숙한 느낌!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 냄새도 나는 듯하다. 높다란 1인용 앤티크 의자, 사각밥상 테이블, 양은 개다리소반, 자개문양 화장대와 거울, 낡은 찬장과 괘종시계까지. 곳곳을 돌아보며 낡은 물건들에게 속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 있다가 여기로 왔니?’ 메뉴를 보니 우유가 주다. 기본 우유에 커피, 홍차, 말차, 페퍼민트, 미숫가루까지 6가지다. 사이드 메뉴로 옥춘당 때때사탕과 큼직한 레몬 마들렌도 있다. 프런트의 젊은이에게 주문을 하고 대표님이 누구시냐 물으니 본인이란다. 긴 생머리가 멋진 나두리 대표 역시 작년 7월 오픈 이래 가장 연로한 리포터가 왔다며 빙긋 웃는다. 주고객은 복고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이고, 우연히 동반한 부모님이 친구들과 다시 와서 단골이 된단다. 대부분의 물건은 나 대표 할머니가 집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것들이다. 때문에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다”는 고객의 평이 가장 맘에 든단다. 느슨한 공간에서 익숙한 것을 자연스럽게 누리는 것이 콘셉트였다는 나 대표의 의도는 조용한 음악과 소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갓 씌운 백열등, 도자기, 왕골바구니, 낡은 찬장 속 오래된 커피 잔과 유리컵까지 모든 것이 눈에 익어 정겹다. ‘희다’는 기쁘다[喜]와 많다[多], 즉 기쁨이 넘치는 곳 혹은 우유의 하얀 빛깔을 뜻한다. 오래됨과 잘 어울리는 가게 이름이다. 카페 한편에 ‘검다’라는 글자가 쓰인 화분을 가리키니, 개업 후 “희다인지, 검다인지 카페는 잘돼가냐?” 했다던 아버님의 조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창밖 현관 옆에는 ‘웃다’라는 이름의 화분도 있다. 잠시 후 혼자 들어온 고객은 동네 주민이라며 아이를 기다리다 들렀는데 편안하고 조용하다면서 레트로풍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흡족해한다. 바람 불고 서늘한 가을의 어느 날, 논현동 도심 한복판에서 어릴 적 시골집을 본 듯하다. 500㎖의 대용량 미숫가루우유는 인심만큼 넉넉하다. 남겨온 때때사탕을 구순 노모에게 드리니 어디서 이런 사탕을 사왔냐며 좋아라 하신다. 시간이 멈춘 나만의 비밀 아지트에 다녀온 것처럼 왠지 마음이 따시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주흥15길 16-4층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 2018-11-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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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려나는 7080세대
- ‘7080세대’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를 말한다. 필자는 71학번이므로 ‘7080 세대’의 선두에 서 있다. 197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다. 그 사이에 군 복무를 마치고 취업과 결혼까지 했다. 아이 낳고 열심히 가족을 먹여 살리다가 퇴직하고 이제 환갑을 넘어 칠십고개를 향해 가고 있다. ‘7080 세대’에서 빠르면 60대 중반이고 마지막 세대는 50대 초반이다. 필자가 졸업하던 무렵에는 취업이 잘되던 시기다. 기업들도 한창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라서 1980년대 말에는 오히려 구인난에 허덕였다. 직장에서는 승진 바람이 불었고 증권, 부동산 등 모든 것이 순풍에 돛 달고 잘나가던 시기라서 노후 준비도 끄떡없었다. 그래서 퇴직한 시니어도 여유 있게 노후생활을 즐겼다. 퇴직은 했지만 하나의 소비 주체로서 인정도 받았다. 그래서 7080 TV 프로그램이나 7080 노래방 등은 이 세대를 인정하는 대명사처럼 불렸다. 1970년대에 포크송과 기타가 등장해 문화적으로도 독특한 세대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7080’ 대신 ‘8090’이라는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 대신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가 주류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간판들은 주로 단란주점 등 라이브 술집에서 사용하는 상호다. 70세대면 현재 60대 중반이다. 필자 주변에는 단란주점에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술 마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건강상의 이유로 고기도 끊고 술을 끊은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70세대가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 것 같다. 강남역 등 새로 생긴 번화가의 도로변은 10~20대 차지다. 도로변의 가게들은 온통 이 세대를 상대하는 업종이다. 골목 상권으로 들어가면 나이 차가 10년쯤 나서 고객층이 30~40대다. 또 그다음 안쪽 골목에는 50대 이상 시니어가 좋아하는 메뉴의 음식점들이 있다. 양재역 부근은 그나마 덜 북적대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 가 보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양재역 사거리 남쪽 부근 골목에는 70세대가 가기 좋은 만만한 음식점이 모여 있었다. 초입에 큰 막걸리 집이 있어 필자도 자주 갔다. 그런데 그 집이 횟집으로 바뀌어 고객이 젊은 층으로 바뀌었다. 이제 막걸리를 마시려면 양재시장 포장마차 같은 허름한 곳밖에 없다. 최근에 가 보니 골목 안쪽 깊숙이 막걸리 촌이 생겼다. 주요 소비층은 당연히 시니어다. 번화가에서 도로변은 젊은 고객들이 차지하고, 시니어는 안쪽 골목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가 많다 보니 아예 시니어가 모이는 지역이 따로 있다. 바로 종로3가 일대다. 탑골 공원 안이나 주변으로 주로 70대가 모인다. 음식점도 시니어가 좋아하는 메뉴에 값도 싸다. 도로 건너 국일관 주변도 그렇다. 국일관 건물에는 시니어가 좋아하는 당구장, 활어회 시장, 사우나, 콜라텍 등으로 차 있다. 주변에도 전통 먹거리가 많다. 종로3가는 20대가 몰리는 익선동, 30~40대가 몰리는 종로3가 5번 출구와 3번 출구 사이에는 포장마차들이 많다. 소비 주체에 따라 상권도 바뀌는 것이다.
- 2017-12-05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