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나는 7080세대

기사입력 2017-12-05 15:21 기사수정 2017-12-05 15:21

‘7080세대’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를 말한다. 필자는 71학번이므로 ‘7080 세대’의 선두에 서 있다. 197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다. 그 사이에 군 복무를 마치고 취업과 결혼까지 했다. 아이 낳고 열심히 가족을 먹여 살리다가 퇴직하고 이제 환갑을 넘어 칠십고개를 향해 가고 있다. ‘7080 세대’에서 빠르면 60대 중반이고 마지막 세대는 50대 초반이다.

필자가 졸업하던 무렵에는 취업이 잘되던 시기다. 기업들도 한창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라서 1980년대 말에는 오히려 구인난에 허덕였다. 직장에서는 승진 바람이 불었고 증권, 부동산 등 모든 것이 순풍에 돛 달고 잘나가던 시기라서 노후 준비도 끄떡없었다. 그래서 퇴직한 시니어도 여유 있게 노후생활을 즐겼다. 퇴직은 했지만 하나의 소비 주체로서 인정도 받았다. 그래서 7080 TV 프로그램이나 7080 노래방 등은 이 세대를 인정하는 대명사처럼 불렸다. 1970년대에 포크송과 기타가 등장해 문화적으로도 독특한 세대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7080’ 대신 ‘8090’이라는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 대신 199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세대가 주류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간판들은 주로 단란주점 등 라이브 술집에서 사용하는 상호다. 70세대면 현재 60대 중반이다. 필자 주변에는 단란주점에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술 마시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건강상의 이유로 고기도 끊고 술을 끊은 사람이 많은 것이다. 그러니 70세대가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 것 같다.

강남역 등 새로 생긴 번화가의 도로변은 10~20대 차지다. 도로변의 가게들은 온통 이 세대를 상대하는 업종이다. 골목 상권으로 들어가면 나이 차가 10년쯤 나서 고객층이 30~40대다. 또 그다음 안쪽 골목에는 50대 이상 시니어가 좋아하는 메뉴의 음식점들이 있다.

양재역 부근은 그나마 덜 북적대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 가 보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양재역 사거리 남쪽 부근 골목에는 70세대가 가기 좋은 만만한 음식점이 모여 있었다. 초입에 큰 막걸리 집이 있어 필자도 자주 갔다. 그런데 그 집이 횟집으로 바뀌어 고객이 젊은 층으로 바뀌었다. 이제 막걸리를 마시려면 양재시장 포장마차 같은 허름한 곳밖에 없다. 최근에 가 보니 골목 안쪽 깊숙이 막걸리 촌이 생겼다. 주요 소비층은 당연히 시니어다. 번화가에서 도로변은 젊은 고객들이 차지하고, 시니어는 안쪽 골목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가 많다 보니 아예 시니어가 모이는 지역이 따로 있다. 바로 종로3가 일대다. 탑골 공원 안이나 주변으로 주로 70대가 모인다. 음식점도 시니어가 좋아하는 메뉴에 값도 싸다. 도로 건너 국일관 주변도 그렇다. 국일관 건물에는 시니어가 좋아하는 당구장, 활어회 시장, 사우나, 콜라텍 등으로 차 있다. 주변에도 전통 먹거리가 많다. 종로3가는 20대가 몰리는 익선동, 30~40대가 몰리는 종로3가 5번 출구와 3번 출구 사이에는 포장마차들이 많다. 소비 주체에 따라 상권도 바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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