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62년생이다. 197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초등학생 이후 글 쓸 일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일주일에 한 시간 ‘작문’ 수업이 있었지만, 그 시간조차 읽었다. 우리 세대는 읽기와 듣기에 능하다. 참으로 많이 읽고 많이 들었다. 전 세계에서 수업 시간이 가장 길었다. 8교시, 9교시 수업을 하며 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야간 자습까지 하며 읽었다.
많이 읽고 들으면 다섯 가지 특성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한다. 당시 우리 사회는 이 다섯 가지 특징을 지닌 사람을 필요로 했으며, 이런 사람이 직장 생활을 잘하고 인정도 받았다. 이들에게는 ‘공부를 잘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당시 공부는 읽기·듣기가 전부였다. 읽기·듣기를 열심히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었다. 따라서 공부를 잘했다는 건 읽기·듣기를 많이 하고 잘했다는 의미다.
다섯 가지에서 더 나아가기
첫째, 많이 읽고 들은 사람은 아는 게 많다는 특징을 띤다. 선생님 말과 책에 있는 글을 많이 읽고 들으면 아는 게 많아진다. 나는 1990년부터 직장 생활을 했는데 10년 가까이 인터넷도 컴퓨터도 없는 세상을 살았다. 자기가 모르면 알 수 없었다. 요즘같이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아는 게 힘이었다. 각자의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걸 갖고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렇다 보니 많이 읽고 들은 사람이 아는 게 많았고, 사회는 그들을 대우해줄 수밖에 없었으리라.
지금은 어떤가. 읽기·듣기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도 인터넷이나 유튜브, 심지어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면 얼마든지 잘 알 수 있다. 물론 많이 아는 사람이 인터넷이나 인공지능 활용도 더 잘하긴 하지만, 읽기·듣기를 하지 않았다고 무지의 암흑 상태에 처해 있을 수밖에 없는 시대는 아니다. 학창 시절 읽기·듣기를 게을리했다고 평생 모르는 사람 취급받으며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둘째, 많이 읽고 들은 사람은 모방 능력이 우수하다. 읽고 듣는 것의 본질은 이미 있는 걸 닮아가고 흉내 내는 데 있다. 읽고 듣는 행위는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있는 걸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이고, 그 끝은 기존에 있는 것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나은 걸 만드는 일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말을 듣거나 교과서를 읽고, 아는 것에서 선생님과 교과서 수준에 근접해가는 게 읽고 듣는 공부다.
우리 시대는 모방 능력이 필요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우리는 만들 수 있는 게 없었다. TV나 자동차는 물론이고 라디오조차 만들 기술이 없었다. 베껴야 했다. 읽기·듣기를 많이 한 사람들이 잘 베꼈다. 처음엔 신발, 의류를 베끼다가 TV, 자동차, 선박, 반도체, 휴대폰 등으로 대상을 넓혀갔다. 급기야 그걸 처음 개발한 나라의 제품을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 모두가 읽기·듣기를 많이 시킨 학교와 부모의 교육열, 읽기·듣기를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한 덕분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더 이상 베낄 데가 없다. 우리 기업은 이미 세계 최선두가 됐다. 뒤에서는 중국이 추격해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잘하는 건 중국이 금세 베낄 수 있다.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살아남으려면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걸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걸 만들려면 각자가 자기만의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고, 그걸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개인의 서로 다른 것들이 밖으로 나와 연결되고 결합되어 새로운 게 만들어진다. 남의 것을 읽고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것을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진 것이다.
셋째, 많이 읽고 들은 사람은 그걸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참을성, 끈기, 집중력 등을 키웠다. 읽고 듣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도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읽고 듣는 것보다 노는 걸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걸 참고 남들이 하라고 하는 읽기·듣기를 잘했다는 건 태어날 때부터 그런 기질을 갖고 있었거나, 자신의 의지로 마음 근력을 키운 덕분이다.
그런 마음 근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시키는 일을 잘한다. 야근도 잘하고 힘든 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근면 성실하다. 이런 특성은 사람을 부리는 조직에서 가장 긴요한 것이다. 회사 조직이든 공무원 조직이든 말이다. 일을 시키면 군말이나 불만 없이 잘한다.
근면 성실은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필요로 하는 게 창의성이다. 우리 세대는 열심히 하면 됐다. 남들이 8시간 일할 때 10시간 일하고, 남들이 두 개 만들 때 세 개, 네 개 만들면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기업은 근면 성실성으로 승부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충분히 쉬고 놀아도 좋으니 성과를 내놓으라고 한다.
읽기와 듣기는 과정이고, 말하기와 쓰기는 결과다. 읽고 들은 결과로 우리는 말하고 쓴다. 읽기·듣기만 하면 과정만 있고 결과는 없는 셈이다. 우리 세대는 읽고 듣는 과정을 참고 집중해서 끈기 있게 해내면 됐지만, 이젠 참고 집중하지 않아도 되니 결과로 보여달라고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한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수백·수천 명의 몫을 하는 시대다. 자기 시간을 최대한 쏟아부어 그것으로 자신의 희생정신과 애사심을 보여주면서 근면 성실로 승부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넷째, 많이 읽고 들은 사람은 승부욕이 있고 경쟁심이 강하다. 학교 다닐 적을 생각해보라. 앞서 말했듯이 공부를 잘했다는 건 많이 읽고 들었다는 것이고, 많이 읽고 들은 결과로 석차가 높았다는 것이다. 학교 공부는 자기 반 친구를 이기기 위해, 등수를 높이기 위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부욕과 경쟁심이 전혀 없는 학생이 공부를 잘하긴 쉽지 않다. 승부욕은 또한 인정욕구의 다른 이름이다. 승부욕이 센 사람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또한 강하다. 부모님과 친구들,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열심히 공부한 것이다.
이런 사람은 직장에 가서도 열성적으로 잘한다. 열심히 해서 동기들보다 인사고과도 잘 받고 승진도 빨리 하려고 한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도 자기가 한번 해보겠다고 나서서 기필코 해낸다. 그럼으로써 인정받고자 한다. 성적이 안 나오는 과목을 열심히 해서 올려본 경험, 반에서 1등을 해본 경험과 그때 느껴본 성취감을 아는 사람은 어려운 과제를 줘도 그 희열을 다시 맛보기 위해 시도하고 도전한다. 지고는 못 배기는 성질이 강해서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자존심이 상해 밤잠을 설치고, 다른 조직이나 다른 회사보다 앞서가려고 안달한다. 어떻게든 남보다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회사나 상사 입장에서 이런 사람이 어찌 기특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이런 승부욕과 경쟁심이 필요할까. 그렇다.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때로는 남과 겨루어 이기거나 앞서려는 욕심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개방과 공유, 융합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가진 것을 내어놓고, 그것들을 섞고 융합해야 한다. 경쟁을 잘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 협력하고 연대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시대다. 남을 이기려면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많이 읽고 들은 사람은 어디 출신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그리고 사회는 어디 출신이라는 간판을 중시했다. 실제로 그 간판을 가진 사람은 아는 게 많았고, 모방 능력도 있었고, 근면 성실했으며, 경쟁심과 승부욕도 강했다. 그래서 그 간판이 통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간판을 가진 사람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간판의 효험을 극대화했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도 간판이 좋으면 상부 조직과 선을 대는 데 쓸모가 있기에, 조직은 그런 사람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특정 간판을 가진 사람은 일을 잘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중요한 일을 할 기회를 많이 주고, 그런 일을 경험하면서 실제로 일을 잘하게 됐다. 그럼으로써 특정 간판을 가진 사람은 유능하다는 일반화와 과대 해석의 오류를 범해왔다. 일이라는 건 하면 할수록 요령을 터득해 잘하게 되는 건데 말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어디 나왔느냐고 묻지 않는다. 내가 직장 다닐 적만 해도 ‘어디’가 중요했다. 어디 들어갔는지, 어디 나왔는지, 어디 다니는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가 중요했다. 좀 더 나은 어디, 좀 더 높은 어디에 이르고자 아등바등했다. 하지만 그건 오프라인만 있을 적 얘기다. 온라인 세상이 활짝 열린 지금, 이제는 굳이 어딜 나오지 않아도 되고 어디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 젊은이들은 어디까지 올라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를 언제 그만둘지 고민한다. 대신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궁리한다. ‘어디’로 살아가지 않고 ‘무엇’으로 살고자 한다.
역전의 기회될 글쓰기
이제는 오래 산다. 나 같은 1960년대 생도 살 날이 많이 남아 있다. 그게 50년이 넘을 수도 있다. 아니 지금까지 살아온 기간보다 더 길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세상은 읽기·듣기를 많이 하지 못했어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모방 능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됐고, 참을성과 끈기가 부족해도 상관없어졌다. 경쟁심과 승부욕, 간판도 의미가 없어졌다. 나같이 직장을 다니지 않는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나는 쉰 살까지 반사체로 살았다. 나에게 일을 시킨 사람의 말과 글을 읽고 들어서 그 사람이 원하는 말과 글을 만들어주는 일을 했다. 말과 글을 받아서 말과 글로 되쏴주는 일로 월급을 받았다. 나뿐 아니라 직장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 이와 유사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직장을 그만둔다. 더 이상 반사체로 살 수 없는 때가 온다. 그땐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로 살아야 한다.
읽기·듣기 삶에서 뒤처지고 낙오했다는 사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패자부활과 역전의 기회가 있다.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를 돌파구로, 읽는 소비자에서 쓰는 생산자로 거듭나야 한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그랬다. “죽어서 육신이 썩자마자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지 않다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쓰든지 글로 남길 만한 가치 있는 일을 하라.”
매일 조금씩 쓰면 된다. 한 문장으로 시작하면 된다. 때로는 쓰기 싫어도 계속 써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쓰기만 하면 된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내자. 글을 쓰고 책을 써서 내가 가진 그 ‘무엇’을 세상에 보여주자. 그 무엇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자. 그런 당신의 앞길을 그 누구도 막아설 수 없을 것이다.
법무법인 원은 지난 6월 30일 구성원회의를 통해 윤기원, 이유정 변호사를 대표변호사로 선임하고, 법인 경영을 담당할 업무집행대표변호사로 이유정 대표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대표변호사의 임기는 2024년 7월 1일부터 3년이다.
윤기원 대표변호사는 2009년 법무법인 원의 설립부터 현재까지 업무집행대표변호사직을 수행하면서 법인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윤기원 대표변호사에 이어 새로 업무집행대표변호사직을 수행하게 된 이유정 대표변호사는 법무법인 원 설립부터 함께 하면서 ESG센터, 인공지능대응팀 등 새로운 업무 분야를 개척해 왔으며 경영위원회 위원으로서 꾸준히 법인 경영에도 관여해 왔다는 점에서 법인의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이룰 적임자로 인정받아 왔다.
이유정 대표변호사는 취임을 맞아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함으로써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의 자원을 운용하는 역할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원의 변호사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진화하는 로펌, 고객 중심 로펌,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로펌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법인 원은 이유정 업무집행대표변호사와 함께 법인의 경영을 이끌어 갈 경영위원회를 채영호, 서순성, 정석윤, 천창현 변호사로 구성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미스터마인드의 AI 돌봄 로봇은 54개 지자체와 29개 치매안심센터·보건소· 정신건강센터를 통해 약 8500명의 어르신을 만나고 있다. 미스터마인드는 어르신들이 실제 필요한 케어까지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며, 이제는 질병 예측도 가능한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미스터마인드의 AI 돌봄 로봇은 외형이 다양하다. 인형이라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서비스 도입을 원하는 지자체나 기관이 이용하고자 하는 캐릭터에 맞춰 제작한다. 예를 들면 진안군은 ‘빠망’, 대전시는 ‘꿈돌이’ 같은 지자체 캐릭터를 활용한다. 물론 미스터마인드의 대표 캐릭터도 있다. AI 돌봄 로봇 ‘초롱이’와 블루투스 스피커 ‘미니미’다.
돌봄도 ‘재미’있게
초롱이는 어르신들에게 애교도 부리지만 잔소리도 하고 때로는 투정도 부린다. 아프다는 말을 반복하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잔소리하고, 늦은 저녁까지 말을 걸면 “이제 대화 안 한다”고 투정도 하며 자야 할 시간임을 알린다. 어르신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미스터마인드 돌봄 로봇은 ‘돌봄’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콘텐츠는 ‘인지 카드’로 다양성을 더했다. 기본 다섯 가지 인지 카드에는 인지력 퀴즈 100문제, 수면 유도 음악 100곡, 말동무 기능 100여 가지, 옛날이야기 100편, 노래 200곡 등이 수록되어 있다. 현재까지 개발한 인지 카드는 15종이 더 있다.
외로움을 돌보기 위해 능동 대화도 매일 50회 이상 실시한다. 어르신이 말을 걸지 않아도 자동으로 말을 거는 기능이다. 긴급재난, 생활안전, 어르신 정책 사업을 안내할 때는 ‘감성 대화’로 전달한다. 정보를 재가공해서 어르신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르신 창밖을 보세요. 눈이 내려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빙판길이 생긴 것 같아요. 어르신 다치면 저도 슬퍼요. 조심하세요”라고 안내하는 식이다.
더불어 돌봄 로봇을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노래다. 어르신들은 좋아하는 노래 2~3곡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을 통해 같은 노래를 반복하는 것이 인지 능력 유지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다른 노래를 랜덤으로 재생하도록 바꾸었다. 다섯 곡을 재생하고 나면 “어르신 나 물 마시고 올게요”라며 노래를 멈춘다. 따라서 어르신이 200곡을 모두 들으려면 최소 20번은 돌봄 로봇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는 “보통은 버튼을 반복해 누르거나 인지 카드를 바꿔 넣어야 하는 방식이 ‘불편하다’고 인식하지만 어르신에게는 아니다. 대화하고 싶으면 오른손, 놀이하고 싶으면 왼손을 누르고, 특정 놀이는 카드를 꼽는다는 방식이 어르신들에게는 직관적”이라고 설명했다.
돌봄 넘어 질병 예측까지
김동원 대표는 “질리지 않고 반복해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조했다.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 탑재되어도 초반에만 관심을 끌다가 방치되거나, 24시간 작동하는 인형의 전원을 꺼버리면 돌봄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이 반영되어서인지 미스터마인드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평균 32개월 동안 돌봄 로봇을 사용했다. 미스터마인드의 돌봄 로봇을 채택한 지자체의 68%는 로봇을 재구입했으며, 기존에 사용하던 돌봄 로봇의 재계약률은 98%에 이른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돌봄 로봇을 통해 재미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지속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는 인지 카드도 TV 드라마처럼 매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또한 “임영웅을 만나고 싶다”는 등 어르신들의 요청을 받아 연예인 음성으로 대화하는 인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하나의 돌봄 로봇을 오래 사용하면 좋은 점이 있다. 질병 예방이나 발견, 더 나아가 예측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스터마인드는 지난 5년간 AI 돌봄 로봇을 통해 어르신들이 실제 사용한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된 이상 징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지난해 8월에는 특정 단어가 발화되는 점을 포착해 19개 지자체에 이를 알렸다.
자살 고위험군으로 진단된 사례는 보호자에게 알리고 자살방지센터와 연계해 관리하는 지자체도 나왔고, 보건소와 연계해 우울증과 치매를 발견한 곳도 있다. 이는 인공지능 돌봄 로봇으로 어르신 질병 진단을 받은 첫 사례로 꼽힌다.
김동원 대표는 “돌봄 로봇이 기술 제공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돌봄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상 징후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사회복지사, 간호사, 케어매니저 등이 현장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돌봄 융합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 인간 고유의 재능으로 여겨졌던 ‘창작’이라는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AI가 더욱 고도화될 거라는 건 정해진 미래다. 사람들이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 고민할 때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변호사가 있다. 아니, 그는 소설가다.
장편소설 ‘밤의, 소설가’는 “AI와 공동 집필에 몰두했던 소설가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상징적 죽음’이라는 평을 내놨다. AI의 발달로 인간 고유의 영역을 빼앗기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위태로운 저자의 지위’와 ‘왜 창작하는가’ 같은 뿌리에 가까운 질문이 담겨 있다. 저자 조광희 변호사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됐을까?
영화에서 소설까지 ‘올라운더’
법무법인 원에서 근무하는 조광희 변호사는 ‘올라운더’라 불린다. 올라운더는 스포츠 등에서 모든 역할을 골고루 하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로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 별명이 이해가 된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영화사 봄의 대표이사를 지내며 ‘밤과 낮’, ‘해변의 여인’, ‘멋진 하루’ 등을 제작했다. 그리고 선거캠프에서 세 차례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씨네21’, ‘한겨레’, ‘경향신문’의 칼럼니스트로 글을 썼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2003년에는 영화인들의 필독서로 유명한 ‘영화인들을 위한 법률가이드’를 펴냈다. 이후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 산문집 한 권과 ‘리셋’, ‘인간의 법정’, ‘밤의, 소설가’까지 세 권의 소설을 냈다. 이뿐인가. 소설 ‘인간의 법정’은 뮤지컬로도 제작됐는데, 조 변호사는 이 뮤지컬의 각본까지 맡아 각본가로도 데뷔했다.
“변호사 일은 30년째 하고 있어요.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주로 합니다. ‘평판 관리’라고 하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분야도 담당하고요.”
이 정도 이력이면 작가로 전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조 변호사는 변호사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전업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이유죠.(웃음) 두 번째로 변호사는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일이 결국 소설의 토양이 됩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버스에서 설계하는 소설
조광희 변호사는 뮤지컬 각본 작업도 소설 집필도 변호사 일을 하며 병행했다. 무척 바쁜 일상이었을 텐데 어떻게 일의 균형을 잡았을까? 작품들이 그의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은 소설을 쓰는 그의 방식과도 관련 있었다. 조 변호사는 ‘필 꽂히는’ 대로 써 내려가면서 수정을 거듭하기보다, 처음부터 구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한 뒤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소설을 설계하는 셈이다.
“처음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아이디어와 콘셉트 차원에서 생각합니다. ‘밤의, 소설가’는 ‘10여 년 전 알았던 여성이 소설가가 돼 법률사무소에 나타나 일을 맡긴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어요. 아이디어는 버스 타고 출퇴근할 때, 산책할 때,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실 때 등 일상에서 떠올리는 편입니다.”
다음으로 시놉시스를 쓰고 트리트먼트를 만든다.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조 변호사는 영화에서 쓰는 개념을 가져와 설명했다.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역시 산책하다가 휴대폰에 메모하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성하는 방식으로 채워나간다.
“시놉시스는 한 페이지 정도의 줄거리를 쓰는 일이에요. 인물과 사건을 그럴듯한 구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페이지지만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시놉시스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20~30장짜리 트리트먼트를 씁니다. 좀 더 자세한 줄거리죠. 인물이나 사건 설명이 더 상세하게 나와야 합니다. 저는 트리트먼트 작업을 할 때 챕터를 나누어서 써요. 트리트먼트가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셈이에요. 여기까지 완성되면 이제 조금은 기계적인 작업이 됩니다. 살을 붙이는 과정이죠. 이때는 책상에 딱 붙어 앉아 쓰는데요. 주로 집에서 하지만 자주 가는 카페도 있고, 어떤 때는 2~3일 정도 여행을 떠나 작업하기도 합니다.”
소설을 처음부터 설계한다는 건 꽤나 논리적인 작업이다. 변호사라는 그의 직업적 특성이 소설 쓰기에도 반영된 듯한 방식이다. 하지만 ‘밤의, 소설가’는 기존과는 좀 다르게 완성됐다. 처음에는 한 문예지에서 작품 요청을 받아 쓰게 됐는데, AI는 비서 역할로만 등장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품을 완성한 후 문우들과 대화하다가 생각이 확장됐다.
“발상의 전환이 되면서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이라는 주제까지 다루게 됐어요. 소설 속에 소설 집필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는 일종의 메타 소설이 된 셈인데요. AI에게 창작의 영토를 빼앗기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러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고요.”
‘왜 사는가’에 대한 고찰
AI ‘레비’와 함께 소설을 써 내려가던 소설가 건우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조광희 변호사가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을 만나게 된다. ‘저자의 위태로움’이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지만, 동시에 ‘대중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요즘 사람들은 고전문학을 잘 안 읽잖아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쓰면 달콤한 글만 쓰게 되죠. 저자라는 지위 자체가 위태롭다고 보는 지점이에요. 그걸 AI가 가속화하는 거죠. 심지어 AI와 소설 쓰기를 경쟁합니다.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 AI라니, 그렇다면 저자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에 빠지게 되겠죠. 차라리 AI에 기대는 노예가 될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벌써 AI는 단순노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변호사 업무에도 쓰이니 말이다. 조광희 변호사가 처음 변호사가 됐을 때만 해도 판례가 전산화되지 않아 법원도서관에서 종이 파일을 뒤져야 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든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AI에게 말하면 대신 검색해줄 수 있는 지경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로 AI가 영문 계약서를 번역해주는 일은 제법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소설 속 소설가는 AI와 소설 쓰기에 관해 경쟁하지만 현실에서는 변호사가 AI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소송 기록을 주면 논점이 뭔지 분석해내는 것까지 AI가 해낼 거예요. 그렇다면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재판에서 어떻게 전략적인 접근을 할 것인가, 법정에서 증인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아닌가 등의 인간적이고 섬세한 일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뀔 거라 봅니다. ‘일’이라는 영역에 AI가 계속 침식해 들어오니까요. 결국 인간은 어떤 일을 도대체 ‘왜’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예술, 문학, 바둑, 체스 등 많은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창조성과 지적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조광희 변호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에 도달하리라는 희망을 AI라는 존재가 단 몇 초 만에 허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을 왜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에 빠지게 돼요. 그걸 고민하다 보면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까지 이어지겠죠.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행위가 단순히 책을 팔고자 하는 일은 아닙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로 토로해내는 일종의 쾌감과도 연관된 일이거든요. 자신의 미학적인 정열 때문에 글을 쓰는 건데, AI가 소설을 더 잘 써내는 시대가 온다면 미학적인 쾌감을 빼앗기는 거죠.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위협받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
조광희 변호사의 이런 고찰과 경험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첫 소설 ‘리셋’은 주인공인 변호사 강동호가 현직 서울시장의 의뢰를 받아 미스터리한 정치적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돈과 권력, 그것을 쫓는 정치 세력 간의 블랙 커넥션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을 테다.
두 번째 소설 ‘인간의 법정’은 주인을 살해한 AI ‘아오’가 재판을 받는 이야기다. AI와 인간의 관계, 생명과 소수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제시한다. 이 책이 뮤지컬로 탄생한 것은 뮤지컬 ‘그날들’을 작업했던 장소영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영화 각본처럼 썼고, 장 감독의 도움으로 극에 맞춰 수정을 거듭해 완성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시를 습작했던 경험이 아리아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됐고, 영화사 대표로 일하며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를 본 것이 체득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도 반영됐다.
세 번째 소설 ‘밤의, 소설가’는 두 번째 소설을 쓰면서 AI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던 것이 도움이 됐다. 어느 정도 AI에 대해 학습되어 있었기에 이야기를 확대해갈 수 있었다.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소설 ‘도시의 은자’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다.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자신은 정작 숨어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다.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다. 영화감독인 동료 변호사와 함께 드라마 기획을 완성하고 대본을 쓰고 있다. ‘올라운더’의 면모가 돋보이는 행보다. 분야가 무엇이든 그가 만드는 작품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다. 아니,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기작들에도 역시 변호사가 나올 것 같다. 그는 “꼭 변호사를 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경험과 인생관을 녹인 캐릭터를 고민한다면 “변호사가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높겠다”며 웃었다. 어쩌면 ‘변호사’라는 등장인물이 그의 상징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소설 쓰는 변호사 조광희가 있고, 그 소설 속에서 변호사이면서 뮤지컬을 만드는 인물이 있고, 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에서 변호사를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 것만 같다. 마치 ‘밤의, 소설가’ 작가의 말에 그가 남긴 말처럼.
여기 ‘밤의, 소설가’를 쓰는 조광희가 있다. 소설 ‘밤의, 소설가’에도 소설을 쓰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쓰는 소설 속에서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여자도 있다. 소설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에서도 주인공인 여자가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밤의, 소설가’ 中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을 기반으로 전 국민 건강을 보장하는 ‘헬스케어 4.0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원격 진료가 도입되었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전 세계 시장은 2026년 약 826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건강하고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 뒤에는 우려되는 점도 존재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건강관리, 연구개발 및 사후관리 등 건강 증진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법과 제도를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연구하는 이호용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고령자들은 탈시설화와 커뮤니티 케어를 원한다. 병원이나 시설을 벗어나 집과 지역사회에서 케어받고 싶어 하는데, 이제 병원을 가지 않고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면서 “그러한 이유로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은 농어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유용성이 더욱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진에 의한 사후 치료 중심에서 환자 스스로 참여하고 자기 결정권이 강조되는 사전적 예방·관리 중심으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된 점도 촉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기기와 AI 의사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추세는 ‘스마트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체크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갖춘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스마트폰을 연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활용하면 일상에서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고령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연내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갤럭시 링’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장시간 착용이 용이한 반지 형태로 만들어 기존 스마트워치의 한계를 넘겠다는 목표다. 기기는 365일 24시간 사용자의 건강을 모니터링한다고 알려졌다. 수면 패턴 및 심박수, 혈압 등도 측정 가능하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는 당뇨병에 주목했다. 지난 2월 인공지능(AI) 기반 모바일 혈당 관리 서비스 ‘파스타’를 내놓았다. 당뇨병 관리 솔루션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증도 받았다.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조회수 1만 명을 넘어서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기기 연동을 통해 지난해 9월 출시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더욱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헬스케어 기기는 예방을 넘어 의료 현장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재 CT나 MRI 등 촬영 결과 판독, 수술 등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사내에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를 설립했으며, 로봇수술 권위자로 꼽히는 나군호 전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소장으로 영입했다. AI 기술로 의료진의 업무를 간편하게 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연구소 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의료적 역할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 또한 가능해졌기에 조만간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른바 ‘AI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I 의사의 안전성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AI 의사가 의료사고를 내면 법적 책임은 누가 물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도 거론된다.
이호용 교수는 “AI가 병증에 대한 이해 및 분석과 판단, 그에 따른 처방에 대한 의견도 낼 수 있어 의사의 주된 업무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AI를 의사라는 직업과 동일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판단된다”면서 “인간에 대한 판단은 그것이 무엇이든 인간이 하고, AI는 도구 혹은 어시스턴트 역할에 그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인간 존엄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스타로 당뇨 잡으세요”
김경화 카카오헬스케어 매니저 인터뷰
김경화 매니저는 요즘 ‘파스타’ 홍보로 강연·미팅 등을 다니느라 바쁘다. 14년간 간호사로 일했던 그는 2022년 카카오헬스케어에 합류해 파스타 앱 기획을 담당했다. ‘당뇨는 잘못된 생활습관병’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파스타는 한국인의 혈당 관리를 돕는다.
파스타는 ‘실시간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스마트폰 앱과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연동한 덕이다. CGM은 과거처럼 혈당을 재기 위해 채혈을 할 필요가 없고, 신체에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보통 팔에 부착한다) 현재 파스타와 연동되는 CGM은 두 개로 국내 기업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와 미국 기업 덱스콤의 ‘G7’이다. 앱 자체는 무료지만, CGM은 1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 김 매니저는 금전적인 부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당뇨병에 걸린 뒤 고치려고 하면 더 큰 돈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김경화 매니저는 부모님과 시부모님에게 CGM을 부착하고 파스타를 이용하게 했다. 특히 시아버지의 경우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라는 반응이었지만, 실시간 혈당 변화를 눈으로 보고 깜짝 놀랐다고. 김 매니저는 “아버님께서 경각심을 많이 느끼셨다. 음식도 건강하게 드시고 걷기 운동을 하는 등 습관 자체가 아예 바뀌었다. 살도 많이 빠지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파스타는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리면 칼로리와 영양소를 분석해준다. 뿐만 아니라 혈당 관리에 대해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리포트로 제공한다. 혈당 수치를 가족,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어 관리의 지속성을 높여준다.
“놀랍게도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요.(2020년, 성인 30세 이상 기준) 당뇨병 전 단계 인구는 1583만 명으로 추정되고요. 당뇨병 인구를 1%라도 줄이는 것이 파스타의 목표입니다.”
의료 마이데이터 가능할까?
정부는 2025년 전 분야 마이데이터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란 정보의 주체가 개인정보를 이동해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에 활용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 분야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마이헬스웨이’라고 한다. 여러 병원에 흩어진 개인 의료 정보 조회 및 활용이 가능해지며, 궁극적으로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한다.
마이헬스웨이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미약해 법 개정 요구도 높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 헬스케어법’(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의료법은 보건의료 데이터의 제3자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환자가 요청 또는 동의하면 병원이 개인의 건강·의료 정보를 민간 기업에 제공하도록 허용하고, 민간 기업이 개인 건강 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시민단체 및 의료계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반대해 보류 판정을 받았다.
그러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의료법이 통과되면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신약, 의료기기, 질병 진단 기술 등 개발에 활용돼 긍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예상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오·남용 우려가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법안에 대해 산업계를 대표해 카카오헬스케어는 찬성했으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신중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호용 교수는 “의료 데이터는 개인정보 중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고 보호성이 강조되는 데이터다. 그러나 개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에 치중하면 정보 보호라는 가치는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밝은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면서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 중에 어느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는 사회의 공감대적 가치와 경제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와 맞물린 세계적인 흐름은 기술 중심 사회다. 선진국은 의료 데이터 활용 규제를 약화하고 산업 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는 맹목적인 기술 중심 사회를 우려하고 인간 중심 사회로 회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로 발전하는 산업 또는 회사가 거대 자본으로 권력화되지 않도록 국가가 개입하는 분산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움말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한국노인복지학회는 2024년 춘계학술대회가 24일 가천대학교 비전타워에서 진행됐다. ‘지방소멸과 노인복지: 현실과 대응 전략을 고민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지방인구 감소로 지방소멸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 노인들의 사회문화적 고립과 소외, 경제적 어려움, 의료 및 복지서비스 접근성 저하 등을 점검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초고령사회와 함께 지역소멸 위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영국 프레스턴의 지역공동체의 성공사례와 한국 지역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인복지 방향을 모색했다. 이와 함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서울복지재단,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등이 참여해 노인의 건강과 돌봄, 노인일자리, 서울시 복지제도, 통합돌봄에 관한 세션 등을 진행했다.
한국노인복지학회의 춘계학술대회와 함께 진행된 학생공모전에는 39개 팀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24 지방소멸시대, 노인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위한 솔루션’를 주제로 진행된 행사에는 총 7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학회장 상은 ‘요양병원 노인의 스마트 헬스케어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환자관리 시스템’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 이충헌 군에게 돌아갔다.
공모전을 기획한 학술기획분과위원장 이민홍 교수(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지방소멸의 위기가 도래하지만, 청년 세대의 참여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KAIST와 자생한방병원이 손을 잡았다. 자생한방병원·자생의료재단은 KAIST와 한의치료 고도화 연구개발 및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25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은 서울 강남구 소재 자생한방병원에서 자생의료재단 신준식 명예이사장, 박병모 이사장, KAIST 이광형 총장 등 각 기관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KAIST는 전 세계 과학기술의 혁신을 이끌어가는 이공계 교육 기관 중 하나로, 한의학과 과학 기술의 융합을 통한 국가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KAIST와 자생한방병원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퇴행성 척추·관절 질환을 비롯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과 천연물유래 신물질 발굴 및 상용화를 위한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한 한의학과 의학을 아우르는 관점으로 생명과학, 인공지능의 융합적 지식을 갖춘 한의 과학자 양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한다. 이에 양 기관은 국가연구과제 공동 수주와 수행, 학술 및 인력 교류 등 한의학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활발한 상호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자생의료재단 신준식 명예이사장은 “한의학은 국내·외 여러 연구와 논문을 통한 과학적, 임상적 근거를 확보 중일 뿐만 아니라 각종 첨단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한의치료 기술의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업무협약이 한의학, 보건의료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국민건강 및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의 고부가가치 신산업 진출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을 집중 지원한다.
여성가족부는 산업별, 지역별 수요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전국 158개 새일센터에서 676개 직업교육훈련과정을 운영한다. 올해는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 유망분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직업교육훈련은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과정 55개 △기업맞춤형(취업연계) 과정 126개 △지식재산 등 전문기술 과정 96개 △창업 과정 61개 △일반훈련 과정 338개 등 총 676개 과정을 운영한다.
고부가가치 과정은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개발자(프로그래밍), 3차원 모션그래픽디자이너(디자인개발), 제약바이오 품질보증(QA)․품질관리(QC) 전문가(화학제품제조)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무료로 운영되는 직업교육훈련에는 경력단절여성 등 1만 20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3월부터는 신기술 및 지역별 핵심산업 관련 고부가가치 직종프로그램을 추가 선정하여 새일센터 훈련의 전문성 및 다양성을 제고한다.
지난해 8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산업현장과의 연계도를 높이기 위해 민·관 협업으로 시범운영했던 신기술 관련 6개 훈련과정(△챗 지피티(GPT(AI)) 활용 마케팅 실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자 △생성형인공지능(AI)을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노코드 로우코드 앱/웹 개발자 △시스템 반도체 기초 설계 △디지털 트윈 3차원(3D) 모델링 전문가)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17개 시․도별 새일센터와 지자체, 지역내 일자리 연구기관이 협업하여 지역 핵심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고부가가치 직업교육훈련을 개발· 운영토록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협업을 통해 디자인, 마케팅 분야의 직업교육훈련이 필요한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필요한 기초지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고용부 등 8개 부처의 전문분야 직업훈련 사업에 참여한 여성구직자를새일센터의 취업지원 서비스 등과 연계하는 ‘다부처 협업 취업지원’ 사업(2300명 규모)도 추진한다.
새일센터 직업교육훈련은 평균 취업률 75%에 달하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선발된 훈련생에게 직업교육훈련과 취업상담, 일경험(인턴십), 취업연계 및 사후관리 등 통합(원스톱)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운영과정은 여성가족부 누리집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훈련참여를 원한다면 전국 새일센터 대표전화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면, 3월 중순 이후부터는 새일센터 누리집을 이용하면 된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새일센터가 미래 유망분야 일자리에 도전하는 경력단절여성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전문성을 높이고, 실제 취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산업계, 지자체와의 협력도 강화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 습관을 바꾸고 질병을 예방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메티컬 피트니스’(Medical Fitness)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 지팡이 없이 걷게 됐어요!” “몇 년 만에 스스로 세탁물을 널었어요.” “먹는 약의 양이 줄었네요.” 메디컬 피트니스 이용자들의 소감이다.
메디컬 피트니스는 재활, 간호 케어, 간호 예방, 생활습관병 개선, 건강 유지, 활동성 향상 등 폭넓은 분야를 아우른다. 재활 시설, 간호·간호 예방 시설, 질병 예방 운동 시설, 지정 운동요법 시설, 운동형 건강증진 시설 등에서 메디컬 피트니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메디컬 피트니스의 목적은 건강 유지, 질병 예방이다.
메디컬 피트니스 키우는 정부
일본건강스포츠연맹에서 운영하는 메디컬피트니스협회는 ‘건강 만들기’를 실현하기 위해 메디컬 피트니스를 보급한다. 의료와 임상 스포츠 등 운동 분야를 연결해 운동 습관 보급, 지도자 육성, 체력 증진, 질병 예방, 질병 조기 발견 등을 포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의 건강관리가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해당 산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협회는 간호 예방 운동 트레이너와 워킹 트레이너를 육성한다. 간호 예방 운동 트레이너는 간호를 받아야 하는 시점을 늦추는 것이 목표다. 현재 간호를 받아야 하는 상태라도 더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간호 예방 운동 트레이너는 치매, 행동과학, 영양 관련 지식과 근력 향상, 전도 예방 등 운동 관련 지식을 모두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워킹 트레이너는 고령자의 자립 유지를 돕는다. 이를 위해서는 운동 습관, 식생활 개선 등이 필수다. 따라서 단순 운동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보행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적절한 운동 습관을 만들어 유지하도록 지도한다.
정부는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메디컬 피트니스를 주목하고, 고령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해당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3년 건강증진법을 시행했는데, 이 법에 근거해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지정 운동요법 시설)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따라서 지정 운동요법 시설에서 메디컬 피트니스 서비스를 받는다면 치료비로 인정받아 의료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일본에 지정 운동요법 시설은 약 210곳이다. 이곳에서는 고혈압・지질이상증・당뇨 등 생활습관병으로 분류되는 질병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의사의 운동처방전에 따라 주 1회 이상, 8주 이상 운동하도록 한다.
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지도
메디컬 피트니스의 핵심은 ‘의료’가 결합돼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 운동 기구만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정보를 기록하는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개인에게 적합한 방식의 의료・운동 지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니가타시의 메디컬 피트니스 ‘쿠오레’(Cuore)는 네쿠야마 미야오 병원 내에 있다. 회원 평균 나이는 56.7세다. 60대가 가장 많고 70대 이상은 14%를 차지한다. 후기고령자인 만큼 생활습관병이 있는 사람이 많다. 병원 소속 의사가 혈액 검사, 체지방 분석, 복부 내장지방 검사 등을 하면 그 결과에 따라 건강 운동지도사가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매월 ‘피트니스 리포트’를 제공하는데, 이에 맞춰 영양과 생활 지도도 이어진다. 6개월 후 운동 효과를 확인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변경이 이뤄진다. 신조정형외과의원은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대체로 무릎 통증과 요통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근력 저하가 악화되지 않도록 단련하는 메디컬 피트니스 리후레(リフレ)를 운영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메디컬 피트니스 센터 개설을 지원하거나 센터와 연계한 이벤트를 여는 방식으로 고령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운동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야마가타현의 무라야마시는 지역에 있는 폐교를 메디컬 피트니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군마현 다카하시시에는 구로자와 병원이 운영하는 ‘메디컬 피트니스 & 스파 발레오 프로’가 있다. 운동 프로그램뿐 아니라 센터에 다니는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볼링 등 스포츠 동호회 이벤트, 뷔페 행사 등을 연다. 지난 6개월간 시설 탈퇴 회원은 1%도 안 된다. 이시카와현의 고마쓰시 ‘다이내믹 클럽’도 의료 점검과 운동 지도뿐 아니라 서예・회화 등의 20여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7월 도쿄에 문을 연 피트니스 클럽 ‘리버스’(Re-Birth)는 물리치료사・운동지도사 등 전문가가 상주하고, 의사의 운동처방전을 기반으로 맞춤형 트레이닝을 한다. 운동 기구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있어, 운동 머신이 회원의 당일 몸 상태에 따라 의자 높이를 조절하거나 운동량과 강도를 정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24시간 생활 데이터를 기록, 일상에서도 건강을 관리하는 메디컬 피트니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가치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모습. 허송세월의 정의다. 새해를 허송세월로 지내고 싶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보다는 매 순간 의미 있는 일들로 꽉 찬 한 해를 바랄 테다. 윤정구(64)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이를 위해선 체험하는 시간의 개념인 ‘카이로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카이로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기회의 신’으로도 불린다. 인생의 기회는 경험의 시간을 사는 가운데 맞이하는 선물과도 같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일정한 속도와 방향을 갖고 기계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크로노스(Kronos)라 한다. 윤정구 교수가 언급한 카이로스(Kairos)는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특별한 시간이다. 가령 똑같은 10년이라도 허송세월로 보내는 이에게는 마치 100년처럼 길게 느껴지겠지만,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바삐 사는 이에게는 1년처럼 짧게 여겨질 수 있다. 절대적인 시간(크로노스)은 10년이더라도, 상대적 시간(카이로스)이 저마다 다른 것이다. 즉 크로노스는 양적인 시간, 카이로스는 질적인 시간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인사조직 전략, 조직경영 개발 등을 연구해온 윤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접근할 때, 현재 노동 현장에서 적용하는 시간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이 바뀌는데, 여전히 시간 개념은 산업화 시대 생산 노동자에게 적용했던 방식에 머물러 있어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를 벗어나지 못한 거죠. 아직은 주 5일 근무가 일반적인데요. 가령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해 회사에 약속한 일을 끝내는 데 4일이 걸렸다고 쳐요. 주 5일이라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채우지 않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으로는 목표를 달성한 거잖아요. 그런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일어날 수 없어요. 시간으로 산정한 임금이 책정되는데, 근로자가 애써 생산성을 늘리는 혁신을 감행할 이유가 있나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재택근무 등 일터에서의 논쟁 대부분이 본질을 벗어났다는 걸 알 수 있죠.”
기술의 민주화 시대,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일자리 이슈 중 하나는 ‘정년 연장’이다. 윤 교수는 카이로스의 개념에서 볼 때 은퇴 기준점을 ‘나이’로 책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 지적했다.
“양적인 시간으로 책정된 나이만 고려한 거예요. 개인의 경험이나 노력 등 질적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카이로스 개념에서의 나이는 다를 수 있죠. 결국 회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자신의 인적 자원을 통해 누가 더 많이 창출하느냐가 관건이잖아요. 한때는 젊은 직원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 인정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생성형 AI나 로봇 등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면서 누구나 기술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코딩, 알고리즘 등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 자격증이 없어도 챗GPT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요. 이러한 기술의 민주화, 전문성의 민주화로 나이와 같은 태생적 요인이 인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었어요.”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로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거나 대체되리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일자리가 더욱 위협을 받으리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이러한 시대 변화가 고령자에겐 기회라고 역설했다. 카이로스의 또 다른 이름(기회)처럼 말이다.
“그동안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왔다면, 이제는 조직의 공유된 목적을 위해 기술과 인간이 협업하는 관계로 설정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나이와 무관하게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대안적 방법들이 마련될 수 있죠. 이때의 기술은 고령자에게 오히려 득이 됩니다. 고령 인력이 지닌 체력이나 모빌리티(기동성·유동성)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결해주니까요. 즉 정년을 따질 것 없이 기술과 잘 협력하면 장기간 안정적인 직장생활도 가능하리라 예상해요.”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령 인력에 달렸다
지난해 말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부양비(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날로 증가하며, 2075년에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주요국을 웃도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급증하는 노인 부양비를 감당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윤 교수는 고령 인력 활용이 단초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 진단했다.
“당장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그 아이들이 경제활동 인구로 성장하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해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고령자 중 아직 활용되지 않은 인력을 동원하는 겁니다. 최근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정년퇴임을 했는데 일을 안 하거나, 정년퇴임을 준비하는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GDP가 얼마나 올라갈지를 예측했어요.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GDP의 14.7%가 성장한다고 나와요. 비교된 20여 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을 만큼(일본 8.6%, 미국 7.2%, 영국 4.8% 등) 월등히 높은 수치죠. 우리가 매년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경제성장률이 2% 미만이잖아요. 고령 인력의 활용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그렇게 당분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령 인력에서 찾아야 합니다.”
고령 인력은 조직원으로 일하기도 하지만 리더의 위치에 놓인 이가 상당수다. 저서 ‘진성 리더십’을 펴내고 대한리더십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온 윤 교수는 중장년·고령 리더들이 거버넌스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거버넌스가 역피라미드 구조로 바뀌고 있어요. 가령 글로벌 기업 리더들은 조직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해요. 회사는 일종의 플랫폼이고, 리더는 그런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이것들을 이용해서 네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증명해보라는 식이죠. 즉 회사보다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다는 취지인데, 이렇게 말해도 직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분들도 있어요. 솔직히 말해 그건 진정성이 없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속으로는 회사의 성장과 이익을 우선하면서 겉으로만 그 직원을 위하는 것처럼 포장했기 때문이죠. 말뿐인 독려라는 걸 직원들도 느낄 텐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밖에요.”
리더 입장에서 진정성을 갖기 힘든 건 직원에 대한 신뢰가 영글지 않은 탓도 있겠다. 신뢰라는 건 상호의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윤 교수는 서로 간의 ‘신뢰 자본’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A라는 사람이 내게 100만 원을 빌려달라 했을 때 그 돈을 못 받을 걸 전제로 손해를 감수하고 빌려준다면, 신뢰 자본 100만 원이 생긴 셈이에요. 반대로 A도 나에게 그렇게 해준다면 둘 사이의 신뢰 자본은 200만 원이 되죠. 그렇게 신뢰라는 건 서로가 상처받을 개연성에 대해 인정하는 거예요. 그러니 손해를 전혀 안 보겠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는 신뢰가 생길 방법이 없어요. 그런 신뢰의 결여 때문에 요즘 젊은 조직원 중에는 공정성 같은 덕목을 따지는 이들이 많은 편입니다. 서로가 손익 계산기를 두드리는 거죠. 결국 그런 상황에서는 건강한 조직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이럴 때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은 긍휼감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긍휼감은 공감이나 연민을 넘어서는 행동 지향의 도덕적 정서인데요. 긍휼감을 가진 리더는 조직원의 고통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 함께 풀어가려 하죠. 이런 태도를 보였을 때 조직원들도 리더에게 진정성과 신뢰를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우리 사회 빙산의 밑동을 복원하는 시간
현실적으로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 앞에 윤 교수의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카이로스의 시간 속에서 건강한 조직과 리더십, 지속 가능한 기업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특히 기업의 근간이 되는 조직원들의 고통을 눈여겨보고자 한다.
“조직에서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결과예요. 돌봄을 받지 못한 고통이 문제로 터져 나왔을 때, 많은 리더가 원인인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 밖으로 드러난 ‘결과’만 봉합하려 하죠. 일단 그렇게 문제를 덮고 시작하기 때문에 근원적 해결이 불가능하고, 반복되는 거예요. 조직과 경영을 연구한 학자로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빙산의 형상에 비유해 설명을 이어갔다. 기업의 경우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 즉 핵심 사업이나 수익을 키우는 데 주목한다. 그러나 이러한 빙산의 윗동이 잘 성장하려면 이를 잘 지탱하는 수면 아래 밑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밑동에 비유할 수 있는 게 바로 조직원이다.
“눈에 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밑동을 이루는 조직원들의 고충이나 아픔에 대해 인정하고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러한 현상은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정치•종교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이런 밑동을 간과한다고 생각해요. 정년퇴임 후에는 잃어버린 밑동을 어떻게 복원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며 카이로스의 시간을 채워가려 합니다.”